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인'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1.01.27 '싸인' 미군 총기사건과 일본 백골사체, 왜 나왔나? (18)
  2. 2011.01.22 '마이 프린세스' 망가져도 극복못한 김태희의 한계, 갈길이 멀다 (225)
  3. 2011.01.21 '싸인' 소름끼친 살인마의 미소와 망치 박신양, 어이쿠 깜짝이야 (29)
  4. 2011.01.20 '싸인' 막춤열연 박신양 vs 흠집내는 옥에 티 엄지원 (41)
  5. 2011.01.15 '싸인' 박신양과 전광렬의 부검대결, 타살vs사고사 결론 왜? (25)
2011.01.27 15:06




싸인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간담을 서늘케 하는 드라마입니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과정에서의 스릴넘치는 연출기법도 긴장감이 크지만, 건드리는 사건들이 너무나 굵직한 이슈들이었기에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싸인 7회를 보면서 가슴이 쪼그라는 불안감을 느꼈던 이유는 드라마에서 정치적으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느꼈던 과거사, 그리고 현대사의 국가간 불평등에 대한 답답함을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해소시켜줄 지는 의문이지만, 드라마에서 다루기에 위험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과감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참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겁이 더 나기도 합니다. 
이명한과 대권주자 강준혁 의원의 거래선으로 그 범위를 촉소하기는 했지만, 이번 미군총기 살해사건과 일본에서 발견된 한국인 백골사체는 핵폭탄급 사건임에는 분명합니다. 한미일 3자회동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말로 가상 시나리오라는 장치는 깔았지만, 3자회동보다는 주한미군 지위협정인 SOFA와 일본의 과거사 청산이라는 문제와 직결돼 있는 중요한 사안들입니다. 몇부의 에피소드로 대미감정, 대일감정과 정치적 이해타산을 깊게 다룰 지는 의문이지만, 소름끼치게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카타르시스가 싸인의 승부수가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대물이 넘지 못했던 장벽과 다시 마주한 싸인, 정치권의 후각이 이 드라마에 안테나망을 뻗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게 되네요. 장항준 감독이 연출 일선에서 물러나 대본 집필에 몰두하겠다는 것이, 부디 외압에 의한 것이 아니기만을 바랍니다. 
미군이 쏜 총에 맞고 죽은 조폭의 죽음을 조폭간의 싸움으로 인한 사망으로 조작해 달라는 대권주자 강준혁 의원, 권력과 야합하는 이명한 국과수 원장과 과학적 진실만을 정의로 삼는 윤지훈 법의관의 싸움은, 단순히 국과수를 중심으로 한 정의 싸움만에 의미가 있지 않습니다. 미군 범죄에 대해 소심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이명한)과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법과 국가의 무력함에 분노하는 여론(민심-윤지훈)간의 대립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국가간의 민감한 사안을, 드라마에서 살인사건으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한국드라마 소재의 일보진전을 의미합니다.
미군 총기사건을 보면서 떠올린 사건이 두가지였습니다, 2002년 미군장갑차에 깔려 희생된 미선, 효순이 사건과 2~3년전으로 기억되는데, 동두천에서 술에 취한 미군이 총기로 민간인을 위협했던 사건이었습니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 당사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장갑차 운전병들은 아시다시피 우리 법정에 세우지도 못했고, 미군법정에서 무죄를 받고, 미국으로 데리고 가버렸습니다. 한국 국내법보다 SOFA규정이 우위였습니다.
동두천에서 주한미국이 시민을 총기로 위협하고 폭행했던 사건, 기억나실 겁니다. 이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미군의 거부로 증거물인 총기도 압수하지 않고 돌려 보내 버렸습니다. 폭행을 당한 피해자와 목격자도 있었던 명백한 범죄사실에도 구속수사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국민들은 장갑차 사건을 다시 떠올리며 분개했지만, 미군은 자국으로 소환돼 버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다지 성공적인 작품이었다는 평은 듣지 않았지만, 송중기, 장근석이 나왔던 이태원 살인사건도 연상이 되더군요.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이태원 햄버거 가게에서 대학생이 의문사했던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제가 영화는 보지 못하고 영화평만 봐서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여튼 미군과 관련되었던 씁쓸한 사건들이 떠오르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범죄에 미군이 개입이 되어있으면,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져 왔습니까? 조기에 수습하거나 은폐되기도 했고, 미군장갑차 사건의 미군은 본국으로 소환되어 버렸습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분노와 황당함과 망연자실까지 느끼고, 힘없는 나라라는 허탈감에 치를 떨며 분을 삭혀야 했습니다. 촛불을 들어도 소용없었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 정밀 재검사에 착수하겠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어야 했고, 수사결과가 나오면,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혹은 주한미연합 사령관의 "유감스런 일이다. 한국민에게 사과한다"는 브리핑만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것이 불공정 SOFA규정에 항변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의 현주소인 것입니다.
일본은 어떻습니까? 아침에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점심에는 신사참배를, 저녁에는 욱일승천기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대일무역 협박을 서슴지 않고, 시시때때로 독도가 지네 땅이라고 심심하면 실언을 해대는 나라지요. 종군위안부의 시위 앞에서도 헤죽거리면서 웃고 지나가는 뻔뻔한 놈들이고, 오히려 한국의 근대화를 앞당겼다며, 철도랑 도로를 깔아줬다고 위세를 떠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드라마 싸인을 보며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더군요. 과연 이 사건을 드라마로서 잘 풀어갈 수 있을까? 또다시 국민들을(시청자) 허탈감과 분노를 주게 할 것인가 싶어서 말이지요. 이 사건은 드라마 싸인에서 이명한을 무너뜨리기 위한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입니다. 싸인을 정치적으로 풀어가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훌륭한 전개이며 접근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정치는 많은 경우, 특히 대외관계에서 국민들의 분노했던 마음을 달래주지 못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까놓고 그들의 힘이 세기 때문이죠. 대한민국의 국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함부로 심기를 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이라고 왜 분노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분노하기에 앞서 냉정해야 하고, 국익을 두고 부지런히 계산기부터 두드려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입니다.
속으로 분개하면서도 계산기부터 두드려야 하는 정치인들은 그래도 이해라도 갑니다. 문제는 드라마 속 이명한과 강준혁 의원같은, 권력이 우선인 인물들이 문제지요. 국익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을 앞세워 독도도 넘겨줄 수 있다는 뿌리없는 정치의식을 가진 사람들 말입니다. 국익이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당연한 권리주장도,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분들이 문제지요. 권력을 위해서는 자국민 한 두 사람은 쓰레기처럼 처리되어도 된다는 사고방식의 소유자 말입니다.
