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이민호'에 해당되는 글 50건

  1. 2012.12.15 '신의' 삭제되어 아쉬운 최영의 검의 각성을 위한 관문 (224)
  2. 2012.12.14 '신의 22회(재) 이 검이 베야 할 것을 못베고 가여운 것들만 벱니다 (195)
  3. 2012.12.12 '신의 21회(재)' 내가 임자를 갖는다면 평생입니다 (292)
  4. 2012.12.10 '신의 20회(재)' 전하! 일어나십시오, 무릎을 세우십시오 (235)
  5. 2012.12.08 '신의 19회(재)' 무사가 검을 쓰는데 망설임이 있으면 죽습니다 (253)
2012.12.15 16:24




오늘 글은 그동안 신의 재리뷰글과는 다른 글입니다.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끝난 뒤에 더 열공하는 것이 사실 이례적인 일입니다. 학교다닐때 이렇게 드라마를 재 분석하고 공부하는 자세였으면, 지금쯤 뭐라도 되었을텐데 싶기도 합니다. 연구논문을 쓸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빈구석들을 채우려고 하는 것일까...

아마 신의가 펼쳐놓고 싶어했던 논제들이 제대로 풀어지지도, 매듭지어지지도 않았기 때문이겠죠. 23회 24회를 제대로 마무리를 못해버리면서 빚어진 이상현상일 겁니다. 화장실 다녀왔는데 뒷처리를 못하고 나온 느낌.

물론 신의를 통해 본 이민호라는 배우의 무한한 잠재성과 신의의 모든 주제들을 묵직한 표정과 대사, 강직한 눈빛으로 끌고간 매력때문에 재리뷰까지 하게 된 이유도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솔직히 이승기 이후 이렇게 배우에게 호감상승을 넘어 팬(사생팬의 개념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믿음으로 지켜보는 팬)이 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

승기도 여전히 좋아해요. 누가 좋느냐고 물어보면 이거야 말로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의 유치한 질문ㅎ. 색깔은 다른 애정이지만 여튼 제가 특별히 애정하는 배우입니다. 제가 블로그를 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승기때문이었습니다. 찬란한 유산을 보면서 딸의 권유로 시작했던 것이 이렇게 오래동안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좋아하는 색깔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하시면 댓글에 답하겠습니다^^

 

23회 재리뷰를 하기에 앞서 이 부분은 반드시 정리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최영의 검의 각성부분을 정리하기에 앞서 꼭 필요한 장면이라서 말이죠. 특히 24회에서 삭제된 중요한 장면은 내용리뷰에서도 함께 연결할 생각입니다.

 

믿음(사랑), 검, 그리고 타임슬립(천혈)은 신의의 토대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회 아스피린통의 삭제로 믿음부분과 타임슬립 부분이 정리가 안돼버렸죠. 사랑도 썩 정리가 잘 된 것은 아닙니다. 애정신들을 너무나 아끼시는 바람에 절제의 사랑만 하는 임자커플로 남겨졌죠. 마지막회 포옹이라도 했더라면 이렇게 허허롭게 우리 임자팬들이 헤매고 다니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개인의 취향을 다시 찾아본 이유가 이민호가 어떻게 키스를 하는지, 그 상대가 은수였으면 어땠을까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싶어서 였기도 했습니다. 이민호 키스신의 비결은 궁금하시면 이 역시 질문하시면 댓글에 답해드리겠습니다^^

 

최영의 검에 대한 부분은 작가의 생각과 감독의 의도,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이 상충되어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일찍 검에 대한 화두를 던졌던 것이고(16회 리뷰글 '검을 들 수가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에서), 어제의 22회 리뷰글 '이 검이 베어야 할 것을 베지 못하고 가여운 것들을 벱니다'로 다시 화두를 이어갔습니다.

검이 나를 떠나려 하는가, 내가 검을 떠나려 하는가? 21회에서 질문을 던졌는데 아무런 말씀들이 없으셔서 22회에서도 검을 다시 끄집어 냈지요.

처음 검에 대한 화두를 던졌을때 작가가 밝힌 검의 각성부분에서 '검의 객체화'라는 말이 튀어나와 당스러웠습니다. 그 부분에서 제가 어떤 답글로도 생각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전 객체화가 아닌 반대적인 의미로 정리를 했었거든요. 일체화 혹은 자기화라는 단어로 정리하고 있었는데 혼란스러웠죠.

수우언니님께는 이런 답글을 달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 댓글이 지금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책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협에서 나오는 무형의 검을 완성하는 이야기로 생각했다는...(생각해보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검신이라는 무협소설인 듯 합니다).

 

무협지를 좋아하는지라 검에 대한 소재에서는 주인공이 검에 대한 각성을 하면 대부분 검과 자기가 일체가 되는 것으로 그려가기에, 판타지가 가미된 신의에서도 당연히 그렇게 그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뜬금없는 객체화라니...싶었죠. 수우언니님의 타자화라는 말에도 전 동의하지를 못해 거기에도 답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글의 댓글을 보고 수우언니님이 저와 비슷한 정리를 하고 계심에 안도의 숨의 내쉬었죠. 뭐랄까 내공 무공 고수 앞에서 일체화 자기화라는 말로 제 생각을 밝히는 것이 자신없어지기도 해서(저 은근히 소심합니다ㅎ;;)...

읽어보시지 않은 분들은 수우언니님의 검에 대한 정리글(22회 '이 검이 베야 할 것을 베지 못하고 가여운 것들만 벱니다'의 댓글)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글에서 풀어놓기는 하겠지만 한눈에 이해가 되실 듯해요. 이글을 발행하는 이유도 수우언니님의 글을 읽어보시기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그래서 리뷰도 보류하고 이 글을 부랴부랴 쓴 것이고요.

 

***아 참고로 임자방은 제 개인방이 아니기에 댓글도 리뷰글들입니다. 임자방을 통해 저처럼 글을 올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 그렇게 생각하고 임자팬들의 댓글을 읽어왔습니다. 저는 주인장이라는 총대를 매고 있을 뿐이고요.

23회 리뷰를 올리려다 보니 순서가 아니다 싶어 보류해야 겠습니다. 본방리뷰때 마지막회 리뷰글에서 대본에 대한 말들이 댓글에 엄청 달렸어요. 그 때문에 재 리뷰가 필요해지기는 했지만 충격이었죠. 감독의 손에서 잘려나간 중요한 신들...정말 열나고 화나서 저도 욕도 좀 했는데요, 그 때 제게 대본을 보내주신 임자팬때문에 어럽게 저도 대본을 구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앞의 내용들은 대본을 굳이 보고 싶지는 않았고, 중요한 23회 24회 대본을 읽어보고 싶었어요. 잘려나간 부분...

재리뷰를 하면서도 지금까지 대본을 읽지는 않았어요. 그리 필요하지는 않아서... 23,24회는 필히 대본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잘려나간 부분을 찾아봤습니다. 24회는 아직 안 읽었고 23회만 읽었어요. 어머나 허걱! 이런 중요한 부분을? 싶은게 바로 첫부분에서 나와버리더군요. 좀 어질했습니다.

 

그래서 23회 리뷰글을 뒤로 미루고 잘려나간 부분을 이곳 재리뷰에서는 꼭 넣어서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올리는데요, 혹시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은 아닌가 좀 걱정이 되네요. 송작가님측이나 신의 제작진측에서 뭐라고 하시면 바로 내리겠습니다.

잘려나간 대본에서 왜 이것을 뺏나 싶은 최영의 검술 훈련장면과 저잣거리 쇼핑장면 그대로 옮겨드리겠습니다. 최영의 검의 각성과 관련해서 검술훈련 장면이 필요할 듯 하고, 저잣거리 데이트는 달달장면 없이 끝나버린 임자팬들의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미 읽으신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지만 못읽은 분들을 위해서 라고 생각해 주시고요. 오늘은 그냥 못다한 수다나 나누시기 바랍니다.

 

최영의 방 /

은수가 혼자가 배양액 그릇들 옆에 훈증기를 배치하고 있다.

그릇 중에 하나의 뚜껑을 열어 안을 본다. 닫고 문득 옆을 보니 사과가 작은 바구니에 가득 담겨있다. (커다란 개량종 말고 작은 재래종으로) 문 쪽을 돌아본다.

 

궁 내부 /

은수가 걸어온다. 한손에 하나씩 사과를 들고 . 옷에 닦으면서.

그러다 멈춰서 귀기울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검이 바람을 베는 소리.

 

궁 내/ 무술 연습장 /

최영이 어두운 홀에서 혼자 검술연습을 하고 있다.

한손으로 검을 휘두르다가 거친 숨을 쉬며 이제는 두 손으로 휘두른다. 전체적인 느낌은 실제 검보다 몇 배나 더 무거운 것을 휘두르는 느낌.

 

회상 /4부 적월대 에피 /

울컥 앞으로 나서려던 최영을 막던 문치후의 검.

회상 / 5

적월대 최영의 검에 내려앉던 매희의 두건.

 

궁 내 / 무술 연습장

최영이 올려 잡고 있던 검이 투욱 쳐진다. 검으로 바닥을 짚은 채. 거친 숨.

최영이 다시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섰다 물러선다.

손의 이상을 연습으로 극복해볼까 하는 마음이다.

// 이만치 기둥 뒤에 숨어서 은수가 그런 최영을 몰래 보고 있다. 안쓰러운 마음과 함께 검을 휘두르는 최영의 동작을 자세히 살피고 있다.

// 최영이 동작에 연이어 검을 옆으로 홱 뿌리는데 순간, 검이 손에서 놓쳐져 날아가며 요란하게 바닥에 부딪히고 뒹군다.

 

최영이 걸어가서 검을 주워들려다가 놓친다. 다시 주워들려다가 머뭇거린다. 또 놓칠까봐.

그 때 그를 향해 날아오는 사과 한알. 최영, 반사적으로 사과를 받아 잡는다. 또 하나의 사과가 날아온다. 역시 쉽게 받아 잡는다.

돌아보면 거기 은수가 서서 그를 보고 있다.

최영이 아.. 해서 손에 들린 사과를 본다. 무의식 속에서 손은 문제가 없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스승 문치후(아, 전 여기서 최민수의 극중 이름을 처음 알았네요;;)가 최영의 검을 막았던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방송에서도 나오기는 했지만, 최영이 손떨림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과 함께 나왔어야 했던 장면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스승에 의해 저지당한 검은 지금의 최영에게 무의식적으로 반복되었던 겁니다. 정인이었던 매희를 지키지 못했던 검이 은수를 지키지 못할까 두려워지기 시작한 마음과 연결되는... 스승의 그림자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 장면과 함께 최영이 스승님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장면으로 연결되는 것이죠(대전에서 기철과 붙으면서 공민왕과의 대화에서).

 

다음은 삭제된 달달장면입니다. 이런 장면을 빼다니... 최영과 은수를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영상지원이 머릿속에서 그대로 되더랍니다.

 

저자거리

나란히 걸어오는 은수와 최영. 은수는 행복해서 두리번거리고, (사과머리 추천) 최영은 주위를 슬쩍슬쩍 살펴 보는 중.

그러다 돌아보면 옆에 은수가 없다. 저 뒤로 돌아 가고 있다. 한숨을 쉬고 쫓아간다. (여기서 오가는 저자거리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사복을 입은 우달치들이거나 수리방 사람들이라는 설정입니다)

 

옷가게 내부

입구에 팔짱을 끼고 서있는 최영. 은수를 보고 있다.

그 앞에서 은수가 가게 주인 여자와 함께 옷을 고르는 중.

옷 하나 자신의 몸에 대보고..

 

은수: (최영을 돌아보며) 이 색 어때요. 나한테 어울려요?

최영: (난감해서 ) 모르겠습니다.

은수: . (또 다른 옷을 대보고는 옷가게 안의 동경 앞에서 열심히 비춰보는. ) 근데 이거 어떻게 입는 거지? 이거 밖에 입는 옷 맞죠. 이거 좀 입어봐도 되요? 이 안에 입어볼 데 없나?

