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에 해당되는 글 37건

  1. 2012.02.12 '신들의 만찬' 성유리-주상욱, 볼수록 호감가는 귀요미 커플 (10)
  2. 2012.02.05 '신들의 만찬' 눈살 찌푸려진 자극설정, 막장드라마의 아슬한 줄타기 (5)
  3. 2011.12.21 '천일의 약속' 빵터진 수애의 발차기와 수애 죽음 해피엔딩인 이유 (29)
  4. 2011.12.20 '천일의 약속' 수애의 사랑과 모성애, 고상한 치매의 비호감? (14)
  5. 2011.12.14 '천일의 약속' 온 몸으로 운 김래원의 오열과 수애의 자살가능성 (4)
2012. 2. 12. 11:13




흔히 선천적인 재능에 대해서, 혹은 혈연으로 이어진 천륜을 두고 '피는 못 속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합니다. 신들의 만찬은 '피는 못 속인다'는 말에 함축된 재능의 되물림을, 진부하리 만큼 고리타분한 도식으로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진부함에 고급양념을 추가합니다. '노력'이라는 양념입니다. 절대미각을 가진 요리명장 어머니를 둔 피도, 댄서출신 어머니를 둔 피도,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에게 흐르는 피를 잇고 있거나, 극복하려고 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운명이 바껴버린 두 여주인공 하인주와 송연우. 22년이라는 긴 시간을 3회에 걸쳐 내보다 보니, 주인공들의 성장과정이 뭉툭 잘려나가긴 했지만, 몇 건의 사건들로 두 여주인공의 성격과 성품을 대조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낙천적이고 명랑한 긍정소녀 하인주(고준영, 성유리)와 컴플렉스가 야망으로 변질되어 가는 송연우(하인주, 서현진), 출생의 비밀과 얽혀있는 두 라이벌의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노력이 천부적인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맥풀리는 답안지를 보는 듯한 허탈스런 느낌 또한 전해지고 말이죠.
그럼에도 성유리와 주상욱의 달달한 캐미가 주는 어울림이 극의 재미와 상큼함은 물론 코믹기까지 보여주고 있어서, 러브라인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밝은 편입니다. 미각을 자극하는 화려한 음식쇼의 볼거리도 다채롭고 말이죠.
우도에서 구조된 인주는 고준영이라는 이름으로 추어탕집을 하는 양아버지 고재철(엄효섭)의 손에 자라게 되고, 하루아침에 송연우가 아닌 하인주가 돼버린 연우는 조기유학을 떠났다가 12년만에 귀국하면서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보여 주었는데요, 고등학생이 된 인주의 아역 연기가 참 좋더군요. 추어탕 한 그릇을 먹이고는 친아버지를 찾아가라며, 원양어선을 타버린 아버지를 부르며 우는 장면이 애처롭게 와닿았습니다.
인주와 친아버지의 만남이 이뤄질 뻔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엇갈리고 말았지요. 친구 정다운이 전해 준 양아버지의 소식에 우도봉을 떠나 버리는 인주, 아버지 영범과의 그 한번의 엇갈림은 그 후로 10년이 되도록 다시 이어지지 못하고 맙니다. 인주는 고준영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우도에 남아 (신구)의 집에서 밥순이를 하며, 이초희의 수제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초희라는 인물의 과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선노인(정혜선)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그리고 할아버지 신구가 가지고 있는 천상식본 2권 진본을 통해, 그 역시 궁중요리를 전수받았던 장인 중 한사람이라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준영을 호출해서 까다로운 요리를 주문하는 것은, 아마도 준영의 요리에 대한 재능을 알아보고, 훈련을 시키고자함같더군요.

22년을 가슴에 묻어버린 아무도 불러주지 않은 슬픈 이름, 송연우
키워 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진한 연민을 가진 여주인공 고준영(성유리), 환경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고 긍정적인 성격에 낙천적이기 까지 하니 당연히 사랑스럽고, 그녀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인지상정일 겁니다. 하인주가 되어 남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짜공주 송연우(서현진)에 대해서는, 비록 그녀의 자의적인 선택은 아니었다지만, 성품이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은 것같아서, 곱게 보이지 않는 부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잃어버린 아이가 있느냐는 전화가 걸려오자 아버지 서재의 전화선을 뽑아버리고, 하영범이 전화를 받고 나가려 하자 끓는 기름에 물을 부어 화상사고까지 내서, 진짜 하인주를 찾으러 가는 하영범의 발길을 붙들기도 했지요. 그 때문에 출발이 지체된 하영범은 우도봉에 인주보다 늦게 도착했고, 결국 진짜 딸과 만나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빼앗길까 두려워 불안하고, 자신이 하인주가 아니라는 사실이 들통날까봐 늘 초조한 송연우는, 겉으로는 착하고 유순한 아이같지만, 속은 신경이 예민한 성격입니다. 17살짜리 소녀가 독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속마음이 썩 고운 심성으로 자란 것 같지는 않아, 여주인공들에 대한 응원의 깃발이 고준영에게로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천상식본 2권으로 사나래가 아리랑과 뿌리를 같이 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인정을 해달라며 협박하는 설백희(김보연)을 찾아가 거래를 하는 당돌함까지 보였지요. 성도희로부터 최상의 한식요리 교육은 받았지만, 여전히 어머니 성도희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자 하는 욕심이 큰 인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 장면을 보고서는 송연우에 대한 짠함이 전해져, 그녀가 앞으로 어떤 악행을 하더라도, 그녀를 철저히 외면하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셰도우 걸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송연우, 댄서인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연우는 클럽에 드나들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 듯합니다. 자신이 하인주가 아니라는 사실은 연우를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게 했습니다. 
클럽에 온 아리랑 주방식구를 본 송연우, 우연히 마주친 김도윤(이상우)에게 도움을 청해 클럽에서 황급히 도망쳐 나오지요. 도윤의 코트를 얻어입은 연우가 유혹을 뿌리치고 돌아서 가는 도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더군요. 놀랍게도 송연우는 22년간 불려온 하인주라는 이름이 아닌, 송연우라는 이름을 말하더군요. 다섯살 이후 연우는 22년을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하인주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는데 말이지요.
"내 이름은 송연우, 스물 일곱살. 꼭 기억해. 대한민국 서울에 송연우라는 스물 일곱살짜리 여자애가 살고 있다. 송연우, 송연우...".
연우에게서 이름을 빼앗아 버린 사람은 다름아닌 하영범(정동환)과 성도희(전인화)였습니다. 자살기도에 인주를 잃어버린 충격에 반정신이 나가버린 성도희, 인주에게 걸어주었던 목걸이를 하고 있던 연우를 보고 딸 인주라고 착각하는 성도희를 위해, 하영범은 다섯살 어린 연우에게 달콤하게 속삭였지요. "침대랑 인형이랑 다 네 꺼야. 여기 있는 것 다 네 꺼야. 네가 네 살 하인주로 살면...". 그 후로 22년을 연우는 하인주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머니의 요리에 대한 열성과 열정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어머니의 음식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고, 성도희의 뒤를 이을 아리랑의 명장이 되기 위해서만 살아왔지요. 연우는 한 번도 자신에게 강요된 인생을 거역하지 않았습니다. 하인주가 되면 모든 것이 자기 것이라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연우는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더군요. 다섯 살 이후 자신의 이름으로 살지 못한 연우, 나이도 한 살 어린 나이가 되어야 했고, 세상에 송연우라는 아이는 그렇게 살아있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되어야 했습니다. 처음 본 남자에게 기억못하면 죽는다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는 연우,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홀로 처연하리 만큼 슬프게 불러보는 연우였습니다.
진짜 하인주가 아니어서 불안한 연우, 자신의 진짜이름 송연우로 살았더라면, 어쩌면 자신이 살고 싶었던 인생을 살았을 지도 모릅니다. 요리명장의 딸, 아리랑의 후계자 하인주, 그 이름이 버거웠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을 송연우. 그녀를 송연우가 아닌 하인주로 살도록 한 것은 어머니와 아버지였습니다.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람은 다섯살때 아무 것도 모르고 하인주가 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버렸던 송연우가 아니라, 성도희와 하영범이 아니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하인주가 아닌 송연우로 살게 하지 않은 어른들의 이기심이 잔인스럽기도 합니다. 하인주로 키워야 했던 것이 아니라, 엄마잃은 가여운 고아 송연주를 입양했더라면, 연우가 그렇게 서울 한복판에서 자신의 이름을 슬프게 부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차라리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불안하고 초조한 22년을 보내지 않았을 연우입니다. 그래서 진짜 하인주가 나타났을 때, 연우가 설령 못된 짓을 하더라도,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를 보듬어 주는 마음 한자락은 남겨 두려고요.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그녀의 진짜 이름, 잃어버린 그녀의 인생 송연주를 위해서 말이지요. 
 
