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택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2.18 '싸인' 이명한의 선택, 죽음을 암시했을까? (14)
  2. 2011.02.17 '싸인' 자살기도한 윤지훈의 고뇌와 수상한 노인 양택조의 정체 (23)
2011.02.18 10:49




거짓말은 그 종류에 따라 생각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흔히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는 관대한 편입니다. 윤지훈이 시골마을 민박집 노인의 죽음은 법의관으로서는 진실에 눈을 감았고,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을 위해서는 선의의 거짓말로, 산 자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윤지훈은 많이 변했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당시 윤지훈은 이번 사건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었지요. 가족들에게 보험금을 주기 위해 한 가장이 자살을 했을 때, 고다경이 죽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자는 말에도 그는 냉정했어요. 과학적 진실앞에 거짓을 말하지 않았고, 죽은 가장이 진실로 남겨진 가족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만을 전했습니다. 누구보다 가족들을 사랑했다는 말이었습니다.

윤지훈의 휴머니즘을 눈감아 주고 싶은 이유
시골마을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노인은 중금속 탈륨 중독에 의한 자연사였지만, 윤지훈은 노인의 사체를 부검하지 않습니다. 대신 남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환경부에서 실사를 하게 하고, 이동 보건소의 진료를 받게 해서 더 이상의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했습니다. 산자의 거짓말을 들어 준 셈입니다. 수상한 노인 양택조가 자신의 보험금으로 마을의 손자와 손녀를 키우고 싶어했던 마음과 마을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인간 윤지훈의 모습이었죠..
과학적 진실만을 신조로 삼은 윤지훈을 보면서 잠시 흔들렸습니다. 윤지훈의 소신이 변질한 것일까를 두고 말이죠.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의 질을 누려야 함에도,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은 세상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대방리 마을 주민들과 먹을 것이 없어 죽어야 했던 젊은 여작가 故 최고은의 모습이 같은 무게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윤지훈의 휴머니즘에 손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선의의 거짓말조차도 윤지훈에게서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는 잣대를, 이번 사건만은 들이대고 싶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지역주민과 생태계를 생각하지 않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문제를 좀더 밀도있게 담아 주었으면 싶었지만, 수박겉핥기의 메시지만 전달했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윤지훈은 시나리오 작가? 강서연의 죽음의 키스추리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서윤형 의문사로 드라마 싸인은 미해결 사건의 최종 봉합을 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치정관계와 권력, 은폐와 음모, 진실과 거짓, 인간관계의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기에 가장 흥미로운 사건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사건들과는 달리 서윤형의 사건은 진범을 알고 있다는 데서 시작합니다. 진범의 배후에 있는 막강한 금권과 권력 앞에 대립하는 윤지훈과 이명한의 마지막 싸움이기도 합니다.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수정이 감전사하면서, 누가 이수정을 죽였는지가 아닌, 앞으로 누가 죽게 될 것인가가 더 궁금하지요. 연쇄살인 사건에서 가장 궁금한 것이 누가 범인인가?지만, 범인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음 희생자가 누구냐에 더 관심이 쏠립니다. 다음 희생자를 통해 범인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죠. 서윤형의 죽음에 관여했던 인물은 최종적으로 세 사람이 남았습니다. 진범이 강서연과 소속사 대표, 그리고 보이스 멤버였던 정석훈이죠.
윤지훈은 과감하게 정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진범인 강서연을 찾아가 범인이 당신이라는 것을 밝히겠다고 선전포고를 합니다. 공연장에서 서윤형의 행보가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3분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를 추리하는 윤지훈, 가상 시나리오였을지라도 허를 찌르는 추리였지요.
