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2.04.17 '사랑비' 이미숙-정진영, 탄성지르게 한 3초의 재회 (12)
  2. 2012.04.11 '사랑비' 폼생폼사 장근석 vs 순진녀 윤아, 사랑이 참 예쁘다 (3)
  3. 2012.04.10 '사랑비' 자뻑 허세남 장근석, 한 방에 무너지게 한 3초
  4. 2012.04.04 '사랑비' 장근석의 연기, 투박하고 촌스러웠던 진짜 이유 (5)
  5. 2012.04.03 '사랑비' 비극적 사랑 암시한 윤아의 병, 헤어지는 이유인가? (7)
2012.04.17 10:00




이미숙, 정진영 두 중년배우의 내공은 무서웠습니다. 32년만에 재회한 김윤희와 서인하, 두 사람의 애틋한 첫사랑의 감정을 짧은 화면하나로 고스란히 기억하게 한, 아니 그 이상의 절절함을 표현해 낸 배우들의 힘이 대단합니다.
어떤 모습으로 재회를 할지 궁금했습니다. 끊어져 버린 과거의 감정이 살아날까, 그 촉촉했던 사랑비의 여운을 두 사람이 이어갈 수 있을까, 한마디로 기우였습니다.
오히려 32년전보다 더 애틋하고 절절하게 다가와, 사랑이라는 두 얼굴의 이름이 더 진해져 버린 느낌입니다. 안타깝게 헤어져야 했던 두 사람, 나이와 함께 외모는 세월을 입었지만, 두근거림은 32년전과 같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한 사랑, 너무나 순수한 색깔을 지녔기에 빛조차 바래지지 않은 사랑이, 32년을 지나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같은 돌림노래처럼, 슬픔과 행복의 이름을 가지고 또 그렇게 말이지요. 사랑비와 함께....

준의 스튜디오를 찾아간 하나는 면박만 당하고 나왔지요. 재수탱이 서준은 하나의 얼굴을 무단도용한 것에 대한 사과의 말도 없이 도도하고 까칠할 뿐입니다. "길바닥에 자기 얼굴이 나뒹굴고 밟히는데 기분좋겠어요? 누가 보면 어쩌라고...", 일본에서 하나를 데리고 가던 태성을 떠올린 서준, 마음이 상합니다. "1초도 보기 싫다면서 왜 왔어?",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는데도, 마음에도 없는 말이 툭 튀어 나옵니다. 눈물을 머금고 가버리는 하나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 서준이지요.
광고주를 찾아가 따지는 서준, 하나를 모델로 쓰고 싶다는 광고주의 말을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리지요. 왜 그랬는지는 서준도 모릅니다. 하나의 얼굴이 여기저기에 상품처럼 걸리는 것이 싫은 서준입니다(아마 그랬을 거라고요).
다른 사진작가에게 광고를 주겠다는 말에 하나를 만나기 위해 수목원으로 가는 서준, 다른 놈이 하나를 카메라에 담는 것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순진해서 뭐든 믿고 넘어가는 쉬운 하나가 바람둥이한테 휘둘릴까 걱정하는 서준,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하나가 다른 사람의 렌즈에 담기는 것이 싫습니다. 하나를 본 순간 서준은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이 여자를 사랑하게 될 것라는, 아니 사랑에 빠졌다는 운명같은....
오래동안 짝사랑해 왔던 태성에게 정혼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하나, 충격으로 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하나 앞에 또 재수탱이가 나타났지요. "니가 내 운명인 것 아냐?", 밑도 끝도없이 던지는 서준입니다. "나 바보멍청이 맞으니까 왔는지나 말하라"는 하나가 또 눈물을 보입니다. "미안하다. 미안해", 처음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해본 서준입니다. 왠지 그래야 할 것같습니다. 이 순진하고 바보같은 애가 자기때문에 울고 있는 것같아서 말이지요.
"너 내 모델 안할래?", 사실은 정말 서준이 하나를 모델로 하고 싶었을 겁니다. 광고주가 다른 사람한테 준다고 해서 뺏기면 자존심 상해 온거라고 부연설명을 했지만, 모델이 아닌 인물사진을 처음으로 찍었던 서준에게 하나는 이미 그 만이 담고 싶은 모델이었어요. 까칠한 자존심으로 고백은 못했지만 말이죠. 그래서 하면 두드러기가 날 것같은 미안하다는 말도 처음으로 했던 것이고 말이지요.

"3초 안에 대답해", 3초를 채우지 못하고 하나는 태성과 가버리지요. "너 또 나 버리고 저놈 선택하면 진짜 끝이야"라고, 딴에는 고백도 했는데 매몰차게 손을 빼버리고 마는 하나였지요. "모델할게요, 오늘은 이만 가세요. 연락드릴게요". 또 채였습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서준이 말이죠.
하나의 전화를 받지 않는 서준, 두 번이나 다른 남자를 따라가버린 하나때문이 아니었어요. 아버지처럼 첫사랑을 잊지못해 괴로워하게 될까봐 두려워서 였어요. 어머니처럼 첫사랑을 놓지못해 술에 의지하고, 바라봐 주지않는 사람에게 추하게 매달리게 될까봐서 였어요. 나를 봐주지 않는 사람만, 바라보게 될까봐 두려운 서준이었어요. 아버지 어머니처럼 말이지요.

모델을 해주겠다고 스튜디오를 찾아온 하나가 또 서준을 흔듭니다. 순진하고 바보스럽게도 광고주에게 짤리지 않게 도와주겠다고 온 게 뻔합니다. 룰룰루 그 바보같은 여자는 처음부터 그랬으니까요. 핸드폰을 찾겠다고 생판 처음보는 남자와 다이아몬드 스노우를 보러 산을 함께 올라가 주고, 한기에 떠는 자신을 위해 온천을 찾아주고, 기다리랬다고 잠도 안자고 호텔에서 기다리던 그런 여자였습니다.
막말로 상처를 주고 눈물을 흘리게 했는데도, 그 바보같은 순진한 여자는 광고주에게 짤릴 판이라니, 모델이 돼주겠다고 합니다. 밀어내려고 스튜디오에서 쫓아냈는데도, 잡초를 뽑으며 서준을 기다리는 바보같은 여자입니다. 다른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을 알기에, 애써 밀어내려고 하는데도 자꾸만 서준에게로 들어오는 정하나, 이제는 밀어내기를 그만할까 합니다. 이미 사랑에 온몸이 젖어버렸다는 것을 알아버린 서준입니다.

