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연'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1.11.23 '천일의 약속' 짜증나는 쌈닭모녀, 불쾌해서 혼났다 (23)
  2. 2011.10.18 '천일의 약속' 수애의 감정 못살린 대사처리, 긴장이 컸나? (4)
2011.11.23 09:56




천일의 약속, 잘 그리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울 이 드라마에도 참으로 똥꼬같은 진상 결정판이 있으니, 바로 사촌언니 명희(문정희)입니다. 똥꼬라는 표현은 드라마에서 나온 표현이기에 한 번 써봤는데요, 서연이 지형과 결혼하겠다는 것을 알고 거품물고 달려 온 명희가, "똥꼬로 호박씨 까는 재주 결정판이다"라는 대사를 날렸죠. 좋아하는 드라마지만 항상 좋은 말만 할 수는 없고, 이번 리뷰는 그동안 드라마를 보면서 불편했던 것에 대한 것을 말할까 합니다.
솔직히 이번회는 묘하게 불쾌하고 불편한 것들이 눈에 띄어, 정작 행복에 겨워 들떠있는 서연과 지형에게는 관심이 끊어지고, 서연의 사촌언니와 고모의 1,2,3탄 전쟁에만 관심이 쏠리더군요. 대사의 정도가 욕설에 맞먹을 정도의 지껄임이었기에(?), 불쾌하고 불편한 심정을 겨우 참고 봤네요.
김수현 작가가 이런 설정을 왜 만들었는지, 그 저의를 짐작할 듯하면서도(복이라고는 지지리도 없는 서연이 고모네 집에 얹혀살며 성질 지랄맞은 사촌언니의 시기, 질투, 구박 속에서 자랐다는 것?), 이렇게 위아래도 없는 막장같은 모습을 굳이 보여 주어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좀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흥분하지 않는데, 종영된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한심한 캐릭터들이 생각나면서 욕을 한바가지로 해주고 싶네요.
당췌 시끄러워서 이분들 나오면 사실 딴짓도 좀 하고 그랬는데, 대사까지 씹어서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듣기조차 힘들더라고요. 그나마 한국말에 익숙해서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도 절로 알아들었고,"엄마 한번도 내 편된 적 있으면 내 성을 갈어"라는 대사도 많이 익숙한 말이라, 대사는 씹혔어도 제 귀가 그냥 대충 조합을 해서 들었네요.
서연의 고모(오미연)와 그 딸 명희(문정희)의 티격태격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보기 민망하고 불편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회는 그 정도를 넘어서 몸싸움까지 하고, 그것도 처음 인사오는 지형 앞에서 그런 망신스런 추태를 보이는 모습이 눈살 찌푸리게 했습니다.
명희가 서연을 곱게 보지 않은 것은 자주 나왔지요. 물론 가족이라는 기본 애정까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피해의식이 생각한 것보다 큰가 봅니다. 어느 부모가 아무리 부모에게 버림받은 가여운 조카들이라고는 하나 제 속으로 낳은 자식만큼 이야 아끼겠습니까? 속좁은 명희의 자격지심, 질투, 한 성질하는 못된 성격탓이기도 하고, 그동안 서연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겼다는 것에 대한 투정을 부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는 행동이 철없고 유치하게 까지 보여서 말이지요. 캐릭터를 너무 리얼하게 살린 문정희를 탓해야 하는 것인지, 헛갈리기까지 하네요.
서연의 결혼상대가 지형이라는 말에 명희는 축하하는 마음보다는 시기와 질투에 배부터 아파옵니다. 감정 듬뿍 담아 흘기는 눈이 장난도 아니었고, 진심같아 보이더군요. 처음에는 지형에게 "너도 유유상종이라고 너도 서연이랑 똑같이 의뭉스럽다. 어떻게 그렇게 독하게 사기를 쳐?"할때만해도 동생의 친구에다 잘아는 지형이어서 놀랐다고, 농담반 장난으로 말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기분 엄청 드럽다. 징그럽고 무섭고 불쾌하다"라는 말에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어요. "똥꼬로 호박씨 까는 재주 결정판이다"라며, 아니꼽다는 듯 눈 내리깔고 축하한다는 빈말을 던지자, 뭐 저런 여자가 다있나 싶더군요. 매를 번다고 그런 딸을 고모가 가만두지 않았고, 손이 먼저 나가지요. 때리는 고모를 말리는 서연을 확 밀치는 명희, 도끼눈을 뜨고 "말리는 시#%$%$%#%&"어쩌고 했는데 암튼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밉다는 대사까지 꼬여가며, 분통을 터뜨리는 명희였죠. 난장판 싸움을 하는 쌈닭모녀를 보니, 아무리 못 배운 집에서도 사윗감 앉혀놓고 저러지는 않겠다 싶어서, 혀를 끌끌 차고 말았네요. '도대체 저게 뭔짓이래!'이러면서요.
그래도 창피하고 자존심은 있는지, 딴 사람있는 데서 때리느냐고 고모에게 따져드는 명희, 그동안 서연이한테 엄마의 애정을 빼앗겼다고 생각해 온 명희였기에, 충분히 그 심정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부모 앞에서 자기도 애 가진 어른이라며, 엄마가 자기 편들어 준 적있었다면 성을 갈겠느니 말겠느니....부모 앞에서 성을 갈겠다는 막말을 하는 막돼먹은 꼴이라니...참 어이가 없었네요. 
 