강서연이 서윤형에게 마지막 죽음을 키스를 하고, 입술에 청산가리를 묻혔을 거라는 말이 신빙성이 있어 보이더군요. 입술에 묻힌 청산가리는 쉽게 서윤형의 몸에 흡입되었을 것이고(많은 사람들이 혀로 입술을 핥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서윤형이 신체적 반응을 일으켜, 의식이 혼미해지고 저항할 힘이 없을 때, 쿠션으로 질식사 시켰다는 가능성도 커보이고요. 20대의 건장한 남자를 강서연이 쿠션 하나로 죽일 수 있었던 이유였지요. 미동조차 하지 않고 미소까지 흘리며 듣는 강서연이었지만 말입니다.
"평생 증거만을 믿으면 살았지만, 이번 사건에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증인을 믿어볼 생각이다"라는 말을 남기지요. "겨우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조소를 하는 듯 잡을테면 잡아보라는 강서연, 그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과 자만심이 어디서 나오는지가 궁금할 뿐입니다. 강서연의 자신감은 아버지의 권력이 가진 무서우리 만큼 강한 신념에서 나온 것이지요.
서윤형 사건의 진범을 찾아 나선 윤지훈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칼끝이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도 경찰도 국과수 원장 이명한도 권력 앞에 무릎을 꿇고 야합해 버렸기에, 이 시대 누구 한 사람은 진실의 수호자가 되어 싸워주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일 겁니다. 해빙하는 저수지의 울음소리가 의미하듯, 정의와 진실이 이기는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때문이고요.

윤지훈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이유
윤지훈은 강서연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밖에 없습니다. 든든한 보호막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비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강서연의 치명적인 약점은 쫓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그녀의 정신병적인 집착도 한몫 거들고 있지요. 강서연은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며,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완전범죄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완전범죄를 위한 첫걸음은 그녀를 대신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수정을 죽인 것으로 시작되었지요. 샤워 중 뇌진탕으로 인한 사고사로 위장하려 했지만, 이수정은 억울한 죽음의 싸인을 남겨두었습니다. 그녀의 손가락과 발가락에 남겨진 감전사의 흔적이었죠.
대부분의 증거가 인멸되었고, 사망의 종류까지 조작했지만 강서연은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남기고 다닐 뿐입니다. 꼬리가 길면 밟히듯이 강서연의 꼬리도 잡힐 수 밖에 없습니다. 윤지훈이 자신만만하게 경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수정을 죽였듯이 남은 증인들도 강서연이 제거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권력의 하수인을 통해서 겠지만 말입니다. 강서연이 서윤형을 직접 살해한 증거를 잡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당사자는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가고, 피래미들만 잡히는 현실이 통탄스러워서 말입니다.

윤지훈이 이번에는 증인을 믿어볼 생각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는데요, 이는 두가지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증인들을 설득해서 진실을 증언하게 하는 방법이 되겠지요. 그러나 두 증인이 증언을 할 것이라는 가능성은 아직은 희박합니다. 자신들은 입을 꾹 닫고 무덤까지 진실을 안고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강서연이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죠. 이수정처럼 당하지 않으면, 범행을 감추려는 자가 얼마나 집착적으로 완전범죄를 꿈꾸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음 희생자는 보이스 멤버인 정석훈이 유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대표이사보다는 덜 독종이기에 비밀을 폭로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겠지요.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대표이사가 죽었으면 좋겠지만요; 스텝이 보관하고 있었던 스텝복에서, 이수정이 비타민 음료에 청산염을 타지 않았다는 사실도 나왔고, 뇌진탕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감전사했다는 증거가 확보되었으니, 다음 수순은 서윤형 사망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입니다. 재조사권을 정우진 검사 혼자의 힘으로 얻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에 대해 드라마는 밑밥을 깔아 두었습니다. 야권에서 제기된 여권핵심인사의 딸이 서윤형을 죽였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의문제기지요. 미군총기 살인사건을 인터넷에 유포시켜 여론을 이용하기도 했던 정우진(엄지원)검사의 활약이 다시 등장하게 될지 눈여겨 볼 대목이지만, 권력도 여론을 이기지는 못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싶기도 합니다. 
