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회장'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7.18 추적자: 시청자 울린 최고의 1분, 백홍석 15년 선고의 의미 (14)
  2. 2012.07.10 '추적자' 카리스마 터진 용식이(조재윤), '몰라봐서 죄송해요' (3)
  3. 2012.07.03 '추적자' 옥에 티도 삼켜 버린 풀뿌리의 절망, 그리고 희망 (3)
2012.07.18 09:02




추적자는 드라마사에 큰 획을 그은 장르물이었습니다. 드라마가 현실이었고, 현실이 드라마인 괴물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소름끼치게 촘촘한 대본, 연출, 그리고 연기자들의 명연기는 내로라하는 스타 한 명 내세우지 않고도, 성공신화를 써냈습니다.
추적자의 성공신화는 시청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에요. 드라마의 성공을 평가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추적자는 시청률의 수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드라마의 고질적인 병 하나가 용두사미로 끝나버리는 것인데, 추적자는 최고의 결말, 반전 중의 반전, 화룡점정으로 완성시킨 드라마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듯합니다.
추적자는 많은 수확을 남겼습니다. 좋은 연기자들이 있었고, 메시지가 있었고, 우리 사회의 단면을 세밀화처럼 보게도 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큰 여운을 남긴 결말, 부패정권에 맞서 분연히 일어났던 4.19혁명과도 같은 기적을 보게 했고, 박근형, 손현주, 김상중 등의 명연기에 살아움직이는 캐릭터는 괴물들이 따로 없었습니다. 절대권력 서회장을 맛깔나고 매력적으로, 때로는 소름끼치게 무섭게 보여 준 박근형의 명품연기, 존경합니다.
주제의식을 이토록 다각적으로 압축해서 보여준 드라마는 보기 드물었습니다. 16회 분량이었지만, 50부 대작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방대하게 다뤘으면서도, 수박겉핥기식 흉내내기도 없었고, 변죽만 울리지도 않았습니다. 둥!둥! 북이 찢어질 정도로 큰 북소리를 담았지요.

무엇보다 추적자가 남긴 가장 큰 수확은 박경수라는 괴물작가를 만났다는 것입니다. 한 줄 한 줄이 명언, 명품어록으로 남은 작가의 섬세한 필치와 우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직시는, 드라마를 통해 발견한 최고의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쪽대본이었는데도 이 정도의 완성도높은 대본이 나왔는데,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집필한다면, 파괴력있는 작품이 나올 듯해서 작가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회에도 작가가 던져준 숨은 반전은 많았습니다. 특히 신혜라와 서회장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더군요. 강동윤이 백홍석에게 이런 말을 했었지요.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 때서야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동안 신혜라에게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지만, 그때마다 신혜라는 거래를 해왔습니다. 물론 강동윤과도 거래를 했지만, 마지막까지 신혜라는 강동윤 곁에 남는 모습을 보였지요.
재판을 앞두고도 신혜라는 서회장과 거래를 했죠. 운전자 서지수를 감춰주는 대신에, 1년 후 출소와 한오그룹 텃밭에서 출마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이었죠.
그러나 PK준과 서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증거로 나오자, 신혜라는 처음으로 선택을 하더군요. 강동윤과 신혜라의 마지막 거래는, PK준 차량 동승자로 위증을 하는 대신, 살인교사혐의는 강동윤이 모두 지겠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신혜라에게는 살아 남으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꼼짝달싹 못하는 명백한 증거, 백수정을 차로 치고 뺑소니를 쳤다는 것을 인정하면, 8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죠. 서회장에게 약속받았던 정치적 미래가 물거품되는 것은 물론, 살인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살인교사 혐의는 강동윤이 홀로 지겠다고 했지만, 뺑소니 살인범이 되면 정치적 미래도 날아가게 되는 것이었죠. 결국 신혜라는 자신이 살기 위한 선택을 하더군요. 
블랙박스를 공개함으로써 서회장과의 거래도 없는 것이 되었지만, 마지막에 떠올린 강동윤의 말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못하게 합니다. "너는 살아남아". 신혜라의 형량이나 죄목이 드라마에서는 공개되지 않았기에, 신혜라의 아직 포기하지 않은 꿈이 어떤 괴물의 모습으로 나타날지가 두려워서 말입니다.

