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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9. 08:46




감독 및 시나리오까지 맡은 세종의 한글반포를 위한 연극이 성공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정기준의 뒷통수를 야무지게 후려치고, 지금 각 지방의 인쇄소와 주자소에서는 훈민정음으로 만들어진 책이 대량으로 찍혀 나오고 있지요. 책뿐이 아니지요. 발없는 글자가 노래가 되어 역병처럼 퍼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윤평이 소이와 나인들이 충청감영에 가지 않았음을 보고해, 정기준이 세종의 연극을 눈치채 어떤 일을 벌일 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지요. 아무래도 소이와 강채윤에게 위험이 닥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표정이 초지일관 가면같은 반쪼가리 윤평이 소이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에 쬐끔 귀엽기도 하더군요ㅎ.

세종과 정기준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는데요, 밀본에서 움직임이 없어서 오히려 폭풍전야같이 느껴집니다. 정기준이 "글자를 막기 위해 벌어지는 모든 살인마저 용인한다"고 했던 말이 섬찟해서 말입니다. 다양한 변수들이 있지만 이신적과 심종수가 배신을 때릴 것같은 생각이 들어 정기준의 신변에도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고요.
아들 광평대군(서준영)을 잃은 참담함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광분하는 세종을 일으켜 세운 이는 강채윤이었지요. 그날이었습니다. 강채윤은 죽음 앞에서도 버리지 않았던 광평대군의 세종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았고, 글자를 보았고, 글자를 처음 익혔지요. 아버지 석삼의 이름자를 써서 그 이름을 잊지 말아달라고 내밀었던 날, 채윤은 처음으로 복수가 아닌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소이가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 일, 소이와 글자를 지키는 것은 채윤의 하고 싶어진 일이었지요.
세종은 그날 채윤에게 이렇게 말을 했었지요. "넌 내 일이 끝날 때까지 지금처럼 똘복이어야 한다. 윗것들 싸움보다는 그냥 백성으로, 한 사람의 백성이 윗것들 싸움을 어찌 보고 판단하는지, 그것을 알아야 겠다"라고 말이지요. 채윤은 그날 세종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윗분들의 일이 우리를 죽이는 일인지, 살리는 일인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겠다"고. 
광평대군의 죽음 앞에 힘없이 무너져 내린 세종을 보고, 채윤은 소이를 끌고 나가려고 하며, 전하에게 속은 것이 분하고 참담하다고 독설을 내뱉지요. "짐승새끼한테 절망하고 좌절하는 것 보셨습니까?".
그랬습니다. 세종은 아버지 이방원에게 맞서면서 까지 천민 똘복이를 구했고, 말문까지 닫아버렸던 소이에게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줬습니다. 죽든 말든 신경쓰지 않아도 될 천한 똘복이와 담이를 구하고 거둔 것은, 그들도 사람이었고, 백성이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몰라 억울한 백성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없었다면, 글자를 만들 생각도 애시당초 하지 않았을 겁니다. 세종이 글자를 만들게 된 이유를 돼새겨 준 채윤이었지요. 사랑이라고 말입니다. 똘복이가 세종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백성의 책임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뭉클했지요.
"백성은 늘 책임을 지고 있었습니다. 하루 왠종일 뼈빠지게 일해서 자기들 먹을 것 못먹어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고 있었지 않았습니까? 책임지지 않았을 때도 우린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우리도 책임 좀 떠안고 하고 싶은 것 좀 갖겠다는데, 우리도 욕망하는 것 좀 갖겠다는데, 그게 그리 지옥이십니까? 전하는 위선자십니다. 전하는 아주 소심한 겁쟁이십니다". 윗것들 싸움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겠다고 했던 똘복이 강채윤은, 그렇게 세종의 흐트러진 심기를 세워줬던 것이지요.
세종에게 말은 그렇게 독하게 했지만, 채윤이라고 어찌 광평대군의 죽음이 슬프지 않겠어요. 남겨진 광평대군의 신발 한짝을 보며 우는 강채윤, 몰래 광평대군을 추모하는 채윤의 눈물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임금에게 울지말라고 했지만, 채윤은 광평대군이 마치 자신이 지켜주지 못해 그리 비명횡사한 것같아, 세종만큼 아프고 또 아팠던 것이지요.
죽였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광평대군이 궁을 나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고, 만감이 교차했을 듯한 강채윤이었습니다. 상처를 입고도 아프다는 말한마디 하지않고, 고통을 이겨내던 광평대군를 업고 도망쳤던 일이 엊그제같은데, 허망하게 가버린 광평대군을 생각하니 채윤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비로소 세종은 정신이 들었고, 결심을 굳히지요. 그리하여 글자의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훈민정음(訓民正音),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작가에게 놀라웠던 점은 세종이 훈민정음이라는 글자의 이름을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백성(民)을 쓰게 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제목 뿌리깊은 나무의 '백성'을 의미하는 뿌리이기도 한 백성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으로, 세종의 혼란이 정리되었음도 암시했던 장면이었지요. 백성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글자를 더 사랑했는지 모르겠다는 세종의 고뇌와 혼란을 소리(音), 글자가 아닌, 백성을 먼저 쓰는 모습으로 정리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장면도 세종의 심경정리까지 연결해서 세밀하게 연출하는 작가들과 감독입니다.
세종은 어떤 반대를 무릅쓰고도 글자를 반포할 것이라며, 멋진 시나리오를 내놓았지요. 정기준이 너무나 좋은 힌트를 던져줬습니다. "너의 글자는 역병과도 같은 무서운 글자다". 그렇지요. 역병처럼 빠르고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퍼뜨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방법은 기습과 정면공격, 정면공격은 주자소와 지방의 모든 인쇄소에서 훈민정음으로 된 책을 찍어 배포를 하겠다는 것이었죠. 주자소를 급습한 최만리가, "절대로 아니되옵니다" 라며 목에 핏발을 세우지만, 하옥하라는 한마디로 일축해 버린 세종이었고요. 
기습공격은 고도의 전략이 필요했고, 그만큼 위험한 일이기도 했지요. 문제는 해례를 알고 있는 훈민정음 프로젝트팀원들이 궁밖에 나가서 광평대군이 하던 일을 마무리지어야 하는데, 밀본의 눈을 피하기가 쉽지 않은 점이었지요. 궁궐 담장까지 밀본이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니 철저한 보안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소이를 비롯해 궁녀들을 내보내기로 한 세종, 궁밖으로 내보낼 구실은 광평의 소재를 누설했다는 죄목을 씌워 충청감영으로 이첩을 시킨다는 속임수를 썼지요. 궁궐을 쥐새끼처럼 들락거리는 밀본원들은 이를 잽싸게 정기준에게 알려 밀본의 감시망을 피하게 했던 것이고요. 광평을 살해해 세종을 자극하고자 했던 정기준의 고도의 심리전에 넘어가주는 척했던 것이지요. 멋지게 정기준을 한 방 먹여버린 세종의 역공이었습니다. 
글자반포를 반대하는 집현전 학사들을 싸그리 잡아 옥에 하옥시키고, 광평대군의 죽음에 실마리를 제공한 나인들은 궁밖으로 내쳐버리면서, 궁의 분위기는 살벌함이 감돌고, 마치 이방원의 공포정치를 연상하게 합니다. 우의정 이신적이 좌불안석하는 모습을 보니, 혹시 바지에 실례를 하지 않았나 궁금해지기 까지 하더랍니다.
정기준이 세종의 급격한 변화를 보고받으면서, 자신이 의도하던 대로 되고 있다고 믿게 된 데에는 핵심역할을 해 준 조선 최고의 배우가 있었습니다. 바로 조말생 대감(이재용)이었지요. 조말생이 세종의 시나리오에 동참했다는 것은 일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까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세종은 정기준에 이어 시청자에게도 뒷통수를 제대로 쳐주시더군요. 
사실 세종, 무휼, 채윤, 정인지, 성삼문과 박팽년, 그리고 소이 모두가 배우가 되어 세종의 시나리오에 맞춰 연극을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요. 세종이 소이와 채윤을 그리 내칠 것이라고 믿은 시청자는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훤히 드려다 보이는 싱거운 연극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종의 시나리오를 명작으로 빛내 준 배우가 바로 마지막 반전의 주인공 조말생이었습니다. 
'이도가 드디어 돌았구나!' 라고, 정기준이 쾌재를 부르며 자신의 생각대로 세종이 움직이고 있다고 오판했던 것은, 조말생이 밀본수사의 책임자가 되었다는 보고때문이었지요. 조말생은 태종 이방원의 사람으로 칼의 정치에 앞장섰던 인물이었기에, 세종이 밀본을 쓸어버리겠다는 광기어린 분노에 적임자였지요. 세종의 사람이 아닌 뼈속까지 이방원의 사람 조말생이 칼자루를 휘두르는 것에, 정기준은 광평을 잃은 세종이 이성을 잃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조말생이 황희대감과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기억나는데, 조말생이 세종이 글자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어느 쪽에 서야하는지 고민했던 장면입니다. "상왕께서 돌아가시며, 전하(세종)께서 하시는 일은 반대치 말라 하셨다. 오로지 밀본만 막아내라 하셨다"며 고민중이라고 했었지요.
밀본의 발본색원은 조말생의 과업이며, 그에게 있어 대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밀본수사를 강채윤에게 빼앗기고 강채윤에 대해 앙금도 클 수밖에 없었고요. 밀본수사를 맡겨달라며, 목에 칼이 들어와도 궁에서 내쫒기고 파면을 당해도, 사재를 털어서라도 반드시 밀본을 잡겠다는 조말생이었기에, 소이와 나인들을 고신하고 채윤을 옥에 하옥시켜 버린 것도, 밀본에 대한 적개심으로 생각하게 했고, 글자와는 관계없이 단지 밀본을 색출하겠다는 집념으로 보여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요.
그런데 옥에서 강채윤을 데리고 세종에게 간 순간, 헉! 이런 기막힌 반전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네요. 사실 세종과 채윤, 소이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보여졌는데, 조말생은 밀본색출 업무에 너무나 충실하는 모습이어서 깜빡 속았습니다.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채윤을 집으로 불러 이방지의 마지막 임종을 지키게도 했던 조말생이었지요. 이방지 역시 정도전의 사람으로 대역죄인인데도 그를 치료하고 숨겨주었다는 사실에, 조말생의 인간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었지요. 여자를 이용해 이방지의 발을 묶었던 비겁한 무사라며, 이방지에게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남았던 조말생은 그렇게 조선제일검 이방지의 마지막을 명예롭게 보내 주었습니다.
잘 짜여진 세종의 시나리오, 정기준의 뒷통수를 제대로 치고, 감독 극본 연출 제작을 총괄한 세종의 이번 연극작품에서 최고의 연기자는, 조말생대감 이재용이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반전의 주인공이었고요. 조말생 대감역의 이재용은 냉정한 모습도 있지만, 귀여운 구석도 많은 분이죠. 경연장에서 세종이 코 앞까지 다가와 말을 걸 때, 허걱!하는 표정으로 깨알 웃음을 주기도 하는 분이죠. 나인들을 고신할 때 차라리 자신이 고신받는 것이 낫겠더라며, "하는 척만 하려니 소신 정말 힘들었사옵니다" 라는데, 진짜 미안해서 죽겠다는 표정이었는데도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암튼 이번 연극의 최고 반전 배우 조말생이었습니다. 