윤지훈으로서는 강서연을 이길 수 있는 카드를 더 많이 쥐고 있는 셈입니다. 산 입으로 진실을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보이스 멤버 정석훈이 되었든, 대표이사가 되었든, 죽은 몸으로 타살의 증거로 진실을 말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이지요.

이명한(전광렬)의 마지막 선택, 죽음이라는 강한 암시
제가 추측하고 있는 것은 이수정 외에 또 살인이 일어날 것이라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이명한과 윤지훈의 대립이 마지막 진실게임으로 압축되면서 드라마가 마무리될 듯싶은데요, 정석훈과 대표이사중 하나겠지만 그보다는 극의 흐름상 이명한이 죽음을 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이명한의 국과수 사랑은 미워하기에는 그의 권력욕마저도 이해가 되는 명분과 이유를 가집니다. 서윤형 사망사건의 증인 이수정을 죽인 것을 알고 이명한은 "나도 죽일 것이냐?"며, 장민석 변호사의 행동을 질책했습니다. 사인은 조작했지만, 희생자를 내는 것은 이명한으로서도 분명히 반대입장이었지요. "나에겐 협박 따위는 통하지 않습니다"라며, 이명한 원장도 장변호사가 윤지훈이 모든 사실을 밝혀내면 파멸이라는 말에 잠시 흔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장변호사를 찾아간 이명한은 얼핏 장변호사와 야합하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저는 그 이면에 다른 결심을 읽었습니다. 윤지훈에게 이명한 원장이 정병도 원장의 자살은 명예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말을 했었지요. 누구나 목숨을 버리면서도 지키고 싶은 한가지는 있는 것이라면서요. 이명한에게 국과수는 그런 존재입니다. 친구이자 동료였던 강치현이 과로사를 맥없이 지켜봐야 했던 이명한, 그는 국과수가 명실상부한 최고 과학기관으로서 독립적인 기구이길 원했습니다. 권력이 침해하지 못하는 기관, 국과수 직원들이 과로로 죽어나가지 않는 처우를 받는 직장, 그리고 국과수 시스템 정비를 위해 소신과 양심을 버려야 했던 정병도 원장이 다시는 나오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국과수의 위상에 목숨을 건 이명한과 과학적 사실에 목숨을 거는 윤지훈의 국과수에 대한 다른 신념이기도 합니다.
장변호사를 찾은 이명한은 두 가지를 요구하면서, 강중혁 의원의 행보에 협조하겠다며, 범행에 공조를 하는 분위기를 풍겼지요. 이명한이 요구한 조건은 행안부에서의 국과수 독립과 지속적인 예산지원이었습니다. 국과수를 위해서는 범죄를 묵인하고 은폐해 주겠다는 이명한의 선택은 결코 환영할 수는 없습니다. 그가 강치현의 묘를 찾아 "너만 이해해 주면 된다"고 백번 천번을 울며, 자신의 선택에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도 말이지요.
윤지훈과 고다경, 정우진, 최이한이 찾은 결정적인 단서와 증거들은 시시각각 이명한을 조여올 겁니다. 이명한이 두려워 하는 것은 그의 권력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에요. 사인을 조작한 국과수, 국과수의 믿음이 추락하는 것입니다. 국과수의 명예는 이명한 자신의 명예보다 소중합니다. 강중혁 의원과 장변호사는 국과수의 지원을 무기로 이명한을 더 압박해 갈 것이고요. 이명한은 누구보다 진실의 힘을 잘 아는 인물입니다. 윤지훈이 서윤형을 죽인 진범을 입증할 것이라는 것도 느끼고 있을 거라는 거지요.
마지막까지도 그는 국과수를 택할 것 같더군요. 정병도 원장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했지만, 이명한은 국과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명예를 버릴 것이라는 말이죠. 윤지훈은 증거와 범인을 찾을 것이고, 윤지훈의 승리는 국과수의 명예외 신뢰가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오겠지요. 이명한은 끝까지 윤지훈과 대립하겠지만요.