조폭들, 분명 사회악이고 사회적으로 없어져야 마땅한 부류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총부리앞에 '꽥' 소리 한번 못하고 개죽음을 당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쓰레기라고 분류되는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살인자에 대한 처벌은 응당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살해자가 미군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 이름 앞에 쫄 수밖에 없는 사람, 쓰레기같은 부류로 처리되었다고 조폭간의 싸움에 의한 타살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쓰레기 같은 인생도 억울하게 죽을 이유는 없었다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사람이, 드라마에서는 법의관이라는 이름으로 대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지훈과 이명한의 대립을 정치적 시선으로만 해석한다면, 드라마 속 사건들의 의미는 퇴색됩니다. 단순한 정치적 싸움이 아닌 이유는 자국민을 지켜주는 자주독립법, 대한민국의 자주권을 윤지훈으로부터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윤지훈이 믿는 국과수의 신념은 과학적 증거가 말하는 진실입니다. 어떤 이유로도 진실이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윤지훈의 소신이지요. 국과수를 최고의 과학수사기구로 만들고 싶어하는 이명한은 국과수의 이익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정치인과 같습니다. 진실이 도구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윤지훈과 상충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민감한 문제를 과감하게 드라마 속에 던진 것은 인기가수 서윤형의 죽음을 둘러싸고, 조작의 배후인 이명한과 강준혁 의원를 잡기 위한 그물망같은 드라마적인 장치이기는 하지만, 윤지훈의 입을 통해 밝혀지는 진실들은 시청자에게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카타르시스가 될 듯 합니다. 대미관계, 대일관계를 국민정서나 감정이 아닌, 과학적 사실로 접근하는 방식은, 법의학 드라마라는 범주를 이탈하지 않아 더욱 돋보이는 매력입니다. 과학적 진실을 입증하는 속시원한 한 방, 이 드라마에 바라는 궁극적인 바람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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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2 10:45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가 망가졌다'. 충분히 화제감이었고, 망가진 김태희마저 아름답다는 찬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발연기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섣부른 칭찬까지 이어졌지요. 김태희의 연기는 확실히 나아졌지만, 이는 과거 김태희의 연기에 비해서이지 절대적으로 김태희가 연기를 잘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김태희의 연기력은 비교대상이 없습니다. 참 아이러니 하지요. 윤은혜가 성유리와 종종 비교되기도 하는데, 김태희는 같은 또래의 쟁쟁한 여배우들과 비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신인들과 비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돌 출신 여배우들과도 연기력을 비교하기가 애매합니다. 김태희정도의 데뷔경력과 나이라면 어느정도 자신의 연기색깔과 연기력을 갖추고 있기에, 늘 연기초짜같은 김태희는 어디에도 비교대상으로 낄 자리가 없지요.
여전히 김태희는 CF의 여왕에 걸맞는 예쁜 배우입니다. 데뷔한지 오래되었는데도 한 번도 연기자로서 인정받지는 못했지요. 그럼에도 김태희의 출연작은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소위 유명세를 탑니다. 외모가 되었든 학벌이 되었든 이유불문하고 말이지요. 그것이 김태희라는 배우의 힘입니다. 연기력까지 겸비된 힘이라면, 포스트 고현정이라는 말이 진즉에 나와도 열두번은 나왔을텐데, 참 아쉬운 일입니다.
그런 김태희가 처음으로 연기력이라는 오명을 벗을 만한 작품을 만나 제대로 망가지면서 연일 화제가 되었습니다. 다른 배우들이라고 김태희만큼 망가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김태희였기에 망가짐이 신선했고, 그것을 일취월장한 연기력의 성장이라는 평까지 받고 있습니다. 다른 여배우들이 망가지면 그렇게까지 연기력찬사를 하지 않았을 망가짐도 김태희이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김태희, 분명 열심히 하고 있고 연구도 많이 하고 나왔습니다. 무서운 학구열입니다. 김태희의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연기를 공부하듯이 외워왔기에 김태희의 변신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에요. 더이상 그녀의 망가짐이 새롭지 않다는 것이죠. 또한 망가짐의 정도가 이젠 커보이지도 않습니다. 똥마려운 연기에서 터뜨리고 거기서 끝나 버렸어요. 침대 시트 속에서 머리를 수세미처럼 헝클어뜨리고, 이마에 잔뜩 주름살까지 만들면서 망가지는 것에 강박관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캐릭터 상 망가지는 것과 망가지기 위해서 망가지는 것은 그 차이가 엄청나지요. 김태희 연기의 한계가 여기에 있으니까요.

마이 프린세스에서의 김태희의 문제는 망가진 김태희만을 너무나 의도적이고, 강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설이라는 캐릭터보다는 망가진 김태희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고, 캐릭터의 매력이 감소되는 요인이 되고 있고요. 시청률에 기여했을지는 몰라도 작품자체만으로 볼 때는 민폐입니다. 김태희에 대한 사심은 없는데, 예쁘니까 좀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더 들고 아끼기에 조언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네요. 김태희 팬분들이 지금 속에서 부글부글 끓으면서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말이지요. 뒷통수가 따가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희를 위한 조언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이 프린세스에서 김태희의 상대방과 전혀 호흡이 느껴지지 않는 원맨쇼 대사와 행동은 드라마 스토리보다는 김태희의 얼굴에만 시선을 고정하게 합니다. 이설이라는 캐릭터는 없고 여전히 김태희의 변화된 모습 퍼레이드만이 계속되고 있어요. 박해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송승헌의 변화되지 않는 모습까지 더하면, 캐릭터가 살아야 할 가장 중요한 남녀주인공들이 아이러니하게도 문제에요. 아무리 비주얼이 좋아도 캐릭터의 매력이 없으면 드라마 흡입력은 떨어지잖아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귀엽고 순진무구한 캔디형의 잡초같은 이설, 완벽한 외모에 집안, 외교관이라는 직업까지 두루 갖춘 박해영이라는 인물에 가슴이 설레이지 않는다는 것, 무엇보다 두 사람의 무미건조하리만큼 전류가 느껴지지 않는 로코물의 주인공들은 처음인 듯 싶습니다. 하다못해 주인공에게 빠져들지 않으면 주변인물에라도 애정이 가는데, 오윤주나 남정우에게서도 매력적인 모습은 없네요. 일례로 찬란한 유산에서는 주인공들 못지않게 유승미와 배수빈에게도 큰 애정이 갔었거든요. 물론 스토리가 탄탄하거나 대사빨이 시크릿 가든처럼 톡톡 튀면서도 가슴팍에 꽂히지는 않는 아류작같은 대본이 가장 큰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드라마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경우는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좋아하는 배우라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특정배우의 연기가 좋아서, 작품이 뛰어나서 등등의 경우 말입니다. 저는 드라마 리뷰를 쓰기때문에 그저 편하게 즐기듯이 보는 작품과 리뷰글을 쓰는 작품이 다릅니다. 동시간대 싸인을 예를 들자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되어 보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작품을 계속 보게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캐릭터의 흡입력입니다. 연기력이 좋은 배우는 캐릭터에 대한 완성도가 뛰어나기에 시너지 효과까지 가져오게 되지요. 싸인에서 박신양, 전광렬, 김아중이 만들어 가는 캐릭터가 그런 예입니다. 엄지원의 경우는 연기력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에, 이번 작품에서는 실망이 크지만요. 

