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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8 15:19




그동안 제 신의 리뷰를 계속 읽어오신 분들은 혹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고집스럽게 리뷰에 끌어오지 않은 인물이 있었습니다. 역사속 최영장군과 금슬이 좋아 합장까지 했다는 유씨부인입니다. 두 번째 부인으로 알려져 있고, 두 사람 사이에 난 딸을 우왕의 비로 보내기도 했죠.

제 딴에는 역사속 유씨부인에 대한 예의였습니다. 은수와 유씨부인을 동일시 하면 안될 것같은... 유씨부인을 들어 해피엔딩을 이야기하면 판타지 요소가 반감되는 김빠지는 일이기도 했고요.

최영은 뇌공을 쓰는 무사, 천혈을 통과한 순간 이미 판타지 인물이 되었기에, 정통사극도 아니고 역사와 판타지가 혼합된, 실존인물이면서 또한 어느 정도 가공된 인물로 받아들이는데 무리가 없었죠.  

'간절함',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만드는 판타지, 해피엔딩의 복선은 드라마의 첫회부터 진하게 깔고 갔습니다. 그래서 새드엔딩이라는 생각은 본방을 보면서도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가져왔을 때 애초부터 해피엔딩을 향해 가는구나 생각했죠. 

그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은수의 타임캡슐 필름통의 편지가 나왔을때, 저거구나 싶었습니다. 때문에 해피엔딩을 위한 복선이라는 글을 올렸었죠. 리뷰글을 올리고 보니 대부분 새드엔딩을 예상하는 분위기라, '내가 드라마를 잘못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미래의 은수가 지금의 은수에게 왜 그런 편지들을 남겼을까? 그것 하나만 생각하면 결말의 답이 나왔거든요. 결정적으로 은수의 나레이션, "그날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그의 따스한 가슴, 나를 보아주던 그 사람의 정직한 눈빛"은 은수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말로 들렸지요. 작가가 이때 이미 결말을 스포해 준 것이라고 생각했죠. 

최영에게 남아도 되냐고, 그게 아니면 있는 날까지라도 마음대로 좋아하겠다고 고백했던 은수는, 미래의 자신이 보낸 편지를 통해 최영에 대한 사랑의 각성을 합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것과, 과거의 유물에 대한 정리, 즉 자신의 타임슬립에 대한 정리를 확실하게 되지요. 모든 게 최영을 살리고, 최영 그 사람곁에 남게 하려함이라는 것을 말이죠.

본방때는 전혀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미래의 은수가 필름통에 입을 맞추는 순간,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은수가 저렇게 간절했었구나 싶어서... 

 

왜 무오독은 해독제가 있고 비충독은 해독제가 없었을까? 비충독 해독제가 없다는 것이 19회 이후에 나와서 20회 정도에서 제 생각을 쓰려고 했는데, 수우언니님의 글을 읽고 허걱! 아~~~! 한마디만 질렀죠. '은수의 의사로서의 자각'.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는 현대의사 은수가 고려에 남을 결심을 하면서, 스스로 약을 만들고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구체화시켜 간 것, 역쉬 짱! 감탄!!(18회 수우언니님의 독에 관한 댓글 필독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밝히자면, 저는 은수의 각성이 최영과 마찬가지로 죽음이라는 한계를 넘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이 죽음을 넘어야 하는 이유는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때문이고요. 은수는 현대사람, 최영은 고려사람, 두 사람이 동시대에 있을 수 있는 방법은 둘 다 과거를 죽여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최영의 경우는 은수의 칼에 찔렸을 때 경험했지요. 최영은 은수의 "죽지마요" 말에 눈을 뜨고 이전의 최영이 아닌 사람이 되었지요.

