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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7 히든카드 최승희, 아이리스 최대의 실수 (60)
2009.12.17 12:38




올 하반기 최대의 화제작 아이리스가 한 회분량을 남기고 최승희라는 반전카드를 빼들었다. 제작진이 이병헌이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는데, 아이리스 시즌2에서 이병헌의 출연이 불가능한 이유겠지만, 수수께끼와 반전을 좋아하는 제작진이 김현준을 다시 살릴지도 모르겠다. 이는 시즌 2에서 확인하면 될 일이고, 중요한 점은 이번 아이리스 19회에서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른 최승희의 정체가 드디어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승희의 정체가 밝혀졌는데도 스토리가 영 어색하고 찜찜하다. 김현준에게 털어 놓은 최승희의 과거사가 사실인지 또 다른 위장술인지 조차 애매모호하다. 이 드라마는 끝까지 불친절한 재미를 탐닉하려는 듯 보인다.
종방을 향하고 있는데도 아이리스는 여전히 미스테리가 너무 많다. 이 궁금점을 20회에서 풀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회를 보면서 궁금점 내지는 이해가지 않았던 장면들을 간추리고 자 한다.

의미없는 대사만 날리고, 허무하게 죽어버린 빅

전문킬러 빅(빅뱅 탑)이 즐겨 마시던 와인도 마시지 못한채 썩소만 날리다가 죽어버렸다. 정형준 비서실장을 암살한 빅을 뒤쫓은 현준과 선화는 빅의 거처에 침입하고, 한잔의 와인을 앞에 두고 살인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자 분위기 잡던 빅은 현준에게 피떡칠이 되도록 두들겨 맞다가 결국 총 한방에 죽어버렸다. 백산의 소재를 묻는 현준에게 빅은 뜻 모를 한마디만 남기는데 "날 보낼 수 있는 것은 하늘도 너도 아니야. 오직 나뿐이야" 라는데 이런 뚱딴지 같은 대사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차라리 하던대로 썩소만 짓다 죽어버렸으면 궁금할 것도 말것도 없는데, 대사가 너무 없어서 탑에 대한 배려로 제작진이 급조했는지, 뭔가 사연이 있을 듯 싶었는데 이건 완전히 싸이코였잖아! 싶다. 아이리스를 보면서 빅의 배후와 정체를 추측하느라 쓸데없이 관심을 가졌던 같아 허탈하기까지 하다.  
조각상 뒤의 남자, 블랙으로부터 직접 명령을 받던 아이리스 고위급 최측근이었던 빅은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아이리스 조직원이었다는 정보 하나만 달랑 남기고 죽어버렸다. 과연 빅은 블랙의 명령에만 움직였던 아이리스 소모품에 불과했던 것일까? 오직 자기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는 알 수 없는 말은 왜 뱉고 죽었는지, 허무한 죽음 앞에 의미없는 빅의 대사였다. 

아이리스 광신도 백산
빅이 마신 와인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백산의 소재가 파악되고, 현준은 NSS의 지원을 요청하고 아이리스 비밀기지에 잠입한다. 현준이 왔다는 것을 눈치 챈 백산은 사우에게 계획을 일임하고 현준과 맞딱뜨리게 된다. 현준은 백산에게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현준을 버린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했어야 했다며 백산에게 최소한 인간적인 양심에서 잘못을 빌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백산은 "죽어도 용서를 빌 짓은 하지 않았다. 내 모든 선택은 내가 정한 원칙과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 라며 빅과 비슷한 자기의지에 대한 신념을 보인다. 도대체 빅이나 백산이나 죽음 앞에서 까지 초연하게 보이는 맹목적인 자기의지 혹은 신념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둘에게서 느껴지는 광신도의 모습은 아이리스라는 조직의 종교적인 냄새까지 난다.
현준은 백산에게 "당신이 떠 받드는 아이리스는 자본가와 힘의 논리에 지배당한 추악한 조직일 뿐이며, 당신의 원칙과 신념은 더러운 탐욕일 뿐이다" 라고 백산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현준의 말에 백산은 또다시 뜬구름 잡기 식 말을 이어간다. "넌 뭘 바라고 사는 거니? 인간은 다 마찬가지야. 넌 금단의 열매를 먹어서 벌을 받은 것이며, 그 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 경고한다. 금단의 열매란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하느님의 명을 어기고 뱀의 유혹으로 따 먹었다는 선악과가 아니던가?

