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견'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0.02.26 '추노' 신들린 듯한 장혁의 눈물연기, 가슴으로 울다 (31)
  2. 2010.02.17 '추노' 언년이의 첫날밤에 대한 작은 바람 (23)
  3. 2010.02.16 '추노' 언년이가 혁명에 방해된다는 이상한 논리 (43)
  4. 2010.02.12 '추노' 혜원의 송태하에 대한 사랑, 그렇게 깊었나? (37)
  5. 2010.02.11 '추노' 위험수위 넘나드는 귀여운 작업남 왕손이 (31)
2010.02.26 10:25




대길과 언년의 만남, 그리고 대길과 송태하의 접전을 기점으로 무대를 한양으로 옮겨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드라마의 모든 인물이 한양으로 모였다는 것은 폭풍전야를 알리는 것입니다. 원손을 들쳐업고 언년이도 한양 인근 수원으로 향했고, 오라버니 배자를 싼 보자기를 안고 설화도 길을 나섰지요. 중요한 것은 이대길과 송태하, 조선비, 천지호, 그리고 업복이가 어떤 형태로든 맞딱뜨리게 될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지요. 황철웅의 마수행각이 드러나고, 또한 이 모든 배후에는 좌의정이라는 정치실세가 있다는 것이 주인공들을 어떤 형태로든 규합하게 만들겠지요. 
또한 그 동안 궁금증에 싸여있었던  노비당의 그 분(박기웅)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분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다음에 정리해서 올리기로 하고요, 이번회는 추노의 주요 감정라인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는 대길이 장혁의 신들린 연기가 또 다시 빛났던 것 같습니다.
특히 언년이에 대한 감정을 보여주는 함축적인 대사와 오열은 대길이의 언년이에 대한 깊은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라 가슴 뭉클했습니다. 상황이 애틋하지도 않았고, 장면상으로는 오히려 냉소적이었는데도 대길은 결코 언년이를 버리지 못함을 보여주었지요. 언년이를 찾으면 왕손이랑 최장군이랑 옹기종기 모여서 평생 살겠다는 소박한 꿈은 버렸지만, 언년이는 대길이가 죽음과 바꿀 정도로 지켜주고 싶어 합니다.

언년아, 이제는 편히 살거라
"살아있다고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란다" 대길이 언년에게 했던 말은 언년이와 함께 있지 않았던 시간은 대길에게는 온통 불행한 시간들이었다는 대길의 고백이었어요. 언년이가 없는 세상은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았다는 의미였겠지요.
자신의 목을 겨눈 송태하에게 최장군과 왕손이를 죽였느냐고 묻지만 송태하는 자신의 부하들을 죽였느냐고 되물으며 두 사람은 칼을 섞습니다. 대길을 향하는 칼을 언년이가 막아서고, 송태하를 향하는 대길의 칼을 다시 언년이가 가로막지요. 과거의 정인과 현재의 남편 사이에 이도저도 못하는 언년이 심정이 오죽했겠을까 싶어요. 언년은 송태하에게 저 분이 과거의 정인이었다며 자신이 죽기를 원합니다. 자기때문에 죽었는데 따라죽지도 못했다는 언년의 말에 대길이의 마음도 아려옵니다. 자신이 죽은 줄 알았기에 언년이도 여태껏 대길이를 찾아볼 생각도 못했었다는 것을 알지요.
그리고 언년이는 송태하에게 그 동안 차마 하지 못했던 자신의 신분을 말하려고 하는데 송태하는 혹이라도 다시 언년의 입에서 정인이라는 말이 나올까봐 말을 막아버립니다. "정인이라는 말 하지 마십시오, 그대 정인은 납니다" 다정하게 어깨에 손을 얹고서요. 그 모습을 보는 대길이 마음은 또다시 갈기갈기 찢어졌겠지요. 
다른 장소에서 멋지게 한판뜨자는 송태하의 제의에 대길이도 순수히 응하지요. 언년이에게 송태하를 베는 모습도, 혹이라도 자신이 베이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테지요.
그렇게 하자며 숨을 잠시 고르고 "모두가 죽으면은 편안해질게다" 라고 나지막히 말하고는 앞장을 서는 대길이었지요. 이말은 언년이를 향해 하는 말이었어요. 대길이와 송태하 사이에서의 언년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대길이도 읽었던 게지요. 마치 '내가 죽어 버리면 언년이 네가 편할 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마음 같았어요. 언년이에게 편히 살거라라며 작별을 고하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송태하를 잡든 혹은 자신이 송태하의 칼에 맞아 죽든 자신으로 인해 더 이상 고통스럽길 원하지 않는 대길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진짜 죽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편안하게 살아라" 라고 하는 말하는 대길은 가슴으로 울고 있었어요.
원손을 부탁하고 가는 송태하에게 언년이는 마음으로 부탁합니다. "저 분을 살려주세요"
대길이는 자신을 죽었다고 생각하라며 작별을 고하고, 언년이는 송태하에게 절대로 대길이를 죽이지 말라 하니 두 사람의 사랑의 무게가 죽음을 거래할 만큼의 크기였나 봅니다. 그래서 엇갈려 버린 두 사람의 운명이 안타까운 것이겠지요.

