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군 죽음암시'에 해당되는 글 2건
- 2012.03.10 '해를 품은 달' 차궐남 운의 비밀, 사라진 원작스토리 "아깝구나" (54)
- 2012.03.03 '해를 품은 달' 정일우의 죽음암시, 나는 반대일세! (31)
드라마를 보며 처음 눈길이 간 이는 양명군이었어요. 왕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서장자라는 이유로 2인자로 살아가야 하는 그의 슬픔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성인 양명군으로 바뀌면서 연우에게 너무 대책없이 들이대는 바람에, 매력이 반감되어 지금은 그의 최후에만 관심이 있을뿐, 양명군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주지 못한 것은 참 아쉽네요.
양명군과 함께 관심을 가졌던 캐릭터가 운(송재림)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 중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들었거든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왕의 호위무사, 양명군만큼이나 사연이 많은 인물일 듯해서 이제나 저제나 운의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2회를 남겨둔 마당에 운의 스토리는 그 이름처럼 구름에 가려져 버릴 듯하더군요. 그래서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드라마에서 사라져 버린 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해 봅니다. 결론은 이 매력적인 인물과 함께 원작에서 가장 심금을 울렸던 계모 정경부인 박씨에 대한 스토리를 생략해 버린 것이 너무 아쉽다는 점입니다. 혹시 드라마 말미에 이 내용이 나온다면, 스포일러가 된다는 것이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운에 대한 이야기는 원작에서도 많이 나오지는 않더군요. 다만 훤과 동시에 봤던 무녀에게 혼자 연정을 품는 것으로 연우낭자와는 별개로 월이라는 무녀를 짝사랑하는 감정묘사가 많았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양명군의 연심으로 뒤범벅되기는 했지만, 양명군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짝사랑이었고, 충심과 연심 사이에 고뇌하는 운을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진짜 비련의 짝사랑 캐릭터였습니다.
종적이 묘연해진 월과 재회한 것은 강녕전 훤의 처소에서 였지요. 쓰개치마를 뒤집어 쓰고 액받이 무녀로 들어 온 월, 월은 운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지만, 조금 떨어진 구석에 귀신처럼 앉아있던 운의 눈은 늘 월에게 고정되어 있기도 했고 말이지요.
처음 훤이 침소에 액받이 무녀가 든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때, 월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말아달라고 운에게 은유적인 부탁을 하는데요, 원작에서는 연우가 기억상실증이라는 쓸데없는(ㅎ) 병에도 걸리지 않았고, 그 말이 참으로 시적이더군요. "구름이 달을 가리는 폼새가 참으로 어여쁩니다".
양명군은 결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라, 드라마의 재미가 반감될까봐 그 부분은 일부러 읽지 않았습니다만, 드라마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분명한 듯합니다. 적어도 연심이 어쩌고 하면서 징징대지는 않는 듯해서 말이죠. 사랑이 사람을 위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잘못 그려지면 찌질이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드라마속 양명군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실감을 하는 것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재미있었던 것은 훤이 연우를 마음에 담은 운의 마음을 읽고는 폭풍질투를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위험에 처했던 연우를 구출해 강녕전으로 데리고 오는데, 부드러운 운의 표정을 보고는 연우를 보란듯이 끌어안기도 하지요. 순전히 운에 대한 질투로 말이지요. 일종의 소유권을 확인시키는 훤처럼 보여서,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답니다ㅎ. 그 모습을 보고 운이 고개를 돌리는데, 이때는 신하가 아니라 남자로서 돌렸다고 해요. 자신이 마음에 품은 여인이 다른 사내의 품에 안긴 것을 차마 볼 수 없었기에 말이지요.
설렁설렁 읽다가 가장 몰입해서 읽었던 부분이 운과 정경부인 박씨의 이야기였습니다. 어찌나 눈물을 흘렸던지 드라마에서는 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더군요. 저는 박씨부인을 김해숙(천일의 약속에서 김래원 모친으로 나왔던 분)으로 상상해 가면서 읽었는데요. 박씨부인이 드라마에서도 나왔다면 김해숙이나 김미경(성균관 스캔들에서 윤희 어머니로 나왔던 분)이나 양희경도 어울릴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운이 어떤 집안의 서출인지 드라마에서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몰랐는데, 정경부인 박씨는 운에게는 마님, 어머니라 부를 수 없는 어머니였습니다. 양명군과 같은 처지였죠. 양명군도 성조대왕을 주상전하라 하고, 소신이라는 말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었듯이 말이지요.
운을 친자식처럼 키운 박씨부인은 무인집안에서 무인의 피를 받아 태어난 여장부라고 합니다. 집안의 힘으로 남편을 오위도총관까지 끌어올렸지만, 도총관은 장안 제일의 이름난 난봉꾼이었죠. 어느날 남편이 기녀에게서 얻은 아이가 집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여섯살때 어머니가 죽었고 오갈데 없는 운을 박씨가 거두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쌀쌀하게 대합니다. 난봉꾼 남편이 기녀에게서 얻은 자식이 예뻐보일 리도 없고, 박씨가 다정한 성품도 아니었고요.
운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그야말로 천덕꾸러기처럼 살아 이리저리 채이는 것에 익숙했던 아이여서, 박씨의 냉담함에 서러움을 느낀다던가 하는 감정조차 갖지 않은 아이였습니다. 말도 하지 않아 벙어리라고 생각할 정도였지요.