서회장을 통해 보여준 반전은 드라마의 백미였습니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절대권력, 서회장의 의자는 여전히 그가 황제임을 보여줬습니다. 총리의 전화를 받고 욕보라는 말로 그의 건재를 과시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서회장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쉬는 장면은, 박근형이 어떤 심정으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궁금하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권력의 무상함을 얼핏 봤는데 말입니다. 
총리의 전화를 받기전 서회장은 자식들과 이별을 했지요. 서영욱은 경영수업을 위해 유학을 보냈고(물론 특검이나 청문회를 피해서 보낸 목적일 겁니다만), 서지원은 사랑하는 아빠와는 별개인 서회장의 모습을 떨어져서 보고 싶다고 집을 나가버렸지요. 자기가 누구인지(대기업 막내딸로 살아갈 것인지, 사회부 기자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해보겠다는 의미겠지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멀리서 보면 더 잘 보일 것이라면서 말이죠. 동화책 읽어주던 손자 민성이는 스위스 왕립학교로 유학을 떠났고, 서지수는 백수정 뺑소니범으로 구속되었습니다.
큰 집에 홀로 남아, 아들병역문제로 인사청문회에서 총리가 되는 것이 힘들다는 차기 총리후보의 전화를 받은 서회장은, 여전히 자신의 의자가 가진 권력을 확인했을 지 모릅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숨을 고르는 모습에서 서회장의 노쇠한 모습을 처음으로 봤습니다. 
총리후보자의 전화 한 통, 서회장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서회장은 자식들을 지키지 못했지요. 서회장의 자식을 지켜주겠다고 나서는 이도 없었습니다. 서회장 위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들 일에는 절대권력을 행사했던 그였지만, 구속당한 서지수, 집나간 서지원, 해외로 도피시킨 서영욱, 정작 자신의 자식들은 그의 힘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었던 게지요. 자기 자식들 다 떠나고 없는 텅빈 집에서, 총리자리를 지키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서회장, 언론을 통해 쑥대밭이 된 서회장 집임을 알았을텐데도, 무심한 것이 서회장이 사는 세상 사람들이었습니다. 서회장의 안부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죠. 권력무상의 감정을 순간 느꼈을 법도 합니다. 서회장 발등에 떨어진 불도 뜨거운데 식혀주는 이는 한 사람도 없고, 여기저기서 제 발등 불똥 좀 치워달라는 전화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서영욱이 외국나가는 날, 비행기도 출발하기 전에 민성이 몫으로 남겨야 겠다고 오빠 지분을 달라고 요구하는 서지수, 딸자식 키워봐야 남 되나 보다 싶기도 한 서회장이었을 겁니다. 회사농사는 잘 지었던 서회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식농사는 흉작이더군요. 서지원이 그나마 나아 보이기는 하지만, 서회장이 원하는 곡식은 아니었을테고 말입니다.
가쁜 숨을 쉬는 서회장에게서 멀어지는 카메라 때문에 서회장의 마지막 표정은 보지를 못했지만, 격자 창에 갇힌 절대권력자의 절대고독은 작가나 연출진이 그리고 싶었던 서회장의 몰락이 아니었을까, 드라마 속 바람을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일종의 암시적인 원근기법을 통해서 말입니다. 뒷목잡고 쓰러지거나, 거품물고 꼴깍하면 식상하잖아요(ㅎ). 

명약관화, 권선징악, 사필귀정, 리얼리티 어느 것 하나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단순히 감상적 여운으로만 남지 않을 드라마의 결말은 백홍석에게는 해피엔딩, 시청자에게는 새드엔딩이었습니다. 국민들 대다수의 바람을 드라마 결말로 내지 않은 이유를, 작가는 최정우 변호사의 입을 통해 밝혔지요.
"지금 국민들은 백홍석씨에 대해 동정적입니다. 절반 이상이 무죄를 바라고 있습니다. 비겁한 거죠, 국민들이나 저나 똑같이... 백홍석씨가 빨리 풀려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 보면서 잊고 싶은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런 일이 일어난 동안 우린 과연 잘못한 것이 없는지... 백홍석씨가 중형을 받으면 마음이 불편할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의 공범이니까요".
