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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12.09 '뿌리깊은 나무' 세종의 시나리오가 배출한 최고의 배우는?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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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1.11.26 '뿌리깊은 나무' 세종 이도, 광화문에 왜 나갔나? (12)
  5. 2011.11.12 '뿌리깊은 나무 7,8회' 베일에 싸인 정기준, 누구일까 (3)
2011.12.15 10:38




대신들과 집현전 학사들을 소집한 세종은 세가지 사안으로 대신들과 학사들을 놀라게 했지요. 황망스럽게도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정수리가 보여서는 안되는 군왕이 대신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대신들 모르게 은밀히 글자를 창제하고 있었노라 고백하며, 죽은 집현전 학사들과 정인지, 성삼문, 박팽년이 비밀조직 천지계원이라고 밝히며, 비밀리에 추진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사죄하는 세종이었지요.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함께 고개를 숙였네요. 그리고 얼마나 영리한 사죄였는지 무릎을 쳤습니다. 세종은 은밀히 글자를 창제했다는 것을 과오로 인정했을뿐, 영리하게도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사죄는 하지 않습니다. 감히 임금이 고개를 숙이니 대신들이 몸둘 바를 모르고 당황하지요. 세종의 영리한 기선제압 책략이었죠.
참, 책략이라는 말이 나와서 덧붙이는데, 까칠귀여운 조말생 대감이 이번 회도 깨알웃음을 주었지요. 정인지도 은근 귀여운 매력이 있는데, 두분의 선문답같은 대화에 빵터졌네요.
세종은 밀본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지요. 밀본지서의 내용이 아니라 밀본에 가입한 밀본원들이 신분노출에 위기를 느끼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밀본원으로 결속되고 있지만, 실상 내부에서는 와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이는 집현전과 글자반포를 두고 거래가 성사되었지만, 공식 합의를 하기로 한 바로 그날, 갑자기 이신적이 돌변해서 반대를 했던 것에서도 유추가 되었던 것이었지요.
"밀본은 분열된 것이요", 깨소금 맛이라는 듯 웃는 세종의 표정이 살짝 귀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균열의 가능성을 가지고 책략을 만들자며 조말생을 쳐다보는 세종, 그런데 조말생이 놀란 토끼눈을 뜨고 물어보지요. 어떻게 만들거냐고 말이지요. "엥! 아니 여태 뭘 들었소. 그렇게 하자니까." 무휼에게도 못 알아들었느냐고 재차 확인하는 세종, 무휼은 알아들었다고 하는데 진짜 알아들었는지, 요즘 무휼의 넉살이 늘어가서 말이지요. "그러면 그런 식으로 하자"며 자리를 뜨는 세종이었지요. 세종 한석규가 그 장면을 찍고 나가면서 웃음을 터뜨리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하며 웃었답니다.
뭘 어떻게 하라는지 감을 잡지 못한 조말생 대감, 정인지를 붙들고 알아들었냐고 넌지시 물어보지요. "예, 대충...". 전하께서는 원래 저러시는가?". "예, 가끔...". 정인지도 알아들은 눈치는 아니더구만, 대충이라고 얼버무리는데, 세혼자 왕따인 것같아 답답한 조말생 띠융~, 그저 눈만 껌뻑이지 못하고 멍해져 버리지요.
세종이 어찌 이런 말을 직접적으로 하시겠습니까? 저들을 이간질시켜서 지들끼리 피터지게 싸우는 꼴좀보자는 말을 말이지요ㅎ.
그런데 나중에 최만리를 만나 심종수에 대해 예의주시하라고 하는 것을 보니, 제대로 뜻을 알기는 했나 보더라고요. 고지식하고 찜찜한 것은 마음에 두지 않고 직설적으로 묻는 성격의 최만리 대감이, 심종수에게 "너 밀본이냐?"라고 묻는데, 그 뒷말에 '최만리 대감 짱이야!' 라고 엄지손가락을 올려줬답니다. "너 밀본이라면 내 집현적 학사들을 죽인 죄를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야!" 한마디로 네 놈이 밀본이면 네 손에 죽을 줄 알라는 경고였으니 말이죠.
최만리는 비록 글자창제에 반대를 하는 입장이지만, 누구보다 집현전을 아끼고 그의 철학과 학문에 충실한 인물이기에 미워할 수 없는 적(?)입니다. 성삼문과 박팽년이 글자창제에 가담한 인물로 밝혀져 그들의 몸에 문신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자 의금부에서 추포령이 내렸을 때도, 진관사에 가서 몸을 숨기고 있으라고 보호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다시 세종으로 돌아가서, 여튼 대신들과 학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 세종은, 정치적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광평대군은 밀본이 살해한 것이 아니오. 과인의 과오에서 비롯된 일이니, 밀본에 대해서 어떠한 처벌도 하지 않을 것이며, 밀본은 나와는 다른 정치관을 가진 붕당으로 인정할 것이오". 와우 역시 큰 인물 큰 그릇 세종, 멋진 분!!! 
들었나? 정치관이 다른 붕당이라잖소. 다른 정치관 다른 의견을 가졌다 하면, 죄다 빨간색으로 몰아가고, 좌측정렬시키는 편협한 분들 말이외다. 눈 좀 크게 뜨고 귀 좀 열고 좀 보고 들이시오, 제발!!!! 목구멍에서 아주 이런 말들이 치밀어 올라서 참을 수가 없네요. 
조말생 대감이 가만있을 분이 아니죠. 강상의 도를 어긴 대역죄인들을 처벌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목청을 높이지요. 세종 조대감의 말을 조용히 묵살해 주시면서 세번째로 넘어가지요.
"제안". 요지는 밀본은 밀본이라고 떳떳히 밝히고, 조정 앞마당에 나와서 토론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얼굴도 뵈주지 않고,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세종의 제안은 제안이라기 보다는 협박같아 보이기도 했더라지요. 정말인지 모르겠지만, 내 손에 몇몇 밀본원들의 명단이 적힌 투서도 있다고 겁을 주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이신적의 눈이 팽글팽글 돌면서 어찌나 겁을 내고 있던지, 그 자리에서 경기일으켜 쓰러질까 겁났답니다. 안석환, 참 연기 잘하는 분이에요^^. 
세종의 큰 포용력은 다음 말에서 또 확인이 되었지요. "왕이 오죽 부실하면 과인의 뜻과 다르다 하여, 강상죄로 몰겠소?" 임금의 뜻과 다르면 무조건 대역죄를 씌우는 것에 대한 일침이었고, 포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였습니다. 나를 찌질이 임금으로 만들지 말라고 영리한 수로 밀본을 품어버리니, 대신들조차 할말없게 만들어 버리는 세종입니다.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급진주의니, 좌파니 하며 몰아가는 우리 정치판에서 꼭 들어야 할 말입니다. 세종의 포용은 그들을 자기시력으로, 자신의 편으로 만들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나의 의견으로, 정치적 입장으로 존중하겠다는 겁니다. 반대없는 정치가 민주정치는 아니지요. 무조건 좋은 것이니 알려고 하지말고 따르라고 하는 것이야 말로, 반민주적 사고방식아니겠습니까?

조말생 대감처럼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토끼눈 뜰가 우려된 세종, 회의를 소집한 이유에 대해 다시한번 밑줄 쫙 정리하고 넘어가지요. "과인은 글자를 반드시 반포할 것이고, 고맙게 대신들이 수행해 준다면 이레 뒤에 광화문 앞에서 백성들과 함께 반포할 것이오". 글자를 반포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하자 대신들 땅이 꺼지게 한숨입니다.
그리고 밀본에 대해서도 다시 짚어 주지요. 밀본이 붕당을 만들어 반대를 하고자 한다면, 반포전날까지 조정 뒷마당도 옆마당도 아니고, 꼭 앞마당으로 나오시오. 만일 나오지 않고 쥐새끼들처럼 숨어있다가 반포당일 반포를 못하게 해코지를 하거나, 과인에게 밀본원임을 들킨다면, 그 이후에 생기는 모든 일은 니네들 책임이다! 이상.

밀본의 움직임이 바빠졌지요. 분열과 와해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심종수와 이신적이 각각 다른 마음으로 해례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고, 그 칼끝이 정기준을 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궁녀들이 해례를 빼돌려 유포하고 있다고 뒤늦게 눈치챈 정기준이 나인들의 행방과 조지소, 인쇄소 등을 뒤지고 결국 꼬리가 잡히고 말았지요. 초탁을 공격한 윤평을 피해 끝수의 수레를 타고 나인들의 은신처로 왔으니, 나 잡아가쇼가 돼버렸지요.
그런데 나인들과 해례를 찾는 이신적, 심종수, 정기준이 각기 다른 꿍꿍이라 정신을 못차릴 정도입니다. 정기준파, 이신적파, 심종수파로 나뉘어 나인생포 쟁탈전을 벌이고 있고, 여기에 태평관의 청위까지 가세에 일이 삼파전 사파전이 되고 있는 양상이지요.
밀본이 와해될 것은 이미 시작부터 감지되었던 일입니다. 삼봉의 대의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기득권싸움으로 변질되어 갔고, 글자를 막겠다는 이유로 자행된 방법들은 이미 성리학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렸으니 말입니다. 세종의 백성을 향한 명분 앞에 정기준과 밀본의 대의가 명분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죠. 옳고 그름의 차이가 아니라 명분과 대의, 이상의 크기가 달랐기 때문이었죠. 정기준의 여전히 큰 바다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글자를 막으려 하는 정기준의 성리학적 대의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도에게 성리학 위에 글자를 두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그는 글자를 막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도와 화해할 가능성이 있었으나 불씨의 일대기를 펴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견고한 자기만의 틀속에 갇혀버렸지요. 백성들이 쉽고 익숙한 것부터 글자를 익힌 다음의 것을 보지 못한 우를 범하고 만것이에요. 글자를 익힌 백성이 삼강오륜을 배우는 것은 더 쉬울 일이며, 성리학적 질서를 깨닫는 길도 가깝게 될 것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지요.
글을 익힌 사대부조차도 5만자나 되는 한자를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음과 훈을 쉬운 글자로 표기해 둔다면 한자를 익히는 사대부들에게도 좋을 일이요, 까막눈 백성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인데도, 정기준은 불씨일대기를 찍었다는 이유로 글자가 끼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미 역병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글자지만, 해례가 중요한 것은 글자의 창제원리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메모리 저장탱크 소이의 머리에는 발음원리와 글자가 만들어지는 원리가 들어있지요. 스물여덟 글자의 창제원리와 소리내는 방법, 초성 중성 종성이 어떻게 이루어져 글자가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발음하는 지에 대한 것들이 들어있기에 중요합니다. 나인들도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은 알지만, 종합적인 정리자료는 소이의 머리속에 들어있기에 나인들 중에서도 소이는 중요한 인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이가 해례라는 것을 알게 된 채윤까지 꼬리잡기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예고편을 보니 개파이가 채윤과 한판 뜰것으로 보이더군요. 그동안 설왕설래 의견이 분분했던 무술서열이 곧 정리가 될 듯도 한데, 우째 돌아가는 분위기가 급 우울입니다. 목숨이 위험한 소이, 개파이와 강채윤이 누가 우세할지 모르지만, 채윤이 밀릴 것같아 강채윤도 걱정, 이쯤되니 누군가 하나 죽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그림자가 엄습해 와서 말입니다.ㅜㅜ 죽이면 작가들 미워할거얌!!
뭉클했던 것은 세종이 강채윤에게 허락을 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글자가 쓰이기 위해서는 반포와 유포 두가지 방책이 필요하다고 한 대목에서 입이 벌어지게 하더군요. "반포는 내가 맡을 것이나 유포는 소이가 맡아야 할 것이다. 위험한 일이니 네가 지켜줘야 한다". 유포와 반포가 완수되면 소이를 데리고 떠나라며, 그 때까지는 소이를 내 사람으로 남겨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요. 세종과 소이는 설사 이 일을 하는 중에 누구 하나 죽더라도 남은 사람들은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라고, 비장한 약속을 했지요. 소이가 "그 일을 하다가 위험에 처하거나 죽는다 하더라도 자기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걸리네요.

