'상선형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3.15 '해를 품은 달' 웃음이 넘치는 드라마, 눈 깜짝할 사이에 무슨 일이? (9)
  2. 2012.02.25 '해를 품은 달' 장녹영과 상선 형선, 해와 달의 명품그림자 (5)
  3. 2012.02.17 '해를 품은 달' 기억찾은 한가인, 이제부터가 중요한 이유 (27)
2012.03.15 12:04




결방까지 감행했다가 하루만에 현장으로 돌아 간 김도훈 피디, 높은 시청률에 대한 보답차원이었다면 이렇게 허접하게 연출하고 편집해서는 안될 일이지요. 가뜩이나 완성도 결여된 작품을, 숭숭 구멍이 난 포장지로 싸서 내보내시면 곤란하옵니다. 이번 19회는 유난히 연출상의 옥에 티가 많이 보여서 말이지요. 질질 끄다가 막판에 와서야 급한 진행을 하려다 보니, 뭔가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 많았네요.

해품달 19회는 설이 염을 지키려다 죽고, 대왕대비 윤씨가 독살을 당했다는 것, 그리고 장녹영과 권씨 두 도무녀의 흑주술 배틀이 주내용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진행한 주변인물에 대한 정리작업편이었죠. 아, 양명군이 윤대형과 손을 잡고 역모의 주모자로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고 훤에게 칼을 겨누었다는 것이 중요한 줄거리였네요. 속내가 읽혀버린 뻔한 결말이 예상되어 긴장감은 없었지만요. 양명군의 생사여부에 관심이 있기는 합니다만...

"연우야, 나랑도 놀아줘~"
자신을 통째로 연우에게 선물로 주었던 훤, 이렇게 큰 것을 줬는데 답례로 뭘 해주겠느냐고 묻는 훤이지요. 급당황하는 연우, "무, 무엇을 원하시옵니까?" 뭘 상상했던 것이냐! 연우도 은근히 생각이 앞서 가는 앙큼녀ㅎ;;. 훤이 바라는 것은 활인서에서 양명군과 하던 놀이를 자기랑도 해주라는 것이었지요. 
덕분에 오밤 중에 궁의 한 뜰에서는 자치기 놀이판이 벌어졌습니다. 발바닥에 땀나듯 뛰어다니는 형선, 딱 한번 제대로 맞췄을 뿐인데, 형선이 왜 그렇게 헐레벌떡 뛰어다니는지 모르겠더랍니다. 메뚜기는 훤 코앞에 떨어지던데, 메뚜기 찾아 멀리까지 뛰시는 형선, 뭘 찾으러 뛰신 거에요?
기억이 돌아와 훤의 곁에 있을 수 있게 된 연우,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전하의 곁에서, 전하의 음성을 듣고, 전하의 용안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연우지요. 이 모든 것이 신모 장녹영 덕분이기에 훤에게 장녹영을 만나게 해달라고 청을 넣지요.
늦기 전에 신모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라며 연우는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살려주셔서, 거둬주셔서, 키워주셔서,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8년간 어머니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한가인에게서 보여지던 무미건조함을 벗고, 대사에 감정을 넣었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복받쳐오는 감정을 참아내는 듯, 눈물과 함께 대사에 감정을 넣어 끊는 모습은 좋았네요. 시청자도 덮어놓고 못한다고 하지 않아요. 극찬까지는 아니어도 잘한 부분은 잘했다고 칭찬합니다. 가뭄에 콩 나는 듯 해서 문제지만요.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중전 윤보경의 연심, "미안하다, 끊어내지 못하였다"
윤대형이 자신은 물론 훤까지 버릴 것임을 짐작한 윤보경, 그래도 첫연정이라고 주상전하를 걱정하며 훤의 처소를 향하지요. "주상전하가 위험하다. 주상전하께 위험을 알려야 돼", 훤을 보호하고 싶어 한달음에 달려 간 윤보경입니다.
그런데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지, 남편이 연우랑 바람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지요. 눈 돌아간 윤보경, 훤을 지키고 자시고 할 마음이 싹 없어져 버립니다. 오직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말이지요.
급기야 윤보경은 제 명을 재촉하는 일을 자행하고야 말았으니, 임시도무녀 권씨를 불러 흑주술로 연우를 없애라고 명하지요. 순결한 처녀의 강렬한 염원이면 죽일 수도 있다는 말에, 기꺼이 자신이 제물이 되는 것도 마다않는 윤보경입니다.
도무녀 권씨의 훅주술에 제물이 되어 참가한 윤보경, 그러나 권씨보다 레벨이 몇 급 위인 국무 장녹영이 권씨의 흑주술을 반사~로 돌려줘 권씨는 쓰러지고, 윤보경은 정신줄을 놓게 되는 불행으로 치닫고 말았지요.
장녹영은 흑주술을 막기 위해 자신의 피를 제물로 바치더군요. 목숨을 걸고 아가씨를 지키겠다더니, 서슴없이 손에 단도를 대는데, 피 몇방울이 필요했으면 손가락끝만 찌를 것이지, 칼을 통째로 잡는 모습에 뜨헉!했네요. 
그런데 주술을 걸 때 보니 장녹영의 손은 언제 칼로 베였냐 싶게 멀쩡하더라죠. 놀라운 자연치유술입니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손에 헝겁쪼가리 하나 감지않은 멀쩡한 손이었고 말이죠. 잠잘 때도 비녀도 뽑지않고, 외출복 차림 그대로 곱게 자다 일어난 장녹영, 연출에 이리도 신경을 안쓰다니... 감독님! 아무리 바빠도 이리 대충대충 찍으시면 곤란하지요.

