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에 해당되는 글 48건

  1. 2012.08.21 '신의' 허공에서 만난 눈빛, 두 남자 두 여자의 고백 (2)
  2. 2012.08.15 '신의' 류덕환의 섬세한 연기, 공민왕이 김희선을 못 가게 막은 이유 (8)
  3. 2012.08.14 '신의' 최강 비주얼 김희선-이민호, 캐릭터까지 제대로다 (19)
2012.08.21 14:01




"죽지마요"
여전히 현실과 꿈 사이에서 멘붕상태인 유은수입니다. 왕이라는 사람이 등장하지를 않나,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 목의 자상을 치료해 준 여자가 원나라의 공주라니, 이런 퐝퐝 퐝당한 꿈은 두 번 다시 꾸고 싶지 않아!!입니다. 은수 머리가 돌고 있는지, 미친 사람들의 나라에 와있는지, 이 모든 일들이 그저 꿈이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악몽은 계속됩니다.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는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칠 때입니다. 거칠게 벽으로 몰아세워 은수를 쏘아보는 이글이글 타는 눈빛, 생생한 눈동자는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으니까요. 
그 사람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패혈증이 진행되고 있는 듯한데 진찰조차 못하게 합니다. 이런 싸이코 또라이 환자는 처음입니다. 치료 좀 받으라고 의사가 환자에게 사정사정해야 하다니,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도 무시하면서 살고 싶은 의욕이 없는 환자는 보다보다 처음입니다. 
그런데도 은수는 이 남자를 살리고 싶습니다. 죽어버리면 뒷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터질 것같은 불안감에 휩싸이는 은수였지요. 2012년 서울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 것만 같은, 이 사람이 죽으면 안될 것같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의 정체를, 아직은 모르는 은수입니다.
"죽지 마요. 죽지 말라고... 당신이 싸이코 또라인 건 알겠지만, 그래도 나 혼자 놔두고 죽어버리면 나 어떡해...", 은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지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이 아니면 집으로 영영 돌아갈 수 없을 것 같고, 이 사람이 죽으면 안될 것 같고, 그리고... 이 사람이 죽으면 가슴이 아플 것같습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플 것 같습니다.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보내고 싶지 않다

열을 재보겠다고 얼굴에 손을 대려고 하지를 않나, 맥을 재보자며 남자 손을 덥석 잡으려는 엉뚱한 여자, 아무에게도 자신의 몸상태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최영입니다. 오늘 죽으나, 내일 죽으나 생에 미련이 없는 최영이었기에 말입니다.
선왕전하의 마지막 명, 공민왕을 고려로 무사히 모시고 오라는 임무수행만 끝나면, 조용히 살고 싶은 최영이었습니다. 칼을 잡는 것이 지긋지긋한 최영이었습니다. 의미없는 칼, 베어도 베어도 끝장나지 않을 이 무의미한 권력싸움터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최영이었죠. 무릇 무사는 나라를 지키고, 적의 목을 따는 것이 본분이거늘, 적이 점령한 안방을 지켜야 하는 것이 고려가 원하는 무사라면, 이제 그만 사양하고 싶은 최영입니다.
하늘의원을 보고 이상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최영, 울먹이는 은수가 신경쓰이기 시작합니다. 여자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나온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떡을 먹다 사레가 걸려 켁켁거리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합니다. 아무데서나 바지를 걷어 속살을 보이는 여자, 심지어 싹둑 잘라 망측하게도 허연 다리를 드러내놓고,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는 하늘의원의 요상스런 정신상태는 이해하지 못하겠는 최영이지만, 죽지말라고 울먹이는 하늘의원의 말이 이상하게도 가슴을 쿡쿡 찔러옵니다. 죽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이 여자를 꼭 지켜줘야 합니다. 무사 최영의 이름을 걸고 언약했으니까요.
아스피린이라고 했던가? 손에 쥐어주고 간 이상한 이름의 약을 먹어야 할 것같습니다. 죽지말라고 부탁하는 은수, 은수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한 최영이었지요.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 하늘의원이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무사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하늘의원을 걱정과 불안으로 울리지 말아야 할 듯 싶은 최영입니다. 그런데 보내고 싶지 않은 이 마음의 정체는 뭘까??? 자꾸 그녀를 훔쳐보고 싶고, 밥도 안준다고 궁시렁거리는 그녀가 귀엽습니다. 처음입니다. 그녀가 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싫으십니까?"
