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죽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3.16 '해를 품은 달' 몹쓸 해피엔딩의 씁쓸한 뒷맛, 최후의 승자는? (23)
  2. 2012.03.10 '해를 품은 달' 차궐남 운의 비밀, 사라진 원작스토리 "아깝구나" (54)
2012.03.16 10:17




스토리보다 여주인공의 연기력이 더 화제와 이슈가 되었던 해를 품은 달이 드디어 끝났네요. 누가 죽었는지 보다 누가 살았는지를 꼽는 것이 더 빠르겠네요. 줄초상으로 19회 20회에서 하도 많이 피를 봤더니, 빨간 색만봐도 허걱하고 놀랄 정도입니다. 장녹영마저 빨간색 무녀복을 입고 위령제를 지내면서 죽더군요. 다행히 중전 윤보경에게는 피 한사발 먹여보내지 않고, 곱게 보내 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랄까? 하긴 눈 부릅 뜨고 죽은 모습으로 피보다 더 놀랍게 호러 중전으로 보냈으니, 딱히 감사할 일도 아닌 듯.

암튼 초지일관 호러물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감독님이십니다. 왜 그렇게 눈에 집착을 하는지, 눈 큰 배우들은 다들 호러물을 한 두 번씩은 찍고 죽었군요. 임시도무녀 권씨 아줌마까지도 말이죠. 눈 크기라면 막상막하였던 설과 윤보경도 있었지만, 눈 배틀에서 살아남은 승자는 눈동자 연기 최고 고수인 연우가 되겠습니다. 물론 한가인은 눈 크게 뜨는 모습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후반부로 갈수록 부담감은 적어져서 다행이었습니다.
개인적인 말 보태기지만 한가인은 연기를 지적해주는 감독복도 없었지만, 카메라 감독복은 지지리도 없었던 듯 싶더군요. 카메라 감독님은 땀구멍 고스란히 드러난 여배우의 얼굴을 대놓고 클로즈업하는 것을 즐기는(?) 듯 보이더니, 훤과의 첫합방씬에서는 드러누운 모습을 무슨 오록렌즈로 찍은 것도 아니고, 시청자에게 예쁜 얼굴을 보게 하는 팬서비스도 안해 주더군요. 키스씬마저도 어쩜 그렇게 예쁜 각도를 못 잡으시는지, 한가인의 깨는 목소리에 오디오는 일찌감치 포기를 했지만, 비디오는 살려 주셨어야죠. 다행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뽀시시 장면으로 최대한 노력은 해주는 것같기는 하더구만요. 눈이라도 즐겁고 싶었던 마음을 이해하셨는지 말이죠.
예상대로 양명군은 훤의 편에 서서 반역의 무리를 처단하는데 앞장서고, 명부까지 넘겨주며 마지막까지 왕명을 수행하고 갔지요. 양명군이 하도 "나는 안되겠느냐"고, 끈질기게 따라다녀서 꼴불견이었는데, 대를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하늘로 가주시겠다며, 비장한 선택을 하는 장면으로 앙금이 녹기는 했습니다만, 죽는 장면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허접한 발연출은 웃음이 나오더군요.
마지막 윤대형까지 형제가 합심하여, 동생은 활로 형님은 칼로 마무리를 해서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지요. 헉, 그런데 궁궐 문 앞에서 한 놈이 삐적삐적 일어나더니 긴 창을 들더라고요. 순간 느껴지는 불안감, 위험을 알리는 훤의 목소리, 양명군 훤을 돌아보며 씨익 웃더니 칼을 버리지요. 죽여주십사라고 말이지요. 그 많은 궁수들 일동 차렷! 얼음땡되고, 별로 짧은 시간도 아니었건만 창이 양명군의 몸을 관통하고 말았지요.
