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군 죽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3.17 '해품달' 생각할수록 괘씸한 연우, 감독은 사극 디테일부터 배워야 (19)
  2. 2012.03.16 '해를 품은 달' 몹쓸 해피엔딩의 씁쓸한 뒷맛, 최후의 승자는? (23)
2012.03.17 11:04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한가인의 연우는 시청자의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 끝난 드라마 새삼 한가인의 연기력이 어쩌네 저쩌네를 말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해를 품은 달은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고, 특히 여주인공의 미스캐스팅은 최고의 옥에 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분들도 있겠지요.
드라마를 그저 줄거리 위주의 흥미거리로 보지 않고 나름대로의 분석과 의미를 찾는 작업을 하는 리뷰블로거인지라, 드라마와의 흐름과는 별개로 감독의 연출이나 작가의 필력을 종합적으로 보게 됩니다.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 한가인에 대한 불만 못지않게 감독과 작가에게 불만이 큽니다.
지난 글에서도 한가인은 현장에서 연기를 지도해 주는 감독복도, 카메라복도 지지리 없는 것 같다는 말을 쓰기도 했지만, 연우라는 캐릭터의 실패에 일정부분은 감독과 작가의 책임도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진수완 작가가 원작에는 없는 기억상실증을 넣은 이유가, 연우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우울하게 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진수완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기억상실증을 넣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더군요.
아쉽게도 한가인은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월일 때나, 기억을 찾은 연우일 때나 달라진 모습이 아니어서, 진작가가 오히려 깜놀했겠더군요. 진 작가는 연우가 어두운 모습만 보이는 것이 우려되어 처음에는 밝은 월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었다는데, 밝은 월은 커녕 시종일관 어두운 월을 그렸지요. '나는 누구인가, 이 기억은 누구의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월이 밝을 수만은 없었을 테고, 궁으로 납치되어 액받이무녀로 들어간 이후에는 품어서는 안되는 왕을 품는 고민도 잠시 나오기도 했죠.
그런데 딱히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무표정의 월, 그리고 감정없는 말투는 작가가 생각했던 밝은 월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였을 듯합니다. 첫회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부터 높낮이 없는 국어책을 읽는 통에 어떤 분위기도 느낄 수 없었으니 말이죠. 시청자가 느꼈던 것을 작가라고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테지요. 
아무리 기억상실증에 걸린 무녀라고는 하지만, 눈이 와도 비가 와도 그런가보다 한결같이 멍때리는 표정을 일관했던 지라, 그녀의 생각을 종잡기가 힘들었습니다. 시청자를 대신해 훤이 이렇게 물었죠. "대체 네 정체가 무엇이냐?".
처음에는 종잡을 수 없는 한가인의 표정때문에, 혹시 기억을 되찾은 것은 아닌가 라고 헛다리를 여러번 짚었습니다. 골방에 갇혀 과거의 기억과 마주했을 때, 은월각 앞에서 훤의 기억이라고 착각했지만 연우에 대한 기억을 보았을 때, 고문을 당하면서 윤대형을 매섭게 노려볼 때도, 그리고 훤이 들어와 자신의 모습을 보자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였을 때도, 기억을 찾은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습니다. 매번 틀렸지만 말이죠. 그만큼 연우라는 인물의 감정선을 읽기가 힘들어서, 그렇게나마 연우를 이해해 보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기억을 찾은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무녀 주제에 고관대작이건 왕이건,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눈빛과 가방끈 길다는 표시를 역력히 냈다는 이유로, 영특한 연우보다는 건방진 연우의 이미지마저 안게 되었죠. 조선시대에 여자가 눈 동그렇게 뜨고 왕과 비단옷입은 고관대작을 가르치는 모습을 곱게 보는 시청자는 드물죠.
그런데 이런 한가인의 연기 문제점을 지적해 주는 감독이나 작가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 한가인에게는 불운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청자들의 불만에 대해 김도훈 피디는 한가인이 예뻐서 질투를 했나 보다라고, 물론 우스개 소리였겠지만 시청자를 우롱하는 쉴드를 쳐주기도 했더군요. 한가인이 예쁜 것과 연기를 못한다는 지적이 왜 연결되는지도 모르겠고, 참 기분 나쁜 우스개더군요. 