세종이 만든 잘 짜여진 연극 한판으로 한글은 역병처럼 조선팔도 골목골목에서 번지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노래를 만들어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는 소이, 거지들의 각설이타령까지 지금 조선은 글자역병의 씨앗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훗날 역사에, 백성들에게 어떤 책임을 지워주는지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는 세종의 말이 송곳처럼 찌릅니다. "어차피 그것은 그들의 몫이지 내 몫이 아니지 않느냐, 지금은 그냥 내 백성들만 생각하기로 했다". 한번도 성은이 망극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며, 채윤이 양손을 모아 처음으로 예를 취하더군요. "그렇게 결정내려 주셔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수많은 번민과 회의, 좌절, 그리고 그의 백성에 대한 믿음 속에 나온 희망의 씨앗 한글,  우리는 그 책임을 잘 지고 있는지, 또한 그 책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되새겨 보고 있는 중입니다. 세종과 정기준의 예견과 우려대로 백성(국민)이 권력의 주체가 된 지금, 우리는 그 책임을 잘 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글을 주신 세종대왕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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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9
  1. 라떼향 가득히 2011.12.09 09:04 address edit & del reply

    조말생 대감 급호감되었습니다.
    매번 놀래키는 뿌리깊은 나무입니다.
    향후 몇 년간 이런 드라마 만나기 힘들 것 같네요.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단단하게 입으시고 늘 건강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 왕비마마 2011.12.09 09:04 address edit & del reply

    최고의 배우가 누구다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너무 한분한분 다 연기도 잘하시고
    이 드라마 끝날까 불안하기까지 하다니까요~ ^^;;;

    울 누리님~
    행복한 하루 보내셔요~ ^^

  3. 푸른소 2011.12.09 09:21 address edit & del reply

    채윤의 똘복이 마음이 세종님께 온전히 돌아온 듯한 장면..많이 흐믓했습니다.
    짜식~버럭대기는 해도 진국이긴하지요...ㅎㅎ
    울고 웃으며 어디에 털날지도 모르는 불안감은 사~알짝 있었기도 합니다.^^
    아들을 잃고도 마음을 추스려 대의 앞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신 세종님이었지만...
    그 후의 미소는 왜 그리 허하게 느껴지던지...
    그분이 믿고 넘기신 대의 앞에 우린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부끄럽기도 했답니다...

    누리님 서울은 눈 온답니다...참 예쁘네요....좋은글 고맙습니다....

  4. ♡ 아로마 ♡ 2011.12.09 10: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편은 못봤네요...
    일이 있어서 ㅜㅜ
    재방으로 챙겨 봐야죠..
    수욜거 보면서 예고편 보니까 허걱~소리 나던데...
    이랬군요 ㅎㅎ

    이러니 어째 안보고 베기겠어요 ;;
    보면 한시간이 어째 흘러가는지를 모른다니깐요 ㅎ

  5. 2011.12.09 10:1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선리플 2011.12.09 11:07 address edit & del reply

    후감상~

    누리님 글 기다렸는데 오늘은 일찍 올리셨네요

    오호~

  7. *저녁노을* 2011.12.09 11:1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본방을 보질않아도...지기님의 상세한 리뷰....
    벌써 파악 다 되었네요.ㅎㅎㅎ

    잘 보고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8. 스머프 2011.12.09 11:16 address edit & del reply

    이신적 역활을 맞는 배우도 명연기를 보여줬죠. 그 좌불안석 표정까지는 연륜되면 낼 수 있다지만. 눈을 굴리면서 안절부절하는 연기는 정말 명연기였다고 봅니다.

    다 계산된거겠지만. 젊은친구들은 하기 힘든 연기임은 분명합니다.

  9. 샤로니 2011.12.09 12:01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첨부터 조말생 대감에 은근 호감이 있었는데,어제 방송분보고
    완전 팬 됐습니다~비록 세종대왕님과는 코드가 잘 맞는 분은 아니지만
    광평대군의 죽음에 누구보다 비분강개 하며,파직당하고,사재를 털어서라도
    밀본수사를 하겠다 할때,전율 돌았습니다.이런분이 진정한 보수 아니겠습니까?
    세종대왕님의 히든카드가 조말생 대감이셨다니..정말 말이 안나올지경입니다!!!
    조말생 대감님 멋져부려~~

  10. 냥냥 2011.12.09 12:22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어제 조말생대감 호감이았습니다ㅎㅎ
    글고 저도 세종대왕님께 한마디 하겠습니다
    "한글을 저희에게 주셔서성은이 망극하옵니다"

  11. 체리블로거 2011.12.09 12: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저분 <열혈장사꾼> 에서 봤습니다.
    거기서도 재미있는 연기를 잘 보여주던데 여기서도 그런가보네요.
    정말 뿌리깊은나무 이번 캐스팅들은 탁월한것 같네요

  12. 존재와시간 2011.12.09 12:38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이전부터 조말생에게 은근 호감 갖고 있었는데, 어제 방송 보고 완전 호감 갖게 되었답니다. ^^
    분명히 조말생은 이 드라마 초기에는 태종 이방원의 사람으로서, 세종 이도와 다른 길을 가는 악당(?)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악당 역으로 나올 때조차, 그저 사리사욕에 미쳐서 마구잡이로 반대파를 숙청하는 인물로는 안 보였답니다.
    악당은 악당이되, 나름 철학이 있고 지켜야 할 선은 지키는 사람으로 보였지요.
    태종이 세종에게 빈 찬합 보낼 때도, 분명히 세종과 다른 생각 갖고 있는 조말생이 기겁하면서 '전하는 안 됩니다' 하고 세종을 해치지 말라고 태종에게 말했었구요.
    어제 방송분 보니까, 역시나 심지가 굳은 인물이고 인간적인 면도 보이더군요. ^^

  13. 달빛 2011.12.09 13:01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글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4. 김미정 2011.12.09 13:08 address edit & del reply

    매주 드라마도 블로그후기도 잘보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호흡이 워낙 빠르다보니 어느새 종영이 다가오는줄도 모르고 있었네요.
    벌써 얼마남지않았다니..그저 아쉬울뿐입니다.
    조그만 바람이 있다면...무휼과 채윤, 그리고 소이와 나인들..누구도 죽지않고
    마쳤으면 합니다. 채윤과 소이의 아이가 한글을 배우고 쓰는 아름다운 광경으로 끝나길 바랍니다.

  15. 달려라꼴찌 2011.12.09 13:09 address edit & del reply

    이제 이 드라마도 얼마 안가 끝난다니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ㅠㅠ

  16. wsre 2011.12.09 13:09 address edit & del reply

    노론전문배우께서 이번엔 드디어 왕의 편에 서셨군요ㅎㅎ

  17. 해피미르 2011.12.09 13:17 address edit & del reply

    채윤의 눈물이 가슴아파 같이 울었었는데 다시한번 광평대군의 죽음이 너무 안타깝네요..
    훈민정음.. 4글자 중에 民자를 가장 먼저 썼다는게 새삼 놀랍구요..
    집현전 학사들이 무색한 4명 궁녀들의 소명의식도 참 좋았습니다.
    어제는 특히 조말생 대감의 충정이 가슴깊이 와닿아서 좋은 한 회였단 생각이네요.
    관련 기사 베플에 진정한 보수파라는 얘기가 잘 어울리는 충신이었습니다.
    정치는 책임이라는 정기준의 얘기 또한 곱씹게되네요..
    포스팅을 보니 어제의 감동이 다시 와서 너무 좋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18. 시골아낙네 2011.12.09 15:32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저 드라마 보는재미로 살고있는 아낙입니당..ㅎ
    드라마 잘 안보는 남편도 재방송까지 보고 또 보는 유일한 드라마~^^

    오늘은 날이 정말 춥네요~~~
    감기 조심하시구요~행복한 주말 보내셔유~초록누리님^^*

  19. 온누리49 2011.12.09 19:0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 갑니다
    요즈음은 드라마 한 편 제대로 보질 못하네요^^
    여기서 감상하렵니다....ㅎ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림이 그려진다는...
    좋은 날 되시구요^^

2011. 12. 3. 09:07




"어이! 정기준, 오랜만이야. 무작스럽게 반가워", 이런 말이야 하지 않겠지만,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정기준과의 해후이기에 세종의 감회가 남다를 듯합니다. "아무 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한 것이 아닌가, 이도"라며, 계급장 미리 떼고 선수치는 정기준의 발칙함을 대인배 세종이 일단 '빌어먹을 놈'이라고, 눈감아주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말 한마디는 해줘야 할 듯싶군요. "그래도 내가 왕인데 말 뽄새하고는...".
사실 정륜암에서의 팽팽한 긴장감때문에 토론을 하게 될지 다음으로 미뤄질지는 아직은 모릅니다. 무휼과 개파이가 2차 격돌을 세종과 정기준의 토론에 앞서 치뤄 버린다면 말이죠.

"너의 조선은 이방원의 조선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세종은 하루도 고민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지옥에서 살아왔노라고 고백했지요. "임금이 태평한 태평성대를 보았느냐? 내 마음이 지옥이기에 그나마 세상은 평온한 것이다". 세종이 인내하고 기다리며 내놓은 답은 '우리 글자'였습니다. 허나 정기준은 정면으로 틀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집현전 학사를 살인하고 유생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까지 말입니다.
정기준과의 토론을 이어가려는 세종, 뜻밖에 정륜암에서 그토록 기다려왔던 정기준을 만났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관심사가 세종이 어떤 논리로 정기준을 설득할 것이며, 또한 정기준은 어떤 논리로 세종을 반박할 것인가가 되겠지요. 세종과 정기준이 중단했던 경국대전의 다음 말이 토론의 핵심이 될 듯합니다. 지난 글에서 이부분을 정리했었는데요, 시간많이 들여서 정리한 것인데 안타깝게도 블라인드처리되었네요. 글은 다시 복구시키지 못할 것같아 중요한 부분만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읽으신 내용도 나올 겁니다. 그래도 글 끝에 보너스도 있으니 읽어주시길^^  

어린 이도와 정기준이 주고 받은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정보위(正寶位)에 대한 대화는,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이기도 합니다. 세종이 백성이 어떠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는 문제 의식이 정기준과의 대화에서 시작되었고, 어린 똘복이와 소이와의 만남을 통해 백성의 실체를 발견하고, 백성이란 무엇인가를 자각하면서, 그 결과물 한글을 내놓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세종과 정기준의 대립은 결국 국가를 지탱하는 뿌리가 누구인가를 놓고 싸우는 이념적 사상적인 통치관의 대립입니다. 신권이냐 왕권이냐의 싸움이라기 보다는 나라의 주체가 누구이냐에 대한 가치관의 대립인 셈이지요. 물론 정기준이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정도전의 사상을 신봉해 온 조카이자 밀본의 수장이라는 자가,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도전을 잘못 이해한 반성리학적 사고방식이기 때문이죠.
중요한 것은 세종이나 정기준이나 조선을 아꼈다는 겁니다. 또한 조선의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기준이 왕의 독재를 견제하는 재상정치, 선비의 나라를 부르짖는 것도, 세종이 힘이 있는 백성을 만들겠다는 것도 모두 조선의 강건함에 대한 희망입니다. 정기준의 밀본이 드라마상에서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소인배 무리집단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정기준의 촌철살인적인 한마디, "이도는 훌륭한 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다음은요? 또 그 다음은요?"에는, 조선의 앞날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던 말입니다. 정기준의 우려와 예언은 적중했고, 이후 조선왕조에서 세종을 넘는 성군은 나오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개혁군주 정조가 있었지만 꽃을 피우지는 못했지요.

세종이 하는 일이 글자를 만들고 있었음을 알고,  "고작 글자라니..."라며 했던 정기준의 파안대소는 한자 이외의 자국의 글자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사대부유림뿐만이 아니라, 백성들에게 조차 개 풀뜯어먹는 일이었음을 하나로 정리해 준 장면이었죠. 그런데 정기준과 똑같은 반응을 한 인물이 있었죠. 대놓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일을 그렇게 진지하고 심각하게 지랄을 떨어가며 만드냐'고 왕의 안전에서 코웃음쳤던 강채윤입니다. 
저는 두 사람을 보면서 세종이 보았다던 백성을 봤습니다. 그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던 말이 사체해부를 한 것에 격분한 성삼문과 박팽년을 설득하던 장면입니다. "뱃사람들이 거대한 자연을 만나기 때문에 미신을 잘 믿는다는 것이, 세종이 만난 백성에 대한 믿음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가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향에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세종이 백성을 사랑했다는 애민사상에서 틀어, 백성을 가장 두려워했다로 생각해 봤습니다. 강채윤을 그렇게 표현했었지요. 가장 두려우면서 가장 멀리있는 자, 그래서 믿음이 가는 자라고 말이지요.

영원한 것은 임금, 사대부, 사상, 나라도 아닌 백성
정기준과의 사당에서의 첫만남에서의 토론내용 경국대전 정보위에도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왕은 허군이고, 실군은 관에 총괄하는 재상총재의 것이다. 이것이 조선을 건국하신 삼봉선생의 치국의 기본사상이다.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이다. 무엇으로 그 위를 지킬까보냐? 이에 말하기를 인(仁)이다. 현능한 자들은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힘을 바치며, 백성들은 맡은 바에 분주히 복무하되 오로지 임금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정기준은 조선경국전 정보위 구절이라며 다음 구절을 알고 있느냐고 이도에게 물었지요.
다음구절은 "한 번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마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기게 되리라.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혜로서 속일 수 없는 것이다"입니다. 정기준은 "지금의 주상(태종 이방원)은 그러한가?" 라며, 네 아비는 삼봉의 조선을 훔친 도적이며 살인자다라며, 이도에게 충격을 주었지요. 

