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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16 '인생은 아름다워' 갈등구조의 밋밋함, 드라마 재미 반감시킨다 (9)
- 2010.04.25 '인생은 아름다워' 장미희, 고혹적인 민폐녀의 화려한 등장 (23)
- 2010.04.12 '인생은 아름다워' 낙태 화두 던진 작가의 의도 (19)
- 2010.04.05 '인생은 아름다워' 혈압 돋우는 바람둥이 할아버지 쫓겨난 사연 (26)
- 2010.04.04 '인생은 아름다워' 동성애 화두 던진 김수현, 역시 날카로웠다 (14)
이번회 극중 양병준(김상준)의 방뇨실수 사건도 요절복통할 일이었지만, 병태 집안의 특급재미정도로 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조아라(장미희)가 불란지 펜션으로 찾아와 노모와 노부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장면은 장미희의 출연만으로도 눈길이 갔고, 특히 양지혜(우희진)이 장미희의 말투를 흉내내는 장면은 성대묘사라고 해도 좋을만큼 뛰어나 보였다.
경수의 어머니가 상대인 태섭의 존재를 알게 되고 경수와 태섭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동성애에 대한 불편한 시각과 가족드라마에서의 새로운 시각이 얼마나 조화롭게 극복되어질 지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방송국에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동성애를 미화한다는 항의전화가 빗발친다는 기사에도 김수현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신있게 나의 길을 가련다"라고 응수한데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동성애를 옹호한다, 아니다의 문제를 떠나 작가의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말이다.
우선 인생은 아름다워는 드라마의 재미 그 가장 큰 요소 중 갈등구조의 부재를 들 수 있다. 김수현 드라마의 특징에서 단연 우수했던 갈등구조가 이 드라마에서는 철저히 가족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평생을 바람을 피우다 다 늙어 본처의 집으로 들어 온 할아버지는 극초반 병태집의 가장 큰 골치거리였지만, 할머니의 초가로 들어가면서 소소한 갈등만을 보여줄 뿐 더 이상의 극적 반전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양지혜의 임신문제도 낙태에 대한 화두만 던졌을 뿐 출 해피하게 마무리 되었다. 하긴 양지혜 이수일 커플의 낙태문제는 재론의 가치조차 없었던 것이었으니 양지혜의 경우는 시끄러워질 필요조차 없었다. 미혼모도 아니고 분유 한 통을 훔쳐야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도 않은 드라마에서는 부러울 정도로 좋은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남은 인물이 호섭(이상윤)과 부연주(남상미) 커플인데, 이 커플도 밍숭맹숭할 정도로 러브라인의 재미는 없다. 우선 두 인물이 드라마적으로 부딪힐만한 갈등요인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데 두 사람이 교제를 한다고 할지라도 이 드라마에서는 방해요소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프랑스에 유학 중이라는 부연주의 남자친구와 부연주는 이미 끝난 사이같아 보이고, 부연주를 딸처럼 총애하는 민재(김해숙)이 두 사람의 교재를 말릴 이유도 없고, 부연주의 할머니 또한 갈등을 야기할 만한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러다보니 이 드라마는 내재된 갈등이 폭발할 만한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동성애 커플인 태섭과 경수 문제를 제외하고는 늘 그날이 그날이 평온 자체인 것이다. 드라마의 긴장감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다못해 김수현 드라마의 특징인 양가집안의 문화적 차이가 빚는 갈등재미도 없다. 그런 면에서 부연주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요리가 지망생으로 설정된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다. 처가에 얹혀 사는 이수일의 캐릭터는 공처가의 모습 그대로이니 양지혜와 크게 갈등할 일도 없고, 이수일의 본가와 양지혜와 사이도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이니 이 부부의 모습도 너무 순탄하기만 할 뿐이다.
누군들 세상에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났을까? 제 3의 성으로 태어난 것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형벌처럼 새겨진 문신과도 같은 형벌일 게다. 몽고반점처럼 말이다. 제3의 성이 유전자의 문제인지 후천적인 문제인지는 학계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유전자의 이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구인 대다수인 이성애자들은 이해하기가 힘든...
생각만 바꾸면 보통 사람들과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안되는 모양이다. 안되니 괴롭고, 힘들고, 죄인처럼 살아야 한다. 경수가 어머니와 통화에서 왜 죄인으로 만들려고 하느냐는 말은 어쩌면 사회의 편견에 대한 그들의 절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 의해. 세상의 편견에 의해 그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는 않나? 김수현이 던지는 동성애자를 보는 사회에 던진 화두는 과연 그들이 죄인인가? 누가 그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있나? 였다.
