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2.03.19 '바보엄마' 하희라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이유, 알고보면 슬픈 이유 (8)
  2. 2012.03.18 '바보엄마' 하희라-신현준, 건방진 몸매와 개장수의 빵터진 첫만남 (17)
  3. 2012.01.18 '승승장구' 신데렐라 안성기, 국민배우 미소의 비결 (23)
  4. 2010.12.08 '승승장구' 신비의 여인 김수미, 소녀같은 어머니의 고백 (30)
2012.03.19 09:08




과수원에 차압딱지를 붙이러 온 집달리와 실갱이를 하다 김선영이 돌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안좋은 일은 한꺼번에 터진다고, 다 버리고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그런 암담한 일들만 벌어지고 있네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보채는 남편, 아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저 아빠와 함께 있는 순간은 어린아이로 돌아가 행복해 하는 딸 닻별, 차압딱지가 붙여진 친정집, 그리고 언니가 머리를 다쳐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까지 영주에게 한꺼번에 쏟아지는 일들이 가혹하리 만큼 무겁습니다.
일년 365일, 하루쯤은 버거운 짐들을 잊어버림을 허락해 주었으면 싶은 생일날, 남편은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고 초음파 사진을 보내지를 않나, 오빠는 돈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바보언니 선영을 앞세워 죽겠다고 하소연을 하고 가니,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의 영주였지요.
물론 남편 박정도가 보낸 것이 아니라 내연녀 오채린이 보낸 사진이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관계임을 알면서도 영주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나 애정이 남아서는 아니었어요. 딸 닻별에게 충격과 상처, 아빠에 대한 실망을 주고 싶지 않은 이유였지요. 스탠퍼드로 조기유학을 떠나기 전까지만이라도, 아무 것도 모르는 닻별이에게는 엄마 혼자만 나쁜엄마이고 싶은 영주입니다. 
연주는 뒤늦은 생일케잌으로 인감도장을 받으러 온 박정도에게, 닻별이가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만 닻별이랑 지내달라는 조건으로 결국 인감도장을 던져버리고 말지요.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절대로 들키지 말라는 조건과 함께 말이지요.
성공과 부를 위해 자식까지 내팽겨 치려는 나쁜 인간 박정도, 김태우의 야비한 표정연기가 그 캐릭터를 더욱 밉게 만들면서, 박정도의 면상만 나오면 이를 바득바득 갈게 만듭니다. 뭐 이런 놈이 다있나 싶게 화딱지 나게 하는 박정도, 그가 법학자라는 것이 아이러니지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염치를 회복하는게 중요하다. 우리는 서로를 존경하며 사랑하며 사는 인간이라는 존재다"라며, 인간에 대해 강의를 하는 모습이 치떨리게 뻔뻔하기 그지없는 놈입니다. 하긴 우리 사회에 이렇게 말로만 정의와 인간성에 떠드는 사람이 박정도 한사람뿐이겠습니까만...
이런 인간이 "정의란 강요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한 자유의지에 의한 자발적인 선택이다"며 정의에 대한 강의를 하는 모습은 한 마디로 꼴값싸고 있는 거죠. 

드러나는 신현준의 정체, 까탈스런 이 남자의 매력
의뭉스러운 회장님의 정체가 어느 정도 잡혔는데요, 극중 신현준은 주식시장의 큰 손같더군요. 천재 박닻별 못지 않은 투자천재에 모든 동선을 계산까지 할 줄 아는 괴짜 수학천재이기도 했습니다. 미역국 남비의 위치가 조금만 달랐더라도 한그릇은 남았을 거라며, 먹지못한 미역국을 못내 아쉬워 하는 모습, 상당히 엽기적(?)이더군요. 
그런데 이 양반 손은 큰데 엄청 짠돌이인가 봅니다. 선영이 요리를 하면서 쓴 물값이며, 가스비, 주방용품을 사용한 감가삼각비까지 계산해서 청구를 하라는 것을 보면 말이죠. 
무엇보다 웃긴 것은 이 구두쇠 노랭이의 까탈스운 입맛이었죠. 아랍 두바이 7성급호텔 주방장의 요리도 퇴짜를 놓더라고요. "한국놈이 밥을 먹어야지, 왜 아침부터 빵쪼가리에 스테이크야! 빠끔장알아? 호박오가리 나물은? 말린 우럭미역국 몰라?", 아랍요리사 홍석천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신현준, 그 쪽은 홍석천의 분야가 아니라니 "그럼 네 분야로 가!"라고 쫓아버리기 까지, 아무튼 여러가지로 허를 찌르며 웃겨주는 신현준이었죠. 신현준과 하희라는 앞으로 신현준의 까탈스러운 입맛때문에 연결이 될 듯한데, 자주 좀 봤으면 좋겠더라고요.
괴짜 신현준에게 김선영(하희라)은 까다로운 입맛 이상의 의미있는 인물이 될 듯한 예감도 들어서 이 커플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천재와 바보의 만남이라... 천재와 바보는 어떤 면에서는 정반대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 커플이 그럴 것 같거든요. 숫자천재 신현준과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 김선영이지만, 감성바보와 감성천재의 만남이랄까 그런 물컹함이 전해져서 말이지요. 
김선영이라는 인물은 지적장애를 가진 인물입니다. 김선영 역의 하희라는 사투리가 어색하다는 말을 하는 분도 있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평상시에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했지만, 서울에 가서는 서울말을 흉내낸다고 이도저도 아닌 말을 했는데, 오히려 어눌한 서울말 흉내를 세밀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적장애를 가졌다고 무조건 말을 어눌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단지 판단능력이 떨어지고, 이해력이 부족한 장애를 가졌을 뿐이지요. 