명희의 진상 2탄은 고모부의 생일케익 앞에서 또 이어졌습니다. '생일축하합니다'라고 노래하는 띵똥이 머리를 밥통이라며 쥐어박으며, 생신이라고 고쳐 주었지요. 어른에 대한 교육은 좋았지만, 뻑하면 아이 머리에 손을 대는 엄마, 에고 그것도 한심스럽고...매맞는 띵똥이만 불쌍하고...
명희와 고모의 진상 3탄은 술먹고 들어온 띵똥이 아빠 정준으로 완결판을 찍었습니다. 유유상종, 부부일심동체라고, 평소에는 착해보이더구만 술마시면 정신줄을 놓는 것이 이집 사위 정준의 술버릇이었나 보더군요. 들어오자마자 마당의 물건을 집어던지고 양동이를 걷어차고, 맛이 아주 제대로 간 모습이었죠.
장모님을 불러 한다는 소리가 세상에, "장모님 경우 바른 척 독판하시면서 왜 이렇게 무식하세요?" 허걱, 이건 또 뭔 봉창 두드리는 물건인고?싶었네요. 자기 부인이 모욕을 당했다고 딴에는 술먹고 아내편을 들어준다고 들기는 했는데, 번지수를 잘못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듯 싶어서 말이지요.
"사촌동서 처음 인사받는 자리에서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그게 경우입니까? 장모님 깡패에요? 꼭 동서앞에서 개패듯 그러셔야 했어요?". 장모에게 강패냐고 묻는 언사에 그만,,,입맛 쩝쩝다시고 말았습니다. 덧붙여 마마보이 완결판까지 찍는 사위였죠. "우리 엄마가 알면 장모님 국물도 없습니다". 고모도 사위에게 오냐 나가라며 기가 차했지만, 어른다운 모습이 아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참다참다 못한 고모부가 그만못두느냐고 역정을 냈지만, 장인에게도 한마디하려다 급기야는 명희에게 귀싸대기인지, 머리통인지 퍽 소리가 나게 맞고 말았지요. 
상황은 일단 종결되었지만, 이 콩가루 집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스럽기만 하네요. 아이 머리를 때리는 것도 예사, 남편 머리까지 손찌검을 하는 명희라는 캐릭터는 참;;;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고모와 명희의 신에서는 '누가누가 목소리 크나' 내기라도 하는 듯해서 솔직히 귀가 따가웠는데, 하는 짓마저 진상쌈닭입니다.
콩쥐 서연이와 팥쥐 명희라는 설정이 굳이 필요하지 않아도 충분히 서연의 입장이 이해되고도 남는데도, 명희라는 캐릭터는 오버스럽습니다. 물론 서연이가 알츠하이머라는 것을 알면, 울며불며 땅을 치고 후회하며, 두 사람이 긴 앙금을 풀고 화해한다는 결말이 예상이 되지만, 개과천선하는 식상한 캐릭터로 그려야 했는지 싶네요. 고모에 이어 서연의 상태를 알면 가장 많이 가슴 아파하고, 서연을 보듬어줄 인물이 명희가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명희라는 캐릭터의 진상짓에 실망인 이유는, 소위 가진 것없고 배움이 부족한 사람, 그리고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행동도 철부지라는 식으로 그려가는 캐릭터의 식상함함과 함께, '콕 집어 이거다'라고는 설명이 안되는 불쾌감이 느껴져서 일 겁니다.
명희와 고모, 그리고 명희 남편을 보면서 그 캐릭터들의 진상짓 이면에 보이는 음,,,뭐랄까 묘하게 없는 사람에 대한,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에 대한 모욕감같은 것이 느껴졌다랄까요? 향기네는 열외로 하고, 지형의 어머니 강수정과 지형의 이모, 지적이고 말은 고운 체에 거른 듯 가지런하고 정갈스럽죠. 특히 강수정은 인품도 고결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서연을 만난 자리에서도, 그녀는 알츠하이머임을 알기전에도 서연에게 모욕적인 언사 한마디를 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고모 오미연은 말투가 거칠기는 하지만 정도 많고, 아들과 딸을 천지차로 대접하는 어머니 모습입니다. 서연이 오누이라면 끔찍하게 마음써 주고, 아들 재민(이상우)을 하늘처럼 받드는 어머니죠. 