긍정소녀 성유리-허당 주상욱, 볼수록 호감가는 귀요미 커플
천상식본 2권을 찾았다고 기자회견을 한 설백희(김보연)를 보고, 이준(신구)은 아리랑 선노인에게 한통의 전화를 걸지요. 진본이 아니라면서 말이죠. 이초희라는 이름에 놀라는 선노인은 막 귀국한 손자 최재하(주상욱)를 우도로 보내고, 천상식본 진본이 있는지를 확인해 오라고 합니다.
우도로 간 최재하, 신구와 함께 지내는 고준영과의 알콩 달짝지근한 인연이 시작되는 계기가 됩니다. 재하는 아리랑 4대명장 성도희의 딸로 살고 있는 송연우와 공식교제중이지만, 준영과 며칠을 보내면서 편하고 즐거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장작패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배멀미가 심한 재하에게 지압을 해주고, 동전 민간요법을 가르쳐 주는 해맑은 섬처녀 고준영, 그녀의 실연(?)에 마음을 써주기도 합니다. 10년만에 들려온 양아버지의 재혼소식을 남자에게 실연당한 것으로 오해했던 것이지만, 최재하 귀여운 사오정이더라죠. 
은근히 허당끼가 농후한 남자주인공 주상욱, 최재하라는 역할에 어울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연기가 편하고 좋더군요. 은근히 어리버리하고 애기같은 모습이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성유리 역시, 성유리가 가진 연기장점을 100%발휘할 수있는 좋은 캐릭터를 만난 듯합니다.
성유리는 자신과 잘맞는 밝은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연기자입니다. 억지스럽게 귀엽고 밝은 모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표정을 그대로 연기에 이용할 줄 아는 배우지요. 젊고 예쁜 여배우들의 단점 하나가 예쁘게 보이려고만 신경을 쓰려다 보니,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오곤 하는데, 성유리는 자신의 마스크의 장점을 캐릭터에 잘 녹여내는 배우입니다. 혀짧은 듯한 비음이라는 단점때문에 폭넓은 캐릭터를 소화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라 할지라도 매 작품마다 변신하려는 노력을 하는 배우지요. 배우로서의 경륜과 연륜을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작품이 나올 때마다, 지난 작품보다 발전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배우입니다.
어릴 적 하모니카를 불어주고, 등에 업고 메기의 추억을 불러주던 재하오빠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드라마 전개상 시간은 걸리겠지만, 주상욱과 성유리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밝은 호흡이 드라마의 어두운 분위기를 몰아내는데 일조할 듯합니다. 라이벌의 숙명적 대결이라는 스토리 구도와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가 밝지만은 않기에, 자칫 음산하고 칙칙할 수도 있는데, 두 남녀주인공의 성격이 활달하고 밝아서 좋더군요. 귀요미커플 예약입니다^^. 
특히 주상욱의 어딘가 하나 모자란 듯한 허당스런 연기변신이 좋았습니다. 파라다이스 목장에서는 냉철한 엘리트이면서도 친절한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이었는데, 거기에 어리숙한 허당기까지 더해진 느낌입니다. 반듯하고 모범적이기만 한, 사무적인 인텔리의 냄새를 풍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터프하기까지 한 섬처녀 성유리 앞에서는 어린 동생같은 어리버리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인간적이고 따뜻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같더군요.
배우들에게 상대배우와의 자연스러운 호흡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해품달에서 한가인과 김수현의 호흡이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상대배우와의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가를 알 수 있듯이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성유리와 주상욱은 호흡이 참 좋더군요. 또한 상당히 귀엽기까지 한 커플이고요. 명랑 긍정소녀와 허당기있는 따뜻한 남자, 상당히 매력적인 커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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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0
  1. 2012.02.12 11:4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강 같은 평화 2012.02.12 14: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주상욱 연기는 이번이 처음 보는 거라 더 신선했고요. 얼마 전 런닝맨에서의 모습과 너무 흡사해 진짜 보면서 크게 웃었습니다. 성유리도 기대이상이고 해품달보다 훨씬 재미있고 보기 편해 좋았습니다. 트랙백도 걸고 갈게요. 고맙습니다.^^

  3. 가을 2012.02.12 19:03 address edit & del reply

    신들의 만찬 재밋게 보고 잇는 사람입니다.. 성유리 연기 잘 하더라구요..주산욱도 잘 하고.. 둘이 아주 잘 어울리죠 해품달과는 비교가 안 되게......성유리는 가수인데도 연기 참 잘 하는데 연기자인 한씨은 도더체 왜 그리 연기 못 하는지.... 일단 이뿌고 봐야 되는갑다....그러면 모든게 묻히니까..

  4. joe 2012.02.12 20:43 address edit & del reply

    주상욱 정말 잘 생겼어요 ㅎㅎ 게다가 연기까지 암튼 너무 잘 생겨서 평소부터 좋아했는데 ㅎㅎ 잘 되었어요 이번에 자주 보게되서요

  5. 아하하 2012.02.12 21:17 address edit & del reply

    가을님 ㅋㅋㅋ 성유리 저거도 연기 엄청 는거죠 ㅋㅋ 부여주 시절 모르시나봐요 ㅋㅋㅋ 성유리도 엄청 욕먹었는데 ㅋㅋ 연기 못한다고... 성유리 여전히 부족하긴하지만 이번에 늘긴 는거 같음

    • 뭔소리? 2012.02.26 18:37 address edit & del

      난 부여주성유리가 제일 좋더라 그때 제일 많이 웃었다

  6. 루비™ 2012.02.12 21:1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주상욱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배역을 맡게 되었네요.
    성유리는 너무나 귀여운데 앞으로 연기도 더 잘해야겠지요?

  7. 가을 2012.02.12 23:16 address edit & del reply

    아하님 전 성유리 연기 첨보는거라 몰랏네요..이번에 보니 잘 하는거 같던데...
    여튼 한가인보담 잘 하지 안나여

  8. 대한민국 2012.02.13 01:25 address edit & del reply

    성유리 씨 연기 괜찮더군요. 노력한 흔적이 보여요. 낯설음이 느껴지지 않아요.
    해품달에서 한가인 씨가 신들의 만찬에서 성유리 씨의 연기력만 됐어도 해품달 끝까지 볼 생각이었는데ㅡㅡ^ 해품달 생각하니 또 울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한가인 씨 때문에 이번 주부터 해품달 끊을 생각하니 괴로움! 워~워~
    신들의 만찬 성유리 씨 몫이 해품달 한가인 씨의 몫처럼 극을 끌어가는 중요한 인물이며 각 작품 출연자 중 가장 맨위·먼저 이름이 오른 두 연기자인데 책임감은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흐름을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하느냐 vs 흐름을 방해하느냐
    좀 전에 끝난 신들의 만찬 재미있고 다음회가 궁금합니다. 역시 연기자의 자존심은 연기력!

  9. 연주인가요 연우인가요? 2012.02.13 07:02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이 드라마 괜찮게 보고 있어요. 그런데 누리님 글에서 연주였다가 연우였다가.. 가짜 하인주의 진짜이름은 무엇인가요?

2012. 2. 5. 09:07




신들의 만찬이 베일을 벗고 화려한 식탁을 차리기 시작했는데요, 전인화, 정동환, 정혜선, 김보연 등 중년연기자들의 등장은 드라마의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아리랑 4대 명장 선출을 위한 요리경연을 시작으로 전인화(성도희)와 김보연(백설희), 두 라이벌의 대결이라는 드라마의 큰 축이 형성되었는데요, 요리에 대한 극과 극의 다른 자세는 이 드라마에 흐르게 될 요리에 대한 철학적 주제를 극명하게 보여 준 대립장면이기도 합니다.
명장이 되기 위해 죽도록 요리를 했다는 백설희(김보연)와 손끝에서 음식이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해서 했다는 성도희(전인화), 결국 요리경연은 성도희의 우승으로 아리랑 4대명장에 오르게 됩니다.
성도희가 아리랑 4대명장에 내정되었다는 말을 엿들었던 백설희는 그녀가 놓은 덫에 자신이 걸려드는 우를 범하고 말았죠. 아들 도윤의 전화를 받고서도 집으로 갈 수 없었던 백설희, 성도희의 잉어가 담긴 통에 이상한 액체를 넣는 비열한 수를 쓰고 만 것이지요. 
백설희가 넣은 것은 잉어를 흥분시키는 약품인 듯 하더군요. 팔딱거리는 잉어를 간신히 잡아 칼로 찌르는 성도희는 잉어의 피가 눈에 튀어 눈이 안보이는 상황에 이르지요. 일시적인 시신경 이상같아 보였지만, 성도희는 침착하게 경연을 다시 합니다.
성도희는 손끝의 감각만으로 요리를 했고, 그런 성도희를 보는 백설희는 극도의 불안감에 그만 실수를 하고 맙니다. 불안감에 떨다 칼을 놓치고, 기름을 불에 부어 팔에 화상을 입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백설희는 신경세포가 손상되어 요리를 하기 힘들다는 의사의 판정까지 받고, 명장취임식을 하는 성도희에게 눈물의 박수를 보내고는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명장취임식을 마치고 성도희는 딸 인주의 생일에 가족과 크루즈여행을 떠나지만, 즐거움도 잠깐 그녀의 인생에 최악인 비극들과 마주하지요. 남편의 외도현장이 찍힌 사진, 그리고 남편 정동환의 이혼요구에 손목을 긋고는 자살기도를 합니다. 피를 흘리고 누워있는 엄마를 본 인주는 충격으로 크루즈 옥상난간에서 헛발을 디뎌 바다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같은 배에 탔던 위암말기 환자 이일화는 딸 연우를 남겨두고 자살을 하려던 중 헛발을 디딘 인주를 안고 함께 추락합니다.
이일화의 시신은 건졌지만, 함께 빠진 인주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리고는 22년후 당시 물에 빠진 인주가 성유리(고준영)로 커서 나타난다는 군요. 잠깐 예고편에 코에 먹칠을 한 성유리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귀엽더라고요. 성격이 활발한 아가씨로 자란 듯하더군요. 