집달리가 빨간 딱지를 붙이며, 빨간딱지가 붙은 것은 아무도 못가져간다고 말하자, 그녀는 서울에 다녀오는 동안 없어진 부엌에 걸어둔 채와 참기름만 생각하지요. 딱지를 붙이면 아무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말을 도둑이 들어와서 못가져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버지의 바둑판, 도자기, 심지어 강아지까지 딱지를 붙여달라고 자진신고를 할 정도로 단순하고, 물정을 모르는 여자입니다. 
불행히도 김선영은 지금 머리를 다쳐 응급실로 실려갔는데요,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머리를 다친 것보다는 다른 문제를 일으킬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더군요. 영주가 이제하(김정훈)에게 전화로 상담을 하기도 했지만, 코마(혼수상태)로 가지는 않겠지만, 머리를 다친 사고로 찍은 CT촬영결과가 놀랄만한 일로 전개될 듯한 그런 쎄한 기분입니다.
하희라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이유, 알고보면 슬픈 이유
갑작스럽게 김선영(하희라)이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드라마가 급격히 우울모드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김선영을 보면서 울컥해진 장면이 있었습니다. 하희라가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나온 이유를 분석하면서, 개인적으로 하희라가 표현하고 싶었던 김선영의 마음이 전해져서 더 마음이 아프더군요. 사무실에서 박정도에게 전화를 걸고는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영주를 본 선영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유리창을 쓸어내리는 장면에서 였습니다.
 
첫회 장독에 빠져 항아리와 데굴데굴 구르던 선영이 대영(박철민)의 차를 타고 서울로 오는 장면에서, 하희라의 입술이 너무 새빨갛게 선명해서 놀란 분들도 있었을 거예요. 하희라가 입술이 작은배우가 아니기에, 촌스러운(?) 빨간루즈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에 띄었지요.
사실 전 그 빨간 입술이 슬프게 느껴졌는데요, 하희라가 김선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컨셉을 잘 잡았다고 생각했어요. 극중 김선영에게 김영주가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김선영의 정신연령을 빨간 립스틱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김영주는 김선영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네잎클로버와 꽃잎을 붙여 보낸 편지로 수줍은 소녀의 연애편지를 보내는 듯한 마음도 엿볼 수 있었지요. 선영이 잘하는 음식은 영주가 좋아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호박오가리 나물, 옥수수엿, 빠끔장 등은 영주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지요. 영주는 선영에게 모든 것입니다. 음식을 하는 이유이고, 편지를 쓰는 이유이고, 네잎클로버를 찾는 이유이지요. 선영의 영주에 대한 사랑, 그리움이라 할 수 있죠.
비록 세상 사람들에게는 모자란, 그래서 바보라로 놀림을 받는 선영이지만,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영주는 선영에게 동생이기도 하지만, 사랑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대상이지요. 선영이 영주의 생일상을 차려주기 위해 서울로 가는 길, 그녀는 그녀의 사고수준에서 가장 예쁘게 보일 수 있는 치장을 하지요. 빨간 립스틱으로 말이지요.
그렇게 예쁘게 치장을 하고 영주에게 갔지만, 무슨 일인지 가슴을 치며 우는 모습을 보고 말지요. 다가서지도 못하고 영주의 등을 쓰다듬듯, 영주의 얼굴을 쓰다듬듯 유리창만 쓸어내리며 우는 선영이었습니다. 좋아하는 호박오가리 나물을 얹어주면서도, 왜 울었느냐고 한마디도 묻지못하고 쫓겨나온 선영, 아무 것도 모르는 선영이지만, 선영은 압니다. 영주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래서 가슴이 아픕니다. 사랑하는 영주가 슬프니까요.
빨간 립스틱은 누군가에게 자신을 예쁘게 보이고 싶은 상징과도 같습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빨간루즈를 바르는 심리와도 비슷한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희안하게도 그 많은 색깔 중에 어린아이들이 빨간루즈에 유독 손이 먼저 가는 것을 봅니다. 빨간색을 선호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가장 예쁜 입술색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선영도 외모에 관심을 가지게 될 나이였을 때,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여전히 어린 아이의 미의 기준에 머문 선영이기에 말이지요.
그래서 영주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선영의 마음이 전해져서 오히려 짠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순간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49살의 선영, 선영에게 빨간 립스틱은 자신을 예쁘게 꾸미는 최고의 멋내기와도 같았을 거예요. 선영이 빨간 립스틱을 바른 이유, 그래서 더 슬픈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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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8 09:15




엄마라는 단어 하나에 끌려 선택한 드라마, 출연진들이 너무 마음에 드는군요. 연기파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는 드라마를 선택한 일말의 후회조차 들지 않게 하더군요. 앞의 수식어에 왜 바보가 들어갔을까?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지적장애인 김선영을 연기하는 하희라와 실력있는 편집장 김영주(김현주)를 보고는 감이 오더군요.