가리온이 정기준임을 알았든지 몰랐든지, 세종은 정도전을 추모하는 정륜암에서 정도전을 다시 거론합니다. "그의 책을 읽고 또 읽고 내린 결론이다", 삼봉만은 내 뜻과 함께 할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말이지요. 
해서 경국대전 정보위 다음 구절을 살펴보니 이런 말이 이어지더군요.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은 사사로운 뜻을 품고서 구차하게 얻는 것이 아니요, 도를 어겨 명예를 구하는 방법으로 얻는 것도 아니다. 그 방법 역시 인(仁)일 뿐이다. 인군(人君)은 천지가 만물을 생육하는  그 마음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아서 불인인지정(不忍人之政)을 행하여, 천하만민이 모두 기뻐해서 인군을 마치 자기 부모처럼 우러러 볼 수 있게 한다면, 오래도록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며, 위망 복추의 우환을 끝내 갖지 않게 될 것이다. 인(仁)으로서 위(位)를 지킴이 어찌 마땅한 일이 아니겠는가".

불인인지정은 쉽게 말해 측은지심과 같은 말입니다. 그리고 곰곰이 되짚어 본 문구가 "한 번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기게 되리라.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혜로서 속일 수 없는 것이다"의 구절입니다. 

20여년이 지나 세종과 정기준은 어떠한 의미로든 성장해 왔고, 나름대로의 명분과 대의를 향해 그들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정기준은 그가 그토록 금과옥조로 여긴 정도전의 가르침을 저버리는 우를 범하고 맙니다. 힘으로 위협할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겨우 폭력이라니 라며 이도를 비웃었던 그가 폭력으로 맞서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린 이도에게 공맹의 도가 어떠하며, 삼봉선생의 조선건국이념이 어떠하며를 설파하던, 그 정기준이 아니었습니다. 

뱃사람이 미신을 믿는 것은 바다가 무섭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거친 파도가 그들을 삼켜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만조의 기쁨을 누리게도 합니다. 세종이 만난 백성은 아버지를 잃어 울부짖는 똘복이였죠. 임금을 지랄이라고 욕을 하는... 이도는 충격을 받았고, 큰 깨달음을 얻었지요. 물론 똘복이처럼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는 일이 없게 글자를 만들겠다는 동기가 되기도 했지만, 이도는 분노하는 백성을 만난 것에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군왕을 어찌 백성의 어버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왕이 자격이 있는가?를 물었던... 어린 날 정기준이 던졌던 물음과도 같았죠.  

이도가 깨달았던 것은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어 엎기도 한다는 겁니다. 백성이라는 거대한 바다, 무서운 바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조선의 왕, 재상도 의미가 없는 것이며, 재상의 나라가 옳으냐 왕의 나라가 옳으냐도, 다 쓰잘데기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입니다. 죽여버리겠다며, 임금배때지라고 칼이 안들어가겠느냐며 무섭게 광분하던 똘복이, 백성은 그런 존재였던 겁니다. 무섭죠. 멀죠. 가장 정직한 반응을 하니 가장 믿음직한 판관인 것이죠.  

그동안 세종에 대해서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치 위민정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큰 것 하나를 간과했는데, 공포, 두려움, 무서움입니다. 누구에 대해? 바로 백성이죠. 성나면 배를 집어 삼켜버릴 수 있는 거대한 바다, 백성말입니다.
세종의 백성을 두려워 하는 마음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뼈있는 가르침이고 통치철학입니다. 오늘날 정치인들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국민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민이 두렵다고 말하는 분들은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세종이 백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다, 백성을 얼마나 두려운 존재로 여겼는지, 똘복이를 통해 보여지는 그의 백성에 대한 자세는, 정기준의 틀에 박힌 성리학적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것이었으며, 정조전의 사상도 뛰어넘었던 것입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가장 낮은 자 백성을 두려워하는 왕, 가히 혁명적 자각에 이르렀던 세종입니다. 

세종의 끝장토론, 정기준을 설득할 수 있을까?
정기준과의 토론, 백성과 인(仁)이 주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기게 되리라.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혜로서 속일 수 없는 것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은 인(仁)일 뿐이다'.
고려왕조가 무너지고 귀족들이 멸했지요. 왕조와 지배층은 무너졌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백성이었습니다. 조선 또한 언젠가는 망할 것이라고 세종은 단호하게 말할 것입니다. 그 지배층 사대부 양반들도 말입니다. 사상이라는 것은 계절의 변화처럼 새로운 사상이 생겨나면 밀려나는 것이고, 영원한 것 또한 없지요. 임금과 지배층은 바뀌어도 늘 제자리에 있는 사람들, 그것은 백성이라는 거대한 바다입니다. 배도 뱃사람도 바뀌어도 바다는 그대로듯이 말입니다.
삼봉이 만세대대 영원한 조선을 꿈꿨듯이, 이도 역시 조선이 만세를 누리기를 바라고, 정기준 또한 그러할 것이라는 것은 세종은 알고 있습니다. 정기준이 분노하고 세종에게 틀렸다고 하는 것은 조선이 흔들릴 것임에 대한 염려입니다. 그러나 정기준은 간과했습니다. 사상과 지배층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 나라의 뿌리 백성이었음을 말이지요. 
정륜암에서 세종에게 정기준이 설득당할 것일까? 당연히 아닙니다. 그러나 정기준은 세종의 말에 그의 사상에 큰 혼란을 일으키기는 할 것입니다. 세종의 말은 "백성없는 나라가 있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정기준에게 더 큰 혼란을 줄 인물은 아마도 우의정 이신적과 심종수가 되지 않을까 추측도 해봅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를 위해 배신때릴 인물들이죠. 재상이 되겠다는 욕망때문에 말입니다. 
밀본원들에게 던졌던 질문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죠. 그 다음은, 또 그 다음은 제대로된 사대부가 조선을 이끌 것인가? 이신적같은 박쥐형의 인물은 언제나 나올 것이고, 권력이 인품이나 수양의 정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의 밀본원들을 통해서도 확인했던 정기준이기에 말입니다. 그럼 누구를 믿을 것인가? 영원무구할 조선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결코 갈아치울 수 없는 나라의 뿌리 백성이지요. 여기까지 깨닫게 되기까지 정기준은 세종에게 계속해서 반기를 들겠지만, 마지막은 세종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까요? 
"지랄하지 말라고 해", 세종이 처음들은 백성의 말이었습니다. 세종은 당황했지요. 궁에서는 한번도 듣지못한 말이었고, 삼봉의 책에도 공자의 책에도 나오지 않은 말이었으니까요. 세종이 전국팔도의 욕을 수집하고, 노랫가락을 수집했던 이유는 그것이 한자로 쓰여지지 못하는 우리말, 백성의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한자로 쓰여지지 못하니 우리 말은 수백년이 지나면, 하나 둘 없어져 버렸을 겁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 쓰는 우리말이 '얼'과 '마음'이라는 단어입니다. 얼을 한자로 혼(魂), 혹은 정신(精神)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얼'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와는 뭔가 다르지요. 마음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무엇인가가 있고, 감정이라고 하기에도 충분치 않고 말입니다. 한글이 없었다면, 어쩌면 지금은 이런 말들이 지구상에 없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가 말입니다. 

****다음은 세종과 정기준이 나눌 대화를 재미삼아 써 본 것입니다. 그저 웃고 가시옵소서.
세종
: 네가 정기준이냐? 근데 말뽄새가 그게 뭐냐? 임금한테 반말이나 지껄이고, 네가 아는 성리학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더냐? 내가 그래도 명색이 임금이 아니냐?
정기준: 이도 너는 성리학의 나라 조선, 사대부의 나라 조선의 왕이 될 자격이 없다. 글자라니...백성에게 권력을 줘서 사대부를 무너뜨릴 것이 아니더냐? 너의 글자에 성리학의 도를 담을 수 있더냐? 소양없는 백성들이 너도나도 글자를 안다고 날뛰고, 신분질서가 무너지고, 결국 조선은 너의 글자로 인해 망할 것이다.
세종: 지랄하고 자빠졌네. 네가 조선인이냐, 중국인이냐? 한자가 어느 나라 글자더냐? 네가 나의 글자를 두려워 하는 이유는(목에 힘주어 강조), 글이 곧 무기이기 때문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말이다, 중국의 글자가 조선을 지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찌 답할 것이냐? 결국에는 한자라는 무기에 조선이 중국의 속국이 되거나 망할 것 아니겠느냐? 하여 나는 조선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조선을 지키는 그 방법이 글자다.

정기준: 중화는 삼봉이 세운 조선건국의 이념이고, 너의 글자는 중화를 거스르는 반역사적 글자이다. 그걸 정녕 모르는 것이더냐?
세종: 중화를 거슬러? 옘병할... 중화가 밥을 주더냐, 고기를 주더냐? 밥은 말이다, 한자라고는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새벽부터 밤늦게 일하는 백성들이 주는 것이다. 하여 내 너무 고마운 백성들에게 쉬운 글자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인데, 그게 그리 고까운 일이더냐? 사람을 죽여가면서 까지 반대할 정도로?.
백성을 위한 성리학이 고작 말뿐인 것이었더냐? 그러고도 네가 사대부 선비더냐? 백성없는 나라가 세상 천지에 있더냐? 조선을 지키는 것은 성리학을 지키는 것도, 사대부의 권익을 지키는 것도 아니다. 백성을 지키는 것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 삼봉이 그리 말하지 않았느냐? 백성의 마음을 얻지못하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그리고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이어야 한다고...하여 내 그리하기 위해 지옥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너는 무엇을 했느냐? 나의 조선, 백성에게 가는 나의 길에 너의 대답이라는 것이 고작....
참 내 너에게 말을 전하라 했는데 들었느냐? "겨우 폭력이라니..."
정기준:.......(방백) 에잇, 자존심상해(쪽팔려!라고 싶은 것을 참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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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6
  1. 얼소녀 2011.12.03 09:38 address edit & del reply

    작가라인에 합류 하심이 강력추천 합니다 ^^

  2. 달려라꼴찌 2011.12.03 09:59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그 다음 대사가 저리 된다면 얼마나 통쾌할까요? ^^
    빨리 다음주 수요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3. wlskrkek 2011.12.03 10:01 address edit & del reply

    얼과 마음..저도 참 좋아하는 우리말입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우리말이, 한글이 너무도 좋습니다.
    재밌게보고갑니다~^^

  4. 주리니 2011.12.03 10:18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걸요? ㅋㅋ

  5. 사실 2011.12.03 12:26 address edit & del reply

    정기준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소양 없는자가 글자를 아는것이었습니다. 저저번 회인가 정기준이 그러하였지요. 왜 천자문을 먼저 읽고 소학과 명심보감을 땐후 작문을 가르치냐고요. 여기서 소양이 없는자란 단순히 지식이 모자란 자가 아닙니다. 자기절재와 중용이 갖추어진자가 관료가되어야 나라를 이뜰어 갈수 있기때문입니다. 소학과 명심보감이 윤리에 초점을 두는것도 먼저 바른사람이되고 더 어려운 학문을 읽히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훈민정음은 아주 빠른 시간안에 읽고 쓸수가 있습니다. 이러면 지식은 있지만 자기절재는 갖추지 못한 자들이 관료가 되고 나라를 이끌어간다는것이 정기준의 생각이었습니다. 말은 칼입니다. 언론은 그 무엇보다도 무서운 무기가 되어 멀쩡한 사람을 죽일수도 살릴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몇백년전의 역사를 알고 한글의 위대함도 잘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선을 500년전의 사대부,유생들과 정기준의 시점으로 돌려봅시다. 정기준의 논리는 이러합니다.

  6. 윤이사 2011.12.03 12:27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참 잘 쓰시네요. 많은 분들의 글을 읽어 봤지만 추상적인 것만 그득할뿐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님의 글을 읽고나니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눈에 속속 들어옵니다. 어찌보면 '뿌리...'는 정말 심오한 철학논쟁입니다. 그런 논쟁을 드라마로 균형감각을 잃지않고 풀어낸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그런 배경을 이렇듯 쉽사리 설명해주신 님께도 박수를 보내고 싶군요.