글 제목은 가장 이슈가 되는 김태희로 잡았지만, 사실 송승헌에게도 캐릭터에 대한 연기연구의 부족은 심각합니다. 송승헌은 매력있지만 남자주인공 박해영은 영 매력이 없거든요. 마찬가지로 드라마 속에서 망가지는 김태희는 귀엽고 예쁘지만, 이설이라는 캐릭터는 '저게 어디서 떨어진 물건인고?' 싶고요.
이유는 배우들이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몰입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김태희는 변화된 모습만을 보여주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망가지고 있는 중이고, 송승헌은 현빈이 주연한 김주원을 흉내내려는 듯한 무리수까지 보이는 중입니다. 송승헌이 어설프게 김주원 흉내를 내기는 했지만, 매력이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캐릭터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연기력의 한계인지...;;;
몇 장면만 상기해 보도록 하죠. 우선 이설이라는 인물이 왜 김태희에게서 제대로 완성되지 않는지 볼까요. 5회에서 남정우 교수와 궁에서 몰래 나온 이설이 충돌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장면이 있었지요. 소심스런 방귀뀌기로 또 한번 망가짐을 시도했지만, 폭발적인 반응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튼 입원실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 거부를 당하는 어린애에게 병실을 양보하고, 이설은 병원에서 나가다가 푹 쓰러져 버렸지요. 쓰러진 이설을 집으로 데리고 온 박해영, 왜 다른 병원이라도 데리고 가지 않았는지 상당히 비현실적이었지만, 박해영이 간호하는 장면과 죽을 써주는 장면, 그리고 이설이 아버지에 관해 오해하는 설정들을 넣어야 했기에 억지는 불가피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런데 김태희는 여기서 큰 실수를 하지요. 죽은 듯이 쓰러져서 자는 이설은 교통사고로 오른팔에 여기저기 타박상을 입었고, 숟가락 들 힘도 없었어요. 박해영이 죽을 떠먹여 줄 정도로요. 박해영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과 연기는 했었지만, 그 장면에서 아픈 것은 사실이었지요. 그후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간 이설은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입습니다. 팔을 들어올리는데 인상을 찌푸리지도 않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짱한 모습이었다는 것이지요. 아버지에 대한 보도자료를 보고는 박해영을 향해 기사들을 던지고 독설을 뱉기도 했고요. 해영의 집으로 이설을 데리러 온 박동재 회장의 차를 타고, 청와대로 가서 대통령을 만났지요. 악수도 오른팔로 자연스럽게 하고, 기호 5번을 찍었다고 귀여움까지 떱니다.
자, 그럼 다른 여배우들이라면 이 장면을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연기력은 이런 데서 검증이 되는 겁니다. 드라마 속에서 이설이라는 캐릭터는 환자에요. 오른팔을 움직일때마다 통증을 느끼는... 그런데 김태희는 죽먹는 장면만을 위해서 아팠습니다. 연기력 갖춘 배우들은 이렇게 안하지요. 적어도 옷을 갈아입으면서 다친 상태이기때문에 하다못해 인상이라도 썼을 거라는 거지요.
그리고 6회에서 김다복 여사와 호적정리를 하며 폭풍눈물을 쏟았다고, 명품연기라는 칭찬이 늘어진 기사제목을 잠깐 봤습니다. 기사는 제목부터 김이 새서 읽지는 않았어요. 시청자들이 느끼는 것이야 개인차가 있지만, 명품연기는 결코 아니더군요. 물론 제 개인적인 드라마 감상입니다만...

엄마 김다복 여사가 간 이후 이설은 밤내내 울면서 뜬 눈으로 지샌 것 같더군요. 이설의 방앞에서 박해영은 이설이 통곡하는 것을 미안한 마음과 애잖한 마음으로 듣고 서있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설은 마치 대여섯살 어린아이가 우는 모습으로 그야말로 예쁘게 대성통곡 하고 있더군요. 이설의 극중 나이가 25살, 발을 뻣대며 울었으면 꼬마아이가 운다고 해도 믿을 장면이었습니다.
김태희의 우는 장면을 보며, 여전히 김태희에게 연기는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김태희가 눈물연기를 못했다고 생각했을까요? 김태희가 우는 장면은 마치 엄마에게 좋아하는 만화영화 금지를 받아서 벌받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잉잉, 엄마, 나 만화 볼 거란 말이야. 보게 해주세요"라며, 억울해 하며 투정을 부리듯이 말이지요.
연기를 달리해서 김태희가 입을 막고 끅끅 우는 모습이나, 침대 시트를 뒤집어 쓰고 울음을 참는 듯이 울었다면 어떤 감정을 전달받았을까요? 엄마와 호적상 남남이 된다는 슬픔과 25살 나이에 맞는 여대생의 눈물연기가 되었을 겁니다. 김태희의 얼굴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오히려 이설의 감정이 더 잘 전달되었을 거예요. 이설의 감정은 김태희의 어린 애같은 울음소리와 우는 표정으로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겁니다. 김태희가 연기는 연구하고 나왔지만, 캐릭터를 제대로 만들어 가는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연기력 혹평을 받았던 아이리스에서의 최승희의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연기는 나빴지만 캐릭터는 오히려 이설보다는 확실했다고 생각되거든요. 김태희보다는 최승희를 보여주려고 했으니까요. 마이 프린세스에서는 이설이 아닌, 나 이런 연기도 한다는 듯한 김태희만 보이고 있어서 말이지요.  
김태희가 연기변화에만 몰두하고 있으면, 상대역을 하고 있는 송승헌이라도 캐릭터를 제대로 잡아줘야 하는데, 송승헌도 송승헌 본인과 박해영, 그리고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까지 여러가지 색깔의 옷을 입고 있는 중입니다. 침대에서 김태희와 삐리리 감정이 되기 전에 대사들은 김주원 패러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더 망측스러웠던 장면은 이설의 빵점짜리 시험지를 가지고 장난을 칠 때였지요.
혀까지 메롱하며 내밀면서 깝죽이 엉덩이 춤을 추는데, 잠깐 눈을 의심하게 하더군요.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때 여동생과 장난치면서 여동생을 놀릴때 그런 엉덩이 춤을 췄거든요. 서른 넘은 외교관, 게다가 이설과 시청자에게는 서서히 해영앓이를 시작하게 해야 하는 박해영 캐릭터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망가진다고 남자배우의 매력이 없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다만 촐싹녀같은 김태희와 모지리 푼수같은 남자주인공의 모습으로 더 크게 다가왔다는 겁니다.
