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에 해당되는 글 74건

  1. 2012.12.06 '신의 18회(재)'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 (214)
  2. 2012.12.05 '신의 17회(재)'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내 옆은 안되겠냐고!" (230)
  3. 2012.12.04 '신의 16회(재)' 검을 들 수가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170)
  4. 2012.12.03 '신의 15회(재)'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215)
  5. 2012.12.01 '신의 14회(재)' 알고 싶은 것...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165)
2012.12.06 16:37




신의 18회는 은수의 백허그 고백으로 은수의 감정이 절절하게 나왔던 회차였죠. 그런데 그 놈의 독이 이젠 최영의 발목을 잡지요. 반복되는 은수의 위험, 은수가 고려에 남는 한 계속되리라는 불안감은 최영으로 하여금 은수를 밀어내려고 합니다. 은수에게 향하는 자신의 감정은 주체하지 못할만큼 키우고 있으면서, 은수를 그렇게도 원하면서 말이죠. 

 

두려워 도망쳤던 것은 나였다

 

"나 가지 마요? 남아도 돼요?", 왜 그리하라고 대답하지 못했는지... 그랬더라면 그 분 좀더 많이 웃었을텐데, 그 분을 잡지 못한 것이 내 두려움때문이었음을 그 때는 알지못했다. 지켜준다고 하면서도 지킬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내 잠재적인 불안감이, 돌려보내준다는 말로 그 분을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분의 목숨을 위협했던 반복된 위험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분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않았다. 두려워 도망쳤던 것은 바로 나였다.

 

 

 

***자, 여기서 오늘 생각거리 등장했죠? 최영의 두려움과 은수의 담대함입니다. 기철과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려했던 최영 앞에 은수는 자신의 목숨으로 최영을 지켜냈지요. 생각해 보면 은수는 처음 고려땅에 와서 적응을 하지 못한(영화세트장이라고 알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최영의 말처럼 늘 도망쳤던 것이 아니었어요. 은수가 남장을 하고 떠난 것은 최영이 자기때문에 위험에 처하니 그렇게 했던 것이고요. 

독에 당한 후에도 은수는 자신의 입으로 돌아가야 겠다고 말한 적은 없었지요. '나 돌아갈 거예요'가 아니라, '나 가버리면'이라는 가정으로 얘기했을 뿐이죠. 비충독에 당하고 필름통을 찾아서도 은수는 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결정했지요. 노국공주의 위험때문이기도 했지만, 최영이 짊어져야 했던 책임감때문이기도 합니다. 

 

은수의 독은 최영의 각성으로도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최영이 은수를 칭해 그러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분이라고, 힘차게 사는 분이라고... 독과 정면승부를 하는 은수는 최영의 각성 기폭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최영을 강한 남자, 누군가를 지켜주는 강한 무사로 생각해 왔던 것에 대한 일종의 반론입니다.  

최영은 우달치 마지막 임무가 끝나면 도망갈 자리부터 마련해왔지요. 어부나 되볼까 한다면서요. 은수와 길을 떠났다가 궁에 돌아와서도 공민왕에게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라며, 여전히 도망중이었죠. 그런 최영을 돌아오게 만든 것은 고려에 발붙이고 남겠다는, 독과 마주해, 죽음이 다가옴에도 담대하게 그 죽음과 맞서 싸우는 은수때문이었고요. 그리고 최영이 검의 무게를 극복해 가는 과정으로 이어지지요. 

이러저러한 이유로 작가가 처음부터 설정해두고 간 강한 생명력, 정신력을 가진 캐릭터가 바로 은수였지 싶어요. 임자팬들 의견도 듣고 싶사와요^^ 

 

***은수가 장빈선생과 술마시고 얘기하는 장면과 은수의 백허그신(다 말로 표현)이 오기까지 솔직히 은수의 감정선을 잡기가 애매했어요. 두근 덜컹하는 감정은 이민호 혼자 다해주고, 김희선은 그저 멍한 표정이라 무슨 생각인지 솔직히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이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무시하시고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이 혼례는 불가합니다"

 

무슨 짓을 했는지, 정신이 혼미해지고 아득한 꿈을 꾼 듯했던 그 짧고도 길었던 시간(우리 때는 홍콩갔다 이런 표현썼는데ㅎ), 내 마음을 그 분의 입술에 전했다. 연모, 그동안 참았던 내 마음, 그렇게 전했다. 누르고 참았던 사내의 마음을...그 분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었다. 원망, 당황, 불안, 불쾌 그 어느 눈빛도 아니었다. 나만 보고 있는 그 분의 눈, 그 분의 마음이 들어있었다, 그 분의 마음이...

"그래서.. 이 혼례는 불가합니다". 그 분은 오래도록 나를 지켜보고 서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분만을... 

'임자 말해주지 못했습니다. 제 마음 진심이었다고, 간절히 원했다고'.

 

전하는 무사하실까? 그 분과 덕흥 그 놈과의 혼례를 막은 내 행동에 대한 후회는 없다. 주상에게 가지 못해 송구하고 또 송구했을 뿐. 발걸음이 빨라진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숨이 목에 차도록 달려갔다. 그 분이다. 그 분이 돌아왔다. 꼭 안아 확인해 본다. 진짜 그 분이다. '다시는 임자를 보내지 않겠습니다, 가는 날까지...아니...'.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너무 걱정돼서...", 궁을 정비하는 일로 이리저리 뛰면서도 생각났던 그 분, 주상께 가보라고 정신줄을 챙겨준다. 그래도 내 정신줄은 여전히 그 상태 그대로였다. 보고싶었다는 그 분의 말에 가슴이 쿵쿵, '임자, 임자를 보고 있는 순간도 나는 임자가 또 보고 싶습니다'. 돌아왔다는 것을 다시 또 확인해 보고 싶어 그 분을 또 안아보고 싶어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내게 그 분은 미소를 보낸다. '잘 다녀와요'.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

 

내 송구함의 댓가는 컸다. 잃어버린 우달치 아이들, 지키지 못했다. 내탓이다. 살아돌아온 아이들의 흐느낌,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얼굴들이 가슴을 후빈다. 또다시 가슴에 내리기 시작한 송곳비, 더 많이 더 아프게 내려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그것이 그 아이들의 대장으로 내가 감내해야 할 내 고통이었기에, 온몸으로 고통을 받고 싶었다. 아프고 더 아프게...  

"제 탓입니다.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했습니다. 필요한 때를 놓쳐 전하는 궁을 나서야 했고... 내 아이들은... 죽었습니다". 목이 메인다. 아이들의 죽음을 내 입으로 인정해야 하는 내가 정말 그들의 대장이었더란 말인가.

"언젠가 제게 하문하셨습니다. 순서가 어찌되느냐고..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 이 나라 고려에 대한 충정같은 거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나는 하의 우달치 자격이 없다' 놓아주길 간청했지만, 주상은 대답없이 자리를 떠버린다.  

나는 아직도 그 분이 먼저이다. 언제나. 왜냐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를 살게 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사는 이유이기에 라고...

알 수 없는 하늘말로 나를 위로하는 그 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그 분의 마음을... 남고 싶다는 그 분의 마음을... "지켜주면 되지, 누가? 구하러 오면 되지?" 그 분은 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 분을 지켜줄 것임을...그래서 남고 싶어했음을. 

많은 죽음과 주검을 마주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지켜주지 못한 사람의 죽음이 내게 남겨진 무게가 되고 있었다. 고통 또한... 그래서 더 발버둥쳤는지도 모른다. 내 고통을 줄이고자... 그래서 계속 그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분이 그렇게도 나를 살리고자 했다는 것도, 그 분 나라에서 유명하다는 말에 빗대 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음을...  

또 독에 당한 그 분, 눈앞이 캄캄해진다. 손이 꽁꽁 얼어가는 그 분의 고통을 보며, 심장이 타들어가고 죽을 것 같았던 고통이 또 시작되었다. "내가 아직도 그렇게 멉니까? 내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습니까?",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고 한다. 내 마음이 닿았다고 생각했는데...아니었나 보다.

"내가 말했잖아요, 당신 그럼 안되는 사람이라고...", 텅! 또다시 가슴이 텅비어 버린다. 이 분은 내 곁에 머물 수 없는 분, 그래서 나를 그리 멀리하려 하고 있구나. 잡았던 그 분의 손을 나는 힘없이 놓고 말았다. 