언년아, 누구를 탓하겠느냐!
송태하와 이대길의 대결은 송태하의 단연 우세입니다. 정통무예를 익힌 전 훈련원 판관의 실력이 길바닥 무슬을 이기지 못한다면 개가 방귀 뀔 일이겠지요. 한때 정인이었다는 이유가 그대를 살렸다는데 대길이 "내가 그런 미천한 집안 종년한테 마음을 줬을 것 같나?" 라는 말에 송태하는 몸의 중심도 넋도 나가버립니다. 대길의 칼에 상투가 잘려 나간 송태하는 노비의 낙인이 찍혀있는 이마를 드러냅니다. 자신이 그렇게 부정하고 싶은 노비라는 신분, 그런데 아내가 된 혜원이 노비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될 일입니다. 송태하는 뼈속까지 양반이라는 지배계급의 사고가 박혀있는 인물이에요. 노비로 떨어졌으면서도 한번도 노비라고 인정하지 않았던 송태하였지요.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죽일 생각은 없었을테지요. 언년이 목숨을 걸고 서로의 칼을 막아섰는데, 그런 언년이때문에라도 죽일 수 없는 두 사람입니다.(이대길과 송태하의 대화장면과 상투를 베어 버린 장면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들이라 따로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싸울 힘도 없이 넋나가 발랑 누워버린 송태하를 향해 대길은 최장군의 비녀를 빼서 한번은 최장군을 위해, 한번은 왕손이를 위해 송태하를 향해 찌릅니다. 송태하의 몸이 아닌 송태하의 마음을 찔렀지요. 그렇게 대길식의 복수를 해주었지요.
그런데 하루를 일년같이 그리워 했던 언년이는 목이 메여 이름조차 부르기 힘이 듭니다. "언년아.... 언년아" 결국은 비녀를 떨구고 허공을 향해 언년이의 이름만을 부르고 쓰러집니다. 자신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언년이, 그래서 송태하에게 분노할 수도 없었어요. 송태하의 칼을 가로막고 섰던 언년이도 비록 몸은 송태하의 여인이 되었지만, 목숨을 내놓고 자신을 지켜 주고 싶어 했었어요. 남편의 칼에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요. 약한 조선이 청나라에 짓밟히고, 양반과 종의 사랑이 허락되지 않은 세상을 탓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너무 늦게 찾았던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늘을 향해 언년이를 부르고는 송태하 곁에 쓰러져 가슴으로 우는 대길입니다. 

어서 와서 밥 먹자, 최장군 왕손아!
송태하를 좌의정에게 넘기고 온 대길은 주막으로 돌아와 여느 때와 똑같은 밥상을 받습니다. 큰주모나 작은주모 누군가가 최장군 밥속에 달걀도 하나 삶아 넣었겠지요. 최장군의 밥속에 달걀을 꺼내 먹으며 오열하는 장혁은 슬픔 이상의 감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내가 말이다, 너희들을 죽인 그 놈을 포청에 넘겼어. 죽였어야 했는데 언년이 남편이라 죽이지도 못하고 그냥 넘겨 버렸다. 헤죽... 돈도 돌려줄 거야. 그리고 이 바닥을 떠야겠다. 이젠 추노할 이유도 없고, 돈을 벌 필요도 없어졌다. 내일 해가 뜰지 안뜰지 이젠 관심도 없다. 그냥 오늘 살다 죽으면 그만이지 뭐. 참 세상 지랄맞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보고 싶다 최장군, 왕손이 이 놈. 밥 식는데 어서 와서 밥 먹자...."
대길이 마음이 이랬을 것 같아요. 형제같은 최장군과 왕손이가 없는 밥상, 대길은 그리움과 허전함에 오열하고 가슴을 쥐어 짜며 웁니다. 꾸역꾸역 달걀을 밀어 넣으면서 끝내 오열하고 마는 대길을 연기하는 장혁의 신들린 듯한 눈물을 보여 주었던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언년아, 너는 살아야 한다
마음껏 울고 싶은데, 최장군 비녀 꼽고, 왕손이 팔뚝찌 올려 두고 그렇게 함께 있는 듯 밥한그릇 먹고 싶은데, 울지도 먹지도 못하게 합니다. 대길의 목을 향해 날아든 오라에 저항도 못하고 포청으로 끌려 가고  말았어요.
포청으로 끌려 온 대길 앞에 송태하는 고문으로 축 쳐져있고, 대길이도 뭇매를 맞습니다. 송태하를 잡았을 때 4살가량의 아이를 보았느냐며 죽도록 매질을 하지요. 4살 가량의 사내아이, 그날 서원에서 언년의 품에 안겨있던 그 아이임을 떠올리는 대길이지요. "애새끼인지 나발인지 나는 몰라"  그 순간 황철웅이 조선비를 끌고 고문장에 등장했지요. "이렇게 셋이 모이니 벗들을 만난듯 반갑구나" 대길을 직접 고문하기 위해 빨간 인두를 가져가는 황철웅의  표정없는 비열함이 섬뜩했지요.
대길이는 이제서야 모든 오해를 풉니다. 최장군과 왕손이를 해친 것이 송태하가 아닌 황철웅이었음을요. 한양까지 오는 동안 대화를 했을 법도 한데 대길이나 송태하나 참 말수가 적은 양반들인가 봅니다. 언년이 종이었다는 사실에 놀란 송태하가 부하들을 죽인 것이 대길이었느냐고 더 이상 묻지도 않았는지,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좀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지만, 대길이와 송태하를 함께 감옥에 넣어야 할 극적인 장치가 필요했을테니 그냥 넘어가야 겠네요.
저는 대길이가 죽도록 맞으면서도 그 애새끼 못봤다고 하는 부분에서 언년에 대한 대길의 깊은 사랑을 또다시 확인해서 가슴이 아팠어요. 언년이와 원손을 떠올리면서 대길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언년이었을 겁니다. 송태하를 추노하라고 한 일이며, 최장군과 왕손이를 송태하가 죽였다고 오해 하게 한 모든 일이 원손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과, 언년이가 문제의 원손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었을 겁니다. 정치적인 일은 관심없는 대길이지만, 이 무시무시한 정치적 살변 속에 언년이가 있다는 것을요. 언년이와 원손이 함께 있다는 것을 봤다고 말하는 순간, 언년이는 추격을 받게 될 것이고 목숨 또한 잃을 거라는 것도요. 사실을 실토하지 않으며 고문받는 장면은 그래서 더 아팠고 비장했어요. 청의 용골대 군사를 향해 낫을 들었던 대길이었지요. 언년이를 살리는 것, 그것이 대길이의 사랑의 시작이었고 끝이니까요.
요동치는 시대의 한복판으로 달려 가려는 대길이, 그의 혁명은 역사를 바꾸는 것도, 임금을 바꾸는 것도 아닌 언년이와 함께 평생살 수 있는 세상이었습니다. 언년이가 혼례를 올렸다는 사실에 모든 것을 버리고자 했는데, 거친 풍랑속에 자신의 꿈이었던 언년이가 던져져 있습니다. 다 잊어버리려고 언년의 그림까지 태워 버렸는데 마음은, 사랑은 태울 수가 없었나 봅니다. 이제는 대길이 자각합니다. 언년이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언년이를 해치려는 세상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요. 그 세상 속에 언년이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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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7 10:49