거둬준 것에 감사함을 표하고자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었는데, 비질을 하는 운을 보고는 다짜고짜 따귀를 때리지요. 누가 너에게 이런 것을 하라더냐며 화를 내는 박씨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처음으로 말을 하는데요. 그제서야 박씨부인은 운이 벙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어린 운에게서 놀라운 점을 발견하는데, 아이가 뺨을 맞고도 울지를 않는 것이었어요. 어린애답지 않은 어린애였던 게지요. "뺨을 맞았으면 우는 거란다. 네 나이때는 그래야 아이다운 것이다", 운에게 정을 주게 될까봐 일부러 운의 또릿또릿한 눈을 피하면서 말하지요. "일손이 부족해서 널 데려온 것이 아니다. 반쪽 핏줄이기는 하나 넌 도총관의 아들이다. 하인들과 몸가짐을 달리하거라". 돌아서던 박씨부인은 운에게 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라고 물어보지만, 대답을 하지 않자 운을 떼보지요. "글자는 아느냐? 천자문정도는 내가 가르칠 수 있다"라고요.
운에게 글을 가르치면서 박씨부인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탄식을 합니다. 운이 너무나 똑똑했기 때문이었어요. 그토록 영민한 아이가 세상에 나가면 서출이라는 족쇄에 묶여 날개를 펴지못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박씨부인이었지요. "아깝구나". 운의 영특함이 아까웠고, 자신의 배로 낳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까운 박씨부인입니다. 정실인 자신의 몸에서 태어났더라면, 세상을 호령하고 남을 큰 인물로 성장할 터인데, 서출이라는 신분때문에 꺾이고 다칠 운의 날개가 너무 안타까웠던 게지요.
박씨부인은 운검대장으로 있는 자신의 동생에게 운을 보여 주는데요, 검술로 운에게 출사를 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지요. 박씨부인의 동생이 차고 있던 운검이 신기했던 운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쳐 만져보았고, 박씨부인 동생은 운의 눈빛을 보게 되지요. 기죽지 않은 눈동자, 어린 운의 눈빛은 살아있었고, 타고난 무인의 골격이라는 것도 읽어냅니다.
"누구도 내 허락없이는 운에게 손을 댈 수 없다", 박씨부인의 서릿발같은 호통이 들려오자, 운검대장은 누님이 그를 부른 연유를 알게 됩니다. 운에게 검술을 가르치라는 것을 말이죠. 운검대장은 검술에 앞서 대제학 허영재에게 운의 글공부를 부탁하게 되었고, 그런 인연으로 운이 염과 양명을 만나 동문수학한 벗이 될 수 있었지요.
운을 마주할 때마다 박씨의 입에서는 "우리 운...아깝구나"라는 탄식이 나왔는데, 운은 자신이 서자로 태어났다는 것을 아까워 하는 것으로만 알지요. 그리고 훗날 박씨부인이 자신의 배로 낳지 못해 아깝다는 의미이기도 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음으로는 수천 번 수만 번 불러봤던 어머니, 운이 입밖으로는 내지못하는 말이었습니다. 가장 부르고 싶은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운이 본가에 들어서면 하인들은 절을 올릴 수 있도록 마당에 멍석을 까는데요, "마님, 새해들어 처음뵙습니다"라고 절을 하는 운을 쳐다보지도 않고, 노여워 하는 기색으로 방문을 탁 닫아버리는 박씨부인입니다. 처음에는 운을 냉대하는 줄만 알았는데, 방안으로 들어선 운이 다시 절을 올리자 미소를 짓더군요. 마당에서 올리는 서자로서의 절은 받지 않았던 것이었어요. 방안에서 올리는 아들로서의 절만 받는 박씨였습니다. 아들의 얼굴빛을 금세 읽는 박씨의 말에 놀랐는데요, "널 힘들게 하는 자가 있다면 내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왕이라 하여도.."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얼마나 운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박씨부인에게 유일한 아들이지만, 그 아들에게서 결코 들을 수 없는 말이 '어머니'라는 말이었어요. "운의 입에서 나오는 '마님'이란 말은 남편의 계집질보다 더 큰 상처가 되어 가슴 한구석을 부숴뜨렸다. 박씨는 가엾은 아들을 향해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리 운...아깝구나. 미안하구나, 내가 널 낳아주지 못해서...'"라는 표현만으로도, 박씨부인에게 운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 수 있게 한 대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임에도 세상은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세상이 바뀌게 되었지요. 윤대형의 반란을 진압한 후에 훤이 악법들을 뜯어 고치면서 말이죠. 역모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저도 대충 읽고 넘어가 버렸고, 괜스레 드라마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언급은 하지 않을게요.
운이 머뭇거리며 말을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답니다. "상감마마께서 소인에게 허통(許通, 서얼의 신분에서 벗어나 아비의 신분을 따르는 것)을 윤허해 주셨습니다. 하여 마님께 허락을 구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부디 소인에게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기쁨과 원망의 눈물을 흘리는 박씨부인, "나쁜 놈. 천하에 또없을 불효막심한 놈. 내 언제 너에게 어머니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더냐? 네가 나에게 아들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느냐?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바깥이 시끄러워서 잘 들리지가 않는구나. 뭐라고?...". "어머니".
