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2.03.28 '사랑비' 서인국의 재발견,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 (6)
  2. 2012.03.27 '사랑비' 윤아-장근석의 엇갈린 사랑, 복장터질것 같이 예쁜 드라마 (6)
  3. 2010.11.10 '매리는 외박중' 문근영 망가뜨리는 '매리는 독백중' (52)
  4. 2010.11.09 '매리는 외박중' 문근영, 귀여움 지나치면 어린신부된다 (53)
2012.03.28 09:38




닿을 듯 닿지 못하는 인하와 윤희의 가슴앓이가 안타까웠던 사랑비 2회였습니다. 예고편에 인하가 윤희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것을 보니, 불편한 3각관계는 끝날 듯한데 인하를 좋아하는 백혜정이 더 큰 갈등축으로 등장할 듯하더군요. 세라비 3인방과 가정과 미녀 3인방이 날리는 화살이 어째 이리 엇갈리기만 하는지, 그렇게 엇갈리고 아파하면서 성장해 가는 것이 청춘이겠죠.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허공에서 부딪치다 마는 인하와 윤희의 눈빛, 서로에게 향하는 눈빛은 감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인하도, 윤희도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 지를 알지만, 확인하기를 두려워 할 뿐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용기를 내어 다가갔면 좋으련만, 너무나 닮아있는 두사람이지요.

'그 순간 어떻게 해도 난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동욱이 축제날 윤희에게 고백을 하겠다는 말을 들은 인하는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이 밤이 지나가면 그녀를 정말 보내야 한다는, 다시는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말이지요. '사과를 맞추면 윤희씨를 포기하지 않겠다, 그게 동욱이라고 해도...',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지를 확인했던 인하였습니다. 3초만에 느낀 설레임이 사랑일까? 차라리 안되는 인연이라고 빗나가 주지, 사과를 뚫어버린 화살이 야속한 인하였습니다. 아니 용기없는 자신이 답답할 뿐입니다.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 순간 그녀가 손을 빼지 않았다면 고백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가슴이 뛰었다고 말이지요. 내 그림속 인물은 평생 윤희씨만을 그리고 싶다고 말이지요. 축제의 간판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반사적으로 윤희를 안고 넘어진 인하, 다행입니다. 그녀가 다치지 않아서, 그리고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그녀를 안아서 행복했습니다. 팔이 부러진 아픔도 느끼지 못했을만큼 말이지요.
김밥을 싸온 윤희, 인하는 윤희를 데리고 악기상가를 가지요. 주문해 둔 기타에 그녀의 체취를 담아두고 싶습니다. 인하의 노래는 윤희 그녀에게 전하는 노래가 될 것이고, 그림의 주인공은 김윤희 그녀만이 될 것입니다.

화실로 돌아온 인하와 윤희, 함께 김밥을 먹자고 인하가 물을 뜨러 간 사이 윤희는 인하가 뒤집어 버린 스케치북 속의 여자가 , 백혜정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알지요. 인하의 캐비넷을 열어 본 윤희, 자신을 그린 그림들이 쌓여있음에 인하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기분이 좋은 윤희였습니다. 혼자만의 설레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으니까요.

복고와 진부함의 차이, 머피와 샐리의 법칙에서 벗어나라

윤희를 그린 그림을 들키고 만 인하, 윤희를 뒤쫓아가 고백을 하려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머피의 법칙이 인하와 윤희에게 어김없이 등장하고 말지요. 창모(서인국)의 목소리에 동욱을 떠올리고 거짓말을 해버리는 인하였습니다. "그림들 별 뜻 없어요. 나한텐 그냥 풍경이에요. 그날 그리려던 풍경 속에 윤희씨가 있었던 것 뿐이에요". 손도 괜찮아졌으니 도시락도 싸오지 말고, 무엇보다 동욱이 한테 오해받고 싶지 않다고, 동욱이는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라고 말하는 인하였지요. 친구를 택하겠다는 의미로 알아들은 윤희, 그 말은 윤희의 마음에 대한 분명한 거절이었지요.
인하에게 거절당한 윤희, 졸졸 따라오는 동욱에게 냉랭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동욱이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를 말하자, 마음이 살짝 움직이는 듯한 윤희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인하나 윤희처럼 뜨뜨미지근하게 굴다가 여러 사람 상처를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윤희와 인하라는 캐릭터에 큰 매력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런 성격의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많은 부분 이해를 하고 보고 있지만 말이죠.
"누굴 닮았어. 좋아하는 이유...", '설마 엄마라고 말하지는 않겠지? 아무리 촌스러운 복고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시에, "어릴 때 돌아가신 우리 엄마"라고 말하는 동욱이더랍니다(흐익!!! 세상에나, 순간 누군가의 채널돌리는 소리가;;). 엄마와 닮았다는 말만큼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도 없지요. 상당히 로맨틱하면서도 모성애를 유발하는 즉효약이니 말이죠.
그런데 그간 드라마를 통해 엄마를 닮아서, 그것도 돌아가신 엄마를 닮았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식상하더군요. 엄마를 닮았다는 말이 아주 심각한 상황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하나의 코드였는데, 사랑비에서는 동욱의 간절함이나 진실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가벼워져 버린 '돌아가신 엄마' 드립이었죠. "나도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어요", 부창부수인지 동지의식 다지는 윤희까지...암튼 이 구닥다리 코드를 어이할꼬 싶네요.

