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영'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13.06.07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보영 3종매력, 웃기다 재미있다 궁금하다 (21)
  2. 2012.10.08 '내딸서영이' 이보영, 아버지 존재 부정했던 이유 (2)
  3. 2012.09.24 '내딸서영이' 강기범(최정우), 예상못했던 매력적인 인물 (8)
  4. 2012.09.23 '내딸서영이' 이보영, 이해하기 힘든 비호감 무개념 (5)
  5. 2012.09.17 '내 딸 서영이' 천호진, 가슴 먹먹하게 했던 아버지의 모습 (4)
2013.06.07 10:54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박수하(이종석), 멜 깁슨 주연의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라는 영화를 떠올려 보기는 했지만, 장르는 전혀 다른 법정드라마더군요.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있던 박수하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사람의 눈을 보면 마음을 읽어내는 초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덤프트럭 운전자 민준국(정웅인)은 신음하는 아버지를 쇠파이프로 살해해 단순 교통사고로 위장하려고 합니다. 우연히 사고 현장을 목격하게 된 두 소녀 장혜성(김소현, 이보영)과 서도연(이다희)은 민준국의 재판정에서 증언을 하자고 약속했지만 장혜성만이 법정문을 열고 들어가죠. 

사고의 충격으로 일시적으로 언어장애를 일으킨 박수하(이종석)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꼬마 아이의 말은 법적 증거로 채택할 수 없기에, 어린 소년의 망상이라고만 치부되었을 뿐입니다. 억울하고 답답한 소년 앞에 나타난 장혜성, 박수하에게 누나는 천사였고, 등불이었습니다. 

법정문을 열지 못했던 서도연의 두려움, 서도연에게 용기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법정문을 열고 들어선 장혜성, 두 소녀를 법정으로 향하게 한 것에 '정의를 위해서', '혹은 진실을 위해서' 라는 거차한 명분은 없었습니다. 치기어린 두 소녀의 심리싸움이 더 컸었습니다. 도망쳐 버린 서도연의 두려움도 충분히 이해되고, 법정문을 연 장혜성은 서도연보다는 깡다구(요런 말 비속어인가 ㅎㅎ)가 좀 쎄서 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법정에서 증언을 한 후 장혜성은 두려움과 후회가 범벅되어 있었습니다. 우는 장혜성의 모습이 실감나게 공감되더군요. 괜한 일에 나섰다는 후회와 두려움으로 우는 장혜성을 어린 수하는 "내가 지켜줄게"라며 안아줍니다 

 

그리고 10년후...

학교를 자퇴한 장혜성은 검정고시로 사법고시에 패스하고, 국선변호사가 되어 박수하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10년전 두려움에 떨면서도 증언을 해주었던 수하의 천사 잔다르크는 꼬박꼬박 나오는 국선변호사 수임료가 목표일 뿐인, 그렇고 그런 속물 변호사일 뿐이었죠.

수하와 같은 학교 급우 민동희의 추락사고 범인으로 몰린 고성빈의 변호사가 된 장혜성, 그녀는 고성빈(김가은)의 진심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검사의 기소장을 인정하고 피고인이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앵무새같은 변론장만 준비해 재판정에 서려고 하죠. 

음악실에서 민동희를 밀지 않았다고 우는 고성빈의 눈물을 보며,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깐 흔들리는 장혜성, 찜찜함에 회전문을 반복해 돌기도 하지만, 장혜성은 이내 마음을 다잡아 버리죠. 10년전 서도연의 전교 1등 축하 파티에서 서도연의 한 쪽눈을 실명에 이를 수도 있었을 폭죽사고로 비슷한 오해를 받은 적이 있었던 장혜성이었습니다.

폭죽을 쏘지 않았다는 자신의 말을 세상 사람들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고, 오직 엄마(김해숙)만이 혜성을 믿어주었던 쓰라린 과거의 상처, 그러나 그 과거의 상처는 혜성에서 도피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만 배우게 했습니다.

재판정에 나가 소년의 아버지를 위해 살해사건을 증언하기도 했던 용기는, 오랜 시간 혜성을 악몽 속에 살게 했습니다.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소름끼치는 범인의 목소리, 그리고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무서웠던 쇠파이프 끌리는 소리와 함께...  

 

용기는 쓸데없는 만용으로 여겨졌고, 불의와 싸운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패배주의에 물들어 국선변호사나 하다가 시집이나 가겠다는 한심한(?) 변호사로 전락한 장혜성, 장혜성에게 진한 연민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겁니다.

강자에게 짓밟힌 경험은 장혜성이 과거 범인의 협박에도 재판정에 들어섰던 용기를 잃어버리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히 나섰다가 피만 봤다는 심정으로 말이죠. '가늘고 길게 살자, 안전빵으로...'. 