궁문앞에서 창을 던졌던 놈, 하도 어이없는 연출이어서 양명군의 졸개라는 생각마저 들었네요. 역모를 주도했던 윤대형 일파의 신료도 아니었고, 그저 멋모르고 동원된 졸개 나부랭이 같던데, 게임오버된 상황에서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양명에게 창을 던졌는지 싶어서 말이죠. 양명이 거짓 반정에 앞장서면서 죽음을 결심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수하 한 사람을 반정군에 투입시켜, 적당히 궁궐 문앞에서 찌그리고 엎어져있다가 죽여달라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까지 했더랍니다ㅎ.

쿨럭! 피 토하며 죽어가면서도 할말은 오지게 많았던 양명군, 운과 훤에게 할 말 다 하고 어린 연우에 대한 회상까지 마치고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한 때 모든 것을 가지신 전하를 원망했습니다. 해서 전하의 자리를 탐해 보기도 했습니다. 허나 왕의 자리와 맞바꾸기에는 벗들과 아우가 너무 소중했습니다. 부디 강건한 군주가 되어 그 아이와 이 나라 백성들을 지켜 주시옵소서", 양명군 자신은 하늘에서 훤과 연우를 지키겠다면서 말이지요. (불쌍한 양명군, 너의 죽음을 기억하는 훤과 연우는 아니더구나, 지네들만 그저 좋다고 띵까띵까 살더란다. 그러니 다음 생에는 쓸데없이 남좋은 일 하지말 것!)
"내가 명한 것은 명부뿐입니다. 죽으라고 명한 적은 없습니다. 눈을 뜨십시오 형님. 어명입니다. 형님!!!", 대전뜨락을 넘어 조선 하늘을 울리는 훤의 오열에도,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양명군이었습니다.

양명의 방백이 가장 슬프더군요. "아바마마, 소신 당신의 아들로서 이리 가옵니다. 그곳에서는 아바마마께서도 왕이 아닌 아버지로서 소자를 향해 마음 편히 웃어주실 수 있겠지요", 처음으로 불러보는 아바마마였습니다. 양명의 시신을 집으로 옮긴 후, 희빈박씨의 애끓는 눈물 또한 눈시울을 적셨지요.
벗의 죽음을 가장 슬퍼했던 운, 양명과 마음으로 주고받는 이별식이 가슴 찡하더군요. 양명의 선택을 그 누구보다 이해했던 운, 왕좌를 위협하는 2인자로서 원하지 않는 한량짓을 해야 했고, 술에 찌든 모습으로 주위 시선을 안심시켜야 했던 양명, 연심도 마음껏 품을 수 있기에 양명은 죽음으로 정말 그가 원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을 듯합니다. 서장자의 비애와 서출의 설움을 말이 아니어도 마음으로 함께 나누고 기대왔던 벗, 한 팔을 잃은 듯 아파오는 운이었습니다.
궁에서 피바람이 불던 그 시각, 가마에 태워져 어디론가로 향하는 연우였지요. 아무튼 사랑하는 님은 죽든말든, 설이가 죽었든 말든 단시간에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놀라운 독서광 연우였습니다. 병풍 뒤에서 훤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청기로 듣듯 다 알고 있는 연우, 뭔가 큰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남았을텐데, 그 와중에 책이 눈에 들어오는지 연우의 정신세계는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띠융~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머니 정경부인 신씨와 염과의 재회는 길게 끌지 않았습니다. 민화공주와의 한판에 더 열을 올렸던 연우였지요. "엄마..엉엉엉"은 버릴 수 없었는지... 어린 연우가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처음으로 집을 떠나 가족을 그리면서, "어머니"라며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울던 모습이 잠시 비교가 되었네요. 
한가인 우는 연기는 좋았는데 이상한 각도로 찍는 것을 즐기시는(?) 카메라 감독님때문에, 심각한 장면에서 혼자 뻘쭘해지고 말았습니다. 신씨부인 비녀가 한가인의 입을 찔렀다가, 코를 찔렀다가 암튼 몰입방해하는 것도 가지가지입니다(이는 한가인 잘못아님).
