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애 치매'에 해당되는 글 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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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11.16 '천일의 약속' 말문 트인 김래원, 마침내 사랑을 말하다 (10)
  3. 2011.11.09 '천일의 약속' 노향기의 사랑, 통속과 명품을 가른 보석 (6)
2011.11.23 09:56




천일의 약속, 잘 그리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울 이 드라마에도 참으로 똥꼬같은 진상 결정판이 있으니, 바로 사촌언니 명희(문정희)입니다. 똥꼬라는 표현은 드라마에서 나온 표현이기에 한 번 써봤는데요, 서연이 지형과 결혼하겠다는 것을 알고 거품물고 달려 온 명희가, "똥꼬로 호박씨 까는 재주 결정판이다"라는 대사를 날렸죠. 좋아하는 드라마지만 항상 좋은 말만 할 수는 없고, 이번 리뷰는 그동안 드라마를 보면서 불편했던 것에 대한 것을 말할까 합니다.
솔직히 이번회는 묘하게 불쾌하고 불편한 것들이 눈에 띄어, 정작 행복에 겨워 들떠있는 서연과 지형에게는 관심이 끊어지고, 서연의 사촌언니와 고모의 1,2,3탄 전쟁에만 관심이 쏠리더군요. 대사의 정도가 욕설에 맞먹을 정도의 지껄임이었기에(?), 불쾌하고 불편한 심정을 겨우 참고 봤네요.
김수현 작가가 이런 설정을 왜 만들었는지, 그 저의를 짐작할 듯하면서도(복이라고는 지지리도 없는 서연이 고모네 집에 얹혀살며 성질 지랄맞은 사촌언니의 시기, 질투, 구박 속에서 자랐다는 것?), 이렇게 위아래도 없는 막장같은 모습을 굳이 보여 주어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좀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흥분하지 않는데, 종영된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한심한 캐릭터들이 생각나면서 욕을 한바가지로 해주고 싶네요.
당췌 시끄러워서 이분들 나오면 사실 딴짓도 좀 하고 그랬는데, 대사까지 씹어서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듣기조차 힘들더라고요. 그나마 한국말에 익숙해서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도 절로 알아들었고,"엄마 한번도 내 편된 적 있으면 내 성을 갈어"라는 대사도 많이 익숙한 말이라, 대사는 씹혔어도 제 귀가 그냥 대충 조합을 해서 들었네요.
서연의 고모(오미연)와 그 딸 명희(문정희)의 티격태격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보기 민망하고 불편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회는 그 정도를 넘어서 몸싸움까지 하고, 그것도 처음 인사오는 지형 앞에서 그런 망신스런 추태를 보이는 모습이 눈살 찌푸리게 했습니다.
명희가 서연을 곱게 보지 않은 것은 자주 나왔지요. 물론 가족이라는 기본 애정까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피해의식이 생각한 것보다 큰가 봅니다. 어느 부모가 아무리 부모에게 버림받은 가여운 조카들이라고는 하나 제 속으로 낳은 자식만큼 이야 아끼겠습니까? 속좁은 명희의 자격지심, 질투, 한 성질하는 못된 성격탓이기도 하고, 그동안 서연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겼다는 것에 대한 투정을 부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는 행동이 철없고 유치하게 까지 보여서 말이지요. 캐릭터를 너무 리얼하게 살린 문정희를 탓해야 하는 것인지, 헛갈리기까지 하네요.
서연의 결혼상대가 지형이라는 말에 명희는 축하하는 마음보다는 시기와 질투에 배부터 아파옵니다. 감정 듬뿍 담아 흘기는 눈이 장난도 아니었고, 진심같아 보이더군요. 처음에는 지형에게 "너도 유유상종이라고 너도 서연이랑 똑같이 의뭉스럽다. 어떻게 그렇게 독하게 사기를 쳐?"할때만해도 동생의 친구에다 잘아는 지형이어서 놀랐다고, 농담반 장난으로 말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기분 엄청 드럽다. 징그럽고 무섭고 불쾌하다"라는 말에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어요. "똥꼬로 호박씨 까는 재주 결정판이다"라며, 아니꼽다는 듯 눈 내리깔고 축하한다는 빈말을 던지자, 뭐 저런 여자가 다있나 싶더군요. 매를 번다고 그런 딸을 고모가 가만두지 않았고, 손이 먼저 나가지요. 때리는 고모를 말리는 서연을 확 밀치는 명희, 도끼눈을 뜨고 "말리는 시#%$%$%#%&"어쩌고 했는데 암튼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밉다는 대사까지 꼬여가며, 분통을 터뜨리는 명희였죠. 난장판 싸움을 하는 쌈닭모녀를 보니, 아무리 못 배운 집에서도 사윗감 앉혀놓고 저러지는 않겠다 싶어서, 혀를 끌끌 차고 말았네요. '도대체 저게 뭔짓이래!'이러면서요.
그래도 창피하고 자존심은 있는지, 딴 사람있는 데서 때리느냐고 고모에게 따져드는 명희, 그동안 서연이한테 엄마의 애정을 빼앗겼다고 생각해 온 명희였기에, 충분히 그 심정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부모 앞에서 자기도 애 가진 어른이라며, 엄마가 자기 편들어 준 적있었다면 성을 갈겠느니 말겠느니....부모 앞에서 성을 갈겠다는 막말을 하는 막돼먹은 꼴이라니...참 어이가 없었네요. 
 