이명한이 목숨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국과수의 명예입니다. 윤지훈의 승리는 결국 국과수가 권력에 굴복하지 않았음을, 조작에 굴복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결과이기 때문이에요. 실추되는 것은 이명한과 죽은 서윤형을 재부검했던 당시 국과수 원장 정병도의 명예일테고, 이명한은 강중혁 의원과의 거래가 있었음을 공개하고 정병도 원장과 친구 강치현의 뒤를 따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명한은 서윤형의 죽음에 대한 은폐 조작의 끝이 파멸임을 알고 있습니다. 장변호사도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마지막 순간 이명한은 국과수와 자신의 명예를 바꿀 것 같은, 즉 죽음으로 국과수의 명예를 지킬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은 친구에게 "치현아, 거기 좋냐?"라며, 씁쓸하게 읏으며 묻는 이명한에게서 죽음의 냄새가 느껴져서 말이지요.  한가지 바람은 강중혁이라는 막강한 권력에 이명한이 지는 결말은 아니었으면 싶습니다. 만에 하나 이명한이 죽어야 한다면 말입니다. 권력에 파멸되는 것보다는, 권력을 파멸시키고 자신도 파멸하는 것으로, 비록 방법적으로는 잘못되었지만, 이명한이 국과수를 얼마나 지키고 싶어했는지, 그의 국과수 사랑만은 이해해 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먼저 간 친구 강치현과 함께 말이지요.
"겨우 두 명 밖에 남지 않았죠" 라며, 증인을 먼저 죽여 보일테니 잡아보라는 듯 조소를 날리며 살인예고를 한 강서연, 증거는 없지만 증인을 믿어 볼 생각이라는 윤지훈의 싸움, 과연 누구의 손이 빠를지 기대가 되네요. 이번에도 강서연이 한 발 빨리 움직일 거라는 예상은 되지만 말입니다. 강서연(황선희)이라는 인물은 이 시대 또 하나의 권력형 싸이코패스를 보는 듯한 섬뜩함이 느껴집니다.  남아있는 두명의 증인은 진실에 대해 입을 열까요? 아니면 거짓말을 반복할까요? 죽은자의 몸이 되어 진실을 알려줄까요? 참 아이러니한 질문입니다. 왜 산자들은 살아서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 할까요?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겠죠. 잃을 게 더이상 없는 죽은 자들과는 달리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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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7 10:41




정차영을 죽이고 동반자살한 이철원의 테트로도톡신 독살은 기막힌 반전이었습니다. 독에 중독되어 죽어가는 김정태(정차영)의 연기가 마치 진짜같아서 섬뜩하기까지 했습니다. 살인마 정차영을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독살해 버림으로써 법보다 주먹으로 응징해 버렸습니다. 가끔은 법보다는 주먹이 통쾌할 때가 있는데, 정차영의 죽음이 그런 경우같습니다. 싸인 13회에서는 또다시 두 건의 살인사건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는데요, 이번회는 마치 공포스릴러물을 보는 듯 등덜미가 서늘해지더군요.
서윤형을 죽였다고 거짓 자백을 하고 교도소에 수감중인 이수정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윤지훈이 내려간 한 시골마을에서 노인의 사체가 발견되었다가 사라지는 해괴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고다경이 발견한 사체는 민박집의 주인남자로 추정되는데요, 살인범일 가능성이 높은(?) 양택조의 섬뜩한 표정이 귀신보다 무서웠지요. 정차영과 동반자살을 해버린 이철원의 반전에 이어, 양택조의 섬찟한 눈빛에 간이 콩알만해졌네요.