서준을 기다리는 동안 하나, 아니 윤아가 스튜디오 밖에서 모델포즈를 흉내내는 장면으로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는데요, 어찌나 귀엽던지요. 윤아의 깜찍발랄한 연기에 매회 놀라네요.
감정연기도 좋고, 표정연기도 좋아졌고 윤아에게 따라다녔던 발연기라는 수식어는 안녕입니다! 삐쩍마른 장작개비 윤아지만, 저는 몸매만 들이대는 몸연기보다는, 마른 몸매지만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하려는 윤아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좋더군요. 하나라는 캐릭터와 연기에 몰입하고 노력하는 윤아가 좋아보여서 말이죠. 너무 말라 안쓰러운 마음은 있지만요.

드디어 서인하와 김윤희가 재회를 했는데요, 심장이 멎을 듯 긴장하면서도 벌렁벌렁 뛰게 만든 이 감정은 뭘까 싶네요. 노란우산을 쓰고 가는 중년의 단아한 윤희, 노란우산 속의 여자는 그녀였습니다. 32년을 내려놓지 못하고 가슴저리게 추억하고 있는 첫사랑 그녀 김윤희. 죽었다고 생각했던 윤희를 본 인하의 마음이 어땠을까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정진영, 귀신에 홀린듯 절박하게 온통 김윤희(이미숙)에게만 시선을 모은채 빗속을 뛰는데, 그 표정 하나로 모든 감정을 보여주더군요. 시간도 세상도 모두 정지한 듯, 오직 김윤희와 서인하만이 움직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지요.
윤희 앞에 마주 선 서인하, 32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여전히 유효한 사랑, 여전히 뛰는 가슴,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이미숙과 정진영의 절제된 표정에 탄성이 나오더군요. 시간을 거슬러 고스란히 과거의 감정을 잇는 두 배우의 모습은 연기가 아니라, 사랑이었어요. 순간 두 사람이 과거 슬프게 헤어졌던 진짜 연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착각마저 일게 했으니 말이죠.
"맞습니까", 한 단어에 이렇게 많은 감정을 넣다니, 정진영에게 너무 놀란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정진영이 멜로연기를 하는 것은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중년의 사랑이 어떻게 그려질까 자못 궁금했는데, 이토록 흡입력 강하게 시청자의 감정을 휘두를 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두 가지 의미의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서인하와 김윤희, 그들의 아련한 첫사랑을 충혈되어 가는 눈빛연기만으로도 고스란히 되살리는 두 배우의 놀라운 감정연기에 탄성이 나왔고, 그 이면에 슬픈 비처럼 내리는 가슴 저린 애틋함때문에 서글픈 탄성을 지르게 하더군요. 뭔지모를 안타까움에 눈물을 주르륵 흘리게 만드는 이미숙과 정진영의 연기, 역시 말이 필요없습니다.
서준과 정하나의 밝고 트렌디한 사랑에 비해 중후하고 무겁게만 그려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무거움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하더군요. 쉰이 넘어도 퇴색하지 않은 감정, 사랑은 나이가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고나 할까요. 사랑이 더 깊어졌다는 느낌마저 들어서 이 커플을 응원하고 싶은 혼란스러움도 동시에 느끼고 있네요.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줄곧 어느 사랑을 응원해야 할까 불안감이 엄습해왔는데,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온 느낌입니다. 서준과 하나의 사랑이 예쁘다면, 서인하와 김윤희의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서준과 하나의 사랑이 콩닥콩닥 설레인다면, 서인하와 김윤희의 사랑은 쿵쾅쿵쾅 저릿합니다. 포장마차 천막에서 비를 피하는 서준과 하나, 노란우산을 쓰고 나타난 첫사랑 윤희와 재회한 인하, 두 세대에 동시에 내린 사랑비는 어떤 이름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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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1 14:16




