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종'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09.11.06 '선덕여왕' 못다한 이야기, 비담의 순애보 (45)
  2. 2009.11.03 '선덕여왕' 덕만공주가 호랑이굴로 들어 간 이유 (30)
  3. 2009.10.21 '선덕여왕' 설원공이 미실에게 준 빨간서첩의 비밀은? (94)
  4. 2009.10.20 '선덕여왕' 춘추의 굵은 눈물, "어머니, 나의 어머니" (28)
  5. 2009.10.17 선덕여왕' 미실의 초심, 그 진심은? (25)
2009.11.06 12:59




선덕여왕 44회 방송분부터 지금까지 위기에 처한 덕만공주를 구하기 위해 가장 애타했던 사람은 저는 단연 비담이었다고 생각해요. 비담의 마음도 몰라주고 덕만공주는 이루지 못한 사랑 유신랑을 여전히 마음 속의 정인으로 품고 있지만요. 오늘은 늘 상처받고 외면받는 덕만공주를 향한 비담의 연정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해요. 비담의 마음을 중간정리하고, 미실의 죽음 이후 비담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을 거라는 생각때문이에요.
미실은 염종을 찾아와 비담을 데리고 청유를 떠나라고 부탁했지요. 미실이 거사를 앞두고 비담을 묶어두려는 이유는 두가지겠지요. 비담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과 비담의 출중한 무예를 아는 미실이 비담을 거사에 가장 큰 방해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겠지요. 미실이 자신을 묶어두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비담은 미실이 정변을 일으키려 한다는 것과 덕만공주가 위험에 처해 있음을 직감합니다. 염종에게 포박을 풀어달라며 으르렁대는 비담에게 염종이 자기를 설득시켜보라 하지만 비담은 차마 말을 못합니다. 자신이 미실의 아들이라는 것을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비담은 "공주님이 위험하다.지금 이 상황을 꿰뚫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가 가야해" 라며 발을 동동 구르며 애타합니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면 염종은 벌써 죽었을 거에요. 살기가 폴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비담이 염종에게 묶여있을때 궁궐에서는 열성각 화백회의장 무장난입과 상대등 시해 배후로 덕만공주 추포령이 내려졌지요. 염종은 궁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상대등이 칼에 찔렸다는 소식을 전하며 비담을 풀어주었지요. 아마 '에에, 나도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싶었겠지요. 상대등이 칼에 찔렸다는 말을 들은 비담의 첫마디는 "공주님은 어찌되셨어?" 였어요. 그리고 비장한 각오로 "구해야 겠다" 하며 자리를 박차고 궁으로 달려갑니다. 한 여인만이 눈에 보이는 비담의 마음을 어찌할까요? 저는 비담이 너무 가여운 마음이 드네요. 

궁에서는 유신랑과 춘추, 그리고 덕만공주가 궁을 막 빠져 나오려는 순간 춘추가 잡혀버리고 궁문은 닫혀버렸지요. 칼을 내려놓는 유신랑과 덕만공주를 포박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들고, 줄을 타고 멋지게 등장해 준 흑기사가 바로 비담이었지요. 그 멋진 장면에서는 꺄아악~하고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비담이 덕만공주와 춘추를 데리고 빠져나오는데 유신랑은 덕만공주가 도망가는 시간을 벌어주겠다며 궁문을 안에서 잠궈버렸지요. 
덕만공주와 유신랑이 궁문을 사이에 두고, 애절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덕만공주가 "유신랑, 유신랑"하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던 장면은 생뚱맞고 옥의 티라 생각되지만, 그렇게 비담의 덕만공주 구출기는 성공을 했지요. 안타깝게도 이 장면에서 비담은 낙마로 부상을 입었고, 지금도 후유증이 있다고 하네요. 빨리 회복해서 휙휙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텐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물론 선덕여왕 제작진에서 더 걱정이 크겠지만요.
알천랑과 서현공, 용춘공을 구출하기 위해 덕만공주는 결사대를 조직해 궁에 직접 가겠다고 하는데 비담은 결사적으로 덕만공주를 말립니다. 어쩌 그 위험한 곳에 직접 가려 하느냐고요. 그런 비담에게 덕만공주는 "네가 날 목숨 걸고 지키라"고 명을 내리지요. 아주 비담에게 책임감은 다 지워주네요. 목숨까지 걸고 지키라니 그럼 덕만공주는 뭘 줄건데요? 마음이나 조금 알아주지...(그저 제 푸념입니다)
그런데 상황은 덕만공주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습니다. 유신랑의 뒤를 밟은 칠숙에 의해 은신처가 발각돼 버린 거지요. 이때 비담은 춘추와 함께 염종의 비밀기지에 있었고요. (아마도 비담 김남길의 낙마로 인한 부상으로 비담이 없는 설정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고 보여집니다만)
소화의 희생으로 덕만공주는 무사히 탈출하게 되었지요. 소화의 죽음으로 우는 덕만공주를 애처롭게 바라보던 비담이 위로해 주려고 다가가는데, 유신랑이 혼자 있게 하라고 만류를 해버립니다. 비담은 어찌보면 덕만공주에게 남자로 다가가는 기회를 유신랑으로 인해 막히고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저는 그 장면에서는 막는 유신랑이 밉더라고요.

