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영'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2.04.01 '바보엄마' 정 안가는 박닻별, 누가 슬픈 괴물로 만들었나? (2)
  2. 2012.03.26 '바보엄마' 김태우, 참을 수 없는 캐릭터의 가벼움이 짜증난다 (8)
  3. 2012.03.19 '바보엄마' 하희라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이유, 알고보면 슬픈 이유 (8)
  4. 2012.03.18 '바보엄마' 하희라-신현준, 건방진 몸매와 개장수의 빵터진 첫만남 (17)
2012.04.01 10:06




열 살짜리 아이라고 보기에는 그 안에 얼음송곳처럼 날카롭고 차가움이 번뜩이고 있어, 정이 안가는 인물이 박닻별이라는 천재소녀입니다. 닻별이를 보면 그냥 짠해집니다. 이혼서류를 접수하고, 비를 맞는 영주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이제하(김정훈)에게 김영주가 그러더군요.
"내 심장같은 우리 닻별이만 생각하면, 가슴에 가시가 수 천개는 박힌 것같이 아파. 심장이 터질 것같아서 숨을 못 쉬겠어". 김영주(김현주)의 대사와 눈물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대사만이 여운을 남기더군요. 영주에게 닻별이가 심장같은 존재로 와 닿지가 않았거든요. 
평소에 닻별이를 챙기지 않는, 어떨 때보면 방치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봐서였나 봅니다. 물론 영주에게 일어난 상황들이 딱 죽고 싶은 심정으로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닻별이는 마치 혼자 크고 있는 아이같았어요.
10살짜리 어린 딸을 천재라는 이유로 미국으로 유학보내려는 엄마, 아빠와 이혼했다는 것을 알지못하게 미국가기 전까지 미루려는 김영주의 고집이, 닻별이를 위한 것인지 선뜻 동의하기가 힘들더군요. 

그냥 봐도 모자란 선영을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아줌마때문이라며, 선영을 한밤중에 나가게 하는 닻별, 집에 들어 온 영주는 그런 닻별이에게 호통을 치고는 선영을 찾으러 나가지요. "네 IQ반도 안되는 사람이야. 네 이모 김선영, 진짜 바보라서 집도 제대로 못찾아 간다구", 사실은 닻별이가 아닌 자신에게 화가 나는 영주였습니다.
선영에게 전화를 거는 영주, 말도 안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선영이었지요. 다시 울리는 벨소리, 선영은 전화가 연결된 줄도 모르고 영주에게 마음 속 깊은 말을 합니다. "영주야, 네 목소리 들었으니 나는 됐다. 곱단엄마가 내가 니 옆에 있으면, 니가 다친다했는데, 그래도 니 옆에 꼭 붙어있고 싶었는데...이제는 안되겠다. 과수원에 가 있을테니 배꽃피면 와줘. 내동생 김영주, 잘있어라".
골목골목 김선영을 부르며 헤매는 영주앞에 최고만과 김집사가 나타나지요. 선영을 찬모로 스카웃하기 위해 영주의 집을 왔다가 선영이 집을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된 최고만과 김집사,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아무튼 말린 우럭 미역국이 최고만도 헉헉 숨차게 만드는군요.

분위기 살리는 신현준의 능청연기, 빵빵터진다
지나가는 여자의 엉덩이를 보며, 건방진 방댕이를 주절거리던 최고만(신현준), 길가에서 본 엉덩이를 생각해 냈지요. 첫날 뒤뚱뒤뚱 자신의 집을 영주집으로 알고 미역과 짐보따리를 바리바리 들고 가던.. 선영이 키와 보폭을 기준으로 이동거리를 계산하는 최고만, 추정된 장소로 가니 정말 선영이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고 있지요. 천재소녀 닻별이도 같은 계산을 해서 영주에게 알려 주었지요.  
개장수 아저씨를 보고 반가워 하는 선영, 앞뒤말 자르고 따라오라며 선영의 팔소매를 조심스레 잡으니, 선영 냅다 최고만을 뻥차버립니다. 어디를? 급소를...ㅎ.
이 커플 나오면 기분이 좋아지는게 신현준의 감칠맛나는 연기때문입니다. 웬만한 코미디보다 재미있답니다. 최고만이라는 캐릭터를 능글스럽게도 잘 연기하는 신현준때문에 빵빵 터집니다. 뒤늦게 택시를 타고 온 김집사(조덕현)에게 구급차를 부르라며, "나 터져버린 것같아...아래가"라는데 웃겨 죽는 줄 알았네요. 개장수 최고만(신현준)과 김집사(조덕현) 커플도 극중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는 귀요미 남남커플입니다. 칙칙하고 우울한 드라마를 급반전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분들이죠.
선영을 찾은 다음날 새벽같이 영주의 집을 방문한 최고만과 김집사, 돈많은 최고만답게 명함도 금으로 번쩍번쩍 도배를 했더군요. 250만원에서 시작된 김선영의 몸값이 700만원까지 뛰었지요. 곧 시골로 내려갈 것이라고 안된다고 하는 영주, 바보언니 김선영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튕긴다고 생각하는 최고만, 800만원은 못준다고 했지만, 원하면 800만원에라도 스카웃을 할 태세더라고요. 고소공포증이 있는 최고만에게 계단을 올라 영주의 집까지 와서, 700만원까지 부르게 한 말린 우럭미역국, 그 맛 저도 좀 구경하고 싶더라고요. 드라마에 레시피좀 알려주면 안될까요?
김선영은 그 아침에 박정도의 집을 향해 달려갔는데요, 비맞은 영주의 가방을 닦다가 이혼서류를 접수한 확인증을 봤던 것이지요. 10년전 영주와 파혼을 취소하고 결혼을 올렸던 사연 역시 공개가 되었는데, 김선영답더군요. 식칼과 밧줄, 약을 가지고 박정도를 찾아가 영주가 아빠없는 애를 낳아기르는 꼴은 죽어도 못본다며, 약을 먹고는 119에 실려갔던 일이 있었지요. 김선영의 기함하게 하는 행동으로 김선영만 보는 딸꾹질을 하는 박정도, 인터폰에서 김선영의 얼굴을 보고는 사색이 되더라지요. 
닻별이도 서류를 봐버렸습니다. 어린아이의 눈에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지는데, 안쓰럽더군요.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어두운 내면을 가진 천재이면서, 어린 아이의 감성까지 가진 닻별이라는 캐릭터를 아역배우 안서현이 잘보여주더군요. 가끔 너무 조숙한 행동을 해서 10살짜리 아이가 맞나 싶을 때도 많지만요. 어른들의 세계를 다 이해할 수 없는 닻별이지만, 엄마아빠의 이혼이 감수성 예민한 닻별이이게 큰 상처와 혼돈일텐데, 앞으로 닻별이가 얼마나 비뚤어질지 걱정스럽네요. 