장근석을 따라다니는 대표적인 수식어가 허세지요. 그런 장근석과 너무나 어울리는 인물이 서준이라는 포토그래퍼입니다. 2012년 서인하의 아들 서준이라는 캐릭터는 허세작렬 장근석의 매력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는데, 옷을 입었다는 티가 너무 납니다. 한 마디로 각을 잡는 것이 보인다는 말이에요.
폼생폼사 제 꼴리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부잣집 반항아라는 옷을 덕지덕지 입은 느낌입니다. 서준이라는 캐릭터는 모든 행동거지와 말이 연기라는 느낌이 드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이게 서준의 캐릭터입니다.
반면 윤아는 이웃집의 발랄하고 착한 여대생처럼 낯설지 않아 친근함으로 다가옵니다. 과하지 않은 분장, 일상복같은 편안한 의상,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행동은 과거 윤아의 어색했던 연기와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게 정하나입니다. 윤아의 연기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되네요. 윤아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좋더군요.
일거수 일투족을 각잡은 도도함이 생활이 된 서준이, 촌뜨기같지만 '날 것'이라는 느낌의 정하나에게 빠져드는 모습이 2012년 사랑비가 그리고 싶었던 사랑, '순진'이라는 색깔입니다. 서준과 정하나를 각각 한단어로 정리하면 인공미와 자연미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나 연기하고 있다 vs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다'를 체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이게 2012년에 보여줄 장근석과 윤아, 정확히는 서준과 정하나의 사랑이 시작된 시발점이었습니다.
서준이 하나를 보고 반한 감정의 실체는 '순진함'이었어요. 70년대는 청순가련한 윤희라는 캐릭터와 진지한 미대생 서인하를 통해 순수에 대한 향수를 사랑의 색깔로 그렸다면, 2012년은 순진 발랄한 정하나와 까칠한 나쁜남자 서준이라는 극과 극의 코드를 취했습니다. 왜 하나를 순진한 여대생으로 요즘의 여자들과는 다른 코드로 사랑을 풀어가려고 했을까?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지더군요. 
인스턴트 사랑이 난무하는 요즘, 많은 여자들이 여우같은 여자, 내숭과 허영으로 치장한 여우같은 여자와 구별되는 것이 순진함이 아닐까 싶어요. 포토그래퍼 서준이 담아왔던 모델들이 그런 유형을 의미하지요. 화장을 지우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인 여자들과 핑크조끼 하나 버렸다고 화를 내는 정하나는 그런 의미에서 대조적이었지요. 70년대나 2012년이나 3초의 사랑을 관통하는 코드는 사랑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 순진무구함입니다. 시대와 세대는 달라도 사랑이라는 본질은 같은 색이듯이 말이죠.
장근석에게서 보여지는 과한 힘의 정체는 내숭여자들을 대하는 처세술이었어요. 그의 렌즈에 들어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게 꾸민 가짜 얼굴들이었죠. 진짜가 아닌 가짜들만 만나왔던 서준이었기에, 서준 역시 가짜였던 것이죠. 그가 셔터를 누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말이지요. 그런 그가 정하나 앞에서는 무방비로 무너집니다. 인공은 자연의 매력을 결코 이길 수가 없거든요. 탁함이 순수를 이기지 못하듯이 말이죠.
서준은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똘끼충만 자뻑남 캐릭터지요. 부유한 환경, 실력있는 포토그래퍼, 그의 주위에는 화려한 모델들이 줄을 서있었죠. 작업멘트 하나에 옷을 벗겠다고 달려드는 가벼운 여자들도 많았고요.
그런데 처음으로 멍청하리 만큼 사람을 잘 믿는 순진한 하나를 보게 되었지요. 그의 카메라에 담았던 모델들과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끔찍하리 만큼 둔한 점퍼를 입고도 햇살보다 눈부신 미소를 짓는 여자... 2012년의 사랑은 정하나의 순진으로 색깔이 바뀌었죠. 
아버지와 똑같이 3초만에 두근거림을 경험한 서준, 그러나 그 지속성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는 현실의 벽이 컸을테니까요. 인하와 윤희는 같은 캠퍼스, 서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그 설레임을 오래 지속해도, 설사 짝사랑으로 남겨진다 해도 설레임이 지속될 이유들이 더 많았지요. 광고촬영이 끝나면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한시적인 서준에 비하면 말이지요.
물론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갈 것이라는 정하나의 말이 있었기는 했지만, 그놈의 자존심과 허세가 정하나를 더 알게 하는 것을 방해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70년대 인하와는 다른 모습이었지요. 인하는 김윤희를 처음 본 순간, 그녀의 일기장을 주워 읽으면서 그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했는데 말이죠.
서준이 살아 온 삶의 방식때문이었을 겁니다. 서로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면서 사랑을 불신하고, 사람을 불신하며 제 멋대로 살아온 습성이라는 방식말이지요. 그것이 시크함이었든, 도도함이었든, 포토그래퍼라는 예술가의 자존심이었든, "감히 나 서준을" 폼생폼사 자존심이 되었든...