명희의 진상 2탄은 고모부의 생일케익 앞에서 또 이어졌습니다. '생일축하합니다'라고 노래하는 띵똥이 머리를 밥통이라며 쥐어박으며, 생신이라고 고쳐 주었지요. 어른에 대한 교육은 좋았지만, 뻑하면 아이 머리에 손을 대는 엄마, 에고 그것도 한심스럽고...매맞는 띵똥이만 불쌍하고...
명희와 고모의 진상 3탄은 술먹고 들어온 띵똥이 아빠 정준으로 완결판을 찍었습니다. 유유상종, 부부일심동체라고, 평소에는 착해보이더구만 술마시면 정신줄을 놓는 것이 이집 사위 정준의 술버릇이었나 보더군요. 들어오자마자 마당의 물건을 집어던지고 양동이를 걷어차고, 맛이 아주 제대로 간 모습이었죠.
장모님을 불러 한다는 소리가 세상에, "장모님 경우 바른 척 독판하시면서 왜 이렇게 무식하세요?" 허걱, 이건 또 뭔 봉창 두드리는 물건인고?싶었네요. 자기 부인이 모욕을 당했다고 딴에는 술먹고 아내편을 들어준다고 들기는 했는데, 번지수를 잘못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듯 싶어서 말이지요.
"사촌동서 처음 인사받는 자리에서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그게 경우입니까? 장모님 깡패에요? 꼭 동서앞에서 개패듯 그러셔야 했어요?". 장모에게 강패냐고 묻는 언사에 그만,,,입맛 쩝쩝다시고 말았습니다. 덧붙여 마마보이 완결판까지 찍는 사위였죠. "우리 엄마가 알면 장모님 국물도 없습니다". 고모도 사위에게 오냐 나가라며 기가 차했지만, 어른다운 모습이 아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참다참다 못한 고모부가 그만못두느냐고 역정을 냈지만, 장인에게도 한마디하려다 급기야는 명희에게 귀싸대기인지, 머리통인지 퍽 소리가 나게 맞고 말았지요. 
상황은 일단 종결되었지만, 이 콩가루 집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스럽기만 하네요. 아이 머리를 때리는 것도 예사, 남편 머리까지 손찌검을 하는 명희라는 캐릭터는 참;;;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고모와 명희의 신에서는 '누가누가 목소리 크나' 내기라도 하는 듯해서 솔직히 귀가 따가웠는데, 하는 짓마저 진상쌈닭입니다.
콩쥐 서연이와 팥쥐 명희라는 설정이 굳이 필요하지 않아도 충분히 서연의 입장이 이해되고도 남는데도, 명희라는 캐릭터는 오버스럽습니다. 물론 서연이가 알츠하이머라는 것을 알면, 울며불며 땅을 치고 후회하며, 두 사람이 긴 앙금을 풀고 화해한다는 결말이 예상이 되지만, 개과천선하는 식상한 캐릭터로 그려야 했는지 싶네요. 고모에 이어 서연의 상태를 알면 가장 많이 가슴 아파하고, 서연을 보듬어줄 인물이 명희가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명희라는 캐릭터의 진상짓에 실망인 이유는, 소위 가진 것없고 배움이 부족한 사람, 그리고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행동도 철부지라는 식으로 그려가는 캐릭터의 식상함함과 함께, '콕 집어 이거다'라고는 설명이 안되는 불쾌감이 느껴져서 일 겁니다.
명희와 고모, 그리고 명희 남편을 보면서 그 캐릭터들의 진상짓 이면에 보이는 음,,,뭐랄까 묘하게 없는 사람에 대한,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에 대한 모욕감같은 것이 느껴졌다랄까요? 향기네는 열외로 하고, 지형의 어머니 강수정과 지형의 이모, 지적이고 말은 고운 체에 거른 듯 가지런하고 정갈스럽죠. 특히 강수정은 인품도 고결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서연을 만난 자리에서도, 그녀는 알츠하이머임을 알기전에도 서연에게 모욕적인 언사 한마디를 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고모 오미연은 말투가 거칠기는 하지만 정도 많고, 아들과 딸을 천지차로 대접하는 어머니 모습입니다. 서연이 오누이라면 끔찍하게 마음써 주고, 아들 재민(이상우)을 하늘처럼 받드는 어머니죠. 

이런 것을 문제삼으려는 것은 아니고, 드라마속에 흐르는 없는 사람들,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행동도 말도 인품과는 거리가 먼 듯 그리는 점입니다. 지형을 앉혀놓고 한 행동은 고모나 명희나 얼굴 화끈거리게 했죠. 사실 향기어머니 오현아가 향기게 말하는 행동과 말도 고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불쾌감을 느끼게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격지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모네 집은 뭐랄까 격떨어지게 느껴지는 듯한 그런 것이 보이는데, 이 모녀가 그 분위기의 주인공들이지요.
지형의 가정환경과 서연이 자라온 환경이 하늘과 땅차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형편만으로 한눈에 보이는데, 없는 집 못 배운 집이라고, 조카사윗감이 처음 인사를 온 자리에서 모녀간에 싸움질을 하는 몰상식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지...아무리 성질머리 더럽다고 해도, 대놓고 눈 흘기고 사기쳤다며, 기분더럽고 징그럽고 불쾌하다고 말하는 사촌언니가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서연이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서도, 자기 엄마를 여기저기 선자리 알아보고 다니게 했다고 화내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참 고약한 캐릭터더군요. 
가난한 환경, 못배운 집이라도 똥오줌 정도는 가리지 않습니까? 기분내키는 대로 막나오는 대로 말하는 애엄마나 손찌검하는 고모나, 또 남편 머리통을 때리기까지, 마치 경제력, 가방끈으로 사람의 인품이나 기본까지 갖추지 못했다는 식으로 가르는 듯해서 실망스러웠네요. 양쪽 집안의 분위기를 이런 식으로 대조적으로 굳이 보여야 하나 싶어서 말이지요. 
배운(?) 사람들은 밥대신 라이스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지 않고 나온 실수를 한 서연에게, 출판사 동료가 플러시 안하셨어요?에서는 뿜었습니다. 어찌나 실소가 나오는지 말이지요. 제가 외국에서 그것도 영어권에서 사는데, 여기서 오래된 한인들도 플러시해라, 플러시했어요? 라는 말은 사용하는 것을 못봐서 말이지요. 

같은 방송사에서 하는 수목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한글이 창제되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건만, 입에 붙어버린 외래어는 어쩔 수없다고 치더라도, 일상에서 많이 쓰는 "물 안내렸어요?" 대신 굳이 영어로 표현해야 하는지 좀 그렇더군요. 그렇잖아도 우리말에 외래어 침식이 심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마당에, ''플러시'같은 단어를 굳이 써야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에이프런'까지는 넘어갔는데, 화장실 물내리는 것을 플러시라고 써야 유식해 보이고, 더더구나 화장실이 예술의 전당이 되는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하긴 고흐전집에 이름도 다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작가들의 시나 소설을 나열하는 지적인, 인텔리 도우미 지형이 이모라는 정체 궁금한 분도 있죠. 저는 김수현 작가를 좋아하고, 노령에도 그 열정적인 집필활동에 경의를 표하고 있지만, 가끔씩 보여지는 영어사대주의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름대기도 어려운 외국 작가들이나 화가 이름으로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하면서, 사람들의 수준마저도 양분시키는 것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저만 그런가 싶습니다. 그런 것을 아는 것이 마치 귀족층이고 문화인들이고 품위를 지켜주는 것이라고 하는 것마냥 말입니다. 서민들이라고 책 한권 읽지 않는 것도 아니고, 모두 막말만을 하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런데 너무 많이 알아 상황이 우스워져 버린 대사가 있었으니,  "플러시 안내렸어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이질적인 말의 충격이란???ㅎㅎㅎ 혹시 요즘 한국에서는 다 그렇게 표현하고 있나요? 제가 잘 모르고 있나 싶기도 하고;;

서민가정, 못배운 집, 좀 쳐지는 집은 집안도 콩가루라는 식으로 그려지는 것이 못마땅해서 개인적으로 푸념도 했지만, 그렇다고 천일의 약속에 흐르는 '사랑'이라는 가치와 깊이까지 퇴색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연이와 지형이의 사랑을 더 빛나고 고귀하게 보여주는 캐릭터가 있다면, 지형의 엄마 강수정(김해숙)일 겁니다. 품격있고 고상하고, 그 인품이 위선적이지 않은 진정성에서 나와, 존경스러운 캐릭터지요.
이번회 여전히 지형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삭스핀을 만들어 온 향기에게, 지형이 결혼할 거라고 알려주면서도, 그 안됐어하고 미안해하고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온전히 전했지요. 남자로 지형이는 잊으라며, "지형이 마음에 네 자리는 없어. 이제 그만해. 세상에서 제일 아픈게 혼자 사랑이야"라고 향기에게 단념하라고 말을 하면서도, 어찌나 안쓰러워 하던지요.
강수정은 지형의 결혼준비를 물으면서도 엄마로서 서운한 것도 감추지 않고, 그러면서도 아들 결혼에 할 일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도 에둘러 표현하고, 속상한 심정으로 눈물도 흘리지요. 신접살림인데 이것저것 나서서 준비도 해주고 싶지만, 남편과 향기엄마를 봐서라도 나서서 그럴 수도 없어 속상한 마음까지 전해지더군요. 
속이 문드러지면서도 아들에게 실망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위해 무너지지 않으려는 강수정을 보면, 배울점이 많습니다. 그 인품도 물론이지만, 저는 아들을 인격체로 대하고 어려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사실 가장 허물없는 사이가 부부, 부모자식 사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가장 쉽게 허물도 내보이고, 헛점도 내보이게 되는데, 김해숙을 보면 가장 작은 규모 가정에서도 반듯함을 잃지 않으려고 하죠.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인물이 강수정이라는 캐릭터에요. 아들을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반듯하게 살기를 바라기에 그 거울이랄 수 있는 자신을, 먼지 앉지 않게 반질반질 윤을 내고 닦는 모습은 부모들 모두 보고 배울 점입니다.