뒤따라 온 그 분때문에 쿵! 심장이 멎어버렸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 "나 가지 마요? 남아도 돼요?", 바보같이 끝내 말하지 못했다. 그 분의 고통을 봐야 하는 내 고통때문에, 그 분을 마음에 품는 그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

"그럼 이렇게 물어볼게. 하루하루 내 마음대로 좋아할 거니까 당신 나중에 다 잊어줄 수 있어요? 그런다고 약속해요", 등에 기대 우는 그 분을 돌아보지 못하고 난 그 분의 말만 되뇌이고 있었다.

"잊으라고요?...". '죽는 날까지 내 심장안에 살아있을 임자를 어떻게...'.

 

그토록 원했으면서 왜 대답하지 못했을까? 너무 소중해서 겁이 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켜주지 못했던 그들처럼...

***눈빛만으로도 수많은 감정들을 보여줘서 애정하는 장면입니다.

 

***

오늘 글은 마음에 안드실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최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의 독백을 그려봤습니다. 최영의 손떨림 현상과 진정한 의미의 각성의 전단계이기 때문에 그의 내면에 있을 보이지 않은 것(그것을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도망이라고 표현했습니다)을 한 번 끄집어 내봤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214
2012.12.05 16:36




사실 지금 머리가 좀 무겁습니다. 검에 대한 생각들이 얽혀서 오전 내내 머릿속이 바글바글 시끄러웠습니다. 검에 대한 부분은 저도 명쾌하게 정리돼 있지 않아 머리가 뽀사질라 그래요;; 한편으로는 최영의 성장, 각성과 검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일찍 화두로 던져버린 것이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문제는 후반 최영의 손떨림 현상에서 또 나올 것같으니 숙제로 계속 남겨둡니다. 머리 식히려고 휴대폰 게임(드래곤 플라이트)만 열나게 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덕분에 신기록 달성(45976점, 와우~ 언니한테 자랑질했더니, 5분후에 57013점으로 야코를 팍 죽여버리네요 ㅠㅠ).

 

신의 17회는 무방비 상태로 보다가는 큰일나는 회차죠. 심장 약한 분들 주의요망! 전 무방비상태로 보다가 본방 때 어찌나 크게 비명을 질렀던지 애들한테 눈총(?)을 받았습니다. 다시보면서는 조금씩 일지정지시켜 야금야금 아껴가면서 보고, 다시 한 번에 쭉 봤다가 또 정지시켜 가며 찌릿한 기분을 만끽했습니다ㅎㅎ 두손 가슴에 X자로 포개서 얹고 떨어가며... 

 

이 때 멜로의 엑기스 장면들은 다 나왔죠. 가슴벅찬 포옹, 밀실장면, 공개키스, 그리고 이 키스가 마지막이자 유일한 키스신이 돼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감독님 배우 이용할 줄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 드네요. 이민호의 키스신처럼 로망을 자극하는 완벽한 각도와 선이 드문데 말입니다.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완벽한 선을 가지고 있는 배우를 이렇게 아끼다니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이건 사심도 사심이지만, 드라마 내용상 필요한 부분에서도 아껴버린 감독님께 하는 푸념입니다(이모티콘 화난 표정-이런 것 넣고 싶은데 그릴 줄을 몰라서).

 

"함께 있어줬으면 해요".... 내게는 가장 어려운 말이었다

 

그날, 나는 그 분의 마음을 알았다, 그 분도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알지못하고 홀로 끙끙대고 있던 그 분의 우울한 눈빛의 의미를, 그것이 나에 대한 걱정이었음을... 그 때문에 그 한심한 일을 했다는 것을...

그러나 알지 못했다. 그 분이 남고 싶어한다는 것을, 남아달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의 마음은 같으면서도 그렇게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보내야 하고, 남고 싶어하고...가고 싶어하고, 보내고 싶어하는 것으로, 그렇게 엇갈리고 있었다 

 

옥새는 내가 한 짓이 있으니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지만, 내가 풀어야 할 내 죄값이기도 했다. 옥새와 학자들을 호위하러 간 집, 근처에 궁수와 검객들이 쫙 깔려있다. 비밀이 탄로났음이리라. 갑자기 움직임이 사라졌다. 집둘레에 뿌려져있는 화약, 이놈들 우리를 아주 통닭구이로 만들려고 했군. 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아무 공격도 하지 않고...

의선은 같이 오지 않았느냐는 고모의 말에 뭔가를 잃어버리고 허둥대는 이유를 알았다. 내 곁에 그 분이 없었다. 뭘해야 할 지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느낌. 도망중인 범인이니 전의시로 찾아가 보지도 못하고, 괜스레 초조하고 불안하다.  

새 옥새로 내린 첫 교지, 나에 대한 복권이란다. "아직도 어부가 되는게 꿈인가요?", 잊고 있었다. 전하가 물어보기 전까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궁을 떠나 낚시나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바람, 경창군 마마를 보내고 접어버린 희망, 그 분과 함께 있는 동안 잊어버렸다.

또 버리게 되어도 그래도 함께 있어달라고 말하는 주상, 아... 이렇게 쉬운 말을 나는 왜 하지 못하고 있을까? 왜 해보지도 못할까? 그 분에게 함께 있어달라는 말이 내겐 가장 어려운 말이다.  

 

더기다, 반가웠다. 필시 그 분의 소식도 있으리라. 알 수 없는 손짓만 하더니 휙 가버린다. 뒤따라 나온 고모의 표정이 뭐씹은 것 마냥 블편해 보인다.

"뭡니까?". 그 분이 혼인을 한다는 말에 순간 멍해져 버렸다. 혼인, 아 그 분도 혼인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 뭐...뭐...뭐라고??? 혼인???? 덕흥군 그 놈하고 뭐를 해!!! 

덕흥 그자가 그날 나를 노렸던 것이구나. 알 것 같다. 그 분이 무엇때문에 그 자와 거래를 했는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 분을 데리고 와야 한다는 생각밖에는...(**이 때 시시각각 변하는 이민호의 눈빛, 표정연기는 제가 참 좋아하는 모습입니다)

 

나를 살리겠다고 독을 먹인 그 놈과 뭐를 해? 차마 입에 담기도 싫다. 그 분이 다른 누군가와 혼인을 한다는 것, 할 수도 있다는 것,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설사 그 분이 하늘세상으로 간다고 해도...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임자에게 향하는 마음 막지못했습니다

 

전의시에 없는 그 분, 덕흥 그 자에게 갔다고 장어의가 막는다. "앉아지지가 않아요". 눈물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무작정 그 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것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가로막는 금군들, 그 분이 아니었으면 피를 봤으리라. 덕흥 그 자가 감히 그 분의 손을 잡고 있다. 눈이 뒤집힌다는 것을 나는 덕흥 그자를 볼 때마다 실감한다. "그 손 치우시죠".  

"묻겠습니다. 이 자와 혼인한다 했습니까?". 순순히 인정하는 그 분, 숨이 턱 막혀 버렸다. 덕흥 그자가 뭐라고 하는데 참아지지가 않아서 검에 손이 간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 분이 막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내 분노가 칼에 스며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피냄새를 싫어하는 그 분 앞이었다고 해도... 아마도.

 

***덕흥군에게 검 겨누며 "조용히 해!! 내가 지금 이분하고 얘기하고 있잖아!!!"했던 장면, 카리스마 짱! 민호 눈에 성냥 가져다 댔으면 불 붙었을 겁니다.  

"그 사정이라는 것이 내 목숨값입니까? 사흘전 나 죽을 뻔 하다가 살았어요. 그게 이자가 내건 조건이었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임자가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나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화가 아니라 비명이었다. "처음부터 도망가고 싶었던 것 압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몇번이나 죽을 뻔하고, 편히 잠도 못자고 울게 한 것, 다 나때문인 것 압니다. 그래도 저런 놈 옆에 둘 수가 없습니다. 돌아가는 날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그 남은 날들 저런 놈 옆에 둘 수 없다고!!! 그러니 내 옆은 안되겠냐고...", 목이 메여온다. 주상은 쉬웠던 그 말, 비로소 뱉어냈다.  

 

그러나 내 비명에 그 분의 얼굴에 스쳤던 서운함을 나는 보지못했다. "임자 돌아갈 날 며칠 남지 않았다"는 말이 그 분의 가슴을 허하게 했다는 것을...  

