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 작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4.04 '사랑비' 장근석의 연기, 투박하고 촌스러웠던 진짜 이유 (5)
  2. 2012.04.03 '사랑비' 비극적 사랑 암시한 윤아의 병, 헤어지는 이유인가? (7)
2012.04.04 13:10




순수라는 이름은 때로는 낡은 구닥다리 유물처럼 몸에 맞지않거나, 혹은 헌책방에 먼지 가득 뒤집어 쓴 채로 쳐박혀 있는 오래된 판형의 어린왕자처럼, 낡은 감성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가 멀리 와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순수의 시대, 수채화처럼 때묻지 않고 말고 투명한 아름다움으로 찬란히 빛날 것만 같았던 청춘이라는 시대에서 말이지요. 청춘, 그 행복했고 아프기도 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서인하, 김윤희, 이동욱, 김창모, 백혜정, 황인숙이었습니다.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윤희는 미국으로 떠났고, 입영열차를 타고 군입대를 하는 것으로 첫사랑, 그들을 행복하고 아프게 했던 사랑을 끝내야 했습니다. 치료가 끝나면 돌아올 것이라는 말에, 입영열차를 타고 떠나는 인하의 눈에 슬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윤희가 떠난 이유를 알아 슬펐고, 그녀가 돌아올 것이라는 말에 행복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린 감정을 장근석이 눈물로 보여 주더군요.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장근석의 눈물은 꽤 오랜 시간 인하의 모습으로 기억될 듯 합니다. 32년이 흐른 후에도 윤희를 잊지못하는 중년 서인하의 감정과 함께 말이지요. 장근석의 눈물에 함께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인하의 눈물은 그의 마음에 흐르는 사랑비였습니다. 행복과 슬픔이라는 두 가지의 이름을 가진 사랑이라는 이름의...
그리고 한 세대를 건너 다음 세대로 사랑은 되풀이됩니다. 2012년 일본의 열차승강장에서 부딪친 서준과 정하나, "하나, 둘, 셋", 3초 그 뜨거운 열병이 말이지요. 4회 내용은 어제 올린 리뷰글에서 추측으로 썼던 내용과 거의 똑같아서 다시 정리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시청자도 읽어버리는 스토리, 설마 2012년에는 아니겠지요, 작가님!

외모부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장근석과 윤아가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에 기대를 가지게 하더군요. 윤아는 과거 김윤희보다는 밝은 모습으로 변신했고, 장근석은 한쪽 머리를 민 파격적 헤어스타일과 귀에 과감한 피어싱을 한 모습으로 등장을 했는데, 특히 장근석의 까칠해 보이는 캐릭터가 매력있을 듯합니다. 서준앓이가 시작되기를 바래봅니다.
솔직히 4회까지의 진부한 설정과 느려터진 전개를 보면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제 자신에게 의구심을 품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못한 것은 대사보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순수의 색을 가진 '사랑', 그 영롱하고 청초한 사랑의 빛깔때문이었습니다.

장근석을 보면서 상대여배우를 잘못만났다는 생각이 잠깐 들더군요. 감정의 스파크가 일지 않는 듯한 겉도는 연기가 서인하와 김윤희라는 두 캐릭터 못지않게 답답했거든요. 청순가련한 윤희라는 인물을 연기한 윤아의 연기가 썩 나쁘지는 않았지만, 드라마만큼이나 답답한 표정과 몇가지 안되는 표정연기가 예쁜 인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조금은 부족한 연기를 보였습니다. 물론 윤희라는 답답한 캐릭터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도 있지만 말이지요. 소녀시대 윤아팬들에게 몰매를 맞을 소리지만...
하지만 꾹 참고 본 것은 2012년의 지금의 모습에서 윤아가 연기를 일취월장한 모습으로 변신할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밝고 활기찬 모습의 정하나라면, 윤아의 답답한 청순가련에 오색찬란 무지개가 뜰거라는... 윤아양을 믿어요^^