죽음 앞에서 초연하게 여유로운 웃음 마저 지었던 백산과 대조적으로 현준은 감정을 주체 못해 눈물까지 흘려가며 총을 쏘려는 장면이 이어졌는데, 이병헌의 표정연기는 가히 일품이었고 백산 김영철의 눌리지 않는 눈빛 역시 압권이었다. 그러나 왜 이병헌의 감정선을 눈물로 처리했는지는, 혼자서 현준이 되어서 그 부분을 상상해 봤는데, 파렴치한 백산의 여유자적한 얼굴을 보고 왜 눈물을 흘렸는지 공감가지 않은 장면이었다. 오히려 분노를 꾹꾹 누르거나 분노를 폭발하는 장면 둘 중 하나가 대사와 장면의 흐름상 맞을 듯 싶었는데, 연출진은 쓸데없이 이병헌의 눈물을 자주 이용하려는 듯 보인다. 이병헌의 눈물장면 자체는 숨막히게 멋졌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우니까. 다만 백산에게 분노하는 현준의 감정을 비추어 볼때 눈물을 흘릴 장면은 아니었다고 본다. 이병헌과 김영철의 눈빛 대결이 너무 좋았으므로 딴지는 여기서 그만. 
박상현의 제지로 백산은 체포되고, 다음회에 아이리스 본사에서 백산을 구츨해서 시즌2에서 다시 컴백하게 될지, 대한민국의 법의 심판을 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섬뜩했던 백산의 표정을 보고 <양들의 침묵>의 앤소니 홉킨스가 떠오른 것은 우연이었을까?

최승희, 아이리스 최대의 실수
승희를 불러 낸 현준은 아이리스와의 관계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승희는 제주도에서 사라졌을 때 백산과 아이리스 책임자도 만났으며, 아이리스를 위해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말한다. 현준이 백산과의 관계를 묻자 자신의 아버지가 "NSS를 만들었고, 박대통령 시해 사건에 가담한 관련자로 사형을 당했다고 고백한다. 이 후 승희와 어머니를 도와 준 사람이 백산이었고,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며 현준에게 백산과의 관계를 밝힐 수 없었던 것은, 현준의 부모님을 죽인 사실을 알았기에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여기서 제작진은 최승희라는 인물에 대해 중대한 실수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최승희는 아이리스를 위해 일해주지 않으면 분명 어머니와 김현준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았을 것이다. 어머니가 생존해 있는지 아닌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친구를 죽이려 하고, NSS와 나라를 배신한 사우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차갑게 말했던 최승희의 정신 상태는 그때까지도 양호했었던 것이다. 
이때까지는 최승희는 철저한 NSS요원이었다. 아무튼 최승희에게 어머니와 사랑하는 현준을 놓고 저울질을 하게 하고 있다. 상황은 극적이나 아이리스임을 알고 난 후 백산과 사우에게 보여주었던 태도와는 사뭇 달라져 버린 최승희의 국가와 NSS조직원으로서의 충성심이 이다지도 가벼웠던 것인지...바로 얼마전에 서울이 불바다가 될 수도 있었던 핵테러를 막았던 요원이 맞나 싶다..
내가 최승희였다면? 물론 머리 터졌을 것이다. 다만, 고민까지 어색하게 하는 김태희 어색 연기가 그 고민의 깊이를 알 수 없게 하니 참으로 답답하다.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는지 다음회에 최승희는 대통령 암살 시도를 하나보다. 자신은 죽어도 상관없다, 대통령보다 자기가 사랑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선택이겠지만, 끝까지 요원 자격을 갖추지 못한 비극만을 위한 선택이라 씁쓸하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그렇게 허술해?
그런데 최승희의 아버지와 백산과의 관계를 정리해 보다 보니 패밀리 히스토리가 과장이 너무 심하다. 우선 박대통령 시해사건에 관련자로 사형을 당한 아버지를 둔 최승희가 NSS에 들어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느냐는 것이다. 최승희가 연좌제의 족쇄를 피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국가 원수시해 사건에 연루된 자의 딸이 국가 최고 기밀을 다루는 첩보조직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아무리 백산의 보호를 받았다고 했을지라도 이런 문제는 백산의 빽도 통하지 않았을텐데 싶다. NSS가 국정원의 비밀 조직인데 국정원에서 최승희의 신분을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만약 몰랐다고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에 대한 무시이며 모독일 것이다. 단언하건데 최승희가 박대통령 시해에 가담한 전직 NSS 창설요원 딸이었다면, 최승희는 국가기관의 정보원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박정희 시해 사건으로 사형을 받은 인물은 김재규를 비롯해서 6명이었다. 그렇다면 이들 중에 최승희의 아버지가 있었다고? 말도 안된다. 당시 사형을 받은 인물은 김재규, 박흥주, 박선호, 유성옥, 이기주, 김태원 등 총 6명이었는데 최씨 성은 없다. 인물은 허구라고 밝혔으니 성씨는 그냥 넘어가준다 할지라도, 그 직계 가족이 국가정보요원으로 발탁된다는 게 가능할까? 아무리 드라마가 허구라지만 억지가 너무 지나치다. 박정희 시해사건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최승희의 배경으로 설정한 것은 위험한 발상이었다.
최승희가 거짓말을 했다면 뭐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 소위 NSS비밀요원으로서 정보 교육을 받은 김현준이 박정희 시해사건 관련자들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을까? 당연히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최승희를 난데 없이 NSS창설요원의 딸이라고 한 설정은 너무 급조한 티가 난다. 차라리 김이 빠져 버렸다 하더라도 백산의 딸, 혹은 아이리스 수장의 딸이었다는 설정이 나았을 듯 싶다.