운의 가슴을 치며 더 크게 우는 박씨부인, "나쁜 놈, 괘씸한 놈, 남들은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을 이제야 하다니... 그까짓 어명이 뭐라고, 너와 나 사이에 어찌 어명 따위가 먼저란 말이냐? 부모자식 간의 정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더냐?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이리도 불효막심한 놈이라니...". 박씨부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지요. 운 역시도 말이지요. 한 번도 보지못했던 운의 미소를 처음으로 보았던 박씨부인이었습니다.
말에 올라 서둘러 궁으로 달려가는 운, 얼마나 기뻤으면 정신없는 난리통에 한달음에 달려와 그 소식을 전하고 갔는지, 운의 마음을 아는 박씨지요. 십수년간을 마음으로만 불렀을 '어머니', 그 짧은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달려 온 아들 운, 박씨는 기쁨과 감격에 그 자리에 엎드려 궁을 향해 절을 올립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마마께옵서 소신의 가죽을 벗겨 북을 만들겠다고 하셔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박씨부인과 운의 절절한 모자지정이 전해져 오나요? 드라마로는 만나지 못했던, 눈물없이는 읽을 수 없었던 운의 비하인드 스토리였습니다. 읽고는 감동으로 울컥해서 드라에 나오지 않았던 운의 가정사 부분만 번외편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운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서요. 박씨부인이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우리 운...아깝구나"였는데, 뜻은 다르지만 같은 말이 나오더랍니다. 드라마에서는 운의 캐릭터가 살지 못했는데, 운도 박씨부인도 '아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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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2012.03.10 23:02
저는 원작을 먼저 본 사람인지라 드라마는 아예 안보고 있어요. 내용도 산으로 가는듯하고(주연이 좋아하는 배우도 아닌지라. 내용도 영) 그런데다 젤 중요한 운이랑 염이를 별볼일 없게 만들어서리.
원작에 보면 운에 대해 검은색 옷(옷 전체가 검은색)을 입고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휘날리며 이마에는 띠를 두르고 등뒤에는 운검과 별운검을 양쪽에 단 모습이 나와요. 글구 한미모하셔서 궁녀들의 사모를 한몸에 받는. 전 운이 젤 좋았거든요. 원작 이후 마음속으로 여러번 운이 장가도 보내구요ㅋㅋㅋ
원작에 보면 박씨부인은 키도 크고 카리스마도 짱이었어요. 그리고 나이 든걸로 나와서. 전 반효정씨로 생각했거든요. 그분이 한 카리스마 하셔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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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과 운 2012.03.11 00:42
전 운도 운이지만 설이 너무~ 불쌍했습니다~ ....사랑했던 염이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죽었죠ㅠㅜ
혹실히 원작을 읽고 드라마를보니 재미가 없더군요... 사실 한가인의 연기로 표정을 읽기가 어려워 책을 사봤거든요..책이 훨씬 잼있었습니다~훤을 연기한 김수현은 원작의 훤과 꼭 닮아서 좋았구요~ 원작에서 너무 좋아했던 설과 운이 인지도가 없는 연기자가 나와서 주요배역이 아닌줄 알고 있었습니다~ 글 항상 잘 읽고 갑니다~-
... 2012.03.11 01:28
저도 책읽으면서 양명군이랑 설이가 제일 불쌍하고 여운이 많이 남앗던 캐릭터엿는데 드라마에선 전혀 아니더라구요ㅠ 양명은 연우만 좋아하는 찌질남으로 바껴버렸고 설이는 정말... 배우가 너무 발연기여서 설이라는 캐릭터에 전혀 몰입이 안돼요;; 전혀 안쓰럽단 생각도안들던데요 그리고 마지막에 염이를 위해 죽는장면 나올텐데 책에선 설이가 정말 멋잇고리 안쓰러웟던 장면이엇지만 드라마에선 되게리 뜬금없는 장면이 될거같네요 차라리 그 장면은 뺏으면 좋겟어요 솔직히 드라마작가가 책에비해서 주변인물들 역할을 확 줄여버린탓도 잇어요 완전 주인공위주로 갔죠.. 특히 연우.. 완전 한가인살려주기 같앗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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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tuki 2012.03.12 13:02
드디어 원작을 읽으셨군요.
원작을 먼저 혹은 도중에 접한 사람들의 아쉬움을 역시나 잘 짚어주셔서 재밌었습니다.
운은 물론이거니와 저 역시도 '연우'의 매력에 한껏 매료되었었죠.
그래서 박씨부인, 운의 이야기와 더불어 아쉬움이 컸던 것이 바로
'훤'과 '연우'가 주고받던 '시'의 재미였지요.
물론 드라마의 한계는 짐작되지만, 읽을수록 깊이가 전해져
정은궐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부분이었지요.
나중에 정독하시겠다고하니... 초록누리님도 공감되실 듯 하네요.
초록누리님 글을 통해 다시만난 운과 박씨부인은 정말 반가웠습니다. ^^-
초록누리 2012.03.12 13:41 신고
시 부분은 저도 잠깐 읽었는데, 그런 기품있는 연우를 보니 책속의 연우라는 캐릭터를 살리지 못한 드라마의 연우가 비교되어 더 아쉽더군요.
원작을 읽으신 분들이 연우에 대한 아쉬움을 왜 그렇게 크게 느끼셨는지 더 이해되기도 했고요.
운도 정말 멋진 캐릭터였는데, 드라마에서도 살렸더라면 좋았을텐데 정말 아깝게 묻혀버린 캐릭터에요.ㅜㅜ
박씨부인도 그렇고 말이죠.
