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 눈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6.08 '각시탈' 주원, 눈물과 함께 성장하는 배우 (9)
  2. 2012.04.29 '바보엄마' 이해안가는 김현주, 엄마부르는데 왜 시간이 필요할까? (7)
2012. 6. 8. 08:10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데, 지독한 배고픔은 강토에게 왜놈 앞잡이의 삶을 살게 만들었습니다. 이강토뿐이었겠습니까? 알게 모르게 친일로 목숨을 연명해야 했던 강토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던 시대였습니다. 멸시와 비난을 받으면서도, 일본놈보다 더 간살을 떨었던 조선인이 많았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목숨을 내놓고 독립운동을 하는 투사들와 일본 앞잡이가 양산되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이선(강산, 강토 아버지)과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 이시용이나 우병준, 최명섭과 같은 일신의 영달을 택하는 사람은 시대가 낳은 아픔이자 비극이었겠죠. 이선의 아들 강산과 강토가 다른 길을 걸어야 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사사끼의 칼을 대신 맞은 각시탈 이강산, 탈을 벗기려는 위기의 순간에 비호처럼 날아온 백건(이선의 호위무사)으로 인해 정체가 드러나는 위기는 면했습니다. 간 떨어지는 긴장의  연속은 짜릿한 흥분마저 느끼게 합니다. 13년전 마적떼의 습격을 받아 강토와 분이가 헤어지게 된 사연도 나왔는데요, 서로의 첫사랑이라는 것을 모르고 총과 칼을 겨눠야 하는 비극은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각시탈 4회에서는 눈물없이는 볼 수 없었던 형제의 고백과, 목단이 13년전 헤어졌던 분이였다는 사실에 괴로워 하는 강토의 눈물이 뭉클하게 가슴을 울렸습니다.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칼을 전해주며, 살아만 있으라고, 그러면 꼭 찾겠다고 약속했던 분이에게 마적떼의 칼이 내리치는 순간 눈을 돌리고 말았던 강토, 여태 죽은 줄 알았던 첫사랑 분이가 목단이었음에 경악합니다. 그런 분이를 잡아 고문하고, 각시탈을 잡기 위한 미끼로 써야 했던 강토는 혼란스럽습니다. 누가, 무엇이 강토를 이렇게 잔인한 괴물로 만들어 버렸는지, 세살 아이부터 여든 노인까지 조선인이라면 모두가 침을 뱉고 죽이고 싶어 하는 일본앞잡이가 되게 했는지, 강토는 험한 세상이 밉기만 합니다.
아무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강토, 슌지에게 자학하듯 털어놓는 그의 비밀은 무너지지 않으려는 오기와도 같았습니다. "내가 죽여야 할 계집이... 네 첫사랑이면, 네가 오매불망하던 그 계집이라면... 너라면 어떡할래? 난 그래도 죽일 거다. 각시탈만 잡을 수 있다면 까짓 계집년쯤 잡을 수 있다고".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강토는 알아버렸습니다. 목숨을 걸고 자신이 준 칼을 찾으러 온 분이, 아직도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분이를 어떻게 죽일 수가 있겠어요. 13년이 흘렀는데 분이는 아직도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꼭 찾겠다는 약속을 믿으면서 말이지요. 그런 목단에게 총을 쏴버린 강토, 칼을 보고서야 탈 속의 여자가 목단(분이)임을 알고 하얗게 질려 목단을 끌어안는데, 마치 강토의 머리에서 혼이 날아가 버린 듯 보이더군요. 
강토가 알아야 할 더 큰 비밀이 있지요. 각시탈이 바보형 이강산이라는 사실말입니다. 백건의 도움으로 정체가 탄로될 위기는 모면했지만, 시시각각 조여오는 강토의 총은 강산의 몸에 언제 발사될지 모를 일입니다. 각시탈을 유인하기 위해 죄없는 사람들을 고문하고, 악업을 쌓으며 살인귀로 변해가는 강토를 보는 것이, 강산에게는 무엇보다 괴롭습니다. 바보아들과 왜놈앞잡이를 둔 어머니의 눈물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강산이기에 말이지요.
이강산(신현준)이 미친놈 행세로 감옥에서 풀려난 사연도 밝혀졌지요. 구차하게 감옥을 나온 것을 치욕스럽게 생각하던 이강산을 각시탈이 되게 한 것은, 아버지의 호위무사였던 백건이었지요. 놀림받는 바보행세를 하며 아버지를 배신한 자들을 처단하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롭고 괴로운 독립운동의 또 다른 길을 걷게 된 이강산,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감옥벽에 똥칠을 하면서 미친 사람 행세를 했다는 강산의 자기고백, 자기비판은 너무나 인간적이었습니다.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고문이었으면, 엉덩이를 까고 똥을 싸고, 미친놈 행세까지 했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엉덩이 노출열연을 보여준 신현준의 감옥연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습니다(짱!).
강산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어머니와 강토때문이었습니다. 바보아들로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도 불효인데, 아우가 형의 심장에 총을 겨누는 모습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에 가슴이 울컥하더군요. 강토가 위험에 처하는 것 역시도 바라지 않는 이강산, 그인들 어찌 어머니와 강토 앞에 멀쩡한 사람으로 나서고 싶지 않겠어요. 바보 아닌 바보로 살아가야 하는 이강산을 생각하면, 목이 매입니다.