싸가지는 물말아 먹었고, 홍보용 포스트잇을 한웅큼 집어오는 철면피에, 인정머리라고는 털끝하나 발견하기 힘들고, 동료와의 친화력이나 피고인의 진심에는 관심없이 그저 작성된 서류만 쳐다보는 재수뿡 변호사는, 우리 기성세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어서 말이죠. 불의에 눈을 감고 진실에 귀를 닫고 불편함에 침묵하는 냉소적인 모습이 말입니다. 그래서 전 이 싸가지 없는 장혜성이라는 캐릭터가 흥미롭고 애정이 가네요.  

 

그리고 악연은 되풀이됩니다. 민동희의 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고성빈 사건의 담당 검사가 다름 아닌 서도연, 폭죽사건으로 혜성에게 누명을 씌우고 학교에서도 쫓겨나게 하고, 교통사고의 목격자로 재판정에 함께 들어가자고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도망쳐 버렸던 인물입니다.

시험시간에 부정행위를 하다 장혜성에게 들켰던 서도연은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는 혜성이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혜성이 폭죽을 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실수를 덮고자 거짓말을 했던 친구의 말에 자신도 봤다고 맞장구를 쳐버린 서도연, 그 악연은 10년후 검사와 국선변호사로 해후하게 합니다. 

박수하의 믿기지 않은 초능력을 보고도 장혜성은 고성빈의 유죄를 인정하는 재판을 하려합니다. 증거도 없이 나댔다가 서도연에게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장혜성이었습니다. 고성빈의 마음의 소리를 읽었다는 것만으로, 목격자도 있었고(물론 창가에 서있던 고성빈을 보고 밀었다고 생각한 것이지만) 민동희에게 좋지않은 감정을 가졌다는 여러 정황들을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말이죠.

"정말 많이 닮았다", 의미심장하게 비웃는 서도연의 말을 처음에는 못알아 들었던 장혜성입니다. "폭죽사건이 뭐야? 성빈이가 당신을 많이 닮았대. 10년전 폭죽사건때의 당신과...". 

고성빈의 재판정, 살해미수죄로 기소한다는 서도연 검사의 모두발언이 시작되었고, 장혜성은 방청석에 앉아있는 박수하에게 마음으로 묻습니다. "너 애가 무죄라는 것 확신해? 나 너 믿어도 돼?".

고개를 끄덕여 주는 박수하, 백 가지의 증언과 증거보다 박수하의 눈빛을 믿고 싶은 장혜성입니다.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합니다.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합니다!!".  

무사안일주의,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인 속물 변호사 장혜성의 환골탈태와도 같은 반전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녀를 변하게 했을까? 자신과 닮았다는 고성빈 사건, 어머니 외에는 아무도 혜성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억울하게 학교에서 자퇴를 해야 했고, 도연의 집 가정부로 일하던 어머니도 쫓겨나야 했습니다.

그녀는 고성빈 변론을 통해 10년전 자신의 모습과 마주합니다. 폭죽을 쐈다는 누명을 쓰고도 눈물로 아니라고 항변밖에 할 수 없었던 힘없던 소녀, 살해현장을 목격하고 증언을 했지만 범인의 협박에 늘 밤길이 무서운 장혜성은 오랜 두려움 속에 살아왔습니다가로등없는 어두운 골목길에 무서워 번거로워도 빙 돌아 집으로 가는 혜성, 자기 전에는 남자의 구두를 현관앞에 내놓고 자는 습관도 그 두려움때문에 생겼을 듯 하더군요. 민준국의 무시한 협박에 떨었던 그 어둠 속에서의 기억때문에 말이죠.  

장혜성에게 진실이 통하지 않는 세상은 싸워볼 용기를 잃게 했고, 서도연과 욱하는 치기같은 기싸움으로 재판정에서 증언을 했지만, 범인의 무서운 협박은 장혜성에게 두려움의 후유증으로 남아버렸습니다. 혜성의 말을 믿지않고 퇴직금이라고 돈봉투를 준 서판사(정동환)에 대한 어머니의 분한 심정을 달래주고자 독하게 공부를 했지만, 변호사란 그저 생계수단 직업 이상의 의미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그녀 앞에 이상한 아이가 나타났습니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초능력 소년, 어쩌면 이 소년은 장혜성에게 보낸 용기라는 이름을 가진 동화 속 천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실과 거짓, 용기와 두려움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판가름 내버리는 냉혹한 법정의 억울한 약자를 위한... 그리고 오랜 시간 그녀를 떨게 한 민준국에 대한 두려움과 마주할...

 

드라마가 끝날 즈음, 아마도 우린 마음을 듣는 동화 속 천사같은 인물 박수하가 된, 진심과 진실에 귀를 기울이는 사명을 위해 일하는 인권수호자와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억울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없어지는 세상, 힘없는 약자가 한 사람이라도 더 보호되는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어둠보다는 밝음을, 삭막함보다는 따뜻한 세상을 느끼게 하는...