장녹영이 빙의되어 윤보경의 죄를 일일이 설명해 줬는데, 왠지 윤보경에 대한 동정여론을 의식한 작가의 확인사살로 보여지더군요. "넌 아무 잘못도 없다고 생각하겠지. 그저 피해자라고 생각하겠지. 허나 틀렸다. 알고도 침묵한 죄, 죽음을 방조한 죄, 자신의 것이 아닌 자리를 탐한 죄, 성상을 속이고 마지막 참회의 순간을 스스로 포기한 죄, 그것이 바로 네 죄다".
'윤보경에 대한 동정심, 끊어달라 하였느냐? 미안하다, 끊어내지 못하였다', 작가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답니다. 훤과 연우의 정해진 운명에는 개미 한마리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군요.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아비 잘못 만나, 남편복도 없어, 열세살에 궁으로 들어와 8년을 이제나 저제나 성은을 입을 날을 기다리며 독수공방해, 윤보경이 가장 불쌍한 인물같아서 말이지요. 그에 반해 연우는 운도 살짝 연모해, 양명군은 일편단심 달타령, 훤의 사랑 독차지, 호판도 첩삼고 싶어해, 남자복이 철철 넘쳤는데 말이죠. 

윤보경의 죄상을 열거하고는 쓰러져 버린 권씨를 보고, 혼비백산 교태전으로 돌아온 보경은 공포에 질려 정신줄을 놓아 버리지요. 부들부들 떠는 연기 실감나게 잘하더군요. 신들린 듯한 공포연기와 오열연기에 이어, 마지막까지 시청자를 품은 김민서였습니다.

불꽃을 가슴에 품고 녹아버린 눈, 안타까운 설의 죽음
반면 지난 번 훤에게 죄상을 추궁받고 좋은 눈물연기를 보여주었던 민화공주 남보라의 연기는, 고무줄처럼 제자리로 돌아간 듯한 아쉬움을 주더군요. 윤대형이 화살에 꽂아 날린 서찰로 인해, 염도 연우의 죽음에 민화공주가 관련되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자신의 무엇이 탐나 그같은 일을 저질렀느냐며 매정하게 돌아서는 염, 민화공주는 서방님과 아이를 죄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실토하지 못했다고 내내 울기만 했는데, 심청이 아버지가 빙의된 줄 알았습니다. 더구나 배에 고통을 느끼는 듯한 표정과 행동때문에 태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었고 말이지요. 회임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라 태중의 아이가 발로 뻥뻥 차지도 않았을터, 유산기가 있나 착각마저 들더랍니다. 지난 번 우는 연기 잘했다는 칭찬에 고무된 것은 알겠지만, 심청이 아버지 빙의연기까지는 필요없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윤대형이라는 인물, 갈수록 허술하더군요. 염에게 진실을 알려준 이유가 염을 중심으로 한 유림의 반발을 막기 위함이었는데, 염의 성정상 주상에게 죄를 청한다고 나설지도 모른다는 측근의 말에, 간단하게 죽이라고 자객을 보내는 것을 보면 말이죠. 
윤대형이 염을 제거하기 위해 보낸 자객들때문에 설이 죽음을 당했는데, 그마나 마지막은 염의 품에 안겨 죽었으니 행복한 죽음이라고 봐야 할 지... 아무튼 이 동네에서 일어나는 죽음은 죄다 연우와 관계가 되어있어서, 사람 여럿 잡는 연우입니다. 연우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희생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죽어가면서도 도련님이라 부르며, 마음으로 품었음을 고백하고 가는 설이었지요. "이년이라는 이름대신에 설이라는 이름을 주신 도련님,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천하디 천한 제 마음에 담았습니다". '도련님 덕분에 사람이 되었고, 여인이 되었고, 설이 되었습니다', 방백으로 전하는 설의 마음, 그동안 드라마에서는 집근처를 배회하는 것으로만 보여줘서 죽음이 좀 생뚱맞지 않을까 싶었는데, 염 대신 죽음까지 불사하는 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더군요.