한가인도 첫사극 연기라 비판과 지적도 많이 받았지만, 솔직히 김도훈 피디도 만만치 않게 사극연출에서 헛점을 드러냈습니다. 초반에는 스태프가 카메라에 잡혔던 일이나 커피녀의 등장, 임시완의 패딩점퍼 등등 옥에 티마저 해품달에 애정으로 시청자들이 오히려 웃음으로 넘겨주기도 했지요. 
특히 마지막회 양명군의 죽음은 수준급(?) 발연출이었죠. 지난 글에서 언급하기도 했고, 짜증나서 더 이상 떠올리기도 싫습니다. 이런 옥에 티는 시간상의 문제였다고는 하지만, 시청률에 미안해지는 마무리였죠.
그런데 유독 한가인의 장면에서는 시간이 많았든 적었든, 사극에서 당연히 신경써야할 디테일마저 무시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연출마저도 한가인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한 목 거들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왕 앞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무녀의 대비마마 포즈는, 연기자가 몰랐더라면 감독이라도 지적을 해줬어야 했다는 것이죠. 많은 궁중 사극을 봤지만 왕 앞에서 양반다리하고 있는 무녀도 처음이요, 왕 앞에서 고개도 숙이지 않고 빤히 쳐다보며, 그것도 양반다리를 한 체로 정치담론을 벌이는 무녀도 처음봤습니다.
마지막회에서는 사극 최초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왕보다 상석에 앉은 중전의 모습까지 나오고 말았습니다. 훤이 연우의 처소에 상소를 가지고 와서 읽고 있던 장면에서 였지요. 훤의 침소 병풍 뒤 골방도 아니었고, 분명 중전의 처소였는데요, 한시라도 연우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은 훤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이기는 했지만, 사극에서는 처음보는 아주 생소한 장면이 나오고 말았으니, 왕이 문간에 앉아있더랍니다.
보다보다 왕이 하석에 앉아 있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병풍 뒤 골방에서는 장소가 협소해서, 혹은 불시에 훤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기에 연우가 발딱 일어날 시간여유가 없었다고 넘어가기는 했지만, 이건 아니지요. 아랫목 보료에는 연우가 떡하니 앉아서 책을 읽고, 연우와 마주하고 훤이 상소를 읽고 있더군요. 아무리 퓨전사극이라고 해도 이런 괘씸할 데가 있나 싶더군요. 대비마마인 줄 알았습니다. 여왕도 아니고...
감독이 얼마나 사극의 디테일들을 무시했는지,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연출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드라마 장녹수에서 김처선이라는 내시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낙훈님의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그분이 했던 말중에 기억나는 것이, 촬영중 쉬는 시간에도 결코 왕의 자리에 앉은 적이 없다는 겁니다. 원로배우인데다 대선배이기에 촬영중 쉬는 시간이면, 소품의자에도 앉아 쉬고 했겠지요. 후배연기자들은 당연히 이낙훈에게 그래도 가장 좋은 자리를 권했을 것이고, 그 의자는 왕이 앉는 의자(옥좌)였겠지요. 그런데도 한사코 이낙훈은 왕이 앉는 의자를 마다하고, 뜨락의 돌계단이나 바닥에 앉아 쉬셨다는군요. 임금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되는 것이거늘, 내시가 감히 옥좌에 앉는다는 것은 불경이라면서 말이지요.
한가인과 특히 김도훈 피디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왕과 있을 때 상석에 누가 앉아야 할까요? 어느 가정이나 한 집안의 가장에게 상석을 내줍니다. 하물며 왕인데 아무리 연우의 방이라고는 하나, 그런 황당한 모습으로 앉혀서는 안될 일이지요. 
드라마를 보면서 한가인의 연기를 떠나 한가지는 꼭 집어주고 싶더군요. 이는 전체 그림을 그려가는 감독에게도, 지문을 넣어주는 작가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한가인은 무녀 월이었을 때도, 중전이 되어서도 훤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함께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어요. 훤이 일어나면 반사적으로 일어났던 운이나 상선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죠. 훤이 말을 하면 앉은 채로 올려다보며 대화를 하는 모습이었고 말이지요. 왕이 일어났는데도 말이지요.
