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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13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해숙, 개다리 춤추는 국민엄마 (5)
2013.06.13 14:07




직접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문동희의 증언으로 패소가 짙어가는 고성빈 재판, 연예인 데뷔를 앞두고 흡연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고성빈이 밀었다고 위증을 했지요.

고성빈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 위해 연주고등학교로 잠입수사를 나간 장혜성(이보영)과 차관우(윤상현), 교복을 입어도 나이를 느끼지 못하는 이보영의 동안매력, 귀여움에 빵터졌네요.

장혜성과 차관우는 현장에서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고 돌아올 수 있었지요. 문동희가 버렸던 담배꽁초와 라이터... 또한 컴퓨터실에서 문동희가 사용했던 컴퓨터의 검색내용(담배에 관한 관련검색어들)은 문동희가 왜 위증을 했는지를 짐작하게 했지요.  

고성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다시 증언을 해달라고 하지만, 문동희는 하지않겠다고 합니다. 문동희의 말이 와닿더군요. 왕따를 당한 학생의 마음을 가슴아프게 대변하는 듯해서 말이죠.

"날 왜 그렇게 괴롭혔냐? 무슨 짓을 했다고... 난 계속 감옥에 있었어요. 쟤(고성빈)가 만든 감옥에서 무슨 죄인지도 모르고 언제까지 갇혀 있어야 되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다고요. 쟤도 그렇게 살아보라고 하세요. 친구하나 없는 감옥에서 내편 하나도 없는데서 살아보라고 하세요, 나처럼...!". 

문동희를 밀치지 않았다는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그 때문에 살인미수범이 되어 감옥에 갇힐까 두려웠던 고성빈, 자살을 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었습니다. 그리고 고성빈은 문동희의 감옥을 진정으로 이해하지요. 그 감옥을 자신이 만들었다는 것도 말이죠.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고성빈, 고성빈과 문동희를 보면서 안타깝더군요. 상식의 틀, 드라마적인 감동대사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장면이지만, 왕따를 하는 아이들이 이 드라마를 얼마나 보고 있을까 싶어서 말이죠. 창살없는 감옥에서 살고 있었다는 문동희의 말이 그래서 더 가슴 아팠는지도 모르겠어요. 왕따를 시키고 있는 아이들은 이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듯 해서 말이죠.  

문동희는 결국 2차 공판에서 증언을 번복했고, 장혜성은 국선변호사가 된 첫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었습니다. 도움을 청하자 모른척 했던 신상덕(윤주상) 변호사가 형법 159조 힌트를 문자로 알려준 것은 법정에서의 작은 감동이기도 했지요. '혼자'였던 장혜성이 '함께'라는 동료의 팀웍에 대해 배워가는 듯 하니 말이죠.

까칠하고 안하무인인 장혜성의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보면 저절로 흐뭇해집니다. 전 무슨 대단하고 거창한 충격적 사건을 통해 벼락맞은 사람처럼 하루아침에 개과천선하는 것보다는, 장혜성처럼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이보영의 연기변신이 그래서 더 반갑고, 극에 녹아드는 개그감도 있고 자뻑감도 살짝 있는 속물변호사가 친근하게 느껴져서 좋군요. 

"I'll be there" 의문의 문자메시지, 그리고 법정에서 들렸던 10년전 범인의 목소리, 장혜성의 증언으로 살인죄를 10년을 복역한 민준국(정웅인)이 출소를 하면서 장혜성의 신변에 공포의 긴장감이 조성되기 시작했지요. 혜성은 휴대폰 메시지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집안에서 들리는 벨소리... 민준국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10년전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법정에 나와 증언을 했던 소녀 장혜성을 향해서 말이죠.

10년을 모범수로 성서를 쓰며 착실하게 자신의 모습을 위장하고 살았던 민준국, 그의 소름끼치는 미소는 광기에 가까웠습니다. 혜성을 지켜주겠다고 여덟살의 나이에 약속을 했던 박수하(이종석)는 그의 출감소식에 장혜성에게 다가가는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혜성을 향해 달려가지만, 혜성과 시비가 있었던 주먹 좀 쓰는 노는 애들때문에 시간이 지체되고, 그 시각 혜성은 의문의 벨소리를 향해 후라이팬을 들고 다가서는데....  

