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해 키스신'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2.08 '추노' 언년이, 캐릭터 변화가 시급한 이유 (17)
  2. 2010.02.06 '추노' 언년과 태하, 벼랑끝에 몰린 최악의 무감동커플 (83)
2010.02.08 23:00




드라마 추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주연부터 조연배우들에 이르기까지 일거수일투족이 시청자들의 감시망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에요. 추노가 방송된 이후에는 많은 분들이 추노를 분석하고, 감동받은 부분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때로는 도마질까지 하고 있지요. 대사 한마디없는 원손 석견에서 천지호패거리의 개죽음까지 분석하고, 또한 줄줄이 죽어나간 조연들까지지 화제가 되고 있으니, 놀라운 반응이지요.
이번에는 추노 제작진으로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연출한 언년이와 송태하의 키스신까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런 관심은 그만큼 추노의 인기가 높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시청자들의 드라마 완성도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요. 저 역시 추노는 과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비판을, 때로는 드라마속 숨겨진 의미와 비밀들을 찾기 위해 머리 아플 정도로 생각을 많이 하며 보고 있습니다. 드라마 하나 보면서 뭘 그렇게 따지느냐며 대충 보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드라마 리뷰를 생각없이 올릴 수는 없기 때문에 적당히 보는 것이 제게는 어렵네요.

지난 10회에서 언년이와 송태하의 키스신은 제작진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게 사실입니다. 저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최악의 장면으로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글을 올리고 나서 여러가지 고민을 했습니다. 장면의 쌩뚱맞음에 대한 비판을 했고, 그리고 생뚱맞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두 사람의 감정선이 와닿지 않는다는 말도 했지만, 캐릭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피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제가 지난 주 토요일 일요일 휴일 동안 생각해 봤던 것은 언년이라는 캐릭터였어요. 1회부터 10회까지 다시보기를 하면서 언년이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살펴 보았습니다. 소위 언년이때문에라는 언년이 민폐리스트까지 돌고 있는 현재 언년이의 캐릭터가 비호감으로 돌아 선 가장 큰 이유가 드라마 속에 있지 않을까 찾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저도 언년이 민폐리스트를 읽어봤는데, 참 재치있는 이유들이고 또 어느 정도는 이유가 되기도 하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언년이에 대한 비호감의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의 불분명함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방송된 추노를 다시 보니 언년이는 송태하를 만난 것을 분기점으로 캐릭터가 변질 혹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회에서 언년이는 대길의 회상을 통해 처음으로 추노에 등장했었어요. 언년이에게 따뜻하게 달궈진 돌을 쥐어 주는 장면이었지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러셔요" 라며 대길을 밀치는 장면을 기억하실런지 모르겠네요.
여하튼 당시 언년이의 표정과 대사는 지금의 어색함과는 다른 자연스러운 표정이었고, 대사 역시 자연스러웠어요. 병자호란시 마루밑에 숨어있던 도련님을 향해 "도련님, 도련님"  하면서 끌려가는 모습 역시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애절해 보였고요. 혼례를 올리는 날 오라비 큰놈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 역시 연기력이나 표정에 있어 문제 삼을 일은 없어 보였습니다.
언년이가 캐릭터의 난항을 겪은 것은 보부상들로부터 봉변을 당할 뻔 때부터인 것같습니다. 이때가 송태하를 만나게 된 시점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후 가장 많이 대사를 주고 받은 인물이 송태하지요. 
그런데 두 사람이 함께 다니는 장면부터 언년이는 표정도 대사도 우아하기 이를 데 없는 규방마님이 되어 버렸습니다. 언년이는 줄잡아 20대 중후반의 여인이에요. 그런데 지금의 언년이는 얼굴은 20대인데, 대사와 분위기는 40대의 지체높은 집안의 안방마님이 연상됩니다. 언년이가 실종된 순간이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 패랭이를 쓰고 집을 나오던 20대 조선 여인의 비장한 모습은 싹 감춰버린 채로 말이지요.  
길거리에서 자객 윤지에 의해 죽임을 당할 뻔 할 때도, 화살이 날아들고 칼부림이 나는 현장에서도 언년이는 고고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그 고고하고 우아함이 절정에 이르렀던 때가 바로 절벽위에서 송태하의 칼을 가지고 기다리던 장면이었어요. 송태하가 목숨을 걸고 위험한 일을 하러 간 것을 알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은 극의 흐름을 깨버리는 장면이었기에 언년의 캐릭터는 심한 질책을 받아야만 했어요.
마찬가지로 원손의 안위를 팽개치고 달려갔던 송태하가 욕을 먹어야 했던 것이었고요. 물론 송태하가 언년이를 데리러 간 것까지는 이해했을 겁니다. 여자를 버리고 갔다면 송태하 역시 사내답지 못했을테니까요. 그런데 일각이 여삼추인 절박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키스까지 했으니 시청자들은 분개했던 것이지요.