덕만공주와 비담은 예전에 반말을 주고 받던, 어찌보면 덕만공주의 입장에서는 친구같은 사이였어요. 비담이 비록 덕만공주를 주군으로 모시겠다는 충성서약을 했지만, 예전 천명공주가 공주임을 몰랐을 시절, 천명을 여승으로 알고 편하게 마음을 터놓았듯이 비담 역시 가끔은 덕만공주에게 친구같은 어찌보면 가장 편할 수 있는 사이였어요.
촌장을 죽이고 돌아왔을 때도 비담이 덕만공주를 기디리고 있다가 "공주님은 미실처럼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입꼬리를 안 올려도 더 강해보여요. 저한테는 그냥 공주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 주세요. 그래야 설레요" 하며 수줍게 고백했던 비담이었어요. 덕만공주가 비담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그저 뚱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럼 혹시 알아요, 나도 변하게 될지"라고 이어졌던 비담의 방백처럼 비담은 덕만공주에 대한 연모의 마음과 야망 사이에 흔들리고 있는 갈대같았어요.
그런데도 덕만공주는 늘 중요한 일은 유신랑과 상의를 하면서 비담을 서운하게 합니다. 염종의 비밀기지에 합류한 후 닥만공주는 포로를 구출하러 가려던 계획을 수정합니다. 자신때문에 희생당하는 것을 못보겠다며, 더이상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겠다며 제발로 호랑이 굴로 들어가버린 것이지요. 공개추국을 요구하면서요.
이번에 궁에 들어갔을 때 역시 유신랑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급기야 비담은 유신랑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유신랑 얼굴을 한대 치기까지 했지요. 비담의 그 때 표정은 마치 애인을 사지로 보낸 듯한 불안과 분노처럼 보였어요. 염종에게 밧줄로 묶여있을 때 역시 덕만공주의 안위에 몸달아 하던 비담이었는데, 유신랑이 궁으로 들어가겠다는 덕만공주를 막지 못한 것에 분노를 터뜨렸지요. 그때 비담의 표정은 덕만공주의 신하로서 비담이 아니라 한 여인만을 바라보는 순애보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해져 오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신에 대한 자책같아 보이기도 했고요. 
"죽는다구, 궁에 들어가면 죽는다구, 미실이 공주님을 살려둘 것 같아?"라며 비담은 공주가 아닌 사랑하는 정인을 걱정했고, 아들마저도 버렸던 미실의 잔인한 성정에 불안해 하고 떠는 모습이었어요.
비담의 흥분에 유신랑은 덕만공주를 그리 쉽게 죽이지는 못할 것이라며 춘추를 언급하였지요. 유신랑의 말은 이치는 맞는 말이지만, 비담은 그런 유신랑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급기야 주먹으로 유신랑을 쳐버립니다. "네가 뭔데 감히 공주님을 장기판의 말로 삼는다는 말이냐?" 라며요. 그 순간 쬐금 통쾌했던 저의 마음은 또 뭐래요?  
장기판의 말로 보느냐는 말은 덕만공주가 궁으로 떠나기 전에 유신랑도 덕만공주에게 했던 말이었어요. 덕만공주가 우리 모두 역사 앞에서는 장기판의 말일 뿐이라며 유신랑의 말을 막았는데, 유신랑은 덕만공주가 했던 말을 똑같이 옮기지요. 모두가 역사앞에서는 말일 뿐이라고요. 비담이 유신랑에게 했던 말처럼 잘난척은 혼자 다하는 유신랑이에요.
힘없이 주저 앉으며 비담이 유신랑에게 한마디를 하는데 저는 그말이 덕만공주에 대한 마음을 다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신랑 네 머리 속에는 이제 공주님은 없고 신라만 있어? 공주님이 어찌되든 신라만 잘되면 되냐?" 라고 하는데 그 순간은 대의도, 대업도, 야망도 모두 버리고 오로지 한 여인을 향하는 마음같아 비담이 측은했고, 몰라주는 덕만공주가 야속하기도 했답니다.
비담에게 지금 덕만공주는 어떤 존재일까요? 저는 비담이 유일하게 마음을 기대는 어머니이자 정인일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비담이 미실과의 청유에서 미실이 왜 덕만을 따르느냐고 물었을 때, 자신이 오리이기 때문이라고 대답을 한 것이 떠오르네요, "오리는 알에서 깨어나 자기를 처음 봐준 자를 무조건 따른다" 며 세상에서 나와 처음 본 사람이 덕만공주였음을 미실에게 고백하던 장면이 있었지요. 그리고 문노가 죽어가면서 덕만공주님은 너에게 측은지심을 끌어냈다는 말을 떠올리며 비담은 피식 웃었었지요. 
사지로 들어간 덕만공주는 비담에게는 신라의 왕이 될 사람도, 공주도 아니었어요. 자신을 세상에서 처음 봐 준 사람, 어머니였고, 정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인생 스승이었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대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길러준 어머니 소화의 주검앞에 하염없이 통곡하던 연약한 여자였고, 촌장의 목을 베고 손을 바르르 떨던 여리디 여린 여자일 뿐이었지요. 
그런데 그런 비담의 마음은 번번히 유신랑에 의해, 미실에 의해 표현도 못하고 꺾이고 맙니다. 유신랑을 정인으로 품고 있는 덕만공주에 마음 속에 비담이 들어갈 자리는 없고, 미실은 덕만공주를 강한 여전사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게 계속적으로 공격을 해왔으니, 덕만공주의 마음을 하루도 편할 날이 없도록 만들었을지도요.
태평한 시대였다면 예전에 불쑥 생일 꽃다발이라며 내밀었듯이, 후원을 거닐며 들꽃이라도 한다발 꺾어 수줍게 고백도 해볼 수 있었을텐데, 늘 덕만공주의 주위만 배회하는 비담의 눈빛이 슬퍼보이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가 비담을 어떤 식으로 그려갈 지 모르지만 덕만공주가 비담을 향해 웃어주었다면 드라마는 또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지요. 상처받고 외면받는 바라보기만 하는 사랑이 훗날 덕만공주와의 정치적 결별을 위한 극적인 설정일지라도 비담의 순애보는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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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3 11:35




선덕여왕 47회는 소화(서영희)의 죽음으로 눈이 촉촉해졌어요. 천명공주의 죽음이후 덕만공주에게는 가장 큰 슬픔이었겠지요. 소화는 덕만공주에게는 영원히 엄마니까요. 죽음보다 강한 모정으로 덕만공주를 지켜낸 소화 유모의 마지막 가는길 눈물로 정리하고, 47회 덕만공주가 미실을 잡으러 호랑이 굴로 직접 간 이유를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덕만공주가 은신하고 있던 비밀기지는 칠숙랑에게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불화살이 날아들고 물샐틈 없는 포위에 덕만공주는 위기에 처했지요. 일촉즉발 위기의 상황에서 탈출해야 하는데 소화는 덕만공주로 변장하고 스스로 미끼가 되기를 자청합니다. 지난번 옥새를 숨겨나올때도 진평왕에게 미끼가 되어달라는 지략을 냈던 소화였지요.
칠숙이 복면을 한 홍위대를 선발대로 보내 은밀히 덕만공주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요. 소화와 월야는 이 홍위대의 옷을 입고 현장을 빠져나가는데 이를 눈치챈 칠숙이 뒤를 쫒아갔지요. 복면을 했기에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칠숙은 덕만공주가 태어난 날부터 타클라마칸 사막에까지 덕만의 뒤를 쫒아왔던 지난 날을 회고 하며, 드디어 길고 길었던 추격의 끝을 냅니다. '미실새주님, 드디어 이 칠숙이 새주의 명을 완수하겠습니다' 라는 비장한 각오로 단칼에 싹~
그런데 함께 도망치던 월야가 "유모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칠숙은 허겁지겁 소화의 복면을 벗깁니다. 칠숙의 칼을 맞고 쓰러진 사람은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계림으로 오면서 연정을 품었던 여인, 세상 모든 것을 버리고 조용한 초야에 묻혀 평생을 함께 하자고 했었던 소화였어요. 애타게 "소화, 소화" 이름을 부르지만 소화는 "우린 결국 이길 밖에 없었나 봐요" 라며 안타까운 눈길로 칠숙을 올려다보고는 곡절많았던 세상과 작별을 해버립니다.
털썩, 더이상 칠숙에게 신라는 빛이 없는 암흑의 세계가 되버렸습니다. 수많은 전투와 문노와의 결전, 타클라마칸의 모래폭풍 속에서 용케도 죽음의 고비를 넘겨왔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매번 죽을 기회를 놓친 것같다며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고 미실에게 말했듯이, 무정한 칼잡이 칠숙이 죽음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 달려가려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네요. 그래서 허망해 보이기도 합니다. 평생을 미실의 그림자만 쫒아다가 처음으로 연모를 느낀 여인 소화는 칠숙의 온기없는 마음에는 따사로운 햇살이었고, 빛이었는데 칠숙의 인생이 덧없어 보입니다. 앗, 두 사람의 기구한 악연을 생각하다 보니 글이 감상적으로 흘렀네요. 덕만공주의 영원한 엄마 소화유모,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빌며 그동안 고생많았다는 말도 함께 전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지요. 이번회에 가장 흥미진진했던 장면은 미실과 당나라 사신과의 독대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 신라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수나라가 망하고, 당고조 이연이 통치하던 시기에요. 당나라는 주변국들에게 소위 신고식 겸 공물을 요구하기 위해 사신단을 파견했지요. 사신단이 오는 날 덕만공주는 천하에 자신이 건재함을 보여줍니다. 연을 이용해서 삐라를 뿌린 것이지요. 굿 아이디어! 참으로 놀라워요. 비담의 난에 김유신이 연에 불을 붙여 날렸다는 기록이 있는데 미리 멋지게 등장해 주신 방패연이였지요.   
"기개있는 백성은 의로운 분노로 폐하를 구하라" 개양자 덕만공주, 개양자(천명공주)의 아들 춘추라는 이름을 새겨서 말이지요. 백성들과 화랑들, 그리고 귀족들은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폐하를 구하라는 말은 지금 황제가 연금상태 혹은 위기에 빠져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뭔가 구린내가 난다 이거지요. 덕만공주가 노린 것은 바로 민심의 동요와 자신의 건재함을 아군들이게 알리는 것이었어요. 알다시피 알천랑, 용춘공, 서현공은 지금도 머리풀고 피칠갑이 되어 있거든요. 열성각에 진입했던 화랑들도 마찬가지고요.
미실에게는 다시 위기상황입니다. 덕만공주는 미꾸라지 빠져 나가듯이 잡히지 않고 있는데다, 하필이면 당사신의 행렬이 이어지는 곳에 폐하를 구하라는 전단이 뿌려졌다고 하니 골치가 아프지요. 미생공이나 세종공도 상황이 이러하니 당나라에서 원하는 것 그냥 다 들어주고 서둘러 보내 버리려고 합니다.
당사신을 마주한 미실은 독대를 청하고 주위를 물립니다. 미실이 비록 정변을 일으킨 수괴라 할지라도 당사신과의 독대장면은 미워하기 힘든 배포를 보여주었어요.
당사신이 "공주를 역적으로 몰아넣은 것은 찬탈이 아니냐"고 묻자 미실은 "당 황제는 양씨(수나라)를 찬탈한 것 아니냐" 며 받아칩니다. 또한 "당의 황제가 국조가 되는 일은 지금부터 대의를 어찌 펼쳐가는지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라며 초강수를 두었지요. 이에 흥분한 당나라 사신은 "변방의 오랑캐 계집년이 중화의 도와 천하의 대의를 입에 담느냐" 욕설을 하였지요.
이에 미실은 "니놈은 감히 나와 천하를, 대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 나와 대의를 논하고 싶거든 적어도 이세민을 직접 데려오라"며 호통을 칩니다. 미실은 상대를 야금야금 약을 올리면서 결정적으로 사신에게서 악수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였지요. 이에 당사신이 덜컥 먹이를 물어버리지요. "당의 군대에 계림이 짓밟혀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바로 이거에요. 미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열성각의 화백회의장에서 유신랑을 비롯한 공주시위부를 무장하고 들어오도록 유인한 작전과 같은 수였지요.
당연히 군대를 먼저 들먹인 당사신에게 이는 선전포고를 한 외교적 언사였다며 올가미를 씌워버리지요. 그리고 외교적 관례에 따라 모가지를 뎅강 베서 당나라로 고이 보내주겠다고 당사신에게 오줌을 질금거리게 해버립니다. 잠시 통쾌하기도 했네요. 그 장면에서는...굴욕외교, 굽신외교에 세 개주고 하나 얻어오는 우리 외교를 돌아보니 미실같은 배포있는 외교정치가 아쉽기만 합니다. 헛,,또 샛길로 빠지려고 하네요.
참, 여기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 하나만 짚고 가지요. 미실의 난과 칠숙의 난은 같은 난이 아니라는 거에요. 칠숙의 난이 631년에 일어났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아서는 당고조 시대로 이세민(이연 당고조의 둘째 아들)이 당태종에 오르는 626년보다는 앞서거나 그 즈음의 일같아 보이니까요
미실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으름장에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지라 당사신도 여걸이라며 급사과모드로 돌아가 예를 취하였지요. 물론 당사신이 요구했던 황금 일천관도 잊어주세요~ 되었겠지요.