시청자들에게 넘겨진 백홍석에 대한 부채의식을 오래동안 잊지 않기를 작가는 바랍니다. 진행형 엔딩으로 남긴 것은 백홍석의 싸움을 잊지 말라는 경고와도 같습니다. 피고름으로 써내려간 작가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오래동안 부채의식으로 느끼면서, 불편한 진실에 눈을 감지 말고, 백홍석을 보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과감하게 드라마라는 판타지를 버리고 리얼리티를 택했습니다. 살인죄, 법정모독죄, 도주죄, 특수공무 방해죄, 백홍석에게 내려진 15년 선고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백홍석의 15년 선고를 통해, 비겁했던 우리에게 중형을 때렸습니다. 15년 형을 받는 백홍석을 보며 방청석에서 내지른 한숨이 우리의 마음이었습니다. 그 답답함을 오래도록 함께 느끼자고 말입니다. 

백홍석이 맞닥뜨렸던 불편한 현실은 우리 모두가 크건 작건, 느끼고 봤던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뭘 했느냐?라고 묻고 있는 것입니다. 눈을 감고, 싸우기를 포기하고, 못 들은 척 안 본 척 하지 않았는가?라고 말입니다. 권력이 이기는 세상, 돈이 힘인 세상에 굴복하고 복종했던 것은 우리였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오래동안 타성에 젖은 비겁함과 불편한 진실에 대한 묵인이, 우리 스스로 패배주의를 만들고 있었지는 않았는가 말입니다.
돈으로 안되는 것이 없고, 절대권력에 당연히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백홍석은 무엇을 보여줬습니까? 포기하지 않고 싸운 끝에 돈과 권력을, 결국은 무릎 꿇렸습니다. 모기 한 마리가 황소를 잡았습니다. 진실을 밝혔으니까요. 백홍석은 정의를 위해 싸우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웠을 뿐입니다. 은폐된 진실에 정의가 들어왔고, 권력과 정치가 개입되었습니다.

백홍석의 싸움을 보며 새삼 작가에게 놀라웠던 것은, 정의라는, 사람들의 편의와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모호한 것으로 정의를 규정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의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라는 것을, 불편할 정도로 담담하게 보여줬을 뿐입니다. 서회장에게도 정의가 있었고, 강동윤과 신혜라에게도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있었지요. 이들에게 맞서 싸운 백홍석에게는 정치도, 권력도, 돈도 바꿀 수 없는 진실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백홍석이 진실을 말하라는 말만 반복했던 것은, 진실만이 그가 가진 유일한 무기였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밝혀졌고, 죄지은 사람은 죄값을 받았습니다. 강동윤과 서지수는 서회장의 입김으로 특별사면을 통해 형량을 줄여 일찍 출소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는 차후의 문제입니다. 그들에게 평생을 따라다닐 뺑소니범, 살인교사자라는 주홍글씨는 지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세상사람들을 무시하고 살든 말든,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살인자라고 부르게 되겠죠. 이것만으로도 승리입니다.
법정에서 시작된 드라마는 법정에서 모든 것을 매듭지었습니다. 진실은 밝혀졌고 딸아이를 잃은 한 아버지의 처절한 전쟁은 끝났지요. 억울해서 답답했고, 불의에 분노했고, 현실이라 불편했고, 그러나 결코 외면할 수 없게 했던 드라마 추적자. 드라마에는 우리의 모습이 깊게 투영되어 있었습니다. 선택의 순간에 흔들리고, 얄팍한 팔랑귀에 이리 쓸리고 저리 쏠리고, 불편한 진실 앞에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해 버렸던 우리들의 모습이 말입니다.
그러나 백홍석은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수정이 아빠니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고 죽어서까지도 원조교제에 마약한 아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던 수정이의 아빠. 최종선고일에 법정에 나타난 수정이는 환영이 아니었을 겁니다. 구천을 떠돌면서 아빠 홍석을 지켜주었던 수정이의 환한 미소를 백홍석은 분명 봤을 겁니다.

"아빠 고마워, 정말 고마워. 아빤 무죄야", 수정이 내려준 재판결과에 백홍석은 홀로 웃습니다. 백홍석의 미소에, 수정의 "아빤 무죄야"라는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던 것은, 어쩌면 우리가 듣고, 보고 싶었던 결말, 우리들 마음속에 내려두었던 판결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자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자 한 아버지를 어찌 죄인이라 하겠습니까? 아버지는 죄가 없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총을 들고 법정을 향했던, PK준의 살인범 백홍석에게 죄가 있었을 뿐이었지요. 수정이에게 꼭 지키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아버지 백홍석, 15년 선고가 내려지는 그 순간에, "아빠는 무죄"라고 말하는 수정이 오버랩된 장면은 추적자 마지막회 최고의 감동, 최고의 결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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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14
2012.07.10 09:51




이번 회도 화딱지가 나고 열통이 터져서 얼마나 욕을 해대면서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하나가 사람을 잡네요. 성격좋은 사람도 성질 버리게 생겼습니다.
