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연기력'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6.26 '구가의 서' 이승기, 목소리도 연기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7)
  2. 2012.04.27 '더킹 투하츠' 하지원이기에 가능한 김항아, 그녀의 진짜 매력 (34)
  3. 2012.04.21 '더킹 투하츠' 이순재의 유서, 그의 진심을 보여준 한 단어 (20)
  4. 2012.04.12 '더킹 투하츠' 이승기의 가벼움, 캐릭터의 성숙이 시급하다 (10)
2013.06.26 11:01




구가의 서가 긴 장정을 끝냈습니다. 구월령과 서화의 결말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여운이 남고 좋았습니다. 무려 40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온 최강치, 뭐라 할말을 잃게 만드는 반전결말이기는 했지만, 보는 내내 허파에 풍선 몇개가 들어가 바람빠지는 소리를 냈습니다ㅎ.

유독 눈물이 많았던 최강치를 위한 서비스의 느낌마저 들어 좀 황당스럽더군요. 환생이라는 코드를 가져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인물들 나열에 그쳐버려 그 전의 가슴 먹먹한 스토리를 이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현대물에서의 이승기 수트빨을 감상하는 호강은 누렸지만, 달록이 셔츠는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ㅎㅎㅎ

람보르기니까지 타고 다니는 최강치, 400년이나 살았으니 돈도 많이 모은 것은 당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우리 친하게 지내자~), 강치를 오래도록 봐왔던 사람들에게는 늙지않는 20살의 모습에 '저것이 사람이여 뭐시여? 귀신 곡할 노릇이다' 싶은 시들한 생각을 하면서도 웃어보기도 했습니다.  

도화나무에 걸린 초승달의 인연은 422년이 흘러 다시 시작되었는데, 소정법사가 나타나 또 피할 수 있으면 좋은 인연이며, 둘 중 하나는 죽게 될 운명이라는 예언을 주저리 떠들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도화나무에 걸린 초승달의 연분은 여울이 아닌 강치의 운명으로 다가왔는데, 뭐시다여! 이번엔 강치가 죽는 건지... 해피엔딩으로 만들어 주기는 했지만 넙적다리 긁어가며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피식~  

2013년의 구가의 서 식구들, 강치와 여울을 빼고는 유연석, 김기방, 방성준 등 배우 실명으로 넣어주는 제작진의 센스는 좋았습니다. 저도 드라마속 주인공의 이름만 알고, 배우의 실제 이름은 찾아봐야만 알게 되는 일이 많은데, 그동안 촬영으로 힘들었던 배우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싶더군요.

엔딩 이후 초인종 소리와 함께 등장한 곤 방성준과 이순신 좌수사였던 유동근, 대사는 없었지만 "최강치씨, 국가와 민족을 위해 같이 일해보실 생각없으십니까?"라는 말을 던졌을 듯...  근데 최강치 주민등록증은 어떻게 하는 것이더냐? 주민등록증에 몇년생으로 되어있을지 심히 궁금^^

구가의 서와 인간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 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이순신 좌수사의 입을 빌어 나오기는 했지만, 여울을 보내고 신수로 400여년을 더 살아온 강치의 긴 시간을 생각하니, 가장 불쌍한 인물이 최강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더이다.

"누군가 나에게 홀로 100년을 살겠냐, 사랑하는 이와 100일을 살겠냐고 물으면 사랑하는 이와의 100일을 택하겠다"고 했던 태서, 짧은 시간 강치를 사랑하며 행복했던 여울을 두고 한 말이었지만, 여울이 없는 400년이 강치에게는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해봤네요. 자신을 떠올리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여울의 세번째 소원을 지키느라, 강치는 400여년을 여울에 대한 그리움과 다시 만나겠다는 기다림으로 지내왔겠지만 말이죠.  

구가의 서 최종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여울과 강치의 이별신이었을 겁니다. 수전증이 있었는지 총을 제대로 쏘지 못하고 여울을 맞혀버린 서부관(전 강치가 총에 맞았을 거라는 추측을 했었는데 허거덩 뻐거덩했습니다ㅎ;;), 강치를 부르며 여울은 쓰러지고 강치의 분노는 겉잡을 수 없이 폭주하고 말았지요. 손에 피를 묻히지 말라는 이순신 좌수사의 부탁에도 강치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글거리는 눈빛, 너무 화가 나고 분노하면 표정조차 무표정으로 나오는데, 서부관에게 다가서는 강치 이승기의 표정이 딱 그러했습니다.  

서부관의 목을 조이고 있던 강치의 폭주를 멈추게 한 이는. 총에 맞아도 주인공은 오래 버틴다는 드라마 정석에 충실한(ㅎㅎ) 담여울때문이었지요. 강치의 가슴에 안겨 눈을 감는 여울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 정신을 차린 담여울이더군요.

 

조관웅과 일당들은 매복시켜둔 전라좌수군대가 출동해 포위하고, 거기서 잡히나 싶더니 연막탄을 터뜨리고는 유유히 백년객관을 빠져나가는 조관웅 일당, 지붕위의 화살부대들은 뭐한 거시여!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는...

숲으로 도망간 조관웅의 손모가지를 강치가 뎅강 잘라버리기는 했지만, 왜적들과 싸워야 하는 전라좌수영 군대가 독안에 든 쥐도 놓치는 모습은 뭐라 할말이...쩝.  

무형도관으로 옮겨진 담여울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지요. 소정법사를 찾아가 여울이를 살릴 수 있는 비책을 알려달라는 강치였지만, 그것이 여울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라는 말만 듣고 옵니다. "가서 여울아씨 옆에 있어 주거라. 그게 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잠시 기력을 회복한 여울, 강치에게 세가지 소원을 들어달라며 강치와의 이별을 준비합니다. 도관식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강치와 산책을 나가고, 자신을 떠올리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여울, 여울의 세번째 소원에 울컥했습니다. 홀로 남겨질 강치에게 슬픈 기억이 아니라 행복한 추억이고 싶다는 여울, 남겨진 자의 슬픔까지 에둘러 안고 가려는 여울이었기에 말입니다 

"나랑 혼인해 줄래", 강치의 눈물의 프로포즈와 이별키스에 눈물이 줄줄ㅠㅠ 담여울을 안고 우는 이승기의 감정충만한 연기는 절로 눈물을 흐르게 했고, 여울이를 부르는 강치의 흐느끼는 목소리는 슬픔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숨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나의 시간도 멈춰버렸다'. 최강치와 담여울의 사랑은 달빛정원의 구월령과 서화에 이은 또 하나의 슬픈 전설로 남겨졌습니다.  

천년만에 처음으로 심장을 뛰게 한 인간여인 서화를 사랑하고 그녀와 함께 영원한 잠을 선택한 월령,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밑도 끝도 없는 믿음 하나로 420년을 신수로 살아온 최강치, 두 부자의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사랑은 너무도 닮아있었지만, 선택은 그들의 다른 삶처럼 다르더군요. 월령은 서화를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강치는 여울의 죽음을 두고 다른 말을 했죠.

"여울이가 여기 없다는 게 실감나지 않아.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건지 찾을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고...", 여울의 방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강치 곁에 앉은 태서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말했지만, 강치의 입에서는 죽음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래서였을 거에요. 강치는 여울의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듯 합니다. 윤회를 믿었는지도 모르겠고요. 