저는 언년이라는 캐릭터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앞으로의 변화에 기대가 큽니다. 언년이 아직은 신분에 대한 울분은 있으나, 아직은 의식적 자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지요. 하지만 초복이가 업복이를 만나 노비당에 가입하면서 사회적 의식이 성장해 가는 것처럼, 언년이 역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변화해 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언년이와 송태하는 어찌보면 결코 결합될 수 없는 신분들일 겁니다. 두 사람에게서 보여지는 신분적 한계때문이에요. 송태하는 뼈속까지 양반이며, 양반이라는 신분의 벽을 넘을 수 없는 인물일 수 있습니다. 관노의 신분으로 떨어져 노비의 문신이 이마에 새겨진 마당에도, 그는 자신이 노비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인물이에요. 송태하가 와불이 있는 운주사에서 옛부하들을 만났을 때도 그는 자신때문에, 혹은 정치적 억울함으로 부하들의 이마에 새겨진 노비 문신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머금었지요. 노비라는 신분은 송태하나 송태하의 부하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천형같은 억울한 형벌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언년이 역시 마찬가지에요. 언년이는 뼈속부터가 노비의 신분입니다. 신분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주인이 노비문서를 없애고 면천을 해주지 않는 한 노비라는 굴레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기 힘든 인물입니다. 언년이 오라비 큰놈이와 함께 도망쳐서 비록 양반신분을 돈으로 주고 샀다 할지라도, 도망노비라는 것은 바뀔 수 없는 사실인 게지요.

송태하가 언년의 가슴에 인두로 지져진 화상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송태하가 도망노비 언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것은 의문입니다. 송태하가 언년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진심이지만, 신분의 벽까지 넘어설 수 있을지는 지금의 송태하로서는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겁니다. 송태하는 언년이 한 사람은 눈감아 줄 수 있지만, 신분제도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인물일 겁니다. 아직까지는 말이지요.
언년이는 극중에서 두 번 결혼한 여인이에요. 당시 조선에서 여인의 재혼은 법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시대입니다. 풍습적으로 며느리를 소박내서 재혼을 눈감아 주는 방법이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시대였지요. 종놈과 눈맞아서, 혹은 다른 사내와 눈맞아서 야반도주라도 했다면, 며느리의 집안뿐만이 아니라 시댁 가문에 먹칠하는 세상이었지요. 언년이 혼례를 치뤘던 최사과가 눈에 불을 켜고 언년을 추적했던 이유가 가문의 수치스러움때문이었지요. 드라마상에서 언년이를 쫓는 최사과측의 자객 윤지가 죽음으로써 표면적으로는 언년이를 뒤쫓는 사람이 없어 보일지라도 언년이는 평생 숨어 살아야 할 운명이에요. 언년이라는 종의 신분을 숨기고 살아야 하듯이 말이지요.

추노의 인물들은 각기 어떠한 명분으로는 형태로든 그 사회상을 대변하는 인물들이에요. 업복이가 그렇고, 이대길, 송태하, 그리고 천지호가 그러한 인물들이지요. 거창하게 자유연애까지 주장하는 조선의 윤심덕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언년이 역시 신분에 얽매여 사랑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조선의 신분제도가 낳은 억압의 산물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언년이는 혼란한 시대 속으로 과감하게 대문을 박차고 나온 여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당찬 언년이의 캐릭터를 살려 내는 것은 연기자 이다해의 몫이고, 또한 제작진의 부담이겠지만, 드라마 추노 속의 언년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매력적인 인물이에요. 언년이가 어떤 식으로 격동의 시대를 살아갈 지 모르지만, 저는 언년이가 능동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화해 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송태하나 조선비로 대변되는 양반이라는 기득권 세력들과 맞딱뜨리면서 조선 봉건사회의 제도적 모순으로부터 눈 떠주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조선이라는 보수적인 유교사회에서 언년이의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이자, 이다해가 언년이 캐릭터를 살려내야 할 이유입니다.   