당사신 콧대를 한방에 눌러버리고 득의양양하게 나오는데 어디선가 미실새주를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처음에 방송사고인줄 알았답니다. 녹음을 잘못틀었나 싶어 인터넷에 뉴스거리로 등장하겠다 싶었는데 어디선가 본듯한 실루엣이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화분을 와장창 깨버립니다. "새주님, 미실새주님"하고 두번이나 불렀는데 못들으시다니, 울컥한 덕만공주가 화분을 깨며, 쩌렁쩌렁 큰소리로 "미실새주"하며 홀홀단신으로 미실 코 앞에 나타나 버렸네요. 
얼굴에 독기를 품고 와도 모자랄 판에 미소까지 짓는데, 미실새주 표정은 반대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요. 이렇게 정공법으로 나타날 줄이야 미실새주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저희도 전혀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유신랑이 위험하다고 만류했던 일이 이거였나 봅니다. 당돌하고 당당하기 그지없는 덕만공주가 무슨 생각으로 호랑이 굴속으로 제발로 들어갔을까요? 잡히면 바로 죽음인데 말이에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네요.
자, 그럼 덕만공주는 왜 호랑이 굴에 제발로 '날 잡아잡수세요'라며 들어 갔을까요? 그 꿍꿍이를 파헤쳐 볼까요? 덕만공주가 계산했을 수는 네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만천하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었어요. 더구나 당나라 사신까지 와 있으니 덕만공주에게는 좋은 기회이지요. 덕만공주는 갓난애때부터 길러 준 엄마 소화를 잃고 결심을 했다고 말했지요. 더이상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겠다고요. 위국령치하에서 고통받을 백성들, 자신을 따랐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언제 어디서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르는 동지들(유신, 월야, 비담 등등)더이상 자신으로 인해 위험에 빠뜨릴 수가 없다고요. 그리고 사지를 향했습니다.
덕만공주는 궁에 들어가는 순간 이미 죽음을 예상하고 간 것이었어요. 덕만공주는 미실과 싸우려면 정말로 죽음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거에요. 미실 역시 목숨을 내걸고 싸우고 있듯이요. 숨어서 싸우다 운없이 죽어버리면 그야말로 역모죄를 뒤집어 쓰게 생겼는데, 정장당당하게 재판이나 받고 억울한 심정도 호소하고 싶었겠지요.
둘째, 덕만공주는 요즘말로 스스로 이슈가 되려고 했었다고 생각해요. 덕만공주가 잡히면 국문이 진행될 것은 뻔한 일이지요. 명색이 공주인데 공주가 국문을 받는다는 것은 토픽감이지요. 국문장에서 덕만공주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요? 아무리 미실이 덕만공주의 변론을 덮고 쉬쉬한다고 할지라도 궁궐 담벼락에도 귀가 있고 눈이 있다는데 안퍼져 나갈 수가 없지요. ~카더라 소문은 바람보다 빨리 퍼지는 법이지요.  