한편 이일화의 딸 송연우는 볼풀에서 주운 인주의 목걸이때문에 성도희가 자신의 딸로 착각하는 바람에, 성도희의 딸로 자라게 되는 듯한데요. 목걸이는 크루즈에서 인주의 생일선물로 성도희가 직접 걸어준 것이었지요. 성도희가 받은 명장메달과 똑같이 만들어 딸 인주에게 걸어 주었는데, 볼풀에서 놀다가 인주가 잃어버렸고, 함께 놀았던 연우가 목걸이를 주워 걸었던 것이지요.
엄마를 찾으며 우는 연우, 엄마를 부르는 인주의 환청을 듣고 병원에서 무작정 부두로 나간 성도희, 연우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고는 인주라고 착각하는 성도희였죠. 아무리 충격이 큰 상태라지만, 목걸이 하나로 다른 아이를 자신의 딸로 착각까지 하게 될까, 억지스러운 꿰맞추기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신이 나가 버렸다면 모르겠지만, 아마 이 부분은 두고두고 논란이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인주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텐데, 연우를 인주라고 주위사람들까지 감쪽같이 속이기가 쉬울까 싶어서 말이죠. 차라리 비슷하게 생긴 또래의 아이를 딸처럼 여기고 키운다고 했다면 모를까... 
남편 정동환은 연우의 엄마가 남긴 메모지를 보고, 연우가 고아라는 사실을 알고는 연우를 자신의 딸로 받아들여 버리지요. 딸을 잃고 정신착란(?)을 일으킨 아내 성도희의 망상 앞에 공범자가 된 것이죠. 자신의 불륜으로 아내가 손목을 긋고, 딸까지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아내 성도희의 착각을 부인하지 않고 받아들여 버린 것이지요. 연우가 하인주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된 시작점입니다.
송연우의 아역 박민하양, 어린 나이인데 어쩜 그리도 우는 연기를 그렇게 실감나게 잘하는지,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정말로 엄마를 잃은 듯 서럽게 울어서, 보는 내내 짠하더군요. 요즘 아역들은 성인연기자들보다 연기를 실감나게 해서, 훌륭한 아역연기자의 뒤를 이어야 하는 성인연기자들을 긴장시키는 무서운 배우들인 듯합니다. 
신들의 만찬에 출연한 전인화와 정동환의 출연이 반가웠는데요, 묵직한 중년배우들의 포진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든든한 힘이 되기도 하지요. 22년전이라는 상황때문인지 중년의 나이를 다 감추기는 힘들어서(ㅎ), 늦둥이들을 본 부부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었네요. 세월이 빛의 속도로 22년후로 건너갈 것이기에 큰 흠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제빵왕 김탁구 이후 전인화의 등장이 참으로 반가운데요, 서인숙이라는 성격 고약하고 못된 캐릭터도 완벽하게 보여줬지만, 품위있고 우아한 명장 성도희라는 캐릭터는 전인화의 이미지와 안성맞춤으로 어울리더군요. 캐릭터에 연기자가 자신을 맞춘다는 것은 사실 모든 연기자들이 바라는 것이겠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일이죠. 전인화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매력까지 갖춘 배우라 한복과 양장의 변신이 두루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드라마 성격상 한복을 많이 입어야 할 듯한데 여전히 자태가 곱더군요.
'신들의 만찬' 첫회를 본 소감은 '제빵왕 김탁구'와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보였던 설정들을 여기저기에 붙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연성없는 사건들과 막장소재를 어설프게 끼워맞추기 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두 여자의 자살기도는 아무리 사건을 만들기 위한 설정이었다고는 하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남편의 불륜사실을 알고 손목을 긋는 아이 둘을 가진 엄마,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는 '누구든 발견하면 예쁘게 잘 키워주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다섯살 어린 딸 송연우를 세상에 홀로 남겨둔 채 자살을 해버리는 엄마,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가 나름대로는 절박했겠지만, 보기 불편하더군요.
첫회 뒤바뀐 여주인공을 만들기 위한 설정이 너무 자극적이고, 막장스러워서 굳이 이런 식으로 운명을 바꿔야 했나 싶습니다. 막장과 명품은 어떻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인데 말이죠.
그런데도 출생의 비밀, 불륜, 자살기도, 요리경합, 처참한 가정형편 등등 불편요소들은 다 짬뽕된 듯해서 시청률 상승하는 소리가 절로 들리더라지요. 막장드라마라는 오명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먹히는 소재들이니 말이죠. 주인공들의 성장스토리에 무게중심이 있다는 것이 아슬한 막장드라마에서 비껴가는 보험은 될 듯합니다.
제빵왕 김탁구가 생각나는 아류작 냄새도 나지만, 한식과 드라마를 접목시키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눈은 호강할 듯하더군요. 우리 한식이 가진 맛과 색, 그리고 멋스러운 기품까지도 드라마를 통해 느낄 수 있을 듯해서 말이죠. 제 관심은 물론 성유리와 주상욱, 그리고 이상우의 러브러브와 성장통(?)에 있지만요.ㅎ;

첫회, 자극적이고 막장스러운 소재를 범벅해서 주인공들의 꼬여버린 운명을 묘사하는 식상한 과정에 실망해서 이 드라마를 계속 볼까말까 고민했는데, 다음회 예고를 본 순간, 앗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으니, 바로 이 장면이었답니다. 코에 까만 기름칠을 한 성유리가 V자를 그리며, "너무도 보채신다"는 대사를 하는 예고편 장면입니다. 발랄하고 티없는 아가씨, 김탁구에게서 보았던 긍정의 힘이랄까,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더라고요. 물론 김탁구 캐릭터와 흡사하다보니 김탁구 아류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신들의 만찬에서는 우리 한식요리, 그 궁극의 세계에 대한 진지한 기획의도를 확인하고 싶어졌고요.
운명은 하인주라는 아이를 절망과 같은 다른 생활 속에 던져 버렸지만, 그녀의 재능은 어떤 꿈을 향하게 할까? 성유리가 잃어버린 하인주라는 것은 짐작되는 일, 성유리가 김탁구의 영광을 재현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예고등장을 보니 성유리의 연기색깔과는 잘맞는 작품을 고른 것같은 생각은 들더군요. 주상욱과 이상우와의 호흡도 잘 맞을 듯싶고 말이죠.
제빵왕 김탁구의 초반도 출생의 비밀과 불륜코드로 시청자의 비난도 컸고, 시선끌기도 성공은 했지만, 결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드라마가 전하고자 했던 진심이었습니다. 신들의 만찬 첫회도 식상한 출생의 비밀과 헝클어진 운명을 억지로 만드느라 개연성없는 연출도 많았고,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까지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진심을 담는 드라마가 된다면, 시청자의 마음도 사로잡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드라마 단골소재이기도 한 출생의 비밀과 주인공의 역경극복이라는 식상한 소재를, 신들의 만찬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어떻게 요리를 할 지, 한식요리라는 품격있는 소재에 걸맞게, 고급 스토리로 주말 저녁을 채워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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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05 09:3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12.02.05 09:4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저도 2012.02.05 12:15 address edit & del reply

    반빛느낌이.. 근데 반빛보다 불편한게.. 반빛은 실수였고.. 이건 뭐. 아무리그래도 멀쩡한 애를 그렇게 키우나 싶고.. 또 이건 뭐 타고나길 잘 타고나야한다는 너무 고전적인 핏줄주의 같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반빛는 환경이냐 천성이냐 고민해볼 거리가 있었는데 말이죠..

  4. 하결사랑 2012.02.05 23: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크게 관심 없던 드라마였는데...오늘 우연히 재방으로 보았네요.
    진짜 심하게 억지스러운 설정들...불편했습니다.
    다만...초록누리님 말씀처럼...민하의 연기가 볼만 하더군요.
    귀여워랑...비슷한 또래의 딸내미가 있어서 더 귀엽게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ㅋㅋ

  5. 여왕의걸작 2012.02.06 09: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어제 개콘 끝나고 2부 중반부터 첫 시청을 했습니다.
    1부 내용은 이글로 나름 짐작이 가는군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설정이네요.
    이일화가 암 말기인데 그 아이를 살아 생전에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낫지
    갑자기 아이를 두고 자살해 버리면 아이를 누군가 발견하지 않았을 때
    그 아이의 목숨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이죠.
    그런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2011. 12. 21. 08:13




쪽대본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 마지막회를 일찌감치 탈고하고 얼음주머니를 배에 대고 있는 심정으로 천일의 약속을 손에서 떠나 보냈다는데, 저는 앓던 이가 쏙 빠진 것같은 후련한 마음입니다. 마지막회는 드라마의 주제가 정리되는 가장 중요한 회이기에 단단히 마음먹고 지켜봤지만, 눈물보다는 수애의 발차기에 한 번 웃고, 뒷통수 얻어맞은 얼얼한 기분입니다.
쪽대본처럼 부산스럽게 흘러버린 마지막회는 수애의 치매과정을 고속으로 필름을 돌리듯 정신없이 보여주기에 바빴고, 바쁘게 바뀌는 화면을 따라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시청자는 기저귀를 차려고 낑낑대던 수애를 안고 우는 지형과 함께 잠시 울다가, 느닷없이 나와버린 공동묘지 장면에서 허걱하고, 정신수습할 사이도 없이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엔딩자막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네요.