"나 하늘에서 온 것 알죠?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수첩 뒷부분에 어떤 사람이 죽을만큼 위험해지는 날에 대해 적혀있었어요. 그 어떤 사람 당신이었고... 당신 하늘에서 엄청 유명하다고 말했잖아요", 나머지 부분에 내가 위험한 것이 적혀있을 것 같아서 그 서책이 꼭 필요하단다.

그래서 궁에 남아야한다고 덕흥 그 자 곁에.... 혼인한 날 밤에 나머지를 주겠다고? 혼인한 날 밤? 미치겠다, 돌겠다. '임자가 다른 사내와 혼인을 하는 것을 나더러 보라고! 임자한테 독을 먹인 놈이랑!! 내가 언제 죽는지 알려고!!! 겁도 없이, 나를 살리겠다고?".  

 

그분에게 향하는 마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마음 막지 못했다.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임자, 임자가 내 곁에 있는 것이 나를 살리는 것임을 아직도 모릅니까?'.

***은수를 와락 껴안는 장면은 최영과 은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겠지만, 임자팬 심장은 잠시 멎었습니다. 

 

 

"달리 방법이 없어서요", 감추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덕흥군과 의선의 혼인소식은 주상에게 환궁시기를 앞당기게 했다. 누구보다 내가 바라고 있음을 주상 또한 모르지 않았을 터. 할 일이 많았다. 우선 주상에게 칼을 든 금군을 찾아오는 것, 은밀하고 신속하게 정면돌파. 뇌물받은 윗놈들 처리하니 일이 좀 수월하다. 벗 안재의 도움도 컸고...

그리고... 그 분. 그 분이 있는 곳으로 수백 번도 시선이 간다. 그 분은 언제나 그렇게 내 눈에 들어와 버린다. 티나게... 주상의 집무실에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그 모습이 아이같아 피식 웃음이 나온다. 서책을 찾기 위해서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덜렁이.  

"수첩 이 방에 없습니다", 아무튼 포기를 모르시는 분. "수첩에 나에 관한 것 말고 또 뭐가 있습니까? 임자에 관한 것, 위험에 처한다거나..", 없다는 말에 바로 결론을 내렸다. "서책 포기하죠. 임자가 앞날을 본다는 것 알지만, 한 번도 탐내 본 적 없습니다. 상관없습니다. 내가 죽는 날 같은 것"

 

"그럼 내가 당신한테 해줄 수 있는게 없잖아요. 얼마 있으면 헤어져야 하는데... 진짜 그대로 헤어지는건데. 그래도 문너머 저쪽에 '당신이 잘 살고 있다' 그런 생각은 들게 해야잖아요". 쿵, 쏴...

'한 걸음 다가서면 한 걸음 더 물러서는 임자, 돌아가고 싶어서 이렇게 자꾸 멀어지려 합니까? 내게서?', 그 분은 마음이 없으시다. 남을 마음 같은 건, 내 곁에 남을 마음 같은 건 없으시다, 한조각도... 

 

'임자, 아십니까? 그 때 임자에게 입맞추려 다가서던 내 마음...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헤어진다는 임자의 말에 내 마음 쫓겨나와 버렸다는 것을'. 그래서 더 다가가지 않으려고 조심, 또 조심 멀어져도 봤습니다.

그러나 나는 알지 못했다. 그 분이 가지말라는 말을 기다렸다는 것을... 곁에 있어달라는 말을 듣고 싶어했다는 것을...

***밀실에서의 장면은 두 사람 감정을 이렇게 생각했는데 임자팬들은요? 그리고 여기서 우리 최영 장군의 품성 나오죠. 은수가 아는 앞날에 대한 것 탐내본 적 없다, 얼마나 멋진가요?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을 이 한줄의 말로 표현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말과 은수의 혼례식의 공통점으로 마지막 리뷰에 천혈이 기철을 거부한 이유와 연결지어 정리하겠습니다.

 

덕흥군이 혼례식을 앞당겼다는 고모의 전갈에 하늘이 까매진다. 이번에도 그 분이 먼저였다. 혼례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로인해 벌어질 아픔을 알지 못한 채 그 분에게 달려가는 나, 언제나 그렇게 그 분이 먼저였다.

'임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임자를 그 놈한테 내주지 않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참아지지가 않았습니다. 젖은 머리로 내 가슴에 닿을 듯 가까웠던 그 날도, 임자가 내 품에 안겨 잠시 쉬었던 그 날도, 임자를 안았던 그 날도, 서책을 찾던 임자와 있던 그 방에서도, 힘들게 참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참아지지가 않습니다. 임자를 가지고 싶은 내 마음... 거부하지 않았던 임자의 입술, 그것 임자의 마음맞지요...'.

그 분의 마음을 가졌다. 언제 떠나는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임자가 내게 마음을 주었다는 것, 그것만으로 이미 나는 세상을 가졌다. 

***17회 공개키스 장면은 은수를 와락 안는 장면에 이어 가슴 벌렁벌렁하다가 턱 멈춰버립니다, 여전히... 밀실에서의 숨막히는 그 찐한 분위기도 좋고, 두 사람 서로의 마음을 읽지 못해 애닯고...  0.2%부족했던 것은 엔딩 정지장면을 왜 은수가 눈을 뜨고 있는 모습으로 잡았냐고요.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숙제는 가벼운 겁니다. 지금까지 보신 드라마나 영화에서 기억남는 키스신, 그리고 이민호의 키스신에 대한 감상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사심, 흑심, 욕심 다 수용됩니다^^. 저는 밝혔습니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완벽한 각도와 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230
2012.12.04 14:11




은수의 다이어리 내용이 밝혀지면서 혼자서만 궁시렁궁시렁대면서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은수는 한글을 완전하게 떼지 못했나 보다. 은수는 '최'자를 쓸 수 없나 보다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100년전으로 돌아 간 미래의 은수가 지금의 은수에게 남기는 편지는 솔직히 불만이 많았어요.

드라마틱인 것만 보다보니 개연성 부분의 디테일이 부족했고, 송작가가 타임슬립을 다루면서 간과하고 허술하게 그린 것들이 많았죠.

'그날 밤 누군가가 찾아올거야. 그 분이 부탁을 할거야. 그 분의 부탁을 거절하지마. 그날 너는 돌아가야 해. 그래야 그 사람이 살 수 있어.... 중략... 그날 그 사람을 보내면 안돼, 그 날 그 사람을 기다린 건 함정이었어. 제발 그 사람을 잡아줘'. 최상궁, 최영이라고 하면 어디가 덧나나?

 

이후 하늘문을 향해 가다 발견한 필름통의 편지에도 이런 헛점이 드러납니다. 즉 미래의 은수는 지금의 은수가 겪었던 일을 알고 갔음에도, 노국공주의 죽음과 최영이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는 내용을 써두었죠. 그래서 혼란이 오기도 했습니다. 은수가 타임슬립을 했다가 기억을 잃은채 다시 또 온 것인가? 그런데 정황상 이건 아니고...

그래서 재 리뷰에서는 타임슬립에 대한 부분은 되도록이면 무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것 정리하다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머리가 빙빙 돌아서...  

최상궁이나 최영 이름 하나 써두는 것이 뭐 그리 아깝다고, 은수가 최자를 쓰지 못하나? 그래도 그 사람이라는 말은 참 좋아요. 아련하고 그립고 그런 느낌이 들어서... 최영의 임자, 혹은 그 분이라는 단어도 참 좋고...

은수가 이렇게 핵심단어를 쏙 빼고 의문스럽게 써 둔 이유를 제 나름대로는 은수 스스로 선택하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미래의 은수는 지금의 은수에게 답을 말하지 않죠. 생각하게 합니다. 선택하게 하고요. 그것이 은수의 자각과 구체적 행동으로(궁으로 돌아가겠다든가, 최영 곁에 남겠다는) 이어지는 것이고요.  

지금의 은수는 최영을 좋아하는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않은 단계였지요. 느끼고는 있지만 부정해 보려는 단계? 덕흥군이 "네 정인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찾아왔을 때 알아봤지, 의선은 무슨, 넌 가짜야", 이렇게 말해줘도 긴가민가(이때 은수의 약간 무표정이 걸렸지만, 돌아서다가 "최영 그 사람 건들기만 해, 다 끝이야!" 로 용서^^)...

