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09.10.06 '선덕여왕' 덕만공주, 호랑이발톱을 세우다. (28)
  2. 2009.10.01 '선덕여왕' 비담, 왜 염종을 죽이지 못했을까? (43)
  3. 2009.09.24 '선덕여왕' 문노는 왜 유신을 선택했을까? (47)
  4. 2009.09.23 '선덕여왕' 미실에게 무릎꿇은 김유신, 가야를 품다. (41)
  5. 2009.09.22 '선덕여왕' 신라를 울린 칠숙과 유신의 비재 (58)
2009.10.06 07:32




지난 주 귀족들의 매점매석으로 불이 붙은 덕만공주와 미실의 대립이 선덕여왕 39회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통치이념으로 드라마의 주제가 확대되었습니다. 그동안 지엽적으로 벌여왔던 덕만공주와 미실의 싸움은 통치이념에 대한 큰 줄기를 위한 것들이었지요. 이번회에서 보여준 큰 줄기는 피지배자, 즉 백성에 대한 덕만공주와 미실의 지배논리의 차이라고 할 수 있어요. 
덕만공주는 귀족들의 매점매석으로 인한 결과가 자영농의 몰락과 대다수의 소작농이 귀족들의 노비화로 귀결되었고, 그것이 귀족들의 세력을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한발 나아가 생각을 하였지요. 바로 나라의 부강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세종과 하종이 덕만공주에 대한 공격으로 자신들의 농토에서 거두는 조세를 감하지 않음으로써 덕만공주에게 직격탄을 날리지요. 이 때문에 안강성에서는 농민들이 태수를 볼모로 잡고 폭동을 일으킵니다. 매점매석으로 손해를 본 귀족들이 백성들의 목숨을 담보로 덕만공주에게 싸움을 걸어 온 셈이지요.
미실과 귀족들이 조세를 통해 황실에 대한 견제를 해옴에도 덕만공주는 직접적으로 귀족들에 대해 숨통을 조이지 않지요. 안강성으로 직접 담판을 지으러 내려간 덕만공주는 황실의 조세를 저리로 빌려주겠으며 황무지와 농기구를 내주겠다는 농민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이는 제의를 합니다. 덕만공주의 말을 믿지 않은 안강성의 농민들이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밀듯 도망을 쳐버린 결과가 나왔지만, 안강성의 농민폭동을 통해 우리는 덕만공주와 미실의 통치이념이 근본적으로 다름을 확인하게 됩니다. 

군량미를 풀었다는 국가 중대사안을 두고 화백회의를 열어 귀족들은 덕만공주에게 정무에서 손을 떼라는 압력을 가했지요. 이에 대해 덕만공주는 매점매석을 안하겠다는 법령을 만들면 정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하는데 귀족들은 섣불리 동의하지를 못하지요.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매점매석으로 그동안의 부귀의 금자탑을 쌓아왔는데 하루아침에 그 달콤한 수입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거든요. 덕만공주의 뚝심에 미실도 한마디 하지요. 귀족들을 등지고 앞으로 어찌 정치를 하겠느냐고요. 덕만공주는 미실에게 엉뚱한 질문으로 순간 얼음땡을 만들어 버립니다. "미실새주 같은 현명하고 통찰력도 뛰어나고 지도력도 있는데 신라는 왜 발전을 안한 겁니까? 아직도 흉년이면 먹을 것이 없어 손가락만 빨고 있냐"는 것이었어요. 나도 정치라면 한가락한다고 자부하던 미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말이었어요. 신라의 정치일번지라는 인물이 신라의 발전에는 전혀 기여를 못했다는 말처럼 자존심 구겨지는 말도 없었을 거에요. 
안강성에서 황실의 조세를 받은 농민들이 도망은 쳤다는 말에 다시 안강성으로 향하던 덕만은 미실의 조롱 섞인 질책을 받게 되지요. 더구나 폭동을 일으킨 주범들을 처벌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도높은 비난을 받게 됩니다, 처벌은 폭풍처럼 가혹하고 단호하게 해야하고, 보상은 조금씩 천천히 해주는게 지배의 기본이라고요. 미실의 말에 덕만공주는 오랜 과제물과 같았던 지배이념에 대한 정리를 깔끔하게 해주었지요. 덕만공주가 그동안 고민하고 궁금해 왔던 점은 신라의 부강에 대한 것이었어요. 영토를 확장하고 주변국들에 위세를 떨었던 신라가 진흥제의 죽음이후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답보하고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였거든요.

덕만공주가 그동안 함수처럼 풀기 어려워했던 숙제가 신라의 발전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신라의 영토가 진흥왕 이후 늘었는데도 여전히 백성들은 궁핍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가는 문제였거든요. 덕만공주가 그동안 뻔질나게 황실대장간을 둘러 본 이유가 바로 그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었어요. 무기처럼 강한 농기구를 만드는 것, 팍팍한 황무지를 개간하기 위해서는 땅을 일굴 강한 농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차렸겠지요.
덕만공주는 신라가 왜 가난한 지에 대한 답을 찾아 미실을 또 보기좋게 한방 먹입니다. 이번에는 꽤 강한 한방이었어요. 미실이 덕만공주에게 농민들의 폭동 주범자들에 대해 용서한 것은 덕만의 실수라고 한마디 해주는데 덕만공주는 생각의 출발부터가 미실과 다름을 분명히 합니다. 농민들이 안강성을 쳐들어가 난동을 피운 것은 폭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고요. 개간할 땅을 주고 농기구를 주었는데도 농민들이 도망을 친 이유는 지배자에 대한 불신때문이었으며 그것은 미실 너의 공포정치때문이었다고요. 그리고 그것이 신라가 발전하지 못하고 요모양 요꼴이 되었던 것이라고 해버리지요.