강토에 대한 분노를 대신해서 사람들의 멸시와 발길질을 받으면서도, 매일매일 정화수를 떠놓고 자신과 강토를 위해 비는 어머니의 기도를 들으면서도, 눈물을 삼키고 헤죽헤죽 웃는 바보가 되어야 하는 이유, 각시탈을 써야 하는 이유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동지를 팔아먹은 놈들을 처단하고, 나아가 나라를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동생 강토, 자신의 학비를 대기 위해 고무신이 다 떨어져 나가도, 맨발로도 행복하다고 인력거를 끌었던 동생이 등에 기대 웁니다. 내가 각시탈이라고, 형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꾹 눌러 참는 강산입니다. 고문보다 더 힘든 고문은 어머니와 강토에게 멀쩡한 자신의 모습을 감춰야만 하는 것입니다. 강토를 안아주지도 못하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돌아누워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는 이강산, 바보형의 등에 얼굴을 묻고 우는 이강토의 눈물에 함께 울었습니다.
목단이 첫사랑 분이라는 사실에 망연자실해 자기도 모르게 집으로 발길을 향한 강토, 그제서야 어머니가 너같은 자식 둔 일 없다며, 연을 끊자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발길을 돌리려는데 어머니의 기도소리가 들리지요. 장독대에 정화수를 올리고 강산과 강토를 위해 비는 어머니의 기도가 강토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모진 말로 강토를 내쫓으면서도, 자식의 죄를 대신 받게해 달라고 비는 어머니의 기도가 강토를 울립니다.
곤히 잠들어 있는 형, 사람들에게 패악을 부릴 때마다 형이 자신을 대신해 동네북처럼 맞아야 했던 것 아느냐고 했던 어머니의 말이 목에 가시처럼 걸립니다. "형 많이 아팠어? 사람들이 때리면 나한테 말해, 내가 죽여버릴테니까".
잠든 척하고 있던 강산이 몸을 돌려눕지요. 들키지 않으려고 말이지요. 이강산의 곁에 강토가 누워 혼잣말을 하며 우는데, 주원의 연기가 너무 절절해서 폭포처럼 눈물이 흐르더군요. 주원이 이렇게 감정연기를 풍부하게 잘하는 배우라는 것에 새삼 놀랐습니다.
"형 생각나? 형이랑 엄마랑 마적들한테 쫓길때, 아버지 죽고 일꾼들 다 죽고... 그때 내가 약속했거든 죽지말라고, 꼭 찾겠다구. 나 정말 걔가 죽은줄 알았거든... 살아있더라. 어떡하지? 내가 죽여야 하는데...", 강토도 울고 돌아누워 잠든 척하고 있는 형 강산이도 울고, 시청자도 울고...
강토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강토의 인간적인 고뇌가 맑은 물에 이끼까지 드러나는 조약돌처럼 그대로 보이더군요.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엄마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은데... 형 모르지. 인력거꾼도 빽이 있어야 일을 잡는 것.. 하루종일 일해봤자 세끼 밥값도 안되는 일당 벌려고 맞고 또 맞고... 나 그렇게 돈 벌어서 형 학비댔어... 형이 경성제대만 졸업하면 고생끝이라고 믿었는데...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놈이 왜놈들한테 충성이라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인데... 난 모르겠어. 이것말고 더 좋은 방법을 모르겠다구... 형...".
강산의 등에 얼굴을 파묻는 강토,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울음을 참는 강산, 두 형제의 눈물이 강처럼 가슴에 흘러 넘치는 장면이었습니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 형과 동생의 관계로 보여지는 착각까지 일게 하더군요.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주원이라는 배우의 눈물연기였습니다. 가슴에서 한을 토해 내면서도 오버하지 않고, 감정을 끌어올리는 연기는 오열 이상의 슬픔을 느끼게 하더군요.
한음절 한음절에 눈물이 담겨 있으면서도, 감정을 끓어넘치지 않게 조절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슬픔을 전달했고 말이죠. 긴 대사를 하는데도, 간혹 연기자들에게서 보여지는 긴 독백에서의 부자연스러운 감정설명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연기였습니다. 눈물과 독백을 연결하는 이음새가 매끄러워서, 참 좋은 표현력을 가진 배우구나 싶더군요.
고등어를 구워 세식구가 도란도란 아침을 먹는 장면은 훈훈하다 못해 오히려 슬펐습니다. 저렇게 세 사람이 오붓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을 날이 마지막일 것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간밤에 두 형제가 우는 장면에서 폭포수같은 눈물이 흘렀다면, 아침을 먹는 장면에서는 세심하게 표현된 한 장면에서 뭉클함이 전해오더군요.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강토의 구두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와 강산의 검정고무신과 대조적인 모습이었지요. 아마도 강산은 강토가 지난 밤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모아 댓돌 위에 올려두고 고등어를 사러 나갔겠지요.
다떨어진 고무신을 신고 자신의 학비를 대기 위해 인력거를 끌었던 강토, 자신의 구멍난 운동화를 빨아 겨드랑이에 넣어 말려주던 동생의 신을 몇번이고 닦았을 강산입니다. 경성제대를 졸업해 취직하면 강토 운동화부터 사주고 싶었을 강산, 결국 동생의 신발을 사주지 못한 강산의 마음은 찢어진 고무신보다 더 아프게 찢어졌겠지요.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동생의 구두를 반짝반짝 닦아, 혹이라도 발에 밟힐새라 댓돌 위에 곱게 놓아주는 것밖에 없었을 강산, 그 마음이 전해져서 눈물보다 슬프게 다가왔던 댓돌 위의 구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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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9
  1. 2012.06.08 08:4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12.06.08 11:3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박씨아저씨 2012.06.08 11:56 address edit & del reply