결국 백홍석이 준비한 마지막 방법까지 왔네요. 믿고 싶은 법의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백홍석에게는 멀리 있었습니다. 기자회견이 무산되리라는 것은 예상했었지만,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신혜라와 강동윤을 당장이라도 잡아서 귀싸대기 왕복으로 후려치고, 막말로 총이라도 있으면 쏴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백홍석은 그 단계를 넘어서 이미 초탈의 경지에 도달한 듯 보이지만 말입니다.
하필 그 타이밍에 신호가 온 황반장님, 생리적인 현상이 대형민폐가 될 듯 보이더니만, 역시나 신혜라의 하수인들이 들이닥치고 말았지요. 무슨 방법이든 다 동원하라는 신혜라의 말은 죽여도 된다는 말이었죠(나쁜년). 차에 치여 피를 철철 흘리는 조형사를 인질로 삼은 신혜라는, 백홍석과 거래를 합니다. 검찰청을 불과 몇 미터 앞두고 차를 멈추는 백홍석, 기자회견을 취소했지요. 신혜라나 강동석은 조형사를 죽이고도 남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신혜라 이년은 분노 게이지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군요. 전쟁터에서도 부상병은 치료를 하는 법인데, 사람의 탈을 쓰고, 어휴... 전 이런 년(;;)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고 싶은 꿈을 꾸었다느니 하는 말만 나오면, 주둥이를 꿰매버리고 싶답니다. 장신영씨 미안;;
백홍석에게 속았다고 사과를 하는 최정우 검사, 참으로 인내심이 강한 분이더라고요. 저같으면 감정적으로는 이판사판 너죽고 나죽자고 강동윤의 면상을 후려쳐버렸을텐데 말입니다. 강동윤의 뻔뻔함은 김상중의 얼굴을 앞으로 좋은 마음으로 보지 못하게 할 정도로 극악의 극치였습니다. 김상중은 연기를 하면서도 강동윤이라는 인물에 오만 정이 떨어질 듯 합니다.
강동윤은 강했습니다. 백홍석과 마찬가지로 정면승부로 위기를 타계했지요. 백홍석이 PK준의 휴대폰을 가지고 나타난다면, 어차피 대선후보에서 사퇴해야 할 터이니, 모 아니면 도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지요. 막판에 강동윤의 손을 다시 잡은 신혜라가 휴대폰을 입수하는 것만 성공한다면, 지지율도 올라가고 생방으로 선거유세를 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었겠죠.
"제가 지켜야 할 약속은 참모들과의 약속이 아닙니다. 새벽녘에 시장통에서 제 손을 잡아 주시던 할머니, 두 개 남은 빵 가운데 하나를 나눠주시던 독거노인, 강동윤이 그들의 부모가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소년소녀 가장, 그런 분들에게 희망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분들에게 기적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기적은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만드는 겁니다. 가난한 이발소집 아들로 태어나 거짓과 타협하지 않고, 오직 국민들만 바라보고 믿고 걸어와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기적을, 희망을 그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가식과 위선의 두 얼굴이 가증스럽더군요. '귀신은 뭐하고 있나, 저 인간 안잡아 가고' 소리가 절로 나오더랍니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아편보다 강한 즉효가 나타납니다.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잠깐이나마 희망을 품게 하기 때문입니다. 선거처럼 핫이슈에 민감한 것도 없습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때는 재래시장을 찾아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말 한마디에, 믿고 맡기면 다 될 것같은 환상을 꿈꾸게 하죠. 언론을 대동하고 가난한 소외계층의 투박하고 거친 손을 한 번 잡고 포즈를 취하는 것이, 경제 세미나를 열어 전문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보다 낫죠. 그런 심리를 이용할 줄 아는 강동윤은 여느 정치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강동윤은 또 피해갔습니다. PK준의 휴대폰은 한강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렸고, 백홍석이 가진 카드는 없어져 버렸지요. 용식이 건넨 휴대폰을 복사를 해두지 않았을까? 혹은 복사폰을 건넨 것은 아닐까 한가닥 희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맞을 수록 맷집도 단단해진다더니, 당하기만 했던 백홍석도 싸움의 기술을 터득했더군요. 강한 놈과 싸울 때는 용의주도하게! 휴대폰으로 신혜라의 뒤통수를 칠 줄도 아는 백홍석이더라죠. 일단 조형사를 살리고, 황반장과 조형사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최정우 검사를 풀어주라는 딜까지 한 백홍석이었죠. 거짓말로 밀항을 하겠다고 3억원을 가져오라는 협상까지 했으니, 일취월장한 싸움의 전술이었습니다.