셋째, 덕만공주는 화랑의 명실상부한 주인이에요. 화랑의 주인 공주가 폐하를 구하라는 삐라를 뿌리며 나타났는데 이는 화랑에게 내리는 명령과도 같은 것이지요. 화랑내부에서도 덕만파와 미실파로 갈리겠지만, 신라 최고의 엘리트들이 적어도 상황정리는 하려고 할 거라는 계산을 했겠지요. 미실이 장악하고 있는 화랑이 동요한다는 것은 미실에게는 큰 전력손실이 되겠지요. 진지제를 폐위하는데 앞장섰던 화랑들의 기개는 죽음도 불사하는 것이었어요. 죽음으로 지키려고 했던 것은 대의였고요. 덕만공주는 지금 죽음을 불사하고 그 대의를 알려 화랑을 움직이려 왔다고  할 수 있겠지요. 
넷째, 덕만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겁니다. 언니 천명공주를 잃었고, 어머니와 같았던 소화를 잃은 덕만공주는 자신을 내던지며 춘추에게 대업을 잇게 하고자 합니다. 유모 소화의 죽음을 보고 덕만공주는 더 강인해 졌어요. "살아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라며 유신랑을 설득하는 모습은 죽기를 각오하겠다는 비장함이 보였지요. 어쩌면 옥이 깨지듯 찬란히 부서져 버리겠다는 미실보다도 더 결연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실이 난을 일으킨 이유는 더이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여왕이 되겠다는 덕만공주, 골품제를 깨고 왕이 되겠다는 춘추공 앞에 한없이 작아져야 했던 미실은 힘은 가졌으나 길이 없었지요.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난을 택했지요.
그러나 덕만공주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서 오히려 적을 향해 호랑이 굴속으로 들어가 버렸지요. 덕만공주에게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까? 예, 바로 진흥대제의 모습입니다.
진흥대제가 호랑이에게 팔을 물렸을때 팔을 빼지 않았다고 했지요. 팔을 빼내면 팔이 잘려버릴 것이니까요. 그래서 진흥대제는 팔을 호랑이 입속으로 더 깊숙이 밀어넣고 가지고 있던 소엽도로 호랑이 숨통을 끊어버렸다는 전설같은 무용담...덕만공주가 취한 행동은 바로 진흥대제가 호랑이에게 팔을 물렸을 때와 같은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덕만공주는 어쩌면 미실새주보다 더 필사적으로 싸우려 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호랑이 입속으로 더울 팔을 집어 넣으면서 미실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 말이지요. 호랑이 숨통을 끊어줄 소엽도는 이제 곧 나타나겠지요. 미실에게 반기를 들게 될 화랑들, 귀족들 그리고 주진공을 비롯해 서라벌로 진군해 들어오는 군사들이 그 소엽도가 되지 않을까요? 춘추, 유신, 알천, 그리고 비담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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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1 06:58




다음주 미실의 난을 예고하며 선덕여왕은 그 정점을 찍게 될 8부능선에 접어들었습니다. 미실의 죽음으로 이어질 다음주가 덕만공주의 여왕 즉위를 위한 최대 고비가 되겠네요. 마지막을 향한 미실의 최후 선택은 정변, 즉 난이었지요. 그런데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뚜벅뚜벅 걸어간 미실의 계획은 무엇이었을까? 옥이 깨지듯 찬란히 부서지고 싶다는 미실의 생애 마지막 불꽃놀이에, 미실은 무엇을 감춰두고 떠나려고 하는 걸까? 미실이 마지막으로 그려둔 지도는 무엇일까? 아마 비담에 관한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일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일까요? 저는 그 힌트를 이번 44회 설원랑이 전달해 준 빨간 서첩보에서 찾아 봤습니다. 이는 물론 제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할 뿐이지만요.
미실이 준비한 계획을 말하기 앞서 간단한 선덕여왕 44회 리뷰부터 하겠습니다. 화백회의 의결과정을 다수결로 하자는 덕만공주의 발의는 보기좋게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예상한 일이었지만요. 한 수씩 건네 받았다는 미실의 말에도 덕만공주는 의기양양해 하지요. 왜냐면 표면상으로는 덕만공주에게 지지가 몰표로 이어올 것으로 내다봤거든요. 안건은 부결되었지만, 조세감면안과 화백회의 만장일치제의 폐해를 여론화시키면서 군소귀족들과 백성들의 마음이야 덕만공주에게로 기울 것은 자명한 일이거든요. 미실은 덕만공주의 이런 계산까지 앞서 내다봅니다. 미실의 지지기반이 이탈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결국 형국은 미실이 쥐구멍으로 몰린 양상이 되버렸지요.
하지만 미실은 크게 당황하지 않아요. 덕만이 군소 귀족세력과 백성의 지지를 얻었다면, 미실은 올가미를 얻었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미실이 덕만에게 한 수씩 주고 받았다고 했을 거에요. 그리고 미실은 덕만공주를 옭아 맬 확실한 덫을 준비합니다. 덕만공주도 보통내기가 아닌데 유인을 하려면 강한 것이어야 겠지요. 그런데 덕만공주가 아주 좋은 힌트를 던져줬지요. 바로 미실이 쥐고 있는 화백회의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화백회의 구멍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었지요. 미실은 덕만공주에게 미리 언질도 해줍니다. 덕만공주의 정무참여 거부안을 화백회의에 안건으로 발의할 수도 있다고요. 그리고 미실은 한번 뱉으면 반드시 시행한다는 듯 진짜로 발의를 해버리지요.
그런데 덕만공주의 정무권 박탈 안건을 관철하기 위해 미실은 교묘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덕만공주 편인 김서현공과 용춘공에게 몽혼약을 먹여 깊은 수면에 빠지게 한 다음,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미실측 대등들만이 단독처리하겠다는 심산이었지요. 물론 이 계획은 성공한 듯 보였지만, 알천랑과 유신랑이 이끄는 시위부(공주근위대)의 무력진입으로 무사히 김서현공과 용춘공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하고 덕만공주의 정무박탈 안건은 일단 부결이 됩니다.
덕만공주나 춘추, 알천랑, 유신랑은 다행이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겠지만, 한 사람 회심의 미소를 짓는 사람이 바로 미실이었지요. 이 모든것이 미실의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진 것이었으니까요. 미실은 거사를 앞두고 설원공에게 은밀히 지시를 합니다. "비천하고 비열하고, 누구나 알면 그 천박함에 치를 떨 수 있는 것을 꾸미라"는 것이었지요.
44회를 보면서 다시 한번 선덕여왕 드라마의 치밀함에 혀를 내둘렀네요. 미실이 설원공에게 지시한 비열하고 치졸한 방법이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는 말이에요. 미실이 의도한 것은 칼의 명분이에요. 그런데 대의명분 없이 무턱대고 칼을 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덕만공주가 너무 좋은 힌트를 주었지요. 바로 화백회의 만장일치제의 문제였지요. 영리한 미실은 덕만공주에게 그대로 반사~하며 한방 먹여버린 것이지요. 상대가 칼을 빼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미끼가 덕만공주의 정무권한 박탈 안건이었고, 비열한 방법으로 김서현공과 용춘공의 발을 의도적으로 묶어 버린 것이지요. 또한 미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일, 상대가 먼저 칼을 빼도록 유도하는 일까지 성공을 합니다. 공주호위대인 시위부가 무장을 하고 화백회의장에 들어왔다는 것은 덕만에게 역모의 누명을 씌울 수도 있는 올가미였던 거지요. 방식은 3류였지만 미실 머리는 인정. 