***다음주 예고를 보니 드디어 시한폭탄이 터지더군요. 강수정이 지형과 서연이 결혼한다는 것을 지형의 아버지(임채무)와, 향기네에도 알리더군요. 지형과 서연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이자, 난관입니다. 역시 착한 향기는 서연이부터 걱정하며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 주더라고요. 과연 이들의 사랑을, 아니 지형이 알츠하이머로 죽어가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결혼을 깼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불을 보듯 뻔한 반응이 나오겠지만, 김수현작가가 어떤 식으로 이들을 설득할 지, 사람의 마음을 설득하는 그 힘을 또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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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3
  1. 2011.11.23 09:5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11.11.23 10:1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여왕의걸작 2011.11.23 10:2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정말 최고 최고!! 정말 최고십니다.
    저도 어제 서연이 고모와 고모집 큰딸이 사위될 사람 앞에서 그러는 거 보고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어요.
    아무리 몰상식해도 처음 대사는 어느 정도 넘길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상식적으로도 저럴 수 있을까 의심이 갈 정도였어요.
    저는 고모도 너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위될 사람 앞에서 그렇게 딸을
    때리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고모는 답답한 것을 못 참고 그런 성격인 것은 잘 알아요.
    하지만 그 자리는 제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너무 가슴이
    움추려들고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명희의 대사는 후~ 한숨이 나올 정도로 말문이 막혔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가슴이 움추려들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그런 일이 실제로는 있을 수 없겠지만 김래원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요?
    큰사위의 부분도 그렇고 조목조목 초록누리님의 예리한 시각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비판할 부분을 제대로 비판해 주신 듯해요.
    너무 너무 대단한 글입니다요.

    • 초록누리 2011.11.23 13:28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모와 명희의장면은 정말 보고 기가 턱턱 막혔어요.
      분위기상으로 고까워하는 정도였다면 명희의 성장과정을 이해하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치더라도 막말의 정도가 심했죠.
      잠시 멍해서 정작 중요한 서연과 지형의 감정라인도 놓쳤을 정도였어요.ㅜㅜ

  4. 왕비마마 2011.11.23 10:26 address edit & del reply

    이드라마가 좀 그렇더라구요~ ^^;;;
    무~지 슬프게해서 사람 심난하게했다가는
    무~지 또 짜증나게만들고~ ^^;;;
    재미는 있지만서도 요런 장면들은 굳~이 그리오래 필요하진 않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울 누리님~
    따뜻~한 하루 보내셔요~ ^^

  5. 은둔형외톨이 2011.11.23 10:28 address edit & del reply

    고모네를 찾아온 지형과 서연을 보고 고모가 그둘의 손을 잡고 울때는 같이 울었습니다.
    그러다 명희 때문에 눈물이 쏙 들어갔네요.
    극중 강수정을 보면서 ' 세상에 저런 엄마가 있을까? 훌륭하다 존경스럽다' 생각도 많이 했지만
    서연과 문권을 애닳아 하는 고모를 보면서도 마음이 아프면서도 따뜻해졌었는데 ...
    어제 명희의 언행을 보고 정말 불쾌하더군요, 명희남편은 또 어떻구요.
    진즉에 시기, 질투, 피해의식에 쩔어 있는지는 알았습니다만 정말 지나쳤습니다.
    서연이 뜨거운 녹차잔을 엎어 지형이 걱정하고 침착하고 빠르게 대처해주는 모습이 정말 좋았는데 불쾌감이 사그러 들지를 않아 제대로 봐지지 않더라구요.
    서연의 병을 알게 되면 당연히 달라지겠지만 ... 글 읽다 공감하여 처음 댓글 남겨봅니다.
    글 잘 읽고 있습니다.

  6. 사랑해MJ♥ 2011.11.23 10:4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딱 저부분을 놓쳐서 아쉬워요 흐흑

  7. 2011.11.23 11:0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8. 박씨아저씨 2011.11.23 13:04 address edit & del reply

    웃는 표시 올렸더니~
    차단이라는 단어가~ㅎㅎㅎ

    • 초록누리 2011.11.23 13:09 신고 address edit & del

      ^^이게 차단이라고요?
      알 수 없는 일....티스토리 뭔가 바꾸면서 차단 기능도 만들었나?
      전 차단한 단어나 기호, 아무 것도 없는데 이상해요^^

  9. 꽃기린 2011.11.23 16:31 address edit & del reply

    짜증이다 못해 불쾌할라 그래요, 정말...
    지나칠 필요까지 없어 보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초록누리님.

  10. 아나 2011.11.23 18:26 address edit & del reply

    맞아요, 눈살찌푸려지는 장면이였어요.
    명희는 서연과 지형의 그간의 관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다 아는 사이에 그동안 왜 숨겼니 섭섭하다, 이정도는 표현할 수 있었겠지만 저 장면은 정도가 좀 지나쳤죠.
    명희는 사실 친동생도 아닌 서연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 틱틱거리는건 어느정도 이해했지만요. 명희 입장에서 보면 굳이 빼앗기지 않아도 되었을 사랑을 빼앗긴 셈이고 그로인해 성장과정이 마냥 행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테니까요. 물론 명희가 그다지 성숙하지 않은 사람인 것은 사실이지만요. 아무래도 재민과 서연처럼 남매간이 아니라, 명희와 서연은 자매간이기 때문에 더 피해의식도 생기고, 더 질투하는 마음도 생기고 그러는 게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앞으로 서연의 병을 알게되면 같은 여자로서 그동안 미워했을 서연을 안쓰럽게 생각하게 되고 그로인해 명희도 한층 성숙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11. 모피우스 2011.11.23 21: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점점 드라마의 최고점에 이르는 것 같아 보입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12. 지구사랑 2011.11.23 22:08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역시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바로 찾으셨네요.
    그 지형이네 이모 말예요, 버나드 쇼 등등을 읽고 영어도 배우는 가정부.
    그 양반 연기를 보면서 느껴지는 묘한 불쾌감의 정체가 껄끄러웠거든요.
    지적인 활동도 그게 제자리가 있는가 어울리는 사람과 어울리는 계층과 어울리는 직업이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연이네 고모네 집이 교양없는 집처럼 그야말로 남루하게 묘사되듯이
    가진것 없는 겨우 가정부의 입에서 나오는 버나드 쇼가 얼마나 같잖은지를 느껴봐라 하는 작가의 의도일까요?
    그래선지, 향기네 집 제복까지 갖취업고 나오는 남녀하인(도우미 아닌)들이 유난히 거슬리고,
    골프장에서 알아서 사이즈 갖다 바칠 정도의 꼭 알아야만 하는 높은 사모님...
    눈여겨 보다가도 여전히 불쾌합니다.

