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여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1.17 '역전의 여왕' 내겐 너무나 특별했던 목부장(김창완)의 눈물 (19)
  2. 2010.11.16 '역전의 여왕' 백여진의 이기적인 키스vs여왕의 수호천사 용팔이 (13)
2010.11.17 16:05




김남주, 정준호, 박시후의 출연과 공전의 히트를 쳤던 내조의 여왕 작가의 후속작이라는 기대감에 첫회부터 지금까지 역전의 여왕을 봐왔어요. 당시에는 성균관 스캔들에 파김치가 되도록 빠져있었기에, 시간적으로 역전의 여왕 리뷰글을 꾸준히 올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4회 목영철(김창완)부장이 캐나다에 두 아이와 아내를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라는 사실을 알고는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목부장은 월 350만원을 캐나다로 송금하고, 목부장 자신은 30만원짜리 지하 월세를 살고 있는 기러기 아빠입니다. 기러기 아빠의 씁쓸한 사연들은 간간히 기사들을 통해 접하기도 했지만, 목부장의 사연이 저를 목에 걸린 가시처럼 쑤셔대더군요.
어느 직장인인들 퇴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없겠지요.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안정적인 생활을 할 것 같은 고위간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어딘가로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느끼게도 하는 곳이 직장입니다. 때려치고 싶을 때도 많겠지만, 한달에 한번은 꼭 행복함을 느끼는 곳이기도 합니다.
역전의 여왕 목영철부장에게도 직장은 절대로 나가서는 안되는 곳입니다. 유학보낸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를 몇년은 더 보내야 합니다. 부하직원들의 치부까지 고자질하는 소심하고 쪼잔한 모습까지 보이면서도, 짤리면 안되는 절박한 이유입니다. 누군들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내 목구멍의 포도청이 우선이겠지요. 구조조정이라는 잔인한 칼바람 앞에서는, 비굴도 비열함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을'의 입장인 직장인의 비애겠지요.
목부장도 구조조정 칼바람을 피하지는 못합니다. "어차피 짜르겠다고 작정한 것, 더러워서 내 발로 나가겠다"고 희망퇴직서에 서명을 했지요. 그날 밤 집에 돌아 온 목부장은 딸 은서에게 장기 휴가를 받았다고, 곧 캐나다로 가겠다고 전화를 걸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죽으라는 법은 없겠지,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목부장이었지요. 전화통화 중 건강검진결과 우편물을 보고 자신이 간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죽으라고 그에게 사형선고가 내린 것이지요. 목부장에게 최대한 허락된 시간이 6개월입니다. 
목부장은 구조본부로 가서 희망퇴직을 철회하겠다고 사정을 하고, 특별기획팀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지요. 아들같이 새파란 구조본부 직원에게 무릎까지 꿇으며, 한시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특별기획팀으로 보내 달라고 애원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정말 목이 메이더군요. 목부장은 죽기 전까지 퀸즈그룹에서 근무하며 산재보험금이라도 받아서 가족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목부장의 간암진행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급속도로 피로감을 느끼고, 구토증세까지 겪고 있지요. 산행대회에도 중도에서 포기하고 내려올 정도로 고통도 심해지고 있고요. 봉준수가 빼낸 기획안때문에 목부장을 의심했던 황태희에게 간암에 걸린 사실을 들켜 버립니다. 때마침 걸려 온 딸 은서에게 회사에서 안보내준다며, 못가겠다고 거짓말을 하는 목부장, 밖에서 이를 듣고 있는 황태희는 망연자실 눈물을 쏟고 말지요. 전화를 끊은 목부장 역시 숨죽여 오열하고 말더군요.
글쎄요, 드라마에서는 목부장이 산재보험금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병을 속이고, 보험금을 받으려 했다는 것이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위배된다고 비판을 하실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는 여기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복잡하고, 다만 제게는 너무나 특별했던 눈물로 여겨졌던 기러기 아빠 목부장의 눈물에 대해 말하고 싶어졌어요. 유학을 생각하는 분들께 유학생 엄마로서의 조언같은 것도 드리고 싶더군요.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 물론 가장 바람직한 가정의 모습이지만, 해외파견 근무가 이유가 되기도 하고, 이혼으로 인해, 혹은 드라마에서 처럼 유학사유로 가족들이 헤어져 살고 있는 경우도 많지요. 치솟은 환율로 기러기 아빠들의 허리가 휜다는 기사도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고, 기러기 아빠들이 돈벌어주는 기계가 되고 있다는 말이 틀린 말도 아니에요. 물론 모든 유학생 가정이 다 그렇다지는 않겠지요. 제 주변에서는 남편이 강요해서 유학을 보낸 기러기 엄마도 봤으니까요. 

