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수'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12.11.23 '신의 8회(재)' 저를 가지십시오, 싸움은 제가 하겠습니다 (150)
  2. 2012.11.18 '신의 5회(재)' 제 뒤에 계신 분, 제가 연모하는 분입니다 (120)
  3. 2012.11.18 '신의 4회(재)' 그 아이, 아직 보내지 못했습니다 (121)
  4. 2012.11.02 '신의' 이민호-김희선이 임자들에게 전하는 소식, '그 후로 우리는..' (60)
  5. 2012.10.31 '신의' 이민호-김희선 해피엔딩, 듬성듬성 건너 뛴 결말 재구성 (97)
2012.11.23 16:55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쩌면 인생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아닐까. 경창군 마마의 죽음은 나의 긴 화두였던 살아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 주었다.

죽음과도 같은 삶,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누구를 위해 달려가야 하는지, 갈 길을 잃었던 나는 긴 시간 잠을 자고 있었다. 살기가 싫었고, 사는 것이 귀찮았고, 무엇보다 나를 살게 할 그 무엇을, 누구를 만나지 못했다.

나는 내가 만든 얼음호수, 쇠사슬에 그렇게 나를 꽁꽁 묶어두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옥사에 갇혀 알았다. 얼음호수 그곳은 내가 나를 가둬둔 감옥이었음을... 그리고 나는 그 감옥을 나왔다. 내 스스로 옭아매었던 사슬을 끊고... 

 

비껴간 시선, 그래도 나는 임자를 봅니다 언제나... 

 

그 분은 내 시선을 그렇게 피했다. "당신이 죽였어? 저리가, 그 더러운 손 치워", 어린 경창군 마마의 가슴에 칼을 꽂은 나를 그 분은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의원이기에 더더욱이나... 그 텅빈 눈을 보고 그래서 나는 아무 변명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분이 기철을 따라가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싸웠을 것이다. 목숨을 내놓고서라도...설사 그 자리에서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 분을 지키기 위해, 칼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위험했다. 그 분이... 무사로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칼을 던졌고, 처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것만이 그 분을 살릴 수 있었기에... 

 

그 때 나는 처음으로 질투를 알았고, 가슴이 텅 비어버리는 것이 어떤 것임을 알았고, 그리고 그 분을 연모하는 내 마음을 알았다. 목숨으로 지켜주고 싶은 분, 멀어져가는 그 분의 눈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있었을까?

그것으로 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겐 가장 고통이었다. 역모죄로 끌려가 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으리라. 그래서 그 분의 얼굴을 잊지않기 위해 내 가슴에 그렇게 새기고 있었다. 오래오래... 그리고 그 분과 나의 시선이 엇갈렸음을 그때 나는 알지못했다. 그 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음을 나는 보지 못했다. 

 

얼음호수, 사슬을 끊어내었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오랜 잠에서...

 

어리신 선왕마마를 그렇게 보내드리고, 마음놓고 울지도 못했다. 뜨거운 피가 흘러내린다. "영아, 그자가 가르쳐줬어, 어찌하면 널 살릴 수 있을지, 너무 아프다 영아". 죽을 것임을 알면서도 나를 살리겠다고 스스로 독을 드신 선왕마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눈물밖에 없다는 것이 미치게 한다.

힘들다. 살기 싫다. 자고 싶다,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그 분의 어깨에 기대 또다시 잠을 잘 수만 있다면, 미칠 것같은 내 마음을 잠재울 수 있을까? 그분의 약병, 조심히 꺼내본다. 노란 소국 한송이, 시들어가는 꽃이 그 분인양 나는 그렇게 그 분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든다. 편하게, 아주 편하게...  

꿈을 꾸었다. 처음으로 죽는다는 것이 두려웠다. 녹아내린 얼음호수에서 나는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죽고 싶었던 내가 살고자 발버둥을 친다. 살고 싶어졌다. 아니 죽자고 살아야 겠다.

 

주상전하의 또 다른 하명이 내려졌다. "어떻게 싸우는지 가르쳐줘요".내 팔을 가만히 잡고 말씀하시는 주상전하는 진심을 보여주었다. 의선이라는 말에 고개가 자동으로 들려진다. 내 온 몸의 신경은 온통 그 분의 안전만이 궁금했으니까...

"의선을 부원군에게 보낸 건 그것만이 의선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라 생각해서 그랬어요. 내곁에 있으면 그 분이 더 위험해지니까. 나는 힘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이 튀어나간다. "그 분 그 집에서 안전하십니까?". 그 분의 안전을 주상도 알지 못한다.(***여기서 공민왕과 최영의 의선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알 수 있죠. 최영은 곁에 딱 붙어있으라고, 그래야 지켜줄 수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좀 다르죠? 은수는 최영이 지켜줘야 하는 사람이니까***) 

***이어지는 장면은 은수의 뒤를 쫓는 이민호 최영의 그윽한 눈빛에 홀라당 빠져드는 아련아련 장면이 이어졌지요. 전 이 장면을 엄청 좋아한답니다. 기철과 은수가 숲나들이를 갔을때 은수를 지켜보는 최영의 모습, 미치게 설레게 하고, 은수가 비틀거릴때 안아 올려주는 장면은 심장 벌렁벌렁이랍니다*** 

'임자, 언제나 임자가 먼저였습니다'. 그 분에게 나는 사내이고 싶었다

 

고백하건데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다. 주상전하가 누구와 왜 싸워야 하는지 답을 알고 있다고 했을 때도,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했을 때도, 나는 그 분이 먼저였다. 그 분이 안전한지를 먼저 확인해야 했다. 감옥을 탈출해 그 분께 먼저 달려갔던 마음, 나는 그것을 감히 그 분에 대한 연모라 말한다. 분명 연모였다. 하늘말로 사랑이라는 것, 나는 미치도록 그 분이 보고 싶은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그 분께 달려간다. 오늘도 내일도... 

기철과 웃고 있는 그 분, 술에 취한 듯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고 걸음걸이도 비틀거린다. 기철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진지하게 이어지는 듯한 대화, 기철이 뭐가 좋은지 웃고 있다. 화가 치민다, 그것이 질투임을 나는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그 분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내 가슴은 벅차게 뛰고 있었을 뿐.

그 분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노란 꽃, 그분이 내게 줬던 그 꽃이다. 내 발밑에도 그 분의 꽃은 그렇게 지천으로 피어 그 분 앞에 나서지 못하는 내 마음을 아프게 흔든다, 진한 꽃향기와 함께... 나를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 분도... '임자, 그 때 얼마나 임자 앞에 나타나고 싶었는지, 임자는 모를 겁니다. 얼마나 임자에게 말을 건네고 싶었는지 모를 겁니다. 나 여기 있다고, 내가 지켜주겠다고'. 

