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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13 '동이' 장옥정이 황백국 시구절로 동이를 시험한 이유 (6)
남인과 서인들 사이에서 장옥정과 인현왕후를 오가며 줄타기 정치를 잘했다는 후대의 평가를 받는 숙종이고 보면, 드라마 동이에서 그려지는 인간적이고 계산적인 숙종의 모습이 진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역사적 진실을 떠나 허당에 어리바리에 장난꾸러기 숙종 지진희는 드라마적으로 너무 매력적입니다. 어느 감초들의 연기보다 숙종의 위트넘치는 대사와 동이의 달밤 섬씽에 빵빵 터지니 말입니다.
주위를 물리치고 동이에게 온 숙종 왈, "그렇게 한다고 담이 무너지겠느냐? 이제 보니 네가 상습범이구나" 놀란 토끼눈의 동이에게 뒤이어 건네는 인사는 숙종에게 동이가 얼마나 인상이 깊었는지 알수 있는 대사였어요. "지나가다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말이다. 그래서 와 보니 풍산이 너로구나"
숙종은 한번 물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풍산이라고 불린다는 동이의 별명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게지요. 숙종을 따라 무사히 동이는 약재를 가지고 무사히 장악원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지요. 동이에게 마치 다 큰 처녀가 한밤중에 나다닌다고 혼내는 듯이 "다음부터는 제발 사고 좀 치지 말거라, 일찍일찍 좀 다니고. 처음부터 느낀 거지만 넌 정말 문제가 많은 아이인 것 같다"라며 훈계까지 하는 숙종입니다.
뾰로통한 동이가 그래도 임금님께 큰상을 받은 몸이라며, 천한 노비까지 다 챙겨주고 전하는 자비로운 분같다는 말에 으쓱해지는 숙종입니다, "원래 전하께서는 성심이 아주 넓으신 분이시란다" 라며 자화자찬하는 숙종, 정말 귀염둥이에 자뻑캐릭터입니다. 아, 재미있고 멋지다는 말입니다.
14세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숙종이 결심한 것은 덕망있는 중전을 맞아들여 후사를 잇고, 어여쁜 후궁 몇 들여 놀아보자가 아니었을 겁니다. 자신이 앉아 있는 보위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더 강했을 겁니다. 더구나 내것 네것 밥그릇 싸움하는 서인과 남인들의 싸움에서 그가 고심하고 취했던 방법은 '휘둘리지 않고 휘두르는 법'이었을 겁니다. 자칫 휘두르려다 보면 내쳐질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휘둘리는 척하고 휘두르는 영민한 방법을 썼던 것이었지요. 그 방패막이와 보호막이 되어 주었던 것이 양측 세력을 대표하는 여인들 치마폭이었을테고 말이지요.
숙종의 왕의 자리에 대한 수호의식은 장옥정을 두고 "저 아이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내 자리를 탐했을 거야"라는 말 외에도 월장하려는 동이에게 말하는 것에서도 엿보입니다. 호위 내시들을 물리치고, 동이에게 다가 간 숙종이 "내가 여기서는 엎드려 줄 수는 없고 따라오너라" 라며 동이를 문으로 데리고 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물론 임금을 호위하는 내시부 신하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음도 있었겠지만, 엎드려 줄 수 없는 이유는 그 곳이 궁궐 담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궁궐은 숙종의 집이고, 자기집 담을 넘으라고 등을 내줄 수은 없는 일이었겠지요. 숙종이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올라 지금까지 아둥바둥 지키고 온 곳이 대궐의 주인자리잖아요. 왕위에 오르자마자 정통성 시비에 시달린 것만 봐도 숙종이 왕의 자리에 대한 의지는 강했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현종 사후 어린 숙종이 보위에 오르자, 효종이 장남이 아니었다는 것에 숙종의 정통성에 반기를 들고 나왔다는 것만 봐도 숙종의 고민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숙종이 이런 술렁거림에 대처한 방법이 수렴청정을 일찍 거둬버린 사건일 겁니다. "어리다고 얕보지 말라" 라며 대신들에게, 그리고 모후에게도 한방 먹인 셈이지요. 그리고 숙종이 취한 태도는 남인과 서인 사이에서 그 만의 방식으로 군형을 잡으려 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때로는 가차없이 피바람을 일으키며 숙청해 버리면서 말이지요.