다시 한 번 언년이는 집을 나선 이유도 목적지도 없는 채 그저 송태하의 길을 지체시키거나 일을 그르치게하고, 혹은 주변인물들을 죽게 만들어 버리는 그야말로 문제아가 돼 버린 것이지요. 따지고 보면 송태하의 스승 임영호를 죽게 한 것도, 호위무사 백호의 죽음도 다 언년이때문에 비롯된 것이니까요. 언년이 민폐리스트가 근거없이 나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물론 언년이가 송태하와 혼례를 올렸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은 대길과 교차해서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었음을 모르지는 않지만요. 
문제는 키스신이나 그 들의 애정행각에 있지 않습니다. 보다 큰 문제는 언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이에요. 원인을 따지자면 언년이와 송태하, 그리고 제작진의 공동책임입니다. 개인적으로 연기자 오지호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습니다만, 오지호와 이다해는 서로를 죽이는 캐릭터이지 싶습니다. 오지호의 책을 읽는 듯한 대사톤에도 문제가 있고, 이에 같이 글을 읽듯이 받아치는 이다해도 문제가 있지요. 연기자는 상대방의 감정에 함께 서로 호흡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문제는 비슷한 연기자들이 너무나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지요. 흥을 깨는 호흡인데도 말이지요. 누가 누구를 죽이는 캐릭터라고 꼬집어 말하는 것은 실례지만 암튼 둘 다 캐릭터를 죽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는 우선은 언년이가 옷을 벗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년이는 현재 입고 있는 고운 한복 속에서 갇혀 있습니다.  흔히 옷이 사람을 말한다는 말을 하지요. 언년이는 사대부 양반아낙의 정절과 지체를 상징하는 옷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습니다. 여종 옷을 입은 언년이는 여종 중에 참한 정도의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안방마님의 옷을 입고 도망관노와 도망을 다니는 처지에 있어요. 언년이는 그 옷 속에 갇혀있는 것이에요. 옷에 맞는 언행을 하려니 품위는 갖춰야 하는데 상황은 급박하고, 그러다보니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도 우아하게 자수를 놓고 있는 모습이에요. 그러니 답답하고 어울리지도 않지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옷은 단지 복색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에요. 언년이가 입은 옷은 언년이에게는 가짜 옷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언년이는 죽을 때까지, 아니 신분제가 폐지되거나 면천될 때까지 여종일 수 밖에 없고, 도망노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언년이가 집을 나온 것은 지금까지의 가짜 인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였을 겁니다. 가짜 양반행세에서도 벗어나고, 사랑하는 도련님에 대한 일편단심을 지키고 싶었기도 했고요.
그 옷을 찾아 입혀주자는 것입니다. 언년이가 진짜 입고 싶었던 옷말이지요. 언년이가 반가의 규방마님이 되고자 했다면 굳이 집을 나설 이유는 없었어요. 언년이가 집을 나선 이유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가짜 세상에서 도망나왔던 거예요. 그런데 송태하를 만나면서 다시 그 가짜 세상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정갈하게 송태하의 옷을 개켜주고, 숨이 헉헉 차는 연약하기만 한 여인으로 말이지요.
추노의 주인공들은 모두에게는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무엇인가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혹은 궁핍한 삶속에서도 희망을 기다리고 있고요. 그러나 추노의 여주인공만은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송태하의 손만 잡고 따라가게 만들어 버렸어요. 이런 여주인공은 매력적일 수가 없습니다. 그럴리야 없지만 누가 압니까? 언년이가 대길이 말한 새로운 세상을 위해 여성으로서 야무진 꿈을 가지고 집을 나왔을지도요.
하루 빨리 언년이의 캐릭터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언년이가 지금의 답답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언년이는 그림 속의 인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추노꾼 이대길의 오늘을 있게 한 중심인물이 이렇게 갈 길을 못 찾고 헤매고 있다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아름다운 언년이는 있으나 사랑받는 언년이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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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6 07:22