그리고 장빈 선생과 술을 마시며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정리하죠. "함께 있으면 가끔 너무 익숙하고 견딜 수 없을 만큼 그립고 그런 느낌이 드는데, 그런 사람이 이 사람일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언제나 돌아보면 언제나 거기있고, 나를 봐주고, 보이지 않을 때도 어딨냐고 물어보면 여기있다고 말해주고...".  

다이어리의 그 사람이 최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은수는 인지의 단계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자신의 감정을 인정, 자각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죠. 심리적 자각의 단계를 검색해 보려다 생각하니 우리에겐 수우언니님이 계시다! 심리전문가이신 수우언니님의 내공있는 댓글 부탁드려요^^

 

그래도 최영과 은수의 멜로는 급진도를 나가서 그것만으로 홍야홍야 해가면서 봤습니다. 은수의 세번째 유물때문에 쓸데없이 머리쓰느라 끙끙댔던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지금까지의 타임슬립 소재 드라마 가운데 가장 촘촘하게 짜여진 드라마를 전 '인현왕후의 남자'로 꼽습니다. 앞뒤 정황들, 사건을 엮는 것이 시간, 장소까지 정말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빈틈없이 짜여진 작품입니다. 못보신 분들 기회되면 봐보세요. 개인적으로 올해 재미있었던 드라마 중 하나로 꼽는 작품이랍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오늘 글은 '은수야, 제발 그 사람을 잡아줘'로 하고 은수의 감정선으로 쓰려고 했었는데, 위 내용으로 대치해야 겠네요. 중요한 내용들이 다 나와 버려서...

 

이번 리뷰도 함께 풀고 싶은 숙제가 있어서 최영의 감정선으로 정리합니다. 일단 함께 풀고 싶은 것은 두 가지인데요, 은수가 잠들면 업어달라고 했을 때 "업으면 검을 들수가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대사와 대만과 밤길을 걸어가면서 "그분은 생각이 없으시다, 마음도 없다"라고 했던 말입니다. 본방 리뷰 때와는 제 생각이 좀 달라진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난 궁으로 간다"

 

금군을 동원해 기철을 치고, 기철은 외부 사병으로 궁을 치러가고, 그 분의 목숨은 경각에 달렸고... 잠시 눈 앞이 아찔해져 왔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일단 궁을 내준다. 잘하면 덕흥군과 기철을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그 놈이 어떤 놈인지 파악이 된다. 그 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자신이다. 목숨 내놓을 배짱도 없는 놈, 조일신을 이용해 기철의 뒷통수를 치고, 기철을 이용해 주상을 치고, 미꾸라지 비겁한 놈. 그 놈의 목숨, 왜 이런 생각을 진즉 하지 못했을까?

"시울아, 이 자한테 해독제 받아서 의선에게 가, 해독제 없다면 죽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버렸다. 그래도 혹 내놓지 않으면 어찌한다, 잠시 기다려본다. 시울이의 신호다. 됐다. 간다 궁으로! 

 

여기저기 널부러진 시체들, 우달치 70여명으로 전하와 왕비마마를 지키기는 무리였을터, 전하는 보이지 않는다. 충석이 모셨으리라. 포위된 왕비마마 일행을 구해 궁밖으로 나왔다.

***이민호의 벽타기 액션은 진짜 멋있었죠. 실례하겠습니다, 그 틈에도 왕비마마에게 예까지 차리고 팔을 붙잡고 호위하는 최영이었죠. 액션이 되도 너무 되는 배우,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이민호땜시 완전 미쳐!  

할일이 많았다. 우선 전하의 소재를 파악해야 했고, 왕비마마 또한 새 거처(현고촌)으로 모셔야 했다. 나와 그 분도 일단은 전하의 일행과 합류해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상이 궁밖의 생활을 잘 버텨줘야 하는데, 잘하리라 믿는다. 답답한 학자들이지만 기철과 덕흥의 역모를 눈치챘을 터, 주상의 편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세상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그들이기에...

 

부상당한 덕만이랑 우달치 애들을 치료하겠다고 도구들을 챙겨나온 그 분, 그 분 성질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이동준비를 하라는 내게 가까이 앉아보라는 그 분, 표정이 어둡다. 또 악몽을 꾸신 것일까? 아차, 서책 뒷부분이 있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내 수첩 뒷부분이 있는지 알아야겠어요. 그게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개꿈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견딜 수가 없어서...". 알고 싶었다. 며칠 내내 그 분은 밤마다 울고 잠을 깬다. 무슨 꿈이기에 늘 울고 깨는지... 그 분은 말해주지 않는다. 멀다, 그 분과 나는 이렇게...

알지 못했다. 그 분의 꿈이 내 죽음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그리 슬피 울었다는 것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서책 뒷 부분을 찾고 싶어하는 이유도 알지 못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했다고, 그 분의 마음을 까맣게 모른채 그 분이 돌아가고 싶어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바보같이.

 

"일단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우선 병력을 한 곳에 모으고, 전하 찾아 모시고, 중간에 저는 남은 해독제 구할 거고...", 손가락을 들어 네모를 만드는 그 분, 무슨 말인지 혼잣말을 하신다. 알 수 없는 분, 알 수 없는 행동. 나를 그 분의 마음에 담아본 것이라는 것을, 살아있는 나를 담고 싶어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임시거처로 이동하는 길, 함께 가지 않겠다고 고집이다. 덕흥군 그 자나 기철을 만나야 겠단다. 서책의 뒷부분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돌아가고 싶어서...). 말릴 수 없었다. 그 분 서책, 돌아가는 방법... 그 분이 돌아간다는 말에 그저 아득해져서 지금에서야 생각하니 다른 생각을 못하고 있었구나. 하늘문이 열리면 가면 되는 것을, 나 역시 아무 방법없이 그냥 갔지 않았던가. 그냥...그런데 무슨 방법이 필요했더란 말인가.

***여기서 가슴 아프지만 예쁜 그림 하나 나왔지요. 최영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든 은수, 두 사람은 속이 타들어 가는데도 보는 임자팬은 훈훈. 독기운이 돌면 은수 몸이 차지니 나무 옆에 있는 거적대기 찾아 깔아주는 매너남. 본방때는 이런 소소한 것들을 그냥 지나쳤는데 별게 다 보이네요.  

 

"업으면 검을 들 수가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그만해요, 나한테 화내고 구박하는 것, 나 가버리면 화낼 사람없어서 어쩔려고, 그런 거 습관되면 아주 허전할텐데...", 가버린다는 그 분의 말에 또 명치깨가 아파온다. '임자, 난 늘 허전합니다. 임자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나를 허전하게 만들어왔습니다, 임자를 보고 있는 지금도, 제 품에 임자가 안겨있는 지금도...'.

쌀쌀하다고 몸을 움추리는 그 분, 어깨에 팔을 둘러주니 내 품으로 들어온다. 익숙한 느낌, 그 분도 나도, 우리는 서로의 익숙함에, 그리고 다른 이유로 서로 추웠다. 많이... 

"나 여기서 잠들면 업고 가줘요", 숨이 잦아들어 가는 그 분에게 마음에 없는 말을 해본다. "업으면 검을 들 수가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본방에서는 업으면 그대로 임자를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서 그래서 못한다는 최영의 속마음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여기에 심오한 최영의 의식이 깔려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검에 대해서는 뒷 부분에서 많이 나왔지만, 최영의 검에 대한 각성 단계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정리를 해야 할 듯 한데, 어제 댓글에 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 제 생각도 밝혀 보겠습니다(근데 워낙 내공이 높은 임자팬들이라 이젠 이런 것 말하기 겁나요;). 

최영에게 검과 은수는 이때까지만 해도 별개였죠. 은수는 보내야 하고 검은 최영의 존재이유이기도 합니다. 검을 놓는 순간 무사 최영은 없죠. 은수를 따라가면 무사 최영이 될 수는 없고, 그래서 검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죠. 자기가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최영의 각성, 심리적으로 검이 무거워지는 것을 극복한 싯점이 은수가 고려에 남겠다고 한 후였지요. 이때부터 검과 은수는 최영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부분은 후반부에 다시 한 번 임자팬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네요. 

 

"그 분은 아무 생각이 없으시다. 그 분은 아무 마음도 없다"

 

그 분의 고집에 어쩔 수없이 기철의 집으로 향해야 했다. 하늘세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서책에 쓰여있다고 믿는 그 분,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마음 한 구석이 저리고 허전해 온다.

