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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15 '신의' 류덕환의 섬세한 연기, 공민왕이 김희선을 못 가게 막은 이유 (8)
2012.08.15 11:08




드라마 신의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진한 사랑이 깔려있습니다.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입니다. 2012년 서울에서 고려로 타임슬립한 유은수(김희선)와 최영(이민호) 장군의 사랑이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보여줄 예정이라면,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세기의 로맨스는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가 되겠지요.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은 판타지나 상상물이 아닌 역사에도 절절하게 기록되어 있는 사랑이죠. 아마 부인을 그렇게나 끔찍하게 사랑하고 아꼈던 왕은 우리 역사에서 드물지 싶습니다. 타지마할 왕궁(묘)을 세운 무굴제국의 샤 자한 왕에 버금가는 아내사랑의 순애보 인물이 공민왕입니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통하지 않는 역사, 그럼에도 우리는 수없이 '만약에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역사를 상상 속에서 바꿔보기도 하죠. '노국공주가 일찍 세상을 뜨지 않았더라면 공민왕도, 또한 고려의 역사도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상상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고려의 멸망은 원에서 명으로 넘어가는 대외적 정세와 궤를 함께 하기도 하지만, 공민왕이 젊은 나이에 암살당하지 않고 추진하려던 개혁정치가 성공했더라면, 이성계에 의해 조선이 세워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역시나 만약에라는 가정이지만 말이죠.
출산을 하다 세상을 떠난 노국공주, 공민왕은 노국공주의 죽음 이전과 이후로 전혀 다른 모습의 왕이 돼버렸지요. 반원정책과 개혁정치를 추진하던 공민왕은 노국공주가 죽자 만사에 의욕을 잃고, 국사를 승려 신돈에게 맡긴채 노국공주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다, 결국 환관 최만생에 의해 살해당한 비운의 왕입니다. 공민왕의 방탕한 생활이 그의 치적을 폄훼하기도 하지만, 승자에 의해 쓰여진 역사이기에 과장된 것도 섞였으리라는 짐작은 됩니다.
여하튼 공민왕의 반원 자주정책과 기씨일가를 비롯한 원나라 세력과 권문세력을 혁파하고 왕권을 강화하려는 개혁정치는, 노국공주의 죽음과 함께 고려중흥의 노력도 힘을 잃게 되었죠. 드라마 신의에서는 공민왕의 어느 시기까지를 보여줄 지 모르기에, 역사적인 스토리는 드라마 진행스토리를 봐가면서 리뷰를 통해 제가 아는 선에서 함께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영과 유은수의 운명적인 사랑이 하늘문이 열리듯 이제 막 진행되려고 한다면,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표현만 하지 못하고 있을 뿐,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에서 그 사랑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노국공주의 시선과 마주치면 애써 외면해 버리는 공민왕의 당황해 하는 표정에서, 노국공주에 대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어 보였으니 말입니다.
열두살에 원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다가 10년만인 1351년 고려로 귀국하는 공민왕, 노국공주와는 1349년에 이미 혼인을 한 상태였습니다. 고려황실의 자존심, 고려황실의 명예를 두 어깨에 짊어진 공민왕으로서는 노국공주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 금기시 하고 있습니다. 고려를 속국으로 만들어 버린 원나라의 공주를 사랑할 수 없는, 왕이라는 자리의 업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나라에서 볼모로 지내던 공민왕에게 노국공주는 한 번도 원 황실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남자못지 않은 기개와 따뜻한 품성을 지닌 노국공주는, 한마디 불평불만없이 공민왕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낯선 타지 고려로 따라 나섰지요. 차디찬 눈빛, 가까이 하지도 않는 무심한 남편인데도 말입니다.
노국공주와 공민왕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갑게만 대하는 남편임에도 사랑은 식을 줄 모르고 더 불타올랐고, 눈길을 건네는 것조차 고려인으로서의 수치라 생각했던 공민왕 역시도, 그의 눈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쫓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기철이 보낸 자객들에 의해 객잔에 화골산이 터져 피하는 중에도, 공민왕은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노국공주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지요. 다행히 하늘의원 유은수에 의해 수술은 받았지만, 의식이 회복되고 있지 않았던 노국공주였습니다. 장빈(이필립)에게 안겨 뒤따라오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노국공주였죠. 노국공주를 모시고 있던 첩자 시녀가 길을 다른 곳으로 안내하고, 문을 걸어잠궈 버렸기 때문이었지요.
