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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30 '스캔들' 조재현-박상민,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두 얼굴의 아버지 (3)
2013.06.30 11:29




무겁습니다. 오랜 시간 가슴에 묻어두었던 분노가 용광로처럼 서서히 끓어오르게 합니다. 그 참혹한 인재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삼풍백화점 붕괴와 성수대교 붕괴 등은 명백한 인재였습니다. 부실공사가 만든... 그러나 아무도 그 후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가슴에 묻어둘 뿐...

슬픔 위에 지어진 새로운 건물과 다리는 아스라히 저물어가는 석양에 늘 그렇듯이 참사의 아픔만을 홀로 되새기고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시간 속에 묻혀져 버리고 있는 참혹한 인재의 뒷얘기를 들려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캔들(부제: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은 첫방부터 말 그대로 충격과 부도덕의 얼굴로 시작되었습니다. 25년을 친아버지로 알고 있었던 아버지가 자신을 유괴한 유괴범이었다니, 아버지를 향해 겨누는 총구, 그리고 한 발의 총성.... 

시간은 한참을 거슬러 25년전 올림픽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1988년으로 옮겨갑니다.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홀아비 형사 하명근(조재현), 고된 형사일에도 그를 웃게 하고 매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장난꾸러기 착한 아들 건영과 갓난쟁이 수영이 때문이었습니다.  

그에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는 태하프라자의 부실공사로 인한 붕괴로부터 시작되었죠. 태하건설 사장 장태하(박상민)는 설계변경으로 옥상위의 냉각탑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입주를 시킵니다. 불행하게도 하명근의 아들 건영이 다니는 태하유치원이 그 건물에 있었고, 삽시간에 무너져내린 건물더미에 아들이 매몰되는(?) 사고를 당합니다.

올림픽 전야제 준비로 온 국민의 시선이 올림픽에 쏠려있던 그날, 전야제 불꽃놀이에 데리고 가겠다며, 유치원에서 꼼짝말고 기다리고 있으라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철썩같이 지키려 했던 건영, 아버지의 약속때문에 건물안으로 다시 들어갔던 건영은 붕괴된 돌덩이에 깔리고 말았군요.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출발은 태하건설 사장 장태하로부터 비롯된 인재였습니다. 사제폭탄을 설치해 폭탄테러로 위장해 버리는 그의 뻔뻔함에 치를 떨게 만들더군요. 붕괴가 되고 있는 시간에도, 인명구조보다는 태하건설의 붕괴만을 염려했던 인간말종 장태하에게 올림픽은 불운을 행운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그런 놈에게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언감생심 어울리지 않는 말임에도, 태하프라자의 붕괴는 태하건설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듯 하군요. 폭탄테러로 위장해 동정을 사고, 그 동정 위에 각종 건설수주를 받을 수 있었던 그는, 아파트, 빌딩 등 태하건설이라는 이름을 빽빽히 세울 수 있었을테니 말이죠. 

장태하의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행각은 그 죄값을 아들 장은중을 잃는 것으로 치르는 듯 합니다. 결혼 후 별거중이던 장태하는 아내 윤화영(신은경)이 자신의 아이를 낳고도 5년간을 비밀로 숨겨키우게 할 정도로 가정생활도 순탄치 않습니다. 윤화영 아버지 윤천하의 천하건설을 손에 넣고, 장인을 감옥에 가게 만들고 죽게 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별거중이면서도 이혼은 해주지 않은 장태하, 그의 아킬레스건은 아내 윤화영에 대한 열등감인 듯도 보이더군요. 온전히 가질 수 없는 여자에 대한 자격지심같은.... 장태하는 윤화영과의 결혼전부터 알고 지내던 배우 고주란(김혜리)과의 사이에 딸 주하가 있음에도 호적에도 올리지 않고 있더군요.  

장인 윤천하를 좋아했지만 자기 아버지는 아니기에 비리사실을 찔렀다는 그의 말을 빌어보면, 그는 자신의 핏줄 이외에는 누구도 믿지 않는 인물임을 짐작케 합니다.

고주란은 장태하와의 은밀한 장면을 윤화영에게 건네 이혼을 시키고 본처자리에 들어안고 싶어하지만, 윤화영은 아빠를 그리는 아들 장은중을 보며, 장태하를 견뎌보기로 결심하고 아들이 있다는 것을 장태하에게 알리는 듯 보이더군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심정이었을까요? 아니면 똘망똘망한 건영이와 비슷하게 생긴 장은중을 보는 순간, 은중이가 건영이로 보였던 것이었을까요? 어떤 연유로 어린 장은중을 유괴해 길렀는지 모르지만, 아들을 앗아간 부도덕한 기업인 장태하의 아들을 유괴해 자신의 아들로 키워온 하명근, 형사라는 신분에도 그는 유괴범이라는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아버지가 돼버립니다.   