덕흥군이 가져갔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궁으로 들어가야 했다. 주상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그 놈, 그 분에게 독을 먹인 놈, 그 자리에서 목을 따버리고 싶었다.  

***이 때 최영이 은수에게 검을 맡겨두고 맨주먹과 발길질로 금군들 빠샤빠샤 깔아 뭉개주는 장면, 멋졌죠. 남자의 분노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네요. 본방에서는 놓쳤던 부분이 이 장면입니다. 은수에게 칼을 맡긴 이유, 은수는 피를 싫어하죠. 끔찍이... 그래서 은수 앞에서는 피를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최영이었죠. 

금군들을 제압하고 덕흥군을 패대기쳐 독약을 콸콸 쏟아버린 장면은 15회에 이어 최고로 통쾌했던 장면이었죠. 병뚜껑따는 모습도 어찌 그리 터프하면서 섹시하던지(멋진 의미의 섹시). 기철이 니들땜에 안보인다고 금군에게 칼을 휘두르며 신경질을 내는 모습, 다시 봐도 귀엽습니다. 

"약은?", 다 나았다는 말, 이렇게 기쁜 적도 내 생애 몇 없었던 일이다. '임자, 기뻤습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바랄 것이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임자가 하늘세상으로 가버린다고 해도 괜찮을 만큼, 그렇게 많이 기뻤습니다. 임자가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나는 족했습니다. 그 때는'.

 

그 분은 해독제를 먹고 나았는데도 전의시에 남겠다고 했다. 뭐라고 하지 못했다. 그냥 내 화를 참지 못하고 장빈선생에게 모셔드리고 나와버렸다. "두 분 싸우셨습니까?".

"그 분은 아무 생각이 없으시다. 그 분 아무 마음도 없다", 그림자같은 대만이 녀석도 알아듣지 못할 말을 나는 그렇게 씁쓸하게 내뱉고 있었다. 해독만 되면 다 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또다시 내 욕심과 마주하고 있었다. 보내고 싶지않은....

 

***이 부분 최영의 대사를 본방리뷰 때는 장빈 선생과의 대화를 절반쯤 듣고 실망해서였다고 추측을 했었습니다. 어떤 독자분이 대본에도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 편집돼 없어졌다는 말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그런데 다시보기를 하면서 그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은수와 장빈의 대화를 대장이 굳이 들어야 할 필요가 없었더라는 거죠. 대만과의 대화는 은수와 장빈선생의 대화 전에 나왔던 말이지요. 그리고 제가 놓쳤던 최영의 기억 한 장면이 은수가 마타하리 작전을 써야 겠다는 대화내용이었습니다.

별신경 안쓰고 은수답게 미인계라는 말까지 쓰면서 전의시에 남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생각만 하고 넘어가 버렸는데요, 최영이 그 분은 생각이 없다, 마음도 없다라고 한 것은 기철과 덕흥을 만나려고 한 은수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영은 아직 은수가 수첩을 찾으려는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지요. 은수의 꿈도 모르고, 은수는 돌아가는 날짜를 풀었고, 돌아가는 방법이 뒷부분에 있을 거라는 말에, 은수가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다고 생각한 거죠. 가야하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허하고, 서운도 하겠지요. 그런데 독을 먹인 덕흥군을 겁없이 또 만나려고 하고, 그 놈이 얼마나 위험하고 간교한 놈인지를 모르는 은수이기에 생각이 없다고(더구나 미인계까지 써보겠다고 하니 최영 질투심도 살짝 한 몫ㅎ) 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마음도 없다는 것은 은수가 최영 곁에 남을 마음이 없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70
2012.12.03 13:02




그 분과의 마지막 자리 이 곳에 있는 날이면 가끔 대만이가 곁에 앉아 옛이야기를 꺼내고 간다. "대장, 그 때 대장 진짜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무섭게 화내시는 것 처음 봤습니다. 사...살기를 띄었습니다".

"그랬냐...(정말 죽이고 싶었다, 그 놈. 해독제만 아니었다면 그 날 그 놈, 죽였을 것이다)".

"대장, 그 하늘... 그 분, 오실 거라 저도 믿습니다. 대장이 믿으니까 저도 믿습니다. 저는 대장을 믿습니다". 슬쩍 나를 쳐다보고는 대만이 녀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병영으로 돌아가고는 한다.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녀석. 녀석의 더벅머리를 쓸어준다. 대만이는 내가 머리를 툭툭 치거나 쓰다듬어 줄 때가 좋다고 한다. "대장이 아버지같아서"... 란다.  

 

 

나때문이었다. 덕흥군 그자에게 그 분의 서책을 가져가라고 협박했던 나때문이었다. 그 분이 독에 당하고 그 이후 벌어졌던 그 많은 일들이 모두 나때문이었다. 내 연모가 그 분을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이끌게 될 지, 그 때 알았더라면 그 분을 향해 달려가는 마음을 멈출 수 있었을까?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그 분 또한... 

 

***15회 16회 이민호의 연기 포텐이 빵빵빵 터졌던 회차죠. 멋진 액션신, 감정신들 그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장면들이죠. 임자팬들에게 고백하자면, 최영 민호앓이가 너무 심해져서 본방때 미국에 있는 친구와 거의 매일을 카톡하고, 신의끝나고 몇시간을 전화통화하느라 글 발행이 늦어지기도 했습니다ㅎ;; 

그리고 전 이때까지도  20회까지라고 알고 있었어요. 끝나가는 것이 싫어서 이제 두 주 밖에 안남았는데 어떡하니? 우리 최영 민호 못보겠다ㅠㅠ 이러면서 징징댔죠. 그랬더니 친구왈, 신의 24회까지 아니냐? 헉, 그래서 찾아봤더니 24부작이더라고요, 오매 좋은 것... 이랬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최영과 은수의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감정을 서로가 알았죠. 서로에게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돼버렸다는 것을 말이죠. 14회까지는 은수는 떠나야 하는데 남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최영은 보내야 하는데 잡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 15회부터는 은수는 남으려 하고 최영은 보낼 수 밖에 없다는 마음이 커져가죠.

 

은수는 알 수 없는 꿈, 수첩의 비밀이 최영 그 사람 곁에 남으라는 간절함이었음을 알아가고 그 사람 곁에 남아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반대로 최영은 은수를 살리기 위해서 더 보내려고 마음을 굳혀가죠. 그래야 은수가 살 수 있으니까요.

다시봐도 이민호의 액션신, 감정선들은 사람 미치게 빠져들게 만듭니다. 어떻게 본방 때보다 더 설레고 가슴 아리고 저미고 꺄악꺄악하게 만드는지...

 

"이 사람 살릴 수 있냐고 묻잖아!"

 

하늘문을 향해 출발한 우리는 하루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새벽녘 낮게 신음하는 소리, 또 악몽을 꾸시나 보다. 불러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신다. 땀벅이다. "임자, 임자", 품에 있는 그 분 고개가 푹 떨어져버린다. 힘없이 스르르 죽은 듯이... 

장빈선생이 왔다. 독에 당한 것이라는 말에 머리가 아찔해 온다. 독이라니, 누가, 왜, 언제? 덕흥군 그자가 가져온 서책을 옮겨적은 종이에 독이 발라져 있었단다. 이런 우라질 뼈를 잘근잘근 토막내서 불에 달달 볶아도 시원찮을 놈.

그 분이 준 약, 그 분의 약이면 나을 것 같았다. 독의 종류를 알아봐야 겠다고, 사람 미치게 환장할 정도로 침착하게 말하는 장빈 선생, 마음은 타들어 가는데 뻘소리만 늘어놓는 것 같았다. "이 사람 살릴 수 있냐고 묻잖아!".

덕흥군을 만나보라고 한다. 그 자가 해독제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고... 잊어버렸다. 해독제를 가지러 그 자에게 달려갈 생각뿐이었다. 장빈선생이 불러세워 검을 가리키고서야 알았다. 분신같았던 검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최영의 검은 여기서도 중요했고, 궁으로 옥새를 가지러 갈 때도 최영의 진중함이 나옵니다. 본방 리뷰에서는 이런 것들을 생략하고 넘어갔는데 뒤에서 짚고 갈게요.