몰입 깨버린 빵터진 옥에 티, 눈 깜짝할 사이에 무슨 일이?
설의 죽음을 알게 된 연우는 병풍 뒤에서 그 터져나오는 슬픔을 막으며 울 뿐입니다. 동무이고, 가족 그 이상으로 8년을 그림자처럼 자신을 지켜주었던 설이,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한 연우입니다.
염을 죽이려는 자객이 들었다는 보고에 훤은 온양행궁에 가있는 대왕대비 윤씨가 위험함을 직감하고 사람을 보내지만, 한 발 늦고 말았지요. 윤대형에 의해 독살당하고 만 대왕대비, 아무도 지켜주지 않은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지요. 권력이란 것이 그렇게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허망함인 것을...
마지막 가는 길, 용포를 입은 헛것을 보고 훤이 데리러 왔을까 한가닥 기대를 거는 대왕대비 윤씨, 목소리는 힘을 잃었고, 표정에는 서릿발같은 매서움도 없어졌지요. 온양행궁으로 내쳐진 대왕대비의 심경을 잘 표현한 김영애였습니다. 그동안 김영애는 대왕대비 윤씨역을 하면서 악랄함과 간교함의 카리스마를 보여 주었는데, 이빨빠진 호랑이가 되어서는 그 카리스마를 내려놓을 줄 아는 연기를 보여 주더군요.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기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 좋은 연기를 보다가 허걱!, 빵터지고 말았으니, 독약을 먹고 콸콸 흘리던 세 줄기의 피가 갑자기 깨끗하게 닦여졌지 뭡니까? 너무 짧은 시간으로 연결된 장면이어서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었네요. 너무 티가 나게 달라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지막까지 혼신의 연기를 보여 준 김영애의 마지막을 이렇게 몰입을 확 깨버리는 마무리로 보내다니, 세심하지 못한 연출은 옥에 티였습니다.
살생부 만든 양명의 최후, 결국 죽는 것인가?
반정에 성공하면 공신록이 될 것이라는 양명의 말을 믿는 시청자는 아마 없을 겁니다. 훤에게 칼을 겨누기는 했지만, 뻔히 보이는 양명의 선택이기에 말이지요. 결코 훤을 배반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말이지요. 아무튼 언제 대왕대비 상을 치뤘는지도 모르게,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강무일이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왕친 어르신의 죽음인데, 상도 안 치른 상놈(된발음으로 읽어주시와요)들이라고 욕바가지로 먹게 생겼어요. 아무리 바빠도 상놈도 장례는 치르겠죠? 상놈님 죄송;;
강무일을 거사일로 잡은 윤대형 일파, 종묘로 가는 궐의 문이 열리는 순간 밖에서 매복하고 있던 군사들이 들이닥치고, 훤을 제거하자는 작전을 세웠지만, 거사치고는 긴장감이 떨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여기서는 강무를 나가는 훤의 남다른 패션감각을 보고 웃음이 나왔더랍니다. 미스코리아 봉하나 들고 서면 딱이더라죠. 털이 북실북실한 긴 망토, 거기에 세련의(?) 극치를 더한 후드까지 달린 털망토라니... 사냥나가면서 거추장스럽지도 않은지, 마당을 쓸정도로 긴 망토를 치렁치렁하게 입고 나가는 훤, 취향도 참 특이하더랍니다. 이불을 해도 되겠더라고요. 예쁘기는 했습니다. 탐났다는;;
강무를 사냥가는 것으로 알았는데, 훤을 비롯 윤대형까지 모두 하나같이 칼만 차고 있더군요. 멧돼지를 칼로 때려잡을 생각들이었는지 말이죠. 뭐 이쪽이나 저쪽이나 사냥이 그 사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양명군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지, 진짜 사고사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양명의 죽음은 거의 확실시되나 봅니다. 운과의 대화에서도 죽을 결심을 하는 양명의 마음이 보였고 말이지요. 그렇게 살아가는 게 힘들 것같으냐ㅠㅠ
그런데 양명군보다 더 불안한 인물이 등장했지요. 귀요미 상선형선입니다. 결전을 앞두고 형선의 말이 의미심장해서 가슴이 철렁합니다. "그동안 전하를 뵈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무사강녕하십시오"라는 형선의 말에, 훤이 죽을 사람처럼 말하느냐고 그럴 일 없을 것이다라고 안심을 시키기는 했지만, 훤이 죽을 리는 없고 형선이 죽을까 걱정이 되네요. 설마 형선이 죽는 일은 없겠지요? 형선마저 죽이면 아니되시와요!!!
마지막회를 남겨두고 있는 해품달, 드라마가 끝나면 주인공들과 헤어지기 싫어지는 것이 당연지사,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미련을 갖게 되는데, 해품달은 다른 미련이 많이 남는 드라마입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생략되어 버렸고, 뭉뚱뭉뚱 감정선들을 잘라먹은 드라마였기 때문인 듯합니다. 원작을 읽지 않은 시청자에게는 불친절한 드라마였고, 원작을 읽은 시청자에게는 아쉬운 것이 더 많은 드라마입니다.
아역들의 열연이 없었다면, 김수현의 훤이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이만큼의 사랑을 받았을까 의심스러운 드라마입니다. 연우(다른 의미이지만), 설, 염, 양명, 운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진수완 작가가 왜 사랑하지 못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캐스팅 제대로 해서 다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처음으로 품어 본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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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5 11:50




월의 정체를 알게 된 훤과 자신의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된 연우의 행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대왕대비 윤씨와 윤대형의 움직임입니다. 중전 윤보경이 "그 아이가 살아있다"며 바들바들 떠는 모습을 보고, 윤대형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딸자식이 실성해 가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심정은, 같이 미치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교태전의 주인자리가 뭐라고 딸자식이 고통에 미쳐가는 모습을 봤다면, 목을 끌어서라도 데리고 오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이겠지요.

가례를 올리고 8년동안이나 딸을 닭 쳐다 보듯 무심하고 냉랭한 사위 훤, 제가 친정부모였더라면 당장 끌고 와버렸을 겁니다. 세상에 남자가 훤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딸을 처녀귀신으로 늙게 놔두지는 못할 것이기에 말이죠.
그러나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교태전 주인자리는 다르지요. 중전이 되고 싶다고 이력서 한 통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도,  내놓고 싶다고 사표를 던지고 나올 수 있는 자리도 아니지요. 더구나 윤대형에게 딸자식의 중전자리는 가문의 영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기에, 윤보경의 행복과는 다른 의미로 교태전을 사수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한 번 맛들이면 치명적인 중독증상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권력의 독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윤보경보다는 윤보경의 몸에서 나올 원자가 더 관심사항이었죠.
그런데 윤보경은 회임은 커녕 합방조차 치르지 못하고, 호적만 유부녀이지 몸은 처녀귀신으로 늙어 죽을 판입니다.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늙어죽을 팔자도 못되나 봅니다. 귀신들린 듯 반 미쳐가고 있으니 말이죠. 열 여자 마다않는 것이 남정네라지만, 합법적인 부인은 거들떠 보기는 커녕 외도조차 하지 않으려 드니, 뭐 저런 놈이 다있나 싶고 답답하겠죠ㅎ;;  궁궐에 떠도는 해괴한 소문이 사실인가 망측스럽기도 하고 말이죠. 운을 좋아한다는 소문까지 비밀리에 돌기도 했으니....  