  13. 동글동글 짝짝 2011.11.23 22:28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글은 자주 즐겨 읽지만 저는 조금 의견이 다릅니다.

    아주 교양있는집안에 자라셨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가정에서 싸울때 저런 부분은 아주 자연스럽거든요.
    영어 대사 문제는 저도 동의 합니다.
    명희의 역할은 억척스럽게 살아왓지만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서연의 반대 성향을 보여주려는 단적인 예시 입니다.
    정이 있지만 다른 방식의 표현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것이죠.
    심리학적으로 볼때 여러가지 병리적인 인물이 등장하는데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명희의 남편도 그런 인물 중 하나구요.
    작가가 왜 그렇게 그리고 있는지도 이해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늘 좋은 글 써주시는것 감사히 생각하고 자주 보고 있습니다

    • 2011.11.24 10:57 address edit & del

      저희 집은 교양있는 집안도 아니고 대단한 집안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집에서 자랐어요.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처음으로 조카사위가 될 사람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저런 행동을 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일상적으로 엄마와 딸이 말싸움은 흔히 일어나지만 저 자리는 그럴만한 자리가 아니었지요.
      명희가 피해의식이 찌들리고 아무리 철이 없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런 자리에서 그런 식의 독설은 상식적으로 가능할까요?
      나중에 지형이 없는 자리에서는 어느 정도 비꼬아 붙일 수 있어도 말이예요.
      너무 막장으로 치닫는 듯해서 끔찍한 장면이었네요.

  14. 2011.11.24 00:4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5. 모서리집합 2011.11.24 03:09 address edit & del reply

    위 대부분의 가정에서 싸울때 저런게 자연스럽다는 말씀은쫌...... 어느 집안에서 딸이 시도때도 없이 핏대세우며 엄마와 남편과 싸우고, 조카사위앞에서 모녀가 몸과 언어로 폭력을 휘두르는게 아주 자연스럽다는건지요..... 어우....띵똥이가 자주 말하죠, 시끄러 너무 시끄러....
    어제는 시끄러운 두 모녀에 이어 진상 사위까지.. 저렇게 모든 대화가 하이톤으로 고함이고 병적인 집안이 있을까요.....극의 후반부를 위한 초석치고는 너무 극이란 생각이 들고, 고모집 나오면 채널 돌릴 준비하게 되네요.

  16. 직설화법 2011.11.24 05:01 address edit & del reply

    김수현식 직설화법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작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낙태하려는 조카에게 너는 살인자라고 이야기하는 삼촌 (윤다훈)을 보고 식겁했었더랬죠. 보통은 속으로만 생각할 법한 생각들이나 불편한 관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보여주는 게 작가의 특성인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엔 불편하다고도 생각했지만 이제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겉으로는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불편한 관계들을 오히려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차라리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놓고 이런 말들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속으로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을테니까요.
    또 두 집안을 비교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저는 꽤 디테일, 그러니까 정교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두 집안의 언어 사용에 있어서나 문화생활에 있어서의 차이가 꼭 가난한 집 사람들의 인간적 품격이 떨어진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현실적인 차이로 느껴졌어요. 극 중 아버지나 재민이 같은 경우에는 같은 집안 사람들이지만 고모 모녀와는 훨씬 교양이 있으니까 가난한 집 사람들을 일반화 한 것도 아니구요.
    많은 드라마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언어사용이 자라온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게 현실적이지 못하고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이 작가가 여러가지 부분을 많이 생각하고 글을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줘서 개인적으로는 좋았답니다.
    마지막으로 외래어 사용에 비현실적인 구석이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아무튼 좋은 글 매주 올려주셔서 애독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17. 2011.11.24 10:4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8. 2011.11.28 10:2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9. 써니 2011.12.07 21:15 address edit & del reply

    저만 그리 느낀게 아니었군요. 정말 문정희씨까지 싫어질 정도로 너무 대사가 어이없고 기가막히더이다. 매번 챙겨보는 드라마가 아니고 채널돌리다가 우연히 보게된 장면이 하필 그거라 더더욱 어이가 없더군요. 실질적으로 대사를 그렇게 따발총쏘듯이 쏘아대듯 말하는 경우가 없는데, 현실감도 점점 떨어지고 듣다보면 손발이 오그라들때도 많고요. 윗님께서 말씀하신 두 집안의 차이를 보여준 것이다라는 부분도 제가 보기에는 도가 지나친듯 합니다. 직설도 정도껏 해야지요.

  20. 고모네 장면에서 채널 돌리기 2011.12.12 20:49 address edit & del reply

    목소리와 눈빛이 너무 오바스럽다고 느꼈네요~그렇게 까지 오바스럽지 않아도 대사만으로도 충분히 못된 사촌언니라고 보일 대사인데..고모네 부분이 나오면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집중이 안되고 짜증만 나고 별 중요한 내용도 아닌데 소리만 질러서 채널 돌려버린 1인입니다... 요즘에 눈에 힘은 좀 뺐던데 시끄럽던 기억인지 그저 싫네요