닮은 꼴 두 천재의 허기를 채워 줄 바보
 김선영

드라마에서 호기심이 커지는 인물이 박닻별(안서현)과 최고만(신현준)이라는 인물입니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은 사람들이죠. 비상한 천재면서 사람들에게 정을 주는 것에 인색한 인물들입니다. 김선영이라는 바보와는 극과 극으로 다른 사람들이죠. 지능은 모자라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주고 빈껍데기가 되어도 웃는 선영이와는 말이지요. 최고만과 박닻별이 김선영이라는 공통분모와 엮이면서,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채워가게 될 듯 하더군요.  
어린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고, 닻별이는 그저 어린 천재소녀였습니다. 까칠하고 예민하고 어린아이답지 않은 말들을 서슴지않고 뱉어버리는... 똑똑한 천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절이라고는 없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박닻별이라는 아이에게 정을 주기가 힘들더군요. 무서운 아이라는 생각만 들 뿐...

천재소녀 박닻별, 누가 이 아이를 슬픈 괴물로 만들고 있을까?
정주기 힘든 박닻별을 만든 사람은 다름아닌, 엄마 김영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영주가 머리좋은 딸을 낳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엄마같지는 않아 보여요. 어른에게 인사하는 기본적인 예절도 가르치지 않은 엄마, 또래 아이처럼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못하고, 천재로만 키워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수학천재 최고만(신현준)의 눈에 모든 사람들이 건방진 인간일 뿐이듯이 말이지요. 신현준(최고만)과 박닻별은 그런 점에서 닮은 꼴입니다. 감성바보, 정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서툰 바보들이죠.
그런 닻별이가 아줌마로 부르는 이모 선영으로 인해 변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이 드라마가 말하는 '엄마의 사랑'을 어쩌면 이 아이로부터 읽어가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인디언텐트를 만들어 둔 선영, 까칠한 닻별이는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지만, 아빠보다 잘만들었다고 몰래 좋아하지요. 잘먹어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아줌마, 아니 아직은 이모아줌마는 닻별이가 바라는 엄마였습니다. 자기를 엄마보다 더 잘알고 있는 것같아, 닻별이는 바보이모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김영주는 닻별이에게 "오늘 뭐 배웠어? 무슨 책 읽었어?"를 먼저 물어봤을지도 모르겠어요. 천재 닻별이의 성장은 영주에게는 자랑이고, 자부심이었을 테니까요.
닻별이가 아빠를 유독 좋아했던 것은, 박정도는 닻별이의 눈높이를 맞춰줬기 때문이었죠. 엄마는 늘 회사일에 바빴고, 닻별이를 모든 것을 잘하는 똑똑한 딸이라고 생각했지요. 닻별의 생각과 마음이 똑똑한 두뇌처럼 빨리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던 영주였지요. 영주는 닻별이가 워낙 똑똑해서 다 이해할 것이라고만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어요. 돈을 벌어야 하는 가장이기에, 아니 닻별이를 공부시키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고 일하는 엄마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러니 어린아이처럼 굴면 안된다고, 어른이 돼라고 말이지요. 