연타로 홈런을 맞은 미실이 왜 그게 내 탓이내고 되묻자 이번에는 덕만공주 아예 만루 홈런을 날려버립니다. 한마디로 미실새주는 나라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나라의 주인이 아니었기에 나라를 위한 꿈도 꾸지 않았고, 백성을 위한 꿈을 꾸지 않았다. 꿈이 없으니 영웅이 되지도 못했고, 신라에 대한 꿈이 없었기에 발전도 하지 못한 것이다"라고요. 요약하자면 미실 너는 백성을 내 자식처럼 돌볼 생각은 안하고 그저 군기나 잡고 군림하려고 했었다는 것지요.
여기에서 우리는 미실과 다른 덕만공주의 통치이념을 볼 수 있어요. 미실이 백성의 통치수단으로 군림을 택했다면 덕만공주는 백성을 주인으로 여기는 애민의 이념을 택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덕만공주가 백성들에게 황무지를 개간하라고 한 것은 애민의 마음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지요. 귀족들에게 예속되지 않은 땅의 주인들이 많은 나라가  곧 부강한 신라임을 덕만공주는 알고 있는 것이지요. 백성이 주인이 나라를 꿈꾸는 덕만공주의 통치이념은 시대를 한참이나 많이 앞선 선구자적인 이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실과 다른 통치이념을 통해 마음 속에 시대의 주인 선덕여왕이 군주로서 호랑이의 발톱을 세워가는 모습을 보고있는 것 같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해보세요! 클릭-->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잊지마시고 아래의 추천손가락도 꾹~ 눌러주시는 센스! ^^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4 Comment 28
2009.10.01 06:56




선덕여왕을 보는 즐거움 하나는 드라마 곳곳에 시청자들에게 숙제를 내준다는 점인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흔히 깔아두는 복선이라는 장치가 시청자들에게는 풀어보고 싶은 궁금점을 유발하거든요. 미스테리같기도 하고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비밀창고 같기도 하고...저에게는 선덕여왕 38회 비담과 염종의 장면이 특히 비밀스럽더라구요. 스승 문노를 독살하고 삼한지세를 빼앗아 간 염종을 비담은 왜 죽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한가지 의구심이 드는 거에요. 죽이지 않은 걸까? 죽이지 못한 것일까? 그래서 비담과 염종의 장면을 다시 떠올려 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글을 쓸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결국은 저의 수다병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게 쓰게 되었네요. 아마 38회에 문노의 죽음과 비담의 감정선이 매끄럽지 못하고, 어디선가 뭉뚱 잘려버린 듯한 느낌때문이었을 거에요. 비담을 화랑으로 인정해 달라는 문노의 서신에 대한 진위의 언급도 없이 문노의 필체가 맞다는 칠숙의 말로만 넘겨버리기는 것 역시 뭔가 석연치 않았거든요.
문노가 비담에게 남긴 편지는 글쎄, 선덕여왕에서 또 하나 비담에 대한 비밀장치로 쓰기 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그 편지가 거론되지 않는다면 아마 문노가 써 두었던 편지였을 거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문노는 이미 비담이 자신을 따라 삼천리 금수강산을 떠돌아 다니며, 약초나 캐고 다니지는 않을거라 생각했거든요. 문노는 유신랑에게 완성한 삼한지세를 맡기고는 떠날 생각이 분명했지요. 그런데 비담은 안가겠다고 하니 문노로서도 비담의 앞길을 걱정했겠지요. 아무 연고도 없는 비담을 서라벌에 두고 가려면 비담에게 신분증 하나는 만들어 주고 싶었겠지요. 비담도 비빌 언덕은 있어야 했으니까요.
이제와서 미실에게 "네 아들이니 키워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마지막까지 비담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비담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인 셈치고, 공개적으로 신분증을 만들어 주고자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엄청난 비밀 하나를 주고 갔을 수도 있겠지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비담은 왜 염종을 죽이지 않았을까요? 혹시 죽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요? "고구려와 백제, 수나라에 심어둔 정보력을 주겠다, 우리 새로 춘추를 왕으로 만들고 공신으로 출세해서 떵떵거리며 살아보자" 라고 제의했기 때문에 염종을 살려 준 것은 아니었어요. 그 전에 비담은 염종을 죽일 생각을 접어버립니다.
문노의 죽음 이후 염종을 찾아간 비담은 염종의 비서들을 다 죽이고,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돌아다닐 정도로 눈이 팽글 돌아있었는데, 여유자적 종이접기나 하고 있는 춘추를 보고 복수하겠다는 마음이 풀렸을 리는 없지요. 춘추를 이불에 돌돌 말아 몽동이 찜질을 한 후 염종을 끌고 나온 비담이 한 첫마디는 "책은 회수했고, 너만 죽이면 마무리된다"는 말이었어요. 비담 눈에 살기가 천리까지 퍼지는데도 염종은 능청스럽게 "이런 법이 어디있냐며 우린 공범이잖아" 하는데 그 순간 비담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더라고요.
이때 비담에게는 두가지 감정이 교차했을 겁니다. 스승에게 칼을 들이 댄 죄책감과 부정할 수 없는 스승의 죽음이었겠지요. 부르르 치를 떨며 다시 칼을 겨누자 염종이 한마디 더하지요. "나 죽이고 너도 자결하세요. 너도 나랑 같이 문노 죽였잖아요"  이 말에 비담은 칼 대신 발로 염종을 지근지근 밟아주는데 끝내 칼로 치지는 않았지요.