자운대감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살금살금 도망치는 그 분, 비틀거리는 모습이 넘어질 것만 같다. 기철의 눈을 피해 달아나느라 발을 헛디디고야 마는 덜렁이, 그 분을 가만히 안아본다. 버둥대는 그 분을 더 꼭 안아본다. "어디까지 도망갈 수 있나 해 본 거예요. 나리, 미안해요", 버둥거리는 그 분을 안고 있는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안고 싶었다. 미치게 보고 싶었다. '임자 몰래 그렇게 임자를 처음으로 안았습니다. 임자, 그 때 내 가슴은, 내 손은 임자를 연모하는 사내의 마음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 분을 받쳐주었던 사람이 기철이 아니었음에 두리번 거린다. '혹시 저를 찾고 계십니까?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그 분 앞에 나타나지도 못하고 말을 타고 기철과 함께 돌아가는 그 분을 오래 지켜만 보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이 그 분에게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저를 가지십시오, 싸움은 제가 하습니다

 

주상은 말했다. 왜 싸우려고 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왕이 되고 싶다고 했다.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다. 이런 왕이라면 내 목숨 기꺼이 내놓고 싸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목숨의 가치라는 것, 그것을 뼈저리게 배웠으니까. 경창군 마마의 목숨값으로 살리신 내 목숨값, 그것은 삶의 가치였다.

"저보고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답을 올리겠습니다. 왕은 싸우는 분이 아닙니다. 가지시는 분입니다. 우선 저를 가지십시오, 그러면 싸움은 제가 하겠습니다".  

이 싸움은 주상의 싸움만이 아니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이 싸움은 내 싸움이기도 하다. 그 분을 지키는 것, 지켜주겠다는 무사의 언약, 나는 그 분을 위해 싸우려 한다는 것을...

 

주상은 원의 호복과 변발을 벗어던지고 황룡포와 익선관을 썼고, 나는 무사 최영의 검을 들었다. 나를 가둔 감옥, 얼음호수의 쇠사슬이 녹았음을 본다. 나를 가두고 있던 알을 나는 온몸으로 깨고 나왔다. 나 최영은 그렇게 고려를, 그리고 그 분을 온 몸으로 안고 있었다, 내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내 심장이 다하는 그날까지...

 

***최영의 각성과 데미안을 비교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합니다(댓글로 의견교환 해보세요^^).

***숲에서 은수를 받쳐주었을 때 저는 최영이 왠지 은수를 사심으로 안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임자팬들의 의견은 어떤지요?

***오늘 신의병동 임자팬들을 위한 대장의 서비스는 수레창살 사이로 은수를 보는 쓸쓸함이 묻어있는 눈빛,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에서 은수를 보며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 지킴의 눈빛되겠습니다. 은수에게만 고정된 눈빛, 그 때의 최영 마음이 어떠했는지 눈빛으로도 읽혀지죠. 한 여인만을 지켜보는 한남자의 마음의 깊이와 무게, 우리가 최영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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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8 14:27




결국 나는 쓰러지고 말았다. 안간힘을 다해 버티려고 했지만, 시야가 흐려지고 온몸에서 진액이 다 빠져나가 버린 마른짚단처럼... 

죽음의 문턱, 나는 온몸으로 그곳을 향해 질주했다. 그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내나라 고려도, 믿을 만한 사람이 되어달라는 새 왕의 간청도, 왕비마마의 살라는 명도, 눈물이 그렁해서 죽지말라던 그 분도, 돌려 보내주겠다는 약속도, 지켜주겠다는 언약도, 이대로 눈 감으면 모든 것이 끝, 나는 그렇게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싸우고 있었다. 

꽁꽁 얼어 죽어버린 심장이 소리를 낸다. 희미하게 그 분의 소리가 얼어 버린 내 심장을 깨운다. "나 지켜준대매". 멈춰있던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살아났고, 내 심장과 함께 겨울 속에 살고 있던 내 마음도 그렇게 살아나고 있었다. 얼어버린 봄이 녹고, 나는 그렇게 봄을 맞았다. 내 심장이 돼버린 그분과 함께... 

 

"지금 쓰러져 버리면 내 마지막 기회가 날아가 버린다구!"

 

시야가 흐려지고 기운이 빠져나가는 일이 하루에도 몇번씩,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 분의 얼굴이 뿌옇게 흐려지기도 하고, 기둥에 몸을 기대 우달치 애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잠시 혼절을 했다가 깨나기도 했다.

의식을 놓을 때마다 아버지는 얼음호수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아버지는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 아니라, 나를 돌려보내기 위함이었음을, 한참 후에야 나는 알았다.

아버지는 물으신다. "찾았느냐?", 아직 찾지 못하였다는 나를 아버지는 그렇게 돌려 보낸다. 가서 더 찾아보라고... 찾을 때까지 오지 말라고... 그래도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한참을 그곳에 있다가 온다. 그렇게 나는 산다는 것이 싫고 귀찮고,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얼음호수 낚시터는 최영의 내재적인 의식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고자 하는 마음, 세상을 향한 미련을 버리고 마음의 빗장을 걸어버린 최영의 의식*** 

기철 그 자는 강했다. 그 자를 본 순간 직감했다. '힘들겠다'. 그러나 쓰러질 수 없었다. 아니 쓰러져서는 안됐다. 기철 그 자를 막지 못하면, 내 마지막 기회가 날아갈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최영의 마지막 기회는 처음에는 살아야 하는 이유, 명분을 찾았느냐는 아버지의 질문과 연관지어 생각했었는데, 은수를 지켜준다는 약속, 돌려보내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나 재해석이 되더라고요. 임자팬의 의견은 어떠한지요? 매희를 지키지 못했던 최영이 은수를 지난 번에 돌려보낼 기회를 놓친 것을 자책하는 중의적인 의미가 아니었나 싶어서 말이죠)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하늘의원에 대한 소문이 궁내는 물론 저자에 쫙 퍼졌다. 입단속 제대로 하지 못한 주석이를 늘씬하게 패줬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한시가 급하다. 그 분을 하늘문으로 모시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욱씬욱씬 복부의 통증이 느껴지지만, 이를 악물고 전의시를 항했다.

애들 몇을 붙여줄테니 먼저 떠나라고 짐을 꾸리라하니, 그럼그렇지 한 번에 '네'하는 법이 없는 분이다. 조잘조잘 정말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시끄러운 분, 임금님 빽이 있다고 도자기를 자랑하는 철딱서니 없는 분, 마음은 급해 미치겠는데 천하태평이다. '임자, 임자가 지금 위험하다고!!'.  

