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4.24 '신데렐라 언니' 천정명, 눈동자와 대사의 강약으로 연기하라 (44)
  2. 2010.04.09 '신데렐라 언니' 은조에게 전해지지 못한 편지 내용은? (53)
  3. 2010.04.03 '신데렐라 언니' 서우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 (20)
  4. 2010.04.01 '신데렐라 언니' 늙은 여우 이미숙, 새끼 악녀 문근영 (31)
2010.04.24 08:03




어느 드라마고 배우들이 만들어 가는 캐릭터에 몰입하고 이해하고, 사랑까지 하게 된다면 연기자는 물론 드라마의 완성도에 있어서도 힘이 되고 탄력을 받게 합니다. 심지어는 악역이라 할지라도, 나쁜 남자 혹은 악녀라 할지라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내면을 이해하면 동정의 시선까지 보내게 되지요. 종영한 추노에서의 황철웅(이종혁) 역이 그러했고, 선덕여왕의 비담(김남길)이 대표적인 예일 것 같습니다. 아이리스에서 진사우(정준호)의 캐릭터도 이와 비슷한 범주에 속하겠네요. 이들 배역은 엄밀하게 주인공들은 아니었지만 극중 무게감이 컸었지요. 스토리라인의 큰 줄기가 될 정도로 말이지요.
그런데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홍기훈(천정명)은 남자 주인공임에도 극 중 두 여자의 사랑만 받고 있는 듯한, 전혀 새로운 남자주인공의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캐릭터 자체가 복잡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가 진행될 수록 오리무중 안개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캐릭터가 홍기훈이라는 인물같습니다. 
우선 드라마 속에서의 홍기훈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배경과 내면을 드라마 스토리만으로 짚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사실 홍기훈이라는 캐릭터는 드라마 속에서 풀어가기에 매력있는 배경들을 가지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서지도 못하고, 집안으로부터 버림받고 구대성의 그늘에서 따스함을 느끼면서,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욕망이 얼마나 추한 것인지도 깨달아 가고, 잘 익은 술처럼 인생의 깊이와 사랑도 알아가는 그런 인물이에요. 내면의 아픔을 가지면서도, 눈 앞에 보이는 두 슬픈 공주들의 상처를 동시에 보듬어 주며, 공주들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들 가슴도 설레이게 만드는 그런 왕자님이에요. 
8년 후 전혀 다른 모습의 왕자로 돌아왔을 때는 또다른 모습에 설레이게 하지요. 두 공주와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 준 대성도가 구대성에게 칼을 들이대야 하는 야심을 가졌음에도, 인간적으로 갈등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아픔과 분노로 칼을 뽑을 수 밖에 없는 이중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홍기훈이 아버지로부터 특명을 받고 대성도가에 다시 들어 온 이유는 배다른 형 기정에 대한 분노가 함께 있는 것이지요. .
애정라인의 중심에 있어서도 극중 은조와 효선에게는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일종의 애정라인을 형성해야 합니다. 은조와 기훈, 효선과 기훈이라는 의붓자매를 사이에 둔 매력넘치는 왕자님이니까요. 은조와는 오해와 연민 속에서 긴 시간 가슴에 담아 온 사랑이어야 하고, 효선에게는 자신을 '내꺼 오빠'라 따르던 꼬맹이가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자신을 사랑의 감정으로 보게 되는 것에 당혹감과 미안함, 그리고 연민도 함께 느끼는 인물이지요. 그럼에도 마음에 품은 칼로 고민하고, 공주들의 집을 위기에서 구할 가능성까지 있는... 여기까지는 홍기훈이라는 극중 캐릭터의 색깔입니다. 정말 매력있지요?
그런데, 솔직히 매력없어요;; 천정명의 연기력과 밋밋한 캐릭터 소화때문인 것 같은데, 천정명이 가진 연기의 한계보다는 개선방향을 지적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저는 드라마 감정선을 따라 가는 리뷰글을 올리는 편이고, 연기자에 대한 지적은 자제하는 편입니다. 연기자도 아니고, 연기를 해보지도 않았는데 선무당이 사람잡으려고 하는 듯 해서 말이지요.
제가 천정명씨에게 연기지도를 할 주제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드라마를 아끼는 입장에서 그동안 신데렐라 언니를 시청하면서 종합적으로 느꼈던 부분에서 천정명이 변화를 주어야 할 부분에 대해 두가지만 언급하고 싶습니다.