윤아가 연기한 윤희라는 캐릭터를 모니터링하면서 이미숙이 화병이 생겼다는 웃지못할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조신하고 여성적인 윤희라는 인물을 연기하자니, 성격이 화통한 성격파 배우 이미숙에게는 고역이었다는 뜻이었겠지요.
여담이지만 이미숙과는 저 혼자만 사사로운 친분이 있어서, 오래전부터 남다른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대학다닐때 상도터널이 보이는 상도동 언덕배기 집에 살았는데, 바로 옆집이 이미숙의 집이었답니다. 지대가 높아서 대문을 들어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했었지요. 제 방 창문에서 보면 골목길이 몇층 높이에서 내려다 보이는 느낌이 들었던 집이었죠. 골목 맞은편집은 중견배우 남능미씨의 집이었는데 제방에서 보면 그 집 정원도 보였고, 가끔 남능미씨가 골목길을 쓰는 모범시민의 모습을 보기도 했었습니다.
저녁에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이미숙을 몇번 창문을 통해 본적이 있었어요. 유명연예인을 보는 것이 설레여서, 혹이라도 이미숙이 창문을 올려다 보고 손이라도 흔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반, 연예인을 구경하는 마음반이었지만, 쑥스러워 소리를 내거나 인사를 건네거나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미숙을 개인적으로 훔쳐보면서(?스토커는 아니에요) 느꼈던 것은, 성격이 평소에도 활달하고 시원해 보이더군요. 기사인지 매니저인지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모습이 꽤 시원스러운 말투였거든요. 
이미숙의 연기가 조신과는 담쌓은 연기만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윤희라는 캐릭터는 이미숙의 시원하고 화통한 성격상 많이 신경쓰였을 듯합니다. 또한 대개의 캐릭터들이 개성이 강한 역할들을 주로 했었기에 부담도 되었을 듯하고 말이죠. 화병이 났다는 것도 그래서였을 듯합니다.
이미숙이 얼마나 캐릭터 분석을 철저히 하는지, 프로의식을 말하는 대목이기도 하죠. 아역배우(윤아의 경우는 아역이라고 하지는 못하지만 아무튼)와의 싱크로율을 맞추기 위한 성인연기자들의 고충이기도 하고, 캐릭터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정진영은 오히려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진역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장근석에게 놀란 것은 정진영과의 싱크로율까지 안배한 듯 인하라는 캐릭터를 섬세한 표정연기, 그리고 대사톤으로 훗날의 정진영의 분위기와도 연결하는 모습때문이었습니다. 
얼마전에 종영한 해를 품은 달에서 성인연기자들이 초반에 고생을 했던 부분이 아역연기자들과의 싱크로율이었습니다. 물론 끝까지 아역과의 싱크로율은 커녕 다른 모습조차 보이지 못했던 배우도 있었지만, 대개 후반부로 가서는 연기가 안정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지요. 
사랑비는 다른 드라마들과는 달리 성인연기자들의 뒤를 이어 중년연기자들이 그 뒤를 이었다는 점입니다. 아역연기자들의 성인으로는 변화와는 다른 느낌을 줄 것이라는 거죠. 중년이 된 모습이 짧은 분량이었다면, 얼굴에 검버섯 몇개, 혹은 주름살 몇 개 긋고, 노화한 목소리로 연기를 하기도 하지만, 사랑비는 중년배우로 교체되지요. 물론 젊은 시절을 연기했던 장근석과 윤아는 2세들로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변신할 예정이고요.

4회라는 꽤 긴 분량의 과거가 나왔기에, 중년연기자들에게 싱크로율은 부담이 클 듯 합니다. 이미숙과 정진영은 워낙 연기내공이 센 분들이라, 새로운 모습으로 성격이 변화된다 해도 그 이질감마저 느끼게 하지 못할 배우들이지만 말이지요.
사실 아역연기자와 성인연기자의 교체보다, 성인연기자와 성인연기자의 교체가 싱크로율을 맞추는 문제가 더 어려울 겁니다. 우선 확연히 다른 외모가 문제지요. 이를 커버하는 것이 분위기겠지요. 이미숙이 윤아의 분위기를 연기하다 화병이 났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을 테고 말이지요. 정진영은 장근석이 그와 흡사한 분위기를 연기해서 이미숙보다는 수월할 듯하더군요. 물론 연기력의 의미가 아니라, 캐릭터의 연결성을 말합니다.
그런데 장근석을 보면서 놀란 점은, 정진영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에요. 목소리톤도 느리고 천천히, 차분한 어조를 일관했고, 특히 표정은 무거운 듯 진중한 표정으로 표정연기를 다양하게 하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정진영은 진중한 표정연기와 차분한 대사톤, 투박한 듯한 표정이 특색인 배우입니다. 장근석은 서인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실상 장근석의 무기랄 수 있는 장근석표 연기를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절제를 하더군요. 얼굴빛은 어두웠고, 메이크업에도 신경쓰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고루한 촌놈이다, 나는 모범생 진지남이다"라는 듯, 젊은 나이답지 않게 촌티와 진지함이 더덕더덕 붙어 있었는데, 바로 정진영의 진지함과 묵직함, 무거워 보이는 표정이 떠오르더군요. 그동안 장근석이 나오는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투박한 표정은, 정진영 특유의 투박한 묵직함 혹은 진지함이었습니다. 장근석이 중년 서인하를 연기할 정진영을 역으로 벤치마킹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약간 구부정한 어깨와 시선처리, 촌스러울만큼 고지식해 보이는 표정은, 정진영의 젊었을 때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게 합니다. 그래서 아직은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정진영의 서인하가 낯설지 않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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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3 09:20