 

하는데 옆에 온 최영이 은수가 꺼내 늘어놓았던 옷을 한번에 주욱 걷더니 주인여자에게 안긴다. 은수가 들고 있던 옷도 주워서 주인에게 안긴다.

 

은수: 사준대매. 알았어요. 내 그냥 빨리 고를께. 금방. 한 개만.

최영: (주인에게) 다 사겠네. 대만아.

어디선가 나타나는 대만.

최영: 들구 와

 

하더니 은수를 밀어 나간다. 대만이 주머니를 꺼내 연다. 옷가지를 잔뜩 안은 가게 주인이 슬쩍 들여다 보고 입을 벌린다. 헝겊 주머니 속에는 은자가 여러덩이 들어있다. 대만이 한덩이를 꺼내더니 좋다고 웃는다.

 

저자거리

걸어오던 최영이 슬쩍 보는 곳. 저기 사람들 뒤로 지나가는 사내. 부원군 집에서 본 하인이다. 최영이 그쪽은 모른 척 하고 슬그머니 은수의 어깨를 당겨 가까이 하여 걷는다.

그러나 은수가 그 품을 벗어나 또 조르르 쫓아가는 곳. 장신구들을 파는 곳이다. 최영이 따라가 옆에 서면서 옆눈으로 보는 곳. 또 다른 사내가 물건들을 구경하는 척 하면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은수가 장신구 하나를 집어서 최영의 머리에 대보려다가 최영에게 손목을 잡혔다. 은수가 제 머리에 대서 최영에게 보여준다.

최영이 난감해서 본다. 은수가 그걸 내려놓더니 다른 걸 대본다. 최영이 좌판을 내려다보다가 하나를 골라서 내밀어준다. 은수가 머리를 대준다. 직접 꼽아달라고. 최영이 난처해서 장신구를 든 채 시선이 은수의 뒤쪽으로. 저만치서 사내 하나가 슬슬 다가오고 있다.

 

최영: 지금이라고 하면 저기 벽쪽입니다.

은수, 놀라서 최영을 보는데.

최영: 지금.

은수가 더 볼 것도 없이 벽쪽으로 달려가 붙는다.

 

은수를 뒤에서 공격해오던 사내를 최영이 빈손으로 잡아 밀어 제치고. 은수의 앞을 막아선다.

어느 틈엔가 네다섯명의 사내들이 최영네를 반원으로 둘러싼다. 저마다 무기를 빼들고 있다.

주변의 저자거리 사람들이 조용히 뒤로 물러나는 것이 보인다.

사내들이 최영을 공격해 온다. 빈손으로 은수를 보호하며 싸우는 최영. 상대의 무기를 잡은 손목을 잡고 비틀어 무기를 떨구게 하면서. 은수는 그 뒤의 벽에 딱 붙어서 꼼짝도 않고 보고 있다.

 

최영: 왜 니들 뿐이야. 뒤에 있는 놈들은.

 

하며, 또 하나를 발로 걷어차 뒹굴게 한다.

맨손 공격만 당한 사내들이 다시 반원을 그려 포위망을 만들며 최영네를 겨눈다. 최영은 주위를 둘러본다.

 

최영: (큰소리) 이것들뿐이야? 근처에 딴 놈 없어?

 

그 말에 사내들이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주변에 있던 자들이 일제히 무기를 빼든다. 상인이든 손님이든 행인이든. 그들이 일제히 사내들을 겨눈다. 그 중에 사복을 입은 돌배가 있다.

 

돌배: 없습니다. 이것들만 온 거 같습니다.

 

순간 최영의 뒤쪽에서 어떤 사내가 은수를 향해 칼을 휘둘러 들어온다. 최영이 급해서 바닥에 떨어져 있던 적의 칼 하나를 발로 차올려 잡는다. 사내의 칼을 막는다. 그러나 최영의 칼이 사내의 칼과 부딪히는 순간. 최영이 칼을 놓치고 칼이 바닥에 떨어진다.

사내의 칼이 집요하게 은수를 향해 휘둘러진다. 순간 그 칼을 받아내는 창. 돌배다. 다음 순간 달려온 다른 우달치들이 사방에서 그 사내를 겨눈다.

최영이 얼른 은수를 잡아채어 그 자리에서 멀어지게 한다. 돌배가 걱정돼서 최영을 힐끗 돌아본다.

은수가 최영의 뒤에서 최영의 오른손을 본다. 꽉 주먹쥐고 있다. 은수가 자기 손으로 그 손을 덮는다. 잠시 후 최영의 손이 펴지면서 은수의 손을 깍지 껴잡아 잠시 안정을 취하더니 놓고 앞으로 간다.

우달치들이 더러 반항하는 사내들을 제압해서 묶고 있는 와중.

 

최영: 데리고 가서 털어봐. 부원군 무리들 어디 있는지. 누구든 만나서 명령을 받았을 거 아냐.

돌배: 예 알겠습니다.

최영: (주위를 둘러보며) 이들만 보냈을 리가 없는데..

 

// 그 현장으로부터 꽤 떨어진 이곳의 이층. 화수인이 그곳을 구경하다가 돌아선다.

 

기철의 은신처

화수인, 천음자가 들어선다. 화수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화수인: 확인했어요. 최영이 그 자는 걱정하지 않아두 돼. 검을 쓰지 못하더라고.

 

기철에게 화수인이 은수가 최영 곁에 딱 붙어있더라는 말을 해서 좀 의아했었는데, 저잣거리 데이트를 보고 한 말이었더군요. 저잣거리 쇼핑장면 삭제된 것도 참 아쉽네요. 예쁜데...

 

오늘은 휴식차원에서 좀 쉬어가도 괜찮겠죠? 이제 2회분량밖에 남지 않았는데, 내일 일요일은 주일이니까 쉬고(전 김장합니다)...

오늘은 그동안 신의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을 적어보면서 임자팬들 마음을 달달 짜릿하게 채워봤으면 좋겠습니다. 왜 최영이라는 캐릭터와 이민호에게 열광하는가의 주제도 좋고, 상상장면도 좋습니다. 첫날밤에 대한 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ㅎㅎ. 전 첫날밤을 치뤄야 했다면 최영이 은수의 머리를 빗겨주던 장면에서 잠시 저도 딴생각을 해보고 싶었습니다ㅎ.

 

"제가 임자를 가진다면 평생입니다" 심장떨리는 고백을 했지만, 그날 뭔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비충독 해독제를 구하면' 이라는 단서때문에 최영이 인내심을 발휘했으리라 생각했고요, 은수가 남겠다고 고집을 꺾지 않고 독까지 마시려 했으니, 이때가 타이밍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네요. 그래서 녹주독은 머리빗겨 준 다음에 좀 늦게 마시지, 이랬다는...(웃자고 하는 말입니다;;)

천혈 근처 객잔에서는 필히 두 사람의 감정으로 애정을 확인했어야 했는데(키스신이었든 합방신이었든) 포옹과 손키스로 끝내버려서 영;; 그래서 개인의 취향을 다시봤던 이유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부분, 다시 함께 정리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남겨주세요.

***추천은 수우언니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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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12:06




알고 보면 더 슬픈, 슬픔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는 그 크기가 너무 크고 아파서, 그저 먹먹해져 버리는 신의 22회입니다. 본방 때보다 그래서 더 많이 울었습니다. 죽음을 불사하는 은수와 한 번 내 본 욕심 사랑마저 은수를 살리기 위해 욕심내지 않겠다는 최영때문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요.

감정을 추스리느라 좀 힘들었습니다. 얼마간 멍하니 앉아있다가 그래도 마음이 무거워서 집 앞 강가로 산책나갔다가 얼어죽을 뻔했습니다. 

다음에 저희집 앞 강 사진을 올릴 기회되면 보여 드릴게요. 휴대폰에 있는 사진을 컴으로 옮길 줄을 모르는 컴맹의 비애. 딸이 학교에 있어서 도움을 못받아요. 

 

거실과 제 방 창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보이는 작지만 아담한 강이 흐릅니다(강이름은 어울리지 않게 Grand River). 강 위에 저희집이 서 있는 딱 그런 느낌입니다. 발코니에 나가서 보지 않으면 강 옆의 작은 산책로도 안보이거든요. 강과 강주변은 인공미라는 것을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한국가면 한강 고수부지의 치장된 모습이 그렇게 생경스러울 수가 없답니다. 강을 가로지르는 오래된 느낌의 철교도 있습니다. 화물수송용 철로인데 강과도 참 잘 어울려요.

 

* 지금 딸 와서 올려주는 발코니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가을에는 강건너의 단풍이 그림처럼 예쁩니다. 그리고 강도 단풍이 들지요. 강 속에 통째로 쏙 들어가 있는 풍경이 데칼코마니 그림같아서 참 좋습니다. 물고기가 튀어오르는 모습, 늘 상주하고 있는 갈매기들, 봄 여름이면 시끄러워 아침 일찍 눈을 뜨게 만드는 청둥오리떼의 꽥꽥 소리, 청둥오리 가족이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여름에는 모터보트, 카약, 카누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있고, 한겨울 눈이 내리면 한시간을 눈을 치우고 스케이트장을 만들고는, 10분도 채 안되는 시간 스케이트 타는 딸아이 사진을 찍고 가는 부녀모습도 본답니다. 딸아이 스케이트를 태우기 위해 한시간을 삽질하는 아버지, 아름답죠?

 

머리에 뱅뱅 도는 은수의 말, "거기있어요?", "하루하루 오늘처럼 사랑하며 사세요". 하루를 살더라도 최영 곁에 남겠다는 은수, 서로 너무나 잘 알아버린 마음, 함께 있지 못하면 마음이 죽어가며 살아야 하기에 '하루가 되더라도'를 택하는 은수의 사랑은 저를 흔들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위해 나는 그럴 수 있을까의 생각에 머물러서 본방때는 그저 슬프다, 은수가 참 강하다의 감정이었는데, 다른 질문으로 저를 데려가 버렸습니다. 학교다닐 때는 시국이 어지러워 민주화 하나만 보고 갔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피어나는 꽃이라는 말에 가슴이 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목숨을 걸(목숨까지는 아니더라도 혼신을 다하고 싶은) 누군가가, 혹은 무엇인가가 내게도 있을까... 그것이 무엇일까... 나는 하루하루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을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등등.

은수와 최영도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너 거기서 지금 뭐하고 있냐?". "내 여인을 살릴 약을 구하는 대신 난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고!"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지 못했다는 최영의 고통스런 자책이 그래서 더 많이 아픕니다. 이런 질문을 제게 던지게 될 것을 알았더라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던지게 될 줄 알았더라면, 재리뷰를 쓰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다보니 현재의 모습에 자신없어지기도 하고 우울해지네요.

그리고 신의 재리뷰가 끝나면, 임자방이 없어질 것이고, 갑자기 외딴섬에 썰렁하게 혼자 남겨질 것같은 저때문에 가슴 한쪽이 벌써부터 휑합니다. 재리뷰를 하는 중간에 예감했던 일이기는 했지만, 마음이 이상스럽게 허하고 기분도 다운되고 그렇습니다. 영스피린이 필요!

 

오늘글은 은수와 최영의 대사를 되도록 많이 살려서 가겠습니다. 최영과 은수의 대사와 대화로도 그 절절한 마음과 감정들이 충분히 읽혀질 듯해서요.

 

"내가 죽어버리면 그 사람 어떡해요?"

 

"은수야, 도망치지마. 그 날이 너의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미래의 내가 그랬다,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그 사람곁을 떠나지 말라고, 그 사람 마음이 죽어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고, 그래서 되풀이하지 말라고...

은수야, 난 정말 많이 울었어.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많이 울어본 적 한 번도 없었어. 간절함은 인연을 만들고... 그 때문이었을까? 장선생님이 내 간절함을 들으셨던 것일까? 그래서 더기 그 아이에게 정선생님의 연구일지를 보게 하셨을까?  