동지의식으로 살짝 가까워진 두 사람, 동욱이 윤희에게 사귀자는 프로포즈를 했지요. 동욱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싶으면, 라디오 공개방송 합숙여행을 떠나는 날 기차역으로 나와주라는 조건으로 말이지요. 기차는 떠나려는데 나타나지 않는 윤희, 동욱은 윤희가 거절했다는 것으로 쉽게 포기하고 기차에 올라 버리지만, 동욱보다 인하가 더 윤희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나타나지 않으면 다시는 그녀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이지요. 친구의 여자친구라고 할지라도, 친구의 옆에 서있는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할 것 같았던 인하, 그래서 슬펐던 인하였습니다.
기차는 출발하고 모퉁이를 돌아서 뛰어오는 윤희, 분명 망설이다 늦은 것이겠지만, 달리는 기차와 함께 위험스럽게 뛰는 여자, 그 여자를 안간힘으로 손을 뻗쳐 기차로 끌어올리는 남자, 일종의 샐리의 법칙이죠. 기차가 나오면 감초처럼 등장하는 고전드라마의 정석입니다. 설마 2012년에도 이런 고전의 정석을 보여주면, 영상미를 떠나 설정의 진부함에 눈이 돌아갈 것 같은데, 오수연 작가와 윤석호 피디, 사고에 세련미를 더해주면 안될까요?;;. 
모래사장에서 자작곡을 들려주는 인하, "비오는 저녁 그대 모습 보았죠. 오래 전부터 보고 싶은 그녀를. 우산이 없는 그녀에게 말했죠, 내 우산 속으로 그대 들어오세요.... 사랑비가 내려 오네요". 윤희는 알지요. 그것이 윤희와 인하의 이야기임을 말이지요. 노래가사의 그녀가 3초 아니냐고 묻는 동욱, 인하가 모두 앞에서 뭔가를 고백하려는 장면으로 2회가 끝났네요.
예고편을 보니 인하와 윤희가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러브무드로 진행되는 것같더군요. 이제 속도 좀 내는 건가 싶어 반갑기도 하고, 그들의 사랑이 풋풋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만큼, 안타까운 이별을 할 것을 알기에 슬퍼지기도 합니다. 

서인국의 재발견,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
쑥맥같은 남녀주인공들의 보면 조금 답답하기도 하지만, 느리게 다가가는 가볍지 않은 설레임은 70년대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의도적인 기법일 겁니다. 3초라는 빠른 시간과는 대조적으로 느리게 다가가는 사랑, 성질 급한 사람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한 드라마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물리적인 시간의 극명한 대조는 바쁜 우리들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여과장치이기도 합니다. 
이 정적인 드라마에 감초처럼 활기를 주는 동적인 캐릭터가 있지요. 세라비 3인방 중에 한 사람만 나오면 웃음이 실실 나오고 빵빵 터집니다. 매력적인 귀요미에 속깊은 빈대(?) 김창모(서인국)입니다. 슈스케 출신 서인국을 한 눈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았어요.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노래를 부를 때, 어디선가 들은 목소리다 싶었는데 서인국이더라고요.
미대 작업실에서 정물화 소품 사과를 먹다가 걸려 누드모델이 되기도 하고, 찰진 경상도 사투리는 어디서 저런 물건이 나왔나 싶을 만큼, 연기가 자연스러워 놀랐습니다. 출신지가 경상도라 어색함이 전혀없는 사투리는 그 엉뚱한 표정과 온몸을 던지는 연기에 녹아들어 빵빵 터집니다. 누드화 모델이 되어 굴욕을 겪었던 서인국, 2회에서는 물풍선 세례까지 깨알웃음으로 드라마 분위기가 쳐지는 것을 막아주더군요.
인하가 윤희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던 창모(서인국). 인하에게 "룸메이트에게 할 말, 혹은 상담하고 싶은 것 없느냐"며, "여자문제라던가"를 반복해서 묻는데,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진지한 모습에 빵터지게도 했지요. 얼마나 인하가 안쓰러웠으면, 대놓고 묻지는 못하고 간접적도 아닌, 반은 직접적으로 옆구리를 찌르나 싶어서 말이지요. 도대체 뭔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영문을 모르는 인하였지만 말이지요. 
짝사랑하고 있던 백혜정(손은서)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진지함과 열받은 민망함을 능숙하게 보여 주기도 했지요. 도무지 정리가 안되는 수학문제는 인하와 윤희, 동욱의 얽힌 관계이기도 했지만, 자신과 혜정, 그리고 인하의 삼각관계이기도 했죠. 서인국이 설명하는 X, Y, AY, BX의 관계를 시청자는 알고 있지만, 멍해져 버린 백혜정이었죠.
자리를 뜨려는 백혜정이, 인숙을 불러 술값 계산하라고 하면서 인숙의 마음을 외면하는 창모에게 너무한다고 잘 좀해주라고 하자, 창모는 "그렇게 당당하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부럽다, 사정상 말못하는 사랑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며, 인하의 처지와 자신의 처지를 알듯 모를듯한 말을 흘리지요. 누굴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이 이미 좋아하고 있다던가, 가난한 시골집, 동생들이 5명이나 있는 장남이라, 도저히 좋아할 여건이 못되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면서 말이지요.
백혜정이 그런 것을 비겁한 것이라고 무조건 얘기해야 한다고 말하자, 용기를 얻은 김창모는 그만 혜정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지요. 혜정이 오래동안 인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좋아한다고.... 창모의 고백에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처음부터 좋아했는데 동생 다섯명이 딸린 시골 장남이라 말 못했다고 하는데, 그 순간 서인국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하면서도 슬퍼 보이더군요. 
황당스러워 하는 혜정을 보고 무안해진 창모, 괜한 고백으로 혜정을 보기가 어색해서 춘천가는 기차에서도 혜정을 피하다, 본의아니게 인숙과 엮이기도 했지요. 키스를 바라는 인숙의 입술을 보고 침 꿀꺽꿀꺽 삼키다가, 괴성을 지르며 일어나버린 순수 청년, 유혹 앞에 갈등하는 진지한 듯 코믹하고, 코믹한 듯 진지한 표정연기 대박이었죠!
서인국이 처음 연기를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잘하더군요. 어눌하면서도 순수한 창모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표현하기도 했고 말이지요. 창모같은 남자가 진국인데...
인하는 지극히 내성적이고 소심한 캐릭터라면, 동욱은 무신경하고 눈치없는 부잣집 아들의 캐릭터지요. 두 사람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김창모라는 캐릭터가 있음으로서 비로소 세라비 3인방을 완성한다는 느낌이에요. 창모는 인하가 그린 윤희의 그림을 동욱과 혜정이 보지 못하게, 문을 가로막는 속깊은 친구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주인공 주위의 친구들 중에 분위기 메이커 역할은 톡톡히 하면서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캐릭터로 쩌리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서인국은 감칠맛나는 사투리와 자연스러운 연기로 쩌리화 되기는 커녕,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 주더군요.
가수로서 연기에도 도전해서 성공하는 남자연예인들 중 대표적인 배우가 이승기, 박유천입니다. 물론 두 사람은 연기를 처음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물이 오른 연기자들이죠. 서인국과 비슷한 길을 걷는 가수 중에 하이킥3에 출연중인 강승윤도 빼놓을 수 없지요. 강승윤과 서인국을 보면 발연기하는 배우들보다 훨씬 연기가 낫더군요. 사랑비의 미워할 수 없는 귀요미 창모, 캐릭터의 존재감을 좋은 연기로 살리고 있는 서인국의 재발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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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2:35




