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연기'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2.05.26 '더킹 투하츠' 윤제문,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캐릭터의 실체 (5)
  2. 2012.04.26 '더킹 투하츠' 이승기, 북 위원장 제압한 또라이 3단 카리스마 (4)
2012.05.26 09:37




드라마가 끝날 즈음이면 이해하기 힘들었던 캐릭터들마저 납득이 되고 그럴 수밖에 없었으려니, 설득이 되곤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캐릭터가 존마이어 김봉구(윤제문)였습니다.
사실 지금도 이 캐릭터는 단순히 사이코 패스라거나, 열등감에 찌든 과격분자라는 식으로 편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유는 그가 한국인이라는 점때문입니다. 국적이 뭐든 간에 대한민국의 피가 흐르는 그가 대한민국의 전쟁을 선택한다는 것이, 이재하에 대한 열등감과 무기거래로 이득을 챙기기 위한 군산복합체 클럽M의 대표로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을 겁니다. 단순히 같은 민족이라는 민족주의 감정을 우선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한 개인으로서와 조직원이었을 때 전혀 다른 야누스의 얼굴이 된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요.
김봉구라는 캐릭터와 개인적으로 싸움이 시작된 것은 은규태(이순재) 비서실장의 말 한마디로 구체화되면서, 극히 혼란스러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쭉 김봉구라는 캐릭터와 싸워야 했거든요. "일개 기업이(개인이) 국가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이 말때문이었습니다.  
5년이면 끝나는 최고통치자의 권력과 밤의 황제를 지칭하는 대기업 총수의 권력을 비교하면서 김봉구라는 인물을 치환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죠. 개인 혹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이용하기도 하고, 정치를 등에 업기도 하는 정경유착의 관계때문에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봉구는 그 얼굴이 파악이 안되더군요. 그림자 정부라는 말처럼, 그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정부를 대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행동은 충동적이고, 감정적이고, 지극히 우발적인 인물이라는 것이, 그를 무서운 존재라기 보다는 우스운 광대처럼 보이게 했죠. 테러리스트로 대치해 보기도 하고, 무정부주의자로 놓고 보기도 했지만, 결국 김봉구의 본모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를 처음에는 대한민국을 압박하는 국제사회의 힘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끝까지 저의 발목을 잡더군요. 여우도 죽으면서 고향 쪽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말도 있는데, 김봉구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일까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입니다. 술집하던 어머니의 나라? 패배감과 모욕감만 주었던 있는 자들의 나라? 돈으로 왕위를 살 수 없는 왕족혈통의 나라?
그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일말의 애정도, 애국심도 없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죠. 입국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이재강 부부를 암살하고, 이재하에게 당한 열등감과 모멸감에 전쟁을 획책하는 그 정신세계는 한마디로 난해!

가상의 적이라는 상징적인 존재로서의 존마이어에게서 벗어나, 한국인의 이름 김봉구에 초점을 맞추면서 혹시 이 사람이 '나'는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국가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 앞에 큰 양심의 가책없이 개인의 이익을 택하고 있는 평범한 우리들 말입니다. 남이 잘되는 것에 배아파 하고, 세금으로 내주머니 털려나가는 것에 아까워하고, 전체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는 이기적인 모습의 우리들 말입니다.
그랬더니 김봉구라는 캐릭터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김봉구는 가상의 적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실재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이기주의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안에는 기업인, 정치인, 소시민인 우리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적은 사실 크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행동이 보이니까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적,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 김봉구라는 인물은 그런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 내부의 적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 우리 사회에 기생하는 보이지 않는 적을 김봉구라는 캐릭터를 통해 꼬집은 것은 아닌가 하는...