마음의 소리를 읽는다는 초능력이라는 판타지 소재가 가미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 1,2회에 매료되었습니다. 좋아하는 배우 김해숙의 출연만으로 기대를 안고 시청했는데, 그녀의 억척스러워 보이는 캐릭터와 사투리 연기는 역시! 김해숙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네요.

소재도 특이하거니와 이종석과 이보영의 변신이 신선하고 재미있더군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중저음을 가진 목소리의 매력도 매력이거니와 소년과 청년의 얼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종석은 이보영과의 케미도 아직은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더군요. 

 

특히 재미있는 변화는 이보영이었습니다. 단아하고 지나치게 정제된 이보영의 연기가 가끔은 숨막히게 한다는 느낌이 들어, 이보영이 연기변신을 해야할텐데 싶은 생각을 줄곧 했거든요. 폐지되었지만 달빛프린스에 나와 보여준 소탈하고 성격좋은 그녀에게 작품 속 이보영이 아닌 배우 이보영에게 반하기도 했었는데, 이번 작품은 제게 굳어진 딱딱한 이미지의 이보영을 한 방에 날려버려 흐뭇한 마음으로 보게 되네요. 

까칠하고 싸가지도 없고 사람에 대한 정이라고는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장혜성이라는 캐릭터를, 욕나오게 밉지않게 표현하는 코믹한 모습이 과하지 않아서 좋더군요. 흔히 단아한 여배우의 망가짐을 과한 표정연기로 개그화시키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보영은 연기와 개그의 경계를 이탈하지 않더군요. 그런데도 웃깁니다,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장혜성이라는 캐릭터의 변화를 궁금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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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8 14:33




사랑과 결혼이 언제부터 이렇게 번갯불에 콩볶듯이 빨리빨리 문화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재의 사랑고백과 결혼을 조건으로 아버지와의 딜이 많이 당황스럽더군요. 

서영의 마음을 특별한 감정이라고 확신하는 우재의 밀어부치기가 숨통을 조여오는 것처럼 부담스럽기도 했고,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빠르다 보니 메인커플의 사랑이야기가 우격다짐처럼 진행되는 느낌입니다. 

초반 이서영이라는 캐릭터를 웃지도 않는 얼음공주에다 세상과의 친화력은 제로인 캐릭터로 만들더니, 강우재는 사랑도 결혼도 불도저처럼 전투적이라 개인적으로 제 취향의 남자는 아니었네요.

 

우재의 폭풍고백에 설레였던 분들 없지 않았겠지만, 사랑이 무르익기도 전에 남의 인생을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고 따귀를 한대 올려주고 싶을 정도로 저돌적이라 좀 그렇더군요;; 뭐랄까 참 비현실적인 사랑이야기 같아서 쉽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고 말이죠 

한국에 남아 회사일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결혼허락을 하는 강기범(최정우), 이 결정도 공감하기는 힘들었지만, 강기범의 쿨한 캐릭터 하나는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아들을 눌러앉히기 위해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택하는 강기범, 똑똑한 며느리와 아들 둘을 택한 것이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죠.

사업가인 강기범은 아들을 잃느니, 아니 아들 우재가 회사를 택하게 하기 위해서 하나를 내어주는 계산을 했던 것이죠. 며느리될 집안을 버린 것이지요. 머리싸매고 누울 차지선(김혜옥)을 보니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고 해도 서영의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을 것임이 예고되기도 했지요.  

뉴욕으로 함께 떠나 로스쿨을 다니고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자는 우재의 제안을 거절하는 이서영에게, 일단 자존심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했지만, 사실은 다른 부분에서 서영의 속마음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제비로 오해받아 경찰서에서 합의를 보고 있던 아버지, 주차관리인이 아니라 나이트 클럽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못마땅한 서영이었죠. 왜 우리 아버지는 다른 아버지들 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 무능하면 무능한대로 적게 먹고 가는 똥 싸고 살면 될 것을, 자식들 위한다는 말로 사고만 쳤던 아버지가 지긋지긋합니다.

아버지가 사고를 치면 그 뒷수습은 늘 어머니와 서영의 몫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손이 부르트도록 일만 하다가 홀로 죽어가야 했고, 돈 많이 벌어 어머니를 호강시켜 주겠다는 서영의 약속도 지키게 하지 못한 아버지였지요. 

 

서영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족쇄와도 같았고, 끊어내지 못하는 굴레와도 같았습니다.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었던 서영, 우재가 뉴욕으로 함께 가자는 말에 잠시 고민했던 서영이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마음에 들어온 사람, 한 번도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줄 일도, 받을 일도 없었던 서영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해야 했기에, 남자에 대한 관심은 다른 세상의 일이었죠.

그런 서영에게 처음으로 좋아한다고 고백해 준 우재, 서영도 싫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좋아한다는 고백도, 서영에게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사람이었으니까요. 