 

***

장선생님, 장선생님이 많이 보고 싶어요. 장선생님이 계셨다면 제 얘기들 다 들어주시고 제게 힘을 주셨겠지요. 장선생님, 선생님이 돌아가시면서도 지켜주신 제 해독제, 그거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저 죽을지도 모른대요. 저 어떡해요. 그 사람은 절 보내려고 할 거고, 전 그 사람 곁에 남고 싶고... 독증상이 나타나면 전 죽을 거고...

그런데요 장선생님, 저 죽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요, 제가 가버리면, 죽어버리면, 그 사람도 죽을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무서워요. 장선생님 저 어떡하면 좋아요. 

최상궁 고모님께 무슨 말을 횡설수설했는지 기억도 잘 안나요. "나 정말 알고 싶은게 있는데요, 그 사람 정혼자 돌아가시고 나서 많이 힘들었다고 했죠. 얼마나 많이 힘들었어요? 얼마나 오래? 깨져버린 해독제 지금부터 만들려면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그게 하늘문 열릴 때까지 도저히 안돼요. 다른 방법은 다시 시작하는 건데 그게 안될 수도 있는 거거든요. 안되면 죽어야 돼요, 내가... 그게 안돼서 내가 죽어버리면 그 사람 어떡해요? 근데 그대로 내가 가버리면 내가 진짜로 미쳐버릴 것 같아요. 매일매일 그 사람 생각만 할 거예요. 그 사람 괜찮을까... 정말 괜찮나, 괜찮은건가"

 

장선생님. 그 사람이 검집에 매달고 다녔다는 그 분의 두건, 최상궁님이 들고 있던 두건을 보니 더 미치겠는 거에요. 그 사람 또 그러면 어떡하나... 

장선생님, 그 사람이 내 눈을 피해요. 싸움에서 돌아와서 자기 몸을 살피는 내 눈을 피해서 자꾸 도망가요. 검까지 던져버리고... 장선생님, 그 검 그 사람에게는 분신같은 거잖아요. 그런데 그 검을 미워하는 것 같아요. 그 사람 언제부터인가 나한테 피를 보여주기를 싫어해요. 알아요, 나때문이라는 거, 내가 싫어하니까 그런다는 거. 그래서 그 사람 내 앞에서는 칼도 빼려들지 않아요. 사람 죽이는 것 내가 무서워하고 끔찍해 하니까... 

 

무사가 망설임이 생기면 죽는다는 말도 했는데요, 그 사람 검이 무서워진 걸까요? 죽을까봐? 나 혼자 놔두고 죽어버려서 나 못지킬까봐?

장선생님, 그런데요. 이제 저 그 사람에게서 나는 피냄새 싫지 않아요. 그게 그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그 사람에게서 나는 피냄새 다 안고 가려고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고려, 그 역동의 역사가 곧 그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장선생님, 제 몸이 좀 이상해요. 기침이 나고 맥도 조금씩 빨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증상이 시작되려는 거겠죠. 발열이 시작되면 일주일이면 죽는다고 했지요. 내게 남은 시간은 7일정도,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것밖에 없지만, 그래도 하루보다는 나아요, 하루보다는... 그래서 다시 해독제 만들어 보려고요. 장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해보는데 까지 해보는 거라고.

왕비마마를 만나, 임금님과 사랑하며 살라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인사를 하고 나왔어요. 왕비마마는 내가 하늘세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인사하는 거라고 생각하셨지만, 난 내가 죽어버려서 다시 못보게 될까봐 인사했어요. "두 분 그렇게 함께 오래있진 못하세요. 아무리 애써도 백년도 못돼요. 그러니까 하루하루 오늘처럼 사랑하세요. 말로 잴 수 없을 만큼 좋은 것, 옆에 있어도 그리운 거, 그거 사랑이요", 왕비마마에게 하는 말이지만 그건 나에게 한 말이었어요 

 

장선생님,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 알지만 그래서 저 남을 거예요. 그 사람 괜찮지 않을 거라는 것 아니까 남을 거에요. 아니 제가 안되겠어요. 그냥 하루를 살더라도 그 사람 곁에서 살고 싶고, 그 사람 품에서 죽고 싶어요.

해독제가 깨져버린 것 그 사람이 알아버렸어요. 그 사람이 청을 거두겠대요. 남아달라는 청을 거두겠대요. 나더러 하늘세상으로 돌아가서 살으래요. 그렇게라도 가서 살래요. 근데요 장선생님. 나 그게 안될 것 같아요. 그 사람 보고 싶어서, 그 사람 마음 죽어가는 것 걱정해 가면서 도저히 살아지지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이기적인 걸까요? 전요 장선생님, 그 사람 그리워하며 사는 몇 십년보다 그 사람과 함께 하는 하루가 더 간절해요. 그래서 저 남아야겠어요. 그 사람 나 보내고 마음이 죽어갈 것 뻔히 아는데, 나도 사는게 사는게 아닐 건데 미칠 것 같아서 안되겠어요. 그리고 해보는데 까지 해볼래요.

남은 시간 난 해독제를 만들 것이고, 그 사람 곁에 딱 붙어 있을 거예요. 언제나 그 사람은 날 지켜줬어요. 여기 내 옆에, 멀리있으면 그 만큼 지키기 어렵다면서요. 그런데 내가 가 버리면 그 사람 나 더이상 지킬 수 없잖아요. 어쩌면 그 사람 지킬게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겠어요. 지키는 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인데, 지킬 것이 없으면 그 사람 무너지는 거잖아요.  

임금님, 고려, 지키겠죠. 근데요 장선생님,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 나 없으면 그것마저도 지키지 않으려 할 것같은... 그 사람, 마음이 죽은채로 임금님과 고려를 지킬 것 같지가 않아요. 그 사람 자꾸 검을 놓으려고 해요. 망설임이 생겼다는 것 나때문인 거죠, 그거 나때문에 그런 거겠죠?

피냄새를 가려줄 것 같다고 장난처럼 꽂아준 노란 소국 한 송이를 간직하고 있는 그 사람, 그렇게 그 사람은 마른 꽃으로도 피냄새를 감추고 싶었나 봐요. 그 말이 그 사람에게 상처였나 봐요. 그래서 그게 나인 듯 마음이 아파요. 전요 장선생님, 노란소국을 좋아해요. 그 때는 몰랐는데 그 사람이 좋아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꺾어 내마음 그렇게 전했나 봐요. 좋아한다고... 

 

장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알려주세요. 제가 살 수 있는 방법. 독이라도 먹어야 한다면 먹을 거에요. 그러니 제발 장선생님....좀 알려주세요, 그 사람 곁에 남을 수 있는 방법을.....

***

 

아무렇게나 검을 던져버리는 그 사람을 보면서 알았다. 빗을 건네다가 손을 떨던 그 사람, 어쩌면 이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 나때문에 검을 놓을지도 몰라서, 그래서 하늘이 나를 이곳으로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알았다. 그 사람 나를 지키지 못할까봐 손을 떨었다는 것을, 검을 놓아버리려고 하고 있음을... 그런데 어떻게 내가 하늘나라로 갈 수가 있겠어. 난 못가, 안가. 나 죽자고 살아볼 거야.  

 

***은수의 눈물이 최영의 죽어가던 심장을 뛰게 했고, 최영의 손을 가슴에 안고 우는 은수는 최영의 손떨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것이 아닐까

***은수가 심리학 부전공이라고 했죠. 최영의 손떨림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아는 은수가 귀검을 가지고 와서 최영에게 얘기하게 한 것이 전 은수의 심리치료 과정으로 보이더군요. 최영에게 검의 의미를 정리하게 하는 것... "이 검이 베어야 할 것을 못베고 자꾸 가엾은 사람을 벱니다"라는 최영의 고백은 그래서 중요한 대목입니다. 검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지는.... 즉 최영의 검에 명분을 세우는 것! 

 

"내 여인을 살리는 약을 구하는 대신 난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고!"

 

덕흥군의 추국장, 정동행성은 주상을 잡기 위한 미끼였다. 전하를 살해하려는 것. 주상을 모시고 추국장을 빠져나왔지만 정동행성을 나가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금군을 출병시키라는 중신들의 허락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대장, 난 이제 내가 백성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더이상 주상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진정한 왕이 되려 하고 있었기에...  

그런데 검이 손에서 빠져나간다. 어떻게 베었는지 모르겠다. 습관처럼 그냥 베었다. 숨이 가빠온다멈춰서면 떨리는 손, 툭 떨어지는 검. 시체를 옮기는 사병의 애걸하는 눈빛, 살려달라는 듯 그들은 내 눈을 슬금 피한다. 죄없는 그들, 내 검이 왜 저들을 향해야 하는가, 정작 베어야 할 자를 베지 못하고... 그래서였을까, 내 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다. 검날에 맺히는 피는 그들 가여운 자들의 눈물이었다. 

처음이었다. 우달치 병영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던 것이... 기철과 덕흥군, 결국 잡지 못했다. 베지 못했다.그 분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는 반대로, 보고 싶었던 마음과는 반대로 나는 자꾸 뒷걸음질쳐 도망가고 싶었다. 내 몸 구석구석에 묻어있는 가여운 자들의 피를 그 분에게 보여주기 싫었음이리라.

그 분 보는 순간 또 덜컹 거린다. 내 몸을 살피는 그 분, 시선을 피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러지 마요. 등돌리고 피하고 나한테 그러지 마요", 돌아선 내얼굴을 향해 오는 그 분의 손, 피해버렸다.  

 

"내 피가 아닙니다", 싸움이 힘들지 않았다고 그 분의 마음 편하게 하려 애쓰는 나를 팔로 감싸안는다. 여기저기 피로 얼굴진 나를 안아주는 그 분. 그제서야 난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임자, 그 순간은 제 심장도 잠시 두근거림을 멈췄습니다. 너무 편안해서 심장도 휴식을 취했습니다'. 

손을 검사하는 그 분, "튼튼하고 착한 손인데" 착한 손이라는 말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나 보다. 누워보라는 말에 그냥 군말없이 눕고 있는 나, 철컥 내 검을 만지는 소리, 그 분이 검을 들고 온다. "스승님의 검이라고 했죠?", 그 분께 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스승님이 물려주시고 간 이후 한 번도 내 손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던 검, "이 검은 귀검이라 부릅니다. 보통 검은 사람을 베면 날이 상하는데 이 놈은 차돌을 쳐도 흠이 안나요. 웬만해서 피도 잘 묻지 않는데...어제는 피가 맺히는 걸 봤습니다. 검을 뺄때도 시끄럽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 보면 은은하게 빛이 나요. 달빛처럼".  

 

"임자에게 독을 준 놈 잡지 못했습니다. 임자를 위협한 놈도 놓아줘야 했어요. 이 검이 베어야 할 것을 못베고 자꾸 가엾은 것들만 벱니다".

그분이 물었다. 그 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직도 잠을 자고 있었을 거냐고... 아직도 나는 모르겠. 그 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어찌하고 있었을까... 죽음만을 향해 살고 있던 내가 살기는 했을까...

 

검을 든지 십수년, 그 밤 나는 처음으로 편하게 잠을 이루었다. 그 분의 해독제가 깨져버린 것도 모른채, 피묻은 나를 안아 준 그 분의 가슴처럼 그 날밤은 달빛마저 따스했다.

 

그 분의 해독제가 깨져버렸단다. 울고 또 울고 그렇게 우는 사람 처음봤을 정도로 울었단다. 기철과 함께 죽으려 했을때 내 손을 잡고 입김으로 녹여주던 그 분은 울고 있었다. "다시는 목숨거는짓 안하겠습니다. 그러니 울지마요", 나때문에 울던 그 분 내마음 찢어지게 하던 눈물, 그런데 세상이 무너진 듯 울었단다.  