저는 이 장면을 보며 선덕여왕은 인간적인 범주에서 이탈하지 않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다시 했어요. 어제 인터넷 기사를 보다 보니 비담의 자결장면이 있었는데 편집이 되어버렸다는 걸 읽었어요. 문노가 끝내 책을 주지 않자 낙담한 비담이 풀밭에 앉아 있다가 날아가는 꿩을 돌멩이로 차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후에 나무가지로 자결하려는 장면을 찍었는데 편집이 돼버렸다더군요. 왜 편집했을까?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후 염종을 죽이지 못하는 비담의 감정선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승에게서 끝내 선택받지 못한 비담이 자결하려는 장면을 내보냈다면, 비담의 성격으로 보아 염종을 죽이고 자신도 자결을 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비담은 염종을 죽이지 않은게 아니라 못했구나 라는 생각에 이른 것이지요. 염종을 죽이면 자신도 죽어야 하니까요. 비담의 죄의식이 복수심보다 컸던 것이지요. 비정한 야심가 비담에게 인간적인 성정을 깔아 두려는 이유로 비담의 자결장면을 편집했나 싶더라구요. 책 대신 스승을 업고 뛴 비담의 마음과도 연결을 지어야 했고요.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과연 비담이 스승 문노를 죽이려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아요. 저는 비담이 문노를 죽이려고 까지는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두 사람 중 하나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대결이었지만, 비담이나 문노나 서로 목숨까지 취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치명상을 입히거나 흔히 무림에서 말하는 무공을 폐하는 정도에서 승부를 가리는 방법을 택했을 겁니다. 비담이 문노를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염종에게 눈이 뒤집히지는 않았을테지요. 삼한지세 책에 대한 비밀때문에 염종을 죽일 수는 있었겠지만, 문노에 대한 복수는 아니라는 말이지요.
따라서 비담이 염종을 죽이려고 한 것은 책에 대한 비밀보다는 스승을 죽인 복수심에서 출발했다고 봐요. 하지만 칼을 거두고 만것은 복수보다는 공범이라는 죄책감의 크기가 더 컸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염종이 "너도 공범이잖아" 했을 때 비담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고, 표정 역시 복잡했지요. 그 때의 비담의 속마음은 아마 이랬지 않나 싶어요. "니가 내 속을 어찌 알아, 난 스승님을 죽이려고 까지는 하지않았어... 그래, 나도 공범 맞네... 결국은 스승님을 죽게 만들었으니까..."  버선목 뒤집듯 까보이지도 못하는 억울함, 염종에 대한 분노, 그리고 죄책감이 혼합된 듯한 비담의 표정은 그래서 너무나 인간적이었어요.
그 이후에 염종에게 너를 살려줄 이유 세 가지만 말하라고 했던 것은 염종의 목슴을 두고 거래하는 질문은 아니었어요. 그 전에 거처에서 끌려나오면서 책의 주인이 유신이 아니라 춘추라고 생각한다는 염종의 말을 상기했겠지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서도 광기마저 보이는 염종이 궁금했기도 했을 거고요. 염종이 가진 정보와 미실이 춘추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수적인 획득이었지만 말입니다. 결국 염종의 얼굴에 흉한 자상만 남기고 만 비담은 염종을 자신의 똘마니임을 확인시키며 한마디 하지요. "우리가 만들 다음 왕은 그 애가 아니야"라고요.
드라마 선덕여왕은 문노의 죽음을 통해 비담에게 아킬레스건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승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과 문노의 유언은 비담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비담은 다음에 만들 왕이 춘추가 아니라고 했고, 이제는 덕만공주와 자신 중에 시대의 주인을 선택할 기로에 서있는 것이겠지요. 미실이 춘추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비담에게는 흥미로운 사실이에요. 드라마에서 춘추의 훈육스승으로 비담과 춘추를 엮은 것은 미실과 비담의 대립을 위한 구도라고 보여집니다. 비담은 미실과 덕만공주 사이에서 고독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춘추의 방패막이인 셈이지요. 비담이 미실편에 서지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암시이기도 하고요. 여담이지만 춘추가 비담에게 왜 반말하느냐고 했지요? 삼촌이니까요. 계보를 따져보면 할머니는 다르지만 비담은 춘추의 삼촌이잖아요. 비담만이 알고 있지만요.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해보세요! 클릭-->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잊지마시고 아래의 추천손가락도 꾹~ 눌러주시는 센스! ^^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3 Comment 43
2009.09.24 06:32




드라마 선덕여왕 36회 문노가 신라대업의 주인으로 유신을 선택한 이유에 관한 글을 준비하면서, 고민도 많았고 생각도 많았어요. 왜냐하면 신라의 역사적 사실과 픽션이라는 드라마 장르와의 괴리를 어떤 식으로 연결지어야 하는지 고민이 있었거든요. 또한 문노에 대한 생각을 한꺼번에 정리하기에는 그간 문노가 보여준 행적이 짧았기에 다 잡아내기가 힘들었어요. 아시다시피 문노가 오랜시간 행방불명된 상태로 은둔생활을 한 인물이다 보니...

문노라는 인물이 중요했던 것은 진흥대제의 유지를 알고 있었고, 미실을 대적할 사람을 가려낼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진흥왕의 유지는 15대 풍월주 선발과정에서 두번째 문제를 통해 삼국통일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남은 것은 미실을 대적할 자가 누구인가를 확인하는 과정만이 남아있는 셈이었지요. 그런데 36회를 보면서 그 두번째의 키워드에 대해서 지금까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는 여태껏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 타이틀에 갇혀있어서 당연히 시대의 주인은 후일 여왕으로 등극할 덕만공주라는 생각만으로 드라마를 봐 온 탓에 그부분을 간과해 버렸습니다. 군주로서의 자질과 신라의 대업을 이어갈 당당한 모습으로 성장해 가는 덕만공주가 그 인물일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부수적으로 덕만공주의 왕위등극을 돕는 시대의 영웅들, 예를 들면 유신랑, 알천랑, 가야계의 월야왕자, 문노, 비담(아직까지는요), 춘추 등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려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36회를 시청하면서 드라마를 집필하는 작가나 제작진의 의중을 파악하고 싶어졌어요. 과연 덕만공주 한 사람을 여왕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 이 드라마의 제작의도였을까? 왜 진평왕의 유언 한마디로 쉽게 왕위에 올랐던 선덕여왕을 이리도 어렵게 왕위에 올리려고 역사적 사실도 왜곡하고, 생존했던 시기, 출생관계, 혈연관계까지 무리수를 둬 가면서까지 드라마로 만들고 있는가? 해답은 덕만공주나 미실에게서 나오리라 생각했던 것이 의외로 문노에게서 나왔어요. 