 

처음이다. 그렇게 빨리 뛰어본 적이... 무슨 힘으로 뛰었는지, 사람이 그렇게 빨리 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럼에도 왜 그렇게 느리게 느껴졌는지 내 급한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는 내 발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아프다 영아, 너무 아파", 독에 고통스러워 하던 경창군 마마, 내 품에서 그렇게 보내드렸던 마마와 그 분의 얼굴이 겹쳐온다.  

 

***전력질주하는 이민호, 얼굴 근육까지 달리더라죠. 다시보면서 NG났었으면 진짜 힘들었겠다 요런 생각을 하면서 함께 달렸습니다.

 

여유자적 바둑을 두고 있는 그 놈, 눈이 뒤집히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 "해독제 갖고 있나? 내놔", 그 놈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내가 죽여온 사람들 셀 수도 없이 많은데 매번 고통없이 단칼에 죽이려 애써왔다. 헌데 너, 사지를 하나씩 절단내 줄 생각이니 말해, 해독제 어딨나?". 그 놈을 돌려세우고 단도로 목 근처를 꾹 눌러 그어버렸다. 목을 잘라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또 참으면서.  

 

"이건 벤 거고 다음은 자른다". "내가 죽으면 네 여인도 죽어. 네 여인 맞지?", 네 여인이라는 말에 심장이 멎는다. 내 여인 그 분이 지금 죽어가고 있다. 돌 것 같았다. 주상의 어보 옥새를 가져달라는 놈의 제안, 대답도 없이 나와버렸다.

시간이 없다. 해가 중천에 뜨면 그 분 살릴 수가 없다 한다. 주상의 옥새, 그게 주상의 옥새였던가? 원황제가 내려준 헛껍데기일 뿐임을 주상이 알아주길 바라면서 궁을 향했다. 그 분을 살리는 것이 먼저다. 내게는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다.  

***여기서 최영은 대만에게 칼을 맡겨두고 갔지요. 이는 주상에 대한 역모, 배신의 마음이 없음을 말하죠. 최영이 맨손으로 궁에 들어간 이유, 그 짧은 순간에도 공민왕에게 말한 그의 언약을 검을 두고 가는 것으로 보였죠. "저를 가지십시오" 했던... 이러니 최영을 무한애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덕흥군을 주먹으로 치고 위협하는 최영 이민호 카리스마 짱! 이민호의 카리스마는요.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잘하려는 욕심이 아니라, 진짜 은수때문에 화가 나서, 분노해서, 죽여버리고 싶어서의 감정이었습니다. 카리스마를 보이려고가 아니라, 분노와 사랑이 카리스마가 되었던 장면. 멋져!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청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의선이 독에 당했습니다. 해독제를 구하려면 전하의 것이 필요합니다. 어보를 내어주십시요. 그것이 있어야 의선 살릴 수 있습니다. 그 분 전하의 명으로 이 땅으로 끌고 왔고, 전하의 명으로 잡아두었습니다. 왕비마마의 목숨을 구했고, 두 말없이 전하의 편이 되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분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옥새를 내어 주십시오". 

전하가 그리 역정을 내시는 것은 당연했다. 난 대역죄목에 해당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한 낱 여인때문에 옥새를 내달라 하는 건가? 날더러 그대의 왕이라 하지 않았는가? 날 더러 그대를 가지라 하지 않았는가?".

한낱 여인이라는 말에 울컥 뭔가가 치밀어 올라온다. 주상만 아니었으면 아마 주먹이 날아갔을 지도 모르겠다. "절더러 전하의 벗이며, 백성이라 했습니다. 그 백성이 지금 살려달라 청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에게 왕이 왜 필요한지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백성을 지켜주는 왕, 자기 여인을 지키려는 사내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나는 궁을 향했을 것이다.

 

그 옥새가 원황제가 내린 것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궁으로 향했을까? 이후 몇번이나 내게 반문했다. 대답은 그래도 갔을 것이다. 나는 왕의 옥새가 아닌 사람 주상을 선택했고, 진정한 왕이 되고 싶다는 그의 부끄러움을 택했었기에...

이미 품에 넣은 옥새를 함구한 채 주상에게 난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어떤 왕이 되고 싶은 거냐고? 백성을 지키기 위해 옥좌를 지키려 하는 것이 아니었냐고? 진정 고려의 왕이 되고 싶은 거냐고? 영민한 분이시니 말 뜻을 알아채시리라. 공민왕은 이후 궁을 나가 현고촌에 있으면서 스스로 각성하기에 이르지요. "내가 아니라 궁이 왕이었구나".

 

 

***최영을 막는 우달치들과의 액션씬은 감동이었죠. 검집과 칼등으로 상하지 않게 방어만 하는 대장, 그런 대장이었기에 충석이 '적은 우리를 상하지 못한다'라고 했던 것이었고, 그리고 본방에서는 덕만을 살리는 최영의 모습만 보였는데, 다시보면서는 다른 것이 보이더군요.

덕만을 인질(?) 삼은 듯한 포즈에서 덕만이 눈을 질끈 감고 "찔러"라고 우달치들에 말을 하죠. 덕만이를 보니 목숨을 내놓고 최영을 막았다기 보다는, 대장을 믿었다는 생각이 더 들더군요. 대장은 절대로 덕만을 찌르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최영은 어깨에 부상을 입으면서도 덕만을 살렸죠. 

믿음이라는 것, 우달치들과 최영과의 관계를 보면 또다른 믿음의 모습을 봅니다. 신의에서는 많은 배신과 불신이 있었지만, 우달치들만은 최영을 배신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지요. 우달치기에 따라야 하는 명을 거행하기는 하지만, 대장 최영을 배신하는 일은 없었죠. 자신들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우리들의 대장이라는 믿음을 심어줬기 때문이 아닐까요. 최영에게 신의라는 것은 은수, 공민왕, 우달치들에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켜주는 것.

 

옥새를 내어주고 해독제를 받아 달렸다. 해독제를 받고 그 놈을 죽여버릴까도 생각했었다. 간교한 놈, 앞으로도 사흘에 한 번씩 여섯번이나 해독제를 먹여야 한다고 한다. 죽이지 못했다. 앞으로 여섯번이나 그 놈 얼굴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먹은 것들이 다 올라올 정도로 역겨워진다. 그때는 몰랐다. 그보다 더 한 역겨움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해독제를 먹여도 눈을 뜨지 않는 그 분, 손이 얼음장처럼 차다. "이 분 뜨거울 정도로 손이 따뜻한데... 그건 내가 아는데...". 기철의 빙공에 당한 내 손을 녹여주던 뜨거울 정도로 따뜻했던 그 분의 손, 치료하겠다고 맥을 짚겠다고 내 손을 잡을 때마다 느껴지던 그 온기가 하나도 없다. 머리가 쭈뼛해질 정도로 그 분 손이 차다. 

몸보다 의식이 먼저 돌아올 수 있으니 말을 건네라는 장어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밖에 아무 것도 없었다. 너무 말을 많이 했는지 목이 잠겨온다. 그래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해드렸다. "중추절 가배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름달이 뜨고 질 때까지 사람들이 모여서 놉니다. 그건 의선도 좋아하실 겁니다". 술도 잘마시고 사람들과 노는 것도 좋아하는 그 분, 그러고 보니 중추절이 곧이구나. 그러나 그날이 그날이 될 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분이 떠나버린 날, 하늘문이 열리는 날이라는 것을...  

그 분에게 고려의 중추절을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분이 없는 세 번의 중추절이 지나갔다. '이번 중추절은 그 분과 함께 할 수 있을까?'.

 

내 손 안에서 그 분의 손가락이 꼼지락 거린다. 헛소리를 하시는 그 분,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임자, 내 말 들려요?", 흔들어도 아직 깨어나지 않는다. "안돼요. 그러지 마요. 죽지마요", 무슨 일인지 그 분이 우신다. 또 악몽을 꾸시나 보다. 장빈선생을 부르는 동안에도 애가 탄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장빈선생이 그 분 살아나셨다고 한다. 맥도 정상이고... 휴... 그동안 참았던 걱정을 잠시 그렇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분을 안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울고 있는 나를 보게 될까봐, '임자, 임자때문에 나... 죽을 것 같았습니다.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꿈에서 당신을 봤는데... 나 날짜 풀었어요, 그날 가야 돼요"

 

고모가 왔다 갔다. 전하는 내 뜻을 깨달았다 하시고, 기철이 긴급 도당회의를 소집했다고 한다. 옥새를 빌미로 전하를 흔들어 대겠지. 전하 혼자시다는 말, 마음이 복잡하다. 그럼에도 그 분이 먼저다. 그 분 살리고, 그리고 보내드리고, 그 다음에... 돌아가겠다는 말을 삼켜버렸다. 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늘세상으로 그 분을 따라가고 싶은 내 미련때문이리라. 내 욕심때문이리라.  

