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복수혈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1.31 '힐링캠프' 최민식, 카리스마 배우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 (5)
  2. 2010.05.10 '남자의 자격' 화를 화로 다스리는 이경규의 감동 강연 (21)
2012. 1. 31. 11:24




동시대에 대학생활을 한 배우들을 만나면, 뭐랄까 동질감같은 것을 느낍니다. 배고팠던 대학시절의 아련한 기억들도 떠오르고, 선배들에게 빌붙어 커피 한 잔, 혹은 학생식당에서 점심 한 끼를 얻어 먹던 생각들도 떠오르고요. 동국대 연극과 선후배 사이인 최민식과 이경규, 30년이라는 세월은 흘렀지만 생생한 추억과 기억이 마치 어제의 일들처럼 풀어져 나오는데, 마치 저도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더군요.
허름한 선술집 분위기와도 어울리는 차림으로 나타난 최민식, 김제동의 말처럼 그림을 그리듯이 조그조근 말을 잘하는 언변의 화가더군요. 영화를 통해서 만나는 캐릭터 최민식과 배우 최민식, 그리고 인간 최민식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참 재미있는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언뜻언뜻 비치는 배우 최민식이라는 카리스마만이 그가 올드보이, 파이란의 최민식이라는 것을 떠오르게 했을 뿐입니다.
사슴의 영롱한 눈망울, 이경규의 말이 아니더라도 최민식은 새까맣고 깊은 눈은 배우라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눈망울을 가진 배우입니다. 선하고 맑은 눈동자, 그러나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눈빛은, 때로는 우수에 차보이기도 하고, 광기의 눈빛으로 변하기도 하는 카멜레온같습니다.
쉰이 갓 넘은 최민식이지만,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귀여운 짓에 그만 빵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따라 해보고 싶은 충동에 딸래미한테 '쉿'하고는 눈에 손가락을 댓더니, '어머니 지금 뭐하셈!'의 표정으로 멀뚱하게 쳐다볼 뿐 반응을 얻지는 못했답니다ㅎ;;.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이경규가 힐링캠프 섭외 1순위로 최민식을 탐냈었지만, 최민식은 영화홍보를 위해서는 나오고 싶지 않다고 영화홍보는 사절이라고 못박았다지요. 그런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는지, 최민식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힐링캠프 초대손님으로 나와서, 영화이야기는 '쉿'이라는 귀여운 입막음을 했는데, 그 표정이 실례를 무릅쓰고 표현하지만, 참 귀여웠습니다. 소녀시대의 팬이기도 한 최민식, '소원을 말해 봐' 노래를 들으면서는 말도 건다고 하네요. "내 소원은 말이다..."이러면서요.

최민식의 '모' 아니면 '도'의 성격만으로도 영화홍보를 위한 발걸음만은 아닌 듯 보였네요. 영화홍보를 하러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가 들려주는 구수한 입담은 최민식의 출연이 그저 반갑고, 고마운 발걸음이었다는 생각만 하게 하더군요. 한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고, 그의 화술에 푹 빠져들었으니 말이죠. 10살 때 죽음의 문턱을 넘었던 폐결핵을 앓았던 이야기를 고백하기도 했었는데요, 각혈로 뼈만 앙상한 엉덩이에 어머니가 주사를 놓았는데, 살이 없어서 주사바늘이 뼈에 박혔다는 이야기는 최민식의 건강한 지금의 모습과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의 투병기였습니다.
최민식은 제 기억으로는 서울의 달에서 순박한 시골청년의 역 이후에는 대부분 영화에서 선굵은 캐릭터를 보여, 부드러운 이미지 보다는 강한 아우라가 먼저 연상이 되는 배우입니다. 그런 최민식을 동대 앞 허름한 막걸리집에서 만난 것은 의외였습니다. 투박한 점퍼에 가벼운 평상복 차림으로 나타난 최민식은 영락없는 동네아저씨였습니다. 