대신들 앞에서 고개숙이는 임금, 자신의 독단에 대해서 만큼은 진정으로 사과하고 할 줄 아는 임금 세종은 잘못을 권위로 누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학사들을 죽인 것에 본인의 과오때문이었다며, 정치적 보복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밀본 역시 그가 품어야 할 백성의 한 조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다르고, 사상이 다르고, 정치관이 다르다하여, 역적으로 몰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고개숙여할 부분에서는 과오를 인정하고, 품어야 할 백성은 자식을 잃은 슬픔마저 누르고 품습니다. 설령 죽음이 그 일을 가로막는다 할지라도, 백성을 위한 글자반포를 멈추지 않겠다는 세종이지요. 세종의 정치철학이 민본과 애민임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 결정체인 한글의 창제와 반포과정을 통해 부상하고 있는 것은 세종의 백성에게로 가는 리더십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라경영과 정치를 회사경영쯤으로 생각하는 분들과는 다른 리더십입니다. 독단과 독주가 아니라 반대의견에는 귀를 열고, 끊임없는 자기검증을 통해 실효성과 필요성을 확인하고 묻는 자세는 정치지도자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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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3
  1. 2011.12.15 11:1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박씨아저씨 2011.12.15 11:14 address edit & del reply

    오~ 댓글 달았는데~ 댓글이 없어져버렸네요~

  3. 빠박이 2011.12.15 11:37 address edit & del reply

    요새 이드라마 보려고 일찍 들어오는데
    곧 끝난다고 하니 너무 아쉽습니다 ^^

  4. 푸른소 2011.12.15 11:45 address edit & del reply

    세종 그분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임이 분명합니다.
    허나 그 미래 한가운데 서있는 우리의 모습은 과연...씁쓸하네요...
    가장 높은 자였으나 가장 낮은 자의 마음으로 일하셨던 그분...정말 존경합니다....

  5. 에바흐 2011.12.15 12: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다소 밀도가 떨어진 어제자 방영분이었지만.
    고개숙인 세종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어요..ㅠㅠ

  6. 달려라꼴찌 2011.12.15 13:56 address edit & del reply

    왠지 내년 대선에는 이런 지도자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옵니다 ^^

  7. 여왕의걸작 2011.12.15 14:1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근데 어제는 전화기를 붙잡고 있어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네요.
    여기서 중요한 부분만 익히고 갑니다.
    전화 한 번 울리면 중도에 끊기도 애매하고
    아무리 대화를 해도 끝이 안 보이니..ㅜㅜ
    오늘은 정청해야쥐..ㅋ

  8. 지후니74 2011.12.15 15: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우리 정치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입니다.
    이런 대통령이 언제나 우리 앞에 나타날지 ~~~

  9. 달빛 2011.12.15 16:43 address edit & del reply

    음 요즘 사는 재미는 뿌리깊은나무죠 ..또한 초록누리님의 글도 꼭 읽습니다. 세종- 한석규 좋아요!! 다음주에 끝난다니 무척 아쉽네요~~

  10. 주리니 2011.12.15 17:58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는 왜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가...
    잠깐 인터넷 뉴스로 본 기억이 나요.
    시사하는 부분이 많단 생각입니다, 오늘은 꼭 봐야겠네요.

  11. 방랑객 2011.12.15 18:11 address edit & del reply

    여러분 미안합니다~ 방송상으로 마지막에 강채윤은 죽어요~~~~~~~~~~~~~~~~!!!

  12. Cashew Nuts Shelling Machine 2012.02.22 11:59 address edit & del reply

    이런 대통령이 언제나 우리 앞에 나타날지 ~~~

  13. pellet mill 2012.03.22 17:40 address edit & del reply

    이것이 내가 본 것 중에 최고 TV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2011.12.09 08:46




감독 및 시나리오까지 맡은 세종의 한글반포를 위한 연극이 성공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정기준의 뒷통수를 야무지게 후려치고, 지금 각 지방의 인쇄소와 주자소에서는 훈민정음으로 만들어진 책이 대량으로 찍혀 나오고 있지요. 책뿐이 아니지요. 발없는 글자가 노래가 되어 역병처럼 퍼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윤평이 소이와 나인들이 충청감영에 가지 않았음을 보고해, 정기준이 세종의 연극을 눈치채 어떤 일을 벌일 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지요. 아무래도 소이와 강채윤에게 위험이 닥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표정이 초지일관 가면같은 반쪼가리 윤평이 소이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에 쬐끔 귀엽기도 하더군요ㅎ.