멋진 남자의 모습은 수트발과 멋진 폼으로 서있거나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상처, 그리고 반항은 눈썹만 모은다고 나오지는 않습니다. 가슴 콩닥거리는 감정은 여자에게 얼굴만 가까이 들이민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박해영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먼저 시청자의 마음을 휘어잡아야, 얼굴을 들이밀면 함께 가슴이 콩닥거리고, 할아버지에게 반항해도 그 상처가 전해지는데, 전해지지 않는 이유가 뭔지 답답스럽습니다. 장영실 작가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대본이 뭔가 쓰다만 느낌이 들거든요. 연기력이 나아지고 있는 김태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탄탄한 대본으로 캐릭터까지 매력적으로 그려준다면, 김태희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을 캐릭터인데 싶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배우의 연기변신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캐릭터의 매력구축은 되지 않고 있는 마이 프린세스, 김태희의 원맨쇼에 이어 송승헌까지도 깨방점 춤을 추며 나이에 맞지 않는 여동생 놀리는 오빠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본까지 더 유치해지면 그야말로 환상궁합(?)이 될 듯합니다. 작가가 여배우 무너지는 것으로 에피소드를 만들어가기 보다는, 이제는 스토리에 더 신경쓰는 궤도 수정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더불어 송승헌과 김태희는 보여주기 위한 연기가 아닌, 캐릭터 속에 자신을 던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캐릭터와 동화되는 연기를 보여야 할 때입니다. 드라마는 연기자가 아닌 캐릭터가 사랑받을때 더 가치가 빛납니다. 태희앓이 승헌앓이는 필요하지 않아요. 설이앓이, 해영앓이가 필요하지요. 그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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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225
2011.01.21 08:11




매회 새로운 사건으로 긴장감과 스릴, 과학수사에 박진감을 더하고 있는 드라마 싸인,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는 힘은 범인을 찾아 거리를 좁혀가는 연출방식입니다. 그들만의 수사, 제작진만이 알고 있는 단서를 드라마 중간중간 풀어주는 방식은, 시청자에게는 드라마를 좀더 쉽게 즐기게 만듭니다. 스토리 이해를 위한 일종의 친절한 충격완화장치로, 미스터리와 해답을 적절하게 던져주면서 시청자들도 드라마에 함께 하는 기분이 들게 하죠. 시청자의 뒷통수를 치는 반전을 즐기지 않는 스토리 구성은, 그런점에서 시청자가 드라마에 한층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진 안수현(최재환)이라는 인물도 어느날 땅에서 불쑥 솟아나오게는 하지 않았지요. 방화범 용의자로 체포되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게 하면서, 미리 시청자에게 가벼운 눈도장을 찍게 했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최이한의 차를 가드레일에 부딪치게 함으로써, 최이한의 발을 묶는 방식으로 최이한에게는 사건의 단서를, 안수현에게는 우연을 가장한 계획살인이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었지요.
농장에서 백골사체 4구를 발견한 윤지훈은 이 사건이 동일인에 의한 연쇄살인임을 확증하고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유현주의 부검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이명한, 국과수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건팀장에 윤지훈을 임명합니다. 국과수에 대한 윤지훈과 이명한의 시각의 차이는 여전히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본인의 명예보다 국과수가 우선이었기 때문이죠. 국과수가 권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먼저 국과수가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이명한과 국과수는 부검에서 밝혀진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윤지훈의 시각적 차이인 셈이죠.
윤지훈은 연쇄살인사건 팀장으로 국과수에서 부검을 하고 범인을 추적하고, 강력계 최이한 경사는 방화범과 교통사고를 가장한 연쇄살인범의 공통점을 찾아 수사망을 좁혀갑니다. 부검에 참여시켜 달라는 고다경의 청을 거절하고, 남부본원으로 고다경을 내려 보내는 윤지훈에게 고다경이 결정적인 단서를 말해주었지요.
'범인은 왼손잡이다'.
농장에서 체포된 이정범은 과거 성폭행 범죄 전과자에, 범행에 사용된 흰색 트럭의 소유자였고, 사체가 유기된 농장주인이었다는 점에서 강력한 용의자였지요. 또한 자신의 한 짓이라는 자백까지, 수사는 깔끔하게 종결될 수 있었지요. 농장주인이 연쇄살인범의 친부라는 것에 또 한번 놀랐네요. 어떤 흉악범도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범죄자로 태어나지는 않는다는 것, 성장환경이 잘못된 인성을 기른다는 것을 말하는 반전이기도 했습니다.

백골사체를 부검한 윤지훈은 모든 피해자의 사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른 팔 뼈에 골절이 있었다는 점이었죠. 순간 눈을 번뜩이며 전광석화처럼 망치를 집어든 윤지훈, 왼손으로 검시 어시스트를 내려치는 모습에 살기까지 느껴져서 간이 콩알만해졌네요. 본능적인 반사신경을 검증하는 방법이었죠. 왼손잡이기 흉기를 내려칠때 방어하기 위해, 피해자는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들어 자신을 보호하려 들지요.
박신양이 왼손잡이 범인을 재연하는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진짜 내려치려는 듯한 살기까지 느껴지더군요. 피해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않고 반응을 알아보려는 것이었죠. 정우진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용의자가 왼손잡이인지 확인하는 윤지훈, 그러나 용의자로 잡힌 이정범은 오른 손잡이였습니다.
범인의 정체가 다시 오리무중에 빠지게 됩니다. 그때 현장에서 수거한 피해자의 휴대폰에 찍힌 범인의 영상이 뜨고, 그가 고다경을 태웠던 흰색트럭 운전수였음을 기억하지요. 고다경에게 운전하고 있는 놈이 범인이라고 알려주지만, 늦었습니다. 안수현은 고다경을 계획적으로 차에 태웠고, 윤지훈의 전화를 받고 놀란 고다경을 보며, "안녕"하며 웃는데 장말 소름이 쫙 돋더라고요. 착하고 순둥이처럼 생긴 범인의 얼굴이 얼마나 소름끼치던지요. 범죄자는 얼굴에 죄를 남기지 않는다는 말도 생각났고요.
강력계 꼴통형사 최이한은 우연히 지도를 보다가, 연쇄방화지역과 시체가 유기된 지역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살인사건과 방화범이 관련되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되지요. 범죄심리 프로파일러가 연쇄살인범과 방화심리에 대한 말을 했었는데, "비뚤어진 욕망을 충족하기에 '불'만한 게 없다. 살인전 후에 쾌락을 극대화하기 위해 방화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특정장소에 집착하는 방화는 원한에 의한 방화가능성이 크고, 그런 심리에는 누군가에게 "내가 이 정도라고 보여주고 위협하는 심리가 깔려있다" 등의 범죄심리학의 기본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연쇄살인범은 살인중독에 빠져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해주지요. 그리고 살인의 출발점이 유현주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유현주 외에 피해자가 경남지역에 연고가 있던 여성이었고, 사체가 유현주의 거주지역 부근에 버려졌기 때문이지요. 