중전의 정신이상 상태까지 이르고, 허연우가 살아있음이 밝혀지고 있는 극의 막바지, 윤대형의 행보가 중요해 졌지요. 물론 이에 대응하는 훤의 한 수 또한 궁금한 사항이지만, 지금은 연우와의 재회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판이니, 니들은 당분간은 둘만의 만남에 더 신경써!!!
여튼 윤대형과 외척세력은 이제 이판사판 공사판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는데요, 8년전의 일을 파헤치고 다니는 훤의 움직임이 수상쩍고, 세자빈을 무고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 민화공주와 의빈 허염이 그들이 쥐고 있는 패라고는 하나, 훤이 훼까닥 돌아서 패륜의 끝판을 보여주겠어! 라고 싹쓸이를 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더군다나 윤보경의 몸에서 원자를 생산할 가능성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 될 터, 이제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온듯 합니다.

윤대형과 대왕대비 윤씨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1) 이판사판 너죽고 나죽고 다같이 죽자. 2) 깔끔하게 죄를 자복하고 자폭한다. 3) 너죽고 나살자, '이 참에 갈아엎는 거야'. 4) 너도 살고 나도 살자, 그냥 눈감고 넘어가주라 제발~~, 등이 되겠습니다. 윤대형과 대왕대비의 입장에서는 4번이 가장 좋겠지만, 훤의 성정상 불가한 일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는 그들이죠. 1번의 경우는 득실이 없기에 가능성이 희박하고, 2번의 경우는 가장 옳은 방법이나 권력과는 영영 이별하게 되는 길이기에 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럴 거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겠죠.
가장 가능성이 큰 선택이 역시 3번 '너죽고 나살자' 되겠네요. 표면적으로는 딸을 버리고, 권력을 사수하는 방법입니다. 말 잘듣는 허수아비 왕을 세우고 '네가 누구 덕에 그 자리에 올랐는지 알지?'로 족쇄를 채워버리면 될 일. 훤에게 후사가 없는 경우, 차기대권 후보 1순위 삐딱선 탄 양명군은 그야말로 제격이지요. 달타령에 분기탱천한 양명군이 반역의 서늘한 눈빛을 발사중이니, 그 분위기를 감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저는 양명군을 끝까지 믿고 싶지만요.

그런데 드라마가 몇회 남지 않은 상황이라 반역의 스케일이 얼마나 클 지, 그냥 세자빈 살해에 가담한 무리들을 머리 풀어 줄줄이 포승줄에 묶어 귀양을 보내거나, 사약을 내리는 것으로 뚝딱 해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것은 모양새가 좀 빠지죠. 우찌되었든 반역의 움직임 시늉이라도 내야 할 터, 윤대형이 움직여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느냐가 관건이겠죠. 병력을 움직일 가능성이 크지요.
민화공주와 염, 할마마마를 표적판에 세우고 "쏠 테면 쏴보시죠, 주상!", 할 수도 없고, 한 판 벌이기는 할 듯한데 문제는 훤이 어떻게 저지할까입니다. 운검이 곁에 있다고는 하나 혼자 싸울 수도 없을테고, 가장 큰 문제는 병권을 쥐고 있지않은 훤이 병력을 동원하기는 힘들 일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윤대형이 모반을 하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 궁의 금위군으로 수성을 할 수 있을까랍니다. 별걸 다 걱정하고 있네요;;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가 다 훤이 월의 정체를 알았다는 것때문입니다. 더구나 연우가 의문사를 당했고 그 일에 음모가 있었다는 것을 그냥 덮을 수는 없을 일이기에, 장녹영의 예언대로 피바람이 불 때가 되었기에 말이죠. 피바람을 앞에 두고 또하나의 달 윤보경의 존재감이 대단했던 16회였지요. 공포에 휩싸인 김민서의 반미친 연기가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고 마음마저 얻고 있으니 말입니다. 훤의 마음은 얻지 못했으나, 시청자의 마음을 얻은 김민서되겠습니다.