세종과 정기준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는데요, 밀본에서 움직임이 없어서 오히려 폭풍전야같이 느껴집니다. 정기준이 "글자를 막기 위해 벌어지는 모든 살인마저 용인한다"고 했던 말이 섬찟해서 말입니다. 다양한 변수들이 있지만 이신적과 심종수가 배신을 때릴 것같은 생각이 들어 정기준의 신변에도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고요.
아들 광평대군(서준영)을 잃은 참담함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광분하는 세종을 일으켜 세운 이는 강채윤이었지요. 그날이었습니다. 강채윤은 죽음 앞에서도 버리지 않았던 광평대군의 세종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았고, 글자를 보았고, 글자를 처음 익혔지요. 아버지 석삼의 이름자를 써서 그 이름을 잊지 말아달라고 내밀었던 날, 채윤은 처음으로 복수가 아닌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소이가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 일, 소이와 글자를 지키는 것은 채윤의 하고 싶어진 일이었지요.
세종은 그날 채윤에게 이렇게 말을 했었지요. "넌 내 일이 끝날 때까지 지금처럼 똘복이어야 한다. 윗것들 싸움보다는 그냥 백성으로, 한 사람의 백성이 윗것들 싸움을 어찌 보고 판단하는지, 그것을 알아야 겠다"라고 말이지요. 채윤은 그날 세종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윗분들의 일이 우리를 죽이는 일인지, 살리는 일인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겠다"고. 
광평대군의 죽음 앞에 힘없이 무너져 내린 세종을 보고, 채윤은 소이를 끌고 나가려고 하며, 전하에게 속은 것이 분하고 참담하다고 독설을 내뱉지요. "짐승새끼한테 절망하고 좌절하는 것 보셨습니까?".
그랬습니다. 세종은 아버지 이방원에게 맞서면서 까지 천민 똘복이를 구했고, 말문까지 닫아버렸던 소이에게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줬습니다. 죽든 말든 신경쓰지 않아도 될 천한 똘복이와 담이를 구하고 거둔 것은, 그들도 사람이었고, 백성이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몰라 억울한 백성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없었다면, 글자를 만들 생각도 애시당초 하지 않았을 겁니다. 세종이 글자를 만들게 된 이유를 돼새겨 준 채윤이었지요. 사랑이라고 말입니다. 똘복이가 세종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백성의 책임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뭉클했지요.
"백성은 늘 책임을 지고 있었습니다. 하루 왠종일 뼈빠지게 일해서 자기들 먹을 것 못먹어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고 있었지 않았습니까? 책임지지 않았을 때도 우린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우리도 책임 좀 떠안고 하고 싶은 것 좀 갖겠다는데, 우리도 욕망하는 것 좀 갖겠다는데, 그게 그리 지옥이십니까? 전하는 위선자십니다. 전하는 아주 소심한 겁쟁이십니다". 윗것들 싸움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겠다고 했던 똘복이 강채윤은, 그렇게 세종의 흐트러진 심기를 세워줬던 것이지요.
세종에게 말은 그렇게 독하게 했지만, 채윤이라고 어찌 광평대군의 죽음이 슬프지 않겠어요. 남겨진 광평대군의 신발 한짝을 보며 우는 강채윤, 몰래 광평대군을 추모하는 채윤의 눈물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임금에게 울지말라고 했지만, 채윤은 광평대군이 마치 자신이 지켜주지 못해 그리 비명횡사한 것같아, 세종만큼 아프고 또 아팠던 것이지요.
죽였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광평대군이 궁을 나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고, 만감이 교차했을 듯한 강채윤이었습니다. 상처를 입고도 아프다는 말한마디 하지않고, 고통을 이겨내던 광평대군를 업고 도망쳤던 일이 엊그제같은데, 허망하게 가버린 광평대군을 생각하니 채윤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비로소 세종은 정신이 들었고, 결심을 굳히지요. 그리하여 글자의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훈민정음(訓民正音),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작가에게 놀라웠던 점은 세종이 훈민정음이라는 글자의 이름을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백성(民)을 쓰게 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제목 뿌리깊은 나무의 '백성'을 의미하는 뿌리이기도 한 백성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으로, 세종의 혼란이 정리되었음도 암시했던 장면이었지요. 백성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글자를 더 사랑했는지 모르겠다는 세종의 고뇌와 혼란을 소리(音), 글자가 아닌, 백성을 먼저 쓰는 모습으로 정리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장면도 세종의 심경정리까지 연결해서 세밀하게 연출하는 작가들과 감독입니다.
세종은 어떤 반대를 무릅쓰고도 글자를 반포할 것이라며, 멋진 시나리오를 내놓았지요. 정기준이 너무나 좋은 힌트를 던져줬습니다. "너의 글자는 역병과도 같은 무서운 글자다". 그렇지요. 역병처럼 빠르고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퍼뜨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방법은 기습과 정면공격, 정면공격은 주자소와 지방의 모든 인쇄소에서 훈민정음으로 된 책을 찍어 배포를 하겠다는 것이었죠. 주자소를 급습한 최만리가, "절대로 아니되옵니다" 라며 목에 핏발을 세우지만, 하옥하라는 한마디로 일축해 버린 세종이었고요. 
기습공격은 고도의 전략이 필요했고, 그만큼 위험한 일이기도 했지요. 문제는 해례를 알고 있는 훈민정음 프로젝트팀원들이 궁밖에 나가서 광평대군이 하던 일을 마무리지어야 하는데, 밀본의 눈을 피하기가 쉽지 않은 점이었지요. 궁궐 담장까지 밀본이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니 철저한 보안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소이를 비롯해 궁녀들을 내보내기로 한 세종, 궁밖으로 내보낼 구실은 광평의 소재를 누설했다는 죄목을 씌워 충청감영으로 이첩을 시킨다는 속임수를 썼지요. 궁궐을 쥐새끼처럼 들락거리는 밀본원들은 이를 잽싸게 정기준에게 알려 밀본의 감시망을 피하게 했던 것이고요. 광평을 살해해 세종을 자극하고자 했던 정기준의 고도의 심리전에 넘어가주는 척했던 것이지요. 멋지게 정기준을 한 방 먹여버린 세종의 역공이었습니다. 
글자반포를 반대하는 집현전 학사들을 싸그리 잡아 옥에 하옥시키고, 광평대군의 죽음에 실마리를 제공한 나인들은 궁밖으로 내쳐버리면서, 궁의 분위기는 살벌함이 감돌고, 마치 이방원의 공포정치를 연상하게 합니다. 우의정 이신적이 좌불안석하는 모습을 보니, 혹시 바지에 실례를 하지 않았나 궁금해지기 까지 하더랍니다.
정기준이 세종의 급격한 변화를 보고받으면서, 자신이 의도하던 대로 되고 있다고 믿게 된 데에는 핵심역할을 해 준 조선 최고의 배우가 있었습니다. 바로 조말생 대감(이재용)이었지요. 조말생이 세종의 시나리오에 동참했다는 것은 일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까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세종은 정기준에 이어 시청자에게도 뒷통수를 제대로 쳐주시더군요. 
사실 세종, 무휼, 채윤, 정인지, 성삼문과 박팽년, 그리고 소이 모두가 배우가 되어 세종의 시나리오에 맞춰 연극을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요. 세종이 소이와 채윤을 그리 내칠 것이라고 믿은 시청자는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훤히 드려다 보이는 싱거운 연극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종의 시나리오를 명작으로 빛내 준 배우가 바로 마지막 반전의 주인공 조말생이었습니다. 
'이도가 드디어 돌았구나!' 라고, 정기준이 쾌재를 부르며 자신의 생각대로 세종이 움직이고 있다고 오판했던 것은, 조말생이 밀본수사의 책임자가 되었다는 보고때문이었지요. 조말생은 태종 이방원의 사람으로 칼의 정치에 앞장섰던 인물이었기에, 세종이 밀본을 쓸어버리겠다는 광기어린 분노에 적임자였지요. 세종의 사람이 아닌 뼈속까지 이방원의 사람 조말생이 칼자루를 휘두르는 것에, 정기준은 광평을 잃은 세종이 이성을 잃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조말생이 황희대감과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기억나는데, 조말생이 세종이 글자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어느 쪽에 서야하는지 고민했던 장면입니다. "상왕께서 돌아가시며, 전하(세종)께서 하시는 일은 반대치 말라 하셨다. 오로지 밀본만 막아내라 하셨다"며 고민중이라고 했었지요.
밀본의 발본색원은 조말생의 과업이며, 그에게 있어 대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밀본수사를 강채윤에게 빼앗기고 강채윤에 대해 앙금도 클 수밖에 없었고요. 밀본수사를 맡겨달라며, 목에 칼이 들어와도 궁에서 내쫒기고 파면을 당해도, 사재를 털어서라도 반드시 밀본을 잡겠다는 조말생이었기에, 소이와 나인들을 고신하고 채윤을 옥에 하옥시켜 버린 것도, 밀본에 대한 적개심으로 생각하게 했고, 글자와는 관계없이 단지 밀본을 색출하겠다는 집념으로 보여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요.
그런데 옥에서 강채윤을 데리고 세종에게 간 순간, 헉! 이런 기막힌 반전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네요. 사실 세종과 채윤, 소이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보여졌는데, 조말생은 밀본색출 업무에 너무나 충실하는 모습이어서 깜빡 속았습니다.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채윤을 집으로 불러 이방지의 마지막 임종을 지키게도 했던 조말생이었지요. 이방지 역시 정도전의 사람으로 대역죄인인데도 그를 치료하고 숨겨주었다는 사실에, 조말생의 인간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었지요. 여자를 이용해 이방지의 발을 묶었던 비겁한 무사라며, 이방지에게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남았던 조말생은 그렇게 조선제일검 이방지의 마지막을 명예롭게 보내 주었습니다.
잘 짜여진 세종의 시나리오, 정기준의 뒷통수를 제대로 치고, 감독 극본 연출 제작을 총괄한 세종의 이번 연극작품에서 최고의 연기자는, 조말생대감 이재용이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반전의 주인공이었고요. 조말생 대감역의 이재용은 냉정한 모습도 있지만, 귀여운 구석도 많은 분이죠. 경연장에서 세종이 코 앞까지 다가와 말을 걸 때, 허걱!하는 표정으로 깨알 웃음을 주기도 하는 분이죠. 나인들을 고신할 때 차라리 자신이 고신받는 것이 낫겠더라며, "하는 척만 하려니 소신 정말 힘들었사옵니다" 라는데, 진짜 미안해서 죽겠다는 표정이었는데도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암튼 이번 연극의 최고 반전 배우 조말생이었습니다. 

세종이 만든 잘 짜여진 연극 한판으로 한글은 역병처럼 조선팔도 골목골목에서 번지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노래를 만들어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는 소이, 거지들의 각설이타령까지 지금 조선은 글자역병의 씨앗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훗날 역사에, 백성들에게 어떤 책임을 지워주는지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는 세종의 말이 송곳처럼 찌릅니다. "어차피 그것은 그들의 몫이지 내 몫이 아니지 않느냐, 지금은 그냥 내 백성들만 생각하기로 했다". 한번도 성은이 망극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며, 채윤이 양손을 모아 처음으로 예를 취하더군요. "그렇게 결정내려 주셔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수많은 번민과 회의, 좌절, 그리고 그의 백성에 대한 믿음 속에 나온 희망의 씨앗 한글,  우리는 그 책임을 잘 지고 있는지, 또한 그 책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되새겨 보고 있는 중입니다. 세종과 정기준의 예견과 우려대로 백성(국민)이 권력의 주체가 된 지금, 우리는 그 책임을 잘 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글을 주신 세종대왕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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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9
  1. 라떼향 가득히 2011.12.09 09:04 address edit & del reply

    조말생 대감 급호감되었습니다.
    매번 놀래키는 뿌리깊은 나무입니다.
    향후 몇 년간 이런 드라마 만나기 힘들 것 같네요.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단단하게 입으시고 늘 건강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 왕비마마 2011.12.09 09:04 address edit & del reply

    최고의 배우가 누구다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너무 한분한분 다 연기도 잘하시고
    이 드라마 끝날까 불안하기까지 하다니까요~ ^^;;;

    울 누리님~
    행복한 하루 보내셔요~ ^^

  3. 푸른소 2011.12.09 09:21 address edit & del reply

    채윤의 똘복이 마음이 세종님께 온전히 돌아온 듯한 장면..많이 흐믓했습니다.
    짜식~버럭대기는 해도 진국이긴하지요...ㅎㅎ
    울고 웃으며 어디에 털날지도 모르는 불안감은 사~알짝 있었기도 합니다.^^
    아들을 잃고도 마음을 추스려 대의 앞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신 세종님이었지만...
    그 후의 미소는 왜 그리 허하게 느껴지던지...
    그분이 믿고 넘기신 대의 앞에 우린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부끄럽기도 했답니다...

    누리님 서울은 눈 온답니다...참 예쁘네요....좋은글 고맙습니다....

  4. ♡ 아로마 ♡ 2011.12.09 10: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편은 못봤네요...
    일이 있어서 ㅜㅜ
    재방으로 챙겨 봐야죠..
    수욜거 보면서 예고편 보니까 허걱~소리 나던데...
    이랬군요 ㅎㅎ

    이러니 어째 안보고 베기겠어요 ;;
    보면 한시간이 어째 흘러가는지를 모른다니깐요 ㅎ

  5. 2011.12.09 10:1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선리플 2011.12.09 11:07 address edit & del reply

    후감상~

    누리님 글 기다렸는데 오늘은 일찍 올리셨네요

    오호~

  7. *저녁노을* 2011.12.09 11:1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본방을 보질않아도...지기님의 상세한 리뷰....
    벌써 파악 다 되었네요.ㅎㅎㅎ

    잘 보고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8. 스머프 2011.12.09 11:16 address edit & del reply

    이신적 역활을 맞는 배우도 명연기를 보여줬죠. 그 좌불안석 표정까지는 연륜되면 낼 수 있다지만. 눈을 굴리면서 안절부절하는 연기는 정말 명연기였다고 봅니다.