동생에게 꽃편지를 쓰며 매일을 동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언니 김선영의 호박오가리 나물과 말린 우럭미역국, 그리고 천재 박닻별(안서현)이 엄마 김영주를 향해 쏘아내는 원망섞인 말에 그 답이 있었습니다. "난 가끔씩 내 피를 다 뽑아서 새로 리셋했으면 좋겠어. 내 몸에서 차가운 엄마 피를 다 없애버리게...". 어린 아이의 말치고는 끔찍하리만큼 무서운 말입니다. 왜 이 아이에게 엄마의 피는 차갑게 느껴졌을까? 정말 엄마의 피가 차가울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이 드라마의 줄거리가 되겠지요.

내 안의 또 다른 이름, 엄마 그리고 딸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은 원하는 것이 다를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지 못할때, 바보같은 엄마이고 바보같은 딸이 되는 게 가족안에서 빚어지는 갈등이지요. 그럼에도 사랑으로 품을 수 밖에 없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이름, 엄마 그리고 딸.
김현주의 나레이션으로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가 흐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쯤 숨기고 싶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미친 열정에 사로잡혀 저지른 낯뜨거운 고백일수도 있고, 돌에 맞아죽어도 할 말이 없는 연애일 수도 있지만, 그런 비밀쯤이야 제 입을 다물고 가슴에 꽁꽁 묻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무리 감추려고 발버둥을 쳐봐도 감춰지지 않는 빌어먹을 비밀이란 것도 있다. 그것이 내게는 한 핏줄로 연결된 가족이고, 언니라는 이름의 여자다".
김영주는 패션잡지 에스틸로 편집장으로 완벽주의에 능력있는 대한민국 최연소 편집장입니다. 남편은 영생대학 법학과 교수 박정도(김태우)이고, 박정도는 스타교수이자 인기최고남이지요. 두 사람 사이에는 천재 닻별이가 있지만, 첫회부터 가정이 산산조각나게 생겼더군요.
10년간의 결혼생활, 죽어라고 일에 매달리며 천재 딸의 교육과 독일로 유학간 남편을 뒷바라지했지만, 딸은 일밖에 모르는 엄마에게 불만이고, 남편이란 놈은 영생대학 종신교수와 재단후계자를 노리고, 재단이사장의 딸과 바람을 피우며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영주는 생일날 회사에서 동료들의 생일축하 자리에서 남편의 이름으로 보낸 꽃다발과 함께 내연녀 채린의 임신 초음파 사진까지 받게 되죠.
능력있는 편집장 직업에, 교수남편, 천재딸, 겉으로는 화려한 스펙을 갖췄지만, 안에서는 딸의 유학잔고를 맞추기 위해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야 하고, 남편이 내연녀를 집으로 데리고 낯뜨거운 짓까지 한 것을 보게 되는, 그야말로  만신창이로 찢어지기 일보직전입니다. 옆친데 덥친격으로 모자란 언니 김선영까지 떠안게 되었으니,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 놓이게 되지요.

김영주(김현주)의 언니는 김선영(하희라)입니다. 경북 예천의 시골에서 남동생 대영(박철민)과 살고 있는... 음식만들기를 좋아하고, 그 음식은 동생 영주가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솥뚜껑에 호박오가리 나물을 지지고, 간장을 뜨러갔다가 항아리에 빠져 구르기도 하는 조금은 모자란 여자. 그러나 안쓰러움에 혀끝을 차기보다는, 그 순박함에 웃음부터 짓게 만드는 그런 여자였습니다.
동생 영주의 생일을 챙겨주고 싶은 선영, 그러나 수많은 편지를 보내도 영주는 집에 오지를 않습니다. 그런 모자란 누나를 남동생 대영(박철민)은 영주집 앞에 떨구고는 가버립니다. 영주집에 데려다줬다기 보다는 누나를 버리는 모습처럼 보이더군요. 김대영은 하는 일없이 인터넷 경주게임에 빠져있는 사고치기 딱 십상인 백수같더군요. 말이 필요없는 박철민의 감초연기, 이분은 본명보다는 불광동 휘발유가 먼저 생각나는데, 하희라에게 능청스럽게 서울말연습을 시키는 모습에 빵터지기도 했죠. 영주의 집주소를 외우게 하는 대영, "팽창동이 아니고 핑창동. 서울말로 해라".

하희라-신현준, 첫만남부터 빵터진 건방진 몸매와 개장수
첫회 눈길을 끌었던 커플이 신현준과 하희라였는데요, 집을 잘못 찾아 들어가기는 했지만, 선영의 음식솜씨에 빠진 신현준이 선영과 만남을 계속 하리라는 느낌이 오더군요. 이 커플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와서 가장 기대되는 커플입니다. 괜히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커플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뭔지모를 부족함을 서로 채울 수 있을 것같은 그런 느낌말이지요.
선영이 찾아온 곳은 영주의 집이 아니라, 애견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려던 신현준의 집이었지요. 두 사람의 첫만남에서 신현준과 하희라의 배꼽잡는 엉뚱함에 미치게 웃었습니다. 긴 기장미역을 옆구리에 끼고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보따리들을 보고 찬모아주머니라고 착각한 신현준, 뒤뚱뛰뚱 집으로 들어가는 하희라의 몸매를 조각조각 등분해서 감상하기도 하죠. 아, 절대 변태적인 감상은 아니었습니다ㅎ. 
"뭐야? 저 황금비율과 담쌓은 ET같은 체형은? 에잇! 건방진 몸매". 하희라의 몸매에 직격탄을 날리죠. 물론 비맞은 누구마냥 혼자서 주절거렸지만요. 
뒤에서 중얼중얼거리는 신현준이 하희라에게도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지요. "저 개장수 아저씨는 뭐라고 씨부려쌌노?". 졸지에 개장수가 된 신현준이었습니다.