원작을 읽으면 드라마에서 그려주지 못한 것들이 채워질 듯해서 드라마끝나면 바로 정독들어 가려고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간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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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누리 2012.06.23 11:08 신고
오랜만에 글 남겨주셔서 반가웠어요. 옥세자에 남겨주신 글도 봤고요.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는 경우도 있고, 제가 공부했던 부분을 떠올려보기도 해서 종합적으로 찾아봅니다. 주로 인터넷이나 책을 통한 검색이 많지요.
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시는구나...병원에 계속 입원해 계신줄 알았어요.
제가 도울일이 있으면 돕고 싶은데 마음으로만 늘 동동거립니다.
저는 캐나다에 살고 있어요. 한국에 있었다면 님과 연락해서 꼭 만났을 겁니다. 뵙고 싶은 분 중 한 분이시거든요.
참 해품달 원작은 독자분이 보내주셔서 읽을 수 있었어요.
님도 많이 웃는 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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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누리 2012.06.28 00:03 신고
아직 이사를 다 한 것은 아니에요. 짐 정리만 하고 있어요. 딸이 있는 곳으로 몸만 옮겨와서 대부분 지내고 있기는 한데, 큰 짐들은 아직 그대로 뒀어요.
한꺼번에 이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번거롭고 힘드네요.ㅠㅠ
여긴 클로징(집 팔고 이사 하기 까지 기간) 날짜를 오래 잡거든요. 그 사이에 집을 산 사람이 집을 다시 살펴보고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고요.
역사 속에서 가문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세자빈은 대표적으로 혜경궁 홍씨를 들 수 있을 듯합니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세자빈 홍씨는 친정아버지 편에 서있었거든요.
훗날 한중록도 자기가문을 위해 상당부분 허구로 쓴 부분도 많고요.
저도 그 부분은 의문입니다. 처음에 왜 부용이를 처녀단자로 올리려했을까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에요. 어린 부용이가 더 미색이 출중했던 것도 아닌 것같고요. 그 부분은 작가도 제대로 정리를 해주지않은 부분이었죠.
드라마를 위해(화용이의 질투를 위해) 꿰맞춘 설정이었다고 할 수 밖에 없을 듯 해요..ㅎ
리뷰는 저같은 경우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답니다. 보통 4~5시간이 걸려요. 드라마 보고 생각정리하고 중요한 부분들을 정리하고 의미들을 많이 생각해 보는 편이에요.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에요. 하루에 한 편만 보는 편이죠. 재미있는 드라마가 겹쳐있을 때는 두 편씩도 보지만요. 어떤 분은 외국에 있으면서도 한국TV를 많이 보시나보다 하시는 분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죠?ㅎ
요즘은 애들이 방학이라 시간적으로 여유가 좀 있어서 많이 보느 편이에요. 거의 두 편씩은 보는 것 같아요.
애들 학교 다닐때는 반찬 만들어 날라야 하고, 애들 집 들여다 봐야 해서 앉아있을 여유가 없는 편이거든요.
아들과 딸 대학이 서로 다르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주말마다 데리고 오고 데려다 주는 것만도 일이거든요.
집 손질은 여기는 대개 본인들이 해요. 전문가의 손이 닿아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자든 남자든 스스로 하는 편이죠.
그래서 저도 한국에서는 안하던 집안수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부분부분 페인트칠도 직접하는 경우도 있고, 문짝 틀어진 것도 경칩 사서 직접 손보기도 하고.ㅎㅎ
잔디깎는 것은 물론 나무 가지치기도 해야하고 은근히 집에 손이 많이 가요.
님도 늘 웃는 시간 많았으면 좋겠어요.
항상 고마워요. 반갑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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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었다는 이유로, 연우를 닮은 무녀가 아니라 무녀 월로 좋아한다고 끈질긴 구애를 하지만, 그 구애가 가슴에 와닿거나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사랑이 쉬운 남자의 이미지마저 더해져 버렸고, 월이 연우라는 밝혀진 후에도 "나는 안되겠느냐"며 매달리다가, 급기야는 훤과 칼을 겨누기까지 하는, 말 그대로 여자에 미쳐 눈에 뵈는 게 없는 남자가 되기도 했지요.
해를 품은 달 원작을 읽은 분들의 말에 의하면, 양명이 훤을 돕기 위해 윤대형과 역모를 꾀하는 척하고, 반역의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죽음도 사고사가 아닌 자살에 가까운 죽음이라던데, 크게 공감가는 결말이 아니더군요. 물론 원작은 양명군의 캐릭터가 드라마와는 달라 죽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 해품달에서도 양명군이 같은 죽음을 맞이한다면, 작가와 제작진을 뜯어 말리고 싶습니다.
아들을 품을 수 없는 희빈박씨의 기도
정업원를 떠나는 양명군, 처음으로 어머니 희빈박씨는 양명군의 뜻대로 살라고 말해주지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주상전하에 대한 충심을 버리지 말라던 말과는 달라져 있었습니다. 희빈박씨는 조용히 사는 것이 양명군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늘 양명군에게 경계의 말을 했었지요.
마음에 품은 여인을 데리고 와서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비췄던 양명군, 세상에서 가지고 싶은 단 한사람이 하필이면 세자빈 허연우였고, 오래 전 한 밤중에 불공을 드리고 있을때 찾아와 눈물을 떨구던 양명의 모습을 기억해 냅니다.