    오호 아직 보지 못했는데 꼭 한번 봐야겠는데요~
    신현준의 열연도 궁금합니다.

  4. yuna 2012.06.08 13:28 address edit & del reply

    한번도 못봤는데 포스팅 읽고 가슴이 먹먹해져 오네요.
    드라마 너무 기대됩니다.
    기말고사 끝나면 꼭 봐야겠네요.

  5. 정말 2012.06.08 15:40 address edit & del reply

    각시탈이라는 드라마 참 잘만든거같아요
    고증의 허점은 보이긴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이를 상쇄하는거같습니다.
    무엇보다 저 당시 시대상을 돌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라서 더 좋습니다.
    현실은 저것보다 더 심했겠지만 강산과 강토를 통해 일제에 핍박받던 조선인의 설움이 느껴지더군요.

    정말 이 드라마로 인해서 가장 재발견된 배우가 주원이 아닌가싶습니다.
    주원이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건 몰랐어요.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6. ㅎㅎ 2012.06.09 01:27 address edit & del reply

    들은 이야긴데..고조 할아버지가 살아생전에 시락국이나 우거지국을 엄청 싫어하셨는데 일제강점기때 살아오신분이라 밥대신 시래기죽으로 끼니를 해결하셨었대요 ㅂ

  7. 고무고무 2012.06.09 18:11 address edit & del reply

    담주부터 꼭 봐야겠네요ㅎ글 읽는것만두 가슴이 아프네요ㅠㅠ

  8. 고무고무 2012.06.09 18:11 address edit & del reply

    담주부터 꼭 봐야겠네요ㅎ글 읽는것만두 가슴이 아프네요ㅠㅠ

  9. 미지 2012.06.16 10:40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댓돌위의 강토 구두가 애잔하게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그저 내새끼, 내동생 그게 가족인가봅니다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주원의 연기력에 정말 박수를 보냅니다