지문에 굳이 앉아 있으라고 써 있어서 그랬는지, 귀찮아서 안 일어났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대본을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엉덩이가 무거운 연우(한가인), 이런 사소한 것들마저도 감독도 고쳐주는 모습이 없었기에, 연우의 버르장머리없는 모습이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하는 사람은 감독입니다. 아무리 연기자가 연기를 잘했다해도 감독의 손에서 마무리 작업이 깔끔하지 못하면, 연기도 빛을 잃고 드라마의 완성도와도 거리가 멀게 되지요. 사극에서 특히, 궁중에서의 몸가짐은 연기자도 기본으로 갖춰야 하지만,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 역시 중요한 부분입니다.
감독이나 연기자에게는 사소한 장면이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왕과 함께 있으면서도 상석을 차지하고 앉아있는 중전이라니... 연기자가 안되면 감독이라도 고쳐줬어야지요. 조선에서 가장 까다로운 법도를 지키는 궁궐 안방을 이런 하극상으로 보여주면 곤란하지요. 한가인이 김수현보다 연장자라 대우를 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궁중극의 기본은 지켰어야 하지 않겠어요? 감독에게도 사극연출 공부를 꼼꼼히 하라는 말을 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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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6 10:17




스토리보다 여주인공의 연기력이 더 화제와 이슈가 되었던 해를 품은 달이 드디어 끝났네요. 누가 죽었는지 보다 누가 살았는지를 꼽는 것이 더 빠르겠네요. 줄초상으로 19회 20회에서 하도 많이 피를 봤더니, 빨간 색만봐도 허걱하고 놀랄 정도입니다. 장녹영마저 빨간색 무녀복을 입고 위령제를 지내면서 죽더군요. 다행히 중전 윤보경에게는 피 한사발 먹여보내지 않고, 곱게 보내 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랄까? 하긴 눈 부릅 뜨고 죽은 모습으로 피보다 더 놀랍게 호러 중전으로 보냈으니, 딱히 감사할 일도 아닌 듯.

암튼 초지일관 호러물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감독님이십니다. 왜 그렇게 눈에 집착을 하는지, 눈 큰 배우들은 다들 호러물을 한 두 번씩은 찍고 죽었군요. 임시도무녀 권씨 아줌마까지도 말이죠. 눈 크기라면 막상막하였던 설과 윤보경도 있었지만, 눈 배틀에서 살아남은 승자는 눈동자 연기 최고 고수인 연우가 되겠습니다. 물론 한가인은 눈 크게 뜨는 모습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후반부로 갈수록 부담감은 적어져서 다행이었습니다.
개인적인 말 보태기지만 한가인은 연기를 지적해주는 감독복도 없었지만, 카메라 감독복은 지지리도 없었던 듯 싶더군요. 카메라 감독님은 땀구멍 고스란히 드러난 여배우의 얼굴을 대놓고 클로즈업하는 것을 즐기는(?) 듯 보이더니, 훤과의 첫합방씬에서는 드러누운 모습을 무슨 오록렌즈로 찍은 것도 아니고, 시청자에게 예쁜 얼굴을 보게 하는 팬서비스도 안해 주더군요. 키스씬마저도 어쩜 그렇게 예쁜 각도를 못 잡으시는지, 한가인의 깨는 목소리에 오디오는 일찌감치 포기를 했지만, 비디오는 살려 주셨어야죠. 다행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뽀시시 장면으로 최대한 노력은 해주는 것같기는 하더구만요. 눈이라도 즐겁고 싶었던 마음을 이해하셨는지 말이죠.
예상대로 양명군은 훤의 편에 서서 반역의 무리를 처단하는데 앞장서고, 명부까지 넘겨주며 마지막까지 왕명을 수행하고 갔지요. 양명군이 하도 "나는 안되겠느냐"고, 끈질기게 따라다녀서 꼴불견이었는데, 대를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하늘로 가주시겠다며, 비장한 선택을 하는 장면으로 앙금이 녹기는 했습니다만, 죽는 장면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허접한 발연출은 웃음이 나오더군요.