알천랑과 유신랑이 이끄는 시위부가 화백회의장에 무장진입을 했다는 것은 병부에게 병사를 동원하는 대의명분을 실어줍니다. 물론 다 의도한 것이었지만요. 설원공은 유신랑과 알천랑이 "죽여주십사"고 나올 것도 다 계산을 해 두고 궁수를 배치해서 활을 쏘게 한 치밀한 준비를 했지요. 결국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드라마에서는 석품랑이 먼저 칼을 빼들기는 했지만 미실의 마지막이 될 '미실의 난' 그 서막을 알리는 북이 울렸습니다. 둥~둥~
그리고 군사를 대동한 불나방 미실이 불꽃을 향해 덤벼드는 것으로, 선덕여왕은 질풍노도의 항해길에 올랐습니다. 다음주에 치열한 미실의 마지막 불꽃놀이가 진행될텐데 한 주가 몹시도 길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럼 이글의 제목으로 잡은 빨간 서첩보의 정체에 대한 수수께끼로 돌아가서 제 개인적인 추측을 덧붙여 볼까해요.요즘 들어 누각에 앉아있는 미실의 평화로운 모습이 유독 많이 나오고 있는데, 참으로 자태가 아름답고 고혹적이십니다. 미실의 상념을 깨고 동생 미생랑이 다가와 묻지요.
"누님, 꼭 하셔야 겠습니까? 누님답지 않아 보여요. 당대의 평가가 욕은 들을지라도 역사 속에서는 빛날거에요. 헌데 이 일은 그 모든 것을 허물어 버릴 수 있을 겁니다. 누님은 이치에 맞지않은 일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미실은 불현듯 사다함의 얘기를 꺼냅니다. 딱 한번 이에 맞지 않은 일을 했다고요. "사다함과 연모를 했고,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가려 했었습니다. 그것은 나와 맞지 않는 일이었어요. 그 이후로는이에 맞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때와 비슷한 마음입니다. 이 미실도 이를 버리고 꿈을 쫓아갈 겁니다. 부서지더라도, 옥이 깨지듯 찬란히 부서질 것입니다" 에휴,,,너무나 멋진 명대사였답니다. 미실은 죽기전에 너무 멋진 대사를 남기고 가네요.

미실의 이 말속에서는 저는 두가지 속 뜻을 찾았어요. 비담에 대한 모정과 끝내 이루지 못했던 꿈을 위해 마지막으로 불사르고 싶은 집착...다 가진 미실이었지만 그녀는 사랑을 갖지 못한 여인이었어요. 사다함의 죽음으로 그녀에게 순수한 사랑은 끝이었지요. 권력과 야심을 위한 사랑을 했을 뿐이에요. 사다함과의 사랑 역시 이루지 못했듯이,버린 아들 비담에 대한 사랑도 그녀에게는 질긴 미련으로 남아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다함을 쫓아 이득을 버리고 도망쳤던 그때처럼, 한번도 사랑을 베풀어주지 못했던 아들 비담을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던져주고 가고 싶은 모성,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미실과 미생의 대화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다음 장면에서 유심히 보게 된 것은 설원공이 내민 빨간서첩보였어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뭐길래 설원공이 "왜 지금 이것을 가져오라고 했냐"고 물었고 "새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을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혼자서 추측을 해봤답니다. 미실이 그랬지요. "그것을 남긴 것은 애초에 설원공을 얻고 설원공의 불안을 달래려 함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 불안을 달래려 합니다. 우리가 실패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설원공이 "허면..?."하고 물으니 난데없이 미실이 "네, 비담입니다. 오늘 밤은 밤은 참으로 깁니다. 그날 밤처럼요"라며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났지요.
첫번째로 문제의 빨간서첩보에 대해 추측한 것은 사다함이 미실에게 남겼을 연서는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사다함의 마음이 담긴 연서를 그 동생 설원공에게 넘겨 주면서 설원공의 마음을 잡고, 한편으로는 "사다함을 잊겠습니다" 하고 설원공에게 미실의 마음을 전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왠지 약해요. 또한 '그날 밤처럼 오늘 밤도 길다'는 말을 생각해 보니 확률은 적어보여요.
그러면 그날 밤은 언제를 말하는 것이었을까요??? 저는 진흥제의 승하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봤어요. 진흥제가 승하할 때, 미실이 빼돌린 것이 바로 진흥제의 유언장이었지요. 미실이 유언장을 감추고 진지제를 옹립했고, 진지제는 비담, 즉 형종을 낳아줬는데도 배은망덕하게도 애초의 약속을 저버리고 황후에 올려주지 않았어요. 그러자 미실이 유언장이 조작이었음을 밝히며, 화랑들의 낭장결의로 진지제를 폐위시켜 버렸지요. 그리고 즉위한 인물이 동륜태자의 아들 진평왕(백정) 이에요. 물론 진지왕 사이에 낳은 비담은 버려졌고요. 
진흥제가 남겼다는 유언장의 진위를 아는 사람은 미실과 이일에 깊숙이 관련된 설원랑이었을텐데 갑자기 궁금해지는 거에요. 과연 진흥제가 후사로 지목한 왕자가 동륜태자였을까? 금륜왕자였을까? 혹시 진흥제가 진지왕(금륜태자)을 후사로 책봉한다는 유언장을 남기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만약에 그랬다면 정말 금륜태자(진지제)만 불쌍하게 된 것이겠지만. 아무튼 그 진지왕의 아들이 바로 미실과 사이에 낳은 비담이잖아요.
미실은 난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죽기전에 한가지 꼭 아들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겠지요. 그것이 비담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지왕을 후계로 삼으라는 유언이 공개가 된다면, 폐위된 진지왕은 성골신분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그 혈육인 비담은 황실의 일원으로 인정이 되는 것이지요,. 어찌보면 가장 정통성있는 후계자 순위에 설 수 있을 것이기도 하고요.
황후가 되겠다는 야욕으로 버려 버린 아들 비담, 자신을 너무나도 쏙 빼닮은 비담, 큰 꿈을 가지고 덕만공주를 택했다는 비담을 위해 찬란히 부서지고 싶어하지 않았을까요? 오래된 유언장의 진실을 밝히면서요. 이는 어디까지나 제 추측입니다. 정말 빨간서첩보에는 뭐가 들어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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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0 07:31




선덕여왕 43회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밤을 보낸 느낌입니다. 선덕여왕 시청자들 아마 이번회 보시고 눈물의 쓰나미가 한차례 지나갔을텐데, 저도 울었답니다. 춘추의 입에서 "어머니,"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어찌나 가슴이 울컥해지던지요. 춘추역의 유승호가 지난밤 많은 분들 눈시울을 적셨을 것 같네요.
이번 43회의 큰 줄거리는 춘추와 덕만공주의 화해, 그리고 미실에게 선제 공격에 나선 덕만공주의 조세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춘추의 눈물은 글 뒷부분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43회 리뷰 들어가겠습니다.