갈등구조라는 것이 막장소재의 갈등만은 아니다. 김수현작가가 인생은 아름다워는 막장소재가 아닌 아름다운 가족 이야기를 풀어내겠다고 했듯이, 이 드라마는 따뜻하고 평화롭다. 그런데 드라마 속 인간관계의 갈등구조가 너무 평이하다는 것이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달리 갈등을 유발할 인물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양병준과 조아라(장미희)라는 카드가 가장 매력있어 보인다. 조아라와 양병준의 집 문화가 빚는 에피소드들이 인생은 아름다워의 갈등의 중심축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극적 긴장감과 재미는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
태섭의 문제가 민재네 집의 문제로 불거지는 순간 불란지 펜션의 정적이고 아름다운 평온은 깨지겠지만, 작가는 드라마를 결코 우울하게 끌고 갈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타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갈등구조의 부재는 김수현 작가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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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냥 2010.05.25 23:53
저도 한동안 너무 밋밋한 드라마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점차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마 초록누리 님도 지난주에 생각이 조금 바뀌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그리고 양지혜의 낙태 문제는 원래 '낳는다' 쪽으로 결론날 거라고 생각했긴 하지만... 문제는 임신초기에 술을 많이 마셨던 양지혜가 정상적인 아이를 낳을 수 있는가에요. '태아알콜증후군'이라고... 임신 초기의 음주로 인해 아기가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 거요. 아이를 완벽하게 키우는 데 과욕을 부리는 양지혜, 무결점 무과오에 집착하는 진짜 컴플렉스 덩어리 양지혜, 그리고 그녀의 남편- 다소의 연극과 가식으로 만들어진 이 부부에게 장애인 아이가 태어날 때, 과연 그들은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나올 지도 모른다고 예상해 봤어요...
할머니의 자존심 병풍금줄
병태와 병걸은 마루에서 기거하란다고 울컥해서 다시 돌아 온 아버지 때문에 속상하지요. 제주 바람이 좀 세야지요. 병태와 민재가 할머니에게 어떻게 마루에서 계시게 하느냐고 해도 할머니는 매운 속이 풀리지 않습니다. 방도 하나 밖에 없고, 비좁아서 어찌 둘이 지내느냐고요. 할머니는 외출 준비를 하고 집을 나가 버리지요. 절에 가서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였어요. 할머니 심정이 정말 이해가 됩니다. 자식이 무섭다고 자식들에게 엄연히 살아있는 아버지라 내칠 수는 없지만, 자신에게는 징글징글한 남편이니 생각할수록 젊은 날부터 지금까지 뭉그러진 자신의 속을 누가 알아주랴 싶었을 거예요.
막상 할아버지 짐을 자신의 초가에 옮기라고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냉대받는 여자로서의 한을 다 푼 것은 아니에요. 50년을 남처럼 살아 온 남편을 쌍수들어 환영할 수도 없습니다. 그간 인간취급하지 않았던 남편을 군말없이 받아들이기에는 할머니의 강한 자존심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뿐더러 과 한이 너무 깊습니다.
막상 집에 들어와 마루에 장롱이랑 세간살이가 나와 있는 것을 본 할머니는 한편으로는 효심 깊은 자식들에게 고마우면서도 자신의 숯검댕이 마음이 쓰라려 오는 것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아직은 할아버지를 다 용서할 수 없는 마음에 방 가운데 병풍으로 금줄을 쳐보지만, 이 금줄이 오래갈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TV 보신다고 할머니 영역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계시는 걸 보니 말이지요. 신세 좀 지겠다는 할아버지의 기운 빠진 목소리를 들으니 짠한 마음도 들고, 그렇다고 평생 금줄치고 살 수는 없으니 병풍도 어느 날은 치워질 것 같지만, 할머니의 평생 박힌 한도 이해도 가네요.