여울을 보내면서 강치는 가슴끊어지듯 슬픔으로 통곡을 하면서도, "죽지마... 안돼...!!!"의 오열이 아닌 "꼭 다시 만나자. 기다릴게... 꼭 다시 만나자"라는 말로 보냅니다. "사랑해", "사랑해", 여울을 보내면서 나누는 그들의 이별키스는 그래서 더 아프고 가슴 먹먹하게 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약없는 시간, 다시 만난다는 보장도 없는데도 그들은 생사가 갈리는 순간에도 만나자는 약속으로 헤어지고 있었으니 말이죠.

'널 다시 만나면 그 땐 내가 널 먼저 알아볼게... 널 다시 만나면 내가 먼저 널 사랑할게....',

강치는 여울을 보내지 않았던 것이었어요.  

강치가 무형도관을 떠나면서 담평준에게 말했죠. 구가의 서는 당분간 찾지 않을 것이라고요. "당분간은 신수로 좀 더 세상을 살아볼 생각입니다. 함께 늙어갈 누군가를 다시 만날 때까지는 좀더 기다려볼까 합니다".

강치의 사랑은 그런 것이었어요. 여울이가 없는 세상은 의미가 없습니다. 여울이가 없는 세상에서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강치, 여울이를 다시 만날 때까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강치였습니다. 420년이란 긴 시간, 환생한 여울은 강치의 긴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여울과 다시 만날 때를 기다리며, 그토록 바라던 사람이 되는 것도 유보한채 신수로 살아 온, 누구보다 온전하고 따뜻한 사람 강치를 위한...

람이 되고 싶은 의미인 담여울, 함께 늙어가고 싶은 사람을 다시 만난 강치에게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신수의 시간이 아닌 인간의 시간이...  

엔딩의 연출에 불만은 있었지만, 평한 여자 밖에 모르는 구씨 혈족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잘 보여준 섹시월령 최진혁의 발견은 구가의 서 수확이었습니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표정연기는 구월령이라는 캐릭터에 판타지를 더해줬지요.

무엇보다 깊어진 감정연기와 캐릭터를 만들어 감에 여유가 느껴지는 이승기의 연기변신은 구가의 서를 빛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특별히 이승기의 연기변신에서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이나, 표정연기, 감정연기야 믿고 보는 이승기지만, 제가 구가의 서에서 특히 관심을 두었던 부분은 이승기의 목소리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드라마에서의 이승기의 목소리는 썩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뭐랄까... 감정을 더 실을 수 있는데 목소리에 힘이 가끔 과하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마치 3집 이후 이승기의 막힌 듯한 음색을 듣는 느낌이었달까? 물론 호불호가 있겠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승기 앨범은 2집입니다. 파라다이스나 한 번만, 첫키스 등등 하나도 버릴 게 없는 곡들이어서 특히 애정하는 앨범입니다.

1집때의 락이 가미된 거친 음색에 비해 다듬어진 목소리에 허스키함을 얹어서, 풋풋하면서도 파워풀하고, 애잔한 감성까지 느껴지게 하거든요. 3집은 재미없다는 느낌이랄까... 이승기의 개성적인 음색보다는 짜는 듯 흐느끼는 바이브레이션에 승기야 왜 그러니ㅠㅠ했던 기억이... 그래도 울 승기 엄청 애정하는 건 알지^^.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앨범이었습니다. 물론 앨범에 대한 느낌은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최고다 이순신 시청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실텐데, 빵집아저씨 정우가 이승기의 3집 앨범 착한 거짓말 뮤직비디오에 친구로 나온 기억이...

 

그리고 이거다 했던 것이 정규앨범은 아니지만, 미니앨범으로 작년에 내놨던 '되돌리다'였습니다. 대중성도 잘 살렸고, 힘도 빼고 기교도 적당히 들어갔고, 듣기도 편하고 절제의 미가 와닿았더군요. 같은 파트가 계속 반복되는게 지루할 수도 있었는데, 완급조절을 잘해서 노래에 스토리가 있다는 게 느껴져서 승기짱!했던 곡이었답니다 ㅎㅎ. 

길게 이승기의 앨범 이야기를 한 것은, 앨범을 낼 때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었을 이승기가 배우로서도 목소리톤의 변화까지 신경썼다는 것을 구가의 서에서 많이 느꼈기 때문이에요. 초반 물색없고 욱하는 열혈청년 최강치였을때는 목소리에 분위기를 실지 않더군요. 툭 하고 뱉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중반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시련을 겪으면서 강치가 내면으로도 성장해 가고, 여울에 대한 사랑이 싹트면서 이승기의 목소리톤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죠. 힘은 뺐고, 목소리톤은 살짝 깔면서, 바이브레이션을 넣듯 공명느낌의 목소리로 변해갔죠.

특히 여울아...하고 부를 때는 가슴이 찌르르 해지면서 사랑의 감정과 동시에 불안과 슬픔까지 느끼게 합니다. 목소리에 힘은 빼고, 마치 잔물결이 퍼져가는 듯 가는 파장들을 만들더군요. 잔물결 사이사이에 감정들이 얹혀지니, 극중 최강치라는 인물에 더 몰입하게 만들었고요. 구가의 서에서 이승기는 목소리톤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그윽한 분위기까지 더했습니다. 

역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제 경우는 목소리에 좀 민감해서, 목소리가 깨면 드라마 몰입에 방해를 받는 편입니다.   

발성이 분명한 배우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이승기는 발성과 대사소화력이 아주 좋은 편에 속하는 배우죠. 그래서 긴 속사포 대사도 씹는 일이 거의 없죠. 여기에 목소리 톤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감정까지 얹으니 멜로가 목소리만으로도 살더군요. 분장을 뛰어넘는 리얼한 괴물연기와 액션까지 도전한 이승기, 목소리까지 배우의 모습을 완성해 가고 있는 이승기입니다.

구가의 서는 소재는 좋았지만 스토리가 지나치게 반복된 구도로 진행돼 헐렁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월령과 서화의 사랑이 워낙 강렬해서 강치와 여울의 사랑이 밀리는 느낌도 들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치의 사람되기 프로젝트에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 힘, 그것은 이승기라는 무한노력파 성장배우가 있었기 때문임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이승기, 수지, 최진혁, 이연희, 유동근, 조성하, 최마름 아저씨 김동균, 마봉출 조재윤, 청조 이유비, 태서 유연석, 악역으로 마음고생 많았던 이성재씨, 그리고 구가의 서 모든 출연진들 고생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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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7 08:28