백홍석의 마지막 계획은 이발소에서 강동윤을 잡는 것이었더군요. 이발소에 나타난 강동윤, 투표를 마치고 이제 이뤘다는 심정으로 이발소를 찾았겠죠. 선거일에 이발소를 찾은 것이 억지설정같기는 했지만, 작가의 상상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가난한 이발소집 아들 강동윤, 이발소는 그의 꿈이 시작된 곳이지만, 굴절된 욕망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의 아버지가 손님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내는 것을 보고도,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내일은 밥을 굶지 않겠다고 안도했던, 잘못된 가치관을 잉태한 곳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강동윤의 꿈이 시작된 곳에서 꿈이 좌절되는 모습으로 완결을 지으려는 설정은 이 드라마의 백미입니다. 강동윤의 가치관, 그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곳이기에 말입니다.
이발소에는 백홍석이 용식이와 함께 준비한 기구들이 설치되어 있겠죠. CCTV 기계상, 열쇠복사집 등을 다니며 준비한 것은, 강동윤을 한 방에 보낼 결정적 자백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최정우 검사나 누군가가 휴대폰으로 촬영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말이죠. 아버지를 인질로 삼고 있는 모습도 상상을 해봤는데, 어떤 그림이든 상관없습니다. 강동윤을 화나게 하고, 강동윤의 입에서 비명만 나오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강동윤의 화와 비명, 모든 것을 잃고 지르는 외마디 비명, 그곳이 썩은 동아줄조차도 없는 천길 낭떠러지가 되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강동윤의 자백을 받는 것이 백홍석이 원하는 것이었지요. 강동윤의 입에서 백수정의 교통사고와 관련한 일들을 말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을 타고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백홍석과 강동윤의 대화가 실시간으로 방송이 될 수만 있다면 더 바랄게 없을 듯 합니다.
이발소에 들어선 강동윤이 TV를 꺼버리더군요. 방송으로 나가는 것도 모르고 제 입으로 술술 부는 강동윤, 상상만해도 흥분됩니다. 작가님, 제발 이런 속시원한 장면으로 시청자와 함께 했던 분노와 울분, 답답함을 해갈시켜 주세요!!!!
이번회 맹활약을 한 주인공은 전과 7범 용식이(조재윤)였습니다. 조형사를 좋아하는 용식의 순정을 보여주기도 했고, "아그들아" 한마디로 신혜라의 의도를 묵사발 내주기도 했지요. 조남숙 형사의 생일까지 알고, 미역국에 소박한 초코파이 케익까지 챙겨준 귀요미 용식이였지요. 엄니 드릴 오징어 한축을 훔쳤다가 장발장이 되어버린 용식이, 불법도박장을 운영하던 그가 얼결에 백홍석을 도왔다가, 지금은 백홍석을 그림자처럼 도와주고 있지요.
사고를 당한 조형사 걱정에 무슨 정신으로 하루를 보냈는지도 몰랐을 용식이, 백홍석을 마지막 위기에서 지켜주었습니다. 인천부두에서 신혜라에게 휴대폰을 건네주고 3억이 든 현찰가방을 건네 받은 후, 배상무와 어이~들이 백홍석에게 다가가는 모습에 기겁해서 놀랐는데, 용식이의 한마디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아그들아", 우르르 몰려나오는 깍두기 아저씨들이 처음으로 예뻐보였네요.
최정우 검사가 용식이 이름을 불러줬는데, 또라이 박검사가 대신 어이~가 됐더군요. 최정우 검사의 '어이~', 참 간결하게 사람을 구분하는 말입니다.
드라마 추적자에는 상징적인 단어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서회장의 "욕봤다, 욕봐라"와, 최정우 검사의 어이~입니다. 최정우가 사람과 사람같지 않은 인간을 구분할 때, 이름과 어이~로 구분한다면, 서회장은 "욕봐라, 욕봤대이"라는 말로 은밀한 지시나 명령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같은 말 다른 느낌이었지만, 용식이가 패러디를 해서 뻥터졌답니다.