결론은 선덕여왕의 모든 스토리는 문노의 한마디에 있었어요. 따지고 보면 문노의 말은 아니었지요. 진흥대제의 말을 문노가, 그리고 미실이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었으니까요. 진흥대제의 명언이 무엇인지는 아실거에요.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의 주인이 된다"지요. 그리고 드라마 선덕여왕은 지금까지 앞으로 천하의 주인이 될 덕만공주가 사람을 얻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지요. 여기까지는 덕만공주가 그 시대의 주인이었고 그야말로 드라마 선덕여왕이라는 타이틀과도 맞아떨어졌지요.
그런데 저는 이번 36회를 보면서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유신이 미실에게 무릎을 꿇고 미실의 품으로 떠나는 장면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유신랑이 표면적으로 덕만공주와 정치적 결별을 선언했다고 그것이 미실과 정치적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으니까요.
저는 이 글에 앞서 <미실에게 무릎꿇은 유신, 가야를 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요, 제가 유신랑이 가야를 품었다고 한 것은 유신의 정치적 계산을 함축시킨 것이에요. 유신랑의 정치가로서의 입장에 대한 부분도 글 말미에 가야민이 유신랑의 정치적 기반이었다는 표현으로 잠깐 언급하고 만 이유는 이번 글 문노에 대한 글에서 함께 말하고 싶어서 였어요.

제 15대 풍월주 최종 선발과정에서 유신은 가야계, 그리고 구 가야왕조의 복원을 꿈꾸는 복야회와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사서 최종재가에 들어갔지요. 사면초가에 빠진 유신을 결국은 자기를 버리고, 표면적으로는 덕만공주와 등을 지고 미실의 세력권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미실에게 무릎을 꿇기까지 유신랑은 가야와 자신의 대의명분과 사이에서 고뇌했지요. 그리고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가야였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덕만공주와 등을 져야한다는 일종의 대의명분과의 싸움으로 비쳐졌지만, 유신랑의 선택은 당시 신라의 상황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고 정치적 계산이었어요. 당시의 신라는 왕권보다는 미실을 중심으로 한 신권의 세력이 강했던 상황이었어요. 수틀리면 일개 지방 귀족세력이 황실에 도전할 수 있었던, 말하자면 왕권이 취약했던 그런 시대였지요. 드라마에서 진평왕의 모습을 왕권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에 비하면 미실이라는 신하의 권력은 왕권을 능가하고 남지요.
또한 드라마에서는 가야계 유민의 힘에 대해 미약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 가야계 세력은 신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견제대상이었어요. 미실이 유신랑을 욕심내는 이유는 그가 그 가야계의 대표라는 점입니다. 유신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때 함께 흡수할 수 있는 가야세력은 달걀 노른자와도 비유할 수 있을 만큼 큰 가치가 있지요. 미실이 유신을 탐내는 것은 유신의 그 강직하고 충성스런 성품때문이 아니에요. 유신 뒤의 세력이었지요. 유신랑 역시 그 계산을 했던 것이고요. 가야민을 떼죽음 당하게 하여 신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것보다는 미실에게 복속함으로써 가야를 당당하게 신라무대에 올리고자 하는 일종의 정치적 항복인 셈이지요. 현실적으로 가야를 복원해서 새 왕조를 세우는 것보다는 신라에 편입되어 신라 중앙무대로 진출해 중심적인 위치에 서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고, 유신랑이 풍월주로 등극하면 가야계 인물을 화랑으로 편입시키는 것도 떳떳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 역시 했을테지요. 유신랑처럼 가야계였던 문노가 제 8대 풍월주를 지냈고 신라에서 그의 위상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풍월주의 지위가 단순히 화랑의 수장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문노는 유신을 그가 기다리던 시대의 주인으로 유신랑에게 모든 것을 걸겠다고 합니다. 신라의 비밀 카지노 격인 노름장에서 염종과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하실 겁니다. 삼국지세를 완성해야겠다면서 그 책의 주인이 나타난 것 같다고 했던 장면 말입니다. 이때 문 밖에서는 비담이 문노와 염종의 대화를 엿듣고 눈에 독기를 품어내었었지요.
그럼 왜 문노가 유신을 시대의 주인으로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유신랑이 미실에게 미실의 사람이 되겠다고 투항하러 가기까지 유신과 문노는 두번에 걸쳐 대화를 합니다. 첫번째 대화는 가야유민을 유신가문의 땅 압량주에 정착시킨게 맞느냐고 확인하는 장면이었지요. 그 때 문노가 어찌하여 그리했느냐고 묻습니다. 유신랑은 충성을 얻기 위해 한 일이라며 세력을 만들어 신라 내에서 자신을 구축하기 위해 그리했다고 대답하였지요. 또한 가야국 복원은 힘들고 대신 신라 내에서 신라의 한 세력으로서 신라의 삼한 일통 최전선에 나설 것이라고요. 그렇게 때문에 풍월주에 못 오른 다해도 가야민을 파는 일은 절대 못한다고 말이지요.