서영을 두고 갈 수없다는 우재의 고백에 서영도 상우와 상의를 하고 싶어 상우를 갔지요. 그런데 아버지의 일로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경찰서에서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을 봐야 했습니다. 우재와의 영화약속도 가지않고 펑펑 우는 서영, 아버지는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기회조차 박탈해 버린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요, 한강에서 목놓아 눈물을 흘린 후 우재의 프로포즈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서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스치더군요. 우재의 감정이 당황스러워서였다기 보다는, 아버지때문에 뉴욕으로 떠나지 못한다고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서영에게 아버지는 애증이 범벅된 존재지만 아버지 이삼재가 아버지라는 것은 하늘이 두쪽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요. 사랑보다 미움이 더 큰 아버지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서영이 뉴욕으로 떠나버리면 아버지의 사고를 상우(박해진) 혼자 수습해야 하고, 자신 밖에는 해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서영은 누구보다 잘알고 있지요. 3분차의 쌍둥이지만 서영은 누나였고, 장녀라는 책임감이 병적으로 강한 아이입니다. 3분 동생 상우에 대한 특별한 형제애때문이기도 하고 말이죠.

서영이 그래서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운 아버지이지만 그래도 아버지니까 말이죠. 상우에게 혼자 짐을 지울 수 없는 현실이 서영을 더 미치도록 슬프게 합니다.  

 

서영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다는 우재의 폭탄고백으로 우재네 집은 발칵 뒤집혀 서영이 가족관계를 말해야 하는 장면이 나왔지요.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안 계신다는 말에 차지선은 뒷목잡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죠. 부모없는 고아와 결혼하겠다는 거였느냐고 말이죠.

처음에는 그런 서영이 너무 독하고 무섭고 차디찬 얼음장같아서, 어떻게 살아있는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냐고 욕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뒤돌아서 서영의 입장이 되어 이해를 해보자고 다시 생각을 해봤습니다. 서영이 왜 그랬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서영은 우재와의 교제와 결혼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서영이 입주과외를 하면서도 느꼈던 것이고 말이지요. 

그런데 아버지가 뭐하시는 분이냐고 직업을 묻자, 몇시간전에서야 알았지만 나이트클럽에서 일한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닌데, 아무리 못나고 무능한 아버지지만 다른 사람들이 아버지를 무시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나이트 클럽에서 일한다고 하면 좋은 직업을 가지셨다고 할 사람들도 아니고, 아무 상관없는 아버지를 욕먹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더군요. 아버지가 무능하고 창피한 것은 서영이지, 다른 사람들까지 아버지를 그렇게 보는 것은 싫었을 듯해서 말이죠. 아버지를 부정한 것이 결코 잘한 것은 아니지만, 안계신다는 말로 더이상 아버지가 회제에 오르지 않게 한 것이죠. 차라리 없는 아버지였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도 없지 않았을 거고요.

 

자식이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듯이, 부모에게 자식도 마찬가지죠. 가족이란 선택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니 말이지요. 서영에게 아버지는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능한 사람이라고 아버지 가슴에 못을 박은 서영이지만, 안보고 싶지만 안볼 수 없고, 모른체 하고 싶지만 모른체 할 수 없는 존재, 그런 사람이 아버지니까 말입니다. 

언제 어떻게 사고를 칠지 모르는 아버지를 상우에게 맡겨두고 사랑을 택해 미국으로 떠날 수 없는 자신이 서글프고, 다른 사람이 아버지를 무시하는 게 싫어 안 계신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니살아있는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한 서영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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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4 09:08




소현경 작가는 전작 찬란한 유산에서도 그러했지만, 기업주에 대한 생각이 현실적이기 보다는 '바람직한'에 머무른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악덕기업주나 사장, 고용주와 피고용인 간의 계급적 갈등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우회적으로 표현하죠. 이런 사장이라면 일할 맛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내 딸 서영이에서는 위너스 사장 강기범이 그런 인물입니다. 소 작가는 여성 의류회사 위너스 2대 사장이기도 한 강기범을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재벌가의 사장이나 회장의 전형적인 모습과 차별적으로 그림으로써, 보다 바람직한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1,2회는 무능한 아버지 천호진의 쳐진 어깨가 먹먹하게 했다면, 3,4회는 강기범 역의 최정우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공부꼴통 성재(이정신)를 공부시키기 위해 이서영에게, 세 배의 과외비와 성적향상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제시하지요. 고시원에서 지내는 서영에게는 파격적인 좋은 조건이었죠. 입주과외 교사와 그 집 아들, 혹은 딸과의 로맨스가 조금 고전스럽지만, 여튼 이서영(이보영)은 당장 짐가방을 챙겨 들어오면서 우재와의 불편한 한집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잠깐 허걱! 했습니다. 글쎄요, 제가 생각이 이상한 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유골함을 남의 집에 들고와서 보관하고 있는 것에 좀 놀랐네요. 이서영에게는 어머니지만, 생판 남인 그 집 식구들이 알면 썩 달가운 일은 아닐 듯해서 말이죠.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간 이유가 "어머니가 죽어서였다고 해도 믿지 않겠다"고 했던 말에 이서영이 눈물을 흘린 이유를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혹이라도 김혜옥이 알면 까무라치지 않을까 싶기도... 

