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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24 '내딸서영이' 강기범(최정우), 예상못했던 매력적인 인물 (8)
2012.09.24 09:08




소현경 작가는 전작 찬란한 유산에서도 그러했지만, 기업주에 대한 생각이 현실적이기 보다는 '바람직한'에 머무른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악덕기업주나 사장, 고용주와 피고용인 간의 계급적 갈등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우회적으로 표현하죠. 이런 사장이라면 일할 맛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내 딸 서영이에서는 위너스 사장 강기범이 그런 인물입니다. 소 작가는 여성 의류회사 위너스 2대 사장이기도 한 강기범을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재벌가의 사장이나 회장의 전형적인 모습과 차별적으로 그림으로써, 보다 바람직한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1,2회는 무능한 아버지 천호진의 쳐진 어깨가 먹먹하게 했다면, 3,4회는 강기범 역의 최정우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공부꼴통 성재(이정신)를 공부시키기 위해 이서영에게, 세 배의 과외비와 성적향상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제시하지요. 고시원에서 지내는 서영에게는 파격적인 좋은 조건이었죠. 입주과외 교사와 그 집 아들, 혹은 딸과의 로맨스가 조금 고전스럽지만, 여튼 이서영(이보영)은 당장 짐가방을 챙겨 들어오면서 우재와의 불편한 한집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잠깐 허걱! 했습니다. 글쎄요, 제가 생각이 이상한 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유골함을 남의 집에 들고와서 보관하고 있는 것에 좀 놀랐네요. 이서영에게는 어머니지만, 생판 남인 그 집 식구들이 알면 썩 달가운 일은 아닐 듯해서 말이죠.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간 이유가 "어머니가 죽어서였다고 해도 믿지 않겠다"고 했던 말에 이서영이 눈물을 흘린 이유를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혹이라도 김혜옥이 알면 까무라치지 않을까 싶기도... 

아직은 큰 갈등구조가 드러나지 않아 우울하기보다는 잔잔한 느낌을 주는 내 딸 서영이, 그중에도 톡툭 튀는 캐릭터들의 예기치 않은 코믹함은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호정(최윤영)의 순수 어리버리함에 이번회도 엄마미소를 지었네요.

이상우(박해진)의 백허그에 정신줄 놓고 짝사랑에 빠진 호정이 참 귀엽고 예쁘더라고요. 시종일관 진지한 공부벌레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호정이 등장하면 '허걱! 쟤가 웬일이야' 라며 놀라는 박해진은 웃기려고 하지 않은데도 웃음짓게 만듭니다. 박해진-최윤영 커플은 메인커플보다 알뜰살뜰하게 재미를 주네요. 

 

이보영-이상윤 커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억지설정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보이는데 비해, 박해진-최윤영 커플은 최윤영의 적극적인 짝사랑으로 인해 만들어 가는 해프닝이 더 자연스럽고, 감정선의 연결도 매끄러운 느낌입니다.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온 최윤영의 짝사랑이 더 애틋스럽기 까지 하고 말이죠. 신사의 품격에서도 서브커플들에게 더 호감이 갔는데, 내 딸 서영이도 비슷한 느낌이랍니다. 

이서영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강우재가 오토바이를 훔쳐타고 달아난 여자가 이서영이라는 것을 알고 경찰서를 향해 갔는데요, 절도범으로 신고는 하지 않나 보더군요. 예고편에 약혼을 파기하면 혼인빙자 혐의로 몇년을 살아야 하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가끔 우재가 전화통화를 하는 선우라는 인물이 우재의 약혼녀인가 봅니다. 약혼자가 있었어요?ㅠㅠ

이 커플 넘어야 할 산이 많군요. 차갑고 까칠한 이서영의 마음을 잡는 것도 난관이지만, 차이나는 가정형편에 약혼자까지, 게다가 한 성질 할 것같은 우재 엄마 김혜옥은 또 어떡하라고.... 과외선생님을 짝사랑하기 시작한 성재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부에 열중하는 것 같은데, 귀염둥이에게 실연의 상처가 크겠군요. 

우재네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불편한 서영은 새벽 일찍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를 보충하고, 저녁은 먹고 들어왔다는 식으로 넘기더군요. 성재의 과외가 끝나고 몰래 사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서영, 자존심도 그 쯤되면 병적입니다. 

