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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속 출연진의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기대이상으로 완벽에 가깝게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색하고 딱딱하기만 했던 송태하도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제자리를 잡아갔고, 특히 업복이의 최후는 공형진이라는 배우의 이름이 명불허전임을 보여주었지요. 일찍 죽은 천지호 성동일 역시 드라마가 끝나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극중 언년이의 캐릭터를 실패하게 만든 원인은 크게 네가지로 보여집니다.
언년이의 감정선이었던 돌멩이 분실
언년이 역시 대길이가 도련님이던 시절, "난 말이다, 다 싫구나. 네가 힘든 것도 네가 추운 것도... 다 싫구나" 라며 추운 날 호호 불던 자신의 얼어터진 손을 데워주던 돌멩이를 10년간 간직하며 대길도련님에 대한 마음을 간직했지요. 언년이가 혼례를 올렸던 날, 언년이는 그 돌멩이를 꺼내 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도망을 나왔지요.
그런데 충주에서 자객 윤지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한 언년이를 송태하가 구해 도망가는 길에 대길이가 던진 칼에 언년이가 맞는 불상사가 일어났지요. 언제 꺼내 들었는지 송태하의 뒤에서 말에 실려가던 언년이가 돌멩이를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왔고, 언년이는 대길의 분신과도 같았던 돌멩이를 잃어버리게 되었지요.
저는 이 때부터 언년이의 캐릭터는 애매모호해 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년이가 그 돌멩이를 잃어버리지 않고, 대길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을 때때로 보여 주었다면, 송태하와 대길의 사이에서 언년이의 고뇌하는 모습을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언년이 감정선을 이어갈 수가 있었는데 안타까운 돌멩이 분실사건입니다.
언년이와 송태하의 성급한 혼례식
맥이 풀려버린 애정라인을 복구한 것은 최장군과 왕손이가 송태하의 손에 죽었다고 오해하게 하면서 대길이는 송태하를 쫓을 명분을 만들어 주었고, 이후 송태하와 같은 길을 가게 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가닥을 잡는데 성공했지요. 그런데 가운데 어정쩡하게 낀 언년이는 이 때부터 더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대길에 대한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아무런 매개체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원손의 보모로서의 자리밖에는 없어 보였지요. 송태하의 부인으로서도 딱히 진한 사랑이나 애틋함은 없어 보였고요.
두고두고 이쉬운 점은 이때도 언년이가 가끔씩 돌멩이를 꺼내 들고 복잡한 마음을 보여주었다면, 언년이도 민폐녀의 꼬리표에서 하나의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대길이를 만나도 무덤덤, 송태하와 대화는 새 세상에 대한 토론 밖에는 없다보니 점점 언년이의 입지는 작아지고, 원손의 보모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 수모를 당하게 되었어요. 돌멩이 분실사건에 이어 성급한 혼례는 언년이의 감정선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게 만든 치명타였어요.
언년이가 죽었다면 결말의 극적 감동은 더했을 것이다
"언년아, 언년아. 잘 살아라. 너의 그 사람, 그리고 너의 아들과.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 다시 만날때 어찌 살았는지 얘기해 주렴" 이 대사는 그 이전에 송태하가 자리를 피해주면서 언년이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고 배를 구하러 가면서 방백으로 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고요.
눈물 줄줄 흘리게 했던 "나의 언년아, 나의 사랑아" 는 칼에 맞은 언년이를 품에 안고 했었더라면 싶어요. 송태하는 물론 원손을 데리고 떠났어야 했어요. 대길이 송태하에게 떠나라고 한 것은 그 상황에서는 맞는 것이었거든요. 송태하가 원손을 안고 대길과 언년을 남겨두고 현장을 빠져나가며, 언년이에게 했던 대사를 원손마마에게 했더라면 훨씬 멋졌을 것 같습니다. "원손마마, 청나라로 가지 않겠습니다. 이 땅에 빚을 너무 많이 져서 떠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더라도 좋았을 것 같고요.
그런데 언년이는 끝까지 강인한 여성상도, 미래상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청나라 용골대 사신을 향해 마치 여검사처럼 추궁하는 모습도 어색하기 그지 없었고요. 차라리 대길이의 삶의 의미였던 여인으로 함께 운명을 같이 했다면, 마지막에 언년이가 조금 사랑스러워 졌을 지도 모르겠어요. "운명처럼 힘이 센 것은 없다" 고 짝귀에게 말했던 언년이의 대사도 아귀가 맞았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강한 여성으로서의 언년이를 그리는 것도 실패했는데, 10년간을 돌멩이를 움켜쥐고 살아왔던 사랑의 무게라도 보여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언년이를 죽인 이다해
언년이는 송태하와 있을 때도, 대길이와 있을 때도 감정선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선을 읽는 것을 실패하다 보니 자신의 감정도 어디에 둬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대사처리는 무미건조했고, 무엇보다 언년이의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대사톤과 표정은 답답함 그 자체였어요. 대길 장혁이 혼자서 언년이 감정까지 끌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대길이와 언년이의 감정선은 대길이 혼자서 언년이 감정까지 1인 2역으로 끌고 갔다고 본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겠지만, 이다해의 언년이는 실패였습니다. 언년이의 캐릭터는 이다해 아니라 누가 했더라도 실패했다는 말을 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캐릭터는 작가나 감독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연기자에게서 완성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다해에 대한 악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극중 여주인공이 민폐녀로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고, 사랑받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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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공감하실 줄 알았는데.. 2010.03.28 23:38
그게 아니네요. 원래 댓글을 잘 남기지 않지만 초록누리님글에 안티가 너무 많은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윗 글의 거의 모든 부분에 상당히 공감을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추노를 정말 재밌게 봤지만 언년이의 감정연기에는 정말 두고두고 아쉬움을 느낍니다. 저를 중반까지 흡입력있게 이끌어 왔던 힘은 탄탄한 스토리도 있었지만 대길과 언년의 사랑이었습니다. 시장씬에서 이다해의 연기를 보고 정말 감탄하며 다운받아 몇번을 돌려볼 정도로 최고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 였던거 같아요. 그 뒤로 물론 대본상으로도 기회가 없었지만 대사 한마디.. 눈빛 하나하나에 충분히 언년이의 마음을 실어 나를 수 있었을텐데.. 그런 세심한 부분을 이다해가 제대로 해내지 못했단 생각이 듭니다. 초록누리님도 그걸 말하고 있는 것 같구요... 몇 가지 예를 들었던 장면.. 마지막회에서의 대길과의 마지막 대화.. 충분히 애잔함을 더할 수 있었을 텐데 그 기회를 너무 살리지 못했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대길이에게 애잔함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참고로 대길과 언년이 만났을때부터 언년이를 송태하와 묶어주는 작가와 연출의 의도에 정말 속상해 했던 1인이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찾아 해맸는데.. 그렇게 만나기를 기다렸는데..ㅠㅠ 만나고 나서 너무 허무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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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10.03.28 23:47
이다해씨 인터뷰를 보면 좀 더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는힘을 키우는게
연기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만심을 보게 되요..
