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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2.03 '해를 품은 달' 김수현, 시청자 설레게 한 농익은 눈빛연기 (15)
무녀에게 끌리는 훤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를 미친놈이라 생각할 테고, 훤에게 다가서고 싶어하는 연우는 쳐다봐서도 안되는 불경죄이기에, 가슴에 슬픔만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무녀 월이 연우이기를 바라는 훤과 자신이 연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닿을 듯 닿지 못해 시청자의 애간장을 태운 밤이었습니다.
월에게서 느껴지는 연우의 그림자, "너의 정체가 대체 무엇이냐?"
연우의 볼에 생긴 상처를 본 훤의 마음이 편치 못하지요. 어의를 불러 간밤의 고신(?)을 치료해 주는 훤, 말리는 상선을 설득하는 훤은 달변가였죠. 어찌그리 앞뒤 아귀가 딱딱 맞는지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하지요. "저 아이의 몸이 편치 않으면 과인에게도 해가 될 터, 이는 저 아이가 아니라 과인을 위한 것이다". 어의에게 침을 맞는 연우, 힐끔힐끔 연우를 훔쳐보는 훤이지요. 서책을 읽은 척 하고 앉아 있었지만, 글이 눈에 들어왔겠니?
'무녀도 사람이니 무시하지 말아달라?', 짧고 굵게 한 방 먹었다고 웃는 훤이지요. 사서오경을 읽은 무녀, 역시 행간에 칼을 숨겼다 생각하는 훤입니다. 수려한 서체에 형선이 자라목을 빼고는 훔쳐보고 변명을 해보지요. "한자를 아는 무녀도 신기하지만, 이런 서체를 구사하는 무녀 또한 신기하여...". 연우의 첫 편지를 받았을 때의 흥분되고 떨렸던 설레임이 교차하는 훤, 그런 훤의 마음을 상선 형선이 못 읽을 리 없습니다. "그 아이는 연우아가씨가 아닙니다".
물론 훤이 상선의 말에 중전에 대한 얼음장같은 마음을 풀리는 없지요. 합방일까지 서로 거리를 두고 심신을 정화시키라고 내의원과 관상감에서 일렀는데, 심신정화에 방해되니 "다신 강령전에 오지마", 이런 엄포를 놓고는 쌩하니 나와버리는 훤이지요.
가슴떨리게 한 김수현의 농익은 눈빛연기
침수시간, 잠자리에 들어야 할 훤이 독서삼매경에 빠져있죠. 서책을 보는 척했지만 실은 연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지요. 연우의 서찰에 꽁해(?) 져서 맹랑한 무녀와 담론을 하기 위함이었죠. "진심어린 간언과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친 원망은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글쓴이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읽는 자의 편견과 주관이 개입되면 오해가 빚어집니다. 전하께서 그리 느끼셨다면 그리 느끼실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하가 오해하는 것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것 아니냐는 말이었죠. 한 대 더 맞아버린 훤입니다. 어쩜 이렇듯 연우를 생각나게 하는지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리기 어려운 훤이지요.
무엇보다 이 장면에서 돋보였던 것은 김수현의 눈빛연기였습니다. 한가인에게 시선을 고정은 하고 있었지만, 상대를 가지고 놀듯 눈빛표정을 다양하게 바꾸기도 했고, 한가인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으려는 여유마저 느껴졌으니 말이죠.
"나를 미혹하지 마라, 네가 나의 연우가 아니라면..."
그런데 훤의 눈동자가 수상스럽습니다. 재빠르게 뒤를 따르는 수행원들을 스캔하는 훤, 훤의 행동에 다들 고개를 떨구고 '우린 못봤어요' 하고 있는 수행원들을 따돌리고 연우의 손을 잡고 줄행랑입니다. 눈을 피해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훤의 꼼수였지만, 전하 그렇게 심장 벌렁거리게 하면 아니되시와요.
연우를 데리고 한 전각으로 들어간 훤, "대체 네 정체가 무엇이냐, 너는 월이 아니다. 나를 정말 모르겠느냐? 정말 나를 만난 적이 없느냐?". 역시 대답은 아니라는 말뿐, "저를 통해 누구를 보고 계십니까? 연우라는 그 분입니까? 허나 소인은 그 분이 아닙니다".
한가인의 패기넘치는 양반다리, 뜨헉!
김수현의 꽉찬 태양처럼 좋은 연기와는 대조적으로 이지러진 달의 모습을 보여준, 뭔가 전환점이 되는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한가인의 연기는 여전히 아쉽습니다.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대사처리의 감정부족은 그렇다치더라도, 얼굴을 바짝 들이댄 김수현의 눈빛에 압도만 되었지, 그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연우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것은 아쉽더군요. 코 앞에 얼굴을 들이 댄 왕, 놀라고 당황스럽기도 했겠지만 두근거림이 느껴지지 않는 흔들림없는 미동의 표정은 석고상...
그나저나 큰일났습니다. 연우의 정체를 훤이 진심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연우의 필체때문이었지요. 시청자를 눈물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김수현의 눈물연기가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장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끊긴 듯한 연우와의 애틋함을 연결시켜준 것은 김수현의 뛰어난 감정, 눈물연기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김수현 홀로 우는 장면만으로도 연우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까지 오버랩되면서, 격한 화학반응을 일으켰으니 말이죠.
시청자 울린 김수현의 오열연기, 연우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살려내다
염이 전해준 연우의 편지를 받고서도 훤은 한동안 편지를 읽지 못합니다. "세자저하, 마지막 힘을 내어 이 서찰을 남깁니다. 소녀 떠나기 전에 세자저하를 뵌 것만으로도 많이 행복합니다. 소녀와의 일은 추억으로 남기고, 소녀의 몫까지 강령하소서". 연우의 편지를 읽으며 오열하는 김수현,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마지막까지 힘을 내어 이 서찰을 남겼는데, 정작 나란 놈은...얼마나 아팠겠느냐...얼마나 괴로웠겠느냐...그 정갈했던 서체가 이토록 흐트러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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굄돌 2012.02.03 10:58
텔레비전과 담 쌓은 지 십 수년 된 사람이
어제는 저거 보느라 두 시간을 앉아 있었네요.ㅎ
그놈 참, 그놈 참, 하며...
김수현에게 푹 빠졌어요. -
구상 2012.02.03 14:36
늘 절반밖에 보지 못하고 재방을 볼 수 밖에 없는데, 무녀의 양반다리는 진짜 황당하군요. 저도 한가인의 한복차림이 왜 라인이 곱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김수현이 얼굴도 작고 몸이 말라서 한가인이 얼굴이나 몸집이 더 커보이는 듯도 합니다. 아역엔 감정이입이 잘 되었는데, 아직도 성인연기자들에게 감정이입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리뷰 늘 잘 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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