외국에서 공부하는 두 학생이 한 집에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는데 두 학생의 태도가 너무나 달랐습니다. 한 학생은 가방을 싸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달려갔고, 다른 학생은 고국의 부모 형제들에게 비행기를 얼른 타고 탈출하라고 하더라죠. 나는 어느 쪽일까, 상당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그런 이중적인 의미를 가졌던 것이지요. 김봉구라는 인물처럼 돈과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조국을 위해 그 힘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힘없는 대한민국에게 얼마나 의지가 될까? 이런 비현실적인 상상을 해 본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겁니다.
더킹 투하츠는 드라마 역사에 큰 이정표를 남긴 드라마입니다. 이렇게 직설적이고 담대한 드라마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재하(이승기)라는 인물을 통해 직격탄을 날렸던 드라마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죠. 물론 작가의 한계에 실망스러운 부분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미국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그 조심스러운 행보에 작가의 고민이 드러나기도 했죠. 미국이 아닌, 김봉구의 돈을 받아먹은 타락한 인물을 내세워 간접적으로 밖에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했고요. 한국의 썩은 정치를 긁어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했지만, 변죽만 울린 점도 없지 않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드라마였음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썩은 정치를 시사프로도 아닌 드라마에서 이렇게 신랄하게 꼬집어 준 것은 용기였습니다.
더킹 투하츠에서 연기자 이승기의 성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가는 것도 드라마의 한 즐거움이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에 이재하라는 캐릭터처럼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지요. 깐족남, 재수없는 왕싸가지 뺀질이가 대한민국의 왕으로서 품격을 갖춰가기 까지, 사랑하는 항아와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고, 첫아이를 잃은 아픔을 겪기도 하고, 형 부부의 죽음과 동생 재신이 불구가 되는 것도 겪어야 했지요.
그 속에서 당연 빛나는 것은 이승기의 연기성장이었습니다. 이승기의 연기는 세포분열을 거듭했다는 표현을 하고 싶습니다. 상황에 따라 깊어지는 감정선과 캐릭터의 진중함을 이승기는 충혈되는 눈빛연기로, 폭풍오열로, 거침없는 일갈과 분노로, 그 연기 스펙트럼을 고무줄처럼 늘여가기 시작했죠. 무서운 연기폭발력이었습니다.  
더킹 투하츠, 두 개의 심장은 왕으로서의 이재하와 김항아의 남자로서의 이재하의 심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재하와 김항아 두 사람의 심장이기도 했지요. 남과 북의 공존을 의미하는 두 개의 심장말입니다. 항아를 데리러 가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이재하가, 북위원장 현명호에게 악수를 청하며 했던 말이 있었지요. 서울-평양간 열차앞에서 말이지요. "우리 함께 세집시다". 
남북한 관계라는 민감한 문제를 이재하와 김항아의 사랑으로 풀어낸 것은 실험적인 모험과 도박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모험과 도박에 아낌없이 박수를 치고 싶은 이유는 전쟁이 가져올 파급력, 민족공멸이라는 무서운 경고때문입니다. 마지막 왕실 공식입장 회견장을 향하는 두 사람의 꼭 잡은 손처럼, 어떤 형태로는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이렇게 담대하게 말하는 드라마, 가히 명품드라마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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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5
  1. 도일 2012.05.26 10:58 address edit & del reply

    전적으로 공감합니다.저두 김봉구라는 캐릭터를 왜 저렇게 표현할까가 의문이었는데 초록누리님 글을 읽어보니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되네요. 이기적인 나 자신이라... 정말 그랬던건 아닌지 한번 고민해봐야 할것 같네요^^; 연휴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2. 아딸라 2012.05.26 13:0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동감입니다. 트랙백 하나 걸고 갑니다.

  3. dlalrma 2012.05.29 23:44 address edit & del reply

    봉구에 대한 해석이 새롭네요, 여러가지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게 좋기도 하고 때론 드라마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도 되고...어쨋던 더킹은 정말 대단한 시도를 한 건 분명합니다. 첨엔 이 드라마가 끝까지 방송될 수 있을까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마지막엔딩이 곧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면...상상하면서 잠시 행복했습니다^^

  4. 훌커 2012.05.31 13:13 address edit & del reply

    납득하기 어려운 해석이네요.
    저는 단순하게 싸이코패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애초에 싸이코패스에게 애국심 혹은 애향심, 민족주의 이런 것들이 있을 리가 없지요.
    가까운 사람들의 감정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인데.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고 해서 모두다 한국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해외에 나와 있는 한국인들중에는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요.

