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복이 죽음'에 해당되는 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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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3.26 '추노' 마지막회 깜짝반전, 송태하의 죽음암시? (81)
화려한 짐승남들의 저잣거리 무용담 속에서도 노비들의 이야기는 조용히 진행시켜 왔어요. 특히 과거 관동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업복이였음에도,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은 민초들이 그만큼 힘없는 존재들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도적인 연출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호랑이의 포효보다 강한 분노 한 방을 위해 숨죽이고 살게 했었지요. 하지만 조용한 사람이 더 무섭다고 업복이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 낸 이름없는 영웅이었습니다.
"우리같은 노비가 있었다"
초복이를 월악산 영봉으로 보내고, 노비당 동지들을 향해 장례원으로 간 업복이는 처참하게 살해된 동료들의 시신과 수색하는 관원들을 보게 됩니다. 마지막 숨 한자락이 붙어있던 끝봉이로부터 이 모든 것이 그분 그놈이 한 짓임을 알게 되었지요.
"업복이랑 도망 가 둘이 살아. 무섭다, 그 놈들 정말 무서운 놈들..."이라며 끝봉이가 숨을 거둘 때 업복이의 그 울음이 아직도 눈물나게 합니다. 업복이 공형진은 가슴 밑바닥에서 끌어 올라오는 슬픔과, 끝봉이 이름만 애타게 부르면서도 슬픔의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절절함을 소름끼치게 표현했습니다. 가장 친했던 친구의 죽음을 보고도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고, 터져 나오는 곡성을 참으며 입만 벌리던 그 상황이 너무나 가슴 절절하게 와닿은 장면이었어요. 공형진의 소름끼치는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업복이는 봤어요. 선혜청 습격의 성공으로 들떠 궁궐로 쳐들어 가자며, 내일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흥분하고 기대에 찼던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요. 홀로 가 본 궁궐의 담장은 성처럼 높고 견고했고, 지금까지 가장 커 보였던 주인양반집 문과는 비교도 안되게 높고 컸다는 것을요. 또한 좌의정이 그분을 시켜 자신들을 이용하고 버리려 했음을요.
"내는 개죽음 당하지 않을 거라니, 우리가 있었다고, 우리 같은 노비가 있었다고 세상에 꼭 알리고 죽을 거라니, 그렇게만 되면 개죽음은 아니라니, 안 그러나 초복아?"
초복이에게 전해지지 않을 말이었지만, 여느 장수보다 멋지고 여느 혁명가보다 뜨거웠던 노비 업복이의 출정식 결의였어요. 총 네자루를 지고 광화문을 향해 당당하게 선 업복이는 광화문 수문병을 총으로 쏘고 궁궐로 진입했지요. 궁궐로 들어가는 업복이의 표정은 두려움없이 담대했고, 화승총을 든 손은 한치의 떨림도 없었어요. 양반들을 죽이면서 수없이 고민했고, 마지막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주춤거리기도 했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업복이의 모습이었어요. 궁궐로 들어가면서 반짝이 아버지를 돌아보며 지었던 쓴웃음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업복이의 표정같습니다.
바닥에 누운 업복이와 궁궐 밖 반짝이 아버지의 시선이 교차되는 장면, 그리고 반짝이 아버지가 두 주먹을 불끈 쥔 장면은 추노에서 하고 싶었던 말, 드라마에 시종일관 흘렀던 민초들의 분노, 꺾을 수 없는 희망과 의지를 보여주었던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자신의 딸이 양반의 저녁 노리개로 팔려 가는 것을 보면서도, 슬픔이외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던 반짝이 아버지였지요. 반짝이 아버지의 주먹은 새로운 업복이로 이어질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고, 순종하는 역사가 아닌 항거하는 역사가 이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업복이는 닫혀가는 궁궐 밖 세상을 향해 외쳤어요. "노비도 사람이다" 라는 것을요. '분노하지 않는 순종은 굴복이며, 희망도 없다'는 것을요.