"그 분이 울었다고?". 그 와중에도 내 걱정만 했다는 그 분, 한심한 분, '왜 내 걱정을 하냐고! 임자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임자가 얼마나 죽음을 무서워 하는지 압니다. 그래서 피를 싫어하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임자가 죽는 것보다 남겨질 나때문에 울었다고?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후회했습니다. 임자에게 내 마음 전한 것 후회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최영의 감정선,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주춤해서는 이를 악물면서 혀를 깨무는 듯한 심정의 변화를 보이는 장면입니다. 은수에게 돌아가라는 말을 하려고 하지만 막상 돌려보내려니 은수를 보내기 싫은 마음과 싸우고, 그리고는 이내 결심했다는 듯 방문을 열고 들어가죠. 은수는 노국공주에게 가있어서 만나지 못했지만. 그리고는 은수가 새로 만들려는 해독제 항아리들이 올려있는 탁상을 엎어버리죠. 하늘세상으로 돌아가면 될 일을 왜 해독제를 만들고 있느냐고 은수에게 화를 내듯이 말이죠.  

 

마음이 가라앉지가 않는다. "해독제 연구한 것 다 깨진 것, 나한테 말하지 않은 것,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아무일 없었던 걸로 하겠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 분, 순간 멍해진다. 해독제를 다시 만들겠다고? 그러다 안되면, 그 해독제라는 것 죽기 전에 만들 수 있는 거냐고? 발열이 시작되면 일곱날안에 죽는다. 해독제가 되기 전에 하늘문 닫혀버리고, 그 해독제가 실패하면 그 분은 죽는다. 돌아갈 수도 없다. 지금 보내는 방법밖에는 없다. 무사는 승산없는 싸움에 칼을 먼저 빼지 않는다. 그것이 곧 죽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한 번, 이 번 한 번만... 내 언약 깨자 했습니다. 임자를 돌려 보내겠다는 내 언약, 그거 깨면서 욕심냈어요. 아무 대책도 없이, 지킬 수도 없는데, 임자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내가 전에 했던 말, 임자에게 남아달라 청했던 말...거두겠습니다. 내가 잘 못 생각했고, 잘 못 말했습니다".

그 분을 두고 와버렸다. '임자, 비충독 해독제도 구하지 못했으면서 욕심을 부려봤습니다. 임자를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평생 임자를 내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 욕심이 임자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에 나를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임자 목숨까지 걸고 임자를 욕심낸 나를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자인데...그런 임자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내일 떠나겠습니다", 내 결론은 이것 밖에 없었다. 그 분을 돌려보내야 한다. "이젠 내 말 좀 들어줘요... 난 내 약 만들거고, 여기 남을 거예요. 난 남을 거고, 당신 곁에 있을 거고, 갈건지 말건지 이딴 걸로 고민하는 걸로 하루하루 날려버리지 않을 거예요".

죽을지도 모르는데, 남겠다고?

"알아요, 약이 안되면 제대로 안되면 내가 죽을 수도 있어요. 당신 눈 앞에서... 그렇게 되면 당신이 나 지켜봐줘요. 마지막까지 나 안아달라고... 혼자 두지말고". 

임자가 죽는 것을, 내 앞에서 죽는 것을 봐달라고! 그걸 나더러 하라고!! 참지못하고 나와버렸다. 그 분이 죽을 수도 있다, 그 생각밖에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쳐매서라도 그 분을 하늘문까지 데리고 가서 문 열리면 보내야 한다. '임자, 임자가 죽어가는 것을 어떻게 보라고, 임자가 죽는 것을 어떻게 보라고. 임자가 죽어버리면 내가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짐싸요, 지금 당장. 거기선 임자가 살 수 있다면서, 그러니까 가라고". 살면서 그렇게 아픈 말은 처음 들었다. 내 가슴 찢어지고 무너지는데 그 분은 나만 그리워할 거란다, 돌아가게 되더라도. 죽은 사람처럼 살면서... 나처럼...

"살겠지. 매일매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대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로 떠들다가, 그러다가 밤이 되면 아무도 없는 방으로 돌아오겠지. 잠뜰 때마다 한 번쯤 불러볼 거예요. '거기... 있어요?' 그러다 아침에 일어나면 또 하루를 살겠지, 죽은 사람처럼... 그렇게 사는 게 어떤 건지 당신 몰라요? 알잖아요. 당신도 그럴 거니까".  

하마터면 그렇게 하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아니 안고 싶었다. '임자, 그럴 겁니다. 죽은 사람처럼 그렇게 살아갈 겁니다. 어쩌면 평생 잠을 잘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임자, 임자가 죽는 것은 못보겠습니다. 임자가 하늘세상 어디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내 욕심을 거두렵니다'.

 

"임자가 죽어가는 이 며칠, 난 옆에 있지 못했어. 내 여인을 살리는 약을 구하는 대신 난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고... 그런 내가 어떻게 임자를 지켜, 어떻게 옆에 있으라고 하냐고!".

몰랐다. 내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그 분이 내 떨리는 손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덕흥군과 단사관은 원으로 떠났지만, 아직 기철이 남아있다. 이 손으로 그 분을 지킬 수 있을까... 지킬 것이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하지만 해독제가 없는 독, 난 무엇으로 그 분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 내 검으로 지킬 수 없는 비충독을...

그러나 그 분을 이기지 못했다. 남겠다는 그 분의 마음 꺾지 못했다. 포기를 모르는 분, 눈물많고 피도 무서워하는 여리디 여린 그 분, "목숨을 내줍디다", 기철과 싸웠던 그날 그 분은 목숨을 내놓았다. 나를 지키기 위해 또다시 목숨을 내놓으려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분, 무엇이 그 분을 그토록 강하게 했을까... 그리고 나는 깨달아 가고 있었다. 내가 아니라 그 분이 나를 지켜주고 있었음을...

 

'임자, 어디쯤 오고 있습니까임자의 목소리를 매일 매일 듣습니다. "거기... 있어요?". 나는 매일 매일 대답한다.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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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2 14:49




신의 21회 리뷰는 방송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양념 좀 팍팍 쳐서 올립니다. 저도 달리 방법이 없어서요ㅎㅎ. 장어의의 죽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함께 있어 좋았던 최영과 은수가 너무 밍숭한 동거를 한 듯해서 말이죠. 그렇다고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니니 걱정마시고요. 그저 깨소금이랑 참기름 쬐금 넣을 거예요.

 

"달리 방법이 없어서요" 라는 예상치못한 말로 공개키스를 하더니, 최영의 프로포즈는 직설적이고 거침없습니다. "내가 임자를 갖는다면 평생입니다, 하루나 며칠이 아니고", 신의 본방때 너무 여운이 남아서 최고의 명장면 명대사를 정리한 글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최영의 프로포즈 대사를 명대사로 꼽았습니다. 전 아직도 이 말만 들으면 최영이라는 캐릭터의 묵직함이 전해오면서 설렙니다.  

다가가지도 못하고 방문앞에서 은수의 그림자만 어루만져 보던 소심 최영, 입술도장 한 번 꾹 눌러찍고는, 손잡는 것은 기본,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쉬워진 대담 최영으로 변화했지요. 누가 최영을 걸음이 느린 남자라고 했던가? 이리 속도전에 강한 남자를 말이죠. 마음 확인하자 마자, '그럼 이제부터 사겨볼까요' 탐색전도 없이 평생 가지겠다로 달려가는 남자를 말입니다(물론 마음과 눈만이고, 몸은 따라가주지 못했어요ㅠㅠ) 

최영이 이렇게 은수에게 거침없이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를 여신-영웅 구조의 붕괴때문이라는 말을 지난 회 리뷰에서 잠깐 언급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뒤에 정리하고, 달달한 장면부터 추려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중간중간 사심넣은 서비스도 곁들입니다. 덕흥군을 잡아족치자, 법대로 하자, 정동행성을 치러가자 말자, 중신들의 동의가 필요하네 마네는, 본방만으로도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기에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내가 임자를 갖는다면 평생입니다. 오늘 하루나 며칠이 아니고..."

 

"여기 고려에서 제일 안전한 곳, 숨어있을려고요. 딱 붙어서...", 눈을 의심했다. 내 앞에 서있는 분이 그 분 맞겠지.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는 내 모습에 그 분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그 분 마음 알면서도 물어보고 싶었다. 왜 여기 있으려고 하느냐고... 임금님 말씀이라고 얼버무리는 그 분, 내 반문에 그 분이 부탁했다며 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간다. '임자 안 잡아 먹는다고...너무 좋아서 나 미칠 것같아서 그런다고'.

"그래서 나도 여기 있으려고. 여기가 대장 방이고 그 쪽은 대장이니까. 여기 도망치지 말고...". '이 분 어떡하나, 이젠 못보내겠다. 안보내겠다', 고통처럼 길었던 내 고민은 그렇게 끝났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다. 얼굴이 빨려들어가게 가까이 밀착시키고 미소 한 방으로 끝? 설마했더니 끝까지 두 손 꼭 마주 잡은채 절개(?)를 지켜주시는 임자커플, 속터져 환장하겠습니다. 이때 예쁜 키스신이나 포옹신 하나만 나왔어도, 그 놈의 충석이 자식이 훼방만 안했더라도... 짜증 버럭내고 있는 제 맘 모두 이해하시죠?

 

"도무지 알 수 없는 분, 처음부터... 어찌 저리 웃는 건지... 그러다 겨우 알게 됐습니다. 언제나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 내가 걱정돼서 울고, 웃어주고, 내가 걱정돼서 나한테서 도망치고... 이번에 궁에 들어오자는 것도 그래서였죠?. 내내 궁만 바라보고 있는 내가 걱정돼서, 임자의 목숨이 걸려있는데도", 그 분 두 손 조심히 잡아 본다. 처음하는 청혼이라 어찌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저 내 마음만, 내 진심만 담아본다. 마주잡은 두손에 꼭. 꼭 눌러서...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먼저 임자의 해독제를 구할 겁니다. 그래서 하늘로 가지않아도 임자의 독을 풀 수 있게 되면, 물어볼 겁니다. 남아줄 수 있냐고, 하늘에 임자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 알지만, 그래도 물어볼 겁니다. 평생 지켜드릴테니 나와 함께 있겠냐고". 그렇게 떨리고 긴장해 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가겠다고 하면 어떡하나...

 

"내가 임자를 갖는다면 평생입니다, 오늘 하루나 며칠이 아니고... 그래서 그 때가 돼서 내가 물어보면 대답해 줄 겁니까?", 그 분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왜 그렇게도 길게 느껴지던지... 고개를 끄덕이면 웃는다. 그 분이 웃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임자, 반드시 해독제 구할 겁니다. 임자 보내지 않을 겁니다. 평생 곁에 두고 지켜드리겠습니다', 그 분을 가슴에 안은채 오래도록 그렇게 있었다. 그 시간이 영원하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면서... 이제 아무데도 보낼 수 없는 그 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그 분은 내게 멀기만 했던, 그래서 잡아서는 안되는 하늘사람이 더이상 아니었다. 내가 연모하는 내 여인일 뿐.

'임자, 입맞추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타이밍을 놓쳤습니다 ㅠㅠ). 보기도 아까운 분, 내 심장이 돼버린 분, 임자 마음 몰라 혼자 고민하느라 늦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그래서 놓쳐버린 시간들, 더 많이 다가가겠습니다'.

 그 분을 안고있는 순간, 가슴 한복판을 쓸고 지나가는 불안, '해독제를 구할 수 있을까'.

 

주상을 만나 덕흥군 처리문제를 의논하고 자석에 빨려들어가는 듯 우달치 병영으로 발길이 향한다. 병영이 시끄럽다. 모처럼 찾아온 한가한 시간, 애들이 무술겨루기를 하고 있나 보다. 엇, 미치겠다. 하루만에 또 사고다. 여기가 어디라고 나와서 저리도 환하게 웃는 걸까? 숨어있기는 커녕 사내들 틈에서 나 여기있소 하고 있으니...  