유신이 나간 후 문노는 생각하지요. "인물이구나. 허나 그리 곧으면 부러질텐데.." 그리고 자신에 대한 회한이 방백으로 이어졌지요. "포기할 줄 알았더라면, 굽힐 수 있었다면 나 또한 그리 떠돌지 않았을 것을..." 이는 미실에 대한 자존심을 굽히지도 못하고 싸우지도 못해 쌍음과 함께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자신에 대한 변명이었겠지요.
두번째 대화는 유신이 덕만공주에게 "군주란 자신의 몸을 팔아서라도 백성을 지켜내야 한다. 백성은 다른 나라 백성 만명을 죽이고서라도 자기들을 지켜주는 왕을 원하며 저는 그리 할 것이고, 공주께서도 그리하시길 원한다. 군주의 길이란 혼자가는 길이다"는 말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된 이후에 이어집니다. 유신을 찾아 온 문노는 사람을 얻는 자가 왜 천하를 얻는다고 하는지 아느냐며 얻은 사람, 그 사람들이 군주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하였지요. 영웅은 스스로 되는 법은 없어, 옆에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요. 이때 문노는 덕만공주가 복야회 설지를 희생시키자고 했던 방법 외에 다른 어떤 방법이 있는 거냐고 유신에게 묻습니다.
이에 대해 유신은 아마 미실에게 투항하겠다는 말을 문노에게 한 것 같습니다. 이 때 장면에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유신은 문노에게 가야민을 살려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유신 역시 신라의 대업 삼국통일을 위해 대의명분을 세웠고, 덕만공주 역시 그 뜻을 품고 있기에 당장은 미실에 대한 굴복일 수 있지만 길게는 덕만공주와 자신의 대업이 같음을 말했겠지요. 
유신을 보내고 "덕만공주가 정녕 인리가 있는 것인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가... 처음부터 운명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가... 유신인가..." 하는 문노의 방백이 이어졌는데 이 말이 제 뒷통수를 치더군요. 그리고 문노는 염종을 찾아가 자신이 지금까지 방랑하고 다니면서 집필하고 있던 삼국지세를 완성하겠다며 그 책의 주인이 나타나것 같다고 하지요.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고 고지식한 면에서는 자신과 빼다 닮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 문노 자신은 자존심과 명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세상을 등지고 현실을 도피했지만 구정물을 뒤집어 쓰고서라도 자기 백성과 가문을 지켜낼 사람 그놈에게 모든 것을 걸기로 했다면서요. 
문노는 사람을 계획하에 만들고자 했던 인물이었어요. 그는 미실을 대적할 사람을 찾았던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려고 했었어요. 비담을 가르치고, 또 끊임없이 덕만공주에게 군주의 자질을 갖추기를 요구한 것도 미실에게 대적할 인물로 만들려고 했던 문노의 의도였지요. 그런데 유신은 그렇지 않았지요. 유신은 스스로 인물이 되어가고 있었거든요. 자기를 버리고 앞을 내다보는 정치적 안목, 지도자라면 마땅히 품어야 할 백성에 대한 애민심을 유신은 스스로를 끊어내는 아픔속에서 배우고 커가고 있음을 본 것이었지요. 문노가 유신을 택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껍질을 깨뜨리고 알에서 부화해서 나온 유신을 문노는 알아보았던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한 사람 문노가 앞으로 만나야 할 시대의 주인 춘추가 있겠지요. 문노는 어떤식으로 춘추가 껍질에서 깨고 나와 시대의 주인이 되어가는 지를 지켜 보겠지요. 춘추와 유신의 운명적 만남도 머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문노는 새 시대의 주인들을 위해 마지막 그의 지도를 완성하려 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제서야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가 보인 순간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선덕여왕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미실을 대적할 시대의 주인이 단순히 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가야를 품은 유신랑 역시 시대의 주인이었고, 유신, 알천, 비담, 후일 춘추를 얻을 덕만공주 역시 시대의 주인이었으며, 미래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룰 춘추 역시 시대의 주인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지요. 다만 한가지 비담이 걸려요. 역사적으로 비담은 선덕여왕 재위기간에 선덕여왕편에 있었던 장수였지만 난을 일으키지요. 비담이 드라마에서 당시 미실과 대적한 인물들과 함께 시대의 주인이 될지 야욕이라는 껍질 속에서 부화하지 못한채 반역자로 남아버릴지 그게 여전히 시청자들에게는 물음표니까요.
* 본문의 모든 캡쳐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MBC에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해보세요! 클릭-->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잊지마시고 아래의 추천손가락도 꾹~ 눌러주시는 센스! ^^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2 Comment 47
2009.09.23 07:37




그동안 드라마 '선덕여왕'을 시청하면서 제게 있어 36회는 어느 회보다 큰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었었습니다. 생각도 복잡해졌고 그동안 크게 하나를 놓치고 있었던 것도 있었구요. 그래서 36회 드라마 리뷰 글은 두 가지 내용을 다루고자 합니다. 하나는 유신랑의 선택에 관한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크게 놓치고 있었던 문노와 시대의 주인에 관한 부분입니다.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같지만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두 인물이다 보니 두번에 걸쳐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36회를 보면서 잠시 작가와 연출진의 드라마를 만드는 의도와 열정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드라마가 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제 올린 글에서 저는 드라마 선덕여왕이 35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스토리로 전개되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36회에서 그 방향을 보여주셨네요. 사실 이번회 유신랑과 문노가 아니었으면 저는 선덕여왕을 인물열전류의 정치사극 정도로 봤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번회는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 타이틀은 드라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의 너무나 작은 일부에 불과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노와 관련한 글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선덕여왕 36회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해도 김유신을 저는 꼽고 싶습니다. 그럼 저를 매료시켰던 유신랑을 만나러 36회 리뷰 들어가겠습니다.