의선이라는 직함으로 전의시의 보호를 받게 하라는 어명이 떨어졌다는 말에 온몸에 힘이 빠진다.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그 분 앞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보이고 싶지않았는데... 아니 이렇게 쓰러져서는 안되는데, 쓰러져도 그 분을 보내드린 후의 일이어야 했는데, 그러나 내 몸은 내 마음을 읽지 못하였다.

 

장어의에게 물으니 일각을 혼절했다고 한다. 수술부위에 염증이 생겼다는데, 누워있을 시간이 내겐 없었다. 그 분이 위험하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놈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화공을 쓰는 여인이 전의시까지 침입했다.

전의시에 침입자가 있었다는 소리에 의선의 안위가 걱정된 임금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밀지의 함정을 전하께 보고하니 고민이 짙어지는 모양이다. 기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힘없는 왕의 심중이 읽혀져 마음이 무거워 온다. 알아서 판단하시라 최대한 시큰둥하게 대답을 마쳤다. '나 좀 놓아달라고요!'.  

임금은 내 시큰둥한 기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의선을 붙잡으라 명한 것이 전하였으니까... 그런 내게 임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온다. 궁을 나가려는 이유에 대해... 믿을 수 있는 한 사람이 필요했고 그 한 사람인지 알아야 했다는 말이 고맙지가 않다.

그게 그 분에 대한 마음의 시작이었음을, 언제나 전하보다 그 분이 먼저였던 마음때문이었음을 한참후에야 알았지만, 그 때는 고려무사의 언약의 값, 내 목숨값의 자존심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적월대 스승님의 죽음, 성왕의 패악에 대해 남 이야기 하듯 그렇게 담담하게 들려드렸다. 전하의 민망하고 미안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여리신 분, 염치가 있는 분, 그간 봐 온 임금들 중에는 가장 영민한 분이었다. 그는 자신이 내린 명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분이었다. '왜 싸워야 하는지...' 그 답을 가져오란다. 떠나기 힘들겠다.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분께 빚이 있습니다

 

임무를 마치면 미련없이 궁을 나서겠다고, 천혈이 다시 열리기 까지 낚시나 하며 지내겠노라는 대답을 하며, 흥분하고 있는 내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언제 열릴지 모를 천혈, 그 분을 그 때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 나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그때문이었을까? 마음으로만 품어본 내 욕심이 그 분을 위험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내 빚은 그렇게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그 분을 품은 마음과 함께.

돌려보내 주겠다는 약속, 지키지 못했다. 그 분에게 진 빚은 목숨으로 갚을 수 없었다.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그 빚이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평생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간다. 왕이 가고 난 후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내 몸은 죽음을 향해 미친듯 달려가고 있었다. 꿈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매희, 그 아이가 보였다. 너로구나, 정말 너로구나... 겨우 갓 스물이 넘은 나이, 우리는 행복했다. 매 순간 죽음과 마주해야 했던 밤의 부대, 우리의 밤은 피로 칼을 물들였지만, 너와 나의 낮은 그리도 밝고 행복했다. 함께 있음에 든든했고, 두렵지 않았고, 사는 이유였던 너. 

'함께 있자', 그러나 그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사라져 간다. 흔적도 없이, 행복한 미소만 남긴채... 그 아이를 따라가려는 나를 붙드는 소리, 나를 깨우는 목소리, 그분의 울먹이는 소리가 아득하게 먼곳에서 들려왔다. 점점 커진다. "나 지켜준대매, 옆에 딱 붙어있으라매...".

그 아이가 나를 놓았다는 것을, 그 아이를 이제서야 놓아주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긴 겨울이 끝났음 또한...  

 

"제가 연모하는 분입니다"

 

왕의 의중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이다. 검을 들고 적월대가 되고, 우달치가 되어서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던 어명을 거역하고, 그분을 향해 달려갔다. 나를 살게 한 사람, 내가 지켜줘야 하는 그 분을 향해...

 

"최씨집안의 영이 덕성부원군을 뵈러왔다", 우달치 대장, 귀찮기만 했던 족쇄를 던져버렸다. 내 눈은 그 분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다.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기철 일당과 싸우는 이민호의 액션은 오매 멋져부러 자체였습니다. 우월한 기럭지, 민첩한 몸놀림, 고요하지만 매와 같은 눈빛, 이민호의 액션연기는 두말하면 입아프게 멋집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대만이 신호를 보내왔다, 찾았다는 신호다. 문 앞, 왜 그랬을까? 처음으로 내 몸에서 흐르는 피를 보여주기 싫었다. 그 분이 걱정하는 것이 싫다. (천음자의 음공에 입과 귀에서 피가 난 최영, 입술의 피를 쓰윽 닦는 이민호의 모습은, 좀 거시기한 말로 진짜 섹시터져~였답니다. 피를 닦는 모습도 화보라고나 할까...에고고 부끄부끄ㅎ)  

임자다. 재빠르게 그 분의 모습을 살폈다. 아무일 없는 듯하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임자, 임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곳까지 오는 동안이 얼마나 길었는지 아십니까? 내 평생 이렇게 긴 시간은 없었을 겁니다'.

순간 멈칫했다. 그 분을 보고 하마터면 와락 안을 뻔했다. 날 보자 내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댄다. 열이 내렸다고... '임자, 그거 아십니까? 그 때 내 가슴이 얼마나 뜨겁게 뛰고 있었는지'.  

덕성부원군 기철, 막아서는 그자에게 난, 난, 내 마음을 말해버렸다. "개인적이라는 말뜻 모르십니까? 제가 개인적으로... 제 뒤에 계신 분을 연모하기 때문에 왔단 말입니다. 연모하는 여인이 한밤중에 끌려가 낯선 곳에 갇혀있다 하는데 그 어떤 사내가 손놓고 있겠습니까? 그래서 달려왔습니다".  

'임자, 그것 아십니까? 연모한다는 그 말, 내 진심이었다는 것... 임자를 감히 마음에 품습니다. 홀로...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분을 보내주겠다는 약속, 지켜주겠다는 언약과 그 분을 품은 내 마음과의 힘든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건만, 내 심장은 태양보다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오늘은 4회, 5회 두 편 올렸습니다. 4회는 이전글로 이동해서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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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8 14:25




처음이다. 스승님과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이... 누구에게도 밀하고 싶지 않았던 그 어느 봄 그 날, 지금도 눈을 뜨면 너무 생생해서 보낼 수가 없는 그들...그리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나를...

나는 그로부터 쭉 잠을 자고 있었다. 그래야 살아졌다. 잠을 자는 동안만큼은 잊을 수 있었다. 가끔 꿈속에서 그들을 만나 함께 있으면 안되느냐고 간청을 해보지만, 스승님과 그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만 지을 뿐이다. 이젠 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스승님과 그 아이, 그 이유를 나는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었다. 스승님과 그 아이는 오래전에 나를 놓아주었다는 것을...  

