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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0 '무한도전' 정형돈의 씁쓸했던 말과 김태호 피디의 진심 (11)
2011.11.20 10:42




방송전쟁시대, 춘추전국시대가 열렸습니다. 오래동안 무한도전을 시청해 오면서 이번 TV전쟁 기획만큼 김태호 피디가 평정심(?)을 유지한 것을 처음 본 듯합니다. 본격적인 종편채널의 개국을 앞두고 누구보다 방송관계자들과 연예인들이 가장 크게 그 여파를 피부로 실감하고 있겠지요. 정준하와 정형돈이 종편행을 결정했다는 기사에 무한도전 팬들이 패닉상태에 빠지는 배신감을 느껴야 했고, 김태호 피디의 응원메시지에 조금은 수그러 든 듯하지만, 그들의 선택을 두고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지만, 씁쓸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어느 방송사를 택하건, 어느 프로를 택하건 그들의 자유이고, 시청자들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문제겠지요. 또한 잘못했다, 잘했다, 의리다, 배신이다라는 시각도 공염불에 불과한 듯합니다. 이런 것이 세상 이치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래도 왠지 돈에 끌려가는 듯한 연예인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 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TV전쟁은 시청자들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봤겠지만, 저는 김태호 피디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에 더 관심을 가지고 봤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애죵하는 예능피디가 김태호 피디와 1박2일의 나영석 피디인데, 이번은 진짜 김태호 피디에 대한 애정을 가급적, 정말 최대한으로 내려놓고 봤습니다. 종편채널에 대한 비판을 했다는 선입견을 철저히 배제하고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김태호 피디는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종편채널을 꼬집고자 했던 것도 아니고, 누가 살아남느냐에 대한 우려를 했던 것도 아닌 듯합니다. 결국 돈이 이긴다는 편협한 결론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핫이슈가 되는 스타도 아니고, 유재석으로 대변되는 흥행성공 보증수표도 아닌, 시청자의 선택이 최후의 승자를 판가름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더 잔인한 결과가 초래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경고를 했습니다. 시청자도 함께 책임을 지고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장 소름끼쳤던 것은 전국에 유재석TV만 방송된다는 장면입니다. 무한경쟁시대, 다양화의 세계에서 하나의 채널만이 생존한다는 결과는, 재앙과도 같은 끔찍한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수많은 음식점들이 경쟁을 하다 단 하나의 거대공룡같은 식당 하나만 남고, 모조리 폐업을 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말입니다.
꼬리잡기는 본격적인 종편의 개국방송을 앞두고 두명을 남기기 위한 전초작업이었지만, 사실 많은 의미들을 담았습니다. 저는 꼬리잡기에 김태호 피디가 방송의 기능에 대해 말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꼬리잡기는 방송의 현주소와 방송이 갖는 역할, 그 방향에 대한 총체적인 모습을 담았습니다. 또한 무한도전이 치열하게 사회와 함께 하고자 했던 것들을 신랄한 자막과 함께 보여주었습니다. 풍자와 해학이 있었고, 웃음이 있었고, 배신과 야합도 있었지요. 그중 용산전쟁편은 김태호 피디의 통렬한 외침이 전달되더군요. 사상자없이 끝난 용산전투, 여전히 용산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릿하고 분노가 치밀고, 잊혀지지 않는 일을 그렇게 끄집어 내주더군요. 물론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유재석의 기발난 역습으로 졸지에 전원이 차단된 박명수, 급하게 편성된 인사청문회는 급기야 몸싸움 난장판으로 변질되는 모습도 지켜보게 했고, 개국방송을 앞두고 상대방에 대한 비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며, 풍자적인 웃음을 만들기도 했지요. 그중 눈에 띄는 장면은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방송금지 장면들입니다. 저속표현, 폭력성, 유치함 등으로 방통위에 경고조치에 대한 김태호 피디의 불편한 심기를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과 단면들을 외면해 오지 않았던 무한도전이었기에, 한 장면 한 장면이 의미심장하게 보였을 겁니다.
정준하의 카메라맨을 사수하기 위해 벽에 그 우람한 체격으로 밀어부치니, 쥐포(?ㅎㅎㅎ)가 되는 장면, 유재석은 이 장면 하나에서도 특종을 잡아내지요. 카메라 감독님도 간지럼을 탄다는...별 것없는 장면이었지만, 이는 과열된 특종경쟁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꼬리잡기의 결과 최종적으로 남은 유재석과 하하, 결국 두 방송국만 생존했고, 개국 첫방송으로 한 시간 생방송이 주어졌지요. 유재석TV는 올밴 우승민을 섭외하는 한편 체계적인 편성프로 아이디어 기획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 반면, 하하 TV는 기획이고 뭐고 없이 스타잡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는 인맥들을 총동원해서 전화 하나에 매달리는 하하TV를 보니, 요즘 방송가의 단상인듯해서 씁쓸했습니다.