연우가 가족상봉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한 여인이 궁의 외진 곳을 향하고 있었지요. 한 때는 교태전의 주인이었던 중전 윤보경, "전하를 처음 뵌 그날부터 신첩이 원한 건 단 하나 전하의 성심뿐이었습니다. 저는 폐비가 되겠지요. 허나 그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전하의 여인으로서 죽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버린 듯한 퀭한 눈동자, 이승에의 미련도 교태전의 주인자리도, 훤의 마음을 차지한 연우에 대한 원망도 없이, 그저 훤에 대한 연심만을 가지고 목을 맨 윤보경, 양명군과 함께 마지막까지 긴 여운을 남긴 인물입니다.
얼마나 맺혔으면, 얼마나 그 연심이 깊었으면 눈도 감지못하고, 마지막까지 전하의 얼굴을 보고자 했을까 싶더군요. 윤보경의 바람처럼 마지막 그 눈동자에 비친 얼굴은 훤이었으니 말이지요. 훤을 마지막으로 담고 가고자 했던 윤보경의 강한 염원이 통했는지 훤이 윤보경의 눈을 감겨주었지요.
윤보경의 처소를 나와 연우에게 기대어 우는 훤, 왜 그렇게 슬프게 우는지 그 진심이 전달은 안되더군요. 차라리 혼자 조용히 윤보경에 대한 과거를 회상하며, 추모를 하는 모습이 나았을 법했는데 말이죠.

연우와 훤은 가례를 뚝딱 올리고 원자까지 낳았습니다. 원자를 보는 아버지 훤와 어머니 연우, 한가인의 미소가 참 예쁘더군요. 김수현은 아바마마라는 말을 듣기보다는 조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요. 그래서인지 염과 연우, 그리고 염의 아들 의가 함께 있는 장면이 진짜 가족처럼 어울리더라죠. 염도 수염이 나고 다 나이가 들었던데, 훤만 불로장생의 약을 먹었는지...
결말부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커플은 염과 민화공주였습니다. 마지막에 가슴 덜컹하게 하는 송재희의 백허그 감정씬도 좋았고, 특히 송재희는 눈물연기가 참 좋더군요. 아련한 슬픔을 전하는 눈빛연기가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배우더군요. 민화공주는 죄값을 치루고 염의 용서를 받았는데, 따지고 보면 염이 너무 잘나서, 그 잘난 마성의 선비를 너무 좋아한 민화공주의 욕심이 부른 화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더랍니다.
훤과 연우는 뭐랄까 배신감같은 것도 느껴지고, 결국 이 두사람의 행복을 위해, 아니 연우를 살리기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나 싶어서 뒷맛이 씁쓸합니다. 연우를 마음에 품은 사람은 다 죽어야 했죠. 운이랑 형선이 마음에 품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암튼 연우를 잠시잠깐이나마 품었던 호판도 죽고, 양명군도 죽었지요. 연우를 미워했던 사람들도 다 죽었죠. 대왕대비를 비롯 윤대형 일파까지 싸그리 말이죠. 설도 그 와중에 희생되었던 것이고요. 흑주술 배틀을 벌였던 장녹영과 권씨도 죽었죠. 세상이 이 두사람의 행복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두 사람의 운명을 거스른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댓가를 치뤄야 했나 하는 씁쓸함이 남네요. 
사실 훤과 연우의 합방장면에서 재미있는 씬들이 많았는데, 앞서 간 비운의 인물들에 대한 감정정리가 안끝났는지, 달달하기 보다는 시트콤 느낌이 더 들더군요. 짝사랑만 하다가 간 양명군과 윤보경이 더 가엾기만 했고 말이죠.
이게 막판 몰아치기의 부작용이겠지만, 19회 20회에서 한꺼번에 많은 일들을 쏟아내다 보니, 훤과 연우의 알콩달콩한 행복을 보면서도 그리 고운 시선을 보내기가 힘들더군요. 
