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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2 '선덕여왕' 천명공주, 그녀는 끝까지 여인이었다. (35)
2009.08.12 08:26




선덕여왕 24회분에서는 아마도 안방 시청자들의 눈시울이 꽤나 붉어졌으리라 봅니다. 다음주 서라벌로 돌아온 천명공주의 시신을 두고 애간장을 끊는 통곡으로 피눈물을 흘릴 마야황후를 생각하니 이번주는 슬픔의 전주곡 정도로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천명공주는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동생 덕만에게 언니라는 소리도 못 들어보고 용수공 이후 마음에 품었던 유신랑에게서도 고백도 듣지 못하고 말입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 이번회로 모습을 싹 감추지는 않겠지요. 수나라로 조기유학을 떠난 춘추(유승호)가 돌아오면 한 두번 회상신으로 천명공주의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24회의 하이라이트는 미생공과 상천관의 명령으로 대남보랑에게 독화살을 맞고 쓰러진 천명공주의 죽음이었지요. 천명은 마야황후가 다른 한 쌍둥이를 생각하며 지어 감추어둔 덕만의 공주옷을 들고 나와 결국은 공주옷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덕만은 극중에서 여러번 옷을 바꿔입었습니다. 저도 헷갈렸으니 대남보랑에게는 이를 말이겠습니까? 6백만불 사나이를 능가하는 칠숙의 초능력 시력을 갖추지 못한 대남보의 평범한 시력탓이지요.

죽음을 앞두고 천명공주 참 말씀 많이 하고 가셨습니다. 덕만이에 대한 당부, 유신랑에 대한 자신의 마음, 수나라에 가있는 아들 춘추공까지..
천명공주가 덕만에게 한 유언은 덕만이의 행복만을 빌은 언니로서의 마음이 다였습니다. 굳이 임종을 지킨 유신랑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덕만이 비담이 대놓은 배에 오르려고 할 때 천명공주는 덕만에게 "떠나가서 신라에 대한 기억 모두 잊고 유신랑이랑 행복하게 살아"라고 했지요.
두사람 안타까운 포옹을 끝으로 덕만이 배에 오르려 하고 천명이 돌아서는 순간, 대남보랑의 독화살이 천명공주의 오른쪽 가슴 위쯤을 맞춰버립니다. 그리고 동굴로 피신 한 다섯 사람은 사람은 또 각자 할일을 찾아 떠나지요. 덕만은 비담과 함께 감초와 방풍을 구하러 마을로, 알천랑은 전두초(제비꽃)를 캐러 인근 산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두려워 하는 천명공주가 덕만에게 그리 가지말라 하건만 언니 말도 안듣고 비담과 약초를 구하러 가버렸습니다. 참으로 고집도 센 덕만입니다. 천명을 살리는 해독제를 구하고자 하는 덕만의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겠지만,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비담한테만 맡겨도 될 일이었건만 덕만 가슴에 깊은 회한 남기려고 연출진이 일부러 보냈나 봅니다. 뒤이어 알천랑 역시 제비꽃을 캐러 나가 버렸지요.
그녀 곁에 남은 이는 유신랑 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처음 '왜 유신랑을 남겼을까? 덕만을 남겨두지" 하는 미련을 떨치지 못했는데요, 생각해보니 작가는 끝까지 천명공주를 여인으로 살게 하고 싶었나봅니다.
죽음을 앞두고도 천명공주는 천상 여자였습니다. 온몸에 독기운이 퍼져 세포 하나하나 죽어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천명공주, 그녀는 여인이었습니다.
천명이 죽어가면서 생각했던 사람은 세사람이었지요. 바로 유신랑, 덕만, 그리고 춘추였습니다. 여인으로서 마음에 품은 남자, 뒤늦게 알게 된 쌍동이 여동생, 그녀의 아들..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그녀는 정인에 대한 마음, 여동생에 대한 연민, 그리고 모성이 가득차 있었던 천상 여자였던 게지요. 
 