    다 계산된거겠지만. 젊은친구들은 하기 힘든 연기임은 분명합니다.

  9. 샤로니 2011.12.09 12:01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첨부터 조말생 대감에 은근 호감이 있었는데,어제 방송분보고
    완전 팬 됐습니다~비록 세종대왕님과는 코드가 잘 맞는 분은 아니지만
    광평대군의 죽음에 누구보다 비분강개 하며,파직당하고,사재를 털어서라도
    밀본수사를 하겠다 할때,전율 돌았습니다.이런분이 진정한 보수 아니겠습니까?
    세종대왕님의 히든카드가 조말생 대감이셨다니..정말 말이 안나올지경입니다!!!
    조말생 대감님 멋져부려~~

  10. 냥냥 2011.12.09 12:22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어제 조말생대감 호감이았습니다ㅎㅎ
    글고 저도 세종대왕님께 한마디 하겠습니다
    "한글을 저희에게 주셔서성은이 망극하옵니다"

  11. 체리블로거 2011.12.09 12: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저분 <열혈장사꾼> 에서 봤습니다.
    거기서도 재미있는 연기를 잘 보여주던데 여기서도 그런가보네요.
    정말 뿌리깊은나무 이번 캐스팅들은 탁월한것 같네요

  12. 존재와시간 2011.12.09 12:38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이전부터 조말생에게 은근 호감 갖고 있었는데, 어제 방송 보고 완전 호감 갖게 되었답니다. ^^
    분명히 조말생은 이 드라마 초기에는 태종 이방원의 사람으로서, 세종 이도와 다른 길을 가는 악당(?)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악당 역으로 나올 때조차, 그저 사리사욕에 미쳐서 마구잡이로 반대파를 숙청하는 인물로는 안 보였답니다.
    악당은 악당이되, 나름 철학이 있고 지켜야 할 선은 지키는 사람으로 보였지요.
    태종이 세종에게 빈 찬합 보낼 때도, 분명히 세종과 다른 생각 갖고 있는 조말생이 기겁하면서 '전하는 안 됩니다' 하고 세종을 해치지 말라고 태종에게 말했었구요.
    어제 방송분 보니까, 역시나 심지가 굳은 인물이고 인간적인 면도 보이더군요. ^^

  13. 달빛 2011.12.09 13:01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글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4. 김미정 2011.12.09 13:08 address edit & del reply

    매주 드라마도 블로그후기도 잘보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호흡이 워낙 빠르다보니 어느새 종영이 다가오는줄도 모르고 있었네요.
    벌써 얼마남지않았다니..그저 아쉬울뿐입니다.
    조그만 바람이 있다면...무휼과 채윤, 그리고 소이와 나인들..누구도 죽지않고
    마쳤으면 합니다. 채윤과 소이의 아이가 한글을 배우고 쓰는 아름다운 광경으로 끝나길 바랍니다.

  15. 달려라꼴찌 2011.12.09 13:09 address edit & del reply

    이제 이 드라마도 얼마 안가 끝난다니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ㅠㅠ

  16. wsre 2011.12.09 13:09 address edit & del reply

    노론전문배우께서 이번엔 드디어 왕의 편에 서셨군요ㅎㅎ

  17. 해피미르 2011.12.09 13:17 address edit & del reply

    채윤의 눈물이 가슴아파 같이 울었었는데 다시한번 광평대군의 죽음이 너무 안타깝네요..
    훈민정음.. 4글자 중에 民자를 가장 먼저 썼다는게 새삼 놀랍구요..
    집현전 학사들이 무색한 4명 궁녀들의 소명의식도 참 좋았습니다.
    어제는 특히 조말생 대감의 충정이 가슴깊이 와닿아서 좋은 한 회였단 생각이네요.
    관련 기사 베플에 진정한 보수파라는 얘기가 잘 어울리는 충신이었습니다.
    정치는 책임이라는 정기준의 얘기 또한 곱씹게되네요..
    포스팅을 보니 어제의 감동이 다시 와서 너무 좋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18. 시골아낙네 2011.12.09 15:32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저 드라마 보는재미로 살고있는 아낙입니당..ㅎ
    드라마 잘 안보는 남편도 재방송까지 보고 또 보는 유일한 드라마~^^

    오늘은 날이 정말 춥네요~~~
    감기 조심하시구요~행복한 주말 보내셔유~초록누리님^^*

  19. 온누리49 2011.12.09 19:0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 갑니다
    요즈음은 드라마 한 편 제대로 보질 못하네요^^
    여기서 감상하렵니다....ㅎ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림이 그려진다는...
    좋은 날 되시구요^^

2011.12.03 09:07




"어이! 정기준, 오랜만이야. 무작스럽게 반가워", 이런 말이야 하지 않겠지만,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정기준과의 해후이기에 세종의 감회가 남다를 듯합니다. "아무 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한 것이 아닌가, 이도"라며, 계급장 미리 떼고 선수치는 정기준의 발칙함을 대인배 세종이 일단 '빌어먹을 놈'이라고, 눈감아주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말 한마디는 해줘야 할 듯싶군요. "그래도 내가 왕인데 말 뽄새하고는...".
사실 정륜암에서의 팽팽한 긴장감때문에 토론을 하게 될지 다음으로 미뤄질지는 아직은 모릅니다. 무휼과 개파이가 2차 격돌을 세종과 정기준의 토론에 앞서 치뤄 버린다면 말이죠.

"너의 조선은 이방원의 조선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세종은 하루도 고민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지옥에서 살아왔노라고 고백했지요. "임금이 태평한 태평성대를 보았느냐? 내 마음이 지옥이기에 그나마 세상은 평온한 것이다". 세종이 인내하고 기다리며 내놓은 답은 '우리 글자'였습니다. 허나 정기준은 정면으로 틀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집현전 학사를 살인하고 유생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까지 말입니다.
정기준과의 토론을 이어가려는 세종, 뜻밖에 정륜암에서 그토록 기다려왔던 정기준을 만났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관심사가 세종이 어떤 논리로 정기준을 설득할 것이며, 또한 정기준은 어떤 논리로 세종을 반박할 것인가가 되겠지요. 세종과 정기준이 중단했던 경국대전의 다음 말이 토론의 핵심이 될 듯합니다. 지난 글에서 이부분을 정리했었는데요, 시간많이 들여서 정리한 것인데 안타깝게도 블라인드처리되었네요. 글은 다시 복구시키지 못할 것같아 중요한 부분만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읽으신 내용도 나올 겁니다. 그래도 글 끝에 보너스도 있으니 읽어주시길^^  

어린 이도와 정기준이 주고 받은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정보위(正寶位)에 대한 대화는,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이기도 합니다. 세종이 백성이 어떠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는 문제 의식이 정기준과의 대화에서 시작되었고, 어린 똘복이와 소이와의 만남을 통해 백성의 실체를 발견하고, 백성이란 무엇인가를 자각하면서, 그 결과물 한글을 내놓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세종과 정기준의 대립은 결국 국가를 지탱하는 뿌리가 누구인가를 놓고 싸우는 이념적 사상적인 통치관의 대립입니다. 신권이냐 왕권이냐의 싸움이라기 보다는 나라의 주체가 누구이냐에 대한 가치관의 대립인 셈이지요. 물론 정기준이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정도전의 사상을 신봉해 온 조카이자 밀본의 수장이라는 자가,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도전을 잘못 이해한 반성리학적 사고방식이기 때문이죠.
중요한 것은 세종이나 정기준이나 조선을 아꼈다는 겁니다. 또한 조선의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기준이 왕의 독재를 견제하는 재상정치, 선비의 나라를 부르짖는 것도, 세종이 힘이 있는 백성을 만들겠다는 것도 모두 조선의 강건함에 대한 희망입니다. 정기준의 밀본이 드라마상에서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소인배 무리집단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정기준의 촌철살인적인 한마디, "이도는 훌륭한 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다음은요? 또 그 다음은요?"에는, 조선의 앞날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던 말입니다. 정기준의 우려와 예언은 적중했고, 이후 조선왕조에서 세종을 넘는 성군은 나오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개혁군주 정조가 있었지만 꽃을 피우지는 못했지요.

세종이 하는 일이 글자를 만들고 있었음을 알고,  "고작 글자라니..."라며 했던 정기준의 파안대소는 한자 이외의 자국의 글자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사대부유림뿐만이 아니라, 백성들에게 조차 개 풀뜯어먹는 일이었음을 하나로 정리해 준 장면이었죠. 그런데 정기준과 똑같은 반응을 한 인물이 있었죠. 대놓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일을 그렇게 진지하고 심각하게 지랄을 떨어가며 만드냐'고 왕의 안전에서 코웃음쳤던 강채윤입니다. 
저는 두 사람을 보면서 세종이 보았다던 백성을 봤습니다. 그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던 말이 사체해부를 한 것에 격분한 성삼문과 박팽년을 설득하던 장면입니다. "뱃사람들이 거대한 자연을 만나기 때문에 미신을 잘 믿는다는 것이, 세종이 만난 백성에 대한 믿음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가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향에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세종이 백성을 사랑했다는 애민사상에서 틀어, 백성을 가장 두려워했다로 생각해 봤습니다. 강채윤을 그렇게 표현했었지요. 가장 두려우면서 가장 멀리있는 자, 그래서 믿음이 가는 자라고 말이지요.

영원한 것은 임금, 사대부, 사상, 나라도 아닌 백성
정기준과의 사당에서의 첫만남에서의 토론내용 경국대전 정보위에도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왕은 허군이고, 실군은 관에 총괄하는 재상총재의 것이다. 이것이 조선을 건국하신 삼봉선생의 치국의 기본사상이다.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이다. 무엇으로 그 위를 지킬까보냐? 이에 말하기를 인(仁)이다. 현능한 자들은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힘을 바치며, 백성들은 맡은 바에 분주히 복무하되 오로지 임금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정기준은 조선경국전 정보위 구절이라며 다음 구절을 알고 있느냐고 이도에게 물었지요.
다음구절은 "한 번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마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기게 되리라.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혜로서 속일 수 없는 것이다"입니다. 정기준은 "지금의 주상(태종 이방원)은 그러한가?" 라며, 네 아비는 삼봉의 조선을 훔친 도적이며 살인자다라며, 이도에게 충격을 주었지요. 