좌의정 이경식의 죽음이 나오지 않은 이유
업복이가 궁궐로 들어가 총을 쏜 사람은 그분과 조선비, 그리고 좌의정 이경식을 향해서 였어요. 이들 세사람을 향한 업복이의 총구가 달랐어요. 그분과 조선비를 향해서는 관동명포수답게 한 번에 심장을 명중해 버렸지요. 그런데 좌의정 이경식의 죽음 장면은 좌의정을 향해서 총은 쐈지만, 좌의정 이경식이 쓰러지는 장면과 굴러떨어지는 관모만으로 좌의정의 죽음을 암시했지요. 저는 감독의 연출이 이렇게 담대하고 세심하게 함축적인 메시지의 복선을 깔았다는 데서 놀랍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도망노비와 양민들을 추쇄해서 그들을 북방으로 올려 성을 축성하자는 의견을 인조 임금에게 주청하고 나오던 좌의정 이경식을 죽인 곳은, 놀랍게도 조선의 중요한 정치를 논하던 근정전 입구인 근정문 앞이었습니다. 업복이는 좌의정의 몸뚱아리가 아닌 양반이라는 지배계층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쏜 것이었어요. 업복이는 양반들의 지배논리와 의식,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썩어빠진 정치를 향해 쏴 버린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세상을 바꾸자고 혁명을 노래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업복이의 혁명은 성공했습니다. 썩은 사회의 정점에 있는 좌의정을 죽였다는 점, 그 하나만으로도 새로운 세상은 한걸음 가까워졌기 때문이에요.
가볍지 않은 업복이의 죽음
또 하나 업복이의 최후를 보며 새삼 놀라웠던 것이 있었습니다. 업복이의 죽음은 비록 화면으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업복이가 최후를 맞이 한 장소는 어디였을까요? 네, 바로 높디 높은 대궐, 태어날 때부터 왕관을 쓰고 나오는 궁궐 안이었어요.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출생과 함께 사람 취급도 받지 못했던 가장 비천하고 힘없는 사람, 이름자 하나 제대로 짓지 않고 그저 생각나는 대로 개똥이, 사월이, 오월이, 초복이, 업복이, 언년이로 불리웠던 노비가 조선에서 가장 큰 집, 가장 큰 힘을 가진 대궐 마당에서 죽었다는 것, 저는 이런 드라마 속 의미들이 너무 멋진 연출들이었고, 그 상징적인 의미에 박수를 치고 싶더군요.
업복이는 죽어가며 닫혀가는 궁궐문 안에서 반짝이 아버지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어요. 우리가 주인되는 세상, 사람이, 백성이 주인되는 세상, 그 세상에 누워 있다. 나는 죽지만 죽지 않는다. 아저씨가 있고, 월악산에 남겨 둔 초복이가 있고, 또 다른 끝봉이, 개놈이가 있는 한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요. 포기하지 말자고요. 희망은 포기하는 순간 내 것이 될 수 없고, 꿈을 꾸는 순간 내 것이 되는 것이라고요. 초복이와 은실이의 대사가 업복이가 궁궐에서 죽어가며 전해 준 메시지인 것이에요.