심리묘사의 기본, 눈동자로 연기해라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이 가진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다. 신분을 감식하기 위한 보편적인 인식방법인 지문과 눈동자, 즉 홍채입니다. 보안업체에서 지문인식, 혹은 홍채인식으로 문을 여는 시스템은 위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문이야 주민등록증 발급 혹은 도장 대신 사용하는 것이니 연기와 결부시키기 어럽고, 눈동자에 담는 감정묘사는 연기력의 90%를 담아낼 수 있는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사람의 눈빛은 인간의 희노애락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눈빛이 담아내는 얼굴표정은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이고요. 강아지들도 슬프거나 화난 표정을 짓기는 하지만, 지극히 단순한 감정표현만을 읽을 수 있을 뿐이지요.
천정명의 눈빛은 매력적입니다. 슬픔과 연민, 쓸쓸함 그리고 투명함까지 갖춘 연기자로서는 특별한 보너스일 것입니다. 그런데 천정명은 자신이 가진 눈빛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한가지 밖에는 없어요. 모든 인물을 연민을 가지고 대하는 듯한... 그런데 지금의 홍기훈은 연민만이 아니라 고민과 음모, 비열함, 안타까움까지 담아내야 하는 캐릭터에요. 천정명의 일관된 표정에 홍기훈이라는 캐릭터를 읽기 힘들고 몰입하기도 힘든 이유가 천정명의 눈빛이 보여주는 한가지 표정때문인 것 같아요. 캡쳐한 표정들을 보시면 그 눈빛의 일관성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천정명은 이제 눈동자도 연기를 해야 합니다. 예컨대 천정명은 연기자들의 기본인, 아니 인간들의 기본적인 심리묘사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대성과 은조, 효선과 함께 회의하는 장면들이 여러번 나왔는데요, 이때 천정명의 표정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같은 표정입니다. 은조나 효선, 구대성의 대사 다음에는 인상만 찌뿌리면서 심각성을 보여주는 게 다에요.
그런데 시청자는 기훈이 왜 인상을 찌푸리며 심각해 하는지 모릅니다. 마치 엑스트라의 장면같아 보이기도 할 정도입니다. 이런 장면의 경우 인상을 찌푸릴 것이 아니라 다른 심리를 보여주어야 하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천정명은 눈동자 뿐만아니라 쉬운 시선 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요. 효선의 외삼촌이 저질 막걸리를 유통시켜 대성도가 마당에서 벌어진 상황에서도 홍기훈의 표정은 인상쓰고 있는 게 다입니다. 효선의 걱정스러운 표정, 구대성의 이럴리가 없어, 혹은 은조의 당혹감 등등 각기 다른 표정인데 뒤에 서있는 홍기훈은 늘 똑같은 짜증표정이에요.
이 때 홍기훈은 고개라도 살짝 돌려 다른 생각을 하는 듯 보이게 하거나, 고개를 내리고 눈동자를 사선으로 내려뜨거나 올려 떴어야 해요. 바로 의구심을 표현해야 했거든요. 홍기훈은 직감적으로 이 일이 홍주가의 아버지나 기정이가 꾸민 짓이 아닐까 의심하는 표정을 지었어야 했거든요. 그런 표정은 곧바로 홍주가 회장 아버지에게 달려가 "이게 무슨 어린 애 같은 서툰짓이에요?" 라고 따지는 것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것이고요.
천정명의 눈동자는 대부분 정면을 향해 고정되어 있어요. 은조와 효선이 적절하게 눈동자와 고개를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가며 감정과 함께 움직인다면, 천정명은 고개나 눈동자를 고정한 채 오직 양미간을 찌푸리는 것만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러니 매번 같은 표정일 수 밖에 없지요. 효선을 바라볼때나 은조를 바라볼때나 회의를 할 때도 오직 하나의 표정이니 은조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감도 안오고, 특히 효선을 대할 때는 도대체 왜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표정은 물론이고 대사마저 짜증난다 식으로 표현해 버립니다.

같은 높낮이의 대사, 강약을 바꿔라
지금까지 천정명의 대사중 길었던 부분만 짚어 보죠.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으로서 여자 주인공들과의 대사에서 천정명의 감정선을 봐야 겠네요. 천정명의 대사가 유독 길었던 부분들이었는데, 모든 장면에서 표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사톤에서도 꽝이었어요. 우선, 효선이 자동차에 뛰어들어 데려가 달라고 한 후에, 효선에게 했던 기훈의 대사입니다.

"뺏겨? 누가 뺏어가? 뺏기지 않을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네 걸 지켜, 왜? 화내면 안돼? 네가 하는 일은 모두 다 이쁘게만 봐야 하는 거야? 봐주고 웃어주고 박수쳐주고... 어디다 어리광이야? 아무한테 기대지 말고 너 혼자 너 힘으로 한게 뭐가 있어?...(중간 생락)......나 니꺼 아냐 임마. 울기만 해. 울면 가만 안둔다......(중간 생략)... 네것은 네가 만들어. 그리고 만든 건 네가 지켜, 그렇지 않고선 뺏겨도 할 말 없는거야. 알어? 나한테도 기대지마, 네가 기댄다고 해도 받아주지 않을 거야... 빨리 어른 돼. 빨리."

이 부분에서 천정명은 실수를 했어요. 대사의 맛을 전혀 살리지 못했거든요. 이 대사가 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좋은 대사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효선에게는 중요한 대사였어요. 효선은 그 이후 계속 기훈의 대사에 매달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었거든요. 이 긴 대사를 천정명은 마치 자신의 모든 감정을 폭발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 한가지 감정만으로 처리를 해버렸어요.
하지만 이 웅변같이 같은 톤의 감정폭발은 기훈이라는 캐릭터와는 전혀 맞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어요. 드라마 속 기훈이는 따뜻하면서도 슬퍼 보이고, 차분해 보이면서도 속에서는 분노가 들끓고 있는 캐릭터에요. 그런데 그 복합적인 것을 한가지 모습으로 표현해 버린 거예요. 효선에게 다그칠 때 폭발과 냉정을 적절히 섞었어야 했다는 말이에요. 안겨 오는 효선에게 "하지 말랬지" 라고 효선을 밀치며 했던 어투는, 마치 초등학생 아이가 유치원동생이 귀찮게 하니 떠다 밀면서 하는 말투여서 심히 실망스럽기도 했어요.
효선을 밀치고 어깨를 붙들고 이야기 할때는, 기훈이라는 남자는 대사톤을 깔고 감정을 절제했어야 했어요. 그 뒤에 한 말은 두고두고 효선에게 가시가 되는 말이었기에 효선의 생각 속에서 몇번 반복해서 나왔는데, 무드는 없고 소리만 꽥꽥 질렀다는 생각만이 들게 하더군요. 기훈은 아직은 왕자님으로서의 신비감을 가져야 하는 인물이에요. 그런 신비감에 찬물을 끼얹는 말투가 높낮이 없이 소리만 지르는 듯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와 똑같이 느껴졌던 장면이 또 있었어요. 은조가 "내 이름 들먹거리지마...난 사람들 버리기가 하나도 어렵지 않아. 누가 나를 버렸어도 마찬가지야. 말 한마디 없이 떠났어도 내가 잘하는 짓이니까 너도 잘하나 보다 그러면서 살아, 좋아죽겠다는 그거, 난 고양이나 개만큼도 몰라..." 라며 술항아리 창고도 들어간 이후, 뒤따라 간 기훈이 은조에게 했던 말이에요.