    • 바다사람 2012.06.01 15:44 address edit & del

      김봉구라는 인물을 하나의 개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안한 한반도를 자양으로 삼아 힘을 키우는 여러 세력들을 총칭한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단순히 사이코패스라고만 설명하기엔 범위가 너무 넓었어요. 그래서 초반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했구요. 추격자에서의 사이코패스(하정우)를 떠올려보면 사이코패스라고 해도 그렇게 종잡을 수 없진 않았거든요.

2012.04.26 10:15




항아의 유산에 대한 반응은 남과 북이 제각각이었습니다. 항아의 유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북한이나, 항아를 몸을 가벼이 한 여자라고 인신공격을 하는 남한, 국상중에 결혼은 커녕 약혼도 하지 않은 재하와 항아의 동침에 대한 비난은 중요한 핵심을 비껴가고 있었지요.
왜 두 사람이 동침을 했느냐는 것입니다. 비록 국상중이고 정식으로 약혼도 하지 않은 사이지만, 재하와 항아의 사랑은 논외가 돼버렸다는 점이었죠. 재하와 대비 방영선, 그리고 항아와 항아의 아버지 김남일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항아가 북한여자였고, 재하가 남한의 국왕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들과 자식들의 아픔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네 사람을 통해서 절절하게 엿볼 수 있었지요. 아이를 잃게 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 하는 항아와 재하, 여자로서 겪어야 하는 아픔과 손톱만한 어린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하고 가버린 것을 가여워 하고, 아기를 잃은 항아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영선과 김남일은 이 드라마에 흐르는 품격과 휴머니즘을 살려줍니다.
"왜 덤벙거려서 애기를... 불쌍해서 어떡해... 얼마나 힘들었으면...", "한달밖에 안됐는데 그걸 생명이라고 하기는 좀... 그게 사실 아무 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고...". 아기와 항아를 함께 걱정하는 방영선과 김남일은 남과 북의 첨예한 이념적, 사상적, 정치적 대립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기를 잃은 항아와 딸자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전부입니다. 