아들의 연심마저도 품어주지 못하는 어머니 희빈박씨,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가지고 싶은 단 한사람이 주상의 여자라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아들을 보는 어미의 가슴도 아프지요. 끊어낼 수없는 속세의 인연, 어머니기에 말이지요.
처음으로 뜻대로 살아보라는 말을 건네는 희빈박씨, 결국 그리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한 번쯤은 제 이름을 먼저 불러달라"는 양명군의 바람을 들어줍니다. 마음으로는 늘 아들을 먼저 불렀던 희빈박씨였을 겁니다.
에둘러 양명군의 뜻대로 살아보라고, 양명군의 가슴아픈 연심에 위안의 말을 건네지만, 이내 양명군을 믿는다며, 안된다는 말보다 무서운 말로 다짐을 받는 어머니 희빈박씨였습니다. 세찬 비바람에서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어머니일 수밖에 없기에 말이지요.
목숨을 걸었던 윤대형과의 한 판, 윤대형이 칼을 거둔 이유
대왕대비를 온양행궁으로 내친 것을 시작으로 훤의 단죄가 시작되었지요. 표면적으로는 세자빈 시살음모에 대한 책임을 문 단죄였지만, 외척에 대한 정치적 숙청작업의 시작임을 간파하는 윤대형 일파는 새로운 정치국면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에 부심합니다. 왕을 갈아치우자는 역모로 가닥을 잡은 윤대형, 후계자 서열 1위인 양명군 회유작업에 나섰습니다.
예상대로 양명군의 집은 문전성시를 이루며 양명군의 정치적 야심에 불을 지피지요. 그러나 덥썩 먹잇감을 물지 않는 양명군, 배후의 인물을 만나고 싶다는 말로 넌즈시 윤대형의 의중을 떠봅니다. 한달음에 달려 온 윤대형, 양명군에게 달콤하게 속삭이죠. "스스로 태양이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 평생을 주상의 그늘 밑에서 사실 생각입니까?", 물론 양명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윤대형의 손을 잡을 바보는 아니었죠. 윤대형에게 강한 믿음을 주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양명군입니다. "설령 나에게 동기와 자질이 있다한들 반정에는 명분이 필요한 법이오".
양명군은 그 무녀가 8년전 세자빈으로 간택되었던 허연우라는 사실을 밝히며, 그것으로 방탕한 왕이라는 명분을 만들수는 없다며 한번 더 튕겨봅니다. 왕의 여인을 탐했으니 그것 역시 역모가 아니냐고 응수하는 윤대형, 무녀를 중전에 앉히려 한다는 말로 양명을 자극하지만, 양명군은 단호하게 또다시 거절의 말을 하지요. "나를 부왕에 대한원망과 주상에 대한 질투로 권좌를 찬탈하려는 소인배로 보았는가? 나는 옥좌 따윈 관심없소. 부귀영화와 명예, 권력 따윈 필요없소".
양명군은 두가지로 윤대형이 자신을 믿게끔했지요. 옥좌라는 권력은 필요없다는 말로 자신을 윤대형이 원하는 허수아비 왕에 완벽한 후보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왕의 여자임을 알면서도 탐할 만큼 허연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로, 허울뿐인 왕의 자리에 앉아 좋아하는 여인을 취하고 살테니, 정치는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즉 지금의 정치구도(외척)를 껴안고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게지요. 윤대형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적절한 인물이 없습니다. 젊은 패기에 개혁이 어쩌고, 쇄신이 어쩌고 혈기넘치는 왕도 탐탁지 않았을테니 말입니다.
헌데 그 전에 훤이 더 중요한 말을 해줬지요. "옥좌에 오르면 모든 것을 손에 넣으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말은 곧 연우의 마음은 옥좌와 상관이 없다는 말뜻입니다. 연우의 마음을 결코 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연우에 대한 훤의 자신감입니다. 만날 때마다 "나는 안되겠느냐"며, 떠나자고 매달려도 연우의 대답을 초지일관이었지요. 과거 허연우였을 때도, 무녀 월이었을 때도, 기억이 돌아온 허연우였을 때도 "NO"였으니 말이죠. 왜 두 남자가 연우를 좋아하는지, 이젠 공감도 이해도 안되고 있지만 말입니다.
암시된 양명군의 죽음, 반대하는 이유
훤이 윤대형에게 사냥 한 수 가르쳐 달라는 강무에서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강한 복선이 암시되었지요. 물론 윤대형의 제삿날이자 무덤이 되기도 하겠지만 말이죠. 훤의 암살과 역모를 도모하는 윤대형 일파에게 숲에서의 사냥대회는 좋은 기회지요. 식상한 구도이기는 하지만, 양명군 또한 강무에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훤을 대신해서 양명군이 화살 혹은 칼을 대신 맞고 죽는 것으로, 그의 최후를 장렬하게 포장해 줄수도 있고 말이죠. 사랑하는 동생과 사랑하는 여자 연우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순정마초 양명군으로 말이지요.
