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이민호'에 해당되는 글 50건

  1. 2012.11.30 '신의 13회(재)' 임자, 돌아가고 싶으신 거죠? (142)
  2. 2012.11.29 '신의 12회(재)' 이민호, 쉽게 목숨거는 짓 안하겠습니다 (187)
  3. 2012.11.28 '신의 11회(재)' 아무래도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이다 (103)
  4. 2012.11.27 '신의 10회(재)' 그 분 도망시켜야 겠어요 (158)
  5. 2012.11.25 '신의 9회(재)' 언제부터지? 기억이 안난다, 그 아이 얼굴이... (101)
2012.11.30 14:51




가끔 해질녘의 붉게 물든 해를 보며 상상해 보기도 한다. 그날 우리가 천혈로 아무일없이 갔더라면, 그 분이 독에 당하지 않았더라면, 그 분은 하늘세상으로 돌아갔을까? 그리고 나는 남았을까? 난 그 대답을 여전히 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 분을 따라 하늘세상으로 갔을지도 모르겠다. 그 분이 없는 이곳을 내가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빛처럼 환한 하늘세상, 쇠마차들이 달리는 그곳에서 임자는 나를 지켜주었을까? 사람을 베는 일이 없는 그곳에서, 그분은 무엇으로부터 나를 지켜주었을까? 나는 무엇으로부터 그 분을 지켜주었을까? 그 하늘말 한 편이라는 의미처럼...

 

부질없는 망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분을 기다리며 지나간 일들을 곱씹어 보는 버릇이 생겼다.

 

 

죽을 듯한 고통은 그 날, 그것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그분의 서책

 

칠살을 제거하고 위험한 일들은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무사히 학자들을 서연장에 모시고 가는 일로 우선의 내 임무를 마칠 생각이었다. 나머지는 전하가 하실 일, 정치는 내 일이 아니지 않는가.

지쳤다, 칠살을 상대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팔에 입은 검상, 그 분이 또 얼굴을 찡그리시겠지. 하루 일이 끝나면 만나자는 그곳으로 발길이 향한다. 내게서 나는 피냄새, 빗물에 지워봤지만 여전히 비릿한 냄새가 난다. 내 것이겠지. 

그 분이 기다리고 계실까봐 두리번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서운하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고... 그 분이 서있던 그 자리에 잠시 몸을 기대고 쉬어본다. 그 분이 내어 준 어깨인 양... 칼에 베인 팔이 욱씬거린다. 젠장, 피냄새. 

전하를 만나기 전에 옷부터 갈아입어야 겠다. 소란스러운 소리, 멀리서도 들려오는 그 분의 힘찬 소리, 뭐가 그리 신나는 지 우달치 애들이 헤죽헤죽 웃고 있다. 치약이라는 것을 만들어 나눠주고 있는 그 분, 뒤에 비누라는 얼굴 씻는 것도 나눠주는 것을 봤다.

그런데 왜 내게는 주시지 않았을까. 내게 그 분을 떠오르게 하는 것은 남기고 싶어하지 않았던 걸까. 매희 그 아이의 두건처럼 될까봐... 

뒷짐지고 감추려고 했지만 팔을 보려는 그 분, 몸을 돌려 피했지만 피냄새를 맡았나 보다. 성큼성큼 내 방으로 향하는 그 분을 난 죄지은 어린애처럼 따르고 있었다. "여기 내 앞에. 너무 멀면 살필 수가 없으니까", 내 말투를 흉내내는 그 분, 언제나 날 항복하게 만든다. "손은 어때요?", 손등에 굳어있는 피를 담담하게 보는 그 분, 애써 태연한 척 했으리라.

무섭다는 살수들은... "다신 안올 겁니다", 죽였다는 말을 그 분도, 나도, 모른척 삼켰다. 따끔따끔 한 바늘 두 바늘 찢어진 자리를 꿰매주고는 칭찬도 덧붙이는 그 분, 속상하고 아픈 그 분의 마음을 애써 감추려 하는 말이었음을 모르지 않는다. '임자, 실은 아팠습니다. 임자 마음이 아팠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더 아팠습니다'. 

하늘세상에서 가져온 마지막 물건이라고 한다. 이제 거의 다 떨어져 간다는 그 분의 표정이 우울하다. 언제나 하늘세상을 생각하고 있는 그 분, 돌려 보내드려야 겠지... 그러나 그때 나는 알지 못했다. 나를 치료해줄 물건이 떨어져 가는 것을 아쉬워했다는 것을, 나는 평생 검을 들어야 하는 무사, 싸우는 것이 일인 사람이기에(***은수 마음이 이런 것 아니었을까요?).

 

그 분이 남을 수도 있다는 희망도 가져봤습니다. 그래서 잠시 행복했습니다

 

저자에 그 분이 나왔다는 말에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바람같이 사라진 만보사숙과 아줌마, 그 분에게 짖궂은 장난을 하시리라. 놀라지 않아야 하는데... 서둘러 달려가니 벌써 그 분 당하고 있다. "뭐하십니까?", 가슴팍에 머리를 부딪는 그 분, 웃음이 나온다. 아이같은 그 분때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영아, 징허게 이쁘다 잉", 만보아줌마, 내 눈에는 미치고 숨막히게 이쁩니다.

조잘조잘 그 분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장사를 해서 돈을 벌겠단다. 떼부자가 될 수 있을 것같다는 말에 난 허파에 바람이 든 놈 처럼 실실 웃고 있었다. 너무 행복해서, 그 분이 이곳에 남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희망이라는 것도 품어보면서...  

말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날,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 놈을 그곳에서 마주치는 순간, 그 눈빛을 보고 알았다. 불쾌한 욕정으로 그 분을 바라보는 웃음, 면상을 한대 후려갈겨주고 싶은 기분나쁜 웃음이었다.

덕흥군.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그 자를 예우하는 호칭따위는 없어졌다. 예를 중시하는 나 최영에게 그 자는 죽이고 싶은 놈,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같지 않은 놈이 되리라는 것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그 분이 남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잠시의 내 희망과 행복이 짧은 시간의 꿈이었다는 것을,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 실수를 저질렀는지도... 지금도 나는 덕흥군 그 자를 만나 서책을 가져다 달라고 청한 일을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살수들을 처리하러 나간 사이 그 자가 그 분을 만났었다는 것에 화를 내고 말았다. "모든 것 얘기하는 관계하자면서요!", 그 분의 말에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내가 얘기하면 당신 또 그 책임감에 부들부들 떨면서 그 수첩 찾아줘야지 했을 거잖아요. 그래서 얘기 안했어요". 내가 그 분때문에 피흘리며 또 싸울까봐... 

몰랐다, 그 분이 밤마다 악몽을 꾸고 있다는 것을... 웃는 얼굴로 나를 편하게 해주려고 애쓰고 있었다는 것을. 그 분의 흐느끼는 소리가 내 미련을, 내 욕심을 밀어낸다. '임자, 임자에게 남아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허나 그리해서는 안되겠지요'. 그 분을 돌려보내야 한다. 서책에 돌아갈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 분, 어떻게든 그분에게 서책을 보여드려야 한다. 

기철이 주지는 않을 것이고, 덕흥군 그자라면.... "의선의 서책 찾으셔서 가주십시오. 함께 비밀을 풀어 보십시오". 그자가 묻는다, 자네는 무얼 얻게 되느냐고. "마음이 놓이겠죠". 그런데도 내 마음은 왜 그리도 허전하고 쓰라리는지,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을 내보였다.

그 자의 음흉한 웃음이 마음에 걸려 한 마디 붙이고야 말았다. "의선께서는 칼을 잘 쓰십니다. 성격이 불같고, 그러니 실례되는 일 안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점잖게 말했지만 추근덕거리면 내 손에 죽는다는 말이었음을 그 자는 알아들었을까? 

***덕흥군을 만나고 온 최영이 은수에게 바로 칼쓰는 법을 가르쳐준 이유가 그 때문이었던 듯 싶더라고요. 혹이라도 추근대면 그냥 찔러버리고, 그 다음에 치료해 주든지 말든지 하라고...

 

"그래도 돌아가고 싶으신 거죠? 그래도 참고 있는 거고"

 

"여기도 좋아요.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칼쓰기를 배운 후 그 분은 뜬금없이 그렇게 말했다.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가지말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이 때부터 은수는 최영이 붙잡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임자팬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래도 돌아가고 싶으신 거죠? 그래도 참고 있는 거고...", 아무 말이 없는 그 분, 보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새기고 외우고 강요하고, 난 그렇게 내 욕심을 밀어내야 했다. 밤마다 악몽을 꾸는 그 분, '임자, 그랬습니까? 몰랐습니다. 너무 힘차서, 너무 밝아서, 다시 웃으셔서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덕흥군 그자가 의선의 서책을 가지고 온 모양이다. 무엇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에, 쓴 약을 한 사발 들이마신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

그 분에게 서책을 가지고 가 달라는 나의 청이 어떤 끔찍한 일로 그분을 힘들게 만들 것이라는 것을  그 날은 알 지 못했다. 그 분에게 그토록 힘든 고통을 줄 것이라는 것을...  