그런 닻별이에게 "너는 어린 아이"라고, 처음으로 혼을 낸 사람이 이모아줌마였죠. 그 무식함이 싫어서, 그 모자란 막무가내가 싫어서 버릇없이 굴고 눈을 흘기는 닻별이를, 서울구경으로 벌을 준 사람도 이모아줌마였지요.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밖에 모르는 바보이모, 그런 바보이모가 점점 좋아집니다.
바보이모는 닻별이의 마음을 알지도 모르겠어요. 아직은 미국가서 낯선 사람들과 사는 것보다는, 엄마랑 더 많이 지내고 싶고, 아빠랑 놀고 싶은, 사랑을 더 먹고 싶은 10살짜리 어린아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천재는 마음마저, 나이마저 수학공식처럼 자라는 괴물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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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6 14:21




바보엄마는 신현준과 집사처럼 엉뚱하면서도 코믹하기도 한 일부 캐릭터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드라마에 흐르는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여주인공 김영주(김현주)에게 벌어지는 상황들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우울과 불행의 연속들이지요. 바람난 남편, 성격 예민한 천재딸, 차압당한 친정집 과수원, 유치장에 갇힌 오빠, 그리고 돌볼 사람없는 바보언니에 안하무인 시댁식구들까지, 이보다 고단한 삶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들더군요. 도대체 왜 똑똑한 여자가 야비하기 그지없는 못된 남편과 이혼하지 않고 버팅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에요. 물론 닻별이때문에 이혼만은 하지 않으려 했었죠. 남편의 내연녀에게 아이가 생긴 것을 알고는, 닻별이가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만이라도 결혼생활을 유지해 달라고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요.
처음에는 남편 박정도에게 애정이 남아서 였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글쎄요, 꼭 그런것 같지만은 않더군요. 박정도와의 애정보다는 결혼에 실패했다는 불명예스런 딱지를 달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닻별이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말이에요. 그만큼 박정도는 닻별이에게도 최악의 아빠였으니까요. 이중인격자, 도덕적 양심파탄자, 성공과 부를 위해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던 아내를 헌신짝 버리듯 내팽겨치는 아빠, 닻별이의 아빠로서 좋은 것일까요? 오히려 부끄러운 아빠일 것같은데 말이죠.
박정도라는 인물은 야비하고 못된 남자에 지극히 이기적인 남자입니다. 김영주가 왜 그런 남자와 결혼을 했는지 김영주의 안목이 한심스러울 정도에요. 박정도는 김영주가 과수원이 있는 시골의 대단한 갑부딸쯤으로 여기고 꼬셔서 혼전임신이 되어 결혼을 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결혼날짜를 잡고는 과수원 친정집에 가서 가족들을 보고는 파혼하자는 말까지 했었다는 것을 보면 말이죠. 드라마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결혼전날 김선영(하희라)과 모종의 일이 있어 울며겨자 먹기로 결혼했던 것처럼, 박정도는 김영주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김영주의 친정이 생각보다 가난하다는 것에 실망했고, 무지랭이 오빠와 바보언니는 김영주를 무시하고 모욕하고 군림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죠. 바보언니가 있다는 것을 자신의 집에 알리지 않을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는 막말까지 할 정도였으면, 박정도가 얼마나 김영주의 친정가족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물론 김영주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고는 했지만, 영주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기체면을 유지하고 싶었던 이유가 더 커보이더군요. 영주가 바보언니 김선영을 버리고 싶은 치부로 여겼듯이 말이지요.
정신병원에 김선영을 입원시키고, 영주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습니다. 선영은 가볍게 버릴 수 있는 낡은 브래지어같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말이지요. 피붙이, 천륜으로 맺어진 가족이기에 말이지요. 병원 벽에 활짝 핀 배꽃을 그려놓은 선영을 보고 영주는 선영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대학에 들어가 서울로 떠나면서 영주가 했던 약속, 선영에게 배꽃피는 날은 영주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병원에 두고 온 날도 차마 데려가 달라는 말도 못하고, "또 보러 올거지, 내동생 김영주"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던 언니, 그렇게 선영은 영주가 오기를 병원에서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영을 집으로 데리고 간 영주, 오빠 대영의 합의금을 마련할 때까지만 함께 있기로 하지요. 하지만 명품백을 가지러 온 시누이를 도둑으로 오인하고, 코뼈를 부러뜨리는 바람에 언니의 존재가 시댁에 알려지고야 맙니다. 가난한 친정집이라고 무시당했던 시어머니와 시누이, 지적장애를 가진 언니가 있었다는 것에 거품을 물고, 기세등등 영주를 몰아세우는 모습을 보니 똥물을 퍼다가 퍼부어주고 싶더군요. 
시어머니(김청)는 임신을 핑계로 아들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고, 누구 씨인지 모르니 닻별이의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는 막말까지 하죠. 10년동안 참았던 영주도 눈에 불이 일더군요. 닻별이에게 머리카락 한 올 손대면 평생 며느리로 봐야 할거라며, 병원을 나가려는 영주의 따귀를 때리는 박정도. 자기 엄마를 협박했다고 "니네 집구석핏줄이 그렇게 뻔뻔하다"며, 싸갈통머리 없게 구는 박정도를 보니, 정말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리고 싶더랍니다. 
시청자와 마음이 통했는지 귀싸대기 두 대를 시원하게 올려주는 영주였지요. "우리집이 아무리 후져도 우리 엄마 너같은 자식한테 맞고 살라고 낳아준 것 아니거든. 이혼하자, 원하는 대로 해줄게", 결국 영주도 이혼하자며 법원에서 만나자고 병원을 나가버리죠.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며 차안에서 우는 김영주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되더군요. 박정도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했던 말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지요. 세상 사람들이 언니를 바보라고 놀릴 때 아무런 방패막이가 돼주지 못했던 영주, 바보언니를 부끄러워 했던 자기 자신이 미워서 말이지요. 김선영은 김영주 밖에 모르는 바보인데, 정작 영주는 자기밖에 몰랐으니까요. 가족이라는 핏줄들이 거추장스럽고, 부끄러워 늘 도망치고 싶어했던 자기자신을, 박정도를 통해 돌아보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박정도라는 캐릭터가 회가 갈수록 불편해지더군요. 참을 수 없는 캐릭터의 가벼움 같은 것이 느껴져서 말이지요. 김현주는 김영주라는 인물을 정극으로 연기하고 있는데, 상대배우 김태우는 정극과 코믹을 오가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정선은 진지함보다는 장난스러운 가벼움이 더 느껴집니다. 깐족거림이 심하다 보니 박정도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가벼워지고 있는 것이지요. 인디언 텐트를 만들고는 닻별인줄 알고 엉덩이 춤을 추는 모습, 내연녀 오채린 앞에서,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 앞에서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 비굴이 너무 가벼워 보여서 캐릭터의 비호감을 떠나, 김영주라는 캐릭터와 조화롭지가 않아요. 남편이라기 보다는 철딱서니없는 남동생같아서, 복잡한 내면을 가진 김영주가 이런 남자와 결혼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도대체 왜 김영주가 그런 반푼이 팔랑개비같은 남자를 좋아했었는지, 최연소 편집장이라는 김영주의 똑똑함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김태우의 연기가 물론 나쁘지 않습니다. 천하의 왕재수 나쁜남자, 못된남자라는, 욕이라는 욕은 다 들어도 쌀 정도로 나쁜 짓을 하고는 있지만, 박정도라는 인물의 감정증폭이 하도 어수선해서, 싸이코처럼 보인다는 점이 문제지요.
드라마는 캐릭터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김태우의 야비하고 비열함은 심각했다가, 가벼웠다가, 코믹했다가 온도차가 심하게 느껴져서, 김영주에게 이혼해 달라는 것이 장난스러워 보일 정도에요. 계산적이고 치밀하게 오채린(유인영)에게 꼬리를 살랑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부와 성공에 대한 야망도 가벼워 보이고 말이지요. 김태우가 박정도라는 캐릭터를 너무 가볍게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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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9 09:08




