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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18 '하이킥 결말 처참했다', 신세경의 고백을 보고 (49)
추노가 끝나고 이다해와 오지호의 인터뷰를 보니 극 결말에 자신들도 죽고 싶었었다고 하더군요. 주인공들의 죽음은 그만큼 강렬한 여운을 남기기에 그런 욕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 사람 다 죽을 수 있는 상황들이었어요. 황철웅과 관군들에 의해 쫒기는 상황이었고, 삶보다는 죽음이 더 가까웠던 절박한 상황이었지요. 그럼에도 작가는 희망을 남주고 싶은 이유로 대길에 의해 이들을 지키게 했어요.
그런데 세경과 지훈의 죽음은 거창하게 각성이라는 말로 포장은 했지만, 죽음으로 이어질만한 숭고한 사랑도 아니었고,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그런 무게를 가진 사랑도 아니었어요. 더구나 지훈이 각성했다고 까지 붙일만큼의 뒤늦은 깨달음도 아니었고요.
하이킥 결말의 문제는 각성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준에다 죽음을 끼워넣었다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차라리 황당스럽게도 공항가는 길에 빗길사고로 죽어버렸다는 식의 설정이었다면, 충격까지는 아니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재수없는 사고사를 당해 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런 결말 역시 납득이 가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각성이라는 말로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제가 아는 이웃 중에 하이킥의 결말을 본 이후 충격에 그 후 드라마 리뷰글을 더 이상 올리기 싫어졌다는 분도 있고, 하이킥 팬 중에는 그동안 받아 두었던 파일들을 전부 삭제해버렸다는 분들도 있더군요. 모든 분들이 결말에 허무감과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이킥의 충격적인 결말에 대한 후유증이 컸다는 것은 그만큼 하이킥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와 파급효과가 컸음을 반증하는 예일 것입니다.
그런데 극중 세경의 행복 우선 순위는 뭐였을까요? 처음 하이킥의 제작의도에서 밝힌 것은 세경의 성장이었어요. 그리고 세경은 서울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의탁할 곳 없는 동생과 다행스럽게 순재옹네 집에서 가정부 생활을 하며 적은 월급이지만, 그돈으로 신애 뒷바라지할 적금도, 그리고 못다한 공부를 계속할 꿈도 키우고 있었어요. 지훈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으로 세경이 힘들기도 했지만, 세경은 봄이 오면 아버지와 함께 가족들이 모여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기대도 가지고 있었어요.
이런 세경의 강한 모습에 세경의 행복을 열렬히 응원했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지훈이 못돼 보이기도 했었지요. 저도 처음에는 지훈이와 세경이 연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지훈이 정음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고,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에 굳이 사랑하는 사람을 세경의 시선에서 떼놓으려고 하는 것이 무리다 싶어 지훈과 정음을 지지해 주기로 방향을 틀었어요. 왜냐면, 세경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에서 지훈과 세경의 러브라인을 지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훈의 입장에서는 정음과 사귀는 것이 행복한데 지훈에게 세경을 봐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내가 좋아하는 세경이라는 애가 지훈이 너를 지독히 좋아한다, 그러니 너도 세경이를 좋아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신세경의 충격고백, 의미가 큰 이유