사랑비를 보면서 스무살 딸아이가 울더군요. 평펑 운 것은 아니고 그냥 눈물이 그렁그렁해 지더니 주륵.... 그 시대 서인하와 김윤희같은 첫사랑을 하기도, 혹은 봤기도 했던 엄마는 알듯 모를 듯 희미한 미소만 지었는데 말이죠.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화면이 너무 예뻐서 그냥 눈물이 났다네요. 대학 1학년 딸아이가 눈물을 흘렸던 이유를 알 것도 같더군요. 인스턴트 커피같은 사랑이 아닌, 눈물이 날 것같은 그런 순수한 사랑에 대한 동경, 혹은 로망(?)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영상미의 대가 윤석호 피디와 감성의 작가 오수연의 만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레였던 사랑비는, 봄비처럼 촉촉하게 다가왔습니다. 첫회를 시청한 느낌은 느린 왈츠곡을 들은 느낌입니다. 나른한 아름다움이랄까, 편안하면서도 좋은데, 심하게 음악에 빠지면 졸음이 올 것같은....음악 자체는 참 좋았습니다. 올드한 사랑코드와 캐릭터가 진부하기는 했지만, 70년대니까 용서를 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으로 봤네요;;
윤석호 피디와 오수연 작가는 사람의 감성을 한 사람은 그림으로, 한 사람은 글로 풀어내는 탁월한 감각이 있는 분들이죠. 가을동화 겨울연가에 이어, 사랑비가 뜨거운 반향을 일으킬지는 모르겠지만, 느리게 다가가는 서툰 사랑이야기, 서툴어서 실패하고 아파하고 상처를 입기도 했던, 우리들의 혹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그들의 스타일대로 풀어냈습니다. 봄비와 노랑우산처럼 말이지요. 

윤석호 피디와 오수연 작가의 조금은 낡은 감성으로 보이는 복고풍의 사랑을, 신세대 장근석과 윤아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반 기대반이었는데, 장근석과 윤아의 케미도 좋고, 연기도 안정되어 예쁜 그림으로 나오더군요. 윤아의 청순하고 단정한 이미지와 촌티나는 어수룩함도 장근석에게서는 순수가 돼버리는 사랑비였습니다.


사랑비 초반부는 과거의 시간을 망원경으로 끌어당겨 보듯이 서인하와 김윤희의 첫만남과 사랑을 보게 합니다. 70년대 한 대학의 캠퍼스, 윤희를 보고 첫눈에 반한 인하였지요. 3초만에 사랑이 가능할까? 사랑이 시간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번개처럼, 때로는 폭풍우처럼 신열로 펄펄 끓게 하는 사랑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말이지요.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윤희를 본 인하, 스케치북에 그녀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하지요. 홀연히 없어져 버린 그녀를 찾아 미술실에서 뛰어나가는 인하, 윤희와 부딪치고, 윤희의 책을 집어주며 인하의 심장이 미치게 뛰기 시작합니다.
요즘이라면 핸드폰 번호를 따거나 이름을 물어보거나, 속된 말로 작업을 걸 수도 있었겠지만, 그 시대의 많은 남자들이 인하같았습니다. 좋아하는 여자앞에서는 수줍어서 말도 붙이지 못하는 그런 남자들 말이지요. 윤희에게 한마디 말도 붙이지 못하고 돌아서는데, 때마침 나오는 국기하강식,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라 웃음도 나오고, 뒷걸음질쳐서 윤희와 나란히 서는 인하의 모습이 귀엽더라죠.

인하는 연필을 찾다 윤희가 떨어뜨린 일기장을 줍게 되지요. 코팅한 노랑 은행잎에 쓰인 러브스토리의 글귀, "사랑은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사랑이 어긋날 것이라는 슬픈 복선이기도 했습니다. 윤희에게 일기장을 돌려주기 위해 가정대 앞에서 서성이지만, 발걸음을 돌리는 인하였지요. 인하를 불러세운 것은 놀랍게도 윤희였습니다. "혹시 제 일기장, 아니 노란 노트 못보셨어요. 아무도 보면 안되는 건데...", 일기장을 봐버렸던 인하는 순간 찔려서 주웠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말지요. 윤희의 읽기장을 읽고 또 읽고, 그녀가 더 알고 싶어진 인하입니다. 3초만에 마음을 빼앗아 버린 운명처럼 다가온 여자 김윤희를 말이지요.