미실을 만나고 온 덕만공주는 미실이 황후보다 큰 것, 즉 황실의 심장을 움켜쥐려고 할 것임을 직감합니다. 사실 그동안 미실과의 싸움은 기싸움이라 할 수 있었지만, 이번 싸움은 느낌이 쎄한게 미실이 뭔가 큰 것을 터뜨릴 것 같아 불안하지요. 미실의 의중을 읽은 덕만공주가 깊은 생각끝에 내린 결론은, 귀족을 분열시키고 한사람이라도 내편으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미실의 기반이 귀족세력이니 미실이 딛고 서있는 기반을 기초부터 흔들어 버리겠다는 것이지요. 사실 그동안 죽어라고 미실의 발바닥 아래 눌려있던 귀족들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 환심을 사자니 귀가 번쩍 뜨이는 것을 내놓아야 하는데, 금은보화를 만들어 싸다줄수는 없는 일이고, 땅을 뚝 떼어서 줄 수도 없는 일이지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조세감면책이었지요. 세금을 파격할인해 주겠다니 얼씨구나! 감지덕지겠지요. 덕만공주는 부지런히 장적(토지대장) 조사작업에 착수합니다. 
한편 청유에서 돌아 온 미실은 이제 '다른 사람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지 않고 직접 황실 심장부에 앉겠다'며, 세종공과 설원랑, 그리고 자식들 앞에서 도와달라며 무릎까지 꿇었어요.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것이지요. 평생을 미실이라는 여인의 마음 하나에 매달려 온 설원공이나 세종공도 처음에는 당황하지요. 하지만 이내 자기들 그릇이 작았음을 인정하며 "그래, 시대의 여걸 미실을 한번 밀어줘보자"며 의기투합했지요. 미실이 오기전까지 큰 싸움이 될 일촉즉발의 위기에 까지 갔던 두사람이었지만 말이에요.
미실은 의외로 조용히 누각에 홀로 앉아 유유히 흐르는 구름이나 감상하며 여유자적한 모습이에요. 생각해보면 미실은 지금 정말 편안한 마음일 것 같아요. 한가지 뜻을 세웠으니 그동안 덕만공주와 싸워왔던 문제들은 차라리 자잘했다고 생각할 거에요. 일단 덕만공주에게 알아듣기 쉽게 말을 해놨으니 덕만공주가 어떤 식으로 들어오는지 지켜보겠다는 심산이겠지요. 먼저 설쳐봐야 의심만 할테고... 그런데도 저는 미실의 평화로운 얼굴을 생각하니 여전히 다른 속마음이 있어 보이는데 이것도 병입니다. 저는 지금도 미실이 덕만공주를 왕으로 만들어 주려는 대의적인 희생에 한가닥 미련을 버리고 있지 못하고 있거든요.ㅎ
덕만공주 드디어 큰 사건 하나를 터뜨렸지요. 바로 조세감면안을 화백회의 안건으로 채택해 달라고 올렸는데, 내용이 정말 이상적인 꿈의 조세책입니다. 우리나라 세금정책 세우시는 분들도 참조 많이 했으면 좋겠는데, 1400여년 전에도 그토록 훌륭한 정책을 생각했는데, 좋은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 시행했으면 싶네요. 안건으로 내 놓은 조세감면책은 쉽게 말하자면 재산 정도에 따라 부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가난한 백성들이나 중소 귀족들은 각자 형편에 맞게 세금을 적게 내게한다는 그런 내용이에요. 아니나 다를까 가난한 백성들과 귀족축에도 못끼었던 중소 귀족세력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손해가 심할 대 귀족들은 이런 날벼락이 있나 싶지요.
이제부터는 신라 돌아가는 모양새가 각자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으로 흘러갑니다. 하다못해 미실측의 화랑들 사이에도 동요가 읽고 있으니까요. 누구 편에 줄을 선다는 게 이런 거겠지요. 손익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덕만은 기막힌 수를 내 놓은 거겠지요. 다수의 중소 토호 귀족도 내 편으로 잡고, 민심도 잡겠다는 거지요. 사실 이 민심이라는게 총칼의 힘 보다 무서운 거잖아요.
미실도 이런 덕만공주의 속셈을 훤히 꿰뚫고 있지요. 미실이 현재 상황에서 잃으면 안되는 것이 바로 귀족 지지세력과 민심이에요. 공포정치의 화신 미실이 언제 민심의 지지를 얻었을까 싶겠지만, 미실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몇점은 얻어 가는 게 있지요. 진흥왕과 함께 신라를 고구려, 백제로 부터 지켜내 온 공적들도 있을 것이고, 미실에게 떡고물 얻어먹은 귀족들도 쉽사리 등을 돌리지는 못할 테니까요.
미실도 민첩하게 움직이지요. 미실이 쥐고 있는 것은 화백회의 대등들의 지지였지요. 전원 만장일치 제도라는 화백회의의 장단점을 다 알고 있는 미실이 덕만공주에게 맞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한명만 제외시키고 덕만공주에게 손을 들어주면서 안건은 부결시키고, 미실 측의 대귀족들은 욕도 안 먹고... 결국 화백회의에서 덕만공주의 안건은 부결되면서 미실이 일단 승리를 했네요.
그런데 덕만공주는 예전의 덕만공주가 아니에요. 미실이 세 수를 생각해 놓으면, 덕만공주는 아마 다섯수는 준비하거든요. 조세감면책이 부결되자 다시 덕만공주는 새 발의안을 내놓는데 이것은 아마 미실이 생각하지 못한 수 같아보여요. 여성으로 왕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엉뚱공주임을 상기했더라면, 덕만공주가 다시 기발한 공격을 해 올 거라는 것도 알았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덕만공주가 다시 제의하는 것은 만장일치제의 화백회의를 다수결제도로 바꾸자는 거에요. 띠웅~

덕만공주는 조세감면책이 화백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것을 미리 내다봤지요. 대등들이 대부분 미실편이고, 아니 미실편임을 떠나서 자신들 목을 죄어오는 일인데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지요. 덕만공주가 의도한 것은 최종적으로 대귀족이 잡고 있는 화백회의를 박살내는 거였어요. 그래서 미리 포석으로 조세감면책을 깔아 두고 간 것이엇지요. 통과가 되든 말든 민심도 얻고 귀족들 지지도 얻고 일석이조지요. 그리고 다음 수로 화백회의, 즉 대귀족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화백회의를 와해시켜 귀족들을 흔들 심산이었겠지요. 그런데 미실이 둔 수는 악수가 되고 말았어요. 9:1의 결과가 나왔는데 김서현공과 용춘공을 제외한 나머지 미실측의 7표는 앞으로 다시 같은 안건이 나오면 찬성표를 던져야 할텐데, 빼도 박도 못하게 생기게 된 거지요.

그런데 여기 아프고 지칠대로 지친 어린 영혼, 춘추공이 드디어 스스로 고름을 짜내고 새살을 채우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덕만공주를 무던히도 애를 먹이더니 드디어 덕만공주 품에 안겼지요. 일단은 다행이에요. 방황을 일찍 끝내줘서 말이에요. 덕만공주와 춘추공은 이번회 감정적인 분열은 끝내고 손을 잡은 것으로 보여요. 물론 정치적인 생각까지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미실의 강력한 반기에 춘추가 덕만공주의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지요. 혼자 싸우기는 버겁고 그렇다고 투항할 수는 없고,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일단 손은 잡아야지요. 
미실을 얕잡아 보고 한 수를 날린다는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자기가 맞아버렸으니, 이번에 춘추공 크게 놀랐지요. 흔들리는 갈대와 같았던 춘추는 덕만공주가 내민 손을 잡았습니다. 춘추는 마음을 굳히기 전에 무던히도 덕만공주 속을 떠봅니다. 어리지만 덕만공주가 진정 군주의 자질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겠지요. 그래서 덕만공주에게 차라리 미실에게 신국을 넘기라고 제의도 해봅니다. 덕만공주는 미실을 신국에 넘길 수 없는 이유를 미실의 지지기반인 귀족들 때문이라고 말해주지요. 덕만공주는 강한 신국, 백성에게 희망을 주는 신라를 만들어가고 싶어하니 귀족들 손에 넘길 수는 없다고 합니다. 덕만이 만들고자 하는 신라는 백성이 지지기반인 나라거든요.
미실에게 당한 것을 안 춘추는 미실을 찾아갑니다. 덕만공주가 조세감면책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는데도 아무 동요가 없는 미실이 궁금해서 였지요. 미실은 자신을 찾아 온 춘추의 간담을 서늘케 해 버리지요. 마치 어린 천명공주를 다정하게 안아주며 "너 때문이다"라고 했던 그 모습과 같은 식으로 말이지요. 어찌나 무섭던지 춘추뿐만이 아니라 저도 놀랐답니다." 공의 부친 용수공, 공의 모친 천명공주님... 제가 다 죽였습니다"라면서요. 그리고 차분했던 목소리를 바꿔 춘추를 향해 격한 감정을 드러냈지요. "나한테 머리로 덤벼들려 하지마. 목숨을 걸거나 그냥 죽거나 양자택일 해. 나, 미실은 황후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온몸으로 온 가슴으로 모략을 펼치며 목숨을 던져왔어. 그런데 머리로만 날 상대하겠다니 우습구나. 덕만공주처럼 너도 목숨을 던져 싸워야 할게야. 황족이라는 이름으로 거들먹 거리지 말란 말이다"
이렇게 무서운 말을 들으니 춘추공 바들바들 떨리기도 하고, 미실을 앝봤던 게 실수였음을 알게 된거지요. 그리고 어머니 천명공주의 사당에서 제를 올리는 덕만공주를 마주하며 춘추는 결심을 세우지요.