그 때 나의 쓴 감정은 무엇때문이었을까? 돌아가야 하는 그 분, 돌려보내기로 가슴에 새기고, 머리로 외우고, 강요를 하면서도 내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임자, 내 곁에 남아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안되겠습니까?'. 덕흥군과의 싸움, 덕성부원군 기철과의 싸움보다 더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임자! 임자를 보내기 싫은 마음을 밀어내는 것이... 내게는 가장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신의 병동 영스피린 복용시간입니다. 13회 대장의 간지나는 서비스는 저는 이 장면을 꼽는답니다. 상대가 화수인이기는 했지만, 내려오라고 손까닥하는 모습, 나무에 비스듬히 서서 시큰둥하게 말하는 모습, 폼나게 멋지죠. 

"다시는 의선 앞에 나타나지 마라. 그분이 너 무서워하니까. 안그러면 네 오른손모가지 잘라버린다", 캬~~~

적이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대장의 매력적인 모습 마음에 품으면서 오늘도 좋은 하루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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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15:10




본방 리뷰 때도 사심을 넘어 있는대로 흑심(?)을 드러냈던 회차였습니다. 은수에 대한 최영의 마음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듯이, 저도 최영 이민호에게 사로잡힌 사심 작렬하게 노출했더랍니다. 

'이민호의 숨막히는 눈빛 연기, 아줌마를 소녀로 만드는 마성'이라고 리뷰 제목도 잡으면서 아주 적나라하게 제 감정을 숨기지 못했죠ㅎ. 드라마 리뷰를 하면서 내용에 간간히 사심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제목을 이렇게 적는 일은 드물었거든요. 

이민호의 눈빛은 감성을 일깨우고 나이를 잊게 만듭니다. 촉촉한 듯 슬픈 듯, 단호하면서 강직하고 정직하고, 그리고 따뜻하고.. 최영이라는 캐릭터의 마음이 온전히 눈빛 안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본방 때 한 번 속았는데도 또 속았습니다. 기철과 동반죽음을 계획하는 영의 생각 속 장면을 실제장면으로 착각하고, 아 맞다, 그때도 식겁해서 놀랐는데... 이랬답니다. 지호와 시울을 기철의 집을 침입하게 해 은수의 수첩을 가지고 나오라는 암시를 준 최영, 수첩은 얻지 못했지만 영은 소중한 목숨을 얻고, 은수를 얻었지요.

 

이 때부터 최영은 은수에게 적극적으로 남자로 다가갔던 듯합니다. 애써 속마음을 감춰보려고도 했지만, 은수도 최영의 감정이 단지 지켜주겠다는 무사의 언약이 아니라, 정인을 지켜주겠다는 최영의 마음을 알게 되었지요. 은수 역시 최영에게 흐르는 감정을 이제는 부인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 나 더이상 도망가지 않기로 했어요. 도망가지 않으려면 맞서 싸워야지". 공민왕 부부 앞에서 최영과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고 고려청자와 대화를 하면서도 그랬지요. "역사니 앞날이니 모르겠고, 난 살아야 겠다고!". 최영에게 향하는 은수의 감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최영 그 사람 에게 향하는 마음 애써 막지는 말자, 있는 동안은 마음 흐르는대로 그렇게 가보자... 

본방때 놓쳤던 은수의 감정도 이해된 부분이 있었어요. 최영에게 웃음을 보여준 장면, 사람이 왜 그러느냐고 "매번 진지하고 근심, 걱정, 병나요, 그러지 마요"라며 최영의 가슴팍을 치기도 하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그게 은수의 마음이었습니다. 늘 누군가를 지키겠다고 피흘리고 싸우는 그 사람을 위해서 은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영을 웃게 만드는 거였죠. 속상해 하고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면, 자기를 지켜보는 그 사람이 더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서 말이죠(속 깊은 은수 궁디톡톡). 

 

"그렇게 쉽게 목숨거는 짓 안하겠습니다, 다시는... 그러니 울지마요"

 

"멈춰요", 거짓말처럼 그 분이 뛰어들었다. 아직도 그 아찔한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내 평생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무모한 짓을 서슴없이 했던 그 분, 자기 목에 칼을 대고 목숨으로 기철과 나의 싸움을 멈추게 했던 그 분, 그리고 평생 나는 이말을 하고 살 것이다. '임자, 나를 살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죽을라고 환장한 건 당신이잖아! 이기지도 못한다면서! 저혼자 싸우다 죽으면 끝이야? 덕성부원군 그 사람한테서 나 도망갈 수 없었던 거죠? 근데 당신더러 비키라 그러고 필요없다 그러고... 그러다 당신 죽어버리면 내가 죽인 거잖아. 남을 사람 심정이 어떤지 알면서".

그 분 그 아이를 알고 있었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내가 그 분에게 같은 짐을 지워드리려 했구나... 그 분에게 내 자리가 얼마나 큰 지 문득 알고 싶어진다. 내 안의 그 분 자리처럼 그러할까? 아니어도 좋다. 그 분이 나 때문에 울고, 나 때문에 달려와 준 것만으로 세상의 아무 것도 들어올 수 없이 내 가슴이 꽉차버렸다. 터져버릴까 불안할 정도로... 

다친 손을 치료해주고 빙공에 당한 내 손을 잡아주는 그 분, 빼려고 하는 내 손을 가만히 잡아준다. 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그 분의 손은 저항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 두 손을 포개 온기를 넣어주는 그 분, 그리고... 나는 심장이 멎은 듯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 손에 온기가 느껴졌다. 심장이 펄떡펄떡 뛰기 시작했다. 입김을 불어주는 그 분, 그리고 주억거리는 고개, 조심스레 그 분의 머리카락을 쓸어본다. 울고 있었다, 그 분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운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일단 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지... 그렇게 살아왔던 게 버릇이라...그렇게 쉽게 목숨거는 짓 안하겠습니다, 다시는... 그러니 울지마요". 

 

***본방때는 은수와 최영의 모습이 예뻤는데 지금은 그냥 아팠습니다. 더 다가가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남자로 다가가는 마음을 누르는 최영, 최영 그 사람때문에 울고 있는 은수의 복잡한 마음들이 엉켜서 그냥 아팠습니다. 저는 이때 걸음이 느려서 OST가 둘의 감정처럼 마음을 흔들더라고요*** 

***그리고 기철의 캐릭터가 이때부터 이상하게 변해갔는데요, 다시보니 최영과 싸우면서 무리하게 빙공을 쓴 탓에 정신이 훼까닥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이후 기철의 표정은 이전의 힘도 느껴지지 않았고, 몸도 구부정하니 기력도 쇠해지고 있었고요. 대신 덕흥군이 등장해서 기철보다 끔찍한 일들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기철은 하늘세상에 대한 병적인 집착으로 스스로를 붕괴시켜 가기 시작했죠. 자업자득인지 실제 역사보다 수명도 단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고 말이죠.

 

그 분이 웃습니다. 다시 웃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꾸 웃음이 나옵니다

 

"나 이제 도망가지 않기로 했어요. 맞서 싸울 거예요. 최영씨 우리 파트너해요. 지금 내 목표는 기철이 가진 내 수첩을 찾는 거고, 최영씨 목표는 기철로부터 임금님을 지키는 것, 그러니 임금님이 힘에 쎄져서 의선의 수첩을 내주라 하면 되는 거잖아요. 우린 목표가 같으니 파트너해야 겠다. 따라해 봐요, 파트너". 

그 하늘말 뜻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싸우는 한 편이라고 한다. '한 편' 그 말이 참 좋았다. 한...함께, 편...내 사람, 나는 그렇게 그 뜻을 해석하고 싶다. '함께 하는 내 사람, 임자라고'. 자꾸 웃음이 나온다. 그 분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더 이상 도망가지 않겠다는 말이 날 웃게 한다. 그 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날 웃게 만들고, 그 분의 웃음이 날 살고 싶게 한다.

"파트너가 되려면 몇가지 해줘야 되는게 있어요", 그러면 그렇지 조건없이 뭔가를 하자는 분이 아니시지... "첫째 서로 모든 걸 말해준다. 두 번째 파트너는 서로 지켜주는 거예요. 혼자만 싸운다고 말도없이 가버리면 안된다구요!!", 나도 같은 조건을 걸었다. "마음대로 혼자 아무데나 가지 말아요". '임자, 지난 번처럼 혼자 그렇게 떠나지 말아요. 내 마음이 임자를 보내줄 수 있을 때까지 내 곁에 있어주시면 안됩니까', 말하지 못한 내 조건이었음을 그 분은 알까? 

악수하자고 손을 내미는 그 분, 지난 번에 가르쳐 준 말과는 다른 악수였다. 잘해보자는 뜻도 있다고 한다. 배우기 귀찮은 하늘말, 뭘 잘해보자고 손을 위아래로 흔들고 할까, 그냥 말로 잘해보자하고 서로 믿으면 될 일을... 우달치 애들이 지켜보는데 남사스럽게 손을 잡고 흔들어 대는 그 분, '"내 체면도 좀 지켜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내 목숨을 살린 분, 목숨을 내주면서 나를 살린 분, 나는 이미 그 분의 사람이 돼버렸다. '내 목숨은 이제 임자 것입니다'.