최경사는 시신이 발견된 부근에서 방화가 있었던 집을 찾아가고, 뜻밖에 그 집이 유현주의 집임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유현주를 스토킹했던 고등학교 동창생이, 방화용의자였던 안수현과 동일인물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안수현에게 고다경이 납치되었음을 알게 된 윤지훈과 최경사, 방화용의자를 무혐의로 풀어준 정우진 검사는 자책감이라는 공통고리를 가지게 되고, 그 책임은 질책으로 이어집니다. 국과수에서 연쇄살인범에게 법의관이 납치된 사실에 이명한의 비난은 윤지훈의 국과수 본원복귀를 불투명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고다경의 납치로 수사는 연쇄살인범 추적은 공개수사로 전환되고 윤지훈과 최경사, 정우진 검사는 흰색용의차량 추적에 나서게 되지요. 실시간으로 수배차량 이동을 체크하며 고다경 구출작전에 나선 윤지훈과, 고다경에게 돌진하는 연쇄살인범의 소름끼치는 웃음이 교차되면서 싸인 6회가 끝났네요.

예고편에 고다경이 무사한 것을 보니 큰 사고는 없었나 봅니다. 제작진이 마련한 충격완화장치인 셈이죠. 지난 회 UV자외선 촬영을 위해 노래방에서 등을 빼오며, 막춤을 선보이며 빵터지게 만들었던 장면이 나와서 더 재미있었는데요, 고다경의 구출에 긴장감 백배의 스릴과 긴박한 순간의 아슬함이 선보일 것 같아, 고다경이 살아있다는 것을 봤으면서도 구출장면과 범인체포과정에서의 또다른 스릴이 기대를 갖게 합니다. 
"제발 살아만 있어"라며 사체부검에 합류시키지 않은 죄책감으로 고다경을 찾아 질주하는 윤지훈, 그에게 고다경이라는 존재가 새롭게 자리하는 계기가 될 듯도 하고요. 사실 저는 윤지훈이 고다경의 부검참관 청을 들어주지 않으면서 했던 말이 더 와닿았는데, 고다경이 그 깊은 뜻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더라고요. "내가 없으니 너라도 분원을 지켜야지"라는 말은, 고다경을 신뢰한다는 뜻이 담겨 있었거든요. 윤지훈이 없는 동안 혹시라도 모르지만, 누군가의 마지막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와 함께, 그 자리에 자기를 대신해서 고다경이 있을 자격이 된다는 인정, 그 두가지 마음 모두가 읽혀지더라고요.
미스터리와 스릴, 탄탄한 스토리와 98%의 완성도를 보이는 싸인, 이번회도 연출의 오점은 있었습니다.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진 왼손잡이 안수현이 오른 손으로 쇠망치를 휘두르는 모습이 나왔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쇄살인범으로 분한 최재환이 보여주는 싸이코패스의 반전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섬뜩했습니다. 최재환이 매번 작품에서 순진하고 착하면서도 모자라기도 한 캐릭터로 나왔는데, 싸인에서의 연쇄살인범은 그의 선량한 인상에 익숙해진 시청자에게는 충격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정우진 검사방에서는 겁에 질린 모습으로, 최이한과 톨게이트에서 만났을 때는 순진한 모습으로, 그리고 고다경을 납치해서는 섬뜩한 싸이코패스의 웃음을 보여 주었지요.
"뛸 수 있겠어? 걸으면서 도망가면 재미없는데... 마지막 애는 도망가라니까 '살려줘' 라며 울기만 하잖아" 그리고는 덤덤하게 "짜증나서 죽여버렸어". "사람은 잘못해서 죽는게 아냐, 재수없어서 죽는 거지". "너 죽어, 다른 애들처럼 미친듯이 살려고 애쓰다가 그렇게 될거야"라는 대사를 칠때는 동정심과 연민을 담은 표정으로, 친구에게 말하듯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그러다가 한 순간에 표정을 싹 바꿔서 사악한 미소를 짓는데, 오금저리게 하더군요. 
소름의 결정판은 자동차로 돌진하며 고다경의 공포에 질린 얼굴이 해드라이트에 비춰질 때, 살인중독자의 쾌감을 극도로 끌어올린 듯한 그의 웃음이었습니다. 먹잇감의 공포를 즐기는 살인자의 미소, 연필하나도 훔치지 못할 것 같은 선량한 인상에서 나오는 웃음은, 광기가 아닌 희열의 표정이었기에 더 무섭더라고요. 이번회 긴장감 최고의 스릴 장면이었고요.
그리고 그동안은 유심히 보지 못했었는데, 이번 회 법의관들이 보여준 뭉클한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농장에서 발견된 백골사체 4구의 부검에 앞서 검시관들이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하더군요. 죽어서도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하고, 주인없는 백골이 된 망자들을 위해 경건하게 예를 취하는 검시관들의 모습은, 망자의 시신을 부검대에 올린 것에 대한 사과와 명복을 비는 의식으로 느껴지더군요. 산 사람과 마찬가지로 망자의 존엄성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갈수록 흥미진진한 싸인, 다음주는 조폭살인사건이 나올 모양이더군요. 사건수사를 위해 일본으로 간 윤지훈과 고다경이 서윤형 살해범인 강서연과 조우하는 장면도 나왔는데, 단순히 강준혁의원의 대선과는 다른, 분위기 음산한 미스터리한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 같더라고요. 죽은 자를 통해 드러나는 산 자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갈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는 싸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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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0 07:42




"법의학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아주 가끔은 실수를 한다"고 했던 정병도(송재호) 전원장의 말처럼, 드라마 싸인 역시 사체검시와 수사의 현실적 재현은 100%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회 농장에서 발견된 백골은 사시사철 눈이 쌓여있는 것도 아닐텐데, 부패의 정도를 봐서 눈에 덮여있었다는 것이 옥에 티라고 보여지더군요. 다만 시신이 남긴 망자의 유언만은 100% 진실만을 토대로 말하려고 하는 것이,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완성도가 되겠지요. 소재의 흥미로움 외에 박신양과 전광렬, 김아중의 완성도 높은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고요.
긴장감에 숨죽이며 봤던 싸인 5회는 연쇄살인범의 윤곽을 잡아가는 윤지훈과 고다경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화성연쇄 살인사건이 연상되었던 흰색트럭 운전수의 연쇄살인, 범인이 왜 피해 여성들을 노렸는지, 범죄심리학으로도 범위를 넓혀가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합니다. 윤지훈이 "부검에는 범죄자의 심리가 나오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었지요. 시신에는 남겨져 있지 않은 범죄자의 심리라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이는 범인을 잡아야만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살아있는 범인이 남긴 흔적말이지요.
흔히 여성만을 노린 성범죄자나 연쇄살인범을 보면, 속옷을 모아둔다든지 특이한 심리를 보여주지요. 싸이코패스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범인의 성장과정 혹은 심한 정신적 질환에 의한 범죄까지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기에, 드라마 싸인에서 잡힐 범인, 즉 살아있는 자의 이야기마저도 궁금해집니다. 또한 범인이 이용한 흰색트럭이 발견된 농장에서 백골사체까지 나와, 백골사체에 대한 부검 분야까지 소개하고 있어서 드라마의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진범은 왼손잡이, 농장주인은 범인이 아니다
모든 타살에는 범인이 남긴 흔적이 있습니다. UV자외선을 이용해 범인이 남긴 흔적을 찾기 위해 노래방에 간 윤지훈과 고다경, 드라이버를 들고 춤을 추는 박신양이 제대로 망가져 주면서 웃음을 주기도 했는데요, 어벙한 표정으로 막춤추는 박신양, 무척이나 귀요미 돋더군요. 사체 부검이 끝나고 혼자 방에서 다시 춤을 추다 딱걸린 윤지훈이 고다경에게 다짜고짜 "너는 내 어시스트야" 라며, 민망함을 감추는 모습도 재미있었고요. 