마지막 윤대형까지 형제가 합심하여, 동생은 활로 형님은 칼로 마무리를 해서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지요. 헉, 그런데 궁궐 문 앞에서 한 놈이 삐적삐적 일어나더니 긴 창을 들더라고요. 순간 느껴지는 불안감, 위험을 알리는 훤의 목소리, 양명군 훤을 돌아보며 씨익 웃더니 칼을 버리지요. 죽여주십사라고 말이지요. 그 많은 궁수들 일동 차렷! 얼음땡되고, 별로 짧은 시간도 아니었건만 창이 양명군의 몸을 관통하고 말았지요.
궁문앞에서 창을 던졌던 놈, 하도 어이없는 연출이어서 양명군의 졸개라는 생각마저 들었네요. 역모를 주도했던 윤대형 일파의 신료도 아니었고, 그저 멋모르고 동원된 졸개 나부랭이 같던데, 게임오버된 상황에서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양명에게 창을 던졌는지 싶어서 말이죠. 양명이 거짓 반정에 앞장서면서 죽음을 결심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수하 한 사람을 반정군에 투입시켜, 적당히 궁궐 문앞에서 찌그리고 엎어져있다가 죽여달라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까지 했더랍니다ㅎ.

쿨럭! 피 토하며 죽어가면서도 할말은 오지게 많았던 양명군, 운과 훤에게 할 말 다 하고 어린 연우에 대한 회상까지 마치고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한 때 모든 것을 가지신 전하를 원망했습니다. 해서 전하의 자리를 탐해 보기도 했습니다. 허나 왕의 자리와 맞바꾸기에는 벗들과 아우가 너무 소중했습니다. 부디 강건한 군주가 되어 그 아이와 이 나라 백성들을 지켜 주시옵소서", 양명군 자신은 하늘에서 훤과 연우를 지키겠다면서 말이지요. (불쌍한 양명군, 너의 죽음을 기억하는 훤과 연우는 아니더구나, 지네들만 그저 좋다고 띵까띵까 살더란다. 그러니 다음 생에는 쓸데없이 남좋은 일 하지말 것!)
"내가 명한 것은 명부뿐입니다. 죽으라고 명한 적은 없습니다. 눈을 뜨십시오 형님. 어명입니다. 형님!!!", 대전뜨락을 넘어 조선 하늘을 울리는 훤의 오열에도,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양명군이었습니다.

양명의 방백이 가장 슬프더군요. "아바마마, 소신 당신의 아들로서 이리 가옵니다. 그곳에서는 아바마마께서도 왕이 아닌 아버지로서 소자를 향해 마음 편히 웃어주실 수 있겠지요", 처음으로 불러보는 아바마마였습니다. 양명의 시신을 집으로 옮긴 후, 희빈박씨의 애끓는 눈물 또한 눈시울을 적셨지요.
벗의 죽음을 가장 슬퍼했던 운, 양명과 마음으로 주고받는 이별식이 가슴 찡하더군요. 양명의 선택을 그 누구보다 이해했던 운, 왕좌를 위협하는 2인자로서 원하지 않는 한량짓을 해야 했고, 술에 찌든 모습으로 주위 시선을 안심시켜야 했던 양명, 연심도 마음껏 품을 수 있기에 양명은 죽음으로 정말 그가 원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을 듯합니다. 서장자의 비애와 서출의 설움을 말이 아니어도 마음으로 함께 나누고 기대왔던 벗, 한 팔을 잃은 듯 아파오는 운이었습니다.
궁에서 피바람이 불던 그 시각, 가마에 태워져 어디론가로 향하는 연우였지요. 아무튼 사랑하는 님은 죽든말든, 설이가 죽었든 말든 단시간에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놀라운 독서광 연우였습니다. 병풍 뒤에서 훤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청기로 듣듯 다 알고 있는 연우, 뭔가 큰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남았을텐데, 그 와중에 책이 눈에 들어오는지 연우의 정신세계는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띠융~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머니 정경부인 신씨와 염과의 재회는 길게 끌지 않았습니다. 민화공주와의 한판에 더 열을 올렸던 연우였지요. "엄마..엉엉엉"은 버릴 수 없었는지... 어린 연우가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처음으로 집을 떠나 가족을 그리면서, "어머니"라며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울던 모습이 잠시 비교가 되었네요. 