'그날, 내가 보탑실리 공주라고 밝혔더라면, 전하와 내 사이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노국공주의 머리 속에 강릉대군(공민왕)을 만났던 그날의 기억들이 스쳐갑니다. 노국공주의 회상장면을 통해 공민왕과의 악연, 혹은 운명같은 인연이 된 만남이 나왔는데, 그 보다는 훨씬 이전에 공민왕을 만난 적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래 전부터 공민왕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고려말을 배웠던 이유도 공민왕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였을 듯 싶고요.
공민왕의 깊은 원한과 분노를 본 것은 슬프게도 노국공주가 가장 설레였던 날이었습니다. 강릉대군과 혼인하게 될 것이라는 말에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던가, 수려한 외모에 기품있는 말, 예술에 깊이가 있었던 강릉대군의 그림솜씨는 원의 황실에서도 칭송이 자자했었습니다. 강릉대군을 흠모하고 있었던(제 상상이외다) 노국공주였기에 고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지요.
그러나 몰랐습니다. 강릉대군의 마음에 원나라에 대한 원한이 그토록 사무치게 깊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열 두살의 어린 나를 끌고 와서 저들 황태자에게 시중을 들라며 수모를 주더니, 이젠 그들의 사위가 되라고 하는구나". 공주의 방인줄 모르고, 공주와의 만남을 피해 숨어들었던 곳에서 만난 고려여인에게 강릉대군은 그리 말했지요. 그 고려여인이 만나기 싫었던 원나라 공주라는 것을 알지 못한채 말입니다.

"왜 하필 그대가 원의 공주였던 것이오"
"일면식도 없는 그 여인, 듣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원의 여인을 날더러 받아들여라? 내 만났다 한들 원의 계집따위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원의 공주와의 혼인을 피하기는 힘들 듯하니 첫번째 부인이 되어달라고 처음 본 자리에서 청혼까지 했던 강릉대군이었지요. "지금처럼 우리 고려말로 내가 하소연을 하면 들어주고, 두렵거나 분이 나서 떨고 있을 땐 옆에서 잡아줘. 원의 계집 따위는 그대 자리에 접근도 못하게 할 것이니...", 강릉대군은 보지 못했습니다. 고려여인이라 생각했던 그 여인 노국공주가 말없이 흘리는 눈물을 말입니다.

'당신이 보탑실리 공주였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내 그대에게 그리 깊은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오', 노국공주를 볼 때마다 공민왕은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속내를 털어놓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자신의 숨소리조차 원의 황실에 보고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공민왕이었습니다. 자신을 보필하는 신료들은 원의 입과 귀가 되어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들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공주의 궁에서 만난 여인은 까닭없이 믿고 싶었습니다. 노국공주를 조공으로 끌려 온 고려여인이라 생각했던 공민왕은 밖에서 자신을 찾는 소란이 벌어지고 있어도 아무 말없이 그를 지켜봐 주는 여인이 고마웠지요. 원의 공주와 만나는 것을 피해 숨었다는 말에 원의 공주와 혼인하는 것이 싫으냐고 물어줍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던 질문이었지요. 고려의 왕조차 원 황실에서 임명하는 세상이니, 왕자의 혼인도 저들 마음대로였으니까요. 왜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10년을 참았던 설움과 분노가 터져나왔던 공민왕이었지요.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속엣말이 터져나왔습니다.

"싫으냐고? 저들 마음대로 고려왕을 임명하고 폐위시키고, 선왕인 내 형님께서는 그들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귀양을 가실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느냐? 나 또한 이제 그들의 사위가 되고 고개를 숙이고 부르면 기어가고 내쫓으면 얻어맞고...". 알고 있다고, 그 설움과 한을 알고 있다고 위로하듯 따스한 손이 공민왕을 잡아주었지요. 허공에서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쳤지요.
그 때였습니다. 공민왕에게 그 여인이 운명같은 사랑으로 다가왔던 것이...이 여인이라면 하소연도 할 수 있을 듯했고, 두렵고 화가 나 떨고 있을 때 힘이 돼 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여인이 원의 공주였다니, 이 무슨 얄궂은 인연인지, 왜 하필 그대가 원의 공주였던 것이오.