가야금을 타다 손가락을 다친 훤에게 "괜찮으십니까?"의 책대사로 역시 변함없는 한가인이었고, 마지막까지 연우라는 캐릭터와는 따로놀았던 한가인은 연우도 되지 못했고, 시청자도 품지 못했습니다. 훤은 오직 연우를 위해 사는 사람처럼 붕떠있는 듯했고 말이지요. 물론 나쁜 군주는 아니었지만, 성숙한 느낌이 안들었달까? 그많은 일들을 겪은 것치고는 너무 멀쩡한 두 사람이 좀 얄미웠나 봐요;;
그나마 멀리서 훤이 가야금 연주를 중단했는지도 모르고, 가야금 연주에 몰입하고 있던 형선 정은표가 깨알웃음으로 마무리를 해주면서 최후까지 시청자를 품었지요.
해품달은 궁중로맨스 타이틀로 시작했지만, 말 그대로 용두사미 드라마였습니다. 아역들의 퇴장이후 로맨스는 실종되고, 연우의 기억찾기 드라마로 변질되었고, 후반부는 추리극으로 가다 연우의 죽음과 관계된 인물들에 대한 응징극으로 끝나 버렸지요. 

해품달은 남긴 것이 많은 드라마입니다. 시청률을 남겼고, 김수현을 재발견하게 했고, 한가인의 연기에 대한 실망과 물음표를 남겼지요. 연기자는 연기로 사랑받는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고요. 가장 연민을 받고 사랑을 받아야 할 여주인공 연우라는 캐릭터가(물론 아역은 사랑을 넘치게 받았습니다),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일 겁니다. 결정적인 문제점은 '연기자가 어떻게 그 캐릭터에 동화되고 표현했는가'였습니다.
연우라는 캐릭터는 눈물의 연속인 삶을 살아온 불쌍한 캐릭터였습니다. 세자빈에 간택되어 훤과의 풋풋한 사랑을 시작하려는 찰나, 이 여린 꽃봉오리는 외척들의 권력욕에 의해 무참히 희생되었지요. 장녹영의 신력으로 살기는 했지만, 무녀라는 천한 여인이 되어야 했고, 기억마저 상실해 버렸지요. 사람취급도 받지 못하는 무녀, 액받이 무녀라는 인간부적이 되기도 했고,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겼지요.
피떡칠이 되어 고문을 받기도 했고, 인두에 자자형을 새길 뻔한 위기도 있었죠. 왕친을 현혹했다는 죄로 음자를 새기고 돌팔매질을 당하기도 했지요. 은월각에서 귀신을 받아내라는 혼령부적으로 까지 쓰였던 연우, 감옥에도 갇히고 형틀에 묶여 고문을 당하고, 활인서로 쫓겨가기도 하고, 절로 납치되기도 하는 등, 그간 고생한 행적들을 보면 석달열흘을 이야기해도 모자랄 고생들만 했죠. 
이렇게 가여운 연우가 행복해지는 것에 함께 행복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뭔가 뒷맛이 개운하지 못하니 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청자가 사랑했던 첫사랑이면서 누이같았던 그 연우가, 기억상실증처럼 돌아오지 않아서였나 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품달 최고의 커플이 된 훤-형선, 그리고 훤을 품지 못했지만, 시청자를 품은 비련의 짝사랑 캐릭터 윤보경, 훤과 연우를 위해 죽음으로 자유의 영혼이 된 양명군이 마지막회 시청자의 마음을 품은 승자가 아니었나 싶군요.

***해품달 결말 한 줄 요약: 훤과 연우는 그후로 오래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됐고, 니들만 행복하니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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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0 08:04




해를 품은 달 스페셜 1,2부는 지난 줄거리분 요약이라 큰 재미는 없었습니다. 아역들의 연기를 다시 보는 것은 반갑더군요. 연우를 부르며 오열하는 여진구의 연기는 다시봐도 눈물을 쏟게 만들었고 말이죠.