윤지훈의 자살을 막은 죽은 정병도 원장
정차영에 의한 한영그룹 연구실 직원들의 의문사가 안티몬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증언한 윤지훈, 그는 위증을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진실에 대한 의혹을 포기했다는 자책감을 떨칠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이 스승 정병도의 명예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고백하는 윤지훈, 그가 포기한 것은 진실에 대한 의혹이었지만 범인은 아니었지요. 정차영을 잡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던 윤지훈은 다섯번째 희생자가 복어독, 즉 테트로도톡신에 의해 사망했음을 알았지만, 한 발 늦고 맙니다.
윤지훈의 고뇌가 가장 잘 드러났던 옥상에서의 자살기도신은 극적 긴장감으로 애써 포장하지는 않았지만, 윤지훈의 심리를 가장 잘 나타냈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정차영과 이철원이 자신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윤지훈, 스스로 지키지 못한 양심과 진실 앞에 윤지훈은 자살을 하려고 했지요. 빌딩 옥상에서 윤지훈을 붙들었던 것은 스승 정병도였습니다. "지훈아, 한없이 너를 사랑한다"는 스승님의 목소리가 윤지훈의 자살을 막았지요. 스승 정병도는 죽음으로 명예를 지키고자 했고, 사랑으로 윤지훈을 지켰던 것이지요. 자책감에 법의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윤지훈은, 아버지를 모신 추모원에 가서 슬픈 고백을 하며 흐느낍니다.
스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안티몬에 의한 독살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했던 윤지훈은 자책감에 사직서를 내고, 정병도의 생전에 함께 다니던 시골마을로 내려가 버립니다. 민박집에서 뒤쫓아 온 고다경이 윤지훈과 한방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김칫국 제대로 마신 고다경과 돌부처 윤지훈이 깨알 웃음 한방을 터뜨려 주었지요. 아직 준비가 안됐다며 키스를 기다리며 수줍게 눈을 감는 고다경에게 "좀 비켜, 세수 좀 하러가게" 라며, 수건을 확 채서 나가버리는 윤지훈, 쥐구멍에 숨고 싶은 마음으로 쓰러지는 고다경때문에 웃음 빵 터지기도 했습니다. 
웃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드라마는 빠르게 공포물로 전환했지요. 동네 한바퀴 돌고 오겠다며 나가는 고다경의 등뒤로 양택조의 눈빛이 순간에 변해 버렸는데, 도대체 이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괴기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고다경을 보고 시선을 피하던 여자아이가 민박집을 기웃거리다가, 고다경을 따라오라는 듯 이상한 폐가로 인도해서 갔지요. 그곳에는 의문의 노인의 시체가 있었고, 고다경이 윤지훈과 함께 현장에 갔을 때는 누군가에 의해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맙니다.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하지만, 휴대폰은 터지지 않고, 민박집의 전화도 끊겨있었지요. 자동차는 누군가에 의해 펑크가 나있고,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하는 누군가의 소행, 문제는 사라진 시체를 확보하는 일입니다. 폐가를 뒤지는 윤지훈과 고다경, 그리고 정체모를 꼬마 여자아이의 수상한 행동은 추리물처럼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긴박감 넘치는 전개는 공포 추리물을 보는 듯, 시청자에게 또 하나의 사건을 던졌습니다. 동시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서윤형 사건으로 드라마 싸인은 마지막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무엇인가 미적지근하게 사건이 종결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요, 이번 한영그룹 2대에 걸쳐 내려온 연쇄살인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윤지훈은 아버지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밝힐 방법이 없었고, 아니 스승 정병도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안티몬에 의한 중독사에 대한 진실규명은 포기함으로써, 거짓증언은 하지 않았지만 진실을 밝히겠다는 법의관으로서 오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정차영을 잡으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지요.