개경황실, 아무도 없는 텅빈 대전은 공민왕의 입지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원이 마음대로 조종하는 허수아비왕이라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세상은 기철의 세상이었고, 텅빈 대전만이 고려 31대왕 공민왕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10년만에 돌아온 고려는 그렇게 무너져 가는 담벼락처럼 기울어가고 있었습니다.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없는 돌잔치를 마련해 신하들의 입궐을 막아버린 기철(유오성)이었지요. 
그러나 공민왕은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고려를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 최영과 함께라면 자신이 있는 공민왕입니다. 하늘아래 믿을 수 있는 자, 목숨으로 어명을 지키는 최영대장과 함께라면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함께 해주었으면 좋을 사람이 있었지요. 사랑할 수 없는 여인, 그러나 하늘아래 사랑하는 단 한 여인 노국공주.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허공에서 마주친 두 사람의 눈빛으로 말입니다. '이것이 내 고려요. 힘없는 고려왕,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소. 비웃고 있겠지요. 비웃으세요. 그리고 잘 보세요, 이제부터 내가 무엇을 하는지', '전하, 전하의 자리입니다. 두렵고 분이 나십니까? 옆에서 잡아달라고 하셨지요. 잡아 드리고 싶습니다. 전하의 자리, 전하의 나라를 굳건히 지키세요. 이제 저는 고려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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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5 11:08




드라마 신의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진한 사랑이 깔려있습니다.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입니다. 2012년 서울에서 고려로 타임슬립한 유은수(김희선)와 최영(이민호) 장군의 사랑이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보여줄 예정이라면,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세기의 로맨스는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가 되겠지요.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은 판타지나 상상물이 아닌 역사에도 절절하게 기록되어 있는 사랑이죠. 아마 부인을 그렇게나 끔찍하게 사랑하고 아꼈던 왕은 우리 역사에서 드물지 싶습니다. 타지마할 왕궁(묘)을 세운 무굴제국의 샤 자한 왕에 버금가는 아내사랑의 순애보 인물이 공민왕입니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통하지 않는 역사, 그럼에도 우리는 수없이 '만약에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역사를 상상 속에서 바꿔보기도 하죠. '노국공주가 일찍 세상을 뜨지 않았더라면 공민왕도, 또한 고려의 역사도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상상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고려의 멸망은 원에서 명으로 넘어가는 대외적 정세와 궤를 함께 하기도 하지만, 공민왕이 젊은 나이에 암살당하지 않고 추진하려던 개혁정치가 성공했더라면, 이성계에 의해 조선이 세워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역시나 만약에라는 가정이지만 말이죠.
출산을 하다 세상을 떠난 노국공주, 공민왕은 노국공주의 죽음 이전과 이후로 전혀 다른 모습의 왕이 돼버렸지요. 반원정책과 개혁정치를 추진하던 공민왕은 노국공주가 죽자 만사에 의욕을 잃고, 국사를 승려 신돈에게 맡긴채 노국공주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다, 결국 환관 최만생에 의해 살해당한 비운의 왕입니다. 공민왕의 방탕한 생활이 그의 치적을 폄훼하기도 하지만, 승자에 의해 쓰여진 역사이기에 과장된 것도 섞였으리라는 짐작은 됩니다.
여하튼 공민왕의 반원 자주정책과 기씨일가를 비롯한 원나라 세력과 권문세력을 혁파하고 왕권을 강화하려는 개혁정치는, 노국공주의 죽음과 함께 고려중흥의 노력도 힘을 잃게 되었죠. 드라마 신의에서는 공민왕의 어느 시기까지를 보여줄 지 모르기에, 역사적인 스토리는 드라마 진행스토리를 봐가면서 리뷰를 통해 제가 아는 선에서 함께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영과 유은수의 운명적인 사랑이 하늘문이 열리듯 이제 막 진행되려고 한다면,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표현만 하지 못하고 있을 뿐,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에서 그 사랑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노국공주의 시선과 마주치면 애써 외면해 버리는 공민왕의 당황해 하는 표정에서, 노국공주에 대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어 보였으니 말입니다.