온천에서 돌아와 세탁소에서 하나의 옷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서준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하나와 함께 호텔방에 있어야 하는 어색함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시간.... 하나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데려다 주겠다고 따라나와서는, 밥이나 먹자고 하나를 끌고 카레를 먹으러 가서도 서준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합니다. ?(이름이 뭐냐?)", "알아서 뭐하게요. 어차피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닌데"... 끄응! 자존심 구겨지는 서준도 퉁명스럽게 맞받아쳐 버리지요. !"나도 바라는 바거든 룰룰루", 리필을 원하면 말하라는 단어를 하나 이름처럼 비꼬면서 말이지요. 알 수없는 미련이 남지만, 시간차를 두고 돌아보는 서준과 하나였지요.
폼나는 가죽코트를 벗고 끔찍하다 욕을 했던 두툼한 잠바를 사입는 서준, 하나의 조끼를 매장 직원에게 버리라고 했으면서도 자기도 알지 못하는 행동을 하지요. 볼일 없을 거라며 하나의 옷은 버리라고 했으면서도, 하나에게 줄 옷을 사고 있었던 게지요. 하나를 또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는 현실적인 판단과 다시 보고 싶다는 감정을 동시에 하고 느끼고 행동했던 것이지요.
조끼를 버리려 했던 것을 하나가 알게 되어 좋지 않은 감정만이 추가된 두 사람이었지요. "그쪽에게는 이 까짓 것인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몇 개 안되는 소중한 옷이에요. 다신 당신같은 재수없는 사람 만나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휴대폰 수리점에서 하나의 숙소를 귀를 쫑긋하고 듣던 서준은 하나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결국 하나가 묶고 있는 팬션으로 갔지만, 혼란스러운 마음만 들키고 말았지요. "난 미안하다는 얘기 절대로 안하거든", 미안하다는 말대신에 하나에게 주려고 산 옷을 주는 서준, 고운 말로 건네주면 병이라도 나는지 까칠하기 그지없습니다. "니 옷 봐줄 수가 없어서 하나 샀다"고 말이지요. 안입겠다고 돌아서는 하나를 향해 서준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전합니다.
"널 뭘로 했으면 좋겠냐? 친구하자니 수준이 안맞아 이야기가 안통할 것같고, 그냥 놀자니 따분하고, 데리고 다니자니 어디 내보일 수도 없고... 대체 널 뭘로 했으면 좋겠냐?". 까칠한 독설에는 하나에게 향한 관심이 들어있었지요. 하나가 직설적으로 물어보지요. "혹시 나 좋아한다는 거예요?", 당황하는 서준은 말까지 버벅대고 걸려온 전화한통이 당혹해 하는 서준을 구해주지요. 광고촬영에 문제가 생겼다는 오승윤의 전화를 받고는 쇼핑백을 던지고는 금방 다녀오겠다고, 밑도 끝도 없이 기다리라고 가버리는 서준입니다.
촬영문제를 해결하고 하나의 숙소로 온 서준, 눈치없이 오승윤이 하나의 옷에서 나왔다는 반지를 돌려주겠다고 따라붙으려고 하지요. 진심어린 충고와 함께 말이죠. "혹시 실장님 작업중이에요? 그 아가씨 순진해 보이던데, 노는 거라면 그만 두세요". 노는 것 아니라는 말에 진심이냐고 묻는 오승윤, 그놈의 허세와 자존심이 또 튀어나와 버립니다. "진심은 무슨 그런 촌뜨기랑... 지금까지 내가 만나왔던 여자들이랑 삐쩍마른 장작개비랑 비교가 되냐? 그냥 잠깐 노는 거지 뭐, 순진해서 쉽잖아. 시키면 시킨대로 다하고, 사람말 다 듣고 착각이나 하고, 농담으로 한 말에 혼자 진짜로 심각해져 가지고, 눈치는 또 얼마나 없는지...".
그런데 어떡하나요? 이 말을 하나가 다 듣고 말았으니 말이죠. "눈치없어서 미안해요. 내가 쉬운 지는 몰라도 노는 건 못해요. 내가 촌스럽고 순진하거든요. 기다리라고 해서 사과라도 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잠도 안자고 기다리고 있었던 건데... 착각한 김에 한 마디만 더할게요. 3초면 사람 꼬실 수 있다고 했죠? 아마 난 영원히 못 꼬실 거에요. 왜냐면 난 앞으로 당신 1초도 안볼 거니까".
하나를 뒤따라 들어갔지만, 하나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태성을 보고는 돌아서야 했던 서준입니다. 그렇게 서준의 3초는 끝나고 말았습니다. 미안함만을 남긴 채, 미안하다는 말도 전하지 못한 채, 다이아몬드 스노우 그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만을 간직하게 한 채 말이지요. 
서울로 돌아온 지 3개월, 서준의 다이아몬드 스노우 광고는 대박을 쳤고, 서준은 잠깐씩 일본에서 만난 룰룰루 하나를 떠올려 봅니다. 가슴 한쪽이 찜찜하고 아릿해져 오는 것을 느끼지만, 이내 오래동안 서준과 함께 한 외로움이라고 생각하고 맙니다. 그 두근거림도 시차처럼 일시적인 증상이었다고 말이지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기에...

한편 하나도 졸업을 하고 서울로 왔지요. 대학원에 진학해서 방을 구하러 다니던 중 팜플렛에 자기 얼굴을 보고 분노해서 서준을 찾아갔는데요, 사실은 서준의 조수 오승윤이 만든 것같기는 했지만, 어쨌든 팜플렛이 인연이 되어 서준과 재회하게 되지요. 서준을 죽일 기세로 찾아간 하나때문에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졌지요. 김시후(이선호)의 재등장으로 70년대보다는 더 복잡해 진 4각관계를 예측할 수 있었지요.
카페인줄 모르고 서준을 불렀다가 망신을 당하고, 카페 종업원의 친절한(?) 부연설명으로 서준이 어떤 인물이라는 것도 알게 된 하나였지요. 조수 오승윤의 밀대로 음지에서 욕많이 먹고 있나 봅니다. 서준이 싸가지가 좀 과하다 싶게 없기는 해요. 그죠ㅎ. 지하에 세든 주제에 간판은 건물이 통째로 서준 스튜디오인줄 알겠더군요. 카페 종업원도 은근히 웃기는 분이더라고요. 자기도 모르게 사진을 함부로 썼다는 말에 "고소하실래요?"라며 서준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모습에 빵터졌다지요.
서준을 기다리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하나, 창고처럼 너저분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자고 있던 선호때문에 작은 소란이 일어나지요. 비명소리를 따라 문을 연 서준은 보고도 믿기지 않은 하나를 보고 놀랍니다. 거짓말처럼 그녀가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처음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여자, 다이아몬드 스노우 그녀입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이 울렁거림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제는 그녀와 시작해 보고 싶은 서준입니다. 세상에 사랑이 있는지, 아니 이 두근거림이 사랑이라는 것인지 알고 싶은 서준입니다. 
70년대 서인하와 김윤희를 보면서는 아련하게 남아있는 옛사랑을 추억해 봤다면, 2012년 서준과 하나를 보면서는 나도 저런 예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이네요. 20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솟구치고 말이지요. 까칠한 허세남 서준이 촌뜨기 순진한 정하나를 만나, 사랑 그 순수의 빛깔에 당혹해 하고, 가식과 허세의 옷을 벗고 하나의 순진발랄함에 빠져드는 모습이 참 예뻐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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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0 14:50




"당신이 그날 제 그림 속에 우연히 들어왔던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내 풍경이었어요. 윤희씨를 처음 만난 날부터 내 풍경은 쭉 당신이었어요...", 1970년대 서인하의 첫사랑 윤희처럼, 세대를 반복해 그의 아들 서준의 카메라에 정하나가 들어왔습니다. 그들의 운명을 예고하듯 함께 보면 사랑을 하게 된다는 다이아몬드 스노우와 함께 말이지요.
김윤희를 보고 첫눈에 반한 서인하와는 달리, 2012년 서준과 정하나의 만남은 엉뚱한 일로 티격태격하면서 서준을 사랑의 포로로 만들었는데요, 인하와 윤희의 사랑을 서정성 짙은 감성으로 그렸다면, 서준과 정하나의 사랑은 비개인 뒤의 무지개처럼 화사한 느낌입니다.
70년대 서인하와 2012년의 서준에게 사랑은 감전과도 같다는 것이 똑같더군요. 감전사고처럼 전신을 휘감아버린 그 설레임을 '사랑'이라고 확신했던 것은, 두 사람 모두 여자에게 처음으로 두근거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를 하룻밤 즐기는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서준, 오만하고 까칠한 자뻑 포토그래퍼의 렌즈와 서인하의 캔버스는 표현만 다를 뿐 두 사람의 감정을 그려내는 속마음을 상징하지요. 서인하가 인물초상화를 윤희만을 그렸다면, 서준은 직업으로서의 모델이 아니라, 그의 마음에 들어온 풍경 정하나를 카메라에 담습니다. 그 옛날 서인하가 미대앞 벤치에서 책을 읽는 윤희를 보고 미친 듯이 스케치를 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너무나 닮은 꼴 오마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겹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장근석과 윤아의 분위기가 너무나 달라져서 1인2역을 했다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게 했으니 말이죠. 
 