인하가 도망가면 윤희가 다가오고, 그녀가 도망가면 인하가 다가갔습니다. 인하와 윤희의 사랑은 질긴 운명처럼, 그렇게 서로를 놓치 못하고 멀어지고 다가가기를 반복하며, 힘겨워 합니다. 완성하지 못한 사랑비를 들려주고 인하는 모두에게 충격선언을 했지요. "군대가게 될 것 같다".
휴학하고 군대에 자원했다는 말에 동욱과 윤희의 놀람 다른 이유로 화나게 합니다. 사전에 한마디없이 군입대를 자원한 친구의 독단적인 결정에 화나는 동욱이고, 자기때문에 힘겨워 도망가려 하는 인하에게 화가 나는 윤희였습니다.
자기때문에 그러는 거냐고 묻는 윤희에게, 인하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전하지 못할 것같기에 그의 진심을 고백하고야 말았지요. "다 거짓말이었어요. 내 그림, 윤희씨가 우연히 내 풍격에 들어온 게 아니라, 그날 윤희씨가 내 풍경이었어요. 처음 만난 날부터 내 풍경은 쭉 당신이었어요. 그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것(당신)때문에 항상 설레었어요. 미안해요, 비겁했던 거...".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는 인하, 뒤늦은 고백에 눈물이 밎히는 윤희, 두 사람 사이에 말보다 더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지요. 다리 위에 서있는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던 황혼의 노을처럼, 인하의 나래이션이 흐릅니다. "좋아한다는 말도, 많이 아프다는 말도 제대로 전해보지 못하고, 하늘 가득 펼쳐진 수채화같은 황혼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것이 모두를 힘들지 않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인하, 사랑은 행복과 슬픔의 두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는 말이 인하의 이야기라는 것을, 행복은 그녀의 몫으로 슬픔은 인하의 몫으로 감당하고 싶었던 인하였습니다. "어디서든 나는 매일매일 당신의 행복을 바랄겁니다", 윤희에게 태엽시계를 남기고 춘천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난 인하, 인하의 눈에 러브스토리 상영간판이 눈에 띄지요.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인하를 아프게 합니다. 함께 할 수 없기에 말이지요.
인하가 남기고 간 시계를 본 윤희는 인하를 향해 달려가고 말았지요. 그를 향해 달려가버리는 설레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스케치를 한다는 청평사 어느 곳에도 인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떠나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 윤희였지요. 윤희의 눈에 들어온 러브스토리 상영간판, 비가 내리는 춘천역 극장앞에서 운명처럼 다시 만난 두 사람입니다. "보고 싶어서요. 오늘 아니면 못볼까봐...", 인하와 영화 러브스토리 둘 다 함축시키는 대사는 드라마의 서정성을 더해주더군요. 

러브스토리를 보면서 윤희의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는 인하의 설레임, 상투적인 설레임의 표현기교지만 그 설레임이 시청자의 것으로 전가되는 것은, 장근석의 촌티나는 순수함때문이었을 겁니다. 기교부리지 않은 23살의 청춘, 장근석이 그 시절의 풋풋한 감정전달을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춘천역으로 온 인하와 윤희, 어김없이 등장하는 막차는 떠나고 였습니다. 숨이 찬 윤희의 손을 잡고 대합실로 들어갔던 인하가, 윤희가 손을 빼려하자 꽉 잡는 모습에, 가슴이 콩콩하기도 했답니다. 호객행위를 하는 스카프 아줌마의 유혹(?)도 거절하고 밤기차를 타고 동해바다를 향한 인하와 윤희,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상처를 입힐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사랑, 그 미완의 설레임이 말이지요.
기차 유리창에 글씨로 쥬고 받는 대화는 고전적인 영상을 한층 세련시켰더군요. 글씨를 쓰고 입김을 불어 나타나게 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순수의 빛깔이었습니다. "행복해요?", "!" 짧은 영상이 주는 수많은 대화이기도 했지요. 