주인공이었던 신세경이 하이킥 결말에 대해 돌이켜보니 처참했다고 한 고백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세경이 죽음으로 가자는 결말을 제의했든, 감독의 의견에 따랐든 신세경이 결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을 때, 저는 배우 신세경 개인에 대해서 안티가 되고 싶어졌어요. 어떻게 20살밖에 안된 여배우의 생각이 이뤄지지 못할 사랑에 대해 죽음이라는 소아기적인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 충격이었거든요. 따지고 보면 지훈과 세경이 죽음으로 맞설만큼 이뤄지지 못할 상황도 아니었어요. 까놓고 지훈이 세경을 좋아하고 있었다고, 그 우습지도 않은 각성을 했다면, 세경을 데리고 도망이라도 쳤을 수 있을 것이고, 가족들에게 당당히 폭탄선언을 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물론 지훈이 각성했기 때문에 일부러 자동차 사고를 내고 세경과 동반죽음을 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 점에서 신세경이 늦게나마 하이킥 결말에 대해 처참했다고 말한 기사를 접하고 신세경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덜어낸 것 같습니다. 신세경의 하이킥 결말에 대한 고백은 김병욱 피디도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김피디 작품의 결말이 하나같이 죽음이 나오지 않은 것들이 없었고, 충격만을 위한 것이라는 것에 끔찍하기도 했었는데, 그 중 지붕뚫고 하이킥이 가장 끔찍했었거든요. 김피디는 감독으로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세경의 고백에 귀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 죽음으로 결말을 내는 것은 많이 있고, 흔한 장치들입니다. 하지만 하이킥의 경우는 죽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사랑의 자각이라는 문학적 감수성을 죽음의 무게와 동일선상에 놓아 버렸기에 위험하기까지 한 결말이었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죽음이 삶의 가치를 넘어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자각이었든 진실한 사랑이었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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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2010.04.18 21:26
하이킥의 결말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사람들만
인터넷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듯 하네요~
시청자의 입맛대로 구성하는 작품이 있으면
제작자 입맛대로 구성하는 작품도 있으면 안될까요??
머랄까..
사랑이 크기 때문에 억지를 쓰는 느낌..
비난은 약간 무리수인듯^^
저는 상당히 괜찮은 결말이라 생각했기에^^ -
흐음 2010.04.18 23:26
저도 감독의 소년적인 감수성에 실망했다는 점은 정말 동감합니다!!!
당황스러웠어요 저도 어린시절엔 특히나 그랬었죠
비극을 좋아하고 더 높은 작품성에 대한 경외가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렇지만 해피엔드가 언제가 가볍고 우스운 건 아니었어요 ㅋ
어렵고 우울해야지만 멋진 작품성을 가지는 것도 아니지요 20대 초중반쯤 되니
그런 것들이 슬슬 알아지더라구요 ㅋ
노희경작가의 책을 샀더니 그런 부분이 있더군요 자기도 그랬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안 그러신 듯 했어요 지난날의 치기어림에 민망해하면서 글을 쓰셨더랬죠
그래서 김병욱 감독의 다른 센스를 좋아하지만 엔딩을 구상했을 그 모습에 어찌나 ㅋ
어이없고 웃기던지.. 글 잘 읽고 갑니다 ㅎ -
hhh2046 2010.04.18 23:34
산골소녀외 다른 인물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품을까 했던 시청자들에게
멋지게 하이킥해주시고 시트콤 자체를 끔찍하게 만들어버렸죠
신세경양이 좋은 배우이고 앞으로 더 커갈 배우임은 확실하나...
사실 종방연 인터뷰나 여러차례 인터뷰를 봤을때
어느 분의 말씀따나 자신 캐릭에 대한 애정도가 부족해보이더군요
아니면 여운을 남길 결말을 남겨 배우로써 남을 커리에만 집중했거나...
신세경이란 배우는 자신이 맡은 세경이가 오로지 사랑에만 목메서
가족간의 행복을 모두 잊은채로 죽음을 맡기전 사랑하는 사람과 있는게
세경이만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다니 씁쓸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이 달라졌는진 모르지만
전 솔직히 한동안 일었던 파장 때문에 결말에 대해서 다시금 인터뷰한건 아닐까 하고 생각되네요
어쨌거나 시청자들에게 파문을 던졌던 결말이니까요 -
23 2010.04.19 03:30
한가지 걸리는게
결말도 결말이지만
세경이 직접 그 결말을 제시 했다는 찌라시 기사 한줄 때문에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가서 세경을 비난한건 참 보기 좋지 않았어요
인터뷰를 통해 세경입에서 직접 나온 말도 아니었고
출처불분명한 기사 한줄에 사람들은 세경을 '혼자 주목을 받으려하는 이기적인 배우'로 각인 했죠.