열두살에 원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다가 10년만인 1351년 고려로 귀국하는 공민왕, 노국공주와는 1349년에 이미 혼인을 한 상태였습니다. 고려황실의 자존심, 고려황실의 명예를 두 어깨에 짊어진 공민왕으로서는 노국공주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 금기시 하고 있습니다. 고려를 속국으로 만들어 버린 원나라의 공주를 사랑할 수 없는, 왕이라는 자리의 업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나라에서 볼모로 지내던 공민왕에게 노국공주는 한 번도 원 황실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남자못지 않은 기개와 따뜻한 품성을 지닌 노국공주는, 한마디 불평불만없이 공민왕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낯선 타지 고려로 따라 나섰지요. 차디찬 눈빛, 가까이 하지도 않는 무심한 남편인데도 말입니다.
노국공주와 공민왕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갑게만 대하는 남편임에도 사랑은 식을 줄 모르고 더 불타올랐고, 눈길을 건네는 것조차 고려인으로서의 수치라 생각했던 공민왕 역시도, 그의 눈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쫓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기철이 보낸 자객들에 의해 객잔에 화골산이 터져 피하는 중에도, 공민왕은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노국공주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지요. 다행히 하늘의원 유은수에 의해 수술은 받았지만, 의식이 회복되고 있지 않았던 노국공주였습니다. 장빈(이필립)에게 안겨 뒤따라오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노국공주였죠. 노국공주를 모시고 있던 첩자 시녀가 길을 다른 곳으로 안내하고, 문을 걸어잠궈 버렸기 때문이었지요.
노국공주가 보이지 않자 하얗게 질려 독극물이 퍼지고 있는 객잔계단으로 다시 올라가는 공민왕, 다급하게 외치는 그의 목소리에는 노국공주에 대한 걱정과 감추지 못한 사랑이 드러나고 있었지요. "그 사람이 안 보이네. 방금까지 옆에 있었는데 안 보여!!".
독공이라는 말에 놀라 걱정스럽게 노국공주를 바라봤던 공민왕은, 장빈(이필립)이 노국공주를 안는 모습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객실을 나오기도 했었지요. 그러던 그가 노국공주가 보이지 않자 계단을 뛰어올라가 공주를 찾아헤매는 모습에는, 고려의 안위가 아닌 노국공주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게 묻어 있었습니다. 조일신의 멱살을 잡고 노국공주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노하는 모습에는, 극한의 상황에서 그 동안 감추고만 있었던 사랑이 고스란히 나오고 있었지요. 시크해 보이는 공민왕이지만, 류덕환은 공민왕의 노국공주에 대한 사랑을 숨은 1초 사이에서 섬세하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국공주의 부상에도 무심한 듯해 보이는 공민왕의 표정에서는 노국공주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뢰를 확인하기는 힘들죠.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의 사랑을 알고 있는 시청자의 눈에는 공민왕(류덕환)이 노국공주(박세영)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꾸만 사랑이 읽혀집니다.
시녀에 의해 살해당하려는 순간 현대에서 가져온 경찰 방패를 던져 노국공주를 구한 최영이었죠. 여담이지만 최영장군 상당히 귀여운 구석이 있더라죠. 경찰 방패를 왜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북이 등딱지처럼 뒤에 딱 붙이고 다니는 모습이 은근히 귀엽더랍니다.
시녀가 칼을 찌르려는 순간 노국공주의 의식은 돌아와 있었고, 귀신을 보는 듯한 시녀가 기겁한 것은 잠깐, 최영이 날린 방패에 즉사! 했겠죠. 첩자 노릇을 한 꼴랑쫄랑 알아듣지 못하는 원나라 말을 하는 시녀가 죽었던지 기절을 했던지 간에, 중요한 것은 노국공주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겁니다. 하늘의원이 일을 제대로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즉 유은수는 하늘문을 통해 다시 현대로 돌아가도 된다는 말이렷다!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의식을 회복한 노국공주를 바라보는 공민왕의 눈빛에는 왕이 아닌, 지아비의 안도해 하는 마음이 들어있었습니다. 최영의 "깨어나셨습니다"라는 말에, 왕비를 염려했던 자신의 감정에 당황해 금세 표정을 바꾸고는, "그래 보이는군요"라는 무심한 대답을 해 버린 공민왕이었지만 말입니다. 류덕환이라는 배우, 섬세한 감정연기를 참 잘 표현하더군요.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빛에서도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좋은 배우입니다. 