동생들 부리는 용식이, 이번에 한 카리스마 했습니다. 그동안 귀여운 용식이만 봐와서 몰랐는데, 우와! 우리 용식이 카리스마 장난이 아니더군요. "백형사님~ 조형사님~ , 아따 참말로 저 여리당께요, 살살 해주세요"가 아니었습니다. 그 쪽 세계에서는 큰 절받는 형님이시더라고요. 몰라봬서 죄송해요, 용식씨!

배상무와 '어이'들이 백홍석을 잡기 위해 움직이자 용식이 아그들을 불러 막아내고, 똥씹은 표정이 된 신혜라에게 한마디했지요. "싸게들 물러 가시요", 그리고는 돌아서다 말고 신혜라에게 한방 더 먹이지요. "욕보시요". 용식이가 서회장을 알고 있을 리야 없지만, 서회장이라는 절대권력의 패러디에 빵터졌습니다.
서회장 박근형의 맛깔나는 경상도 사투리와 용식이 조재윤의 찰진 전라도 사투리, 추적자는 주인공이 따로 없는 듯합니다. 매회 주인공이 바뀌면서 작품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입니다. 놀라운 사회풍자와 현실묘사는 소름끼치게 무섭습니다.
용식이라는 캐릭터는 어쩌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식적인 전과 7범 용식이와 집계되지 않은 진짜 전과자들과의 대비를 위해서 말입니다. 얼굴에 길게 드리운 흉터도 귀여워 보이는 용식이의 전과 전력은 애교수준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용식이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범법자들이 즐비합니다. 공식 전과 7범인 용식이보다 더 큰 죄를 짓고도 감옥은 커녕 법을 떡주무르듯 하는 서회장과 강동윤, 그리고 신혜라 등입니다. 전과 14범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 이발소집 아들이라고 꿈꾸지 못하겠습니까? 재래시장에서 떡볶이도 먹고, 국밥까지 쳐묵쳐묵 따라했는데 말입니다. 국밥 쳐묵하는 장면을 보고 빵 터졌네요. 강동윤이 습관처럼 내뱉는 말 '꿈', 꿈이 현실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강동윤, 가식의 두 얼굴 강동윤에게 누구처럼 아직도 배가 고픈지 묻고 싶어지더랍니다.
"용식아, 나 이제 화 안낼거다. 저 놈들이 화나게 할거다. 큰소리도 안낼거다, 저 놈들 입에서 비명이 나오게 만들거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검찰청으로 향하면서 백홍석이 했던 말입니다. 담담한 표정, 덤덤한 목소리, 폭풍전야를 느끼게 하는 백홍석의 한 마디였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내려쳐봐야 아직은 안되더라고요. 바위에 지렛대를 세우고 흔들어야 움직입니다. 지렛대는 침묵하지 않는 국민, 더 이상 감언이설 거짓말에 속지않는 우리의 눈과 귀, 입이 되어야 겠지요. 백홍석의 마지막 방법만큼은 부디 반드시 꼭 기필코 성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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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3 10:18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 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추적자, 반전의 연속입니다. 칼자루를 쥔 신혜라는, 칼을 빼보지도 못하고 칼집째 빼앗긴 듯 보입니다. 살인교사 혐의로 강제소환 당하기 일보직전, 신혜라가 서회장에게 PK준의 핸드폰을 넘겼으니, 신혜라 역시도 카드가 없는 셈이 되었지요. 구속을 막아주는 댓가로 PK준의 핸드폰은 서회장의 손에 들어갔고, 능구렁이 서회장은 강동윤에게서 비밀회의록을 다시 돌려받으려 하겠지요.
이 편 저 편 누구 편도 되고 싶지 않지만, 수정의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선은 모든 카드를 서회장이 쥐었으면 싶군요. 물론 서회장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건재해서는 안되는 인물이지만 말입니다. 결국 모든 사회의 부조리는 서회장과 같은 돈의 힘에서 나온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썩은 단면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지 않은 백홍석, 어쩌면 그의 손에 마지막 희망이 달려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법을 믿으라고 했던 최정우 검사였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법이 권력의 시녀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백홍석이 거대한 댐을 무너뜨릴 개미구멍이 될 지, 마차에 깔려 죽는 벌레가 될 지는 대선까지 가봐야 확실해 지겠지요.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강동윤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추락하는 모습이 더 통쾌할 지, 대통령에 당선되어 최고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에 고꾸라뜨리는 것이 더 통쾌할 지를요. 살인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일도 있었기에(한 번은 무력으로, 한 번은 전 정권의 세습으로), 역사에 오명으로 남을 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선된 후에 고꾸라뜨린다면, 재선을 치뤄야 하는 만만찮은 사회적 비용이 드는 일까지 벌어지게 생겼으니, 이런 놈 때문에 국고낭비가 도대체 얼마인지 말입니다. 서울시 무상급식을 투표에 부쳐 어마한 선거비용을 치르게 한 인물도 있었습니다만... 