어린왕자를 좋아하는 윤희때문에 도서관에 가기도 하고, 윤희와 친구의 대화에 끼어들기도 한 인하였지요. 물론 잘못된 자신의 루머를 정정해 주기 위함이었지요. "없어요, 정혼자...". 비가 내리는 도서관 앞, 윤희를 위해 창고를 뒤져 우산을 구해오는 인하였지요.
고장난 노란우산과 비, 노란우산은 그들의 설레이는 사랑의 시작을 조심스럽게 감춰줍니다. 서로의 몸이 닿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면서도 자신이 비를 더 맞으려고 우산을 밀어내는 모습은, 식상한 고전임에도 고전이기를 거부합니다. 사랑이라는 설레임의 시작은 현대와 고전이 따로 없으니까요. 담쟁이 넝쿨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의 대화처럼, 비에 젖은 두 사람의 함초롱한 눈빛만으로도 설레임이 전달되지요.

드라마를 보다가 딸아이와 동시에 "아, 복장터져"라고 소리를 쳤던 장면이 있었어요. 다가섬에 서툰 인하가 있었다면, 인하와는 다르게 적극적인 친구 동욱으로 인해 인하는 윤희에게 더 다가서지 못하고 말더군요. 끌려나간 미팅자리에 윤희도 나왔고, 하필이면 동욱이가 3초만에 반했다는 여자가 가정대 마돈나 김윤희였다는 것을 알게 된 인하였지요. 서로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4B연필을 자기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파트너를 빼앗겨 버리는 인하, 드라마는 복장터지게 하지만, 인하라는 캐릭터는 제가 구세대라 그런지 충분히 이해는 되더군요. 


사랑은 투쟁해서 쟁취하는 것이라지만, 그렇게 소심하게 미적거리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마음도 털어놓지 못하고 끙끙대는 황진이 짝사랑파들도 상당히 많았거든요. 다가서는 것에 서툴고, 공식적으로 친구들 앞에서 '김윤희는 내가 찍었다'고 공표를 한 동욱을 난감하게 할 수도 없었던 인하입니다. 결국은 인하의 소심함이 윤희를 붙잡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보여서, 김윤희와 서인하의 과거 러브스토리는 복장터지는 일들의 반복일 듯합니다. 첫사랑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공식에 맞춰 억지억지로 어긋나게만 하는데 주력하다보면, 진짜 홧병날 듯;
그럼에도 드라마에 흐르는 사랑비의 색깔은 퇴색하지 않을 듯합니다. 너무 맑고 순수해서 그 순수한 설레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서 말이지요.

첫사랑이라는 말처럼 두근거리고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는 많지 않을 겁니다. 서인하와 김윤희의 어긋난 첫사랑, 그 후 수십년의 세월동안 가슴 한구석을 차지한 그 이름이 2012년에는 어떤 빛깔의 사랑으로 찾아올지, 그리고 그 2세들의 사랑은 어떻게 반복될지 기대되고 설레입니다. 설마 복장터지는 서툼의 반복은 아니겠지요?

****제가 정말 복장이 터질 뻔 했습니다. 갑자기 티스토리가 바뀌는 바람에 글을 다 쓰고 사진을 올리려고 클릭을 했더니, 갑자기 글이 몽땅 날아가고 이상한 글쓰기 창이 떠있지 뭡니까?ㅠㅠ 글이 몽땅 날아가서 다시 쓴 거랍니다.  바뀐 티스토리 공부를 좀 해야 할 것같아요. 수정하는 방법도 지금은 모르겠고, 대락난감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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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 09:17