세경은 그당시 극중 '세경'에 몰입중이었고, 또 완벽한 몰입을 위해서 주어진 상황을 스스로 정당화
하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건 혼자 돋보이려는 이기심이 아닌, 배우로써의 책임감이었죠.
찌라시 기사 때문에 마녀사냥하듯 (초록누리님께서 그랬다는게 아닙니다) 우르르 달려가서
비난하다가 이제와서 그녀를 용서하네 마네 하는것 보기가 씁쓸하네요. -
다른 생각 2010.04.19 04:07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말에 분노합니다.
저도 결말이 씁쓸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에서는 최선이었다고 보는 쪽입니다.
감독이나 작가는 등장인물의 아주 세세한 부분을 설정하게 됩니다.
성격에서 과거의 삶, 그리고 예측가능한 미래까지 ...
세경이의 미래는 정말 암울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세경이 이민을 가지 않는다면 야주 약간의 긍정적 변화를 가질 가능성은 있어요.
하지만 그녀는 낯선 땅으로 이민을 선택하지요.
거기서 그녀의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진거죠.
이민후에 그녀가 선택할수 있는 직업은 지금보다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을수 없지요.
아버지를 위해서 동생을 위해서 그녀는 점차 더 나락에 떨어지는 희생의 길을 택한 겁니다.
그녀에게 지훈과의 동행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입니다.
감독은 그 순간에서 멈춰주고 싶었던 거죠.
지훈이라는 인물은 강한 것 같지만 실제론 소심하죠.
그는 결코 세상의 편견을 무시하고 세경을 선택할 정도의 인물이 아니예요.
이기적인 아버지와 속물적이고 과격한 누나에게 대항할 힘이 그에겐 없어요.
락커 등 그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려고 했을 때마다 누나에 의해서 나가 떨어졌던 인물이죠.
그도 세경처럼 자기가 원하는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내면의 고독을 끌어앉고 있던 존재이고 그런 면에서 세경에게 공명과 각성을 한거죠.
그의 세경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세속적인 사랑과는 다른거지요.
지훈이 정음을 사랑한 것은 사실이고 정음의 현실을 알게된 그가 정음을 버리고 세경과 새로운 인생을 살 만큼 모질지도 모험적이지도 않아요.
그런 선택을 하는 순간, 순재는 물론이고 정음에게도 날을 새웠던 현경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는 자명하죠.
한마디로 그때부터 신파조의 막장 드라마가 되는겁니다.
사고가 안났다면 그는 세경을 어설프게 바래다 주고 다시 복잡한 마음에 정음에게 갔을 겁니다.
그러면 세경을 제외하고는 조금은 해피엔딩이겠죠.
몇일전 지훈이 세경에게 자기가 붙잡으면 가지 않을거냐고 묻지만 그녀는 아니라고 하죠.
겨울은 이미 지나고 다 결정된 미래였습니다.
거기서 선택할 세경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어쩔수 없이 그 차안입니다.
개인적으로 차 사고가 났다는 뉴스 장면을 삭제하고 그냥 좀더 모호하게 보여줬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랬다면 시청자들은 각자의 도피처로 향하겠죠.
둘만의 도주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거고 그러면서 지훈의 정음에 대한 배신을 비난하기도 하겠죠.
pd는 그런 쉬운 도피는 허용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씁쓸합니다. -
1234 2010.04.19 06:13
저도 개인적으로 하이킥 씁쓸하고 뭔가 찝찝한 결말이라 싫긴한데......
위를 보니 다수 혹은 대다수가 그렇다고 하면 그게 옳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사람들이 있어서
더 씁쓸하네요..........
다수의 생각과 다른 생각이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다른생각일 뿐입니다
그것을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서 다르다고 틀린것이라 말하는 건 정말 웃긴일이죠.........