예상대로 서지수와의 이혼을 거절한 강동윤, 심복 배기철의 전화 한 통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배기철에 의해 백홍석이 자신의 손에 들어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죠. 서회장이 가진 패는 없어질 것이고, 남은 것은 신혜라가 가진 핸드폰이었죠. 자신의 꿈과 신혜라의 꿈을 무기삼아 협상을 이끌어낸 강동윤, 합의는 강동윤에게 유리한 판세로 기울었습니다. 유태진 후보는 사퇴를 표명했고, 서회장은 강동윤의 선거자금을 지원해 주며, 서영욱과 한오그룹의 보호를 약속받았지요.

강동윤과 서회장, 신혜라의 전쟁터 판을 흔든 것은 최정우 검사였습니다. 강동윤의 지퍼맨(말을 못하는 줄 알았는데 말도 하더군요) 배기철을 입건, 30억으로 의사 윤창민을 매수한 정황을 잡아낸 것입니다. 입금내역 자료는 신혜라를 빼도박도 못하게 만들어 버렸지요. 살인교사 혐의!
똥줄타는 신혜라의 표정을 보니 통쾌하기도 했지만, NO NO 아직은 아닙니다. 법의 심판을 받고 파란색 옷을 입든지, 죽든지 하는 꼴을 끝까지 봐야 하니까요. 서회장이 신혜라에게 하는 말은 무섭도록 날카로웠습니다. 서회장의 첫사랑 처자에 대한 이야기는 곱씹어도 재미있는 말이었습니다. "옆집 딸래미가 시집가는 것이 속이 쓰려서 술을 배웠지만, 지금은 그 딸래미 이름도 기억 안난다. 술먹는 버릇만 남았다. 꿈도 그런 기다. 처음에는 페어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정치판에 끼어들지만, 뭘 하겠다는 것도 잊고 권력을 갖겠다는 욕심만 남은 거다". 신혜라나 강동윤과 같은 인물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우리 정치판이기도 합니다. 초심을 지키는 정치인을 보기가 가뭄에 콩나듯 하니 말입니다.
신혜라나 강동윤은 손에 묻힌 피를 씻어낼 수 없는 인물들이죠. 피를 덮기 위해 더 많은 피를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덮고도 남을 인간들이고요. 눈, 코, 입 우리네와 다 똑같이 하나씩 달려있으면서, 꿈만 크면 대단한 인물들이라도 되는양 착각하는 그네들이 가증스럽습니다.
강동윤이 촛불문화제에서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적이 있었죠. 권력의 반은 신혜라에게 주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보니, 권력을 무슨 떡 쯤으로 알고 있는지, 화면으로 들어가서 면상을 후려갈겨 주고 싶더군요. 정치인에게 권력이란 그런 것입니다. 지들끼리 나눠먹는 떡으로 알고 있다는 겁니다. 국민들이 한 표 한 표 모아준 것을 자기들 떡잔치에나 쓰는 인간들입니다.
서회장은 존경스러울(?) 정도로 몇 수를 내다보는 인물이었습니다. 신혜라같은 애송이가 싸울 상대가 아니었죠. 강동윤도 그의 코털 하나 뽑겠다고 용을 써도 안되는데 말입니다. 핸드폰을 건넨 것은 신혜라의 치명적 실수였습니다.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돼버렸다는 것을 아직 신혜라가 판단하지는 못하는 듯 보이지만, 유일한 카드를 버린 신혜라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최정우 검사가 왜 백홍석의 사건을 맡았는지, 그가 포기하지 않을 확실한 이유를 보여줘서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수갑을 채웠던 검사였더군요. 존경받는 판사였던 아버지가 단 한 번 받은 전별금, 그것은 정치권에서 최정우 아버지를 치기 위한 구실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강직한 판사는 눈엣가시였을테니까요. 법과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최정우 검사의 흔들림없는 표정은, 작가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정의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정우 검사 화이팅!