  7. 사실 2011.12.03 12:55 address edit & del reply

    관료란 엄격한 자기검열과 애민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니글은 어떠하냐..일단 쉽다. 쉬우면 한자를 멀리하게되고 한자를 멀리하게 되면 성리학을 멀리하게 된다.그러면 몇백년이 지나지 않아 조선이 무너진다.. 왜 이리 생각 하였을까요?일단 조선의 건국 이념이 성리학 이었으며 당시의 글은 한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성리학은 단순히 중국만세!!학문은 아닙니다. 후에 예송논쟁으로 인하여 형식에 치우치긴 하지만 당시만하더라도 관리의 자신의 소양을 기르는대 중요한 학문이었습니다. 더욱이 관리의 첫번째가되야 하는윤리적소양마저 한자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여기서한글은(물론당시의 시점에서)읽고 쓰기는 쉬우나 책임은 없는글이 됩니다. 니 놈이 백성을 사랑하는것이 맞느냐..니놈의 글자로 인해서 아무나 관리가 되고 그칼을 함부로 휘두르면 어찌할것이냐? 라고 말하는것이죠. 니가 백성을 사랑한다고 개소리하지 마라.. 넌 그냥 무책임 한거다.. 개나 소나 칼을 쥐어주는것이 정당한것이냐..이렇게 주장하는것이지요. 당시의 시점으로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것도 아니었습니다.지금의 우리는 한글이 보편화되어 있고 자신의 법적책임은 자신이 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당시의 백성은 이끌고 보듬어 주어야 할존제이지 자신이 주체가 되어 무었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최만리가 물었지요. 만리 :노비제를 없앨수 있습니까? 양반을 없앨수 있습니까? 세종: 못한다. 못한다. 만리: 그러하면 글자란 희망으로 고신당하는 백성들은 어찌해햐 합니까? 세종의 대답은 백성의 힘과 역사에 있었습니다. 글세요... 작가의 말이 그당시 백성에게도 희망이 될수 있을지는 좀 회의가 드는군요.

    • ... 2011.12.03 16:11 address edit & del

      소양을 가르치는 글이 굳이 한자일 필요는 없지요. 물론 번역하면 의미가 조금 손상될 수는 있지만, 굳이 윤리적 소양을 한글로 가르친다고 해서 소양 없는 인간이 될리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기타 책들을 모두 한글로 출간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 사실 2011.12.03 21:14 address edit & del

      윤리적소양을 한글로 가르치는것이 아니라. 에당초 윤리적 소양을 가르칠책이 없었습니다. 삼강행실도가 한글로간행된것이 1481년인 성종2년 이었다는것을 기억하세요.한글로 가르치느냐 한자로 가르치냐가 아니라 가르칠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가르칠 능력이 되려면 한자를 한글로 음운을 풀어 쓸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합니다. 그 사람이 백성이겠습니까? 지금의 시점으로 본다면 이런겁니다. 한글보다 몇배는 읽히기 쉬운글자가 나온다고 칩시다. 그글을 알고 한글을 모른다면 한글을 기반으로 한 지식을 축적할수 있습니까? 실상 조선시대전체에 거쳐서 훈민정음은 또다른 차별을 낳게 됩니다.언문이라하여 상것들과 여인의 글자란 차별을 받으며 실제한글이 우리 역사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때는 아이러니 하게도 일제강점기의 주시경 선생의 노려과 해방을 거치면서 부터이지요. 한글이 위대한 글자이고 세종대왕의 커다란 업적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좋은것이라 하여서 당시의 백성에게도 좋은것이냐고 물으신다면 답하기 어렵습니다.

    • 사실 2011.12.03 21:23 address edit & del

      모든 위대한 발명은 그당시 사람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이루어집니다. 세종대왕의 한글이 그러하였고 프랑스의 혁명이 그러하였지요. 프랑스혁명의 정신인 자유,박애,사랑은 오히려 나폴레옹3세가 황제가 되어 프랑스를 전제왕권국가로 되돌리는 결과를 낳은후 오랜시간이 지나서야 자리를 잡습니다. 전제국가에서 공화정으로 공화정에서 민주주의 국가로의 이행또한 그러합니다. 물론 이는 역사적으로 옳으며 바른 방향입니다.하지만 그것은 당시의 사람들의 엄청난 희생을 발판으로 이루어집니다. 세종의 생각은 물론 옳습니다. 하지만 한글이 백성에게 쓰이고 그글로 인하여 차별받아 꿈틀거리는 백성들의 자각과 희생이 이루어진 후에야 자리를 잡을 겁니다.

    • 사실 2011.12.03 21:30 address edit & del

      우리는 한글의 역사를 알고 그 것을 바탕으로 정기준을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기준이 한심해보이지요. 하지만 역사의 시계바퀴를 돌려서 500년전의 사람들의 인식을 살펴봅시다. 조선의 건국이념은 성리학입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은 주권제민과 민주주주의 이지요. 만일 민주주의보다 훨씬훌륭한 사상이 나와 그를 따르라고 한다면 쉽게 받아들일수 있을까요? 저 부터 그러기어려울겁니다. 성리학으로 나라를 세운지 50년도 되지 않아서 성리학을 점차사라지게 하는 글자를 만든다면 그당시 선비들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개가 풀뜯어 먹는소리가 되는겁니다.

    • 사실 2011.12.03 21:42 address edit & del

      이것은 논리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로 인하여 설득될수 있는문제가 아닙니다. 아마도 세종이 정기준을 설득하려면 지난한 노력이 필요할겁니다. 이신적과 같은 부류는 학문이 권력을 위한수단이 되지만 최만리와(사농공상을 폐하지 못하면서 글자만을 주려한 세종을 지적한) 정기준의 경우는 다릅니다. 심지어 정기준은 한글을 사라지게 할수 있다면 역적이 되기도 서슴치 않는 자이지요. 범죄자로 본다면 노르웨이 살인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크 버그같은 확신범이며 현대적 이론가로 친다면 아나키스트가 되기도 주저하지 않습니다.세종이 정기준을 설득하려면 한글이 당시의 성리학과 양립할수 없는 학문이 아님을 말할수 있어야 하겠지요.

    • 사실 2011.12.03 21:54 address edit & del

      제가 뿌리깊은 나무를 보면서 가장이해하기 어려웠던 반응이 정기준 나쁜놈vs세종만세 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그당시 사람들의 한글에 대한 반응은 어떠 하였으며 그 들은 왜 한글을 그다지도 반대해 왔는지를 알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글반대=나쁜놈=기득권 이라는 공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사람의 의도가 언제나 좋은결과를 나타낼수는 없습니다. 좋은의도라도 사람을 해할수 있으며 나쁜의도라도 사람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경우도 생깁니다. 적어도 정기준과같은(정도전의 많이 맛이간 버젼의 아바타라고 생각하지만... 작가가 좀 찌질하게 그리긴하였습니다)학자들의 진심은 알아주었으면 하네요.

  8. memorial 2011.12.03 23: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회가 거듭될수록 기대가 되네요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

  9. 악마의 발톱 2011.12.04 00:10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세종과 관련된 역사적 일화를 드라마 전개중 삽입하는 것도 검토해주길 제작진에게 주문하고 싶군요. 이를테면 세종의 딸중에서 어떤 공주가 한글 창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점, 관노비에게 출산 휴가를 주기 위해 대신들과 토론했던 일, 조선 초기에 제작했던 세계 지도를 바라보며 놀라워하는 세종 등.

  10. 개파이 2011.12.04 00:12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글을 잘쓰시네요 문장력이란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되네요

2011. 12. 2. 08:16




40여년이 흘러 다시 마주한 세종과 정기준, 두 사람의 만남이 이리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 당혹스럽기 까지 했습니다. 세종이 마지막으로 설득하고 품어야 할 사람이 정기준임을 알기에, 조금 더 아껴둘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가리온이 정기준이라는 사실은 세종도, 강채윤도 알게 되어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겠지요. 소위 사대부의 보이지 않는 실세 밀본 본원이 백정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비밀조직을 이끌어 왔다는 것은 까무라칠 일이지요. 무엇보다 세종이 정기준을 어떻게 설득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 즈음해서, 세종이 글자를 만들려했던 역사적 의미를 보여 준 최만리와의 대화는 곱씹어야 할 명대사였습니다. 세종이 정기준을 설득하고 그의 사람으로 만들 논리가 최만리와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방지를 만난 강채윤, 제자이기에 앞서 그와 너무나 닮은 꼴인 강채윤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던 이방지는 강채윤이 밀본과 뜻을 함께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요. 그러나 무슨 조화인지 주군의 여자를 연모하고 있는 모습이 지난날의 자신과 같음에 마음이 천근만근이지요.
이방지가 무휼에게 채윤과 소이의 앞날을 약속받는 장면이 가슴 찡했고, 주상이 하지 않는다면 무사로서 목숨을 빚진 자로서 약속한다는 무휼의 말은 금강석보다 강해 보였던 명장면이었죠. 칼을 든 무사들의 진정한 약속, 칼을 두고 맹세하는 모습이었기에 더욱이나 인상적이었더 장면이습니다.
세종이 글자를 만든 것이 중화를 거스르고 조선을 망하게 할 것이라며, 사대부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투신자살한 유생 박세명, 그가 남긴 격문이 도성 곳곳에 나붙어 조정대신들의 글자반포에 대한 반대와 세종에 대한 압박은 더욱 심해지기만 합니다.  
세종과의 독대를 청한 최만리, 세종이 최만리를 설득하는 장면에서는, 군주이기에 앞서 구만리를 내다보는 역사학자의 모습을 보는 듯하더이다.