노국공주가 보이지 않자 하얗게 질려 독극물이 퍼지고 있는 객잔계단으로 다시 올라가는 공민왕, 다급하게 외치는 그의 목소리에는 노국공주에 대한 걱정과 감추지 못한 사랑이 드러나고 있었지요. "그 사람이 안 보이네. 방금까지 옆에 있었는데 안 보여!!".
독공이라는 말에 놀라 걱정스럽게 노국공주를 바라봤던 공민왕은, 장빈(이필립)이 노국공주를 안는 모습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객실을 나오기도 했었지요. 그러던 그가 노국공주가 보이지 않자 계단을 뛰어올라가 공주를 찾아헤매는 모습에는, 고려의 안위가 아닌 노국공주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게 묻어 있었습니다. 조일신의 멱살을 잡고 노국공주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노하는 모습에는, 극한의 상황에서 그 동안 감추고만 있었던 사랑이 고스란히 나오고 있었지요. 시크해 보이는 공민왕이지만, 류덕환은 공민왕의 노국공주에 대한 사랑을 숨은 1초 사이에서 섬세하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국공주의 부상에도 무심한 듯해 보이는 공민왕의 표정에서는 노국공주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뢰를 확인하기는 힘들죠.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의 사랑을 알고 있는 시청자의 눈에는 공민왕(류덕환)이 노국공주(박세영)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꾸만 사랑이 읽혀집니다.
시녀에 의해 살해당하려는 순간 현대에서 가져온 경찰 방패를 던져 노국공주를 구한 최영이었죠. 여담이지만 최영장군 상당히 귀여운 구석이 있더라죠. 경찰 방패를 왜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북이 등딱지처럼 뒤에 딱 붙이고 다니는 모습이 은근히 귀엽더랍니다.
시녀가 칼을 찌르려는 순간 노국공주의 의식은 돌아와 있었고, 귀신을 보는 듯한 시녀가 기겁한 것은 잠깐, 최영이 날린 방패에 즉사! 했겠죠. 첩자 노릇을 한 꼴랑쫄랑 알아듣지 못하는 원나라 말을 하는 시녀가 죽었던지 기절을 했던지 간에, 중요한 것은 노국공주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겁니다. 하늘의원이 일을 제대로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즉 유은수는 하늘문을 통해 다시 현대로 돌아가도 된다는 말이렷다!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의식을 회복한 노국공주를 바라보는 공민왕의 눈빛에는 왕이 아닌, 지아비의 안도해 하는 마음이 들어있었습니다. 최영의 "깨어나셨습니다"라는 말에, 왕비를 염려했던 자신의 감정에 당황해 금세 표정을 바꾸고는, "그래 보이는군요"라는 무심한 대답을 해 버린 공민왕이었지만 말입니다. 류덕환이라는 배우, 섬세한 감정연기를 참 잘 표현하더군요.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빛에서도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좋은 배우입니다. 
노국공주가 살아났으니 약속대로 하늘의원을 돌려보내겠다는 최영의 말에 반대를 하고 나선 이는 조일신(이병준)이었죠. 조일신, 이놈은 곧 죽을 놈(공민왕 즉위 1년후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죽을 인물이죠)이기는 하지만, 칼을 빼서는 안된다는 유은수의 말을 무시하고 고의로 최영장군을 죽이려고 하며, 야욕을 드러냈죠. 신의(유은수)를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도 공민왕 즉위 후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술수였을테지요. 
"나 고려무사 최영의 이름으로 보내드리는 거예요. 내 이름을 무시하는 자 누구야! 막아봐", 최영의 이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어명이었습니다.

어명이라는 말에 무사의 언약과 어명 앞에 망설이던 최영은 결국 왕명을 받잡아 유은수를 가로 막고 말았습니다. 하늘문은 닫혀버렸고 유은수는 돌아갈 기회를 잃고 말았지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최영을 향해 칼을 뺴들고 달려드는 유은수,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행동을 취한 최영이었습니다.
최영이 자신의 몸에서 모든 기를 빼버린 것이었습니다. 내공이 무시무시한 최영, 뇌공에 장풍까지 쓰는 초울트라특공파워를 가진 최영이라면 칼을 튕겨내고도 남았을텐데 말입니다. 고려의 무신으로 어명을 따랐던 최영이었지만, 무사의 명예는 유은수 앞에 꽂아버린 칼과 함께 버렸던 최영이었지요. "고려무사 언약의 값은 목숨입니다"라고 했던, 무사로서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고자 했던 최영이었죠.