2012. 4. 29. 09:31




닻별이를 낳은 것 빼고는 한 번도 행복이라는 것을 가져보지 못한 김영주가, 이제야 겨우 이제하의 사랑을 보기 시작했고, 딸과 바보엄마 김선영과 화해하려고 하는데, 더 큰 시련이 왔습니다.
짧게는 3개월, 길어야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김영주, 심장이식수술을 받으면 살 수 있겠지만, 대기자가 많아 응급상황인 김영주는 기증자가 나오지 않으면 힘든 상황에 처했습니다. 머리가 아프다는 김선영에게도 좋지 않을 일이 터질 것같아, 눈물드라마로 바뀌게 될 듯하네요.
지적장애를 가진 김선영이 김영주의 엄마라는 사실이 오채린에 의해 폭로되었지요. 고백성사로 직접 밝히려 했던 김영주에게 보기 좋게 물을 먹인 것이죠. 구치소에서 김대영의 증언이 녹음되었던 박정도의 휴대폰을 통해서 말이죠. 아무리 개차반이라 할지라도 김대영이 돈을 거절하고 이를 막으려 했지만, 한 발 늦고 말았지요. 그래도 영주와 선영을 위한 한가닥 양심은 있는 김대영이어서 다행입니다.
오채린이나 박정도나 하는 짓을 보면 덜떨어진 망나니들 같아서, 도무지 이해도 안가고 인간성이 왜 그렇게 피폐해졌는지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악역이라는 구도에 맞춰 만들어진 인위적인 캐릭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싱글맘 웨딩쇼에 초청받은 김선영과 닻별, 예쁜 드레스를 입은 김선영의 모습에 휘청거리는 최고만과 김집사, 김선영에게 홀랑 빠져버린 최고만(신현준)에게 김선영은 바보가 아니라, 매력덩어리가 돼버렸지요. 가슴이 사정없이 뛰고, 김선영에게서 광채가 난다며 김선영을 통해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는 최고만, 돈은 한강을 채울 정도로 많이 가지고 있지만, 딱 한가지 가족이 없는 외로운 사람이었어요. 대한민국을 느끼고, 엄마의 손맛을 기억나게 하는 김선영은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가족의 빈자리, 그 허기를 채워준 사람이었지요. 최고만이 김선영과 닻별이를 거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채린의 폭로에 쇼는 엉망이 돼버렸고, 선영은 절규합니다. "내가 우리 영주한테 언니라고 부르라 했는데 왜 거짓말하냐"며 김대영을 찾는 선영, 개장수 아저씨에게 안겨 눈물을 터뜨리고 말지요. 딸 영주의 무대를 자신이 망쳐버린 것같아 너무 미안한 선영입니다. 영주의 앞길에 장애만 되는 것같아 바보인 자신이 미워 죽을 것같은 김선영입니다. 땅이 꺼져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 속에 딱 들어가버리고 싶은 선영입니다.  
"맞습니다. 저를 낳아준 친엄마는 바보입니다. 지적장애도 모자라 열여섯에 저를 낳았답니다. 부끄러워서 제가 도망쳤습니다. 제 기억속에서 저 여자를 지워버리고 싶었습니다. 안보고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아무리 구박해도 딸자식 도시락 챙기는 저 바보엄마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 딸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다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더 이상 내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었습니다".
고작 이것밖에 안되는 엄마지만, 닻별에게 엄마를 받아주겠냐고 묻는 영주였지요. "나한테 다 덜어주고 나밖에 모르는 바보엄마지만, 나 아직은 엄마라고 못 부르겠어, 언니... 응어리가 안풀려서 아직은 못 부르겠어. 그러니까 나한데 시간을 좀 줘, 진심으로 엄마라고 부를 때까지...".
영주와 선영의 사연은 행사장의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기립박수가 터져나왔지요. 싱글맘 함께 꾸는 꿈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영주의 심장은 더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지요.