북한을 비공식 급습방문한 재하의 사과와 북한과의 경제협력 관계의 모색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물꼬가 트일 듯이 보이지만, 재하를 노리는 존 마이어 김봉구가 무서운 마술쇼를 준비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지난 글에도 언급했듯이, 유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설정한 데에는 여전사 김항아로의 복귀때문이었겠지요. 재하에게 향하는 총부리를 김항아가 막을 수 있을지, 그 음모의 배후가 김봉구임을 밝혀내기 까지 남과 북이 합심해서(?) 서로 흠집내기에 혈안이 될까 걱정이네요. 김봉구가 노리는 것이 결국 이것일테니 말이죠. 
은규태를 속이고 공식입장발표를 한 이재하, 녹화테입이 방송을 타는 시간, 재하는 판문점을 향합니다. "김항아씨는 아기를 가졌고, 유산되었고, 그 아기는 제 아기가 맞습니다. 국왕으로서 국민들께 죄송합니다. 김항아씨는 선왕서거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본의아니게 북한으로 내쫓기게 됐습니다. 그 심적 스트레스로 아기까지 잃었습니다. 지금 당장 폐위된다 해도 할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최소한 제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책임은 지고 싶습니다".
재하는 사랑에 책임질 줄 아는 한 남자로 태어났고, 그런 재하를 응원해 준 대비 방영선은 누구보다 인간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비서실장을 재하로 부터 떼어놓고 아들이 판문점을 넘는 것을 용인하는 방영선(윤여정), 국왕이기 이전에 한 여자를 책임지는 남자로 거듭나고 있는 아들을 그렇게 믿어줍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책임지는 남자가, 나라를 대표하는 진정한 국왕이 될 수 있기에 말이지요. 
북한측으로부터 입국허가를 받지 못한 재하는 허가없이 분계선을 넘습니다. 자신을 향해 총구가 겨냥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말이지요. 북한측의 입국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국경을 넘는 재하를 중립국 감시국 요원이 위험을 경고하며 가로막지만, 재하의 한 마디는 그들도 감동을 시켰지요. "제 운명이죠". 죽음도 불사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가는 이재하, 존경의 미소를 지으며 길을 터주는 중립국 요원들이었지요. 이승기가 영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전에도 나왔지만, 얼마나 지독하게 입에 달라붙게 연습을 했는지 그 노력이 다 보이더군요. 호흡, 발음, 억양, 표정 하나하나를 어찌나 자연스럽게 연결하던지요. 
[##_2C|cfile2.uf@123AE6474F989A952DCFFF.jpg|width="305" height="172" alt=""||cfile25.uf@143AE6474F989A962E9680.jpg|width="305" height="172" alt=""||_##]항아의 집을 찾은 재하, 항아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조차 건네지 못하는 재하였지요. 미안하다는 말대신에 가슴이 먼저 전하는 말 '보고 싶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화장품으로 전하는 재하였어요. 그것도 직접 만든 화장픔, 제작자 이재하 화장품을 말이지요. "빈 병아냐. 다 새거야. 미리 말해 주긴 그런데 밑에 보면..." 사랑한다는 자신의 진심을 담았다는 말은, 마음이 풀리지 않아 까칠한 말로 응수하는 항아때문에 하지 못하고 말았지요.
항아의 독설과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 받고 앉아있는 재하, 욱해서 실수하고 상처주었던 그 재하가 아니었어요. 그 전의 재하였으면 같이 욱해서 "관두자"고 나가버렸을텐데, 다 받아주는 재하였지요. 항아의 까칠함에서 읽어지는 진심, 혹시나 연락올까 기다렸다는 항아의 말은 재하에게는 끝나지 않았다는 말로 들립니다. 아직 재하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항아는 둘 사이의 소중한 아기를 지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재하가 자책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재하는 스스로를 또라이 쓰레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재하의 똘끼는 사람을 잡습니다. 상대를 제압하는 기를 느끼게 하죠. 또라이(생각이 모자라고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도 왕족 이재하에게서는 카리스마가 되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군산복합체, 세계을 움직이는 경제계의 큰 손 클럽M회장을 한낱 김봉구로 만들어 버리고, 북한 위원장과의 담판에서 두손 두발을 들게 만들어 버리기도 했죠.
폐위되면 평민인데 왜 우리가 절절 매야 하냐는 위원장의 말에 재하는 코웃음을 치죠. 협박이냐 면서 말이죠. 이어지는 재하의 독설은 사자의 수염을 사정없이 쥐고 흔드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니 호랑이 입에 손을 넣어 목젖을 잡아빼는 격이라고 할까요? 그 담대하기가 말 그대로 지. 랄 수준이었습니다. "난 항아씨한테 미안할 뿐이지 당신네들 한테는 관심없어요. 나한테 북한은 사고뭉치일 뿐이에요. 어쩌다 옆집에 살게돼 호적에서 당장 파버리고 싶은, 못사는 떼쟁이 천덕꾸러기 이복...". 
흐트러짐없는 표정, 상대를 응시하는 쏘아보는 눈빛, 이재하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또라이 카리스마였습니다. 1단공격 상대방을 사정없이 비하시켜 약을 바짝 올린다였습니다. 이 때 상대방은 예상치 못한 어이없고 황당스러운 개매너에 분노 펄펄 코만 씰룩댈 뿐이죠.