무엇보다 놀란 것은 장근석과 윤아의 180도 변신한 모습이었습니다. 지난주까지 시청자를 촉촉한 비에 젖게 했던 인하와 윤희라는 캐릭터를 연기했었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줬지요. 깔맞춤 의상을 입은 듯 장근석의 허세쩌는 자존감과 윤아의 톡톡튀는 발랄함이 자연스럽고 좋더군요. 장근석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서준이라는 캐릭터가 여심을 얼마나 흔들 것인지도 기대도 되고, 특히 요정같이 깜찍한 윤아의 매력은 현대로 오니 훨씬 살더군요. 
전철역에서 우연히 몸이 부딪쳤던 서준과 정하나, 그때 정하나의 핸드폰이 서준의 호주머니에 들어갔는지, 마치 꼭 만나야 할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만나게 돼있다는 공식을 보여주듯, 운명같은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여자든 마음만 먹으면 3초안에 꼬신다는 작업남 서준은, 정작 한 번도 여자를 보고 두근거려 본 적이 없는 자칭 시크남이었지요. 바람둥이 기질도 농후하고, 여자와 가볍게 만나는 스타일같더군요. 서준에게 여자는 즐기는 개념이었지요.
부모의 영향때문인 듯도 보이더군요. 첫사랑을 잊지못해 괴로워했고, 어머니도 불행했다는 말을 통해 서준은 사랑을 불신하는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서준과 정하나의 대화를 통해 사랑의 두가지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행복과 슬픔이라는... 서준과 정하나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첫사랑을 말하는 장면은, 서인하와 김윤희에게 사랑이 어떤 얼굴로 남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지요. 서인하에게 사랑은 슬픔의 얼굴을, 김윤희에게는 행복의 얼굴이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난 사랑을 믿지않아. 우리 아버지는 첫사랑을 잊지못해 쭉 괴로워 하셨어. 어머니도 불행하셨고... 그래서 난 그런 사랑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
"우리 엄마는 평생 첫사랑을 잊지 못하셨어요. 그치만 그 추억때문에 쭉 행복하셨다고 해요. 나도 그런 사랑 하고 싶어요".
서인하의 사랑은 슬픔의 얼굴이었기에 서준에게도 사랑은 슬픈 색깔이었습니다. 서준이 사랑을 믿지않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김윤희에게 사랑은 행복의 얼굴이었죠. 꼭 병을 나아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던 윤희에게, 인하의 사랑은 그녀를 견디게 했던 힘이었던 것이지요.
사랑을 어떻게 추억하느냐에 따라 그 얼굴도 달라지는 듯합니다. 추억으로 한 페이지를 넘겨버린 윤희에게는 책갈피에 곱게 코팅해서 끼워둔 고운 빛깔의 은행잎처럼 아름다웠던 그대로 박제되었고, 넘기지도 못하고 접은채로 남겨둔 인하에게는 펴지지 않는 접은 자국처럼 상처로 남아있었나 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이 첫사랑이 두 사람에 특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 그 슬픔과 행복의 무게가 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의 슬픔을 보면서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서준이었고, 어머니의 행복을 보면서 하나는 그런 사랑을 동경하며 자랐지요. 
핸드폰으로 이어진 운명같은 만남은 작업남 서준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여자는 꼬셔도 여자에게 넘어가지는 않는다고 확신했던 자뻑남이 반대로 하나의 작업에 넘어가 버렸으니 말이죠. 그것도 3초 전에 가르쳐준 여자꼬시는 수법을 복사해서 반사하는 하나에게 말이죠.
3초만에 정하나의 마법에 빠져버린 서준, 사랑은 공식이 없습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예행연습도 없이, 별안간 순식간에 감전사고처럼, 예고없이 내리는 비처럼 다가왔습니다. 3초만에...두근... 사랑을 믿지않았던 서준에게 말이지요. 아직은 알지못하지만 슬픔과 행복 두얼굴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70년대 부모세대를 힘들게 하고 행복하게 했던 가슴시리고 저릿했던 사랑, 그 완성하지 못한 그림이 2012년 그 자식들에게는 어떤 얼굴로 담기게 될까요? 슬픔과 행복의 두 얼굴을 가진 사랑비가 지금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서인하의 캔버스와 서준의 카메라에 말이지요. 그들은 어떻게 그들의 풍경을 완성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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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4 13:10