앉자마자 쏟아지는 폭풍입담과 질펀하게 쏟아져 나오는 과거 비화들은 카리스마 최민식의 새로운 모습이었죠. 누군가의 인생이야기를 들을 때, 어느 것 한가지는 꼭 배울 점을 찾게 됩니다. 특히 최민식이 신입생 시절 선배들에게 오리걸음 꽥꽥 벌을 받고, 각목 한 다발이 다 부러질 때까지 맞았다는 일화는 놀라웠습니다. 지금도 선배들의 체벌문제가 이슈가 되기도 하지만, 연극과의 선후배간의 군기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는 해명이 있었기는 했지만, 체벌이라는 폭력때문에 놀랐던 것은 아니었고, 그 선배의 체벌사유였습니다.
최민식의 배우 인생에서 나침반이 된 선배의 가르침이었을 것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얼마나 잊혀지지 않았던 일이었으면, 날짜까지 기억을 하고 있더군요. 82년 8월8일 말복날이었다고 합니다. 전날 동기의 생일에 술을 과하게 먹었던 이유로 다음날 지각을 했다는데, 그날은 <즉흥극>이라는 연극을 하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10분을 지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선배들 화가 멀리끝까지 올라 있었더라지요. 동국대 캠퍼스 5바퀴를 오리걸음으로 돌라는 벌이 내렸고, 꽥꽥 소리까지 넣어가며 오리걸음 벌을 받았는데, 전날 생일이었던 동기가 미안한 마음에 "인간적으로 대우해 달라"며, 선배의 벌칙에 항의를 했다지요. 
이후 벌어진 일은 연극과 스튜디오 셔터를 내리고 각목이 동원되었다는 것, 그리고 각목다발이 다 부러질 때까지 맞았고 허벅지 살이 터졌을 정도였으니, 그 상황이 어떠했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더군요. 당시 체벌을 했던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지요. "10분 늦은 것이 별게 아닌 것 같지만, 한시간 전에 나와서 연습했던 학생들의 리듬이 다 깨져버린다. 깨진 리듬을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라고 말이지요.
분위기가 순간 숙연해지면서 이경규도 한마디 더했는데, 故이해랑 교수가 "우리나라 연극이 발전 못하는 이유가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못해서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경규 본인도 방송생활 30년동안 늦지 않았고, 자기때문에 누가 기다렸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고요.
공동작업에서 한 사람의 실수가 다른 배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가르침인 셈인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스피드 양자택일에서는 시크릿 가든의 주원역과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역 중에 택하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세종을 택하면서, 한석규의 연기를 극찬하기도 했지요. 한석규의 연기에 대해, 단 1초의 생각하는 시간도 없이 "석규 연기 좋았어요, 아주"라고 말하는데, 순간 가슴이 울컥하는 뭔가가 느껴지더군요.
인사치레나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너무나 강단있고 힘있게 후배의 연기를 인정하는 모습은, 마치 한석규 연기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있으면 나와보라는 듯한 단호함까지 엿보였기 때문이에요. 명장은 명검을 알아본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했고 말이지요.
한석규가 연말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으로 했던 말이 생각나는데, 한석규도 그런 말을 했었죠. "한 때는 나 혼자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한 해 두 해 지나다 보니 동료의 소중함을 알겠어요. 함께 한 동료연기자를 대신해서 받는 거라 생각해요".
한석규의 수상소감이나 최민식의 선배의 가르침은, 동료와의 호흡을 맞추는 것이 연기자가 가져야 할 기본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던 말이었습니다.
최민식이 스타니슬라프스키의 저서 '배우수업'의 첫 장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는데요, "배우는 모름지기 군인과 같은 철저한 규율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구절입니다. 단체작업이기에 질서와 약속이 중요하다는 완곡한 표현인 셈이지요.
가끔 인기스타들이 촬영장에 늦게 나타났다는 말이나, 팬사인회에 지각해서 빈축을 샀다는 기사를 접하기도 하는데요, 최민식이 각목으로 맞으며 배운 공동작업에서의 약속시간이 왜 중요한 지를 알았으면 싶더군요. 물론 일반인들인 우리에게도 '약속'이라는 의미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했고 말이죠.
최민식의 이야기는 다음주까지 계속되는데, 어떤 사연인지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예고편에 나오기도 하더군요.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최민식의 진솔하고도 유쾌한 모습을 만나는 것은 팬에게는 감사한 기쁨이었습니다. 이번 주 놓치신 분들 다음 주에 이어질 인간 최민식의 질펀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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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5
  1. 달려라꼴찌 2012.01.31 13:14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이경규가 최민식의 후배인줄 알았답니다 ^^;;;

