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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쥐새끼들이 득실한데 어찌 풍년을 바라겠는가? 풍년을 바란다면 쥐약을 풀어서라도 쥐새끼들을 다 박멸해야 한다"와 같은 대사를 두고, 그 은유적인 표현을 문제삼으려 했다면, 유신정권이나 5공시절이라면 방송사 사장부터 줄줄이 모기관으로 끌려갔을 수도 있을 위험수위였지요. 그런데 이 대사가 뭐가 잘못되었나요? 들판에 쥐새끼들이 득실하지 토끼떼나 양떼들이 득실하겠습니까? 서혜림이 정치에 입문하게 되는 해프닝을 만들어 준 모기떼 사건도 4대강 사업의 득과 실을 따져보게 하는 의미심장한 장면이었기에, 은유적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었고요. 개발과 친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지극히 당연한 말 아니겠어요? 대대손손 후손들에게 물려 줄 국토와 강인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그 은유적인 의미속에 통렬함을 느끼게 됩니다. 정치드라마의 풍자와 해학의 절대적인 묘미가 이런 것에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대물에 드라마가 작가가 교체되었다는 기사가 터졌습니다. 처음에는 올게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드라마 하나 자유롭게 만들지 못하는 나라인가 싶어서 화도 나고, 드라마의 방향이 기획의도와 다르게 전개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황은경 작가와 오종록 피디의 의견이 맞지 않았다는 해명기사도 읽었고, 황은경 작가의 인터뷰도 읽어보니 외압이 아니라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황은경 작가의 교체에 정치적 외압은 없었고, 드라마 방송 전인 7월에 이미 하차가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정치드라마로 방향을 잡아가려는 오감독과 그 보다는 가벼운 아줌마 서혜림의 좌충우돌 대통령만들기로 컨셉을 잡은 황작가의 견해가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황은경 작가가 국정원에 불려가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는 말처럼, 개인적인(?) 걱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이부분에 대해서 황은경 작가가 소심하다느니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과거 대통령을 희화화했다는 이유만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당하고, 수년간 방송출연이 정지당한 개그맨과 연기자가 있었음을 상기해 보면, 황작의 불안감도 십분이해 되는 대목입니다. 더이상 드라마 집필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었을테니, 황작가에게 일부 비난하는 의견들도 있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황은경 작가는 전작 '뉴하트'처럼, "저런 의사가 있는 병원이라면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정치인의 음모계략 중심이 아닌 일반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며, 본인이 쓴 내용이 다르게 변질돼서 나가니까 겁이 나서, 대검중수부나 국정원에 불려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였다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작가의 개인적인 심경이니,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비난만 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겁을 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지요.
"그는 자신의 그 꼴같지 않게 교통순경의 제복을 닮은 수위 제복을 여간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여튼 세상에 남자 놈 치고 시원치 않은 게 몇 종류가 있지. 그 첫째가 제복 좋아하는 자들이라니까. 그런 자들 중에는 군대갔다 온 얘기 빼놓으면 할 얘기가 없는 자들이 또 있게 마련이지"
물론 현 시국이 이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저 황작가가 느꼈던 불안감이 어떤 것이었으리라는 것은 짐작되고, 충분히 이해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종록 감독이 드라마 대물을 끌고 가고 싶은 작품 방향에는 뭐랄까 용기있어 보이고, 응원도 하고 싶고, 한편으로는 황작가의 마음처럼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정치를 다루는 작품은 현실비판과 함께 희망적인 메시지를 말해야 하기에 이중 삼중으로 고민이 클 수 밖에 없겠지요. 부디 오감독님, 초심잃지 말고 시원하게 드라마 만들어 주시길...