영주의 상태를 알게 된 최고만이 영주를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설득해서, 3대가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요, 최고만이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핵심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이제는 바보엄마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캐릭터로 자리매김을 한 듯합니다. 김선영의 요리를 통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충족받는 최고만은, 어머니의 음식에는 특별한 조미료, 자식에 대한 사랑이 들어간다는 것을 말해 주기도 합니다.
퇴원하는 김영주를 설득해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게 한 장면에서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지요. 돈이 많아도 할 수 없는 것이 사람 명줄 늘리는 것이랑, 가족들이랑 함께 못사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사랑한다는 말도 그래. 오늘 못하면 내일 해야지... 그러다 영영 가는 사람 엄청 많거든! 남아있는 사람 마음은 어떨것 같냐? 그니까 적어도 얘기는 해주고 가야 할 거 야냐! 같이 밥먹고 같이 잠자고 같이 뒹굴다가... 그렇게라도 살다가 가".
선영이 입주찬모가 되었으니 최고만의 집을 나갈 수도 없고, 닻별이는 최고만에게 수업을 받고 있으니 닻별이도 함께 지내는 것이 나을 것이고, 더구나 몸도 좋지 않은 영주가 회사를 다니며 닻별이를 돌볼 수도 없으니, 영주가 최고만의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최선이었을 듯하지만, 최고만의 마음씀씀이가 인간적이고 순수해서 볼수록 매력덩어리입니다. 최고만은 선영을 매력덩어리라고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덩어리는 최고만이라는 캐릭터를 코믹과 감동으로 엮고 있는 신현준같습니다.
"평생 늙어 죽을 때까지 나의 찬모가 되어 달라"며, 선영에게 나름대로는 프로포즈라고 심하게 말을 더듬어가며 고백을 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하는 선영이를 어쩌면 좋을까 싶어요. 짝사랑하는 최고만이 가여워지더랍니다. 원작에 김선영이 뇌종양에 걸려 심장을 영주에게 주고 간다고 하던데, 드라마에서는 이 결말 결사반대하고 싶답니다,ㅠㅠ
김선영이 머리가 아픈 듯 지긋이 누르고 있는 복선을 깔기도 해서, 김선영에게 불운이 드리워질 것같은데,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때문에 정작 최고만과 김집사가 요즘 눈물이 많아졌네요.
선영과 영주에게 눈물을 쏟게 한 오채린과 그의 아버지를 매의 눈으로 쳐다보던 최고만, 오채린 아버지를 향해 총 빵 날릴 때 완전 멋지더랍니다. 이 진상 부녀가 쪽박 찰 시간이 머지않았구나 싶더군요. 더불어 박정도도 닭쫓던 개꼴이 될 듯하고 말이죠. 불임판정을 받은 박정도가 닻별이 양육권을 가지기 위해 유학자금을 대려는 꼼수를 부릴 듯한데, 박정도 이 인간 저승사자는 안데려가고 뭐하나 싶습니다.
그래서 박정도에게는 쪼매 미안하지만, 대형사고를 좀 당해줬으면 싶더랍니다ㅎ;;. 닻별이와 그동안 영주에게 못한 짓 심장으로 갚아주고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간절히 하게 되네요. 느지막히 사랑에 눈을 뜬 순수한 매력덩어리 최고만과 김선영이 해피하게 지냈으면 싶어서 말이죠. 뇌종양은 수술로 잘 제거해서 완치시키고 말이에요. 김영주도 불쌍하고, 김선영도 불쌍해서 둘 다 살려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닻별이가 보지 못하게 안간힘을 써서 제하에게 의지해 행사장을 나온 김영주는 응급실로 옮겨져 한수인의 집도로 수술을 받았지만, 3개월밖에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듣게 되지요. 심장을 이식받지 못하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시한부...
닻별이와 선영언니가 보고 싶습니다. 닻별이한테 엄마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선영언니에게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했는데,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20년 동안 언니라고 불렀던 바보엄마, 이제는 진짜 엄마로 다시 시작해 보고 싶었는데,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서야 엄마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것같은데, 그래서 어려서 못해본 응석도 부리고, 도시락 싸서 닻별이랑 엄마랑 셋이 소풍도 가고 싶었는데, 배꽃피면 과수원에 가서 닻별이에게 선영엄마가 얼마나 지독하게 자기를 사랑했었는지 얘기도 들려주고 싶었는데, 배꽃피는 과수원을 영영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덜덜 떠는 김영주, 이제 겨우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 엄마 손이 필요한 닻별이가 있는데,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어릴 때 영주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늘 선영이 혼내주곤 했습니다. 그 때는 그게 그렇게 창피하고 죽고싶을 정도로 싫었는데, 자신을 괴롭히는 죽음이라는 놈을 선영언니가 쫓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강했으니까요. 딸밖에 모르는 바보라서 생떼를 써서라도 죽음이라는 놈을 가라고 쫓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언니 나 무서워, 무서워 죽겠어", 손을 잡아달라는 영주때문에 한참을 함께 울었네요. 영주에게 선영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무섭고 힘들 때마다 기도처럼, 주문처럼 매달리고 싶은 사람, 마음으로만 불러보는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강하고 따뜻한 사람 엄마... 그렇게 증오하고 내몰면서도 가장 힘들 때마다 생각나고 불러보는 이름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은 왜 김영주에게 김선영을 엄마라고 부르는데 시간이 필요한가?였어요. 고백성사를 통해서 아이큐 70도 못되는 지적장애를 가진 김선영이 엄마이고, 바보엄마가 부끄러워 언니라고 부르고, 도망치려 했다는 것을 고백했으면서도, 엄마라고 부르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이해가 안가더군요. 닻별이 유학보낼 때까지 해줄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아직은 엄마라고 못 부를 것 같다는 말도 앞뒤가 연결되지 않았고 말이죠. 
"내 엄만데 부를 거야, 불러야지...", 김선영이 엄마인데도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많아서 아직은 못부르겠다는 영주는 바보딸이 맞습니다. 바보엄마 김선영보다 바보인 김영주... 김영주의 생각이 이해가지 않아 뒤집어 생각을 해보니, 딸로서 자격미달이었던 자신의 부끄러움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되더군요.
영주는 선영과의 화해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고, 자신과 화해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못난 가족이라고 도망치려고만 했던, 족쇄라고 생각했던 피붙이가 실은 자신의 버팀목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 바보엄마가 부끄러워, 언니라고 부르라고 한 엄마가 미워서, 지금까지 엄마를 미워하기만 했던 영주였지요.
함께 있는 것만으로 좋다고, 딸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엄마, 정작 고마운 것은 영주인데 엄마가 고맙다고 말합니다. 부끄러웠던 바보엄마가 아니라, 영주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딸이었어요. 못되게 굴었던 자신이 너무 미워서, 엄마를 부끄러워했던 자신이 너무 미워서, 미안해서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합니다. 그런 자신과 화해하지 못하는 영주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영주입니다. 자신을 용서할 시간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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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건 2012.04.29 09:52 address edit & del reply