그러나 여전히 나는 그들을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 함께 했던 시간들, 내나라 고려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쳐도 좋았던,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던 뜨거움을 어디서 무엇으로 다시 채울 수 있을까? 내 얼어붙은 심장은 그렇게 오랜시간 꽁꽁 얼고 있었다. 죽은 사람처럼 그렇게...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은 왕,

죽을 때까지 입밖으로 내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으시면 납득하시겠습니까?

그 분께 빚이 있습니다.

 

왕비마마의 부르심을 받고 왕비마마 처소로 간 나는 뜻밖의 말에 멍해 있었다. 똑같은 말, 그 분이 했던 말과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죽지마라, 그대 왕비의 명이다", 그분도 같은 말을 했다. "죽지마요".

 

***본방에서 놓쳤던 최영의 감정선이 다시 보니 달리 해석이 되더군요. 노국공주가 최영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 열을 재자 얼음땡되어서 긴장하던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노국공주와 최영, 공민왕을 삼각관계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었거든요. 그런데 노국공주의 말에 멍해했던 것은 은수의 '죽지마요"라는 말이 오버랩되어서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볼수록 이민호의 연기는 깊이와 캐릭터 해석에 혼신을 다했다는 생각에 감탄 또 감탄하게 되네요. 4회 5회에 걸쳐서 나오는 매희와의 회상씬(최영의 꿈속)을 보면서는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정말 중증입니다. 미쳤나 봅니다ㅠㅠ)  

선혜정 독살 현장에서 나온 밀지, 기철의 함정임이 분명하다. 정치에는 관심도 없고 관여하고 싶지도 않지만, 기철이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미이다. 새 왕에게 반역을 기도하는 자들을 처리했다는 명분을 얻고 새 왕을 좌지우지하려는 속셈이다. 판단은 왕의 몫. 기철에게 무릎을 꿇든지 싸우든지 둘 중 하나. 나에게 물어보면 내 대답은 당연히 싸움이다. 허나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 궁을 떠나기 위해서는 관여해서는 안된다.

밀지의 비밀, 기철의 함정이다. 선혜정의 중신들을 독살하고 생색을 내 새왕을 수중에 넣으려 함이리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새왕이 알아서 할 일이고... 밀지의 비밀을 밝혔으니 임무는 끝이라고 궁을 나가도 좋다는 윤허를 기다리는 나에게, 새 왕은 임무가 끝나지 않았다고 허락하지 않는다.  

영민한 왕이다.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는 알려줬지만, 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알려주지 않았음에 대한 지적이리라. 전하는 나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왜 싸워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우리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 전하와 내가 같은 답을 구할 수 있을까... 같은 길을 갈 수 있을까... 조금씩 조금씩 전하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궁을 나가려는 이유를 임금은 벗으로 청한다고 했다. 왜였을까? 그냥 왕을 설득시키려면 그 방법 밖에는 없었지만, 내가 떠난 후 남을 내 형제와도 같은 우달치 아이들을 부탁하고 싶었다. 그 날 매희를 지키고 가버린 내 스승님처럼 그렇게 나는 우달치 애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을 성왕처럼 대하지 말아달라는, 왕을 지키는 우달치들을 전하도 지켜달라는,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간청이었다. 

 

"신은 적월대 대원이었습니다. 내나라 고려를 지키겠다는 뜻 하나로 모인 부대, 아비를 잃은 후 떠돌던 나를 받아준 대장은 내 두 번째 아비였고, 대원들은 내 형제, 누이였습니다".

('....그리고 그아이, 차마 이름을 부르기도 힘이 드는 매희, 그 아이는 나의 동지였고, 나의 나의 첫 연정이었습니다. 지켜줘야 하는 사람, 꼭 지켜줘야 했던 그 아이를 나는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내 옆에 꼭 붙어 있었는데도, 나는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충혜왕의 패악에 목숨으로 적월대를 지킨 스승님, 나는 검을 들지 못했다. 수백번도 더 생각한다. 매희를 농락하는 왕을 향해 검을 빼지 않을 것이 잘한 것이었을까? 그날 매희를 지켰어야 했던 것일까? 그랬더라면 나는 이렇게 죽은 듯이 살아가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기다리고 있는 적월대 대원들을 생각하라는 스승님의 유언에, 어렸던 나는 사람같지도 않은 왕이라는 자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내 목숨 하나 버리는 것은 아깝지 않았으나, 생사고락을 함께 한 적월대 내 형제 누이들을 개죽음으로 몰 수는 없었다. 내 눈에서는 분노가 흘렀고, 분노는 차디찬 피가 되어 무릎에 고이고 있었다. 왕에게 충성은 언약하며 무릎을 꿇은 그 자리에서 나는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것만이 대원들을 지킬 수 있었기에... 그리고 그날 나는 그들과 함께 죽었다.

 

그 아이 아직 보내지 못했습니다

 

매희가 떠났다. "뒤는 걱정마, 언제나 니 뒤엔 내가 있으니까", 그 아이는 내 뒤에 항상 있겠다는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절대로 내 눈밖에 벗어나지 마라, 그래야 내가 널 지켜주지", 그 아이와의 약속을 나도... 지키지 못했다.  

내게는 봄이 없다. 그날 성상께서 부르신 그 어느 봄날과 함께 내게 봄도 함께 가버렸다. 스승님과 매희 그아이와 함께 내 봄도... 그래서 나는 늘 겨울 속에 산다. 매서운 바람이 잦아들고 봄이 오면 온몸에 한기를 느낀다. 잔인한 봄이 오고, 가고, 또 오고, 또 가지만, 나는 봄을 거부한다. 그렇게 내 삶에서 나는 봄을 버렸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겨울 꽁꽁 언 호수에서 산다. 봄이 두렵다. 그로부터 7년 나는 겨울보다 추운 봄의 계절에 살고 있었다. 매희야, 나 너무 춥다...  

들꽃이 만발한 봄 어느 날 너의 채찍이 나를 향해 날아오던 그 들판, 나는 언제나 그곳에서 너를 만난다. 잡으려고 하면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너를 붙잡기 위해, 나는 그 들판 언저리를 매일 서성인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네가 서있을 것만 같아서... 봄바람처럼 따뜻한 너의 숨결, 꽃처럼 아름다운 너의 미소가 멀어져 간다. 어제는 그제보다 더 멀리, 오늘은 어제보다 더 멀리 그렇게 멀어져만 가는 너...