대본이 좀 허술하다해도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은 그 캐릭을 생동감있게 표현하기도 하지요..
연기자 탓 보다는 대본 탓을 하게 된다는것 아니겠습니까? -
하지원 생각나네요. 2010.03.29 00:59
"추노"의 이다해를 보다보니 문득, "발리에서 생긴일"의 하지원이 생각납니다. "발리"에선 도대체 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나중엔 짜증이 나더니, 하지원의 깊은 연기가 여주인공을 이해하게 하더군요. 그런게 연기이지않나 싶어 비교됩니다. "추노"...일주일동안 몸삻을 앓을 정도로 너무 좋아하는 드라마였는데, 저도 여주인공이 너무 아쉽습니다. 2%만 더 채웠어도, 완벽한 명품드라마가 될수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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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le 2010.03.29 02:21
ㅎㅎ 이건 내용중에 수정이 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네요.. 글의 의도와는 맞지 않지만..
>대길의 칼을 맞은 후 송태하의 말 뒤에서 돌을 떨어뜨리다<
부분이 드라마 내용과는 다르네요
대길의 칼을 맞은 후 동굴에서 정신 차리고 일어나서 다른 마을로 이동중에
송태하가 혼절한 언년이를 업고 이동하는 중에 돌맹이를 떨어뜨렸습니다...
제가.. 무개념은 아니구요.. 내용이 다른부분이 있어서..
정확하게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글을 읽다가.. 다른 부분이 있으면..
뭐랄까.. 조금.. 글에대한 느낌이 달라지는 듯해서 글을 남깁니다..
ㅎㅎ 중복이였으면 죄송하네요 ㅎ -
anubith 2010.03.29 02:58
일단 제목 자체가 자극적인거 저도 공감합니다만.....글 내용 자체는 맞는 말인데요?
장혁이 니가 그리워서 찾은게 아니라고 할때 그 대사 씬에서만 해도 장혁이 숨을 고르며
힘겹게 감정을 연기하는거에 비해서 참 쉽게도 얘기하더군요. 대본상의 역할이
패널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고 배우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보는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대길이 도망가라고 할때도 그저 '서럽게 울기' 밖에 안하더군요.
아 물론 그 이상 뭘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 서럽게 우는 씬에서도
전혀 슬프다는 느낌은 못받았습니다. 그건 저만의 느낌이겠죠 뭐
대길이 자신의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보러 따라올 때도 그 어이없는 푸근한 미소란......
대길이 역을 맡은 장혁의 경우 눈빛과 표정 대사 어감 모든 것으로 감정 처리를
하는 것에 비해서 굉장히 비교되더군요.
기회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본인이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했을 뿐 -
purple 2010.03.29 03:05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군요.
이다해씨는 추노 최대의 피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언년이 캐릭터가 이도저도 아니게 돼 버린 이유는, 드라마의 중심 멜로라인과 여주인공 캐릭터를 그따위로밖에 그리지 못한 작가, 또 그것을 ok한 감독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거죠. 어디 감정선을 드러낼 만한 제대로 된 씬이 있기나 했습니까? 언년이라는 캐릭터가 아쉬움을 남긴 이유는 연기자의 캐릭터 구축 실패가 아니라, 작가의 역량부족이라는 것을 친절하게 써놓으시고 제목은 이다해한테 큰 문제가 있는것마냥 해놓으시다니.. 평소 이다해 팬도 아닌데 이런 어이없는 흠집내기 글을 보니 댓글을 안 달 수가 없네요. -
마스 2010.03.29 07:48
저는 작가의 여성에 대한 생각이 그대로 언년이한테 투영된것이라 생각해요. 참고로 이다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입니다. 그래서 감정선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하죠. 의외로 대본의 디테일에 놀란적이 많은데..끝까지 언년이는 조선의 여인으로 마무리 시키더군요. 대길이는 첫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남자의 로망의 절정으로 마무리 되었고, 언년이는 정조를 지키는 조선의 여인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이다해의 연기력보다는 이다해의 감정선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한 작가와 연출자의 문제가 더 컸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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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비 2010.03.29 09:38
그냥 지나치려다가 한마디 적습니다. 글의 대부분은 언년이 즉 "이다혜"와 상관없는 글의 구성이더군요. 고작 5분1정도가 언년이 관련인데 이다혜의 연기력을 탓하는 것 같군요.
추노에서 등장하는 인물중 자신의 의지에 따라 믿고 있는 신념 또는 목적을 위해 투쟁하는 이는 세사람뿐입니다. 사랑하는 언년이를 찾기 위해 추노꾼이 된 대길이, 마직막 원손을 지키는 것과 무사로써의 송태하, 정적마져 자신의 수하로 만들어 버리는 탁월한 모사꾼 이경식 이 세사람뿐이죠. 나머지 등장인물은 누구의 지시를 따르거나 함정에 이용당하는 소모품에 불과합니다.