서혜림이 중요한 이유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신선한 소재는 충분히 훙미롭고 기대되는 스토리입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서혜림, 드라마 대물은 사실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합니다. 첫 여성대통령 서혜림에 초점을 맞추느냐, 정치가 서혜림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이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작가가 교체되었다는 말에 우려되었던 것은 외압에 의해 작품 자체가 곡해되고, 이에 편승해서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정치권의 관심도 싫었고, 뒷통수 따가운 사람들의 불편한 심기가 작품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었어요. 그로인해 대물의 애초의 기회의도에서 방향을 잃고, 자신감을 잃을까 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오종록 감독이 더 뚝심있게 밀고 나갈 것 같은 믿음이 생기네요.
그런데 서혜림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혹여라도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대물은 실패작으로 남을 것입니다. 시청자는 첫 여성대통령에 환호하고, 여자대통령 서혜림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혜림 같은 대통령을 원하는 것입니다. 서혜림이라는 인물이 남자였다고 할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당리당략과 집권만이 목표가 아닌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통령, 국민을 지켜주는 대통령,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는 대통령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첫 여성대통령이 아니라 말입니다. 앞으로 서혜림을 어떻게 그려가느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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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띵 2010.10.16 09:17
권상우 때문에 안보려 했다가 그냥 한번 1편을 봐버린 후, 빠져버려서
계속 보고 있는데, 이거 정말 재밌더군요. ㅋㅋ
권상우의 비호감도 고현정과 차인표의 연기에 묻혀버리는 것 같구요.
권상우로서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ㅋㅋ
요즘같은 때에 타이밍 좋게 정치적인 드라마가 나와서노선만
이상하게 바뀌어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김탁구 정도의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
펨께 2010.10.16 09:18
초록누리님 글을 읽어 보니 작가교체 반갑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모두가 바라는게 서혜림 같은 대통령이 아닐까요.
대물이라는 드라마 한 번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네요.ㅎ -
모과 2010.10.16 09:42
참 재미가 있어요.
배우의 선정이 왜 중요한 지 알겟어요.
권상우도 겸손해진 눈빛으로 자연스레 연기를 잘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대박드라마 확신합니다.^^ -
WelcomeEyeContact 2010.10.16 13:54 신고
서혜림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것에 공감합니다 ㅎ 원작이 있는 드라마이기에 작가교체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별반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pd와 작가가 서로 이해해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한심하네요 ㅠ-ㅠ 이휴 ㅠㅠㅠ 그리고 한수산 필화사건 모르고 있었는데.. 예까지 들어주시니,, 더 와닿는 글인것 같습니다 ㅎ 즐거운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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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 2010.10.16 18:26
경제가 어렵고 어수선하다보니, 드라마에서 라도 대리만족 하려는 사람들이 정치 구심점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같습니다. 드라마일 지라도 많은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결말과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랍니다.
제가 세경이 미웠던 이유는 두가지에요. 하나는 세경의 나약함이고, 다른 하나는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만큼 자기 감정에만 빠져있었기 때문이에요. 시트콤 속 세경이를 응원하는 이유는 착하기때문이라는 것은 부언할 필요는 없겠고, 동생을 데리고 꿋꿋하게 세상을 헤쳐가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배려심많고, 순수하고, 자존심도 있고, 비굴하지 않고, 남에게 손 빌리지 않으려는 당당함이 좋았어요.
그런데 세경은 지훈의 말을 듣고 넋이 나간듯 멍해져서, 지훈이가 사준 빨간 목도리를 어딘가에 흘려버렸지요. 병원까지 와서 찾아봤지만, 목도리는 찾지 못했고요. 영화관에서 기다리던 준혁은 병원으로 세경을 찾아오고, 목도리를 잃어버렸다며 우는 세경을 보았지요. 목도리가 지훈이 사준 것임을 알게 된 준혁은 세경이 지훈을 좋아하는 마음을 알아 버렸지요.
준혁의 마음이 깨질 듯 아프듯이 세경이 준 생일선물마저 깨져 있었어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세경이 생일선물로 피아노를 쳐주었지요. 세경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그런 세경을 바라보는 준혁의 마음에도 눈물이 흐르는 모습이었고요.