윤지훈이 타살로 결론을 내린 이유는 사체에 남긴 엠블렘의 시간차 흔적때문이었지요. 고아람의 시신에는 며칠 간격으로 같은 엠블렘 문장이 찍혀 있었고, 이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음을 말했고, 고의적인 살인을 뒷받침할 만한 혈액샘플에서의 증거가 나오면, 타살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입증되는 상황이었지요.

서울 국과수에서 이명한의 부검을 보게 된 형사 최이한(정겨운)은 피해자의 연고지가 아닌 곳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에 의심을 품고,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최이한은 자신이 추적중인 연쇄방화범이 남긴 흔적 톨게이트 영수증과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같은 지역임을 알게 되고, 연쇄방화범을 추적하면서 고다경과 윤지훈의 수사에 함께 얽혀 들게 되었지요. 이명한의 부검소견과 다른 결론을 낸 윤지훈때문에 정우진 검사(엄지원)도 두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남부분원으로 내려오고, 트럭이 숨겨진 농장에서 네사람은 같은 생각, 혹은 다른 야심으로 같은 사건을 마주하게 됩니다. '연쇄살인범에 의한 타살이다, 이 사건으로 대검으로 보직을 옮길 수도 있다는...'
농장에서 동물용 진정제 아세프로마진을 발견한 윤지훈은 마지막 남은 혈액검사를 지시하고, 혈액반응은 양성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국과수 이명한 담당 사체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면서, 교통사고 피해자는 타살이었음이 입증된 셈이지요. 즉 저항하는 피해자를 제지하기 위해 동물용 진정제가 사용되었고, 이는 단순 뺑소니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 것이지요.
사체에 남긴 범인의 흔적을 찾는 법의관, 남부분원 윤지훈과 국과수 원장 이명한의 부검대결은 윤지훈의 승리로 이명한을 보기좋게 물먹이고, 사건은 연쇄살인범에 대한 추적으로 좁혀갑니다. 20대 두 여성의 연고지가 경남이라는 것에서 범인과 피해자의 과거가 연결고리가 나올 듯 하지만, 제 3의 피해 여고생은 계획살인인지 우발살인인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흉악한 싸이코 패스의 범죄심리까지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농장주인으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연쇄 살인범으로 잡히는 듯한데요, 짐작하셨겠지만 진범은 농장주인이 아닙니다. 고다경의 왼쪽 어깨를 잡았던 남자가 범인이 맞다면, 그는 고다경의 말대로 왼손잡이가 분명하기 때문이죠. 고다경의 어깨를 잡은 손은 남자의 오른 손이었고, 이는 왼손잡이이기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말하겠지요. 남자의 왼손에는 흉기가 들려있었거나, 완력을 써야하기에 고다경의 어깨를  힘이 덜한 오른손을 이용했던 것이고요. 그런데 화면에 잡힌 중년남자는 왼손잡이가 아니었지요. 그는 오른손으로 밥을 먹고 있었거든요.
교통사고를 위장한 타살과 뺑소니 교통사고로 인한 단순사고사로 부검소견을 달리한 윤지훈과 이명한, 연쇄살인범에 의한 타살이라는 증거가 나오고, 윤지훈의 국과수 본원복귀가 이뤄지게 되면서, 두 사람의 불꽃튀는 전쟁을 예고했습니다. 
윤지훈이 본원으로 복귀하면서 아이돌 스타 서윤형의 의문사 역시 재수사에 착수하게 되겠지요. 서윤형의 과거 여자친구이자, 대선출마를 앞둔 강준혁의원의 딸 강서연을 추적하게 될 윤지훈과 고다경, 은폐된 진실을 찾기 위한 윤지훈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사에 박신양이 일본촬영중 부상으로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고, 휴식을 취하라는 의사의 권고에도 촬영을 계속하는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더군요. 작품에 들어가면 완벽한 캐릭터에 빙의되기 위해, 박신양이라는 이름마저 잊게 하는 그의 프로근성이 대단할 뿐입니다. 역시 박신양이라는 찬사가 나올만하지요.
 
빵터진 막춤 박신양, 망가짐도 프로
이번회 막춤을 추는 박신양을 보면서, 박신양은 망가져도 그 캐릭터에 맞게 망가진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지한 정극드라마에서 조연들의 깨방정이야 웃음의 한 요소이지만, 주인공도 가끔은 허당스럽게 망가져 주는게 요즘 드라마의 추세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박신양이 망가지는 것을 보니 반쯤만 망가지더군요. 노래방에서의 막춤도 반쯤만, 그리고 사체 부검이 끝나고 방에 들어와서 혼자 춤을 추다가 고다경에게 걸리는 모습도 반쯤만 망가집니다. 윤지훈이라는 무미건조한 남자의 캐릭터를 제대로 설명한 것이지요. 미친듯이 막춤을 췄다면 깨알같은 웃음을 줬겠지만, 드라마 속 윤지훈의 캐릭터와는 다른 모양새가 되었겠지요. 엉거주춤 망가지는 모습이 오히려 박장대소감이었습니다. 
사건이 많으면 하루에도 몇구의 시신을 대해야 하는 법의관이라는 직업은 평상시에도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드라마속 윤지훈이라는 캐릭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에 서툰 남자지요. 성격이 예민하고 외골수적인 캐릭터입니다. 예민하고 신중한 성격은 부검에서 집중하는 모습으로, 쌓인 스트레스는 상대방에게 감정적으로 표출해 버리는 스타일입니다. 예민한 성격과 스트레스를 버럭버럭 화를 내는 모습으로 나타내는데, 박신양의 전작들에서도 같은 버럭연기를 많이 봐서인지, 그에 대한 지적이 있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저는 윤지훈이 버럭 화를 내는 것도 그 직업의 특수성때문인지 이해가 많이 가네요. 싸인 5회에서는 박신양의 버럭이 누그러졌다는 느낌도 받았는데요, 좌절을 맛본 윤지훈의 작은 변화였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됩니다.