목부장의 경우는 간암에 걸렸지만, 기러기 아빠들 대부분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과 우울증일 겁니다. 저희집의 경우도 아니라고는 말 할 수 없고요. 대개의 기러기 아빠들은 외국에 나가있는 가족들이 건강하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았다가, 또 이게 뭔짓인가 싶어 우울했다가, 아이들 미래를 생각해서 몇년만 참자라고 심지를 다잡기도 하고, 하루 하루 이런 감정이 반복되고 있을 겁니다. 기러기 아빠나 외국에 나와있는 기러기 엄마나 같은 마음이고요. 물론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러기 엄마의 탈선과 기러기 아빠의 외도가 기사로 나오기도 하지만, 제 경우는 그런 분들보다는 잘 이겨내고 있는 기러기 가정들을 더 많이 봐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학을 계획중인 분이나 기러기 엄마, 혹은 기러기 아빠가 함께 생각해봐야 할 몇가지 문제들을 말씀드리고 싶더군요. 우선, 유학이 요즘은 옵션이 아닌 필수라는 말까지 있다고 하는데, 유학을 트렌드처럼 여기고 무조건 따라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입니다. 단기간이 되었든 장기간이 되었든, 경제적으로 꼼꼼히 따지고 고려를 해서 보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단기유학의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뒷바라지를 하는 경우, 몇년만에 몇억은 우습게 나가 버립니다.

그리고 대개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본인의 의지보다는 부모의 교육열에 유학을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어학유학의 경우가 되겠는데, 이런 경우는 짧게는 1년에서 3년이면 유학생활을 마치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고학년이 유학을 온 케이스로, 이런 경우는 대부분 대학까지 염두한 유학이기 때문에, 특히 경제상황과 목부장의 경우처럼 장기 기러기 가정이 되는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한 두해는 자식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도, 3년정도부터는 '미친 짓'과 '자식을 위해서라면' 두가지를 두고, 주기적으로 고민하면서 우울증도 나타나고,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곁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건강에 적신호가 오게 됩니다. 자녀가 고학년인 경우는 부모의 생각보다는 아이가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와 의지가 있을 때 보내십시요. 아이가 공부할 의지가 없으면, 유학생활을 십중팔구 놀다가 가는 돈낭비 유학이 돼버릴 겁니다.  
기러기 아빠의 자살 뉴스나 가정이 파탄되었다는 기사를 읽으면, 외국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유학생 엄마들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습니다. 마치 죄인이 된 기분도 들고, 정말 복잡하고 착잡해집니다. 그런 기사가 뜨는 날이면 답답하고 안타까워서 한국엄마들끼리 전화통화를 하다가, 끝내는 눈물도 흘리고, 며칠동안 우울한 기분을 떨치기가 힘들기도 하고요. 기러기 아빠 목부장의 눈물을 보니, 저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져서 울었는데요, 유학은 정말 신중하게, 가족들 모두가 충분히 고민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러기 아빠 목부장의 눈물장면은 김창완의 연기를 하지 않는 듯한 자연스런 연기도 좋았고, 입술을 깨물며 우는 황태희 김남주의 눈물연기도 좋았던 장면이었습니다. 눈물쏟은 시청자들도 많았을 것이고, 쓸데없이 유학은 왜 보내느냐는 욕도 했을 것 같더군요. 저도 같은 입장인데도 순간 처지를 잊어버리고, '그러게 가족들이 함께 사는 것만큼 중요한게 뭐라고...'라며 뇌까리고 있는 제자신을 보고는, 그냥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습니다. 순간 한국에 있는 남편과 가족들이 생각나고, 캐나다에서의 6년이라는 시간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서, 아마 한시간 정도는 계속 울었나 봅니다.
제가 기러기 엄마였기때문에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그렇게 눈믈을 흘렸는지 모르겠지만, 기러기 엄마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대한민국에서 아빠라는 이름으로,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남편들의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때문에 울었어요.  