한가인 우는 연기는 좋았는데 이상한 각도로 찍는 것을 즐기시는(?) 카메라 감독님때문에, 심각한 장면에서 혼자 뻘쭘해지고 말았습니다. 신씨부인 비녀가 한가인의 입을 찔렀다가, 코를 찔렀다가 암튼 몰입방해하는 것도 가지가지입니다(이는 한가인 잘못아님).
연우가 가족상봉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한 여인이 궁의 외진 곳을 향하고 있었지요. 한 때는 교태전의 주인이었던 중전 윤보경, "전하를 처음 뵌 그날부터 신첩이 원한 건 단 하나 전하의 성심뿐이었습니다. 저는 폐비가 되겠지요. 허나 그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전하의 여인으로서 죽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버린 듯한 퀭한 눈동자, 이승에의 미련도 교태전의 주인자리도, 훤의 마음을 차지한 연우에 대한 원망도 없이, 그저 훤에 대한 연심만을 가지고 목을 맨 윤보경, 양명군과 함께 마지막까지 긴 여운을 남긴 인물입니다.
얼마나 맺혔으면, 얼마나 그 연심이 깊었으면 눈도 감지못하고, 마지막까지 전하의 얼굴을 보고자 했을까 싶더군요. 윤보경의 바람처럼 마지막 그 눈동자에 비친 얼굴은 훤이었으니 말이지요. 훤을 마지막으로 담고 가고자 했던 윤보경의 강한 염원이 통했는지 훤이 윤보경의 눈을 감겨주었지요.
윤보경의 처소를 나와 연우에게 기대어 우는 훤, 왜 그렇게 슬프게 우는지 그 진심이 전달은 안되더군요. 차라리 혼자 조용히 윤보경에 대한 과거를 회상하며, 추모를 하는 모습이 나았을 법했는데 말이죠.

연우와 훤은 가례를 뚝딱 올리고 원자까지 낳았습니다. 원자를 보는 아버지 훤와 어머니 연우, 한가인의 미소가 참 예쁘더군요. 김수현은 아바마마라는 말을 듣기보다는 조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요. 그래서인지 염과 연우, 그리고 염의 아들 의가 함께 있는 장면이 진짜 가족처럼 어울리더라죠. 염도 수염이 나고 다 나이가 들었던데, 훤만 불로장생의 약을 먹었는지...
결말부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커플은 염과 민화공주였습니다. 마지막에 가슴 덜컹하게 하는 송재희의 백허그 감정씬도 좋았고, 특히 송재희는 눈물연기가 참 좋더군요. 아련한 슬픔을 전하는 눈빛연기가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배우더군요. 민화공주는 죄값을 치루고 염의 용서를 받았는데, 따지고 보면 염이 너무 잘나서, 그 잘난 마성의 선비를 너무 좋아한 민화공주의 욕심이 부른 화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더랍니다.
훤과 연우는 뭐랄까 배신감같은 것도 느껴지고, 결국 이 두사람의 행복을 위해, 아니 연우를 살리기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나 싶어서 뒷맛이 씁쓸합니다. 연우를 마음에 품은 사람은 다 죽어야 했죠. 운이랑 형선이 마음에 품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암튼 연우를 잠시잠깐이나마 품었던 호판도 죽고, 양명군도 죽었지요. 연우를 미워했던 사람들도 다 죽었죠. 대왕대비를 비롯 윤대형 일파까지 싸그리 말이죠. 설도 그 와중에 희생되었던 것이고요. 흑주술 배틀을 벌였던 장녹영과 권씨도 죽었죠. 세상이 이 두사람의 행복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두 사람의 운명을 거스른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댓가를 치뤄야 했나 하는 씁쓸함이 남네요. 
