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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9 선덕여왕: 불편한 억지설정, 시청자들 우롱하지마라 (4)
2009.07.09 13:35





이번주 선덕여왕은 사다함의 매화에 대한 설왕설래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사다함의 매화는 많은 이들의 추측대로 책력으로 밝혀졌는데 사다함의 매화라는 시적표현으로 일단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시청률 상승효과라는 하나의 목적은 달성한 듯 보인다. 그럼에도 사다함의 매화라는 표현에서 풍기는 신비감이 너무 일찍 공개되어 버려 맥이 빠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고는 시청자들의 맥빠진 것에 보상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인기몰이에 쐐기를 박자는 것인지 또하나의 미스테리를 내놓으며 시청자들을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다.
바로 칠숙과 소화의 재등장이다. 드라마 초반부터 이들의 생존이 암암리에 흘러나왔던지라 언젠가는 두사람이 덕만의 신분을 밝힐 증인으로 극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등장한데 대해서 왠지 우롱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칠숙이 누구이던가? 뼈속까지 미실의 사람으로 덕만을 죽이라는 미실의 명령을 받아 타클라마칸까지 덕만과 소화의 흔적을 쫓아갔던 사람이다. 덕만과 소화의 정체를 알고 죽이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천우신조로 덕만이 칠숙의 손에서 살아남아 계림까지 왔지만 덕만이 계림으로 오게된 이유를 제공한 이가 바로 칠숙이다. 자신과 소화를 죽이려는 칠숙을 피해 도망하면서 덕만은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풀고자 문노를 찾아 신라까지 오게되었다.

사막에서 소화와 함께 죽은 것으로 추정되었던 칠숙이 사신단을 따라 다시 계림까지 오게 된 사연은 뭐 어찌어찌 그리해서 되었다 치더라도 소화와 함께 등장한 것은 왠지 불편하다. 칠숙이 신라의 역사에 등장하는 칠숙의 난의 주인공이 아닌 다른 칠숙이라면  또 그러려니 넘길 수도 있는데 문제는 바로 그가 칠숙의 난에서 칠숙이라는 점이다.
칠숙은 결과적으로 진평왕때 덕만공주를 왕위에 옹립하는 것에 반대해서 난을 일으킨 인물이다. 덕만을 죽이려고 십수년간 그들의 행방을 쫓던 그는 미실이 보낸 킬러이다. 그런 킬러가 이번 사신단과 함께 오면서 킬러의 살기를 버리고 갑자기 훤칠남으로 변해버린 것은 나혼자만의 생각이었는지. 게다가 이번 14화에서 소화에게 대하는 태도로 보아 소화에게 연정까지 품은 훈남으로 변신할 것 냄새를 풍기는 것은 나만 감지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소화는 그런 칠숙의 마음을 외면하며 오로지 덕만의 생사에 가는 명줄을 의지하고 살아왔을 것이고. 

사막에서 어린 덕만과 모닥불을 쬐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중 칠숙은 덕만에게 자신이 어떤 명령으로 두사람을 죽이고자 여기까지 흘러왔는데 몇년이라는 세월을 흘러보낸 자신이 지금은 누구를 쫓고 있는지 왜 쫓는지조차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도 덕만의 정체를 알자 킬러의 본능을 되살려 덕만과 소화를 죽이려고 했지만 칠숙이 모닥불에서 덕만과 나눈 장면은 훗날 칠숙의 감정변화를 위한 하나의 복선일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소화와 등장을 한 것에 대해서는 왠지 불편하다.