돈이 정의라는 왕 이재하의 말이 참 슬프네요. 이재하를 죽이려는 배후조종자가 김봉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CNN을 향해 폭로하지 못한 현실은 시사적이고, 사실적인 현실이었습니다. 국제정세와 이해관계도 돈이 지배하는 이 서글픈 현실은 힘이 없는 나라이기에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하가 북한 상임위원장 현명호에게 "우리 같이 좀 세집시다"라며 손을 내미는 모습은 우리가 말하지 못하고 있는 해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평양간 열차 앞에서 두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악수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함을 넘어 희망고문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클럽M 회장 김봉구가 상징하는 것은 단순히 악의 축이라는 의미가 아니기에,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일 겁니다. 한 나라의 국왕부부를 암살하고도 큰소리를 칠 수 있는 힘, 내가 죽였노라고 나잡아봐라고 대놓고 도발을 해오고 있음을 알면서도 치지 못하는 것은, 그가 가진 자본의 힘때문이겠죠. 돈은 사람을 살 수 있고, 나라를 살 수 있었고, 정의마저 살 수 있는 것이기에 말이죠. 재하가 김봉구의 여자를 유혹해(?) 보낸 파일 암호가 '사람'이라는 것은 김봉구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했습니다. 돈으로 산 사람은 돈의 속성에 의해 떠나기도 쉬우니 말입니다.
항아에게 사과하고 항아를 데리고 오기 위해 북한을 비공식 방문한 이재하, 북한에 대한민국 국왕이 방문했다는 것을 좋은 홍보기회로 이용하는 북한이었지요. 닭공장과 놀이공원 등 철저히 비정치적인 행사장만을 다니는 이재하에게 은규태가 조금씩 신뢰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생각없이 행동하는 과거 이재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대한민국의 얼굴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이재하는 걱정했던 것보다 차돌맹이처럼 단단한 왕족이었습니다. 귀여움은 덤입니다.
은규태를 향해 윙크를 날리는 이재하, 그런 귀여운 국왕에게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지요. 은규태가 평생 씻을 수 없는 실수로 오점을 남겼지만, 재하와 항아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많아질수록, 그가 말하지 못한 그의 과오가 드러나는 시간이 가까워지는 것같아 괜스레 가슴 한 켠이 아파옵니다.
이재하를 암살하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눈치챈 김남일의 발빠른 대응으로 위원장의 마음을 돌린 것은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그 역시 이상렬이 김봉구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으면서도, 재하에게 당했던 일로 공화국의 자존심을 세우다가 자칫 전쟁으로 번질수도 있다는 경고에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더군요. 남한의 국왕이 북한에서 평화적 행사를 하던중 테러를 당했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은 물론, 전쟁이 나도 명분과 이유가 분명했기에 말이죠.
놀이공원을 방문한 이재하를 공개적으로 죽이려 했던 김봉구, 김봉구의 하수인이 되어 북한을 위기에 빠지게 할 수도 있었던 이상렬같은 인간은 드라마로 설정된 인물만은 아닙니다. 일본강점기하의 매국노들이 그러하고, 산업스파이 또한 이런 유형의 인간들입니다. 철새따라지같은 정치인들도 확대하면 같은 유형의 인간들이겠죠.
가장 불쌍한 인간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대의라는 말에 목숨을 내던지는 총알받이들이죠. 회전목마에서 민간인을 가장하고 온몸에 폭탄을 장착한 인간폭탄같은 사람들 말이죠. 이상렬이나 인간폭탄들이나 결국은 몸통 김봉구에게 돈으로 매수된 하수인들에 불과했지만, 돈과 맹목적인 명분을 따르는 인간이 어떻게 이성과 눈이 마비되는지, 그 독약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였습니다.
총구가 머리를 향하고 있음에도 이재하는 담대했습니다. 김봉구의 영상이 담긴 타블릿을 던져버리고는 김봉구를 전세계적으로 원숭이로 만들어 버린 재하였죠. 그 상황에서도 위트감 쩌는 재하였습니다. 긴장하고 떠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야 했기에, 기를 쓰고 두 발에 중심을 잡고 있었던 이재하였지요. 총이 머리를 겨냥하고 있는데, 떨지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겁니다. 김봉구가 보고 싶었던 것이 이재하가 겁먹고 떠는 모습이었을 테니까요.
인간 이재하는 떨 수 있었지만, 전세계인을 향해 대한민국 국왕이 떠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자신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었고, 대한민국 자체였기 때문에 말이지요. 그 모습에 눈물이 났던 것은 이런 담대한 지도자가 그리워서 였을 겁니다. 강자에게 고개숙이지 않고, 오직 국민에게만 고개숙이던 지도자...
김봉구가 보낸 영상이 담긴 타블렛을 땅바닥에 던져버리는 이재하, 완전 짱 멋있었답니다. 김봉구가 땅바닥에 쳐박히는 듯한 쾌감마저 느껴지더랍니다. 이상렬의 수하이자 김봉구의 지시를 받는 점박이 테러범에게 이어폰을 달라고 하자, 총을 꺼내는 점박이였죠.  "야, 너 뱃속에서 뭐가 그렇게 계속 나와! 도라에몽이야!", 위기상황에서도 배짱두둑 위트를 선물하는 이재하때문에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답니다. 이 놈은 그 전에도 이재하에게 크게 한방 맞고 개박살이 났던 인물이기도 했지요. 호위를 직접하겠다고 이재하 일행을 가로막자, "우리랑 말섞을 군번도 아닌 애가 왜 이러는 거냐?"며 면전에서 개망신을 주기도 했었지요. 하긴 김봉구보다는 좀 낫겠습니다. 김봉구는 전세계적으로 개망신을 당했으니 말이죠.
"야, 김봉구! 열등감 풀려면 제대로 풀어. 네가 얼마나 웃긴 새끼인지 전세계를 상대로 광고하냐? 직접 나서지도 못하는게 영상편지나 보내고, 섹션TV냐(대박ㅎ), 우리 결혼했어요 찍어?(왕대박ㅎㅎ), 나 너 안 사랑해. 그니까 제발 관심 좀 끊고 운동이나 해, 아님 책을 읽어 내면의식을 키워. 이 자의식 과잉에 열등감만 쩐 새끼야!!!(초대박ㅎㅎㅎ).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김봉구를 세계적인 왕찌질이임을 알린 이재하의 배짱, 진정 왕이로소이다!!! 
비서실장 은규태가 전국의 김봉구분들이 입었을 상처에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왕실공식 사과문때문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빵터졌죠. 더불어 저도 김봉구님들께 죄송;; 

재하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시간, 우리의 여전사 김항아가 드디어 몸을 날렸습니다. 재하의 로맨틱한 3단계 스킨케어 프로젝트, 정말 감동이었지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런 황홀한 고백을 꿈에라도 한 번 받아보고 싶더랍니다.
청소를 하면 재하를 떨칠 수 있을까, 재하가 더 생각나고 가슴이 허전합니다. 아니 재하가 위험할까 불안해 죽을 지경입니다. 아무리 철저히 호위를 한다고 해도, 특수부대 항아에게 불안한 촉이 전달되지요. 아버지가 보낸 감시요원을 튼튼한 다리(?)로 제압한 항아, 아니 하지원, 드라마보다가 여자연기자의 발차기에 꺄악 비명을 터뜨려보기는 처음입니다.
항아가 테러범을 진압하는 멋진 장면은 생생하게 방송으로 나갔고, 왕실에 쌓인 선물을 통해서도 항아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지요. 물론 "김항아 죽어라"는 빨간 글씨를 보낸 극수보수주의자(?)들도 있지만 말이죠. 이런 분들 심심찮게 기사나 뉴스를 통해서 볼 수 있기도 합니다. 휘발유통 들고 나오는 분들처럼 말입니다;;