전의시에 다녀오겠다고 허락을 구하는 그 분, 말끝마다 대장, 대장, 순간순간 숨을 멎게 한다. 독심술에도 능하다. 보고 싶어 병영으로 향해 버린 내 마음 읽어버린다. 무안해져 늦을 거라는 말을 퉁명스럽게 뱉고 말았다. "기다리겠습니다, 대장", 대장이라 불러주는 것이 좋다. 그 분이 내 여인이라 말하는 듯해서...

그 분의 모습에 어느 사내가 누를 수 있었을까. 뭔가에 홀리듯 그 분의 입술을 향하고 말았다. 술에 취한듯 정신이 홀린듯 그 분에게 다가가는 내 마음, 사내의 마음 누르지 못했다(그게 정상이여!). 그러나 그 분 입술 가지지 못했다.

웬수, 줘 패고 싶은 부장 충석이... 고지식하고 융통성없고 눈치까지 없는 놈, 처음으로 네 놈을 소나기 오는 날 먼지나게 패주고 싶었다. 

 

"내가 죽였다는 말, 쉽게 하는 것 아닙니다"

 

장어의가 기철의 수하들에게 당했다. 수리방쪽도 피해가 있었고... 내색하지 않으려고 약재들을 썰고 있는 그 분, 눈이 빨갛게 짓물러있다. 손은 지저분하게 더럽혀있고, 위태롭게 작두질을 한다. 해독제를 지키다가 죽었다고 끝내 울음을 터트리는 그분, 자기때문에 죽었다고 자기가 죽인 거라고 비틀거린다. 

어쩌면 앞으로 숱하게 봐야 할 죽음인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그랬으니까... 언제나 적들이 생겨나고, 적들을 베고 나면 또 다른 적들이 생겨나고, 이곳이 내가 살고 있는 고려, 그 분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고려였다.

"열여섯에 처음 사람을 죽였습니다. 왜적이었는데 주위에서 모두 칭찬을 해줬어요. 그런데 그날 밤 한 숨도 못잤어요. 추워서 떠느라고...어찌나 추운지,, 그게 유월 스무 하루였는데... 그래서 압니다. 내가 죽였다는 말 그렇게 쉽게 하는 것 아닙니다".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 잘안다. 그 분 편해졌을까... 사람을 살리는 의원이니 장어의의 죽음에 편하지는 못하겠지,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위로를 해준다. 춥지말라고...  

 

악몽을 꾸지는 않을까 그 밤 뜬 눈으로 그 분의 곁을 지켰다. 그 분의 것을 지켜줘서, 그 분의 친구가 돼줘서 고마웠노라고, 장어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또 하면서... 그 밤이 참으로 길었다.

아픔 속에서도 아침은 밝아온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누구도 알지 못한채...

 

마음속에서 '다행이다'라는 말이 자꾸 늘어간다. 밤마다 깨어나면 울고 일어나던 분, 다행이다. 내 곁에 있어서였을까...그렇게 믿고 싶다. 그 분이 밤새 악몽을 꾸지 않아서 다행이고, 웃음을 보여줘서 다행이고, 아직 독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다행이고...

'임자가 좋아하는 밥, 늦으면 없습니다', 얼른 일어나라는 말로 대신하고 나온다. 웃음을 잃지 않은 그 분, 다행이다. 이별에 담담해서, 죽음에 조금은 익숙해져서... 

 

내 손이 왜? 검이 무거워진 게냐, 스승님처럼...

 

무엇때문일까? 알 수 없는 이 불안감은... 안재 그 녀석의 말때문이었을까? 손에서 검이 빠져나간다. 나도 모르게 툭! 검이 무거워졌다는 스승님의 마지막 말씀 탓인가... 검이 무거워졌다, 검이 무거워졌다... 나도 그런 건가? 왜? 

검이 나를 떠나고 싶어하는 걸까? 내가 검을 떠나고 싶어하는걸까?

 

***화수인을 멋지게 화살로 붙박이 시켜주는 장면, 불쌍해지는 영의 까칠한 얼굴...그래도 검들고 손떠는 최영은 화보였습니다. 의상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해독제를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없다한다. 수리방에서 없다고 하면 정말 없는 것인데... 해독제가 없으면... 그 분 돌려보내야 한다 그 분에게 남아줄 수 있겠냐고 물어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어쩌면... 생각하고 싶지 않다. 떨쳐지지 않는 불안, 젠장할 독...  

알지 못했다. 내 앞에서 웃어주는 순간에도 비충독이 그 분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음을 바보같이 나는 알지 못했다. 

 

하루종일 분주했던 나에게 침상에서 자라고 고집을 피우는 그 분, 가만히 지켜본다. 사내 마음 힘든지도 모르면서 머리를 풀어헤친다. 참기 힘든 유혹인 줄도 모르고 종알종알 자기얘기에 바쁘신 분. 

그 분의 흩어지는 머리에 자꾸 눈이 간다. 고려여인들과 다른 모습이어서 였을까... 해독제를 구하면 제일 먼저 저 머리에 꽂을 장식품을 사드려야 겠다.

 

들켰다. 한 번, 두 번 스르르 떨어져 버리는 빗, 금세 그 분 표정이 걱정이 스친다. 잠이 부족한 탓이라고 침상에 벌렁 누워버렸다. 의자에 앉아서 자겠다고! 그걸 내가 허락했을 거라고! 내 마음 눈치채고 곁에 눕는 그 분, 실수했다. 바보같이... 같이 눕는 게 아니었는데, 그 밤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니까 지나친 인내와 수도도 정신건강에 해로운 것이여!!) 

'임자, 참으로 알 수 없는 분. 사내 곁에 누워도 어찌 이리도 편하게 잠을 자는지, 임자의 숨소리에 내 가슴 열 번 뛰고, 임자를 안고 싶은 내 마음 붙드느라 내 한 손은 이마에서 벌을 섰습니다. 그래도 임자, 그것 모르지요. 임자 내품에서 잠들었다는 것을... 임자 자는 모습, 눈, 코, 입, 손으로 따라가보고 임자 머리 숱하게 쓸어보며,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어찌 그리 어여쁘신지, 몇 번이나 자고 있는 임자얼굴 보며 웃었는지 모릅니다. 임자가 곁에 있어서 그저 좋았습니다'.

임자에게 남아달라는 말을 하게 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평생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면서 뜬 눈으로 그 밤을 지샜다. 인내심을 시험하면서... 다행이다. 이겨냈다.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오는 이민호의 깍지낀 손(ㅎ)... 팬미팅때 싸인 기다리는 팬들 추위에 언 손을 일일이 깍지끼고 녹여줬다네요...아이고 나는 언제나 깍지를 껴보남.

 

'임자, 이런 것인가 봅니다. 지아비를 보내는 지어미의 마음, 등에 얼굴을 묻고 나를 위해 기도하는 임자때문에 내 발걸음이 자꾸 무거워집니다. 임자를 혼자 두고 떠나기 싫어서, 임자 걱정하는 일 벌어질까봐... 그래도 좋았습니다. 나를 기다려줄 임자때문에, 병영으로 돌아오면 웃으며 맞아주는 임자가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너무 좋아서 가끔은 불안할 때가 있다. 내 것이 아닌 듯 해서... 욕심이었을까? 내 욕심때문에 그 분에게 그토록 잔인한 고통을 주었던 것일까? 몰랐다, 그 분이 나때문에 그토록 슬피 울었음을... 그 분이 죽는 것보다 남겨질 나때문에 세상이 무너진 듯 울었다는 것을...

 

******여신-영웅 구조의 붕괴

앞에서 언급한 여신-대장 서사구조의 붕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처음 이 댓글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가지와 잎에 열심이었다면, 수우언니님은 큰 나무 기둥을 세워주시더라고요. 수우언니님은 기둥뿐만이 아니라 잎사귀의 체관까지 보시는 분입니다만.

 

여신, 여기서는 선녀라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성계가 의선을 선녀같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지요. 최영에게 은수는 처음부터 다가서기 힘든 하늘여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쯤에선가 최영에게 은수가 땅의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죽지마요 라며 아스피린을 손에 쥐어주고 가던 은수, 그리고 강화를 향하면서 하룻밤 노숙을 하게 되지요.

기철에게 "제 뒤에 계신 분 제가 연모하는 분입니다"라는 고백을 얼결에 하고, 수습하려는 최영에게 은수는 장난스럽게 가슴팍을 치며, 농으로 받아들이려는 행동을 취하기도 했지요. "왜 하필 저 여인을 데려왔을까?", 최영의 마음에 하늘사람이 아닌 땅의 사람이고 싶은 저 여인을 말이죠. 

이때 은수가 처음으로 이름을 가르쳐줍니다. 고려로 납치되어 와서 처음으로 이름을 가르쳐 준 이가 최영이었죠. "제 이름은 은수에요. 유은수", 그리고 최영이 나즈막히 유은수라는 이름을 불러보죠.

여기서 부터 최영에게는 혼란이 시작됩니다. 하늘나라 사람에게도 땅의 사람들과 같이 이름이 있구나, 왜 우리도 그렇잖아요. 선녀를 보면 선녀 이름을 물어보기 보다는 그냥 선녀님이잖아요. 그런데 이름이 있다? 왠지 가까워지는 것 같죠. 사람같기도 하고...

은수를 마음에 품으며 최영은 계속 갈등의 연속입니다. 곁에 두고 싶다 vs 보내야 한다. 지금까지 최영 자신과 싸워온 것은 이 두 마음이었습니다. 욕심과 언약의 싸움.

 

선녀에 비하기도 했던 은수, 은수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은수는 남았고 동화속 선녀는 하늘나라로 가버렸다는 것이겠지요. 선녀옷을 훔친 나무꾼은 선녀를 아내로 맞이하지만, 이는 엄밀히 반강제성을 띕니다. 훗날 선녀는 아이 둘을 데리고 하늘나라로 돌아가 버립니다. 선녀가 땅에 남은 것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은수는 스스로의 의지로 땅을 선택합니다.

 

은수는 가시적으로 이미 땅의 사람이 되었던 장면이 있어요.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고요. 은수가 첫회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을때 의상이 흰옷이었습니다. 의선으로 봉해지고 나서는 역시 흰색의 고려식 가운을 입었고요. 기철이 은수를 데리고 가서도 흰색에 가까운 드레스를 입혔지요.

이 흰색을 벗은 것이 남장을 하고 도망칠 때였었죠. 도망쳤던 이유는 최영이 자기때문에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었고요. 이때부터 은수는 흰옷을 입지 않습니다. 여신, 선녀, 하늘사람을 상징하는 듯한 흰색 옷을 벗은 것이죠.  

그리고 20회 엔딩과 21회 초반부에 결정적으로 은수가 하늘의 모든 것을 버리죠. '여기...대장'이라는 말로 말이죠. 여기있겠다는 말로 고려를 택했고, 대장이라는 말로 은수는 최영과 동격의 인간으로 내려온 것이죠.

최영이 "내가 대장이니까...여기"를 힘주어 말했던 것도 그 때문이지 싶습니다. 대장이 은수가 하는 대장소리에 심장이 벌떡거린 이유도 하늘사람이라는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진짜 내 여인이다 싶어서 그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최영이 프로포즈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은수를 향한 마음을 끙끙앓고 고백하지 못했던 이유는 은수가 하늘여인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 대장 곁에'라는 말로 최영이 고백하지 못했던 이유를 은수 스스로 파기해줬지요. 그래서 제가 지난회부터 은수를 존경스럽기까지 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자기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은수의 담대함이 대단스럽잖아요. 사랑 하나때문에 말이죠. 