사실 훤과 연우의 합방장면에서 재미있는 씬들이 많았는데, 앞서 간 비운의 인물들에 대한 감정정리가 안끝났는지, 달달하기 보다는 시트콤 느낌이 더 들더군요. 짝사랑만 하다가 간 양명군과 윤보경이 더 가엾기만 했고 말이죠.
이게 막판 몰아치기의 부작용이겠지만, 19회 20회에서 한꺼번에 많은 일들을 쏟아내다 보니, 훤과 연우의 알콩달콩한 행복을 보면서도 그리 고운 시선을 보내기가 힘들더군요. 
가야금을 타다 손가락을 다친 훤에게 "괜찮으십니까?"의 책대사로 역시 변함없는 한가인이었고, 마지막까지 연우라는 캐릭터와는 따로놀았던 한가인은 연우도 되지 못했고, 시청자도 품지 못했습니다. 훤은 오직 연우를 위해 사는 사람처럼 붕떠있는 듯했고 말이지요. 물론 나쁜 군주는 아니었지만, 성숙한 느낌이 안들었달까? 그많은 일들을 겪은 것치고는 너무 멀쩡한 두 사람이 좀 얄미웠나 봐요;;
그나마 멀리서 훤이 가야금 연주를 중단했는지도 모르고, 가야금 연주에 몰입하고 있던 형선 정은표가 깨알웃음으로 마무리를 해주면서 최후까지 시청자를 품었지요.
해품달은 궁중로맨스 타이틀로 시작했지만, 말 그대로 용두사미 드라마였습니다. 아역들의 퇴장이후 로맨스는 실종되고, 연우의 기억찾기 드라마로 변질되었고, 후반부는 추리극으로 가다 연우의 죽음과 관계된 인물들에 대한 응징극으로 끝나 버렸지요. 

해품달은 남긴 것이 많은 드라마입니다. 시청률을 남겼고, 김수현을 재발견하게 했고, 한가인의 연기에 대한 실망과 물음표를 남겼지요. 연기자는 연기로 사랑받는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고요. 가장 연민을 받고 사랑을 받아야 할 여주인공 연우라는 캐릭터가(물론 아역은 사랑을 넘치게 받았습니다),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일 겁니다. 결정적인 문제점은 '연기자가 어떻게 그 캐릭터에 동화되고 표현했는가'였습니다.
연우라는 캐릭터는 눈물의 연속인 삶을 살아온 불쌍한 캐릭터였습니다. 세자빈에 간택되어 훤과의 풋풋한 사랑을 시작하려는 찰나, 이 여린 꽃봉오리는 외척들의 권력욕에 의해 무참히 희생되었지요. 장녹영의 신력으로 살기는 했지만, 무녀라는 천한 여인이 되어야 했고, 기억마저 상실해 버렸지요. 사람취급도 받지 못하는 무녀, 액받이 무녀라는 인간부적이 되기도 했고,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겼지요.
피떡칠이 되어 고문을 받기도 했고, 인두에 자자형을 새길 뻔한 위기도 있었죠. 왕친을 현혹했다는 죄로 음자를 새기고 돌팔매질을 당하기도 했지요. 은월각에서 귀신을 받아내라는 혼령부적으로 까지 쓰였던 연우, 감옥에도 갇히고 형틀에 묶여 고문을 당하고, 활인서로 쫓겨가기도 하고, 절로 납치되기도 하는 등, 그간 고생한 행적들을 보면 석달열흘을 이야기해도 모자랄 고생들만 했죠. 
이렇게 가여운 연우가 행복해지는 것에 함께 행복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뭔가 뒷맛이 개운하지 못하니 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청자가 사랑했던 첫사랑이면서 누이같았던 그 연우가, 기억상실증처럼 돌아오지 않아서였나 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품달 최고의 커플이 된 훤-형선, 그리고 훤을 품지 못했지만, 시청자를 품은 비련의 짝사랑 캐릭터 윤보경, 훤과 연우를 위해 죽음으로 자유의 영혼이 된 양명군이 마지막회 시청자의 마음을 품은 승자가 아니었나 싶군요.

***해품달 결말 한 줄 요약: 훤과 연우는 그후로 오래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됐고, 니들만 행복하니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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