은수 역시 그랬어요. 독을 이겨내고 현대의 은수가 아닌, 고려를 택한 은수가 된 것이죠. 고려사람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니까요. 둘 다 육체적으로 한 번씩 죽었다 다시 태어난 것이지요. 그래서 본방리뷰 때는 은수가 기억을 상실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썼습니다. 그 때는 천혈역주행의 부작용으로 기억을 잃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여튼 이 부분까지 그려주지 않은 것은 마무리하느라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은수가 해독제를 만들 결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최영곁에 남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었더라면, 또한 최영이 은수의 지켜준대매, 죽지마요라며 흘린 눈물이 없었더라면, 두 사람은 살겠다는 의지를 놓았을 겁니다. 특히 최영은 더더구나 말이죠. 최영과 은수의 육체적인 죽음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구체적인 행위가 있었죠. 입을 통해... 은수의 인공호흡과 최영의 아스피린 오독오독!! 여기서는 이런 얘기들이 가능하니 좋네요.  

말이 나온 김에 신의에서 각성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최영의 각성, 은수의 각성, 공민왕은 뜨뜨미지근한 각성(노국공주의 죽음이후 무너진 공민왕을 보면 뜨뜨미지근한 각성이 맞죠. 제대로 각성했다면 고려의 역사가 달라졌을 수도 있죠. 공민왕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군주, 최영은 마지막까지 고려와 고려왕실을 지킨 무사로 남은 것도 연결이 되는 대목이기도 하고요)이 큰 줄기를 이루며 흐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랑의 힘이 전체 기둥이 되는 것이고요. 

 

*******

은수때문에 눈물을 흘린 김에 오늘은 은수의 감정선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다시보기를 하면서 아자아자, 약속, 그리고 하이파이브를 한 은수의 다른 감정을 하나 발견한 기념이라고나 할까?

 

그날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은수야 난 미래의 너야

 

"은수에게, 이 글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 그 사람과 함께 있다는 얘기겠지. 그날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그의 따스한 가슴, 나를 보아주던 그 사람의 정직한 눈빛... 그래, 은수야 난 미래의 너야". 띠융!  

그날 그 사람과 하늘문으로 향하던 길, 계곡의 바위틈에서 발견한 필름통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아니 나의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그 때부터였다, 어떤 이유로든, 누구로부터든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 하루가 되어도 그 사람 곁에 남겠다고 결심한 것이... 그날이 내 마지막날이 된다고 할지라도...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더라...

 

원의 단사관이 보낸 편지를 본 그 사람, 얼른 짐을 싸라고 재촉했지. 원에서 온 사신이 날 원한다고, 날 원나라로 데려가겠다는데 도통 뭔소린지, 이놈의 세상은 다들 지들 맘대로야! 얼마나 급했는지 내 보따리를 직접 싸서 둘러매주는 그 사람. 이 때쯤이었나 보다. 그 사람에게 자꾸 어리광을 부리고 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  

능지처참을 당할 죄목임을 알면서도 그 사람은 나에게 왔어. 임금님께 가보라는데도 달리 방법이 없다며, 키스를 했지. 다들 보는데서, 너무나 감미롭게...

덕흥군이라는 사람이 그 사람은 주상이 먼저라고 했는데, 그때 잠시 섭섭했던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아니었어. 그 사람은 언제나 나였어. 지켜주겠다는 무사의 언약, 목숨으로 그렇게 지키고 있었던 거야. 지켜주겠다는 말이 내 목숨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 때 난 알았어내게 그 사람 진심이었음을, 그래도 그 사람은 날 보내려 해, 그게 날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딱 붙어있으래매, 그래야 지켜줄 수 있다고, 근데 왜! 왜 안잡냐고!! 

함께 있는 동안 내 마음대로 좋아하겠다고 고백하고, 난 여느 커플처럼 그 사람에게 응석도 부리고, 애교도 떨고, 여우짓도 하기 시작했지언제부터인가 내겐 특별하게 다정하고 자상한 그 사람, 내가 말만하면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물끄러미 내 얼굴을 보는 그 사람, "불안해서요, 떼어 놓을라니까", 그럴 때마다 그 사람 넓은 가슴에 안기고 싶었어. 익숙해져 버린 그의 어깨, 그의 따스한 가슴, 헤픈여자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참느라 혼났어. 그 사람은 분명 "뭐요, 뭡니까, 뭐합니까" 그 사람 트레이드 마크인 말로 날 뻘쭘하게 했겠지.