    어릴때 진 응어리 때문일것 같네요.. 회상 장면에 나왔잖아요.. 바보여도 괜찮다고 했는데.. 선영이 먼저 거부한거고.. 선영은 영주가 똑똑해진다는 이야기에.. 물에 들어가고 한건데.. 영주는 자기 죽이려고 한건줄 알고.. 뭐 그런 것 때문 아닐까요.. 그리고 언니라고 계속 부르다가 갑자기 엄마라고 부르는게 더 어색할 수도 있고..

  2. 2012.04.29 10:1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탐진강 2012.04.29 11:40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는 못봣지만 글을 통해 잘 알게 됐어요.
    100% 공감합니다.
    바보 엄마라도 엄마이지요.

  4. 뚱땡이 2012.04.29 19:06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럴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응어리진 게 있는데~
    어릴 때 울며불며 매달렸는데 엄마에게 거부당했으니까요~

  5. 2012.04.29 21:12 address edit & del reply

    긂세요 영주가 엄마라고 쉽게 부르지 못하는 건 어렷을 적에 선영이 날 죽을 ㅋ대까지 언니라고 부르라고 한 . 그러니까 엄청 잘해주고 이러긴 햇지만 철저하게 선영이가 자기를 영주에기 엄마다 아닌 언니로 만드려고 햇던 아픔이 잇으니 그럴 수 잇다는 샐극두 들어요

  6. 에이글 2012.04.30 10:54 address edit & del reply

    어릴때 기억때문에 그런것같은데... 100프로 공감합니다 ㅜㅜ

  7. gg 2012.05.02 10:41 address edit & del reply

    제가 볼때는 '바보엄마'의 진짜 주인공이 최고만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