빵터진 수애의 발차기
드라마가 끝나고 들었던 생각을 한줄요약을 하면, 배우들이 작품 살리느라 고생많았네 정도? 한줄보태기를 한다면, 서연이라는 치매환자는 공주처럼 살다간 행복한(?) 치매환자라는 것, 또 한줄을 더 보탠다면 '혹이라도 나에게도 그 병이 온다면 저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혹은 나는 지형이처럼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리고 굳이 더 한마디를 하자면, 치매보험에 드는 것이 좋겠다는 보험광고는 성공적이었다는 점ㅎㅎ. 고모님이 치매보험 6개나 팔았다고 어찌나 좋아하는지 말입니다.
하긴 뒷치닥거리 그렇게 열심히 해주고, 엉덩이까지 별안간 걷어 차였는데, 재민이 실적 올리게 보험이라도 많이 팔았으니 그게 어딘가 싶고 말이지요. 경찰서에서 서연을 찾은 장면에 이은 수애의 발차기,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 과장은 아니지만 황당한 편집에 웃음보가 터져버렸네요. 급한 마무리와  함께 수애의 병세 진행과정만을 나열하다 보니, 웃을 상황이 아님에도 우스운 장면이 되고 말았습니다.
치매환자가 공격적이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과장은 아닙니다. 드라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지요. 예은이 머리가 안 예뻐 보인다고 가위를 들고 위험천만한 상황을 마주하는 것도 다반사일 겁니다. 장수하셨던 친정할아버지, 할머니도 말년에는 치매가 찾아 왔었습니다. 치매환자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 저희 친정할머니를 보면 가위를 그렇게 좋아하시더군요. 한밤중에 일어나 이불이며 옷가지들을 잘게잘게 잘라놓는 일도 많았고, 특히 벽지나 휴지를 찢는 것은 매일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그때야 치매시설이 있었던 시절도 아니고, 다들 집에서 마지막까지 모시는 경우가 많았지요. 수애처럼 예전 살던 곳으로 가서 온 가족들이 찾으러 다닌 일도 많았고, 경찰서에서 모시고 온 적도 많았어요. 특히 오래전에 사시던 시골동네를 하루종일 걸어가서 논두렁에서 잠든 할아버지를 동네 어르신이 알려줘서 모시고 온 적도 있었습니다. 
노인성 치매는 노화와 함께 오는 것이기에 그 병증이나 예후를 많이 들어서 알고 있지만, 서른 살 여자에게 찾아온 치매는 드문 케이스입니다. 예전에 친구 오빠가 수애와 같은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세상을 떴다는 것을 쓰기도 했는데, 그래서 저는 특별한 관심으로 이 드라마를 봤습니다. 마지막까지 오빠의 곁을 지켰던 올캐언니와의 사랑이 어떤 것이었을까, 김수현 작가가 그려내는 순애보 속에서 간접적으로 알고 싶었거든요. 이렇다 하게 가슴을 울린 답은 주지 못한 것 같아 드라마가 주는 감동이나 메시지를 떠나, 작가에게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사랑보다는 치매수애의 명연기와 마지막까지 보릿자루가 돼 버린 김래원이 불친절한 작가를 만나 작품운이 없었다는 찜찜함이 많이 남네요. 드라마를 통해 치매로 죽어가는 여자를 지키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느끼고 싶었지만, 결국은 수애를 위한 수애의 드라마, 치매수애만이 남았군요. 치매를 앓아가는 한 여인을 지켜보는 박지형이라는 인물을 감정을 절제하고 묵묵히 보여준 김래원의 연기는 좋았지만, 여주인공 하나를 위해 모든 배우들이 들러리가 돼버린 것은, 연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서연의 마지막 인사, "안녕, 잘있어"
뒤죽박죽된 서연의 기억들,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정신이 돌아왔다, 서연의 치매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고모부도 고모도, 재민이도, 지형이마저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로 진행되지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알아보지 못하고 말을 걸고, 행동도 난폭해지기도 하지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게 안간힘을 쓰는 것에 서연은 더 지쳐가기만 합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서연의 기억들이 스르르 소리없이 빠져나가, 빈껍데기 호두알처럼 쪼그라드는 것을 지켜보는 지형과 고모,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몰래 울었을지, 그저 대신 아파주지 못함에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지요.
예은이의 머리를 잘라주겠다고 가위를 들고 있는 모습에 기겁한 지형은 결국 방배동으로 예은이를 보내기로 합니다. 조카를 안고 우는 문권이 박유환때문에 울었네요. 이 다음에 크면 엄마 얘기 다 해준다며 아기를 안고 우는 박유환의 눈물이 짧은 장면으로도 가슴 먹먹하게 하더군요.
예은이와의 이별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표정하기만 한 서연, 한방울의 눈물도 보이지 않았던 서연이 잠깐 예은이의 볼을 만지는 순간은 자신이 예은이 엄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안녕, 잘있어". 자신이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아는 서연의 마지막 인사, 그리고 한참이나 예은이와 눈을 마주치는 서연이었지요. 지형의 가슴에 안겨 예은의 눈을 좇는 서연의 눈에는, 곧 잊혀져 버리겠지만 마지막으로 딸의 얼굴을 기억하려는 서연의 짧은 희망도 같이 느껴지더군요.
예은이가 나가는 것을 보지 않은 서연, 멍하게 앉아 있던 서연이 지형을 올려보고는 웃지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싶을 정도로 아이이게 무감해했던 서연이는, 처음 정식으로 아이 얼굴에 손을 대고 말했다. '안녕, 잘지내'라고... 아내는 아이가 나가는 것을 보지 않았다. 아내는 웃는다. 무슨 의미로 웃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서연에게서 아이가 일찍 지워져 버렸는지, 시청자도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치매라는 것이 이토록 잔인한 것인지, 지켜보는 이만 답답할 뿐이지요.
서연은 많은 시간은 서연이가 아닌 다른 인물이 되어 삽니다. 옷을 사가지고 온 사촌언니 명희에게 "나쁜 기집애"라며 뺨을 때리기도 하고, 모든 여자들은 아주머니가 되고 남자들은 아저씨가 되어가죠. 먹을 것에 집착하고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지요. 기저귀를 하자는 지형의 말에는 잠시 이서연으로 돌아와, 처참하게 부서져 가는 자존심때문에 분노하고 울기도 합니다.
한밤중에 기저귀를 차려고 버둥대는 서연을 보며 우는 지형, 그렇게 똑똑하고, 분명한 것 좋아하고, 깔끔했던 서연이 망가지는 것을 지형도 볼 수가 없었는지, 하지말라고 괜찮다고 우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지형이 왜 우는지조차 모르고,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모르고 텅비어 버린 세상을 힘없이 바라보는 서연의 초점없는 눈빛은 또 얼마나 아려오던지요. 그리고 짧은 시간, 흑백으로 화면이 바뀌면서 서연은 차디찬 땅에 쉬고 있었습니다. 서연의 잃어버린 기억을 그곳에서 다시 찾았을지,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만 남기고, 짧지만 행복한 삶을 마감했습니다.