 

임금님께 허락을 받고 오겠다고 대만씨랑 날 먼저 보냈어. "지금 의선은 전하의 보호아래 있단 말입니다. 전하가 승낙을 하시면, 신하인 나는 의선을 잡아보내야 된다는 말입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대충 고개는 그떡였지만, 전하의 명이 중요한 사람이니까, 명을 목숨으로 받드는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 그 사람, 어째 표정이 좋지 않아보였는데. 진짜 우달치 대장직 사표라도 내려는 걸까? 그 때는 몰랐어, 그 사람이 궁을 떠나기로 했다는 것을...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있었더라...

 

맞아, 대만씨가 얘기도 해줬어. 5밤낮을 대만씨를 따라나녔대지. 결국 대만씨가 항복했는데 다음날 생선을 구워줬다는데, 몰랐어, 그 사람에게 그런 자상함이 있었는지. 왜그랬을까? 아버지를 잃고 떠돌았던 자기 모습으로 보여서 였을까?

그런데 은수야, 그날 난 그냥 기분이 좋았어. 그 사람이랑 소풍가는 것 같아서, 내가 어깨에 기대고 있을 때도, 한 밤중에도 궁을 향하던 그 사람의 기분, 감정 다 알면서도 마냥 즐겁고 싶었어헤어진다는 것을 일찍 표내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 거야.  

그 사람 나 모르게 한숨지으며, 내 얼굴 볼때마다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거 다 보이는데 나까지 그럴 수 없었어.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였을까?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것들 더 많이 만들고 싶어서 그랬을까? 아니야 그 사람 힘들지 말라고 그랬어. 그 사람 나 보내고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것 알아서.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니었나봐. 자꾸 그 하늘문이라는 곳과 가까워지는데 내 마음은 왜그리 불안한지, 시간을 막고 싶었어. 그 사람 앞길 막으면서 그곳에 조금이라도 늦게 가고 싶어서, 그래서 너무 늦어서 하늘문이 닫혀버렸기를 바랐나봐.  

하라는 것 하나도 안따라 하고, 하늘말은 하나도 안배우려하고, 그래도 내가 쫌 서봐요 하면 바로 서주는 그 사람.아자아자! 주먹쥐고 따라해 보라고 해도 시큰둥, 약속 가르쳐줘도 나 하는대로 그냥 보고만 있지. 사정사정하니까 손바닥 한 번 올려주고는 한심하다는 듯 날 바라만 보더니 내 손 잡고 막 끌고 가버리더라. 자꾸 뒤쳐진다고 빨리 가야한다고, 나 빨리 보내버릴려고...

난 그렇게 시간을 막고 있었는데... 시간이 더디오라고, 영영 오지말라고 막고 싶은 거였는데... 

남자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보는 그 사람, 긴장되고 궁금했나봐. 궁소식이... 얼른 알아보고 오라고 한약방으로 뛰어갔는데, 덕흥군 정말 상종못할 인간이었어. 비충독 해독제가 없대. 내 시간으로 돌아오면 주사한방이면 낫는데, 나 그거 아는데 거기에 해독제가 있으면 그냥 남을라고 했는데, 해독제가 없대.

***이 때도 그렇고 은수는 자기 아픈 것보다 최영이 아파하는 것을 더 신경쓰고 안보여주려 하고 하죠. 은수에게는 최영 마음이 편한 것이 우선이 돼죠.  

그 사람 웃는 모습, 무뚝뚝한 표정, 화내는 모습까지도 다 담고 싶었어. 다 가져가고 싶었어. 근데 은수야, 그 사람 꺼 다 갖고 왔는데, 그 사람 마음까지 갖고 왔는데, 그 사람의 따뜻한 가슴, 날 바라봐주던 정직한 눈빛, 그 사람은 가져올 수 없는 거였나봐. 그래서 너무 그립고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어. 하루라도 그 사람을 보고, 만지고, 안길 수만 있다면, 나 지금 죽어도 좋을 것 같아. 그래서 난 죽을 수도 없어, 그 사람한테 돌아가야 하니까.