그냥 보고 가려다가 어이없어서 한마디 남기고갑니다..... -
Americano Enthusiast 2010.04.19 22:14 신고
즐겁고 유쾌하게 매일 챙겨 본 시트콤에 꼭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을 했어야만 했던가 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언제나 처럼 기억속에 유쾌한 작품으로 남았으면 했을텐데 결말은 여태 즐거움을 주었던 모든것들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거마냥 느껴졌었거든요... 김감독님의 작품은 늘 재미있었는데 유독 결말만 자꾸 우울한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신세경양의 의견이 개입되어있긴 했지만, 그래도 다음 작품은 꼭 해피엔딩이길...
-
지나가다 2010.05.01 09:32
극중 세경의 상황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세경의 가족이 세경이한테 어떤 의미인지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은 세경이 한테 한편으로 무엇보다 큰 짐입니다.
세경의 가족안에서의 역할은 엄마.
자신의 꿈을 희생해서 신애를 키우는 존재...
세경이는 검정고시도 보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지만...
가족과 같이 있을 수 있고.... 또 신애를 위해서 그 꿈을 다 포기하고 한국을 떠나는
선택을 합니다.
혼자라면 똑똑한 세경이는 자기 꿈을 이룰수도 있겠지만...
세경이는 그 가족안에서 엄마잖아요...
배우 신세경이 슬픈 엔딩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바란것은 그 역할을 정말 잘 이해했기 때문이겠죠. 이를 비난한 사람들이 정말 한심할 뿐... -
뒤늦게 하이킥을 본 2013.01.14 05:19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감정을 이입하여 보았던 극중 인물의 해피엔딩이나 성장을 바라게 돼죠.
그래서 지뚫킥의 엔딩이 충격적이었다는 것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감독이 단순히 문학적 허무주의 빠져 사랑의 각성이라는 명목 하에 죽음이라는 엔딩을 제시한 것일까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죽음'이라는 장치를 사용한 것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엔딩이었다고 봅니다.
단순히 허무주의에 젖어 허세를 부려 지어낸 처참한 결말이라기보단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 아니었을까요? 그들의 죽음이 현실적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지세 커플의 해피엔딩은 내용 전개상 생뚱맞아 보입니다. 당연히 사랑의 도피를 하거나, 아니면 둘 다 엄연한 성인이니 주변의 반대 따위 무릅쓰는 등 현실적인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결말이 여태 보여준 캐릭터들의 설정이나 인물 관계도 속에서는 오히려 전혀 개연성이 없어 보입니다. 해피엔딩이 아니라도 죽음은 너무 가혹하다는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게 되었으나 오히려 그런 결말 때문에 오히려 시청자들을 '현실'로 이끄는 장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었던 세경의 가슴아픈 사랑을 '몇년 후'와 같이 뻔한 장면을 보여주어 현실을 뼈저리게 실감하며 견뎌야 했던 성인식과도 같은 사랑을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제시했다면 그닥 인상깊은 결말은 아니었을 겁니다.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죽음과 시간의 정지라는 비현실적(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으로 이끌며 그곳에서만 자신들의 마음을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현실이 실제로는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세경이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죽음이라는 장치로 영속화시키며 극적인 아름다움을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물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지훈세경이 지훈의 대학 근처로 시간여행을 떠나듯 데이트를 했던 곳의 카페 역시, 지훈세경이 들렀을 때가 카페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세경은 없어지기 하루 전의, 지훈의 기억이 담긴 카페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죠. 당장 다음날이면 없어질 카페에서, 과거의 지훈과 현재의 지훈과 함께하며 다시 보지 못할 마지막 지훈의 추억(지훈이 왔다갔다는 메시지) 옆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그 장면에서 마지막 결말까지 이어지는 플로우가 전혀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저 뿐일까요?
단순히 결말에 대해 감독이 충격을 주려는 의도였거나 문학적 감수성을 죽음과 동일시했다는 것, 그리고 감독이나 배우가 자기 감정에 빠져 죽음에 대해 유아기적 발상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이 좀 터무니없어보여 한 자 뒤늦게라도 남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