  2. 2012.01.31 13:3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저녁노을* 2012.01.31 14: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카리스마 넘치는 분이죠
    잘 보고 가요

  4. 여왕의걸작 2012.01.31 19: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최민식 연기 정말 잘하죠.
    영화배우들이 닮고 싶은 선배, 존경하는 선배로 꼭 최민식을 꼽더라고요.
    근데 사생활적인 면에서 그렇게 호감을 가지지는 않았었어요.
    뜨자마자 조강지처와 이혼하고 현재 젊은 아내와 산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서요.
    물론 그만의 사정이 있을 테고,
    자세한 내막을 모르면서 어떤 말을 꺼내기는 조심스러워요.
    그래서 그냥 저냥 그런 배우였는데 귀여운 면이 있긴 한가 봅니다.^^

    저는 이순재선생님과 원로 김지영선생님이 연기를 참 잘하시는 것 같아요.
    영화배우로는 송강호와 최민식이 참 연기를 잘 하는 것 같고,
    젊은 여자 배우로는 최진실 씨의 연기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어요.^^
    예쁜 아이들을 두고 떠난 그녀가 문득 그립습니다.^^

  5. 모과 2012.01.31 20:23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어제 보고 더 좋아졌습니다

2010. 5. 10. 07:26




남자의 자격 서른여섯번째 미션, '청춘에게 고함' 일곱남자의 강연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지난 주 깊은 울림을 주었던 김국진의 롤러코스터 강연에 이어 이번 주도 멤버들의 강연은 감동적이었어요. 이번주 남자의 자격 '청춘에게 고함'의 하이라이트는 이경규의 버럭강의였습니다. 비덩 이정진의 뒤를 이어 나온 이경규는 첫마디부터 "왔다갔다 하지마"라며, 자리를 뜨는 학생들에게 버럭 화를 내는 것으로 웃음을 주며 강연장 분위기를 시종일관 웃게 만들었지요.
아이러니하게도 이경규의 강연주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화'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화를 내지 말라", "끝까지 꾹 참자" 한마디로 인(忍)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경규하면 버럭, 즉 화내는 사람인데 그런 그가 참을 인을 말하며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강연을 시종일과 버럭버럭 화를 내가며, 화를 참는 듯이 강연을 하니 웃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런데도 이경규가 전하는 메시지는 강하고 진정성이 있었어요.
언제부터인가 이경규는 많이 변했습니다. 방송중에 후배들이 머리 꼭대기에 놀고 있는 듯 이경규를 소재로 웃음을 줄 때도 예전의 방송계의 파쇼(나쁜 의미는 아니고요)같았던 권위는 많이 버린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이빨빠진 늙은 호랑이도 아니고 여전히 후배들에게 버럭하고 오금이 저리게 하지만, 조금은 둥글둥글해졌다는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그런 모습이 삶의 연륜같기도 하고, 편해보이기도 하지만, 예전의 경규옹의 강한 카리스마를 은근히 그리워하게도 합니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듯한 이경규의 매력은 보다 유연하고 세련되게, 그리고 삶의 연륜이 느껴지듯 조금은 둥글게 화내는 모습같아요.
이경규 본인은 화를 내지 말자고 방송을 하며 화를 참았다고 하지만, 사실 이경규는 화를 참은 적이 별로 없어요. 방송중에도 기분내키는 대로 버럭버럭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가끔은 '저 모습이 진심이 아닌가? 방송사고는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경규가 가진 캐릭터를 여과없이 드러내 보이지요.
그런데 시청자들은 그런 이경규의 모습이 놀랍거나 겁나지 않아요. 오히려 재미있어하고 오히려 이경규가 화를 내는 모습을 더 적나라하게 즐기려 하고 있지요. 세월이 유수라고 어느새 이경규에에 '경규옹'이라는 애칭까지 달게 되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경규가 경규옹이라는 애칭을 얻으면서 한가지 더 얻은 게 있어요. 과거 버럭 이경규, 화 잘내는 이경규의 모습이 그대로 있는 듯한데도 시청자들은 그런 경규옹을 귀엽게 보고 있다는 겁니다. 저보다 연배가 위인데도 제게도 요즘의 이경규는 참 귀여운 아저씨로 다가옵니다.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듯한 이경규가 화를 내지 않고 즐기고 있는 듯한 이유, 그것은 이경규 스스로가 다스리고 있는 화 다스리는 방법이었어요. 지난 지리산 등반때도 이경규는 계속 힘들어서 투덜대고 올라갔지만, 이경규가 끝까지 해낼 것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을 알고 있었어요. 