목부장과 황태희의 대화가 송곳처럼 가슴을 파고 들면서 아프게 하더군요. "아빠 얼굴, 남편 얼굴 보고 싶을 거예요. 원망 들을 거예요" 라고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가족과 함께 지내라는 말에, 목부장의 대답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슬프다 못해 대못으로 가슴을 탕탕 치는 듯했어요. "얼굴 더 보면 뭐해. 우리 마누라 밥하고 애들 뒷바라지 하는 것 밖에는 할 줄 아는게 없어. 나 죽으면 뭐 먹고 살라고... 산재보험금이라도 받아서 애들 대학가고 시집 장가 갈 수 있게는 해줘야지" .
그냥 멍하니 황태희의 입장과 목부장의 입장이 되어서 제가 그 상황이라면 어떤 말을 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저 역시 황태희였다면 하루라도 더 가족들과 생활하라고 했을 것 같아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이 얼마나 자책감에 시달릴까 싶어서요. 무엇보다 평시에도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일텐데, 더구나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니, 가족들과 하루라도 더 함께 있어야 겠지요.
그런데 목부장의 입장에서는 또 목부장의 말처럼, 저도 어쩌면 산재보험금이라도 남겨주기 위해 회사에 남는 것을 택하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드라마에서는 산재보험금때문에 회사에 남는 것으로 설정을 했지만, 해고 상황이 아니었어도, 한달이라도 월급을 더 받기 위해 병을 숨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장사를 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고요. 가장이라는 무게,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아버지라는 숙명의 무게를 더 크게 두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기러기 아빠 목부장의 눈물을 단순히 가슴아프고, 안타깝다는 감상평으로 끝내 버리고 싶지는 않은 장면이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아버지, 가장의 눈물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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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6 12:01




역전의 여왕에서 가장 꼴불견 캐릭터를 고르라면 백여시 백여진이 아닐까 싶어요. 백여진은 버스떠나고 손흔드는 여자, 전형적으로 이기적인 사랑을 하는 여자지요. 특별기획팀 황태희의 기획안을 빼돌린 봉준수, 참고만 하겠다는 말을 순진하게 다 믿었다는 것이 바보같지만, 조직에서도 부부간의 신뢰에서도 이런 남자는 레드카드로 퇴출감이겠지요. 하지만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다고, 봉준수도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한송이 상무의 꽤나 설득력있는 유혹은 그를 되돌릴 수 없는 죄를 짓게 만듭니다. 어차피 6개월이면 퇴출될 특별기획팀, 신제품 기획이 성공한다고 해도 그 공은 구용식 본부장의 것이지 황태희의 것이 아니라는 말에, 자신만이라도 회사에 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부도덕한 선택을 하게 되지요. 아내의 기획안을 빼돌려 경쟁팀에게 유출을 시켜 버린 것이지요.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정리해고자, 소위 루저들에게 복직이라는 달콤한 유혹은 그녀가 악마였다 할지라도 손을 잡게 만들게 합니다. 불안한 내일을 사는 가장의 굴욕적인 선택이었지요.
누구는 배알이 없다고 욕할지도 모르지만, 제 식구 굶기고 싶지 않은 가장, 권위없는 무능한 가장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은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극중 봉준수의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듯한 행동도 뒤집어서 다시 생각하면, 황태희의 작은 소망과 다를바 없습니다. 가족들과 배곯을 걱정없이 사는 것, 딸 소라를 적어도 대학 졸업할 때까지라도 뒷바라지해 주고 싶은 황태희의 바람처럼 말이지요.
수호천사 백여진의 이기적인 기습키스
기획안을 빼돌리게 한 것보다 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하는 백여진, 그녀의 이기적인 키스신에 머리가 어질했다지요. 무능하고 가진 것없어서 차버린 전 남자친구 봉준수는, 그녀에게 가지기는 싫고 남주기는 아까운 충성견이었지요. 그런데 남의 사람이 돼버리고 나서야 자신이 봉준수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백여진입니다. 백여진의 모든 전투력은 봉준수를 황태희에게서 뺏어오겠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체 말이지요. 