추노 10회는 어느 회보다 감정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지요. 대길이와 큰놈이, 곽한섬과 궁녀, 그리고 만득이를 보내는 천지호 등이 그러했습니다. 인간의 말초적 감정까지 건드려 주면서도 자칫 정적으로 흐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놓치 않았던 탄탄하고 꽉찬 전개에 정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한 파트에서는 급브레이크를 밟아 버렸습니다. 바로 추노가 자랑하는 최고 미녀 언년이와 조선 최고의 무사 송태하 커플의 키스신이 아니었나 싶어요. 상황이 너무나 절박헀고, 더구나 원손 석견의 안위가 걸려있는 상황에서의 애정신은 옥에 티일 정도의 무감동, 이해불가한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상미는 좋았습니다만, 영상미에 치중한 나머지 줄거리의 맥을 끊어 버려 시청자들의 송태하와 혜원의 사랑에 냉담한 반응만을 불러 온 것 같습니다.
깎아지른 절벽 바위틈에서 피어나는 꽃은 유난히 귀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추노 10회에서의 두 남녀커플의 사랑이 그랬어요. 그런데 절벽위에 핀 꽃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더 아름다운 것도 있고, 저기 왜 매달려 있나 싶은 것도 있나봅니다. 혜원과 송태하의 막 피어오르는 꽃봉오리보다, 곽한섬과 궁녀의 꺾여버린 꽃이 더 아름다워 보였으니까요. 어제 올린 글 감동커플과 쌩뚱커플의 남남커플에 이은 남녀커플부문에서 제가 뽑은 최고의 감동커플은 곽한섬과 궁녀커플이고, 최악의 쌩뚱어색커플은 혜원과 송태하커플이에요.

키스신마저 외면당한 최악의 무감동 커플, 송태하-김혜원
곽한섬이 궁녀와 원손 석견을 데리고 도망친 집에 관군이 몰려와 송태하와 언년을 포위하였지요. 밧줄엮기로 굴비 엮듯 줄줄이 때려눕혀 버린 송태하입니다. 그런데 관졸 하나가 혜원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지요. 활은 송태하의 왼쪽 팔을 관통했고, 언년은 속치마를 찢어 장독대에서 어떤 액체를 적셔 함께 도망을 칩니다. 물론 손을 꼭 잡고서 말이지요.
한섬이 지나간 동굴에 이른 송태하는 궁녀의 벗겨진 신발 한짝을 집어 들었지요. 여기서부터 이들의 쌩뚱맞은 대사가 다시 시작됩니다. 매회가 글을 읽는 듯한 대사지만, 절박하게 원손을 구하러 가야 하는 상황임에도 참으로 여유롭기만 합니다. "누구의 신발입니까?" 언년이 물었지요. 아니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척 보면 누군가 흘리고 갔겠구만... "원손마마를 모시던 궁녀의 것인듯 합니다"  계속 가려는 송태하에게 쇳독이 오르면 큰일 난다고, 치료부터 해야겠다며 장독대에서 가져온 정체불명의 약을 떨어뜨려주고 팔을 꼭 싸매 주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삐리리~ 물론 이런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임은 알지만, 한시가 급한데 삐리리할 정신이 어디있을까 싶네요. 언년의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집니다. 숨가빠 죽겠는데 말은 어찌 그리도 구렁이 담넘어 가듯이 주고 받는지 속이 터져 죽는줄 알았습니다. 
"마마는 무엇이고 궁녀는 또 무엇인지요?" "여기서 만날 분이 승하하신 세자저하의 아드님이십니다." "그럼 임금님의 손자라는 말인가요?" "임금님의 손자가 왜 도망을 다니나요?" "그분을 구하면 나중에 임금이 되시나요?" "임금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나요?" "어떻게 바뀌나요?"
이런 공부는 지금 할 때가 아니라는 거지요. 이러니 두 사람의 감정선에 몰입이 안되는 것이고요.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 느긋하게 삽질이나 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그런데 다음 대사와 장면은 더 어이없었네요. 큰일하시는데 방해되지 않고 싶다며 혼자 가라는 언년이에게 송태하가 말합니다. "남녀가 유별하지만 손은 계속 잡겠습니다. 뛰어가야 되니까요" 추노에서 나오는 그토록 훌륭한 대사들 가운데 이렇게 뜨아~하고 깨는 대사는 없었을 듯 싶었습니다. 남녀유별한데 손은 잡겠다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숱하게 손은 잡더구만, 뭘 새삼스럽게... 그리고 뛰어가야 되니까 손을 잡는다니 언년이는 손 안잡아주면 못 뛰나요? 물론 언년이의 손을 놓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가겠다, 그리고 지금 급하게 가야한다 이런 뜻이었겠지만, 프로포즈 비슷한 말과 대의의 뉘앙스를 엉뚱하게 버무려놔서인지 황당한 대사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의 감정선을 넣고 있으니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사랑이 설득력도 없어보이고, 심지어는 얄미워 보일 정도입니다. 삐리리 감정도 상황에 맞춰서 보여줘야지 이건 아니지 싶네요. 