2011.11.16 11:01




서연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 강수정(김해숙), 복잡한 심경에 지형의 친구 알렉스를 찾아가지만, 지형의 완고한 의지만을 확인했을 뿐이지요. 서연이 마음에 들면서도 알츠하이머임을 알고는, 아들과의 결혼을 허락해 주지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하지요. 그러나 너무도 미안해 하는 마음이 전해져서 서연도, 시청자도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 안그러겠어요. 백이면 백 모두 강수정과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제 마음이 어머님 마음과 같습니다", 서연이 지형을 놓으려고 하는 마음 역시 누구나 같았을 거고요.
서연과 헤어지기 전 손 한번 잡아보면 안되겠냐고 손을 내미는 강수정, 미안하고 고맙다고, 그리고 기운내라는 말을, 힘내라는 말을 그렇게 체온으로 전달해 주는 강수정이었지요. '그 사람을 제게 보내주십시오. 저에게 일년만 허락해 주십시오', 하마터면 그렇게 말할 뻔했다는 서연의 방백이 어찌나 가슴을 아프게 하던지요. 이렇게 따뜻한 어머니기에, 그렇게 훌륭한 어머니라면 눈물로 청하면 허락해 주실 것같아, 서연은 잠시 욕심을 부려보고 싶었던 자신을 단도리합니다. 그 사람에게 못할 짓임을 알기에, 그 사람에게 얼마나 버거운 짐이 될 것임을 알기에, 하마터면 지형을 발목잡을 뻔했다고, 스스로를 다잡는 서연이었지요.
싱가폴에 다녀 온 오현아(이미숙)를 보러 향기네 집에 들른 강수정은, 지형에게 딴 여자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는 말에 당황하지만, 전부터 그런 마음이었나 보더라고 말을 얼버무리지요. 향기에게도 서연을 만났다는 말을 해주지 못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한밤중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지형의 오피스텔로 달려온 강수정은 지형에게 눈물로 안된다고, 절대로 안된다고 말하지만, 지형을 설득시킬 수 없음을 직감합니다. 너무나 고지식하고 완고하고 반듯한 아이, 지형은 수정의 자랑거리였고, 자부심이었고, 목숨같은 아이였습니다. 돈이 부럽지 않았던 아이였지요. 향기가 심성이 곱고 착한 아이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병원 이사장의 딸이라고 해도, 친구 딸이라고 해도 지형과 향기를 맺어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형이 향기에게 잘해줬던 것이 향기가 부잣집딸이어서가 아니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강수정입니다. 그래서 지형이 서연을 사랑하는 것이 단순한 관심이나 연민이 아님 또한 잘 아는 강수정이지요. 
 진지하고 진중한 아들, 속 한번 썩히지 않았던 지형이 사랑을 택하겠다고, 그것도 알츠하이머로 죽어가는 서연을 택하겠다고 하니, 지형의 사랑이 진심이라는 것을 더 잘 아는 강수정입니다. 그럼에도 강수정은 엄마로서 아들이 험한 길을 가겠다는 것을 말릴 수 밖에 없습니다.
"좋을 때만 사랑은 사랑 아닌 것 알아. 평생 아픈 남편 아내가 지극정성으로 함께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세상엔 많아. 그런 것 보면서 난 늘 감탄하고 감동해. 그런데 내 아들이 이리 되니까 그럴 수 없어. 너한테 그아이가 그토록 소중한 것만큼 나도 네가 그래. 나 못해".
지형의 대답은 확고부동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래도 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하다며 뜻을 굽히지 않는 지형을 보는 강수정은 억장이 무너지지요. 지형도 울고 수정도 울고, 서로 자신의 사랑을 이해해 달라고 우는 모습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던지요. 자식의 앞날이 험난 한 것을 못겠다는 엄마의 사랑을 이해해 달라고 하고, 자식은 감히 엄마보다 그 사람이 소중하다고, 그러니 그 사랑을 이해해 달라고 용서를 구하고....
자식 이기는 부모없다는 말이 있지만, 저는 강수정의 모성을 그런 것에 견주고 싶지 않습니다. 결국 강수정은 지형의 편이 돼주겠지만, 그것을 지형에게 졌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사랑에 대한 이해라고 보고 싶습니다. 아들을 떠나 한 남자로서 책임감있는 모습, 자신의 사랑에 책임을 지는 아름다운 사람 중 한사람이 자신의 아들 지형이라고, 그 사랑을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지형의 오피스텔을 다녀와서도 강수정은 지형을 설득시키는 것을 멈추지 않았지요. 절대로 안된다고 으름장을 놔보지만, 이미 마음을 정한 지형에게는 소귀에 경읽기일 뿐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런 강수정에게 지형은 한발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그냥 놔버리라고, 자신을 버리라고 말하는 지형이었지요. "엄마, 저 평생 죄책감 껴안고,  미치게 후회하면서,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살길 바라세요? 그게 사는 걸까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여기서 제가 아무 것도 못한채 손들면, 저 그 사람 죽는 날까지 못놔요. 꼭 필요할 때, 반드시 필요할 때 외면하고, 해준 게 아무 것도 없는데, 어떻게 놔버려요...".
지형이 오피스텔에서도 강수정에게 그런 말을 했었지요. 어머니한테 자신의 병을 드러내면서 까지 자기를 거절한 여자라고, 지형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형을 위해서 놔준 거라고...
지형은 자신을 위해서 서연이 필요하다고 말하지요. 사랑하니까 같이 있고 싶고, 사랑하니까 그 사람을 돌봐야 하고, 사랑하니까 원한다고 말이지요. 동정이나 감상, 연민으로 자기의 사랑을 이해하지 말라면서 말이지요. 서연없이는 자신은 허수아비라며 우는 지형.
지형은 정말 허수아비가 되어가는 자신을 경험했습니다. 향기와의 결혼준비를 하면서 넋나간 사람처럼 아무 감정없이 웨딩화보를 찍고 있던 자신을 봐야했고, 하루종일 멍하니 서연이만 생각하는 자신을 봐야 했습니다. 그 시간들이 너무나 힘들었지만, 그냥 그렇게 허수아비처럼 사는 것이 서연을 책임지지 못한 죄값이라고 생각했던 지형이었지요. 그런데 서연이 정말로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형은 그제서야 얼마나 서연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깨달았지요.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보든 안보든 사랑하는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이지요. 장재민도 같은 말을 했지요. "보거나 못보거나 넌 이미 그 자식 심장에 들어가 있어. 보거나 못보거나 같을 거야". 그런 재민에게 서연은 "오빠 바보"라며 "그건 안같아"라고 합니다. 정답입니다. 어떻게 보는 것과 안보는 것이 같겠어요. 같이 있으면서 보고 만지고 사랑하는 것과 생각만 같이 있는 것이 어찌 같을 수가 있겠어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살 날이 깨알처럼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렇겠지만, 서연과 지형에게는 허락된 시간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죠. 그런 말은 단지 위안삼아 하는 말에 불과합니다.

그래요. 사랑이 쉬운 사람들에게는 그깟 사랑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똥오줌 수발 들어야 하는 치매환자를 결혼한 남편도 아니고,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지려 하는 것이 정상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지형이 어떤 감정에 있는지가 이해가 됩니다. 아이가 넘어져 무릎팍이 깨져 울고 있는데, 내 일 아니라고 그냥 지나치면 참 찝찝하고 찜찜하고 후회스럽겠지요. 하물며 모르는 아이가 다쳐도 그러할텐데, 사랑한 사람이 아픈데 나몰라라 할 수 있을 강심장이 얼마나 있을까요?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 물론 태산같고 버겁겠지요. 하지만 진실한 사랑은 이런 계산이 앞서는 것이 아니잖아요. 이런 계산을 할 수 없는 것이 사랑아닐까 싶어요. 
그동안 답답하게 혼자 끙끙대던 박지형의 말문이 드디어 터지는 것을 보고는,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김래원의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불만도 상당수 있어왔고, 그 사랑에게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시청자의 원성도 있었지만, 김래원은 10회가 다되도록 이거다 싶은 감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지요. 저는 김래원의 문제이기 보다는 김수현 작가가 의도적으로 박지형을 죽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0회가 다되도록 거의 핀트가 수애에게 맞춰져 있었고, 대사량도 엄청났지요. 이서연에게 진행되고 있는 알츠하이머와 병증에 대한 소개가 길다보니, 이서연의 분량이 많을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천일의 약속 10회는 드라마 전반부가 끝나고 후반부의 이야기 사랑이라는 주제로 넘어가는 교차점이었습니다. 전반부가 이서연의 병과 지지리도 복없는 과거와 가난, 그리고 태산을 찌르는 자존심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다면, 후반부는 그런 여자를 사랑하고 곁을 지키는 박지형이라는 남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겠지요. 또한 서연의 생모인 듯한 여인이 등장한 것도 주목해야 겠지요. 서연이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해가는지도 중요한 줄거리가 될 듯합니다.
전환점이 되는 10회에 와서는 지형이 자신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집을 부리고, 울며 어머니에게 매달려 이해를 구하는 모습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묵묵하게 지형의 고뇌를 김래원이 자신의 방식으로 전달을 해왔지만, 답답했던 것은 사실이죠. 격앙된 감정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절절하게 감정을 내보이지도 않았고, 그저 어두운 방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으로 지형의 감정을 표현해 왔지요. 물론 김수현 작가가 김래원에게 지나치게 인색한 점도 있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대사는 단답형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감정선이 연결되는 부분은 고작 서연의 말을 생각하는 장면 정도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김래원이 박지형이라는 인물을 잘 표현해왔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박지형은 강수정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 크면서 부모 속 한 번도 썩히지 않은 아이입니다. 부모 말에 순응하고, 지극히 모범적인 인물이죠. 아버지가 나가라고 하자 한 마디 대꾸도 안하고 묵묵히 가방을 싸서 나올 정도로, 부모나 어른들 앞에서 큰소리를 내거나, 반항하는 인물도 아니었지요. 비록 사랑하는 서연이를 택하겠다고 결혼 이틀 전까지 미적거리다 결혼을 깬 우유부단한 나쁜놈이 되어야 했지만, 사랑에 눈이 멀어 성격마저 훼까닥 바뀔 수는 없는 인물이지요. 그런 모습이 지형의 캐릭터를 답답하게도 보이게 했지만, 몸에 배인 태도나 성격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지요. 