장미희, 고혹적이고 섹시한 민폐녀로 변신하다
이번 회 인생은 아름다워에 범상치 않은 인물이 등장했는데요, 김수현 드라마의 유행어 제조기라 할 수 있는 "미세스 문~"의 고은아 여사 장미희가 병준(김상중)의 상대역으로 등장했지요. 천상천하 유아독존 독불장군 포스에 철딱서니 없는 어린애 같기도 한 캐릭터는 장미희라는 배우 특유의 분위기와도 맞아 떨어지는데, 양병준(김상중)에게 완벽한 부르조아 민폐녀 캐릭터가 되어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네요. 실망시키지 않는 패션과 헤어스타일, 그리고 특유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더 강조된 듯한 조아라라는 인물로 첫등장부터 기대만발입니다. 병적으로 깔끔한 남자 양병준(김상중)에게 병걸(윤다훈)보다 심한 민폐녀가 등장한 것 같습니다.
자동차를 타면서도 좌석이 시야를 가린다며 머리받침대까지 떼게 하고 조수석에도 앉지 못하게 하며 첫 말부터 "뒷자리에 타세요" 라며 안하무인입니다. 저녁 함께 먹을 사람이 필요하다며 병준을 부르는 것을 보니 앞으로 사소한 일 하나까지도 병준을 당연하게 하인부리듯 할 것 같아 보이니, 성격 까칠한 병준이 이걸 감당해 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네요.
병걸은 그나마 동생이라 이놈저놈 하며 시키기도 하고, 무게라도 세우고, 어머니 집으로 쫓아내기도 했는데, 손하나 까딱않고 살아 온 공주과같은 인물 조아라를 양병준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ㅎㅎ더구나 도도하고 자기위주의 사고방식에다 병준이 가장 질색하는 정리라는 단어는 안드로메다에 두고 온 여자같아서 말이지요. 이번 회 짐가방을 여기저기 폭격맞은 집처럼 풀어헤쳐 두고 발로 치워가며 전화를 받는 조아라를 보며 기겁하는 양병준의 표정을 보니, 정말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어이상실이라는 김상중의 뜨아~하는 표정을 보며, 은근히 코믹스러운 표정에 웃음도 나오고, 두 사람의 첫대화가 상당히 인상적이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왜 결혼 못하셨어요?" "결혼 못할 정신적 육체적 조합에는 이상 없습니다"
기괴스런 조아라의 웃음에 "실례지만 웃음소리가 왜 그런가요?" "웃음소리를 맡고 있는 조합이 잘못돼서요"
장미희의 특유한 목소리도 극중에서 이렇게 멋지게 슬쩍 버무려주는 김수현의 유머감각도 자연스럽고 유쾌하지만, 그 대사를 김상중은 너무나도 진지하게, 장미희는 귀여우면서도 우아하고, 섹시하게 주고 받는 모습이 역시 내공있는 배우들이구나 감탄하게 합니다.
장미희가 등장하는 드라마는 항상 그 캐릭터의 독특함을 튀는 듯 하면서, 그리고 어색한 듯 하면서도 강렬하게 시선을 끌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요, 장미희는 늘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외형적인 모습까지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본 교포의 딸이라는 캐릭터에 맞게 헤어스타일, 악세사리, 메이크업, 억양까지 완벽하게 일본풍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장미희가 얼마나 자기 캐릭터에 대한 연구 분석을 하고 나왔는지 알게 하는 부분입니다. 눈화장과 눈썹모양까지도 캐릭터가 살아 온 나라의 유행에 맞춰 신경을 쓴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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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꼴찌 2010.04.25 08:45
장미희도 출연하는군요...이제 나이도 거의 환갑이 되어가겠죠?
그나저나 어째 초록누리님과 저와 보는 드라마마다 엇갈리네요..
전 김만덕 보느라 ^^;;;
왜 저는 사극이 좋은 걸까요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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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카리스마 2010.04.25 10:09 신고
어제 저도 이 드라마 잠깐 봤는데, 장미희씨 특유의 톤 때문에 배꼽잡았습니다^^
그것보다도 아직까지 너무도 매혹적인 그녀에게서 도저히 눈길을 뗄 수 없었다는^^ㅋ
저도 한 번 써볼까하다가 초록누리님한테 양보했습니당^^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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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이(김진옥) 2010.04.25 17:08 신고
인생은 아름다워 본적은 없지만...장미희씨가 등장하시는군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요..
티스토리로 이사하면서 불편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
누리님 글에 중독 ^^ 2010.04.26 02:50
요즘은 월화수목금토일... 쉼 없이 일을 하고 있는 중인데요..ㅠ_ㅠ
월~금까지는 12시에 일이 끝나서 항상 다운로드 받아서 드라마를 봐요.