히스테리 모델포스 여검사, 옥에 티 엄지원
그런데 싸인을 보면서 드라마의 흐름을 뚝뚝 끊으면서, 깨게 하는 캐릭터가 정우진 검사역의 엄지원입니다. 드라마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검사같지 않은 정우진은 싸인의 연기자들과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고, 캐릭터가 붕떠서 옥에 티라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도청기라도 끼고 있는 것처럼 아무데고 불쑥 등장해서 상황정리를 하고, 드라마에 흐르던 분위기를 깨버리는 일이 많지요. 게다가 스타일은 힘만 잔뜩 들어가 있고, 그에 걸맞는 옷매무새에, 마치 패션쇼 무대를 워킹하는 모습이에요. 가뜩이나 긴장되고 숨죽여 보고 있는 장면에서 칼라깃 세우고, 모델처럼 등장하는 걸음새와 깨는 대사톤은 극몰입에 방해가 되어 헛웃음도 나오게 하더군요.
엄지원의 연기색깔의 특징이 무엇인지는 잘모르겠지만, 싸인에서는 엄지원만의 연기색깔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더군요. 문소리와 김혜수의 모습이 짬뽕되어서 보인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또한 현장의 긴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표정과 대사처리는, 한마디로 드라마의 완성도에 흠집을 내는 옥에 티처럼 여겨집니다. 너무 혹평을 해서 개인적으로는 미안하지만요.
이번회 윤지훈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경찰과 출동하는 정우진 검사의 자동차 드라이브 장면만 상기해도, 분초를 다투며 사건현장으로 달려가는 느낌은 전혀 들지않고, 도시인의 평범한 고민을 안고 함밤중에 유유자적 드라이브하는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어요. 농장에서 윤지훈과 고다경이 처한 스릴있는 장면을 제대로 연결시켜 주지못한 장면이었지요. 긴장감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느껴지지 않아서, 평온종결자라고 이름붙여도 손색이 없겠더라고요. 사건현장에서도, 혈액샘플 시험실에서도 폼잡고 등장하는 모습은 검사라기 보다는 모델포스에 가까웠고요. 박신양이 막춤으로 웃겨준 것과는 전혀 다른 생뚱맞은 헛웃음을 짓게 만들고 있으니, 스스로 캐릭터에 대한 보완을 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드라마에서 조연급도 아니고,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야 하는 인물이기에 상당히 비중있는 캐릭터임에도, 5회가 지난 지금도 미스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네요. 검사라는 직업이 모두가 무게가 있고, 사무적이지만은 않을텐데, 카리스마보다는 히스테리 부리는 여검사의 이미지가 더 강하고, 카리스마는 정우진이라는 인물에서가 아닌, 깃세운 바바리 칼라에서만 느껴지고 있는 것은 저만 그런가 싶습니다. 

연쇄살인범이 무서운 이유는 그 대상의 무차별적 선택에 있겠지요. 연쇄살인범의 범죄는 공통점을 남기는 법, 윤지훈과 고다경, 최경사와 정우진 검사가 범죄의 공통분모를 찾아낼지, 그 흉악한 얼굴을 빨리 보고 싶군요. 과학적 증거들을 찾아가는 스릴넘치는 전개가 돋보이는 드라마 싸인, 연쇄살인범과 연쇄방화범,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거까지 그 얽혀있을 이야기가 흥미로울 듯합니다. 연쇄살인범을 찾게 될 과학적 진실, 혹은 범죄심리도 궁금하고요. 국과수로 복귀한 윤지훈과 한방 먹은 이명한, 의문사한 서윤형의 죽음을 어떻게 풀어가고 제지하려고 할 지, 두 배우의 불꽃튀는 카리스마 대결과 함께 진실싸움 제2라운드,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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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41
2011.01.15 07:34




법의학과 법의관이라는 특수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 싸인은 CSI와는 차별성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어떻게' 죽었는지가 아닌, '왜' 죽었는지의 관점에서 망자가 그의 몸에 남긴 흔적, 즉 싸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산자의 이야기와 함께 맞물려 있기에 더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보험금을 위해 자살을 택한 한 가장의 죽음은, 보험금을 노린 죽음이라는 사인의 피상적인 결과가 아닌, 그 남자가 남긴 유언으로 시선을 확대시키면서 감동까지 주었습니다. 단순히 생활고에 찌든 가장이 남은 가족들을 위해 돈을 남겨주려고 했다는 것에서 끝내지 않은 이유가, 드라마 싸인이 말하고 싶었던 숨은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드라마가 고급스럽다는 생각까지 했던 4회였습니다. 

법의관, 망자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

유가족을 찾은 윤지훈(박신양)이 들려준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는 죽음과 바꾸면서까지 가족을 사랑했던 마음이었습니다. 부검을 앞두고 아들의 시험때문에 부검실을 떠나는 모자를 보며, 그 가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은 것은 고다경(김아중)이 유가족을 찾은 이후의 대화였어요. "그렇게까지 힘들어 했는데도 저희는 원망만 했습니다".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가장의 무능함을 평소에 많이 탓하면서, 가족 아닌 가족처럼 지냈었다는 것이 읽혀지더군요.
잠시 고다경이 윤지훈에게 "가족을 위해 목숨과 보험금을 바꾸려했는데, 자살을 타살로 결과를 내 준다한들 아무도 손해보는 사람없잖아요" 라고 했던 말에 제 생각에 혼란도 일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도덕적 정의, 진실을 떠나 망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저 역시 들었었거든요. 고다경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윤다훈의 고집불통 융통성 제로의 투철한 직업의식에 비인간적인 마음까지 들었고요.
그리고 고다경에 앞서 유가족을 찾아간 윤지훈이 유가족에게 전한 망자의 마지막 목소리는 제 생각을 바꿔 놓았습니다. "우리는 오직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 과학적 진실이라는 사람냄새 나지 않는 국과수의 모토에 묻혀버릴 수 있었던 휴머니즘을 다시 일깨워 주더군요.
유가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되었다면, 한 가장이 목숨과 바꾼 보험금은 마지막으로 가장으로서 할 수 있었던 의무였다고, 유가족들의 가슴에는 '그래도 아버지 역할은 했구나' 정도의 감사함으로 두고두고 남았을 지도 모릅니다. 망자가 남기고 싶었던 것(보험금)을 주었을 지도 모르지만, 정작 목숨을 던질 정도로 가족을 사랑했다는 망자의 마지막 목소리는 전해지지 못했을지도 모르지요. 과학적 진실에서 찾은 망자의 휴머니즘이었습니다. 법의관은 망자의 유언을 실행으로 옮겨주는 사람이 아닌, 유언을 듣는 사람이고 그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것,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을 놓치지 않더군요. 드라마가 고급스럽다는 생각을 전해받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윤지훈과 이명한의 부검대결이 펼쳐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드라마 싸인, 같은 종류의 교통사고 사망자의 시신부검을 한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서, 국과수의 모토인 과학적인 진실을 위한 두 사람의 싸움 제2라운드에 들어갔습니다. 부검의 결과에 따라 윤지훈이 국과수 본원으로 돌아오게 될 운명의 한 판인 셈이죠. 윤지훈의 국과수 본원복귀는 서윤형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재점화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이명한과 장민석 변호사의 방해공작이 윤지훈을 꺾을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윤지훈과 이명한의 부검대결 타살 VS 사고사, 왜 다른 결론?