봉준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백여진의 착각이에요. 백여진이 밉고 싫은 것은 황태희와 비교되어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실력입니다. 한송이 상무가 자신을 총애하는 이유가 실력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백여진이기에, 황태희에 대한 열등감과 봉준수까지 빼앗겼다는 박탈감은 봉준수에 대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백여진은 세상에 기댈 사람은 누구도 없다고 봉준수에게 더 매달리지요. 워크샵에서 "준수씨는 내게 집같은 사람이야. 언제든 부르면 달려 와주고, 언제나 문 열어주는 사람, 그런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그 집에 들어앉아 살고 있어"라는 말에서도 느껴지듯이, 백여진은 봉준수에 대해 정리하지 못한 감정보다는, 황태희에 대한 미움이 더 큰 여자에요. 마니또 게임 수호천사가 자신이라며 봉준수에게 기습키스를 하는 백여진, 이제는 도를 넘어서 봉준수와 함께 동반파멸할 수도 있을 위험한 행각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만큼이나 이기적인 키스였습니다. 그것도 아내 황태희까지 워크샵 장소에 와있는데, 매일 회사에서 부딪치는 사람들인데, 정말 막나가기로 작정한 모양입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백여진과 봉준수의 과거가 밝혀질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봉준수가 백여진이 이사하는 날 가져온 한장의 인증샷이 증거가 될 듯하니 말입니다. 지금은 소라의 블럭바구니에 고이 모셔져 있지만, 황태희나 친정엄마의 눈에 띄게 될 날이 곧 오겠지요. 그래서 황태희의 집을 보면 바람 앞에 등불, 폭풍전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늘 불안합니다. 
가정있는 과거 남친에게 들이대는 백여진,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고운 마음으로 감싸주고 싶지 않은데, 우유부단하게 대처하는 봉준수가 쓸데없이 피보게 될까 걱정이에요. 백여진의 기습키스는 절절하게 그녀의 속마음을 눈물로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감정만 내세운 이기적인 키스였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네요.

여왕 지켜준 수호천사 용팔이
봉준수와 백여진이 키스하는 장면을 황태희가 보지 않게 해 준 것은 구용식(박시후)이었지요. 구용식에게 황태희는 특별한 여자에요. 처음으로 한국에 남아있을 이유를 준 여자였으니까요. 처음으로 자신에게 눈 똑바로 뜨고 따박따박 입바른 소리를 하던 여자였지요. 다혈질 슈퍼우먼 황태희가 그런 여자입니다. 구용식이 황태희가 신경쓰였던 것은 황태희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이상 갈곳 이 없다는 황태희처럼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것처럼 비참한 것을 없을테니까요. 구용식에게 말로만 "우리 제임스" 하는 새어머니 장여사처럼 말이지요.  
조금은 재미삼아 지켜 본 황태희지만, 술상무 흑장미로까지 자원하는 그녀의 억척스런 생활력과 잡초같은 생존욕구는 처음으로 구용식에게 목표를 갖게 합니다. 적당히 숨죽이며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기게 한 것이지죠. 구용식의 표현대로 하자면, 재미있는 일이라지만 말입니다.
직원이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알지 못한 회사의 책임은 없느냐는 황태희의 지적은 그에게는 충격이었죠. '갑'이 '을'의 능력을 못알아 본 것이 갑의 책임이라는 말은, 이제까지 자신의 생각을 뒤집어 엎는 말이었고, 처음으로 싸워보고 싶은 전투력을 느끼게 합니다. 구용식과 황태희의 관계가 갑과 을의 관계지만, 구용식도 '을'의 처지와는 별반 다를바 없었기 때문이지요. 어머니와 형에게 자신은 밖에서 들어 온 '을'일 뿐입니다. 구용식이 황태희에게 느껴던 묘한 동지의식은 그런 이유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구용식이 황태희에게 예전에 했던 말이 있었지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뽑혀 면접을 보러 왔던 날 말이지요. 자신의 아이디를 알고 뽑았다는 말에 자존심 상한 황태희가 면접을 보지 않고 도망가려 하자, "황태희씨는 항상 그렇게 포기부터 합니까?"라고 물었었지요. 구용식을 관찰하다보니, 포기라는 말은 자신에게 했던 말처럼 보이더군요. 구용식 역시도 퀸즈로부터 도망가기에 바빴고, 형이나 어머니에게는 '을'의 존재였던 자신도 싸우기 보다는 도망치고 포기해 왔지요.