과수원에 차압딱지를 붙이러 온 집달리와 실갱이를 하다 김선영이 돌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안좋은 일은 한꺼번에 터진다고, 다 버리고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그런 암담한 일들만 벌어지고 있네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보채는 남편, 아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저 아빠와 함께 있는 순간은 어린아이로 돌아가 행복해 하는 딸 닻별, 차압딱지가 붙여진 친정집, 그리고 언니가 머리를 다쳐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까지 영주에게 한꺼번에 쏟아지는 일들이 가혹하리 만큼 무겁습니다.
일년 365일, 하루쯤은 버거운 짐들을 잊어버림을 허락해 주었으면 싶은 생일날, 남편은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고 초음파 사진을 보내지를 않나, 오빠는 돈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바보언니 선영을 앞세워 죽겠다고 하소연을 하고 가니,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의 영주였지요.
물론 남편 박정도가 보낸 것이 아니라 내연녀 오채린이 보낸 사진이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관계임을 알면서도 영주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나 애정이 남아서는 아니었어요. 딸 닻별에게 충격과 상처, 아빠에 대한 실망을 주고 싶지 않은 이유였지요. 스탠퍼드로 조기유학을 떠나기 전까지만이라도, 아무 것도 모르는 닻별이에게는 엄마 혼자만 나쁜엄마이고 싶은 영주입니다. 
연주는 뒤늦은 생일케잌으로 인감도장을 받으러 온 박정도에게, 닻별이가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만 닻별이랑 지내달라는 조건으로 결국 인감도장을 던져버리고 말지요.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절대로 들키지 말라는 조건과 함께 말이지요.
성공과 부를 위해 자식까지 내팽겨 치려는 나쁜 인간 박정도, 김태우의 야비한 표정연기가 그 캐릭터를 더욱 밉게 만들면서, 박정도의 면상만 나오면 이를 바득바득 갈게 만듭니다. 뭐 이런 놈이 다있나 싶게 화딱지 나게 하는 박정도, 그가 법학자라는 것이 아이러니지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염치를 회복하는게 중요하다. 우리는 서로를 존경하며 사랑하며 사는 인간이라는 존재다"라며, 인간에 대해 강의를 하는 모습이 치떨리게 뻔뻔하기 그지없는 놈입니다. 하긴 우리 사회에 이렇게 말로만 정의와 인간성에 떠드는 사람이 박정도 한사람뿐이겠습니까만...
이런 인간이 "정의란 강요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한 자유의지에 의한 자발적인 선택이다"며 정의에 대한 강의를 하는 모습은 한 마디로 꼴값싸고 있는 거죠. 