그러나 저는 이 죽음 반대입니다. 양명군의 최후가 아름답지도 않을 뿐더러 바보스럽기 까지 보일 듯합니다. 지독한 스토커 외사랑도 사랑이고, 민화공주의 천벌을 받는대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이기적인 사랑도 사랑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정도로 사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면, 제가 연우라면 마음에 짐이 되어서라도 죄책감과 자책감에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드라마 속 연우는 양명군이 자신을 좋아하든 말든, 하루 지나면 모든 감정이 원상태로 돌아가 버리는 이상한 정신세계 속에 살기에 행복하기는 할 겁니다. 양명군의 절절한 고백을 듣고, 괴로워 하는 것을 보았으면서도 돌아서면 "무슨 일 있었어요?"의 연우를 보면, 양명군이 죽었다는 것을 안 후에도 "아, 그러셨어요"하고 금세 기억소멸 방긋 연우로 돌아갈 듯해서 말이죠.
불가피하게 사고사할 수도 있겠지만, 사고사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지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2인자라는 설움속에, 빛이 있으나 빛을 내서는 안되는 인물로 살아왔던 양명군, 그에게 그를 위한 햇살 한 줌 정도는 주었으면 좋겠어서 말이지요. 훤이 정치를 잘만 한다면 이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아니겠어요. 자고로 폭군 아래 역심이 이는 것이고, 폭정 아래 반역의 기운이 나오잖아요.
드라마에서 특히 결말부에 이르면 죽음으로 사랑을 미화하거나,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기려는 욕심을 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여자,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죽은 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으라면, 추노의 대길이(장혁)입니다. 죽기를 바라지 않았던 인물 중 한 사람이었지만 죽음으로 강한 마무리를 했지요. 대길의 죽음은 언년이와의 맺어지지 못한 사랑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공감이 되었고, 대길에게 언년이와 함께 하지 못한 삶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기에, 가슴아프게 그를 떠나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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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th33 2012.03.03 09:49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요약해서 다 말씀해 주셨네요..여태 제대로 된 양명을 보여준 적도 없는데..만일 장렬한 죽음으로 양명을 그럴듯하게 포장한다면 헛김나는 김빠진 죽임이겠지요..초록누리님 리뷰를 가끔 봅니다만..양명이란 캐릭터에 워낙 기대를 많이 했던 터라..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작가에 대한 원망이 누구보다도 크기에..연기자의 연기력을 따지기 전에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이나 이해가 누구보다도 컸어야 하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양명에 대한 스토리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제작진과 작가에게 원망이 가는군요..결말에서 드라마의 한 핵이 될 인물이라면 분량을 떠나 연우 주변이나 겉도는 인물로는 그리지 말았어야 했는데..그렇게만 그려놓고 이제와서 그 인물에 죽음의 미학을 던져주려 하니 그 죽음이 김빠진 맥주 맛이 될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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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wya 2012.03.03 11:27
저는 양명 캐릭터가 이 글에서 처럼 여자만 쫒아다니는 바보같은 캐릭터일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생각이 드는데요..먼저 알고 먼저 사랑했던 여자를 내 모든걸 다 빼앗긴 동생에게 또 빼앗겼습니다. 결국은 그 여자가 동생의 여자도 되지 않고 죽었습니다. 다시 돌아온다면 그 여자한테 올인할 수 밖에 없지 않을 까요? 포기했음에도 지켜내지 못했던 동생에게 다시는 뺏기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요........오히려 왕이라하는 사람이 정치도 결혼한 중전에게도 아무것도 하지않고 8년동안 멍하게 죽은 여자만 바라보고 그 뒤엔 닮은 여자를 좋아하고 그뒤엔 그 8년전 사건을 파헤치기만 하는 여자에 목맨 남자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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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2012.03.03 11:50
드라마에선 양명을 다 보여주지 못한 거 같아요. 대사와 등장장면, 독백의 한계 때문에. 그래서 자신을 보지 않는 남의 여자에게 애타게 매달리는 것만 보이게끔 만들어 놨죠. 원작을 보면, 양명이 죽음을 선택하는 게 꼭 연우 때문만은 아니에요. 양명은 왕의 서장자로 훤의 턱에 언제든 칼을 댈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이기에 가족 그 누구에게도 환대받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무안과 냉대를 당했죠. 친어머니 희빈까지도 속내야 어쨌든 늘 엄한 얼굴일 뿐, 몰래라도 그를 감싸주지 않았어요. 양명은 고독하고 괴로웠을 거에요. 총명하고 재지 넘치는 사람이었으니 아무것도 하지 마라, 죽은 듯이 살아라, 네 존재가 해악이다... 이런 소리나 들으며 산 지난 날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게다가 동생으로든 군왕으로든 훤을 좋아했어요. 원작에선 훤과 양명군 두 남자 다 뛰어나지만 결국 왕자리에 더 어울리는 건 훤이라고, 똑똑한 양명은 누구보다 잘 알았죠. 그래서 자신과 동생 모두를 위해 한량처럼 살았지만 억눌리는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겠죠. 훤이 없었으면 양명이 분명 왕의 역할을 잘 했을 테니까요. 허나 결국 천성이 선했던 양명은 아끼는 동생이자 왕인 훤, 사랑하는 여자 연우, 왕의 사람에 된 유일한 친우 운을 위해서 자신이 택할 건 한 가지 뿐이라고 여겼는지도 몰라요. 아마 양명은 자기만 없으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죽은 사람은 잊혀지기 마련이니 슬픔은 잠깐이고 결국 다들 잘 살거라는 그런 거요... 