사실 16회는 김민서와 김수현의 연기가 뛰어나서 묻힌 감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장녹영 역의 전미선과 상선형선 정은표의 짧지만 강한 여운을 준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지난 글에 언급을 미쳐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해를 품은 달은 주인공 김수현과 김민서의 연기가 눈에 띌 뿐, 주연급이라고 하는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는 주목받지 못함에도, 젊은 연기자들을 품고 가는 중견배우들의 존재감이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대왕대비 김영애, 윤대형역의 김응수, 장녹영 역의 전미선, 상선 형선 정은표, 윤대형의 꼬봉 호판까지 비중이 적음에도 존재감을 스스로 살리고 있는 배우들이죠.
장녹영을 만나 월이 8년전에 죽은 허연우가 맞느냐고 확인하는 훤, 연우를 부르며 오열하는 김수현이 시청자를 울렸지요. 그런데 눈에 띄지 않게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이가 있었으니, 훤의 그림자 중의 한사람 형선이었습니다. 월이 연우임을 알고 나오는 길, 언제나처럼 상선형선과 운이 훤의 뒤를 따르고 있었지요.
훤의 뒤를 따르는 상선 형선은 그냥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슬픔인듯 얼굴을 찡그리며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직전의 모습으로 훤의 뒤를 따르더군요. 주저앉는 훤의 뒤에서 그 역시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는데, 안봐도 비디오였습니다. 카메라는 김수현의 얼굴을 풀샷으로 잡았지만, 카메라 밖에서도 형선이 눈물을 흘리며 같이 통곡하고 있었으리라 짐작이 되더군요. 카메라 안에서도 연기연습 중인지, 연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배우들이 배워야 할 모습입니다.

전미선 역시 이번회 대사없이 표정만으로 시청자를 뭉클하게 했지요. 자신을 죽게하고, 또 살리기도 한 장녹영에게 한가지 용서할 수 없는 것과 의문점에 대해 묻는 연우, 장녹영을 금방이라도 후려칠 기세였더라죠. 민화공주가 흑주술의 제물로 바쳐졌다는 말에 경악하는 연우, 결국 연우는 오라버니 염과 훤을 위해 모든 것을 덮겠다는 결심을 하고 말지요.
활인서 숙소로 돌아와 꺼이꺼이 우는 연우, 전하앞에 나타날 수 없는 그 참담함을 안타깝게 바라본 이가 전미선이었지요. 시청자는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삭이는 연우를 장녹영의 시선으로 보게 했지요. 큰 슬픔을 겪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가서 등이라도 토닥해 주고 싶은 그런 안타까움을 먼발치에서도 표현하고 있었지요. 

해품달에서 가장 캐미가 사는 커플을 꼽으라면 훤의 경우는 상선형선입니다. 한가인은 전미선과 있을때 그러하고요. 상선형선과 장녹영은 두 주인공에게는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존재지요. 그래서 두 사람의 감정을 누구보다 잘 읽고 이해하는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두 사람의 감정선에 함께 보조를 가장 잘 맞추는 이들도 장녹영과 형선입니다. 훤에게는 운도 있지만 운의 경우는 묵직함이 생명이라, 쉽게 감정을 보이면 신비감이 사라지는 캐릭터지요. 연우에게는 설이 있지만, 그닥 도움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두 사람을 붙여두면 심히 안습인지라;;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법, 조금은 다른 의미의 그림자지만, 태양 훤과 달 연우를 그림자처럼 지켜주는 상선형선과 장녹영, 해품달의 명품그림자들입니다. 정은표와 전미선, 카메라에 클로즈업 되지 않더라도 작지만 세세한 동작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로 자기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고, 나아가 드라마의 스토리까지 얹어주는 모습, 시청자들에게는 해품달에서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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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7 09:10




연우가 드디어 기억을 찾았네요. 너무 길게 끌어서 분노폭발 일보직전이었는데, 맥아리없는 연우와는 끝났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기억상실증이라는 족쇄에 갇혀 연우라는 캐릭터도, 연기력도 갈팡질팡 혼란스럽기만 했던 한가인에게는 중대한 전환점이 된 듯한데요, 이제부터 한가인의 연기가 더 중요해 졌습니다.
한가인 개인적으로는 연기력에 대한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가 오기도 했고, 시청자에게는 실종된 연우캐릭터와 연우에 대한 아련한 감정선을 이어줘야 한다는 책임까지 막중해졌으니 말이죠. 그동안은 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때문에 띨빵한 연우에 대한 불만을 어느 정도는 감수해 왔지만, 기억을 찾은 후에도 같은 모습이라면, 그야말로 한가인은 발연기의 오명을 벗지는 못할 것이기에 말입니다.

마음에 없는 훤의 거짓말, "내게서 멀어져도 좋다"

양명군의 증언으로 무고의 혐의는 벗었지만, 종친을 현혹하려 했다는 죄명으로 도성밖 서활인서로 축출당하는 연우, 가슴에는 음탕할 음(淫)자를 새겨달아야 하는 치욕스런 삶을 살아야 합니다. 혜각도사가 날린 살은 큰 파장을 가져왔습니다. 물론 어그러져 버린 것들이 제자리를 찾기 위한 시련의 과정이기는 하지만 말이지요. 결과적으로 훤은 자존심을 굽혀야 했고, 연우는 '음'자를 새기고 축출당해야 했으며, 양명군은 자택구금이라는 대외적인 징벌을 받게 되었지요. 정국의 기선을 잡은 대왕대비 윤씨와 외척, 모두를 살리기 위해 훤이 내어준 것은 자존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의문은 살을 날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관심밖이더라는 것. 감히 왕에게 살을 날렸는데 조사가 흐지부지되더라죠.