"나 죽을 뻔 했다면서요", "제 잘못입니다. 내가 덕흥 그놈 임자한데 보냈어요. 서책가져 가라 협박까지 해서요.". 가까이 와보라는 그 분, 내 잘못이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농담도 하신다. 진짜 돌아오셨다, 그 분 내가 알고 있는 그 분.

누워있기 답답하고 숨막히고 기대고 싶다했다. 그때는 몰랐다. 왜 그랬는지. 내 심장소리를, 내 체온을, 내 숨소리를, 내가 살아있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였다는 것을... "꿈을 꿨어요. 내가 본 적도 없는 집, 본 적도 없는 내가 나오고", 그래서 울었어요?(이때 최영의 다정한 목소리 스폰지같아서 빨려들어가고 싶더랍니다). "꿈에서 당신을 봤는데...", 순간 기뻤다, 그 분의 꿈에 내가 있었다는 것이... 

 

이내 잦아드는 힘없는 목소리, 그것이 나때문이었음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나 날짜 풀었어요", 또다시 세상이 정지되었다. 얼마나 반복되어야 하는가, 하루에도 몇번씩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머리가 텅 비어버리는 이 공허함...

"한 달 쯤 뒤에, 그 날 돌아가지 못하면 67년 뒤에 열린대요, 그 하늘문. 내가 죽기 전에 돌아갈려면 그날 가야돼요", 마른 침만 삼켰다.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겠냐는, 내 곁에 남아주면 안되겠냐는 말이 목구멍에 턱 걸려 넘어가지 않는다. 말없이 그 분의 손을 잡아봤다. 전하지 못한 말을 내 손으로 하고 있었다. '임자, 내곁에 남으면 안되겠습니까?".

보지 못했다. 그 분의 근심가득한 얼굴을... 그리고 그것이 그 분의 꿈에 나왔던 내 죽음때문이었다는 것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이 장면 심하게 애정하는 장면이랍니다. 은수의 머리카락 가까이 최영이 얼굴을 대고 더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손으로 전하는 무수한 말들, 이 남자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몰랐습니다. 그 분이 고통을 참으면서 나를 위해 웃어 준 것을, 그 분 손가락이 마비되어 약사발을 들 수 없었다는 것도... 그냥 어린 애같은 그 분이 좋았습니다. "약 먹여줘봐요", 나와 그 분을 빤히 쳐다보는 만보사숙과 아줌마가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어깨에 손을 얹고도 주먹을 꽉 쥐어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했습니다. 만보남매 뭐라고 놀릴까봐서... 그래도 그 때 행복했습니다. 많이 아주 많이... 그 분의 고통을 알지도 못하면서 나 혼자 행복해 했습니다. 

해독제를 받기 위해 역겨운 그 놈을 또 만나러 가는 날 보며 그 분이 웃습니다. 그래서 또 행복했습니다. 그 분이 웃으셔서. 그 분의 웃음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하늘문이 열리는 날짜를 풀었다는데도, 나는 하늘문이 아닌 그 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돌아가야 하는 그 분을 항해... 

덕흥군 그 놈의 두번째 해독제에 대한 조건은 더 역겨웠다. 조일신을 사주해 기철을 쳤다. 영악한 놈, 기철이 궁으로 쳐들어 갈 것을 계산했음이리라. 그 어느 쪽이든 그 놈에게 승산이 있었을 터이니... 조일신이 성공을 하든, 기철이 성공을 하든...

궁이 위험하다. 그 분의 목숨 또한 경각에 달렸다. 어찌한단 말인가? 그 분과 전하, 치졸한 방법으로 그 놈은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 분의 목숨을 가지고...

 

***왜 독이었을까요? 덕흥군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는 자였지요. 공민왕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자기 자신이라고 대답을 하죠. 독을 쓰는 자는 믿을 수 없는 자라는 대사도 나오고요.

여기서 독은 드라마 신의가 관통하는 주제 '믿음'에 대치되는 상징적 설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경창군이 자기 대신 독을 마시고 죽은 것, 은수에게 독을 먹인 것, 최영에게 독은 트라우마와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지켜주지 못한 경창군 마마였기 때문에 말이죠. 

은수의 독은 은수와 최영에게 성장과 각성의 역할을 합니다. 독과 믿음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의 안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는 독, 역시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살리는 믿음(신의), 무엇이 더 강할까요?

죽어가면서도 최영을 지키고자 하는 은수, 은수를 살리기 위해 심장이 돼버린 사랑마저 밀어내려는 최영, 그 과정에서 두 사람에게는 독보다 강한 것이 자리하게 되지요. 담담하게 긴 세월을 기다리고 있던 최영과 계속적으로 타임슬립을 반복한 은수의 그것!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215
2012.12.01 16:37




오늘은 숙제부터 나갑니다. 제가 각별히 좋아하는 바비킴의 <일년을 하루같이>를 예습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회 리뷰에서 이 노래 한 번 더 나갑니다. 방문을 사이에 두고 은수와 진실게임을 한 후의 영의 감정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故김현식님의 <내사랑 내곁에>와 함께 연이어서 자주 흥얼거렸던 노래입니다.

제가 드라마 감상하는 방법이기도 한데요, 드라마 ost와는 별도로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노래를 주인공의 감정으로 덧붙이기를 좋아한답니다.

 

 

바람이 불어 오면은 바람이 부는 이유로

비가 내리면 술 한잔 생각이 나서

눈이 부시게 햇살이 날 비추면 왜인지도 모르게

밤하늘 어느 별하나 너를 닮은 것 같아

흘러가는 구름조차 너인 것 같아

셀 수 조차도 없이 많은 이유로 니가 보고 싶구나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일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사는게 너무 힘들어 가끔 울고 싶을 때

내어주던 네 가슴이 너무 그리워

고개숙인 날 다시 살게 했었던 웃음소리 듣고 싶구나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일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아무리 기다려봐도 내게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일년을 아니 평생을 기다릴 나는 정말 바보인가봐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할 수 밖에 없나봐

평생을 일년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할 것만 같아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일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그 날 그 분이 내게 물었다.  "내가 가버리게 되면 당신 괜찮겠어요?". 괜찮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다. 진실만을 대답해야 한다는 하늘세상의 놀이(?)를 다시 할 수 있다면, 나는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임자, 안 보낼 겁니다'라고... 그 분이 그렇게 떠나고 난 정말 괜찮지 않았고, 그 분만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임자가 돌아오는 날 그 날까지...

 

그 분은 그 때까지도 내게 하늘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영원히...

 

어이없는 일에 말려들었다. 우달치 애들이 확인도 하지 않고 받은 이상한 상자가 문제였나 보다. 오십만냥도 아닌 5백냥을 받아 쳐먹었다고 뇌물수수죄에 직권남용의 죄목을 씌운 조일신,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고,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서 대전을 박차고 나와버렸다.

평무사로 강등시키고 무죄를 입증할 단서를 찾으라고 하는데, 그저 귀찮다. 조일신도, 어렵게 궁으로 모시고 온 학자들도 하나같이...음 귀찮다, 이런 것 생각하는 것도... 그동안 자지못했던 잠이나 퍼질러 자야겠다.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이 아닌가. 

마음이 복잡하다. 그분이 매일 만나자던 그곳, 편하다, 따뜻하다. 복잡한 정치놀음을 떠나 넓은 궁에서 내가 기대 쉴 곳은 그분과 나만의 장소 이곳 뿐, 아니 그 분이었다. 그 분의 체온이 남아있는 것 같아 나는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나를 찾아 온 그 분, 상처의 실을 빼야한다고 알아서 찾아오는 출장의원이라며 공치사시다. 안다, 그렇게 우스개 소리로라도 날 위로하고 싶었겠지.

지난 번 화를 내서였는지 그 분 알아서 그 한편이라는 조건을 지키신다. 덕흥군 그자가 서책을 가지고 찾아왔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 분이 먼저 말해주니 기분이 좀 풀린다. 이어지는 말에 세상이 정지되는 것 같았다. "나 숫자 뭔지 알겠어요. 그거 날짜였어요. 하늘문이 열리는 시간같아요. 언제열릴 지는 계산해 봐야 해요", 아무 생각도 못하고 그 분만 쳐다보고 있었다.