토,일요일은 유일하게 본방보는 날인데
요즘은 볼 것도 관심가는 것도 없어 잘 안보거든요.
근데 어제는 인생은 아름다워 할때 남편이랑 그냥 별 기대없이 보고 있었는데
저는 책도 보고 티비도 듣고 하면서 딴짓하고 있었는데요
남편이 장미희 나온다! 하는거예요
그래서 보게 됐는데 얼마나 웃겼는지 한참 웃었네요..^^*
덕분에 오늘도 보게 되고..ㅎㅎ
한가지 안좋은 점은 장미희 말투 보면서 웃다가 보면
다른 사람 말투도 다들 일본말 섞인 것 같이 들려서.. 드라마 끝나고 잠깐 괴롭다는 것..^^
극중 지혜는 정을 주기 힘든 캐릭터다. 좋은 말로 하면 완벽하고 자로 잰듯 깔끔한 성격이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한마디로 피곤 그 자체인 여자라는 말이다. 지혜가 그리는 50대 이후의 삶을 들여다보면 지혜는 굉장히 이기적인 젊은 주부이며 딸이다. 자신은 자식에게 손털고 독립적으로 여유자적 우아하게 살고 싶으면서도 현재 친정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자신의 모습은 안중에 없다.
구체적으로 극중 대사로 옮겨가 보자.
아버지(김영철): 도대체 반드시 하나여야 하는 이유가 뭐냐?
수일(이민우): 자식한테 투자하는 세월이 너무 긴 것도 싫고, 몸매 망가지는 것도 싫고 뱃살 늘어나 주글거리는 것도 싫다고 한다
지혜(우희진): 우선 경제적으로 둘은 벅차다. 요즘 애들한테 들어가는 돈 강남은 월 평균 2~300은 보통이다
엄마(김해숙): 어차피 생긴 아이를 안 낳겠다는 것은 생명존중사상에도 위배된다
지혜: 내 몸에 생긴 일이고, 결정권은 나한테 있고 행복추구권도 있다.
수일: 내 자식이기도 하다
할머니: 자리 잡은 아이를 어떻게 못 낳게 해? 그것은 살인죄야
태섭(송창의): 낙태에 대한 논쟁의 역사가 긴데, 기독교에서는 수태 순간이 생명으로 보는 반면,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수태 후 24주까지는 생명으로 보지 않았다. 24주후 태아가 엄마와 떨어져 혼자 살 수 있을 때를 생명으로 간주했다. 미국에서도 논쟁중인데 대부분 선진국에서 18주내에서의 낙태는 허용한다
병걸(윤다훈): 내가 이서방같으면 당장 이혼이야. 너 살인자거든. 아름드리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출발하는데, 씨앗은 생명이 아니냐? 생명의 근거와 출발이 씨앗인데, 너는 그 씨앗을 죽이려는 살인자의 길을 가려고 하는 거야. 그런 생명에 대한 의식이 없는 너는 심각하고, 소름끼치는 악독한 여자야. 내 자식을 죽인 여자 무서워서 어떻게 사냐?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 대사들이다. 생명인데 어떻게 지우려고 하느냐는 식의 대사가 진부해지기 까지 하는 대목이었다. 매회 한 사람씩 넘어지는 엔딩은 예기지 않은 돌발사고가 우리 인생에 일어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지혜의 임신은 자로잰 듯 계획적인 지혜의 인생에서는 최고의 충격으로 넘어진 사건이 아닐까 싶다.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로 출산장려금에 교육보조금까지 지급하겠다는 정부시책에도 출산률이 올라갈 기미는 없어 보인다. 육아에 대한 부담, 감당되지 않는 교육비, 게다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육아문제가 심각한 게 현실이다.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손주들을 맡아주던 시대도 옛말이 되어 버렸다. 어느 한 사람만의 의견이 옳다고 볼 수 없다. 자신의 몸에 생긴 일이니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지혜나, 생명을 함부로 지우면 안된다는 가족들의 말은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꼭 낙태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 지혜와 수일 부부의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별로 유쾌하지 않은 낙태라는 문제를 드라마속으로 끌어들인 김수현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작가는 아이가 생겼으니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져야한다느니,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로 불유쾌한 소재를 풀어가지 않는다. 좀더 잔인한 방법으로 불유쾌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 극중 할머니 고점례여사와 삼촌 병걸(윤다훈)의 대사 "살인죄와 살인자의 길" 이라는 말에서 그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다.