자 그럼 글에서 지적한 돌맹이 분실 사건입니다. 언년이는 그야말로 작가의 실수인지 아니면 비중을 적게 둔 것인지는 모르지만 목적을 상실한 여주인공이 되어버렸습니다. 최사과와 혼례를 치루던 첫날밤 길을 떠나지만 무엇을 위해 떠나야 하는지 목적이 없습니다. 다만 돌맹이 하나로 그막연함을 대신해줄 뿐입니다. 그리고 쫒기는 와중에 돌맹이를 분실하죠. 이것은 누구나 아시겠지만 연출진이 대길이와의 연인 관계를 정리하는데 복선의 도구로 사용합니다. 뻔한 스토리이기는 하지만요.
다음은 언년이의 연기력 논란입니다. 언년이의 등장을 모두 통편집으로 빼 버린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작가와 연출진은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그 많은 것을 보여주었음에도 지루함이 없었습니다. 극에서 천지호의 등장은 오포교보다도 횟수가 적은데도 주인공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만큼 강렬했습니다.
여기서 이다혜의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이다혜가 분한 언년이는 노비시절 이야기 빼고는 보여줄 것이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사람냄새 나는 저잣거리 말을 구성지게 할수도 없는 지극히 절제해야하는 사대부(신분세탁을 했지요)가 아녀자의 인물을 그려야 했습니다. 남자들처럼 화려한 액션을 보여줄 것도 없었고 극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위치도 할 일도 없었고 그져 보모로 전락한 케릭터가 되고 만 것입니다.
자 생각을 해보세요. 추노에서 등장하는 인물중 이다혜 혼자서만 대화체도 다르고 차분한 연기를 하지요. 극은 치열한데 다들 숨 넘어가듯 급한 상황인데 말이지요. 주인공중 하나지만 할일 없는 주인공이 되어버렸습니다. 말 그대로 아쉽지만 연출진의 실수라면 실수입니다.
다만 언년이의 논란보다 추노라는 드라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입니다. 초록누리님의 글을 기다려보겠습니다.
추노 최종회는 주인공들 각각과 이별하는 회차이니만큼 엔딩장면도 각각의 의미를 담아 보여주었지요. 가장 많이 울렸던 업복이 공형진의 죽음은 추노가 던지는 메시지와 함께 별도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요.
나의 언년아, 나의 사랑아
우선 가장 떠나 보내기 힘들었던 대길이의 죽음부터 정리해야 겠네요. 대길을 뒤를 추격하는 관군들을 향해 송태하가 멋지게 활을 날려 방어해주고 함께 갈대밭을 뛰어가는 모습은 우정을 넘어서 시대를 함께 달리는 모습이었어요. 씨익~ 미소까지 주고 받는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짝귀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용인 조비산이에요.
"언제부터인가 둘이 같이 달리고 있는 것 아나?" 라고 송태하가 물었지요. 도망노비 송태하를 쫓았던 대길이 언년이가 함께 있음을 알게 된 이후로는 두 사람의 목적이 같아져 버린 것이지요. 언년이와 언년이 가슴에 안긴 원손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대길이와 송태하는 언년이를 사이에 두고 같은 운명을 가진 공동운명체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대길이와 함께 하는 동안 송태하는 대길이를 깊게 이해하게 되었지요. 자신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 무게보다 언년이라는 여인의 무게가 대길이라는 남자에게는 더 컸다는 것을요. 그런 의미에서 송태하가 대길이에게 "그대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사람의 인연도 다 운명이 아니던가" 라며 속내를 털어 놓는 장면은 송태하의 진중함이 와 닿았어요.
자석에 이끌린 듯 언년이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혹시나 도련님의 모습이 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때문이었겠지요. 비록 송태하의 부인이 되었지만, 언년이도 10년을 품어 온 도련님에 대한 정리를 한 순간에 끊을 수는 없었을 거예요.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고, 마음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처지가 언년이의 사랑 색깔이에요. 너무 슬퍼서 한처럼 가슴시린.... 그런데 드라마에서 언년이의 그런 세심한 감정표현이 부족한 것은 두고 두고 아쉬운 부분이네요.
모퉁이 갈대밭에서 나온 대길이를 보고 언년이 어떤 마음으로 웃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언년이도 마지막 조선을 떠나면서 도련님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지요. 송태하는 마치 예상했다는 것처럼 웃는데 대길이 표정은 '에이 쪽팔려' 하는 표정이더라고요. 시선도 피해 버리고요. 아무튼 극 중간중간 웃겨주는 대길이 때문에 일희일비하며 미친 사람처럼 드라마를 보게 하니, 장혁의 귀여운 모습, 애처러운 모습, 남자다운 모습, 짐승처럼 포효하즌 모습, 그리고 길바닥 마초같은 모습때문에 추노를 보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지금 아니면 대길이라는 캐릭터가 좋았노라고 고백을 못할 것 같아서 주책스럽지만 속마음을 써봤습니다. 본론으로 다시 들어가죠.
"난 말이다. 난 말이다" 그리고는 뒷말을 바로 잊지 못하고 울컥해지는 대길이 "네가 정말 그리워서 찾아 해맨게 아니야. 그저 도망노비 찾아 다닌 것 뿐이다"라고 말해 버립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라는 언년이의 말에 헛웃음 짓고는 대길은 배를 구할테니 그리 전하라며 자리를 뜨고 말지요. 이렇게 가슴 아픈 사랑 고백이 또 어디 있을까 싶어요. "네가 정말 그리워서 해매고 다녔다" 는 말을 언년이 알아 들었는지 못알아 들었는지, 극중 언년이에게 묻고 싶을 정도에요. 아마 언년이도 알아 들었겠지요.
"내가 여기 왜 왔을까? 니 놈 부인이랑 니놈 아들 싹다 죽일 참이냐? 니놈은 그저 잘 살면 되는 거야. 살아서 좋은 세상 만들어야지...그래야 다시는 우리같은 사람 나오지 않지" 라며 송태하에게 어서 떠나라고 말하는 대길, 눈물이 흘러서 차마 그 장면을 보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언년아... 꼭 살아라... 니가 살아야 나도 산다. 어여 가거라" 라며 대길이 황철웅을 향해 달려 들고 언년이는 송태하를 부축해 떠나지요. "또다시 도련님을 두고 이렇게 떠납니다.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도련님 죄송합니다". 전하지 못하는 언년의 방백이 이어졌지요. 결국은 엇갈릴 수 밖에 없었던 운명, 살아서는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두 사람에게 정해진 운명이었나 봅니다.