재하를 위기에서 구하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가버리는 항아, 항아를 뒤쫓아가 흩날리는 벚꽃아래에서 이뤄진 재하의 프로포즈는 그야말로 닭살작렬, 손발이 오그라들어 닭발이 될 정도였지만, 항아뿐만아니라 대한민국 여심은 다 잡은 듯하더이다. 일명 '평생 복수할거야' 프로포즈였지요. 복수도 재하답게 가지가지로 하겠다는군요.
"매일 아침 뽀뽀할 거야(스킨십 복수). 스토커처럼 맨날 따라다니며 원하는 것 다주사주고(물량공세 복수), 바람도 안피고 너만 볼거야(항아바라기 복수), 앞으로 절대 눈물 한 방울도 안 흘리게 할거야(무조건 내가 미안해 복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왕비마마로 떠받들고 죽을 때까지 징글징글하게 너만 좋아할 거야(찰거머리 복수). 감당할 수 있겠어요? 왕비마마". 캬~~ 징글징글하게 구체적인 프로포즈네요, 재하답게ㅎ.
남한으로 다시 돌아온 김항아, 긴장하는 재하의 속마음이 다 보입니다. "세계는 넓고 할일은 너무 많은데, 우린 너무 작다, 우리 할 수 있을까? WOC랑 결혼", 재하가 어찌 세계적인 거물, 군산복합체를 운영하는 클럽M 김봉구가 무섭지 않았겠어요. 김봉구의 마술쇼는 재하 개인을 향해서 였지만, 대한민국을 상대로 일을 꾸미려 들면 마음만 먹으면 전쟁도 조종해서 꾸밀 수 있는 희대의 싸이코라는 것을 모르지 않은 재하이기에 말이지요. 이번에 무르면 세번째라며, "그 아새끼부터 밟아놓으라"고 프로포즈를 거절한다며 문을 닫아버린 항아, 아버지 김남일에게 전화를 걸어 김봉구에 대한 조사를 해달라고 하지요.
"전하가 떨고 있습니다. 내 사내 저렇게 만든 놈 가만 안두겠습니다", 사는 곳을 알면 당장에 목이라도 따러 갈 듯한 항아였지요. 사랑하는 재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불구덩이라도 불사하고 뛰어가겠다는 항아, 두 사람의 사랑은 60년을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보다 강하고 뜨거워 졌습니다. 목숨을 걸고 북으로 항아를 데리러 왔던 재하였습니다. 그는 항아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은 그녀의 왕이 되었습니다. 심장이 다 타들어들 때까지 지키고, 사랑하고픈 항아만의 전하.
항아라는 역을 하지원이 아니면 누구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이재하 역의 이승기도 마찬가지지만, 김항아는 하지원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입니다. 대역없는 액션씬, 운동으로 단련된 하지원의 탄탄함은 비명이 나올정도로 멋지더군요. 회전목마를 향해 공중을 나는 하지원을 근접촬영하지 않아 아쉬움도 컸고, 액션장면 클로즈업에 인색한(?) 촬영감독이 미울정도였지만, 개인적으로는 갑자기 항아에게 감정이입이 심하게 돼서 눈물을 흘려가며 테러범 진압장면을 봤답니다. 오랜만에 나온 리강석 동지도 무지 반가웠고요.

하지원은 대한민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액션과 멜로가 되는 연기자지요. 전사의 카리스마를 뿜다가도 여자 김항아로 돌아가면, 언제 공중에서 몸을 날리고 발차기를 했나 싶게, 애절한 눈빛과 함께 새초롬한 항아로 돌아가 버리지요. 그런데도 그 감정의 연결이 하나의 필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이게 하지원 연기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사실 김항아라는 캐릭터는 연기력만으로 커버가 되는 인물은 아니에요. 남자배우들은 개성강한 캐릭터를 맡으면 안면근육을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여자연기자들은 특히 악역을 제외하고는 안면근육을 과하게 움직이기에는 한계를 가지지요. 캐릭터의 신비감도 떨어지고요.
김항아라는 캐릭터는 수준급의 액션이 필요한 특수부대 여전사,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고 극히 여성스럽기 까지 해야 합니다. 물색모르는 순진하고 귀여운 매력까지 갖춰야 하고요. 게다가 북한사투리는 자칫 어색해지면 연기가 무너져 버리는 최악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캐릭터지요. 북한 사투리도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일텐데, 하지원이 북한에서 살다왔나 싶을 정도로 북한말투가 무너지는 경우가 없더군요. 대개 사투리를 구사하는 연기자에게서 한 두군데 평소의 말투가 나오는 것을 보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죠.
하지원의 액션연기는 자타공인 최고지요. 감시하던 여자동료를 제압하는 장면은 운동으로 단련된 하지원의 멋진 근육과 함께 여전사의 리얼리티를 보여준 하지원이기에 가능한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하지원에게 있어 액션이란 그녀의 프로다운 연기력을 뒷받침하는 플러스 알파일 뿐입니다. 하지원은 특히 눈빛연기가 좋은 배우입니다. 그녀의 진짜 매력은 대사 이상의 감정을 전하는 팔색조 눈빛연기입니다. 
귀여운 항아, 새초롬한 항아, 분노하는 항아, 강한 전사 항아, 슬픈 항아, 눈빛만으로도 재하에 대한 마음을 읽혀버리는 항아, 하지원이 아니고서는 김항아라는 인물은 대체불가입니다. 프로연기자란 어떤 것인지, 세심한 액션의 한장면도 프로라는 냄새가 나는 하지원, 김항아가 하지원이라는 것이 시청자에게는 감사할 정도로 큰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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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1 09:11