서연의 죽음, 해피엔딩인 이유
저는 서연의 죽음을 새드엔딩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죽음이 반드시 새드엔딩인 것만은 아니지요. 서연에게는 삶이 고통이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었습니다. 더 오랜 시간 서연을 붙잡고 있는 것은 서연에게도 비극이고, 지형에게도 힘듦이었습니다. 불치의 병 치매, 서연의 죽음은 예정된 일이었고, 서연은 누구보다 공주처럼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갔으니, 서연이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쁜 삶은 아니었을 듯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지켜주고 보살펴줬다는 것만으로도, 서연은 두려움 속에서 마지막을 마감하지는 않았으니 말이지요.
시설로 보내자는 지형 아버지의 말에도 마지막까지 지켜준다는 약속을 지킨 지형,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이런 사랑이 또 있을까 싶은 사람이지요. '이런 사람, 이런 사랑', 지형의 사랑을 마지막까지 살려주지 않은 작가로 인해 그 사랑이 살지는 못했지만, 시청자는 작가가 보여주지 못한 사랑까지도 끄집어내서 읽으려고 했습니다. 지형의 사랑을 조금더 할애를 했다면, 순애보도 살았을텐데 많이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서연의 죽음은 지형에게는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래 끌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자연사였으니 도덕적 지탄에서도 빗겨간 김수현 작가였고 말이지요.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도 있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산 사람마저 죽은 사람처럼 일상생활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 치매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형과 고모네 식구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서도, 서연의 죽음은 그리 슬퍼할 일은 아닐 듯싶군요. 기억을 잃어가면서 자존심이 송두리째 내팽겨지는 고통을 내려놓은 서연이게도 말입니다. 매정한 말이지만 현실은 드라마처럼 우아하고, 고상한 치매환자는 드물기 때문에 말이지요.
딸 예은을 데리고 서연을 찾은 지형, "난 아직이다, 서연아...아직이야". 지형의 사랑은 진행형이었고, 여전히 지형의 가슴에 서연이 자리하고 있음을 암시했지요. 아마 더 오랜 시간 지형은 서연을 사랑하며 살 듯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겠지요. 행복했던 순간, 사랑스러웠던 순간, 아프고 망가져가는 모습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지형의 사랑, 지형의 사랑이 어떤 색깔이었는지 쉽게 말로 하기는 어렵습니다. 뜨거운 사랑도 아니었고, 운명같은 사랑도 아니었고, 가슴 저리는 시린 사랑도 아니었고, 두근두근 설레이는 달달한 사랑도 아니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며 솔직히 서연의 지형에 대한 사랑은 많이 느끼지 못했지만, 지형의 서연에 대한 사랑은 느꼈어요. 지형의 사랑은 초반에 그토록 욕을 먹었던 책임지는 사랑이었습니다. 향기를 버린 것에 대한 도덕적 지탄을 가장 많이 받았고, 약혼자가 있음에도 다른 여자와 놀아났다고 비난 속에 있었던 캐릭터였지요. 서연도 그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는 부분이었고요.
그러나 지형은 한 여자에게만은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했고 약속을 지켰습니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하지요. 향기에게는 배신이었지만, 지형은 더 힘든 사랑을 선택했고, 스스로 진 십자가를 끝까지 벗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지고지순한 사랑을 느끼게 하지는 못했지만(이 부분은 작가의 책임), 선택에 대한 책임도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형은 서연을 선택하면서 희생이 아니라고, 서연이 없으면 자신이 불행해 질 것이기에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치매가 진행되어 가면서는 희생과 헌신의 사랑을 보여줬지요. 현실에서는 보기드문 순애보지요. 이런 사람에게 이런 사랑을 받아본 서연은 참으로 행복한 여자입니다.
사족같은 오지랖이지만, 지형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군요. '사랑은 시간이 지나가게 한다. 시간은 사랑이 지나가게 한다'는 말을요. 서연의 병수발을 들었던 3년, 천일의 약속을 지키는 동안 지형에게는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서연과 함께 더 오래 있고 싶다는 마음이었기에, 오히려 짧았던 시간이었을 겁니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긴 시간이었을 지라도 말입니다. 할만큼 했고, 사랑에 대한 책임까지 지극한 마음으로 지켰던 지형이기에, 그에게 시간을 약으로 주고 싶군요. 
서연에 대한 추억과 기억은 공룡화석처럼 깊이 남겠지만, 서연에 대한 사랑은 시간과 함께 지나가게 했으면 싶군요. 지형이같은 남자라면 예은이가 딸려있어도 좋은 여자를 만나 다시 사랑을 할 기회 또한 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사랑이야기는 실종되어 버린 감이 있지만, 연자들의 연기는 그래도 좋았습니다. 치매환자를 연기하는 수애의 연기는 매회 병 진행의 정도에 따라 표정도 바뀌어갔고, 나중에는 실제 치매환자들처럼 무표정의 뚱한 표정연기로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연기폭을 넓혀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또한 작가의 홀대(?)에도 세심한 감정선으로 보이지 않는 지형의 사랑을 표현하려 애쓴 김래원의 연기도 진중하고 묵직하니 좋았습니다. 지성과 인품을 갖츤 강수정이라는 어머니상을 통해 보고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가족 누구에게도 올 수 있는 치매이기에, 앞으로 치매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할까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도 해보게 했습니다.
 
치매라는 병이 찾아 온 서연에게는 비극이지만, 그래도 그만한 사랑을 받았으니 행복했노라고, 사랑하는 여자를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지형의 사랑도, 끝까지 책임졌으니 비겁했다는 미안함도 내려놓을 수 있었으니, 이만하면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네요. 무엇보다 서연과 지형이 치매의 고통에서 벗어났으니,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다행일 듯싶고요.
자신의 늪으로 지형을 끌어들이기 싫어했던 서연, 그 늪이 자기의 몫이라고 걸어 들어갔던 지형,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수도 없이 반복했던 천일 동안의 약속, 늪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시간이 행복했노라고, 그들은 오랜 시간 후에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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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수린 2011.12.21 10:03 address edit & del reply

    알츠하이머 ;; 가장 최근의 일부터 잊어버리지 않나요 ? 그래서 애기 잊어버린거 같은데 //

  3. 소라 2011.12.21 10:08 address edit & del reply

    김수현 작가는 정말 대단하신 것 같네요.
    그 분이 내년에 칠순이라 들었는데....
    짧은 미니시리즈지만 알츠하이머와 그 가족들의
    비극을 감동스럽게 잘 엮으셨다 생각듭니다.

  4. 임서론 2011.12.21 10:19 address edit & del reply

    웃음이 나올만한 장면이 아닌데;; 왜 웃죠? 가족들이 그 장면에서 웃는데 이상하고 비정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지하게 몰입을 안 하고 모두 다른 사람 얘기라고 치부해서 그런거라고요.
    치매라는 병에 한번쯤 두려움을 가져본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천일의 약속은 그런 두려움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작품이죠 마지막편이라 치매환자의 행동들을 폭풍처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요 오히려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지형이 이서연을 끌어안고 기저귀 안 차도 돼 하지마라고 오열하는 부분은 아직도 찡하네요

  5. 호빗 2011.12.21 10:36 address edit & del reply

    주인공이 망가져가는것을 최소화하고 싶은? 마지막회가 너무 지나친 속도로 흘러가서 정신 없었어요.
    허무한감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향기 라는 캐릭터가 큰 짐 다 떠안으면서 끝나진 않았군, 하는 안도가 듭니다.

  6. 흠흠 2011.12.21 10:50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몰입해서 봐서 그런지 웃음이 나지 않더군요. 오히려 고모에게 발로 걷어찼을 때 너무 슬퍼서 울컥했었는데. 아무래도 치매환자를 옆에서 겪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 아닐지요.
    정말 겪어본 사람은 공감할 것 같네요 ^^

  7. 흠흠흠. 2011.12.21 10:57 address edit & del reply

    발차기에 빵 터졌다는 자극적 제목에 화가 나서 들어왔습니다. 포스팅은 잘보고 갑니다.참고로 그 발차기보고 전 울었습니다. 외상성 치매 환자와 3년째 살고 있습니다.

  8. 저도 2011.12.21 11:41 address edit & del reply

    빵터졌단 말에 이게 뭔소린가 했네요. 문정희씨 연기에 저는 더 많이 눈물이 났습니다.
    잘봤습니다.

    • coffeemon 2011.12.21 15:35 address edit & del

      동감입니다. 제일 현실적이고 생생하고 이해할만한 인물이 문정희씨가 맡은 언니역이었던 것 같아요.

  9. 2011.12.21 12:34 address edit & del reply

    해피엔딩이라니 치매만큼 잔인하네요..

  10. 2011.12.21 12:3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1. 2011.12.21 15:0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2. zz 2011.12.21 17:17 address edit & del reply

    참 별 얘기도 없는걸 구구절절 쓰셨네요 요샌 개나소나 인터넷에 글을 써서 오염을 시키니 원....

  13. 글쎄요.. 2011.12.21 17:51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서연이가 제 가족인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아프고 먹먹했는데, 글을 아무리 봐도 리뷰를 쓰시는 분이 뭔가 드라마를 잘못 보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이렇게 빵터질만큼 여겨지는 병도 아니고, 음........ 알츠하이머 환자분을 두신 가족분들이 이글을 보신다면 상처 받으시겠네요.

  14. 역시... 2011.12.21 18:08 address edit & del reply

    저 역시 수애의 발차기 장면이 가슴아팠는데 윗분들도 그러시군요.
    원래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두다 말하지 못해 한이 맺힌 것마냥 쏟아내고 읊어대고...것도 자연스런 대화체가 아니라 무슨 문장의 마침표 찍는것마냥 말예요.
    이 드라마도 뻔하려니...하며 지나가면서 봤고 역시 뻔했죠.
    그런데...치매를 그려내는 방식이 참 좋다 싶었습니다. 구태의연하게 끌고가지 않은 점도 좋구요.
    아무래도 여자주인공을 한계상황까지 몰고가는것은 드라마의 분위기나 전체 색깔과는 어울리지 않았을테고 딱 적절하게 드라마의 색에 맞게 풀어냈다고 봅니다.
    질질 끌다가 한편에 몰아붙인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 역시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수애의 변화를 생각하면 수긍이 가고 현실적으로도 치매는 하루하루가 다를테니까요.
    계속 불만으로 어디보자...이런 어줍잖은 생각으로 봤는데 마지막회는 역시 김수현작가의 내공이 있구나...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저귀 장면이나 문건이 예은을 안고 우는 장면에선 같이 눈물짓기도 했네요.
    아마도...제가 느끼기엔 애초에 예은이한테 정을 안준 것 같습니다. 자신은 어차피 떠나가야, 것도 언제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니 무덤덤하게 눈도 제대로 안마주치고 그랬겠지요. 그러나 더는 버팅길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이와 처음으로 정식으로 눈을 마주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지요...그리고 지형의 독백처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는데 전 그웃음이 왠지 자신의 할 일을 다 한, 딸에 대한 애절함이 담긴 웃음이다...생각이 들더군요. 차마 정을 줄수도 없고 이미 자신의 마음까지 모르게 된 수애가 지을 수 있는 감정표현. 그렇게 낳고자 자신의 병을 악화시키면서까지 낳은 아이에 대한 사랑...
    뭐, 그렇게 느껴지더라구요...