은수가 땅의 여인으로 남겠다는 말을 선포한 순간 최영의 갈등은 사라졌습니다. 단 '비충독 해독제만 구하면' 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중간과정없이 혼인이라는 말보다 더 거시기한 프로포즈로' 당신을 가질 거야, 평생'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여기서 여신과 영웅의 구조는 붕괴(이 단어가 모호하기는 하지만)되었고, 은수와 최영은 동격의 땅의 사람이 되었다는 소심한 의견을 피력해 봅니다;; 하늘세상에서 하늘여인을 데려온 영웅, 이제 최영은 다른 영웅의 모습을 갖춰갑니다. 고려를 품는... 그것이 최영의 검에 대한 각성인데 이 부분이 참 난감스럽게 표현이 되어서, 우리가 여기서 함께 풀어가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숙제끝...! 제 숙제에 수우언니님을 비롯, 임자팬들 저에게 독을 주시려면 부디 해독제가 있는 무오독을 내려주시와요. 전 은수처럼 비충독을 이겨낼 자신이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아스피린 오독오독 씹어 입에 넣어줄 최영이 지금 곁에 없습니다ㅠㅠ 

***은수의 머리를 푸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다가 은수가 고개를 돌리자 얼른 안그런척 고개를 숙이는 최영, 왜 최영은 은수의 머리에 그토록 집착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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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0 16:04




글쓰기 싫습니다. 또 헝클어졌습니다... 재리뷰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이 부분이 가장 두려웠는데 결국 또...이렇게 되는군요. 본방을 보면서도 타임슬립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골머리를 써서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서 재리뷰에서는 그 부분은 무시하고 가겠다고 했는데, 다시 발목을 잡히고 말았습니다.

최영의 검에 대한 각성과 타임슬립은 재리뷰를 하게 된 이유의 하나이면서 제 숙제이기도 했습니다. 재 리뷰를 통해 정리를 해가면서 임자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나름대로는 정리가 되고 풀릴 줄 알았는데 여전히 반복되는 딜레마...   

왜 은수에게는 덜컹의 감정이 보이지 않았을까? 지금 이후의 은수에게는 이미 경험했던 감정이고(편지를 발견하기 전으로부터의 미래, 은수가 궁으로 들어가면서 없어져버린 미래를 포함한), 그 잠재적 기억으로 인해 방어기제로 작용했을 거라는 것, 충분히 이해는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제 딜레마는 또 의문생성을 반복합니다. 은수에게는 잠재적으로 있는 것이, 왜 최영에게는 항상 처음처럼이었을까? 함께 겪었을 것인데... 최영에게는 왜 은수에게는 있는 잠재적 기억이 없는 것일까? 왜??

이러다가 혼자 또 정리를 했습니다. 은수는 마음이 죽어가는 그 사람을 보지 않기 위해 잠재적 기억이 최영에게 향하는 감정을 막았던 것이고, 'Only 은수 is my Everything'인 대장에게는 은수를 지켜주겠다는 마음, 은수를 곁에 두고 싶은 마음만 반복했던 것이라고...

 

여기서 타임슬립을 끝내버렸으면 저도 혼란에 빠지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면 필름통의 편지가 발견된 후의 은수에게는 앞으로의 모든 일들이 현재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절 또 혼란스럽게 해버린 것이 마지막회 화타의 유물들을 챙겨오는 은수였습니다. 

필름통을 남긴 은수와 고려에서 헤매고 다니는 은수는 다른 기억을 가진 은수인건가? 미래의 은수도 현재의 은수로 인해 바뀜이 반복되고 있었다는 것인가? 이 혼란이 제작진의 치명적인 실수인 없애버린 국화꽃 필름통때문에 비롯된 것인가? 아... 진짜 머리 뒤죽박죽, 대장!!! 내 머리도 좀 빗겨줘요ㅠㅠ 이해력 부족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니 여기서 꽉 막혀 진도가 안나가요. 

 

아...망할놈의 타임슬립!!!  

난 너를 버리겠다. 임자팬들이 가르쳐 주겠지. 저에게 득도의 가르침을 하사하소서^^

 

본방때 19회까지는 은수라는 캐릭터에는 애정을 주지 못했어요. 들쑥날쑥한 감정을 읽기가 힘이 들었거든요. 최영의 좋아하는 마음이 절절해도 그저 멍, 그래서 이 캐릭터를 애정하기가 힘들었죠. 그러나 대장이 좋아하니까...

그리고 20회에 들어서부터 온전히 은수를 애정하게 되었죠. 대장이 좋아하는 은수가 아니라,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최영을 선택하는 은수를 말이죠. 처음으로 예뻤거든요. 존경스럽기 까지... 그래서 필름통에 입을 맞추는 은수를 보며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 진짜 불친절한 드라마였어요!! 왜 다시봐야 보이게 풀어갔는지 정말이지 이해가 안됩니다.  

 

"믿습니다. 임자가 말하니까"

 

******

"나는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길들을 다시 걷고 있어. 그날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여기라면 100년 뒤의 네가 발견해 줄 수 있을까? 그런 기적을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소망이 남아서 이렇게 후회를 남겨. 수백번 다시 생각해 봤어. 그날 우리가 궁으로 돌아갔으면 어땠을까? 그럼 우리의 왕비님은 살 수 있었고, 임금님도 무너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모든 것을 안고 마음이 죽어가던 그 사람을 지켜보지 않아도 되었을까? 다시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그 사람을 안고, 그 사람의 웃는 눈을 볼 수만 있다면, 단 하루라도 그럴수있다면...

나처럼 도망치지마 은수야, 비록 그것이 너의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

 

현상금 사냥꾼을 처리하고 돌아오니 그 분의 표정이 이상하다. 큰 충격을 받은 듯 힘이 하나도 없는 모습, 혹 아픈 것일까. 비충독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일까. 애타는 내게 그냥 안아달라고만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주상과 왕비마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괜찮겠냐고 묻는 그 분, 무슨 얘기를 들은 거냐고 정색을 하니 내 얼굴을 감싸고 근심이 한가득이다. "이 분 어떡해...". 그 때는 몰랐다, 나를, 내 마음을 지켜주려 했음을... 

무턱대고 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그분, 왕비마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한다. 이상한 통속에 든 편지에 적혀있었다고... "믿습니다, 임자가 말하니까", 그랬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 분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 겁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가질 수 없는 하늘여인인 것만 같아서.

 

전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마을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내 마음처럼. 그래도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그 분을 돌려보내는 것이 내겐 먼저였다. 여전히 마음이 편치않다. 편하지 않는 내 얼굴을 보고는 자꾸 궁으로 돌아가라고 고집이다. 언제나 이기지 못하는 말싸움, 날 꼼짝 못하게 만든다. 

"왜 그렇게 보채요! 그렇게 보내는게 급한가? 그렇게 빨리 보내버리고 싶어요?", 결국 아무 말도 못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화내는 그 분때문에 안절부절, 그 분이 화내고, 그 분이 우는 것, 나는 세상에서 그것이 가장 무섭다. 

 

"검을 쓰는데 망설임이 생겼다는 말 들으면 내 맘은 어떤데?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무사인 이사람 망가진 거야? 그래서 임금님한테서 떠난다는 거냐고. 말로만 지켜준대, 내 목숨말고 내 마음도 지켜주라고!".

"그래서 내가"... '임자 마음 편하게, 나때문에 더 힘들지 말라고 보내려는 거 몰라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이제 겨우 생겼는데...", 가슴이 두근, 좋았다.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에... 그래서 더더욱 그 분을 두고 갈 수가 없는 궁.

 

수상한 기운, 고수다! 피를 봐야 한다는 예감. 얼치기 한놈 살짝 베어놓고 자리를 이동했다. "여기서 하지, 저 분 안보는데서", 도대체 그 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성질이 있는대로 뻗쳐서 잠시 긴장을 잃었다. 어깨를 스치는 놈의 검, 죽이기 싫었다. 그 놈도 누군가의 명으로 움직이고 있었을 테지, 검에 목숨 걸지 말라고 부탁을 해본다. "그냥 내빼면 안되겠냐". 다행이다. 검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   

내 몸 이곳저곳을 훑어보는 그 분, 어깨의 검상을 발견하고는 이내 얼굴을 찡그린다. 나 때문에 화나고 걱정하는 그 분, '임자, 이래서 임자를 보내려는 겁니다. 임자 마음 자꾸 아프게 하기 싫어서, 임자 마음 편하라고'.

"내가 궁으로 돌아갈 때까지 계속 그렇게 화를 낼 겁니까?", 알면서도 물어본다. 돌아가 확인해 보겠다는 말에 그제서야 웃는다. 혹이나 궁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돌릴까 왜 서둘러 궁을 나왔는지 말할 수밖에 없었다. 원사신이 원하는 것이 공개처형을 하는 것이라고...

그래도 가겠단다. 그래도 나와 함께 가겠다고 한다. "임자 잡히지 않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그 분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분의 마음이... 그래서 더 떨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닐까봐서, 혼자만의 생각일까봐서...

'왕비마마가 납치되었다'. 이거였구나, 왕비마마의 위험과 무너지는 전하, 그 분이 말한 것이... 덕흥군을 만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그 분, 독에 그렇게 당하고도 또, 정말 미치겠다. 그 분의 그 미친 생각이 날 돌게 한다. 전하를 떠난 내가 어떻게 뵐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꺾지 못했다. 포기를 모르는 분.

 

전하! 무릎을 세우십시오

 

내 눈을 바로보지 못하는 주상,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주상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울고 있는 어린 왕, 뭔가를 해보겠다고 의지를 보였던 왕, 진정한 왕이 돼보겠다고 원의 옷을 벗어버린 왕, 그런 왕이 무너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내 모습이기도 했으리라. 그 분을 보낸 후의 내 모습...

탁자에서 떨어진 뭔가를 집겠다고 무릎을 꿇고 망연자실 앉아있는 주상, 누구 앞에서도 무릎을 꿇어서는 안되는 주상이 무릎을 꿇고 일어날 줄을 모른다. "일어나십시오. 전하 무릎을 세우십시오".

알아야 했다. 주상의 마음 이미 무너져 버린 것인지, 포기해 버린 것인지... 그런 주상이라면 곁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스승님과 그 아이를 보낸 그 왕과 다를 게 없는 왕이니... 

 

"의선께서 그리 말했습니다. 그자가 원하는 것은 전하의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전하의 마음 벌써 무너지신 겁니까? 그럼 제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주상은 내 말의 뜻을 알아들었다. 그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것이 나와 주상이 맺은 언약이었다. "왕은 가지시는 분입니다. 저를 가지십시오, 싸움은 제가 하겠습니다".

 

 

***공민왕을 일으켜 세우는 최영, 신의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이 압축된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때의 이민호의 눈빛을 좋아합니다.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공민왕을 어루만지듯(이민호의 이런 목소리톤 참 매력적입니다), 눈은 공민왕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최영 그 사람이 나를 봐줬어요", 했던 공민왕의 대사가 후에 나오는데 그렇게 초라하게 무너진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던 그 눈빛이 가장 큰 힘이 된 순간이었기 때문이겠지요. 비록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고 해서, 공민왕에게 불안감을 주기는 했지만 말이죠.  

 

뭔가 해보겠다며 덕흥군을 만나겠다고 고집을 부린 그 분, 덕흥 그자를 안다는 말에 버럭 화가 난다. 그 자와 혼례를 하겠다고 겁도 없이 그 자곁에 머물렀던 것에 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꺾지 못했다. 영빈관 앞에서 기다리는 내내,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가슴이 답답해 숨도 쉬지 못한 천년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너무도 길게... 독을 쓰는자, 또 그 분에게 무슨 짓을 하는 것은 아닌가,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내 발에 얹고 또 얹었다. 

아무 일없이 돌아왔다. 아무 일없이... 그 분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간이 철렁한다. 두려움이란 것도 귀찮아서 느끼지 않고 살아왔던 내가 자꾸 왜이러는 걸까...왜...

 

아기씨를 잃어버린 왕비마마, 주상에게 보내는 내 위로가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주상에게 내 마음 전해본다. 그래도 무너지시지 말라고... 힘없이 기대는 그 분, 곧 쓰러질 듯 힘겨운 모습이다. 맺혀지는 눈물, 그분께 등을 내어드렸다. 나즈막히 흐느끼는 그 분, 내 손안에 있는 그 분의 손이 바르르 떨린다. 더 꼭 쥐어본다. '임자 탓이 아닙니다'. 