"저 해가 누구 건지 알아? 우리 거야. 왜냐면 우린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업복이는 사랑하는 초복이에게 결국 가지 않는 길을 택했어요. 대길이나 송태하는 사랑을 택했지만, 업복이는 남은 초복이를 위해 세상을 향해 더 나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 지엄한 궁궐을 홀홀단신으로 들어가 가장 부조리한 사람 좌의정을 쏴버렸습니다. 좌의정 이경식같은 인물들은 반복해서 나오겠지요. 오포교의 자리에 더 악랄한 육포교가 앉았듯이 말이지요. 그러나 또 다른 업복이와 초복이가 나오듯이 업복이의 외침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끝나지 않은 민초들의 노래
저는 송태하도 죽었을 거라고 지난 글에서 예상했는데, 여하튼 대길이, 송태하, 업복이는 같은 지점 죽음에서 만났습니다. 죽음을 가장 강하게 거부했던 대길이에게 황철웅이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고 물었지요. 대길이 "저 놈이 세상을 바꾼대잖아, 이 지랄 같은 세상" 이라고 대답해 줬을 때 황철웅은 무너졌어요. 이들이 달리는 이유, 희망의 의지는 결코 꺾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대길이 역시 새 세상을 위해 죽었어요. 송태하가 바꾸겠다는 세상, 그 세상과 언년이가 같은 무게였고, 같은 의미였기에 기꺼이 죽음을 택했던 것이에요. 그래서 대길이는 설화에게 이렇게 좋은 날이라고 했을 지도 몰라요. 대길이 그랬지요. 누구나 죽을 수 없는 이유 하나쯤은 있는 거라고요. 대길이가 죽을 수 없었던 이유는 언년이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대길이는 또 죽을 수 있었던 것이에요. 언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었던 것이었지요.
업복이나 대길이는 죽었어도 죽지 않았습니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긴 여운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죽음으로 희망을 말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들 가슴에 살아있고,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우리들의 누이, 형제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추노 시즌 2로 그 이야기를 계속 해주었으면 싶네요.
추노의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수고하셨다는 말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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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2010.03.27 14:11
블로거분 리뷰읽다 또 한번 우네요.
제가 가장 애정하던 캐릭터는 대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최종회에서는 업복이의 죽음이 더 강렬하게 남는것 같아요.
대길이는 죽을수 밖에 없는 인물이란걸 알았기에 내심 죽는 장면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지만
기대 이하였다고 밖에는 표현할길이 없네요.
언년이라는 삶의 의미를 지켜낼수 있었기에 죽음또한 의연히 맞이할수 있었던 대길이였지만
더 드라마틱한 상황을 기대했었거든요.^^::
앞으로 추노를 추억할때면 업복이의 마지막 미소와 장렬한 죽음이 가장먼저 생각날것 같아요.
굴러 떨어진 사모를 보고 똑같은 생각을 했구요.
(역시 곽감독은 알레고리를 표현함에 있어서 여타 연출자분들보다 뛰어나신것 같아요.
멜로라인은 좀 약하지만.....)
마지막 시원한 한방을 날려준 업복이때문에 뇌리에 강렬하게 남을 최종회...
업복이가 어쩌면 우리들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였기에 가장 가슴을 울린것 같네요.. -
뎀뎀 2010.03.27 21:58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음속에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을 이렇게 깔끔하게 표현하는 글을 찾다니요.
그리고 특히 머리에 총을 쐈다는 분석에서 깜짝 놀랐네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추노 최종회는 주인공들 각각과 이별하는 회차이니만큼 엔딩장면도 각각의 의미를 담아 보여주었지요. 가장 많이 울렸던 업복이 공형진의 죽음은 추노가 던지는 메시지와 함께 별도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요.
나의 언년아, 나의 사랑아
우선 가장 떠나 보내기 힘들었던 대길이의 죽음부터 정리해야 겠네요. 대길을 뒤를 추격하는 관군들을 향해 송태하가 멋지게 활을 날려 방어해주고 함께 갈대밭을 뛰어가는 모습은 우정을 넘어서 시대를 함께 달리는 모습이었어요. 씨익~ 미소까지 주고 받는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짝귀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용인 조비산이에요.
"언제부터인가 둘이 같이 달리고 있는 것 아나?" 라고 송태하가 물었지요. 도망노비 송태하를 쫓았던 대길이 언년이가 함께 있음을 알게 된 이후로는 두 사람의 목적이 같아져 버린 것이지요. 언년이와 언년이 가슴에 안긴 원손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대길이와 송태하는 언년이를 사이에 두고 같은 운명을 가진 공동운명체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대길이와 함께 하는 동안 송태하는 대길이를 깊게 이해하게 되었지요. 자신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 무게보다 언년이라는 여인의 무게가 대길이라는 남자에게는 더 컸다는 것을요. 그런 의미에서 송태하가 대길이에게 "그대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사람의 인연도 다 운명이 아니던가" 라며 속내를 털어 놓는 장면은 송태하의 진중함이 와 닿았어요.