87화를 보고 글을 쓸까 생각했다가 다음회를 더 지켜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쓰지를 않았는데, 88화를 보면서 세경이가 또 미웠어요. 지금까지 그렇게 예뻐하고 아꼈던 세경이었는데 말이에요.
물론 이 글은 어디까지나 시트콤 속의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세경이는 드라마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세경이는 지훈이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지훈이와 정음의 사이를 세경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지훈이는 세경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도 분명히 했어요. 만약 지훈이가 정음을 사귀고 있으면서도 세경에게 가능성을 보여준다거나 세경을 흔든다면, 정말 지훈이는 나쁜 사람이에요. 쿨가이 지훈이 양다리를 걸칠 사람도 아니지만요.
세경이는 지훈에게 지훈이가 사준 목도리가 눈물이 범벅될 정도로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거에요. 마음도 없는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전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역시 지훈의 입장에서지만요.
물론 시트콤 속의 장면 자체는 피아노를 치는 세경의 마음, 그것을 바라보는 준혁의 마음까지 와닿았어요. 이는 우리가 제 3자 시청자의 관점에서 세경과 준혁의 감정을 모두 읽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되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드라마속 준혁이라면 입장이 다르지요. 목도리를 잃어버린 것, 지훈이 병원에서 했던 말, 준혁에게 미안한 마음 모든 것이 짬뽕되었겠지만, 그것은 세경 자신을 위한 연주였지, 준혁이를 위한 생일 축하연주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헤아려보지 않고, 자기감정에만 충실한 순수사랑이 과연 상대방을 위한 것일까요? 부담스러워 하는 지훈이의 마음도 헤아려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니까요. 또한 세경이 지훈을 바라보는 것이 힘든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준혁의 마음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짝사랑은 똑같이 아픈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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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2010.01.15 21:31
세경에게 향한 준혁이 마음 역시..
지훈에게 향한 세경이 마음처럼 일방적입니다.
세경이 자신을 잘해주는 준혁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돌아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준혁이가 자신에게 애정과 열정을 쏟던말던
지훈때문에 아픈 내 마음이 먼저 아닌가요? -
casablanca 2010.01.15 22:22 신고
사랑하는 것은 이중적인것 같습니다.
자기중tla적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에게 한없이 관대해지지요.
그 상대가 단 한 사람이라는게 문제지요. 그래서 꽁깍지 씌었다고 하지요. -
그놈의 목도리 2010.01.16 01:04
저도 원래는 세경이 팬이었는데.. 그래서 세경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지세든 준세든 좋다고
생각했었지만...갈수록 준세에 더 큰 애정이 가더군요.
지킥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이 세경이었는데
빨간 목도리 잊어버렸다고 병원을 헤매고 다니며 우는거 보고는 ㅠㅠ
것도 가정부,,불쌍한 아이 - 라는 말을 듣고 나서도..
게다가 지훈이 앞에서까지 눈물을 흘리고 있으면 어쩌겠다는건지..
나 당신을 이만큼 사랑해요.. 제발 알아주세요????? - 저도 첨으로 세경이가 야속하더군요.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생일축하선물 대신이라며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또 눈물 ㅠㅠ -아이고
뭐..... 여기까지는 좋다 하죠.
워낙 충격을 받아서 (그런데 몰랐을까요? 지훈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랬다 치자구요.
그담날은 또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미련스럽게 앉아 사골을 끓이고 있어요..ㅜㅜ
정말 속이 터지대요..
티비 속에 들어갈수만 있으면 들어가서 사골냄비 엎어버리고 싶더구만.... (과격해서 죄송)
세경이 볼때마다 짜안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제 여동생 같고 챙겨주고 싶고... 그녀가 잘됬으면 싶고..
그런데 목도리에피에 나오는 세경이 모습은 더이상 안봤으면 싶어요 -
오늘처럼 웃어라 2010.01.16 04:26
처지가 그런데 어찌 웃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처지가 안좋으면 늘 우울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주변에 편부모인 친구가 있었는데 같은 동아리면서 편부모란거 정말 느끼지 못했다. 긍정적으로 살아서. 암튼 제작진도 세경이 웃는 얼굴 좀 더 나오게합시다.