은수야, 내 말 들리니? 그 사람을 향하는 너의 마음을 읽어봐 은수야.

********

 

이곳에 와서 좋았던 것도 있었습니까?

 

원의 단사관이 그 분의 공개처형을 원한다는 말에 아득해져 온다. 그 분을 데리고 가버리면 남은 전하가 어떤 곤경에 처하실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난 그 분이 먼저였다. 기철, 덕흥도 모자라 이젠 별 놈이 다 꼬여들고 있다.

 

***최상궁에게 인사하는 최영, 이젠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요. 대사 너무너무 말캉 울컥 덜컹합니다. 하긴 공개키스까지 했는데 뭘 숨겨! 은수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고, 나란히 앉았다 하면 어깨에 팔 두르기는 기본이 되었죠.  

"다음 보름까지 스무날 남았어요. 근데 그거 다 포기하고 여기서 헤어지라고?", 고모는 우각시들이 그 분을 하늘문까지 모셔다 드리면 안되느냐고 걱정을 내비친다. 원의 단사관이 들어와 혼란한 시국에 떠나는 날 만류해보고 싶었으리라.

"나 지난 7년 궁에서 살았는데, 그 7년 별로 생각나는게 없어요. 뭐 바꿔줄 것도 없고...", 스무날, 하루하루가 아깝다. 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해도 그 분과의 스무날을 바꿀 수 없었다. 스무날이 아니라 단 하루였다고 해도, 나는 그 분 곁을 택했을 것이다. 그 분은 내가 사는 이유니까. 그 분 하루라도 못보면 이젠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원의 단사관이 원하는 것이 그 분의 공개처형이라니, 주상은 허락을 했고, 그래서 뒤도 돌아보지 말고 의선을 모시고 떠나라고 했다한다. 우달치 자격을 스스로 박탈하고 떠나지만, 떠날 수 없는 전하가 돼버렸다. 곁에 있든 아니든...

주상에게 말했었다. "전하의 백성이 살려달라고 청하는 겁니다", 주상은 그렇게 달라지고 있었다. 나와 의선을 살리려는 주상으로, 백성을 살리려는 주상으로... 곤경에 처하시리라. 그러나 알려고 하지 않았다. 떠나지 못하게 될까봐. 그 분과의 스무날을 버릴 수 없어서... 마음 한 켠이 무겁다. 뒤를 돌아보게 될까봐 서둘러 나와버렸다.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방법이 없다. 하늘문으로 가는 방법밖에는... 하늘세상에서는 해독이 될 거라는 말, 그 말 하나때문에 움직였다. 하늘세상에도 해독제가 없다면, 난 그 분을 보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곁에 남겠다고 한 그 분, '임자, 난 약속할 수 없습니다. 잊어달라는 말'.

팔을 보니 큰 이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열도 없고, 조금 안심이 된다. "뭐합니까? 여기(툭툭)", 익숙하다. 그 분의 머리가 내 어깨에 기대지는 것이,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그 분이 가르쳐 준 것 딱하나 따라해봤구나. 어깨에 기대라고 툭툭 치는 것, 그날 강화에서 내게 준 그 분의 어깨, 어머니 품속같이 편하고 따뜻했던... 

"이곳에 와서 좋았던 것도 있었습니까?", 글쎄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그 분, 서운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진다. "없습니까... 하나도?".

"뭐요, 뭡니까, 뭐합니까", 뭘 듣고 싶었던 걸까? 생각해보니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데... 국밥 한 그릇도 제대로 못 먹였구나. '그런데도 내가 좋았다는 임자때문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까?'. 살며시 안아본다. 내 품에 파고드는 그 분.  