***흐미 이 귀여운 바퀴벌레 한 쌍, 그냥 칵 깨물어주고 싶당~ 

내 체면은, 허, 한숨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이없이 또 구겨지고 말았다. 그것도 주상전하와 왕비마마, 고모까지 다 보고 있는 자리에서... 하늘나라 사람들은 다 그런 것일까? 감정에 솔직하고, 하고 싶은 말은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 분, 그래도 나는 그런 그 분이 좋았다. 힘찬 분, 진짜 살고 있는 분.

간밤에 기철과 있었던 일을 주상전하 앞에서 아뢰려는 그 분, 어이구 이 대책없는 분을 어떡하나? 그런 말을 하면 나는 뭐가 되느냐고 임자! 죽겠다고 갔다는 것을 알면 '주상전하가 잘하셨습니다'했겠냐고!   

그 분의 손을 잡아 입을 막았지만, 주상전하의 물음에 또 그 분이 무슨 이상한 말을 할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잘 모르는 것은 말하지 마십시요", 그렇게 알아듣게 눈치를 주는데 그 분 성질을 내가 어떻게 이겨볼 거라고.... 아직도 나는 그 날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우달치 대장, 고려무사 최영, 남자, 여튼 체면이라는 체면은 다 무너졌으니... '그래도 임자, 임자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았습니다. 임자랑 아웅다웅 말씨름을 하면서도, 임자와 가까운 사이같아서 나는... 정말 좋았습니다. 임자의 화내는 모습까지도'. 

***은수앞에서 꼼짝 못하고 쩔쩔매는 최영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은수가 최영을 마치 남자친구 대하는 듯해서 애정지수 팍팍 올라가는 장면입니다. 두 사람을 보고 할말을 잃고 뜨아하게 바라보는 공민왕과 노국공주, 그리고 최상궁 마마의 '쟤가 내 조카 영이 그놈 맞나?'싶게 쳐다보는 모습 다 정겹네요. 노국공주와 환관 도치의 빵터졌던 술상이야기는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그리고 나는 매희 그 아이를 놓아주었다. 진짜로... 이젠 더이상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떠올리려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지켜줘야 할 사람, 나를 지켜주는 사람 그 분이 내 모든 것이 되었다.

누군가를 지키는 것만 해왔던 나, 누군가의 지킴을 처음으로 받았다. 목숨을 내주고 지켜주었고, 서로 지켜주는 한 편이 되자고 손을 내민 그 분, '임자, 쉽게 목숨거는 짓 안하겠다고 했지요. 그럴 겁니다. 하지만 또 할 겁니다. 만약에, 혹이라도 임자를 위해 내 목숨이 필요하다면 그 때는 내놓고 싸울 겁니다. 안 지고 잘, 열심히...'. 

기철이 부른 살수 칠살, 한 놈씩 해치워야 한다. 칠살을 대적하러 가는 길, 그 분을 보고 싶었다. 그 분을 보면 힘이 날 것 같아서... 혹이라도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 분을 다시는 보지 못할 지도 모른다. 왕비마마가 주신 옷으로 갈아입고 빙그르 돌아보이는 그분, '어떻느냐고요? 고려사람 같이 보이느냐고요?', 아무말도 해주지 못했다. 아름답다는 말도, 고려사람이 되면 안되겠느냐는 말도... 골치아픈 일이 끝나면 그 분 칼 다루는 것부터 가르쳐야 겠다.

 그 분은 달라져 있었다. 도망가지도 않고, 이 땅의 역사니 정치니 당신네들 일에 끼어들고 싶지도 않다고 했던 그 분은 달라지고 있었다. 장어의에게 의술을 배우고, 거짓말도 잘하셨다. 너무나 잘... 힘차신 분. 무엇이 그 분을 그렇게 변하게 만들었을까? 이따금 나는 내게 질문을 던져본다.

 

칠살을 베러가는 내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일과가 끝나면 하늘세상에서 하는 일처럼 매일 그곳에서 만나자고 한다. 

호신용으로 그 분 다리에 매어준 단도, 쓰게 될 일이 결코 없기를 바라면서도 불안하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그 분 곁에 머물지 못하는 내가 미워서, 내 마음을 그 분의 다리에 그렇게 묶어본다. 임자를 이렇게라도 지키고 싶다고... "싸우면 이길 수 있어요?", "제대로 싸우면 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잘 다녀와요" 손을 흔들어 주는 그 분, 그 분이 웃었다. 다시 웃으신다. 날 보면서... 심장이 쿵쿵거리게 웃으신다. 말해주지 못했다. '임자의 웃음은 세상 어느 것보다 탐나는 것이라고, 오직 하나 임자가 탐난다고', 몰랐다. 내가 미친놈처럼 웃고 있었다는 것을, 내 마음이 웃는 것인줄만 알았다, 내 마음이... 

 

"그 분을 보면 생각하게 돼,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하나, 둘, 셋,...여섯, 그리고 마지막 일곱. "내가 아는 어떤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게 사는 거야. 근데 니들이나 나는 그걸 모르잖아. 우리한테 산다는 건 죽지않는 것 그 뿐이잖나. 근데 그 분은 달라. 그 분은 진짜로 살고 있어, 그것도 아주 힘차게". 

숨이 가빠 온다. 온 힘을 다했다. 죽자고, 아니 진짜 살자고 싸웠다. 검에 피가 튀겨가고 손에서는 피가 흐른다. '으, 피냄새...' 그분의 말이 들려온다. 낙숫물에 피냄새를 씻고 검에 묻는 피도 씻어본다. 지우고 싶어서, 가리고 싶어서... 그 분이 주었던 노란 꽃, 두고 왔구나. 말라버린 꽃이지만 나는 늘 그 꽃향기를 맡는다. 그 분의 향기인 양, 내 피냄새를 가려줄 향기인 양...  

익재선생의 말이 머리에 맴돈다. "이런 시대에 자네같은 무사가 가엾구만. 베이기 전까지는 계속 베어나가야 겠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 그 분을 돌려보내도 끝나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안다. 계속 베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 지켜야 하는 내 나라 고려, 그것을 위해 칼을 들어야 하는 것이 내 숙명임을 알아가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던 그 분, '임자, 다른 사람이 아닌 내 피가 흐릅니다. 임자가 또 울까봐, 오늘은 임자를 보러가지 못하겠습니다. 그냥 혼자... 조금만 지쳐있겠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생각해 보지 않았던 최영과 하늘말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이상하게 최영은 은수가 가르쳐주는 하늘말을 따라하는 것을 꺼려하지요. 특히 외래어나 아주 현대적인 말은 입밖으로 내지 않고 딴짓하는 모양으로 고개를 돌려버리기도 합니다. 파트너라는 말도 '그게 뭡니까, 함께 지켜주는 거라면서요' 라는 식으로 파트너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지요. 13회에서도 한 번 나오는데 그때도 관계라는 말로 대치했던 것 같습니다. 후에 하이파이브, 아자아자 화이팅!도 안하죠. 

최영은 왜그랬을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최영에게 은수는 하늘세상 사람으로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거라고... 그 낯선 단어를 스스로 뱉으면 은수와는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거리감을 인정해야 하기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은수의 하늘말을 고집스럽게 안 배우려 하고, 안 따라 했던 것 아닐까요? 임자팬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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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8 16:38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회차입니다. 11회는 설렘, 이별의 아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 그리고 이 드라마의 주제 신의가 함축되어 있어, 웃기도 하고, 한 남자에게 언약이라는 것이 얼마의 무게를 지니는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드라마속 최영에게 흠뻑 빠져들어 가기 시작했던 듯 합니다.

이런 사람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지독한 가슴앓이도 했습니다. 목숨으로 지키는 언약, 최영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죽을 각오를 하고 기철과 싸우러 가는 최영, 그의 모습이 왜그렇게도 슬프고 외로워 보이던지, 하늘에 무심히 떠있는 달마저 원망스러웠답니다.  

 

은수는 화수인의 말에 자신에게 최영이 어떤 존재인지를 구체적으로 인지해 가는 단계로 접어들었죠. "가장 아끼는 사람은 옆에 있는 그 자가 첫번째겠지, 언제나 달려오잖아 그대를 찾아서, 매번 어김없이". 그래서 떠나려고 합니다. 그것이 최영을 지켜주는 은수의 방식이었죠. 자기때문에 피흘리고 싸우는 것이 싫어서. 

그런데 본방에서도 의문이었지만, 최상궁이 최영에게 정혼자가 있었다고 했을때, '어머 그랬어요?' 식의 남얘기 듣는 것 같이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지은 이유가 참 궁금해요. 만두집에서도 덕만을 보면서 최영을 떠올리고 했던 은수였는데 말이죠;;

여튼 최영이 죽을 자리를 찾을 것 같다는 말에 말을 달려 최영에게로 가는 은수, 이 때 은수의 결정은 최영을 살리고 은수도 살게 했으니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물론 그로인해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내가 어떻게 보내줍니까, 임자를... 여기서..."