검에 매달아놓은 너의 두건, 너를 만지고 느끼고 함께 숨쉬고, 그래서 그렇게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언제나 네가 내 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너를 보내지 못하는 것이 혹이나 너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혼자있을때 가만히 너의 두건을 만져본다. 대답없는 너, 매희야 듣고 있지? ... 보고 있지?  

그리고... 매희야, 알고 있지? 그 분을 쫓고 있는 내 모습을... 그 분을 향해 달려가는 있는 내 마음을... 

 

나 그분에게 빚을 졌다. 그 분 돌려보내야 겠다. 그래서 살아야 겠다. 그 분 지켜주기로 한 내 언약, 매희 너는 지키지 못했지만, 그분은 꼭 지켜줘야겠다. 매희 너라도 그렇게 했으리라는 것, 그렇게 하라는 너의 미소가 허락임을, 나 믿어도 되지?

너무 오랫동안 너를 붙잡고 놓아주질 못했다. 그것이 나를 위함이라는 것, 내 미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와 스승님을 편히 보내지 못했다. 이젠 너를 놓아주려 한다. 나 그래도 될까?

 

*** 최영의 과거를 하나로 묶어 정리하다보니 4회 5회 내용이 섞여있습니다. 4회와 5회 리뷰를 함께 올께 올리니 어느 것을 먼저 읽으셔도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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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2 09:08




(15금) 독자분의 진지한 요청에 최영과 은수의 그 날 이후 편을 최영과 은수가 보내는 상상 편지로 구성해 봅니다. 최영과 은수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 스산한 가을 우리들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어 그들과의 이별이 가슴에 구멍으로 남아서 인가 봅니다.

이거 읽고 더 허탈해지는 것은 아닌가, 최영과 은수를 더 떠나보내기 힘든 것은 아닌가 심히 고민했는데, 그래도 마음이 영 무거워서 졸필이지만 그 뒷이야기를 써보렵니다. 제가 작가가 아니니 서툴러도 이해해 주시고욤^^.

 

#나무아래

숨이 차게 언덕으로 달려 간 은수의 눈에 그 사람의 뒷 모습이 들어온다. 하나, 둘, 셋... 그 사람이 돌아본다. 언제나 그랬듯이...

최영 은수를 보며 두 팔을 벌린다. 은수 최영 품에 뛰어가 안긴다. 은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최영, "임자", " 대장", 최영 은수에게 진한 입맞춤을 한다. 

'임자, 다시 돌아올 거라는 것, 믿었습니다'

'대장, 당신 살아있을 거라 믿었어요'

 

***그렇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살던 660년 후의 대한민국이 아닌, 그와 함께 있는 고려에서....

 

#병영-대호군 최영의 방

침상 하나, 궤짝 하나, 벽에 걸려있는 귀검, 탁상 위에 펼쳐진 지도, 그리고 가지런히 개켜진 옷가지 몇 개가 전부인 최영의 방이다. 예나 지금이나 최영의 검소함은 달라지지 않았다.

 

"임자, 여기서 입도 뻥긋하지 말고, 나가지도 말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하나만 처리하고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미소 띈 얼굴로 은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병영으로 급히 달려간 최영, 숨이 목까지 차오른다. "야, 니들, 앞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3박4일동안 내 방 근처에는 얼씬 거리지 마라. 눈에 띄면 죽는다. 내 방과 너희들과의 거리는 50보를 유지한다".

부호군으로 승격한 배충석, "혹시 긴급 전달이 오면 어떻게 합니다?", "니가 알아서 잘...".

 

#최영의 방

은수, 최영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만져본다. 얼마나 그리웠던가, 최영의 검을 만져보고, 그의 옷에서 그의 냄새를 맡는다. 너무나 그리웠던 그 사람의 냄새. 창문가 화병에 꽂혀있는 노란 국화 한다발... 지도 사이에 기철이 뿌렸던 은수의 용모파기가 함께 놓여있다.

최영이 숨가쁘게 들어온다(병영과 최영의 방을 오가는데 체감시간 1년). 

그 분이다. 꿈이 아니다. 은수에게 다가가 얼굴을 만져보고 머리를 쓰다듬어 보고 손을 잡아본다. 꿈이 아니다. 최영의 얼굴이 미소가 번진다. 은수를 와락 껴안는 최영, "임자, 임자 맞습니까?". "응, 대장... 얼마나 보..." 은수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최영의 입술이 은수의 입을 막아버린다.  

 

"임자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먼저 임자에게 저와 혼인해 줄 수 있겠냐고 물을 겁니다. 그리고 고모한테 알려서 임자와 혼례날을 잡겠습니다. 저와 혼인해 주시겠습니까? 평생 제 곁에 함께 있어 주십시오. 임자를 평생 지켜 드리겠습니다". 은수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집을 마련하는 동안 당분간 임자는 침상에서 주무시고, 저는 의자 두 개를 붙여서 자겠습니다. 그동안 병사애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임자는 이제 의선이 아닙니다. 알죠? 하늘세상에서 온 의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임자가 위험해진다는 것".

"알아요. 나 이제 하늘세상에서 온 의선도 아니고, 대장의 여자 유은수일뿐이라는 것... 그리고 어요! 어떻게 만났는데... 혼인식까지 기다려야 돼요?", 은수 부끄러워 얼굴이 발그래해지고, 최영 멋쩍게 고개를 돌린다. 은수, 최영의 손을 잡아 가슴에 꼭 끌어안는다. 

50보 간격을 유지했으니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척 해주기!ㅎㅎ.

 

#병영

3박4일동안 최영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볼이 좀 홀쭉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얼굴은 싱글벙글 정신나간 사람같다.

대만: 대장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

최영: 배충석, 덕만이, 대만이 따라와. 

 

최영의 방에 들어선 전 우달치들, 은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 놀라 자빠지기 일보직전이다. 대만이 껑총껑충 뛰며 의선님 하고 달려가려 한다. 사정없이 최영의 손에 뒤통수 한대를 맞는 대만이다.

"잘들어. 이 분은 의선이 아니시다. 하늘에서 오신 분도 아니고, 나와 혼인할 분이시다. 의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어떻게 되는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죽을 때까지 비밀은 평생 갖고 간다. 너희 내자들에게도 비밀이다. 이 일이 새나가면 그게 누구든 벤다".

충석이 대만이 덕만이 서로 눈빛으로 무언의 약속을 교환하고, 미소로 은수에게 인사를 건넨다(최영 눈 찌릿). 은수 세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미소로 화답한다.

 

#개경의 궁 

오랜만에 공민왕을 알현하러 온 최영, 은수와 함께이다.

"내 최상궁을 통해 들었습니다. 혼례를 올리셨다구요. 선물도 사양하시고, 대호군의 청렴함에 과인도 두손두발 들었습니다. 그래 이번에 궁에 함께 입궐하셨다고요".