상대방이 제정신을 수습하려는 찰나 이재하는 한 방 더 날려버립니다. 2단공격 자기비하도 이재하가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아, 미안해요. 내가 원래 좀 이래요. 남한에서는 소문난 또라이라 빡 돌면 아무도 못말려요". 워낙 막나가는 개차반이라 뭘 몰랐나 봐요, 라고 상대방에게 철없는 하룻강아지라는 생각을 갖게 하죠. 병주고 약주고 식의 공격이죠.
그리고 쐐기를 박아버리죠. "괜찮겠어요? 제가 적이 돼도?!". 말 그대로 협박입니다. 나 이렇게 막나가는 사람이라 내 입에서 어떤 말이 터져 나올지 모른다, 그러니 알아서 해라는 식인 것이죠. 이 3단공격은 김봉구를 만났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김봉구 머리 뚜껑이 열리게 했었지요. "코콧멍만한 숙박업을 하신다고요?--->뭔가 쓴 것 기억나요, I am Tom?---> 꼭 기억해 드릴게요. 김봉구씨!". 제가 붙여준 이재하의 일명 또라이 카리스마입니다.
이재하라는 인물은 이승기를 떼놓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이재하라는 인물에 완벽빙의 한 모습입니다. 더킹 투하츠 11회는 유독 진지한 이승기의 모습이 많이 나왔는데요, 진중해진 이재하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것은 믿음이었습니다. 국민들과 항아, 은규태가 이재하에게 실망했던 가장 큰 것은 믿음직스럽지 않았다는 것이었지요. 진심과 장난 사이를 오가며 헛갈리게 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재하에게는 그 장난기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은규태에게 "왕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봐왔던 조카가 큰할아버지께 털어놓는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달라"며, 한 번만 믿어주시면 안돼냐고 간청하는 모습에서, 왕으로서의 이재하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죠. "아저씨가 자꾸 뭐라 그러니까 저도 자꾸 자신이 없어져요. 기가 죽어요. 저 형편없는 쓰레기인 거 알아요. 그래도 한 번만 믿어주면 안돼요? 잘 해보일게요", 정말 할아버지에게 간청하는 자신없는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간 이승기였지요. 진심이 읽혀졌다는 것입니다. 그 진심은 대사뿐만 아니라, 이승기의 강약을 조절하는 대사톤을 통해 더 잘 전달되더군요. 대사의 강약조절이란 감정이입을 의미하지요.
이승기는 대사를 잘 외우기로 유명한 배우입니다. 그런데 더킹 투하츠에서의 이승기는 너덜해질 정도로 대본을 외웠던 이승기가 아니었어요. 작품을 많이 하지 않은 배우들에게 부족한 점이 대사에 감정을 입히는 것을 잘 못한다는 점이지요. 
왕제였을 때의 이재하와 왕이 된 이재하에게서 보여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대사를 치는 속도입니다. 이재하라는 인물에 이승기 스스로 감정이입이 돼있다는 의미입니다. 나오는 대로 말해 버리고 깐족대기 일쑤였던 이재하는, 생각을 깊게 하지 않은 깐족남답게 대사도 속사포로 처리했었죠. 그리고 왕이 된 이재하에게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요. 항아와 이별, 형을 죽였다는 싸이코 김봉구의 등장, 왕으로서 자격을 갖추었는가에 대한 내외적인 부담감들을 가지고 있죠.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승기는 대사속도를 통해 성숙하고 있는 이재하 또한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승기에게 놀란 것은 대사톤의 조절을 통해 대사가 아닌, 감정으로 진심을 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영어대사를 잘 소화했다는 느낌도 그래서였습니다. 영어 대사에도 감정을 입혀 말하는 것이 전해져왔거든요. 대사와 캐릭터의 감정을 일치시키는 것, 이승기는 이게 되고 있습니다. 이승기의 연기를 보면서 흐뭇한 점은, 연기 스펙트럼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배우가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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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4
  1. 2012.04.26 11:2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오랫만에 2012.04.26 14:03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항아가 울먼서 이야기할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고수들의 연기를 본듯한)
    하지원씨 연기 너무 잘합니다 눈빛 ,표정, 대사, 톤......, 어느겻 하나 거슬리는게 없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차원이 달라서
    정말 이런 여배우가 있다니
    헐리우드 진출도 고려해보시길
    진정한 프로에게 박수를 아낌없이 보냅니다
    승기씨도 멋있고

  3. 난... 2012.04.26 15:53 address edit & del reply

    더킹 4회까지만 보고 적도남으로 넘어갔는데... 이글 보니까 더킹에 다시 관심이 가네

  4. Suhwoo 2012.06.04 05:49 address edit & del reply

    제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 훌륭한 블로그 게시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