 

그 분의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때문에 그 분이 그런 험한 일을 당한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쓰리고 무겁다. 나는 하루에도 수백번씩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왜 하필 저 분을 데려왔을까? 어쩌다가 왜???'.  괜찮냐느냐는데도 팔을 뿌리치고 비틀비틀 가는 그 분, 덕만에게 뒤를 부탁하고 서둘러 궁으로 돌아가야 했다.

시간을 벌고 있을 전하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그 분을 지나쳐 그냥 말을 달렸다.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돌아볼 수 없었다. 그 분의 슬픈 눈을 마주하는 것이 겁났다. 말에 태우고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분은 또 뿌리쳤을 것이기에.

그 자의 빙공을 처음으로 대해봤다. 밀렸다. '기철 이 자, 생각보다 강하다. 이기기 힘들겠다'.  

왜였을까? 나를 죽일 아이라는 말이  신경쓰였던 걸까? 이성계라는 아이를 만나보고 싶어졌다. 훗, 아직은 솜털 보송보송한 어린 애, 눈에 총기가 서려있고 검에 관심을 가진 아이였다. 직감적으로 느꼈다.이 아이도 훗날 검을 들 아이구나... 그 검이 사람을 지키는 검이 돼주기를 바란다.

 

그 아이는 사람들이 나를 일당백의 사내라고 한다고 웃어보인다. "백명의 적이 기다리고 있으면 무조건 내빼! 그 뒤에 숨어있는 한 놈만 잡으면 되는데 뭐하러 싸우냐?" 그 아이에게 한 이 말을 실행에 옮기리라고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이 이런 경우인지도 모르겠다. 뒤에 있는 그 한 놈을 잡기 위해 갔으니... 

그 분과 눈이 마주쳤다. 의기소침해 내  시선을 외면한다. 왜일까? 그 분에게 말을 거는 것이 낯설고 어렵다. 금방 잊고 금방 돌아서서 웃던 그 분이 웃지않는다. 내 앞이라서 그런 거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나를 웃게 해 준 그 분, "임자, 이제 웃지 않습니까? 웃지 않게 된 겁니까?".

마음이 헛헛하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그 분의 웃는 모습을... 웃지않은 그 분의 얼굴, 마음 한켠이 아파온다. 내가 그리 만든 것 같아서... 무거운 한 숨이 나오지도 못하고 목에 얹혀버린다. 

우선(지금하고 있는 일을 마치면) 전하께 청을 드릴 생각입니다. 얼마동안 궁을 나가 하늘문 쪽으로 가겠습니다". 내 계획을 귀담아 듣지 않는 그 분, 얼마 안 가 그 이유를 알았다. 홀로 떠날 계획이었음을, 도망치듯이 인사도 없이 날 피해서...

하나 묻자는 그 분의 말, 왠지 철렁해온다. 대책없이 나대는 그 분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저번에 나 혼자 도망가겠다고 하다가 비탈길에서 넘어졌을 때 잡아 준 사람, 당신 맞죠? 그날 내가 그 사람하고 있는게 위험해 보였다면 그 사람하고 싸웠겠네요?".

"언약했으니까요", 짧은 말에 임자이기 때문에 싸운다는 말을 숨겨본다. '임자는 제게 언약이고, 아니 어쩌면 언약보다 소중한 분입니다'. 기철과 싸우면 이길 수 있느냐고 묻는다. "질 겁니다, 제가". 젠장 기철의 빙공에 당한 어깨가 결려온다.  

서둘러야 했다. 전하의 사람들을 모으는 일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야 잠시 궁을 떠날 수 있을 테니까, 그 분을 모시고 하늘문을 가야하니까. 고백하건데 나는 벌써부터 싸우고 있었다. 돌려보내 주겠다는 내 언약과...

지켜주고 싶다. 그러나 데려다 주기는 싫었다. 지키는 것만 할 수는 없겠지... 그 분을 지키는 것이 곧 보내드리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지만,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그 분이 남기를 바라는 욕심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멈칫하는 나를 본다. 그래서였을까? 혹 이런 내 욕심을 그 분이 알아서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 좀 해보겠다더니 보따리를 싸서 홀로 하늘문을 찾아 떠나는 것이었다니, 이 겁없고 한심한 분을 어떡해야 하나... 

***이 장면에서 제 입은 미소가 끊이지 않았답니다. 보고 또 봐도 설레고 좋은 장면들이 몇 있는데 이 장면이 그렇거든요. 남장을 하고 삿갓을 쓰고 길을 떠나는 은수, 저기 꽃 사이에 최영의 모습이 보이자 화들짝 놀라 종종걸음으로 도망을 치는 장면, 꽃 속의 대장의 표정이 참 좋답니다. 한심하다는 듯, 재미있다는 듯, 임자가 도망가봐야 내 손바닥 안이라는 듯 은수를 지켜보는 최영, 눈 한 번 깜빡이는데도 설레더랍니다. 뒷덜미를 잡힌 은수의 뒷발질도 귀엽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잠시지만 달달해서 무지 애정하는 장면이랍니다***. 

진짜 묶어서라도 끌고 가려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또 도망가겠다고 한다. "우리 약속 끝내요", 쿵, 바윗돌 하나가 가슴을 내려친다. "나 납치해 온 것 없던 걸로 해줄게요. 나 돌려보내주겠다는 것도 없던 걸로 해요".

바보같은 분, '임자 그거 압니까? 싸우다 내가 죽을까봐 도망치겠다는 임자의 말이 짧은 순간 날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그런 임자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 죽지 않을 거라고, 임자를 두고 죽지않을 거라는 말을 왜 해주지 못했을까? 

그 분때문에 또 싸울 것이고, 설사 그것이 죽음으로 이끈다고 해도 싸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분도, 그리고 나도...

'악수', 하늘세상의 의식같은 것을 하자고 한다. 처음 만나서 인사할 때,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울때, 헤어질때 한다는 의식, 그리고 손을 내민다. 그 분의 악수는 마지막의 의미란다. 허!

(은수의 삿갓을 머리에 눌러씌우고 터프하게 은수의 손을 잡고 끌고 가는 최영 이민호, 그냥 가슴 두근입니다. 은수의 삿갓을 올렸다가 남장한 모습을 위아래로 보고는 기가 차다는 듯이 눌러씌우는 모습도 그냥 이뻐 죽겠더라죠. 대장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 제게는 다듬이질이 된답니다).

 

"내가 맺은 언약입니다. 그래서 끝내든 말든 그건 나만 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참고 조신하게 기다리면 데려다 준다는데도 막무가내인 그 분, 들쳐매고서라도 끌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지 못했다. "이렇게 끌고 가봤자 나 다시 도망칠 거예요. 보내줘요. 더 이상 사람들 죽는 것 못보겠어요. 당신들 세상에 끼어들기도 싫고 당신때문에 우는 것도 싫어요".

가슴을 내린친 바윗돌이 산산히 부서져 박혀온다. '그런 거였습니까. 임자? 나 때문에 울고 나때문에 더 이상 웃지 않게 된 것이었습니까? 나때문에 떠나려고 하는 겁니까?'.  

"내가 어떻게 보내줍니까? 임자를 여기서?"

***이 부분은 밑줄 쫙 오늘의 생각할 거리 하나입니다. 영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은수의 마음을 알았기에 더더구나 보내줄 수 없다는 말, 마음에 품은 은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어떻게 보내느냐는 최영의 마음같이 들리던데 말이죠. 임자팬들의 의견은?***

 

결국 그 분의 보따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그 분을 잡지 못했다. 그것이 그 분과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한참이나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가슴이 텅빈채로... 나는 여전히 그 분을 보내지 못한다. 아마 평생, 내 마음에서 그 분을 보내지 못할 듯하다.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를 그 분, '임자, 임자 지켜주는 것, 약속, 언약 그런 것 끝내는 것 쉽다고 했습니까? 그냥 끝내면 된다고 했습니까? 저는...그리하지 못합니다. 임자를 지켜드릴 것입니다. 임자의 세상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나의 언약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이다"

 

익재선생은 내 말의 진심을 받아들였다. 부끄러움을 아는 왕, 내가 처음으로 스스로 택한 왕이기에 그 부끄러움을 지켜주고 싶다는... 그리고 또 지켜야 할 사람들이 늘어났다. 익재선생과 학자들을 서연장에 무사히 나갈 수 있게 지켜야 한다.

어지럽다. 내 마음인 양 연못에 비친 내 모습이 어지럽게 일렁인다. 지켜야 할 사람들, 주상전하, 전하의 새 사람들, 그리고, 그 분... 모두의 적은 뒤에 숨어있는 기철 그자! 정면돌파다.