사랑을 말이나 감정으로 이해시키는 것은 오히려 쉬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김래원은 박지형이라는 캐릭터의 성격만큼이나 그의 사랑도 감정을 폭발해 내는 방식으로 보여주지 않았지요. 박지형의 사랑을 가장 잘 이해시킨 장면이 있었어요. 강수정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가장 절박하고 간절하게 감정을 담았던 장면을, 강수정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어머니의 손에 얼굴을 묻고 애절하게 바라보던 것을 꼽고 싶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병을 드러내면서 까지 저를 거절해요, 저를 위해서요. 그런데 전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서 그 사람을 원해요. 그 사람없이, 전 허수아비에요". 자기가 편하자고 그 여자를 원한다고, 그 여자 없이는 자기가 안된다고 허락을 구하며, 지형이 "어머니, 엄마..."라며, 어린아이처럼 강수정을 바라보던 장면입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신이 모든 사람에게 갈 수가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마치 신에게 허락을 구하고 기도하는 모습처럼, 어머니에게 사랑을 허락해 달라고 간절하고, 절박하게 간구하는 모습과도 같아 보였습니다. 왜 그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지, 얼마나 원하는 지를 '엄마'라는 말에 모든 것을 담아 전해주더군요. 
김해숙과 호흡을 맞추는 김래원의 연기는 진중해서 좋았습니다. 극중 박지형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과하지 않게 표현했고, 그래서 오히려 저는 더 믿음이 가더군요. 김래원은 박지형의 캐릭터에 멋을 내지 않았고, 기교를 부리지 않습니다. 소위 개멋부리는 것도 없습니다. 
드라마 속 박지형의 사랑은 기교가 없기 때문이에요. 박지형이라는 인물의 가볍지 않은 성격만큼이나, 그 사랑에 솔직하고 진지하고 진심인 것이 지형이 하는 사랑입니다. 물론 향기는 두고두고 지형에게는 미안한 사람으로 남겠지만, 지형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서연을 택한 이유도 그의 사랑이 진중해서 입니다. 계산이 아니라 심장이 움직이는 사랑, 이성이 아니라 가슴이 움직이는 사랑, 울렁이고 두근거리고 활화산처럼 활활 타오르는 불같은 사랑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체온같은 사랑....심장이 멎어야만 끝나는 사랑, 체온이 식어야만 멈출 수 있는 사랑, 그런 사랑이 서연을 향한 지형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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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10
  1. 박씨아저씨 2011.11.16 11:55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수애씨는 우는 연기는 천재인듯합니다~
    아마 눈물뚝뚝 흘리면서 이야기하면 어느남자도~ㅎㅎㅎ

  2. 굄돌 2011.11.16 12:17 address edit & del reply

    이성적으로는 안돼, 라고 해야겠지만
    전 속마음은 그러지 못할 것 같아요.
    가슴 아픈 사랑, 안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3. 모피우스 2011.11.16 14: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애절한 사랑을 하고 있군요...

  4. 김래원이 좋아 2011.11.16 14:51 address edit & del reply

    김래원을 저렇게까지 망가뜨리는 김수현 작가의 능력(아님 의도인가?)이 의심스러울뿐이네요.

  5. 여왕의걸작 2011.11.16 15:1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 드라마도 뒤늦게 보고 있어요.
    김수현 작가는 같은 여자로서 어째 보면 멋있는 면이 있어요.
    완벽주의자 성격에 완성도 있는 그의 작품에 경의를 표하고,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을 너무나 야무지고 당당하게 그려주거든요.
    어떤 남자에게도 꿇리지 않게 만들어 주는 부분에서 같은 여자로서
    속터지는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향기같은 역도 있지만요.
    불륜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너무 좋아하시는 것에 비판 여론도 크지만
    그의 작품은 학실히 재밌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6. 여왕의걸작 2011.11.16 15: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참, 어제 수애고모와 맏딸이 말싸움 하는 장면에서 웃겨 죽을 뻔..^^
    "넌 내 몸에서 나온 자식이지만 진짜 이상한 얘야" ㅎㅎ
    이장면에서 어찌나 웃었던지요.
    감기 조심하세요~^^

  7. Rui 2011.11.16 17:42 address edit & del reply

    네, 지형의 말문이 트여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도 그동안 지형에게 감정이입이 잘 안되서 답답했던 한 사람으로써
    9회에서 서연이 사촌오빠가 전화기에 대고 "정신차려 이자식아!" 할때는
    정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래 이자식아!" 하고 따라 소리치기까지 했죠.
    그런데 그가 어머니 앞에 무릎 꿇고, 고해성사 보듯..
    처음으로 절절하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에 한동안 멍하니 가슴이 찡해지더라구요.
    지형의 너무도 큰 사랑에 서연이 언제쯤 그만 항복(?)하게 될지 무척 기대되면서도,
    지형모를 생각하면 가슴이 금방 먹먹해져오네요ㅜㅜ
    정성이 듬뿍 들어간 초록누리님 리뷰 덕에 오늘도 눈이 호강해요~ 감사합니다^^

  8. 맥브라이언 2011.11.16 18:3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 잘 안보는데 이거는 재밌더라구요. ㅎㅎ

  9. Weber grill parts 2011.11.16 20:41 address edit & del reply

    김래원을 저렇게까지 망가뜨리는 김수현 작가의 능력(아님 의도인가?)이 의심스러울뿐이네요.

  10. 결이 2011.11.17 23:59 address edit & del reply

    아유~~가슴이 먹먹하네요..초록누리님의 리뷰 덕분에 드라마에서 느꼈던 답답함이 해갈이 되는듯 합니다. 11회부터라도 지형의 말문이 계속 터져 줘야만 다소 루즈하다는 평을 불식시키고 스토리가 살 듯 하네요..글 감사합니다..허락없이 펌해가요~~^^

2011.11.09 11:22




사실 8회는 중간중간 울컥 눈물도는 장면이 많아 지난 회들보다 더 우울하고 드라마 분위기는 한층 무거워졌지만, 드라마 몰입도는 지금까지중 최고였습니다. 사람의 감정이 보이지 않는 줄에 묶여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길게 침묵하고 있었네요. 눈물도 찔금찔금 흘려가면서요.