자신의 증언으로 죽음을 불러왔다는 자책감에 자살을 하고 싶어할 정도로 고뇌를 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인간임을 보여주면서, 드라마와 윤지훈이라는 캐릭터를 현실적으로도 보이게 했습니다. 정병도 원장이 "법의관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실수도 하고, 아주 가끔은 가서는 안될 길을 갈 때도 있다"고 말했듯이, 드라마는 윤지훈을 완벽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잘못 그리지도 않습니다. 안티몬에 의한 독살은 치사량과 사례가 없었기에 증거불충분으로 법정에서도 패소할 가능성이 컸고, 윤지훈의 증언이 틀리지는 않았기 때문이죠.

박신양의 감정연기는 정밀화
이번 사건의 의미는 국과수에 실려온 시체가 아닌, 한 시골마을에서의 의문사로 시선을 넓혔는데요, 드라마 싸인이 던질 사회적 메시지가 무엇일지, 그리고 장농을 연 고다경이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요? 고다경의 비명과 함께 싸인 13회가 끝났는데요, 추리물의 기법을 의학드라마에 도입한 장항준감독과 김은희 작가, 그리고 스릴감있는 연출은 드라마 싸인을 영화처럼 감상하게 만듭니다. 완벽하게 윤지훈이라는 캐릭터가 되어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는 박신양의 연기는 작품의 완성도를 더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습니다. 
박신양의 명품연기는 사람의 밑바닥을 훑으며 울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박신양의 눈물을 보고서 또 느꼈는데요, 이번회 윤지훈이 추모원에 가서 흘리는 눈물을 보는데, 오열이 아닌 흐느낌에 담긴 박신양의 연기가 가슴을 저리게 하더군요. 어린 애처럼 우는 박신양, "잘할려고 그랬는데, 나 법의관 안할래요. 국과수도 싫고, 법의관도 싫어요. 나 안할래요. 힘들어요. 전 법의관 자격없는 놈이에요. 아무 것도 안할래요"라며, 목소리를 죽였다가 호흡을 끊었다가 이어주는 감정선은, 남자가 흐느끼면서 내뱉는 대사라고 할 수 없음에도 기가 막히게 살려냅니다. 사실 대사 자체는 여성스러운 말투였는데도, 박신양의 흐느낌에는 특별한 애절함이 나오더군요. 쥐어 짜내는 흐느낌이 아니었는데도, 윤지훈의 절망감과 인간적인 고뇌를 담백하게 끌어내는 힘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밝혀주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어린아이처럼 우는 박신양, 박신양이 연기를 잘한다는 것이 이런 세세한 감정전달에서도 느껴지더군요.
자살을 생각하고 빌딩 옥상으로 올라 간 윤지훈의 담담한 표정도, 눈물이나 일그러지는 고통의 표정없이도 오히려 강렬하게 전달했지요. 성큼 발을 옥상 난관으로 내딛는 윤지훈을 보며, 그간 봐왔던 윤지훈의 대쪽같은 성격과 부합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주저하는 발을 보였더라면, 자살시도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시청자들의 간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트릭은 보였겠지만, 윤지훈이라는 캐릭터와는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요. 이렇게 캐릭터의 행동선, 감정선 하나하나까지 정밀화처럼 풀어놓는 것이 박신양 연기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수상한 노인, 양택조의 정체는?
양택조의 소름끼치는 표정만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며, 양택조를 민박집 김씨의 살인범으로 추리를 할 수 있었지만, 저는 여기에도 반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유는 대방리라는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 같은 의문스러운 분위기때문입니다. 드라마가 악간의 추리기법을 넣었기에 저도 한가지 추리를 하며, 드라마 싸인 더보기를 할까 합니다. 맞든지 틀리든지 드라마를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는 것은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기때문에 말이지요.
살인범의 분위기를 풍겼던 양택조는 윤지훈이 특별한 친분관계의 표시를 하지않는 것으로 보아, 외부에서 들어온 인물일 수도 있습니다. 왠지 그 마을 토박이 같지는 않아보이기도 했고, 토박이였다면 마을 주민을 무엇인가로 협박하는 권력을 가진 인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선으로 깔린 여자아이가 왠지 두려움과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요. 민박집에 있는 윤지훈과 고다경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는데 밖에서 기웃거리기만 했고요. 고다경을 보고는 유인하듯이 도망친 것도 수상스러웠고요. 문제는 이 마을에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입니다.