 

너의 목소리가 들려 3회, 고성빈의 재판에 승소하면서 국선변호사로서 첫 재판을 그것도 서도연 검사를 상대로 이기는 장면보다 인상깊게 남았던 것은, 김해숙의 개다리춤이었습니다. 장혜성과 통화를 하면서 말은 투박하게 하면서도 좋아 어쩔 줄을 몰라하며 휴대폰에 뽀뽀를 하고 신명나게 개다리춤까지 추는 어머니, 김해숙의 연기에서 느껴지는 특별함은 그런 것입니다. 상류층 배운 어머니가 되었든, 남의 집 가정부를 하다 치킨집을 하는 억센 어머니가 되었든 그 어떤 캐릭터로 변신해도, 가슴 뭉클하고 따뜻하게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한다는... 

변호사 사무실에 치킨을 싸가지고 와서 딸 장혜성의 동료들에게 많이 도와달라고 품위(?)를 유지하던 어춘심, 재판을 그만두겠다고 옥신각신하는 장혜성과 박수하의 대화를 듣고는 버럭 나오는 흡사 육두문자와도 같은 거친 말, "너 맞아 쥐지고 싶냐? 지랄 똥을 싸고 있다".

사람의 인생을 놓고 게임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이게 무슨 변호사냐며 미꾸라지가 용이 아니라 지렁이가 되었다고 화를 내고 가버리는 엄마, 혜성에게 엄마는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손을 잡아주고, 잘못된 길을 가면 정신이 번쩍 들도록 후려 패주는, 혜성에게는 법전과도 같은 사람입니다.  

혜성 몰래 사무실에 치킨을 가져와서, '겉은 사포처럼 까칠하지만 속은 니스 바른 것처럼 매끄라운 가시나'다며 너스레를 떠는 어머니, 그 투박한 비유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장혜성의 심성이 그렇다고 여겨져서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고슴도치를 품는 어머니의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10년전 서판사(정동환) 집에서 쫓겨나오면서 퇴직금이라 주는 돈을 이를 악물고 받고서는 서판사의 자서전을 몽땅사서 불을 질러버렸던 어춘심,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손바닥에 빼곡히 적어서 외우고, 뒤돌아서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할 말 다했는지 손바닥에 적은 말들을 확인하고, 마지막 문장을 빼먹었다고 아쉬워하는 어머니의 반전, 김해숙의 연기에는 시청자를 울고 웃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엉성하게 헝클어진 머리에 미저리를 연상케 하는 강한 인상, 그런데도 김해숙의 어춘심이라는 캐릭터에서는 푸근함이 먼저 느껴집니다. 사포처럼 거친 말이 오히려 정감있게 들리고, 다시는 안볼 듯 심한 말을 내뱉는데도 정떨어지는 어머니를 느끼지 않게 하죠. 그 품에 더 파고 들고 싶게 하죠. 박수하에게는 혜성이 짱다르크지만 혜성에게는 어머니 어춘심이 짱다르크입니다. 

바른 말을 해주는 혜성에게는 법전과도 같은 어춘심, 김해숙의 개다리춤은 마치 몸에 잘 맞는 일바지를 입은 듯한 느낌이었달까? 김해숙의 리얼한 표정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흥이 덩달아 오르게 하는 리얼한 표정, 딸의 승소에 온몸에 흥이 올라 기쁨에 도취되었다는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더군요.

김해숙의 개다리춤은 시청자를 덩달아 신명나게 합니다. 그리고 장혜성의 잔다르크는 시청에게도 잔다르크 어머니로 다가오게 하지요. 언제나 내 편인...언제나 내 말을 들어주고 믿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좋고 강한 엄마로 말이죠. 김해숙 엄마연기의 특별함은 여기에 있습니다. 나이불문 외모불문, 그녀에게서 어머니를 느끼게 하는...

이보영의 연기변신도 반갑고, 드라마의 어두운 분위기에도 이보영의 허당끼와 푼수끼, 자뻑감까지 드라마를 무겁지 않게 쥐었다 놨다, 잠시 안드로메다로 갔다 돌아왔다를 반복하는 재미가 있는데, 은근슬쩍 개그연기까지 잘하는 명불허전 김해숙의 맛깔난 어머니 연기까지 더해지니, 드라마가 된장찌개처럼 구수하기 까지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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