결국 결혼을 깨버린 지형, 서연이 눈물로 부탁하고 사정했어도 한 번 굳힌 지형의 마음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제발 집에 들어가 잘못했습니다 해. 내 마지막 부탁 소원으로 생각해 줘". 서연은 지형의 십자가가 될 수 없다며, 제발 모르는 척 해달라고 하지요. 망가져 가는 걸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신을 이해해 달라면서 말이지요. "내가 자기까지 망쳐먹지 않았다는 위안은 갖고 있다 바보되게 해 줘". 엉엉 우는 서연과 지형과 함께 얼마나 울었던지...
지형에게 전화를 건 서연은 결국 화도 내지 못하고 말끝을 흐려버렸지요. "당신 마음을 보석이고 내마음은 똥이니? 내 문제만으로도 내 머리가 뭉개지려 하는데 나한테 당신 짐까지 짊어지라고!! 돌대가리, 깡통....". 지형의 결심이 얼마나 확고한 것인지를 알았기에 서연도 힘을 풀어버리지요.
심해지는 증상, 늘 다니던 길이 생소하게 느껴지고, 어떻게 그 사람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할까 싶게 서연의 머리는 까맣게 기억들이 지워져 가고 있지요. 너무 급작스럽게 서연의 증세가 심해져서, 치매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심각한 병이라는 것에 뒷머리가 쭈뼛 서더군요. 뒤따라 온 재민의 품에 안겨, 무섭다고 엉엉 우는 서연을 보는 것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름과 주소를 적어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고, 집 주변을 사진으로 찍어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처해 가는 서연의 모습은 또 어땠고요.

수애의 3단분노, 소름끼치게 와닿은 '무서움'
길을 잃었다는 말을 전해들듣고 약을 먹자는 문권에게 나만큼 절박하냐고, 나만큼 절망스럽냐고, 나만큼 무섭냐고 불같이 화를 내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지요. 이 장면은 그간 수애의 연기중 최고로 꼽고 싶은 장면이었습니다. 수애의 3단분노의 절정이었죠, 나만큼 무섭냐는 표정이 얼마나 슬프면서 소름끼치게 와닿던지, 순간 멍해졌습니다. 무서움....기억을 잃어가고 자신이 누구인지 모든 세상과의 관계들이 단절돼 간다는 것, 무서움이라는 단어가 피부세포를 뚫고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공포라는 단어보다 무섭다라는 단어는 수애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3단분노 연기력때문에 더 소름끼치게 전달되었고요.
말라 비틀어가는 뇌세포처럼 그렇게 몸을 웅크리고 불안에 떨고 있는 자신을 향해 서연은 힘없이 말해봅니다. '당황하지마, 당황하면 바보짓 더할 거야. 아마 그럴 거야. 내가 맞을 거야'. 처음에는 내가 맞을 거야하는 수애의 방백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다음날 병원에 가서 재검을 하는 서연을 보고는, 그 말의 의미를 알겠더군요. 서연은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그렇게 마지막까지 실낱같은 희망에 주문을 걸며 부정하고 싶었던 거예요. 처음에는 엿먹어라 알츠하이머, 라며 거세게 반항했지만, 한줄기 빛처럼 아니라는 희망 한가닥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던 게지요.
재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자 정신이 멍한 사람처럼 "네, 네" 대답만 하는 서연, 한줄기 빛, 희망따위는 없었습니다. 오진이었다는 한가닥 희망이 절망으로 확인되는 순간, 그녀는 말하지요. "나는 날마다 조금씩 바보가 되어가는 치매환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천일의 약속은 첫방송부터 지난 7회까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볼 수 있을지, 아닐 지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드라마 분위기가 너무나 우울하고 무거워서 말이지요. 캐릭터들이 사랑스럽지도 않고, 사랑하기에는 그들의 치명적인 실수들 때문에 무조건 애정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박지형의 우유부단함에 두 여자가 상처를 받아야 했고, 이서연의 이기적인 사랑이 알츠하이머라는 이유로 용서되기는 어려웠고, 바보같은 해바라기 사랑을 하는 노향기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캐릭터들이었죠.
그런데 8회 그 캐릭터들이 통속 멜로극을 파괴하는, 얼마나 순도깊은 사랑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화들짝 놀라, 그동안 드라마를 이리 건성으로 보고 있었나 반성하게 하더군요. 이서연과 박지형, 그리고 노향기가 사랑하는 방식이 통속을 깨버린 순도 100%의 명품사랑임을 확인하고는, 혼자 눈물을 펑펑 흘리고 가슴을 퍽퍽 치고 앉아 있게 하더군요. 
김수현, 그녀는 역시 대단한 작가입니다. 김수현 작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김수현은 언어의 연금술사, 감성을 일깨우는 최고의 마법사입니다. 그녀처럼 인간의 심리를 다양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섬세하고 예리하게 집어내는 작가는 많지 않습니다. 그것을 보여준 캐릭터가 착한 대명사로 불리는 노향기(정유미)와 나쁜 남자 박지형입니다.

노향기의 사랑, 통속과 명품을 가르는 보석
드라마에서는 박지형에게 상처를 받아 시청자들로부터 전폭적인 동정과 연민을 받는 캐릭터지만, 노향기는 드라마 속 사랑에 실패한 비운의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제 사랑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명품보석같은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보석은 드라마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에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하더군요.
그간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에서 향기같은 사랑은 없다는 듯이 성품, 성격을 못된 애로 순식간에 바꿔버리고, 시청자는 서브주인공=악역, 혹은 악녀라는 공식을 너무나 당연하게 대입시켜 왔지요. 통속적인 드라마의 삼각관계의 틀에서 노향기라는 캐릭터를 재단하려 들었기에, 천일의 사랑 속 삼각관계는 편한 마음으로 볼 수없는 특이한 관계였습니다. 
천방지축 부잣집딸이고,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기자 복수를 하려들고, 이서연에 대한 갖은 모함과 음모를 만들고, 치매라는 사실까지 알아내 지형의 부모님을 흔들려 했다면, 쉽게 지형과 서연의 사랑을 응원할 수 있었겠지요. 향기의 캐릭터도 통속극 속의 캐릭터로 머물렀을 것이고요. 그러나 김수현 작가는 노향기라는 캐릭터를 통해 드라마에서 공식처럼 보여진 통속을 깬 파격을 단행했습니다. 처음 그 파격에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지요. 미움을 받아야 할 서브여주인공이 실은 가장 불쌍하고, 착한 비련의 캐릭터가 되었으니 말이지요.
그런데 8회를 보면서 그동안 답답함에 관심을 주지 않았던 노향기를 보니, 이런 아차 싶더군요. 노향기라는 캐릭터가 어쩌면 현실에서는 더 많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진심으로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해 왔고, 사랑한다면, 결혼을 취소했다고 약혼자를 찾아가 울며불며 멱살을 잡을 여자는 드물 것이고, 아마 향기처럼 자기가 부족하고 모자라서였다고, 자신을 책망하는 여자가 더 많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그리고 작가에게 놀란 부분이 노향기의 절망감을 표현한 장면이었습니다. 지난회 강수정(김해숙)과의 전화통화에서 서연의 존재를 강수정도 알고 있는 것에, 향기는 "아줌마에게 까지 말했다면, 저는 가망이 없네요"라며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던 장면입니다. 노향기는 결혼이 취소된 것보다, 지형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보다, 지형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지요. 하지만 향기는 지형에 대한 배신감으로 연결을 시키지 않습니다. 계속 사랑해도 안될 것같은 불가능에 대한 절망감이 향기를 힘들게 합니다. 사랑이 진행중인 사람의 심리를 얼마나 섬세하게 풀어냈는지 놀랍습니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적인 통속을 깨는 것들이 이런 점들이죠. 향기의 엄마 오현아(이미숙)처럼,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눈에는 바보 등신같겠지만, 당사자는 향기같은 반응을 하지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널 사랑하지 않아"라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고도, 끝내 결혼식이 무산되었어도, 여전히 노향기는 착하고 지고지순합니다. 도끼눈 한 번을 뜨지 않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준비했던 신혼여행 가방에서 잠옷을 꺼내들고, 지형의 마지막 문제 메시지를 보며 눈물을 뚝 흘리면서도, 지형의 전화 목소리만으로도 "오빠가 전화를 받아줘서 기쁘고 고맙다고" 말하는 바보, 그러나 이것이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여자의 감정이라는 것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아프게 느끼게 합니다.
시청자는 제 3자의 눈으로 노향기를 바라보고 있기에 그런 노향기가 바보같고, 박지형 정말 나쁜 놈이라고 욕을 바가지로 하지만, 정말 사랑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노향기의 감정이 충분히 이해되고 납득되었을 거예요.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해줘서가 아니라, 조건없이 사랑하는 것,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사랑예찬론자들의 수많은 명언들이 그냥 글자로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노향기, 박지형의 사랑을 통해 다시 읽게 됩니다.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고찰이 얼마나 현실에 바탕이 되어있는가를 알게 하는 대목이죠.