노국공주가 살아났으니 약속대로 하늘의원을 돌려보내겠다는 최영의 말에 반대를 하고 나선 이는 조일신(이병준)이었죠. 조일신, 이놈은 곧 죽을 놈(공민왕 즉위 1년후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죽을 인물이죠)이기는 하지만, 칼을 빼서는 안된다는 유은수의 말을 무시하고 고의로 최영장군을 죽이려고 하며, 야욕을 드러냈죠. 신의(유은수)를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도 공민왕 즉위 후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술수였을테지요. 
"나 고려무사 최영의 이름으로 보내드리는 거예요. 내 이름을 무시하는 자 누구야! 막아봐", 최영의 이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어명이었습니다.

어명이라는 말에 무사의 언약과 어명 앞에 망설이던 최영은 결국 왕명을 받잡아 유은수를 가로 막고 말았습니다. 하늘문은 닫혀버렸고 유은수는 돌아갈 기회를 잃고 말았지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최영을 향해 칼을 뺴들고 달려드는 유은수,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행동을 취한 최영이었습니다.
최영이 자신의 몸에서 모든 기를 빼버린 것이었습니다. 내공이 무시무시한 최영, 뇌공에 장풍까지 쓰는 초울트라특공파워를 가진 최영이라면 칼을 튕겨내고도 남았을텐데 말입니다. 고려의 무신으로 어명을 따랐던 최영이었지만, 무사의 명예는 유은수 앞에 꽂아버린 칼과 함께 버렸던 최영이었지요. "고려무사 언약의 값은 목숨입니다"라고 했던, 무사로서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고자 했던 최영이었죠.
한가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공민왕이 내린 어명이었습니다. 고려무사의 언약은 목숨과 같다며, 유은수를 고려로 데려가서 보장받는 안위가 구차하지 않느냐고, 직설적으로 공민왕을 조소했던 최영이었죠. 왕이라면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깊은 생각을 하는 듯한 공민왕이었는데, 유은수를 막으라는 조일신의 의견을 취하는 것이 이상했죠. 이유는 두 가지였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나는 노국공주를 고려까지 무사히 데리고 가고 싶었던 것이고, 또 하나는 최영을 살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공민왕이 자신의 안위 따위를 생각했더라면, 정말 그랬더라면 아마 객잔에서 자객이 들이닥쳐 눈 앞에서 칼을 휘둘렀을 때 고개를 돌렸거나, 숨었거나 피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최영이 그랬지요. "무섭더라도 제 뒤에서 도망치지 않는다면 지켜드리겠습니다", 공민왕은 지켜주겠다는 최영의 말을 믿었습니다. 아니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도망쳐서 얻은 구차한 목숨 따위는 공민왕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그가 왜 최영의 목숨에 도박을 했을까요?
노국공주는 공민왕의 심중을 알고 있었을 듯도 하더군요. 한가지는 빼고 말입니다. 공민왕은 고민했을 겁니다. 조일신의 말대로 하늘의원 유은수와 함께 고려로 간다면, 왕으로서의 위엄도 설 것이고, 고려백성과 황실에는 하늘이 고려를 버리지 않았다는 희망을 안겨줄 것입니다. 허나 최영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유은수를 돌려보내려고 했죠.
만약 최영에게 하늘의원을 막으라는 명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최영이 위험에 처할 것임을 공민왕은 미리 읽었던 듯 싶더군요. 고려를 지켜줄 하늘에서 보낸 의원을 보냈다고 한다면, 조정관료들이 반역이라며 최영을 처형하자고 나섰을 테니 말입니다. 노국공주도 아마 이런 공민왕의 복잡한 심중을 정리해 보고 있었을테지요. 노국공주가 "전하께서는 정말 그자를 죽이고 싶은걸까 궁금하다"는 말을 했을때 공민왕이 놀란 것도, 노국공주가 자신의 생각을 읽었다는 것때문이었을 듯 하고요.
최영이 어명을 거역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공민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영이 칼에 베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자 공민왕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죠. "그 자가 내 명을 거역한 것인가? 그래서 벤 것인가?", 공민왕은 당황했지요. 최영이라면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주적인 힘을 가진 고려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항명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죠. 최영의 부하가 공민왕의 분노를 달래주기는 했습니다. "대장은 명을 따르셨습니다. 그래서 죽어갑니다".