이런 것을 문제삼으려는 것은 아니고, 드라마속에 흐르는 없는 사람들,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행동도 말도 인품과는 거리가 먼 듯 그리는 점입니다. 지형을 앉혀놓고 한 행동은 고모나 명희나 얼굴 화끈거리게 했죠. 사실 향기어머니 오현아가 향기게 말하는 행동과 말도 고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불쾌감을 느끼게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격지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모네 집은 뭐랄까 격떨어지게 느껴지는 듯한 그런 것이 보이는데, 이 모녀가 그 분위기의 주인공들이지요.
지형의 가정환경과 서연이 자라온 환경이 하늘과 땅차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형편만으로 한눈에 보이는데, 없는 집 못 배운 집이라고, 조카사윗감이 처음 인사를 온 자리에서 모녀간에 싸움질을 하는 몰상식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지...아무리 성질머리 더럽다고 해도, 대놓고 눈 흘기고 사기쳤다며, 기분더럽고 징그럽고 불쾌하다고 말하는 사촌언니가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서연이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서도, 자기 엄마를 여기저기 선자리 알아보고 다니게 했다고 화내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참 고약한 캐릭터더군요. 
가난한 환경, 못배운 집이라도 똥오줌 정도는 가리지 않습니까? 기분내키는 대로 막나오는 대로 말하는 애엄마나 손찌검하는 고모나, 또 남편 머리통을 때리기까지, 마치 경제력, 가방끈으로 사람의 인품이나 기본까지 갖추지 못했다는 식으로 가르는 듯해서 실망스러웠네요. 양쪽 집안의 분위기를 이런 식으로 대조적으로 굳이 보여야 하나 싶어서 말이지요. 
배운(?) 사람들은 밥대신 라이스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지 않고 나온 실수를 한 서연에게, 출판사 동료가 플러시 안하셨어요?에서는 뿜었습니다. 어찌나 실소가 나오는지 말이지요. 제가 외국에서 그것도 영어권에서 사는데, 여기서 오래된 한인들도 플러시해라, 플러시했어요? 라는 말은 사용하는 것을 못봐서 말이지요. 