드라마를 감상하는 포인트는 여러가지입니다. 우선 시나리오와 연출이 훌륭해서 보는 경우가 있지요. 가장 이상적인 작품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최고의 대박드라마가 된 추노의 경우가 이에 해당되겠지요. 여기에 대길이, 송태하, 황철웅, 천지호 등의 개성있는 캐릭터를 온몸을 던져 빛을 낸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졌으니, 최고의 명품 길거리사극으로 사극드라마의 큰 획을 긋게 되었고요. 선덕여왕도 시나리오와 연출의 훌륭함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미실과 비담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고현정과 김남길의 카리스마는 미실의 죽음을 전후로, 각각 미실편과 비담편이라고 타이틀을 걸어도 될 정도로, 캐릭터가 스토리를 이끌어 가버리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지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제빵왕 김탁구의 경우는 시나리오나 연출, 연기자들 모두 특이할 만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한마디로 이무기가 용이 된 케이스였습니다. 빵이라는 소재를 막장코드와 권선징악의 코드를 적절히 믹스해서 결국 빵과 사람, 그리고 드라마의 주제를 모두 살렸던 작품이 되었지요.
개연성없는 스토리 라인, 연출의 허술함에 연기자만 힘들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2회밖에 되지 않은 <매리는 외박중> 드라마를 보다보니, 이 드라마가 초반에 수정되지 않으면,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드라마가 돼버릴 것 같아, 걱정하는 마음으로 주절주절 쓰게 되었네요.
매리는 외박중은 원작을 보지 않아서 전체 스토리를 알지는 못하고, 다만 원수연 원작의 만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문근영, 장근석, 김재욱이라는 배우들의 호기심에서 출발했어요. 문근영의 연기야 길게 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고, 장근석도 작품을 해석하고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진정 그가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배우라, 이 드라마는 성공을 예약했다고 생각되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1회를 보고 나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졌고, 2회를 보니 먹구름이 몰려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네요. 지난 글에 <문근영의 지나친 귀여움, 어린신부된다>는 글에 우려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2회 들어서도 시나리오와 연출이 정말 안습수준입니다. 개연성 떨어지는 설정들은 심히 억지스러워 유치원생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것 같더군요. 2회에서도 억지설정에다 유치함의 향연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지요. 매리가 아버지가 정해 사람과 결혼하라는 말에 가출을 하는 장면이 있었지요. 조선시대도 아니고, 공양미 삼백석에 신부로 팔려가야 한다는 설정입니다. 현실에서도 억지 정략결혼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위매리와 정인(김재욱)의 결혼은 정인의 아버지 정석(박준규)의 끝나지 않은 사랑때문이었더군요. 매리의 엄마를 사랑했던 정석, 지금까지도 매리엄마의 사진을 간직하고 추억하는 모습까지는, 한남자가 첫사랑을 잊지못하는 순애보라고 봐줄 수는 있겠지만, 자신이 갖지 못했던 여인의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여, 그 여자와 닮은 딸을 며느리로 들여 곁에 두겠다는 발상은, 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 할애비라도 끔찍한 집착병입니다.
스토리도 억지가 가득하지만, 연출도 만만치 않게 개연성이 부족하고, 시청자를 멍해 버리게 하는 발연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첫회 매리가 강무결을 차로 치는 장면에서부터 공연장을 찾아가 시끄럽다고 귀를 막아가며, "이봐요 괜찮아요?"라고 소리지르는 무개념녀 어린아이로 만들어 가는 연출과 스토리는 한숨나오게 했었지요. 2회에서도 유치찬란한 연출은 드라마 스토리라인을 붕괴시켜 버릴 정도로 무개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무결의 기타케이스를 돌려주러 홍대근처에 간 매리, 강무결의 밴드멤버들끼리 주먹질을 하는 속에 매리의 친구들이 엮여서 소란을 피우는 장면입니다. 게다가 제 3자로 계단에 앉아 폼생폼사로 구경하고 있던 강무열이, 경찰차가 오자 매리의 손을 잡고 도망가는 것은 불필요하기 짝이 없는 연출입니다. 개인적으로 신데렐라 언니에서도 느꼈지만, 문근영은 뛰는 장면이 어색한 배우라는 것을 다시 느꼈네요.
여하튼 싸움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강무결과 매리는 경찰차를 피해 도망을 쳤고, 길거리에서 다른 시비가 붙어 경찰서로 잡혀갔지요. 돈을 받아내기 위해 코피 터진 놈이 합의를 원하지만, 강무결은 합의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매리가 기지를(?) 발휘합니다. 강무결 손으로 코피를 터지게 해서 쌍방폭행이었다는 합의를 보게 한 것이었지요. 조금전까지 멀쩡하던 얼굴이, 잠시 나갔다 오더니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다? 경찰과 시비붙은 녀석들을 설득하는 방법이 참으로 이해가겠습니다? 다만 장근석과 문근영의 연기만이 빛났던 허접한 연출이었다고 밖에 할 수 없을 듯하네요.
얼굴도 모르는 남자랑 결혼해야 한다는 말에 가출한 매리, 친구들과 강무결의 밴드친구들 도움으로 결혼사진을 찍어 아버지 위대한에게 전송했지요. 그러나 아버지 위대한과 정석(박준규)은 매리의 사진결혼식에 대해 혼인신고라는 초강수를 두게 됩니다. 가출한 딸의 신분증을 훔쳐 혼인신고를 했다지만, 이중결혼이라는 과정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되었을 뻔도 했는데, 개그 한 편을 보는 듯 합니다.
여기까지는 매리가 외박중인 상황을 만들기 위한 억지춘향식의 유치한 설정이었다고 넘어가야 할 듯 합니다. 본격적인 스토리는 지금부터 100일간의 매리의 외박에 있을테니까요. 이중 가상결혼 100일간의 가상결혼이 끝나면, 매리는 누군가 한사람을 택해 진짜 결혼을 할 것이고, 외박에 종지부를 찍게 되겠지요. 물론 매리의 말대로 두 사람 중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지요. 이 드라마를 끝까지 봐야 하는 이유가 매리가 누구를 선택할까를 지켜보는 재미가 되겠지요.
시트콤 막아준 김재욱 김효진의 강렬한 등장 
아버지가 조건으로 낸 100일간의 이중결혼생활은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위대한 같은 아버지도, 대책없이 아버지 말을 따르는 위매리 같은 딸도 없겠지만, 5시를 전후로 반나절은 정인(김재욱)과 결혼생활을, 저녁 10시까지는 강무결(장근석)과 결혼생활을 한다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아버지와 각서에 지장을 찍는 매리, 그렇게 해서 매리의 기가 막힌 외박 생활이 시작됩니다.
매리가 외박중인게 맞네요. 일단 결혼식도 올렸고 혼인신고도 했으니, 매리는 유부녀이고 남편도 있습니다. 일이 꼬여서 두 사람이 돼버렸지만 말이지요. 10시 이후에는 매리 혼자 집에서 자야하니, 정인의 입장에서도 호적상 부인 매리는 외박중이고, 강무결의 입장에서도 결혼식을 올린 신부가 외박중입니다. 드라마 제목이 이제 이해가 되었네요. 그나저나 매리는 외박중인 생활을 끝낼 수는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금으로서는 강무결과 정인 두 사람 다 마음이 끌리고 있으니 말입니다(아, 이것은 저의 마음이랍니다. 저는 두 남자가 다 끌리네요).
뻔뻔한 빈대남, 그러나 실제 행동은 국물까지 떠먹여 주는 자상남 강무결, 이 녀석은 폼생폼사 갖은 똥폼은 다 잡는 것 같은데, 마음은 보기와 달리 여린 사람입니다. 번개처럼 전기가 찌르르 왔던 적이 있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둔녀 위매리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요.
매리가 한류스타 이안(김선호)의 매니저에게 당하고 있을 때, 매너있게 다가와서 사과하고 200만원이라는 거금을 세탁비로 주고 간 정중한 싸가지, 외모도 인품도 준수하고, 지갑까지 빵빵해 보이는데, 어딘가 모를 불편함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혼인신고된 남편이라니 매리에게 너무 가혹한 시련이 아닌가요? 뻔뻔한 자상남과 정중한 싸가지 사이에서 한 사람을 추려내야 한다니 말입니다.