최만리는 자신을 밀본이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서 목이 잘려도 좋다며, 밀본이 노비 서용의 과거급제 사건을 통해 모두가 글자를 아는 세상이 가져올 혼란을 말했다고 하지요.
"진정 그것이 혼란이기만 한 것이냐? 백성들이 글자를 안다면 배우고자 할 것이고, 잘 살 방법을 찾게 될 것이고 그렇게 삶의 즐거움을 찾아 살아서 꿈틀거릴 것이다".
그 꿈틀이 신분질서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최만리의 반박에 대한 세종의 일갈은 통쾌하기 까지 합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무너진다. 영원한 것이 어디있더냐. 전조 고려 전조를 보아라. 정체되어 썩다 사대부들에 의해 귀족들은 멸했다". 
최만리는 지지않고 지금은 고려와는 달리 시험으로 본다고 전조와의 차별성을 말하지만, 세종은 그 어폐를 꼬집습니다. "그 시험은 무엇으로 보느냐? 너희들만 아는 너희들의 글자 한자로 시험을 본다. 정작 한자를 아는 너희들만 관료가 되는 것 아니냐? 이대로라면 100년 뒤에는 서얼들의 과거가 금지될 것이고, 200년이 지나면 양반들만 시험을 보게 될 것이고, 300년이 지나면 양반을 사고팔고 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조선은 그렇게 경직될 것이고, 그 폐해 또한 날로 심해질 것이다. 역서를 보아라. 어느 나라의 역사든 다 그렇지 않느냐. 하여 그 폐해를 이겨낼 수 있는 수단으로서, 희망으로서 글자를 만든 것이다".
최만리는 더 거세게 반발합니다. "하오면 양반을 없앨 수 있습니까? 노비를 없앨 수 있습니까? 사농공상의 지위를 없앨 수 있습니까?".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헌데 글자라는 희망만 백성들에게 내리면 그 희망으로 고신당하는 백성들은 어찌 합니까?".
"그것 또한 역서에 있다. 그들은 스스로 그렇게 길을 모색한다. 그렇게 스스로의 길을 찾고 찾는 중에 싸우고 타협하여 이뤄가야만 조선은 천세만세를 누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조선은 전조 고려처럼 썩어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최만리와의 대화를 들으며 놀랐던 것은, 신분사회의 최정점에 있는 임금이 신분질서가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점입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이제 40 여년 밖에 되지 않은 갓 시작된 조선의 임금이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지만, 드라마속 세종이 조선의 앞날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는 점이 소름끼칠 정도로 무섭더군요. 이후 서얼금고법으로 서얼이 과거시험을 영구히 보지 못하는 제도가 시행되었고, 임진왜란후 세종의 말 그대로 조선사회 신분질서의 혼란으로 양반을 사고파는 일들이 성행했으니 말입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성리학이 조선을 망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성리학으로 세워진 나라가 성리학의 이념논쟁, 일례를 들어 예송논쟁으로 시작된 당쟁이 조선을 정체되게 했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멸망하게 되었으니, 실로 세종의 혜안은 600년 뒤를 내다봤던 아니겠습니까. 세종의 글자가 한글로 통일되면서 보편화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이 망한 이후였으니, 개탄스럽기 까지 합니다.
한글이 조선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합니다. 백성들의 의식은 세종의 말대로 꿈틀대며 일어났고, 신분사회에 대한 모순을 비판하기에 이르렀으며, 공자왈 맹자왈 서책이나 끼고 한량짓하던 양반들은 도태되어 몰락하게 되었으며, 잡학이라 천시하던 잡문에 능한 중인, 양인들이 부를 축적해 갓떨어진 양반들을 조롱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나왔으니 말입니다.
세종은 성리학, 한자의 한계를 이리도 멀리 내다봤던 것입니다. 왜냐? 성리학을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이며, 기득권자들은 그 기득권으로 인해 망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권력이 집중되고 정체되어 있으면, 필히 그 권력에 맞서는 새로운 권력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천년만년 갈 것같았던 고려가 새로운 사상으로 무장한 신진사대부 신흥권력에 의해 망하는 것을 보았던 세종, 권력이란, 지배층이란, 영원히 보장된 금줄이 아니라는 것을 세종은 역사를 통해 알았던 것이지요.
세종이 백성에게 눈을 돌린 것은 드라마속에서는 똘복이의 모습을 통해서였지만, 한 번도 역사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백성이 주인공이 될 세상을 똘복이를 통해서 봤습니다. 백성은 분노하지 않는자가 아니라, 다만 분노를 감추고 있다는 것뿐임을, 그리고 분노할 이유 앞에서는 누구보다 무섭게 분노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정기준을 만나기로 결심한 세종, 그러나 행방이 묘연해진 이방지로 인해 정기준과의 만남은 불발되었지요. 마음이 심란한 세종은 무휼과 소이만을 데리고 정륜암에 오르고, 고기를 싸서 따라온 가리온이 정기준임을 밝히면서 심장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대치상황으로 뿌리깊은 나무 18회가 끝났습니다.
고기를 써는 개파이의 꽃반지를 보고 그가 탈바가지를 썼던 고수였음을 알아챈 무휼이 칼을 빼들고, 무휼과 개파이를 보던 세종이 가리온의 눈빛에 놀라 멍해져 있는데, 정기준이 뒷짐을 지고 그의 정체를 밝혔지요. 귀싸대기를 열두번도 때려주고 싶은 싸갈통 머리없는 모습으로 세종앞에 선 정기준에게, "네가 정기준이냐?"며 냉소로 마주하는 장면은 돈주고도 못볼 명장면이었습니다.
정기준, 그가 누구입니까? 성리학, 유학의 질서를 목숨보다 숭배하는 자 아닙니까? 그런데 삼강오륜이 기본인 자가 임금 앞에서 뒷짐을 지고 이름자까지 뱉는 모습은 이미 그의 사상적 오류를 고백하는 장면이나 다름없었지요. 세종을 시해하고 반역을 결심했다기로 서니, 그는 그가 신봉하는 성리학에서 단정하는 패륜을 저지른 것입니다. 
가리온이 정기준임을 안 세종, 아니 한석규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냉소에 전율이 일더군요. 경악의 눈빛도 아닌 썩소를 날리다니, 반전 중의 반전장면이었으며 한석규가 해석하는 세종은 명물 중의 명물임을 느끼게 했지요. 한석규의 냉소에는 정기준에 대한 자신감이 들어 있었습니다. 한석규의 냉소에는 정기준에 대한 비웃음이 들어 있었습니다. 한석규의 냉소에는 정기준을 향한 욕이 들어 있었습니다. 한석규의 냉소에는 정기준에 대한 실망감이 들어 있었습니다.
삼봉의 조선을 훔친 이방원의 조선, "너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어린 세종에게 자괴감을 안겨주었던 오랜 트라우마의 근원 정기준은 그렇게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고작 보여주는 것이 집현전 학사들을 죽이는 폭력이었고, 노비의 장원급제와 유생의 죽음으로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동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비웃었던 이방원의 모습과 빼다박은 방식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정륜암에서 벌어지게 될 고수들의 대결과 함께 뭔지 모를 불안한 죽음의 그림자가 덮쳐오지만, 세종과 정기준이 벌일 논쟁의 승패는 세종의 냉소에서 이미 판가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정도전의 건국이념에 발이 묶여 한치의 발전도 없는 모습으로, 오히려 퇴보하고 정체된 모습의 정기준이었기에, 세종은 정기준이 안타까웠을 겁니다. 어린 유생시절의 패기와 의협심, 냉철한 지성은 사라지고, 왕권을 견제하는 재상총재제를 구현하겠다는 빌미는 있었지만, 정작 사대부 선비정신을 버린 것은 정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세종의 냉소 속에 읽혀졌던 정기준에 대한 자신감, 비웃음, 욕, 실망감은 그때문이었겠지요. 웃음 하나에도 내면을 모두 담아내다니, 한석규 무서울 정도로 소름끼치는 연기력입니다.

***'뿌리깊은 나무' 이전 리뷰글들 대부분이 또다시 블라인드처리되었네요ㅠㅠ.
글만 복구해서 다시 올려놓겠습니다. 워낙 애착이 있는 작품이고, 심혈을 기울여 쓴 글들이라 제 블로그에도 꼭 남겨두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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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1
  1. kangdante 2011.12.02 08:36 address edit & del reply

    예나 지금이나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 하면서
    결국은 가진자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야비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드라마죠?..

  2. 모피우스 2011.12.02 08:4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맛깔스런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어제 정말로 재미있었습니다.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3. ♡ 아로마 ♡ 2011.12.02 08: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대상은 한석규씨죠..
    연기의 폭이 발로 표현할수가 없어요 ;;
    어제도 애들이랑 시간 가는줄 모르고 봤거든요..
    마지막 장면 완전 대박이었어용 ㅋ

    글구 무휼...
    전 한석규 다음으로 무휼...이분이 맘에 듭니다..
    다이어트 한 후에 인물도 나구~ 카리스마도 있구~ㅎㅎ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꽤 맘에 드네요 ^^;;

  4. 2011.12.02 08:5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여왕의걸작 2011.12.02 10:2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심장이 쪼그라드는 줄 알았습니다.
    설마 무휼이 죽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음 주까지 일주일을 어떻게 마음조리며 기다릴지..

    개파이의 정체가 너무 궁금하네요.
    저는 물속에 빠졌던 이방지가 나타나 도움을 주고
    아마 이방지의 죽음으로 희생이 일달락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6. kalms 2011.12.02 10:3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리뷰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만,
    제가 말꼬리만 좋아해서 (죄송하지만)
    세종의 대사는 ...
    역사를 아는 작가가 무리하게 갖다 붙인 거잖아요.
    저는 좀 불편하던데요...
    허구인 줄 다 알고 보고 있지만
    연기를 잘 하는 게 ... 진짜처럼 하는 것이듯이요.
    성의가 없었다고 할까요...

    • kalms 2011.12.02 10:44 신고 address edit & del

      마저 읽은 뒷부분은 시원시원하게 동감합니다.
      다만, 세종이 그리워하는 그 마음으로 정기준을 바라보다 보니
      역시나 제작진이 미워질 지경이었습니다.
      왕을 너무 미화한다는 지적도 있기는 합니다만,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을 미화하는 걸로 봐야겠죠.

  7. 날아라뽀 2011.12.02 11:0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무휼이 알아채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ㅋ
    재미있어요^^

  8. Ustyle9 2011.12.02 11:3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 갑니다. 어제는 앞부분을 퇴근 때문에 못봐써 덕분에 이야기 전개가 잘보였네요 잘보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

  9. 왕비마마 2011.12.02 11:49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정말 마지막에 소름이 쫘아악~
    이거 일일 드라마 해주면 안될까요??? ㅋㅋ

    울 초록누리님~
    따뜻~한 오늘 되셔요~ ^^

  10. 저두 2011.12.02 13:08 address edit & del reply

    한석규의 썩소에 아~~ 했습니다. 젤 좋았던장면이였고 정기준을 한순간 초라하게 만든 장면이였어요

  11. 하얀구름 2011.12.02 15:01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언제나 글 참 잘쓰십니다 요즘 뿌리깊은 나무 보는재미로 삽니다 어제 가장 소름돋게 한 마지막 명장면 .. 세종과 정기준이 마주한 그 눈빛... 세종역할을 어찌 그리 잘 연기하는지... 다시금 한석규의 연기에 소름이 돋습니다 다음주가 넘 기다려지네요

  12. 김미정 2011.12.02 17:12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갑니다. 드라마를 정말 깊이 이해하며 보시네요.^^
    어제는 정말 깊이 몰입해서 보느라 끝나고는 두통이 오더군요.

  13. 색연필 2011.12.02 17:50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한 회 한 회 볼 때 마다 한글에 놀라고 한석규의 연기에 새삼 또 놀라고 놀라고...정말이지 일주일이 10년 처럼 느껴 질 것 같습니다 ㅠㅠ

  14. lady 2011.12.02 19:15 address edit & del reply

    이 드라마가 한류상품으로 이름을 떨쳐서 우리 문화, 역사 그리고 한글의 우수함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흥미롭게 기다리며 시청하고 있어요. 모든 배우의 뛰어난 연기까지 만점의 드라마입니다.

  15. 지나가다가.. 2011.12.02 20:55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그런데...왜?
    블라인드 처리를 하는 거예요??

  16. 큰소리뻥뻥 2011.12.03 06:23 address edit & del reply

    글쎄...
    세종대왕께서 조선의 미래를 내다보고 한글을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극과 역사는 구분되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17. ruwin126 2011.12.03 13:00 address edit & del reply

    "최만리와의 대화를 들으며 놀랐던 것은, 신분사회의 최정점에 있는 임금이 신분질서가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점입니다."
    읽다가 손발이 오그라드는줄 알았습니다.
    역사와 사극을 구분 못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구나.

  18. 유머나라 2011.12.03 16:14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위대하신 분이어요, 킹 세종.
    이 드라마 보며 다시 한번 느꼈어요.
    아주 잘 만든 드라마여요~~

  19. ERIS 2011.12.05 15:54 address edit & del reply

    내가 느낀 것들을
    이렇게 다른 이의 글로 볼 수 있어서 참 기분이 오묘합니다.
    단지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혼자만의 망상으로 가지고 있었는데...암튼
    방갑습니다 ^^
    글을 참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그 내공... 배우고 싶을 정도입니다 ^^