그런 숙종의 왕실에 대한 견고한 수호의식은 강아지처럼 귀엽고 까불거리는 동이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난을 좋아하고 순수한 동이에게 어눌한 판관이라고 속이고 있지만, 자기 등을 밟고 자기집을 몰래 들어가라고 할 수는 없었겠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순간적인 판단이었겠지만, 왕은 왕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숙종에게는 천방지축 동이는 너무 새로운 여자에요. 자신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여인들만 보아 온 숙종에게 대놓고 혼까지 내는 똘망똘망한 눈망울의 아이는 처음이었겠지요. 허당 숙종과 풍산 동이 커플의 몰래데이트가 너무 재미있는데, 암행길에 자주 만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다 보면 늦은 밤 환궁할 일도 많을텐데, 두 사람만의 궁궐 개구멍도 하나 만들어 주었으면 싶기도 해요. 아무리 판관이라지만 함께 있을 때마다 궁궐을 지키는 왕실을 호위하는 금군들이 없어지는 것을 풍산 동이가 계속적으로 속아 넘어가주기란 쉽지 않아 보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제작진에게 부탁하나 드리고 싶은데 숙종과 동이의 테마 음악 좀 상쾌하게 만들어 주시면 안될까요? 이번 달밤 에피소드 음악은 상큼한 분위기와 달리 너무 우중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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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ebe Chung 2010.04.14 09:32 신고
ㅎㅎ 저는 맨날 집에서 엎드리는데 .. 걸레질도 이젠 서서 해야겠네요. 체면좀 세우면서.. ㅎㅎㅎ
지진희씨의 숙종 매력에 홀딱 반할것 같네요. 멋질것 같아요.^^ -
커피우유 2010.04.14 10:07
어제 동이가 전하가 상을 내리셨다는 얘기할 때 너무 해맑은 표정이어서 이뻐서 막 웃었어요.
숙종은 옆에서 한 술 더 뜨고... 색다른 느낌의 참 즐거운 사극이예요. ^^/
초록누리님의 드라마해설은 정말 탁월하시네요.
해설 덕분에 드라마 '동이'가 더 단단해지는 느낌입니다. -
샤그락 2010.04.14 12:45
이번에 동이 리뷰 보면서 누리님을 알게 되었는데 진짜 리뷰 잘 쓰시네요.
하나하나 공감가고.. 미처 생각 못했던 것도 알게 되고.. 또 재밌어요 글이 ㅋㅋㅋ
숙종이 왕에 대한 자의식이 엄청났다고 하던데.. 동이에서 그런 점을 잘 부각시켜주면서도
어제와 같은 동이와의 설레는 씬도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ㅎㅎㅎㅎ
풍산이라고 부르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ㅋㅋㅋㅋ
한효주씨랑 지진희씨 둘 다 귀엽다능ㅋㅋ
특히 막줄 동감이에요 ㅋㅋㅋㅋ
아련하고 슬픈 느낌의 음악을 슬픈 씬에 넣어줘야 되는데 말이죠
추천 박고 갑니다!
동이를 기다리는 장옥정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도인의 예언을 떠올립니다. "모든 걸 가진 이가 모든 걸 잃은 자의 그림자가 된다. 만약 그 아이가 살아온다면 항아님은 그 빛을 넘지 못하십니다. 허니 하실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그 아이를 마주치지 마십시오".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국화라면 황국을 귀하다 하지만 하늘이 낸 자태는 백색도 아름답네)" 이 시의 다음 구절을 말해보라고 하지요.