드라마의 주제 '사랑'으로 본격적인 스토리를 전개하기 시작한 매리는 외박중은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드라마가 되어가느냐, 외면받는 드라마가 되느냐의 갈림길이 다음 3,4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에요. 애기같은 사고구조와 행동, 눈 비스듬히 치켜뜨고 소리만 꽥꽥 질러대는 문근영, 귀여움으로 무장한 매리는 대한민국 두터운 팬층의 사랑을 철옹성처럼 두르고 있다고 할지라도, 지금의 캐릭터로 길게 가서는 안된다는 게 제 생각이고, 문근영을 아끼는 진심입니다.  
연기 못하는 배우들이 주인공이었으면 진즉에 모니터를 끄고 싶었는데, 문근영이었기에 인내심을 발휘해 참고 봤네요. 다행히 제 인내심에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인물이 정인(김재욱)과 서준(김효진)의 강렬한 등장이었어요. 문근영이 홍대 뒷골목과 호텔로비에서 한류스타 이안(김선호)에게 사인을 받고, 이안의 매니저로부터 수모를 당하는 등, 낯선 별에서 온 듯한 촌뜨기 고등학생으로 심하게 망가져 가고 있을 때, 말쑥하게 등장해서 드라마의 분위기를 급전환시킨 구세주같았습니다.  정중한 싸가지 정인과 강무결의 전 여자친구인 듯한 서준, 그나마 매리는 외박중이 시트콤이 돼가고 있는 상황을 막아 준 캐릭터였습니다.
김재욱은 차가운 도시의 남자, 차도남같은 이미지가 멋있었고, 서준 역할을 맡은 김효진은 배우라는 직업과 어울려 보이는 패셔너블한 스타일과 도도한 말투로,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더군요. 어린 매리에 비하면, 그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에 반가웠습니다. 4각구도의 전개가 필연적으로 보이는데, 시트콤화될 우려가 있었던 <매리는 외박중>에 제동을 걸어줄 인물들이 김재욱과 김효진이 맡은 캐릭터같아서 말이지요.
지나치게 친절한 매리의 감정묘사, '문근영은 독백중'?
저는 작가나 감독이 문근영을 별에서 온 듯한 중얼이 소녀로 만들어 가는 것이 영 불만입니다. 매리는 외박중 1,2회를 본 소감은, 한마디로 스토리는 엉성하고, 연출의 개연성과 스토리의 설득력은 안드로메다에 일찌감치 보낸 드라마입니다. 게다가 과한 귀여움과 나이에 맞지 않아 보이는 별소녀 매리는, 문근영의 연기력으로도 그 매력이 곧 바닥날 캐릭터에요.
특히 문근영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 '문근영은 독백중'이라는 부제를 걸만큼 문근영의 대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에요. 심지어는 표정으로 이미 전달받은 감정을 친절하게 중얼중얼 대사로 까지 반복해서 전달하고 있다는 겁니다. 감정선을 표현하는 탁월한 끼가 있는 배우를 데려다 놓고, 그 감정선을 유치빵빵한 대사로 전달하게 하고 있으니, 매리는 점점 더 애처럼 되고, 드라마는 코믹멜로를 이탈해서 시트콤으로 막 건너가려는 위험선에 놓여있습니다. 김재욱과 김효진의 등장으로 균형을 잡아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시청률을 떠나 완성도있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연성있는 연출과 탄탄한 대본이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마치 얼차례를 받고 있는 듯한 매리의 독백과 과한 귀여움을 줄여 주었으면 싶네요. 본격적으로 4각라인을 전개되려는 중요한 시기, 작가는 문근영에게 그렇게 배려하고 친절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근영은 타고난 배우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은 좋은 '끼'가 넘치는 배우에요. 지문만으로도 감정과 상황을 어련히 알아서 보여줄까, 마치 매시간 술에 취해 있는 듯 주절주절 많은 독백으로 매리를 중얼녀로 만든다면, <매리는 독백중>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될 만큼, 문근영 모노드라마 원맨쇼가 될 우려가 큽니다.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갔던 예가 있었지요. 신데렐라 언니와 나쁜남자가 그 좋은 예일 겁니다.
집을 지을 때도 각방의 위치와 크기를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기초공사가 부실하고 뼈대가 튼튼하지 못한다면, 좋은 건축물이 나올 수가 없겠지요. 장근석, 김재욱, 김효진 등 4각라인도 연기력 탄탄한 좋은 캐스팅입니다. 그런데 좋은 연장들 가져다 두고 막상 설계도를 보니, 기초도 엉망이고 작은 강아지집을 지으려 한다면, 연장들이 아깝다는 말을 듣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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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9 07:33