황철웅이 마지막에 대길이를 막지 않았던 것은 결국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기 때문이었어요. 끝까지 자존심에 자신이 이겼다고 하지만, 황철웅은 처참하게 부숴진 자신의 모습을 그제서야 알게 된 거에요. 그의 부인 이선영의 일그러진 모습은 황철웅 자신의 모습이었어요. 황철웅이 부인 이선영 무릎에 머리를 떨구고 울었던 것은 황철웅이 굴절되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각이었어요. 황철웅은 아마 송태하의 뜻을 이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나레이션을 황철웅의 목소리로 했는데, 그는 살아 남아서 바꾸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송태하가 죽음으로 바꾸려 했다면 황철웅은 살아남은 자로서의 역사 한 모퉁이 작은 돌멩이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봤습니다.
"언년아, 언년아, 잘 살아라. 너의 그 사람 그리고 너의 아들과.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 다시 만날 때 어찌 살았는지 얘기해 주렴... 나의 언년아...나의 사랑아...."
관군을 뚫고 피투성이가 된 대길은 설화의 무릎에서 숨을 거두고 말지요. 이렇게 좋은 날, 노래나 불러 달라고 했던 말은 대길의 마지막 유언이 되고, 설화의 구슬픈 타령을 들으며 대길이는 사랑하는 사람만 쫓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까지 다 바쳐 뜨겁게 사랑하다 가버렸네요. 봉분도 없이, 돌무덤에 설화가 지어 준 옷은 대길이 무덤의 비석이 되고, 천지호 언니 무덤도 새로 만들어 주지 못하고, 이천에 사 놓은 땅에서 옆에는 최장군, 길목에는 왕손이랑 오손도손 살기로 했는데, 언년이 데리고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700냥 빚만 지고 떠났어요. 왕손이 최장군 집값은 다 지불하고 정작 대길이 자신의 집은 잔금도 못치루고.... 마지막까지 이렇게 멋지게 떠날 줄은 몰랐어요. 평생 언년이만 쫓다 사랑도 이루지 못하고 가버린 대길이, 이승에서 못 이룬 사랑 이 다음에 다시 환생하거든 꼭 이뤘으면 싶어요.
감독의 깜짝반전, 송태하의 죽음
그런데 제가 글 제목으로 송태하가 죽었을 거라는 것이 감독이 연출한 깜짝반전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요, 아마 드라마에서는 송태하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송태하는 죽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송태하가 관군과 황철웅을 상대하면서 꽤 깊숙이 찔리는 장면이 나왔어요. 황철웅이 이겼다며 송태하 뒤를 쫓지 말라고 했던 장면과도 연결이 되는데요, 황철웅처럼 칼을 쓰는 무사는 송태하를 베었을 때 치명적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철웅의 마지막 목표는 송태하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황철웅이 마지막에 대길이에게 칼을 들지 않았던 것은 칼로는 이겼지만, 송태하나 대길이가 바라는 세상에 대한 의지와 열망에 졌기 때문이었어요. 송태하나 이대길은 가고자 하는 길이 있었지만, 황철웅은 길이 없었지요. 오직 송태하를 쓰러뜨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목표도 없었던 황철웅은 송태하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모든 것이 허무한 것임을 알게 된 거에요.
그런데 그 장면에서 송태하와 언년이는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부상의 고통이 아닌 죽음을 알고 언년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처럼 보였어요. 곽정환 감독이 배우들도 대본에도 없는 깜짝 반전이 있다고 인터뷰를 했다는데, 그것은 연출로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저는 그 깜짝반전이 송태하의 죽음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그리고 황철웅에게 칼을 맞은 이후 대길이 내가 여기 왜 왔을까? 라면서 어서 가라고 할 때도 송태하가 부상 와중에도 웃음 비슷한 표정을 지었는데요, 송태하는 아마 언년이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결코 대길을 혼자 두고 도망가지는 않았을 거예요. 대길에게 빚을 지고 미안했던 마음, 그것은 언년이의 남편이 되었다는 것도 있었지만, 언년이를 지켜주지 못하는 것은 더 미안한 일이 되는 것이었죠.
송태하가 황철웅을 대길이 혼자 상대하게 하고 그 자리를 뜬 이유는 대길이의 목숨이었던 언년을 지켜주고 싶었던 대길에 대한 우정이었고, 자신의 부인 혜원을 지키고자 했던 사랑이었고, 원손 석견을 보호하는 마지막 소현세자에 대한 충절심이었습니다. 송태하 역시 죽어가면서 언년이와 원손을 지켜낸 것이지요. 송태하의 죽음암시, 이게 바로 곽정환 감독이 말한 연기자들도 모르는 깜짝반전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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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생각은 2010.03.26 19:37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가는 부분도 있구요. 그런데 제 생각엔 송태하 안죽었을 듯 싶네요. 송태하란 캐릭터는 극중에서 계속 변화해 왔죠. 처음엔 신분의 차이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죠. 세상을 바꾼다는 송태하의 말과 세상을 바꾸겠다는 대길이, 언년이의 말의 뜻이 처음엔 달랐던 것처럼. 하지만 둘 덕분에 송태하는 변화하게 되죠. 그리고 그것은 마음의 빚을 졌다는 말로 드러나고요. 물론 여러가지 상황이 있었지만 생각의 변화가 가장 큰 빚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여러가지가 합쳐져 청에 가지 않겠다 한 것이구요. 도망이 아니라 남아서 바꾸겠다는 것이죠. 대사로에 의해 죽지 않을거라는 것을 보여준 듯 싶네요. 또한 황철웅이 송태하 때문에 자격지심에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행해왔던 일들이 대길이의 한마디에 무너져내린 것처럼 송태하 또한 대길이에 의해 쏘아 올려린 내일을 위한 화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절대로 안죽었을거라 생각되구요. 스토리가 나뉘긴 하지만 반짝이 아버지가 불끈 주먹을 쥐는 장면 또한 마찬가지구요. 업복이와 대길이는 죽었지만, 그들의 생각은 이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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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10.03.26 21:41
송태하는 죽지 않았습니다. 칼로 상처가 난 곳은 오른쪽입니다. 왼쪽이었다면 죽었겠지요. 언년과 태하가 서로 운 것은 모든 신분을 넘어서(태하는 항상 자기 부인은 혜원이일 뿐이다를 외쳐왔던 사람입니다.) 서로를 받아드렸기 때문이죠...서로 서방님, 부인을 당당하게 외쳤거든요.