그건 그렇고, 지난 회 언년이가 살아있음을 직접 눈으로 봐 버린 대길의 슬픔에 감정이입이 심하게 됐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번 휴일 뒹굴거리다 혼자 상상해 봤어요. 대길이에게 전혀 희망은 없는 것일까? 현대의 시점에서 드라마 추노를 보고 있지만, 언년이의 첫날밤은 시청자에게도 대길에게도 송태하에게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시청자의 입장에서의 작은 바람이기도 하고 대길에 대한 동정때문인 것도 인정합니다만, 저는 언년이가 혼례를 치루되 어떤 사연으로 첫날밤을 치루지 못했으면 하고 바란답니다. 
대길이가 안타까운 나머지 시청자들이 대길과 언년이를 좀더 애타게 보는 드라마적인 스토리라인을 저 혼자 상상해 봤어요. 원손 석견이 고뿔이라도 걸려서 밤새 보챘으면 하는 생각까지 해 봤어요. 원손을 돌보고 있는 사람은 궁녀도 죽었으니 언년이 밖에 없는데 원손이 아픈데 원손 곁을 비울 수도 없고,, 뭐 그런 저런 이유로 첫날밤을 뒤로 물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지요. 아니라면 좌의정 이경식의 끄나풀에 의해 장소가 발각되여 위험을 느끼고 피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지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고요.
물론 대길 도련님이 생각나서 언년이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좋으련만, 눈물까지 흘리며 송태하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좋아하며 송태하와 두손을 마주잡고 곱게 웃은 언년이에게 뜬금없이 첫날밤을 거부하라고는 못하겠지요. 그리고 이 글을 올린 날 추노가 방송되니 첫날밤이 치뤄질 가능성이 더 크겠지만요.ㅠㅠ.
언년이 첫날밤을 치루지 않아야 할 이유는 사실 개인적인 이런 대길에 대한 동정심도 있지만,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시청자들의 긴장감이지만요. 조선이라는 사회에서 첫날밤을 치룬다는 것은 흠모하는 상대라면 그것으로 게임오버가 되는 세상이었어요. 아시다시피 조선이라는 사회는 초야를 치루고 안치루고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였잖아요. 한마디로 옷고름 풀어버리면 끝이었던 것이지요. 물론 주막의 주모들이야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옷고름을 풀어주고, 왕손이에게 넘어간 여염집 아낙들도 있었지만, 언년이와는 다른 경우지요.
저는 아직은 대길이와 언년이가 달 보고 우는 갑돌이와 갑순이가 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뭔가 가능성이 남아 있어야 대길이에게도 언년이에게도 희망적인 애틋함 때문에 시청자들도 더 애타하게 되고 말이지요. 죽은 자식 뭐 만지기식의 미련이지만, 10년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언년이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대길이가 드라마 속에서 너무 불쌍해서 말이지요. 아무래도 대길이를 언년이 보다 제가 더 좋아하나봐요. 에고 제가 주책이네요. 
그럼 송태하는 보릿자루냐고요? 아니지요. 송태하는 지금 혁명 준비로 눈코 뜰새 없어야 마땅해요. 조선비 측근의 말대로 이 중차대한 시기에 혼례를 올리고 깨소금 폴폴 풍길 시기가 아니라는 거지요. 어쩌면 전장보다 더 절박하고 숨가쁜 시기에 있는 거에요.
송태하는 혼례를 치루고도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언년이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새 세상이 오면 많은 시간을 부인과 함께 하겠소" 이런 말로 언년이를 달래는 거죠. 언년이도 송태하가 하고자 하는 일에 하나라도 도움이 되고 자 했으니 큰 뜻을 품은 남정네에게 옷고름 풀어달라고 할 만큼 철딱서니 없지는 않을 거예요.
이런 저런 이유로 송태하는 다른 임무를 위해, 뭐 동지들을 규합하는 일에 정신없이 바쁘고 언년이는 그런 송태하를 너무나 자랑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그런 와중에 대길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이런 전개는 어떨까하고 생각해 봤답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쓸데없는 생각이었네요. 그저 웃으며 보라는 의미로 상상해 봤을 뿐이랍니다.

언년이의 첫날 밤 생각하니 갑돌이처럼 달 보고 울 대길이 때문에 마음이 짠해져요. 언년이가 첫날 밤을 못치룰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또 모르지요. 진짜로 원손마마가 고뿔이라도 드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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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6 07:09