아버지가 자신을 유괴한 유괴범이었다는 사실에 사격장에서 총을 들고 나가 아버지에게 총을 겨누는 하은중(김재원),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듯이,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듯 희미한 미소로 아들을 바라보는 하명근, 왜 그에게서 이런 아픈 연민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은중의 출생의 비밀을 만든 유괴범이었는데도 말이죠.

아마도 아들을 잃은 아버지 하명근의 아픔과 분노에 심히 공감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굵게 패인 잔주름만큼이나 그가 장은중을 유괴해 아들로 키워왔던 25년 세월의 사연은 단순한 것만은 아니었음을 읽게 합니다. 분노나 복수심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는, 아들 하은중을 길러온 부정은 그의 복수심도 잊어버리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첫방 눈길을 끈 조재현과 박상민, 두 배우의 열연은 드라마의 군데군데 보이는 옥에 티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게 만들더군요. 어린 건영의 장난으로 수갑이 채워진채로 양치하고 화장실에서 볼일도 함께 보는 모습은 아마도 길게 이어질 슬픔의 극대화를 위한 것이었겠지만, 수갑이 채워진 채로 어떻게 옷을 갈아입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었던 옥에 티;;

 

개성강한 두 연기자의 연기대결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햇살미소 살인미소의 김재원이 형사라는 설정에 다소 놀랐습니다. 푸근해지는 미소 한 방으로 나른나른해지게 만들었던 로맨스물의 주인공역을 주로 해왔던 김재원이 터프한 면모가 느껴지는 형사라는 점에서 그의 연기변신에 기대를 갖게 만드네요. 결혼으로 품절남이 됐지만, 스캔들 촬영때문에 신혼여행도 미루고 작품에 임하고 있는 김재원, 첫 오프닝만으로도 그간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싹 씻어내 버리더군요.

 

조재현과 박상민은 선이 굵은 연기자들입니다. 두배우의 열연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블랙홀같은 존재감을 보이더군요. 조재현은 악역이라고 해도 표정연기로 내면의 풍부한 감성을 표현하는 연기자죠. 유괴한 아들을 25년간 어떤 마음으로 키워왔을지, 조재현의 진한 씁쓸함이 묻어나는 페이스만으로도 탁월한 캐스팅입니다.  

박상민의 악역은 말이 필요없죠. 조재현이 선 굵은 속에서도 섬세한 표현에 탁월하다면, 박상민은 굵음 자체입니다. 장태하라는 인물은 비열하다기 보다는 거칠고 폭압적입니다. 장태하라는 쓰레기만도 못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박상민을 보면서 전 두려움을 먼저 느꼈습니다. 욕이 나오기보다는 너무 무서웠거든요. 마치 눈 앞에서 흉물스런 연장을 들고 위협당하는 듯 소름이 쫙 돋더군요.

장태하에게 연민이라는 마음은 눈꼽만큼도 주고 싶지 않지만, 박상민의 악역연기는 소름끼치는 공포로 엄습해 올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드라마에서 흔히 보여지는 거대권력에 대한 공포는 아니었습니다. 강한 양아치에 대한 공포감이었습니다. 골프채를 휘두르는 그의 광기는, 굴삭기를 직접 몰고 철거민을 위협하는 살기어린 눈빛은, 위압적이고 행동 자체로 그 자리에서 주저앉게 만들 무기력을 느끼게 했으니 말이죠. 

경찰차를 부순 행위로 현장범으로 체포되어서도 당당하기만 한 그의 자신감은 권력의 힘이라기 보다는, 겁없는 양아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저항하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말이죠. 아마도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욕만 먹을 박상민이지만, 악인연기는 정말 갑이군요!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두 얼굴의 아버지, 극중 생부인 장태하와 길러준 아버지 하명근에게 모두 해당됩니다. 아마도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될 듯합니다. 생부 장태하의 아들이기를 택할지, 길러준 아버지 하명근의 아들이기를 택할지를 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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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3
  1. 2013.06.30 12:0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초록누리 2013.06.30 12:54 신고 address edit & del

      첫회를 본 느낌은 괜찮았어요.
      무엇보다 남자 연기자들이 다 연기내공들이 막강한 분들이라...
      내용은 진한 감정분출이 이어질 듯 한데 오랜만에 몰입하고 본 주말극이라 추천하고 싶어요....
      아마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부글부글 끓는 일이 많기는 하겠지만...
      조재현과 김재원이 출연한다는 말만 기사 잠깐 보고 기억해 두고 있었는데, 첫방 괜찮았어요. 특히 박상민 악인연기 장난아니네요.

  2. ㄴ법 2013.09.17 23:20 address edit & del reply

    려포ㅕㅍㄴㅂㄴ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