부부에게 원하지 않은 아이가 생겼을 경우, 물론 그 부부의 문제이고 개인적인 선택이겠지만, 우리 사회의 기본 구성단위인 가족 안에서까지 자행될 수 있는 죄에 대한 노작가의 걱정이고, 애정어린 충고이며, 경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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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구야 날자 2010.04.12 12:17
인권에 대한 문제로 항상 대두되는데... 사회적으로 낙태하지 않고 키룰 수 있도록 기반이 필요하지 않을까합니다. 복지는 되어있지 않고 하지말라고 하기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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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강화 2010.04.12 14:14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작가의 떡밥일뿐이죠
세상의 어느 누가 낙태한다고 동네방네 떠들면서 가족회의를 합니까?
김수현작가의 인생역정도 그렇고 예전부터 남자보다 더 가부장적인 문화에 찌든걸 알았지만
솔직히 이젠 아주 대놓고 그러네요
낙태를 살인이라고 하는건 지극히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우월문화의 잔재입니다
(참고로 저도 남자입니다)
물론 제대로 피임도 안하고 한 생명을 죽이네 마네 하는것도 꼴사납지만
부양할 능력이 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느냐 아니냐는 낙태문제에선 본질이 아닙니다
돈 없어서 낙태하는건 동정받아야 하고 돈 많은 년이 낙태하면 범죄라는
이중적인 작가의 시각에 아주 치가 떨리네요-
그럼 2010.04.13 09:26
낙태 문제에 대한 본질은 무엇이죠?
낙태를 반대하는 종교의 기본은
대체로 남성 중심 종교입니다.
어떤 나라의 가난한 미성년 소녀가
의붓 아버지던가 친아버지던가 한테 성폭행을 당해 낙태를 했는데
천주교던가 신자 자격을 박탈당한적도 있습니다.
불가피한 낙태도 있고
아이를 낳아 키우려면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뒷받침이 되어야하고 남성들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개인의 힘만으로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더불어 남성들도 피임이나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것입니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낙태를 피임의 하나로 가볍게 여기는건 일부 남성들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요?
여자만큼 몸과 마음에 상처도 남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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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woon 2010.04.12 15:41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이 딱 맞네요
드라마는 어떤 상황을 정형화해서 사람들의 뇌리에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낙태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접근한 것은 아주 아주 위험했다고 보여집니다
저출산의 책임은 여자에게
낙태는 여자들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기 주장이 강한 것은 싸가지가 없어서....
김수현 작가의 한계인가요 -
pook1028 2010.04.12 17:19
남들이 말하는 김수현작가가 남성 우월주의라던가 가부장적인 문화에 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고..(작품에 그런현실을 반영하는 면은 있어도) 김수현 작가 드라마에서 매번 아쉬운건 공동체에 대한 숨막힐 정도의 동경입니다. 이번 지혜의 임신-낙태 에피소드에서도 그렇고.. 김수현 작가의 집단의식은 정말 견고한거같아요. 등장인물들 각각의 대사톤으로도 느껴지는; 뭐 암튼 김수현작가가 지금과 같은 위치를 가지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거고, 또 뭐니뭐니해도 시청자로서 일단 작품이 보는게 재미있으니까요. 요즘 드라마 중 보면서 이 1시간이 가치있었다 라고 느껴지는 유일한 드라마인 것 같아요. 그 숨막히는 어마어마한; 집단중심주의는 김수현 작가의 한계일까 싶어도 재밌게 보고있는 저로선 스스로 가감해야 할 부분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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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2010.04.13 05:21
출산할듯 하고 우희진이 꽤 이기적이고 독해 보이지만
틀린 소리만 하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김수현 대본에는 간혹 독설도 오가고 하지만
김수현이 그리 단순한 작가가 아니기에
단지 낙태를 죄악시 하려는 의도는 아니리라 봅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생명이나 낙태를 가벼히 여기는 분위기도 없는것은 아니니까요.
개인과 가정의 책임으로만 돌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마 우희진이 아이를 낳는다해도 일하는 여성의 어려움을 꽤 보여주지 않을까요?
남편은 자상한듯 하지만 이중적이고 그다지 도움이 못될듯도 하구요.