***개인적으로 물결에 어지러이 일렁이는 최영의 얼굴장면은 좋은 기법이었습니다. 최영의 깊은 고뇌, 갈등을 물결에 비친 최영의 얼굴로 표현했거든요. 공민왕과의 깨알웃음 장면은 본방리뷰때 써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노국공주와 강안전에 함께 기거하게 된 공민왕에게 잘 대처하라는 인사를 하는 최영, 그들의 대화가 은유적이고 재미있었죠***

 

"매희 그 아이도 믿지 못했어요. 내가 자기를 지켜줄 수 있다는 거, 그 분도 믿지 못하더라고... 고모,, 매희 그 아이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요. 너무 오래돼서 생각이 잘 안난다고요. 이러다가 저세상에서 만나도 못알아보면 어떡해? 그럼 안돼잖아. 그래서 그 전에 정말 잊어버리기 전에 만나봐야 할 듯 싶네...", 눈치빠른 고모가 내 마음을 읽었겠지만, 그래도 고모에게는 그렇게 라도 인사를 하고 떠나야 할 것 같았다.  

 

'전하, 전하가 믿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하셨습니까? 그 마음 지켜드리겠습니다. 고고하신 나리들, 주상의 사람이 되어 뜻을 펼쳐보겠다고 했습니까? 지켜드리겠습니다. 임자, 나때문에 울기 싫다고, 나를 지키기 위해 떠난다고 하셨습니까? 지키고 보내드리겠습니다'.

 

기철과 함께 죽으리라, 그것만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그 분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안다, 그 자랑 싸우면 내가 질거라는 것. "아무래도 이상하지? 뭐 아까울 게 있고, 돌아볼 것이 있다고... 아무래도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이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가진 것이 없었기에 버릴 것도 없었다. 한가지 다시는 그 분을 볼 수 없음이 아플 뿐.   

 

기철에게 향하는 그 날, 무심히 올려다 본 밤하늘의 달이 그 분의 미소인듯 내 발걸음을 더디게 하고 있었다. '임자 얼굴만이 생각납니다. 아무래도... 죽어서도 임자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늘에 떠있는 달을 임자인 양 가슴에 담아봅니다. 자꾸 뒤를 돌아보고 싶은 이 마음은 왜 일까요? 미련, 임자에 대한 미련때문에 겁이 납니다. 임자와의 언약, 나 최영의 방법으로 지킵니다. 임자, 하늘세상에서는 부디 웃는 얼굴만이기를...'.

나를 웃게 만든 사람, 나를 살게 한 사람, 그 분은 내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되고 있었다.   

 

***목숨으로 지키는 신의, 언약의 무게, 목숨으로 지키는 연모,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한 회차입니다. 8회 감옥에서 경창군 마마의 죽음을 생각하며 눈물흘리는 최영, 그가 긴 잠에서 깨어나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화두는 삶의 가치였습니다. 11회에서는 이와 대치되는 죽음을 택하는 영을 만났지요. 삶과 죽음의 가치는 어쩌면 같은 질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고 싶어졌던 최영, 살아야 겠다는 최영이 왜 죽음을 택하려 했을까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 죽어야 하는가? 삶과 죽음은 최영에게 같은 것이었습니다. 지키는 것, 지키기 위해 살고 싶어졌고,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기를 주저않는 최영, 그가 짊어진 언약의 무게때문에 이토록 최영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은수가 떠나지 않았다면, 최영이 기철에 동반죽음을 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지는 않았겠죠. 은수를 지키기 위해, 그가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죽음을 향해 가는 대장, 은수없는 세상은 최영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매희 그 아이를 보내고도 죽음과도 같은 잠만 잤던 최영, 그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의 생각거리는 두 가지...우리 임자들도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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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7 11:54




우선 은수에게 참 미안한 10회였습니다. 고백하자면 10회를 보고 본방 리뷰때는 거품을 물었거든요. 역사 스포에 징징거리는 은수, 그 때는 정말 짜증 제대로 올라왔거든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은수를 위한 변명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은수의 자각을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는 의견으로요.

 

그런데 다시보면서 얼마나 은수에게 미안해지던지, 은수의 마음을 이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처음 본 다이어리, 기철의 말에 의하면 수백년, 어쩌면 천년 전의 유물이라고 하는데, 현대 의료도구에 이어 은수의 수첩은 카오스 멘붕이었을 겁니다.  

게다가 우연히 충수염에 걸린 아이를 수술했는데 그 아이가 훗날 조선을 건국하는 이성계라고 하니, 당시 은수가 받았을 충격은 이루말하기 힘들었겠지요. 타임슬립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역사스포를 하는 모습에 이 때 은수가 욕꽤나 먹었지요.

충격받은 은수가 만약 노국공주를 수술하지 않았으면 돌아가셨을까요? 경창군 마마는 독이 아닌 근육암으로 돌아가셨을까요? 그리고 삼켜버린 말은 만약 이성계를 살리지 않았다면, 조선은 건국되지 않았을까요? 저라도 그런 생각을 당연히 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은 이성계를 살리지 않았다면, 최영 그 사람 이성계의 손에 죽지 않았을까? 였겠지요.  

 

그 때 몰랐어요,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최영은 은수에게 이미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과는 동시대를 살 수 없는 인물임에도, 은수는 돌아가야 하고 최영은 남겠지만, 이미 은수에게는 남자 최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화꽃을 보며 최영을 생각하는 은수, 은수에게 고정된 시선이 특별함이었음을 모를리 없는 은수였을 겁니다. 그럼에도 은수는 부인하고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남을 수 없기 때문에,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은수를 거칠게 최영이 끌고 나갔지요. 입밀법으로 멀리 있는 소리를 듣는 능력을 가진 천음자가 은수 주위를 감시하고 있다는 수리방의 첩보때문이었죠. 이때 은수는 너무 충격받은 상태라 자신의 감정을 수습하기도 힘든 상태였지요. 끌고 가는 대장의 엉덩이를 걷어차기 까지 해서 최영을 컥!하게 만들기도 했고 말이죠. 감히 우달치 대장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사람이 고려천지에 있을거라 생각이나 했겠냐고요. 아무튼 고분고분 말을 듣지도 않고 힘차고 씩씩한 분, 성격까지 크게 한 성질하는 분입니다.  

그런데요, 은수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게 대장에 대한 사랑때문이었음이 보이더군요. 아직은 은수 스스로가 사랑이라는 구체적인 감정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은수는 최영을 지키고 싶어하지요. 이성계의 손에 죽음을 맞이할 최영. 은수가 아는 역사니까요. 본방을 보면서는 두 사람의 사랑 진도가 더디다고 푸념도 했었는데, 사실은 은수에게도 이미 대장이 사랑으로 자리하고 있었기에 이성계를 살린 것에 답답해 미칠 것 같았겠구나 싶더랍니다.  

은수에게 노란 국화는 최영이었습니다. 기철의 집 정원에서도 은수는 노란 국화 앞에 발길이 머물고, 최영이 은수를 지켜주던 모습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자신을 납치해 온 사람 이상의 감정으로 자리하게 되었지요. 은수를 지켜주는 사람, 은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피흘리고 싸우는 사람, 은수를 위해 검을 버리고 무릎을 꿇은 사람... 은수는요, 최영을 지키기 위해 하늘문으로 기를 쓰고 가려고 했던 것이었어요, 이때부터...

서로를 지켜준다는 말을 그래서 할 수 있었던 거였고 말이죠.

물론 역사 속에 던져진 은수는 혼란스럽고 믿지 못하겠고, 자신의 행동이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 후 은수의 행동은 최영이 자기때문에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려는 것만 생각하지요(은수 마음도 몰라주고 미안하대이... 훗날 최영이 은수를 안고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했을 때와도 연결되는 감정이기에 -그 때 최영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그때 가서 그 부분은 정리할게요- 10회, 11회는 은수의 감정선을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임자팬들 의견은?)

 

그 분 도망시켜야 겠어요 

'고모, 나 정말 답답해 미치겠어요. 누구때문인지는 눈치 100단 고모니 다 아실 것이고... 그 분만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찌르르 아파오는데, 그 분 너무 막무가내라서 어떻게 통제가 안돼요. 기철이 얼마나 무서운 자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그 분때문에 잠이 안와요. 기철이 어떻게 할까 봐서, 그 분을 끌고 가버리지는 않을까, 고분고분 말 잘듣는 성격도 못돼서 기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고모가 말한 금선이라는 화선처럼 되면 어떡하지?'. 

답답하다. 그 분을 도망시키는 길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기철 그자가 궁에 예고없이 들어와 그 분을 만나고 돌아갔다. 그 분이 하늘에서 오신 분이라는 것, 관심은 없지만 그 분이 미래를 알고 계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듯하다. 그 분이 위험하다. 앞날에 대한 궁금증, 사람들이 버리기 힘든 욕심 중의 하나이다. 더구나 가지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지.

하늘세상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는 기철, 보고 들은 것이 없다고 말해줬다. 경창군 마마에게 들려드린 하늘세상 그 신비로운 빛을 그자가 탐낼 것이라는 것은 뻔한 일.  

기철이 돌아가고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서성이는 내게 우달치 애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안 가보셔도 되겠습니까? 그 분 기다리실텐데".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철에게 또 무슨 이상한 말을 했는지 불안하다. 아니 거짓말이다. 사실은 그냥 그 분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가지못했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을 그 분, 괜히 화만 더 돋구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대만이 대신 덕만이를 그 분에게 보냈다. 혹이라도 그 분 위험에 처하게 되면 말상대 해주지 말고 그냥 들쳐업고 도망치라는 말과 함께...  