한가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공민왕이 내린 어명이었습니다. 고려무사의 언약은 목숨과 같다며, 유은수를 고려로 데려가서 보장받는 안위가 구차하지 않느냐고, 직설적으로 공민왕을 조소했던 최영이었죠. 왕이라면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깊은 생각을 하는 듯한 공민왕이었는데, 유은수를 막으라는 조일신의 의견을 취하는 것이 이상했죠. 이유는 두 가지였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나는 노국공주를 고려까지 무사히 데리고 가고 싶었던 것이고, 또 하나는 최영을 살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공민왕이 자신의 안위 따위를 생각했더라면, 정말 그랬더라면 아마 객잔에서 자객이 들이닥쳐 눈 앞에서 칼을 휘둘렀을 때 고개를 돌렸거나, 숨었거나 피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최영이 그랬지요. "무섭더라도 제 뒤에서 도망치지 않는다면 지켜드리겠습니다", 공민왕은 지켜주겠다는 최영의 말을 믿었습니다. 아니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도망쳐서 얻은 구차한 목숨 따위는 공민왕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그가 왜 최영의 목숨에 도박을 했을까요?
노국공주는 공민왕의 심중을 알고 있었을 듯도 하더군요. 한가지는 빼고 말입니다. 공민왕은 고민했을 겁니다. 조일신의 말대로 하늘의원 유은수와 함께 고려로 간다면, 왕으로서의 위엄도 설 것이고, 고려백성과 황실에는 하늘이 고려를 버리지 않았다는 희망을 안겨줄 것입니다. 허나 최영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유은수를 돌려보내려고 했죠.
만약 최영에게 하늘의원을 막으라는 명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최영이 위험에 처할 것임을 공민왕은 미리 읽었던 듯 싶더군요. 고려를 지켜줄 하늘에서 보낸 의원을 보냈다고 한다면, 조정관료들이 반역이라며 최영을 처형하자고 나섰을 테니 말입니다. 노국공주도 아마 이런 공민왕의 복잡한 심중을 정리해 보고 있었을테지요. 노국공주가 "전하께서는 정말 그자를 죽이고 싶은걸까 궁금하다"는 말을 했을때 공민왕이 놀란 것도, 노국공주가 자신의 생각을 읽었다는 것때문이었을 듯 하고요.
최영이 어명을 거역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공민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영이 칼에 베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자 공민왕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죠. "그 자가 내 명을 거역한 것인가? 그래서 벤 것인가?", 공민왕은 당황했지요. 최영이라면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주적인 힘을 가진 고려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항명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죠. 최영의 부하가 공민왕의 분노를 달래주기는 했습니다. "대장은 명을 따르셨습니다. 그래서 죽어갑니다".
공민왕이 할 말을 대신해 준 이는 노국공주였습니다. "우달치 대장은 내 목숨을 살린 사람, 내가 왕비의 이름으로 명을 내리니 가서 살려주게 그 사람. 이렇게 명을 내려도 되겠습니까, 전하". 
노국공주를 살리기 위해서도 하늘의원 유은수는 필요했습니다. 노국공주와 공민왕의 하늘도 갈라놓지 못하는 러브스토리를 알고 있기에 그쪽으로 해석하게 되는 이유도 있지만, 노국공주는 이제 겨우 의식을 회복한 단계지요. 만일에 있을 상처 후유증도 걱정이 되었을 공민왕이었고, 무엇보다 고려까지 가기 여정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자객들이 언제 어느 곳에서 나타날 지 모를 일이고 말이죠. 자객들이 노리고 있는 것이 노국공주라는 것을 알게 된 공민왕은 또다시 있을지도 모를 공격에서 노국공주의 안위를 걱정했던 것이지요. 혹이라도 또 다시 노국공주가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면, 다시 하늘문이 열린다는 보장도 없었을테고 말입니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은 공민왕이지만, 노국공주를 걱정하는 공민왕의 사랑이 유은수를 돌아가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노국공주가 몰랐던, 공민왕이 유은수를 보내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그녀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행간을 놓칠 수도 있는데도, 1초의 막간에도 공민왕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류덕환의 섬세한 연기, 정말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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