한섬과 원손 석견을 먼저 보낸 송태하가 황철웅과 멋지게 한판 떴는데요, 보니까 왼팔에 화살이 관통했었나 싶을 정도로 자유자재로 팔을 사용하더군요. 심지어는 왼손 오른손 마치 공놀이를 하듯 칼까지 바꾸는 기술도 보여주면서 말이지요. 화살이 스치기만 했어도 팔을 사용하기가 불편했을텐데, 언년이가 발라 준 약은 신기의 명약인가 봅니다. 뭔지 무지 궁금하네요.
다음 회에 언년이가 다친 팔은 괜찮으신가요? 뭐 이러면서 치료해 주겠다며 혹시 두 사람 다시 삐리리 연출할 지도 모르겠어요. 송태하는 갑자기 팔이 아픈 척 할거고요. 저는 이런 장면이 싫습니다. 언년이 칼에 맞고도 멀쩡했다가, 정신이 혼미해졌다가 하는 요상스런 장면도 그렇고, 두 사람 중 누군가가 다쳐서 서로 치료해 주면서 야리꾸리해졌다가 다음날이면 언제 칼에 맞았나, 혹은 화살에 맞았나 싶게 멀쩡해져 버리니 억지로 감정선을 만들려고 너무 애를 쓰신다는 생각만 드네요.
 
배산임수 명당자리에서의 위태로운 키스
원손과 한섬을 구한 송태하는 꼭 데려와야 할 사람이 있다며 한섬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길을 되짚어 달려갔지요. 위험한 일을 하기 위해 앞서 갔던 송태하에 대한 걱정도 뒷전인 듯 혜원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아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그림처럼 앉아있는 혜원은 마치 꽃따러 간 낭군님을 기다리는 듯한, 그야말로 한송이 꽃과 같이 아름다운 봄처녀 같습니다. 
언년이 앉아 있던 절벽 아래에는 관군들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고, 조금 전에는 피 튀기는 칼싸움이 있었는데 말이지요. 물론 언년이는 못봤겠지만요. 여하튼 칼을 가지고 자신을 기다려 준 언년이와 절벽위에서 위태로운 키스를 나눕니다. 뒤에는 산이 버티고 앞에는 바다가 펼쳐진 절벽에서요. 천지호가 만득이 묻어주면서 말했던 배산임수 명당자리입니다ㅎㅎ.
저는 이 키스신을 보고 영상은 아름다웠지만, 세 가지 의미에서 위태롭다는 생각만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대길이에 의해 위태로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송태하가 하려는 일에 혜원이가 함께 엮여갈 것이기에 벼랑끝에 선 두 사람의 모습처럼 위태로운 사랑을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번째는 시청자 입장에서 위태롭게 보였습니다. 아직은 여기까지 진전되는게 지나친 감이 있어서 이 커플이 그닥 사랑을 받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10년간 대길이를 마음에서 놓지 않았던 언년의 감정변화도 배신감이 컸지만, 큰일을 하겠다는 송태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느낌이 들었어요. 여전히 두 사람의 감정선이 쌩뚱맞아 보이는데 키스까지 시켜버리니, 그 순간 제게 든 생각은 "송태하, 지금 제정신이야!" 였어요. 원손 석견마마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그 상황에서 언년에 대한 감정이 먼저였을까 석견에 대한 의무가 먼저였을까 심히 혼란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송태하와 언년이는 한가하게 탱자탱자 애정놀음이나 하면서 팔도유람할 처지들이 아니에요. 한번 생각해 보자고요. 쫓기는 자와 쫓는 자 중에 누가 더 절박할까요? 당연히 쫓기는 자 일겁니다. 누가 뒤에서 쫓아온다면, 그것도 목숨을 노리고 쫓아온다면 젖먹던 힘 아니라, 우사인 볼트같은 속력을 내서라도 도망쳐야 하는 게 마땅하지요.