지밀나인들과 내관들도 물리치고, 운만 데리고 의금부 옥사를 찾은 훤, 연우와의 작별은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하나를 묻고 하나를 답하기 위해 왔다. 혼란을 잠재울 때까지,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될 때까지, 내게서 멀어지지 말라했던 것을 기억하느냐? 그 답을 찾았다. 과인은 너를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너를 통해 그 아이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허니 이제 내게서 멀어져도 좋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원망이 있느냐는 물음에, "없습니다"라고, 짤막한 대답으로 훤을 더 아프게 하는 월(연우)이었지요. 차라리 궁를 떠나지 않게 해달라고, 억울하다는 말이라도 했더라면, 그리 가슴이 찢어지지는 않았을텐데, 연우는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도, 감히 전하를 마음에 품었다는 고백도 들려주지 않습니다.
의금부 옥사를 나와, 휘청이는 몸을 운에게 의지하고 눈물을 한웅큼 쏟아내는 훤이었지요. "내게 따뜻한 말을 해줬던 아이에게, 나는 한마디 다정한 말조차 못했다. 이토록 큰 상처를 주었는데, 이것도 지킨 것이라 할 수 있겠느냐. 꺼이꺼이".
우는 훤을 부축하는 운, 묵묵히 훤을 지켜주는 운이 요즘들어 점점 눈에 들어오더군요. 머리를 묶더니 대사도 근사해지기 시작했고요. 서활인서가 아닌 어디론가 월이 끌려갔다는 말에 칼을 들고 나가려는 양명을 막은 운, 양명과의 한 판 검술 또한 멋졌지요. 물론 신의 검술은 아니었지만, 양명에게 전하는 벗의 충고가 운답게 그 운치 또한 그윽스럽더군요. "분노로 잡은 검은 위험합니다. 연심으로 잡은 칼은 더 위험합니다", 분노인지 연심인지 양명의 혼란스런 칼을 받아 준 운, 양명은 정말 운도 지지리도 없고, 되는 일도 없더라죠.
여자도 빼앗겨, 검으로도 쪽팔려, 분노의 명분도 없어...자칫하면 찌질남 대열에 오르게 생겼습니다. 훤이 그토록 지켜주고자 하는데도, 가택연금을 훤의 어명이라 오해하고, 훤탓으로 돌리고 있으니 말이죠. 또한 연우에게 몇번을 채이고도 그 연심을 내려놓지 못하니, 자칫하면 진짜 집착남되겠어요. 왕의 그릇이 다르다는 말을 성조대왕이 했었는데, 왕의 재목이긴 하나, 역시 2%부족한 그릇인가 봅니다. 연심때문에 반역하면, 진짜 찌질남에 집착남 낙인입니다. 권력에 대한 야망이라면 그 배포라도 인정을 하고 싶지만 말이죠.