가리온이 정기준임을 알았든지 몰랐든지, 세종은 정도전을 추모하는 정륜암에서 정도전을 다시 거론합니다. "그의 책을 읽고 또 읽고 내린 결론이다", 삼봉만은 내 뜻과 함께 할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말이지요. 
해서 경국대전 정보위 다음 구절을 살펴보니 이런 말이 이어지더군요.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은 사사로운 뜻을 품고서 구차하게 얻는 것이 아니요, 도를 어겨 명예를 구하는 방법으로 얻는 것도 아니다. 그 방법 역시 인(仁)일 뿐이다. 인군(人君)은 천지가 만물을 생육하는  그 마음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아서 불인인지정(不忍人之政)을 행하여, 천하만민이 모두 기뻐해서 인군을 마치 자기 부모처럼 우러러 볼 수 있게 한다면, 오래도록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며, 위망 복추의 우환을 끝내 갖지 않게 될 것이다. 인(仁)으로서 위(位)를 지킴이 어찌 마땅한 일이 아니겠는가".

불인인지정은 쉽게 말해 측은지심과 같은 말입니다. 그리고 곰곰이 되짚어 본 문구가 "한 번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기게 되리라.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혜로서 속일 수 없는 것이다"의 구절입니다. 

20여년이 지나 세종과 정기준은 어떠한 의미로든 성장해 왔고, 나름대로의 명분과 대의를 향해 그들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정기준은 그가 그토록 금과옥조로 여긴 정도전의 가르침을 저버리는 우를 범하고 맙니다. 힘으로 위협할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겨우 폭력이라니 라며 이도를 비웃었던 그가 폭력으로 맞서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린 이도에게 공맹의 도가 어떠하며, 삼봉선생의 조선건국이념이 어떠하며를 설파하던, 그 정기준이 아니었습니다. 

뱃사람이 미신을 믿는 것은 바다가 무섭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거친 파도가 그들을 삼켜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만조의 기쁨을 누리게도 합니다. 세종이 만난 백성은 아버지를 잃어 울부짖는 똘복이였죠. 임금을 지랄이라고 욕을 하는... 이도는 충격을 받았고, 큰 깨달음을 얻었지요. 물론 똘복이처럼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는 일이 없게 글자를 만들겠다는 동기가 되기도 했지만, 이도는 분노하는 백성을 만난 것에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군왕을 어찌 백성의 어버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왕이 자격이 있는가?를 물었던... 어린 날 정기준이 던졌던 물음과도 같았죠.  

이도가 깨달았던 것은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어 엎기도 한다는 겁니다. 백성이라는 거대한 바다, 무서운 바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조선의 왕, 재상도 의미가 없는 것이며, 재상의 나라가 옳으냐 왕의 나라가 옳으냐도, 다 쓰잘데기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입니다. 죽여버리겠다며, 임금배때지라고 칼이 안들어가겠느냐며 무섭게 광분하던 똘복이, 백성은 그런 존재였던 겁니다. 무섭죠. 멀죠. 가장 정직한 반응을 하니 가장 믿음직한 판관인 것이죠.  

그동안 세종에 대해서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치 위민정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큰 것 하나를 간과했는데, 공포, 두려움, 무서움입니다. 누구에 대해? 바로 백성이죠. 성나면 배를 집어 삼켜버릴 수 있는 거대한 바다, 백성말입니다.
세종의 백성을 두려워 하는 마음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뼈있는 가르침이고 통치철학입니다. 오늘날 정치인들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국민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민이 두렵다고 말하는 분들은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세종이 백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다, 백성을 얼마나 두려운 존재로 여겼는지, 똘복이를 통해 보여지는 그의 백성에 대한 자세는, 정기준의 틀에 박힌 성리학적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것이었으며, 정조전의 사상도 뛰어넘었던 것입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가장 낮은 자 백성을 두려워하는 왕, 가히 혁명적 자각에 이르렀던 세종입니다. 

세종의 끝장토론, 정기준을 설득할 수 있을까?
정기준과의 토론, 백성과 인(仁)이 주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기게 되리라.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혜로서 속일 수 없는 것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은 인(仁)일 뿐이다'.
고려왕조가 무너지고 귀족들이 멸했지요. 왕조와 지배층은 무너졌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백성이었습니다. 조선 또한 언젠가는 망할 것이라고 세종은 단호하게 말할 것입니다. 그 지배층 사대부 양반들도 말입니다. 사상이라는 것은 계절의 변화처럼 새로운 사상이 생겨나면 밀려나는 것이고, 영원한 것 또한 없지요. 임금과 지배층은 바뀌어도 늘 제자리에 있는 사람들, 그것은 백성이라는 거대한 바다입니다. 배도 뱃사람도 바뀌어도 바다는 그대로듯이 말입니다.
삼봉이 만세대대 영원한 조선을 꿈꿨듯이, 이도 역시 조선이 만세를 누리기를 바라고, 정기준 또한 그러할 것이라는 것은 세종은 알고 있습니다. 정기준이 분노하고 세종에게 틀렸다고 하는 것은 조선이 흔들릴 것임에 대한 염려입니다. 그러나 정기준은 간과했습니다. 사상과 지배층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 나라의 뿌리 백성이었음을 말이지요. 
정륜암에서 세종에게 정기준이 설득당할 것일까? 당연히 아닙니다. 그러나 정기준은 세종의 말에 그의 사상에 큰 혼란을 일으키기는 할 것입니다. 세종의 말은 "백성없는 나라가 있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정기준에게 더 큰 혼란을 줄 인물은 아마도 우의정 이신적과 심종수가 되지 않을까 추측도 해봅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를 위해 배신때릴 인물들이죠. 재상이 되겠다는 욕망때문에 말입니다. 
밀본원들에게 던졌던 질문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죠. 그 다음은, 또 그 다음은 제대로된 사대부가 조선을 이끌 것인가? 이신적같은 박쥐형의 인물은 언제나 나올 것이고, 권력이 인품이나 수양의 정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의 밀본원들을 통해서도 확인했던 정기준이기에 말입니다. 그럼 누구를 믿을 것인가? 영원무구할 조선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결코 갈아치울 수 없는 나라의 뿌리 백성이지요. 여기까지 깨닫게 되기까지 정기준은 세종에게 계속해서 반기를 들겠지만, 마지막은 세종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까요? 
"지랄하지 말라고 해", 세종이 처음들은 백성의 말이었습니다. 세종은 당황했지요. 궁에서는 한번도 듣지못한 말이었고, 삼봉의 책에도 공자의 책에도 나오지 않은 말이었으니까요. 세종이 전국팔도의 욕을 수집하고, 노랫가락을 수집했던 이유는 그것이 한자로 쓰여지지 못하는 우리말, 백성의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한자로 쓰여지지 못하니 우리 말은 수백년이 지나면, 하나 둘 없어져 버렸을 겁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 쓰는 우리말이 '얼'과 '마음'이라는 단어입니다. 얼을 한자로 혼(魂), 혹은 정신(精神)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얼'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와는 뭔가 다르지요. 마음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무엇인가가 있고, 감정이라고 하기에도 충분치 않고 말입니다. 한글이 없었다면, 어쩌면 지금은 이런 말들이 지구상에 없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가 말입니다. 

****다음은 세종과 정기준이 나눌 대화를 재미삼아 써 본 것입니다. 그저 웃고 가시옵소서.
세종
: 네가 정기준이냐? 근데 말뽄새가 그게 뭐냐? 임금한테 반말이나 지껄이고, 네가 아는 성리학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더냐? 내가 그래도 명색이 임금이 아니냐?
정기준: 이도 너는 성리학의 나라 조선, 사대부의 나라 조선의 왕이 될 자격이 없다. 글자라니...백성에게 권력을 줘서 사대부를 무너뜨릴 것이 아니더냐? 너의 글자에 성리학의 도를 담을 수 있더냐? 소양없는 백성들이 너도나도 글자를 안다고 날뛰고, 신분질서가 무너지고, 결국 조선은 너의 글자로 인해 망할 것이다.
세종: 지랄하고 자빠졌네. 네가 조선인이냐, 중국인이냐? 한자가 어느 나라 글자더냐? 네가 나의 글자를 두려워 하는 이유는(목에 힘주어 강조), 글이 곧 무기이기 때문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말이다, 중국의 글자가 조선을 지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찌 답할 것이냐? 결국에는 한자라는 무기에 조선이 중국의 속국이 되거나 망할 것 아니겠느냐? 하여 나는 조선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조선을 지키는 그 방법이 글자다.

정기준: 중화는 삼봉이 세운 조선건국의 이념이고, 너의 글자는 중화를 거스르는 반역사적 글자이다. 그걸 정녕 모르는 것이더냐?
세종: 중화를 거슬러? 옘병할... 중화가 밥을 주더냐, 고기를 주더냐? 밥은 말이다, 한자라고는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새벽부터 밤늦게 일하는 백성들이 주는 것이다. 하여 내 너무 고마운 백성들에게 쉬운 글자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인데, 그게 그리 고까운 일이더냐? 사람을 죽여가면서 까지 반대할 정도로?.
백성을 위한 성리학이 고작 말뿐인 것이었더냐? 그러고도 네가 사대부 선비더냐? 백성없는 나라가 세상 천지에 있더냐? 조선을 지키는 것은 성리학을 지키는 것도, 사대부의 권익을 지키는 것도 아니다. 백성을 지키는 것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 삼봉이 그리 말하지 않았느냐? 백성의 마음을 얻지못하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그리고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이어야 한다고...하여 내 그리하기 위해 지옥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너는 무엇을 했느냐? 나의 조선, 백성에게 가는 나의 길에 너의 대답이라는 것이 고작....
참 내 너에게 말을 전하라 했는데 들었느냐? "겨우 폭력이라니..."
정기준:.......(방백) 에잇, 자존심상해(쪽팔려!라고 싶은 것을 참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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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얼소녀 2011.12.03 09:38 address edit & del reply

    작가라인에 합류 하심이 강력추천 합니다 ^^

  2. 달려라꼴찌 2011.12.03 09:59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그 다음 대사가 저리 된다면 얼마나 통쾌할까요? ^^
    빨리 다음주 수요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3. wlskrkek 2011.12.03 10:01 address edit & del reply

    얼과 마음..저도 참 좋아하는 우리말입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우리말이, 한글이 너무도 좋습니다.
    재밌게보고갑니다~^^

  4. 주리니 2011.12.03 10:18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걸요? ㅋㅋ

  5. 사실 2011.12.03 12:26 address edit & del reply

    정기준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소양 없는자가 글자를 아는것이었습니다. 저저번 회인가 정기준이 그러하였지요. 왜 천자문을 먼저 읽고 소학과 명심보감을 땐후 작문을 가르치냐고요. 여기서 소양이 없는자란 단순히 지식이 모자란 자가 아닙니다. 자기절재와 중용이 갖추어진자가 관료가되어야 나라를 이뜰어 갈수 있기때문입니다. 소학과 명심보감이 윤리에 초점을 두는것도 먼저 바른사람이되고 더 어려운 학문을 읽히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훈민정음은 아주 빠른 시간안에 읽고 쓸수가 있습니다. 이러면 지식은 있지만 자기절재는 갖추지 못한 자들이 관료가 되고 나라를 이끌어간다는것이 정기준의 생각이었습니다. 말은 칼입니다. 언론은 그 무엇보다도 무서운 무기가 되어 멀쩡한 사람을 죽일수도 살릴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몇백년전의 역사를 알고 한글의 위대함도 잘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선을 500년전의 사대부,유생들과 정기준의 시점으로 돌려봅시다. 정기준의 논리는 이러합니다.