자석에 이끌린 듯 언년이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혹시나 도련님의 모습이 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때문이었겠지요. 비록 송태하의 부인이 되었지만, 언년이도 10년을 품어 온 도련님에 대한 정리를 한 순간에 끊을 수는 없었을 거예요.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고, 마음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처지가 언년이의 사랑 색깔이에요. 너무 슬퍼서 한처럼 가슴시린.... 그런데 드라마에서 언년이의 그런 세심한 감정표현이 부족한 것은 두고 두고 아쉬운 부분이네요.
모퉁이 갈대밭에서 나온 대길이를 보고 언년이 어떤 마음으로 웃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언년이도 마지막 조선을 떠나면서 도련님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지요. 송태하는 마치 예상했다는 것처럼 웃는데 대길이 표정은 '에이 쪽팔려' 하는 표정이더라고요. 시선도 피해 버리고요. 아무튼 극 중간중간 웃겨주는 대길이 때문에 일희일비하며 미친 사람처럼 드라마를 보게 하니, 장혁의 귀여운 모습, 애처러운 모습, 남자다운 모습, 짐승처럼 포효하즌 모습, 그리고 길바닥 마초같은 모습때문에 추노를 보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지금 아니면 대길이라는 캐릭터가 좋았노라고 고백을 못할 것 같아서 주책스럽지만 속마음을 써봤습니다. 본론으로 다시 들어가죠.
"난 말이다. 난 말이다" 그리고는 뒷말을 바로 잊지 못하고 울컥해지는 대길이 "네가 정말 그리워서 찾아 해맨게 아니야. 그저 도망노비 찾아 다닌 것 뿐이다"라고 말해 버립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라는 언년이의 말에 헛웃음 짓고는 대길은 배를 구할테니 그리 전하라며 자리를 뜨고 말지요. 이렇게 가슴 아픈 사랑 고백이 또 어디 있을까 싶어요. "네가 정말 그리워서 해매고 다녔다" 는 말을 언년이 알아 들었는지 못알아 들었는지, 극중 언년이에게 묻고 싶을 정도에요. 아마 언년이도 알아 들었겠지요.
"내가 여기 왜 왔을까? 니 놈 부인이랑 니놈 아들 싹다 죽일 참이냐? 니놈은 그저 잘 살면 되는 거야. 살아서 좋은 세상 만들어야지...그래야 다시는 우리같은 사람 나오지 않지" 라며 송태하에게 어서 떠나라고 말하는 대길, 눈물이 흘러서 차마 그 장면을 보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언년아... 꼭 살아라... 니가 살아야 나도 산다. 어여 가거라" 라며 대길이 황철웅을 향해 달려 들고 언년이는 송태하를 부축해 떠나지요. "또다시 도련님을 두고 이렇게 떠납니다.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도련님 죄송합니다". 전하지 못하는 언년의 방백이 이어졌지요. 결국은 엇갈릴 수 밖에 없었던 운명, 살아서는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두 사람에게 정해진 운명이었나 봅니다.
황철웅이 마지막에 대길이를 막지 않았던 것은 결국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기 때문이었어요. 끝까지 자존심에 자신이 이겼다고 하지만, 황철웅은 처참하게 부숴진 자신의 모습을 그제서야 알게 된 거에요. 그의 부인 이선영의 일그러진 모습은 황철웅 자신의 모습이었어요. 황철웅이 부인 이선영 무릎에 머리를 떨구고 울었던 것은 황철웅이 굴절되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각이었어요. 황철웅은 아마 송태하의 뜻을 이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나레이션을 황철웅의 목소리로 했는데, 그는 살아 남아서 바꾸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송태하가 죽음으로 바꾸려 했다면 황철웅은 살아남은 자로서의 역사 한 모퉁이 작은 돌멩이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봤습니다.