김수현은 그리 만만한 작가는 아닙니다.
섣부른 단정은 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짜증나는 할아버지를 당장 쫒아내지 못하는
할머니를 보며 저는 다소 실망했습니다만
할아버지를 위해서인지 아닌지 몰라도 곰국을 끓이는 할머니를 보며
좋아하는 장남과 달리 할머니의 슬픔을 읽어내는 며느리를 보며
이 드라마가 결국엔 할아버지를 받아들이더라도
단지 대가족 가부장제의 미덕을 보여주기 위함만은 아닐거라는 작가에 대한 믿음이 생기더군요.
그래도 좀 아쉬운것은 김수현 극본이 빛을 발하는것은
궁극의 보수성을 벗어나기 힘든 대 가족극이 아니라고 봅니다.
노작가의 필력이라고 믿어지지 않던 통속 멜로극인
내 남자의 여자가 그립네요.
그 진보성이요.
그래도 엄뿔에선 엄마의 자아찿기를..
인생은 아름다워에선
가족 드라마 최초로 게이를 가족안으로 끌어들이니..
김수현은 김수현인거죠.
남자들 열 여자 마다않는다고 하지만 제 버릇 개 못주는 시아버지가 못마땅하네요. 숯검댕이 빈가슴으로 한평생을 살아 온 시어머니의 원통한 심정도 이해가 되고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서는 바람 피우다 쫓겨 온 갈데 없는 아버지를 거리로 내모는 행동은 용납하기가 힘들겠지요. 파렴치한 아버지라도 부모와 자식이라는 천륜을 끊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죽어도 한 울타리에서 못살겠다는 시어머니에게 둘째 아들(김상중)이 타협안을 제시했지요. 눈 감고 참고 받아들이든지, 아파트를 따로 얻어 주고 매끼 식사 나르고 봉양하게 하던지, 마당있는 집 준비해서 모실테니 몇 개월 참고 지내는 세가지 안 중에 택일하라고 합니다. 이에 시어머니(김용림)는 기어이 분통을 참지 못하고 본인이 끌어내겠다며 안채로 들어가지요. 이충에서 내려오던 시아버지가 뛰어들어 온 본처를 보고 놀라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엉켜 넘어지는 것으로, 이번회 다음 라운드를 예고 하며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 취급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가 드라마에 나왔으니 깊게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어졌네요. 양로원에다 모실 수도 없고, 따로 거처를 마련해서 홀로 살아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이니 말이지요. 한 집 걸르면 누구네집 강아지가 새끼를 몇마리 낳았는지 까지 알 수 있는 제주 작은 동네(제주도가 작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에서, 체면을 유지한다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요. 집 속사정을 다 알고 있다고 해도 번듯한 아들이 셋인데, 게다가 다른 첩들에게서 난 자식까지 합하면 열 다섯이나 된다는 노인네를 길거리에 내몰았다는 것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밑반찬이 돼버리는 게 세상 인심이고, 불효막심한 자식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 사회에 흐르는 효에 대한 정서일 것입니다.
궁금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아빠라면? 이라고 물으니 머리 빠개지게 고민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되묻는 겁니다. 엄마가 아빠가 그랬다면 받아들이겠느냐고요. 저야 당연히 노땡큐입니다.ㅜㅜ
그런데 남편이라면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겠고, 아니 때려서라도 쫓아내고 싶은 심정인데, 드라마 속 민재처럼 며느리 입장에서는 선뜻 나가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런 심정이 도리인지, 의무인지, 체면유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받은 부모님에 대한 효의 의무감때문에 당연히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노발대발하는 시어머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고, 자식으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식들 입장도 십분이해됩니다. 할아버지 문제로 집 분위기가 쑥대밭인데 3세대들 민재의 자식들이 우중충한 마음에 와인을 마시는 장면도 공감이 가더라고요. 이 3세대들은 우선은 자기 발등에 떨어진 일이 아니니, '모셔야 한다', '아니다'로 왈가왈부할 문제들은 아니지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 모두들 연기 내공이 있는 연기자들이라 말과 표정이 너무나 일치하는 것에 놀라는데요, 며느리 민재역의 김해숙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겠고, 이번회 시어머니 김용림의 분통을 보며 울컥했습니다. 팔순에도 여자임을 보여주면서도, 젊어서 받았던 상처를 울컥 토했다가 다시 집어 삼키는 듯하는 모습은 그만한 인생을 살지 않았다면 표현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에서 할아버지를 매몰차게 거리로 내쫓지는 않을 것이고, 이래저래 팔순넘은 정없는 노부부가 부딪치며 살아야 할텐데, 이들 노부부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예고편에 할머니가 경대앞에서 화장품도 찍어 바르는 모습이 보였는데 여자는 백발성성해도 여자인가 봐요.