선영은 동생 영주의 집으로 알고 들어갔고, 개장수(ㅎ) 신현준은 도우미 아줌마로 생각하고는 집으로 들여보낸 것이 인연이 되어, 웃음 빵빵 터지는 해프닝들이 벌어지게 되죠. 졸지에 셋방아저씨가 돼버린 집사는 회장님(신현준)의 생일인 줄 알고 멋모르고 풍선 87개를 불어야 했고, 막무가내 선영의 말에 고분고분 지시를 따르게 되지요. 그녀가 조금은 모자란 사람이라는 것을, 집을 잘못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도우미 아줌마로 착각하고 집안으로 들여보냈던 개장수 신현준(개장수 아저씨라는 말이 왜 이렇게 입에 착착 감기는지... 근데 이분 직업은 아직 모르겠어요. 돈은 엄청 많아보이는데, 성격은 좀 지랄같은 구석이 있어도 무서운 사람은 아닌 듯해요. 김선영만큼 순진한 구석이 있는 것같기도 하고 말이죠)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집에 풍선이 한가득 쌓여있는 것을 보게 되지요. 그리고 주방에서 나는 냄새에 발보다 코가 앞서서 들어간 순간, 그를 홀라당 매혹시킨 호박오가리 나물에 황홀감을 느끼지요.
다시 그를 놀라게 한 냄새의 주인공은 말린 우럭미역국, 참지못하고 한 국자 떠서 먹으려는데, 허걱 매몰차게 솥뚜껑이 덮혀버리죠. "아, 개장수 아저씨네. 개는 다 팔았어요?". 미역국에 정신이 팔린 신현준, "무슨 개같은 소리를... 미역국 뚜껑이나 열어요!". 무섭게 노려보는 김선영, "이건 우리 영주 먹일거예요".
'아니 집주인이 내 집에서 끓인 미역국도 못먹느냐', '우리 영주 꺼다' 옥신각신 싸우다 미역국을 통째로 엎어버리고, 찬모맞느냐고 발로 툭툭 치는 신현준의 개뼈따구같은 다리를 물어뜯어 버리는 영주지요. "김군아(셋방아저씨 집사), 얘 뭐냐. 진짜 바보아냐?". "나는 김선영이에요. 나 바보 아니에요. 김선영이에요. 김선영, 김선영...". 우는 김선영, 그제서야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세사람이었지요.
특히 신현준의 능청스러운 코믹연기와 하희라의 하나밖에 모르는 듯한 순박한 바보연기, 그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배꼽잡게 만듭니다. 말 잘하다가도 어이없고 황당하면 말을 더듬거리는 습관이 있는 신현준과 지적장애를 가진 김선영(하희라), 이 커플 첫회부터 마음에 쏘옥 들더라고요. 눈물콧물 짜게 될 드라마일 것같은데도, 하희라와 신현준, 그리고 김선영이 붙여준 셋방아저씨(신현준의 집사)의 모자란 듯 보이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드라마를 칙칙하게 하지는 않을 듯하더군요. 특히 신현준의 영감님같기도 하면서 허당스러운 연기에 웃음이 계속 터지더랍니다.
하희라의 사투리연기와 바보연기(바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데 이해해 주세요)도 참 좋더군요. 역시 연기파 배우들의 내공은 어떤 역할을 맡겨도 100% 그 역할을 소화하더라고요. 하희라는 지적장애를 가진 좀 모자란 인물로,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바보아빠 영규역할을 했던 정보석의 캐릭터와 겹쳐 보였지만, 영규 못지않은 사랑을 주게 될 것같습니다. 
하희라의 사투리가 처음과 극 중간에 달라져서 어색했는데, 선영이라는 캐릭터의 한 부분을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생 대영(박철민)이 서울에 선영을 데려오면서 신신당부한 말이 있었지요. 서울사람 만나면 서울말씨를 써야 알아듣는다고 말이죠. 나름대로는 사투리를 숨긴다고 또박또박 말하고자 말투가 더 이상해졌지요.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가 심한 사람이 서울말을 따라한다고 흉내낼 때 들리는 그 어색한 말투처럼, 선영의 말투도 이 말도 저 말도 아닌 사투리가 되었는데, 그 어색한 서울말 따라하기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더군요.

수위높은 베드신, 패주고 싶은 불륜남녀
첫회부터 '역시 하희라, 김현주, 신현준, 김태우'라는 말이 나오게 했습니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본 김정훈의 부드러운 이미지도 좋았고, 김태우와 바람난 오채린 역할의 유인영 연기도 어색하지 않고 좋더군요. 특히 수위높은 베드신에서는 너무 사실적이라(?),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아냐?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더군요. 
불륜이라는 코드가 이제는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감초가 된 듯해서, 낯뜨거웠네 어쩌네 라고 지적을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돼버렸습니다. 이런 베드신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왜 모든 드라마가 불륜을 위해서는 한 번은 치뤄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천편일률적으로 베드신을 내보내는지는 모르겠네요. 아직 이혼도장을 찍지도 않은 부인의 침대에서 스릴있다고 옷을 벗는 두 사람을, 그대로 끌고나가 광화문 네거리에 앉혀두고 싶더랍니다. 