은규태(이순재)의 반전으로 더킹 투하츠는 김봉구(윤제문)의 싸이코 패악보다 흡입력있는 전개를 보였습니다. 30년간 왕실에 충성을 해 온 충직한 청지기의 한 번의 실수는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야기했지요. 선왕 이재강 부부의 죽음과 이재하의 왕위 등극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한 순간에 바뀌게 했으니까요. 입헌군주국이라는 가상드라마 속 가상입니다만...
클럽 M 존 마이어와의 독대는 이재하의 국왕으로서의 면모와 가능성을, 그리고 이승기라는 배우의 자질을 몇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명장면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만큼 강렬했고 통쾌함 이상의 무엇을 보게 했으니까 말입니다.
잠룡의 비늘을 벗고 용이 되고 있는 이재하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이재하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욱하는 성격을 싸이코 앞에서 스스로 통제를 했다는 겁니다. 김봉구의 실명을 언급하며 조소하고, 조롱해 버리는 모습은 과거 북한에서 열렸던 장교훈련에서 미국과 중국측 UN군축담당자들을 향해 일갈하던 이재하의 모습과 오버랩되기도 하지만, 그 때와는 다른 이재하였습니다. 상대를 가지고 놀면서 상대의 이성을 잃게 하는 도발적인 모습까지 보였으니 말이죠.
"네 형을 죽인 사람이 나다"라고 고백하는 존 마이어를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고 싶었을 이재하, 짧은 순간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거두고는 이재하는 실소를 터뜨리며, 김봉구의 자존심을 깔아뭉개 버리죠. 조울증 환자에 비유해서 말이지요. 리조트를 시시한 숙박업에 비유하고, 군산복합체를 영화에나 나오는 가상기업쯤으로 격하시키면서, 존마이어의 약을 올릴대로 올리는 심리전은 이재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허세였습니다. 돈이 곧 힘인 세상에서 클럽 M에 대한 사전조사를 다했으면서도 말이죠. 그게 이재하식의 자존심이었죠. 대한민국 왕실은 돈앞에 고개숙이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지요. 
그 다음은 허세가 아니었습니다. 복수였죠. 스스로를 왕이라고 칭하는 존마이어에 대한 복수는 그를 찌질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죠. "아 생각나요, 뭔가 쓴 건 기억나요. I am....Tom? 아 맞다, 봉구다, 김봉구. I am 봉구였어. 이제 꼭 기억해 드리겠습니다, 김봉구씨!". 이재하는 김봉구가 썼던 킹을 고의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흔한 영어이름 Tom을 빗대어 그의 봉구라는 이름을 한낱 흔해빠진 이름으로 전락시킵니다. '넌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흔하디 흔한, 아니 그보다 못한 개새끼 이름같은 봉구에 불과해'라고 조롱해 버린 것이지요(봉구라는 이름을 가지신 분 오해없길;;).
감청을 하고 있던 비서실장 은규태가 놀라 뛰어들어 오는 바람에 독대는 거기서 끝나고 말았지만, 존 마이어와의 독대는 이재하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물론 말싸움, 기싸움에서 였습니다만...
은규태 비서실장은 이를 염려했을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대처하면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존 마이어의 입에서 안면도는 직접 챙겼다는 말을 듣고 허겁지겁 달려온 데에는 자신이 비밀을 누설했다는, 즉 내부조력자가 있었다는 말이 나올까 초조한 마음도 있었지만, 욱하는 재하의 성정상 선왕을 죽였다는 말을 들은 이재하가 일을 감정적으로 처리할까 염려해서 였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일을 처리할 수 없는 곳이 왕실이고, 왕이라는 자리이기에 말입니다.
은규태-은시경, 그들이 선택한 다른 길
"개인적인 복수에만 달려갈 겁니까? 증거이상으로 더 중요한 게 우리에겐 없습니다. 항상 말씀하셨죠? 우리에겐 힘이 없다고...고발하면 저들이 가만 있겠습니까? 저들에게 엄청난 후원금을 받은 기업들, 세계 언론을 움직여 반대여론을 만들 겁니다. 저쪽 돈 우리 왕실도 받았습니다. 물론 모르고 받은 겁니다. 세상에 정의란 건 없습니다. 오로지 힘입니다. 돈".
은규태 비서실장은 진정한 복수가 WOC남북장교 단일팀 참가, 남북결혼이 진정한 우리의 복수라는 말을 덧붙이죠. 그것을 깬 장본인이 이재하라는 말과 함께 말이지요. "WOC와 남북결혼, 이 두가지를 직접 해결하실 자신이 있을 때 저를 다시 찾으십시오. 그전까진 전 오늘 있었던 일,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또라이 새끼를 잡아 목을 따든지, 사지를 찢어죽이든지 하라는 명령을 받은 은시경은 재하의 집무실로 오고, 아버지와 재하의 대화를 듣게 되었지요. "클럽 M이 뭐에요?", 아버지를 향해 묻는 은시경의 질문은, 은규태 비서실장이 평생 들었던 말중에 가장 무서운 말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곧 자신의 과오를 힐난하는 말처럼 들렸을테니까요. 자식 앞에 치부가 드러나는 것만큼 은규태에게 무서운 것은 없을 겁니다. 왕실비밀문서 열람등급을 높여버린 것도 아들이 자신의 치부를 보는 것이 두려워서 였죠.
은규태에게 이재하는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망나니였습니다. 욱한 성질을 못이겨 일을 그르치고, 국왕으로서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죠. 어려서부터 봐왔던 이재하는 왕족으로 태어난 핏줄 하나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인물이었으니 말이죠. 재하가 김봉구를 가지고 놀아버린 뒷얘기를 더 들었다면, 그에게서 희미한 미소를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아쉽게도 듣지못하고 뛰어왔던 것이고요.
그에 반해 은시경은 이재하와 장교대회 훈련을 하면서 가장 밑바닥의 모습까지 봤던 인물입니다. 밑바닥에 처했을 때 이재하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말이지요. 누구보다 위기에 강하다고 아버지 은규태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믿음때문이었죠. 강대국 대표들을 향해 개새끼라고 내지를 수 있는, 다리부상에도 60키로미터 행군을 하던 이재하였기 때문에 말이지요.
은규태도 보고를 통해 들었지만, 은시경과는 다른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는 감정보다는 이성과 계산에 따라 이해득실을 따지는 속성을 가졌기에 말이죠. 은규태가 경계하는 것은 이재하의 그런 감성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왕이라는 자리는 감성이 때에 따라 인간적인 면모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반대급부적으로 약하고 무능력함으로 비춰질 수 있는, 양날의 칼과도 같은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은규태입니다. 30년간 왕실을 보필하면서 안으로부터 바깥으로부터 깨달았던 그의 노하우일 수도 있습니다. 이재하는 아직 이 노하우가 없습니다. 은규태가 이 때문에 이재하를 미덥지 않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은시경(조정석)이 이재하의 가장 든든한 오른팔이 될 것같더니만, 역시 그는 진정한 군인정신으로 '충'의 개념이 박힌 인물이었습니다. "전하는 누구보다 강하십니다.현실을 너무 잘알아 상처도 많아 확 나가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허허실실 가면을 쓰고 계세요. 이제는 그걸 벗으십시오. 컴플렉스도 많고 얕보는 사람도 많지만, 전하는 저에겐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왕이십니다". 옛말로 치면 주군으로 모시겠다는 충성맹세의 장면으로 은시경이 발을 모아 예를 취하는 모습이 뭉클하더군요.
은규태, 그는 정말 악인인가?
그런데 은규태의 진심을 두고 많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간질을 한 진짜 악인으로 보이기도 하고, 존마이어의 하수인으로 이재하의 내부의 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재하를 못미더워하는 은규태는 내부의 적이 맞습니다. 하지만 김봉구와는 다른 적의 개념이라 생각되더군요.
한 번의 실수가 씻지못할 치욕의 올가미가 되어 은규태를 옭죄어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은규태는 존마이어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죠. 오히려 이재하와 김항아의 가장 든든한 우군입니다. 왕실의 기밀을 실수로 누설해 선왕부부의 죽음을 도왔다는 죄책감과 뇌물을 수수했다는 평생 한 번의 오점은 은규태의 치명적 약점입니다.
그것을 빌미로 존마이어에게 굴욕을 당하고 있기도 하지만, 김봉구를 바라보는 그의 눈초리는 경멸과 분노 이상의 감정이었습니다. 증오였죠. 김봉구의 전화를 끊어버리는 태도만 봐도 그 증오심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이재하와 김항아를 서로 오해하게 한 장본인이 은규태였다는 것, 감정적 말싸움으로 북으로 가라는 말을 뱉고 말게 한 사랑의 훼방꾼이 은규태였던 것은 맞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못마땅해서 청문회 문제를 두고 거짓말을 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더군요. 김항아에게 자신이 거짓을 말했노라 고백하기도 했고요.
북으로 돌아간 김항아의 유산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여론의 철퇴를 맞을 일로 번지기는 했지만, 비온 뒤의 땅이 더 단단해지는 법이라고, 훗날 새옹지마가 될 문제가 항아의 유산입니다. 키스도 안해본 항아가 첫관계를 가지고, 그것도 상중에 잠자리를 가지고 임신까지 돼버린 것이 무리수 전개이기는 했지만, 갈등을 키우기 위한 설정이었다고는 보여지네요. 
더 큰 이유는 김항아를 여전사로 복귀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고요. 김봉구의 음모에 맞서 남북한이 함께 실체를 밝히는 협력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특수요원 출신의 김항아는 남자대원들과의 대결에서도 이길만큼 실력있는 요원이니, 요원으로 투입되지 않을까 이런 추측을 해보게 되네요. 임신한 몸으로는 곤란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이 과정에서 김항아가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왕비로서의 인정을 받는 계기도 마련되지 않을까 싶고 말이죠. 이건 그냥 추측입니다만.