드라마를 보며 처음 눈길이 간 이는 양명군이었어요. 왕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서장자라는 이유로 2인자로 살아가야 하는 그의 슬픔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성인 양명군으로 바뀌면서 연우에게 너무 대책없이 들이대는 바람에, 매력이 반감되어 지금은 그의 최후에만 관심이 있을뿐, 양명군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주지 못한 것은 참 아쉽네요.

양명군과 함께 관심을 가졌던 캐릭터가 운(송재림)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 중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들었거든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왕의 호위무사, 양명군만큼이나 사연이 많은 인물일 듯해서 이제나 저제나 운의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2회를 남겨둔 마당에 운의 스토리는 그 이름처럼 구름에 가려져 버릴 듯하더군요. 그래서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드라마에서 사라져 버린 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해 봅니다. 결론은 이 매력적인 인물과  함께 원작에서 가장 심금을 울렸던 계모 정경부인 박씨에 대한 스토리를 생략해 버린 것이 너무 아쉽다는 점입니다. 혹시 드라마 말미에 이 내용이 나온다면, 스포일러가 된다는 것이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독자분이 해를 품은 달 원작을 보내주셨는데(거듭 감사합니다. 김ㅇ영님), 여지껏 참고 있다가 운에 대한 스토리가 너무 궁금해서 결국은 보고 말았습니다. 처음 몇장을 읽으니 연우의 기억상실증은 원작에는 없는 내용이고, 전혀 다른 스토리더군요. 드라마와 혼돈이 일까봐 덮어버릴까 하다가 운에 대한 궁금증으로 열어봤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대부분 내용은 스킵하고, 운이라는 이름만 찾아가며 읽었답니다.
운에 대한 이야기는 원작에서도 많이 나오지는 않더군요. 다만 훤과 동시에 봤던 무녀에게 혼자 연정을 품는 것으로 연우낭자와는 별개로 월이라는 무녀를 짝사랑하는 감정묘사가 많았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양명군의 연심으로 뒤범벅되기는 했지만, 양명군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짝사랑이었고, 충심과 연심 사이에 고뇌하는 운을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진짜 비련의 짝사랑 캐릭터였습니다.
처음 월을 만났을때 훤이 술을 권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운이었지요. 그런데 월이 "참으로 불충한 분이십니다. 제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또 이 술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면서 어찌 기미(氣味)를 마다하시옵니까? 호위를 검으로만 하실 것입니까?"라며, 비에 젖은 그의 몸을 따뜻한 온주 한 잔으로 데워주고픈 마음을 비추자, 운은 차갑고 사무적인 표정이었지만 살짝 놀라워 했었지요.
원작에서는 이때부터 훤과 동시에 월을 마음에 품기 시작하는데, 드라마에서는 그 연심을 몽땅 양명군의 것으로 그려갔지만, 월에 대한 운의 감정은 훤 못지않게 진지하고 서글프고, 그리고 안타깝더군요. 월을 딱 절반으로 나눠 훤과 운에게 주고 싶더랍니다. 여튼 월을 보고 난 후 훤은 운에게 월을 종적을 찾으라 명했지만, 월이 기거하던 집은 이미 비워져 버린 상태였죠.
종적이 묘연해진 월과 재회한 것은 강녕전 훤의 처소에서 였지요. 쓰개치마를 뒤집어 쓰고 액받이 무녀로 들어 온 월, 월은 운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지만, 조금 떨어진 구석에 귀신처럼 앉아있던 운의 눈은 늘 월에게 고정되어 있기도 했고 말이지요.
그런데 월의 정체에 대한 의심도 운의 연심도 그쯤해서 작가와 제작진이 정리해 버린 듯 싶더군요. 월의 정체는 홍규태 금부도사에게, 연심은 "나는 안되겠느냐"고 매달리는 양명군에게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삼각관계를 정리하는 선에서 말이죠.
처음 훤이 침소에 액받이 무녀가 든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때, 월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말아달라고 운에게 은유적인 부탁을 하는데요, 원작에서는 연우가 기억상실증이라는 쓸데없는(ㅎ) 병에도 걸리지 않았고, 그 말이 참으로 시적이더군요. "구름이 달을 가리는 폼새가 참으로 어여쁩니다". 