"나도 그래. 나도 잠깐이라도 마음 뺏긴 것들 하고 헤어지는 것 아무렇지 않아.... (중간 생략)....나도 너 따위 간단해... 나는 그런데 너는 아냐. 넌 거짓말 했어. 그러지마. 나 미워하지마. 날 그렇게 죽도록 미워하는 거, 간단하게 잊었다고 억지쓰는 거 하지마, 아무 것도 하지마. 날 그냥 없다고 생각하면 돼" 

이 부분 역시 효선에게 하는 말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목소리에 힘만 뺀 기훈이처럼만 보입니다. 기훈의 신비감 혹은 이중성을 이런 부분에서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모호해지기까지 합니다. 전 이해력이 딸렸는지 솔직히 이 대사가 와닿지도, 이해도 잘 안돼서 그 대사만 별도로 종이에 옮겨서 읊조려 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한 참후 그 속 뜻을 제 나름대로 파악했어요. "...나도 너 따위 간단해"까지의 대사는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어도 감정이 전달되는 부분이에요. 기훈 역시 지금은 은조를 밀어 내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잡고 싶으면서도 밀어내야 하는 이중적인 심리가 기훈에게 있는 거예요.
그런데 다음 대사, "나는 그런데..너는 아냐. .... 미워하지마, 아무것도 하지마... 날 그냥 없다고 생각하면 돼" 이 부분의 대사는 앞 부분과의 대사와는 다른 감정이에요. 그러니 대사톤도 목소리의 높낮이도 달라졌어야 했어요. 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애절한 감정을 실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이말에는 은조에 대해 여전히 마음을 접지 못하고 있음이 나왔어야 했거든요. 이런 복합적인 내면을 보여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톤으로 대사를 치기때문에, 기훈의 캐릭터가 모호해 지고, 생각도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훈이는 은조가 애써 미워하고 자신을 볼 때마다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은조 너를 보기 힘들어, 아니 은조 네가 힘들어져. 너 대신 내가 힘들테니까 그냥 날 없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넌 힘들어 하지 마라', 이런 기훈의 마음이 들어있는 말이었거든요.

기훈이 여전히 자신에 대해 속으로 끙끙대고 있다는 것을 은조 역시 압니다. 그래서 그 다음 은조 대사가 설득력을 얻는 겁니다. 기훈이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에 아파하면서도 효선을 떠올리며 독한 말을 뱉는 거예요. "나, 이 집에 빚 엄청 많은 사람이야. 이 집에 해 끼치려는 사람 있음, 다 죽여 버릴거야... 효선이 한테 나쁘게 하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라고요.
은조는 "좋아 죽겠다는 효선이는 어떻게 하냐고, 그러니 나한테 마음 주지마. 차라리 내가 아플테니까 더 이상 나에게 다가 서려 하지마" 이런 마음으로 기훈에게 차갑게 돌아서 버린 거지요. 만약 이 드라마가 신파드라마의 유형을 쫓았다면 대부분 그 대목에서 은조가 뒤를 돌아보며 슬프게 쳐다보고, 기훈이 다가와 안아주는 장면으로 연출을 했겠지요. 하지만 신데렐라 언니는 그런 전형적인 신파를 거부하기에 카메라는 거기서 멈춰 버리고, 웅크려 새처럼 우는 은조의 침대로 시선을 옮깁니다. 

이렇듯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심리를 어정쩡하게 보여 주고 있어서 홍기훈이라는 캐릭터도 어정쩡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조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절하지도 않고, 효선을 바라보는 표정도 '아, 귀찮은 애, 왜 짜증나게 해?'라는 식으로 보이니, 저는 점점 은조는 커녕 효선이와의 애정라인도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안듭니다. 기훈은 효선을 볼 때 귀찮게 엉겨붙는 꼬맹이를 보는 눈빛과 말투가 아니라, 여자로 다가오려는 마음을 알면서도 밀쳐 내려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고, 그런 효선을 측은하게도 봐야 하는 그런 내면연기가 나와야 하거든요. 그런데 '난 사랑에 빠진 여자의 심리는 전혀 몰라' 는 식의 뚱한 기훈은 매력없습니다. 요즘 애들 말로 일관성돋는 표정에 물린다고 할까요? 
삼각관계를 볼 때 갈등 하나가 누구와의 애정연결을 지지할까 인데,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삼각관계는 솔직히 아무도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요. 은조가 동생으로 밖에 보지 않은 정우가 차라리 은조를 아픔이 없는 세상으로 안고 달려가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게 하니 문제네요.
기훈이 매력없다라고만 지적하기에는 무책임한 것 같아서, 감정연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는데, 괜한 오지랖인가 싶어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의중을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감정선보다는 시선처리나 대사톤의 변화 등으로 인기하락 중인 기훈의 캐릭터를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비열하고 야비한 나쁜 왕자로 변해야 한다면 더더욱이나 이런 입체적인 감정표현은 필요해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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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07:48