은규태는 김항아와 이재하의 적일까 아군일까?
자, 그럼 문제의 은규태 비서실장의 진심과 진실, 그리고 유서라는 부분을 정리해야 겠군요. 은규태 비서실장이 저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은규태를 이중적인 지식인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는 점도 없지않아 있지만, 저는 그가 1%의 실수때문에 고뇌하는 99%의 진심을 믿습니다.
휴가지 안면도를 누설한 것은 고의라기 보다는 실수였지요. 1억5천만원 상당의 그가 좋아하는 비틀즈 오리지널 앨범을 선물받고, 친구라는 호의에 대한 답례로 안면도를 추천했던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됐지요. 왕실의 기밀을 누설한 죄와 더불어 뇌물수수죄까지 씌워졌고요. 그의 인생을 통틀어 최대의 오점일 겁니다. 자의였든 타의였든지...
법을 공부했던 사람으로 은규태는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야망과 정의감이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의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었고, 법보다는 권력이 통했고, 권력은 곧 돈이었습니다. 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단면은 썩고 고인물이었죠. 그에게 왕실은 새로운 희망이 보였던 곳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징적이라고는 하나, 왕실은 국민들이 최종적으로 의지하게 되는 안식처이자 희망이기도 했으니까요. 물론 드라마속 왕실이 우리가 그리는 정치인, 정치지도자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말입니다. 
그가 왕의 자격을 그토록 중시하고, 재하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것도 왕실이 대한민국의 마지막 희망지였기 때문입니다. 정치판은 늘 밥그릇 싸움과 당리당략을 일삼고 필요할 때는 동지가 되었다가, 뼈다귀까지 잘근잘근 씹어대는 적이 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에반해 왕실은 정치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국왕이라 할지라도, 국민들에 왕실이라는 존재감은 말 한마디에 여론이 달라질 정도로 영향력이 큰 곳이기도 합니다. 천방지축 재하의 입에서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전전긍긍하는 비서실장 은규태의 걱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은규태는 김항아와 이재하의 적인가? 에 대한 문제는 섣불리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더군요. 저는 좋은 사람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비록 그의 입으로 김항아와 이재하의 결혼을 반대했다는 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김항아의 비공개질의와 공개청문회를 통해 은규태가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였지요. 처음에 남북한의 결혼을 반대했던 것은 보편적인 국민들의 정서와 같은 맥락이었을 듯하고요.
아이덴티티는 어디입니까? 신랄하고 통렬한 블랙코미디
그는 김항아가 의외로 왕비자질이 있다는 것에 호의를 보였지요. 이재하에게 김항아를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고 설득하면서도 "영민하신 분이라 잘하실 겁니다"라며, 신뢰를 보이기도 합니다. 비공개 질의에서 김항아를 본 이후의 변화였습니다.
김항아에게 쏟아진 질문은 그녀가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점과 관련, 국왕부부를 암살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접근한 일이 아니었느냐는 것이었죠. 김항아의 대답에 뻘쭘해진 사람들은 여야 의원들이었지요. "남조선이든 공화국이든 기사를 다 믿으시면 안됩니다. 공화국에서 맨날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남조선은 온동네가 사창가에 거지굴이다. 아니지요? 마찬가지입니다". 김항아의 재치있는 대답을 들으면서 은규태가 짧은 순간 흐뭇해 하는, 혹은 대견해 하는 미소를 짓더군요.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생방송 청문회, 누구보다 두렵고 떨릴 김항아였지만 그녀는 당당했습니다. 재하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이 진정이고, 항아를 사랑하는 재하가 뒤에서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김항아에게 수고했다는 말은 은규태의 진심어린 응원이었습니다.

청문회에서 나온 질문들은 항아가 감당하기에도 힘겨운, 원색적인 질문들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본질문 대답에서부터 여야의원들은 말꼬리를 잡기에 혈안이 되었지요. '인민'이라는 단어때문이었죠. 아직 정식으로 국적을 받지 않았다는 항아의 답변이 있었고, 이후 질문은 항아와 관련없는 정치적인 문제들이었지요. 다른 질문들은 패스를 하고 제가 실소를 지었던 질문이 나오더군요.
지난 글에도 쓴 적이 있지만, 이 드라마가 심도싶은 자아성찰, 자아비판의 블랙코미디라는 점을 명확히 한 질문이었습니다. "지금 현재 김항아님의 아이덴티티는 어디입니까? 북한입니까, 아니면 남한입니까?", 항아의 대답은 항아가 북으로 돌아간 후 재하가 혼자 청문회를 보는 모습을 통해 들을 수 있었지요. "아이덴티티요? 저의 정체성을 물어보셨지요? 저는 그냥 그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제가 그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손해보는 것도 같지만, 저는 한 사내를 마음 속 깊이 둔 한 여성일 뿐입니다".
여기에 숨겨둔 블랙코미디는 아이덴티티라는 단어에 있습니다. 북한여자에게 영어로 물어보는 의원, 영어는 알아들었을까 하는 무시심리가 깔려있었죠. 우리사회는 어떻습니까? 영어로 역사를 가르치자는 망발까지 나온 나라입니다. 그것도 높으신 지도층 인사의 입에서 말이지요. 영어 사대주의에 사로잡힌 곳이 어디입니까? 우리의 아이덴티티는 미국입니까? 한국입니까?를 신랄하게 지적한 것이었어요. 부끄러운 자화상 아닙니까? 이 드라마가 그래서 저는 참 좋습니다. 수준있는 드라마이고요.
은규태는 비공개질의에서 여야의원들끼리 말싸움질을 하는 것을 못마땅한 듯 고개를 돌리는 장면으로, 그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지요. 여야의원들의 인민재판식의 질문에 한심하다는 듯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리는 장면은, 왜 왕의 자질을 강조하며 이재하를 몰아부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였습니다. 은규태에게도 정치인들, 정치판은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곳이었죠. 왜 강한 왕이 되라고 채찍질을 하는지, 그의 본심이 드러난 장면이기도 합니다. 은규태는 이재하의 적이 아니라, 잠룡을 용으로 만들고 있는 충신(?)인 셈이죠. 스스로 가혹하고 혹독한 스승되기를 자처한...
은규태의 유서, 그의 진심을 보여준 한 단어
은규태는 선왕부부의 서거소식을 듣고, 그것이 클럽M의 짓이었고, 자신이 비밀을 누설했던 것이 결정적이었음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출근을 하지 않고 홀로 서재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직감적으로 느껴지더군요. 그가 죽음 혹은 사의를 표할 것이라는...
재하가 제대로 된 왕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을때, 은규태는 왕실을 위해 할 마지막 일이 재하를 진짜 왕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10회에서는 중요한 복선이 깔린 장면이 나왔지요. "선왕전하 서거에 관한 증언서"를 타이핑하는 모습입니다. 이재하가 선왕부부를 암살한 범인이 클럽M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의 행동이었죠.
저는 그것이 미리 남겨두는 유서라고 보여지더군요. 이재하는 다듬을 구석이 더 있지만, 분명 왕의 자질을 갖추고 있음이 은규태의 눈으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곧 잠룡에서 용이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이재하는 두 가지의 문제를 해결할 자신을 갖출 것이고, 은규태를 분명 찾아갈 것입니다. 그 때를 대비한 유서가 선왕전하 부부서거 증언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증인이 되어 선왕부부의 암살사건의 진실을 수면위에 터뜨릴 각오를 하고 있었던 것이고요. 그리고 그가 얼마나 인간적인 고뇌를 하고 있는지 한 단어를 통해 보여줍니다. 아들 은시경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가장 큰 부담일 것이라는 것이 짐작되기도 했습니다. 
"......왕실 기부를 위하여 100만 파운드 상당의 희귀레코드를 받고 그쪽의 마음을 지레짐작 한국의 휴가지를 추천해 주었으나, 그곳이 우연히"까지 치다 은규태는 떨리는 두 손을 움켜잡지요. '우연히'라는 단어에서 걸렸던 것이었죠. 은규태의 진심을 알 수 있었던 대목이 "우연히"를 지우는 장면에서 였습니다. 사실과 진심 사이에서 그는 고뇌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우연히라는 단어를 지우는 중 김봉구의 전화를 받으면서 유서는 마치지 못하고 말았지요.
'우연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실 또한 아니지요. 선왕부부의 휴가지에서 암살이 벌어질 것이라고 은규태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었죠. 그러나 1억5천만원 상당의 비틀즈 앨범을 받고, 실수로 가르쳐 주었고 실질적으로 암살에 도움을 주었기에 '우연히'가 아닌 것이었지요.
한 단어에서조차 그는 자신의 실수를 핑계삼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변명하려고 하지도 않았고요. 우연히라는 단어를 지운 것은 그 때문이었지요. 충분히 앞뒤 정황상 우연히라는 단어를 쓸 수도 있었음에도, 그는 지웠습니다. 그게 그의 진심이었습니다. 1%의 실수를 책임지고자 하는 99%의 진심말이지요.  
항아의 유산을 계기로 이재하는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강한 시련을 이겨낼수록 더 강하고 단단해진다지만, 이재하가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지, 김항아와 김봉구는 재하가 왕의 자질을 입증하는 최고의 난코스 시험이 될 듯합니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날즈음 우리가 바라는 희망적인 지도자, 대한민국과 그의 여인을 사랑하는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왕이 탄생하는 것을 보게 되겠지요.
은규태를 보면서 드라마 제목의 의미를 함께 연관지어 봤는데요, 왕과 두개의 심장이라는 말이 그제서야 와닿더군요. 은규태의 진심은 이재하를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항아를 한 여인으로서 사랑하는 뜨거운 감정을 가진 인간 이재하의 심장과 대한민국 왕으로서의 강한 심장을 가진 왕 이재하를 만들기 위한 진심.... 이재하가 잠룡의 여린 비늘을 벗고, 강한 용의 비늘을 갖추기를 바라는 은규태의 진심을 믿고 지켜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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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2 10:24