덕만공주가 내미는 손을 잡는 춘추의 마음은 두가지에요. 우선은 현실적 타협을 하겠다는 것이고, 하나는 그 동안 억눌러 왔던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었어요. 춘추가 덕만에게 말했지요. "저를 품는다는 것은 제가 가진 모든 것, 저의 독까지 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춘추의 마음에 있는 독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복수와 야망이겠지요.
어머니를 죽게 한 사람들에 대한 복수, 그리고 신라를 가지겠다고 하는 야망. 이런 두가지 마음을 품고 춘추는 현실적인 선택의 기로에서 덕만공주의 손을 잡은 것이지요. 생각없이 기루나 들락거리고 잡기에 빠진 춘추에게 신라는 어떤 나라였을까요. 물론 드라마 상이지만 춘추에게 신라는 어머니와 같은 나라에요. 이국타향 수나라에서 춘추를 잡아주었던 것은 '곧 데려오겠다'는 어머니의 편지였지요. 한 해 두 해 그렇게 수년간 어머니를 기다리던 춘추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하고 돌아 온 신라, 자신의 어머니를 지켜주지 못했던 신라는 복수하고 싶은 나라였을지도 몰라요. 덕만공주처럼요.

그런데 덕만공주 역시 같은 마음이었었음을 알고 춘추도 마음을 누그러뜨리게 되었지요. "누구도 믿지 못하였더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라며 같이 시작하자는 덕만공주의 말은 춘추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어머니를 죽게 한 원수를 눈 앞에 두고도 복수하지 못하는 어린 소년의 마음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지닌 이모 덕만공주의 품에서 그렇게 무너졌지요. "미실을 이기실 수 있습니까? 어머니... 우리 어머니... 제가 운 것 만큼 공주님께서도 우셨습니까?"라며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데 한 순간 온몸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춘추의 감정을 끌어내는 유승호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복수 그 모든 감정을 실어 "어머니"라는 가슴 시린 그 한 단어에 다 실어 말을 하는데 벌써 제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고요.

화백회의를 잡고 있는 대귀족들을 향해 싸움을 건 덕만공주, 동요하는 여론, 덕만공주와 춘추의 연합 등등 상황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것으로 보아 이제 이판사판 큰판이 벌어질 모양입니다. 덕만공주는 미실과 대귀족들을 상대로 직빵으로 선공을 해버렸으니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고 했나요? 누가 쥐고 고양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곪기 시작한 황실과 귀족들간의 혼란과 분열은 고름으로 터져 나와야 겠지요. 물론 역사는 덕만공주의 편이니 미실과의 싸움에서 썩은 고름을 짤 주인공은 덕만공주가 되겠지만요. 모든 상처는 곪아들기 시작했을 때가 가장 아픈 법이지요. 지금 신라의 모습이 그렇게 곪아들기 시작하는 형국이에요. 덕만공주도 미실도 힘들고 아프지요. 모든 것을 걸어야 하니까요. 폭풍전야의 신라, 덕만공주, 춘추, 미실 앞에 과연 신라의 아침은 어떻게 밝아올까요? 선덕여왕 시대의 서막을 열 사건이 두근두근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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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07:22




잠에서 깨어난 미실의 행보가 드라마 선덕여왕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데요, 저는 지금까지 계속적으로 미실의 진의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해오고 있었어요. 저는 미실이 덕만공주를 왕으로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작가의 생각과  비교해 보고 싶은 치기도 발동되고, 아무튼 여러면에서 선덕여왕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다음 주는 서라벌로 돌아 온 미실이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는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후를 향해 다가가는 미실의 반전이 전개되겠지요. 
저는 여전히 미실의 초심이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에서 헤어 나오고 있지 못합니다. 과연 신라역사에서 미실이라는 인물을 어떤 식으로 되새김질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때문이에요. 그동안 선덕여왕 양대산맥의 한축이었던 미실이었기에 그 한축이 무너져가는 허탈함도 있고, 역사책에서 이름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던 미실이라는 인물을 이렇게 크게 그려준 작가가 존경스럽습니다. 사족이지만 저는 작가님에게서 미실에 대한 애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권력에 눈이 멀어, 황후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자식도 버린 비정한 미실에게 환호하는 이유는 미실의 대인배 정치기질과 담대함을 잘 녹여주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또한 고현정이라는 배우에 대한 애정도 한몫 하고 있겠고요.
그럼 드라마에서 보여 준 미실의 정치인생과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미실의 초심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실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덕만공주의 여왕선언과 춘추공의 골품제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인해서요. 그리고 자기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미실의 시대는 진흥제와 궤를 같이합니다. 진흥제의 죽음은 미실의 시대를 가져왔고,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한 시대를 풍미하며 살아왔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미실에게는 치명적인 컴플렉스가 있어요. 황후가 되지 못한 것과 성골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미실이 성골이었더라면 황후가 되기가 쉬웠겠지요. 경국지색의 미모와 지략을 가진 그녀였으니까요. 황후가 되기 위해 했던 일이 진지왕에게 색공을 바친 일이었지요. 그리고 비련의 아들 비담을 낳았고, 진지왕은 결국 미실을 황후자리에 앉히지 않았지요. 비담은 버려졌고, 그녀는 다시 진평왕을 옹립해 다시 황후가 되기를 시도합니다. 그런데 회임한 마야부인이 나타났지요. 뱃속에 자신을 대적하고 신라의 하늘을 밝게 할 개양자 둘(천명, 덕만)을 품고서요. 

이때부터 미실의 목표는 달라지게 됩니다. 자신을 대적할 개양자를 없애는 일이 과제가 되었지요. 어린 천명공주에게 황실에 성골남자가 없는 이유가 "너 때문이다", "도망치거라"라며 공포에 떨게 한 말들은, 자신을 대적할 개양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함이었지요. 그런데 천명공주는 의문의 죽음을 당해버립니다. 미실에게 위기였지요. 천명공주의 죽음 배후에 미실이 있음을 세상이 다 아는데, 미실이 무너질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요. 그런데 미실에게는 황실을 한방에 무너뜨릴 열쇠를 가지고 있었어요. 바로 황실에 있었던 쌍생의 비밀이었지요. 결국 황실과 미실은 천명의 죽음과 쌍생을 두고 암묵적인 거래를 하고 미실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미실은 또다시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일식과 사라진 예시록의 비문을 가지고, 어출쌍생의 비밀을 폭로하며 진짜 개양자 덕만공주가 나타났지요. 공주 추인식을 치르고 덕만공주는 직방으로 미실의 컴플렉스를 건드려 버립니다. 29회 방송에서 덕만과 마주쳤을 때 "아직도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십니까"라며 미실이 덕만공주의 손을 잡자, 덕만공주가 했던 말 기억하시지요? "무엄하구나, 어디 감히 성골의 몸에 손을 대느냐!"라고 했던 말 말입니다. 나아가 여왕이 되겠다는 선언까지 듣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춘추의 공격이 이어집니다. 진골의 신분으로 왕이 되겠다는 것이었지요. 
왼뺨, 오른 쪽 뺨까지 내줬는데 이번에는 뒷통수까지 친 격이지요. 평생 극복하지 못했던 컴플렉스를 치고 들어오는 덕만공주와 춘추를 보며, 미실은 자신의 중대한 실수를 깨닫게 됩니다. 여자라는 신분과 진골이라는 혈통을 부정해 버리는 두 사람을 보고 미실은 정신이 든 거지요. 컴플렉스를 황후자리와 권력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자신이 한심스러웠겠지요. 답은 스스로 왕이 되면 모든 게 게임오버였는데 그걸 몰랐던 뒤늦은 각성을 통탄했겠지요. 