유신랑의 인생도 참 뜻대로 쉽게 풀리는 일이 없습니다. 고난과 좌절과 갈등의 연속이니 말입니다. 15대 풍월주 선발비재에서 불굴의 정신으로, 만신창이로 칠숙랑의 공격을 막아내고 한번의 급소공격으로 우승까지 했는데 풍월주 임명장이 손에 들어가기까지는 또 한고비를 넘어야 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유신랑의 전부를 거는 일이라 유신랑의 고민이 큽니다. 지난번 복야회의 수장 월야의 충성을 받기 위해 압량주 땅에 가야민을 정착시킨 것을 미실측이 알아버렸거든요. 신라에서는 가야계라면 눈엣가시같은 존재이니 유신랑의 입장이 난처해지지요. 더구나 반정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복야회와 유신랑이 연루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유신랑은 물론이거니와 덕만공주, 가야유민 전체가 위험해지지요.
미실이 얼마나 정치적이고 영리한 인물인지는 덕만공주와의 대화를 봐도 알 수 있어요. 유신랑과 복야회를 연관짓는 것이 억울하고 부당하다면서 따지러 온 덕만공주에게 미실이 말하지요. 유신랑을 믿느냐고요. 물론 아직은 단순한 덕만공주는 유신랑을 철썩같이 믿는다고 대답하고 싶었겠지요. 하지만 미실은 "유신랑을 단순히 개인으로 보시면 안된다" 며 가야민을 대표하는 유신의 세력을 신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유신과 가야민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미실은 유신랑 개인을 보고 있지 않아요. 유신랑과 유신랑이 대표하는 가야민 세력을 통찰하고 있거든요. 미실은 유신랑이 결코 가야민에게 등을 돌릴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어요. 강직하고 고지식한 성격때문에라도 유신랑이 가야민을 절대로 버리지 못할 것임을요. 덕만공주도 유신랑의 성품을 알지만 덕만공주는 미실의 말뜻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나봐요. 나중에 유신랑에게 다시 교육을 받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즉, 유신이 굽히지 않으면 가야민을 치겠다는 것인데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지요.
용화향도는 최종 화백회의에서 가야민을 회유해서 땅을 준 것을 빌미삼아 유신랑의 풍월주 선발 최종심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술렁이기 시작하지요. 최근에 용화향도로 편입한 월야와 설지도 유신랑이 사면초가에 빠진 것을 알고 설지를 희생양으로 내놓으라고 까지 하는데 유신은 말을 듣지 않지요. 미실이 원하는게 월야의 목은 아니거든요. 
미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유신랑이지요. 유신랑을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면 가야세력까지 덤으로 딸려올 수 있을 것이고, 풍월주가 되면 화랑까지도 장악하기가 쉬워지니까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미실새주 실수하신 겁니다. 미실은 유신랑이 강직하고 한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는 성품을 너무 파악하고 자신의 판단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유신이 자기 사람이 되면 절대로 배신때리지 않을 거라 착각하신 듯 해요. 유신랑도 정말 중요한 일 앞에서는 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전혀 계산을 못하고 있거든요. 유신랑이 굽히고 들어온다고 해도 늘 경계하고 의심하겠지만 말이에요. 
복야회의 수장 월야까지도 설지를 희생양으로 내놓고 풍월주에 앉으라고 하지만 유신랑은 오히려 호통을 치지요. " 큰 것 얻자고 작은 것은 아무렇지 않게 버려도 되냐"면서요. 희생을 줄이겠다고 포기한 작은 것들이 쌓여서 큰 것이 되고 대업을 이루는 포석이 된다는 것을 모르느냐고요. 마치 장기판에서 '포 하나 지키려고 졸을 다 내주라고 하는 거냐'고 말한 거겠지요. 드물지만 졸로도 "장 받아라!"할 수도 있잖아요.
유신랑도, 유신랑 집안도, 그리고 가야계도 덕만공주도 섣불리 해답을 찾지 못하고 유신랑은 인생을 통틀어 최대의 난관에 부딪친 것 같습니다. 고뇌하는 유신랑의 얼굴이 클로즈업 될때마다 이분이 엄태웅이 아니라 정말 유신랑이구 싶을 정도로 고뇌하는 모습이었으니까요.(엄태웅의 연기가 좋았다는 우회적인 표현입니다.ㅎ)
유신랑 결국은 하나의 답을 가지고 미실과 덕만이 있는 회의장에 갔지요. 그리고 풍월주 자리를 내놓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유신랑으로서는 이왕 죽는 것 니네 얼굴도 X칠 한번 해봐라 싶었나봐요. 미실에게 유신랑도 보기좋게 한방 먹이지요. "그래요, 저 안할테니까 보종랑을 풍월주에 앉히세요. 그런데 연무장에서 내가 칠숙에게 한방 먹인 것을 본 수많은 사람들, 게다가 니네 편 칠숙랑까지 내가 이겼다고 했는데 실력 한수 떨어진 보종랑이 풍월주가 되면 사람들이 인정할까요? 아참, 미실새주 아들 보종랑까지도 나를 응원해 줬는데 엄마 빽으로 풍월주가 됐구나 퍽도 좋아라 하겠어요"
유신랑의 말이 아주 설득력있게 들려서 덕만공주 얼굴에는 희망의 웃음이 퍼지고, 미실과 설원랑도 꿈틀하나 싶더니 정치 베테랑 미실은 문서 하나를 턱 내놓습니다. 미실측이 김서현공 집에 들여놓은 첩자가 가야민에게 무상분배한다는 약조를 훔쳐왔거든요. 에고, 불쌍한 유신랑 이제 옴짝달싹 못하게 돼버렸습니다. 결국은 유신랑 또 고민에 빠져들지요. 이렇게 까지 유신랑을 원하는데 '그냥 못이기는 척하고 가서 같은 편인 척해요'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유신랑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덕만공주때문이에요. 이제는 덕만공주에 대한 연정, 그저 마음으로 바라만 보고, 주군으로 평생을 모시며 곁에서 지켜주겠다고 했는데 지키기가 힘든 상황이니 말이에요. 