아직은 큰 갈등구조가 드러나지 않아 우울하기보다는 잔잔한 느낌을 주는 내 딸 서영이, 그중에도 톡툭 튀는 캐릭터들의 예기치 않은 코믹함은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호정(최윤영)의 순수 어리버리함에 이번회도 엄마미소를 지었네요.

이상우(박해진)의 백허그에 정신줄 놓고 짝사랑에 빠진 호정이 참 귀엽고 예쁘더라고요. 시종일관 진지한 공부벌레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호정이 등장하면 '허걱! 쟤가 웬일이야' 라며 놀라는 박해진은 웃기려고 하지 않은데도 웃음짓게 만듭니다. 박해진-최윤영 커플은 메인커플보다 알뜰살뜰하게 재미를 주네요. 

 

이보영-이상윤 커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억지설정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보이는데 비해, 박해진-최윤영 커플은 최윤영의 적극적인 짝사랑으로 인해 만들어 가는 해프닝이 더 자연스럽고, 감정선의 연결도 매끄러운 느낌입니다.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온 최윤영의 짝사랑이 더 애틋스럽기 까지 하고 말이죠. 신사의 품격에서도 서브커플들에게 더 호감이 갔는데, 내 딸 서영이도 비슷한 느낌이랍니다. 

이서영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강우재가 오토바이를 훔쳐타고 달아난 여자가 이서영이라는 것을 알고 경찰서를 향해 갔는데요, 절도범으로 신고는 하지 않나 보더군요. 예고편에 약혼을 파기하면 혼인빙자 혐의로 몇년을 살아야 하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가끔 우재가 전화통화를 하는 선우라는 인물이 우재의 약혼녀인가 봅니다. 약혼자가 있었어요?ㅠㅠ

이 커플 넘어야 할 산이 많군요. 차갑고 까칠한 이서영의 마음을 잡는 것도 난관이지만, 차이나는 가정형편에 약혼자까지, 게다가 한 성질 할 것같은 우재 엄마 김혜옥은 또 어떡하라고.... 과외선생님을 짝사랑하기 시작한 성재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부에 열중하는 것 같은데, 귀염둥이에게 실연의 상처가 크겠군요. 

우재네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불편한 서영은 새벽 일찍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를 보충하고, 저녁은 먹고 들어왔다는 식으로 넘기더군요. 성재의 과외가 끝나고 몰래 사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서영, 자존심도 그 쯤되면 병적입니다. 

 

그런 서영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은 우재였지요. 성재문제로 상의할 것이 있다며 꼬리곰탕집으로 서영을 데리고 간 우재, 우재의 호의에 마음 상해 식당을 나가버리는 서영이었지요. 돈을 그렇게 아끼는 서영이 그런 데서는 돈보다 자존심이더군요. 택시를 쉽게 잡아타더라고요.

괜한 오지랖에 컵라면조차 먹지 못하게 한 것같아 신경이 쓰인 우재는, 마트에서 이것저것 요기할 것을 사다주지요. 서영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 안에 함께 들어있던 꼬리곰탕이었습니다. 아버지도 늘 그랬지요. 밥은 먹고 다니냐며 서영의 밥부터 챙겨주려던 아버지였습니다. 괜한 자존심에 번번히 아버지의 밥상을 마다하고 나와버렸지만, 성재형님 강우재도 그랬나 봅니다. 꼬리곰탕을 먹는 서영의 언 마음이 한 겹 녹아내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새벽 운동을 핑계삼아 우재가 에스코트 해주는 것이 싫지 않은 서영입니다. 곧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사람, 부유한 동네라 돈을 노리고 여자들에게 못된 짓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그의 진심이 전해져 옵니다.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간 여자가 서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강우재가 다짜고짜 서영을 경찰서로 데리고 갔는데요, 서영은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나 보더군요. 서영의 성격에 비추어 보면 납득은 가지 않지만, 오토바이 사건으로 우재와 서영이 특별한 관계로 발전해 갈 것 듯한데, 두 사람을 엮는 설정이 작위적인 느낌이라, 두 사람의 감정선을 연결하는 디테일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이 아쉽군요. 