8년이 지난 2010년 현재의 시점으로 빠르게 진전한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과 서우의 변신이 놀랍네요. 커리어 우먼으로 변신해 대성참도가의 막걸리의 세계화에 대한 사업계획을 프리젠테이션 하는 은조의 모습, 아름답게 찰랑거리는 긴 머리의 문근영 대신 단발머리의 도회적인 은조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문근영 개인에게는 국민여동생에서 성숙한 여배우로의 시험대에 올랐다고도 보여지는 변신입니다. 효선 역의 서우는 여성미를 강조한 모습으로 변신했는데, 그 대비적인 모습으로도 건너 뛴 8년의 시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회초리를 맞고 끝내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독한 은조가 술항아리 창고에서 들은 술 익는 뽀글소리는 은조의 오늘을 만들어 주었어요. 술 익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항아리가 있다는 말로 대성과 은조의 화해, 혹은 거리감을 좁히는 것으로 은조는 구대성의 딸이 된 듯합니다. 밤중에 종아리에 약을 발라주는 구대성에게 은조는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아버지의 손길을 느낍니다. 잘못했다는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은조는 새아버지에게 은조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열지요. "술항아리 하나에서 술 익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며 하나는 망쳤다고 말해주는 은조였지요. 이 말은 은조와 새아버지 구대성의 거리를 좁힌 계기가 되기도 했고, 은조가 대성도가의 가업을 이어가는 구대성의 후계자라는 구도까지 함축적으로 보여준 말이기도 합니다.
예고편에 구대성이나 송강숙의 모습이 나오지 않아, 특히 구대성이 살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한데요, 대부분의 동화에서 나쁜 계모가 들어온 이후 부자 영감이 졸지에 급사해버리는 일들이 많아서 괜히 걱정이 돼서 말이지요. 은조와 효선의 바람직한 성장에 아버지 구대성의 존재감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대성도가에서 그나마 올곧은 사람은 구대성 한 사람밖에 없는 듯 보여서 말이에요.
은조야, 은조야… 새처럼 내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신데렐라 4회에서 말없이 군대를 가버린 기훈의 뒤를 쫓아 가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고 강가에서 "은조야"라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장면에서는 정말 함께 울고 말았어요. 기훈은 기차를 타고 떠나고, 은조는 버스터미널을 찾아 헤매는데, 이렇게 엇갈린 두 사람은 그로부터 긴 시간을 만나지 못하게 되나 봅니다.
기차를 타기 전 뒤를 돌아보며 은조에게 말하는 기훈의 방백은 기훈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처럼 들렸어요. "날 잡아 줄래? 무릎에서 피가 철철 흘러도 못 우는 바보 홍기훈같은 은조야, 네가 잡아주면 여기서 멈출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기차에 타기 전에 잡아줘, 은조야..." 하지만 은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기훈은 전혀 다른 인생을 향해 발을 올리고 맙니다. 기훈이 전혀 다른 인물이 될 것이라는 암시는 새어머니의 재산상속 포기 각서의 협박을 뿌리치고, 아버지에게 걸었던 한통의 전화에서 암시되었지요.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느냐?"는 말은 홍주가의 더러운 집안싸움에 기훈이 발을 담구겠다는 의미와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다음회 기훈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여전히 햇살미소의 키다리아저씨일지, 비열하고 냉혹한 차기 기업가가 되어있을지 말이에요.
기훈을 만나지 못한 은조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나와 앉아 바라보던 강가로 와서 무너지며 울고 맙니다. 그곳은 은조가 짐을 꾸려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어할 때, 기훈이 와서 자신을 잡아주던 자리였어요. 구질구질한 인생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무릎에 생채기가 나면서도 도망치고 싶었던 그 곳, 찢어진 무릎을 보며 놀라 병원에 데리고 가 주고, 걱정해 주던 기훈의 흔적이 남은 곳에서 은조는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웁니다.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기에 마음 속에서 그 사람으로 대치했던 이름, "은조야"만 되풀이 하면서요.
가녀린 새 한마리처럼 자신의 이름만 부르며 우는 은조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근영의 연기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고, 은조의 닫힌 마음을 비집고 들어 온 기훈을 보내는 아픔이 절절하게 나왔던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을 뭐라고 불러 본 적이 없어서 나는.... 뻐꾸기가 뻐꾹뻐꾹 울 듯이, 따오기가 따옥따옥 울 듯이... 새처럼 내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한 구절 시처럼 슬펐던 은조의 눈물이고, 아픔이어서 함께 울어 버렸습니다. 은조는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준 기훈의 만년필을 받아들고도, "은조야"라고 하얀 백지위에 써둘 뿐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은조야"는 은조의 닫힌 마음을 누군가 처음으로 열었던 소리였고, 새로 시작된 은조의 사랑이었어요. 한번도 기훈의 이름을 불러보지 못했던 은조에게 기훈의 이름은 '은조야'입니다. 자신과 너무 닮은 사람, 그래서 은조는 기훈을 '은조야' 라고 자신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속으로 수십번 수백번을 되뇌이며 시작한 사랑은 한마디 말없이 떠나 버렸고, 그렇게 8년이 지난 시간에 이르러 다시 그 사람이 나타납니다.
기훈이 은조에게 가장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집이라고 말했던 <시들지 않는 꽃>, 유명한 요절화가 손상기 화가의 작품은 은조와 기훈의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배치시킨 드라마적 장치입니다. 작가에게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대목이기도 했어요. 은조와 홍주가 재벌의 숨겨진 아들 기훈은 故 손상기 화가처럼 상처라는 장애를 가진 인물들이에요. 순간 왜 신데렐라 언니 드라마에 고 손상기 화가의 시화집 <시들지 않는 꽃>을 소재로 썼나 이해가 되었어요. 손상기 화가는 대부분이 알고 계시다시피 곱추화가에요. 신체적 결함을 딛고 화폭에 그려 낸 천재적인 화가의 세상에 대한 시각은 생전에 주목을 많이 받지는 못하고, 사후에 주목받은 요절화가입니다. 곱추라는 신체적 장애를 통해 본 세상과 상처를 가진 은조와 기훈의 시선을 예술적으로 연결시킨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효선이가 기훈이 가장 좋아한다고 했던 작품은 <영원한 퇴원>이라는 작품이고, 은조가 처음에 봤던 작품은 <따스한 빛>이라는 작품이에요. 두 작품 앞에 서있는 효선과 은조의 대비적인 모습이 8년후의 캐릭터에 대한 함축적인 상징을 의도한 것이라면, 효선은 노인이 죽고 없어진 빈침대에 덩그라니 놓인 지팡이처럼 쓸쓸하고 황량해져 가는 캐릭터를, 은조가 보고 있던 따스한 빛은 가난한 동네의 담벼락에 환하게 들어 오는 햇살같은, 즉 상처받아 세상이 황량하기 그지 없었던 은조에게 따스함 혹은 사랑이 깃든다는 것을 상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8년의 시간, 은조와 효선의 생활은 표면적인 평화를 가장한 동거였으리라는 복선은 효선의 말에 함축되어 있었지요. 효선은 끝내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은 은조에게 제의를 했지요. "사이 좋은 척해. 엄마 아빠 앞에서." 이렇게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더 이상 물고 할퀴고 싸우지 않으면서도, 마음으로는 화해하지 못한 위선적인 의붓자매를 선택해 버렸습니다. 마지막까지 효선이가 은조를 향해 내민 손을 은조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종아리에 붉은 선혈자국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본 효선이 스타킹을 주었지만, 은조는 그것마저 던져버리고 말았지요.
그리고 효선도 마음을 닫아걸어 버렸어요. 기훈이 은조에게 만년필을 주는 것을 보고, 효선은 자기 것이었던 기훈을 은조에게 절대 주지 않겠다고 다짐해 버립니다. 기훈이 군대에 가면서 은조에게 전해 달라고 했던 편지를 효선은 전해주지 않았어요. 효선이 뜯어 봐버렸지요. 이 대목은 효선이 더 이상 은조의 터진 입을 보고 걱정해 주는 과거의 착한 효선도 아니고, 스타킹을 주었던 은조에 대한 한가닥 애정도 끊어 버리겠다는 의미와도 같아요.
은조야, 도망가지마, 데리러 올게
기훈이 떠났다는 말에 은조가 효선을 따라와 어디 갔느냐고 물었을 때 효선의 대답은 두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뒤따라 온 것을 본 효선이 "언니... 사랑해... 기훈 오빠 군대 갔어" 라고 한 말은 효선의 마음에 대한 이중적인 복선이었어요. 하나는 아버지에게 '은조 언니 사랑해' 라고 들리게 해 아버지를 걱정하지 않게 하려는 말이었고, 은조에게는 "나 기훈 오빠 사랑해" 라고 말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효선이는 고사를 지내는 중 은조와 기훈이 야릇하게 주고 받는 눈빛을 보고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감정이 싹트고 있었음을 눈치챘지요. 이에 대해 효선은 은조에게 자기가 기훈오빠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효선이 은조와 기훈 사이에 방해 공작을 했던 것은 편지를 감춘 것에 모든 것이 들어있을 겁니다. 제가 하도 궁금해서 스페인어로 쓰인 기훈의 편지를 번역해 봤어요. 효선이 손으로 편지를 상당부분 가려서 다 해독하기는 불가능했지만, 잠깐 비춰진 내용만 번역해 봤습니다. 스페인어를 잘 하시는 분들은 금방 아셨겠지만, 저는 번역기를 사용해서 해독해 봤는데요,
 