같은 방송사에서 하는 수목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한글이 창제되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건만, 입에 붙어버린 외래어는 어쩔 수없다고 치더라도, 일상에서 많이 쓰는 "물 안내렸어요?" 대신 굳이 영어로 표현해야 하는지 좀 그렇더군요. 그렇잖아도 우리말에 외래어 침식이 심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마당에, ''플러시'같은 단어를 굳이 써야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에이프런'까지는 넘어갔는데, 화장실 물내리는 것을 플러시라고 써야 유식해 보이고, 더더구나 화장실이 예술의 전당이 되는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하긴 고흐전집에 이름도 다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작가들의 시나 소설을 나열하는 지적인, 인텔리 도우미 지형이 이모라는 정체 궁금한 분도 있죠. 저는 김수현 작가를 좋아하고, 노령에도 그 열정적인 집필활동에 경의를 표하고 있지만, 가끔씩 보여지는 영어사대주의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름대기도 어려운 외국 작가들이나 화가 이름으로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하면서, 사람들의 수준마저도 양분시키는 것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저만 그런가 싶습니다. 그런 것을 아는 것이 마치 귀족층이고 문화인들이고 품위를 지켜주는 것이라고 하는 것마냥 말입니다. 서민들이라고 책 한권 읽지 않는 것도 아니고, 모두 막말만을 하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런데 너무 많이 알아 상황이 우스워져 버린 대사가 있었으니,  "플러시 안내렸어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이질적인 말의 충격이란???ㅎㅎㅎ 혹시 요즘 한국에서는 다 그렇게 표현하고 있나요? 제가 잘 모르고 있나 싶기도 하고;;

서민가정, 못배운 집, 좀 쳐지는 집은 집안도 콩가루라는 식으로 그려지는 것이 못마땅해서 개인적으로 푸념도 했지만, 그렇다고 천일의 약속에 흐르는 '사랑'이라는 가치와 깊이까지 퇴색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연이와 지형이의 사랑을 더 빛나고 고귀하게 보여주는 캐릭터가 있다면, 지형의 엄마 강수정(김해숙)일 겁니다. 품격있고 고상하고, 그 인품이 위선적이지 않은 진정성에서 나와, 존경스러운 캐릭터지요.
이번회 여전히 지형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삭스핀을 만들어 온 향기에게, 지형이 결혼할 거라고 알려주면서도, 그 안됐어하고 미안해하고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온전히 전했지요. 남자로 지형이는 잊으라며, "지형이 마음에 네 자리는 없어. 이제 그만해. 세상에서 제일 아픈게 혼자 사랑이야"라고 향기에게 단념하라고 말을 하면서도, 어찌나 안쓰러워 하던지요.
강수정은 지형의 결혼준비를 물으면서도 엄마로서 서운한 것도 감추지 않고, 그러면서도 아들 결혼에 할 일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도 에둘러 표현하고, 속상한 심정으로 눈물도 흘리지요. 신접살림인데 이것저것 나서서 준비도 해주고 싶지만, 남편과 향기엄마를 봐서라도 나서서 그럴 수도 없어 속상한 마음까지 전해지더군요. 
속이 문드러지면서도 아들에게 실망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위해 무너지지 않으려는 강수정을 보면, 배울점이 많습니다. 그 인품도 물론이지만, 저는 아들을 인격체로 대하고 어려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사실 가장 허물없는 사이가 부부, 부모자식 사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가장 쉽게 허물도 내보이고, 헛점도 내보이게 되는데, 김해숙을 보면 가장 작은 규모 가정에서도 반듯함을 잃지 않으려고 하죠.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인물이 강수정이라는 캐릭터에요. 아들을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반듯하게 살기를 바라기에 그 거울이랄 수 있는 자신을, 먼지 앉지 않게 반질반질 윤을 내고 닦는 모습은 부모들 모두 보고 배울 점입니다.

***다음주 예고를 보니 드디어 시한폭탄이 터지더군요. 강수정이 지형과 서연이 결혼한다는 것을 지형의 아버지(임채무)와, 향기네에도 알리더군요. 지형과 서연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이자, 난관입니다. 역시 착한 향기는 서연이부터 걱정하며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 주더라고요. 과연 이들의 사랑을, 아니 지형이 알츠하이머로 죽어가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결혼을 깼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불을 보듯 뻔한 반응이 나오겠지만, 김수현작가가 어떤 식으로 이들을 설득할 지, 사람의 마음을 설득하는 그 힘을 또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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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8 11:36




흥행보증수표라고 불리는 김수현-정을영 콤비의 새작품 '천일의 약속'이 시작되었는데요, 그동안 김수현 작가의 작품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김수현표 속사포대사는 여전했지만, 첫회 등장인물들이 한 가지 옷을 입은 듯 칙칙한 분위기였습니다. 슬픔이 진하게 깔린 작품이라 그런지 우울모드도 강하게 전달되었고 말이지요. 
트렌디 멜로물이 아닌 정통멜로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김수현 작가의 말도 있었지만, 특유의 톡톡 쏘는 향신료가 부족한 듯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슬픔보다는 답답함이 먼저 전해지더군요. 그럼에도 지독한 순애보를 그려가는 노작가의 감성은 어느 작품보다 진한 멜로물로 무게를 더할 듯합니다.
 