순수라는 이름은 때로는 낡은 구닥다리 유물처럼 몸에 맞지않거나, 혹은 헌책방에 먼지 가득 뒤집어 쓴 채로 쳐박혀 있는 오래된 판형의 어린왕자처럼, 낡은 감성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가 멀리 와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순수의 시대, 수채화처럼 때묻지 않고 말고 투명한 아름다움으로 찬란히 빛날 것만 같았던 청춘이라는 시대에서 말이지요. 청춘, 그 행복했고 아프기도 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서인하, 김윤희, 이동욱, 김창모, 백혜정, 황인숙이었습니다.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윤희는 미국으로 떠났고, 입영열차를 타고 군입대를 하는 것으로 첫사랑, 그들을 행복하고 아프게 했던 사랑을 끝내야 했습니다. 치료가 끝나면 돌아올 것이라는 말에, 입영열차를 타고 떠나는 인하의 눈에 슬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윤희가 떠난 이유를 알아 슬펐고, 그녀가 돌아올 것이라는 말에 행복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린 감정을 장근석이 눈물로 보여 주더군요.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장근석의 눈물은 꽤 오랜 시간 인하의 모습으로 기억될 듯 합니다. 32년이 흐른 후에도 윤희를 잊지못하는 중년 서인하의 감정과 함께 말이지요. 장근석의 눈물에 함께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인하의 눈물은 그의 마음에 흐르는 사랑비였습니다. 행복과 슬픔이라는 두 가지의 이름을 가진 사랑이라는 이름의...
그리고 한 세대를 건너 다음 세대로 사랑은 되풀이됩니다. 2012년 일본의 열차승강장에서 부딪친 서준과 정하나, "하나, 둘, 셋", 3초 그 뜨거운 열병이 말이지요. 4회 내용은 어제 올린 리뷰글에서 추측으로 썼던 내용과 거의 똑같아서 다시 정리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시청자도 읽어버리는 스토리, 설마 2012년에는 아니겠지요, 작가님!

외모부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장근석과 윤아가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에 기대를 가지게 하더군요. 윤아는 과거 김윤희보다는 밝은 모습으로 변신했고, 장근석은 한쪽 머리를 민 파격적 헤어스타일과 귀에 과감한 피어싱을 한 모습으로 등장을 했는데, 특히 장근석의 까칠해 보이는 캐릭터가 매력있을 듯합니다. 서준앓이가 시작되기를 바래봅니다.
솔직히 4회까지의 진부한 설정과 느려터진 전개를 보면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제 자신에게 의구심을 품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못한 것은 대사보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순수의 색을 가진 '사랑', 그 영롱하고 청초한 사랑의 빛깔때문이었습니다.

장근석을 보면서 상대여배우를 잘못만났다는 생각이 잠깐 들더군요. 감정의 스파크가 일지 않는 듯한 겉도는 연기가 서인하와 김윤희라는 두 캐릭터 못지않게 답답했거든요. 청순가련한 윤희라는 인물을 연기한 윤아의 연기가 썩 나쁘지는 않았지만, 드라마만큼이나 답답한 표정과 몇가지 안되는 표정연기가 예쁜 인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조금은 부족한 연기를 보였습니다. 물론 윤희라는 답답한 캐릭터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도 있지만 말이지요. 소녀시대 윤아팬들에게 몰매를 맞을 소리지만...
하지만 꾹 참고 본 것은 2012년의 지금의 모습에서 윤아가 연기를 일취월장한 모습으로 변신할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밝고 활기찬 모습의 정하나라면, 윤아의 답답한 청순가련에 오색찬란 무지개가 뜰거라는... 윤아양을 믿어요^^

윤아가 연기한 윤희라는 캐릭터를 모니터링하면서 이미숙이 화병이 생겼다는 웃지못할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조신하고 여성적인 윤희라는 인물을 연기하자니, 성격이 화통한 성격파 배우 이미숙에게는 고역이었다는 뜻이었겠지요.
여담이지만 이미숙과는 저 혼자만 사사로운 친분이 있어서, 오래전부터 남다른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대학다닐때 상도터널이 보이는 상도동 언덕배기 집에 살았는데, 바로 옆집이 이미숙의 집이었답니다. 지대가 높아서 대문을 들어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했었지요. 제 방 창문에서 보면 골목길이 몇층 높이에서 내려다 보이는 느낌이 들었던 집이었죠. 골목 맞은편집은 중견배우 남능미씨의 집이었는데 제방에서 보면 그 집 정원도 보였고, 가끔 남능미씨가 골목길을 쓰는 모범시민의 모습을 보기도 했었습니다.
저녁에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이미숙을 몇번 창문을 통해 본적이 있었어요. 유명연예인을 보는 것이 설레여서, 혹이라도 이미숙이 창문을 올려다 보고 손이라도 흔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반, 연예인을 구경하는 마음반이었지만, 쑥스러워 소리를 내거나 인사를 건네거나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미숙을 개인적으로 훔쳐보면서(?스토커는 아니에요) 느꼈던 것은, 성격이 평소에도 활달하고 시원해 보이더군요. 기사인지 매니저인지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모습이 꽤 시원스러운 말투였거든요. 
이미숙의 연기가 조신과는 담쌓은 연기만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윤희라는 캐릭터는 이미숙의 시원하고 화통한 성격상 많이 신경쓰였을 듯합니다. 또한 대개의 캐릭터들이 개성이 강한 역할들을 주로 했었기에 부담도 되었을 듯하고 말이죠. 화병이 났다는 것도 그래서였을 듯합니다.
이미숙이 얼마나 캐릭터 분석을 철저히 하는지, 프로의식을 말하는 대목이기도 하죠. 아역배우(윤아의 경우는 아역이라고 하지는 못하지만 아무튼)와의 싱크로율을 맞추기 위한 성인연기자들의 고충이기도 하고, 캐릭터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정진영은 오히려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진역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장근석에게 놀란 것은 정진영과의 싱크로율까지 안배한 듯 인하라는 캐릭터를 섬세한 표정연기, 그리고 대사톤으로 훗날의 정진영의 분위기와도 연결하는 모습때문이었습니다. 
얼마전에 종영한 해를 품은 달에서 성인연기자들이 초반에 고생을 했던 부분이 아역연기자들과의 싱크로율이었습니다. 물론 끝까지 아역과의 싱크로율은 커녕 다른 모습조차 보이지 못했던 배우도 있었지만, 대개 후반부로 가서는 연기가 안정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지요. 
사랑비는 다른 드라마들과는 달리 성인연기자들의 뒤를 이어 중년연기자들이 그 뒤를 이었다는 점입니다. 아역연기자들의 성인으로는 변화와는 다른 느낌을 줄 것이라는 거죠. 중년이 된 모습이 짧은 분량이었다면, 얼굴에 검버섯 몇개, 혹은 주름살 몇 개 긋고, 노화한 목소리로 연기를 하기도 하지만, 사랑비는 중년배우로 교체되지요. 물론 젊은 시절을 연기했던 장근석과 윤아는 2세들로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변신할 예정이고요.