박정도는 아내와 아이앞에서 조교를 데리고 서류를 찾으러 왔다고 뻔뻔스럽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딸 닻별에게는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얼굴에 정말 대단한 철판을 깔았더군요. 물론 딸아이를 사랑이야 하겠지만, 부도덕한 짓거리를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것도 모르는 딸아이를 안고 뽀뽀를 해주고 안아주는 그 손이 더럽게 느껴져서 혼났네요. 파렴치하고 영악한 인물 박정도(김태우)는 아마도 파멸이 될 때까지 공공의 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야비한 놈, 나쁜 놈, 비열한 이중인격자, 이런 놈은 천벌을 받아야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거품을 물고 첫회부터 욕을 먹게 하는 김태우, 그 연기를 얼마나 실감나게 잘했는지 아시겠죠?
김태우, 신현준, 하희라, 김현주 등 모든 배우들이 드라마 속 캐릭터를 잘 표현해서 새 드라마 선택이 만족스럽습니다. 연기가 좋은 만큼 드라마도 잘 그려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하네요. 
감추려고 발버둥쳐도 감춰지지 않는 빌어먹을 비밀, 언니라는 이름의 여자 김선영은 김영주에게 어떤 비밀일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조금은 우울한 분위기도 없지 않지만, 신현준과 하희라가 의외의 웃음으로 간극을 메워줌은 물론, 깊은 감동의 이야기가 숨겨져있을 것같아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기대됩니다. 

성숙하지 못한 딸아이의 눈에 엄마라는 존재는 바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이니 말이지요. 그러나 엄마의 마음을 알아갈 때, 바보엄마가 아니라 바보딸이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드라마가 그 과정에서의 갈등과 화해를 그려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고 그런 신파극이나 통속극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머니라는 고귀한 이름이 가지는 무게때문일 겁니다.
슬플 때, 힘들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이름,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울컥해지는 존재가 엄마겠지요. 얼굴도 다르고 살아온 인생도 다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는 같은 이름을 가졌을 겁니다. 자식밖에 모르는 바보,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 내 가슴 한 쪽을 기꺼이 도려낼 줄 아는 그런 이름을 말이지요. 그 바보같은 엄마의 사랑이 소리없이 가슴에 내리는 빗물처럼, 강물에 잔잔히 이는 물결처럼, 그렇게 다가올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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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8 10:36




아주 가까이에서 배우 안성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몇년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무주리조트 대종상 영화제에서 였는데, 당시 김지미씨가 회장으로 개회사를 했고, 그곳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은 다 봤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전에 종영한 뿌리깊은 나무 세종역의 한석규가 초록물고기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심혜진이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전도연이(접속이었나? 아무튼) 신인상을 받았는데, 진행실수로 호명되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무대 위로 올라가서 웃음을 자아냈던 모습도 떠오르네요. 강수연의 인형같은 모습도 기억나고, 송강호를 처음 본 곳도 그곳이었던 듯합니다. 
아직도 제 기억에 남아있는 것 중 하나가 한석규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우리 차 바로 옆에 주차를 하고 내리는 한석규와 마주쳤는데, 초췌한 듯한 얼굴과 차림새에 적잖이 놀랐거든요. 이번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수염깎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날도 그렇게 평상복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더군요.
그리고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배우가 박중훈과 최민수였습니다. 무주리조트에서 있었던 대종상영화제는 야외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함께 앉아 있는 배우들과 수다를 떠는 모습은 방송에서 나와 보여주는 활달한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충격을 받은 인물이 최민수였네요. 엄청 터프하고 무게잡을 줄 알았는데, 산만스러울 정도로 이 사람 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인사하는 동작이 동작이 꽤 컸었거든요. 다리떠는 버릇도 있더군요. 제가 생각하고 있었던 터프가이와는 그 때 이별이었습니다. 작품속에서만 터프가이였을 뿐ㅎㅎ...그때부터 최민수는 터프가이보다는 친근한 느낌으로 자리잡고 있답니다.

아무튼 시상식장에서 운좋게 스타배우들과 아주 가까이에 앉아있었던 덕에, 스크린에서 보는 배우들의 목소리까지 들어가며. 배우들을 가까이에서 훔쳐보기에(?) 여념이 없었지요. 그런데 주위 배우들과 수다를 떨던 박중훈(제 기억으로는 최민수 뒷자리에 앉아있었던 듯합니다)이 뒤를 돌아 보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예를 취하더군요. 다리를 꼬고 앉아 수다를 떨고 있던 최민수 역시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일어나더니, 인사를 했고요.
도대체 누가 등장을 하길래? 고개를 돌려 본 순간 제 눈에 안성기의 환한 웃음이 한가득 들어왔습니다. 위아래 까만 수트를 입고 걸어오고 있었는데, 아는 배우들에게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더군요. 생각했던 것보다 아담한(?) 체구를 가졌다는 생각을 잠시 하고 있는데, 제게도 웃음을 지어보여 주시더라고요. 그때의 황홀함이란...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고 하니, 그때 처음으로 실물로 만났던 배우 안성기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더라고요. 물론 주름살은 늘었고 중후한 중년이 되었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영화에 대한 애정, 그리고 한국영화에 대한 소명의식같은 책임감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후배연기자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진정한 국민배우.