    • 2011.12.05 16:07 address edit & del

      비밀댓글입니다

2011. 11. 11. 08:46




뿌리깊은 나무 12회의 주인공은 강채윤과 소이였습니다. 신세경과 장혁의 연기가 심금을 울렸지요. 이렇게 같은 하늘 아래 살아있었거늘, 그것도 궁안에서 심지어 만나기 까지 했음에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던 두 사람이었기에, 서로를 알게 되는 과정도 극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만나는 장면이 없어서 왠지 뒤가 찜찜한 이 기분은 뭔가 싶네요. 시청자 애간장을 태우며 질질 끄는 것은 아닐까 했는데, 외외로 너무 쉽게 만나버려 혹시 다음회에 무슨 변고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어요. 혹이라도 담이(소이)가 똘복이가 겸사복 강채윤이라는 것을 알고는 몸을 숨겨버리지는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강채윤이 똘복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파옥을 한 역적노비 똘복이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것을 영리한 소이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지엄한 국법이 있기에, 세종이 강채윤을 구명할 명분도 만들지 못할 것이고요. 심온대감이 복권되지 않은 마당에 그 일에 연루되었던 노비 똘복이를 구할 수 있을 명분이 없으니 말입니다.  아직은 강채윤이 똘복이라는 사실이 밀본에 알려져서는 안되기에, 더더구나 두 사람의 만남은 그 간절한 그리움에도 불구하고, 걱정 또한 앞섭니다.
담이와 똘복이는 정체가 드러나서는 안되는 인물들이지요. 정기준이 가리온으로 살아왔던 것처럼, 똘복이는 강채윤으로, 담이는 소이로 살아야 하는 이유, 그것이 세상의 눈을 피해 살 수 있었던 방편이었습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역적, 혹은 역모에 가담한 인물로 정체가 발각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과연 똘복이 강채윤은 세종 이도를 용서할 수 있을지, 담이를 궁에 데려다 궁녀로 만든 것에 더 큰 살기를 품을 것같기도 해요(물론 소이를 궁에 데리고 온 이는 소헌왕후였지만). 한글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강채윤에게 아직은 말하지 않을 듯하니, 강채윤과 세종이 화해하기는 아직 멀었고 말이지요. 더구나 방에 지정된 장소에 밀본이 나타난 것을 알고는 강채윤을 밀본과 연결짓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세종은 주머니가 바뀐 내막까지는 모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행방불명된 소이때문에 세종은 밀본이 다음 타겟으로 소이로 잡았다는 것으로 짐작하지요. 소이의 안전에 입이 바짝바짝 말라가는 세종, 소이가 똘복이를 만나기 위해 붙인 벽서, 계언산 마의에 담긴 의미를 풀기 위해 파자, 합자, 팔도지리지, 전 왕조의 고서까지 다 뒤지는 세종이었지요. 정인지에게 임금인 나도 이렇게 찾고 있는데 뭐하고 있느냐는 말에 박장대소를 하기도 했지만, 세종이 소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세종에게 소이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를 보여 준 장면이었습니다.  
강채윤이 붙인 복주머니 벽서는 정기준과 소이를 경악하게 합니다. 복주머니가 똘복이와 관계있다는 것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두 사람이었기에 말이지요. 밀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정기준에게 사흘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시기에, 절묘하게 때맞춰 나타난 복주머니의 주인공, 이는 밀본지서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소이에게는 죽은 줄 알았던 똘복이 오라버니가 살아있다는 것에 죄책감의 일부를 덜어낼 수 있을 일이었고요.
말을 잃어버린 소이가 밀본이 보낸 꺽쇠에게 자신이 담이라고 처음으로 말을 하는 장면은, 그 간절함이 온몸으로 절절하게 전해졌습니다. 그동안 말없이 필답만을 주고 받아야 했던 신세경은 그 캐릭터만큼이나 답답했을 겁니다. 신세경은 특히 소이라는 역을 하며 감정을 보인 일이 극히 드물었었지요. 세종에게 "전하의 잘못이 아니옵니다"라며, 쓰고 또 쓰며 세종을 위로했던 장면이 그나마 감정을 보여준 장면이었지요.
신세경이 극중 소이역을 하면서 무감정으로 일관한 듯한 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소이라는 인물은 살아있는 송장같은 인물입니다. 즉 자신의 잘못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게 했다는 트라우마가 소이를 감정마저도 죽어버리게 했고, 기쁜 일도 슬픈 일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지요. 신세경은 그런 소이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신세경이 드디어 변했지요. 똘복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의 일입니다.
벽서를 붙이고 처음으로 미소를 짓고, 꺽쇠아저씨에게 자신이 담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이쁜 표정도 다 버리고, 입을 쩍쩍 벌렸지요. 그만큼 절박하고 간절하게 똘복이를 만나야 했기때문이에요. 신세경이 연기보다는 예쁜 이미지를 고려했다면, 그렇게 입을 쩍쩍 벌리지 않고 예쁜 입모양으로 '담...이"라는 입모양을 흉내낼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신세경은 목구멍에서 뭔가를 토해내듯이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입모양을 만들었지요. 정말 좋은 연기자의 모습입니다^^ . 말을 못하는 여인이 자식이 위험에 처하자 이름을 불렀다는 이야기처럼, 소이에게 똘복이는 그렇게 간절한 사람임이 신세경의 입을 통해 전달되었으니 말이지요.
똘복이를 만나기 위해 가리온에게 말을 배우러 간다는 거짓말을 한 소이, 세종 이도의 마음에 쓸쓸한 가을 바람이 싸아~하고 지나갑니다. 세종의 허허로운 웃음 속에 드리워지던 진한 쓸쓸함이 지나가는 것이 보일 정도였네요. 인력으로 안되는 일, 그토록 그리워하는 두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어찌 막을 수 있겠느냐고, 두 사람을 불러 모든 것을 말하리라 결심한 이도입니다. 
강채윤이 왜 궁에 들어왔는지를 모르지 않고, 말을 잃은 소이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모르지 않은 이도이기에, 완성된 한글을 반포하는 중대사를 앞두고 그 핵심일을 해야 하는 소이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올 지, 이도는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지요.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지요.
말배우기에 적극성을 띈 소이를 보며 기뻐하던 세종은 그 연유가 똘복이때문이었음을 알고, 잠시 흔들리는 듯했습니다. 소이가 세종에게 여인이었던가? 여린 백성이었던가? 한글창제를 함께 한 동지였던가? 이거다 답을 내리기에는 세종의 감정을 읽기가 조금 복잡하지요;; 저도 잠시 보류해 두려고요. 지금 똘복이와 담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오거든요.

소이가 붙인 벽서 계언산 마의에 대한 답을 푼 강채윤, 계언산은 어렸을 적 담이와 말잇기 놀이를 했던 뒷산이었고, 마의(馬醫)는 '니마'라는 말 의원의 우리 옛말이었나 봅니다. 말잇기 놀이를 하면 '주머니'로 끝내 버린 똘복이 오라버니를 어린 담이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요. 어린 담이는'니'자로 끝나는 말을 몰랐으니까요. 박포가 던져 준 힌트에 말잇기, 니마, 주머니, 그리고 담이를 생각해 낸 똘복이는 죽을 힘을 다해 미친놈처럼 뜁니다. '담이다, 담이가 살아있었다'.
밀본에 의해 납치된 소이 역시 달리고 또 달립니다.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어디로 끌려왔는지도 몰랐던 소이는, 바람냄새와 걸음으로 거리를 계산하고, 햇볕의 방향으로 동서남북 방위까지 계산한 천재소녀였습니다. 소이의 머릿속에는 팔도지리지가 통째로 들어있었고, 어느 곳에 무슨 산이, 무슨 강이 있는지 강폭과 수심까지 다 들어 있었지요. 한번 입력되면 모든 것을 암기해 버리는 특출난 인물. 소이가 한글창제의 핵심인물인 이유도 소이의 이런 재능과 관련되어 있지요.
똘복오빠가 살아있다는 것에 소이는 목숨을 걸고 윤평에게서 달아나지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오직 믿는 것은 머리 속에 들어있는 조선팔도지도. 세상에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소이였습니다. 물에서 나와 어린 시절 똘복이와 말잇기 놀이를 하던 뒷산을 향해 달리는 소이, 그런데 겸사복 강채윤이 그곳에 나타난 것을 보고는 나무 뒤에 몸을 숨기지요. ""저자가 왜...." . 그 순간 믿기지 않는 말이 들려옵니다. "담아!!!!". 
아,,,,담이를 부르는 강채윤(장혁)을 보고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요. 겁에 질린 듯, 아기처럼 소이의 어린시절 이름 담이를 부르는 장혁의 감정연기는 최고였습니다. 장혁연기의 가장 강한 무기중의 하나가, 이런 감정을 절절하게 담아내 시청자들을 그 감정 속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입니다. 
추노에서 언년이의 초상화를 들고 세상 무너진 듯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던 대길이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데, 뿌리깊은 나무에서 담이를 부르는 모습은 오버를 절제한 최고의 감정연기였습니다. 지난 글에서 장혁의 연기를 죽이는 어린 똘복이의 버럭질을 죽일 필요가 있다는 말을 했었는데, 장혁에게서 요즘은 어린 똘복이의 과장된 표정이 나오지 않으니, 한결 보기가 좋고, 감정표현도 진지해진 것이 느껴지더군요.
특히 담이를 부르는 장혁의 표정은 애절한 그리움과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그런 모습이었지요. 열 두어살 시절의 똘복이,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가 죽은 줄 알았던 어린 누이동생같은 담이를 부르는 모습이었죠. 사실 이 장면에서 추노의 대길이 표정이 나와버렸다면, 담이가 언년인 줄 알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오버를 하지 않은 장혁이었지요. 장혁의 어린아이와 같은 표정 속에 담이를 향한 그리움과, 담이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 안도, 그리고 못만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까지, 너무나 많은 감정들을 담아 보여주더군요.
충혈되어 가는 장혁의 눈빛에 함께 애닯아 했고, "담아" 라고 부르는 떨리는 목소리와 표정에는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듯한 그런 모습까지 실어 심금을 울리더군요. 담이는 엄마가 없던 어린 똘복이에게는 엄마같았고, 누이동생이기도 했고, 색시삼고 싶은 여자이기도 했었지요. 허기가 져서 누워있으면 어느 틈엔가 다가와, 어른들 몰래 숨겨온 밤을 넣어주기도 했고, 반푼이라고 놀림받는 아버지때문에 화내고 성질부리던 똘복이를 이해하고, 감싸줬던 아이였지요. 어른들도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던 한짓골 똘복이, 아버지일이라면 미친놈처럼 달려드는 똘복이를 유일하게 이해해 준 아이입니다.
담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강채윤은 기쁜 표정으로 달려가지 않았지요. 너무나 슬프게, 그리고 미친 듯 절박하게 달려갑니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나인 소이의 일들, 담이도 자신처럼 그렇게 길고 오랜 시간을 고통으로 살아왔다는 것이 더 아픈 강채윤입니다. 담이를 부르는 장혁의 표정이 그렇게 절절하게 슬펐던 이유, 소이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때죽나무와 산조인을 섞어가며 먹어왔던 그 고통의 밤들이 자신과 같았음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마님 몰래 자투리 비단천이며 색실을 훔쳐 오라버니에게 시집가겠다고 복주머니를 만들어 줬던 담이, 주인마님 연지단지를 훔쳐 담이에게 정표로 건넸던 똘복이. 소꿉장난하듯 아무 걱정없이 배부르고 등따시면 그걸로 좋았던 시절, 그 일이 아니었다면, 이도의 편지만 없었더라면, 그렇게 오순도순 신랑각시하고 함께 살았을 수도 있었겠지요. 똘복이로도, 담이로도 살 수 없게 한 이도, 이도는 강채윤의 분노를 풀어줄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을 말하겠다며 두 사람을 불러들이라는 세종을 강채윤은 어떤 얼굴로 마주할지, 다음회가 미치게 기다려지네요. 장혁과 신세경의 좋은 감정연기로, 똘복이와 담이의 만남이 더욱 눈물겨웠던 뿌리깊은 나무 12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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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3
  1. 2011.11.11 09:0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모피우스 2011.11.11 09: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가슴 뭉클했습니다.

  3. ♡ 아로마 ♡ 2011.11.11 09:1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봤어요...
    보기전까지는 안봐도 무방하다...이러는데.
    보면 흡입력 장난 아니에용
    예고편 보면서 어찌나 아쉽던지 ㅜㅜ

  4. 2011.11.11 09:3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여왕의걸작 2011.11.11 09:5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 드라마 리뷰계의 1인자십니다.^^
    너무 재밌게 읽었네요.
    마치 이 드라마의 작가가 쓴 글 같습니다.
    드라마에 대한 이해와 감정선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글이네요.
    저도 어제 마지막 장면에서 강채윤의 연기에 눈물이 주루룩...
    초록누리님과 같은 드라마를 보는 건 언제나 행운인 것 같아요.^^
    지난 리뷰도 찬찬히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
    아직 5회까지밖에 보지 못했고 이번 주 수요일부터 본방사수했거든요.

    • 초록누리 2011.11.11 12:55 신고 address edit & del

      글이 많이 블라인드 처리되어(사진때문에.ㅠㅠ) 몇회분량이 빠졌을 거에요.
      내일쯤 다시 찾은 글들 일부 복구할 생각이에요.
      복구하면 다시 와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6. c-one1 2011.11.11 10:5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제가다 울먹울먹 거렸었어요ㅠㅠ
    너무 연기들이 사람을 쫙쫚 매료시키는..ㅎㅎ

  7. 박씨아저씨 2011.11.11 12:38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마지막 장면 보았는데~ 눈물이 핑~

  8. 정말... 2011.11.11 14:07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장혁의 연기는 일품이었어요... 잘 울지 않는 제가 울 정도 였으니...
    뭔가 가슴이 아려와서 엉엉하고 울었네요... 둘이 만나서 울었다면 목
    놓아 울었을 것 같은....ㅠ.ㅠ
    장혁이 정말 최고 연기자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9. christian Louboutin sale 2011.11.11 14:57 address edit & del reply

    있었다면 이 어플을

  10. shs 2011.11.11 15:56 address edit & del reply

    근데 윤평(밀본)은 소이를 미행하면 될 것을 굳이 잡아다가 계언산, 마의가 어딘지 알아내려 할 필요가 있었나요? 여기서 몰입 깨짐.