  15. - 2011.12.22 02:17 address edit & del reply

    '천일의 약속'.. 욕도많이먹고, 말도많은 드라마였고..
    개인적으로 '서연'이라는 주인공이 너무맘에들지 않았어요...
    뭐랄까, 말하는거나 생각하는거나, 너무 거리끼는게 많다고해야하나...
    속사포말투 ㄷㄷㄷㄷ

    하지만, 서연정도의 성격에
    치매를 마주하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보자니,
    참 처절하기도하고,..
    뭔가 여러모로 끌렸던 드라마였어요.

  16. 2011.12.22 10:0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7. 용가리 2011.12.22 18:13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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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Book of ra 2012.05.09 21:24 address edit & del reply

    질질 끌다가 한편에 몰아붙인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 역시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수애의 변화를 생각하면 수긍이 가고 현실적으로도 치매는 하루하루가 다를테니까요.

  21. solar installation Malibu 2012.05.11 20:55 address edit & del reply

    特別籌組「資訊時代的共有資源」專題,希望藉著本專題的徵稿(2011/9/1截止)

2011. 12. 20. 08:25




드라마 결말에 이르러서는 비호감 주인공이나 조연들도 호감으로 돌아서고 상처들도 봉합의 과정을 거치는데, 천일의 약속 여주인공 수애는 마지막까지 민폐 논란을 종식시키지 못하는 것은 김수현 작가의 실수가 아닐까 싶네요. 수애의 모성애와 사랑(?)은 치매환자에 대한 이해도 쉽지 않게 합니다.
자신이 치매라는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똑똑한 서연은 여전히 시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읊어대는 고상한 치매환자입니다.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문학적 과시욕은 아닌가, 혹은 메말라 가는 현대인들에게 시 하나는 읊고 외우고 살라는 작가의 진심어린 충고인지, 그 진심을 읽기가 힘들군요.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하필 치매환자가 매회 한 두편씩은 읊어내는 시구절은 서연이 치매환자가 맞기는 하나 싶게 만듭니다. 치매환자이니 젖은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눕고, 카레를 부어 손으로 밥을 집어 먹는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드라마에서 똥오줌 못가리는 치매환자의 실상을 그런 식으로 묘사한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게 똥오줌이라고 생각하면 말못할 수치이며 비극이고,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슬픔을 떠나 힘겨운 뒷치닥거리지요. 묵묵하게 서연의 병수발을 들고 있는 박지형의 순애보는 순애보가 아니라, 도우미에서 간병인까지, 회사일까지 줄여가며 온갖 잡일을 다해내고 있으니, 그 정성과 마음이 갸륵하고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제왕절개로 딸을 낳은 서연, 지형과 서연의 딸 예은이는 무럭무럭 커가는데, 서연은 점점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치매증세도 심해지지요. 애를 떨어뜨릴까봐 겁나서 아기를 안지도 못하는 서연, 예은이가 울어도 어찌할 줄을 모르고 발만 동동거리는 서연, 아기를 혹이나 어떻게 할까 염려하는 모성애(?)때문이라지만, 본능적인 엄마의 행동마저 제어하는 서연을 보니, 가슴 한 쪽이 쓰라려 오면서도 뭔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지는 모성애였습니다. 아이와 눈맞추고 토실토실 살쪄가는 아이 엉덩이도 토닥거리고 싶은 것이, 서연이 누리고 싶었던 행복이라며,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을 피웠던 것을 금세 잊어버린 서연은 확실이 치매가 맞기는 합니다.
떨어뜨리면 어떡하냐고, 아기를 집어 던지면, 환각이 생겨 아기가 괴물로 보여서 죽이려고 밟아대면 어떡하냐는 서연의 말에서, 아기를 지키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읽혀지기는 하지만, 그저 독한 서연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얼마나 아기를 안고 싶을까요. 그런데도 아기가 어떻게 될까 걱정되어, 아니 자신을 믿지 못하기에 서연은 엄마의 감정을 누르고 아기를 보호하려는 게지요. 그 마음을 알면서도 아기가 울면 자연히 손이 가는 엄마의 본능을 누르는 서연의 감정은, 치매환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강해 보입니다. 본능마저 제어하는 것이 모성애의 힘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냥 안고 있으면 된다는 문권의 말에 잔소리하지 말라며, "나도 다 생각이 있단 말이야.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방을 나가버리는 서연을 보며, 향기를 만나고자 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했습니다. 아이에게 정을 남겨두지 않으려는 서연, 아기를 너무 사랑하기에 다른 사람 손에 아기를 주고 싶지 않는 마음이 들까봐, 애써 아기에게 무심하게 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의 병세가 심해질수록 아기에 대한 걱정이 늘어가는 서연은 예은이를 방배동 지형네 집에 보내자고 말하지요. 자신을 믿을 수없다며, 아기있는 데서 엄마가 똥싸고 오줌싸는 것 싫다고 말이지요. 괜찮다는 지형이지만, 고모가 힘들어서도 안된다고 서연은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제정신일 때는 예은이의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게 보일까요? 그런 아이를 두고 죽어야 한다는, 아니 그 예쁜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도 모르게 될 거라는 것때문에, 혹이라도 아기를 어떻게 해버릴까 서연은 불안하고 걱정됩니다.
갑자기 베란다에 의자를 밟고 올라서서 천길 낭떠러지 아파트 아래를 내려다 보는 모습은 역시 자살낚시였지만, 서연이 자살을 하려고 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자살이라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어떤 상태인지를 인지하고 있을 때 행하는 행동이기에, 처참하게 으깨져 죽은 모습을 남길 서연은 아니지요.