성균관 스캔들 후속작 매리는 외박중이 첫방송되었습니다. 풀하우스 원작자이기도 한 원수연의 만화가 원작이라 기대도 컸는데요, 만화가 원작이니만큼 원작을 뛰어넘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출발한 듯 싶습니다. 무엇보다 은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 온 문근영이 반가웠는데요,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무거운 분위기를 털어내기 위해서였는지, 문근영의 변신이 조금 오버스러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근영과 장근석의 첫만남 에피소드를 엮는 과정에서, 스토커 비슷한, 현실세계와는 담쌓은 듯한 순수하다 못해, 어눌한 고등학생같았던 문근영의 모습은 스물네살 매리의 캐릭터를 보여 주기에는 2% 부족해 보였습니다. 마치 어린신부에서의 문근영이 퍼머만 하고 나온 듯했다고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24살 아가씨를 지나치게 귀엽고 유치스러워 보이게까지 한 순진한 모습으로 표현해서, 귀여운 문근영의 표정 퍼레이드편 같아 보였어요.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문근영이었지만, 자칫 문근영의 훌륭한 연기력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애기같은 캐릭터가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앞섰네요. 
운명적 사랑, 번개처럼 빨라서 기억조차 못했다
첫회 등장인물의 소개와 주인공들이 얽히는 과정을 빠르게 진행시켰는데요, 우선 주인공 위매리와 강무결의 전광석화와 같았던 운명적 만남입니다. 아버지 위대한(박상면)의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매리의 집, 압류딱지가 붙은 세간살이가 나가는 장면으로 매리의 가정형편과 아버지 위대한의 성격을 보여 주었지요. 압류를 피해 매리가 숨겨놓은 커다란 이민가방, 매리의 옷가지와 기본적인 살림살이 몇가지를 챙겨 놓은 매리지요. 그 와중에도 옆집에 맡겨 둔 텔레비젼을 보면, 매리가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빚쟁이에 쫓기고 눈물나는 생활고 속에서도, 좋아하는 드라마 한 편을 보며, 잠시 고통도 잊어버리고 드라마에 빠져드는 매리는, 생활력이 강하면서도 단순하고 낙천적 성격입니다. 빚쟁이에 쫓기는 아버지에게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며, 용기를 돋궈주는 착한 딸이기도 합니다.
친구 차를 대리운전해 주러 갔다가 놀아달라는 말에 홍대근처를 간 매리, 기타 하나 덜렁 맨 남자를 치고 말았지요. 그는 보헤미안,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같아 보입니다. 물론 매리의 눈에 비친 강무결의 모습입니다. 차에 치이고도 멀쩡하게 일어나 괜찮다며 자리를 뜬 강무열을 의심하는 친구들, 혹시 자해공갈단이 아닌가 싶어 매리는 강무열을 미행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한 클럽에서 노래하는 그를 보게 됩니다. 매리가 강무열을 쫓아간 이유는 오직, 확인서를 받기 위함이었지요. 교통사고 뺑소니로 신고해서 돈을 갈취할까 걱정되어서 였지요.
확인서에 사인을 해달라며 쫓아온 매리가 귀여워 보이는 무결은 매리와 함께 술을 진탕 먹게 되고, 거리의 화단에 있는 꽃배추를 뽑아주는 귀요미 돋는 행동도 합니다. 아무래도 매리가 무결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순식간일 것 같아요. 가리고 싶은 이마의 흉터를 "마법사 해리포터의 흉터같다"며 만져주는 따뜻한 손, 매리는 그 순간에는 깨닫지는 못했겠지만, 벌써 사랑의 포로가 될 것 같더라고요. 순간순간 정신 출장 보내게 하는 강무결, 자동차에 치였을 때, 처음 그의 얼굴을 봤던 순간 시간이 정지된 착각이 들었던 매리였는데, 꽃배추를 뽑아들고 꽃보다 아름답게 웃는 날건달의 모습에, 또 머리가 하얘지지요. 출장 나간 정신이 일찍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매리의 심장이 벌떡벌떡 뛰었을텐데, 아직 그 단계는 가지 못했나 봅니다. 아무래도 매리는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은 인물인 듯 싶더군요. 한 학기를 남겨두고 학교를 휴학하고 생활비를 벌어야 했으니, 사랑은 사치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말 그대로 생활고가 만든 무공해 처녀같더라고요. 저같으면 벌써 두근세근 하트 뿅뿅, 가슴이 터질 것 같던데 말이지요. 장근석, 너무 샤방스럽더라고요. 
뻔뻔한 빈대와 아버지가 정해 준 남편
다음날 술에 취한 두 사람이 눈을 뜬 곳을 매리의 집이었지요. 매니저와 결별하면서 위약금을 물어주기 위해 방세를 빼서 줘버리고, 오갈데 없어진 강무결은 며칠만 신세지겠다며, 없는 집에 빈대붙어서 매리를 곤란스럽게 하지요. 하나 밖에 남지 않은 라면마저도 제멋대로 끓여먹는 빈대 중 최고로 뻔뻔스런 빈대입니다. 자동차로 쳤다는 것때문에 약점 단단히 잡힌 매리, 동갑인데도 말도 놓지 못할 정도로 눈치보게 하는 무서운 빈대이기도 합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허리가 아프다며 협박하는 강무결, 이렇게 두 사람의 운명은 매리의 혼을 쏙 빼놓으면서 티격태격 시작됩니다. 전광석화처럼 찾아 온 사랑, 아직은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이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빚쟁이에 쫓겨 다니던 아버지가 박씨를 물어 옵니다. 부잣집 아들 정인(김재욱)에게 시집가라는 결혼명령 말이지요. 일본에서 성공한 정석(박준규)를 만나 매리와의 정혼약속을 하고 온 것이지요. 빚도 갚아 줄 것이고, 그야말로 쥐구멍에 쨍하고 볕이 들은 것이지요. 매리의 엄마 기일에 공원묘지에서 정석(박준규)을 만난 위대한(박상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과거사가 얽혀있는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아들 정인(김재욱)과 결혼하라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일이 매리에게 벌어지게 된 것이에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화장실에 숨어있으라고 들여놨더니, 눈치없이 볼일보다가 강무결이 매리의 아버지에게 들키면서, 매리의 인생이 꼬일대로 꼬이게 되나 봅니다. 아버지끼리의 정혼약속은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혼인신고를 해버리고,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기 싫다며 매리는 강무결과 가짜 결혼식으로 반항하면서, 매리, 강무결, 정인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같습니다. 결혼식을 올린 남편 강무결(장근석)과, 혼인신고로 호적상 남편이 된 정인(김재욱) 사이에서 매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게 되는 과정이 <매리는 외박중>의 앞으로의 스토리가 될 듯 합니다. 