 

그런 서영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은 우재였지요. 성재문제로 상의할 것이 있다며 꼬리곰탕집으로 서영을 데리고 간 우재, 우재의 호의에 마음 상해 식당을 나가버리는 서영이었지요. 돈을 그렇게 아끼는 서영이 그런 데서는 돈보다 자존심이더군요. 택시를 쉽게 잡아타더라고요.

괜한 오지랖에 컵라면조차 먹지 못하게 한 것같아 신경이 쓰인 우재는, 마트에서 이것저것 요기할 것을 사다주지요. 서영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 안에 함께 들어있던 꼬리곰탕이었습니다. 아버지도 늘 그랬지요. 밥은 먹고 다니냐며 서영의 밥부터 챙겨주려던 아버지였습니다. 괜한 자존심에 번번히 아버지의 밥상을 마다하고 나와버렸지만, 성재형님 강우재도 그랬나 봅니다. 꼬리곰탕을 먹는 서영의 언 마음이 한 겹 녹아내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새벽 운동을 핑계삼아 우재가 에스코트 해주는 것이 싫지 않은 서영입니다. 곧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사람, 부유한 동네라 돈을 노리고 여자들에게 못된 짓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그의 진심이 전해져 옵니다.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간 여자가 서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강우재가 다짜고짜 서영을 경찰서로 데리고 갔는데요, 서영은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나 보더군요. 서영의 성격에 비추어 보면 납득은 가지 않지만, 오토바이 사건으로 우재와 서영이 특별한 관계로 발전해 갈 것 듯한데, 두 사람을 엮는 설정이 작위적인 느낌이라, 두 사람의 감정선을 연결하는 디테일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이 아쉽군요. 

3,4회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인물은 강기범(최정우)이었습니다. 공장을 둘러보면서 야근하는 직원에게 야근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문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개의 드라마에서 사업주는 어떻게 해서라도 돈은 적게 주면서 직원들의 노동력은 최대로 이용하려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강기범은 예상밖이었습니다. 돈을 제대로 줘야 일할 맛이 나는 것 아니겠냐고, 공장장을 닥달하는 모습이 꽤 멋졌거든요. 사장의 사고는 진보적인데, 오히려 친구이자 오른팔 격으로 일하는 최민석이 따라가지 못해 좀 한심해 보이기도 했고 말이죠.  

이번회는 공식석상에서 최민석을 까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죠. 특히 고가명품지향 기획안에 대한 강기범의 사업마인드가 마음에 들더군요. 강기범의 회사경영 기본마인드가 '품질업(Up) 가격다운(Dwon)'이라는 점도 마음에 쏙 와닿았고 말이죠. "개나 소나 명품쫓는다고 우리도 명품쫓는다면 그게 뭐야! 개새끼 소새끼지.".

현실적으로 이런 기업주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소현경 작가가 역설적으로 말하고 싶은 바람직한 기업주가 강기범과 같은 인물이 아닐까, 작가의 우회적인 시선이 읽혀지기도 합니다.  

강기범이 집에서도 아내 비위 맞춰주는 자상한 남편은 아닌 듯 보이더군요. 아침 식탁에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차려입고 나선 김혜옥이, 미경(박정아)이 잠옷인지 속치마인지 모를 옷을 걸쳐입고 나오자,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자, 강기범은 이렇게 한 마디로 정리를 해버리기도 하죠. "일하는 여자는 일하는 여자답게, 노는 여자는 노는 여자답게". 

아내가 상처를 받든 말든 내 능력으로 먹고 누리고 사는 것을 감사하라는 식의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면서도, 뼈있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자신감 충만한 가장이죠. 서영아버지 이삼재와는 대조적으로, 직설적이면서도 돌아서면 갸우뚱하게 만드는 은유적 화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있더군요. 

서영에게는 "성재가 공부 안하고 딴짓하면 몽둥이 찜질을 하든, 아예 죽여놓으시오" 라고 전권을 위임하기도 하는 등, 자식 공부문제는 아내에게 일임하는 요즘의 아버지들과는 다른 적극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기업사장' 하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권위적이고, 사무적인 말투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중견배우 최정우가 기업사장이자 아버지를 매끄럽게 연결하고 있어, 인간적인 친밀감도 더 느껴지고, 무엇보다 경영마인드가 '바람직한 기업인'에 가까워 강기범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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