"언년아, 언년아, 잘 살아라. 너의 그 사람 그리고 너의 아들과.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 다시 만날 때 어찌 살았는지 얘기해 주렴... 나의 언년아...나의 사랑아...."
관군을 뚫고 피투성이가 된 대길은 설화의 무릎에서 숨을 거두고 말지요. 이렇게 좋은 날, 노래나 불러 달라고 했던 말은 대길의 마지막 유언이 되고, 설화의 구슬픈 타령을 들으며 대길이는 사랑하는 사람만 쫓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까지 다 바쳐 뜨겁게 사랑하다 가버렸네요. 봉분도 없이, 돌무덤에 설화가 지어 준 옷은 대길이 무덤의 비석이 되고, 천지호 언니 무덤도 새로 만들어 주지 못하고, 이천에 사 놓은 땅에서 옆에는 최장군, 길목에는 왕손이랑 오손도손 살기로 했는데, 언년이 데리고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700냥 빚만 지고 떠났어요. 왕손이 최장군 집값은 다 지불하고 정작 대길이 자신의 집은 잔금도 못치루고.... 마지막까지 이렇게 멋지게 떠날 줄은 몰랐어요. 평생 언년이만 쫓다 사랑도 이루지 못하고 가버린 대길이, 이승에서 못 이룬 사랑 이 다음에 다시 환생하거든 꼭 이뤘으면 싶어요.
감독의 깜짝반전, 송태하의 죽음
그런데 제가 글 제목으로 송태하가 죽었을 거라는 것이 감독이 연출한 깜짝반전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요, 아마 드라마에서는 송태하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송태하는 죽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송태하가 관군과 황철웅을 상대하면서 꽤 깊숙이 찔리는 장면이 나왔어요. 황철웅이 이겼다며 송태하 뒤를 쫓지 말라고 했던 장면과도 연결이 되는데요, 황철웅처럼 칼을 쓰는 무사는 송태하를 베었을 때 치명적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철웅의 마지막 목표는 송태하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황철웅이 마지막에 대길이에게 칼을 들지 않았던 것은 칼로는 이겼지만, 송태하나 대길이가 바라는 세상에 대한 의지와 열망에 졌기 때문이었어요. 송태하나 이대길은 가고자 하는 길이 있었지만, 황철웅은 길이 없었지요. 오직 송태하를 쓰러뜨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목표도 없었던 황철웅은 송태하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모든 것이 허무한 것임을 알게 된 거에요.
그런데 그 장면에서 송태하와 언년이는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부상의 고통이 아닌 죽음을 알고 언년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처럼 보였어요. 곽정환 감독이 배우들도 대본에도 없는 깜짝 반전이 있다고 인터뷰를 했다는데, 그것은 연출로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저는 그 깜짝반전이 송태하의 죽음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그리고 황철웅에게 칼을 맞은 이후 대길이 내가 여기 왜 왔을까? 라면서 어서 가라고 할 때도 송태하가 부상 와중에도 웃음 비슷한 표정을 지었는데요, 송태하는 아마 언년이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결코 대길을 혼자 두고 도망가지는 않았을 거예요. 대길에게 빚을 지고 미안했던 마음, 그것은 언년이의 남편이 되었다는 것도 있었지만, 언년이를 지켜주지 못하는 것은 더 미안한 일이 되는 것이었죠.