공민왕이 할 말을 대신해 준 이는 노국공주였습니다. "우달치 대장은 내 목숨을 살린 사람, 내가 왕비의 이름으로 명을 내리니 가서 살려주게 그 사람. 이렇게 명을 내려도 되겠습니까, 전하". 
노국공주를 살리기 위해서도 하늘의원 유은수는 필요했습니다. 노국공주와 공민왕의 하늘도 갈라놓지 못하는 러브스토리를 알고 있기에 그쪽으로 해석하게 되는 이유도 있지만, 노국공주는 이제 겨우 의식을 회복한 단계지요. 만일에 있을 상처 후유증도 걱정이 되었을 공민왕이었고, 무엇보다 고려까지 가기 여정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자객들이 언제 어느 곳에서 나타날 지 모를 일이고 말이죠. 자객들이 노리고 있는 것이 노국공주라는 것을 알게 된 공민왕은 또다시 있을지도 모를 공격에서 노국공주의 안위를 걱정했던 것이지요. 혹이라도 또 다시 노국공주가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면, 다시 하늘문이 열린다는 보장도 없었을테고 말입니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은 공민왕이지만, 노국공주를 걱정하는 공민왕의 사랑이 유은수를 돌아가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노국공주가 몰랐던, 공민왕이 유은수를 보내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그녀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행간을 놓칠 수도 있는데도, 1초의 막간에도 공민왕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류덕환의 섬세한 연기, 정말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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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4 08:29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신의가 베일을 벗었는데요, 첫방을 본 느낌은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머리 뚜껑 열리게 재미있었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볼만하겠다, 기대가 된다는 정도였습니다. 요즘 드라마에서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봇물터지듯 나오고 있어서 식상할 수도 있지만, 고려왕조 최후의 개혁왕이라고 할 수 있는 공민왕과 최영장군, 그리고 현대에서 온 여의사 유은수라는 인물의 역사와 판타지의 접목은 흥미롭습니다. 특히 최영 장군(이민호)의 상상도 못했던 허허실실 캐릭터는 드라마를 신선한 재미로 이끌 듯 합니다. 
최영앓이가 나올 조짐이 첫회부터 보인다는 것은 좋은 징조지요. 카리스마있는 눈빛, 화면을 꽉채우는 이민호의 비주얼이 사극에서도 빛나더군요. 게다가 장군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근엄하고 무거운, 속된말로 폼잡는 장군이 아니라는 점은 예상밖이었습니다. 만사가 귀찮은 듯 잠에 걸신 들린 최영장군을 생각이나 했겠나 싶은 신선한 캐릭터였습니다. 
첫회는 등장인물 소개편이라 할 수 있었는데요, 원에 볼모로 갔다가 노국공주(박세영)와 결혼해서 돌아오는 공민왕(류덕환, 고려 31대왕)을 호위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 역사와 판타지가 만나는 사건이 발생하게 돼죠. 노국공주를 암살하려는 기철(유오성)이 보낸 자객들에 의해 노국공주가 목에 치명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혈맥이 잘려 신의만이 노국공주를 살려낼 수 있다는 의원 장빈(이필립)의 말에 고려의 앞날이 걱정되는 공민왕 일행이었죠.
돌아오는 길에 화타가 들어갔다는 하늘문(천혈)을 본 조일신(이병준)은 하늘문을 통해 신의를 불러와야 한다고 제사를 지내며 공민왕을 설득합니다. 노국공주로 인해 원의 압력이 가해질 것을 우려해서 였습니다. 고려를 속국으로 만들려고 벼르는 원의 강압에 공민왕도 고민이 짙을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사랑하지 않는 왕비지만, 고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공민왕 역할을 하는 류덕환의 우수에 찬 눈빛연기가 참 좋더군요. 아직은 약한 공민왕, 원에 볼모로 잡혀가 10년을 살면서 그가 감내하고 참았어야 할 수치심과 모욕감, 분노를 숨긴채 유약한 왕의 모습으로 가장하고 있지만, 공민왕이 무서운 왕으로 변해갈 것임을 여린 눈빛 속에서도 알 수 있었죠.