덕만공주도 미실이 확보한 유신랑과 가야민의 약조문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 유신랑을 찾아오지요. 이렇게 된 것 설지를 희생시키자구요. 유신랑은 덕만공주의 말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설지를 내놓으면 또 다른 누군가를 원할테고 결국은 유신랑의 백성, 즉 가야민들이 역모죄로 죽어가게 될 것이라고요. 덕만공주도 미실이 유신랑을 원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동고동락 해왔던 정신적 지주이며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동지이자 연모하고 있던 유신랑을 내놓기는 힘들지요. 그리고 처음으로 여자로서의 고백을 합니다."제가 유신랑에게 말하지 않았다 하여 유신랑에 대한 제 마음이(저의 사랑이) 작아보입니까?"라고요.
덕만공주의 말에 답한 유신랑의 말은 정말 멋졌습니다. 우리 역사상 위대한 장군 중의 한 사람 명장 김유신, 김춘추와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신라 최고의 명장 김유신 장군의 면모가 보였던 명언이었기에 그대로 옮겨보고자 합니다. 
"이는 공주님께서 결정하신 일입니다. 설마 군주가 되는 일을 쉽게 생각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설마 군주가 백성을 위해 구휼이나 하고 폭정만 안하면 된다고 생각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군주는 자기의 몸을 파는 일이 있어도 백성을 지켜내야 합니다. 또한 백성은 다른 나라 백성 만명을 죽이고서라도 자기들을 지켜주는 군주를 원합니다. 전 그리할 것이고, 공주님께서도 그리 하시길 원합니다."
이때 두 사람의 대화를 우연히 문노와 비담이 듣게 되었지요. 그리고 문노가 유신랑을 찾아와 말을 하지요. 유신랑이 공주님께 한 말은 이치에는 맞지않으나 옳고, 어려운 일이나 큰일이라고요. 하지만 문노공도 다른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는 못해요. 그래서 유신에게 다른 방법이 있는게냐고 묻는데 유신이 생각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문노와 모종의 깊은 대화를 나눈 듯 한데 아직은 가르쳐주지 않네요. 다만 문노가 유신에 대한 생각을 아주 깊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부분은 다음 글(내일 올릴 생각입니다) 문노 이야기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국은 유신랑은 유신랑의 해답을 찾아 미실을 찾아왔지요. 그리고 무릎을 끓고 말합니다. 살려달라고... 삽량주로 내쳤던 가야유민, 그 유민들을 압량주 자신의 가문 땅에서 농사를 짓게 한 그 가야민들, 그의 백성들을 살려달면서요. 그리고 "그동안 제 그릇이 커서 차고 넘쳤으나 이제는 버리고 새주님의 품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하지요. 미실새주 집안의 여식과 결혼하라는 요구마저도 받아들이면서 유신랑은 미실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유신랑이 무릎을 끓을 것을 보는 내내, 그리고 이전 장면에서 덕만공주에게 했던 말들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김유신, 과연 그는 신라의 명장이었고, 삼국통일의 꿈을 품을 만한 그릇이었구나. 그가 가야민을 버리지 못한 것은, 아니 안한 것은 김유신의 백성에 대한 인의의 마음이었기도 하지만, 또한 정치적 포석이기도 합니다. 자기 기반을 상실한 정치가는 힘을 가질 수가 없지요.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유신랑, 그는 가야민 백성을 위해 자신을 버렸고, 또한 대업을 위해 돌팔매를 맞을 각오를 했습니다. 유신랑은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고 희생을 가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요. 표면적으로는 신의도 대의도 버리고 변절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고서도 그가 자신을 버리고 백성을 선택했습니다.
덕만공주에게 유신랑이 그랬지요. "군주라면 자신의 몸을 팔아서라도 백성을 지켜내야 한다"고. 유신랑의 선택, 자신을 버리고 선택한 그것은 그의 뿌리 가야백성이었고 사람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줄기차게 말해오고 있는 사람을 얻는자 천하를 얻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유신랑을 통해 큰 윤곽을 그려보았습니다. 여태껏 덕만공주의 주변인물로만 보였던 유신랑은 드디어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말하고자 하는 시대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해보세요! 클릭-->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잊지마시고 아래의 추천손가락도 꾹~ 눌러주시는 센스! ^^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2 Comment 41
2009.09.22 07:23




드라마 선덕여왕이 이번 35회를 기점으로 제3부를 여는 새로운 스토리 전개에 들어갔습니다. 제1부는 덕만공주의 출생의 비밀과 성장과정, 제2부 덕만공주의 신분회복으로 구분되겠지요. 제3부는 표면적으로는 덕만공주와 미실과의 권력대립이라는 큰 줄거리 선상에 있지만, 안으로는 거미줄 같은 인간관계의 헤게모니가 더욱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고 있으니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더욱 큽니다. 속을 알 수 없는 김춘추(유승호), 두 얼굴 비담(김남길)의 속마음, 그리고 가야계 유신랑의 행보를 통해 선덕여왕의 인간관계가 더욱 더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회를 보면서 가장 감명깊었던 장면은 역시 유신랑의 풍월주 비재였습니다. 지난주 유신과 비담의 비재에 조작의혹을 제기하며 비재를 중지시켰던 원상화 칠숙공의 화랑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난 장면이기도 했는데요, 칠숙공은 이번회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준 인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국선 문노와 칠숙은 무인의 몸과 검을 읽는 무사들 중에서도 고수들입니다. 비담과 유신의 비재를 지켜본 칠숙은 신성한 비재에서 승부조작을 하고도 화랑이라고 할 수 있냐며 비담과 유신에게 호통을 쳤지요. 그리고 문노에게 말합니다. "내가 이 승부를 잘못 본것라면 두눈을 찔러 무릎을 꿇고 사죄하겠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국선 문노에게 정면으로 묻습니다. " 이 대결이 정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만약 국선이 그리 말한다면 화랑은 끝난 것이요, 나 칠숙이 본 것을 국선께서는 보지 못한 것이요, 국선!"