근데 지훈이 그저께 에피로 왜 욕먹는지 모르겠는데
지훈이가 소개시켜준다 그랬어도 세경팬들이 섭섭했겠죠?
사랑은 서로의 교감인거지 좀더 안됐다고 불쌍하다고 사랑의 감정이 생기는게 아닙니다.
여기 결혼하신 분들이나 연애하신분들 남친이나 여친이 자신의 처지가 딱해서 사랑을 하던가요?
내가 별로 이뿌지 않아도 나의 어떤 매력으로 인해 날 좋아하는거잖아요, 아닌가?
지나친 감정이입..지훈이 다른감정이 있네 어쩌네..사시인가봐요들.. -
사골은... 2010.01.16 05:53
세경이가 원해서 끓인 거였을까요?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현경이 그래도 끓이라고 했기 때문에 계속 끓이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세경이는 '가정부'니까 주인이 시키는대로 해야죠. 세경이에게 돈을 주는 사람은 지훈이가 아니고 현경아줌마인걸요.
자기 감정에만 충실한 세경이는 딱 그 또래 아이들이 사랑을 할 때의 보편적인 모습이 아닌지... 더군다나 세경이는 사실 준혁이의 마음을 알지는 못하고 있잖아요. 어쩐지 세경이를 위한 변명을 해주고 싶네요.
저는 여지를 주지 않고 딱 자르는 지훈이가 너무 좋고, 순수한 마음으로 세경을 좋아하는 준혁이도 너무 좋으네요. 세경이가 제 동생이라면 전 두말 않고 준혁이를 추천해주겠어요. 세경이는 지금 연애를 많이 해볼 나이이지, 결혼을 할 나이는 아니기에 상처받는 사랑보다는 사랑받는 사랑, 밝은 사랑을 하라고 권해주고 싶거든요.
하지만 이 문제가 당장 내 가족의 문제라면 선뜻 찬성하기도, 반대하기도 난감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85화 다이아몬드 반지 분실 에피소드에서 보여준 현경의 태도에서 보여지듯이 말이지요. 시트콤이라는 특성상 순재옹과 자옥선생의 로맨스는 웃음도 있고,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지붕뚫고 하이킥의 순재-자옥커플이 봉착한 현주소인 셈이지요. 노인의 재혼에 대해 심도깊은 문제점들을 다루자면 한도 끝도 없기에. 여기서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보여주는 단편적인 문제를 통해 순재옹으로 대변되는 황혼의 재혼에 말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순재옹이 반지를 테이블위에 올려 두고 화장실에 다녀 온 사이 감쪽같이 반지가 증발해 버렸어요. 때 마침 불청객인 도둑고양이가 순재네 거실에 있다가 도망쳐 버리지요. 보석은 고양이를 의심하고 추적에 나서고, 세경은 집안을 이잡듯이 샅샅이 뒤지는데, 반지의 행방은 오리무중입니다.
보석과 세경이 반지를 찾기 위해 추리수사에 들어갔지요. 보석은 도독고양이를 의심하고 마취총, 적외선 쌍안경까지 마련하고, 고양이를 생포하기 위해 마당에 잠복합니다. 실수로 마취총에 맞아 잠이 들고 말았던 보석이었지요. 다행히 동태는 안 되었나 봅니다. 다음날 아침 부스럭거리며 일어났으니까요. 황소 뒷걸음 치다 고양이 잡은 격으로 고양이를 생포한 보석은 지하에 고양이를 가두지요. 고양이 응가에 분명 반지가 있을 거라 생각한 거죠.