노향기-박지형, 사랑을 묻는다
노향기가 이서연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속은 뭉그러지게 아프면서도 일찍 오빠를 놔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할 지도 모릅니다. 이런 마음이 우리 인간들의 기본적인 정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픈 사람에 대한 연민, 그런 사람을 끝까지 지켜주는 사람은 또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그래서 미워할 수 없고 더 사랑하게 되는 그런 심리 말입니다. 김수현 작가의 섬세한 예리함이 바로 이런 것들을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있을 법하게 그려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해줍니다.

향기의 감정은 외사랑이었든, 짝사랑이었든 배신에도 분노하지 못하는 한 길 순애보 사랑입니다. 그런 사랑을 했기에 배신당한 향기의 처지를 단순하게 '불쌍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게 합니다. 향기의 지형을 향한 사랑은 이러저러한 상황이 되었으니, 무 자르듯이 싹둑 잘라내지는 가벼움이 아니지요. 배신에 쉽게 마음을 접어버리고, 도끼눈을 뜨고 복수하겠다거나, 철저히 '개무시 잊어주겠어' 한다면, 그 사랑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물론 증오도 사랑의 일종이라고 말을 하지만, 향기의 사랑색깔은 너무 투명하고 수정처럼 맑아서 증오하는 것이 더 힘든 아이입니다. 지형을 감싸고 그리워 하는 향기는 여전히 지형을 사랑하고 있고, 작가는 이것 역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알츠하이머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집안이고, 착한 향기고 다 버리고 서연에게 가는 박지형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말이지요. 박지형의 사랑방식은 이전 글(김래원, 두 여자를 농락한 나쁜남자라고?)에서 한 번 정리를 했기에, 여기서는 길게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모든 악조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나쁜 놈이 되어도, 자신이 사랑한 한 여자를 택하는 박지형의 사랑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사랑'이라고 응원하겠다고 했는데요,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어도 치매라는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여자를 지켜주겠다고 할 수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서, 그 사랑이 숨막히게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랑의 색깔이었죠, 희생, 동정, 연민, 책임 등등 그 모든 것을 다 적용해도 이서연에 대한 사랑을 퇴색시키지는 못하는....
치매를 앓는 서연을 향한 지형의 지독한 순애보, 그런 지형을 사랑하는 바보같은 향기의 순애보, 과연 지형과 향기의 사랑에 돌을 던지거나, 불쌍하다거나 바보같다고 그만두라고 말릴 수 있을까요? 박지형의 사랑도, 노향기의 사랑도, 사랑이 쉬운 사람들에게는 이해되지 않은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정혼자를 두고 다른 여자랑 시한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그 여자가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여자를 택한 남자, 결혼 이틀전에 파혼당하고 심지어 1년간 다른 여자를 만나왔다는 남자를 미워하지 못하고 계속 사랑하는 여자가 묻습니다. 멈추란다고 멈춰지고, 그만 두란다고 그만 둬지는 것이 사랑이냐고 말이지요. 절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늪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사랑이라고, 미워하고 증오해야 하는데 미련하게 더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것이 그녀의 사랑이라고 말이지요.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통속적 캐릭터를 깬 노향기로 인해 지형과 서연의 사랑을 노작가의 객기 쯤으로 치부하는 시청자들도 있겠지만, 저는 향기도 지형도 그래서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손바닥 뒤집기 처럼 쉬운 것이 사랑이냐고 묻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사랑을 정의하는 말들 중 가장 많이 들어온 것이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박지형과 노향기의 사랑이 그러하죠. 향기를 몸도 마음도 지형에게 다 주고 버림받은 불쌍한 여자라고 동정하지만, 노향기는 그것에 대한 상처때문에 아파하지 않습니다. 지형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함에도 사랑을 멈출 수 없는, 너무나 오랜시간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랑때문에 힘들어 하지요. 내 모든 것을 다 주는 사랑, 너무 사랑하기에 아깝지 않은 사랑, 박지형과 노향기를 보며 김수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가벼운 감기몸살쯤으로 그려지는 사랑에 대해, 이런 사랑도 있노라고, 그래서 사랑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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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6
  1. 2011.11.09 11:5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푸른별 2011.11.09 13:26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리뷰는 언제 읽어도 사람 마음을 흔들어버리시네요 ㅠㅠ
    요즘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인데 누리님의 글 마음에 담고 보게 될 것 같아요~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건강 항상 챙기시고 행복하세요^^*

  3. 지나가다 2011.11.09 13:40 address edit & del reply

    가끔 수애의 대사처리가 몰입을 떨어크리게 만들기는 해도 근래 보기 드문 드라마라 생각됩니다. 역시 김수현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네요. 사람 심리를 그렇게 세밀하고 다양하게 묘사하면서도 평범을 통해 비범함을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습니다.

  4. 굄돌 2011.11.09 14:46 address edit & del reply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사랑했으니 모든 것을 놓을 수도 있었던 것일까요?

  5. den 2011.11.09 21:58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몰입해서 보시네요. 확실히 드라마가 본방사수라던가 예고편보고 다음주를 기다리는 내용은 아닌데 우연히 보게 되면 끝날 때까지 보게 되죠. 몰입감이 좋고 절절한 사랑에 대한 감성을 잘 보여준다는 느낌이예요. 음...드라마로서는 그렇지만 사실 소설들과 비교해보면 전 그렇게 대단하는 느낌이 들진 않구요.
    향기 캐릭터에 통속을 깼다라는 건 너무 좁은 폭으로 생각한 것 같아요.
    10년 전 쯤, 진취적이고 자기 주장 강한 여주인공들이(속으로 섬세할지언정) 있을 때 서브 여주들이 이랬어요. 여리고 돌봐줘야겠고 악의가 없는...
    또 4명의 주연이 있는 드라마라던가에서는 낮설지 않고요. 서브 여주가 악녀인 경우처럼 한축을 이루는 경우라고 생각해요. 향기라는 캐릭터를 보고 새롭다기 보다는 오랜만이다란 느낌이 들었거든요.

  6. c-one1 2011.11.10 10: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만약 저라도 이서연 처럼 사랑하는사람에게 굴것 같아요
    내자신이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이라면 정말 소름치게 무서울것 같고,,
    사랑하는사람에게 지이 되고싶진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