그보다는 점점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는 서연의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은이에게 의도적인 거리감을 두려는 서연의 모습에서도 엿보이기는 했지만, 짐작이 틀리지 않아서 당황스럽더군요.
꼭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서연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향기를 만난 지형, 향기에게 못할 짓을 한 지형이기에 향기를 만나 부탁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서연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슨 일이든 들어주고 싶다며,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다는 지형의 부탁에 향기는 서연을 찾아 옵니다.
향기가 내미는 꽃바구니를 받아들며 뜬금없이 김용택님의 봄날은 간다 중 서리편을 읊는 서연, '꽃도 잎도 다 졌니라 실가지 끝마다 하얗게 서리꽃은 피었다마는 내 몸은 시방 시리고 춥다 겁나게 춥다 내 생에 봄날은 다 갔니라', 서연의 죽음에 대한 자기정리적인 시였지만, 향기를 앞에 두고 그 어색하고 뜬금없는 장면이 섬뜩스럽게 무섭기까지 하더군요.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서연의 표정이어서 향기가 누군지 모르고, 자기만의 치매 세계로 들어가 버린 서연으로 착각하게 만들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서연이 문학했던 사람이었던 지라 치매에 걸려도 참 우아하고 고상하군요ㅎ;;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내가 저 이를 향기씨한테 떠나 보냈을 때보다 더 힘들었을 거예요. 만나서 이해와 용서...염치없어요. 미안해요". 지형의 이별통보는 벼락맞은 거였노라고 고백하며, 하지만 사랑은 두 마음이 같아야 완전한 건데, 지형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는 향기였지요.
주위를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추는 서연, 향기를 부른 이유를 말하지요. "나는....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만약 그때까지 오빠에 대한 마음이 식지 않거든, 내가 없어졌을 때 향기씨가 옆에 있어 줬으면...뻔뻔스럽지만 어쩌면 더 박지형이라는 남자를 나보다 더 잘아는 사람일 지도 모르니까...". 지형을 향기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는 두통을 호소하는 서연이었지요. 지형의 가슴에 안겨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서연, "나는 정말 한심하고 비열해, 말도 안돼, 나 어떡해...".
향기에게 지형을 부탁하고 우는 서연에게는 두가지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밤에 베란다에서 서연이 위험한 행동을 했던 것을 알고는 지형이 그랬지요. 지형 자신을 위해 아무 것도 하려고 하지 말라고요. 도망치려고도 하지말고 배신하지 말라고 말이지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서연은 자신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습니다. 자기만을 바라보고 눈만 마주치고 있는 것으로도 행복하다는 지형을 머지않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서연은, 그렇게 자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지형을 두고 자꾸 삶을 포기하려는 자신이 한심하고 밉습니다. 그리고 향기에게 또 미안한 죄를 지으려는 자신의 비열함이 밉습니다. 내 남자였다며 향기에게서 지형을 빼앗은 서연, 그리고 이제는 그 남자를 돌려보낼테니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자신이 너무나 비열해서 밉습니다.
작가는 서연 스스로의 입을 통해 자신을 비열하다고 서연을 위한 변명을 마련해 주었지만, 그럼에도 서연이가 참 야속하고 이기적으로 보이는 것은 저의 얄팍한 이해심과 너그러움때문일 듯합니다. 향기가 끝까지 지형을 기다리고 말고는 서연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지요. 서연이 부탁해서도 안될 말이고요.
향기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서연이 떠난 후에도 지형과 아이를 택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향기의 사랑이지, 서연이의 지형에 대한 사랑이나 진심으로 향기에게 하는 사과는 아니지 않을까요? 물론 여전히 지형을 모습만을 좇고 있는 향기의 눈에서 향기가 여전히 지형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은 읽었겠지만, 마치 유언처럼 향기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조금은 뻔뻔한 이기심같아 보입니다. 지형이 향기를 끝까지 여자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혹이나 두 사람이 훗날 결혼을 한다해도 향기는 지형의 껍데기만을 안고 사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어서 말이지요.
정말 향기에게 미안하고 향기를 지형에게 보내고 싶었다면, 향기가 아니라 지형에게 부탁을 했어야 순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자신이 떠나면 향기와 다시 시작해 보라고, 예은이를 위해서라도 무릎꿇고 싹싹 빌어서 평생 향기 눈에서 눈물 쏟게 하지말고 위해 주고 살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향기에게 유언처럼 부탁을 하고 것은 신파로밖에 보이지 않네요.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뎌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연이 그것이 향기에게 하는 사과였고, 지형에 대한 사랑이었는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다 이해하기는 힘들더군요. 지형이 서연을 끝까지 잊지 못하고 그 추억만으로 살아간다면, 향기는 처녀귀신으로 늙으라는 말인지 뭔지...착한 향기는 그저 서연이 안됐고 지형이 안쓰럽지만, 서연의 부탁은 내내 향기에게는 짐이 되지 않겠냐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향기를 만난 서연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치매증상도 심각하게 나빠져 버렸지요. 불과 몇시간만에 이렇게 증상이 악화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욕조에 물을 틀어놓고 귀신처럼 앉아 있지를 않나,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벌러덩 누워 추한 모습으로 변해가지요. 오즘싸는 치매환자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 뿐이 아니었지요. 욕실 청소를 하고 몰래 오열하는 지형을 위로하는 재민을 뒤로하고, 카레밥을 손으로 집어먹는 모습까지 나와 시청자를 놀라게 했지요. 옥에 티라면 서연이네 집은 밥을 냉장고에 넣는다는 점? 치매 어른을 둔 가정에서 똥을 집어먹는다는 얘기들도 많이 나오는데, 그 모습이 연상되어서 가슴 아프면서도, 주위 가족에게 힘겨운 상황이라는 생각에 가슴만 무거워지네요. 
마지막회 한 회만을 남겨둔 천일의 약속, 지형과 서연의 예정된 시간 천일이 다 되어감에도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순애보는 여전히 감금상태입니다. 지형이 미치겠다는 말로 삶과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서연에 대한 안타까운 눈물연기를 보였지만, 김래원의 사랑에는 극히 인색했던 김수현 작가였기 때문에 말이지요. 수애의 치매와 치매진행 과정에 중심을 두다 보니, 사랑보다는 고상한 치매환자의 짧은 삶이야기가 되고 말았지요. 드라마 마지막까지도 이 드라마가 치매환자 이야기인지, 작가가 마지막으로 풀어내고 싶었다던 순애보 정통멜로였는지, 무게중심을 이동시키지 않은 것은 작가의 실수입니다.
"나를 없애버리고 싶어. 결혼 안해야 했어. 행복하고 싶었어. 행복할 줄 알았어"라는 서연의 말도, "나는 너고, 너는 나 자신이야. 우린 한 사람이야, 사랑해 서연아"라는 지형의 말도, 절절하게 와닿지를 못하고 흩어져버리는 멜로는 처음입니다. 이기적인 민폐 여주인공이 되어버린 서연의 말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족하다는 지형의 사랑도 왜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회에서는 치매가 아니라, 감동으로 적시는 두 사람의 사랑때문에 울 수 있을지, 오래 참은 김에 마지막까지 참고 봐야겠네요. 치매수애가 남는 드라마가 아니라,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런 사랑도 있구나'로 남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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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4
  1. 2011.12.20 08:3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여왕의걸작 2011.12.20 08: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저번 주부터 브레인으로 갈아탔는데 갈아타길 잘했다 싶습니다.
    보는 내내 스트레스가 쌓여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안 그래도 감정이입이 잘 되는 성격인데 드라마 보며 스트레스까지
    받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시나리오네요.
    딸을 낳을 것 같았고, 분명 김수현 작가라면 서연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쓸 것 같았습니다.
    김수현 작가는 여자 주인공을 굉장히 자존심 강한 사람으로 자주 그려냅니다.
    스스로 글을 쓰며 여자 주인공을 통해 못다한 자기 만족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저는 같은 여자로서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지만 이 드라마는 너무
    서연에게 초점을 맞춰 완전한 사랑을 그리면서 서연 한사람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그런 모습은 보기 불편합니다.
    여자 주인공을 너무 비호감으로 만든 것 같아 안타깝네요.
    재방송으로도 보고 싶지가 않네요..ㅜㅜ

    • 초록누리 2011.12.20 11:19 신고 address edit & del

      ^^*
      저는 마지막까지 정리하려고요.
      마음이 많이 무겁고 버겁지만 결말까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3. 예또보 2011.12.20 09:2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음 정말 어제는 보질 못했어요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4. 모과 2011.12.20 09:21 address edit & del reply

    김수현 작가는 치매 환자를 잘못그리고 있습니다.
    그가 이혼녀라서 남자의 순애보를 그릴때 가장 이상적인 자기
    소망을 드라마에 풀어 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매환자를 지켜보고 있는 가족으로서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 참 많네요.

    • 초록누리 2011.12.20 11:15 신고 address edit & del

      치매 환자에 대한 현실적 묘사는 떨어지죠.
      그래서 드라마의 한계일 수밖에는 없을 것 같고요.

  5. 왕비마마 2011.12.20 09:26 address edit & del reply

    현실은 저리 아름답기만할 수 없겠지요~
    치매에 대한 환상을 갖게끔 만드는~ ^^;;;
    허나 드라마라는 사실을 감안하고 생각했을 때
    정말 가슴시리도록 미어지는 연기력들인것 만은 확실하더라구요~ ^^

    울 누리님~
    따뜻~한 하루 되셔요~ ^^

  6. 샘이깊은물 2011.12.20 10:41 address edit & del reply

    치매환자를 저도 가까이서 보고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왜 환상적으로 그렸을까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집니다.
    날씨가 많이 춥지요.
    감기 조심하세요^^

  7. 붓자루 2011.12.20 10:54 address edit & del reply

    태클은 아닙니다만,, 김수현 작가는 시는 기억에 남는것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것이다 라는것을 말하고 싶은게 아닌가 싶네요,,

    • 초록누리 2011.12.20 11:16 신고 address edit & del

      너무 좋은 말씀이시네요.
      시는 기억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다...드라마에서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가슴에 와닿는 말씀이십니다.
      감사합니다^^

  8. 하결사랑 2011.12.20 15:5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너무 고상한 치매 환자라는 말씀에 정말 동감합니다.
    그리고 정말 이기적이라는 것도...이정도의 신파 드라마에 눈물 한방울 안흘리고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네요 ㅡㅡ;;; 워낙에 드라마를 보면서 잘 우는 편이라...
    그래도 보던 드라마이고...수애의 연기와 목소리가 좋아서...
    마지막까지 보렵니다. 요즘 브레인도 정말 재미있던데...

  9. 펨께 2011.12.20 17:12 address edit & del reply

    천일의 약속 다 본 건 아니지만 어제 우연히 19회 봤는데
    마지막 수애 카레먹는 장면에 섬뜩했습니다.
    아 이게 치매라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지요.
    초록누리님 말씀처럼 저도 마지막회는 치매에만 치중하지 않는
    사랑의 이야기로 끝내길 바랍니다.

  10. 구윈 2011.12.20 18:43 address edit & del reply

    치매여부를 떠나 향기에게 애를 부탁하는 것을 보고 채널 돌렸습니다. 분명 작가는 향기가 아이를 맡아 키우는 것으로 결론내겠지요... 이제 현실과 동떨어진 드라마는 안보렵니다.

  11. 혜진 2011.12.20 19:00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이 드라마를 보게되면 극도의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어제가 절정이었는 듯.. ㅠ.ㅠ
    다소 현실성이 떨어져요.. 물론 드라마긴 하지만..