동해의 바닷가에 앉아 미완의 사랑비를 완성하는 인하와 윤희, 슬프게 끝날 것 같아 완성을 못했다는 인하에게 윤희가 그녀의 마음을 전하지요. "이젠 아니죠? 우리 같이 만들어 볼래요?", 사랑이 슬프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윤희도 인하를 좋아한다는 고백이었으니 말이죠. 윤희의 볼에 키스를 하는 인하, 한 발자욱 한 발자욱 그녀에게 다가서는 것이 행복한 인하입니다. 윤희의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인하입니다. 매일매일을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인하입니다. "사랑합니다".
서울로 돌아온 인하와 윤희, 물론 두 사람의 증발로 쎄라비 친구들은 발칵 뒤집혔지요. 인하의 캐비넷에서 윤희의 그림과 일기장을 보게 된 혜정, 윤희가 인하를 만나러 춘천에 갔다는 것을 알게 된 동욱, 인하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창모(서인국)가 어떻게든 수습을 해보려하지만,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지요.
동욱에게 윤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인하, "내가 말했던 3초, 윤희씨였어. 미안하다, 하지만 이제 너한테 양보하지 않을거야". 친구에 대한 배신감에 충격받은 동욱과 인하를 짝사랑하고 있는 혜정의 눈물이 두 사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했지요. 친구들에게 좋아한다고 밝히고, 이제는 마음껏 그리워 해도 된다는 행복감에 겨워, 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로의 집을 향한 두 사람, 그렇게 두 사람에게 사랑은 행복한 것이었습니다. 영원히 계속될 것같은 행복...
그러나 사랑의 또 다른 얼굴 슬픔이 그들을 향해 시작된 사랑보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야 말지요. 혜정(손은서)이 인하의 캐비넷에서 본 윤희의 일기장이 두 사람의 비극을 예고했지만, 일기장보다는 윤희의 병이 두 사람을 이별하게 하는 이유가 될 듯하더군요.
"일기장을 보고 말하는 것을 보고 그게 사랑이었다고 착각했었어요"라며, 차갑게 돌아서는 윤희의 모습이 나오기도 했지만, 윤희도 인항의 사랑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진심이기 때문이라는 의미를 윤희도 알고 있었지요. 
일기장보다는 윤희의 병이 두 사람에게 비극적인 이별을 하게 할 듯하더군요. 동해바다에서 돌아온 윤희가 어지러워하더니 길에 쓰러져 버렸고, 행인이 윤희를 병원에 옮겨 응급처치는 받았지만, 간호사가 의사선생님이 말해 줄 것이라는 말로, 윤희에게 안좋은 일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지요. 아마도 정밀검사를 하고 윤희에게 결과를 보러 병원에 다시 오라고 했을 듯하더군요. 얼굴이 창백하고 잔기침을 하기도 했던 윤희의 상태를 보니, 폐결핵이 의심되더군요. 70년대에 결핵이나 폐결핵이 젊은 이들에게도 영양부족과 열악한 환경에서 발생빈도수가 높았던 것을 보면 말이죠. 
알려진대로 윤희는 미국으로 건너가, 후에 중년이 된 윤희를 이미숙이 연기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니, 병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가야하기에 윤희가 인하를 떠날 결심을 하지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병이 있다는 말을 하지는 못하겠지요. 폐결핵이나 결핵이 전염질환임을 알면서도 인하가 윤희를 멀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윤희가 더 잘알 것이기에 말이죠. 격리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인하는 윤희를 떠나지 않으려 하고, 그래서 일기장을 핑계로 모진말을 하고 인하와 이별을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인하를 멀리 하는 것은 미국으로 가버리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윤희같아서 말이죠. 지켜주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것이 사랑이기도 한,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이 윤희가 미완성으로 남겨야 했던 인하와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윤희가 떠나고 인하는 군입대를 하면서 그렇게 그들의 행복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던 사랑은 그들의 기억에 청춘의 한페이지로 남습니다. 못다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가지 못하고 접혀진 채로 말이지요.
사랑비는 쌍팔년도에나 있었을 법한 드라마적인 기교를 통해, 지독할 정도로 진부한 고전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랑도 있었노라'며, 덧칠하기를 거부하고 투명한 수채화를 고집하는 윤석호 감독과 오수연작가의 뚝심이 공해에 찌든 마음을 정화시켜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색깔의 사랑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를 깊숙이 적셔줄 지, 우려도 됩니다.
 
설마 이렇게 시청자도 쉽게 알 수 있을 설정들을 넣나 의아할 정도로, 드라마는 낡음과 느림, 익숙함을 고집합니다. 그리고 말하죠.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데는 3초가 안걸렸다, 그러나 사랑을 보낼 때 3초로는 불가능했다". 인하의 회상을 느리게, 아주 느리게 그리고 있는 이유는, 30여년 후 인하와 윤희에게 여전히 접혀진 상태로 유효한 첫사랑, 그 설레임이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낡음과 느림이 2012년 2세들의 사랑과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을지를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죠.
슬슬 속도를 내줬으면 싶었는데, 다행스럽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2012년의 장근석과 윤아의 변화된 모습이 예고편에 등장해서 반갑더군요. 낡은 사진첩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장근석과 윤아의 답답하고 서툰 사랑과, 2012년 세련된 모습으로 파격등장한 장근석과 윤아가 보여줄 사랑은 어떻게 다를지, 캐릭터의 변화만큼이나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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