게다가 아이디어없이 인맥에만 의존할 거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정형돈을 보자, 더 씁쓸하더군요. 정형돈이 종편행을 결정하면서 피디와의 의리 운운했던 것이 생각나서 말이지요. 정형돈에 대한 악감정이야 물론 없고, 그의 선택에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작 인맥을 따라 움직이는 정형돈의 표리부동한 모습이 씁쓸하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하TV는 소녀시대의 써니와 요즘 방송대세라고 하는 리틀 세종대왕 송중기를 섭외해, 단숨에 유재석TV를 압도하고 말았지요. 써니와 송중기를 따라 표가 나게 움직이는 시청자들, 역시 이래서 방송사들마다 스타잡기에 혈안이 되고 있나 봅니다.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스타들의 몸값이 이해되는 장면입니다. 결국 시청자를 잡는 것이 방송사의 목표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대형 스타 캐스팅하면 뭐합니까? 프로그램이 재미없고 형편없이 질이 떨어지면, 팬들도 등을 돌린다는 사실 또한 경고합니다. 시청자들은 냉정하게 반응합니다. 요즘 시청자들 정말 똑똑합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연예인이라고 재미없고 수준없는 방송을 봐주는 시청자는 별로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드라마건, 예능이건 모든 방송사들도 예외가 아니지요.
그러니 송중기를 섭외하고도 내용성없는 방송으로 시청자를 옆 유재석TV로 빼앗기는 결과로 나타났고 말이지요. 소녀시대 써니까지 섭외한 하하의 인맥의 힘은 대단했습니다만, 진행이나 기획에 아무런 준비를 못한 하하TV는 순간 시청률만 높였을 뿐입니다. 또한 송중기의 사전녹화분이 졸작으로 형편없이 만들어 시청자들이 발길을 돌려 버렸지요. 더구나 그 시각 써니는 유재석TV에서 생방송으로 나오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더욱 씁쓸하게 했던 장면은, 하하TV의 순간 시청률에 놀란 유재석TV가 그만 초심도, 기획안도 잊어버리고, 따라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선정성, 자극적인 소재만을 따라가는 방송사들, 그리고 어떤 포맷의 프로가 떴다 하면 우르르 복제를 뻔뻔하게 하는 방송사들의 생리도 날카롭게 꼬집더군요. 상도덕이고 자존심도 없이, 오로지 시청률 경쟁에만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음악프로가 뜨니 이방송 저방송 모두 비슷한 프로들을 내놓기에 바쁘고, 스타 하나에 의지해 내실없는 방송들로 전파낭비를 하는 방송사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오죽했으면 김태호 피디가 여기저기서 다 하니, 아이디어에 한계가 있고 방송이 힘들다는 고백도 했을라고요. 참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하기 보다는, 짝퉁들만 내놓는 방송사의 경쟁에 대한 김태호 피디의 불편한 심기를 이런 방식으로 보여주더군요.
애초의 기획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뮤직쇼 경쟁으로 전락한 유재석TV와 하하TV의 결말은 의미심장한 메시지였습니다. 결국 이런 주먹구구식의 날림방송, 내용없는 흥미방송,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만을 쫓는 방송프로들이 난무한다면, 시청자들은 모두에게서 등을 돌리고 말것입니다. 지상파가 되었든, 종편이 되었든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김태호 피디의 메시지는 새겨들어야 할 경고입니다.
거대자본으로 무장한 종편이 이길까? 오랜 경륜과 경험으로 무장한 지상파가 이길까?에 대한 질문만큼 바보스러운 것도 없습니다. 유재석TV가 거대자본으로 무장한 종편을 상징하느냐, 지상파 방송을 상징하느냐에 대한 질문 역시 우문입니다. 문제는 경쟁이 사라져 버린 후의 결과겠지요. 경쟁에서 도태되고, 어느 한 방송이 모든 방송을 평정해 버린다면, 그래서 오직 한 채널만 남는다면, 그것은 방송의 죽음, 다양성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김태호 피디가 어느 때보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냉철하게 종편과 지상파의 대결을 풀어냈다고 생각한 이유도, 바로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남느냐 떠나느냐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시청률에 급급한 방송의 질적 저하, 대형스타에만 의존하는 날림방송의 난립, 기획의도나 독자성없는 따라쟁이 짝퉁프로의 춘추전국시대 등등에 대한 방송인으로서의 고민을, 김태호 피디는 시청자와 함께 하고 싶어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말합니다. 결국 칼자루는 시청자가 쥐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요. 김태호 피디는 지상파는 물론이고 종편, 연예인, 시청자 모두에게 물었습니다. 대한민국 방송의 질적인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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