그러면 왜 윤지훈과 이명한이 같은 종류의 사망자에 대한 부검결과를 다르게 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학적인 지식이나 법의학적인 지식은 없기에, 저는 단순히 드라마를 통해서 보는 제 추측을 말하렵니다. 추리드라마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사인이나 사인의 종류를 추측해 보는 재미도 이 드라마가 주는 매력이거든요.
우선 윤지훈과 이명한의 시신부검에 관한 소견은 모든 것이 일치했습니다. 사망시간에서 사고차량의 종류, 그리고 사인까지도 말이지요. 다만 사고의 종류에 대한 결과는 전혀 다른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윤지훈은 단순사고사를 위장한 타살로, 이명한은 뺑소니에 의한 단순사고사로 결론을 내렸지요.
부검과정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실험장비를 갖춘 국과수의 이명한에 비해, 열악한 환경의 남부분원에서 UV광선을 이용한 엠블렘 증거를 찾는 과정이 흥미로웠지요. 고다경의 기지로 노래방의 등을 가져다가 확인한 사고차량이 남긴 엠블렘 문양이 같은 것이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는데요, 이 말은 교통사고가 시간차를 둔 연쇄살인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었지요. 또 다른 제3의 피해자가 나타나면서 연쇄살인범에 대한 의문으로 가닥이 잡히고, 교통사고 부검결과는 윤지훈과 이명한의 재대결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게 되겠네요. 
그럼, 왜 이명한은 윤지훈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단순 사고사로 결론을 내린 걸까요? 이유는 행안부의 500억 지원에 대한 욕심이 빚은 조급함이었습니다. 이명한이 메스를 들고 다리부분을 절개하면서 단순사고사가 아니라는 것은 눈치를 채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눈을 들어 검시실을 참관하고 있던 행안부 차관을 보며, 갑자기 메스를 놓고 단순사고사로 결론을 내려 버리지요. 당시 행안부 차관의 보좌관이 시계를 보며 귓속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행안부 차관은 다른 중요한 일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이명한은 참관중인 행안부 차관에게 확신을 새겨줄 필요가 있었겠지요. 만약 사망의 종류가 타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 이 문제는 형사사건으로 넘어가며, 사건이 종결되기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고요. 부검이 끝나고 행안부의 500억 지원발표가 있을 예정이었기에,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이명한이 조급했던 것이었지요.
이명한은 법의학 교수를 지낸, 부검에 대한 원칙과 실력은 출중한 인물입니다. 국과수를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최고의 장비를 갖춘 기관으로 키우고 싶은 야망이 있는 인물이지요. 그 야먕을 이루기 위해 권력이 필요했던 인물이었고,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은 버려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과학적인 진실도 국과수를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희생과 은폐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요. 그가 저지르고 있는 오류는 과학적 진실의 이면에 있는 망자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는 마음의 귀가 열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반면, 윤지훈은 같은 종류의 교통사고 사망자의 사인종류를 타살로 규정했는데요, 왜 타살이었을까요? 저는 두 가지로 이유를 추측해 봤습니다. 하나는 피해자의 목 아래에서 UV광선으로 찾아낸 앰블렘 문장입니다. 단순 교통사고였다면, 목 아래에 엠블렘이 남을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죠. 의도적으로 자동차에 뛰어들었다면 몰라도, 정면에 자동차의 엠블렘이 찍히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자동차를 보면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려고 하겠지요. 당연히 몸을 돌릴 거라는 거죠. 피해자의 뒷부분을 쳤다면 단순사고사일 가능성도 있지만, 피해자는 사고 순간 정지상태였습니다.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자동차때문이에요. 갑작스럽게 자동차가 자신을 향해 돌진한다면, 피해자는 응당 몸을 트는게 마땅합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덮치는 차량 얖에서는 그 차량을 마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죽음이라는 공포가 짧은 찰나에 느껴졌고, 그 공포가 몸을 얼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자동차는 피해자 다리 측면이나 정강이 부분을 치게 되고, 상반신이 자동차를 향해 있었기 때문에 정면으로 자동차에 2차적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또 하나, 피해자의 다리부분에 결정적인 증거가 남아있었을 듯 싶더군요. 사고시간 피해자는 누군가를 피해 달리던 상황이었지요. 즉사를 하면 근육의 활동정도까지도 부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피해자가 뭔가에 쫓기면서 달렸다는 흔적, 즉 종아리 근육의 경직상태가 일반 뺑소니사고를 당한 피해자와는 다른 증거를 보여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법의학적으로 진짜 몰라서 추측일 뿐이고, 용어도 몰라서 이렇게 밖에는 표현을 하지 못하겠네요.;;;
이명한과 윤지훈 두 사람 모두 시신의 다리를 절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이때 두 사람의 표정이 달랐지요. 범퍼 50Cm이상의 소형트럭이나 중형차에 의한 사고였고, 무릎 아래에 있었던 심한 타박상 흔적과 골절상태는 사고당시 그 부분이 범퍼에 부딪쳤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종아리 부분을 절개한 두 사람은 뭔가를 발견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명한은 놀라면서도 메스를 놓고 시계를 보는 행안부 차관을 보며, 단순사고사라고 결론을 내리고, 윤지훈은 단순사고사를 위장한 타살고 결론을 내렸죠.
제가 생각하건데, 아마도 시신에서 발견한 조직내 혈흔이었을 듯 하더군요. 피해자는 뭔가에 쫓겨 도망을 쳤고, 넘어지고 비탈길을 구르기도 했었지요. 이때 다리부분에 크고 작은 멍들이 생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타박상이라고 하기에는, 그 강도가 약했을 증거들을 조직내 굳은 혈흔의 정도에서 발견했을 것이고, 이는 사고전에 피해자에게 긴박한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또한 추가로 사고현장에서 급브레이크 타이어 자국이 없었다는 점도 타살의 가능성을 말하는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갑작스럽게 뛰어들었다면, 엠블렘이 피해자의 전면부에 찍히기 보다는 측면에 찍혔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리고 운전자가 피해자가 도로에 있는 것을 본 순간은 졸음운전자였다해도, 피해자가 차량에 부딪치기 직전에라도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사고현장에는 급브레이크 자국이 남아있지 않았다고 했어요. 시신을 옮겼기 때문에 시신발견장소에는 타이어 자국이 없었지요. 이는 의도적으로 죽일 작정이었음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에서 시신을 옮겼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뺑소니였다면 말 그대로 시신을 두고 도주를 했을텐데 시신을 옮겼다는 것은, 사고현장에서의 타이어 자국을 은폐하려고 했기 때문이었겠죠. 죽일 작정으로 피해자를 쳤기때문에 실제 사고현장에서도 타이어 급브레이크 자국은, 통상적으로 남기는 급브레이크 자국과는 달랐을 가능성이 농후하고요. 연쇄살인범이 지능범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윤지훈의 부검결과가 맞을 거라는 겁니다. 그가 진실만을 말하는 법의관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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