me voy porque creo que no podré irme viendo tu cara tan seria
얼굴 보면 떠나기 힘들 것 같아서 그냥 간다.
ahora me voy solo luego te llevaré a Ushivara, a la luna y a las estrellas
지금은 혼자 가지만, 나중에 돌아와서 너를 우시바라로, 달로, 별로 데려가줄게
no huyas, no te _____ a ningún lado y espérame en casa.
도망가지마, .....집에서 날 기다려줘.
eres tan tan _____ como ______________ te hayas herido las _____....... que no vaya,
너는 정말 정말........... 상처를 입혔잖아.....
antes de ____..... que no me vaya _____
전에........ 도망가지마(???)

특히 뒷부분에 중요한 내용이 써져 있을 것같았는데, 효선이 손에 가려져서 도저히 읽어보기는 힘들겠더라고요. 영어로 번역한 후 한국말로 옮겨보니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기훈의 은조에 대한 마음이 이 정도로 깊을 줄은 상상을 못했네요.
기훈의 편지에 살을 붙이자면,
"은조야, 너의 심란해 하는 얼굴을 보면 떠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널 보지 못하고 떠난다. 지금은 은조 너 혼자 남겨두고 떠나지만, 나중에 돌아오면 네가 가고 싶다면 우시바라로든 달나라든 별나라든 어디로든지 널 데려가줄게. 그러니 은조야, 절대 도망가지 말고 이 집에서 날 기다려줘. 내가 돌아오기 전가지는 절대로 도망가지마.
내가 그랬지. 맞지 말라고, 맞기 전에 도망가라고. 그런데 그러지마. 너 도망선수인 것 알지만, 내가 가기 전까지는 도망가지마. 그러니 아프더라도 참아. 상처받지마, 네 자신에게 상처내가며 살고 있다는 것 알고 있어. 나도 그랬으니까. 그게 힘들어서 도망가고 숨는 것이 날 덜 힘들게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가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더라. 그래서 나도 이제 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려고 해. 싸워보려고. 날 상처입히고 싶은 사람들과 싸워보려고..."

이런 마음을 적고 기훈은 기차를 타려는 순간 은조가 잡아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훈이가 떠나는 것은 기훈을 몰아 세웠던 사람들에게서 더 이상 숨지 않겠다는 뜻일테고, 그곳은 진흙탕일 것임을 알기에 기훈은 은조가 자신을 붙들어주기 바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에서 기훈의 은조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은 두가지였어요. 천년만년 나오는 만년필과 시들지 않는 꽃이라는 소재는 기훈의 은조에 대한 영원한 사랑에 대한 복선인 게지요. 과연 상처투성이 은조와 기훈의 운명같은 만남에 신데렐라 효선이 어떤 훼방을 놓을지, 뒤틀린 동화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새로운 신데렐라에 대한 관전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아마 효선이는 스페인어를 번역해서 이 편지 내용을 다 알았을 거예요. 효선이 손에 가려진 부분은 기훈이 돌아왔을 때 은조를 찾아 오겠다, 혹은 어디서 보자는 약속이 쓰여있었을 것도 같았는데 효선이 중간에서 기훈이의 모든 연락을 차단해 버리지 않았을까 추측도 됩니다. 군대에서 은조에게 편지를 보냈을 수도 있었을텐데 기훈의 소식을 은조도 처음 듣는 듯한 것을 보면 말이지요. 효선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중간에서 가로채 달라고 애교(?)를 부렸을 수도 있고, 아니면 효선이 동수를 팔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은조랑 동수랑 사귀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을 거고요. 건너 뛴 8년간의 효선이는 분명 은조가 대성도가에 들어오기 전의 효선이는 아니었을 것이 분명해 보이니까요. 사춘기 소녀들의 모습을 벗은 은조와 효선이, 그리고 먹보 뚱보 정우가 옥택연으로 변해서 나온 장면도 예고편에 얼핏 보였는데요,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신데렐라와 신데렐라 언니, 선과 악을 떠나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 예기지 못한 낯선 충격으로 사람들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신데렐라였던 효선이와 계모가 데리고 들어 온 의붓언니 은조,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는 왕자님, 8년간의 시간동안 이들은 어떤 변화를 거쳤을까요? 그 변화된 모습이 새롭게 펼쳐질 청춘남녀의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갈지 더욱 기대되고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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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3 08:29




신데렐라 언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과 세상은 발상부터가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대부분 동화의 시선이 선의 시선에서 출발하는 것을 뒤집어 본다는 것 자체도 재미있는 역발상이에요.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속 나쁜 사람들의 결과는 늘 "....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버렸기에, 착한 주인공을 괴롭히던 못된 계모나 언니들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관심밖의 일이었죠. 불행하게 살았다, 혹은 벌을 받고 죽었다라는 식의 단편적인 결말들로만 끝나버렸고요. 그런 점에서 동화 속 악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은 새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는 우리가 알고 있던 선과 악이라는 이중적인 구분이라기 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선과 악보다는 변화에 관점을 두고 봐야하는 드라마입니다.