드러나는 신현준의 정체, 까탈스런 이 남자의 매력
의뭉스러운 회장님의 정체가 어느 정도 잡혔는데요, 극중 신현준은 주식시장의 큰 손같더군요. 천재 박닻별 못지 않은 투자천재에 모든 동선을 계산까지 할 줄 아는 괴짜 수학천재이기도 했습니다. 미역국 남비의 위치가 조금만 달랐더라도 한그릇은 남았을 거라며, 먹지못한 미역국을 못내 아쉬워 하는 모습, 상당히 엽기적(?)이더군요. 
그런데 이 양반 손은 큰데 엄청 짠돌이인가 봅니다. 선영이 요리를 하면서 쓴 물값이며, 가스비, 주방용품을 사용한 감가삼각비까지 계산해서 청구를 하라는 것을 보면 말이죠. 
무엇보다 웃긴 것은 이 구두쇠 노랭이의 까탈스운 입맛이었죠. 아랍 두바이 7성급호텔 주방장의 요리도 퇴짜를 놓더라고요. "한국놈이 밥을 먹어야지, 왜 아침부터 빵쪼가리에 스테이크야! 빠끔장알아? 호박오가리 나물은? 말린 우럭미역국 몰라?", 아랍요리사 홍석천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신현준, 그 쪽은 홍석천의 분야가 아니라니 "그럼 네 분야로 가!"라고 쫓아버리기 까지, 아무튼 여러가지로 허를 찌르며 웃겨주는 신현준이었죠. 신현준과 하희라는 앞으로 신현준의 까탈스러운 입맛때문에 연결이 될 듯한데, 자주 좀 봤으면 좋겠더라고요.
괴짜 신현준에게 김선영(하희라)은 까다로운 입맛 이상의 의미있는 인물이 될 듯한 예감도 들어서 이 커플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천재와 바보의 만남이라... 천재와 바보는 어떤 면에서는 정반대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 커플이 그럴 것 같거든요. 숫자천재 신현준과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 김선영이지만, 감성바보와 감성천재의 만남이랄까 그런 물컹함이 전해져서 말이지요. 
김선영이라는 인물은 지적장애를 가진 인물입니다. 김선영 역의 하희라는 사투리가 어색하다는 말을 하는 분도 있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평상시에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했지만, 서울에 가서는 서울말을 흉내낸다고 이도저도 아닌 말을 했는데, 오히려 어눌한 서울말 흉내를 세밀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적장애를 가졌다고 무조건 말을 어눌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단지 판단능력이 떨어지고, 이해력이 부족한 장애를 가졌을 뿐이지요. 
집달리가 빨간 딱지를 붙이며, 빨간딱지가 붙은 것은 아무도 못가져간다고 말하자, 그녀는 서울에 다녀오는 동안 없어진 부엌에 걸어둔 채와 참기름만 생각하지요. 딱지를 붙이면 아무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말을 도둑이 들어와서 못가져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버지의 바둑판, 도자기, 심지어 강아지까지 딱지를 붙여달라고 자진신고를 할 정도로 단순하고, 물정을 모르는 여자입니다. 
불행히도 김선영은 지금 머리를 다쳐 응급실로 실려갔는데요,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머리를 다친 것보다는 다른 문제를 일으킬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더군요. 영주가 이제하(김정훈)에게 전화로 상담을 하기도 했지만, 코마(혼수상태)로 가지는 않겠지만, 머리를 다친 사고로 찍은 CT촬영결과가 놀랄만한 일로 전개될 듯한 그런 쎄한 기분입니다.
하희라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이유, 알고보면 슬픈 이유
갑작스럽게 김선영(하희라)이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드라마가 급격히 우울모드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김선영을 보면서 울컥해진 장면이 있었습니다. 하희라가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나온 이유를 분석하면서, 개인적으로 하희라가 표현하고 싶었던 김선영의 마음이 전해져서 더 마음이 아프더군요. 사무실에서 박정도에게 전화를 걸고는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영주를 본 선영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유리창을 쓸어내리는 장면에서 였습니다.
 