송태하가 황철웅을 대길이 혼자 상대하게 하고 그 자리를 뜬 이유는 대길이의 목숨이었던 언년을 지켜주고 싶었던 대길에 대한 우정이었고, 자신의 부인 혜원을 지키고자 했던 사랑이었고, 원손 석견을 보호하는 마지막 소현세자에 대한 충절심이었습니다. 송태하 역시 죽어가면서 언년이와 원손을 지켜낸 것이지요. 송태하의 죽음암시, 이게 바로 곽정환 감독이 말한 연기자들도 모르는 깜짝반전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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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생각은 2010.03.26 19:37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가는 부분도 있구요. 그런데 제 생각엔 송태하 안죽었을 듯 싶네요. 송태하란 캐릭터는 극중에서 계속 변화해 왔죠. 처음엔 신분의 차이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죠. 세상을 바꾼다는 송태하의 말과 세상을 바꾸겠다는 대길이, 언년이의 말의 뜻이 처음엔 달랐던 것처럼. 하지만 둘 덕분에 송태하는 변화하게 되죠. 그리고 그것은 마음의 빚을 졌다는 말로 드러나고요. 물론 여러가지 상황이 있었지만 생각의 변화가 가장 큰 빚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여러가지가 합쳐져 청에 가지 않겠다 한 것이구요. 도망이 아니라 남아서 바꾸겠다는 것이죠. 대사로에 의해 죽지 않을거라는 것을 보여준 듯 싶네요. 또한 황철웅이 송태하 때문에 자격지심에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행해왔던 일들이 대길이의 한마디에 무너져내린 것처럼 송태하 또한 대길이에 의해 쏘아 올려린 내일을 위한 화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절대로 안죽었을거라 생각되구요. 스토리가 나뉘긴 하지만 반짝이 아버지가 불끈 주먹을 쥐는 장면 또한 마찬가지구요. 업복이와 대길이는 죽었지만, 그들의 생각은 이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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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10.03.26 21:41
송태하는 죽지 않았습니다. 칼로 상처가 난 곳은 오른쪽입니다. 왼쪽이었다면 죽었겠지요. 언년과 태하가 서로 운 것은 모든 신분을 넘어서(태하는 항상 자기 부인은 혜원이일 뿐이다를 외쳐왔던 사람입니다.) 서로를 받아드렸기 때문이죠...서로 서방님, 부인을 당당하게 외쳤거든요.
제 개인적으로 마지막 반전은 황철웅이었다 생각합니다. 살인귀에 가까웠던 황철웅이 그렇게 툭~털고 일어나 송태하도 보내주고 자기에게도 대길이 사랑만큼 강한 사랑을 주는 부인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것이 반전이라고 생각합니다. -
흠,, 2010.03.26 23:26
드라마의 결말이 열린 결말구조로 흐르니 문학비평과도 유사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할 수 있어 좋습니다. 송태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없죠. 저도 마지막신에서 송태하가 죽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으니까요. 그럼에도 세사람은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피흘리고 찢긴 상처에 흔들리면서도..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그 힘겨운 걸음걸이의 끝이 죽음일지 삶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걸어가는 것, 아니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운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위에서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인간 군상의 몸부림은 아닐는지요. 그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죽음 위를 혹은 죽음 옆을 걸어가는 것..
세부적인 디테일이나 등장인물의 대사에 담긴 뜻을 암시니 복선이니 하면서 너무 섬세하게 읽어내려고 하는 것도 딴에는 경계해야할 것 같네요. 선이 굵은 이 작품에서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예컨대, 설화에게 짝귀가 그러죠. "쟤들은 말이 다 짧아." 그럼, 설화도 죽는다는 암시일까요?;; 그건 아니겠지요. -
얼음공주 2010.03.27 02:17
다른해석은 몰라도 송태하가 죽었다고는 절대 생각할수 없겠는데요.
송태하와 언년은 열린결말로 마무리짓긴 했지만 대길이도 언년이에게 네가 잘살아야 다시는 우리같은 사람들 안나온다면서 언년이에게 잘살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하며 유언을 남겼고, 그밖의 모든 정황으로 봐서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송태하랑 언년이가 죽으면 대길이의 죽음이 개죽음인거나 마찬가지고 그럼 한성별곡보다 더 심한 비극으로 끝나는건데 추노는 제작진들이 새드엔딩으로 끝내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던거 같습니다.