추노가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원손 석견을 구한 송태하가 조선비가 마련한 서원으로 옮기면서 혁명으로 화제가 옮겨지기 시작한 거지요. 송태하와 언년의 감정선은 혼례라는 방법으로 연결지으면서 대길과는 비극적인 운명이 예고되기도 했지요. 언년을 잃은 대길과 언년을 얻은 송태하의 극중 대립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요.
언년이 송태하와 혼례를 올린 것은 개인적인 견해로는 성급한 전개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물 건너 간 이야기니 접어두기로 하고요, 저는 송태하와 조선비의 혁명에 대한 발언에 대해 추노가 길을 헤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송태하가 석견을 구하려 했던 이유와 조선비가 혁명의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 엇박자가 났는데, 왜 언년이를 걸고 넘어지냐는 것이었어요. 
또한 송태하가 꿈꾸는 세상이 자칫하면 언급되지도 못하면서 사랑이냐? 혁명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유약한 장군의 모습만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조선비와의 대화에서 송태하가 동굴에서 혜원에게 말했던 부분과 달라지면서, 송태하가 원손을 구하려고 했던 진의가 무엇이었는지도 다시 짚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한섬이 궁녀와 함께 석견을 데리고 피신했을 때 한섬을 뒤쫓던 송태하가 팔에 화살을 맞아 잠시 동굴에서 언년의 신통방통한 치료를 받았을 때의 일을 상기하면 이해가 가지 않은 대목이 있습니다. 당시 송태하는 언년이에게 만날 분이 승하하신 세자 저하의 아드님이시고, 언년이 그 분을 구하면 나중에 왕이 되시냐고 묻자 그래야 한다고 대답했지요. 임금을 바꾸겠다면서 말이지요. 임금이 바뀌면 세상이 지금보다는 나빠지지 않을 거라면서요. 저는 그 장면에서 송태하가 품고 있는 생각이 임금을 바꾸는 일종의 반정을 꿈꾸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조선비를 만나서 하는 대사는 조금 달라져 있었어요. 조선비는 현 세자인 봉림을 부인하고, 원손마마를 세자로 옹립할 것이며, 조선을 세자(원손)에게 돌려드릴 것이라는 혁명의 기치를 내세웠지요. 그리고 스승 임영호가 죽었으니 자신과 송태하가 선봉에 서야한다고 송태하를 혁명군의 수장으로 추대했습니다. 조선비는 상소로 원손의 복권이 해결될 것이 아니기에 거병의 필요성을 주장했지요.
송태하가 이에 "반정에 뜻을 두고 있느냐" 며, "먼저 봉림대군과 접촉을 해야 하지 않느냐" 고 반문하면서 앞으로 조선비와 대립할 가능성이 암시되었지요. 송태하와 조선비는 혁명에 있어 방법적인 차이를 보인 것이지요. 송태하는 상소라는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원손을 복권시켜 세자로 옹립시킨 연후에 왕위를 물려받든, 왕으로 내세우든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반면, 조선비는 그 절차가 불가능할 것이니 아예 거병을 통한 무력반정을 하자는 입장이지요.
여기서 두 사람의 방법을 옳다 그르다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송태하의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현재 봉림대군은 사서에 소현세자의 급서이후 두 번 세자책봉을 거절한 것으로 나와있지만, 기정사실화된 차기 왕위 후계자입니다. 봉림대군에게 야심이 없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겠지요. 현재 봉림대군을 따르는 세력은 반청세력들, 즉 서인들입니다. 그런데 소현세자는 청을 배우자는 입장의 친청세력이었어요. 이 때문에 삼전도의 치욕 이후 정신병적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인조의 미움을 사게 된 것이었고, 독살로 의심되는 죽음을 당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조선의 정세에서 송태하가 봉림대군을 언급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알려져 있다시피 봉림대군과 소현세자의 청에 대한 입장과 시대관이 극명하게 달랐었지요. 소현세자를 따랐던 송태하였으니 봉림대군과는 정치적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었고, 더구나 봉림대군에게 "큰 아들이 아니니 조카 석견에게 세자자리를 물려주시지요" 라고 점잖게 말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조선비가 "혈족을 죽이고 돌아보지도 않은 왕가에서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일 거라는 말이 오히려 타당하지요.
따라서 현재 석견을 세자로 옹립하는 방법은 쿠데타라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거병이라는 방법의 무력충돌을 통해서 말이지요. 조선비가 판단하는 정세는 이렇듯 사안이 경각에 달린 긴박한 상황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언년이와 사랑에 빠진 송태하가 못마땅한 것도 사실일 겁니다. 사랑에 빠진 송태하가 혁명군을 이끌 수장이 되는데 있어 언년이가 걸림돌이 될 거라는 우려였겠지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언년이 때문에라는 언년이 민폐리스트에 또 하나 리스트를 추가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조선비의 차디찬 말 "혁명에 낭만따위는 필요없어" 라는 말은 언년이 조선비로부터 경계를 받을 것임을 암시하는 말이었죠. 언년이에게 왜 또다시 혁명의 걸림돌이라는 짐을 지우려는 것에 당혹스러웠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년이에 대한 경계가 아니라 조선비와 송태하의 혁명에 대한 입장 정리라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언년이를 갈등구조로 세울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혁명에 대한 서로 다른 비젼이 대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선비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혁명보다는 정치적인 야욕에서의 혁명에 대한 의지가 큰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송태하는 정치적인 야심에 있어서는 조선비보다는 순수하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서 혁명의 당위성 내지는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비젼은 제시되지 않았어요.
지난 글 <혁명가 이대길이 주인공일 수 밖에 없는 이유>에서도 밝혔듯이 송태하와 조선비는 혁명의 한계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기득권 세력들입니다. 우선 조선비가 원손 석견을 왕으로 옹립시키고자 하는 이유는 단지 죽은 인조의 적장자 소현세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봉림을 제치고 왕으로 세워야 한다는, 당시의 서인과 남인의 권력 싸움의 연장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조선비는 억눌린 정치권력의 대변자쯤으로 치부한다고 하더라도, 송태하의 대의는 무엇인지 애매모호 합니다. 다만 억눌린 자들의 울분과 소현세자에 대한 충절과 의리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아직 송태하의 대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가 석견을 구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청사진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하다못해 소현세자가 청을 배워야 한다는 것에 동조하는 것도, 조선이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어떤 대의명분도 보여주지 않았지요. 다만 소현세자의 억울한 죽음과 상복문제로 관직을 박탈당하고 관노신분으로 떨어지고, 소현세자의 아들 석견을 구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제시된 바가 없다는 것이지요.
모름지기 어느 인물을 군주로 모시고자 했다면 주군이 되는 인물의 정치관에 함께 한다는 뜻을 내포합니다. 이제 갓 걸음마를 떼고 기저귀를 뗐을 어린 석견에게 대의란 있을 수 없지요, 이제 겨우 말문이 트였을 뿐인데 말이지요. 그럼 소현세자의 뜻을 잇는다는 것인데, 문제는 송태하가 뜻을 둔 대의라는 것에 대한 구체적 혁명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요. 
단순히 신분회복과 소현세자의 아들이기 때문에 원손을 세자로 추대하려는 것은 정치적인 파벌싸움일 뿐이지 대의 혹은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에서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대길은 양반 상놈 구분없는 평등세상을 꿈꾸고, 업복은 종놈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데, 송태하는 4살배기 원손 석견을 세자로 봉하고 후일 왕으로 세우려는 다분히 소현세자에 대한 충절심밖에는 없어 보인다는 것이지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인물들 중 가장 정치적인 인물이 송태하라고 할 수 있어요. 노비임에도 노비임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는 송태하의 태생적인 한계는 있지만, 송태하는 썩어빠진 정치를 바로잡고, 시대의 흐름을 읽는 정치적인 의식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조선비와 갈등을 해야 하는 부분은 방법론이 되었든 정치관, 혹은 혁명관이 되었든 보다 거시적인 구도에서의 대립으로 가야한다는 말입니다.
조선비라는 또 다른 기득권 정치세력의 야심과 부딪치면서, 송태하가 진심으로 꿈꿔야 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자각이 있으면 더 좋을 일이지요. 그런데 이 중요한 대립에 언년이를 끼워넣는 것은 혁명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송태하와 조선비의 갈등구조를 각자가 지향하는 세상에 대한 혁명론이 아닌 사랑타령으로 또 다시 언년이를 애물단지로 만들어 버린다면, 드라마 추노는 시대극이 아닌 멜로사극으로 남을 공산이 큽니다. 언년이의 민폐리스트가 하나 더 추가될 일만이 남았고요.
길바닥 사극 추노가 완성도 높은 사극으로 남기 바라는 이유, 그것은 21C 우리가 추노를 통해 비록 좌절된 혁명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세상을 향해 치열하게 싸웠던 시대, 그 역사의 한 부분을 보고 있으며, 그 시대를 이끌었던 주인공들의 꿈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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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2 08:47