그렇게 자신을 더 이상 도망치게 하고 싶지 않게 동기부여를 해 준 황태희에게, 구용식은 자꾸 눈길이 가고 관심받고 싶은 마음까지 가지게 되지요. 사연있어 보이는 봉준수와 백여진, 한상무가 황태희를 견제하는 이유까지 어렴풋이 짐작하는 능구렁이 구용식입니다. 워낙 눈칫밥을 먹고 자라다 보니, 구용식이 특기처럼 잘하는 것이 있지요. 한 발 떨어져서 관계들을 관찰하는 것이에요.
한송이가 황태희를 미워하는 것은 단순히 그녀를 속였다는 노처녀 히스테리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에요. 한송이가 두워 하는 것은 아이디어 뱅크 황태희의 실력이기도 합니다. 동종업계의 재취업을 결사코 막은 이유 또한, 황태희가 자신의 업계 경쟁자로 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기 수하에 있을때는 적당히 키워주면서 공은 자신이 누릴 수 있었지만, 고삐풀린 황태희가 스스로 날개를 다는 꼴은 못보는 한상무였던 게지요. 
마니또 게임에서 황태희의 수호천사가 된 구용식이 황태희를 지켜 주었지요. 물론 언젠가는 터질 폭탄이기는 하지만, 봉준수의 불륜(?)현장을 보지 못하게 하고 데리고 나갔지요.  이제부터 구용식의 캐릭터가 황태희에게 좀더 적극적이고 터프한 매력도 발산할 것 같은 예감도 듭니다. 마니또 게임에서 황태희의 이름을 뽑고 표나지 않게 좋아하는 모습이 귀엽더군요. 워크샵이 끝나고 마니또 게임이 타임아웃되더라도, 웬지 구용식이 황태희를 지켜 주는 수호천사 놀이를 계속할 듯 싶어요.
황태희의 손을 잡고 가는 까칠한 자뻑남, 냉정하고 잔정머리는 약에 쓸래도 없어보이는 저승사자 구용식이 황태희를 만나면서 알게 모르게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들과 섞여 사는 것을 배우는 소소한 즐거움을 알아간다고 할까요? 특별기획팀 팀장으로 오면서 사람 많이 변하고 있지요.
말 잘하는 자뻑남 구용식이 잽도 못 날리고 매번 넉다운되고 마는 강우(임지규)와의 유치찬란 말싸움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구용식 옆에 딱 붙어서 속을 바락바락 긁는 비서이자, 후배이자, 용식이 유일한 사람이지만, 진지하게 웃기면서 구용식을 쥐락펴락하기도 하지요. 암튼 이 남남커플도 상당히 재미있네요. 까칠하고 냉정한 구용식의 포커페이스를 망가뜨리는데 큰 도움(?)을 주는 인물도 강우지요. 
팩스와 복사기를 자비로 구입했다며 생색을 내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생일을 친구들 많다며 뻥을 치기도 하고, 아무튼 완벽한 듯 허점이 많은 외로운 인물이 구용식인데요, 구용식 캐릭터는 봉준수와 백여진의 키스장면을 목격한 이후 크게 변화할 것 같아 보입니다. 봉준수와 황태희의 무너진 신뢰와 오해가 네 사람의 애정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갈등하게 할 지도 기대되고요. 구용식이 황태희를 좋아하는 마음도 구체적으로 드러내게 되겠지요. 자제하고 있는 구용식의 매력을 발산하는 일만 남았는데 벌써 고민되네요. 용식앓이를 하게 될까봐서 말이지요.
높은 곳에서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 법이지요. 그들의 머리 통만 볼 수 있을테니까요. 마찬가지로 낮은 곳에서는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기 힘듭니다. 그들의 발바닥만 봐야 하니까요. 이렇게 서로 계산하는 것이나 생각이 달라서 불합리하고 불편부당한 일들이 일어나겠지요. 역전의 여왕 드라마 속에는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 위너와 루저로 갈리는 씁쓸함과, 한상무와 구용식으로 대변할 수 있는 '갑'계층, 황태희, 봉준수, 백여진과  목부장(김창완)과 같은 '을' 계층의 서로 다른 생각이 뼈아픈 현실이 되어 다가옵니다.
역전의 여왕에 녹아있는 블랙코미디같은 상황은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웃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그래서인지 드라마가 끝나면 마음에 돌덩어리가 얹혀지며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황태희와 특별기획팀을 통해 루저들의 인생역전, 그 통쾌한 반란을 응원하고, 보고 싶어하나 봅니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오뚜기같이 일어서는 잡초같은 여자, 치열하게 사는 황태희가 사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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