"죄송합니다, 전하. 그리 되었습니다", 이 때 뒤에 섰던 은수가 옆으로 비켜서 얼굴을 든다.

공민왕과 노국공주 귀신을 본 듯 놀란 얼굴이다. 

"의선 아니십니까? 다시 돌아오신 겝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내 의선을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최영 이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최영: 전하, 이 사람은 의선이 아니십니다. 제 내자일 뿐입니다.

공민왕:(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알겠습니다. 대호군의 말뜻, 무엇을 염려하시는지 내 알겠습니다.

 

노국공주도 미소로 은수와 최영을 번갈아 보고, 뒤에 서있던 최상궁과 도치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보낸다.

 

#국경 근처 병영 가까이 마련한 최영의 신혼집

최영: 임자, 뭐 가지시고 싶습니까? 비싼 옷, 장신구, 신발, 임자가 원하는 것 다 말씀하십시오. 사드리겠습니다. 그동안 녹봉도 올랐고 모아둔 것도 꽤 됩니다. 

 

은수: 음... 이제 그런 것 필요없어요. 대장 당신만 있으면 돼요. 아! 사주고 싶으면, 음... 약재들을 많이 살 수 있을까? 나 여기서도 의원공부해서 사람 고치는 의원하고 싶어요. 당신 부하들 다치면 치료도 해주고... 참 한자도 공부해야 하니, 종이랑 붓 먹 이런 것도 좀 사주면 안될까...

 

#어느 밤

"에이, 한자는 왜 이렇게 어려워.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네". 곁에서 병서를 읽던 최영, 그런 은수를 웃으며 바라본다. 투털거리는 은수의 입 주변에 먹물이 묻어있다. 최영, 은수 가까이 와서 먹물을 닦아준다.

"대장, 이 글자가 무슨 뜻이에요. 알았는데 까먹었네"

愛자를 써서 내보이는 은수, "임자, 그 쉬운 글자를 그새 잊었습니까? 뜻은...뜻은..."

"뜻은? 응, 뭔데요? 말해줘요, 대장~". 

"....사랑합니다. 무사 최영이 죽는 날까지 평생". 은수를 꼭 껴안는 최영, 불이 꺼진다. 50보 이내 접근금지령 발동! 

 

 

#최영과 은수의 편지

**우리는 이렇게 매일을 천년처럼 사랑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엄마, 그리고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지만, 이 사람 곁이 아니면 죽을 것 같아서 인사도 남기지 못하고 왔어요.

저 진짜 키도 크고, 잘생기고, 목소리도 좋고, 스펙도 빵빵한 남자와 결혼했어요. 최영이라고, 여기서는 대호군 대장님이세요. 음...한국에서는 별 두 세 개 정도되는 장군쯤?

엄마, 아빠... 이 다음에 내가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나게 된다면, 나 진짜 엄마 아빠한테 잘할게요. 죄송해요, 그리고 보고 싶고 사랑해요. 제 걱정은 하시지 마시고 두 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랑하면서 사세요.

 

나는 그렇게 고려시대에 그 사람 곁에 남았고,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 사람은 오늘도 검을 든다. 내가 알고 있었던 역사가 점점 희미해진다. 어쩌면 모든 것이 긴 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현대라는 곳의 기억들이...

내게 중요한 것은 내 사람 최영과 함께 하는 매 순간 순간이 소중할 뿐이다. 나는 그 사람을,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이 시간들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잘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이 분은 그런 제게 심장을 주셨고, 저를 살게 했습니다. 이 분과 함께 사는 이 고려, 그래서 나는 하루 하루 매 순간을 더 힘차게 살아갑니다. 왜구들과 떼놈들로부터 내 나라 고려를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언젠가 내 여인이 잠시 머물게 될 그 미래라는 시대를 위해서도 나는 검을 듭니다. 우리 땅을 지키기 위해서, 내 여인을 지키기 위해서...

 

임자들, 모두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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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1 14:06




오랜만에 애죵한 드라마 신의가 끝났습니다. 오늘글은 드라마도 끝났으니 느긋하게 읽고 가시와요. 눈물도 많이 흘려야 했지만, 가슴에 구멍이 난 것같은 허전함과 허탈함(?)으로 착잡하게 한동안 멍해져서 앉아 있었네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는 했지만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해, 임자커플의 아련함과 절절한 그리움은 마지막회에서 몽땅 잘려나간 느낌입니다.

곰탕국처럼 우려먹은 회상씬대신 다른 장면이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신의를 보는 내내 최영과 은수때문에 행복했고 설레였고, 심한 사랑앓이를 했던 것은 드라마를 보는 큰 재미이기도 했습니다. '최영, 나는 너를 아직 놓치 못하겠다'. 

마지막회는 최영이 무사로서 자각하는 것과 은수의 간절한 바람이 만든 시공을 초월한 사랑에 무게를 두고 진행되었습니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이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연결되었듯이, 최영과 은수의 사랑도 믿음이 만든 기적이었습니다.

드라마 신의가 말하고 싶어했던 사람에 대한 믿음, 사랑에 대한 믿음은, 기다림이라는 다른 단어로 표현되었습니다. 공민왕이 최영을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던 것도 믿음때문이었고, 최영이 나무아래에서 은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반드시 올 것이다'라는 믿음때문이었지요.  

 

하늘세상에 가고 싶어했던 기철의 마지막 최후는 요거시 뭐시다여?했답니다. 여튼 동태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지만, 천혈을 보니 사람 봐가면서 받는 것 같더군요. 최영의 손에 죽는 것이었다면 통쾌했을텐데, 빙공을 많이 쓴 부작용때문에 결국 자폭하고 말았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 캐릭터 초반에 참 매력적이었는데 후반으로 가면서는 정신병자된 것이 아쉽군요;; 

편전에서 깽판 치고 있던 기철과 맞닥뜨린 최영, 손떨림으로 밀리기는 했지만 부하 돌배의 죽음을 목도한 최영은 달라져 있었지요. 대장의 손이 되어주겠다는 돌배, 그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는 최영입니다. 분노게이지 상승한 최영의 검은 기철이 든 칼을 두동강으로 내버렸지요. "제 손은 괜찮습니다. 다만 검이 무거울 뿐".

최영의 검이 무거웠던 것은 그의 어깨에 걸린 은수와 고려에 대한 충정심때문이었습니다. 예전에 최영이 그랬지요, "고려에 대한 충정심따위는 모릅니다", 그런 최영에게 고려가 검과 같은 무게로 다가왔던 것이지요. 최영의 자각이었습니다. 고려와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무게에서 그의 스승님은 도망쳤습니다. 지켜야 할 사람에 대한 무게, 검의 무게, 고려의 무게, 역사에 대한 무사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말이죠.