효선, 낯선 감정 '미움'을 느끼다
은조의 엄마 송강숙과 대성참도가의 구대성 사장의 결혼으로 한 가족이 된 은조와 효선, 여전히 차갑기만 한 은조를 향한 효선의 노력은 보기 안스러울 정도입니다. 효선은 왜 은조언니가 자기에게 차갑게 구는지 이유를 모릅니다. 효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효선에게 한 번도 상처를 준 적이 없었기에 효선은 누군가가 자기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에요. 대성도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효선의 학교친구들 부모님이고, 착하고 붙임성있고, 주위 친구들에게 밉상짓을 하는 일도 없었던 효선이를 미워하는 친구들도 없었지요. 겉으로는요. 
효선이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아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 할 필요가 없었어요. 중심이 자기에게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는 재잘재잘 쉴새없이 귀찮게 수다를 떠는 효선이가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 효선이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준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아이일뿐이에요. 그런 효선이의 모습은 착한 아이라는 공식이 따라다녔고, 착하다는 것은 효선이의 상징이 돼버렸습니다. 착한 아이를 괴롭히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공식이 효선이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공식처럼 따라 다닙니다. 경수라는 친구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날리는 효선의 문자를 씹어버리는 것도 같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효선이 주위에는 효선이에게 싫다 귀찮다라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이 없어요. 착한 효선이를 무시하는 것 혹은 싫어하는 것은 나쁜 짓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대놓고 효선에게 ' 너 싫다, 귀찮다' 라고 쌩무시를 하는 사람이 효선의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언니가 생겨서 주위에 마구마구 자랑하고 싶을 만큼 좋은데, 새로 생긴 언니는 무서울 정도로 곁을 주지 않습니다. 효선이가 자꾸 이러면 나도 참기 힘들 것 같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효선의 변화 시점이 바로 그 부분이에요. 뭔지 알 수 없지만 효선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이었죠.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훈이 오빠가 은조를 보는 시선 역시 효선이는 불안합니다.  
수학공부를 하며 은조에게 설명하느라 자신이 들어오는지도, 모르는 것 가르쳐달라는 말에도 건성으로 대답하는 기훈오빠와 은조가 이상해 보입니다. 재잘조잘 하루종일 옆에서 떠들어도 눈길도 주지 않는 은조언니도 이상하게 보이고, 은조언니만 쫓는 기훈오빠도 이상해 보입니다. 그래서 효선은 기훈에게 묻지요. "오빠, 나 누구야? 내가 마음이 조금 이상해...."
효선은 지금 낯선 자신의 모습을 느끼기 시작한 거예요. 친구들이나 대성도가에서 일하는 아저씨 아줌마, 기훈오빠, 새엄마, 새언니 그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자기도 그 사람들을 다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효선에게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미움이라는 감정이에요. 누군가가 미워지는 감정, 효선이 살고 있는 세상에는 악이라는 녀석이 없었던 거지요. 동화속 착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효선이에게는 미움이라는 녀석이 보이지 않았을 뿐이에요. 누구도 효선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미워지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죠.  
반면 은조는 한 번도 믿을 만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새아버지가 된 구대성은 은조 엄마를 남자 잡는 상이라며 조심하라고 이르는 당숙모에게 "그 사람, 그 사람 딸아이 이제 제 식구입니다. 제 식구를 두고 험한 말씀하시는 것 그만두라" 며 화를 내는 것을 듣고 의아해 합니다. 엄마와 자기를 식구라고 말해 주고 보호해 주려는 사람도 있나 놀랍기만 할 뿐이에요.
기훈도 "넌 나보다 멋져질 거야" 라며 은조에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말을 해줬어요. 늘 구질구질하고 쓰레기 같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보고 멋져질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 그런 세상이 은조의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지요. 효선에 비하면 은조의 변화는 더디게 진행될 것입니다. 상처가 많았던 아이였던 만큼 아무는 것도 더디고 새살이 돋아나는 것도 더디니까요.

물과 누룩, 이물질의 충돌
효선에게나 은조에게나 낯선 세상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거에요. 너무도 다른 색깔의 세상이 말이지요.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 한줄기 빛이 들어오고, 눈부시게 환한 하늘 위에 시꺼먼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낯선 세상에서 두 아이가 어떻게 각자의 상처를 치료하고, 또 서로가 입힐 상처를 봉합해 나가는 지를 보여 주겠지요. 상처가 난 부위에 새 살이 돋아날 아이 은조, 이제 생채기가 생기기 시작하려는 아이 효선, 신데렐라 언니는 그런 두 소녀의 성장이야기가 되겠지요.
흥미로운 것은 그 세상이 술을 만드는 곳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것이에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통과의례처럼 배우게 되는 술, 그 첫 맛처럼 쓰지 않을까 싶네요. 술은 사람을 즐겁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고, 추하게 하기도 하고, 속이 쓰리게도 해요. 마시고 나면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요.
술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효와 숙성일 겁니다. 구대성이 대성도가 직원들에게 누룩과 물의 비율을 잘못썼다면 "누룩과 물만 섞는다고 다 술인줄 아느냐!" 며 술항아리를 깨버리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구대성의 성품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지만, 이 드라마의 핵심 또한 그 장면에서 찾을 수 있었어요. 누룩과 물이라는 이질적인 물질이 만나서 적당한 온도와 시간동안 발효되고 숙성해야만 좋은 술이 나오듯이, 신데렐라 효선이와 신데렐라 언니 은조라는 서로에게 이방인이었던 두 사람이 갈등을 겪으면서 성장한다는 의미까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효선이는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물의 상태에 있고, 반면 엄마의 거친 인생 속에서 세상이 쓰레기같다고 생각하는 은조는 곰팡이 덩어리 누룩의 상태라고도 볼 수 있을 지 몰라요. 하지만 각각만으로는 좋은 술로 만들어지지는 못하지요. 효선에게 은조의 등장, 은조에게 효선이라는 이방인과의 만남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물과 누룩의 화학반응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만으로 술이 되지 못하고 누룩만으로 술을 빚을 수 없듯이, 좋은 술이 되기 위한 두 물질이 섞여 발효숙성 과정을 거치듯이, 은조와 효선이라는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부딪치면서 서로를 통해 성장해 가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의 무대가 술을 빚는 곳이라는 점이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말이지요.