***이 때부터 최영은 직접적이고, 망설임없이 감정을 표현하지요. 은수 머리에 손도 대지 못하고 조심스러워 하던 영이 은수의 머리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턱 하니 손을 얹기도 하고 말이죠. 그리고 또 이때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은수를 의선이라 부르지 않게 된 것이 말이죠. 임자, 신입이라는 말로 은수를 칭하죠. 물론 대외적인 자리에서는 의선이라는 말을 하지만, 은수에게만은 의선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회에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수우언니님이 말씀하신 여신과 영웅의 서사구조의 붕괴가(?) 시작된 지점이기도 해서요. 

 

***최영의 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안재와의 대화에서... 검이 무거워진 게냐? 검의 무게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번에 던지기도 했고, 마지막까지 풀어가야 하는 문제라 여기서는 그냥 지나갑니다. 대신 사진으로만 감상~ 전 이 장면도 참 좋아하거든요. 여기서는 은수도 왕도 고려도 끼어들지 않고, 오직 검과 무사 최영의 대화라는 느낌이 들어서...

 

고려에서 제일 안전한 곳, 내가 대장이니까, 여기...

 

다가서면 밀어내고, 밀어내고자 안간힘을 써도 언제나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그 분, 그 분을 향해 가는 내 마음을 언제나, 나는 막지 못한다. 전의시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그 분, 한참이나 내 눈에 담아본다.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돌아보는 그 분, 순간 당황했다. 바보처럼 보고 있던 내 모습 들켰을까봐... 

시간이 빠듯하다. 하늘에서 온 분이 아니라는 주상의 말에 기철이 의선을 정식으로 만나자고 청해왔다고 한다. 도망 아니면 선제공격, 내 결론은 선제공격이다. 덕흥군과 기철, 원의 단사관이라 할지라도...

세번째 방법을 택하겠다는 그 분, 말을 해주지 않는다. 궁금해 미치겠는데 고려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대체 어딘지, 또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 분, 그래도 내가 믿는 분, 나를 믿는 분. 

신입우달치가 주상의 요구로 들어왔다는데, 뭐 내 방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도대체 뭔 말인지... 문을 여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그 때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달치 군복을 입고 임금님께 검도 받았다고 자랑하는 그 분, 그냥 그대로 달려가 안고 싶었다. 가슴은 두방망이질, 벅차게 꽉차오르는데 그래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 분만 보이는데, 쉬지않고 말을 해대는 그 분...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이가 깨질 정도였다. 

"여기 고려에서 제일 안전한 곳에 숨어 있으려고요, 딱 붙어서...나도 여기 있으려고, 여기가 대장방이고 그 쪽은 대장이니까".

처음이다. 그 분이 나를 대장이라고 불러 준 것, 그리고 '여기'있겠단다. 도망치지 않고 여기... 그토록 원하고 간절히 바랐고 처음으로 품었던 욕심, '임자, 이럴 때 하늘말로 어떻게 합니까? 처음으로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정말 그 분을 보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그 분께 숱한 거짓말을 해왔음을... 보내드리겠다는 약속, 수도 없이 깨고 있었음을... 그리고 나는 그 분을 얻었다. 내 여인 유은수...

그 날은 내 생애를 통틀어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알지 못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빛보다 빠르게 달려오고 있음을... 

 

***대장, 그럴 땐 오~~~할렐루야~~~라고 한다오***

***이 장면을 향해 우리가 또 달려왔습니다. 물론 21회부터는 더 빵빵 터지지만, 진심 속상해지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편전에서의 키스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제작진에게 눈 찌릿!!하고 싶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21회에는 키스신이 나오겠구나 엄청 기대했는데, 포옹조차 안하다니... 임자커플은 눈으로만 사랑합니다여 뭐시여!!! 여튼 이제 진짜 임자커플이 탄생한 순간이기도 하죠. 마음이 하나가 된...

***이때의 은수가 저는 가장 예뻤습니다. 타임슬립을 하게 된 이유가 최영때문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 은수, 은수의 자각은 은수의 성격처럼 씩씩하고 밝게 긍정적으로, 그리고 귀여움까지!!! 대장의 살인미소는 흐미... 더이상 말 안하겠습니다.

 

***숙제가 있는데 깜빡하고 안써서 첨가합니다. 마지막 이 미치고 팔딱 뛰게 만드는 장면에 임자팬들의 사심을 마음껏 풀어놓으시오. 가장 사심을 잘 풀어주신 임자팬에게 드리는 신의 병동1등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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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8 15:19




그동안 제 신의 리뷰를 계속 읽어오신 분들은 혹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고집스럽게 리뷰에 끌어오지 않은 인물이 있었습니다. 역사속 최영장군과 금슬이 좋아 합장까지 했다는 유씨부인입니다. 두 번째 부인으로 알려져 있고, 두 사람 사이에 난 딸을 우왕의 비로 보내기도 했죠.

제 딴에는 역사속 유씨부인에 대한 예의였습니다. 은수와 유씨부인을 동일시 하면 안될 것같은... 유씨부인을 들어 해피엔딩을 이야기하면 판타지 요소가 반감되는 김빠지는 일이기도 했고요.

최영은 뇌공을 쓰는 무사, 천혈을 통과한 순간 이미 판타지 인물이 되었기에, 정통사극도 아니고 역사와 판타지가 혼합된, 실존인물이면서 또한 어느 정도 가공된 인물로 받아들이는데 무리가 없었죠.  

'간절함',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만드는 판타지, 해피엔딩의 복선은 드라마의 첫회부터 진하게 깔고 갔습니다. 그래서 새드엔딩이라는 생각은 본방을 보면서도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가져왔을 때 애초부터 해피엔딩을 향해 가는구나 생각했죠. 

그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은수의 타임캡슐 필름통의 편지가 나왔을때, 저거구나 싶었습니다. 때문에 해피엔딩을 위한 복선이라는 글을 올렸었죠. 리뷰글을 올리고 보니 대부분 새드엔딩을 예상하는 분위기라, '내가 드라마를 잘못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미래의 은수가 지금의 은수에게 왜 그런 편지들을 남겼을까? 그것 하나만 생각하면 결말의 답이 나왔거든요. 결정적으로 은수의 나레이션, "그날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그의 따스한 가슴, 나를 보아주던 그 사람의 정직한 눈빛"은 은수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말로 들렸지요. 작가가 이때 이미 결말을 스포해 준 것이라고 생각했죠. 

최영에게 남아도 되냐고, 그게 아니면 있는 날까지라도 마음대로 좋아하겠다고 고백했던 은수는, 미래의 자신이 보낸 편지를 통해 최영에 대한 사랑의 각성을 합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것과, 과거의 유물에 대한 정리, 즉 자신의 타임슬립에 대한 정리를 확실하게 되지요. 모든 게 최영을 살리고, 최영 그 사람곁에 남게 하려함이라는 것을 말이죠.

본방때는 전혀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미래의 은수가 필름통에 입을 맞추는 순간,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은수가 저렇게 간절했었구나 싶어서... 

 

왜 무오독은 해독제가 있고 비충독은 해독제가 없었을까? 비충독 해독제가 없다는 것이 19회 이후에 나와서 20회 정도에서 제 생각을 쓰려고 했는데, 수우언니님의 글을 읽고 허걱! 아~~~! 한마디만 질렀죠. '은수의 의사로서의 자각'.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는 현대의사 은수가 고려에 남을 결심을 하면서, 스스로 약을 만들고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구체화시켜 간 것, 역쉬 짱! 감탄!!(18회 수우언니님의 독에 관한 댓글 필독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밝히자면, 저는 은수의 각성이 최영과 마찬가지로 죽음이라는 한계를 넘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이 죽음을 넘어야 하는 이유는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때문이고요. 은수는 현대사람, 최영은 고려사람, 두 사람이 동시대에 있을 수 있는 방법은 둘 다 과거를 죽여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최영의 경우는 은수의 칼에 찔렸을 때 경험했지요. 최영은 은수의 "죽지마요" 말에 눈을 뜨고 이전의 최영이 아닌 사람이 되었지요.

은수 역시 그랬어요. 독을 이겨내고 현대의 은수가 아닌, 고려를 택한 은수가 된 것이죠. 고려사람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니까요. 둘 다 육체적으로 한 번씩 죽었다 다시 태어난 것이지요. 그래서 본방리뷰 때는 은수가 기억을 상실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썼습니다. 그 때는 천혈역주행의 부작용으로 기억을 잃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여튼 이 부분까지 그려주지 않은 것은 마무리하느라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은수가 해독제를 만들 결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최영곁에 남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었더라면, 또한 최영이 은수의 지켜준대매, 죽지마요라며 흘린 눈물이 없었더라면, 두 사람은 살겠다는 의지를 놓았을 겁니다. 특히 최영은 더더구나 말이죠. 최영과 은수의 육체적인 죽음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구체적인 행위가 있었죠. 입을 통해... 은수의 인공호흡과 최영의 아스피린 오독오독!! 여기서는 이런 얘기들이 가능하니 좋네요.  

말이 나온 김에 신의에서 각성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최영의 각성, 은수의 각성, 공민왕은 뜨뜨미지근한 각성(노국공주의 죽음이후 무너진 공민왕을 보면 뜨뜨미지근한 각성이 맞죠. 제대로 각성했다면 고려의 역사가 달라졌을 수도 있죠. 공민왕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군주, 최영은 마지막까지 고려와 고려왕실을 지킨 무사로 남은 것도 연결이 되는 대목이기도 하고요)이 큰 줄기를 이루며 흐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랑의 힘이 전체 기둥이 되는 것이고요. 

 

*******

은수때문에 눈물을 흘린 김에 오늘은 은수의 감정선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다시보기를 하면서 아자아자, 약속, 그리고 하이파이브를 한 은수의 다른 감정을 하나 발견한 기념이라고나 할까?

 

그날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은수야 난 미래의 너야

 

"은수에게, 이 글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 그 사람과 함께 있다는 얘기겠지. 그날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그의 따스한 가슴, 나를 보아주던 그 사람의 정직한 눈빛... 그래, 은수야 난 미래의 너야". 띠융!  

그날 그 사람과 하늘문으로 향하던 길, 계곡의 바위틈에서 발견한 필름통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아니 나의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그 때부터였다, 어떤 이유로든, 누구로부터든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 하루가 되어도 그 사람 곁에 남겠다고 결심한 것이... 그날이 내 마지막날이 된다고 할지라도...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더라...

 

원의 단사관이 보낸 편지를 본 그 사람, 얼른 짐을 싸라고 재촉했지. 원에서 온 사신이 날 원한다고, 날 원나라로 데려가겠다는데 도통 뭔소린지, 이놈의 세상은 다들 지들 맘대로야! 얼마나 급했는지 내 보따리를 직접 싸서 둘러매주는 그 사람. 이 때쯤이었나 보다. 그 사람에게 자꾸 어리광을 부리고 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  

능지처참을 당할 죄목임을 알면서도 그 사람은 나에게 왔어. 임금님께 가보라는데도 달리 방법이 없다며, 키스를 했지. 다들 보는데서, 너무나 감미롭게...

덕흥군이라는 사람이 그 사람은 주상이 먼저라고 했는데, 그때 잠시 섭섭했던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아니었어. 그 사람은 언제나 나였어. 지켜주겠다는 무사의 언약, 목숨으로 그렇게 지키고 있었던 거야. 지켜주겠다는 말이 내 목숨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 때 난 알았어내게 그 사람 진심이었음을, 그래도 그 사람은 날 보내려 해, 그게 날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딱 붙어있으래매, 그래야 지켜줄 수 있다고, 근데 왜! 왜 안잡냐고!! 