미실은 혼자 생각에 잠깁니다. 그리고 방백이 흘러 나왔지요.
"여인이기에 상상하지 못했던 왕으로의 길, 주인의 길...한 시대가 가는 것인가?"
미실의 방백이 중요한 것은 무엇이 포인트였는가 입니다. 저는 미실의 말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왕, 혹은 주인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미실의 생각 포인트는 바로 '길'이에요. 그리고 설원랑이 "무얼하고 계셨느냐"에 대한 미실의 방백 또한 그 '길'에 대한 것이었지요. "난 그 오랜 세월을 뭘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미실은 길고 달콤한 잠을 잡니다. 버겁게 움켜쥐고 왔던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본 처음이자 마지막 휴식이었지요. 그리고 비담과 소풍을 갑니다.
비담과의 짧은 소풍은 마지막을 위한 주변정리라고 보여집니다. 한번도 사랑으로 품어주지 못했던 아들 비담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아간 미실은 행복해 보였어요. 아들의 손에 몸을 기대보기도 하고, 문노와 설원랑, 그리고 자신의 낭도시절 즐거웠던 기억, 진흥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미실은 웃고 있었거든요. 소소한 일상에서 나오는 그런 웃음 말이에요. 초라한 황후의 꿈을 위해 아들도 버리고, 시대도 거슬렀다며 미실다운 변명을 하는데, 어찌 미실이라고 버린 자식에게 울며 속죄하고 싶지 않았겠어요. 주워담을 수 없는 일인 것을...
미실에게 비담은 한가지 청을 하였지요. "천년에 이름을 얻을 원대한 꿈을 가진 이 아들을 위해, 초라한 꿈따위는 버리는게 어떻겠느냐"고요. 하지만 미실은 안되겠다며 "다시 시작을 하는 게 나 미실이다"라며 새로운 꿈을 향해 야심을 드러내지요. 그리고 이후 찾아온 덕만공주에게 새로운 결심이 섰음을 말해줍니다. 마치 "모든 것을 엎어버리겠다"는 반역의 의미를 담아서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시대입니다. 염치없이 공짜로 달라고 하지는 마세요. 시대의 이름을 갖는 일에 저를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미실이 덕만공주에게 했던 이 말 속에는 함정이 하나 숨어있어요. 시대의 이름을 갖는 일이라는 말뜻이에요. 미실이 덕만공주에게 나를 넘어서라고 했던 것은 시대의 이름을 갖는 일을 할 사람이 자신은 아님을 인정하는 말이지요.
그리고 미실은 청유를 나선 이유를 초심이 필요해서 라고 고백합니다.
그럼 처음 문제 제기를 했던 미실의 초심이 무엇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지요. 벌집이 돼버린 상황에서 초심을 찾아 온 나들이 길에서 미실은 진흥제와 어린 낭도 시절을 떠올립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지요. 고구려, 백제와 숱한 전쟁을 치르면서 진흥제와 함께 이루려고 했던 일, 그것은 바로 신라의 대업을 위한 길이었어요. 신라의 대업은 삼한일통이었고, 그 길을 가는 자가 시대의 이름을 얻는 자가 되겠지요. 그래서 미실은 덕만에게 나를 넘어서 시대의 이름을 가지라고 주문을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미실이 직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것은 두가지 이유에서 에요. 작은 이유 하나는, 미실은 자신이 저승길과 멀지 않은 나이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다른 큰 이유는, 덕만공주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미실은 덕만공주에게 숱하게 대업과 삼한일통에 대한 덕만공주의 꿈을 들어왔습니다. 그때마다 덕만공주를 무시했던 것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거에요. 물론 속으로 질투와 욕심도 있었겠지요. '왕후장상의 피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면 너와 같은 꿈을 꿀 수도 있었는데, 넌 참 쉽게 가는구나"라고 이를 바득바득 갈기도 했겠지요. 미실이 찾은 초심은 오랫동안 잊어왔던, 낭도시절 가슴을 뛰게 했던 불가능한 꿈, 대업의 꿈이었어요. 그리고 꿈을 꾸는 또 다른 자신, 덕만공주와 마주했습니다.
그런데 미실은 덕만공주를 바로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미실은 덕만공주가 넘어야 할 산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알고 있어요. 그것은 정통성과 세력화합이에요. 여왕이 되겠다고 했을 때 황실과 신라 귀족들은 덕만공주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지요. 춘추공이 골품제를 부정하고 나왔을 때는 귀족들이 춘추와 줄을 대기 위해 서로 반목하는 상황이 벌어졌고요. 그런데 이 힘의 구심점을 만들어 줄 사람이 바로 미실 자신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황실과 귀족세력 사이의 반목의 중심에는 미실 자신이 있었고, 덕만공주나 춘추가 대업의 길을 가게 하기 위해서는 반목과 대립의 중심에 있는 자신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요.
그러나 백기투항의 방법은 그녀의 방법도 못되고, 덕만공주가 궁극적으로 귀족들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겠지요. 그래서 미실은 스스로 나서서 덕만이 딛고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되기로 나섰다는 생각입니다. 스스로 희생양이 되는 방법을 택한 것이지요. 설원랑, 세종공, 덕만 등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방법으로 말이지요.
미실이 비담에게 문노, 미실, 설원 세사람이면 천하를 통째로 삼킬 것이라 했던 진흥제의 말을 들려 준 것은 화합의 의미였다고 생각합니다. 천하를 삼킬 수도 있었던 세 사람이었으나 진흥제 죽음이후 문노와 결별했고, 사랑에 눈이 먼 설원공은 대업보다는 사랑의 포로가 되었고, 오직 자신은 황후가 되겠다는 욕심으로 잊어버렸던 대업의 길이 미실이 찾은 초심이었지요. 그 길을 걷겠다고 나선 덕만공주, 유신랑, 그리고 비담을 위해 자신이 해 줄 일은 황실과 귀족세력의 분열과 대립을 끝내 줄 교두보가 되는 것이었지요. 자신을 이길 때 덕만공주의 여왕 즉위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명분을 세워줍니다. 또한 황실을 견제하는 귀족들의 지지도 얻게 되겠지요.
92년 대선에서 고 정주영회장이 "눈이 내리고 있을 때는 마당을 쓸지 않는 것이다"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미실은 혼란스러운 문제들이 오히려 수면위로 떠오르기를 기다려 주고 있었지요. 주인이 한꺼번에 쓸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리고 그 속에 함께 쓸려갈 자신 또한 내다봤을 테지요. 미실의 초심을 생각하면서 새삼 상기한 사실은 미실은 진흥대제와 함께 시대의 꿈을 꾸었던 신라인이었다는 것이었어요. 자신의 뒤를 이어 새로운 세대가 그 꿈을 이어가고, 이루어 주길 진정 바랬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온몸을 던져 희생하고 가는 것이 시대의 주인들을 위한 마지막 선택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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