  6. 윤이사 2011.12.03 12:27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참 잘 쓰시네요. 많은 분들의 글을 읽어 봤지만 추상적인 것만 그득할뿐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님의 글을 읽고나니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눈에 속속 들어옵니다. 어찌보면 '뿌리...'는 정말 심오한 철학논쟁입니다. 그런 논쟁을 드라마로 균형감각을 잃지않고 풀어낸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그런 배경을 이렇듯 쉽사리 설명해주신 님께도 박수를 보내고 싶군요.

  7. 사실 2011.12.03 12:55 address edit & del reply

    관료란 엄격한 자기검열과 애민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니글은 어떠하냐..일단 쉽다. 쉬우면 한자를 멀리하게되고 한자를 멀리하게 되면 성리학을 멀리하게 된다.그러면 몇백년이 지나지 않아 조선이 무너진다.. 왜 이리 생각 하였을까요?일단 조선의 건국 이념이 성리학 이었으며 당시의 글은 한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성리학은 단순히 중국만세!!학문은 아닙니다. 후에 예송논쟁으로 인하여 형식에 치우치긴 하지만 당시만하더라도 관리의 자신의 소양을 기르는대 중요한 학문이었습니다. 더욱이 관리의 첫번째가되야 하는윤리적소양마저 한자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여기서한글은(물론당시의 시점에서)읽고 쓰기는 쉬우나 책임은 없는글이 됩니다. 니 놈이 백성을 사랑하는것이 맞느냐..니놈의 글자로 인해서 아무나 관리가 되고 그칼을 함부로 휘두르면 어찌할것이냐? 라고 말하는것이죠. 니가 백성을 사랑한다고 개소리하지 마라.. 넌 그냥 무책임 한거다.. 개나 소나 칼을 쥐어주는것이 정당한것이냐..이렇게 주장하는것이지요. 당시의 시점으로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것도 아니었습니다.지금의 우리는 한글이 보편화되어 있고 자신의 법적책임은 자신이 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당시의 백성은 이끌고 보듬어 주어야 할존제이지 자신이 주체가 되어 무었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최만리가 물었지요. 만리 :노비제를 없앨수 있습니까? 양반을 없앨수 있습니까? 세종: 못한다. 못한다. 만리: 그러하면 글자란 희망으로 고신당하는 백성들은 어찌해햐 합니까? 세종의 대답은 백성의 힘과 역사에 있었습니다. 글세요... 작가의 말이 그당시 백성에게도 희망이 될수 있을지는 좀 회의가 드는군요.

    • ... 2011.12.03 16:11 address edit & del

      소양을 가르치는 글이 굳이 한자일 필요는 없지요. 물론 번역하면 의미가 조금 손상될 수는 있지만, 굳이 윤리적 소양을 한글로 가르친다고 해서 소양 없는 인간이 될리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기타 책들을 모두 한글로 출간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 사실 2011.12.03 21:14 address edit & del

      윤리적소양을 한글로 가르치는것이 아니라. 에당초 윤리적 소양을 가르칠책이 없었습니다. 삼강행실도가 한글로간행된것이 1481년인 성종2년 이었다는것을 기억하세요.한글로 가르치느냐 한자로 가르치냐가 아니라 가르칠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가르칠 능력이 되려면 한자를 한글로 음운을 풀어 쓸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합니다. 그 사람이 백성이겠습니까? 지금의 시점으로 본다면 이런겁니다. 한글보다 몇배는 읽히기 쉬운글자가 나온다고 칩시다. 그글을 알고 한글을 모른다면 한글을 기반으로 한 지식을 축적할수 있습니까? 실상 조선시대전체에 거쳐서 훈민정음은 또다른 차별을 낳게 됩니다.언문이라하여 상것들과 여인의 글자란 차별을 받으며 실제한글이 우리 역사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때는 아이러니 하게도 일제강점기의 주시경 선생의 노려과 해방을 거치면서 부터이지요. 한글이 위대한 글자이고 세종대왕의 커다란 업적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좋은것이라 하여서 당시의 백성에게도 좋은것이냐고 물으신다면 답하기 어렵습니다.

    • 사실 2011.12.03 21:23 address edit & del

      모든 위대한 발명은 그당시 사람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이루어집니다. 세종대왕의 한글이 그러하였고 프랑스의 혁명이 그러하였지요. 프랑스혁명의 정신인 자유,박애,사랑은 오히려 나폴레옹3세가 황제가 되어 프랑스를 전제왕권국가로 되돌리는 결과를 낳은후 오랜시간이 지나서야 자리를 잡습니다. 전제국가에서 공화정으로 공화정에서 민주주의 국가로의 이행또한 그러합니다. 물론 이는 역사적으로 옳으며 바른 방향입니다.하지만 그것은 당시의 사람들의 엄청난 희생을 발판으로 이루어집니다. 세종의 생각은 물론 옳습니다. 하지만 한글이 백성에게 쓰이고 그글로 인하여 차별받아 꿈틀거리는 백성들의 자각과 희생이 이루어진 후에야 자리를 잡을 겁니다.

    • 사실 2011.12.03 21:30 address edit & del

      우리는 한글의 역사를 알고 그 것을 바탕으로 정기준을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기준이 한심해보이지요. 하지만 역사의 시계바퀴를 돌려서 500년전의 사람들의 인식을 살펴봅시다. 조선의 건국이념은 성리학입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은 주권제민과 민주주주의 이지요. 만일 민주주의보다 훨씬훌륭한 사상이 나와 그를 따르라고 한다면 쉽게 받아들일수 있을까요? 저 부터 그러기어려울겁니다. 성리학으로 나라를 세운지 50년도 되지 않아서 성리학을 점차사라지게 하는 글자를 만든다면 그당시 선비들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개가 풀뜯어 먹는소리가 되는겁니다.

    • 사실 2011.12.03 21:42 address edit & del

      이것은 논리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로 인하여 설득될수 있는문제가 아닙니다. 아마도 세종이 정기준을 설득하려면 지난한 노력이 필요할겁니다. 이신적과 같은 부류는 학문이 권력을 위한수단이 되지만 최만리와(사농공상을 폐하지 못하면서 글자만을 주려한 세종을 지적한) 정기준의 경우는 다릅니다. 심지어 정기준은 한글을 사라지게 할수 있다면 역적이 되기도 서슴치 않는 자이지요. 범죄자로 본다면 노르웨이 살인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크 버그같은 확신범이며 현대적 이론가로 친다면 아나키스트가 되기도 주저하지 않습니다.세종이 정기준을 설득하려면 한글이 당시의 성리학과 양립할수 없는 학문이 아님을 말할수 있어야 하겠지요.

    • 사실 2011.12.03 21:54 address edit & del

      제가 뿌리깊은 나무를 보면서 가장이해하기 어려웠던 반응이 정기준 나쁜놈vs세종만세 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그당시 사람들의 한글에 대한 반응은 어떠 하였으며 그 들은 왜 한글을 그다지도 반대해 왔는지를 알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글반대=나쁜놈=기득권 이라는 공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사람의 의도가 언제나 좋은결과를 나타낼수는 없습니다. 좋은의도라도 사람을 해할수 있으며 나쁜의도라도 사람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경우도 생깁니다. 적어도 정기준과같은(정도전의 많이 맛이간 버젼의 아바타라고 생각하지만... 작가가 좀 찌질하게 그리긴하였습니다)학자들의 진심은 알아주었으면 하네요.

  8. memorial 2011.12.03 23: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회가 거듭될수록 기대가 되네요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

  9. 악마의 발톱 2011.12.04 00:10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세종과 관련된 역사적 일화를 드라마 전개중 삽입하는 것도 검토해주길 제작진에게 주문하고 싶군요. 이를테면 세종의 딸중에서 어떤 공주가 한글 창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점, 관노비에게 출산 휴가를 주기 위해 대신들과 토론했던 일, 조선 초기에 제작했던 세계 지도를 바라보며 놀라워하는 세종 등.