이에 대해 문노는 한평생 검과 함께 한 화랑으로 승부가 석연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문노 역시 승부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회의를 거듭한 결과 유신랑의 풍월주 선발 최종테스트에 직접 칠숙공이 나섭니다. 조건은 칠숙랑이 열번 공격을 하고 한 번이라도 유신랑이 막아낸다면 유신랑의 승리를 인정하겠다는 것이었지요. 사실 유신랑이 검에 대한 각성을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두 사람의 대결은 어른과 아이의 싸움입니다. 무의 경지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이지요.
게다가 유신랑은 지금까지 최종 비재에 오르기까지 몇번의 대련을 통해 몸이 만신창이거든요. 두발로 서있을 수 있기는 할까 싶었는데 싸우겠다는 의지는 대단합니다. 부들거리는 손으로 목검을 잡고 칠숙랑의 공격을 받게 되지요. 물론 수없이 나뒹굴고 몇번이고 철퍼덕 나가떨어집니다. 목숨이 붙어있는게 신기할 정도에요. 칠숙랑이 전혀 봐주지를 않았거든요. 한번 두번 세번...결국 아홉번까지 쓰러지지요.
예상했던대로 아홉번의 대련이 오기까지 유신랑 많은 것을 보여주셨지요. 대련이 끝났나 싶으면 다시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또 몇대 맞고 쓰러져서 이제는 끝인가 보다 하고 돌아서면 또 꼼지락 거리며 일어서고... 7전8기 불굴의 의지였지요. 그리고 아홉번째 대련에서는 한참동안이나 시간을 끌고 일어나지를 못하지요. 이제는 끝났다며 이번 비담랑과 유신랑의 승부는 무효임을 막 선언하려는데 유신랑 마지막 힘을 다해 다시 검을 잡으려 꿈틀거립니다.
이때 화랑들 속에서 홀연히 들리는 외침, "버텨! 버텨내 유신, 쓰러지지마"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요. 유신과는 숙명적인 적이었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15대 풍월주가 누구보다 되고 싶어한 보종랑이 아닙니까? 이어지는 알천랑의 응원 "유신랑, 견뎌내거라!"

그리고 이어지는 화랑들의 응원이 연무장을 가득 채웠지요. 적도 없고 아군도 없는 유신이라는 한 화랑에게 쏟아지는 응원의 함성은 결국 유신랑을 일어서게 하지요. 그리고 마지막 열번째 칠숙랑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유신랑은 더욱 강한 공격을 받고 쓰러졌지요. 목검까지 뎅그렁 부러져 버릴 정도로 칠숙랑의 공격은 강했습니다. 쓰러지면서 부러진 검을 칠숙랑의 명치를 향했나 싶은데, 눈 깜작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고 유신랑은 그자리에서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지요.그리고 심사가 끝났다는 최종발표를 하려는 순간 칠숙랑이 연무장이 떠나가라 쩌렁쩌렁 말합니다.
"나의 패배요, 유신랑의 마지막 공격이 명치에 닿았고 만약 진검이었다면 명치를 꿰뜷었을 것이요. 유신랑의 승리요"
순간 연무장은 에헤라 디야 축제의 도가니가 돼버렸지요. 오랜만에 멋진 화랑의 모습을 보여준 보종랑까지 손을 들고 유신랑의 우승을 축하해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이 장면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유신랑의 불굴의 의지력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멋진 분은 칠숙랑이었어요. 무인의 자격이 있는 진정 남자, 진정한 무사였으며 그가 화랑이었음을 각인 시켜준 장면이었거든요. 철저하게 미실의 사람임에도 그의 자존심, 화랑으로서의 자존심은 그 순간만은 그의 주군 미실도 잊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 보종랑 역시 가슴이 뜨거운 신라의 화랑이었습니다. 버티라고, 쓰러지지 말라고 외친 보종랑의 응원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청년 인간 김유신, 동료 화랑 유신랑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칠숙랑과 유신랑의 비재는 그 순간만은 정치도 권력도 개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몇번을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유신랑에 투혼에 대한 응원이었지요. 그 불굴의 정신, 임전무퇴의 정신이 바로 화랑도였으니까요. 비재가 끝난 후 아버지 설원공이 어째서 유신랑을 응원했느냐고 묻자 보종랑이 대답합니다. "화랑이니까요. 화랑이라면 누구나 그 광경을 보고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면서요.
문노도, 덕만공주도, 보종랑도 울었습니다. 연무장을 가득 메운 화랑과 낭도들을 울리고, 시청자들도 울리고, 심지어 미실마저 감동케 한 유신랑과 칠숙의 비재는 이번회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신라 젊은 이들 가슴을 뜨겁게 했던 화랑도, 그들은 그 가슴 뛰는 화랑의 기상를 품고 목숨을 마다하고 전장으로 달려 나갔겠지요. 황산벌싸움에서 계백장군을 향해 돌진한 어린 관창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바로 그것, 화랑의 정신으로 말입니다. 
패배를 인정했던 칠숙랑을 비롯해 정파를 떠나, 정쟁을 떠나 유신랑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며 응원하던 보종랑, 알천랑 그리고 연무장에서 비재를 지켜보던 모든 화랑과 낭도들은 오늘 만큼은 신라의 진정한 화랑들이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해보세요! 클릭-->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잊지마시고 아래의 추천손가락도 꾹~ 눌러주시는 센스! ^^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3 Comment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