첫회 장독에 빠져 항아리와 데굴데굴 구르던 선영이 대영(박철민)의 차를 타고 서울로 오는 장면에서, 하희라의 입술이 너무 새빨갛게 선명해서 놀란 분들도 있었을 거예요. 하희라가 입술이 작은배우가 아니기에, 촌스러운(?) 빨간루즈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에 띄었지요.
사실 전 그 빨간 입술이 슬프게 느껴졌는데요, 하희라가 김선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컨셉을 잘 잡았다고 생각했어요. 극중 김선영에게 김영주가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김선영의 정신연령을 빨간 립스틱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김영주는 김선영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네잎클로버와 꽃잎을 붙여 보낸 편지로 수줍은 소녀의 연애편지를 보내는 듯한 마음도 엿볼 수 있었지요. 선영이 잘하는 음식은 영주가 좋아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호박오가리 나물, 옥수수엿, 빠끔장 등은 영주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지요. 영주는 선영에게 모든 것입니다. 음식을 하는 이유이고, 편지를 쓰는 이유이고, 네잎클로버를 찾는 이유이지요. 선영의 영주에 대한 사랑, 그리움이라 할 수 있죠.
비록 세상 사람들에게는 모자란, 그래서 바보라로 놀림을 받는 선영이지만,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영주는 선영에게 동생이기도 하지만, 사랑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대상이지요. 선영이 영주의 생일상을 차려주기 위해 서울로 가는 길, 그녀는 그녀의 사고수준에서 가장 예쁘게 보일 수 있는 치장을 하지요. 빨간 립스틱으로 말이지요.
그렇게 예쁘게 치장을 하고 영주에게 갔지만, 무슨 일인지 가슴을 치며 우는 모습을 보고 말지요. 다가서지도 못하고 영주의 등을 쓰다듬듯, 영주의 얼굴을 쓰다듬듯 유리창만 쓸어내리며 우는 선영이었습니다. 좋아하는 호박오가리 나물을 얹어주면서도, 왜 울었느냐고 한마디도 묻지못하고 쫓겨나온 선영, 아무 것도 모르는 선영이지만, 선영은 압니다. 영주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래서 가슴이 아픕니다. 사랑하는 영주가 슬프니까요.
빨간 립스틱은 누군가에게 자신을 예쁘게 보이고 싶은 상징과도 같습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빨간루즈를 바르는 심리와도 비슷한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희안하게도 그 많은 색깔 중에 어린아이들이 빨간루즈에 유독 손이 먼저 가는 것을 봅니다. 빨간색을 선호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가장 예쁜 입술색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선영도 외모에 관심을 가지게 될 나이였을 때,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여전히 어린 아이의 미의 기준에 머문 선영이기에 말이지요.
그래서 영주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선영의 마음이 전해져서 오히려 짠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순간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49살의 선영, 선영에게 빨간 립스틱은 자신을 예쁘게 꾸미는 최고의 멋내기와도 같았을 거예요. 선영이 빨간 립스틱을 바른 이유, 그래서 더 슬픈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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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8 09:15




엄마라는 단어 하나에 끌려 선택한 드라마, 출연진들이 너무 마음에 드는군요. 연기파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는 드라마를 선택한 일말의 후회조차 들지 않게 하더군요. 앞의 수식어에 왜 바보가 들어갔을까?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지적장애인 김선영을 연기하는 하희라와 실력있는 편집장 김영주(김현주)를 보고는 감이 오더군요.
동생에게 꽃편지를 쓰며 매일을 동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언니 김선영의 호박오가리 나물과 말린 우럭미역국, 그리고 천재 박닻별(안서현)이 엄마 김영주를 향해 쏘아내는 원망섞인 말에 그 답이 있었습니다. "난 가끔씩 내 피를 다 뽑아서 새로 리셋했으면 좋겠어. 내 몸에서 차가운 엄마 피를 다 없애버리게...". 어린 아이의 말치고는 끔찍하리만큼 무서운 말입니다. 왜 이 아이에게 엄마의 피는 차갑게 느껴졌을까? 정말 엄마의 피가 차가울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이 드라마의 줄거리가 되겠지요.

내 안의 또 다른 이름, 엄마 그리고 딸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은 원하는 것이 다를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지 못할때, 바보같은 엄마이고 바보같은 딸이 되는 게 가족안에서 빚어지는 갈등이지요. 그럼에도 사랑으로 품을 수 밖에 없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이름, 엄마 그리고 딸.
김현주의 나레이션으로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가 흐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쯤 숨기고 싶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미친 열정에 사로잡혀 저지른 낯뜨거운 고백일수도 있고, 돌에 맞아죽어도 할 말이 없는 연애일 수도 있지만, 그런 비밀쯤이야 제 입을 다물고 가슴에 꽁꽁 묻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무리 감추려고 발버둥을 쳐봐도 감춰지지 않는 빌어먹을 비밀이란 것도 있다. 그것이 내게는 한 핏줄로 연결된 가족이고, 언니라는 이름의 여자다".
김영주는 패션잡지 에스틸로 편집장으로 완벽주의에 능력있는 대한민국 최연소 편집장입니다. 남편은 영생대학 법학과 교수 박정도(김태우)이고, 박정도는 스타교수이자 인기최고남이지요. 두 사람 사이에는 천재 닻별이가 있지만, 첫회부터 가정이 산산조각나게 생겼더군요.
10년간의 결혼생활, 죽어라고 일에 매달리며 천재 딸의 교육과 독일로 유학간 남편을 뒷바라지했지만, 딸은 일밖에 모르는 엄마에게 불만이고, 남편이란 놈은 영생대학 종신교수와 재단후계자를 노리고, 재단이사장의 딸과 바람을 피우며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영주는 생일날 회사에서 동료들의 생일축하 자리에서 남편의 이름으로 보낸 꽃다발과 함께 내연녀 채린의 임신 초음파 사진까지 받게 되죠.
능력있는 편집장 직업에, 교수남편, 천재딸, 겉으로는 화려한 스펙을 갖췄지만, 안에서는 딸의 유학잔고를 맞추기 위해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야 하고, 남편이 내연녀를 집으로 데리고 낯뜨거운 짓까지 한 것을 보게 되는, 그야말로  만신창이로 찢어지기 일보직전입니다. 옆친데 덥친격으로 모자란 언니 김선영까지 떠안게 되었으니,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 놓이게 되지요.