일이 많아졌다. 전하의 사람을 모으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 사람들이라면 전하의 팔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난 전하의 곁을 당분한 떠나있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하가 윤허해 주실 것이라 믿어보면서...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을 하늘문까지 모시고 천혈이 열리길 기다릴 생각이다. 시간이 더디 흘렀으면 좋겠다는 욕심과 함께 싸우면서, 그 때까지 그 분에게 아무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그 때까지만이라도 내 옆에 꼭 붙어있기를 바라면서, 남아달라는 말을 삼켜가면서, 나는 그 분과 이별을 준비했다. 돌아가길 원하는 분이시기에 내 곁에 남아달라는 말을 매일 매시간을 가슴에 묻어가면서...

그러나 난 그 분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 분의 작별인사를 듣고 알았다, 그 분을 보내기 싫은 내 마음을...

 

기철의 집에 다녀왔다는 말에 밀지를 대만이에게 던져주고 그 분에게 달려가 버린 나, 그 일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지 그 때는 알지 못했다. 피비린내 나는 죽음이, 그 분이 떠날 결심을 굳히게 될 것이라는 것도... 

"말했잖아요. 나 그 집에서 잘 지낸다고, 역모니 뭐니 해가면서 사람 갖고 놀지 않아도 됐다고요!", 의선을 그 집에서 빼내기 위해 전하께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아느냐고 내 마음을 에둘러 숨겨본다. '임자, 진짜 모르십니까? 내가 얼마나 임자를 그 집에서 데리고 나오고 싶어했다는 것을...'.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그렇습니까?".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간다.  

"그건 미안하게 됐어요. 의사인데도 아무 것도 못하고 헤매고, 그래서 경창군 마마 그렇게 당신 손으로 보내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하늘문 앞에서 당신 찔렀던 것도 미안하고.... 그래도 살아줘서 고맙고, 맨날 구박당하고 귀찮아 죽겠으면서도 나 지켜준 거 알아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분의 말이 이상했다. 마치 떠날 사람처럼 그 분은 내게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이제 내가 알아서 할게요. 더이상 나한테 신경쓰지 말아요. 내가 알아서 내 세상으로 돌아가는 길 찾을 테니까". 기철을 상대하는 법을 알았다고 혼자 해보겠다는 그 분, 눈 앞이 아찔해 온다. 순진한 분, 기철이 어떤 자인지 차라리 몰랐으면 싶었다. 그 분같은 하늘세상 사람들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잔인한 자라는 것을 차라리 몰랐으면 했다.

가슴 한가득 밀려오는 아픔, 서운함, 공허함, 나는 아직도 그 때의 내 감정을 한 마디로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가슴이 텅빈 느낌, 서늘한 바람이 가슴을 쓸고 머리를 돌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다 쓸어가 버린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적당히 그 자가 원하는 것 알려주고 수첩을 찾겠다는 그 분, '수첩이라... 수첩... 그 분의 수첩. 그 분이 돌아갈 좌표가 적혀있을 지도 모른다는 수첩, 정말 그 수첩이란 것에 그 분이 돌아가는 방법이 적혀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약초원을 나온 한참 후의 일이었다. 더이상 그 분과 마주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뭔가가 내 가슴을 아프게 훑고 지나간다. 여인네 처럼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다시 못만나게 될 지 모르니까 미리 인사하는 거예요. 그동안 고마웠다고, 미안했다고... 그리고 웬만하면 싸우지 말고, 다치지 말고, 때가 되면 좀 먹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 분이 혼자 돌아가겠다는 말, 신경쓰지 말라는 말만 가슴 한복판을 아리게 후벼판다. 아프게... 그 순간 내 심장도 멈춰버렸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 분 나를 믿지 못하고 있구나, 내가 지켜주겠다고 한 약속, 하늘세상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는 언약, 그 분은 나를 믿지 않는구나... 가버린 그 아이처럼.  

 

*****여기서 본방에서는 은수의 감정선을 놓쳤었는데요, 은수는 이 때부터 최영에게서 더 떠나려고 하지요. 자기때문에 싸우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은수는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아직 자각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이성계를 살리고 혼란스러워 했던 것은 최영때문이라는 것이 보였지요.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데 내가 누구한테 말해! 이 말은 곧 당신을 그 아이가 훗날 죽일 건데 난 그런 아이를 살렸다고, 당신을 죽일...

그리고 더 혼란스럽습니다. 은수가 알고 있는 역사를 바꿔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죠. 전 이 때 은수가 역사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최영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사 속의 최영장군이 아니라, 은수가 마주하고 있는 그 사람 최영.  

자기때문에 싸우고 위험에 처해지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 꼭 살아야 하니까요. 은수가 하늘세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은수의 기억속에서는 살아있을 그 사람으로 간직하고 싶어하죠. 그래서 전의시를 빠져나와 하늘문으로 남장을 하고 홀로 떠나는 결심까지 하게 된 것이고 말이죠.

은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리려고 한동안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지요. 모질게 작별의 말을 하고, 돌아가는 최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지요. 축 늘어진 어깨, 그가 어떤 마음으로 약초원을 돌아 병영으로 갔을지 은수는 마음아프게 지켜만 봐야 했습니다. 그것이 그 사람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사람을 지키는 것이 자기가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이죠.   

*****

 

약초원에 수상한 낌새가 있었다. 그 분을 노리고 있음이리라. 그 분의 말을 엿듣고 있음이리라. 하도 화를 내는 바람에, 아니 내가 의선이 살린 그 아이에게 죽을 거라는 말에 잠깐 정신을 놓는 바람에 말해주지 못했다. 말 알아듣는 쥐새끼가 있다는 것을... 그 분과 대화나누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말 잘라먹는 버릇에 도통 내 말을 먼저 들으려고 하지 않는 그 분, 무조건 내 말만 들으라고 윽박질렀던 것이 이제서야 후회가 된다. 말로는 도저히 그 분을 이길 재간이 나에겐 없다(괜찮아요, 대장! 대장에게는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눈빛이 있잖아요! 대장의 눈을 보면 그냥 다 설득당하고 싶답니다. 이민호의 눈빛은 블랙홀!).  

도망시켜야 겠다. 전의시도 안전하지 못하다. 기철의 손이 뻗치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시켜야 한다. 전하의 힘이 돼줄 사람들을 모으는 일만 마치면 그 분을 데리고 궁을 나가야 한다. 기철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그러나 내 바람은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다. 죽어나가는 전하의 사람들, 왕비마마와 장어의, 그리고 그 분의 목숨으로 협박하는 기철,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다.

우달치 애들이 의선이 없어졌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의선을 찾아 달리는 마음이 타들어간다. 말은 왜 그렇게도 느리게 달리는지, 그 분을 향해 달려 가는 동안 '임자.. 임자.. 임자..'밖에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기철의 목에 칼을 겨누는 최영 이민호의 카리스마, 이글거리는 눈빛은 분노를 담고 있었습니다. 의선이라는 말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짧은 시간의 불안감, 혼자 알아서 하겠다고 작별인사를 하는 은수를 바라보는 허허로운 눈빛, 그리고 그 안에 담은 더 많은 이야기들, 이민호의 눈빛은 자체로 대사입니다(이민호의 눈빛에 담긴 매력은 따로 글로 한 번 정리할게요).

***신의병동 심리치료 시간입니다. 신의를 보면서 우리 딸래미한테 매번 물어보고 답하는 말이 있었답니다.

질문1, "이민호는 뭐다?"

.....

질문2, "이민호는 뭐다?"

....

답은 더보기 클릭해서 보시고 임자팬들도 각자의 답을 달아보세요^^

 

더보기

 

***수우언니님이 데미안과 최영의 각성에 대한 좋은 글 올려주셨는데요('신의 8회, 저를 가지십시오, 싸움은 제가 하겠습니다' 리뷰글 댓글), 완전 감동먹었습니다. 읽어들 보셔요.

***이틀전부터 구글검색이 안되더라고요. 그것때문에 어제 하루종일 원인 찾느라고 땀 삐질삐질 흘렸는데요, 악성코드가 있다는 말에 댓글들 하나씩 지워보고 살리고 하느라 목이 뻐근합니다. 원인은 원래 달려있던 알라딘 광고를 악성코드로 인식했다네요. 구글이 그렇게 인식했다는데 황당! 알라딘 광고 수입은 시설에 자원봉사하시는 이웃 블로거를 통해 연말에 항상 책으로 기부를 해왔는데 이제 못하게 됐네요. 완전 나빴어 ㅠㅠ 그래서 알라딘 광고를 내렸는데 이제 될지는 모르겠어요. 구글검색이 안되면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을 하시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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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5 11:51




'당신 거기 있어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100년 전의 고려, 은수야 나에게 편지를 남겨. 은수 네가 그곳에서 이 편지를 보지 못했음을 알면서도 난 이렇게라도 뭔가를 적어 내려가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다. 그 사람의 따스한 눈빛, 정직한 눈빛, 따뜻한 품, 그 목소리,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다시 만질 수만 있다면, 다시 들을 수만 있다면... 다시 천혈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너무 길다, 은수야... 대장, 당신이 너무 그립습니다'.