관록파 배우 김해숙, 이미숙, 오미연, 박영규 등의 중견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이 향신료 역할을 톡톡히 할 것같아 적잖이 안심되는 부분입니다. 첫회부터 미이라처럼 붕대를 칭칭 감고 등장한 이미숙은 평범한 캐릭터는 아닐 듯해서 주인공들보다 기대가 더 크네요. 팔색조같은 배우 이미숙의 연기변신은 어느 작품에서나 매력적이지요. 박지형(김래원)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김해숙 역시 어떤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줄 지도 기대되고 말이지요.
김수현 드라마는 주연과 조연의 비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큰 특징이지요. 출연자 모두에게 각각의 스토리를 만들어 주고, 주 스토리안에서 조연들의 스토리 또한 소외시키지 않고 풀어간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주인공들에게만 핀트를 맞추는 모노형식의 드라마가 아닌, 일종의 옴니부스형식을 취해 왔지요. 그래서 초반은 무슨 말을 하는지 정신이 산만해지기 쉬운데, 천일의 약속 첫회는 두 주인공만이 클로즈업되어 수애와 김래원의 연기를 집중하고 보게 되더군요.
드라마 시작 2분도 안되어 나온 격정적인 배드신은 눈을 잠깐 의심하게 할 정도로 빠른 진행이었습니다. 배드신의 수위나 노출의 강도가 파격적이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두 사람의 감정을 잡아내지도 못했는데 허걱, 뭐가 저리 빨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요? 이후에 연거푸 보여진 배드신 퍼레이드는 수애와 김래원이 리얼(?)하게 장면 자체는 전달했지만, 감정몰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배드신은 화제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더군요. 배드신 연기자체는 잘하더군요.ㅎ
수애와 김래원은 연기가 안정적이고 탄탄한 배우들이죠. 발성도, 대사전달력도 좋은 편이고요. 그런데 첫회 수애의 연기는 대사와 감정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더군요. 뭔가 2%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대사가 썩 와닿지도 않았고, 그나마 수애의 감성짙은 표정이 독백하는 듯한 대사를 보완해 주더군요. 아마 대사처리의 부담감때문인 듯합니다.
김수현 극본의 특징인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아야 하는 긴대사를 단숨에 무호흡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감정을 눌러버린 탓인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수애의 분위기있는 비주얼은 대사나 목소리보다는 표정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단아하고 차분해 보이는 분위기와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애절한 표정이 장점이지요. 그런데 보이스는 워낙 저음이다 보니, 많은 양의 대사는 자칫 국어책 읽기가 돼버릴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기도 합니다.
수애가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는 기사를 보고는 맨처음 떠오른 걱정이 '김수현 작가의 많은 대사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첫회는 우려대로 대사와 감정을 일치시키지 못한 모습들이 군데군데 보이더군요. 아무래도 감정몰입보다는 다음 대사에 더 집중을 해서였는지, 감정을 대사에 싣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저음인데다 톤의 높낮이가 거의 일정한 수애의 목소리 특징때문에 독백을 하는 것처럼도 들리더군요. 
수애의 목소리는 매력적인 색깔을 가졌지요. 특히 대사톤이 빠른 것보다는 느림 속에 그 감정이 배가 되어 전달된다는 것이 장점인데, 호흡조절을 좀 했으면 싶기도 했어요. 아직은 수애가 서연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수애가 잠재력도 크고 연기력이 있는 배우라 크게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첫회는 결혼날짜가 잡힌 박지형의 이별선고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향기(정유미)라는 약혼자가 있었음에도 서연(수애)에게 향하는 감정을 멈추지 못했던 지형과, 고모에게 진 빚을 갚으면서 동생(박유환) 공부까지 시키는 억척이 서연은 서로가 시한부 사랑임을 알면서도 시작을 하지요. 첫장면의 정사신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장면이었고, 두 사람이 회상하는 부분에서 유독 드라마에 침대에서 누워있는 장면이 많이 나왔던 것은,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못했던 비밀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한부 사랑도 끝을 내야 할 시간이 다가 왔습니다. 향기와의 결혼날짜가 잡혔다고 이별을 통고하는 지형, 그러나 서연은 그런 지형을 원망도, 붙잡지도 않습니다. 아니 붙잡지 못하지요. 울며 불며 매달리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되지 않겠다고, 그것이 내 자존심이라며 아무 감정없이 돌아서는 서연이었지요. 속에서는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부숴지고 있음에도, 쿨한척 돌아섰던 서연은 남자화장실에서 가슴을 치며 혼자 오열하고 맙니다. 수애가 대사할 때보다 간간히 보여지는 깊은 슬픔을 가득담은 표정과 오열연기가 서연의 감정을 한 번에 전해주더군요.  