이에 동이는 "세인간수별 균시오상지(세상 사람들은 그리 구별하지만 서리 속에 꽃피운 기상은 모두 같네" 라고 다음 구절을 맞춥니다.
이런 동이를 보며 장옥정도 놀랍니다. 글을 알거라 생각했다며 곤혹스런 일에 큰공을 세웠으니 상을 내리고 싶다며 원하는 것을 말해 보라고 하였지요. 동이는 원하는 것이 없다고 말해버리지요.
장옥정은 욕심이 없다는 것에 실망이라며 "네가 천비라서 그러냐? 그런 욕심이 너같은 천비에게는 가당치 않은 것이라서? 아쉽구나. 네가 감히 당치 않은 것을 꿈꾸고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으려 했다면 더욱 마음에 들었을텐데..."라며 서운한 마음으로 동이에게 나가보라고 하였지요.
눈치 빠른 장옥정은 비록 숙종이 동이를 여인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숙종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 하는 주인공이 무척 궁금했을 겁니다. 자기의 남자 입에서 다른 여자 이름이 나오는 것은 천하의 장옥정이라고 해도 신경쓰이는 일이었을 테니까요. 그 아이가 천비라는 것도 옥정이에게는 걸릴 수 있습니다. 장옥정 역시 천출로 궁에 들어와 승은을 입었으니 자신과 같은 천을귀인의 인물이 한 사람 더 있다는 도인의 말도 있었고, 자신의 출신때문에도 숙종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예사롭게 넘길 수 없었을 겁니다.
시의 내용을 보면 더욱 장옥정의 의도가 분명해지는데요, 국화라면 노란색 국화를 최고라 치지만 그 자태의 아름다움은 흰국화도 아름답다라는 것은 장옥정의 신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노란색국화란 왕실 혹은 높은 가문의 양반들을 상징한다면. 백색, 즉 흰국화의 의미는 가문이 미미한 집 출신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에 화답한 다음 구절은 출신이 아니라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피어난 꽃이라면, 다 아름답다라는 말로 출신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은유적인 뜻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장옥정이 많은 시들 중에 왜 황백국으로 동이를 시험했을까요? 이유는 이 시가 장옥정 자신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신분이 천출임에도 시련을 이기고 꽃를 피워 귀한 이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미한 가문의 출신으로 왕실에 들어와 임금의 총애를 입은 흰국화 출신으로 서인들의 견제와 명성대비와 중전이 있는 살얼음 속에서 버텨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겠다는 그런 자신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는 시거든요.
장옥정은 황백국을 외우고 있는 동이에게 놀라움을 금치못하며 또 다른 테스트를 해보지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말이지요. 동이에게 야심이 있는지를 시험해 보고 싶었을 겁니다. 의외로 아무 것도 원하는 것이 없다는 말을 들은 장옥정은 한편 실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했을 지도 모릅니다. 장옥정이 실망한 것은 동이에게 욕심이 없어가 아니라, 빛의 운명을 가진 이가 아니었다는 것에 대한 실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자신과 같은 사주를 가진 이가 있고, 더구나 자신의 그 사람의 그림자라는데, 비록 좋은 감정으로 만나지 못할 인연이라 할 지라도 궁금한 것은 당연할 겁니다.
역경과 고난을 이기고 피어난 강한 꽃을 노래한 황백국 시구절을 외우는 숙빈 최씨나 장희빈은 천한 신분에서 최고의 신분에 오른 것을 보면 보통 인물들은 아니지요. 최후가 어찌되었든 말이에요. 아무튼 장옥정을 연기하는 이소연의 침착하고 차분하면서도 영리한 모습을 보니 새롭게 각색된 장희빈도 참 매력적인 인물로 보입니다. 과연 이소연의 장희빈은 어떤 인물로 탄생될지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드라마 동이를 보는 재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와 너무 동떨어진 인물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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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우유 2010.04.13 17:24
무척 깊이 드라마를 이해하시는 분이시군요.
어제 보면서도 가벼이 지나간 부분까지 초록누리님 덕분에 앞으로 동이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