  10. 개파이 2011.12.04 00:12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글을 잘쓰시네요 문장력이란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되네요

2011.11.26 09:42




뿌리깊은 나무 16회는 사실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봐야 하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글자창제에 반대하는 유림들과 조정대신, 학사들을 설득하는 세종의 토론장면이 백미였지요. 사실 지난 글은 굉장히 흥분하고 화가 나있었던 상태여서, 드라마가 끝날 즈음에 정리편으로 생각하고 있던 생각들까지 두서없이 장황스럽게 풀어 버렸습니다.
나라 돌아가는 꼴이 하도 답답하고 서글프기까지 해서, 주절주절 떠들기는 했지만,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보다보니 한 소리를 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시사블로거나 정치블로거는 아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하는 마음이야 다르지 않겠지요. 드라마 속에서의 세종과 오늘의 대통령을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영화 부당거래가 최우수작품상, 감독상(류승완), 각본상을 받았는데요, 류승완 감독을 대신해 나온 부인 강혜정대표가 류승완 감독이 수상소감으로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는데, 민감하기는 한데 말씀드리겠다며, "세상의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하고, 그런 의미에서 11월22일에 있었던 FTA에 반대한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고...앞으로 더 열심히 정직하게 부당하지 않게 만들겠습니다" 라는 류감독의 수상소감을 대신 전했습니다.
수상소감이 어찌나 슬프게 들리던지 말입니다. 통쾌함? 저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영예스런 상을 수상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시국에 대해 걱정을 전해야 하는 류승완 감독, 그의 소감이 가슴을 아프게 하더군요. 한미FTA비준안 날치기 처리에 분노해 규탄대회를 하기 위해 시청광장 앞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국민과의 소통은 하지 않으려는 정부는 FTA비준안의 내용을 떠나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정말 알고는 있을까요? 
 답은 세종이 광화문에 나간 이유에 있습니다. 유림의 거두 혜강선생이 유생들과 함께 광화문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이적(오랑캐)의 글은 안된다며 목청을 높였지요. 칼이 아닌 말로 베어낼 것이라며 세종은 친히 광화문 앞에 나가 유생들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지요. 꺼져, 물대포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했나요? 혜강의 말을 우선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정할 부분은 확실하게 인정을 합니다. 한자에는 유학의 도와 개념이 들어있는데, 전하의 글자 그것을 담을 수 있겠느냐는 말에 3천년 역사를 가진 한자의 장점에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그리고 세종은 반박했습니다. 물론 혜강선생에게 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자가 백성의 소리를 담을 수 있느냐고, 일자무지랭이 백성들이 글자를 모르는데, 하고 싶은 말을 할 수나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었죠. 부민고소방지법을 다시 부활시켜야 하는 이유에서 설명했던 장면이 그것입니다. '부(否)-반대'라는 글자의 뜻도 모르는 고을민들이 수령과 아관들이 시키는대로 그려넣었을 뿐이었다는 구체적 사례까지 조목조목 조사를 한 후 반박했던 장면입니다. 그래서 백성들이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글자의 필요성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기도 하는 것이었죠.
나아가 세종은 언로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글자가 유학의 도에 어긋난 것이라는 혜강선생의 논리에 논리로서 대답을 했지요. 혜강선생이나 유림을 설득하는 논리는 다른 것 필요없습니다. 그들의 논리로 대응했을 뿐이었죠. 삼봉 정도전의 이념을 들어 반박했던 것입니다. 백성들의 소리를 듣고자 그 소리를 전해주는 관료를 뽑았으나, 오히려 언로는 막혀버렸다고 말이지요. 왜냐? "한자가 어렵기에 백성들은 그들의 말을 임금께 올리려면 관료를 거칠 수 밖에 없었는데, 관료들은 백성들의 소리를 왜곡하고 편집했기 때문이다. 해서 삼봉은 언로가 더욱 막히었다 이리썼다".
재미있는 것은 말입니다. 이것이 조선에서 있었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자의 종주국인 중국 한나라의 일이라는 것이죠. 한자의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이 모양인데, 글자 없는 조선이야 두말하면 입 아픈 소리 아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말입니다, 세종은 왕권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음에도 밀어부치기나 날치기 수법으로 한글을 반포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아, 물론 밀본이 세종이 비밀리에 글자를 만들고 있었음을 알고, 방을 붙여 방방곡곡에 알리기 전까지는 기습적으로 반포를 하려고는 했었죠.
그러나 일이 알려지자 세종은 어찌했습니까? 오히려 이 문제를 토론의 장으로 확대해 경연을 준비하라고 까지 합니다. 유생들의 연좌농성장에는 친히 납시어 왜 글자가 필요한지를 설득시키기도 했고 말이지요.

한미FTA, 조목조목 공부를 해가면 반대의견과 천성의견 거의 모든 자료들을 읽어봤습니다. 모든 거래가 그러하듯이 우리에게 유리한 것도 있었고, 불리한 것도 있는 듯합니다. 저는 무조건 반대도, 무조건 찬성의 입장도 아닙니다. 일단은 제대로 알아보자의 입장입니다. 저를 돌아보니 FTA비준안의 내용에 대해 너무나 알고 있는 것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자료들을 하도 찾아서 이 의견 저 의견을 취합하다보니 화가 나 죽겠는 겁니다. 아니 왜 이런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찾고 다니나 싶어서 말이죠. 뉴스기사는 너무 짤막해서 무슨 내용인지 설명도 되어있지 않고, 이해를 돕기 위한 추가자료도 없고, 그러다 보니 막연히 반대를 위한 반대의 입장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이 되더란 말이죠.

이렇게 중요한 사안에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저에게도 문제가 많았지만,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정부에도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덮어놓고 옳은 일이니 나중에 어찌 되는지 그냥 입닥치고 지켜봐다오? 이건 아니지요.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불합리한 조항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를 해야 할 것이고, 충분히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도 늦지 않을 일을 굳이 날치기로 강행했어야 했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습니다. 모든 거래가 동전의 양면처럼 이익과 손해가 있는 것이겠지요. 어느 한쪽만이 이익이라면 이는 거래라고 할 수 없는 강요, 강매가 될 것입니다. 국민들이 우려하고 걱정하는 것이 이런 부분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반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세종이 광화문으로 나간 이유는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와 소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민주주의가 왜 민주주의겠습니까?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결론을 이끌어 내기에 민주주의인 것입니다. 설득이든 이해든 대화가 먼저이지, 날치기에 물대포라뇨? 세종대왕이 이런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 싶군요. "겨우 폭력이라니, 지랄하고 자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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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피우스 2011.11.26 10:3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도의 자신감이 제일 멋지게 보였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2. 깊은우물 2011.11.26 12:26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도 글 잘 읽고 갑니다.
    역시 드라마 포스팅은 최고이십니다..^^

    잘 지내시죠?
    많이 춥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구요..^^

  3. landbank 2011.11.26 13:2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많은분들이 흥미 있게 즐기고 있는 드라마죠
    잘보고 갑니다

  4. 2011.11.26 13:5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걸어서 하늘까지 2011.11.26 23:4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론누리님,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ㅠㅠ

    이번 미국과의 FTA는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역사는 계속 될 것인데 개인의 업적을 위해서 서둘렀다면 이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겠죠.
    일본도 미국도 그렇게 서두러지 않는 모양새인데요, 우리는 너무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하는데
    등한시 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도 무조건 찬성이나 반대는 아니지만
    국민의 삶, 한국의 경제가 좌우되는 것이라면 좀 늦추어도 되었는데 말입니다.

  6. 쿤다다다 2011.11.27 02:5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중에 있는 밀어부치기와 날치기라는 말이 머릿속에 박혀버렸어요..
    만약, 저 시대에 세종이 한글을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우리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아~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7. 2011.11.28 08:53 address edit & del reply

    구한말 쇄국정책을 조금만 더 빨리 포기했더라면 지금 우리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꽁꽁 걸어잠그고 내꺼 아끼다가 똥되긴 싫은데 ㅎㅎ

    길게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 눈 앞의 이익만 좇는 FTA 반대세력이 획책하는 건 무엇일까요? ㅎ

    • 괭이발 2011.12.01 01:57 address edit & del

      아끼다 똥되다뇨..
      FTA에 대해 논의한지 몇년이나 됐다구요. ISD 조항조차도 논의가 많고 FTA에 대한 경제적 이익에 대한 것조차 아직 논의될게 많아 뭐가 옳은지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호주, 캐나다도 7년 넘게 논의했던 사항입니다. 아끼다 똥된다니...국제조약인데..오동 씨만 보아도 춤출일 있습니까.

    • 글쎄요? 2011.12.10 07:18 address edit & del

      괭이발님. 그래서 한-EU FTA 는 결사 반대 하셨습니까?

  8. 글세요 2011.11.28 12:32 address edit & del reply

    o/ 무릇 정책이라는것은 국민들의 합의가 필요하고 그렇게 하라고 국회의원을 뽑아 준 것이지요.FTA도 마찬가지로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있을수 있지요. 24일날 여야합의 하기로 하고서 23일 자당의원들 끼리 날치기 한것이 아주 좋아보이나 봅니다.실상 우리나라가 GATT에 1967년 가입했고 WTO에 1995년에 가입하였습니다. 지금의 FTA는 개방이냐 쇄국이냐가 아니라 서비스와 금융을 포함한 완전개방이냐. 지금의 개방상태를 유지하느냐 입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세계10위의 수출국이며 개방화 정도는 OECD국 중에서도 상위에 속합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닥치고라도 계세요. 어디서 이따위 쓰레기같은 물타기인지요? FTA의 본질은 서비스산업과 지적산업권에 대한문제 상품관세의 개방화정도 그리고 그에따른 기업의 국가제소, 국가제소에 따른 한국정부의 정책변화등이 포괄적으로 들어 있는거랍니다. 여기에 개방화정도를 되돌릴수 없는 사항까지 들어 있군요. 이게 재협상후6개월도 안되서 날치기로 통과할 문제인거 같진 않군요.

    • 글쎄요? 2011.12.10 07:16 address edit & del

      충분한 논의라고 하셨는데 이미 협상 타결을 지난 정권에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는 충분히 논의를 못했다고 지적하셨는지요? 제생각엔 이미 논의 많이 했습니다.

      모르면 닥치라고 하셨나요? 말끝마다 소통 소통 그렇게 좋아하시는 분들이 모르면 닥치라는 말을 하시다니요. 위선입니다. 잘 모르시기는 님도 마찬가지이신것 같습니다. FTA 의 본질이 개방이냐 쇄국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산업과 지적산업권에 대한문제 상품관세의 개방화정도 그리고 그에따른 기업의 국가제소, 국가제소에 따른 한국정부의 정책변화등이 포괄적으로 들어 있는거"라고 하셨네요. 현대 국가에서 개방 여부를 결정 할 수 있는 사항을 거의 모조리 적으셨네요. 그게 개방 대 쇄국 문제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쇄국이란 말이 좀 과하긴 하다만 님처럼 "모르면 닥쳐라" 할 정도는 아닌것 같습니다.

      물타기라고요? 오히려 님께서 물타기 하고 계시네요. 님은 지금 "무지개"를 "빨주노초파남보" 라고 쓰지 않았다고 틀렸다고 하시는데요, 그게 눈가리고 아웅이고 물타기 아니고 뭐겠습니까.