동굴에 홀로 남아 그녀의 곁을 지키는 유신랑에게 자신이 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 안 천명공주. 그녀는 용수공 이후 마음에 담아왔던 남자 유신랑에게 먼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다시는 고백할 수 없을 것임을 알기에 공주의 체면도 다 버리고 말이지요.
" 너랑 국혼이 결정되었었다. 국혼이라는 게 정략적인, 가야세력과 황실의 연대를 위한 국혼이었는데도 좋았어. 마음에 오랫동안 널 품어왔었는데도 오래도록 몰랐어. 이제야 알았는데 늦었다." 
그리고 이어 덕만에 대한 당부가 이어졌지요.
"덕만이는 불쌍한 애야, 그 아이는 진짜 그아이의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어. 덕만이한테 잘해줘. 덕만일 여자로 살게해줘. 신라든 미실이든 다 잊고 그냥 사람으로 살아"
유신이 못 미더웠던지 대답까지 하라며 확인까지 하지요. 그리고는 덕만에게 주라며 빗을 유신에게 건넵니다.

점점 숨이 가빠지는 가운데 천명은 마지막으로 그녀의 아들 춘추를 언급했습니다. 사실 조금 뜬금없었지만 어미가 자기 속으로 낳은 자식을 어찌 잊겠습니까? 출생이후 그동안 한번도 언급이 되지 않았던 춘추는 수나라에 조기유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가 있었더군요.
"춘추, 우리 아들 춘추를 어쩌지. 몸도 마음도 약하고 재주도 없어서 모두 그 아이를 이용하려 할텐데..."
이 대목은 춘추(유승호)의 성격이 어떻게 그려질지에 대한 암시지요. 강력한 차기 황실 후계자 제1순위로 떠오른 춘추를 누가 먼저 자기편으로 만드느냐? 유약한 춘추공 유승호를 두고 진평왕을 중심으로 한 황실측과 미실측의 세력다툼이 앞으로 숨가쁘게 그려지겠네요. 물론 독자적으로 덕만은 꽃남 3인방과 함께 새로운 구상으로 황실과 미실에게 정면 도전장을 낼 것이구요. 예고를 통해 보았듯이 덕만은 이제 예전의 덕만이 아닌 듯 합니다. 고뇌하는 미래의 여왕이 아니라 행동하고 분노하는 덕만공주 환골탈태할 것임이 예고되었으니까요.  

중간 중간 이야기가 길어졌듯 천명도 꽤 장시간 몸속에 퍼진 독과 사투를 했지요. 그리고는 "덕만아, 보고싶다"라는 말을 끝으로 천명의 생명의 불꽃도 사그라들었습니다.
이렇게 끝까지 천명공주는 여인으로 살다  갔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로서 살아왔던 천명공주는 동생 덕만에게도 여인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습니다. 천명공주를 마지막까지 여인의 모습으로 보내 준 이유는 앞으로 덕만이 천명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왜 유신랑에게 천명공주의 마지막을 지키게 했는지에 대한 답이지요. 천명공주에게 유신랑은 처음부터 정인으로서 남자였으니까요. 
여인으로서 살다간 천명공주와는 대조적으로 덕만은 다른 식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천명의 죽음을 보고 덕만은 달라졌지요. 덕만이 천명의 유언대로 여인으로서 꽃처럼 고운 인생을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가장 큰 암시는 바로 천명의 유품 빗으로 보여줍니다. 
빗이라는 것은 거울과 함께 여인의 상징적인 애장품입니다. 덕만은 천명공주, 즉 언니가 마지막 유품으로 남긴 빗을 두동강으로 내서 계곡물에 던져버렸지요(아니 저런, 덕만이 성질머리 하고는...그래도 언니 유품인데...). 그리고는 당황한 유신에게  언니가 남긴 유언 그거 못 지키겠다고 합니다.
덕만이 여인네의 애장품 빗을 두동강이로 분질러서 물에 던져버린 것은 덕만이 앞으로 꽃처럼 고운 여인으로 살지 않겠다는 결심을 보여준 것이지요. 다음주 예고를 보니 진평왕에게 덕만은 친서를 올리더군요. "폐하의 둘째여식 공주 덕만입니다"라고 시작하는.
긴 방황과 출생의 비밀에서 빠져나온 덕만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자신의 운명에 맞서 싸워나갈지, 절대권력 미실과 어떻게 대적해 갈지, 그리고 출생과 더불어 버려진 자신의 신분을 어떻게 복권해 갈지가 더욱 흥미진진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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