서우, 효선의 변화 살려야 하는 이유
신데렐라 언니 무대가 되고 있는 효선의 고래등 기와집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마치 깊은 바닷속만큼 고요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잔잔한 파도만이 넘실되는 것 처럼 보이는데, 바닷속에서는 이미 폭풍이 일기 시작했어요. 다만 수면위로 그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고 있을 뿐이에요. 두 여주인공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은조와 효선이 는 낯선 이방인들로부터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 신데렐라 언니보다는 신데렐라 효선의 변화에 더 관심이 가더군요. 까칠하고 세상으로부터의 접근을 차단해 버린 은조의 변화는 어찌보면 쉽게 예상할 수가 있는 일들입니다. 사랑에 눈을 뜨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 과정을 섬뜩하리만치 기존의 이미지에 반하는 파괴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문근영의 연기변신이 드라마 관전의 포인트지만, 착한 효선(서우)의 변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것이기에 더 흥미롭습니다.   
은조는 새아버지가 된 구대성과 기훈때문에, 효선은 은조와 기훈으로부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효선의 불안감이 밖으로 터져 나오는 순간이 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대성도가의 고요가 깨지는 순간이 되겠지요. 그런 점에서 효선이 변화하는 시점은 동화 속에서 살고있는 효선이 나오는 순간이기도 하고, 효선을 연기하는 서우의 연기력이 검증받을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오버스러울 정도로 어린 아이같은 효선이 상처를 받고 갈기갈기 찢어지는 시기가 효선이 6살 엄마를 잃었던 나이에서 현재의 나이로 급도약하는 시점이에요. 10여년의 멈춰버린 성장의 간극을 넘어 효선이라는 캐릭터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하기에 서우의 변신이 기대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처음 코피가 터졌을 때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겁에 떨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아마 효선이 그런 느낌일 수도 있을 거예요. 효선이는 마치 처음 코피를 보는 아이같아 보이니까요. 한번도 상처를 입지 않았던 아이가 감당하지 못할 깊은 상처를 입었을 때, 고통도 심하고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극복하는 방법도 서툴고 파괴적일 수도 있어요. 효선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처음으로 당하는 마음의 상처, 그 충격과 변화를 깊이있게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 변화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서우의 연기력이 도마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고, 효선의 캐릭터도 성장하지 못한 유아기적 공주에서 머물러 버릴 것입니다. 효선이 서우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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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07:57




수목드라마 뜨거운 전쟁이 시작되었는데요, 시청자 입장으로서는 어느 프로를 볼까 골라보는 즐거운 고민도 하게 되네요. 신데렐라 언니, 개인의 취향, 검사 프린세스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드라마거든요. 제가 먼저 본 드라마는 말이 필요없는 배우, 국민여동생 문근영이 악역으로 변신했다고 화제가 된 신데렐라 언니에요. 첫방송을 보는 내내 연기자들의 숨소리까지 집중하게 만들더라고요. 서늘하면서도 반항적인 눈매로 안방에 돌아 온 문근영, 순수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것같은 서우, 미소 한 방에 주위 사람이 다 착해질 것 같은 천정명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캐릭터가 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농익은 중견연기자 이미숙과 김갑수의 열연은 드라마 전체를 끌고가는 힘이 넘쳤습니다.
신데렐라 언니는 동화가 모티브가 된 것도 흥미롭지만, 드라마에 흐르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들이 상황에 따라 물과 기름이 되기도 하는 것때문에 흥미롭습니다. 신데렐라 언니 두 여주인공 은조와 효선은 각각 보이는 상처와 보이지 않는 상처 속에 갇혀있는 인물들입니다. 두 사람의 상처는 아이러니하게도 은조에게는 엄마의 존재, 효선에게는 엄마의 부재입니다.  

신데렐라 언니 첫회는 은조(문근영)와 송강숙(이미숙) 모녀가 대성도가 구효선(서우), 구대성(김갑수) 부녀와 한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 주었어요. 이야기는 털보장씨의 집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김치를 써는 은조의 귀 너머로 엄마 강숙과 함께 사는 털보의 싸움소리가 들려오지요. 늘 듣는 싸움소리라는 듯 무심히 칼질을 하는 은조의 눈은 마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서늘하면서 냉소적이기까지 합니다.
은조를 부르는 엄마의 비명소리를 듣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던 털보장씨를 밀치고 무작정 도망나와 택시안에서 옥신각신하는 이들 모녀가 평범한 엄마와 딸이 아니라는 것을 한마디로 보여줍니다. "갈데도 없이 무작정 나오면 어떡하냐" 며 돌아가자는 엄마 강숙에게 "등짝이 보라색이 될때까지 얻어 맞으면서 왜 그 남자와 사느냐, 이것때문에 들어가려는 것이냐" 며, 털보집에서 훔쳐 나온 다이아몬드 반지에 금새 마음을 바꿔 버리는 강숙(이미숙)입니다. 속물적인 엄마 강숙과 그로인해 상처받고 세상이 싫은 딸 은조의 대조적인 모습이었지요.
은조가 장씨네 집에서 나오면서 들고 나온 다이아몬드 반지는 우여곡절끝에 대성도가 구대성과 효선과의 인연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장씨가 부른 깡패들을 피해 기차 화장실에 들어갔던 은조가 혜선에게 반지를 맡기고, 반지를 찾으러 간 강숙에게 살갑게 대하는 은조를 이용해서 강숙은 구대성을 유혹하는데 성공하고, 고래등같은 대성도가의 안주인의 자리가 강숙의 코 앞에 다가 옵니다. 구대성이 강숙의 마지막 남자가 될지, 그녀의 박복한 인생을 보니 그것도 힘들어 보입니다.  
 