양명은 더 살아갈 기운도 이유도 없었기에 끝에 죽음을 택한 게 아닐까 싶어요. 이미 양명군 이름으로 한 번 반역이 일어난 이상, 함정이든 뭐였든 왕이 옹호하든 말든, 양명군이 무사할 수 없어요. 왕에게는 부담이, 혹은 후환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원작 보시면 양명이 죽어가면서 먼저 간 선왕에게 하는 대사가 정말 짠하답니다(선왕이 정말 미웠음).. 드라마는 엄청난 생략으로 양명의 매력이 반감됐지만, 죽는 결말이 허망한 건 아닌 거 같아요. 양명이 살아서 다른 사랑을 만나 알콩달콩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모를까, 훤x연우 커플이 남의 비극을 딛고 일어났다는 비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지 위해 살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해요. 연우를 잊지 못하고, 앞으로도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바보처럼 살아야 하는 양명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죽음을 택하는 게 이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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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th33 2012.03.03 11:54
윗분의 말씀처럼 원작에서는 죽음의 의미가 있었을지 모르나 드라마로 보여진 양명의 모습은 책에 나온 양명의 스토리 보다 부족해 보였습니다...시청자가 양명의 감정선을 따라가고 이해하기엔 너무나 부족했단 말이지요..원작을 본 분들이라면 양명에게 좀 더 많은 감정이 쌓여질 수도 있었겠지만 저처럼 원작을 모르고 본 시청자는 양명의 감정을 따라가기엔 거리감이 있었지요..양명을 입체적으로 그리지 못한 탓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양명의 죽음에 의미도 미학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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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날개 2012.03.03 12:23
원작을 읽은분들이라면 양명군에게 마음이 갈것입니다 서정자였기에 모두에게 사랑받지못하고 모든걸 양보하며 살아야하는 양명군에게 더 애정이 갈것입니다 드라마상으로도 전 글쓴이와 생각이 다르네요 양명군은 허염의 절친으로 허염집에 드나들면서 연우를 봐왔고 연정을 품었디요 세자훤보다 먼저 연우를 알았다는것이지요 먼저 연심을 품었디만 속내를 내놓지 못했든것이지요 세자라는 명분으로 공식적일수있었다는게 훤과 다를뿐입죠 그렇게 따져보면 훤의 연심보다 양명군이 연심이 부족하다 할수없고 스토커라 할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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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sam 2012.03.03 12:24
하루만 지나면 모든 감정이 원상태로 돌아간다..는 부분에 참~ 한참 웃었습니다. 정말 드라마에선 원작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 경우는 드라마를 보다가 뭔가 계속 부족해서 못참고 원작을 읽었는데 드라마를 본 날은 꼭 원작을 다시 읽습니다. 보고나면 더 허해져서요. 양명은 정말 찌질이로 변신해 버려서 더 말할것도 없고 연우는... 참, 뭐라고 설명해얄지.. 난향과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답고 기품있는 연우가 드라마속엔 그려지질 않아서 허겁지겁 원작을 들고 그 부분을 찾아서 읽고 난 후에야 조금 맘이 편해지곤 한답니다. 열심히들 하시겠지만 역시 그런 부분들을 다 표현해내기엔 힘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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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 2012.03.03 12:43
양명군이 죽는다면 납득 가지 않으신다지만... 한량생활도 일이년이지. 원치않는 생활이 편할까요. 제가 드라마를 다 챙겨본 건 아니지만. 피곤하지않을까요? 자신의 존재가? 존재가 피곤하다는 건 슬픕니다만.. 왕위에 오르지못한 왕의 서장자란 자리는 살아도 사는게 아닌 자리인데. 왕과 사이가 좋다해도 그건 그것대로 위험하고. 아 정말 피곤한 자리네요.
어찌되었든. 판타지로맨스드라마도 이제 안녕이네요. 나참. 신하가 왕의 면전에서 뒷모습보이며 걸어나가는 시대극은 처음 봤어요. 어느 정도 지킬수 있는 건 지켜야하는 거 아닌지. -
김소영 2012.03.03 20:50
전 원작 사실 재미없게 읽었습니다. ㅜㅜ
해를 품은 달이란 제목 밑에 드라마 판권 계약이란 문구를 보고, 또 성균관 스캔들을 쓴 작가의 작품이라 하길래 서점에서 전편을 반쯤 읽다 덮은 책이었어요, 그러니까 그게 확 느낌이 안오던군요, 훤이란 왕의 케릭터가 참 가볍고 촐싹맞아 보여서 과감히 덮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 드라마가 나오고 푹 빠졌더랬어요~ 그 촐랑거리던 훤이 훤훤장부가 되어 눈앞에 새롭게 조명되어 샤방샤방 제눈을 즐겁게 해주더군요, 그것도 “크리스마스엔 눈이 올까요”란 드라마를 보면서 팬이 되버린 김수현씨가 그 훤이 되었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원작인 소설책 사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첫느낌과 별반 차이없이 재밌지 않았어요, 성균관 스켄들이 갠적으로 더 재미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한 여자 케릭터는 입체감이랄까 그런게 남자 케릭터에 비해 약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우낭자는 수동적이고 넘 현숙하시며 고고하세요, 단점이 없으신 분이기에 정도 잘 안가더군요...
그거에 비하면 남자 케릭터들은 잘 짜여져서 움직이는 편입니다. 훤, 운, 양명, 염 이들은 잘 살아 움직입니다.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이 여자들의 활동범위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수도 있지만 연우는 성격상의 입체감도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단조로왔다는 표현이 맞는거 같아요..,
책에 비해 그 비중이 많이 줄어든, 가장 피해를 본 케릭터는 운, 바로 제운입니다. 책에서는 얼마나 멋진-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기에 더 멋진 - 운검인지 모릅니다.