제 개인적으로 마지막 반전은 황철웅이었다 생각합니다. 살인귀에 가까웠던 황철웅이 그렇게 툭~털고 일어나 송태하도 보내주고 자기에게도 대길이 사랑만큼 강한 사랑을 주는 부인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것이 반전이라고 생각합니다. -
흠,, 2010.03.26 23:26
드라마의 결말이 열린 결말구조로 흐르니 문학비평과도 유사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할 수 있어 좋습니다. 송태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없죠. 저도 마지막신에서 송태하가 죽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으니까요. 그럼에도 세사람은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피흘리고 찢긴 상처에 흔들리면서도..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그 힘겨운 걸음걸이의 끝이 죽음일지 삶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걸어가는 것, 아니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운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위에서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인간 군상의 몸부림은 아닐는지요. 그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죽음 위를 혹은 죽음 옆을 걸어가는 것..
세부적인 디테일이나 등장인물의 대사에 담긴 뜻을 암시니 복선이니 하면서 너무 섬세하게 읽어내려고 하는 것도 딴에는 경계해야할 것 같네요. 선이 굵은 이 작품에서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예컨대, 설화에게 짝귀가 그러죠. "쟤들은 말이 다 짧아." 그럼, 설화도 죽는다는 암시일까요?;; 그건 아니겠지요. -
얼음공주 2010.03.27 02:17
다른해석은 몰라도 송태하가 죽었다고는 절대 생각할수 없겠는데요.
송태하와 언년은 열린결말로 마무리짓긴 했지만 대길이도 언년이에게 네가 잘살아야 다시는 우리같은 사람들 안나온다면서 언년이에게 잘살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하며 유언을 남겼고, 그밖의 모든 정황으로 봐서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송태하랑 언년이가 죽으면 대길이의 죽음이 개죽음인거나 마찬가지고 그럼 한성별곡보다 더 심한 비극으로 끝나는건데 추노는 제작진들이 새드엔딩으로 끝내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던거 같습니다.
갠적으론 황철웅을 죽이지 않고 살려둔게 최고의 반전인듯...
살인귀 황철웅이 후반부에 부인이랑 어머니 대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이 나오긴 했었지만 갠적으론 황철웅 부인 이선영이 아버지에 남편까지 잃는 설정으로 만들기엔 넘 불쌍해서 남편만이라도 남겨놓은게 아닐지 싶었습니다.
그나저나 조선비와 좌의정을 업복이가 죽인설정을 좀 쌩뚱맞았지만 업복의난은 정말 멋졌습니다.
23회의 엔딩을 장식한 업복-초복의 키스신도 여명의 눈동자 철조망 키스신에 버금갈만큼 애절했던듯...
이젠 추노 끝났으니 한동안은 볼 드라마가 없어졌네요.
(신데렐라 언니는 예고편에서부터 막장냄새가 나서 땡기지 않으니 말입니다- _-) -
체리 2010.03.27 14:10
세사람의 인연과 운명이 참 애닳았던것 같고, 전 송태하가 죽지않았다고 생각해요. 많은빚을 졌기에 반드시 살아남아 좋은세상을 만드는 희망의 일부분이 되야하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엔딩이 이토록 가슴을 울리는것은 원래의 송태하라면 그 순간에 절대로 떠나지 않았을테지만 님 말처럼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충절을 다하고, 이제 벗이되어버린 대길에 대한 미안함과 의리, 모두를 지켰으니까요. 반드시 살아야할 이유입니다. 만일 태하가 그 자릴 뜨지않고 같이 싸웠다면 그야말고 네사람은 개죽음이며, 대길의 사랑은 스토거 적인것이 되어버리니까요. 세사람의 사랑 모두를 보듬는 좋은 결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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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롱 2010.03.27 17:40
예전에 최장군, 왕손이가 죽었던 (혹은 죽었다고 보여지던, 대본상 죽어야 했던) 장면에선 무슨 억지를 부려서라도 살아있다고 단정하던 분들이 많더니, 확실하게 살아서 걸어가는 송태하의 마지막 장면이 있었음에도 죽었을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연출자분께서 어떤 의미로 송태하가 죽을듯 하다가 다시 일어나 혜원과 함께 걸어가는 장면으로 마무리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극중 크게 세명의 중심 인물중에 대길, 업복은 죽었으니 마지막 중심 인물인 송태하는 살아있어야 희망이 없던 그 시대에 좋은 세상을 향한, 느리지만 단절되지 않고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업복도 확실히 죽는 장면은 아니었으니 죽지는 않았을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 좌의정 포함 대략 일곱명의 관원을 죽였으니 재판을 받아서 능지처참을 당하던지 아님 그자리에서 즉결 심판으로 죽임을 당했던지 했겠지요. )
개인적으로 대길이 살아남는것을 기대했지만, 드라마가 시청자가 원하는대로만 진행된다면 그에반해 완성도가 떨어질 수가 있으니 최대한 작가분과 연출자 분께서 의도하는대로 대길의 죽음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
추노 2010.03.27 20:15
어떻게 해석하냐 나름이죠 결말은....
그리고 황철웅이 왜 관군들에게 자신이 이겼다 했을까요?
졌다했다면 관군들은 송태하를 추적하고 결국 붙잡고 말겁니다. 그걸 막은게 황철웅이고
대길이가 했던 세상은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마라. <-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부인과 좌의정그밖의 많은사람들을 미워한 자신을 떠올리며 흔들리죠.... 이미 대길이가 황철웅을 안죽이고 살린이유도 그와는 말이 통했다는걸 또 짝귀가 한말이 복선이라는분이 있는대 결국 끝에 송태하는 높임말을 씁니다. 복선이라해도 결국 산다는 복선입니다.