김영주(김현주)의 언니는 김선영(하희라)입니다. 경북 예천의 시골에서 남동생 대영(박철민)과 살고 있는... 음식만들기를 좋아하고, 그 음식은 동생 영주가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솥뚜껑에 호박오가리 나물을 지지고, 간장을 뜨러갔다가 항아리에 빠져 구르기도 하는 조금은 모자란 여자. 그러나 안쓰러움에 혀끝을 차기보다는, 그 순박함에 웃음부터 짓게 만드는 그런 여자였습니다.
동생 영주의 생일을 챙겨주고 싶은 선영, 그러나 수많은 편지를 보내도 영주는 집에 오지를 않습니다. 그런 모자란 누나를 남동생 대영(박철민)은 영주집 앞에 떨구고는 가버립니다. 영주집에 데려다줬다기 보다는 누나를 버리는 모습처럼 보이더군요. 김대영은 하는 일없이 인터넷 경주게임에 빠져있는 사고치기 딱 십상인 백수같더군요. 말이 필요없는 박철민의 감초연기, 이분은 본명보다는 불광동 휘발유가 먼저 생각나는데, 하희라에게 능청스럽게 서울말연습을 시키는 모습에 빵터지기도 했죠. 영주의 집주소를 외우게 하는 대영, "팽창동이 아니고 핑창동. 서울말로 해라".

하희라-신현준, 첫만남부터 빵터진 건방진 몸매와 개장수
첫회 눈길을 끌었던 커플이 신현준과 하희라였는데요, 집을 잘못 찾아 들어가기는 했지만, 선영의 음식솜씨에 빠진 신현준이 선영과 만남을 계속 하리라는 느낌이 오더군요. 이 커플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와서 가장 기대되는 커플입니다. 괜히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커플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뭔지모를 부족함을 서로 채울 수 있을 것같은 그런 느낌말이지요.
선영이 찾아온 곳은 영주의 집이 아니라, 애견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려던 신현준의 집이었지요. 두 사람의 첫만남에서 신현준과 하희라의 배꼽잡는 엉뚱함에 미치게 웃었습니다. 긴 기장미역을 옆구리에 끼고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보따리들을 보고 찬모아주머니라고 착각한 신현준, 뒤뚱뛰뚱 집으로 들어가는 하희라의 몸매를 조각조각 등분해서 감상하기도 하죠. 아, 절대 변태적인 감상은 아니었습니다ㅎ. 
"뭐야? 저 황금비율과 담쌓은 ET같은 체형은? 에잇! 건방진 몸매". 하희라의 몸매에 직격탄을 날리죠. 물론 비맞은 누구마냥 혼자서 주절거렸지만요. 
뒤에서 중얼중얼거리는 신현준이 하희라에게도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지요. "저 개장수 아저씨는 뭐라고 씨부려쌌노?". 졸지에 개장수가 된 신현준이었습니다.
선영은 동생 영주의 집으로 알고 들어갔고, 개장수(ㅎ) 신현준은 도우미 아줌마로 생각하고는 집으로 들여보낸 것이 인연이 되어, 웃음 빵빵 터지는 해프닝들이 벌어지게 되죠. 졸지에 셋방아저씨가 돼버린 집사는 회장님(신현준)의 생일인 줄 알고 멋모르고 풍선 87개를 불어야 했고, 막무가내 선영의 말에 고분고분 지시를 따르게 되지요. 그녀가 조금은 모자란 사람이라는 것을, 집을 잘못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도우미 아줌마로 착각하고 집안으로 들여보냈던 개장수 신현준(개장수 아저씨라는 말이 왜 이렇게 입에 착착 감기는지... 근데 이분 직업은 아직 모르겠어요. 돈은 엄청 많아보이는데, 성격은 좀 지랄같은 구석이 있어도 무서운 사람은 아닌 듯해요. 김선영만큼 순진한 구석이 있는 것같기도 하고 말이죠)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집에 풍선이 한가득 쌓여있는 것을 보게 되지요. 그리고 주방에서 나는 냄새에 발보다 코가 앞서서 들어간 순간, 그를 홀라당 매혹시킨 호박오가리 나물에 황홀감을 느끼지요.
다시 그를 놀라게 한 냄새의 주인공은 말린 우럭미역국, 참지못하고 한 국자 떠서 먹으려는데, 허걱 매몰차게 솥뚜껑이 덮혀버리죠. "아, 개장수 아저씨네. 개는 다 팔았어요?". 미역국에 정신이 팔린 신현준, "무슨 개같은 소리를... 미역국 뚜껑이나 열어요!". 무섭게 노려보는 김선영, "이건 우리 영주 먹일거예요".
'아니 집주인이 내 집에서 끓인 미역국도 못먹느냐', '우리 영주 꺼다' 옥신각신 싸우다 미역국을 통째로 엎어버리고, 찬모맞느냐고 발로 툭툭 치는 신현준의 개뼈따구같은 다리를 물어뜯어 버리는 영주지요. "김군아(셋방아저씨 집사), 얘 뭐냐. 진짜 바보아냐?". "나는 김선영이에요. 나 바보 아니에요. 김선영이에요. 김선영, 김선영...". 우는 김선영, 그제서야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세사람이었지요.
특히 신현준의 능청스러운 코믹연기와 하희라의 하나밖에 모르는 듯한 순박한 바보연기, 그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배꼽잡게 만듭니다. 말 잘하다가도 어이없고 황당하면 말을 더듬거리는 습관이 있는 신현준과 지적장애를 가진 김선영(하희라), 이 커플 첫회부터 마음에 쏘옥 들더라고요. 눈물콧물 짜게 될 드라마일 것같은데도, 하희라와 신현준, 그리고 김선영이 붙여준 셋방아저씨(신현준의 집사)의 모자란 듯 보이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드라마를 칙칙하게 하지는 않을 듯하더군요. 특히 신현준의 영감님같기도 하면서 허당스러운 연기에 웃음이 계속 터지더랍니다.
하희라의 사투리연기와 바보연기(바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데 이해해 주세요)도 참 좋더군요. 역시 연기파 배우들의 내공은 어떤 역할을 맡겨도 100% 그 역할을 소화하더라고요. 하희라는 지적장애를 가진 좀 모자란 인물로,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바보아빠 영규역할을 했던 정보석의 캐릭터와 겹쳐 보였지만, 영규 못지않은 사랑을 주게 될 것같습니다. 
하희라의 사투리가 처음과 극 중간에 달라져서 어색했는데, 선영이라는 캐릭터의 한 부분을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생 대영(박철민)이 서울에 선영을 데려오면서 신신당부한 말이 있었지요. 서울사람 만나면 서울말씨를 써야 알아듣는다고 말이죠. 나름대로는 사투리를 숨긴다고 또박또박 말하고자 말투가 더 이상해졌지요.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가 심한 사람이 서울말을 따라한다고 흉내낼 때 들리는 그 어색한 말투처럼, 선영의 말투도 이 말도 저 말도 아닌 사투리가 되었는데, 그 어색한 서울말 따라하기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더군요.