    • 밍밍 2011.11.11 16:37 address edit & del

      그러게요 ㅋㅋ 극의 긴장을 위해서였나.. 그나저나 마지막장면은 장혁의 눈물에 뭉클..

    • 밍밍 2011.11.11 16:38 address edit & del

      제가 왜 차단? ;;

    • 음.. 그건 아마도..ㅎ 2011.11.11 22:51 address edit & del

      미행해서 따라가다보면, 소이가 똘복을 만나도 어떻게 처리못할수도 있으니...위ㅜㅏㅓㅣㅣㅊ 움....

      미리가서 매복도해놓고 그럴려구..처아너마ㅣ어니ㅢㅌㅋㅊ

      라는 그냥 제작진 변명해주기 답글...ㅋ.ㅎㅎ

  11. 밍밍 2011.11.11 16:40 address edit & del reply

    다른분들글에 리플하는건 차단됐네요 ㅜㅜ ㅎㅎ 위에 shs님 동감 ㅋㅋ 아마 극의 긴장감을 주기위해서? ㅋㅋ 정말 어제 장혁의 눈물연기는 찡했어요.. 죽은줄알았던 담이가 생각나니 얼마나 찡할까요 과연 채윤이 소이아 세종을 나중에 돕는역이될지 소이까지 반대의 설지 기대되네요..^^

    • 초록누리 2011.11.22 16:26 신고 address edit & del

      우연히 후지통에서 밍밍님 댓글보고 복원했습니다.
      그러게요. 전 차단한 적이 없는데 무슨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전 반말과 욕설 댓글, 인신공격적인 글, 그리고 음란 광고물외에는 삭제도 안하고 그대로 두거든요.

  12. VENUSWANNABE 2011.11.11 17:54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정말 뭉클하고 울컥하더라구요.
    장혁씨의 연기에 너무 몰입했나봐요. ^^;
    앞으로도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13. 사주카페 2011.11.11 21:16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블로그글 재미있게 잘 읽어보고 1106번째 오늘도 추천해드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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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dd 2011.11.11 22:14 address edit & del reply

    장혁은 진짜 레알 저런 절절한연기 정말정말 잘하는듯

    이번에는 어린아이의 불안한 표정 까지 묘사하며 ㅜㅜ

  15. yo 2011.11.11 23:48 address edit & del reply

    원작을 차용한다면...이도가 소이를 마음에 품지만 똘복이와 함께 내보내줄텐데...원작에서 멀~리 와버려서 잘 모르겠네요ㅎㅎ
    세종대왕이 늙어 돌아가셨다는 역사를 바꿀 수는 없을테니 용서하지 않을까요?

  16. ss 2011.11.12 00:11 address edit & del reply

    신세경 쫌 발연기........

  17. 우왕 2011.11.12 07:25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우연히 들어와서 봤는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18. 5월23일 2011.11.12 09:15 address edit & del reply

    언제나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2011. 11. 10. 16:02




가리온이 정기준(윤제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세종을 가시적으로 죄어 올 밀본의 움직임이 활발해 질 듯합니다. 집현전 철폐를 첫번째 할일로 천명한 정기준, 집현전이 세종 이도를 위한 권력도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죠. 조선팔도에서 몰려든 밀본 조직원들은 인원이 많지는 않았지만, 조정과 지방의 핵심관료들도 있었고, 유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정기준이 정도전의 조카라고 할지라도, 유림과 밀본조직원들의 반발은 피하지 못합니다. 밀본지서, 강채윤이 땅속에 고이 모셔둔 그 천쪼가리에 씌여진 글자들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였죠. 선비, 사대부라는 자들이 이렇게 형식을 중요시하니, 이들 머리 속에 들어있는 성리학의 이념은 볼짱 다 본 거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이를 충동질한 인물은 우의정 이신적이었지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전형적인 박쥐같은 인물입니다.
간밤에 세종에게 가리온이 정기준이라는 것을 밝히려고 했지만, 저승사자와 같은 정기준의 눈빛에 입도 뻥끗못하고 돌아섰던 인물이지요. 정기준에게는 신뢰를 얻지 못한 무늬만 밀본인 인물, 정기준이 이신적을 노려보는 눈빛을 보니, 이신적의 명이 길지 않을 것같은 불길한 예감도 들더이다. 능구렁이 같은 이신적도 만만치는 않겠지만, 느낌으로는 훗날 최만리와 함께 세종의 한글창제를 극렬하게 반대할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재미있는 추측은 정기준은 이신적과는 반대로 세종의 한글창제를 지지하는 인물로 돌아설 것 같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글 말미에서 찾아보시와요^^

정륜암, 암암리에 명맥을 유지해 온 밀본원들이 정도전을 추모하고 비밀회합을 하던 장소라고 하지요. 같은 장소에서 세종과 정기준이 정도전을 추모하는 예를 갖추는 모습이 의미심장했습니다. 결국 세종도, 정기준도, 정도전의 조선건국 이념에 대의를 두었다는 것이 다르지 않은데, 우째 다른 길을 걷고 있는지...
조선을 움직이고 지탱하는 뿌리가 백성과 사대부라는 것만이 다를 뿐, 결국은 민본에 바탕을 둔 성리학의 신봉자들이 아닙니까? 정기준이 밀본조직원들에게 행한 연설을 들어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왕의 독주를 견제하는 똑똑한 재상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점, 왕은 권력의 꽃일 뿐 권력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 왕의 패도정치를 막고자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패도정치는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는 것이며, 결국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패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기에, 목숨을 걸고 왕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기 때문이지요.
상대가 세종이 아니었다면 정기준의 명분은 엄청난 힘을 가졌을 것이나, 상대가 헛점이 별로 없는 지나치게 똑똑하고 어진 임금인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정기준은 이도가 훌륭한 왕이기에 더 위험하다는 말을 합니다. 훌륭한 왕이기에 이도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기를 계속한다면, 사대부들의 왕을 견제하는 책무는 소홀히 하게 될 것이며, 혹이라도 이후의 왕들이 잘못된 왕이 나온다할지라도 사대부의 힘은 약해져, 조선을 지키라는 삼봉의 유지를 받들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지요. 정기준의 걱정은 선견지명의 지적이었고, 틀리지 않았습니다. 세종의 아들 세조를 통해 바로 확인되었고, 이후 조선왕조에서 등장한 폭군들을 상기해 보면, 정기준은 말이 들어 맞았으니 말입니다.
여담이지만, 목구멍의 해부도를 그리기 위해 사체해부를 하는 세종과 정기준의 모습은, 잠시나마 헛 것을 봤나 싶을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는 동지같은 모습으로 보이더군요.

사체해부를 한 일을 두고 궁녀들, 성삼문과 박팽년, 그리고 정인지과 광평대군까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을 했지요.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불감훼손이 효의 근본이라 귀가 닳도록 배운 유학의 기본 도를 왕이 어긴 것이었으니, 우리 글자고 나발이고 도무지 신뢰할 수 없다면서 말이지요. 전하의 편집병때문이라고 막말도 서슴지 않는 성삼문과 박팽년이었지요. 삐짐대왕 세종 이들의 말이 얼마나 야속하게 들렸는지, 혀까지 차가면서 분통터져 하더군요. 지금까지 어떻게 글자를 만들어 왔는지, 그 과정을 다 봐왔으면서도,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있는 것이 있다고 그냥 좀 믿고 따라와 주면 안되겠니?라고 화를 내는 세종에게 소이가 조용히 말을 하지요. 설명하시라고 말이지요.
세종은 한글의 치명적인 약점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한자는 수천년을 거쳐 사람들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한글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기에 보편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졌다는 것이지요. 그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큰 보편성, 즉 자연의 이치를 담으려고 했고, 소리에 충실한 글자를 만들어야 했다고 말하지요. 소리가 자연이고 소리를 내는 원리가 자연의 이치이기에, 소리를 내는 목 기관의 구조를 봐야 했던 것이라고 말이지요. 
설명을 하다보니 열뻗치는 세종, 이런 자연의 이치고 보편성이고 다 때려치우고 "이 글자들은 내 혀를 닮았다, 내 목구명을 닮았다, 내 이를 닮았다. 그래서 백성들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라며 울먹이죠. 그리고 그가 만난 바다에 대해 얘기합니다. "뱃사람들이 왜 미신을 믿겠느냐?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을 만나기 때문이다. 나도 만났다. 백성이다, 거대한 백성...하여 믿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글자를 만든다면, 백성들이 써 줄 것이라는...그런 믿음을....헌데 이게 잘못된 것이냐?".  감동으로 고개를 떨구는 궁녀들, 그리고 무휼, 집현전 학사들....감동이라는 것, 이해라는 것, 설득을 시킨다는 것이 이런 것임을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소이의 말대로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세종은 그의 글자를 보여주고 이해시켰던 것이지요.