3,4회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인물은 강기범(최정우)이었습니다. 공장을 둘러보면서 야근하는 직원에게 야근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문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개의 드라마에서 사업주는 어떻게 해서라도 돈은 적게 주면서 직원들의 노동력은 최대로 이용하려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강기범은 예상밖이었습니다. 돈을 제대로 줘야 일할 맛이 나는 것 아니겠냐고, 공장장을 닥달하는 모습이 꽤 멋졌거든요. 사장의 사고는 진보적인데, 오히려 친구이자 오른팔 격으로 일하는 최민석이 따라가지 못해 좀 한심해 보이기도 했고 말이죠.  

이번회는 공식석상에서 최민석을 까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죠. 특히 고가명품지향 기획안에 대한 강기범의 사업마인드가 마음에 들더군요. 강기범의 회사경영 기본마인드가 '품질업(Up) 가격다운(Dwon)'이라는 점도 마음에 쏙 와닿았고 말이죠. "개나 소나 명품쫓는다고 우리도 명품쫓는다면 그게 뭐야! 개새끼 소새끼지.".

현실적으로 이런 기업주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소현경 작가가 역설적으로 말하고 싶은 바람직한 기업주가 강기범과 같은 인물이 아닐까, 작가의 우회적인 시선이 읽혀지기도 합니다.  

강기범이 집에서도 아내 비위 맞춰주는 자상한 남편은 아닌 듯 보이더군요. 아침 식탁에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차려입고 나선 김혜옥이, 미경(박정아)이 잠옷인지 속치마인지 모를 옷을 걸쳐입고 나오자,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자, 강기범은 이렇게 한 마디로 정리를 해버리기도 하죠. "일하는 여자는 일하는 여자답게, 노는 여자는 노는 여자답게". 

아내가 상처를 받든 말든 내 능력으로 먹고 누리고 사는 것을 감사하라는 식의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면서도, 뼈있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자신감 충만한 가장이죠. 서영아버지 이삼재와는 대조적으로, 직설적이면서도 돌아서면 갸우뚱하게 만드는 은유적 화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있더군요. 

서영에게는 "성재가 공부 안하고 딴짓하면 몽둥이 찜질을 하든, 아예 죽여놓으시오" 라고 전권을 위임하기도 하는 등, 자식 공부문제는 아내에게 일임하는 요즘의 아버지들과는 다른 적극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기업사장' 하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권위적이고, 사무적인 말투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중견배우 최정우가 기업사장이자 아버지를 매끄럽게 연결하고 있어, 인간적인 친밀감도 더 느껴지고, 무엇보다 경영마인드가 '바람직한 기업인'에 가까워 강기범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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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3 12:10




잔잔합니다. 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보고 있노라면, 여느 드라마와는 달리 마음이 차분해지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드라마에는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 것 같은 가슴두근거리는 백마탄 왕자님도, 평범한 소시민들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 것같은 재벌회장님도 없습니다.

위너스 회사 사장 강기범(최정우)은 무늬만 재벌이지, 우리 네와 다를바 없이 자식들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먼저 보게 돼죠. 어머니를 대신해 밑반찬을 나르는 이삼재(천호진)는 초라하지만 결코 밉지가 않습니다. 아버지의 사랑만은 넘치는 사람이죠. 아내와 딸의 관심밖에 있는 듯한 최민석(홍요섭)은 돈벌어다 주는 기계같은 가장의 서글픔을 느끼게 합니다.  

딱히 미운 캐릭터도 너무 가슴 아프게 불쌍한 캐릭터도 없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 일단은 보기 편합니다. 특히 부잣집 외동딸 호정(최윤영)의 바보스러우리만큼 순수한 모습은 일찌감치 사랑받을 캐릭터로 예약을 마쳤고요. 

도와준 답례로 바리바리 싸가지고 상우(박해진)네 옥탑방에 온 호정이 작은 냉장고를 미쳐 보지 못했다고 미안해 하는 모습은, 물정모르는 아가씨라기 보다는 귀엽더군요. 고기를 먹다가 체해 상우의 응급처치로 트림을 하면서도, 상우에게 덜컹 반해버린 부잣집 공주의 옥탑방 왕자 사랑하기가 앞으로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을 것 같지만, 이 커플은 무한애정으로 지켜보는 중입니다. 극성맞은 엄마 송옥숙의 방해와 거센 반대가 예상은 되지만 말이죠.   

 

그런데 여주인공 이서영(이보영)은 아직은 그리 호감형 캐릭터는 아니네요. 억척스러운 생활력이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함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뭐가 그리 불만인지 뚱하고 화난 표정은 난감스러울 정도로 억지스럽습니다. 어머니를 고생만하다 돌아가시게 했다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이서영이라는 인물은 세상 모든 사람들을 경계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듯, 차갑고 화가 나있고 불만에 가득차 있습니다. 오직 돈을 버는 것만이 이서영의 목표처럼 그려지는 것은 우악스럽기 까지 합니다.