이경규는 입은 화내고 투덜댔지만 표정은 전혀 아니었거든요. 그것이 이경규가 이번 남자의 자격에서 강연한 내용처럼 끝까지 참자는 스스로의 다짐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경규는 천상 개그맨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억지로 시청자들을 감동시키려 하지 않습니다. 이경규는 시청자가 아닌 자기 스스로를 감동시키고자 합니다. 자기 스스로를 감동시키지 않고는 다른 사람 역시 감동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자기와의 싸움을 이경규는 있는 그대로 여과없이 욕을 해가며, 숨을 헉헉 거리며 투덜대가며, 심지어는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말을 해가면서도 스스로와 싸워갑니다. 지리산 등반, 탈진상태에까지 이르게 한 하프 마라톤이 그 예일 거예요.
이경규는 방송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경규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속된 말로 날로 먹으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망가질 때는 망가지고 체력이 필요할 때는 입에서 단내가 나더라도 몸을 던집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경규의 버럭질이 작렬하고,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빵빵 터지지요. 이경규가 젊은 개그맨이었더라면 힘들다고 푸념하면 아마 욕으로 난도질을 당했을텐데, 이경규가 힘들다고 방송에서 푸념을 하면 할 수록 응원을 실어줍니다. 국민약골 이윤석이나 국민할매 김태원도 이런 부분에서는 같은 응원을 받고 있고요.
방송에 대한 욕심,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한 계산적인 욕심을 염두했다면 아마 감동을 일부러라도 보여주기 위해 가슴에 남는 멘트들을 수없이 던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경규는 그런 멘트 대신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식으로 솔직한 감정을 실어 던져버리지요. 물론 이 속에 개그코드도 있지만 이경규의 본심도 있어 보여요. 그래서 이경규의 푸념이 저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준비한 대로 설정한 대로만은 나오지 않거든요. 이경규는 그런 점에서 너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자기 감정을 던지지요. 그리고는 또 해냅니다. 힘들어 죽겠다고 하면서도 말이지요.
그리고 이경규는 그 이유를 이번 강연 청춘들에게 고함에서 들려줍니다. "함부로 인생의 짐을 버리지 마라" 30분의 강연은 30년의 방송인생, 아니 청춘에서 시작해서 불혹의 나이를 거쳐 지천명의 나이에 이른 가르침이었어요. 지리산 등반에서 그가 느낀 것을 웃음 속에서 버무려 던져주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에 "팍"하고 뭔가가 꽂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마라톤, 4시간 50분 뛰었습니다. 사람들은 감동적이었다 호평일색이었어요. 내가 좋아서 뛴 것 같습니까? 물에 떠내려 간거예요. 제가 참은 거예요. 마라톤 끝나고 지리산을 20Kg 배낭을 매고 18시간을 기어 올라갔어요. 올라 갈 수록 화가 났어요" 그리고는 청중들께 묻습니다. 자신이 왜 화났을 것 같냐고요. 이어 빵 터지는 이경규 스스로의 대답 "다시 내려와야 하잖아요"
그래도 참고 올라갑니다.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그 때 함께 한 김성민이 정말 쉴새없이 지치지도 않고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이경규는 큰 웃음을 줍니다. "김성민이 하도 떠들어서 산 낭떠러지에서 밀어 버리고 싶었어요" 김성민도 인간인지 3분의 2 정도 가니까 말을 멈추더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ㅎㅎㅎ
이경규가 지리산 등반에서 얻은 교훈은 시청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말이었어요. "함부로 인생의 짐을 버리지 마라" 버리고 싶었던 20Kg의 배낭 속에는 꿀맛같은 먹을 것이 있었고, 행복을 주었노라고요. 이경규는 여전히 짐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우스개처럼 딸 공부도 시켜야 하고 아내도 먹여살려야 하고 부모님도 공양해야 하고 영화사 식구들도 먹여살려야 한다고 했는데, 이 말속에 이경규의 인생철학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식이면서 아버지이고 가장이고, 그의 영화사 식구들에게는 사장님이겠지요. 그가 젊은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에 대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힘들다고 버겁다고 지금 주저 앉아 버리면 산정상에서 맛볼 수 있는 꿀맛같은 행복은 작아진다는 것이지요.