원작을 몇장 읽다보니 연우라는 인물이 드라마와 너무나 달라서, 드라마가 끝나면 연우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정독할 생각입니다. 연우라는 인물은 몇장을 읽었는데도, 마음을 사로잡는 인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훤보다 연우가 마음에 끌리더군요. 훤은 드라마가 더 매력적이고요. 여진구와 김수현이 얼마나 훤을 멋지게 그렸는지, 완소남들이라는게 실감되기도 하고, 훤캐릭터가 진수완 작가에게서 더 잘 나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책에서도 훤을 사랑할지는 살짝 의문이 들기는 해요.
양명군은 결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라, 드라마의 재미가 반감될까봐 그 부분은 일부러 읽지 않았습니다만, 드라마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분명한 듯합니다. 적어도 연심이 어쩌고 하면서 징징대지는 않는 듯해서 말이죠. 사랑이 사람을 위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잘못 그려지면 찌질이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드라마속 양명군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실감을 하는 것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재미있었던 것은 훤이 연우를 마음에 담은 운의 마음을 읽고는 폭풍질투를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위험에 처했던 연우를 구출해 강녕전으로 데리고 오는데, 부드러운 운의 표정을 보고는 연우를 보란듯이 끌어안기도 하지요. 순전히 운에 대한 질투로 말이지요. 일종의 소유권을 확인시키는 훤처럼 보여서,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답니다ㅎ. 그 모습을 보고 운이 고개를 돌리는데, 이때는 신하가 아니라 남자로서 돌렸다고 해요. 자신이 마음에 품은 여인이 다른 사내의 품에 안긴 것을 차마 볼 수 없었기에 말이지요.
아무튼 운에 대한 부분들을 찾다가 한참 뒤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발견했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가슴을 치게 만들더군요. 이 감동적인 스토리를 드라마에서 생략해 버린 것에 화가 나기도 했고 말이죠. 운과 박씨부인 스토리는 별도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드라마로 재구성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답니다.
설렁설렁 읽다가 가장 몰입해서 읽었던 부분이 운과 정경부인 박씨의 이야기였습니다. 어찌나 눈물을 흘렸던지 드라마에서는 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더군요. 저는 박씨부인을 김해숙(천일의 약속에서 김래원 모친으로 나왔던 분)으로 상상해 가면서 읽었는데요. 박씨부인이 드라마에서도 나왔다면 김해숙이나 김미경(성균관 스캔들에서 윤희 어머니로 나왔던 분)이나 양희경도 어울릴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운이 어떤 집안의 서출인지 드라마에서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몰랐는데, 정경부인 박씨는 운에게는 마님, 어머니라 부를 수 없는 어머니였습니다. 양명군과 같은 처지였죠. 양명군도 성조대왕을 주상전하라 하고, 소신이라는 말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었듯이 말이지요.
운의 가족사에 대한 첫 구절은 놀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박씨부인이 마당에서 절을 하는 운을 보고 싸늘한 표정으로 방문을 탁 닫아버린다는 내용으로 시작되어, 서출인 운이 갖은 구박과 멸시를 받으며 자랐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운을 친자식처럼 키운 박씨부인은 무인집안에서 무인의 피를 받아 태어난 여장부라고 합니다. 집안의 힘으로 남편을 오위도총관까지 끌어올렸지만, 도총관은 장안 제일의 이름난 난봉꾼이었죠. 어느날 남편이 기녀에게서 얻은 아이가 집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여섯살때 어머니가 죽었고 오갈데 없는 운을 박씨가 거두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쌀쌀하게 대합니다. 난봉꾼 남편이 기녀에게서 얻은 자식이 예뻐보일 리도 없고, 박씨가 다정한 성품도 아니었고요.