화장실에서의 오열신은 지형과 뜬구름잡기같은 말싸움을 한 이유를 설명해 주고도 남았습니다. 이별을 통보받은 순간부터 서연은 이미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요. 강한 척, 쿨한 척, 자존심을 세웠지만 서연은 죽도록 아픕니다. 붙잡을 수 없는 자신이 한없이 비참하고 불쌍합니다. 마음으로는 수백번 수천번 붙잡지만 곁에 둘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아는 서연입니다.
언제나 마지막인 만남, 서연은 지형을 만나러 올 때마다 오늘이 그날이 아니기를 바랬습니다. 그날이 올것을 알면서도, 오늘만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안한 사랑을 이어왔지요. 결혼할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 하루만 훔치자는 심정으로 말이지요. 늘 그날이 마지막이 될 수있었기에, 그와의 사랑도 마지막 불꽃처럼 뜨거웠습니다. 그래서 격정적이고 불꽃같은 배드신이 필요했던 듯 싶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늘 이별의 순간을 준비해서 괜찮다고 돌아서는 서연을 생각하며, 지형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결혼을 깨겠다고 할 때마다 서연은 늘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진짜 도망가겠다고 하지요. 결혼날짜가 잡히자 그제서야 지형은 서연과의 이별을 실감합니다. 어머니에게 결혼을 그만두고 싶다고 폭탄선언을 하는 지형, 너무나 힘들게, 그리고 간절하게 애걸하는 듯한 김래원의 눈빛이 두 사람의 힘들 앞날을 예고하며 1회가 끝났네요.

시작전부터 잡음이 일어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으로서는 큰 감점을 받은 김래원이지만, 워낙 연기의 기초가 탄탄하고 캐릭터 소화를 잘하는 배우라 첫회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아직은 박지형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다 나오기 전이라, 결혼할 여자를 두고 딴짓하는 나쁜놈(?)이지만,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보여준다고 하니, 김래원이 여심을 꽤나 흔들 것도 같습니다.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은, 막연하게 다가오지 않은 추상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그 두려움이 클 듯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어가고, 나의 어제를 잃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공포로 밀어넣는지, 여주인공 서연을 통해 잔인하게 경험할 듯합니다. 김수현 작가가 얼마나 세심히 서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그녀의 직업을 대필작가로 한 대목에서도 보이더군요. 대필작가란 남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지요. 다른 사람의  과거, 추억, 그리고 사랑을 써주고 돈을 버는 서연, 그러나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잊어간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아이러니하기 까지 하니 말입니다.

서연이 잃어가는 것들, 서연이 잊어가는 것들은 가스불을 안잠그고, 휴대폰을 두고 나가고, 약속을 잊어버리는 것들만이 아니지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것이 기억을 잃어가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서연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동생을 몰라보고, 사랑하는 지형도 잊어버리고, 그래서 그를 그리워할 수조차 없는 것말입니다. 
지독한 순애보를 들고 온 김수현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지 기대됩니다. 이별의 시간이 되어서야 그 사랑의 깊이를 알 수 있다고 하지요. 어머니에게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지형, 지형은 서연을 그렇게 떠나 보내고서야, 떠날 결심을 하고서야 깨닫습니다. 서연을 정말로 잃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리고 그 사랑을 너무 사랑해서 서연보다 더 아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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