 

은수야, 난 후회하고 또 후회해. 가여운 그 사람에게 그토록 모진말을 했던 날... 

호복을 벗고 변발을 풀어버린 공민왕은 멋졌어. 내가 배운 역사속의 공민왕이 그랬겠지. 슬픈 운명을 가진 남자, 누구보다 한 여인을 뜨겁게 사랑하고, 그 사랑을 잃고 좌절하고 만 왕, 공민왕을 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늘 아팠어. 내가 역사를 알고 있다는 것이 싫을 때가 그 때였거든. 노국공주와 공민왕 두 사람의 길고도 쩗았던 사랑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것이... 

임금님이 뭐라고 하셨는데 기억이 안나. 왕비님과 임금님은 원나라 옷을 벗어버리고, 고려옷을 입었지. 대신 아저씨가 길길이 날뛰고 뭐라했는데, 공민왕이 그러더라. 말이 안끝났으니 셧업하라고... 그리고 임금님을 도와 비밀리에 명을 수행하고 있던 중랑장 최영 어쩌고 하는데, 다음말은 하나도 들리지가 않았어. 저벅저벅 갑옷을 입고 우달치들과 걸어오는 그 사람을 보고 말문이 막혔어.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몰라.  

 

그 사람이 살아있어서, 내 눈으로 그 사람이 살아있는 것을 봐서 너무 기쁘고, 안도감과는 다른 반가움(그리움이었을까?)이 느껴지더라. 그 사람에게 다가가려고 했는데 기철 그 자가 내 어깨를 누르는 바람에 주저않고 말았어. 야속한 사람, 나쁜 사람, 그 사람은 나랑 눈도 안마주치고 그렇게 날 지나 임금님 앞에서 예를 취하고 품계를 받았지. 승진한 거지. 

궁에서 나와 다시 기철의 집으로 오는데, 그 사람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아무도 나를 잡지 않았어. 난 그렇게 다시 기철의 집으로 끌려왔어. 임금님과 기철 그자가 내 마음을 가지고 내기를 했다는데, 그 따위 내기에 난 관심없었어.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고? 흥, 내 마음이 나한테 있지 어디에 있겠어! 내 마음은 누가 달랜다고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그 때도 은수야, 난 내 마음이 내꺼인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고. 내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있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았어. 그 사람에게 조금씩 조금씩, 나중에는 하나도 안남기고 다 줘버렸다는 것을... 

그래서였는지 몰라. 그 사람에게 그렇게 화를 내고 발길질을 하고 돌아서 버린 것. 너무 서운했거든. 나 지켜주겠다고 했으면서, 나한테는 아무말도 해주지 않고, "거짓말 잘하십니까?",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하고 가버린 것은 뭐였냐고! 그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난 진짜 사극에서 나오는 것처럼 양팔다리를 묶여 거열행에 처해지는 것은 아닌가, 미친 망나니의 칼에 죽는 것은 아닌가,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몰라.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았어. 그 사람이 그런 날 가만 보고 있지 않았겠지, 자기 목숨이라도 내놓고 구했겠지.

 

기철 그 자가 준 옷, 솔직히 하나도 안예뻤어. 앙드레 김 쌤 옷 디자인 반에 반도 못 쫓아올 옷을 어쩔 수 없이 입고 나갔지. 치렁치렁 거추장스러워서 벗어던지고 싶었지만, 혹시나 그 사람을 죽일까봐... 머리 허연 피리쟁이가 소리로 그릇들을 박살내고 사람도 죽인대잖아. 감옥에 있는 그 사람, 그러면 꼼짝없이 죽는 거잖아. 불쟁이 언니는 화공으로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고 하고... 도대체 이런 세상이 어딨냐고! 난 아직도 꿈을 꾼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해. 

그러고 보니 그 사람, 그 날 칼을 버리고 무릎을 꿇던 그 사람,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어. 그 여자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을 봤던 거야. 독이 들었는지 먼저 술을 마셔보던 그 사람, 경찰 방패로 불쟁이 그 여자가 내 근처에 얼씬 못하게 찍어내리던 그 사람, 경창군 마마를 찌른 모습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생각하고 있지 못했는데...

그 사람이 느껴졌어. 기철에게 도망가다 비탈길에서 넘어질 뻔 했을때 내 어깨와 허리를 감싸 받춰준 사람,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어. 설마 감옥에 있는 그 사람이 나올리가 없어서 헛것이었나 했었는데, 그 사람이었어. 그 사람은 언제나 날 지켜주고 바라보고 있었어. 언제나... 

다음날 그 사람이 기철의 집으로 뭘 찾으러 왔다는 말에 난 참을 수가 없었어. 묻고 싶은 것도 많았고, 경창군 마마 일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서... 그 사람이 날 데리러 왔구나, 속으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그런데 아니래, 자기 검을 찾으러 왔대. 그 사람 눈빛이 너무 차가워서, 아니 검을 찾으러 왔다는 말이 너무 단호해서 난 아무말도 하지 못했어.  

경창군 마마 잘 보내드렸다는 말에 굳어지는 그 사람, 그 사람이 제일 아팠겠지. 그렇게라도 그 사람에게 경창군 마마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는지도 몰라. 아냐,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을 그렇게 다 용서했다고 말하고 싶었어. 어쩔 수 없었을테니까, 그 사람도 나처럼...

거짓말 잘하냐고 묻고, 필요하게 될겁니다라고 무뚝뚝하게 말하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린 그 사람, 난 오래도록 그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어. 혹시나 돌아볼까봐, 그러면 나 진짜 여기서 나가고 싶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런데도 그 사람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지. 내 마음이 그게 아닌데... 내 마음은 기철 그 사람에게 준 게 아니라는 것, 그 사람은 알았을 거야. 갇혀있다는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을테니까...

따라가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어. 편하냐고 묻는 그 사람에게 잘 지낸다고 웃어보였어. 안그러면 그 사람 죽자고 싸울 거니까... 그 사람이 나때문에 피흘리고 싸우는 것이 너무 싫었어, 지금도...

다음날 난 궁으로 불려갔어. 왕비님이 아프시다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수술도 잘 끝났고 상처도 거의 아물었는데 무슨 일일까?

그리고 기겁초풍할 일이 벌어졌지. 기철 그 자랑 간 곳은 왕비님 처소가 아니라 대전이었어. 임금님이 우릴 기다리고 계셨고, 기철을 친국하겠다고 하는데 살얼음판같은 분위기였어.

그 사람이 내 앞에 서는데 숨이 멎는 줄 알았어. 너무 반갑고 좋았어. 기철을 친국하겠다는 것은 내가 더이상 기철의 집에 있지않아도 된다는 말이잖아. 그런데 기철이 아니라 나를 친국하는 거래. 경창군마마의 병을 몰래 돌봐줬다는 죄명이래, 쉬운 말로 대역죄라는 거야.

무각시들에게 끌려가면서도 난 그 사람만을 돌아보고 있었어, 나 좀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는데도 그 사람은 요지부동 꿈쩍도 않고 내 눈을 응시하고만 있었지. 그 때의 서운함과 허탈감이란, 아니 가슴에서 뭔가가 쏴하고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어. 그 사람에게 난 뭐지 싶어서, 난 믿을 만한 사람이 고려 천지에 그 사람 하난데... 

모든 것이 왕비마마와 임금님, 그리고 그 사람의 계책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속으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그런데도 날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이 그 순간 왜그렇게 꼴배기 싫었는지, 아니 화를 냈는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 후회가 돼. 정강이를 힘껏 차줬는데도 화가 풀리지가 않았어. 난 여자였어. 그 사람에게 투정부리고 어리광부리고 싶어하는...

전의시로 주거지를 한정한다는 죄목, 그게 날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난 그 사람에게 서운했던 것 같아. 미리 말이라도 좀 해주지, 얼마나 그 사람때문에 걱정했는지, 혹이나 그 사람이 역모죄로 죽게 될까봐, 기철의 집에서 영영 돌아가지 못할까봐 얼마나 불안했는지, 기철 그자의 집에서 있는 이틀이 내겐 2천년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 사람은 몰랐을까? 그 사람 싸우는 것 싫어서 편하다고 말해줬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또 화가 나고 서운하더라. 

그리고 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장빈 선생에게 안겨 엉엉 울고, 또 다른 이유로 그 밤을 하얗게 새우며 울었어. 가여운 그 사람을 생각하니 하염없이 눈물만 나오더라. 내가 얼마나 한심하고 바보같았는지, 장빈 선생이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거야. 그 사람의 유일한 희망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평범한 삶이었다는 것도, 그 사람의 유일한 희망을 버렸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도.

그 사람은 자신을 위한 삶을 버린 거야. 그 강직한 사람이 자신을 위한 삶을 버렸다는 것, 그건 앞으로도 영영 그렇게 살 거라는 말이겠지. 역사 속의 최영 장군, 고려를 끝까지 지키다 간 고려의 마지막 무사.  