물증을 확보한 세경은 현경의 말에 심증을 굳힙니다. 현경이 말실수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먹인거죠. 세경은 그저 잃어버린 반지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을 뿐인데 말이에요. 물증에 심증까지 나오자 현경이 범인이라 확신한 세경이 순재옹에게 말하려는 순간, 보석의 목소리가 들렸지요. "반지 찾았어요!" 보석이 반지를 들고 오는데 마치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한 듯한 모습입니다. 반지는 보석의 날카로운(?) 추리대로 고양이 응가에 있었던 거죠. 사실은 세경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현경이 감춘 반지를 응가 속에 다시 넣어 두었던 것이었고요. 현경의 완전범죄는 성공(?)하고, 보석은 "네가 최고다!" 라는 순재옹의 칭찬까지 받고 일단 사건은 종결되었지요.
순재옹은 식사 중에 마치 내일 모레 장에 다녀오겠다는 듯이 봄에 자옥씨랑 합친다고 공개적으로 재혼의사를 밝혔는데요, 아무리 재혼이고 나이 지긋해서 올린다고 하지만 이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인륜지대사를 떠나 새어머니를 맞는다는 것은 가족관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자옥이 가방하나 싸서 들어오는 그런 의미없는 이사는 아니지요. 사람이 들어오는 것, 그것도 가족으로 들어온다는 것인데, 가족으로 받아들일 의사가 없는 현경에게는 현재로서는 달갑지 않은 이사일 뿐입니다. 문제는 순재옹이 현경이 자옥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 내지는 이해시키는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거예요.
제머리 깎는 순재옹, 무엇이 문제인가?
그럼 순재옹이 방법적으로 가족들에게 무엇을 잘못하고 있을까요? 순재옹의 문제는 자식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경에게는 솔직히 어머니가 필요없는 상황이에요. 단지 살아계셨으면 좋겠지만요. 그런데 새어머니가 들어온다면 집안분위기며, 가족관계며 여러가지로 복잡할 뿐이지요. 그래서 자옥선생과는 그저 여자친구로 지냈으면 하는 거고요.
순재옹은 이런 자신의 마음을 가족들에게 열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순재옹이 현경이나 보석, 그리고 지훈에게 적어도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이해는 시켜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순재옹은 왜 자옥과 재혼하고 싶고, 자옥의 어떤 점이 좋고, 두 사람의 노후에 대해 어떤 설계를 하고 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그저 새어머니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라, 그리고 껄끄러워 하는 현경과 자옥이 친해지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에요. 물론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고,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새어머니로 들어온다는 것과 친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예요.
이슬공주 자옥선생이 잘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순재옹의 집에 윤활류가 될 사람이 어머니라는 존재지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순재옹의 재혼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순재옹에게 필요한 아내와 이 집에 꼭 필요한 어머니를 재혼이라는 설정을 통해 한 지점에서 만나게 하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가족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 바로 순재와 자옥의 재혼이고, 궁극적으로는 가족의 화합을 담고자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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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라면 2010.01.12 12:25
새로운 상속인의 등장때문에라도 재혼을 반대할수밖엔없죠 ㅎㅎ 만약 하이킥이 막장드라마엿다면 순재옹이 세상을 뜨신후 보석-현경 vs 자옥이 유산을 두고 싸우겠지만 시트콤이니 나중엔 훈훈하게 마무리되지않을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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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 2010.01.12 13:09
설정에서도 문제가 있었어요..평생을 여자문제로 엄마를 고생시켜놓고, 장례식 치룬뒤 자식들 앞에서는 내 평생 더이상 여자는 없다고 호언장담한지 2년 얼핏 지나놓고(3년이 아직 안됐다고 했으니..)묵은 오해도 그대로 둔 채로 밀어부치게 되면 반발심만 더해갈 뿐이죠..여자라 그런가요..엄마와의 기억, 의리심 때문에라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경씨가 훨씬 더 공감이 가더군요..아내의 3년상도 치르기 전에 다른 여자와 진정한 사랑에 빠진다라....순재옹에게 '20년넘게 살 부비고 살았던 아이들엄마'는 과연 어떤 의미였던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