기철은 최영에게 씨도 안먹힐 사탕을 물려보려 합니다. 최영에게 왕위에 앉으라는 말로 말이죠. "이미 왕을 가졌는데 뭘 더 가지라는 거냐?", 와우! 최영 이 남자 정말 멋지다~ 감동먹었네요.   

 

천음자와 화수인에게 은수의 유물과 은수를 데려가는 시간을 벌고는 총총히 궁을 빠져나가는 기철이었죠. 기철이 노린 것은 하나뿐, 은수였음을 직감한 최영은 다급히 우달치 막사로 달려가 보지만 은수는 이미 납치되고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지요. 넋이 나가버린 듯한 최영, 의선의 몸상태를 물어봅니다.

"그 분 어땠어요?", 깨어났다는 말만이 들려올 뿐입니다. '그 분이 깨어나셨다', 이제 그 분만 찾으면 아무 것도 더 바랄게 없습니다. 그런 최영에게 고모는 은수의 행방을 알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지요. "기다려요!!! 기다리는데... 나 죽을 것 같아요, 지금 나..." 어떡해요, 그 마음이 어떠할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은수를 보지 못하면 죽을 것 같고, 걱정돼서 미치겠는 최영입니다. 죽을 것 같다는 말이 얼마나 가슴을 아리고 시리게 하던지요.

최영이 검을 잡았습니다. 은수를 찾아올 생각입니다. 그곳이 하늘세상이라 할지라도 말이지요. 은수를 찾으러 가겠다는 최영에게 "의선을 찾으면 떠나라"고 허락을 하는 공민왕입니다. 최영에게 의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서 힘든 일만 겪었던 최영이기에 말이지요.

"제 대답은 이미 드렸습니다. 제 스승님께서 내린 답, 가신 길, 저는 따르지 않겠다고... 그래서 저는 이미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제 여인도 데려오게 도와주십시오". 암 그러고 말고, 어여 가서 데려와~ 

기철에게 납치된 은수는 천혈을 향하고, 은수는 최영에게 하늘세상말로 단서를 남겨지요. "괜찮아요", 그 분이 살아계시다, 그저 고마울 뿐인 최영이 눈에 눈물이 맺혀옵니다.

기철이 머문 객잔에 들어와 천음자 가볍게 칼로 저 세상으로 보내주고, 참 화수인도 허망스럽게 물수건 공격에 힘도 쓰지 못하더니, 대만이 목에 화상자국만 내고 최상궁의 칼에 찔려 죽어버리더군요. 대만이는 이 일로 말더듬는 것까지 싹 고쳤나 보더라고요. 피리쟁이 불쟁이 거창하게 폼만 잡더니, 끝이 참 허무하더군요.  

임자, 임자를 만났습니다. "괜찮습니까? 아픈데는?", 독이 해독되었다는 말에 최영은 세상을 얻은 듯 기쁘고 행복합니다. 그 분을 하늘 세상으로 돌려보내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지요. 지난 번에 거두었던 청을 다시 하는 최영입니다.

"그럼 이제 내 옆에 있는 겁니까?", "네"라는 대답에 은수를 와락 껴안는 최영, 이제 되었습니다. 임자를 하늘문으로 데려다 주고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할 시간을 주고 함께 돌아올 생각입니다.

천혈이 열리기 하루 전, 최영과 은수는 그렇게 미래를 꿈꿉니다. 영원히, 평생 함께 할 그들만의 미래를 말입니다. 머리에 팔을 괴고 은수에게만 시선을 고정하는 최영,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가 걷히지 않더군요. 은수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는 최영, "기억하려구요. 이제 잊지 않아도 되니까...", 잊긴 뭘 잊어 평생 잊지못했을 거면서! 

객잔에서 도망갔던 기철이 천혈 근처에서 은수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이 놈은 정말 포기라는 것을 모르나 봅니다. 은수랑 죽어도 함께 가겠다고 똥고집을 피우는 기철이 짜증나 죽겠더라고요. 마음의 구멍을 메우고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겠다고 어떤 세상이든 가보겠다는 기철, 이 분 어쩌다가 이리되었는지 모르겠더군요. 신의 캐릭터중에 가장 요상한 캐릭터로 전락해서 캐릭터 자체가 판타지가 돼버린 분입니다.

차라리 공민왕과 정치적인 대립으로 맞서는 캐릭터였더라면 공민왕의 자주고려와 기철의 부원배 정치관(사대주의적 정치관)의 차이를 엿보게 했다면 훨씬 매력있는 인물로 그려졌을텐데, 신세계 타령만 하다가 그의 가슴에 난 구멍처럼 그야말로 구멍으로 쳐박혀버렸네요. 암튼 잘가라는 인사는 해주고 싶었는데, 천혈이 기철을 거부해서 뜨아~했답니다. 그의 최후는 아이스맨되겠습니다.  

 

기철의 빙공에 쓰러진 최영을 두고 천혈로 빨려들어가 버린 은수, 병원으로 달려가 최영을 치료할 약들을 황급히 챙겨 다시 천혈로 돌아왔지요. 그런데 그게 100년전 고려였습니다. 은수가 남긴 유물들의 히스토리 설명부분인데, 일본 기자의 필름통, 다이어리, 그리고 헐~ 요것때문에 이리 머리를 썼나 싶게 만든 은수의 세번째 유물 녹화테입(이걸 뭐라고 하는지 용어를 모르겠습니다;;)이 남겨진 배경들을 장황스럽게 설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보다는 남은 최영의 모습을 더 그려줬으면 했는데, 아쉬웠쪄요! 

"은수에게... 간절함은 인연을 만들고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대.... 난 또 다시 그 사람하고 멀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믿는다, 그 날 그 사람은 죽지 않았다고 믿는다", 은수의 타임슬립은 반복 또 반복해 최영의 시대에 올 때까지 이어집니다. 포기라는 것을 모르는 유은수, 그 사람을 찾아 헤매는 동안 그리움은 더 깊어만 가고, 하늘이 감복하사 결국 은수는 고려 최영에게로 돌아올 수 있었지요.

객잔에서 낯익은 우달치들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요. 공민왕 5년의 시대로 돌아오게 된 은수, 최영은 그 나무 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돌아봅니다. 늘 은수를 바라봐주던 따뜻한 눈빛으로 미소를 짓습니다. '대장', '임자',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될 겁니다. 우리들 마음 속에서 말입니다. 