과외를 소개받고도 이서영은 김혜옥에게 까칠하고 정안가는 인상만을 남겼을 뿐이지요. 마치 김혜옥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과한 표정연기로 까칠함을 표현하더군요. 아무리 사교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캐릭터는 현실적으로 와닿지가 않습니다. 과외하는 학생 어머니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면 자존심에 대단한 상처라도 입는 양, 뚱한 표정의 첫만남은 이해하기 힘들더군요.  

 

이서영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표정입니다. '나 화 났어요' 표정이죠. 그런데 그 화나있음이 안아주고 달래주고 싶다기 보다는, '참 재수없다'의 표정으로 일관하더군요. 아르바이트를 했던 방송국 직원에게도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뚱한 표정이었지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눈웃음 살살 쳐가며 꼬리를 치라는 것도 아니고, 인사예절 정도는 지켜야 현실적이지 않나 싶은데, 이서영이라는 인물에 너무 힘을 준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서영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인위적인 냄새가 납니다. 나 이런 사람이다라고 얼굴에 써붙이고 다니는 듯 강요하는 느낌이 들고 말이죠.  

무엇보다 이서영이라는 캐릭터가 납득이 안된 것은 그렇게 다른 사람과는 선을 분명히 긋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자기가 피해를 입는 것도 싫어하면서, 법을 어기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사시를 준비하고 있는 법대생이 말이죠.

상우로부터 어머니가 병원에 실려갔다는 얘기를 듣고 혼비백산해 택시를 잡으려고 하지만, 택시는 잡히지 않고 골목길까지 빈택시를 쫓아간 이서영이었지요. 마침 오토바이를 세우고 친구와 통화를 하던 강우재(이상윤)의 오토바이를 타고 무작정 공항으로 달려갔지요. 오토바이를 언제 배웠는지 그런 문제는 트집을 잡지 않더라도, 그렇게 혼자만 반듯한 듯 고고한 이서영이 남의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는 것을 이해하기는 힘들더군요.  

이왕지사 타고 가버린 오토바이이고, 강우재와의 악연 혹은 인연을 위해 그런 우연적인 사고를 넣었다고 하더라도, 이서영이 뒷수습을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더군요.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말에 경황이 없었다고 십분 양보하더라도, 장례를 치르고도 이서영은 오토바이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죠. 그렇게 똑똑하고 비상한 머리를 가진 법대생인데 말이죠.

그냥 봐도 고가의 오토바이인데 공항에서도 아무렇게나 세워두고, 집어가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으로 세워두고 갔을 뿐입니다. 글쎄요, 아무리 경황이 없더라도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네요. 공항직원에게 신고라도 해두고 가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서울로 와서도 이서영은 자신이 훔쳐타고 간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까마귀 고기를 먹은 것처럼 싸그리 잊고 있지요. 이유없는 반항을 하는 듯 이서영의 억지스러워 보이기까지 한, 나 화난 여자도 쉽게 공감하기 힘든데, 이런 무개념까지 두루(?) 갖춰서인지 아직은 정이 안가는 캐릭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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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7 11:37




개인적으로 덮어놓고 작가만 보고도 믿고 선택하는 드라마 중 하나가 소현경 작가의 작품입니다. 찬란한 유산, 검사 프린세스, 49일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는 가족, 사랑,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과장적인 막장설정을 넣지않는다는 점이 특히 소작가를 신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49일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삶의 본질과 인간의 비뚫어진 욕망,  그리고 순수한 사랑에 접근해 가는 방식이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내 딸 서영이' 첫회를 보고는, '어, 이건 딸 서영이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영이 보다는 서영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떨리는 눈과 초라하고 남루한 등이 시선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첫회부터 서영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우울한 전조를 드리우면서 출발은 했지만, 그 죽음을 보면서도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마주한 죽음이라 채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천호진의 주춤거리는 구두를 보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겁니다. 절벽에서 자살을 택하려는 천호진, 자식들에게 못난 아버지의 모습만 보여주고, 아내도 자기때문에 잃었다는 자책감은 그를 절벽 벼랑끝에 서게 했지요.  

자살을 하려는 그를 붙든 것은 삶이 버거웠던 듯 어깨를 주무르며 서글프게 바라보는 아내의 환영이었습니다. 아내의 환영은 이중적인 의미가 담겨있었습니다. 그동안 삶이 무거웠다고, 자식들의 키우기가 쉽지 않았었다고, 그래서 이젠 고단한 몸을 쉬어야 겠다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러지 말라고 고개를 저으며, 아내는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떠납니다. 부모니까요. 아버지마저 없으면 두 아이가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 누가있겠냐고, 그러지 말라고 고개를 젓는 아내. 오열하는 천호진은 망자에 대한 슬픔 그 이상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걸머 진 무게가 엄마라는 이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는 사람이 없듯이, 자식도 선택해서 낳는 것은 아니겠지요. 못나도 잘나도 내새끼인걸요, 부모처럼 말입니다. 