    초록누리님..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2011. 12. 14. 12:13




여러가지 궁금증을 남겼던 천일의 약속 18회였습니다. 갑자기 재등장한 노향기, 서연의 진통, 그리고 베란다에 남겨진 서연의 슬리퍼를 통해 자살을 암시한 장면도 나와서 시청자를 경악하게 했는데요, 종잡을 수 없는 엔딩때문에 애가 타네요. 서연이 죽을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서연의 죽음을 어떻게 표현할 지 김수현 작가의 생각이 가장 궁금한 대목이기는 했습니다.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느끼기에는 두 사람의 사랑보다 알츠하이머의 병증에 치중해, 지형의 순애보가 100% 전달되기는 어려웠지요. 이번회 지형의 지형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한 장면만으로 지형의 존재감이 확인되기는 했습니다. 천일의 약속을 보면서 수애의 오열신보다, 지형의 오열에서 더 많이 울었네요. 눈물조차 보일 수 없는 지켜보기만 하는 남자의 숨죽인 오열이 너무나 가슴아파서 말입니다.
지형의 집에 저녁식사를 하러 간 서연과 지형, 지형의 아버지 박창주의 한마디가 초반부터 저를 울리더군요. 서연에게 인사말을 가르치는 강수정과 박창주의 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더랍니다. 강수정이 보여준 인품을 통해 왜 박창주가 강수정의 말에 꼼짝 못하는 지를 알았지만, 여우처럼 굴지 않아도 남편을 잡는(? 잡는다는 표현보다는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는 부부사이라고 하고 싶네요) 비법은, 역시 인격과 품성이라는 것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성적인 선택이 아니었고, 향기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짚어주는 아버지, 더구나 아이까지 가졌다고 하니 박창주는 서연과 지형의 선택이 현명하지 못했다고 말하지요. 서연의 담당의사와 통화를 했다는 말에 가족들도 아버지의 마음을 읽고는 울컥해지지요. "아이도 태어난다는데 어떤 투지로 병과 맞설거냐?"며 서연의 심기를 굳건하게 해주려는 시아버지 박창주였지요.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 서연과 지형은 아버지의 용서와 응원에 감사하고 있었고, 아버지를 바라보는 지형의 눈빛에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들어 있었지요. 그런데 박창주의 한마디에 그만 울컥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말없이 밥을 먹고 있는 서연을 향해, 너무나 따뜻한 음성으로 "서연아..."라고 불러주는 장면이었어요.
'서연아'라는 대사에 그동안 서연이가 받아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이 다 들어 있었거든요. 물론 서연남매를 데려다 키우자는 고모부의 큰사랑도 넘치고 넘쳤지만, 시아버지 박창주의 사랑은 또 다른 의미로 커보였습니다. 이렇게 복도 많은 서연이가 왜 그런 몹쓸 병에 걸렸는지 하느님도 무심하십니다.ㅠㅠ
"너한테 허락된 시간을 헛되이 쓰지말고, 할 수 있는 노력 필사적으로 다해서 너를 지켜. 포기하면 안된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이 있지요. 경제적으로 힘들면 어머니한테 도움청하라고 지형을 응원하고, 서연에게는 "네 어머니는 부처가 현신한 사람이니 의지하라"며, 서연을 편하게 해주려는 박창주였지요. 서연과 지형을 보내고 지형엄마 강수정과 나눈 대화는 더욱 감동적이고, 묵직한 남자의 책임감이 느껴지게 하더군요. "지가 선택한 길이니 마지막까지 비겁해지지 말라고 해".

시아버지를 보고 돌아온 서연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집안일도 다시 의욕적으로 하려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말이지요. 동생 문권에게는 어머니를 책임져 달라며 유언을 남기기도 했지요. 지난 글에서도 서연이 어머니를 용서하고 화해했다고 어머니와의 재회에 대한 글을 썼는데, 용서를 하고 내려놓는 서연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세상에 용서못할 부모도 없고, 용서하지 못할 자식도 없는 것이 천륜아니겠어요. 독거노인 만들지 말라는 말이 참으로 아프게 들리더라고요. 김수현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은 어머니를 독거노인이라고 표현하는 과감성에서도 보여지더군요. 
하루하루 서연의 상태는 나빠져 가지만, 서연도 지형도 애써 태연하고 싶어합니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일상에서의 실수처럼, 그렇게 서로 슬퍼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요. 그런데 서연의 이미가 찢어지는 사고가 나지요. 서연의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 아기처럼 엉엉 울고만 있는 서연의 모습이 어찌나 처연스럽던지요. 이마를 꿰매고 지형의 손을 잡고 잠든 서연, 서연을 보는 지형의 마음이 찢어지지요. 아내는 그렇게 아기가 되어 가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어요. 상처가 아파서가 아니라, 신경들이 망가지고 둔해져 가고 있었지요.
잠든 서연을 두고 다른 방으로 가서 끝내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마는 지형, 지형은 그동안 울지도 못했습니다. 울면 지형 자신이 무너질까봐서요. 정말로 서연이 없어진다는 생각속에 빠지기 싫어서요. 속으로만 흘리던 눈물이 주체하지 못하고 밖으로 터져나온 순간, 지형도 끝내 참지를 못하고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밀어넣으며 오열하고 맙니다. 오열하는 지형을 보며 한참이나 함께 울었습니다. 입을 틀어막은 김래원의 손에 핏줄들이 곤두섰더군요. 온몸으로 울었고, 비명과도 같은 고통을 온힘을 다해 참는 감정이, 김래원의 핏줄 선 손만으로도 확인이 되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음....이제 숙제를 하나 풀어야 겠습니다. 시청자를 경악하게 했던 수애의 자살암시 장면입니다. 우선 수애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자존심 강한 이서연이 점점 악화되어 가는 자신의 몸상태때문에 주변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참지 못했을 거라는 것이지요. 치매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드라마보다 실제로는 백 배 천 배 힘들고, 무엇보다 가족들의 삶이 망가진다는 것입니다.
집을 비울 수도 없고, 온종일 환자에게서 눈을 떼면 안되는 것이 치매입니다. 가스불을 잠그지 않아 화재를 내기도 하고,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해 넘어져 골절상을 입는 일도 다반사고요. 대소변문제 또한 크지요. 노인성 치매환자의 경우도 본인이 치매라는 것을 알면, 세상이 아득해지고 정신있을 때 죽음을 택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살을 시도한다는 사례도 많지요. 서연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자살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서연이 지형을 거부하면서 했던 말이 자꾸 맴돕니다. 당신 인생까지 망가뜨릴 수 없다며, 당신 잡고 같이 늪으로 빠질 수는 없다는 말 말입니다.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는 난산끝에 잘 낳았을 것이고, 다시 겨울로 돌아간 것을 보면 몇개월이 지난 듯 보입니다. 시간이 그만큼 흘렀다는 것은 서연의 상태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겠지요. 정신이 남아있을 때, 자신으로 인해 지형과 가족들이 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지요. 솔직히 제가 서연의 입장이어도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서연의 자살은 제작진의 낚시라는데 무게를 싣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말라며 필사적으로 노력하라는 시아버지 박창주의 응원을 서연이 설마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김수현 작가가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순애보를 완성시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김작가의 전작 완전한 사랑에서 차인표를 심장마비로 죽여버린 예는 있었지만, 서연의 선택을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그녀의 사랑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치매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것과 진배없는 무책임한 결말로 낸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것을 작가가 모를리도 없을 거고요.
남은 가족들을 위해 자살을 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잖아요. 빈껍데기가 되어 가더라도, 가족조차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님이라도 눈만 마주치는 것으로도,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이 가족이고, 사랑하는 사람이고, 또 부모님이잖아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암환자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습니다. 치매환자라고 다를 것 없습니다. 기억을 잃어가며 죽어가는 것과 암세포가 온몸을 갉아먹어 죽어가는 것과 죽음은 매한가지라는 것이지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치매의 무서움도 보았지만, 치매 또한 불치병 중의 하나라는 것에 무게를 두고 봤습니다. 망가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비관하고 스스로 더 작고 초라하게 움츠러들기 보다는, 기억이 남아있는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잘 마무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족들의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암환자가 죽음을 준비하고 주변정리를 하는 것처럼, 치매환자에게도 기억이 남아있을 동안에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게 하는 것, 극중 지형의 역할이 그런 것이었다는 것을요. 자기가 누구인지를 잃어가고,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잊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불행인지, 서연은 가장 처절한 정신적으로 고통속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서연을 웃게 하는 마지막 한 사람, 아니 두 사람, 지형과 태어난 꼬맹이겠지요. 지형에게 자살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게 하는 정말 바보스러운 선택을 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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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4
  1. 2011.12.14 13:5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여강여호 2011.12.14 14: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가뭄에 콩나듯이 띄엄띄엄 봐서...
    연결이 잘 안되네요..ㅎㅎ..
    바람이 차가와지네요...건강한 날 보내십시오.

  3. 온누리49 2011.12.14 16: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리뷰로 연결을 해서 대충 생각을 하고 갑니다^^
    눈이 오려는지 비가 오려는지
    잔뜩 흐렸네요....

  4. 김래원이 좋아 2011.12.14 17:58 address edit & del reply

    천약이 끝나면 이제 오랫동안은 TV볼일이 없겠네요. 매주 월화마다 천약 정말 몰입해서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