여기서 다시 드는 의문, 최승희는 왜 현준에게 금단의 열매였나? NSS는 분명 박정희 대통령이 핵개발을 하기 위해 만든 비밀조직이었다. 최승희의 말대로라면 NSS와 현준의 아버지는 같은 목적을 가진 동료였다는 뜻이다. 백산이 최승희 모녀를 거뒀다는 것은 백산이 최승희 부친의 명령 혹은 영향권에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NSS를 만들었다는 최승희의 아버지가 아이리스였고, 김현준의 부모를 백산에게 죽이라고 지시한 것도 최승희의 아버지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최승희는 확실히 금단의 열매인 셈.
금단의 열매를 위한 답으로 내놓은 것치고는 억지스럽다.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국의 눈을 피해 만든 비밀조직 NSS였는데, 그 조직을 만든 요원이 아이리스였고, 박정희 시해에까지 가담했다는 것인데,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분을 쉽게 바보로 만들어 버렸다. 
아이리스는 분명 한국 드라마사에서 첩보액션드라마로서 새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지금까지 드라마를 봐 오면서 고백하자면 200억의 대작에 비해 탄탄하지 못한 연출과 대본의 허술함이 많은 작품이었다.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가 허술함을 카버해줬다는 것은 드라마 아이리스로서는 큰 행운이다. 이병헌을 비롯해 김소연, 김승우, 김영철 등의 훌륭한 연기는 드라마의 재미를 떠나 연기 자체를 감상하는 재미를 주었다. 올백 헤어스타일로 거부감을 느끼게 했던 정준호가 탈주 이후 내면의 연기를 보여주며 자리를 찾은 듯해서 내심 다행스럽기도 하다.
풍성한 볼거리와 훌륭한 연기진들의 열연까지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아이리스는 한국 드라마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까지 드라마 몰입에 방해가 되었던 김태희의 변함없는 표정만 빼면 조연들까지 충실히 제몫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김태희가 전혀 연기력에 진전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주연이라는 위치에서는 그 연기가 너무나 초지일관 변함이 없어서, 오히려 박수를 보내주고 싶을 정도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아름다운 여신에게 너무 결례가 되는 것 같지만. 김태희가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잠재력이 안타깝다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마지막회 예고신에 나왔던 멋드러진 모자를 쓴 김태희의 저격장면은 더더욱이나 낯설고 엉뚱하게 다가 오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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