문근영의 지나친 귀여움, 어린신부될까 걱정된다
그런데 첫회를 보고 문근영의 변신에 기대가 컸는데,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은조 역과는 달리, 밝고 쾌할한 성격의 매리라는 인물로 국민여동생의 사랑스런 모습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뭐랄까 신데렐라 언니에서 애써 찾은 성인연기자의 이미지를, 여동생의 이미지로 회귀해 버린 것이 문근영에게는 크게 플러스같아 보이지는 않았어요. 첫회에서 매리라는 캐릭터는 어린신부에서의 문근영이 헤어스타일과 옷만 바꿔입은 느낌이 들었네요. 24살 아가씨라기 보기에는 과한 귀여움이, 조금은 오버스러워 보였습니다. 
또한 생활력 강하고 억척스러운 위매리(문근영)의 캐릭터와 상반되는 듯한, 착하다 못해 답답해 보이기까지 하는 어눌한 애기같은 모습은 답답스럽게도 보였습니다. 착함과 순수함, 어눌함까지도 문근영의 장점인 귀여움만으로 승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입체적인 캐릭터라기 보다는 문근영의 귀여운 표정 퍼레이드만이 계속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그에 비하면 같이 만화에서 튀어나온 캐릭터임에도 까칠한 인디밴드 보컬 장근석이 맡은 강무결의 캐릭터는 두 가지 사랑받을 요건을 충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반반 섞은 듯한 뻔뻔한 샤방남으로 첫회부터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나쁜남자의 시크함과 샤방함 두가지를 적절히 섞어 만화 속에서 꽃거지로 튀어 나왔더군요. 여성팬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고요. 샤방 꽃거지의 모습이 시청자를 위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눈은 호강했답니다. 꽃배추를 주는 장면이나 샤워하고 나온 강무결이 트리트먼트를 찾을 때의 블링블링 뽀샤시가 매리의 눈에 씌워지는 콩커플용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말입니다.
요즘 드라마에서 남자배우들의 첫 신고식처럼 울끈불끈 복근을 자랑하는 것에 비해, 장근석의 섹시(?) 옆라인으로 서비스한 것도, 강무결의 시크까칠남의 모습으로 잘 표현한 장면이었습니다.
만화를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들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연기자나 작가가 만화 속 인물로 싱크로율 100%를 만들려는데서 오는 부작용일 겁니다. 즉 비현실적이다라는 지적을 받기 쉽다는 것이겠지요. 문근영이야 워낙 연기의 기본이 탄탄한 배우이기에, 만화캐릭터를 넘어서는 인물로 스스로의 캐릭터를 잘 만들어갈 거라 믿지만, 문근영이 만들어야 할 매리는 어린신부가 업그레이드해 가는 것이 아닌, 24살 매리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런 로맨틱 코믹물의 캐릭터가 조금은 손발 오그라드는 유치한 면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문근영이 매리는 외박중에서 새롭게 변신해야 하는 부분은 드라마에서 매리와 같은 나이 또래의 사고와 행동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일 겁니다. 벗는 역할만이 성인연기는 아니겠지요. 24살 아가씨 매리를 24살 성인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진짜 성인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드라마가 로맨틱 코미디이기에 캐릭터를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가겠지만, 지나치게 코믹에 편중하고, 문근영의 최대장점인 귀여움만을 강조하다 보면, 매리라는 캐릭터는 나사가 하나 부족한 듯한 귀여운 답답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방송을 보니 매리는 외박중의 주 시청자는 아무래도 젊은 층이 주류가 될 듯한데요, 문근영 장근석 커플이 가슴 콩콩 뛰게 하며, <미남이시네요>, <성균관 스캔들> 처럼 매니아층의 열렬한 사랑을 받을 드라마가 될 듯합니다. 첫방송은 느낌도 좋았고, 국민여동생 문근영과 태경앓이를 앓게 했던 장근석의 쩌는 허세, 그리고 김재욱의 도회적이고 샤프한 매력이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샤방 꽃거지 장근석과 사랑스러운 문근영,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가 2010년을 정리하는 완소 달달커플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가슴도 설레였음 좋겠고요ㅎ. 장근석이 연기하는 강무결의 시크꽃거지, 벌써부터 여심을 휘젓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요.

깨물어주고 싶은 귀여운 매리 문근영은 첫방송에서는 스물네살 보다는 열일곱살 같은 귀여움으로 다가왔는데요, 귀여운 매리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과한 귀여움은 문근영을 어린신부에서 더 성장시키지 못하는 독이 될 수도 있어요. 문근영의 장점은 드라마를 통해 계속 성장한다는 점이에요. 어디까지 성장할지 두려워 질 정도로, 작품이 진행되면 연기력이 폭발하는 파워를 가진 배우 중 한 사람이지요. 같은 물이라도 어떤 컵에 담느냐에 따라, 마시는 물이 되기도 하고, 양칫물이 되기도 합니다. 신데렐라 언니의 초반부와 후반부의 은조 캐릭터가 대표적인 예일 거예요. 문근영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어린신부의 모습에서 확실한 변신을 해야 합니다. 문근영의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성인연기는 지금부터에요. 문근영이 멋진 매리로 성숙해 갈 것이라는 걸 의심치 않지만, 그녀의 잠재력을 한껏 보여주는 예쁘고 착한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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