함께 있는 동안 내 마음대로 좋아하겠다고 고백하고, 난 여느 커플처럼 그 사람에게 응석도 부리고, 애교도 떨고, 여우짓도 하기 시작했지언제부터인가 내겐 특별하게 다정하고 자상한 그 사람, 내가 말만하면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물끄러미 내 얼굴을 보는 그 사람, "불안해서요, 떼어 놓을라니까", 그럴 때마다 그 사람 넓은 가슴에 안기고 싶었어. 익숙해져 버린 그의 어깨, 그의 따스한 가슴, 헤픈여자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참느라 혼났어. 그 사람은 분명 "뭐요, 뭡니까, 뭐합니까" 그 사람 트레이드 마크인 말로 날 뻘쭘하게 했겠지.

 

임금님께 허락을 받고 오겠다고 대만씨랑 날 먼저 보냈어. "지금 의선은 전하의 보호아래 있단 말입니다. 전하가 승낙을 하시면, 신하인 나는 의선을 잡아보내야 된다는 말입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대충 고개는 그떡였지만, 전하의 명이 중요한 사람이니까, 명을 목숨으로 받드는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 그 사람, 어째 표정이 좋지 않아보였는데. 진짜 우달치 대장직 사표라도 내려는 걸까? 그 때는 몰랐어, 그 사람이 궁을 떠나기로 했다는 것을...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있었더라...

 

맞아, 대만씨가 얘기도 해줬어. 5밤낮을 대만씨를 따라나녔대지. 결국 대만씨가 항복했는데 다음날 생선을 구워줬다는데, 몰랐어, 그 사람에게 그런 자상함이 있었는지. 왜그랬을까? 아버지를 잃고 떠돌았던 자기 모습으로 보여서 였을까?

그런데 은수야, 그날 난 그냥 기분이 좋았어. 그 사람이랑 소풍가는 것 같아서, 내가 어깨에 기대고 있을 때도, 한 밤중에도 궁을 향하던 그 사람의 기분, 감정 다 알면서도 마냥 즐겁고 싶었어헤어진다는 것을 일찍 표내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 거야.  

그 사람 나 모르게 한숨지으며, 내 얼굴 볼때마다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거 다 보이는데 나까지 그럴 수 없었어.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였을까?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것들 더 많이 만들고 싶어서 그랬을까? 아니야 그 사람 힘들지 말라고 그랬어. 그 사람 나 보내고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것 알아서.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니었나봐. 자꾸 그 하늘문이라는 곳과 가까워지는데 내 마음은 왜그리 불안한지, 시간을 막고 싶었어. 그 사람 앞길 막으면서 그곳에 조금이라도 늦게 가고 싶어서, 그래서 너무 늦어서 하늘문이 닫혀버렸기를 바랐나봐.  

하라는 것 하나도 안따라 하고, 하늘말은 하나도 안배우려하고, 그래도 내가 쫌 서봐요 하면 바로 서주는 그 사람.아자아자! 주먹쥐고 따라해 보라고 해도 시큰둥, 약속 가르쳐줘도 나 하는대로 그냥 보고만 있지. 사정사정하니까 손바닥 한 번 올려주고는 한심하다는 듯 날 바라만 보더니 내 손 잡고 막 끌고 가버리더라. 자꾸 뒤쳐진다고 빨리 가야한다고, 나 빨리 보내버릴려고...

난 그렇게 시간을 막고 있었는데... 시간이 더디오라고, 영영 오지말라고 막고 싶은 거였는데... 

남자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보는 그 사람, 긴장되고 궁금했나봐. 궁소식이... 얼른 알아보고 오라고 한약방으로 뛰어갔는데, 덕흥군 정말 상종못할 인간이었어. 비충독 해독제가 없대. 내 시간으로 돌아오면 주사한방이면 낫는데, 나 그거 아는데 거기에 해독제가 있으면 그냥 남을라고 했는데, 해독제가 없대.

***이 때도 그렇고 은수는 자기 아픈 것보다 최영이 아파하는 것을 더 신경쓰고 안보여주려 하고 하죠. 은수에게는 최영 마음이 편한 것이 우선이 돼죠.  

그 사람 웃는 모습, 무뚝뚝한 표정, 화내는 모습까지도 다 담고 싶었어. 다 가져가고 싶었어. 근데 은수야, 그 사람 꺼 다 갖고 왔는데, 그 사람 마음까지 갖고 왔는데, 그 사람의 따뜻한 가슴, 날 바라봐주던 정직한 눈빛, 그 사람은 가져올 수 없는 거였나봐. 그래서 너무 그립고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어. 하루라도 그 사람을 보고, 만지고, 안길 수만 있다면, 나 지금 죽어도 좋을 것 같아. 그래서 난 죽을 수도 없어, 그 사람한테 돌아가야 하니까.

은수야, 내 말 들리니? 그 사람을 향하는 너의 마음을 읽어봐 은수야.

********

 

이곳에 와서 좋았던 것도 있었습니까?

 

원의 단사관이 그 분의 공개처형을 원한다는 말에 아득해져 온다. 그 분을 데리고 가버리면 남은 전하가 어떤 곤경에 처하실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난 그 분이 먼저였다. 기철, 덕흥도 모자라 이젠 별 놈이 다 꼬여들고 있다.

 

***최상궁에게 인사하는 최영, 이젠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요. 대사 너무너무 말캉 울컥 덜컹합니다. 하긴 공개키스까지 했는데 뭘 숨겨! 은수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고, 나란히 앉았다 하면 어깨에 팔 두르기는 기본이 되었죠.  

"다음 보름까지 스무날 남았어요. 근데 그거 다 포기하고 여기서 헤어지라고?", 고모는 우각시들이 그 분을 하늘문까지 모셔다 드리면 안되느냐고 걱정을 내비친다. 원의 단사관이 들어와 혼란한 시국에 떠나는 날 만류해보고 싶었으리라.

"나 지난 7년 궁에서 살았는데, 그 7년 별로 생각나는게 없어요. 뭐 바꿔줄 것도 없고...", 스무날, 하루하루가 아깝다. 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해도 그 분과의 스무날을 바꿀 수 없었다. 스무날이 아니라 단 하루였다고 해도, 나는 그 분 곁을 택했을 것이다. 그 분은 내가 사는 이유니까. 그 분 하루라도 못보면 이젠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원의 단사관이 원하는 것이 그 분의 공개처형이라니, 주상은 허락을 했고, 그래서 뒤도 돌아보지 말고 의선을 모시고 떠나라고 했다한다. 우달치 자격을 스스로 박탈하고 떠나지만, 떠날 수 없는 전하가 돼버렸다. 곁에 있든 아니든...

주상에게 말했었다. "전하의 백성이 살려달라고 청하는 겁니다", 주상은 그렇게 달라지고 있었다. 나와 의선을 살리려는 주상으로, 백성을 살리려는 주상으로... 곤경에 처하시리라. 그러나 알려고 하지 않았다. 떠나지 못하게 될까봐. 그 분과의 스무날을 버릴 수 없어서... 마음 한 켠이 무겁다. 뒤를 돌아보게 될까봐 서둘러 나와버렸다.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방법이 없다. 하늘문으로 가는 방법밖에는... 하늘세상에서는 해독이 될 거라는 말, 그 말 하나때문에 움직였다. 하늘세상에도 해독제가 없다면, 난 그 분을 보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곁에 남겠다고 한 그 분, '임자, 난 약속할 수 없습니다. 잊어달라는 말'.

팔을 보니 큰 이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열도 없고, 조금 안심이 된다. "뭐합니까? 여기(툭툭)", 익숙하다. 그 분의 머리가 내 어깨에 기대지는 것이,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그 분이 가르쳐 준 것 딱하나 따라해봤구나. 어깨에 기대라고 툭툭 치는 것, 그날 강화에서 내게 준 그 분의 어깨, 어머니 품속같이 편하고 따뜻했던... 

"이곳에 와서 좋았던 것도 있었습니까?", 글쎄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그 분, 서운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진다. "없습니까... 하나도?".

"뭐요, 뭡니까, 뭐합니까", 뭘 듣고 싶었던 걸까? 생각해보니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데... 국밥 한 그릇도 제대로 못 먹였구나. '그런데도 내가 좋았다는 임자때문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까?'. 살며시 안아본다. 내 품에 파고드는 그 분.  

 

***개인적으로 이 그림같은 장면을 참 좋아하는데요, 가슴에는 은수를 안고 시선은 궁을 보고 있는 최영의 감정선이 참 좋습니다. 마치 은수와 고려를 함께 품은 것 같아서 말이죠. 

 

처음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것

 

사냥꾼들,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놈들이 따라붙었다. 그 분과 나에게 걸려있는 현상금때문이리라. 곤히 잠든 그 분을 두고 나온 내 시선이 한곳에 가서 멈춘다. 궁, 전하. 마음이 무겁다. 내 마음을 읽고 있는 그 분, "무사가 검을 쓰는데 망설임이 있으면 무사가 죽습니다. 망설임이 생긴 무사가 전하를 지킬 수 없으니까...그래서 이런 우달치 대장 봐줄 수가 없어서 내쫓았습니다".  

그 때는 몰랐다, 내가 검을 두려워 하고 있음을, 피냄새가 싫다는 그 분때문이었을까? 내손으로 보내드린 경창군 마마때문이었을까? 검의 무게 따윈 생각해 보지 않았다. 베지 않으면 베이는 것이 무사의 검일 뿐. 점점 검을 빼기가 싫어진다. 피를 묻히는 것이 싫어진다. 그 밤 내 검에서 붉은 선혈이 튀었다. 그 분이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분도 나도 그렇게 시선을 피한채 오래도록 고개를 들지 못했다 

쫑알쫑알 말이 많은 그 분, 언제나 철이 없는 그 분,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뭔가를 가르쳐주겠다고 앞길을 막아서는 그 분, 그냥 들쳐업고 가고 싶다. 배우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자꾸 불러세우는 그 분, 따라하지 않을 거면서도 부르면 서는 나, 남겨질 나를 위해 애써 웃으며 떠들고 있었으리라.  

'임자, 보내기 죽기보다 싫은데 왜 자꾸 미치게 만듭니까. 임자 그럴수록 자꾸 붙잡고 싶단 말입니다', 돌아가는 것이 좋았을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헤어지는 것에 즐거워 하는 것 같아 한 대 패주고 싶었다. 내 마음 찢어지는데, 그 분은 웃는다. 나 좋으라고, 나 때문에...

군사를 모집하고 있다. 필시 국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 우달치대장을 버렸음을 잠시 잊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사람들 틈에 끼어있는 사냥꾼들, 그 분이 위험하다. 한약방을 향해 뛰는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그분을 떼어놓은 나를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다행이다. 아무 일 없다는 듯 기다리는 그 분을 보고 그제서야 숨을 쉴 수가 있었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지옥을 경험했다.  

손내밀면 이젠 아무 말없이 내 손을 잡고 일어서는 그 분, "왜요? 어디 가게요? 누가 쫓아와요?" 그 많던 질문이 없어지고 있다. 그랬다. 언젠가부터 그 분 질문이 없어졌다. "그냥 내가 하라는대로 쫌 해요. 그래야 지켜줄 수 있다고!", 경창군 마마를 보내고 기철 앞에 무릎꿇었던 그 날 이후부터... 그 분은 그렇게 내가 지켜주리라는 약속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 약속을 자꾸 버리라 한다. 지키다 죽을까봐... 그래서 자꾸 검을 빼기가 싫어진다.

'임자, 자꾸 겁이 납니다. 임자가 보이지 않으면 겁이 납니다. 임자가 찡그리면 겁이 납니다. 아픈가 싶어서... 처음이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한 것이... 그 이틀...나는 임자만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내 여인만을...'.

 

***19회를 보면서 처음 느꼈던 분위기

최영과 은수의 이별여행, 달달하고 예쁜 장면이 많아 그림같은 회차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최영의 눈빛은 전체적으로 쓸쓸함이 묻어있었고, 은수는 애써 웃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고 있으면 서로 너무 좋은데 그래서 웃어주는데, 속으로는 울고 있는 느낌... 그래서 다시보니 19회가 슬펐네요. 진한 슬픔을 향해 가는 전주곡처럼... 둘 다 크게 성숙해버린 그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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