운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그야말로 천덕꾸러기처럼 살아 이리저리 채이는 것에 익숙했던 아이여서, 박씨의 냉담함에 서러움을 느낀다던가 하는 감정조차 갖지 않은 아이였습니다. 말도 하지 않아 벙어리라고 생각할 정도였지요.
거둬준 것에 감사함을 표하고자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었는데, 비질을 하는 운을 보고는 다짜고짜 따귀를 때리지요. 누가 너에게 이런 것을 하라더냐며 화를 내는 박씨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처음으로 말을 하는데요. 그제서야 박씨부인은 운이 벙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어린 운에게서 놀라운 점을 발견하는데, 아이가 뺨을 맞고도 울지를 않는 것이었어요. 어린애답지 않은 어린애였던 게지요. "뺨을 맞았으면 우는 거란다. 네 나이때는 그래야 아이다운 것이다", 운에게 정을 주게 될까봐 일부러 운의 또릿또릿한 눈을 피하면서 말하지요. "일손이 부족해서 널 데려온 것이 아니다. 반쪽 핏줄이기는 하나 넌 도총관의 아들이다. 하인들과 몸가짐을 달리하거라". 돌아서던 박씨부인은 운에게 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라고 물어보지만, 대답을 하지 않자 운을 떼보지요. "글자는 아느냐? 천자문정도는 내가 가르칠 수 있다"라고요.

운에게 글을 가르치면서 박씨부인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탄식을 합니다. 운이 너무나 똑똑했기 때문이었어요. 그토록 영민한 아이가 세상에 나가면 서출이라는 족쇄에 묶여 날개를 펴지못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박씨부인이었지요. "아깝구나". 운의 영특함이 아까웠고, 자신의 배로 낳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까운 박씨부인입니다. 정실인 자신의 몸에서 태어났더라면, 세상을 호령하고 남을 큰 인물로 성장할 터인데, 서출이라는 신분때문에 꺾이고 다칠 운의 날개가 너무 안타까웠던 게지요.

박씨부인은 운검대장으로 있는 자신의 동생에게 운을 보여 주는데요, 검술로 운에게 출사를 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지요. 박씨부인의 동생이 차고 있던 운검이 신기했던 운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쳐 만져보았고, 박씨부인 동생은 운의 눈빛을 보게 되지요. 기죽지 않은 눈동자, 어린 운의 눈빛은 살아있었고, 타고난 무인의 골격이라는 것도 읽어냅니다. 
"누구도 내 허락없이는 운에게 손을 댈 수 없다", 박씨부인의 서릿발같은 호통이 들려오자, 운검대장은 누님이 그를 부른 연유를 알게 됩니다. 운에게 검술을 가르치라는 것을 말이죠. 운검대장은 검술에 앞서 대제학 허영재에게 운의 글공부를 부탁하게 되었고, 그런 인연으로 운이 염과 양명을 만나 동문수학한 벗이 될 수 있었지요.
운의 검술은 일취월장해 갔고, 무과에 급제해 이후 세자의 호위무사를 거쳐 왕 훤의 운검으로 발탁되었으니, 박씨가 지금의 운을 만든 것이나 진배없었어요. 배로 낳지는 않았지만 가슴으로 품은 아들 운, 박씨부인에게 운은 눈으로 쓰다듬어도 상처가 날까 아까웠던 그런 아들이었어요.