경로당 과부랑 눈 맞아서 쫓겨난 할아버지가 갈데없어 본처집으로 들어왔는데, 그간 행적을 보니 정말 혈압돋우는 진상인데, 정신 차릴지 기대되네요. 생과부로 살아 온 시어머니 인생이 가여워서라도 쉽게 용서가 안되기는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 드라마 제목처럼 팔십 넘은 노부부의 모습도 아름답게 귀결되었으면 싶네요. 평생 본부인 가슴에 못 박은 것 만큼 조금 더 당했으면 좋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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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 2010.04.05 08:13 신고
어제는 하루종일 티비를 안보기로 해서 못봤습니다만,
할아버지의 존재가 다소 작위적이란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뭐 그런 것이 드라마 작법의 기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효도고 뭐고 전 우선 반감부터 생겨서 보기 참 불편한 할배입니다.ㅎㅎ -
모과 2010.04.05 09:11
마누라 6명 ..우리 나라 재벌들중에 도 더러 있었습니다. 실제 우리가 고등학교 다닐때 좀 사는 집안의 남자는 대부분 첩이 있었어요.
5,60대 시청자들은 공감을 느끼지요. 저도 잘보고 잇습니다. 할머니가 어떻게 받아 들일지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
건강천사 2010.04.05 09:56
저 김용림씨 너무 좋아합니다.
'세여자 세남자' 시트콤에서 완전 팬이지요.
내공있는 연기자들의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한 초록누리님의 말씀만 기다릴레요~ :) -
왜 2010.04.05 12:46
양로원에 모시면 안될지요.
남의 일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이라면
그 할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알텐데
자기 같으면 지성으로 모시겠답니까?
다섯째 첩인지 마누라한테는
오래 살고 재산도 많이 뜯긴 모양이던데
책임을 지려면 그쪽이 져야지
여기 저기 뿌려놓은 씨도 많으니
십시일반 돈모아 실버타운 보내도 되겠네요.
할머니 실컷 동정하고 분통 터져 하며 봤더니
웬걸 할머니가 생각보다 무르실 모양이네요.
여자로서 대접 못받고 살아온 세월
할머니도 여자인 점은 인정하지만
이제와서 할아버지와의 로맨스 같은건
좀...윽 그냥 내보낼것이지 속 울렁거립니다.
경로당에서 할머니한테 집적대다가 쫒겨나
큰소리 치다가 불쌍한척 하는 꼴이라니아무리 드라마 속 할아버님 이시지만
재수없습니다.
흔히 동성애자들의 고민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무섭고 두려울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김수현식 화법이라는 것에 놀라웠고,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에 다시 한번 전율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동성애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민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막연히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서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으로 인해 고민할 것 같다고만 추측해 버렸을 뿐이었어요. 나아가 제 자신이 나름대로는 쿨한 척, 오픈마인드인 척,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을 인정해 줘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편견에서 비껴 서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동성애자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속이고 사는 것에 대한 자기 혐오증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해 봤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에 대한 자기연민이 강할 것이라고만 생각해 왔어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과일 바구니를 들고 온 채영이 태섭과 결혼하고 싶다며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갔고, 이를 알게 된 태섭도 곧 폭탄발언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예고편에 큰삼촌(김상중)이 태섭이 경수와 안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으로 보아 이제 태섭이에 대해서 식구들이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비교적 조용했던 불란지 펜션에 제주의 거센 바람보다 심한 태풍이 몰아치게 될 것 같은데 앞으로의 전개가 흥미진진합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동성애 문제를 노작가 김수현이 어떻게 풀어갈지가 가장 궁금한데요, 태섭 역의 송창의의 블링블링한 모습에 빠져있는 지라 관심이 더 가네요.ㅎ
제가 다민족이 모여 사는 캐나다에서 살다보니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들을 심심찮게 보기도 해요. 캐나다는 비교적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들이 한국에 비해 많은 편이라 사회적인 시선은 한마디로 쿨한 편이에요. 궁금해서 아들과 딸아이에게 물어봤어요. "학교에 동성애자 친구있니?" 아들이랑 딸은 아무렇지도 않게 "네, 몇 명 있어요" 이러는 겁니다. 내친김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있느냐고 물어보니 딸아이가 동성애자인 남자아이와 수업을 같이 들어서 가끔 대화를 나눈다고 하더라고요. 딸아이는 친구의 사생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자세한 이야기는 피하려고 하더군요. 겨우 꼬셔서 두가지 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제가 궁금했던 것은 동성애자가 어떤 것을 가장 고민하는지 였거든요. 놀랍게도 김수현 작가가 던지는 문제와 일치하더군요.