 

***개인적으로 이 그림같은 장면을 참 좋아하는데요, 가슴에는 은수를 안고 시선은 궁을 보고 있는 최영의 감정선이 참 좋습니다. 마치 은수와 고려를 함께 품은 것 같아서 말이죠. 

 

처음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것

 

사냥꾼들,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놈들이 따라붙었다. 그 분과 나에게 걸려있는 현상금때문이리라. 곤히 잠든 그 분을 두고 나온 내 시선이 한곳에 가서 멈춘다. 궁, 전하. 마음이 무겁다. 내 마음을 읽고 있는 그 분, "무사가 검을 쓰는데 망설임이 있으면 무사가 죽습니다. 망설임이 생긴 무사가 전하를 지킬 수 없으니까...그래서 이런 우달치 대장 봐줄 수가 없어서 내쫓았습니다".  

그 때는 몰랐다, 내가 검을 두려워 하고 있음을, 피냄새가 싫다는 그 분때문이었을까? 내손으로 보내드린 경창군 마마때문이었을까? 검의 무게 따윈 생각해 보지 않았다. 베지 않으면 베이는 것이 무사의 검일 뿐. 점점 검을 빼기가 싫어진다. 피를 묻히는 것이 싫어진다. 그 밤 내 검에서 붉은 선혈이 튀었다. 그 분이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분도 나도 그렇게 시선을 피한채 오래도록 고개를 들지 못했다 

쫑알쫑알 말이 많은 그 분, 언제나 철이 없는 그 분,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뭔가를 가르쳐주겠다고 앞길을 막아서는 그 분, 그냥 들쳐업고 가고 싶다. 배우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자꾸 불러세우는 그 분, 따라하지 않을 거면서도 부르면 서는 나, 남겨질 나를 위해 애써 웃으며 떠들고 있었으리라.  

'임자, 보내기 죽기보다 싫은데 왜 자꾸 미치게 만듭니까. 임자 그럴수록 자꾸 붙잡고 싶단 말입니다', 돌아가는 것이 좋았을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헤어지는 것에 즐거워 하는 것 같아 한 대 패주고 싶었다. 내 마음 찢어지는데, 그 분은 웃는다. 나 좋으라고, 나 때문에...

군사를 모집하고 있다. 필시 국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 우달치대장을 버렸음을 잠시 잊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사람들 틈에 끼어있는 사냥꾼들, 그 분이 위험하다. 한약방을 향해 뛰는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그분을 떼어놓은 나를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다행이다. 아무 일 없다는 듯 기다리는 그 분을 보고 그제서야 숨을 쉴 수가 있었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지옥을 경험했다.  

손내밀면 이젠 아무 말없이 내 손을 잡고 일어서는 그 분, "왜요? 어디 가게요? 누가 쫓아와요?" 그 많던 질문이 없어지고 있다. 그랬다. 언젠가부터 그 분 질문이 없어졌다. "그냥 내가 하라는대로 쫌 해요. 그래야 지켜줄 수 있다고!", 경창군 마마를 보내고 기철 앞에 무릎꿇었던 그 날 이후부터... 그 분은 그렇게 내가 지켜주리라는 약속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 약속을 자꾸 버리라 한다. 지키다 죽을까봐... 그래서 자꾸 검을 빼기가 싫어진다.

'임자, 자꾸 겁이 납니다. 임자가 보이지 않으면 겁이 납니다. 임자가 찡그리면 겁이 납니다. 아픈가 싶어서... 처음이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한 것이... 그 이틀...나는 임자만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내 여인만을...'.

 

***19회를 보면서 처음 느꼈던 분위기

최영과 은수의 이별여행, 달달하고 예쁜 장면이 많아 그림같은 회차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최영의 눈빛은 전체적으로 쓸쓸함이 묻어있었고, 은수는 애써 웃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고 있으면 서로 너무 좋은데 그래서 웃어주는데, 속으로는 울고 있는 느낌... 그래서 다시보니 19회가 슬펐네요. 진한 슬픔을 향해 가는 전주곡처럼... 둘 다 크게 성숙해버린 그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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