시청자 울린 한가인 오열, "그 소녀는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 것입니다"
서활인서로 축축되는 연우는 서활인서가 아닌 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지요. 관상감과 대왕대비 윤씨의 계략때문이었지요. 혼령받이라는 비책을 쓰자는 관상감의 말에 연우를 제물로 삼으라는 대왕대비 윤씨였지요. 대왕대비와 중전 윤보경, 심기가 약한 사람들에게 오는 불안증이라지만, 역시 죄지은 놈은 두 다리를 뻗고 자기 힘든가 봅니다. 윤보경의 거울에 비치는 여린 연우(김유정), 자꾸 반복되니 전설의 고향이 되고 있어서 음산스럽더군요. 김유정을 전설의 고향 분위기 귀신으로 등장시키다니, 제작진 살짝 미워지기 까지...
거울에 나타나는 연우의 모습에 기겁한 중전 윤보경이 경대를 깨버리고, 손을 베이는 사고를 입기도 했지요. "전하의 연심만 아프십니까? 신첩의 연심은 하찮으십니까? 신첩에게는 전하가 첫연심이었습니다. 상처를 입은 연심이 얼마나 아픈지 잘 아시는 전하께서, 어찌도 이리 잔인하십니까? 동냥받는 걸인도 신첩보다 비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흑흑", 윤보경이 우는데 정말 짠하더라고요.
우는 중전을 안아주는 훤, 마음이 동하지 않은 중전에게 마음을 줄 수 없는 훤도 아프고, 연심을 받아주지도 마음을 내어주지도 않은 훤바라기만 하는 중전도 아프고, 양명도, 그리고 제 명을 살지 못하고 가버린 연우도 아픈 사람들입니다.  
천기의 흐름이 바꼈음을 알게 된 장녹영, 옥사를 찾아 연우에게 절을 올리며, 연우가 자신의 정체를 곧 알게 되리라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지요. 또한 앞으로 시련이 닥칠 것임을 예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세자빈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궁궐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조선의 진짜 달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암시하면서, 기억을 찾은 연우에게 '고생끝 행복시작'이 되지 않을 것임이 예고되기도 했지요.
"아가씨는 또 다른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 지, 그 답을 알고 있는 분은 아가씨뿐입니다". 장녹영의 방백은 그녀에게 닥쳐올 시련 또한 암시하는 것이었기에 섬뜩하기도 합니다. '결코 소인을 용서치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장녹영도 모르게 은밀히 대왕대비의 사주를 받은 관상감 나대길에 의해 연우는 은월각에 감금되고 말았는데요, 은월각에서 들리는 혼령을 받아내라는 것이었지요. 혼령을 잘못 받으면 미치거나, 죽음에 이른다는 부작용 사례에도, 눈도 깜짝않고 연우를 혼령받이 제물로 쓰라는 대왕대비 윤씨였습니다.
연우와 대왕대비 윤씨는 전생에 무슨 악연이었기에 두 번씩이나 연우를 죽이려 했는지, 아무튼 대왕대비 윤씨 패악만 쌓여가니, 곱게 명을 다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대왕대비 윤씨와 중전 윤보경에게만 들리는 여인의 흐느낌 소리, 정말 심약한 불안감때문에 들리는 환청인지 괴이한 일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은월각에서 들리는 괴이한 울음소리를 잠재울 혼령받이로 다시 궁으로 들어간 연우는 세자빈때 입었던 옷옆에 쓰러져 잠이 들고, 어린 자신의 혼령을 만나는 꿈을 꾸고는 폭풍처럼 휘몰아 쳐오는 과거의 기억들과 맞닥뜨리지요.
어릴 적 모습의 연우가 희미하게 웃어주자 잠에서 깨어나는 연우, 폭풍우처럼 기억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누구의 기억, 신기도 아닌, 연우 자신의 기억들이라는 것에 경악하는 연우였지요. 아버지 어머니, 신모 장녹영, 그리고 세자저하.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느냐?" 자신이 훤이 그리워하는, 많이 아주 많이 좋아했노라는 고백을 받을 세자빈 연우였음을 알게 되는 연우, 기가 막히고 믿기 힘든 사실에 말도 나오지 않는 연우였지요. 가슴에 얹혀지는 슬픔과 아픔에 눈물만이 흐를 뿐입니다. 얼마나 충격이었을까요? 죽었는데 살아있다는 것이 혼란스러울 연우, 8년이라는 긴 시간을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못하고 살아왔음에 연우는 오열하고 맙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르며 오열하는 한가인, 과거의 회상씬들을 적절하게 편집해서, 과거 연우와 교감하고 있는 시청자와의 감정선이 연결되면서, 시청자도 함께 울었습니다. 어머니라고 울었으면 좋았을텐데, 어린 연우도 한번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는데, "엄마"라는 말이 감정선을 해치기는 했지만 말이죠. 왜 이 절절한 대목에서 엄마라는 단어를 썼는지 잘 이어진 감정선에 초를 치더라는;;
"그 소녀는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 것입니다", 연우의 모든 혼란을 정리시킨 마지막 대사가 길게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차오르기 시작한 달, 장녹영이 설에게 그랬지요. "아무리 사방이 꽉막힌 암흑천지라 해도, 그 안에 달이 차면 그 밝음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스스로 차올라 빛을 발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긴 암흑 속에 숨었던 달이 제 빛을 내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기억찾은 한가인 이제부터가 중요한 이유, 연우가 될 수 있을까?
연우가 기억을 찾은 것은 스토리 전개에서도, 한가인 개인으로서도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그동안 시청자들이 연우라는 캐릭터에 상실감과 허탈감을 느꼈던 이유는 연우와의 아련한 교감때문이었습니다.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 지켜주지 못한 아이, 세자에 대한 사랑만을 가슴에 품고 눈물 한줄기로 생을 마감한 어린 소녀, 그 소녀를 8년이 흘러서도 가슴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보슬비에 촉촉히 눈시울이 적셔지는 훤의 그리움을, 시청자는 같은 감정으로 교감을 해왔었지요.
그런데 기억상실증에 걸린 성인 연우에게서 그 아련함과 애틋한 그리움이 박살나는 순간, 허탈감에 화까지 나버렸지요. 이는 한가인의 뚱한 감정연기와 대사처리, 읽어내기 힘든 표정연기가 크게 한 몫했고요. 또한 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으로 연우에 대한 감정까지도 끊어져 버리는 것이 시청자는 못마땅했지요.
기억이 돌아오는 순간 한가인의 폭풍오열(?)은 좋은 전환점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한가인의 오열씬으로 시청자가 눈물을 쏟기는 했지만, 발연기를 극복한 명연기까지는 아니었고, 한가인이기에 가능한 연기도 아니었습니다. 연우와 연결되었던 감정들이 처음으로 연결되었기에, 시청자가 함께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도 컸지요. 물론 연기가 나빴다는 말은 아니에요. 문제는 한가인에게는 극복해야 할 표정연기, 감정연기, 감정을 담아내는 대사처리 등,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한가인이 이 감정선을 어떻게 연결시키는가가 앞으로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14회를 보면서 한가인의 장면이 상당히 짧았고 대사가 많지 않았는데, 오히려 드라마 몰입은 더 좋았습니다. 주변인물들의 장면이 더 많았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한가인보다는 주변인물들을 통해서, 연우와의 교감이 더 매끄럽게 연결되기도 했고요.
저만 느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연우라는 캐릭터는 한가인이 아닌 주변인물들에게서 오히려 살고 있었죠. 장녹영이 아리의 무덤을 찾은 장면이나, 옥사를 찾아와 아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장면, 그리고 절을 올리는 장면, 대왕대비의 음모, 훤이 연우 의문사의 핵심(흑주술)을 찾는 장면, 아역 김유정과 여진구의 적절한 회상씬 등에서 연우와의 감정선을 더 크게 잇게 했습니다.
이는 한가인을 보면 아직 연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라는 이유가 크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리뷰를 쓰면서도 좀처럼 캐릭터의 이름과 배우의 이름을 스토리 요약에서 같이 언급을 하지 않는 편인데, 해품달은 연우보다는 한가인이 먼저 튀어 나옵니다. 아직 제게는 한가인이 연우로 다가오지 않아서 인듯 합니다.