공민왕과 최영의 독대 장면은 잠룡의 날선 비늘과, 유유히 표류하는 듯하지만 날카로은 매의 발톱을 숨기지 못하는 최영 장군의 호연지기가 살아나왔던 장면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장면에서 공민왕과 최영장군 사이에 믿음이 싹텄으리라고도 보여지더군요. 왕명을 받고 아무 거리낌도,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하늘문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최영의 단호함이 예사롭지 않았지요.
"나를 데리러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 "뼛속까지 원나라 물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분에게 고려를 맡겨야 하니 우리 백성들이 참 재수가 없구나 라고도 생각했다"는 최영의 말에 공민왕은 역정도 내지 않습니다. 그저 다들 그리 생각할 것이라며, 자조하는 목소리였죠.
최영이 그 순간 본 것은 공민왕의 눈가에 맺혀지던 눈물이었습니다. 설움의 세월, 분노를 감추고 엎드리고 있어야 했던, 힘없는 나라 고려왕이 된 무게같은 것이었을 겁니다. 역정을 내고, 불충의 죄를 물어 당장 목을 잘라버리겠다고 화를 내었더라면, 최영은 공민왕을 특별히 싫어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공민왕의 촉촉히 젖어드는 눈빛은 뼛속까지 원나라 물이 들어있었던 것이 아니라, 억울한 설움과 무력함에 자학하는 감정이 들어있었죠. 최영이 잠 귀신 들린 사람처럼 만사에 의욕없이 살아가는 이유와도 같았으니까요. 굳이 공민왕을 불러 세워 특별히 싫어하지도 않는다는 말을 덧붙인 것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공민왕을 통해 본 때문이었던 것같고요.
거짓말처럼 하늘문이 열리고, 노국공주를 살릴 신의를 찾아 화타가 들어갔다는 세계로 떠난 최영, 그가 도착한 곳은 2012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봉은사였지요. 신의를 찾으러 왔다며, 목에 칼 자국을 설명하는 최영이었는데, 스님이 얼굴로 알아듣고는 성형외과 의사를 찾는 말로 이해하는 장면에서 빵터지기도 했다죠. 여튼 스님의 그냥 가면 된다는 말에 깊은 깨달음을(?ㅎㅎ) 얻은 최영은,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를 가로질러 코엑스를 찾아가죠.
코엑스에서는 최영과 운명적 만남을 할 유은수가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었지요. 느닷없이 나타난 무사복장의 최영때문에 발표회장은 술렁거리고, 프리젠테이션도 엉망이 되고 말았지요. 그런데 정체불명의 무사는 유은수를 끝까지 괴롭힙니다. 살려야 할 환자가 있다며 함께 가주기를 청하는 최영, 환자 상태가 어떻느냐는 말에 눈 앞에서 경비원의 목을 베어 노국공주의 자상을 설명하니 눈 뜨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바들바들 떠는 유은수였지요. 이 사람 뭐죠? 미쳐도 무섭게 미친 사람이었으니 말입니다.
"이 자를 살리지 못하면 저 자를 한번 더 해 보겠습니다", 헉! 시청자는 빵 터졌지만, 유은수(김희선)가 기절하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눈 앞에서 사람 목을 칼로 베고는 살려내 보라고 하니, 유은수 오늘 일진이 왜 이러는지 싶었을 듯 합니다. 김희선의 의사역할도 어울리던데, 싼티나는 인체소품은 몰입도를 떨어뜨리더군요.
현장에서 급조한 수술도구로 무사히 수술을 한 유은수를 납치해 고려로 가는 최영, 뇌공을 쓴다는 최영 장군 손에서 나온 강력한 장풍, 이런 황당한 CG는 난감했답니다;;. 여튼 출동한 특수부대는 물론, 코엑스 유리창을 박살내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가 하늘문을 통해 고려로 돌아간 최영과 유은수, 두 사람 앞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려고 합니다. 고려로 타임슬립한 유은수, 그리고 최영, 과연 그들 앞에 펼쳐질 고려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 지, 역사가 그들을 바꿔놓을 지, 그들이 역사를 바꿀 지 기대가 되네요. 
