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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9 찬란한 유산: 한효주의 유산거부가 반가운 이유 (32)
2009.07.19 10:52





지난 25회는 지금까지의 찬란한 유산의 얽히고 설킨 문제들의 중간정리 성격이었습니다.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해임의 위기에 몰린 장사장에게 구원투수가 등장했지요. 바로 이 직원들의 해임반대를 위해 6개월간 월급을 30% 자진삭감하겠다는 동의서와 주식지분에 대한 위임장이었습니다. 결과는 장사장의 승리였습니다. 물론 장사장의 해임건의가 부결된 것은 선우환과 고은성이 가지고 나타난 동의서와 위임장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결과를 결정지을 수 있을만큼 영향력은 크지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진성직원들의 장사장을 향한 마음은 지주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준세의 마음을 움직였숩니다.
준세는 아버지와 자신의 양심 사이에서 끝까지 고민했습니다. 찬성표를 던지지 못하는 준세의 흔들림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결국은 진성 직원들의 마음을 가지고 온 환과 은성을 보고 기권표를 던집니다.

장사장의 해임안 부결로 이제 찬란한 유산은 종영을 위한 나머지 문제들, 즉 아버지와 은우 문제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게 은성이 장사장의 유산을 거부하고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은성은 누누히 유산을 받지 않겠다고 했으므로 유산이 은성에게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은성이 떠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저는 이때부터 혼란에 빠졌습니다. 경영권은 환에게 돌아가던가 장사장이 심중에 담은 또 다른 어떤 사람에게 가더라도 은성이나 환이 당분간은 회사일을 배우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해 왔지요. 그런데 은성은 회사일을 배우러 본사로 들어오라는 장사장의 제안마저 거절해 버리는게 아닙니까?

아! 그때 생각난 드라마가 2004년이었던가요, 오!필승 봉순영이었습니다. 드라마의 스토리가 찬란한 유산과 비스무리 했거든요. 물론 인물들의 설정은 완전히 달랐지만요.
혹시 기억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잠깐 스토리를 소개하자면 그룹 회장의 아들이 죽자 후계자가 없어진 회장은 숨겨진 손자를 찾게 되고 그가 오필승(안재욱)이었습니다. 그리고 오필승의 경영수업을 담당했던 싸부 노유정(박선영), 봉순영(채림), 윤재웅(류진)이 4각관계를 이루며 기업과 애정스토리의 음모와 갈등의 코드는 다 보여주었지요. 다음부터는 뻔한 스토리지요. 회사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빼앗으려는 사람들의 싸움 속에서 애정관계도 얽혀들어가고요. 오필승이 할머니의 친손자가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결과는 선한 사람들의 승리로 돌아갔고요. 네, 아주 식상한 스토리지요.
그런데 이 식상한 스토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마지막회의 뜻하지 않은 돌발때문이었습니다. 모든 난관을 이긴 오필승의 차기 회장 취임식 장면이었습니다. 오필승은 돌연 후계자 취임을 거부하고 경영에 자신이 없다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선언을 한 것입니다. 그 돌발엔딩 때문에 여전히 그 드라마가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할머니가 찾아내기 전에 그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그럭저럭 백수로 살면서 시장 사람들과 어울리며 배달도 해주고 그런 평범한 젊은이였습니다. 그룹회장직을 마다하고 평범한 오필승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은 모든 스토리의 진부함을 깬 파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부산으로 내려가 버립니다. 나중에 비하인드 스토리로 보여준 에피소드는 그가 진짜 할머니의 손자였음도 보여주었지요.

오필승과 고은성은 일종의 남녀 신데렐라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고은성을 신데렐라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부분은 나중에 다시 글로 쓸 생각입니다만 하루아침에 신분상승을 했다는 뭐 그런 공통적인 의미로 여기서는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 두 신데렐라의 공통점은 자신들에게 온 엄청난 행운을 차버렸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뭘 하려고 하냐고 묻는 할머니에게 은성이 말하지요. "뉴욕에서 경영공부하다가 요리가 좋아서 관뒀고,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요리를 개발하면서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다"고요. 한국음식의 세계화라는 자신의 꿈을 이뤄보겠다는 것이지요. 그 순간 오필승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고은성은 애초에도 지금도 경영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입니다. 경영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지요. 경영을 좋아하는 사람은 경영이 자기 일이지만 은성은 경영보다는 현장을 좋아한다는 것이지요. 은성은 돈이라면 받았겠지만 할머니가 자신에게 물려주고자 하느 것이 회사이기에 못받겠다고 합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희생과 책임이 따르는 것을 배웠다며 자신은 감당하기 힘들다고 하면서요.

이 대목에서 작가는 은성을 통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찬란한 유산이 끝까지 견지하고 있는 사실과 현실의 불가분법칙입니다. 몇년 후에 은성이 진성식품을 경영한다고 하면 과연 잘 해낼수 있을까요? 경영 경륜 높은 회사 이사진들과 직원들을 장사장처럼 무리없이 통솔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일이겠냐고요, 아니 말처럼 어려운 일이지요. 

잘한다는 것과 잘 할 수 있을 것이다는 다른 문제입니다. 은성은 새로운 요리레시피 개발을 잘합니다. 공부를 꾸준히 해왔고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할머니가 생각할 때 그런 고은성은 회사경영도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러나 은성은 '잘 할 수 있다'와 '잘 할 수도 있다'는 단지 글자 하나 차이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과 책임을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회사경영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요.
우리는 많은 드라마를 통해서 회사경영을 말처럼 쉬운 것으로 오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가 아닙니다. 선우환의 엄마가 살림을 처음으로 맡아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에서 보여주듯이 한 가정의 살림을 꾸려가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데 회사를 꾸려간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지요.

고은성에 비하면 선우환은 경영인으로 교육받아 온 인물입니다. 설렁탕회사에 뜻이 없었다하지만 선우환은 사업에 대한 구상을 해 온 인물입니다. 할머니에게 씨도 먹히지 않을 명품백화점 계획도 철은 없어보이지만 선우환의 관심분야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고은성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만들어 내는 현장중심의 생산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면 선우환의 관심은 경영입니다. 경영마인드가 철없고 비현실적이었지만 선우환은 경영인이라는 자리에 늘 자신의 모습을 올려놓고 있었던 인물이지요. 
할머니가 고은성에게 유산을 상속하겠다는 유언장까지 작성하자 2호점 근무를 자청한 선우환은 고은성에게는 절대로 회사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선우환이 은성에게 빼앗기고 싶지않았던 것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할머니의 회사, 즉 진성식품이었지요. 경영에 뜻이 없었다면 할머니에게 인정받으려 하지도 않았을테고, 회사를 남의 손에 넘어가는 것에도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면에는 할머니의 기업이념, 노동의 가치, 그리고 은성에 대한 관심 등도 선우환을 달라지게 했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철든 선우환은 이번에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회사경영이라는 문제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느낀 점도 많을 것입니다. 몇년 후가 되겠지만 선우환이 진성식품을 경영하는 것도 장사장의 뜻을 이어가기에는 무리가 없어보이구요.
이러한 이유로 고은성의 유산거부는 현실적이었으며 반가운 결정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저의 아들과 딸에게 같은 질문을 해봤습니다. 우리 아들, 딸 모두 회사를 안받겠다더군요, 무서워서 못받겠다고 하더라구요. 은성처럼 자신이 없다면서요. 은성이 할머니에게 돈이라면 받았을 거라는 솔직한 표현 그대로 차라리 돈으로 얼마 줬으면 좋겠다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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