세 커플의 키스신은 각각 그 의미가 다른 키스신이었어요. 그 중 너무 처연해서 슬픔마저도 아름답게 승화되었던 업복이와 초복이의 키스신이 가장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에 대해서는 이전글<업복이와 초복이의 노비키스의 의미>에서 언급을 했었는데, 이번 글은 세 커플의 키스신이 담고 있는 의미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추노 종방을 앞두고 드라마를 통해 보여 주었던 많은 숨겨진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허락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추노와도 이제 이별을 해야 하니까요ㅜㅜ.
대길이와 언년이의 신분을 넘어선 키스 - 한계, 과거를 말하다
대길이와 언년이는 양반과 노비라는 하늘과 땅 차이 신분에서의 키스였어요. 신분제가 엄격한 조선에서 대길이와 언년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어요. 신분의 벽을 넘어 선 두 사람의 사랑은 어쩌면 가장 절망적이어서 슬플 수 밖에 없는 키스였을 겁니다. 대길이 양반 신분을 버릴 수도 없었고, 언년이 양반이 될 수도 없었던...
아이러니 하게도 대길이는 언년이 오라비 큰놈이로 인해 양반이라는 신분을 버렸고, 언년이는 공명첩을 사들여 가짜 양반이 되었어요. 결국 두 사람은 신분적으로 숙명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어요. 10년간을 언년이만을 품고 살았던 대길이의 사랑이 우리를 가슴 절절하게 아프게 하는 이유는 대길이의 한 여자밖에 몰랐던 일편단심과 과거 두 사람이 이루지 못했던 신분의 한계에 있었을 겁니다.
송태하와 언년이의 절벽키스 - 선택, 현재를 말하다
혼례를 치른 첫날밤 도망 나온 언년이는 정작 집을 나섰지만 갈 곳이 없었고, 새로운 세상을 꿈꿨지만 송태하에게는 세상을 바꿀 힘도 명분도 분명치 않은 상황이었어요. 다만 소현세장의 하나 남은 혈육 원손을 지키고 훗날을 도모해야 한다는 막연한 희망밖에는 없었습니다. 믿었던 친구 황철웅의 배신과 좌의정이라는 거대한 실세의 힘 앞에 무기력한 송태하는 언년이에게 달려가는 순간 혁명이라는 대의명분을 놓았을지도 모릅니다. 전쟁 속에서만 살았던 자신이 정작 지켜야 할 아내와 아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은 송태하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악몽과도 같았어요.
우연히 동행하게 되었지만 언년이라는 여인을 새롭게 가슴에 품으면서, 송태하는 두 번 다시 아끼는 사람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지도 모릅니다. 언년이는 긴 시간 송태하를 괴롭혔던 아내와 아들에 대한 죄책감의 탈출구였을 겁니다. 이 여인만은 지켜주겠다는...
불가능한 꿈과 같은 한 혁명, 새 세상에 대한 열망도 결국은 한사람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현실적인 자각이었던 것이지요.
양반이라는 신분에서 노비로, 다시 도망노비로 떨어진 송태하, 그러나 자신이 노비임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던 노비양반 송태하와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리고 노비도 양반도 아닌 도망나간 새색시 언년이는 자신의 신분이 무엇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져 버린 채 도망쳐야 했었지요.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었던 공감대는 도망자라는 것이었고,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동반자로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업복이와 초복이의 노비키스 - 희망, 미래를 말하다
이 완벽한 한 쌍의 커플은 주인의 명령이 아니면 그 어떤 선택을 할 수조차 없는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목숨에 불과했어요. 주인의 마음에 따라 파리 목숨이 되었다가 소한마리값이 되어 버리기도 하는... 주인의 마음에 따라 사랑도, 살 집도, 값도 정해질 뿐이었지요.
마음에 담은 초복이가 남의 집 팔려가 시집을 갔다는 말에 업복이는 비로소 왜 낫을 들어야 하고, 총을 들어야 하는지를 깨닫습니다. 노비당 그 분(나쁜놈)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이유없이 양반을 죽이면서도 죄책감과 왜 죽여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던 업복이가 비로소 신분제도에 대한 각성을 하게 된 것이지요. "양반을 종으로 부리면 지금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 며 양반사냥에 의구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고뇌해야 했던 추노 속 휴머니즘의 상징 업복이가 바라던 세상은 세 끼 굶지 않고 살면 되는 세상이었어요. 초복이가 차려주는 밥상 그것이면 족했던 인물이었지요. 그런데 그 소박한 꿈마저 노비라는 이유로 허락되지 않는 사치임을 알았을 때, 업복이는 비로소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업복이가 깨달은 것은 "노비도 사람이다"는 각성이었어요.
마음으로는 그렇게 하자고 백번이고 고개를 끄덕여 주고 싶은 초복이지만 "그럼 세상은 누가 바꿔요?" 라며 업복이를 노비당의 거사에 보냈지요. 업복이와 초복이는 알았어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면 세상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요. 꽃놀이 물놀이가 하루 잠시 꾸었던 현재의 행복이라 할지라도, 계속해서 자신들과 같은 업복이와 초복이는 나올 것이라는 것을요.
* 대길이 죽는다는 결말이 나왔다는데, 이 세 커플의 키스신에 주인공들의 삶과 죽음의 비밀을 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길의 과거를 상징하는 언년이와의 키스는 송태하의 부인이 돼 버린 언년이를 보고 더 이상 지킬 것이 없어졌기에 삶의 의미도 상실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대길이의 사랑이 죽음에 대한 복선이 돼버린 셈이지요. 또한 현재를 상징하는 송태하와 언년이는 살아가야겠지요. 지켜내야 할 의미이기 때문이에요. 가장 중요한 업복이는 미래이기 때문에 지금 불투명한 상태에요. 초복이와 업복이의 행복한 결말을 바라지만 희망을 남겨두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업복이까지 포함되어 있는지는 최종회에서 확인되겠지요.
<관련글: 업복이와 초복이 노비키스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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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로마 ♡ 2010.03.25 15:25 신고
읽고보니 그러네요..