갠적으론 황철웅을 죽이지 않고 살려둔게 최고의 반전인듯...
살인귀 황철웅이 후반부에 부인이랑 어머니 대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이 나오긴 했었지만 갠적으론 황철웅 부인 이선영이 아버지에 남편까지 잃는 설정으로 만들기엔 넘 불쌍해서 남편만이라도 남겨놓은게 아닐지 싶었습니다.
그나저나 조선비와 좌의정을 업복이가 죽인설정을 좀 쌩뚱맞았지만 업복의난은 정말 멋졌습니다.
23회의 엔딩을 장식한 업복-초복의 키스신도 여명의 눈동자 철조망 키스신에 버금갈만큼 애절했던듯...
이젠 추노 끝났으니 한동안은 볼 드라마가 없어졌네요.
(신데렐라 언니는 예고편에서부터 막장냄새가 나서 땡기지 않으니 말입니다- _-) -
체리 2010.03.27 14:10
세사람의 인연과 운명이 참 애닳았던것 같고, 전 송태하가 죽지않았다고 생각해요. 많은빚을 졌기에 반드시 살아남아 좋은세상을 만드는 희망의 일부분이 되야하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엔딩이 이토록 가슴을 울리는것은 원래의 송태하라면 그 순간에 절대로 떠나지 않았을테지만 님 말처럼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충절을 다하고, 이제 벗이되어버린 대길에 대한 미안함과 의리, 모두를 지켰으니까요. 반드시 살아야할 이유입니다. 만일 태하가 그 자릴 뜨지않고 같이 싸웠다면 그야말고 네사람은 개죽음이며, 대길의 사랑은 스토거 적인것이 되어버리니까요. 세사람의 사랑 모두를 보듬는 좋은 결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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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롱 2010.03.27 17:40
예전에 최장군, 왕손이가 죽었던 (혹은 죽었다고 보여지던, 대본상 죽어야 했던) 장면에선 무슨 억지를 부려서라도 살아있다고 단정하던 분들이 많더니, 확실하게 살아서 걸어가는 송태하의 마지막 장면이 있었음에도 죽었을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연출자분께서 어떤 의미로 송태하가 죽을듯 하다가 다시 일어나 혜원과 함께 걸어가는 장면으로 마무리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극중 크게 세명의 중심 인물중에 대길, 업복은 죽었으니 마지막 중심 인물인 송태하는 살아있어야 희망이 없던 그 시대에 좋은 세상을 향한, 느리지만 단절되지 않고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업복도 확실히 죽는 장면은 아니었으니 죽지는 않았을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 좌의정 포함 대략 일곱명의 관원을 죽였으니 재판을 받아서 능지처참을 당하던지 아님 그자리에서 즉결 심판으로 죽임을 당했던지 했겠지요. )
개인적으로 대길이 살아남는것을 기대했지만, 드라마가 시청자가 원하는대로만 진행된다면 그에반해 완성도가 떨어질 수가 있으니 최대한 작가분과 연출자 분께서 의도하는대로 대길의 죽음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
추노 2010.03.27 20:15
어떻게 해석하냐 나름이죠 결말은....
그리고 황철웅이 왜 관군들에게 자신이 이겼다 했을까요?
졌다했다면 관군들은 송태하를 추적하고 결국 붙잡고 말겁니다. 그걸 막은게 황철웅이고
대길이가 했던 세상은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마라. <-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부인과 좌의정그밖의 많은사람들을 미워한 자신을 떠올리며 흔들리죠.... 이미 대길이가 황철웅을 안죽이고 살린이유도 그와는 말이 통했다는걸 또 짝귀가 한말이 복선이라는분이 있는대 결국 끝에 송태하는 높임말을 씁니다. 복선이라해도 결국 산다는 복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