4회라는 꽤 긴 분량의 과거가 나왔기에, 중년연기자들에게 싱크로율은 부담이 클 듯 합니다. 이미숙과 정진영은 워낙 연기내공이 센 분들이라, 새로운 모습으로 성격이 변화된다 해도 그 이질감마저 느끼게 하지 못할 배우들이지만 말이지요.
사실 아역연기자와 성인연기자의 교체보다, 성인연기자와 성인연기자의 교체가 싱크로율을 맞추는 문제가 더 어려울 겁니다. 우선 확연히 다른 외모가 문제지요. 이를 커버하는 것이 분위기겠지요. 이미숙이 윤아의 분위기를 연기하다 화병이 났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을 테고 말이지요. 정진영은 장근석이 그와 흡사한 분위기를 연기해서 이미숙보다는 수월할 듯하더군요. 물론 연기력의 의미가 아니라, 캐릭터의 연결성을 말합니다.
그런데 장근석을 보면서 놀란 점은, 정진영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에요. 목소리톤도 느리고 천천히, 차분한 어조를 일관했고, 특히 표정은 무거운 듯 진중한 표정으로 표정연기를 다양하게 하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정진영은 진중한 표정연기와 차분한 대사톤, 투박한 듯한 표정이 특색인 배우입니다. 장근석은 서인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실상 장근석의 무기랄 수 있는 장근석표 연기를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절제를 하더군요. 얼굴빛은 어두웠고, 메이크업에도 신경쓰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고루한 촌놈이다, 나는 모범생 진지남이다"라는 듯, 젊은 나이답지 않게 촌티와 진지함이 더덕더덕 붙어 있었는데, 바로 정진영의 진지함과 묵직함, 무거워 보이는 표정이 떠오르더군요. 그동안 장근석이 나오는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투박한 표정은, 정진영 특유의 투박한 묵직함 혹은 진지함이었습니다. 장근석이 중년 서인하를 연기할 정진영을 역으로 벤치마킹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약간 구부정한 어깨와 시선처리, 촌스러울만큼 고지식해 보이는 표정은, 정진영의 젊었을 때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게 합니다. 그래서 아직은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정진영의 서인하가 낯설지 않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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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3 09:20




인하가 도망가면 윤희가 다가오고, 그녀가 도망가면 인하가 다가갔습니다. 인하와 윤희의 사랑은 질긴 운명처럼, 그렇게 서로를 놓치 못하고 멀어지고 다가가기를 반복하며, 힘겨워 합니다. 완성하지 못한 사랑비를 들려주고 인하는 모두에게 충격선언을 했지요. "군대가게 될 것 같다".
휴학하고 군대에 자원했다는 말에 동욱과 윤희의 놀람 다른 이유로 화나게 합니다. 사전에 한마디없이 군입대를 자원한 친구의 독단적인 결정에 화나는 동욱이고, 자기때문에 힘겨워 도망가려 하는 인하에게 화가 나는 윤희였습니다.
자기때문에 그러는 거냐고 묻는 윤희에게, 인하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전하지 못할 것같기에 그의 진심을 고백하고야 말았지요. "다 거짓말이었어요. 내 그림, 윤희씨가 우연히 내 풍격에 들어온 게 아니라, 그날 윤희씨가 내 풍경이었어요. 처음 만난 날부터 내 풍경은 쭉 당신이었어요. 그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것(당신)때문에 항상 설레었어요. 미안해요, 비겁했던 거...".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는 인하, 뒤늦은 고백에 눈물이 밎히는 윤희, 두 사람 사이에 말보다 더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지요. 다리 위에 서있는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던 황혼의 노을처럼, 인하의 나래이션이 흐릅니다. "좋아한다는 말도, 많이 아프다는 말도 제대로 전해보지 못하고, 하늘 가득 펼쳐진 수채화같은 황혼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것이 모두를 힘들지 않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인하, 사랑은 행복과 슬픔의 두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는 말이 인하의 이야기라는 것을, 행복은 그녀의 몫으로 슬픔은 인하의 몫으로 감당하고 싶었던 인하였습니다. "어디서든 나는 매일매일 당신의 행복을 바랄겁니다", 윤희에게 태엽시계를 남기고 춘천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난 인하, 인하의 눈에 러브스토리 상영간판이 눈에 띄지요.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인하를 아프게 합니다. 함께 할 수 없기에 말이지요.
인하가 남기고 간 시계를 본 윤희는 인하를 향해 달려가고 말았지요. 그를 향해 달려가버리는 설레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스케치를 한다는 청평사 어느 곳에도 인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떠나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 윤희였지요. 윤희의 눈에 들어온 러브스토리 상영간판, 비가 내리는 춘천역 극장앞에서 운명처럼 다시 만난 두 사람입니다. "보고 싶어서요. 오늘 아니면 못볼까봐...", 인하와 영화 러브스토리 둘 다 함축시키는 대사는 드라마의 서정성을 더해주더군요. 

러브스토리를 보면서 윤희의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는 인하의 설레임, 상투적인 설레임의 표현기교지만 그 설레임이 시청자의 것으로 전가되는 것은, 장근석의 촌티나는 순수함때문이었을 겁니다. 기교부리지 않은 23살의 청춘, 장근석이 그 시절의 풋풋한 감정전달을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춘천역으로 온 인하와 윤희, 어김없이 등장하는 막차는 떠나고 였습니다. 숨이 찬 윤희의 손을 잡고 대합실로 들어갔던 인하가, 윤희가 손을 빼려하자 꽉 잡는 모습에, 가슴이 콩콩하기도 했답니다. 호객행위를 하는 스카프 아줌마의 유혹(?)도 거절하고 밤기차를 타고 동해바다를 향한 인하와 윤희,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상처를 입힐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사랑, 그 미완의 설레임이 말이지요.
기차 유리창에 글씨로 쥬고 받는 대화는 고전적인 영상을 한층 세련시켰더군요. 글씨를 쓰고 입김을 불어 나타나게 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순수의 빛깔이었습니다. "행복해요?", "!" 짧은 영상이 주는 수많은 대화이기도 했지요. 