과거..현재의 결정..미래..
마지막 키스신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오늘 웬지 다 죽을것 같은 어제의 예고편 ㄷㄷㄷ;;-
fewz222 2010.03.26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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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2010.03.25 21:18
도서관에서 누리님 글 잘 읽고 갑니다 ㅎㅎ
우리집에서는 왜 대체 누리님 블로그만 안들어가지는 걸까요 ㅠㅠ
불편한게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 매일 한번씩은 들어오던 곳인데 말이죠 ㅠㅠ
민초를 대변하는 바닥인생들, 그들은 하나같이 모자라고 무식하고 우매한 민중들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글을 깨우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달콤한 사탕발림에 죽도록 이용당하고, 이용당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자각없는 민초들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였습니다. 무식하고 모자라면 당한다는... 결국 붓든 자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이름없는 개놈이와 끝봉이, 강아지들이 우리들의 모습이었던 것이죠.
목숨을 살려달라는 말도 양반이랍시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자구절만 읊어대는 주인양반에게, 업복이가 알아듣게 얘기하라는 대목에서는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결국 무릎을 꿇고 목숨을 살려달라고 구걸하는 모습이 통쾌하기까지 했네요. 주인 양반을 위해 풀질하고 곡식 추수하던 낫이라는 연장이 업복이라는 노비의 손에서 신분을 거역하는 분노의 의미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자기 남자가 있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순간 업복이의 자신을 찾는 소리가 들려왔지요. 초복이는 업복이가 자신을 데리러 와줄 것을 믿었고, 지나가는 말처럼 흘렸던 "어디가면 어련히 찾아갈려고..." 했던 말을 놓치지 않았어요. 양반들처럼 업복이가 구구절절 연애편지로 마음을 전한 일도 없었지만, 다리 아프다고 업어달라면 정말 다리가 아파서 그러는 줄 알고 등을 내밀었던 무신경한 아저씨 같았지만,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는 업복이의 순진한 사랑을 초복이도 다 알고 있었어요.
"초복아, 우리 그냥 도망가서 우리 둘이 살까? 나는 사냥하고 너는 농사짓고... 호랑이 잡아서 큰 값에 팔아서 꽃놀이도 가고, 물놀이도 가고, 그냥 그렇게 살다가 애기도 낳고... 우리 둘이 그냥 그렇게 살까? 그렇게 살길 바라나?"
이 말을 듣는 초복이도 속으로는 얼마나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을까 싶어요. 좋아하는 아저씨랑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서 살며, 해저녘에는 아저씨 등에 업여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쌀밥에 고기반찬이 아니어도, 강냉이 죽에 푸성귀만 먹어도, 다른 사내에게 팔려가지 않고 아저씨랑 사는 행복을 초복인들 어찌 꿈꾸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초복이는 업복이를 장례원 약속 장소로 가라고 말합니다. "그럼 세상은 누가 바꿔요? 가서 싸워야지요" 초복이는 남편이 될 뻔한 사람에게도 당당히 말했지요. 도망치며 사는 게 잘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요. 도망치며 살지 않을 거라고요. 초복이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도 혁명에 대해서도 모르는 여자에요. 세상을 바꾸는 일에 왜 여자는 안되느냐고 따지고, 때로는 좋은 일을 위해 나쁜 사람과 손을 잡기도 하고 손을 놓기도 해야 한다는 가장 강하고 실존적인 여자에요.
초복이 업복이에게 오실거냐고 물었지요. "내가 널 거기다 혼자 두고 어찌 혼자 사나? 꼭 가겠다" 고 말한 업복이가 초복이를 찾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마지막회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요. 사람 취급도 못받던 노비 업복이에게 노비가 주인되는 새 세상에 대한 꿈을 말해 주었던 그 분이 자신들을 이용하고, 개놈이 끝봉이 모두에게 칼을 들이 댄 사실을 알고, 업복이 어디를 향해 그 분노를 터뜨릴지 가슴이 조마조마해요. 개죽음 당하지 않을 것이라 했던 업복이의 말에 끝까지 살아남을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지게 되고요.
업복이와 초복이의 도망은 이번 한 번이 아니었지요. 초복이는 과거에 도망쳤던 전력으로 낙인이 새겨졌고, 업복이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하지만 지금의 도망은 도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의 도망은 노비로서의 현실적인 고달픔으로 인한 도망이었지만, 이번의 도망은 꿈을 꾸기 위한 도망이었거든요. 사람답게 살겠다는 희망을 향해 현실을 거부하고 나온 것이에요.
업복이가 주인양반에게 했던 말이 있어요. "니들이 뭔데 사람을 마음대로 팔아?" 업복이의 자각은 '사람'이라는 이 한마디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짐승처럼 취급받으면서도 노비라는 이유로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스스로 낮았던 자가 사람임을 자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 메세지는 작가가 언년이의 입을 통해서도 전했어요. "세상에 노비라는 것보다 비참한 것은 없답니다"
대길이 말했지요. "세상에 매여있는 것들은 말이야, 그게 다 노비란 말이지" 라고요. 돈, 권력, 세상적인 욕망들에 매여사는 우리 모두는 현대판 노비인지도 모릅니다. 알게 모르게 좌의정과 그 분으로 대변되는 권력에 농락당하고, 이용당하는 노비당 노비들이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노비당 그 분이 좌의정에게 "심지어는 양반 상놈 구분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놈도 있다"라고 말하자, 좌의정 이경식이 "그건 곤란하시네. 희망은 희망으로 끝나야지. 그게 신념으로 바뀌면 아니 될 일이야"라고 말했지요. 좌의정의 말을 온 몸으로 거부한 이들이 업복이와 초복이었습니다. 초복이가 업복이의 "그냥 우리 둘이 살자"는 말을 거부하고 동지들에게 보낸 것, 그것은 세상이 언젠가는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었어요.