유명한 명언 중에 이런 글귀가 떠올랐어요.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콤하다"
이경규라는 이름은 그 이름만으로도 방송가에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지요. 영화에 대한 열정이 한 때 이경규를 힘들게 한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쫄딱 망한 복수혈전은 방송가에서나 영화계에서 두고두고 이경규에 대한 실패담으로 회자되기는 하지만, 이경규는 그 씁쓸한 기억도 후배들이 드러내서 개그소재로 삼는 것을 크게 불쾌해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저는 실패마저도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이경규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경규씨 속은 소태씹는 심정이었겠지요. 아무리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고 산 겅험이라고 하지만, 휘청일정도의 실패는 쓰디 쓴 기억임에는 부인할 수 없을 테니까요 . 그 이후로도 영화에 손을 댔지만 좋은 성과는 없었지요. 그런데도 이경규는 예전에 한 토크쇼에서 절대로 영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주변에서 극구 말리는 데도 영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무모하다는 말도 하지만, 저는 그 성패를 떠나 아직도 그에게는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는 청춘의 열정이 살아 있는 듯해서 보기 좋을 때도 많습니다. 물론 성공으로 그 열정을 보답받았으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연말에 정말 영화가 개봉되는지 모르겠지만, 이경규의 강연을 들으며 그 열정이 보답받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해보네요.
이경규가 들려 준 버럭 웃음 속의 강연은 인생을 많이 살아 온, 그리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적으로 경험해 온 인생선배로서의 충고였기에 더 진실되게 와 닿습니다. 살아 오면서 지리산 등반때 뿐만이 아니라 항상 자신의 주어진 인생에 책임을 다하려 했고, 포기하지 않았고, 그의 어깨에 짊어진 짐을 내려놓지 않았기에 그는 정상에서의 행복을 느꼈을 것입니다. 
오십줄의 인생, 길었다고 하면 길었고, 또 짧았다고 하면 짧을 수도 있겠지만, 이경규는 지난 세월을 반추하듯 젊은이들을 토닥여 주었습니다. 힘들고 화가 나고 참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5년 전, 10년 전을 돌이켜 보면 다 추억이 되어있듯이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라는 말로 지금의 어렵고 힘든 일이 고통스럽겠지만 언젠가는 추억처럼 가벼워질 거라는 인생선배로서의 다독임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경규는 이외수님의 "그대여 결코 서두르지 마라. 대어(大魚)를 낚으려는 조사(釣師)일수록 기다림에 친숙하고,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일 수록 서둘러 신발끈을 매지 않는다" 를 글귀를 인용했는데 그 말에 하나 더 첨가하고 싶어지더군요. 다들 알고 계실듯하지만 아주 오랜 만에 푸시킨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남자의 자격 일곱남자들은 다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모두들 훌륭한 강연으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윤석의 '20대를 괴롭혀라', 김국진의 '롤러코스터', 김태원의 '설레임이 없는 것은 죽은 것이다, 무엇이든 감동하라', 김성민의 '누구를 위하여 살 것인가', 이정진의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찾아라', 이경규의 '참을 인(忍)', 그리고 마지막 윤형빈의 '나를 팝니다' 까지 청춘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생에게 고하는 명강연이었습니다.
인생이라는  입구에서 보면 길어 보이지만 출구에서 보면 짧은 터널같다는 말이 있지요. 일곱남자들의 강연을 종합해 보니 그 기나긴 터널을, 롤러코스터를 즐기듯 자신있고 당당하게 청춘을 누려 보라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힘들어 죽겠는데 청춘을 어떻게 즐기느냐고 반문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 청춘의 시기를 한참이나 지나버린 후에 생각해보니 저 억시 후회되는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힘들어서 자꾸 피하고 돌아가려 했던 일들 같습니다. 힘들어서, 아니 귀찮아서 하지 않았던 일들이 더 많은 것 같거든요. 공부도 죽을 힘으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고, 노는 것도 죽어라 놀아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조금은 편하게 대충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지금 단 1년이라도 청춘으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1년을 10년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살아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경규가 들려준 말 중에 "함부로 인생의 짐을 버리지 마라"는 말이 많이 와닿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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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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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유쾌한 인문학 2010.05.10 07: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전 어제 이경규 완전 감동먹었어요.