매회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반전을 만들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강동윤의 뒤통수를 칠 인물은 서지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서지수에게서 비롯되었기에, 결자해지 역시 서지수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사랑 하나에 모든 것을 건 서지수는 결국 자신의 사랑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것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지요. 한오그룹 서회장의 자리에 앉기 위해 서지수가 필요하고,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은 서지수를 절망으로 몰고 가는 말이었습니다. 사랑은 야망으로 변해가기 쉽지만, 사랑을 위해 야망을 바꾸는 일은 없다고 하지요. 서지수를 만난 강동윤은 서지수의 배경을 업고 야망을 더 크게 키울 수 있었죠. 서지수가 사랑을 위해 일찌감치 야망을 내려놓은 것과는 반대였습니다.
한오그룹의 주인자리, 서지수라고 꿈꾸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경영에 뜻이 없었던 오빠 영욱을 보면서는 더 그러했겠지요. 서회장이 그토록 반대한 강동윤을 얻기 위해 서지수가 한오그룹을 포기했던 것이기도 했을 듯 합니다. 그런 서지수에게 서회장의 자리에 앉기 위해 사랑한다는 말처럼, 서지수를 처참하게 하는 말은 없었을 겁니다. 감상적인 바람이기는 하지만, 서지수가 영원히 빈껍데기일 강동윤을 법정자백과 증언을 통해 내려놔버렸으면 싶군요.
추적자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너무 방대하고 광범위하다는 것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법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유기체로 움직이는 부조리는 불편하리 만큼 솔직하고 직설적입니다. 흔히 말하는 한류스타 한 명없는 이 드라마는, 연기력으로만 완성도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사 하나 버릴 것이 없고, 모든 캐릭터가 생명력있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드라마에 심한 옥에 티가 보이는데도 그냥 넘어가게 만들 정도입니다. 백수정 교통사고와 백홍석의 도망시간이 상당 시간이 걸렸는데도, 도망자는 계절의 변화조차 감지를 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출연자들은 여름 반팔 옷을 입고 나오고 있고 말입니다. 배기철 체포영장을 가지고 온 날짜가 11월 20일인 것을 보면, 날씨도 추워졌을텐데, 시간계산을 못하고 있는 것은 옥에 티입니다. 분노가 너무 끓어오르는 드라마라 그런지;;
추적자는 추적자가 아니었습니다. 전쟁이었습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소시민 백홍석이 거대권력의 전쟁터에 무모하게 뛰어든 전쟁이었습니다. 그는 처음 아버지의 이름으로 전쟁을 홀로 치뤘지만, 번번이 나가 떨어집니다. 법에 의해, 권력에 의해, 돈에 의해, 그리고 현재는 야망과 야망의 싸움에 의해... 본의아니게 고래싸움에 새우등터진 꼴입니다.
그럼에 불구하고 백홍석은 힘없는 풀처럼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故김수영 시인이 노래했듯이 풀은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납니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바람보다 늦게 울고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고 간절하게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절망과도 같은 현실을 한가닥 희망으로 노래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마저 눕는 세상, 시인이 노래했던 60년대와 오늘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날은 더 흐리고 비구름은 더 짙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빈익빈 부익부는 심화되고, 부와 권력은 집중되고, 거짓 사탕발림으로 던져주는 희망에 속고, 댓가는 가혹했습니다.
추적자을 통해 작가는 묻습니다. 먼저 또 눕겠느냐고요, 일어나 웃지 않겠느냐고요. 민주주의 제도에서 가장 좋은 것 하나는 평등입니다. 신혜라가 말했지요. 그녀가 정치를 하고 싶어했던 이유가 페어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였다고요. 서회장이 신혜라가 꿈꿨다는 페어(공정)한 세상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지를 그녀의 악행을 통해 짚어주기는 했지만, 신혜라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강동윤도 마찬가지고요. 이들의 야심은 세찬 급류와도 같아서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을 종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백홍석이 쏘게 될 한 방의 총알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총알은 다른 의미이지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강동윤, 신혜라같은 인물에게 내어줄 수도 있는 우리의 한 표, 누구에게나 공정한 한 표말입니다. 천하의 서회장도 이것만은 두 장을 가질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절망속에 피어나는 꽃을 희망이라고 한다지요. 작가는 백홍석의 전쟁을 통해 말합니다. 법은 멀고 표는 가깝다고 말입니다. 우리의 한 표를 믿으라고, 희망이 우리의 손에 있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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