배우들이 최고로 꼽는 롤모델 안성기, 국민배우라는 호칭이 당시에는 부담이었다고 고백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갔는데요, 승승장구 안성기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분에게는 달리 인생관이나 연기철학을 물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삶 자체가 인생관이고 연기철학이었습니다. 배역에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은 여느 배우와 다름없었지만, 왜 안성기와 연기를 하는 것이 편하다고 하는지 이유를 알겠더군요. 잡음을 만들지 않는 배우, 화를 내는 일이 없는 배우, 자로 잰 듯 정확하고 반듯한 생활은 모범이라기 보다 수도생활과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안성기의 모범적이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이 후배들에게는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것마저 어려워 하는 점도 있나 보더군요. 신현준이 몰래 온 손님으로 나왔는데, 방송에서 신현준이 그렇게 긴장하는 듯한 모습은 처음봤을 정도였으니까요. 좋아하면서도 하늘같이 존경하는 선배배우에 대한 경외감이 신현준으로 하여금 어려워하게 만든 것이겠지만, 얼마나 반듯하고 흠결없는 사람인가를 확인하게 하더군요. 
안성기의 가정생활은 대한민국 최고로 꼽히는 모범부부로 알려져 있고, 안성기의 아내사랑은 많이 알려진 대로 순결한 사랑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을정도입니다. 아내에게 미안해서 배드신을 찍지 않는다는 것도 유명하고요. 이는 작품에 임하는 철학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닌, 인간 안성기 개인의 아내를 존중하는 방식이고, 사랑이기에 논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역시 배우 안성기의 연기철학일테니까요. 
안성기의 형님 안인기(전KBS 피디, 현재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와 가수 태진아가 깜짝 손님으로 큰 웃음을 선사하고 가기도 했는데요, 안성기의 형님 안인기가 밝히는 비화도 이렇다하게 충격비화들은 없더라고요. 기껏해야 젊었을때 경포대 바다에 큰 일을 본 정도? 노랗게 뜬 부유물질을 보고 꽃이라고 만졌다는 여자분들, 혹시라도 방송을 봤다면 정체불명 냄새나는 꽃(?)이 누구 것이었는지를 알았겠네요ㅎㅎ.
아내와 손을 잡는데 걸린 시간이 1년이었다니, 이거야 말로 기네스북감이 아닌가 싶더랍니다. 가족들의 이야기만 나오면 가장 행복해 한다는 안성기, 아무리 늦어도 9시반을 넘기는 일이 없다는 안성기에게 붙여진 별명은 신데렐라입니다. 칼귀가하는 안성기에게 태진아가 와인까지 선물해 가면서  조금은 여유있고 느긋한 시간을 가져달라고 애원할 정도였으니, 주변사람들에게는 안성기의 숨막히는 모범생활이 답답하게 까지 느껴지나 봅니다.
김연아와 원더걸스 선예, f(x) 설리도 안성기를 이상형으로 꼽았다는데, 아마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안성기는 최고의 이상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부녀에게도 이상형이랍니다(남편님 죄송;;). 한눈팔지 않는 안성기의 자료화면으로 내보낸 패션쇼를 보는 도올 김용옥 교수와 대조되는 시선사진으로 빵터지게도 했는데요, 안성기의 절제력은 꿈에서까지 예외는 없다고 하네요. 박중훈에게 들려준 꿈이야기의 한편에 의하면, 꿈에 아름다운 여자가 유혹을 했는데, 꿈속에서도 망설이다가 거절했다고 하더라지요. 그런데 그런 꿈을 꾼 것조차 아내에게 미안해 하더라는 안성기, 진정 아내사랑 종결자십니다.
형 안인기와 태진아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안성기를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태진아의 아들 이루의 까만안경 뮤직비디오 출연에 관한 일화도 들려주었는데요, 가족처럼 친한 태진아였지만 공사를 분명히 하기 위해 하루를 고민했다고 하지요. 노래가 좋아서 출연을 결심한 안성기, 태진아와의 친분이 아니라 노래를 듣고 결정을 했다는 말에서 그의 프로정신을 엿보게도 했지요.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태진아가 출연료를 주었는데, 버럭 화를 내면서 돌려주었다는 겁니다. "이러면 형 동생 사이가 안된다"면서요. 매니저였다는 안인기가 자기에게 주었으면 받았을 거라고 우스개 소리도 했지만, 친형에게까지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안성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일화였습니다. 
안성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고개를 끄덕였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얼굴은 본인이 만들어 간다는 것입니다. 배우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는 만들어가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물론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맞는 작품때문에 터프하다, 혹은 감미롭다, 혹은 비열하다, 따뜻하다는 이미지가 본의아니게 씌워져 버린 배우들도 있을테고요. 악역전문배우들도 알고 보면 너무나 순진해서 어떻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배우도 있고 말이지요.
안성기 역시도 어떤 이미지를 만들까 생각을 했다고 하지요. "영화가 천대받는 시절, 그런 느낌, 그런 분위기에서 평생의 직업으로 삼고가야 하는데 근사하고 존중받는 것을 내가 만들어 가야겠다"라고 생각했었노라고 하더군요. 지금이야 배우나 연예인을 최고의 직업으로 꿈꾸는 지망생도 많고, 인식도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배우들을 속된 말로 딴따라라고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배우가 존경을 받는 일은 드물었고, 그저 대중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주는 광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안성기의 기본 성품때문에도 국민배우 안성기를 만들기도 했겠지만, 존중받는 배우가 되기 위해 어쩌면 대중들이 알지 못하는 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행동거지에 더 조심하고, 연기에 최선을 다하고, 영화를 수입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한 얼굴이 될 문화로 생각했기에, 안성기는 스스로 문화인으로서의 자세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던 게지요. 안성기하면 떠오르는 미소는 그의 반듯한 삶, 사람을 대하는 따뜻함, 그리고 영화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안성기라는 사람 자체가 되었으니까요.