  9. enigmaks 2011.11.30 15:29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통괘하고 재미있는 글입니다 ㅎㅎ

2011.11.12 09:46




(저작권 침해로 삭제된 글의 재발행입니다.)
제작진이 함구령까지 내렸다는 정기준의 정체에 대해 많은 궁금증과 추측들이 오가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설득력있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 백정 가리온(윤제문)일 듯합니다. 가리온의 호위무사같기도 하고, 가리온이 그의 호위무사같기도 한 의문의 사나이 개파이(김성현) 역시 용의선상에 올릴 수 있는 강력한 후보 중의 한사람이죠.
그런데 윤제문이라는 배우의 존재감과 무게감이 백정의 역할에 그치기에는 화면장악력이 너무 크죠. 곤구망기를 저자에 퍼뜨리고 다니며, 그 얄팍한(?) 학식을 자랑하고 다녔던 한가놈(조희봉)도 용의선상에 올려 놓았지만, 그냥 글좀 읽는 허풍쟁이 양반캐릭터가 더 맞을 듯하고요.
이미 많은 분들이 세종과 가리온의 독대장면에서 가리온의 범상치 않은 대사를 통해, 그가 큰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짐작했을 겁니다. 허담의 사인이 건익사공이라고 밝혔던 가리온이 이런 말을 했었지요. "이샤영 대감을 따라 다닐 때 북방오랑캐한테 들었습니다". 세종이 이세영을 도와 무언록을 편찬한 것을 칭찬하자, 가리온이 의미심장한 대사를 했지요. "어릴 적 소인의 아비가 도적들한테 화살 수십발을 맞고 죽었습니다. 젊은 혈기에 큰일을 내려는데 이세영대감이 절 달래서 중국으로 데려갔습니다. 은혜는 소인이 입었습니다".
워낙 천한 백정의 역할을 윤제문이 잘 소화를 하고 있기때문에 그를 정기준이라고 의심할 수 없게 하지만, 이 대사를 들은 우리 눈치빠른 시청자들은 곧바로 그 은유적인 말뜻을 파악하기 바빴지요.
정도광과 정기준을 추적해 오던 조말생에 의해 정도광이 반촌에 들어갔음이 발각되었던 날, 악연인지 인연인지 이날 똘복이가 반촌에 불을 지르고 도망쳐 나오다, 정도전의 밀지와 똘복이 아버지 유서가 뒤바뀐 일이 있었지요. 도망치던 정도광은 수십발의 화살을 맞고 죽음을 당했고, 목숨을 구한 윤집사가 아들 윤평과 정기준에게 정도광의 죽음을 알렸죠. 복주머니 주인을 반드시 찾으라는 말을 하면서 말이지요.
화살 수십발을 맞고 죽었다는 말은 정도광의 죽음과 일치하고, 도적이라는 표현은 정기준이 과거 세종에게 했던 말과 일치했지요. "네 아비(이방원)는 삼봉의 조선을 훔친 도적이며 살인자다" 라고 했던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정기준의 정체를 노출시킬 제작진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 가리온(윤제문)이 조선에서 가장 천하다는 백정이라는 사실입니다. 감히 사대부가 칼을 쥐고 짐승을 도축하는 일은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요. 더구나 밀본의 본원께서 말입니다. 또한 시체검안에서는 조선최고라는 말처럼, 사대부가 죽은 시신에 손을 댄다는 것은, 그들이 목숨처럼 받드는 공맹의 도에 심히 어긋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리온은 용의선상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빌미가 되기는 하죠.

그러나 와신상담(臥薪嘗膽), 절치부심(切齒腐心)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가리온이 정기준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또한 비록 모든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취하기는 하지만, 천한 백정치고는 그가 상당히 학식이 있고, 배운 티가 난다는 것이 그를 강하게 의심하게 합니다.
아버지가 화살꽂이가 되고, 일가족이 멸문지화를 당한 정기준에게는 이방원은 죽이고 싶은 원수였을 겁니다. 하지만 글을 내세운 분들은 원수를 갚겠다고, 똘복이처럼 직접 칼을 들이대지는 않지요. 권력을 가진 자에게서는 권력을, 부를 가진 자에게서는 부를 빼앗아 더 잔인하게 복수를 하지요. 
왕을 단지 화려한 꽃일 뿐이며, 꽃이 부실하면 꺾어버리면 그만이라고, 재상체제를 세우기 위해 밀본이라는 비밀조직까지 만들었던 정도전 일가의 소생이라면(아, 물론 드라마상 이야기입니다), 짐승을 도축하고 시신에 칼을 대는 일도 하며 와신상담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지요. 더구나 어린 정기준의 어린 시절 성정을 보면, 독기가 폴폴 넘쳤던 인물같아 보였으니 말입니다. 물론 정기준의 아역배우의 연기미흡때문에 이런 인상을 남겼을 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썩 좋은 인상은 아니었죠.

그리고 어린 정기준의 얼굴과 윤제문의 얼굴형을 보니 상당히 닮은 구석도 있더군요. 넙대대하고 쌍커풀없는 모습은 싱크로율이 상당히 일치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조말생이 세종 이도에게 보여준 암행록에 그려진 정기준의 용모파기를 보니, 싱크로율 거의 100% 일치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용모파기에 그려진 귀와 윤제문의 귀였습니다. 부처님 귀처럼 크게 늘어진 모습이 상당히 비슷하더군요. 별걸 다 가져다 붙인 것 같죠?ㅎㅎ

정기준의 몽타주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지만, 저는 지난 회 세종의 독백을 들으며, 순간 또다른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강채윤이 이런 말을 했었지요.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분노했고, 그만큼 외로운 결심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세종의 방백이 이어졌지요. "그만큼이었구나, 노비 똘복의 결심은...."
20여년이 흐른후 밀본의 3대 본원임을 알리며 등장한 정기준, 정기준도 강채윤이 절치부심, 와신상담하며 궁으로 들어온 그 강한 결심과 다르지 않습니다. 강채윤보다 더 오랜 세월을 칼을 갈아온 정기준입니다. 멸문지화를 당한 정기준은, 정기준이라는 이름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유배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요. 태종과 조말생이 끈질기게 그를 추적했었기에, 조선에서 발붙이고 살아남기는 어려웠고요. 역적인데 살려둘 리가 없죠.
그러나 알게 모르게 이방원의 칼의 정치를 혐오한 사대부나 조정대신들은 입밖으로 내서는 안되는 이름 정도전을 흠모하고 따랐으며, 정신적 지도자로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무언록을 편찬했다는 이세영도 그쪽이었을 듯합니다. 그래서 정기준을 중국으로 데려가 살렸다고 보여지고요. 

또 하나의 가정은 가리온과 이방지(우현)의 관계입니다. 출상술을 통해 윤평이 강채윤과 마찬가지로 이방지의 제자였음이 드러났고, 윤평은 수하에게 이방지를 수소문하라는 명도 내렸지요. 그리고 더 의심스러운 점은 건익사공이나, 대침으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가리온이 정학하게 알았다는 점입니다. 허담의 사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건익사공을 아는 자의 소행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북방오랑캐에게 들었다는 것치고는 너무 허술한 대답이었죠. 시체가 검안소에 왔을 때 옷깃에 물이 묻어있었다는 말도 과장이 심했고요. 물 한바가지를 들이부었다면 모르겠지만, 거의 한방울로 비강을 막아 죽이던데, 옷깃을 적실 정도의 물을 흘렸다는 것도 이상하죠. 
그런데 가리온은 너무나 정확하게 그 사인을 집어 냅니다. 윤필학사의 주검을 보고도 한방에 머리 뒤에서 대침을 뽑아냈지요. 물론 시신의 상태를 보고 추측을 했을 수도 있지만, 너무 귀신같지요. 이는 살해의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집현전 학사를 죽인 윤평은 이방지로부터 배운 방법을 사용했고, 이방지와 가리온, 윤평이 서로 연결되는 인물이라면, 가리온은 윤평이 살해한 방법을 시신의 상태만으로도 유추해낼 수 있었을 거라는 말이죠.

또 하나 이방지는 조선제일검 무휼에게 유일하게 패배의 상처를 준 인물입니다. 이방지와 무휼은 왜 싸웠을까요? 이는 이방지가 무휼과 적대적 관계에 있었음을 의미하고, 확대해석하면 이방지는 이방원의 사람이 아닌, 정도전의 사람이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이 가정이 맞다면 이방지-가리온-윤평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요.
20여년전 이신적(안석환)에게 사람들 틈으로 숨어들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정기준, 그는 철저하게 신분을 감추고, 말투도 바꾸고, 가장 의심하기 힘든 사람으로 숨어들어 있었던 것이죠. 도담댁이 있는 반촌, 백정이라는 신분은 정기준을 감쪽같이 감출 수 있었고, 굳이 밤이슬을 맞아가며 숨어다닐 필요도 없을 것이고요.

정기준이 가리온이라면, 시청자들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정말 충격적인 반전입니다. 똘복이가 이도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한 길을 걸어왔듯이, 세종 이도가 문이 통치하는 조선, 백성을 근간으로 하는 조선을 만들겠다고 한 길을 걸어왔듯이, 정기준은 백정이 되어서까지 재상중심의 조선을 꿈꿨던 정도전의 조선을 되찾겠다고 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세 사람이 닮아있지 않나요?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분노했고, 그만큼 외로운 길을 어쩌면 이 세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걸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약 가리온(윤제문)이 정기준이 맞다면 말이죠. 그리고 눈여겨 볼 재미있는 구도는 이 세사람이 큰 틀의 조선이라는 거예요. 똘복이-백성, 정기준-양반사대부, 이도-왕이라는 큰 틀말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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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3
  1. 초록누리 2011.11.12 10:1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작권 침해로 삭제되었던 글 재발행입니다.
    한꺼번에 글을 발행세서 혼동스러웠을 듯하지만, 뿌리깊은 나무 리뷰자료로 정리해두기 위해 복구했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2. 2011.11.12 11:1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c-one1 2011.11.14 10: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여기와서 리뷰를 읽고 항상 드라마를 다시 정리하게 되네요 ㅎㅎ
    좋은아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