더킹 투하츠가 첫방이후 시청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배우들의 열연, 좋은 시나리오, 짜임새있는 연출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추고도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는 글들이 많은데요, 특히 과도한 도너츠 광고와 마술쇼, 북한과의 관계를 지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같은 의견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승기가 연기하는 이재하의 캐릭터에 문제가 있음도 지적하고 싶군요.
이재하라는 인물은 안하무인 재수없는 왕싸가지 왕제입니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감정적인데다, 특권층의 우월의식까지 있죠. 그 언행을 보면 대한민국 왕실에서 저런 개차반이 어떻게 나왔을까 유전자 검사라도 해보고 싶습니다. 왕실교육은 물론 가정교육도 제대로 받지않은 행동들을 보면, 하루 아침에 졸부가 되어 상류층에 편입된 근본없이 막자란 인물같아 보이죠. 
그렇다고 아예 개념이 없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폭탄이 설치된 일로 세계장교대회 군축회의 실무자로 미국과 중국에서 개입했을 때는, 개념지랄로 통쾌한 한 방을 먹이기도 해서 한순간에 호감으로 급선회되기도 했죠. 그런데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 후에는 무용담을 자랑질하는 촐싹맞은 이재하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캐릭터의 널뛰기가 이재하라는 인물만큼 진폭이 크게 움직이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6회까지 진행되었으면 대개의 경우 소위 '앓이'현상이 나와야 하죠. 그런데 이 왕싸가지는 언제 손바닥을 뒤집을 지 모르는 천방지축이라 쉽게 믿지를 못하게 합니다. 항아에 대한 마음까지도 말이지요. 드라마 진행상 재하라는 캐릭터가 시청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단계여야 하는데, 여전히 이재하는 작가의 손에서 들었다 놔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미친듯이 연기에 몰입해 있는 이승기의 연기력이 아까울 정도에요. 변덕이 죽끓듯하고 깐족대기 잘하고, 럭비공처럼 튀어나오는 돌발막말과 행동을 이승기는 능청스럽게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승기의 연기는 좋은데, 이재하가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하도 변덕이 심하다 보니 이재하라는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멋지면 뭐해, 또 '장난이었어, 진심이 아니야' 이럴 건데 싶어서 말이죠.
문제는 작가가 이재하라는 인물을 너무 가지고 논다는 것입니다. 이재하라는 캐릭터가 시청자의 감정을 가지고 놀아야(?) 하는데, 작가가 이재하 캐릭터 놀이에 심취해 있다보니 생기는 역효과인 셈입니다. 이재하 캐릭터 놀이는 4회정도에서 끝났어야 했어요.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항아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이제는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캐릭터의 가벼움은 말할 나위도 없이 실망이고 말이지요. 솔직히 항아가 내 딸이라면, 지금으로서는 왕제 아니라 황제라 해도 시집보내기 싫습니다;;.
왜 이렇게 이재하라는 인물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는가? 이재하 캐릭터에 대한 반감이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반복되는 반전에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시청률과도 무관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시청률은 여심잡기라고 한다지요. 이승기의 연기는 좋은데, 이재하라는 캐릭터는 너무 장난스럽습니다. 캐릭터의 무게와 가벼움이 극과 극으로 돌변해서 심하게 말하면 또라이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시청자는 이재하를 보면서 크게 세번을 실망했습니다. 물론 자잘하게 항아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까지 일일이 거론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말이죠. 우선 북한 장교훈련소 체육관에 폭탄이 설치된 일로 항아의 속옷가방을 들고 나와버리면서, "이 오지랖만 넓은 개새끼들아"라며 시원한 한방을 날렸었죠. "코리아 장교들이 훈련하는 곳을 미국과 중국이 검사해도 되겠습니까?" 라고 정중하게 고쳐묻자, "아니, 싫어, 나가", 세마디의 말로 미국과 중국측 군축회의 실무자를 제압하기도 했지요. 남북한 장교들은 물론 책임자들까지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죠. 은시경이 무한 감복해 하는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런데 다음날 이재하는 똘끼충만한 어린애로 돌아와 버렸죠. UN과 한 판 뜬 활약상을 들었냐고 낯간지러운 자랑질을 하느라 바빴죠. 여기까지는 귀엽게 봐주고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리강석이 소녀시대 티파니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심한 장난을 쳤죠. 남북한 위원들끼리 총을 겨누고, 누구 하나 잘못 방아쇠를 당기면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일촉즉발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이지요. 서로의 차이를 무시했던 것 미안하다고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는 했지만, 공개재판이니 아오지 탄광이니, 개념 물말아 먹은 오지랖 진상을 떨었던 인물이 이재하였어요. 
남북한이 서로 총기를 겨눈 사건을 UN이 알게 되었고, 이를 문제삼아 세계장교대회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통보를 받은 국왕 이재강은 북한으로 와 극단의 조치를 취했지요. 신뢰테스트 훈련이었지만, 남한의 건물이 파괴되고 남북한이 전쟁의 위험이 있다는 상황을 조작한 것이죠. "명색이 남한 왕제가 전쟁와중에 총 한 번 못쏴보고 포로가 돼라는 것이냐"고 항아가 국경으로 안전하게 데려다 주겠다는 제의를 완강하게 거절했던 이재하, 우리나라 땅덩어리랑 내 목숨을 바꾸는 짓은 죽어도 못한다는 개념 왕제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결국 항아에게 방아쇠를 당겨버려 신뢰테스트 작전은 실패하고 말았지만 말이죠.
세계장교대회 불참을 선언한 왕에게 재하는 혼자 60KM 8시간 행군을 하겠다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재하가 정말 사람됐다 싶었죠. 큰 일을 겪더니 크게 깨우쳤구나 하는 의젓함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말이지요.