 

아버지는 절망합니다. 죽음도 선택할 수 없게 하는 본능적인 사랑, 자식들을 차마 두고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죽은 아내의 환영은 환영이 아니라 이삼재(천호진)이 죽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었습니다. 가방을 싸가지고 서울 서영의 옥탑방으로 올라온 아버지에게 나가라는 말을 하지 못했던 서영이처럼 말이죠. "엄마를 죽인 것은 아버지"라고 모진 말을 뱉고 올라왔으면서도, 가방을 들고 서있는 초라한 아버지에게 나가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서영이었지요. 서영을 멈칫하게 만든 것은 어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아버지 미워하지마, 너한테 생명을 주신분이잖아", 어머니의 환영을 통해 자살하려는 이삼재(천호진)를 주저앉게 한 것처럼, 어머니의 목소리를 빌어 작가는 서영의 마음을 대신합니다. 서영이 아버지와 결국은 화해할 것이라는 복선을 일찌감치 깔아준 셈입니다. 

서영과 상우의 등록금을 도박으로 탕진한 아버지, 그래도 아버지는 서영을 보고 웃습니다. 빨래를 하고 밑반찬을 만들고, 엄마가 해왔던 자리를 아버지가 대신하는 모습은 가슴 찡하게 아파옵니다.

작가는 아버지라는 작고 초라해진 존재를 어머니와 치환해서 보여줍니다. 극중 이삼재의 모습은 어머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서 작가의 의도는 쉽게 읽혀집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를 묘사하기는 사실 쉽습니다. 자신의 인생은 아예없었던 것처럼 자식들의 앞날에 저당잡히고 사는 헌신적인 삶, 사극에서는 삯바느질에 떡장사, 허드렛일 하는 모습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현대물에서는 식당주방일에 도우미, 빌딩청소원 등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본질적인 모습은 같지요. 자식을 위해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는 것이 어머니다 라는...

아버지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도 같다고 봅니다. 자신만 바라보는 처자식때문에 기분내키는 대로 직장을 때려칠 수도 없고, 자식 앞날에 걸림돌이 될까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의 아버지들 마음일 것입니다. 돈이 없으면 명예라도 있든가, 명예가 없으면 돈이라도 많든가, 그러나 대개의 아버지들은 둘 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극중 이삼재를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아내의 심장병까지 몰랐던 무심한 아버지로 그린 것은 아버지, 이 시대 아버지들의 마음 속 깊은 죄의식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식들도 부모에게는 늘 죄의식과 채무의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자식의 입장에서 어버이 은혜 노래를 들으면, 괜스레 울적해지고 부모님께 못했던 일들이 떠올라 마음에 눈물이 맺히듯이 말입니다.

아버지, 어머니도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자식들이 더 번듯하게 살 수 있는데 못난 부모를 만나게 한 것이 미안하고, 더 많을 것을 주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고, 줄 수 있는게 없어서 마음이 미어지고, 좋은 집에서 태어났으면 고생안하고 호강하며 살았을텐데 싶고.... 그럼에도 내 딸 내 아들로 태어난 것이 고맙고... 그런 것이 부모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천호진의 연기를 보면 그런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읽혀져서 코끝이 찡해집니다. 고시원으로 들어간 서영이에게 김치랑 밑반찬을 가져다 주고, 딸에게는 환하게 웃지만 뒤돌아 계단을 내려오면서는 천근 만근처럼 푹 떨어지는 고개, 자식들은 모르는 부모의 마음이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식당에서 불판을 닦는 일을 하면서 새 삶을 하려는 아버지 이삼재, 이삼재는 새 삶을 살려는 것이 아니었어요. 자식들을 위해 살려는 것이었지요. 아내 은숙처럼 말이지요. 서영의 고시원 방값을 내주고, 등록금을 마련해서 공부마치게 하고, 그리고 지들끼리 잘 살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아버지입니다. 

 

부모는 자식의 종이라고 하지요.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갚아도 갚아도 다 갚지못하는 부채가 자식에게 많이 해주지 못했다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을 흔히 부모의 사랑이라고도 말하지만, 부모가 되면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는 다른 부채의식 비슷한 것이 생기게 되는 것같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사랑하는 것과는 다른 부채의식 같은 것도 느껴지더라고요;;

반평생을 훌쩍 넘겨버린 흔적인 희끗한 머리를 이고도 굴레처럼 조여오는 부채에 이삼재(천호진)는 눈물을 흘립니다. 자식 가슴에 멍들게 한 능력없는 못난 아버지라는 죄때문에 말입니다.

천호진에게 시선이 오래 머문 이유가 이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라는 삶의 무게에 쫓기는 불안과 절망, 그리고 더 깊이 배여나오는 초라함은, 어느날 문득 아버지의 긴 한숨과 함께 보게 되는 우리 아버지들의 처진 어깨와도 너무도 닮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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