추노 12회를 보고 난 후 답답함에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기 힘들었습니다. 10년만에 찾았는데 눈 앞에서 송태하와 다정하게 미소짓는 혜원을 본 대길의 기막힌 심정때문이었기도 했고, 그 보다는 드라마 추노가 길을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12회는 어느 회보다 혜원과 송태하의 혼례에 대한 당위성 혹은 이유를 부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회부터 두 사람의 감정선에 공을 들이더니, 내숭언년과 낭만태하를 만들면서 결국 혼례로 이어 주었네요. 여기에 조선비라는 새로운 갈등구조까지 추가하며 혜원과 송태하를 커플로 묶어 주기 위해 급급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주사에서 옛 부하들과 재회한 송태하는 원손 석견과 혜원을 데리고 절을 빠져 나가 조선비가 마련한 은신처로 향했지요. 운주사 일주문 앞에서 가마행렬과 마주쳤지만, 가마 안에 언년이 타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대길은 언년을 또 다시 놓쳐 버립니다.
언년을 놓친 대길패거리는 저잣거리를 다니며 행방을 수소문 하지요. 눈 앞에서 언년을 놓치고 만 대길은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 심사가 얼마나 복잡할까요. 자신이 쫓고 있는 송태하와 혼례를 올렸다니 믿고 싶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습니다.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요. 대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최장군이 언년이를 찾으면 어쩔테냐고 묻지요. 혼례를 올려 잘 살고 있으면 어쩔거냐고요. 선뜻 말을 못하는 대길이 힘겹게 말을 이었지요. "잘 살면 안되지...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 내가 이렇게 살게 됐는데... 자~알 살면 안 되겠지...." 그러나 어떡하지요. 혜원은 송태하에 이미 마음이 가버렸는데 말이에요.
한편 송태하가 먼저 당도해 있었던 사원에 혜원과 송태하의 부하들이 당도하니 송태하는 예전 훈련원 관복을 입고 혜원을 맞이합니다. 송태하에게 그렇게 입고 있으니" 먼 곳에 계신 분 같다" 며 혜원도 달라진 송태하의 모습이 어색한가 봅니다. 저도 심히 어색했어요.

낭만 송태하에 공처가 기질까지?
혜원도 이왕 이리 된 마당에 일거리를 찾고 싶어합니다. 송태하와 주변 인물들의 밥당번을 자처하고 나선 거지요. 곽한섬이 고운 손에 물 묻히지 말라며 만류하지만, 여자 손이 나을 거라며 쫓아 버리는 혜원이에요. 송태하까지 나와서 고생했다고 쉬라고 하는데, 혜원이 배시시 웃으며 어찌 그리 눈치가 없느냐고 퉁을 놓습니다. 자기 손으로 손수 밥을 지어 드리고 싶다면서요. 앞으로는 사내들 부엌출입까지도 단속해 달라는 혜원이었지요. 갑자기 달라진 혜원의 송태하에 대한 노골적인 사랑표현이 당황스럽네요. 더구나 대길에게 지었던 장난스러운 미소까지 입에 번지니, 사랑에 빠진 여자는 표정도 말도 순식간에 달라지나 봅니다. 
하긴 벌써부터 공처가가 되어 버린 듯한 송태하에 비하면 차라리 나아 보입니다. 원손을 안고 가겠다는 말에도, 앞으로 장군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는 말에도 그대로 부하들에게 충실히 따르라고 전하는 모습에서 송태하의 다분한 공처가 기질은 예상했지만, 이번 회에도 부하들에게 부엌출입 하지말라고 명까지 내리니 송태하의 지휘관이 혜원이 된 것 같네요. 이런 분이 혁명의 수장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요. 급 낭만 송태하가 저만 부담스러웠는지 모르겠네요.

한편 송태하는 조선비로부터 경계를 받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이 혜원 문제로 대립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참 못마땅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해서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조선비는 조선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거사를 앞두고 여인에게 빠져있다고 걱정하지만, 송태하는 혜원을 자신의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지요. 필요하다면 혼례도 올리겠다면서요. 
그리고 송태하는 혜원에게 청혼을 하였지요. 하지만 혜원으로부터 거절을 당합니다. 혜원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 주지 못했거든요. "부인보다는 든든한 친구나 충직한 부하가 필요하지 않느냐?" 는 혜원의 말에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할 뿐이었지요. 혜원이 계속 몰아붙였지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면서요. 그래도 대답이 없자 혜원이 마마 고뿔들겠다고 샘초롱해져 버리지요. 그런 혜원을 보니 천상 여자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간에 보여준 고고한 혜원의 이미지와 한참 멀리 비껴나가는 것 같아 당황스럽더군요.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던가?
언젠가 송태하에게 병자호란 때 자신을 구해 준 도련님이 정인이라며, 찾을 수도 만날 수도 없는 분이라고 한숨지었던 혜원을 생각하니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나 봅니다. "계집의 마음은 남자보다 깊답니다" 라던 혜원이 이렇게 남자에게 고백을 유도하고, 그것도 안되니 뾰루퉁해져 버리는 모습을 보자니 혜원이 다른 사람같아 보이네요.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생각이 들정도에요.
아마 혜원으로서는 좋은 변화일 겁니다. 어떻게든 제자리를 잡지 못한 캐릭터를 찾아야 하는데, 송태하에게 어리광도 부려보고 싶은 천상여자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싶었나 보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대길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다시 어떤 모습이 될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요즘들어 감정기복이 심해진 듯해서 말이지요. 
여하튼 이렇게 천상 여자로 돌아 온 혜원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캐릭터를 가장 잘 유지하고 계시는 우리의 의연하신 원손 석견마마에게 넋두리까지 쏟아냅니다. "마마님, 남자들은 참 이상하지요. '사랑한다 함께 있자' 이렇게 얘기하면 참 좋을텐데..." 라면서요. 아무튼 두 사람 감정선 만드느라 너무 애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때 그제서야 혜원의 말 뜻을 알아차린 송태하가 들어와 혜원이 그렇게 듣고 싶어하던 고백을 했지요. "내겐 그대가 필요합니다. 오직 그대만이 내 가슴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평생 아끼겠습니다. 저와 혼인해 주시겠습니까?" 눈물 줄줄 흘리며 감격해 하는 혜원이 미소로 화답하고, 태하의 프로포즈는 성공했네요. 에고 10년간 기다린 대길이만 짠하고, 죽은 송태하 부인만 불쌍할 뿐입니다. 이런게 운명인지는 몰라도요.