그럼 듬성듬성 건너 뛰어버린 드라마 속 이야기들을 상상으로 정리하고, 드라마 신의도 마음 속에 간직하기로 하겠습니다. 좀 찜찜한 문제는 은수의 기억인데, 전 지난 글에서 천혈을 역주행하다 기억상실한 채로 고려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아닌듯해서 이 부분은 좀 무섭더군요. 역사를 알고 있는 은수의 존재라는 것이 말이죠.

 

우선 은수의 타임슬립부분인데요, 천혈이 열리는 시간이 그렇게 자주 있겠냐는 의문점이 남지요. 이 문제는 저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그날 처음 최영이 은수에게 왔던 날 기억하시지요. 그리고 태양흑점폭발로 비행기가 우회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던 것도요. 마지막회에서 은수가 돌아온 때에도 같은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지요.

즉 은수는 그 날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병원으로 뛰어온 은수는 자기 방에서 의료기구와 몇가지 물건을 챙겨 다시 그 천혈로 들어갔는데, 그만 100년전 고려로 떨어지게 된 것이죠. 즉 현대와 과거로 이어지는 천혈 속 미로에는 수 갈래의 길이 있었다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다시 고려에서 천혈이 열리던 때를 기다려 은수는 재타임슬립으로 현대로 돌아오고, 현대에서 은수는 그 천혈로 또 들어갑니다. 최영을 만나겠다는 간절한 그리움 하나만을 부여잡고 말이죠. 그래서 옷도 같은 옷을 입고 돌아오게 된 것이죠. 100년전 옷을 입고 말이죠. 

여하튼 현대에서의 천혈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열려있는 상태였던 것이죠. 천혈의 의미는 글 말미에 다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뉴스속보: 봉은사 부처님 상 앞에 여성(?)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 소식에 의하면 마치 부처님상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듯 머리를 부딪고 가벼운 타박상과 뇌진탕 환자가 속출하고 있어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록 모씨는 가벼운 뇌진탕으로 인근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기까지 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천혈이 열려있을 거라 믿고 최영을 만나보겠다고 부처님상에 머리를 부딪친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ㅎ)최영은 은수에게 허락해 주자고요^^.  단, 민호는 안됨!! 

다음으로 최영과 은수의 이야기인데요, 천혈입구와 나무 둘레에 심어진 노란 소국을 보면 전 울컥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은수와 최영이 고려로 왔을 때는 안보였는데 소국이 피어 있었지요. 은수가 심었을 수도 있고, 최영이 심었을 수도 있고, 그냥 저절로 자생했을 수도 있겠지요. 전 최영이 심었다고 생각하고 상상글을 써보렵니다.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버렸습니다. 아버지, 이제 찾았습니다. 너무 늦었을까요?

허나 그 분은 이리 대답하실 겁니다. 괜찮다고, 다 잘 될 거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임자, 임자가 떠난 후 난 살아났습니다. 가슴에 전해지던 임자의 손, 날 바라보던 임자의 눈, 임자와 했던 모든 순간의 기억들이 날 살렸습니다.

임자가 날 바라보던 그 눈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임자, 임자가 돌아올 거라는 것을 믿습니다. 임자는 포기를 모르는 분이니까.

그래서 임자를 매일 기다립니다. 임자가 오면 원나라 놈들에게 붙잡히지 않게 쌍성총관부 너머 우리 땅도 찾았습니다.

 

임자, 소국을 심었습니다. 임자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라고 했지요. 바람부는 날이면 임자를 만나러 이곳으로 옵니다. 임자가 좋아하는 날이니까.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면 저는 또 달려옵니다. 그리고 이마에 톡 하고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습니다, '어라, 비가 오네'하며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럴 때마다 하늘 높고 먼 곳에서 임자는 저를 보며 웃고 계십니다.

 

임자, 임자를 갖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임자를 갖겠다는 것은 평생입니다. 평생 임자를 지켜드리겠다는 그 약속, 임자가 돌아오리라는 그 믿음, 저는 버리지 않았습니다. 임자도 그렇습니까?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내가 그리 믿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저는 임자를 기다립니다. 임자의 약속을 믿으니까요, 제 곁에 있겠다는 그 약속을...

임자, 오늘은 바람이 붑니다. 임자가 보고 싶어 나는 오늘 또 이곳에서 임자를 기다립니다'.  

 

'지금 내 눈 앞에 서있는 분, 임자 맞습니까?'

'미안해요, 너무 늦어서'

'돌아왔습니까? 됐습니다. 돌아온 것으로 됐습니다' 

 

마지막 화면에서 감춰버린 장면은 최영과 은수는 서로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뜨겁게 포옹합니다. 그리고 찐한 키스씬으로 마무리.... 왜 이런 장면을 안넣어줬냐고요!!!! 진심 화났습니다.

은수가 돌아오면 노국공주가 공민왕에게 하늘말로 사랑한다는 말해주기로 했는데 그것도 생략해 버리고 나빴어요ㅠㅠ. 

그럼 천혈이 가진 드라마 외적인 의미를 짚고 신의 리뷰를 끝마칠까 합니다. 천혈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겠지만, 저는 그것을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은수의 역사의식과 결부시켜 생각해 봤습니다. 단사관 손유에게 은수가 당차게 말했었지요. 내가 사는 시대가 내 시간인 거라고요. 우리에게 후회하는 과거를 떠올려 보라면 참 많을 겁니다. 되돌릴 수 없기에 후회스럽고, 그때의 잘못된 선택때문에 오늘이 후회스럽고... 

작가는 은수를 통해 이런 말을 남기고 싶어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오늘을 치열하게 살고 고민하고 후회없는 선택을 하자고 말입니다. 과거를 되돌리고 싶어하지 않게 말이지요. 누구에게나 과거 한 지점으로 돌아가고 싶은 천혈이 있을 겁니다. 5년전 대선으로 돌아가고 싶은 분도 있을 것이고, 첫사랑에 실패한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분도 있을 것이고,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분도 있을 것이고 말이죠.  

은수는 다이어리를 통해 미래의 은수에게 끊임없이 말하지요. 후회를 남기지 말라고 말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던지는 작가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선택이 후회로 남을 과거가 되지 않도록, 잘 선택해서 힘차게 살자고 말입니다, 포기하지 말라고... 

***신의와 힘께 했던 행복한 시간, 독자분들과의 대화도 매우 즐거웠습니다. 특히 이민호의 연기성장을 보는 것은 신의가 준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모두들 고생많았습니다. 김희선, 류덕환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기를 기다리겠고요,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이민호는 너무 뜸들이지 말고 쬐금만 쉬고 다른 작품으로 곧 만났으면 좋겠네요. 원숙미 넘치는 연기, 캐릭터를 사랑하게 하는 힘을 가진 배우, 오래 쉬면 보물급 자원낭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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