안성기의 생활쳘학과 가정생활을 보니 한때 영화를 주름잡던 신성일의 꼬락서니와 더 대조적이더군요. 과거 연인과의 불륜, 낙태 그리고 지금까지 애절하게 사랑한다는 고백까지, 부인 엄앵란의 얼굴에 먹칠을 하면서도 전혀 미안하지 않다는 발언은 경악과 추태 자체였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많은 영화를 찍고 원로배우로서 후배들의 모범이 되거나 귀감이 되기는 커녕, 부인과 자식까지 부끄럽게 만드는 가장( 호적상 가장일뿐 다른 의미는 없어보이지만)과는 천지차이더군요. 
연기를 잘한다고 다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제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어 손가락질을 받는 연예인들도 숱합니다. 단 한 번의 사생활문제나 스캔들이 없었던 안성기, 오죽 바른 생활만 했으면 지금까지의 일탈로 손꼽는 것이 신호위반 몇번했던 것이라고 했을까요. 안성기를 꽤 오래동안 봐왔는데 그 한결같은 모습은 연예인들 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삶인 듯합니다.
안성기의 따뜻한 미소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배우이자 가장,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언행일치의 노력이, 보는 것만으로도 편하고 행복하게 하는 국민배우의 미소를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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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8 11:15




승승장구에 김수미님(이하 '님'생략)이 나와 힘들었던 과거를 고백했는데요, 세간을 놀라게 했던 일들을 담담하게 털어놓는 모습에 마음 한 켠에 쌓여있던 체증이 내려간 듯한 시원함이 느껴지더군요. 원인불명 급발진 사고로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죄책감에 한동안 연기까지 관두고 두문불출하면서, 빙의와 알콜중독, 그리고 수차례 자살시도를 했었다는 이야기가 새삼스러운 고백은 아니었지만, 늘 김수미를 보면 그때의 기사들이 오버랩되어서, 그녀의 얼굴에서 읽혀지는 슬픔을 함께 느껴야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방송은 어느 때보다 김수미씨가 편해 보여서 좋더라고요. 마치 "거울 앞에 돌아와 선 내 누이(언니, 엄마)" 같은 느낌을 가졌다고 할까요.
거침없는 입담과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은 김수미가 차갑고 무서운 연기자라는 이미지를 주기도 하지만, 속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엄마품처럼 따뜻한 여자라는 것은 많은 분들이 느끼고 아실 거라 생각해요. 그녀가 방송에서 인연을 맺은 스타 아들들과 딸, 그리고 친구들에게 보내는 김치며, 간장게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아실 거예요. 그녀는 연예인들만이 아니라, 늘 어려운 이웃들에게 지갑이 되었든, 냉장고가 되었든 아낌없이 열고 베푸는 친정엄마의 손과 마음을 가진 분이지요.
조인성, 신현준, 공형진, 탁재훈, 이유리와의 가족인연 이야기는 방송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기에, 새롭지는 않았지만, 이번 방송을 보며 목욕관리사와의 인연은 처음 들었기에 인상에 남더라고요. 들꽃을 좋아한다는 말에 언니 동생이 되어, 많은 행사에도 함께 데리고 다닌다고 하지요. 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동네 목욕탕에서 종업원들과 아침을 먹는 김수미, 김치 하나에 밥을 먹는 종업원들이 안타까워 하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그 마음과 정성이 너무 따뜻하고 대단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눈시울을 적셨던 이야기는 서울에서 홀로 자취생활을 하며, 어느 부잣집에서 얻어 먹은 김치 한동이에 얽힌 사연이었어요. 서울로 유학을 와서 고3 대학입시 시험을 치르고 합격했지만, 그 해 부모님이 차례로 돌아가셔서 등록금이 없어 대학진학을 못했다고 하지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응시한 탤런트 시험은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았지요. 어렵던 시절, 이태원에서 자취할 때, 김치가 먹고 싶었던 김수미는 어느 부잣집에서 한 아주머니가 김장을 한 양동이를 꺼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김치 한포기만 달라고 했다합니다. 집주인이 아니었지만, 그 아주머니는 양동이째 김수미에게 주고는 사모님 나오기 전에 얼른 가져가라고 했다고...
언젠가 잘되면 꼭 그 은혜를 갚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몇 해 지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김치파동을 겪은 거제도의 한 할머니가 "라면말고 김치 좀 보내달라"는 말을 듣고는, 다음날 운영하고 있었던 공장의 김치 출하를 중지시키고, 김치 한 트럭을 거제도로 보냈다고 합니다. 어려운 자취시절, 김치 한 양동이를 주신 그 아주머니에게 그렇게 김치를 갚았다고 말하는 김수미, 사람에게 아름답다는 말은 이럴 때 해주는 것이지 싶었어요. 아름다운 보은이었고, 아름다운 나눔이었습니다.