그런데 작가는 또 장난질을 시작했죠. 이재하가 최종 훈련 60KM 행군을 일종의 보이기 위한 쇼였음을 밝힌 것이죠. 힘들게 뛰는 척하면 형이 불참선언을 취소할 거라고 잔머리를 쓴 것이었어요. 정말 실망스럽더군요. 철딱서니없는 잔머리의 대가에게 애정이 싹 달아나버린 순간이었죠. 물론 반전은 있었어요. 다리에 상처까지 입은 몸으로 항아와 함께 60KM 행군은 성공했고, 진짜 어른이 되었구나 싶어서 다시 이재하에게 마음을 열게 만들었지요.
이재하는 서울로 돌아왔고, 존 마이어(윤제문)가 이재하와 항아가 어깨동무를 하고 들어오는 모습을 외신에 제보해 두 사람의 결혼설을 뿌리면서, 폭동이 일어날 태세로 왕실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이 벌어졌지요.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히겠다는 왕의 공식입장발표를 앞두고 선수를 친 것은 뜻밖에 이재하였지요. "내가 김항아씨를 사랑했습니다".
일사천리로 항아와 재하의 상견례가 추진되었지만, 항아가 재하를 만나고 싶지않다고 통보를 해와 이재하는 자존심이 구겨지고 맙니다. 은시경의 전화 한 통화에 냉큼 달려오는 항아를 보면서 뚜껑이 열릴 판이었고 말이죠. 질투가 사랑때문이라는 것을 알 법도 하건만, 이재하는 시청자와 항아의 마음을 가지고 또 장난질을 합니다. 물론 이재하가 아니라 엄밀하게 말하면 작가가 말이죠.
그 나이에 한 번도 데이트도 못해 본 항아를 위해 좋은 추억으로 남겨주고 싶었대나 어쨌대나, 암튼 로맨틱 연애의 기술이란 기술을 다 동원했던 이재하였지요. 휴대폰에 저장된 항아의 사진을 시작으로 도너츠를 한가득 쌓아두고 화려한 프로포즈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를 다했지요. 물론 야무지게 거절을 당해서, 더 야무지게 뻥 차주겠다는 복수심으로 세밀한 작전에 돌입하는 이재하였지요.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에 키스할까말까, 늦은 밤 잠 못이루고 고민하는 모습까지, 철저히 계산된 연극으로 항아의 마음흔들기는 성공했지만, 재하는 항아의 마음이 진심이었음을, 아니 자신의 마음이 진심임을 알고 맙니다. 뛰어나오는 항아가 안기는 순간, 상기된 이승기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전 그때 "아, 드디어 재하가 자신의 마음이 진심이었음을 알았구나"싶었거든요. 첫회 "동지라고 하지 말랬지"라고 서늘하게 쏘아보던 이승기의 놀라운 연기에 이어, 두 번째 충격을 받았던 장면이었어요. 이승기의 표정은 재하의 뒤죽박죽이었던 감정선을 일시에 정리해 준 표정이었거든요. '이승기, 정말 연기 좋다'는 말을 얼마나 해댔는지 모릅니다.
그런데.....또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황당하더군요. 작가가 또 이재하 캐릭터 놀이로 분위기를 급다운시킨 것이에요. 정말 모니터를 확 부수고 싶더랍니다. 약혼하겠다는 항아의 말에 기겁하는 재하, 그동안 했던 것들이 다 연극이었다고, 김항아씨가 평생 연애도 한 번 못해봤다기에 멋진 추억을 선물로 주고 끝내려고 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는 한 대 , 아니 몇 대 쥐어패주고 싶게 밉더라고요. "순진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다 연극이야, 그니까 누가 속으래? 연애 한 번 못해 본 것 티내? 쉬워갖고...". 물론 순진한 항아에게 상처주는 것이 잔인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재하 캐릭터에 농락당한 기분까지 들더군요.
항아가 파혼하고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에 뒤풀이를 제안하는 재하, 그리고 뜨거운 키스신으로 두 사람의 애정전선이 확고해지기는 했지만, 이어진 예고편은 또다시 이재하 캐릭터를 가벼운 막말을 던지는 촐싹깐족남으로 만들더군요. 북한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항아가 짐싸서 가버리는 것을 보면 말이죠.
이렇게 이재하라는 인물은 작가의 손에서 매회 항아의 뒤통수를 쳤고, 그런 이재하에게 시청자는 허탈감과 배신감 비슷한 감정이 반복해서 느끼고 있습니다. 밀당도 아니고 캐릭터의 진정성이 진심과 가벼움으로 뒤집기가 반복되다 보니, 마치 시청자의 감정이 농락당한 것같아 뒷맛이 개운치가 않네요. 물론 드러내지 않은 이재하의 감정선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시청자들이 재하의 숨은 감정선까지 이해하고 보는지는 의문입니다.
입국거절을 당한 존 마이어(윤제문)가 진짜 마술을 보여주겠다는 말로 큰 일이 터질 것같은데, 국왕 이재강과 왕비의 신변에 위협이 생길 듯하더군요. 물론 이를 북한의 소행이라고 오해를 사게 해 항아와 재하의 관계도 먹구름이 낄 것같고 말이죠. 재하와 항아의 애정전선에 제3자가 변수가 된다는 것은 오히려 좋은 설정입니다. 재하와 항아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이 재하의 막말 변덕 퍼레이드보다는 나을 듯하니 말이죠. 
가뜩이나 무거운 주제들로 복잡하게 꼬여가는데, 주인공 재하마저 캐릭터가 완성되지 못하고 찌질이 왕족에 머물러 있는 상황을 오래끌면 끌수록 역효과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루빨리 이재하의 가벼운 깐족캐릭터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입니다. 
도너츠 가루 입에 쳐바르고 농담따먹기 하는 서른 넘은 왕제, 특히 빨리 버려야 할 가벼움입니다. 어쩔 수 없는 광고협찬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냥 소품으로만 등장시키시라요. 제발!!! 이젠 이재하라는 캐릭터가 철도 좀 들어야 할 때 아니겠습니까? 감정을 가지고 말장난하는 것도 탈피했으면 싶고요.
분단과 이념을 뛰어넘은 세기의 로맨스, 더군다나 왕제와 암살조 특수부대 여장교의 사랑이라니 얼마나 멋진 환타지 로망인가요? 양국간의 긴장대립관계, 국민들의 여론 등이 현실적인 장벽일텐데, 오락가락 변덕스러운 이재하의 감정이 주축이 되어 휘둘리다 보니, "사랑이 장난이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네요. 이런 찌질이 왕제에게 로망을 품갔습네까? 물오른 이승기의 깐족연기에 제작진이 지나치게 핀트를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군요. 이재하라는 캐릭터의 매력보다, 이승기의 연기변신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이 드라마로서 좋은 것은 아니에요.
코믹, 깐족, 까칠한 반항 다좋아요. 이승기의 연기는 더할나위 없이 좋으니까요. 그러나 캐릭터의 본성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가벼움은 이제는 벗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못된 남자의 반복은 천하의 이승기라고 해도 이재하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기 힘들게 하니까요. 이재하 캐릭터의 급성숙이 필요할 때입니다. (덧붙이기- 이승기와 하지원의 키스신을 보면 들었던 생각, 이승기에게서 남자냄새가 났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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