아내와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게 평생 한으로 남아서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지 않고 살기로 했다면서, 콩꺼풀 씌워지니 뭐 그런 말도 빈말이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10년을 언년이 그림을 품에 안고 닳도록 들여다 보다, 또 그려달래서 보고, 그림 속 언년이가 행여나 닳을까봐 아까워 하던 대길이를 생각하니, 두 사람 혼례를 축하해 줘야 하 데도, 영 마음이 안땡기니 대길이처럼 저도 가슴이 패인듯이 아프네요.ㅠㅠ
소뿔도 단김에 빼라고 곧바로 혼례상이 차려지기 시작했지요. 고운 한복으로 갈아입고, 비녀도 꼽고, 그렇게 언년이는 송태하의 여인이 될 준비를 합니다. 숨이 멎도록 달려온 대길이가 한 쪽 귀퉁이에서 보고 있는데 말이에요. 언년이, 꿈에도 못잊었던 그 아이가 다른 사내를 보고 방긋 웃고 있는 것을 본 대길이 무너지고 맙니다. 대길의 기억 속에 언년이는 늘 자신만을 향해 웃어 주었는데, 10년만에 본 언년이는 모습도 얼굴도 미소까지 그대로인데, 다른 사내를 향해 웃고 있습니다. 송태하, 자신이 쫓는 그 사내를 향해서 말이지요.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살고 있고, 아니 너를 찾기 위해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달려왔고, 칼 맞아 죽을 뻔 하면서도, 머리에 총구멍이 날 뻔하면서도 오직 언년이 너 하나 찾아 평생 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짐승만도 못한 추노꾼이 되었는데... 언년아, 너는....... 자알 살면 안 되겠지..... 아니..잘 살아야 하는데 왜 하필 내가 쫓는 송태하 도망노비란 말이더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 대길은 눈 앞의 현실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믿고 싶지가 않을 거예요.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칼을 뽑고 달려가려 하지만, 결국 멈출 수 밖에 없었나 봅니다. 혜원과 송태하가 정식으로 혼례를 치루고 부부의 연을 맺게 되나 봐요. 한 발만 먼저 당도하지 늘 한 걸음씩 늦었던 대길의 허탈한 표정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지네요. 다음 예고편을 보니 혼례는 치뤄지고 대길은 삶의 의미도 목적도 잃은 길짐승처럼 그렇게 넋이 나가버린 듯한 모습이었어요. 마음이 아파서 어쩐다지요?  
10년의 조약돌이 그렇게 가벼웠던가?
그런데 아직도 혜원의 감정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송태하로부터 "그대가 필요합니다" 라는 청혼을 듣고 왜 그렇게 눈물까지 줄줄 흘리며 좋아했는지 이해가 안가서 말이지요. 송태하의 고백을 듣고 싶어 애간장을 태울 만큼 송태하를 짝사랑해 왔던 것도 아니고, 딱히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도 아니었는데,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들은 말처럼 감격해 하는 것을 보고, 송태하의 청혼을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혜원이 기다렸나 싶더라고요. 그저 살포시 웃어주거나 고개만 끄덕여줘도 좋았을 것을 싶네요.
분명 대길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흘리는 눈물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조약돌을 10년간이나 품었던 마음이 가벼워져 버린 느낌이 들어서 말이지요. 지금까지 세상 고민은 다 짊어진 것 같은 표정이더니, 키스신 이후 이제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표정이니 여자의 마음은 갈대인가요?
언년이도 깨소금 나는 신혼생활은 없을 듯합니다. 어쩌면 혼례 첫날밤에 집을 나온 순간부터 그녀에게 편한 인생보다는 가시밭길이 예고 되었을 겁니다. 하필 만난 사람이 물줄기를 거슬러 가려는 송태하였고, 인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동행을 하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도 격랑 속에 던져지고 있으니까요.
송태하가 꿈꾸는 세상이 신분의 굴레에 가로막혀 사랑마저 금지되는 세상을 바꾸는 길이라면 혜원도 함께 달려가고 싶은 거겠지요. 어떤 신분이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하다는 혜원, 혜원은 그런 세상으로 바꾸겠다는 송태하를 따라 가는 겁니다. 도련님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버린 송태하를 따라서요. 그것이 사랑인지, 도련님이 꿈꾼 세상에 대한 희망 때문인지 아직은 모른 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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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1 08:57




추노가 11회를 분기점으로 새로운 이야기로 접어 들었습니다. 모든 인물들의 쫓고 쫓기는 관계가 어떠한 형태로든 정치적인 연결선상에 놓여 있게 된 거지요. 목적지도 목표도 없었던 혜원까지도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면서 보다 입체적으로 드라마의 얼개가 짜여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의 흐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임을 암시하면서 이번 회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쉬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봤어요. 특히 왕손이와 최장군의 여염집 아낙 홀리는 내용은 무거운 주제 속에서 웃음을 주었네요.
귀염둥이 왕손이의 카사노바 뺨치는 작업 못지않게, 한양구경 처음 나온 듯한 최장군의 촌뜨기 모습도 코믹했어요. 자칫 외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던 왕손이의 제비질은 유머와 해학으로 맛깔나게 그려서 이번회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같습니다.
큰주모와 작은 주모가 그렇게 꼬리를 살랑살랑 쳐도 넘어가지 않던 최장군의 목석같은 마음도 들썩이게 만들어 버린 왕손이의 여자꼬시기 실력은 조선팔도 최고이지 싶어요. 아마 왕손이가 마음만 먹으면 봉이 김선달처럼 대동강물도 팔아 넘길 것 같습니다. 도끼질마다 다 성공하는 왕손이의 매력은 왕손이에게 넘어간 여인들만 알겠지만, 실력 한 번 볼까요?
왕손이가 노리는 집은 대낮에 사람들 왕래가 빈번한데도 대문이 꼭 닫혀있는 집이랍니다. 그런 집에서는 문도 계집종이 열어주고요. 집에 남정네가 없으니 문을 걸었다는 거지요. 이런 방면으로는 촌뜨기인 최장군을 데리고 한 집을 두드리니 정말로 계집종이 문을 열어 줍니다. 지나는 길손인데 밥 한 술 얻어먹겠다며 대신 밥값으로 장작을 패주겠다고 하지요. 허락도 안떨어진 집에 무작정 들어간 왕손이는 안방인 듯한 곳을 향해 1차 작업멘트를 날리지요. "백호가 음신의 궁에 있으니... 어허... 참..." 무슨 뜻인지는 최장군도 왕손이도 모른다지요. 무슨 뜻인지 몰라도 암튼 '좋지않은 사기가 집안에 있다'라는 식의 뉘앙스를 흘리는 게지요. 이 집 안방마님은 가슴이 철렁해서 당장이라도 버선발로 뛰쳐 나와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겠지요. 
최장군 웃통을 벗고 복근 열심히 보여주는데, 엄동설한에 이게 무슨 짓이냐 싶은 최장군이에요. 꼭 옷을 벗고 장작을 패야 하느냐고요. 장작패는 남정네의 멋진 근육에 홀딱 반한 계집종은 벌써부터 최장군에게 눈길 고정이에요. 안방의 고고하신 마님이 왕손이를 보기를 청하지요. 왕손이 "얏호! 걸렸구나!"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손님께서 천기를 읽으시나요?" 라며 안방마님이 운을 떼니 왕손이 앞가림이나 하는 수준이라며 "천기와 지기를 살펴보니 바깥 양반이...." 하며 말꼬리를 흘리고는 혀를 차주지요. 일단 겁을 주는 것이겠지요.  