그런데 송태하와 언년은 그런 긴장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송태하와 언년이의 사랑에 호응도, 그리고 지지도 못하는 이유는 극과는 동떨어져서 둘만의 허니문을 즐기는 듯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사랑이 싹틀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그런데 매회 그 쌩뚱맞고 어색한 대사들과 억지스러운 장면들은 답답하기 그지 없네요. 
주인공들임에도 불구하고 언년이와 송태하처럼 공감을 얻지 못하는 커플이 있을까 싶습니다. 무사가 칼을 두고 간 것은 다시 오겠다는 뜻이라는 말을 믿고 망부석처럼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언년이와, 제주도까지 오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 원손을 구하는 일에 막간(?)을 이용해서 사랑놀음까지 한 송태하 커플은 10회 최악의 무감동 커플이었습니다. 

이름도 불러보지 못한 짧은 사랑의 감동커플, 곽한섬-궁녀 장필순
추노 10회에서 가장 절절하게 눈물샘을 자극했던 커플이 이름자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하고 끝나버린 곽한섬과 궁녀의 사랑이었어요. 집에 수천마지기 땅이 있다는 말도 금송아지 열두마리 있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지만, 호강시켜준다는 말은 참말이라며,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보여주지 않았던 궁녀의 마음을 녹였지요. 번듯하게는 못살더라도 반듯하게는 살겠다는 한섬의 고백은 궁궐의 지엄한 궁녀법도도 버리고 싶어집니다. 

궁녀는 자신의 이름자를 물어 준 한섬에게 이름을 말해주려는 순간 황철웅이 던진 죽창에 쓰러지고 말았지요. 마마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힘겹게 가르쳐 준 이름은 장.필.순, 집은 한양 피막골이라면서요.
"호강시켜준다고 했잖아"라며, 애타게 우는 한섬과 궁녀때문에 저도 많이 울었네요. 사랑이 금지된 궁녀의 신분으로 처음으로 금지된 사랑을 하고 싶었고, 마음을 주고 싶었던 사내 한섬의 얼굴을 만지며, 애절하게 바라보다 숨을 거둔 궁녀와 한섬의 오열은 눈물없이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었어요.
화살이 날아들고 칼부림으로 피가 튀는 현장에서도, 왕비같은 침착함과 우아함을 잃지 않는 언년이에 반해, 정말로 궁궐에서 언어교육을 받은 궁녀의 말투는 기품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절박한 상황을 그대로 전하는 감정이 느껴져서 시청자들도 애가 바짝바짝 타들어 가게 했어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궁녀의 얼굴을 땅바닥에 놓고 절규하는 곽한섬의 분노와 슬픔에 찬 눈빛은 드라마 추노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을 말하고 있었어요. 추노에는 곽한섬과 같이 소박하지만 반듯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분노가 응축되어 흐르고 있는 것이지요.  잘못된 세상에 대해 분노하고, 신분의 벽으로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사람들의 분노가 말이지요. 

시신을 수습해 주지도 못한채 원손을 데리고 도망가야 하는 곽한섬, 마지막까지 원손을 구하고 간 궁녀의 짧은 사랑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배신자의 오명을 뒤집어쓰면서도 개차반 관졸로 멸시를 받으면서도, 석견을 보호해야 하는 명이 중했기에, 비밀을 밝히지도 못하고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흠모했던 여인이 자신을 향해 처음으로 웃어주었는데, 끝내 이름 석자도 똑똑히 듣지 못하고,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사랑으로 끝나버린 추노 10회 최고의 감동커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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