'간다고? 하늘문이 열린다고?', 돌려보내기로 한 그 분, 그런데 왜 내마음은 이리도 무겁고 답답한지, '안가면 안됩니까?' 내마음을 들킨 것같아 그 분의 눈을 피해버렸다.

"시간계산되면 알려주십시오. 미리 준비해야 되니까...". 아닐 수도 있다는 그 분의 말, 나는 나쁜 놈이었다. 그 말에 왜 그리 기뻤는지...

내 방에 다녀왔다는 그 분, 그 약통을 내민다. 젠장, 함께 넣어둔 시들어버린 노란 꽃을 들켜버렸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화끈거린다(*귀여운 대장의 표정, 입 실룩거리는 모습은 볼때마다 미소짓게 만듭니다). 

내 앞에 선 그 분, 하늘세상에 나에 대한 노래가 있다고 말해준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이르신 어버이 뜻을 받들어..."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황금, 돌, 그리고 아버지라는 말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그 분이 그 말을 알고 계시단 말인가?

"하늘세상에서 당신 엄청 유명하다고 했잖아요. 아버님 유언까지 넣어서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고요", 뇌물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고, 나를 믿는다고 해준 말이었겠지만, 난 순간 돌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나 하늘사람인 것 당신만 못믿었나? 자기가 데려오고선..?".  

그 분을 하늘사람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산산이 부숴져 흩어진다.  "나 가요", 그 분의 말이 마치 "나 하늘 세상으로 가요"라는 말처럼 들린다. 가슴이 또 싸르르 아파온다. 점점 심해지는 이 병이 무엇인지 나는 안다. 그 분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음이라는 것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머리가 아득해져 온다. 별하나 없는 칠흙같은 밤처럼, 꿈이기를 바라며 눈을 비벼도 꿈이 아니었다. 두 눈을 지긋이 눌러본다.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눈물을 막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아니 꼭 그 분은 가시겠지... 

(***지난 글에서 최영이 하늘말을 배우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로, 하늘말을 따라하면 은수를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고 인정해야 하는 거리감때문이라는 말을 썼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그렇게 멍하니 슬픈 표정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임자팬들 생각은?)

 

"갈 겁니다, 함께"

 

학자들이 그 분을 찾아 이것저것 묻는 소리가 들린다. 이젠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 분 자신의 말이 위험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으니까, 학자들을 대처하는 법도 아시고, "천기누설은 곤란합니다. 알고 싶으면 임금님이 직접 물으시라고 하세요. 그러면 천기누설 아주 쪼끔은 가능합니다". 훗! 제법이다.

학자들까지 그 분을 귀찮게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빨리 떠나야 겠다. 기철과는 다른 방식일테니... 온갖 법도를 들어 그 분에게서 알고 싶어하는 것들을 알려고 하겠지. 뇌물수뢰 그 더러운 죄목을 당장 밝히기는 힘든 일, 그동안 그 분은 홀로 남아야 한다. 그리되면 지켜드릴 수가 없다. 

"내일 새벽 떠날 준비하시고 매일 만나자던 그 자리에서 만나죠. 짐은 많이 싸시지 말고 가볍게...", 설마 학자들이 험하게 다루겠냐 믿지 않은 그 분, 내 굳은 표정에 수긍을 한다.

"같이 갈 거에요?". 잠시 머뭇거려진다. 어떤 답을 해야 할까? 그분의 물음은 어떤 쪽이었을까? '임자, 경창군 마마를 모시고 하늘세상으로 함께 가자고 했었지요. (하늘세상으로) 같이 갈 거예요? 그 뜻입니까? 갈 겁니다. 함께... (하늘문까지) 같이 갈 거예요? 갈 겁니다. 함께'. 나는 아직도 그 분의 말이, 그리고 내 대답이 어느쪽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전자였을까, 후자였을까?

***이 때 은수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지요. 잠을 싸라는 말에 은수가 되물었지요? "떠나요? 나 떠나라구요?", 은수가 가지말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질문에서도 읽혀지더군요. 같이 갈 거예요?도 은수의 속마음은 최영이 함께 하늘세상으로 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고요. 같은 말이라도 천지차이로 의미가 달라지는 대사입니다. 임자팬들의 생각도 궁금해요.  

탈옥. 원하던 방법은 아니었지만 시간을 벌었다. 그곳 우리의 그곳, 인기척에 칼을 빼느라 낑낑대는 그 분, 단검빼는 연습을 도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이제 필요없겠지. 반가움인지, 안도감이었는지 한동안 멍하니 서있는 그 분, "기다리셨습니까?", 내 가슴에 뛰어들어 온 그 분,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빠르게 뛴다. 너무 빨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가만히 조심스레 그 분을 안았습니다안심하라고...'. 힘을 주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그 분을 안으면 다시는 놓아주지 못할 것 같아서. 

 

임자가 떠나면... 괜찮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아픕니다

 

기철의 사병들이 도처에 깔렸다. 그 분을 노리고 있음이리라. 며칠 숨어있다가 개경을 빠져나가야 할 듯 싶다.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그 분, 헝클어진 머리에 손이 가다 멈춘다. 그 분에게 날마다 날마다 가는 내 마음도 이렇게 멈춰야 겠지.  

그러나 멈출 수가 없었다. 젖은 머리 가슴에 닿을 듯 내 앞에 멈춰선 그 분,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세상이 정지되고 둘 만 있는 기분, 아니다, 그래 솔직해지자. 그 분을 안고 싶었다. 

"거기 있어요?", "여기 있습니다", 그 때는 몰랐다. 이 말을 이토록 오래도록 기다리며, 수없이 대답하게 될 줄은... 지금도 매일 그 분의 소리를 듣는다. '거기 있어요?", 하루에도 몇번씩 대답한다. '여기 있습니다'.


"만약에 내가 이 수첩에 적힌 날짜를 풀게 되고, 그 날에 하늘문에 가게 되고 같더니 문이 열려서 내가 가버리게 되면, 그럼 당신 괜찮겠어요? 어디 다쳐서 와도 봉합하고 약발라 줄 사람이 없어졌는데 당신 괜찮겠어요?". "괜찮지...않을 겁니다".  

"나도 괜찮지 않을 거예요. 임금님 왕비님, 우달치들 그리고 당신... 많이 보고 싶을 거에요. 어쩌면 긴 꿈을 꾼 것 같은... 근데 원래 꿈은 날이 밝으면 잊혀지는 거 아닌가...". 그 분도 나도 알고 있었다.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평생 그 분을 가슴에 담을 것이라는 것을... '방문에 일렁이는 임자의 그림자, 조심스레 만져봅니다. 눈 코 입 당신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당신 차례,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거 없어요?". "없습니다". 

'임자,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밥 좋아하는 임자. 골똘히 생각할 때는 머리 헝크리는 임자, 밤마다 악몽꾸는 임자, 그래도 웃는 임자, 힘차게 사는 임자. 나를 살린 임자, 나를 살고 싶게 만든 임자, 목숨을 내주고 나를 살린 임자, 내가 연모하는 임자, 내 안에 살고 있는 임자, 유은수. 지금도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그래서 힘이 듭니다. 조금만 알았더라면, 아니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왜 하필 임자였습니까? 임자를 너무 많이 알아서 임자의 자리가 너무 커서 힘이 듭니다. 죽을 듯이 힘이 듭니다'.  

 

말하지 못했다. 임자가 내게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내 심장과 함께 하는 분이라는 것을... 임자때문에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는 말을, 나는 하지 못했다. 임자를 연모한다는 말도, 그래서 내 곁에 남아달라는 말도...

 

'하늘세상으로 같이 가자는 말, 다시는 안해주실 겁니까? 다시 물어본다면 따라 가고 싶습니다. 임자없이 남겨지는 것이 두렵습니다'.

함께 가자고 했다면 나는 이 말도 끝내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듣고 싶었다, 함께 하늘세상으로 가자는 그 분의 말을...

'임자에게 향하는 마음 너무 빨라 내 발목에 큰 바윗돌 두 개를 묶었습니다. 가지못하게 임자에게 향하는 내 마음을 묶기 위해... 그래서 내 걸음이 느렸나 봅니다. 그것이 임자를 더 힘들게 했다는 것도 모른채...'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