운을 마주할 때마다 박씨의 입에서는 "우리 운...아깝구나"라는 탄식이 나왔는데, 운은 자신이 서자로 태어났다는 것을 아까워 하는 것으로만 알지요. 그리고 훗날 박씨부인이 자신의 배로 낳지 못해 아깝다는 의미이기도 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음으로는 수천 번 수만 번 불러봤던 어머니, 운이 입밖으로는 내지못하는 말이었습니다. 가장 부르고 싶은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운이 본가에 들어서면 하인들은 절을 올릴 수 있도록 마당에 멍석을 까는데요, "마님, 새해들어 처음뵙습니다"라고 절을 하는 운을 쳐다보지도 않고, 노여워 하는 기색으로 방문을 탁 닫아버리는 박씨부인입니다. 처음에는 운을 냉대하는 줄만 알았는데, 방안으로 들어선 운이 다시 절을 올리자 미소를 짓더군요. 마당에서 올리는 서자로서의 절은 받지 않았던 것이었어요. 방안에서 올리는 아들로서의 절만 받는 박씨였습니다. 아들의 얼굴빛을 금세 읽는 박씨의 말에 놀랐는데요, "널 힘들게 하는 자가 있다면 내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왕이라 하여도.."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얼마나 운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박씨부인에게 유일한 아들이지만, 그 아들에게서 결코 들을 수 없는 말이 '어머니'라는 말이었어요. "운의 입에서 나오는 '마님'이란 말은 남편의 계집질보다 더 큰 상처가 되어 가슴 한구석을 부숴뜨렸다. 박씨는 가엾은 아들을 향해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리 운...아깝구나. 미안하구나, 내가 널 낳아주지 못해서...'"라는 표현만으로도, 박씨부인에게 운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 수 있게 한 대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임에도 세상은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세상이 바뀌게 되었지요. 윤대형의 반란을 진압한 후에 훤이 악법들을 뜯어 고치면서 말이죠. 역모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저도 대충 읽고 넘어가 버렸고, 괜스레 드라마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언급은 하지 않을게요.
박씨부인과 운에 관련된 내용만 찾아 읽었는데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얼마나 마음이 급했는지 운이 말을 탄채로 대문으로 들어서더군요. 애타게 운의 소식을 기다리던 박씨부인, 혹 금쪽같은 아들 운의 몸 어디 한 군데라도 다친 곳은 없는지 먼저 살피지요. 다행히 부상을 입지않은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걱정했던 마음을 숨기고 임금 곁을 비운 것을 책망합니다.
운이 머뭇거리며 말을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답니다. "상감마마께서 소인에게 허통(許通, 서얼의 신분에서 벗어나 아비의 신분을 따르는 것)을 윤허해 주셨습니다. 하여 마님께 허락을 구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부디 소인에게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기쁨과 원망의 눈물을 흘리는 박씨부인, "나쁜 놈. 천하에 또없을 불효막심한 놈. 내 언제 너에게 어머니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더냐? 네가 나에게 아들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느냐?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바깥이 시끄러워서 잘 들리지가 않는구나. 뭐라고?...". "어머니".
운의 가슴을 치며 더 크게 우는 박씨부인, "나쁜 놈, 괘씸한 놈, 남들은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을 이제야 하다니... 그까짓 어명이 뭐라고, 너와 나 사이에 어찌 어명 따위가 먼저란 말이냐? 부모자식 간의 정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더냐?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이리도 불효막심한 놈이라니...". 박씨부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지요. 운 역시도 말이지요. 한 번도 보지못했던 운의 미소를 처음으로 보았던 박씨부인이었습니다.

말에 올라 서둘러 궁으로 달려가는 운, 얼마나 기뻤으면 정신없는 난리통에 한달음에 달려와 그 소식을 전하고 갔는지, 운의 마음을 아는 박씨지요. 십수년간을 마음으로만 불렀을 '어머니', 그 짧은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달려 온 아들 운, 박씨는 기쁨과 감격에 그 자리에 엎드려 궁을 향해 절을 올립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마마께옵서 소신의 가죽을 벗겨 북을 만들겠다고 하셔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박씨부인과 운의 절절한 모자지정이 전해져 오나요? 드라마로는 만나지 못했던, 눈물없이는 읽을 수 없었던 운의 비하인드 스토리였습니다. 읽고는 감동으로 울컥해서 드라에 나오지 않았던 운의 가정사 부분만 번외편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운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서요. 박씨부인이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우리 운...아깝구나"였는데, 뜻은 다르지만 같은 말이 나오더랍니다. 드라마에서는 운의 캐릭터가 살지 못했는데, 운도 박씨부인도 '아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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