동해의 바닷가에 앉아 미완의 사랑비를 완성하는 인하와 윤희, 슬프게 끝날 것 같아 완성을 못했다는 인하에게 윤희가 그녀의 마음을 전하지요. "이젠 아니죠? 우리 같이 만들어 볼래요?", 사랑이 슬프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윤희도 인하를 좋아한다는 고백이었으니 말이죠. 윤희의 볼에 키스를 하는 인하, 한 발자욱 한 발자욱 그녀에게 다가서는 것이 행복한 인하입니다. 윤희의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인하입니다. 매일매일을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인하입니다. "사랑합니다".
서울로 돌아온 인하와 윤희, 물론 두 사람의 증발로 쎄라비 친구들은 발칵 뒤집혔지요. 인하의 캐비넷에서 윤희의 그림과 일기장을 보게 된 혜정, 윤희가 인하를 만나러 춘천에 갔다는 것을 알게 된 동욱, 인하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창모(서인국)가 어떻게든 수습을 해보려하지만,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지요.
동욱에게 윤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인하, "내가 말했던 3초, 윤희씨였어. 미안하다, 하지만 이제 너한테 양보하지 않을거야". 친구에 대한 배신감에 충격받은 동욱과 인하를 짝사랑하고 있는 혜정의 눈물이 두 사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했지요. 친구들에게 좋아한다고 밝히고, 이제는 마음껏 그리워 해도 된다는 행복감에 겨워, 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로의 집을 향한 두 사람, 그렇게 두 사람에게 사랑은 행복한 것이었습니다. 영원히 계속될 것같은 행복...
그러나 사랑의 또 다른 얼굴 슬픔이 그들을 향해 시작된 사랑보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야 말지요. 혜정(손은서)이 인하의 캐비넷에서 본 윤희의 일기장이 두 사람의 비극을 예고했지만, 일기장보다는 윤희의 병이 두 사람을 이별하게 하는 이유가 될 듯하더군요.
"일기장을 보고 말하는 것을 보고 그게 사랑이었다고 착각했었어요"라며, 차갑게 돌아서는 윤희의 모습이 나오기도 했지만, 윤희도 인항의 사랑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진심이기 때문이라는 의미를 윤희도 알고 있었지요. 
일기장보다는 윤희의 병이 두 사람에게 비극적인 이별을 하게 할 듯하더군요. 동해바다에서 돌아온 윤희가 어지러워하더니 길에 쓰러져 버렸고, 행인이 윤희를 병원에 옮겨 응급처치는 받았지만, 간호사가 의사선생님이 말해 줄 것이라는 말로, 윤희에게 안좋은 일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지요. 아마도 정밀검사를 하고 윤희에게 결과를 보러 병원에 다시 오라고 했을 듯하더군요. 얼굴이 창백하고 잔기침을 하기도 했던 윤희의 상태를 보니, 폐결핵이 의심되더군요. 70년대에 결핵이나 폐결핵이 젊은 이들에게도 영양부족과 열악한 환경에서 발생빈도수가 높았던 것을 보면 말이죠. 
알려진대로 윤희는 미국으로 건너가, 후에 중년이 된 윤희를 이미숙이 연기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니, 병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가야하기에 윤희가 인하를 떠날 결심을 하지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병이 있다는 말을 하지는 못하겠지요. 폐결핵이나 결핵이 전염질환임을 알면서도 인하가 윤희를 멀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윤희가 더 잘알 것이기에 말이죠. 격리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인하는 윤희를 떠나지 않으려 하고, 그래서 일기장을 핑계로 모진말을 하고 인하와 이별을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인하를 멀리 하는 것은 미국으로 가버리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윤희같아서 말이죠. 지켜주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것이 사랑이기도 한,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이 윤희가 미완성으로 남겨야 했던 인하와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윤희가 떠나고 인하는 군입대를 하면서 그렇게 그들의 행복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던 사랑은 그들의 기억에 청춘의 한페이지로 남습니다. 못다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가지 못하고 접혀진 채로 말이지요.
사랑비는 쌍팔년도에나 있었을 법한 드라마적인 기교를 통해, 지독할 정도로 진부한 고전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랑도 있었노라'며, 덧칠하기를 거부하고 투명한 수채화를 고집하는 윤석호 감독과 오수연작가의 뚝심이 공해에 찌든 마음을 정화시켜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색깔의 사랑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를 깊숙이 적셔줄 지, 우려도 됩니다.
 
설마 이렇게 시청자도 쉽게 알 수 있을 설정들을 넣나 의아할 정도로, 드라마는 낡음과 느림, 익숙함을 고집합니다. 그리고 말하죠.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데는 3초가 안걸렸다, 그러나 사랑을 보낼 때 3초로는 불가능했다". 인하의 회상을 느리게, 아주 느리게 그리고 있는 이유는, 30여년 후 인하와 윤희에게 여전히 접혀진 상태로 유효한 첫사랑, 그 설레임이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낡음과 느림이 2012년 2세들의 사랑과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을지를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죠.
슬슬 속도를 내줬으면 싶었는데, 다행스럽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2012년의 장근석과 윤아의 변화된 모습이 예고편에 등장해서 반갑더군요. 낡은 사진첩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장근석과 윤아의 답답하고 서툰 사랑과, 2012년 세련된 모습으로 파격등장한 장근석과 윤아가 보여줄 사랑은 어떻게 다를지, 캐릭터의 변화만큼이나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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