한가인이 연우가 되느냐,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뽀샤시 눈 동그란 한가인이 될 것이냐는, 기억을 찾은 연우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렸겠지요. 한가인이 연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본격적으로 등장한 7회부터 지금까지 한가인이 보여준 실망스런 연기를 비추어 보면, 연우라는 인물을 끌어낼 지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한가인이 정말 연우라는 캐릭터에 흠씬 빠져들어 캐릭터를 분석하고 감정을 이어주지 않으면, 연우캐릭터는 실패할 것이라는 거죠. 그래서 다음주부터 기억이 돌아온 한가인의 연기가 더 중요한 것이고요. 
한 두장면의 연기를 보고 연기력논란을 극복했다고 단정짓는 것이 섣부른 판단이 되게 하는 것이, 7회부터 14회까지 지켜 본 한가인 연기였습니다. 좋은 점만을 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지만, 한가인은 같은 회에서도 연기가 줄기차게 널뛰기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지요.
다행히 기억을 찾아 진짜 연우가 되었으니, 이제는 한가인이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줘서 시청자와 교감하는 진짜 연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기억을 찾은 한가인의 무표정 연기는, 시청자가 기대하는 연우라는 인물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같은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한가인의 무표정에는 백지에서 시작하겠다는 듯 새로운 연우, 한가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말이죠. 도루묵되지 않기를 정말 바라고 또 바라네요.  

울다가 빵터져 버린 한가인의 두목포스
달과 해가 만나는 순간 연우의 기억이 돌아오고, 훤 역시 구식례가 행해지던 근정전에서 세자빈의 죽음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찾게 되지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 타살의 흔적도 없다, 체온이 남아있는 시신 등의 단서에서 훤은 흑주술을 떠올렸지요. 성수청의 국무를 들이라는 명을 내렸으니, 훤도 연우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연우가 이 연우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말이지요.
한편 은월각에 감금했던 연우의 생사를 확인하러 온 관상감 나대길과 병사가 기절초풍하고 넘어가는 일이 생겼으니, 혼령받이 무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이었죠. 왠만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일이라 죽었으리라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고개를 들어 "그 소녀는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 것입니다", 섬뜩한 말까지 했으니 놀라 자빠질 일이었고 말이지요.

그런데 관상감과는 다르게 시청자 또한 그야말로 놀라 자빠질 뻔했는데, 은월각의 방문을 열자 눈에 들어온 한가인의 모습때문이었네요. 피떡칠이 되게 맞은 다리가 신통방통 자연치료가 번개처럼 빠른 신비의 몸 연우. 게다가 양반다리 묵중하게 하고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한가인의 두목님 포스는 어쩔겨? 옆에 칼 하나 두었더라면, 구월산에서 산채 하나는 운영할 법한 두목감이더군요. 옷까지 누비로 된 두툼한 누더기 옷을 걸쳐입고 있으니 딱 어울리더라는...
해서 연출팀의 자린고비 정신에 한 마디 보태려고요. 월을 은월각에 들인 것은 누구였지요? 대왕대비와 관상감이었죠. 소임은? 혼령받이 무녀역할. 액받이무녀가 되어 훤의 침소에 들일때 연우는 목욕재계하고 옷까지 깔끔한 소복을 입혀들였는데, 혼령받이 무녀를 옥사에서 나온 차림으로 은월각에 그대로 들였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더군요. 아무리 제물로 쓰였다 할지라도, 일종의 무속적인 의식은 둘째치더라도 정갈함을 갖춰서 들였어야지 싶더군요.
방문을 열었을 때 나름대로는 깜짝쇼로 연출진이 시청자를 놀래키고 싶었겠지만, 두목포스 넘치는 모습에 허걱 하고 웃게(?) 만들었으니, 시청자와 함께 울었던 연우가 또다시 연기처럼 사라질까 말까 고민하게 만들더이다. 물론 한가인의 대사처리는 좋았고, 표정도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진한 감동으로 울린 상선 형선, "전하, 눈사람을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이번 14회에서 좋았던 장면은 연우의 오열씬과 함께 이 사람을 꼽고 싶습니다. 상선형선(정은표)의 눈사람대사였습니다. 의금부 옥사에 갇힌 연우가 서활인서로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형선, 어린 세자시절부터 훤을 그림자처럼 지키고 있었기에, 누구보다 훤의 아픔을 이해하는 인물이지요.
궁에서 쫓겨나는 연우에 대한 훤의 마음을 어찌 상선 형선이 헤아리지 못하겠어요. 먼발치에서라도 연우의 떠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할 훤, 그 마음을 헤아려 준 이가 상선 형선이었지요. "전하, 소인이 눈사람을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허나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봄이 오면 눈은 녹아 없어질 것입니다. 허니 사람 발에 밟히지 않은 희고 깨끗한 눈으로만 모아, 마지막으로 눈사람을 만들어 올리겠사옵니다".
눈사람을 만들어 올리겠다며 모른척 할테니, 훤에게 잠행을 나가서 보고 오라는 상선의 깊은 속마음은 정말 감동이었답니다. 봄이 오면 눈도 녹아버릴 것이라며, 월(연우)을 보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는 것을 에둘러 돌려 말하는 상선, 아픔도 세월이 약이 될 것이라고 위로하는 마음까지 담았지요. 잠행을 허락하는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고요. 연우를 의금부에서 추포했다는 말에, 당장이라도 윤대형을 베어버릴 기세로 나가려던 훤을 눈물로 막아서기도 했던 형선, 훤의 무녀에 대한 연심을, 왕이 아닌 한 남자의 연심으로 보듬어 준 참 따뜻한 사람, 그 마음씀씀이가 눈처럼 희고 고운, 귀요미 상선형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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