딸아이가 동성애자인 학교친구와 그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은 동성애자들은 처음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까의 문제로 넘어간다고 해요. 그러나 이 고민은 달리 해답이 없지요. 어쩔 수 없는 사회 통념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는 딸아이가 한마디 덧붙이더군요. "엄마 김수현작가는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제 친구의 가장 큰 고민이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속이는 거래요" 라고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까의 고민으로 넘어갔다가 결국은 떳떳하게 커밍아웃하지 못하고 속이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가장 큰 고민이라는 거예요.
김수현의 시선은 바로 이 부분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동성애자에 대한 제 3의 시선이 아닌 동성애자의 마음에서 이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들이나 딸이 상당히 보수적인 성격들인데도, 저는 아들은 당연히 그런 대답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딸아이의 대답을 듣고는 조금 놀랐어요. 이후에 딸아이랑 아들녀석은 "가족인데 그 문제로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겠냐?", "개인적인 문제인데 왜 참견을 해야 하냐?" 로 한동안 옥신각신 하더군요. 결국은 해답은 없었어요. 사회적 통념과 개인의 성정체성의 문제가 융합되기에는 저희집 역시 아직은 불가능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딸아이의 친구는 빨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싶어한다면서, "대학이나 사회에 나가면 그때는 클럽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많을 거야" 라고 하더라는 거에요. 그러고보니 당당한 사랑은 고사하고, 상대를 찾는 것이 더 어렵겠구나 싶더군요.
우리 딸은 카톨릭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종교시간에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해요. 대부분의 친구들과 선생님은 동성애 자체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문란한 성생활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 것에 대해서 우려를 한다고 합니다. 또 친구들끼리 농담삼아 '너 게이지?, 레즈비언이지?' 하고 놀리는 경우는 자주 있어도, 실제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경우에는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받아주고, 뒤에서 수근거리거나 놀리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딸아이 얘기 중에 놀라웠던 것은 한 친구가 수업시간에 동성애 자체가 나쁘다는 의견을 냈다가 다른 친구들에게 소위 폭풍까임을 당했다고 해요. 동성애는 엄연히 개인적인 성의 특수성일 뿐이고,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교리의 가르침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반론들이 더 많았다는 거예요.
민재가 태섭의 커밍아웃을 '네가 그렇게 타고 났는데 어쩌겠냐, 너의 성정체성을 인정한다'라고 쿨하게 받아들인다면, 자기 속으로 낳은 자식이 아니라서 그렇게 쿨한척 고상한척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길길이 뛰며 '안된다, 어디가서 마음을 수술이라도 해서 바꿀 수 있으면 바꿔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겠지요. 그렇다고 숨기고 살아라라고 말할 만큼 민재는 잔인하지도 못한 성품이에요. 태섭의 성정체성의 문제를 어떻게 노작가가 풀어나갈지 궁금하지만, 김수현 작가는 제대로 화두를 던졌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의 동성애가 아닌 동성애자의 시선에서 풀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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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께 2010.04.04 19:02
엄마는 뿔났다 라는 드라마를 한국방문중 본 적이 있답니다.
무척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부활절 잘 보내세요. -
토깽 2010.05.01 13:19
잘 읽고 가요^^ 캐나다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또 우리와 다르군요...
그런데 이 포스트의 일부분을 (초록누리님의 따님의 친구 케나다 동성애자의 이야기) 제 포스팅에서 인용하고 싶습니다.
물론 초록누님의 포스팅이라는 출처를 밝히고 링크를 걸어 놓겠습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될 시에는 자삭하겠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자에대한 이해를 구하는데 초록누님의 글의 정말 좋다고 생각해서 쓰고 싶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