칠숙은 미실에게 소화와 덕만을 제거했다는 서찰과 함께 증거물로 소화와 덕만의 물건들을 남기고 멀리 떠나겠다는 말을 전한다. 미실은 칠숙의 행방을 찾으라고 보종에게 명령을 내렸으니 칠숙이 소화와 은둔해서 조용히 살고자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니 칠숙이 어떤 식으로든지 미실과 덕만앞에 나타나게 될 일은 자명하다. 게다가 덕만은 칠숙을 알아보았고 그가 남긴 자신의 물건과 어머니 소황의 명패까지 훔쳐보았다.
칠숙의 소화에 대한 마음, 그것이 사랑인지 연민인지 아직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지 소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불편한 것임은 사실이다. 물론 냉혹한 킬러 칠숙과 소화의 사랑은 그럴싸하게 시청자들의 동정을 받으며 김유신과 덕만, 천명의 엉터리 삼각애정관계보다는 설득력을 얻을 수는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소재도 진부하거니와 억지스러운 설정이라 영 마음이 개운치않다.
아무리 드라마가 각색된 허구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칠숙의 난 성격까지 왜곡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이루어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야기 한편을 담아냄으로써 드라마에 대한 극적 흡입력은 높아지겠지만 억지설정으로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는 수단으로 쓰여져서는 안될 말이라는 얘기다. 아직 두사람의 사연이 뭔지 전개되지는 않아서 어설프게 혼자만의 추측으로 걱정하는 것일 뿐이지만 혹이나 시청률에 급급한 억지설정이라면 배가 산은 커녕 뒤집혀서 좌초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막에서 살아남은 것 또한 몇만분의 일 확률이었음에도 멀쩡하게 살려내는 것이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칠숙이 소화의 물건까지도 모래 속에서 다 건져내 온 초능력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아마 덕만이 가져 온 물건도 어느날 깜짝 등장할 것으로까지 보여진다. 덕만이 계림으로 오면서 바랑에 넣고 다녔던 단도와, 천문책, 돋보기 등등..사막의 모래에 휩쓸려 들어갔어야 했을 단도와 함께 물에 빠져도 젖지도 않은 방수책으로 말이다. 이런 것들마저도 덕만의 생명만큼 천우신조라고 우기기에는 억지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덕만의 신분을 알 수 있는 단서는 덕만 자신에게 오히려 많다. 한가지 어처구니 없는 의문점은 천명이 생명의 위험에서 살아나왔던 만노성에서의 이야기와 문노를 찾으러 갔다가 봉변을 당하고 유신에게 붙잡혔다 아버지 진평왕을 만난 상황에서 덕만의 이야기가 배제되 버린 점이다.
천명공주가 생명의 위험을 겪었던 그때마다 함께 있었던 이가 동무 덕만이었는데 진평왕이나 천명의 어머니 마야는 만나서 치하하기는 커녕 이름자 하나 물어보지 않는다. 왕이라면 아니 부모라면 하나밖에 없는 황실의 공주를 살린 동무 덕만을 불러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한번은 대면을 했어야 했고, 그것도 아니라면 천명에게라도 그아이의 이름자 정도는 물어보는게 부모일진대 그냥 그아이 혹은 그 낭도로 넘어가 버린다. 덕만이 김서현 장군을 시해하려 했다는 누명을 받고 국문을 받던 현장에서 잠깐의 조우로 끝나버린 부녀상봉은 여승으로 낭도를 만나고 다닌 천명공주가 연루된 사건이었음에도 덕만의 신분을 감추려는 제작진의 어설픈 의도만 보였다는 생각이다. 설사 천명의 그 동무가 덕만이라는 이름을 가졌다해도 진평왕은 이름이 같은 것에 한번 놀라기만 했으면 된다. 시청자들은 소화 품에 살려보낸 어린공주 덕만이 남자로 변했을리라는 추측마저 하라고 진평왕에게 원하지는 않는다.

덕만은 칠숙이나 소화라는 증인 외에도 덕만 자체에서 신분을 입증할 만한 단서를 많이 가지고 있다. 덕만이 천명을 만났던 상황, 진평왕과 천명 그리고 덕만 세사람이 특이하게도 같은 자리에 가지고 있는 점, 그리고 덕만의 어머니가 소화라는 점, 칠숙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과 덕만이 계림으로 오게 된 배경, 문노라는 이름 등을 통해서도 덕만이 공주였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물론 이런 것들을 죄다 밝혀버리면 드라마가 김빠진 콜라가 되버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드라마 초기에는 덕만의 신분을 입증할 사실들을 숨기는 이유를 덕만이라는 인물이 여왕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자질을 보여주고자 해서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덕만을 우스꽝스럽게도 남장여자로 화랑에 편입시켜 미실을 대적할 별자리의 운명을 지닌 자질을 검증받게 하려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단 한번의 전쟁을 통해서 보여주기에는 미흡했고, 이번에는 사신단이 가져온 사다함의 매화의 비밀을 풀어가는 것으로 뭔가를 기대하게 했는데 칠숙의 등장으로 덕만의 신분에 초점이 맞춰져 버렸다. 
자칫하다가는 덕만이 미실을 대적할 별자리의 주인으로 성장해 가는 선덕여왕이 인물보다는 출생신분, 유신랑과의 애틋한 연모의 정, 천명과의 우정, 칠숙-소화의 사랑 등의 이야기에 배가 산은 커녕 뒤집힐 수도 있겠다는 우려로 걱정이 크다. 미실의 정치 역시 수신제가에 골머리를 쓰고 있는 형국이니 큰틀에서 삼국통일을 이룩하기 전의 역동적인 신라의 역사를 드라마를 통해서 보고자함은 지나친 욕심일까? 우리 역사의 최초 여왕이라는 선덕여왕의 위엄에 걸맞게 배의 균형을 잡길 바란다. 또한 산으로 가는 배가 아닌 드넓은 바다로 가는 배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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