그런데 긴가민가 했던 의구심이 몇번씩이나 스치고 지나갔는데, 이를 바득바득 갈고 눈가를 바르르 떨며 분노하는 세종 이도(한석규)때문에, 설마 아니겠지 했던 일들이 다시 머리를 흔드네요. 설마가 사람잡는다는데, 이번회 정륜암에서 가리온(정기준)에게 어사주를 내리는 세종을 보니, 정기준임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처음 가리온을 만났던 장면에서도 의심했던 부분입니다. 가리온이 아버지가 도적놈들에게 화살을 수십발을 맞고 죽었다는 얘기를 할 때, 담담하게 '그랬었구나'라는 말로 짧게 끝내버렸지만, 이도의 얼굴은 가늘게 떨며 동요하는 빛이 보였었지요.
해부가 끝나고 정기준이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유를 알면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같다는 말에, 이도는 소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지요. 자기때문에 아버지를 잃고 말을 잃어버렸다고, 하여 소이에게 말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이지요.
사체해부가 끝나고 소이가 "가리온이 그리 믿었을까요?"라고 묻자, "내가 그를 속인 것이라 생각하느냐? 가리온에게 한 말 또한 나의 진심이다"라며 세종은 직접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지요. 세종이 소이를 위해 글을 만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고, 소이는 똘복이와 마찬가지로 그가 가장 두려워 하는 자, 그러나 가장 믿는 자 백성이었기에 세종의 진심은 소이에게도 전달이 되었고, 또한 시청자에게도 전달되었지요.
그러나 세종이 삼킨 말은 가리온은 믿지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왜냐? 세종은 가리온이 정기준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세종의 언행을 보면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지요. 특히 가리온에 대한 그의 태도는 지나칠 정도입니다. 다만 밀본과 정기준이라는 이름이 거론되면, 바르르 떨며 분노하는 세종 이도의 표정으로 인해 혼돈스럽기는 하지만, 전 왠지 세종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가리온을 하필이면 하고 많은 장소를 두고 정륜암으로 불렀다는 겁니다. 그곳은 정도전을 따르는 유림과 유생들이 은밀히 모여 정도전의 넋을 추모하는 비밀회합장소라고 말까지 친절하게 해주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한낱 백정에게 세종은 정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고, 경건한 예까지 갖춰 그를 추모합니다. 이런 세종을 본 정기준은 그 속을 알지 못해 미치고 폴짝 뛸 일이었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한석규라는 배우가 어떤 배우입니까. 드라마 속 많은 복선들을 아주 섬세하게, 그러나 시청자들에게는 반만 흘려주는 식으로 드러내는 훌륭한 배우가 아닙니까? 정기준에게 자신에게도 술 한잔을 달라고 청하고는 세종은 뜬금없이 정도전의 이름을 거론하지요. 그리고 잠깐 정기준의 움찔하는 모습을 살피더군요. "이곳이 역적 정도전이 성균관 재조시절 우생들과 학문을 논하던 곳이라지? 하여 성균관 유생들이 지금도 은밀히 이곳에 모여 정도전의 넋을 기린다 하더구나".
마치 정기준임을 알고 있다는 암시를 시청자에게 주듯, 세종은 가리온을 부른 이유를 말하지요. "오늘 이 자리에 너를 부른 것은 너에게 내린 명을 삼봉만은 이해할 거라 믿기 때문이다. 내 그의 책을 일고 또 읽어 얻은 결론이니 말이다. 모두들 성리학에 반한다 하겠으나, 삼봉만은 과인과 뜻을 같이 했을 것 같구나". 그리고 어마어마한 사실을 말하지요. 해부할 것이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이지요. 삼봉 정도전이 이해를 하든 말든, 뜻을 같이 하든 말든 가리온과 삼봉이 무슨 상관이라고 이런 말을 꺼냈을까요?
성리학에 반한 일이란 사체해부라는 엄청난 일의 파장을 두고 한 말일 터, 그러나 굳이 가리온을 데리고 가서 정도전에게 이해해 주십사고 말한 것은, 가리온의 손으로 그 엄청난 일을 자행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가 그의 조카이기에, 그리고 밀본의 수장이기에 더더구나 그런 예를 취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삼봉 정도전은 사대부의 나라를 굼꿨지만, 삼봉 정도전의 조선건국 이념의 더 깊은 뜻은 백성에게 있었습니다. 결국 정치라는 것이 백성을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까? 성리학의 근간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세종은 읽고 또 읽어 결론을 얻었다고 했지요. 결국 삼봉 정도전과 세종 이도는 같은 목적을 두었던 것이지요. 그 끝은 백성을 향하고 있었기에 말이지요. 그러나 행간을 놓친 사대부들은 권력, 정치의 주체가 왕이 아닌 사대부(재상)여야 한다는 말만 중시했고, 대상이 되는 백성을 간과했던 것입니다.
"정도전은 이해해 줄 것이라 믿고, 과인과 뜻을 같이 했을 것같구나" 라고 한 말은 정기준에게 직접 하는 말과 같았습니다. 정도전이 꿈꿨던 나라, 이상적인 조선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정기준, 너 역시 내 뜻을 이해해 줄 것이다" 라고 말이지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비아냥 거렸던 정기준에게, 이도는 보여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 함께 한 것입니다. 네가 꿈꾸는 나라도 백성을 위하는 나라, 성리학의 이념이 살아있는 나라가 아니더냐고 되물으면서 말이지요.
이도가 가리온이 정기준임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근거의 또 하나는, 조말생이 반촌으로 내금위 병사들을 변복을 시켜 보냈던 그날 밤, 이도 역시 무휼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무휼에게 정도광과 정기준을 살려오라는 명과 함께 말이지요. 그리고 이도의 조선, 나의 집현전에는 정기준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었지요. 명령을 받았던 무휼은 한발 늦고 말았지요. 정도광의 죽음을 눈 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요.
그런데 이상한 점은 무휼이 정도광의 수하(윤평의 아버지)를 뒤쫓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추측컨데 무휼은 집사를 뒤따라 갔을 것이고, 그곳에서 윤평과 정기준을 봤을 거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섣불리 나설 수는 없었을테고, 정기준과 윤평을 비밀리에 반촌에 맡겼을 가능성이 높지요. 똘복이를 맡겼던 것처럼, 반촌은 치외법권 지역이며, 안전한 곳이었으니 말이지요. 도담댁에게 직접 맡겼다면, 음,,,무휼도 밀본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살 수 있는 문제지만, 도담댁을 반촌의 실세정도라고 생각했다면, 은밀히 부탁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죠.
이세영 대감을 따라 북방으로 갔다는 정기준을 말을 참고하면, 이세영이라는 인물이 세종의 사람이었는지 밀본이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밀본이었다고 해도 정기준을 거뒀을 가능성이 있고, 다르게 생각해보면 세종이 부탁을 했을 수도 있었음도 배제하기는 어렵죠. 조말생의 추적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했을 것이고 말이지요. 백정이 되었고, 사체검안의 제 일인자가 된 정기준을 세종이 궁으로 부르기는 쉬운 일이었죠.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한글창제 프로젝트에 정기준을 합류시킨 것이지요. 엄청난 반전 아닙니까? 혼자서만 좋다고 웃는 초록누리.ㅎㅎㅎ너무 멋진 것 같아서 말이죠. 가장 위험하고 무섭고 두렵고 멀리 있는 자와 함께 한다는 것, 세종에게는 똘복이만이 가장 무섭고 두렵고 멀리있는 자가 아니었어요. 정기준도 같았지요. 
정기준은 세종이 집현전 학사들을 중심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자신이 그 일에 깊숙이 관련되어 일조하고 있다는 것에 불안해 합니다. 도대체 무엇일까? 글자를 만드는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정기준은 어떤 반응을 할까요? 저는 세종 이도의 뜻을 마지막에는 지지할 것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정기준은 밀본의 수장이기는 하나, 반역을 꿈꾸지는 않습니다. 왕권을 견제하려는 이유는 패도정치를 막기 위함이고, 패도정치의 가장 큰 희생자는 결국 백성입니다. 그가 기득권을 지키려고 했거나 반역을 꿈꿨다면, 거병을 일으켰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24년을 백정으로 신분을 감추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혜강선생을 비롯한 밀본의 원로들은 정기준의 생각과는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상속자라는 문서를 보여야만, 본원으로 인정하고 명을 따르겠다는 형식주의자들에게서, 정기준은 선비정신을 잃어가는 그들을 봅니다(아니 보게 될 것이라고요). 정도전의 대의보다 종이문서따위가 중요한 사람들, 학문과 이상은 변질되었고, 밀본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사대부들의 말뿐인 대의로 전락해 가고 있음을 보겠지요. 정기준이 세종을 지지할 이유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세종이 백성을 위하는 진심을 확인하게 될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드라마의 긴장감을 위해 지금 당장은 아니고, 정기준 역시 그의 참담하고 외로웠던 길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번뇌를 통해서 얻어 가겠지요. '백성을 어떤 모습으로 만나야 하는가'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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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4
  1. 푸른소 2011.11.10 17:33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누리며 사는 삶 속에는....
    치열하게 고뇌한 이들의 시간들이 녹아있음에 감사합니다...
    하루종일 누리님의 리뷰를 기다렸답니다.
    늘 감동있는 글 또한 감사합니다...^^

    • 초록누리 2011.11.10 23:40 신고 address edit & del

      글이 많이 늦었죠?
      일이 있어서 드라마를 늦게 본 이유도 있고,
      저작권 침해로 삭제조치를 당해 사진에서 없애는 작업을 하다보니 늦었네요.
      제가 컴을 잘몰라서 이런 것 하는 것이 시간이 엄청 걸려요.ㅠㅠ
      신경질 나서 그 작업도 못하겠네요, 몇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였는지...
      다음회는 일찍 올리도록 할게요.
      늘 고마워요^^

  2. 2011.11.10 18:5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 아로마 ♡ 2011.11.10 21: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 어제 보면서
    어어어? 세종이 알고 있나?
    딸한티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 그동안 제가 몇회 안봐서 ㅋㅋ;;)
    근데 분위기가 알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보게 되면..정말 집중모드로 흡입되어 봐지네요..
    못 본거 돌려봐야 하나..이러고 있어요 ;;

    • 초록누리 2011.11.10 23:41 신고 address edit & del

      ㅇㅇ
      저도 알고 있을 것 같아요.
      못본 것 얼른 돌려보세요..
      참 지금 남편이 한국에서 와서 제가 좀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방에 소식 알릴게요^^

  4. 모피우스 2011.11.11 00:00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복선이 좀 많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5. 수라의도 2011.11.11 08:12 address edit & del reply

    무휼이 윤평의 아비를 쫓지 못한것은 정도광이 자기 목숨을 미끼로 수하를 먼저 보냈기
    때문입니다. (이모든것을 기준에게 알리라면서 복주머니를 건냈죠) 무휼은 칼을 들고
    달려오는 똘복이의 살기에 발을 멈추고 똘복이에게 칼집을 낸뒤 서둘러 다시 쫓지만
    그후 본것은 수발의 화살에 맞아 죽은 정도광의 시체 였죠. 그리고 관부군이 몰려들자
    무휼은 자리 이탈... 무휼은 수하의 모습을 본적이 없죠.

  6. 2011.11.11 08:2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7. -_- 2011.11.11 13:03 address edit & del reply

    웃음만 나오는군요. 윤필학사가 죽었을때였나 나온 밀본을 뜻하는 건곤망기가 나왔을때 소이가 세종한테 이 암호를 아시겠냐고 하니까, 해독은 되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했습니다. 즉 밀본이란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믿기가 힘들다고 했는데, 그런 추리가 나옵니까? 밀본의 본원 정기준의 실체를 알고 있었는데, 밀본 자체의 존재는 몰랐다???

  8. 실제 2011.11.11 13:49 address edit & del reply

    저 사대부들이 밀본지서라는 종이 쪼가리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모든일에는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없으면 정도전의 뜻이 아니라 자신들이 반역을 꽤한것이 되기 때문이지요. 실제 저들중 사대부들의 나라에 공감하는 자들도 있을것이며, 이신적처럼 간을보고 있는자들도 있을것이며, 저들에게 빌붙어 자리하나 차지하려는 유생들도 있을겁니다. 심종수와같이 백성을 위하지만 엘리트의식이 강한자도 있겠지요.(저잣거리에의 일이나 태평관의 백성구출등 백성의 일에 나서기는 하지만 감히 천민인 도담댁과 윤평이 자신이 모르게 일을 추진한것에 대해서는 화를냄) 저 심종수도 밀본지서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 할겁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대한 확신이 필요한 전형적 선비이니까요. 또 밀본이라고 하여 모두가 대의를 따르지는 않을것이라 생각합니다. 각자의 생각이 있겠지요. 정도전의 조선경국전 치전 편에 이러한 말이 나옵니다."군주의 자질에는 어리석은 자질도 있고, 현명한 자질도 있고 강력한 자질도 있고 유약한 자질도 있어서 한결 같지 않다. 그러므로 재상은 군주의 아른다운 점은 따르고 나쁜점은 바로잡으며 옳은 것은 따르고 옳지 않은것은막아서 군주로 하여금 중용의 경지에 이르게 해야 한다" 고 하였지요.(http://blog.daum.net/sambongjip/23 참조) 재상중심주의라는것은 권력이 재상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론 재상을 중심으로 하는 신하들의 합의 정치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신하들중 어느 한쪽이 잘못된 마음을 먹더라도 다른 신하들의 견제가 가능하지만 왕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정치는 그것이 어렵다는 것이 정도전의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왕은 선출직이 아닌 세습직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자질을 가진 군주가 나올지 전혀알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신하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만. 실제로 이게 제대로 돌아가기는 어렵지요. 신하들의 힘의 견제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면 바로 막장으로 흐를수가 있기때문입니다. 세종의 친위세력강화 또한 너무나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현전만 해도 그렇지요. 수양대군 시절 세조가 김종서를 죽이고 왕위를 단종에게서 찬탈하는 과정에서 신숙주와 정인지는 중요한 역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왕을 보위하라고 집현전의 신숙주에게 세종이나 문종이나 고명을 내린 것이었는데 도리어 단종을 쫓아내고 죽이는 일에 앞장서고 있었던 것이죠. 권력이란 그런 겁니다. 세조의 친위 세력들은 어떤가요? 예종과 성종에 이르기까지 두고 두고 왕의 골칫거리가 됩니다. 세종이 뛰어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정기준의 말은 여기에 닿아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백성을 생각하고 뛰어나며 천민인 장영실에세도 벼슬을 줄 정도로 넓은 안목을 가진 세종이기에 관리들은 점차 세종의 말을 따르게 될것이며 사대부들은 왕에대한 견제를 하지 않게 되는 시스템이 수십년간 자리를 잡을 겁니다. 정기준의 말은 여기에 닿아 있습니다. " 이도는 뛰어난 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다음은요?

  9. 온달 2011.11.11 16:24 address edit & del reply

    한글창제가 소이 를위한것이 아니고
    소이라는 아바타로 대변되는
    벙어리같은 백성들이
    창제이유가 아닌가요ㅛㅛㅛㅛ

  10. 가을향기 2011.11.11 16:35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잘쓰셨네요. 댓글들도 훌륭합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보기드문 수작인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