양명은 원작보다 비중이 늘어난 케이스입니다. 드라마 특성상 삼각관계로 갈등을 야기시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려다 보니 월, 연우에 대한 연정을 많이 포함시켜 양명의 캐릭터가 좀 빚나가긴 했습니다. 근데 찌질이라고 표현에 반기를 드는건 양명의 자리가 그를 가엽게 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라는게 사전 제작이 된다면 완성형에 가깝게 만들어져 나왔을 테지만 우리 나라 제작 여건은 누누이 알려진 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시청자와 연출자와 작가가 함께 이루어 가는 체계아닙니까?(제가 모르고 하는 소리면 알려주시구요)
이렇게 인기가 있다보니 처음의 제작의도와는 다르게 배가 산으로 가려고 버둥되기도 하고 다시 제자리를 찾기도 하구요...
이래나 저래나 10주동안 시크릿가든 이후로 애타게 봐온 드라마이니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길 기쁜 마음으로 바랍니다. ^^
나이가 드니 쓸때없이 말이 느네요^^;
행복한 밤되세요~ -
물푸레나무 한잎 2012.03.04 14:52
드라마 리뷰를 처음으로 구독신청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올려주시는 초록누리님이 다 궁금할 지경이거든요. 원작을 몇 번씩 봤습니다. 드라마가 너무 느리고 속이 터져 7회까지 보다가 원작을 주문해 하루만에 다 읽었어요. 이후 몇 번씩 부분적으로 찾아가며 되풀이 읽는 중입니다.
양명은 원작에서 확실히 더 살아있는 인물이에요. 드라마처럼 찌질이도 아니구요. 서장자로서의 어찌할 수 없는 인간적인 고뇌가 행간을 통해서 절절이 읽혀집니다. 그의 죽음은 단순히 연우때문이 아님도 알 수 있구요.
원작은 마지막이 장씨 도무녀의 주제로 대대적인 가은제를 펼치는 중에 양명이 어명에 의해 기획적으로 가담한 반란군과 궁으로 침입하고, 운을 길러준 어머니 박씨부인과 그 집안(그의 오빠 선대왕의 운검이었던 운검대장 박효웅과 그를 따르는 운검들 )이 주동적으로 반란군은 제압합니다. 반란의 혼란한 틈에서 연우를 보호하는 것도 운의 어머니 박씨부인입니다.
양명군이 죽는 순간부터 책을 인용하겠습니다.
< " 상감마마...... . 어명 내리신 반역자들의 명단이옵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으니 움직이지 마십시오. 곧 의원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애타는 아우의 마음을 외면하며 양명군의 몸은 움찔거리다가 입으로 피를 흘려보냈다. 훤의 눈동자가 더욱 커졌다.
"아니됩니다! 정신을 놓지 마십시오. 양명군!" 양명군이 씽긋 웃으며 훤을 보았다. 수많은 질투와 시기를 한 상대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의 형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고, 신하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단지 주위의 사람들이 그렇게 놓아두지 않았다. 아무리 방탕한 한량인척 한들, 아니 앞으로 더 이상 방탕한 척도 할 수 없게 되었기에, 왕에게 끊임없이 위협을 줄 존재였다. 그런 스스로를 이제는 거두고 싶었다. 더 이상 거짓으로 웃지 않아도 되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술도 더 이상 마시지 않아도 될 것이다.........
"양명군. 내가 내린 명령은 명부뿐이었습니다! 죽으라고 명령한 적 없습니다! 눈을 뜨십시오! 어명이오! 감히 어명을 어기려하는 것이오! 눈을 뜨십시요. 형님!" 왕이 오랜만에 형님이라고 불러 주는 것이 반가워, 양명군은 조용히 미소를 보이며 눈을 감았다. '아바마마, 당신 아들의 형으로서 이리 가옵니다. 그러니 이제 소자도 아바마마의 아들이 될 수 있겠지요?'
훤의 비명이 행각을 돌아 전 근정전에 울렸다. 제운은 빗속에 나가 섰다. 그리고 하늘을 보았다. 그렇게 흘러 내리는 눈물을 빗물로 가렸다. 그들의 슬픔을 뒤로한 채 근정전 마당은 전 운검들과 운검 부대에 의해 완전히 평정되어 있었다.>
다소 길었습니다만 세 남자의 절절한 정과 이별이 아프게 그려져 있습니다. 양명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돌려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는 단순한 연정으로 훤과 돌아설 수 있는 졸렬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아마도 꼭 죽일거라면 원작을 조금이라도 참고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
초록누리님의 재미있는 해석과 평도 다음주면 끝이 나겠군요. 남아있는 두 회만이라도 원작의 연우를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연우라는 캐릭을 연기로 표현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란 위로도 해봅니다.
하지만 인물에 대한 완벽소화는 이제 포기했고, 감정의 흐름을 방해받지만이라도 않기를 이제는 그저 바랄 뿐입니다. 님의 말처럼 재회한 연우, 훤 씬들이 가장 클라이막스인데 한 번도 만족감이 없었던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단점이자 아쉬움이었습니다.
중전이 된 연우와 훤의 알콩당콩 이야기도 원작에서는 쏠쏠했는데 다음주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반, 걱정 반입니다.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