    역시 이경규와 김국진.. 연륜은 무시못하는구나..

    그런 결론이!!!


    근데 영화는 또 망할것 같은예감..ㅋㅋㅋㅋ

  3. 티비의 세상구경 2010.05.10 07: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 이경규네요!!! 김국진 방송도 못본관계로
    김국진부터 이경규까지 꼭 챙겨서 보고 싶네요

  4. 광제 2010.05.10 07:5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어제 이경규 강연..잠깐 봤는데...
    재밌던데요...ㅎ 월요일 즐겁게 시작하세요..누리님~~!

  5. 옥이(김진옥) 2010.05.10 08:1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지난주에 이어....모두 감동인듯합니다...
    즐거운 월요일 보내세요~~

  6. 너돌양 2010.05.10 08:1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잠을 못자서 어제 보고 싶어도 못봤는데 꼭 봐야겠어요^^

  7. 도꾸리 2010.05.10 08: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경규처럼 장수하는 개그맨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아자아자
    화이팅~!~

  8. 2010.05.10 09:3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9. Phoebe Chung 2010.05.10 09:4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 저는 이경규씨 인상파라 싫어했었는데
    남자의 자격 리뷰 보면서 조금씩 좋은 사람 같이 보여요.^^*

  10. 카타리나^^ 2010.05.10 10:2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번주도 못보고
    요번주도 못보고... ㅜㅜ

    어떻게 재방이라도 봐야할듯해요

  11. 달려라꼴찌 2010.05.10 12:02 address edit & del reply

    저에게도 크게 와닿네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이 단순한 진리를...꼭 실천해야겠습니다.

  12. 까꿍 2010.05.10 13:23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잘 쓰셨네요 잘 읽었어요^^

  13. 붉은돌담길 2010.05.10 14:05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번에 20~29세 청년들이 참가하는 ygk 국토대장정에 참가했습니다~!

    함께 참여해서 같이 좋은 추억 만들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스펙도 쌓고, 봉사활동도 하고,사람들과 좋은 추억도 만들고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자구요!

  14. 금성에서 온 여자 2010.05.10 14:1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는 저녁 약속이 있어 못 봤어요.
    다시보기 해야겠어요.
    초록누리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

  15. 금성에서 온 여자 2010.05.10 14: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는 저녁 약속이 있어 못 봤는데 찾아서 보려구요.
    초록누리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
    몸은 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16. 건강천사 2010.05.10 15:24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 이경규씨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잼나면서도 감동적인 강연..
    늘 꿈꾸시는 영화대박!! 꼭 이루시길 바래요..^^;

  17. 2010.05.10 15:5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8. killerich 2010.05.10 17:4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재방봤는데..감동적이더군요^^

  19. rinda 2010.05.11 02:4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번 강연 멋지고 감동적이었어요~
    그들의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였기에 더욱 그랬겠죠.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주는 시간이어서 참 좋았습니다 ^^

  20. 비바리 2010.05.11 15: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사업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린다고 알고 있어요..
    이경규...대단합니다..

  21. 김정민 2010.05.11 15:42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잘읽었습니다. ^^ 재방하면 꼭 봐야겠네요. 그런데 이경규씨 영화 실패만 한건 아니지 않나요? 복면달호 백만 넘고 손익분기점도 넘긴걸로 아는데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