그녀의 인생에 닥친 두번의 큰 위기, 힘든 결혼생활이었지만 그때마다 당신의 아들을 대신해 사과하는 시어머니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고, 김수미의 시어머니는 남편 이상의 의미었지요. 친정어머니를 일찍 여읜 김수미에게는 친정어머니었고, 결혼생활을 버티게 해주었던 버팀목이었던, 특별한 분이었지요. 김수미의 자작 시나리오 연극 포스터를 붙이다가 급발진 사고로 시어머니를 잃고, 당시 언론과 뉴스가 시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죄책감과 정신적 지주였던 시어머니를 여읜 상실감에, 당시 국민드라마였던 전원일기까지 그 여파가 미쳤고, 시청자들은 말없는 일용엄니를 응원했던 기억도 납니다. 저희 친정어머니는 일용엄니가 나올때마다 그냥 가슴에서 뭐가 복받쳐 오르시는지, 이유없이 안타깝게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리셨는데 그 모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시어머니가 빙의되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리면서, 당시 항간에는 속된 말로 "김수미가 귀신들렸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고, 기운없는 일용엄니가 전원일기 방송때마다 화제가 되기도 했었지요. 얼마나 죄책감과 괴로움에 시달렸으면, 미용사를 불러 삭발신이 있다고 머리를 삭발까지 했을까 싶더군요. 술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던 시간들, 오죽 괴로웠으면 방송촬영을 가면서도, 스킨병에 소주를 담아서 다닐 정도였나 싶어서, 당사자가 느꼈을 그 힘든 시간들을 생각하니, 무사히 극복해줘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몸이 흔들릴 정도로 느껴져서, 졸도할 정도로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삭발을 하고 촬영 펑크를 내자 김혜자와 감독님이 달려왔다는데, 김혜자와의 20년 인연은 단지 서로 한 작품에서 오래도록 호흡을 맞춘 동료애 이상이었습니다. 3년간 식물인간처럼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세상을 기피하던 어려운 시절, 수입이 없어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닌다는 소문을 들은 김혜자가 김수미를 찾아 왔다지요. 김혜자가 김수미에게 여기저기 돈 빌리러 다니지 말고, 다 쓰라고 통장째 주고 갔다고 합니다. 피를 나눈 혈육이어도 이렇게 하지 못할 거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자매보다 더 깊은 애정과 우정을 나누는 두 분의 모습에 콧날이 시큰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김혜자씨가 덧붙이기를 "갚지마"라고 했다지요. 국민어머니 김혜자, 김수미와의 인연을 떠나 진정 대인배구나, 큰 어머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년, 10년, 그리고 단 하루의 인연이라도 김수미와의 인연은 특별함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무안할 정도로 솔직했고, 편했고, 따뜻했습니다. 저희 친정어머니가 제 어렸을 때 시장을 가면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는데, 김수미에게서 친정어머니의 가르침을 느꼈던 대목이 있었어요. 재래시장에 가서 노상에서 야채를 파는 분들을 보면 다 사가지고 온다고 하지요. 제 친정어머니도 항상 "처마없이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물건값을 깎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좌판을 벌여 쪼그리고 앉아 야채를 다듬는 할머니나 아주머니의 거친 손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음, 지갑을 열 능력때문이 아니라 그녀에게는 다른 사람의 곤궁을 음양으로 살펴주는 보시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김수미가 고통받는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요즘 김성민이나 크라운 제이의 문제를 보면서, 더 가슴 깊이 와닿았습니다. 김수미가 고통받는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김수미 본인에게 쓰는 편지를 그대로 옮기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김수미가 전하는 말 외에 어떤 것을 첨언하지 않아도, 그 말로 모든 감동을 전해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세상살이 곤란없기를 바라지 말라. 곤란이 없으면 사람을 깔보고 자신에게 소홀해 진다. 힘든 일을 겪고 나니까 겪은 만큼 얻어지는 게 있어요. 세상이 너무 오래 힘들게 하지는 않아요. 저 같은 사람도 다 극복을 했거든요. 힘들 때, 함께 나눠야 할 소중한 가족, 친구들, 단단히 힘 합쳐서 순간순간마다 용기 잃지 마세요."
나(김수미 본이)에게 쓰는 편지; "수미야, 잘 견뎌냈다. 이런 말이 있지. 늙을 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자주 열어라. 이제 지갑을 자주 열어서 많이 베풀고, 건강 유의하면서 인생 잘 마무리 하길 바래. 안녕"
아, 꼭 한가지 첨언해야 할 게 있는데 잊었네요. 저는 김수미를 보면 볼수록 신비스런 여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김수미를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같다는 표현을 하지만, 저는 그녀의 소녀같은 여린 감수성을 먼저 봅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45년간을 일기를 써 온 그녀, 일기장에는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은 소녀의 짙은 감수성이 빼곡빼곡 적혀있었고, 어려운 이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따뜻한 품성은 한없이 베풀고 안아주는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들꽃처럼 여린 감수성과 바다처럼 넓고 깊은 사랑을 품은 그녀는, 누구나 엄마하고 부르며 뛰어가면 두팔 벌려 안아줄 것같은 그런 어머니입니다.  
신비의 여인 김수미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때문이에요. 차가워 보이는 모습이 그녀의 전부일 것 같은데, 그녀의 입이 열리면, 보석들이 쏟아지지요. 삶의 지혜, 다른 사람과 나눌 줄 아는 넉넉함, 사람을 움직이는 진심들이 느껴지죠. 힘들때 이 사람 어깨에 잠시 기대면 위로받을 것 같은, 마치 어머니의 품속같은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마르지 않는 옹달샘같은 그녀의 가슴은, 그래서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신비의 보석창고같습니다. 늙을 수록 입을 닫으라는 말이 말조심, 행동조심하겠다는 뜻인 것은 알지만, 김수미씨는 입을 계속 열어 주셨으면 합니다. 보석같은 삶의 지혜, 용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는 따뜻한 말들을 계속 듣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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