엄마의 존재, 그 이질적인 상처
깡패들에게 붙들려 털보집으로 돌아온 은조는 반지를 찾으러 간 엄마 강숙과 연락이 되지않자, 엄마가 자신을 버리려 했다는 오해를 하게 되지요. 혼자 털보장씨의 집을 나갈 계획을 세운 은조가 김치를 담그며 뇌까렸던 "만세"는 소름끼칠 정도로 은조의 감정을 보여주는 반전이었어요.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동시에 교차되는, 엄마라는 존재로부터의 해방을 자축하는 희미한 미소로 변하는 순간은 은조의 심리를 함축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었어요.
은조는 그런 아이입니다. 엄마는 늘 자신을 아프게 하는 존재입니다. 엄마로 인해, 아니 엄마가 두들겨 맞아가며 이남자 저남자 품을 옮겨다니며 살아가는 쓰레기 같은 인생으로 상처받은 아이에요. 그래서 엄마를 벗어나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믿는... 

반면 효선은 6살때 엄마를 잃었지만 착하고 고운 심성으로 아빠와 주위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만 맏고 자란 아이입니다.  좋아하는 기훈이 오빠에게 "오빠는 내꺼야"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면서 아무한테나 장가가지 말라고 말하는 소아기적 발달상태에 머물러 있는 아이에요. 세상은 아름답고, 사람들은 다 착해 보이는 동화 속 착한공주처럼요. 공주의 왕자는 기훈(천정명)이지요. 오빠의 말이라면 달이 네모라고 해도 맞다고 생각하는...
그런 효선에게 반지를 찾으러 나타난 아줌마는 효선의 안에 있는 상처를 아물게 하듯 엄마 자리에 들어옵니다. 저는 드라마를 보며 서우의 어리광스러운 말투와 행동이 고등학생이라 하기에는 오버스럽게 어린아이같다는 생각을 하며 봤는데요, 드라마 중간쯤 가니 서우가 효선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효선은 일종의 해리성 퇴행장애를 앓는 아이처럼 보였거든요.
강숙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해주세요" 라는 부분에서, 이 아이는 사랑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엄마가 그리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어려서 엄마를 잃은 효선은 엄마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은 어린시절의 성장단계에서 멈춘 아이였던 거예요. "아, 그래서 효선이가 그렇게 마냥 착해보이는 동화속에서 살고 있는 신데렐라였구나" 싶더군요. 이 아이에게는 어른들의 세계가 보이지 않았던 거예요. 엄마를 잃었던 그 나이에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멈춰있던 것이지요.
그런데 비슷한 또래의 은조는 너무나 일찍 세상에 눈을 떠 버린 애늙은이에요. 이 남자 저 남자 품을 떠돌아다니는 엄마 강숙의 거지같은 인생을 보며,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속 세상이란 결코 없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강조하는 아이지요. 세상이 거지같고 쓰레기 같이 보였던 이유는 엄마때문이었고요. 엄마에게서 도망치고 싶지만, 은조의 발목을 붙드는 것은 어릴 때는 무서움이었고, 지금은 엄마가 자기때문에 그렇게 살고 있다는 엄마의 하소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이제 제발 사람답지 않은 남자들한테 붙어서 밥먹지 말자" 라고 엄마에게 반항하는 은조는, "너 때문에 내 팔자 더럽게 꼬일 것 알면서도 버릴 생각은 단 한 번도 안했다"는 말에 또 다시 엄마를 떠나지 못합니다. "너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다"는 말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은조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족쇄입니다. 엄마라는 족쇄를 풀고 싶어 도망치고 싶은 은조, 엄마라는 족쇄에 묶이고 싶은 어리고 착한공주 구효선. 이렇듯 신데렐라 언니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너무 재미있는 드라마적인 장치입니다. 

여기에 두 여자를 동시에 관찰하듯 보는 인물, 홍기훈은 사랑이라는 또 다른 갈등구조를 예고하며 다가옵니다. 은조를 데리고 오는 길에 화장실에서 도망치는 은조를 쫓으면서 기훈은 은조의 슬픈 눈을 보게 되지요. 엄마에게 가지 않으려는 반항 속에 가슴을 시리게 하는 슬픔이 보였고, 세상을 경계하는 듯한 눈빛을 맞딱뜨리고는 전기충격을 받은 듯 놀라지요. 머리 뒤꽂이로 아무렇게나 찔러넣은 나무연필이 떨어지고,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문근영의 모습, 드라마를 떠나서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상처받은 영혼의 반항, 세상을 향한 경계, 그리고 내면의 슬픔까지 하나의 표정에서 버무려내는 문근영,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요. "세상이 쉽지가 않아. 지금 어디 가봤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냐, 스무살만 넘으면 좀 달라지니까 스무살 되면 가출하는 것이 어때?" 라고 말하는 처음 본 남자에게서 은조는 이상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이 남자, 달이 네모라고 해도 믿고 싶게 만든다. 귀신에 홀린 게 분명하다"
세상은 아름다운 동화나라였던 효선이와 세상은 쓰레기장이라고 생각했던 은조에게 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 남자 홍기훈(천정명)에 대한 사랑이, 의붓자매 은조와 효선의 세상을 어떻게 바뀌게 하는지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일 것 같습니다.
신데렐라 언니 첫방송을 보면서 문근영의 차갑고 냉소적 변신의 성공도 눈부셨지만, 드라마 속 은조와 효선에게 너무도 다른 색깔의 엄마를 연기하는 이미숙의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력은 말이 필요없었어요. 적당히 천박스럽고, 적당히 무식하면서, 적당히 우아한 모습이 하나의 캐릭터로 흐르는 이미숙의 연기는 자연스러움 자체였습니다. 천박함 속에서도 우아함이, 우아함 속에서도 감출 수 없는 천박함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여배우가 많지 않은데 말이지요.
연기자 이미숙은 완벽을 추구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특히 세월까지도 얼굴에 고스란히 간직한 이미숙은 그녀가 왜 프로인지를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많은 여배우들이 드라마에 복귀하면서 보다 더 젊어지려는 노력을 하는데, 이미숙은 맡은 역할의 나이까지 연기의 범주에 넣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눈가에 자글한 잔주름마저도 캐릭터의 일부로 보여주니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게 만듭니다.
기존의 착한 여동생을 버리고 새로운 이미지 까칠하고 반항적인 새끼 악녀로 돌아 온 문근영, 아홉개 꼬리를 감춘 간교하고 팔자 드센 어미 여우 이미숙, 이들 모녀의 팜므파탈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데렐라 언니 다음회가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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