경창군 마마는 고려에서의 내환자였어. 내 환자를 죽였다는 것을 난 참을 수가 없었어. 그 사람의 말이 날 얼마나 자괴감에 빠지게 했는지, 의원이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느냐는 말이 날 화나게 했는지도 모르겠어.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고, 그 사람이 죽였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만 날 위해 강조하고 있었던 내가 얼마나 바보같았고 미웠는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적어도 최영 대장이 칼을 쓰게 하지는 안했을 겁니다. 최영 대장은 무사, 주군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그런 자가 자기 손으로 주군이었던 자를 죽였습니다. 최대장이 죽인 건 자기 마음입니다. 그 일 있고 난 뒤 대장이 궁을 나가겠다는 마음을 접은 걸로 압니다. 그게 그 사내 유일한 희망이었거든요. 궁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것". 지금도 그 때 들려준 장빈 선생의 말 토씨 하나까지 다 기억해.  

장빈 선생의 말에 머리가 하얗게 비어가더라. 내가 그런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한 거지? 그 아픈 사람한테, 그 가여운 사람한테 얼마나 모진 말로 상처를 주었는지, 그 밤 내내 눈물만 흘려야 했어. 너무 미안해서, 그 사람이 너무 가여워서, 그리고 그 남자가 흘렸을 눈물을 생각하면서... 은수야, 나 정말 너무 바보같고 한심했어, 그때는...

그 사람이 하라는대로 쫌 하라는 말에 그냥 고분고분 "네" 할 걸... 그 사람 곁에 꼭 붙어있을 걸...

 

난 그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아픔을 알고, 그 사람의 눈물을 보고, 그 사람이 날 바라보는 정직한 눈빛 속에서 그렇게 커가고 있었다.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도 함께...

 

***오늘은 글 시작을 은수의 마음을 은수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써봤습니다. 최영에게 화냈던 은수의 마음이 이랬던 것 아니었을까요?

 

언제부터지? 기억이 안난다, 그 아이 얼굴이...

 

기철과 함께 입궁한 그 분, 호사스러운 의복이 눈에 들어온다. 기철 그자가 입힌 것이겠지. 잠깐 마음이 언짢아진다. 그 분이 나를 보고 일어나려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철 그자가 그 분의 어깨를 지긋이 누르는 것도..."손 치우지 못해!', 마음에서는 불이 나고 있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참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 분이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을 애써 무시하면서...

뭐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눈을 돌리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그 시간이 참으로 길었다. 내 얼굴에 고정된 그 분의 시선, 따갑다. '임자, 아직도 제가 밉습니까? 경창군 마마를 그리 보내드린 것, 아직도 용서가 안됩니까? 용서하지 마십시오. 저도 저를 용서하지 못하니까요'. 

고모때문에 속상한 날이기도 하다. 그렇게 콕 집어서 안된다고 할 것은 또 뭐요! 하늘의원은 꿈도 꾸지 말라는데, 왜 안되느냐고 말대꾸로 내 마음을 내보이기도 해본다. 고모는 그냥 하는 말이라 여겼겠지만...

고모의 입에서 그 아이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아... 잠시 잊었구나... 7년간 잠만 퍼질러 자게 만든 그 아이? 그것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실은 내가 스스로 나를 가두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고모와 길게 얘기나눠봐야 뒷통수만 얻어맞을 것이고, 내 마음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일어서 버렸다. '내 마음 들키지 않고 혼자만 그 분 보겠습니다. 혼자만 마음에 품겠습니다. 돌아가야 할 분이라는 것 누구보다 내가 잘 아니까...', 마음 한 자락에 허전함이 밀려들고 이내 아프게 쑤셔댄다. 

주상전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 수리방을 찾아나섰다. 여전히 짖궂은 장난으로 인사하는 수리방 녀석들, 만보아저씨 아줌마는 날더러 새 주상의 개가 되었다고 빈정되지만, 이젠 칼을 버리고 편하게 살라는 속뜻임을 모르지 않는다.

 

주상전하와 기철이 의선의 마음을 가지고 내기를 했다고? 먼저 의선을 찾아와야 겠다는 주상전하에게 처음으로 고마움이라는 것을 느꼈다. 의선을 돌아가지 못하게 붙잡고, 기철에게 내어주고, 의선에 관해서는 주상의 행동이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는데... 나 뒤끝이 좀 긴 편이라. "의선의 마음 먼저 확인해 보겠습니다".

스승님이 물려주신 검이 기철에게 있다. 돌려보낼 정신이 없었으리라. 나를 역모로 몰아넣고 하루만에 졸지에 당한 일이니, 여튼 그 점은 참 고마운 일이다. 기철의 집에 갈 구실을 그 자가 만들어 주었으니...

 

의선의 마음, 그 자에게 주지않았음을 나는 곧바로 알아보았다. 나를 보는 그 분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내 것을 찾으러 왔다", 내 입은 검을 말하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그 분을 말하고 있었다. 기철 그자에게 내가 연모하는 분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빙충이같은 기철이 그 말을 알아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검을 찾으러 왔다는 말만 했던 내 입이 얼마나 미웠는지 임자 그거 아십니까...'.

"편안하십니까?", 날 만나러 온 거 아니냐고 묻는 그 분, 마음 속에서는 수백번도 더 말하고 있었다. 임자를 만나러 왔다고...  

"부원군 나리와 대전에 함께 나오신 것은 '그 마음' 이집에 두시기로 한 것... 전하는 그리 알고 계십니다(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십니까?". "내가 이집에 갇혀있는 거고,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고 하면 당신 또 싸울 거잖아, 피흘리면서... 난 잘있어요".

그 분을 당장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야 했다. '의선의 마음은 이 집에 없다'. 나를 위해 잘지내고 있다고 말하는 그 분, 잘 지내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안다. 그럼에도 그 분을 그 집에 그렇게 홀로 두고 나오고 말았다. 안전하게 피흘리지 않고 모시고 나올 방법을 찾았으니까... 그 말을 해주지 못하고 나와서 내내 마음에 걸린다. 그 분에게는 긴 하루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나처럼... 

옷자락을 잡은 그 분의 손, 그 손을 잡고 나가고 싶었다. "당신 죽는 줄 알았어요. 다들 그렇게 겁줘서. 근데 살았으니까 됐어요", 옷자락을 놓는 그분의 손을 덥썩 잡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또 누르고 서있는 내게 그 분이 덧붙인다. 경창군 마마 잘 보내드렸다고... 그 분의 마음이 조금 풀린 것이리라.

거짓말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만 하고 돌아나왔다. 돌아오는 발이 천근만근 무겁다. 잘하실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인지 거짓말 잘 하실 것이다. 터벅터벅 내 발은 무겁게 그 자의 집을 나오는데, 내 마음은 기철의 집을 향해 뒷걸음치고 있었다. 갇혀있다는 말에 대만이 쳐들어갈 기세로 날 올려다 본다. 기특한 녀석, 내 마음을 이 녀석만큼이나 잘알고 있는 애가 있을까? 

기철의 집을 나서면서, 뒷걸음질쳐 그 분을 향해 가고 있는 나를 보며 난 문득 깨달았다. 언제부터인지 그 아이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그 아이를 보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분이 내 전부가 되었다는 것을... 

 

대전에서 끌려나가는 그 분, 원망의 눈빛이 가득하다. 왕비마마의 처소 앞에서 그 분을 기다리는 시간은 왜 그렇게도 길던지, 드디어 그 분을 모시고 왔다, 기철 그 자의 집에서... '임자, 이제부터는 제발 쫌 내 곁에 딱 붙어있으라고, 그래야 지켜줄 수 있다고'. 

뾰로통 화가 나있는 그 분, 그리고 나는 그날 그분의 마음을 읽었다.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힘들어 지쳐가고 있는 그 분을 나는 그렇게 힘없이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하늘세상의 가족들, 그 분의 그리움을 나는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강화로 가던 날 밤도 그 분은 말했다. "지금쯤 우리 엄마 외동딸래미 없어졌다고 앓아 누우셨겠다", 장어의에게 안겨 우는 그 분을 보며 미안함과 알 수없는 서운함이 가슴을 쓸고 지나간다. 내게는 편하시지가 않구나...

하늘이 낮게 내려온다. 내 마음만큼이나 무겁게...

 

***신의 종합병원 돌발 웃음처방전이 나왔습니다^^

솔샘물님 댓글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영의 대사 중 왜 하필 저 여인을 데려왔을까? 라는 대사가 있었지요. 이 대사를 본방에서는 "왜 하필 저런 년을 데려왔을까"로 듣고, 그날 잠을 이루지 못했답니다. 댓글보고 정말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ㅎㅎㅎ

다음날 인터넷 방송으로 다시보고, 그럼그렇지 우리 영이 그런 말을 했을리가 없지 하며 안심했다는 방송후기였습니다. 솔샘물님~ 글 올리기 전에 계속 이것 우리 임자팬들에게 웃음서비스로 적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글 올린 후 솔샘물님 다녀가신 후에 까먹은 것 알고 첨가했는데, 댓글 인용해도 괜찮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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