놀란 척하는 안방마님이 굿을 해야 합니까 부적을 써야 합니까 물으니 미신은 믿을 게 못된다며 손금을 봐주겠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손금봐주겠다는 것이 남자들 여자 꼬시는 수법인가 봅니다. 문 밖으로 고운 손을 내미는 안방마님이십니다. 이제 반은 넘어 온 거나 마찬가지에요. 왕손이 손을 덥썩 잡고 방으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선수는 다르네요. 방문을 닫아 버리고는 손금만으로는 정확히 읽을 수가 없다고 뻥을 치지요. 족상을 봐야겠다면서요.
양반집 아녀자는 외간 남자에게 절대로 발을 보여줘서는 안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선수 중의 선수인 왕손이는 이런 것도 다 알고 있었나 봅니다. 아녀자가 어찌 발을 보여줄 수가 있겠느냐고 하니 할 수 없다며 "편안한 밤 되세요~" 하고는 쌩 가버리는 척하지요.
다급한 안방마님 "손님, 잠시만~" 하고 부릅니다. 게임 끝난거지요. 안방으로 들어간 왕손이 족상을 보겠다며 안방 마님을 홀라당 뒤집어 버리네요. 아랫배에 혈이 잔뜩 뭉쳐있다며 "배꼽밑에 부적 한 장 붙이시지요" 라고 느끼 야시시하게 다가섭니다. "부적은 미신이라고 안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는 안방마님의 질문에 왕손이 어떤 대답을 할까 궁금했는데, "상반신은 의술로 풀고, 하반신은 부적으로 달래주는 법" 이라네요. ㅎㅎㅎ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요.
양반마님 갑자기 계집종 쫑쫑이를 부르니 왕손이 식겁합니다. 이거 잘못하면 경을 치게 생겼거든요. 절개 곧은 마님이었다면 은장도에 비명횡사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에요. 그런데 왠걸 안방마님 왈, "다른 손님 밥상은 따로 차려드려라"라고 하시네요... 뒷얘기는 뭐 알아서..ㅎㅎㅎㅎ
아무튼 왕손이 위험수위 넘나들며 여자 꼬시는 수법을 보며 한참 웃었어요.
사실 위험수위를 넘을 수도 있는 장면이었음에도 해학과 풍자가 곁들여져서 인지 웃으며는 봤지만, 왕손이 여염집 담을 쉽게 넘을 수 있었던 것도 드라마 추노 속에 흐르는 사회상을 풍자적으로 보여준 것이에요. 두 번의 전쟁(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조선은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예요. 몰락한 양반가도 많았고 백성의 절반이 노비로 전락했던 시기였으니까요.
왕손이처럼 여염집 아낙과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았던 일들도 한 집 걸러 두 집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었겠지만, 드문 일도 아니었지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며느리와 손자까지 죽이는 왕실에서 양반집 아낙에 이르기까지 절개와 법도가 무너지고 있었던 혼탁한 시대인 것이지요.   
극중에서는 귀염둥이 깨방정 왕손이가 여자 밝히는 작업쯤으로 유머와 해학으로 버무렸지만, 드라마 속에 흐르는 정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에요. 지체 높은 집 담장이 이렇게 낮아져 버린 조선사회의 부패상을 왕손이가 꼬시는 여인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양반집 담장이 이렇게 낮아졌는데 궁궐 담장인들 낮아지지 않았을까요? 당연히 낮아졌겠지요. 정신병적인 수준의 패도정치를 하고 있는 인조를 쥐락펴락 할 수 있었던 좌의정같은 인물이 많았던 시대였고, 충신과 간신의 구분이 없던 시대였지요. 제각각의 명분을 내세운 밥그릇싸움에 골몰하고 있었던 시대였으니까요. 
고래싸움에 새우등처럼 터져나간 이름없는 민초들의 죽음이 지천에 널렸던 그런 시대를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무질서하고 혼란한 시대에 혁명이라는 이름의 꽃들이 피어나는 것이지요. 이대길, 송태하, 업복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비록 열매를 맺지 못하고 꺾일지라도 그들이 피우는 꽃이 아름다운 이유, 그것은 보다 나은 세상을 꿈꿨다는 이유때문일 것입니다.
그나저나 대길패의 귀염둥이 왕손이를 연기하는 김지석은 귀티가 흐르면서도 귀여운 매력이 철철 넘치는 대길패의 마스코트 같아요. 익살스럽고 장난기 넘치는 표정과 진지한 표정을 넘나들면서 웃음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대길이나 최장군의 얼굴에 어두운 기운이 서려있는 있는데 반해, '인생 별거 있어, 즐기고 살다 죽으면 그만이지' 라고 말하는 듯한 왕손이의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인 일에 연루될 수 밖에 없는 대길패거리의 불안함때문인지 세상 걱정 없는 듯한 왕손이가 그나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에요.
여자 홀리기 선수 왕손이는 여자를 가장 많이 알지만, 정작 한 여자도 사랑하지 못한 것 같아요. 왕손이에게도 진짜 사랑이 올까 싶네요. 얼른 철들어서 토끼같은 자식들이랑 여우같은 마누라랑, 밭갈고 쟁기질하면서 살아야 할 텐데 말이에요. 왕손이에게 그런 세상이 올지 드라마 끝까지 가봐야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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