저는 처음 윤지훈이 마을을 찾아와 서있었던 큰 저수지가 신경이 쓰였습니다. 저수지는 농가에서는 농업용수의 원천입니다. 저수지의 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가의 생명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주변경관을 수려하게 하는 자연재산이기도 합니다. 윤지훈이 보고 있던 저수지 규모가 꽤 컸었는데, 저수지를 보며 순간 대기업의 골프장 특혜논란이 빚어졌던 저수지 용도폐기문제들이 떠올랐습니다. 저수지를 매립하고, 골프장을 짓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동의서가 필요한데, 민박집 김씨는 정병도 원장과 윤지훈과도 오래도록 알고 지냈던 것으로 보아, 저수지 용도폐지를 앞장서서 반대한 인물을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눈에 띈 장면이 고다경이 시체를 찾기 위해 들어간 방에 앉은다리 책상이 있었는데요, 꼬마아이의 물건인듯 보이는 색연필도 보였지만 그 뒤에 이상하게 약병들이 많이 놓여있었다는 것이 깨림칙하더군요. 영양제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다양한 약병들도 이상했고, 시골에서 그렇게 종류별로 영양제를 두고 복용하지는 않았을 듯도 싶었고요. 아마 그 집의 주인이 치료제로 복용한 약들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그 말은 그 마을 주민에게 신체적으로 이상징후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저수지의 오염이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고, 식수가 문제일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이 마을에서 의문의 죽음은 민박집 김씨뿐만이 아니라, 정체모를 소녀의 가족도 희생자 중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 왜 이런 일들이 이 마을에 벌어지는 걸까요? 바로 마을이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이라는 공포를 조장해서 마을을 떠나게 하거나, 동의서를 얻어내기 위해서였겠지요. 만약 제 추리가 맞다면, 그 마을 주위애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재벌의 음모가 숨어있는 것이고, 의문의 양택조는 재벌의 하수인일 가능성이 크겠지요. 돈에 매수된 마을 주민일 수도 있겠고요.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소녀가 외부에서 온 고다경과 윤지훈에게 알리려고 했던 것이고 말이지요.
재벌의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로 주변 농가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말이 들립니다. 잔디를 조성하기 위해 대량의 농약과 살충제가 살포되어 근처 농가의 상수원이 오염되고, 근처 주민들은 피부질환이나 복통등의 합병증이 있다는 기사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뉴스들이죠. 
그리고 하나 더 연결고리를 만들자면, 골프장은 여권의 대권후보인 강중혁 의원과 관련되었을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서윤형의 진범 강서연이 등장하면서 서윤형 사건이 재등장했는데요, 싸인에서 선보였던 첫사건이자 마지막 사건이 될 서윤형의 의문사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강중혁 의원 역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드라마상 강중혁을 사방팔방으로 조일 수 있는 아귀 맞는 카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에게 자연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재앙을 돌려주고 있습니다. 환경파괴와 무분별한 개발이 누구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지, 싸인이 보내는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도 될 것 같고요.

한영그룹의 연쇄살인에는 마지막 반전을 보여준 이철원을 통해 인간이 돈에 얼마나 나약하고, 이기적인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드라마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는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는 다른 사건으로 시선을 옮겨갑니다. 남겨진 이야기들은 어차피 산자들이 풀어야 할 이야기들이기 때문이죠. 드라마 싸인은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지, 산 자들의 숙제까지 풀어주지 않습니다. 다만 굵직한 메시지만 던질 뿐입니다.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덧붙인 추리는 드라마를 보면서 떠올린 개인적인 생각들이지만, 죽은 자의 몸에 남긴 흔적을 통해, 이렇게 다양하게 산 자들의 숙제 등을 생각들을 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멋진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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