드라마 추노는 노비키스를 통해 21C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노비처럼 살것인가, 아닌가" 에 대해서요. 희망과 신념을 버리지 않고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는 업복이와 초복이, 가장 신분이 낮았고 약했지만, 가장 강한 사람들로 태어 난 업복이와 초복이의 노비키스가 드라마 추노의 핵심이자, 우리에게 말하는 메시지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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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복이의 등장은 첫회부터 있었습니다. 국경에서 대길이 패거리가 도망도비 모녀를 잡았을 당시부터 나왔던 인물이 업복이 공형진입니다.
관동포수로 이름을 날리다가 빚때문에 노비로 팔려가 도망가다 붙잡혀 와서, 얼굴에 노비 낙인이 찍히고, 자신을 붙잡아 온 추노꾼 이대길의 대갈통에 구멍을 날리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인물이지요.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르쳐 준 것은 노비들의 모임이었어요. 업복이는 아마도 노비당 그 분의 포섭대상이었을 것입니다. 그 분이 좌의정이나 권력의 배후라는 가정이 맞다면 말이지요. 업복이의 방포술을 노비들에게 익히게 하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강아지라는 동지를 자신의 손으로 쏘고 주저앉아 우는 업복이는 처음으로 살인의 슬픔을 느끼는 듯했어요. 그동안 노비당 그분의 지시로 죽였던 양반들은 막연한 죄책감으로 괴로워 했지만, 직접 동지의 가슴에 충구를 겨눠야 했기에 업복이가 느꼈을 인간적인 고뇌는 컸을 겁니다. 큰소리도 내지도 못하고, 꾸역꾸역 울음을 밀어넣는 모습은 업복이를 연기하는 공형진의 내공을 압축해서 보여주었던 장면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업복이와 대길이의 사랑은 그 신분이 하늘과 땅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네요. 대길이는 양반이었기에 노비를 마음대로 사랑하지 못했고, 업복이는 종이기에 사랑도 주인의 허락없이는 사랑도 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금지된 사랑과 허락되지 않는 사랑이라는...
업복이가 가장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가장 낮은 계급에서의 각성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대길이 송태하에게 했던 말이 있었어요. "너는 방법이 틀려먹었다. 싸움은 말이지, 도망을 가다가다 갈데가 없을 때 싸우는 거다" 라고 했었지요. 업복이가 지금 그런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이상 떨어질래도 떨어질 수 없는 가장 낮은 신분, 사랑마저도 주인이 마음대로 정해주는 세상, 대길이의 말대로 그 지랄같은 세상을 향해 총을 들어야 한다는 각성을 이룬 것이에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요? 업복이가 고양이를 물기 위해 이빨을 세운 것이지요.
업복이와 설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조선의 사대부들이 하층계급에게 글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업복이나 설화같은 하층민의 지적자각을 두려워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피지배계급의 지적자각과 각성은 지배계급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가 될 수 있기에, 지배계급의 전유물로 보호막을 쳤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드라마에서 언급되었던 부분처럼 소현세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지 않았고 보위에 올랐다면, 더 많은 백성들이 지식에 눈을 뜨고, 조선도 더 일찍 개화에 눈을 떳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미치더군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역사이고, 만약이라는 가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현세자가 역사적으로 아까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금지된 사랑과 허락받지 못한 사랑을 했다는 닮은 점이 있어요. 그 사랑때문에 대길이는 인생이 바뀌었고, 업복이는 분노의 총을 들게 되었지요. 송태하의 한계는 개인적인 극복인지, 사상의 벽까지 깬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아마 깨기 힘든 벽일 것이지만 그렇다고 송태하가 잘못되었다고는 규정지을 수만은 없겠지만요.
사랑하는 초복이를 잃고 낫을 든 업복이가 찾아갈 곳은 언젠가 노비들 모임에서 들었던 도망노비들이 모여사는 곳일 겁니다. 대길이가 은실이 모녀를 안돈하라 보냈던 월악산 짝귀산채가 그 곳이겠지요. 가장 비천한 계급 업복이가 월악산 산채에 합류하게 될 날도 머지 않은 것이지요.
이렇게 월악산 산채는 세상을 바꾸려 했던 자, 사랑을 쫓았던 자, 세상을 등진 자, 세상에 쫓기는 자 등 쫓고 쫓기는 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될 것 같습니다. 버림받은 사람들,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지막 요새 월악산 산채가 처참하게 짓밟힐지, 좌절의 역사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이어가는 둥지가 될지 다음주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 확인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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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아빠 2010.03.19 14:32
추노 드라마도 이젠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나 보군요.
많은 분들이 아쉬워 하시겠군요.
또다른 드라마가 기대되는데요
어차피 초록누리님 이야기로 보고 있지만요 ㅎㅎ -
당리가니 2010.03.19 15:29
좀 오타인지 잘못 아신것 같은데 씨종은 남자노비인데여?
초복이가 씨종으로 팔려가는게 아닌 다른집에 팔려 그집 씨종에게
시집가는건데 좀 잘못 들으신듯하네여
왜 바람끼 있는 남자보고 사방에 씨뿌리고 다닌다라는 말이 있고
나이 있는 아줌마들이 며느리들한테 애 못가지면 밭이 안좋아서 그런다고 하잖아여 -
글에 오류가 있군요 2010.03.19 16:11
재미있게 읽다가 중간에 '봉건사회의 계급모순'이라는 글이 보이더군요. 조선시대는 '봉건사회'가 아닙니다. 조선시대의 기본적인 틀은 중앙집권적 성격이 매우강한 '왕권사회'입니다. 그리고 조선이 망할 때까지 '왕권사회'의 틀을 유지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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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ebe Chung 2010.03.19 18:35 신고
한참 쉬었더니 드라마마다 끝난다는 소리가 들리고...내용은 당최 수습이 안되고....ㅎㅎㅎ
어여 끝나고 다음 프로그램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용.^^ -
글에 오류가 있군요 2010.03.19 20:35
위 제글에 댓글단 초록누리,지나가다님께 말씀드림니다.
봉건사회는 유럽의 중세시대 때, 영주와 농노를 기본계급으로한 사회체제를 말하는 것 입니다. 중세는 유럽의 역사5세기경~르네상스시대 전16세기까지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유럽의 중세'를 전제로 한 '봉건사회'라는 말은 동양의 조선시대와는 접목시킬 수 없는 것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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