첫회는 다소 산만한 연출과 엉성한 CG의 부자연스러움도 있었지만, 화면장악력이 살아있는 이민호의 압도감있는 연기와 웃음 빵 터지는 김희선의 놀라운 변신에 주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민호는 시티헌터를 통해 신인 데뷔시절 들었던 발연기논란에서 완전하게 벗어나, 준비하고 노력하는 배우로 각인시켰지요. 사실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6년간 가정주부로, 애엄마로 두문불출했던 김희선의 복귀였습니다.
그런데 보고도 눈과 귀를 의심할 만큼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더군요. 한템포 느릿한 대사와 엇박자로 보여지는 표정연기가 김희선 연기의 옥에 티였는데, 신의의 김희선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김희선이 연기 성형을 받았나 보다'.
대사를 입안에서 만들어 내던 과거의 김희선이 아니었습니다. 참 고치기 힘들 듯했는데 놀랍군요. 김희선 스타일의 대사를 치는 배우가 또 있죠. 표정연기는 좋은데 사탕 한 두개는 입에 문듯한 문채원입니다. 문채원의 대사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의 원조(?)가 김희선이었거든요.
그런데 신의에서 김희선은 과거의 김희선에게서 보여지던 어색한 대사톤과 경직된 듯한 표정연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김희선의 복귀를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결혼하고 애엄마가 되더니, 연기는 한층 성숙해 지고, 자연스럽게 무르익고 있었다는 표현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변신해 왔더군요. 김희선이 그동안 쉬고 있으면서도, 얼마나 자신의 연기에 대한 단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는지를 확인시켜 준, 기분좋은 만남입니다.
오히려 첫회에 노출된 스토리 구성의 군더더기(길게 나온 점집장면같은)와 산만스러운 연출이 걱정입니다. 특히 뜬금없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신선하기 보다는 낯설어서 였는지 부조화스럽더군요. 지나치게 비장한 음악도 스토리의 흐름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고요. 카메라 워킹도 액션부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엉성한 액션씬으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는 듯해서, 연출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살아있는 무협을 느끼기에는 긴장감 떨어지고, 어디선가 본 듯한 연출이라는 점도 눈에 보이더군요. 가뜩이나 시청자의 눈이 높아져 있는데, 좋은 액션연기를 하고도 연출에서 긴장도를 살리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 싶어서 말이죠. 필력있는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감독의 작품이라, 첫회보다는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고 믿고 보기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김희선의 복귀가 어느때보다 반가운 것은 극중 유은수라는 인물에 제격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사는 자연스러워졌고, 대사의 속도를 조절하는 노련미까지, 김희선에게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모습은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세월을 비껴간 듯한 미모는 여전했지만, 연기까지 좋아져서 돌아온 김희선이기에, 유은수라는 캐릭터를 기대이상으로 보여줄 듯합니다.
극중 유은수를 30대로 설정함으로써 김희선을 20대 풋풋한 나이로 억지로 어리게도 만들지 않았고, 김희선이 애엄마 유부녀라는 실제상황을 제외하고는 비주얼과 캐릭터가 제격이더군요. 돈 밝히는 속물에 푼수끼까지 있는 여의사라는 캐릭터가 김희선의 통통튀는 밝은 성격과도 어울리고 말이죠. 

특히 남성미와 성숙미가 있는 이민호와는 나이차가 전혀 의식되지 않고, 예상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커플이더군요. 이민호는 겹겹이 포장된 보물상자를 열어보는 느낌입니다.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이민호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전작에 대한 인상이 지워진다는 점입니다. 이민호 역시도 연기성형을 한 느낌입니다. 그만큼 캐릭터의 변화에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사극임에도 현대어를 사용하는 최영의 캐릭터는 판타지라는 장르물이기에 전혀 어색함없이 자연스럽게 들리더군요. 거기에 표정과 말투는 너무나 진지한데, 듣는 이로 하여금 빵터지게 하는 4차원적인 매력까지 갖췄더랍니다. 최영앓이가 시작되리라는 강한 예감이 드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온 듯해서 기대가 크네요. 
잘생긴 외모의 이민호와 세월을 느끼기 힘든 김희선의 미모보다 눈부신 것은, 역시 작품속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연기력입니다. 연기와 외모가 반비례하는 배우들에게서 받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경우도 있었지요. 첫회임에도 좋은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김희선과 이민호처럼, 변신에 노력을 하는 배우들의 연기성장을 보는 것은, 시청자와 팬에게는 재미있는 드라마 못지않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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