수위높은 베드신, 패주고 싶은 불륜남녀
첫회부터 '역시 하희라, 김현주, 신현준, 김태우'라는 말이 나오게 했습니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본 김정훈의 부드러운 이미지도 좋았고, 김태우와 바람난 오채린 역할의 유인영 연기도 어색하지 않고 좋더군요. 특히 수위높은 베드신에서는 너무 사실적이라(?),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아냐?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더군요. 
불륜이라는 코드가 이제는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감초가 된 듯해서, 낯뜨거웠네 어쩌네 라고 지적을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돼버렸습니다. 이런 베드신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왜 모든 드라마가 불륜을 위해서는 한 번은 치뤄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천편일률적으로 베드신을 내보내는지는 모르겠네요. 아직 이혼도장을 찍지도 않은 부인의 침대에서 스릴있다고 옷을 벗는 두 사람을, 그대로 끌고나가 광화문 네거리에 앉혀두고 싶더랍니다. 
박정도는 아내와 아이앞에서 조교를 데리고 서류를 찾으러 왔다고 뻔뻔스럽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딸 닻별에게는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얼굴에 정말 대단한 철판을 깔았더군요. 물론 딸아이를 사랑이야 하겠지만, 부도덕한 짓거리를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것도 모르는 딸아이를 안고 뽀뽀를 해주고 안아주는 그 손이 더럽게 느껴져서 혼났네요. 파렴치하고 영악한 인물 박정도(김태우)는 아마도 파멸이 될 때까지 공공의 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야비한 놈, 나쁜 놈, 비열한 이중인격자, 이런 놈은 천벌을 받아야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거품을 물고 첫회부터 욕을 먹게 하는 김태우, 그 연기를 얼마나 실감나게 잘했는지 아시겠죠?
김태우, 신현준, 하희라, 김현주 등 모든 배우들이 드라마 속 캐릭터를 잘 표현해서 새 드라마 선택이 만족스럽습니다. 연기가 좋은 만큼 드라마도 잘 그려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하네요. 
감추려고 발버둥쳐도 감춰지지 않는 빌어먹을 비밀, 언니라는 이름의 여자 김선영은 김영주에게 어떤 비밀일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조금은 우울한 분위기도 없지 않지만, 신현준과 하희라가 의외의 웃음으로 간극을 메워줌은 물론, 깊은 감동의 이야기가 숨겨져있을 것같아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기대됩니다. 

성숙하지 못한 딸아이의 눈에 엄마라는 존재는 바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이니 말이지요. 그러나 엄마의 마음을 알아갈 때, 바보엄마가 아니라 바보딸이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드라마가 그 과정에서의 갈등과 화해를 그려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고 그런 신파극이나 통속극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머니라는 고귀한 이름이 가지는 무게때문일 겁니다.
슬플 때, 힘들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이름,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울컥해지는 존재가 엄마겠지요. 얼굴도 다르고 살아온 인생도 다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는 같은 이름을 가졌을 겁니다. 자식밖에 모르는 바보,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 내 가슴 한 쪽을 기꺼이 도려낼 줄 아는 그런 이름을 말이지요. 그 바보같은 엄마의 사랑이 소리없이 가슴에 내리는 빗물처럼, 강물에 잔잔히 이는 물결처럼, 그렇게 다가올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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